상두야! 학교가자 3
old/old_scrapbook 2003. 11. 1. 12:59
1. # 학교 구름다리



학생들, 왁자지껄하게 뛰어간다.
은환, 수업 마치고 구름다리 건너가다가 보면, 지환, 멀쩡하게 친구들과 족구를 하 고 있다.
은환, 저 자식이...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문득 시선을 돌리는데 상두가 등나무 벤치 에 앉아 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은환 (상두의 궁상스런 모습이 기가 막히다, 한숨)



2. #벤치



상두, 총각 김치 청을 손으로 잡고 우걱우걱 먹는다.



3. # 일각



지환앞으로 공이 온다. 지환, 공을 잠깐 멈춘다.
저 앞 벤치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 상두를 흘끗 보고 묘한 미소 흘린다.



4. #벤치



상두, 냄비 들어 국물을 마시는데, 그대로 와서 꽂히는 공.
그 바람에 냄비,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진다.


5. # 구름 다리


은환, 기함한 표정 짓고.


6. #벤치 /일각.


상두, 벌떡 일어나며 공이 날아왔던 곳을 노려본다.
지환, 미안하다는 모션을 하며 공을 던져 달라고 모션한다.
상두, ‘너 죽었어’ 입만 벌려 모션하며 당장 뛰어갈듯한 표정 짓다가 아니지...하며 미소까지 지으며 공을 지환에게 순하게 던져 준다.


7. # 구름다리


은환, 가슴을 졸이다 안도의 한숨 뱉는다.


8. #벤치


상두, 이를 앙물고 궁시렁거리며 벤치 근처에 떨어진 라면 찌꺼기를 궁상스럽게 주 워 담는다.


9. # 구름다리


은환, 마음이 아프다.


10. # 교사 식당


교장, 순애, 창호등 선생들 밥 먹고 있고, 은환, 식판을 가져와 테이블에 앉는다.
불고기와 생선등이 푸짐하게 담겨있다.
은환, 몇 젓가락 집어 먹는데....도저히 밥이 입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11. #학교 수돗가


상두, 수돗가에서 양치질하고 있다.
두명의 여학생들 양치질 마치고, 저편에서 은환이 오는 것 보고 “선생님 안녕하세 요”하며 인사한다.
상두, 고개 돌리다가 은환임을 알고는 얼굴이 환해지며 만면에 미소를 머금는다.
은환, 상두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상두옆으로 와서 서며 손을 씻는다.
여학생들, 인사하고 가고.


은환 (상두 보지 않고) 어쩔려구 이래?
상두 (보는)
은환 (보는) 하던 일은 어떡하구, 여기서 뭐하는 거야, 지금?
상두 (웃으며) 내가 또 만능 엔터테이너잖어. 걱정 마. 하던 일엔 크게 지장없어. (입 헹 궈내는)
은환 (어이없다는 듯 보다가) 그 꼴을 당하구두 계속 하구 싶어? 하고 많은 일 다 두구 왜 하필 수위야?
상두 (입안에 고여 있던 물 푸 뱉어내며) 니 옆에 있구 싶어서.
은환 (어이없는)
상두 사실은 너랑 똑같이 선생님을 하고 싶었는데, 교사 자격증이 없잖아, 내가.
은환 ....제 정신이 아니구나.
상두 (세수한다)
은환 미쳤어, 너!
상두 (말없이 세수하는)
은환 너한텐 안 가!!
상두 (표정없이 은환을 본다)
은환 니가 무슨 짓을 하건 어떻게 날 흔들어놓건 나...너한테 안가! 죽어두!
상두 (옷 앞섶으로 얼굴 닦으며) 그래, 넌 거기 있어! 꼼짝두 말구 거기만 있어.
은환 .....
상두 내가 가지 뭐. 내가 가께. 넌 거기 있어.
은환 (어이가 없어) 내 말,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어?!!
상두 알아 들어.
은환 ......
상두 내 평생에 내 마음대루 하는 거, 딱 이거 하난데 싫어두 니가 좀 봐주면 안되냐?
은환 ......
상두 돈 드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라두 니 옆에 좀 있게 해주면 안돼?
은환 .....(할 말을 잃는다)


이때, 저 앞에서 희서, “수위 아저씨! 수위 아저씨!” 부르며 뛰어온다.


은환 희서야.
희서 (은환이 있는 줄 몰랐다가) 선생님!
은환 왜? 무슨 일인데?
희서 (상두보며) 어떡해요, 아저씨? 시계가 변기에 빠졌어요.
상두 (얼굴 일그러지며) 뭐?
은환 어떡하다 그랬어?
희서 (울상이 되어) 아빠가 스위스가서 사다 주신 비싼 시곈데...어떡해요, 아저씨?!!
상두 (당혹스럽게 웃으며) 설마 나한테 그걸 꺼내라는 말은 아니지?
희서 지난번 수위 아저씬 그런 거 다해 주셨어요.
상두 (어쩔 수 없다, 똥 씹은 표정) 가보자, 그럼.....(화장실쪽으로 가다가 문득 걸음 멈추 고 희서보며) 근데, 큰거 쌌냐? 작은 거 쌌냐?


12. #화장실


상두, 변기안을 들여다 보다가 구역질 나는 것을 참으며 코를 막고, 고무장갑 낀 손 을 변기안으로 집어넣는다.
화장실 주변으로 은환과 여학생들 지켜 보고 있다.
은환, 있는대로 인상을 쓰고 상두를 보다가 상두의 모습이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밖 으로 뛰어나온다.


13. #화장실밖


은환, 밖으로 나오는데, 한쪽에서 지환과 희서, 하이 파이브하며 히히닥거리고 있 다. (은환이 오는 줄 모르고)


지환 니 핸드폰, 사진기 되지? 수발이 기념 사진이나 하나 찍어주까?
희서 너 정말 수위 아저씨 쫓아낼거야?
지환 (고개 끄덕이며) 감히 날 건드리구 무사하길 바래?
희서 어쨋든 재밌다....컴퓨터 게임보다 훨 재밌어, 지환아.
은환 (어이없는 표정 짓다가) 채 지환!! 윤 희서!!


지환과 희서, 깜짝 놀라서 은환을 본다.
은환, 날카로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노려보는.


14. #화장실안


상두, 고개 돌린 채 헛구역질을 참으며 변기안에서 손을 휘젓고 있다.


상두 없는데....(밖에다 대고 소리 지르는) 시계 잃어버린 학생 어딨어? 아무래도 변길 깨 봐야 될 거 같은데?!!
은환 (화장실로 들어서며) 그만 하세요.
상두 (보는)
은환 (얘기하면서도 속상하다) 잃어버린 줄 알았는데....호주머니 안에 시계가 있대요.
...그만하세요.
상두 (어처구니가 없다) 에?


15. #남자화장실앞


은환, 안타까운 표정으로 서성이고 있다.
화장실에서 남학생 나오자 얼른 몸을 돌려 휴지 줍는 시늉하고.
화장실안에서 웩!웩!하는 상두의 소리 들린다.


16. #화장실안


얼굴이 노랗게 뜬 상두, 변기를 붙잡고 구역질하고 있다.


17. #남자 화장실앞


은환, 안타깝게 서성이는데, 수업을 알리는 종소리 들린다.
저 앞에서 여 선생 지나가며.


여선생 채 선생님, 수업 안 들어가세요?
은환 네....들어가요.


은환, 화장실쪽을 속상한 표정으로 보다가 하는 수 없이 발걸음 돌려서 간다.


18. #화장실안


토하던 상두, 털석 주저앉으며 기운이 빠져 벽에 머리를 기대는데.
이때, 핸드폰 진동으로 울린다.


19. #화장실 세면대


상두, 문 열고 나오며 핸드폰 받는다.


상두 어, 삼촌....그냥 어디 좀 나와 있어....(세면대앞으로 와 서며) 말하면 삼촌이 아냐? .....(귀찮은 표정) 오늘이 그 아줌마 생일이야?


20. #호텔 외경(오후)


21. #호텔 화장실


만도, 화장실앞에 양복 저고리와 와이셔츠 들고 서 있다. 이때, 화장실안에서 청바 지 하나가 휙 던져지고, 만도, 날렵하게 받는다.


만도 (상두 옷 냄새 맡아보고) 하아, 땀 냄새...너 요새 노가다 뛰냐?


22. #화장실안


런닝 차림의 상두, 양복 바지로 갈아입고 있다.


상두 (옷갈아 입으며 궁시렁대는) 화장실에서 거의 사는구만, 오늘은.....(문득 옷 갈아 입던 손 멈추고) 삼촌!
만도(E) 뭐?
상두 나 이 짓 안하면 안되나?


23. #화장실밖
만도 뭐?


상두, 화장실에서 나와서 거울앞으로 와 서더니 만도 손에 든 와이셔츠를 집어 입 는다.


만도 갑자기 왜 또?
상두 그냥...하기 싫어서.
만도 보리 치료비는 그럼? 보리가 하루에 삼키는 돈이 얼만지나 아냐?
상두 벌면 되지, 다른 일 해서.
만도 무슨 다른 일? 전과자에다 고등학교 중퇴자에다...누가 너같은 놈한테 그런 많은 돈 을 준대? (향수를 뿌려준다)
상두 (힘이 쭉 빠진다)....그치? 그 많은 돈 댈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거밖에 없는 거지?
만도 있지. 도둑질. 강도, 유괴, 협박 ..(하며 넥타이를 건넨다)
상두 (씁쓸하게 웃고 넥타이를 매는)
만도 세상에 나쁜 놈들이 얼마나 많은데, 우린 나쁜 놈 축에두 못 끼엄마.
상두 ......
만도 ..우리가 언제 돈 내놓으라구 칼 들구 협박을 했냐? 가정에 평화를 깼냐? 참아라, 남편한테 쌓인 스트레스는 내가 다 풀어줄테니까 될수 있는대로 가정은 지켜라... 다른 제비들은 몰라두 우리는 이혼률 줄이는데 일조를 하고 있는거야. (무스를 준 다)
상두 (더 말 섞기 싫다, 무스를 머리에 바르며) 보리한테나 가봐.


24. #호텔 레스트랑


깔끔하게 차려 입은 상두, 준비한 보석함을 수희에게 내민다.
수희, 선글라스를 끼고 있다.


상두 생일 축하해, 자기야. (보석함 열어 보여주면...제법 비싸 보이는 목걸이가 들어 있 다) 사랑해.
수희 (감격하는)...고마워, 자기야.....
상두 실내에서 썬구리는 왜 끼구 있어, 아까부터? (몸을 앞으로 내밀어 수희의 선글라스 를 벗긴다.)
수희 (눈가가 퍼렇게 부어 있다)
상두 (기가 막힌) 눈탱이가 밤탱이가 됐네? 어쩌다 그랬어? 맞았어?
수희 (훌쩍이며 울기 시작한다) 남편이...남편이 때렸어.
상두 다른 날두 아니구, 생일 날에 지 와이플 때려?
수희 그 사람, 오늘 내 생일인지도 몰라.
상두 ..왜 맞었는데?
수희 여자가 생겼대. 이혼하자 그래서 못해준다 그랬더니....(목이 메인다)
상두 (할 말을 잃는다)
수희 오면서 생각해 봤는데...그냥 이혼해 줄까봐. 이번이 일곱 번째야, 일곱 번째...더는 못 참겠어.
상두 (긴장한 탓에 우선 물을 마시고 수희에게 내밀며) 물 먹을래?
수희 (상두를 진지하게 보며) 자기야, 나랑 결혼할래?
상두 (놀라고 당황하는) 엉?
수희 우리 결혼해서 미국 가서 살자. 거기가면 우리 아버지 사업체두 있으니까, 그거 자 기가 운영하면서...(하다가 놀라서) 자기야!
상두 (입이 한쪽으로 돌아간 채 달달 떨리고 있다.)
수희 어? 자기 입 돌아갔어!
상두 어...(한쪽 볼 잡고) 내가 중풍기가 좀 있대. 의사가 차츰차츰 손도 떨리구 다리도 떨린대더니 (일부러 손도 떨어보이며) 어우, 정말인가봐.
수희 나이가 몇살이라구 중풍이야, 벌써?
상두 중풍이 나이 가리는 줄 알어?....아, 클났네.
수희 (심각한) 병원에 가봐야지, 그럼.
상두 병원? 아참! 병원에 예약한 거 깜박 잊었다. 치질, 수술날 잡기루 했는데.
수희 자기 치질두 있었어?
상두 ...나, 가봐야 겠다. (일어나는데)
수희 같이 가, 자기야. (같이 일어난다)
상두 (근엄한 표정) 됐어, 혼자 가께. 난 자기한테 신비스럽고 근사한 모습만 보여주고 싶어. (끄윽 트림을 하는)


25. #상두 차안 (달리는, 해질녘)


상두, 와이어리스 끼고 핸드폰 하고 있다.


상두 어, 삼촌...청담동 아줌마, 정리해야 겠어....결혼하재.....아까워도 할 수 없지 뭐....어, 병원으루 가구 있어, 지금....누구?....(버럭 화내는) 걔가 왜 또 와, 거길?!!


26. #병원 정원 한쪽


만도, 나무 뒤에 서서 핸드폰 받고 있다.
저 앞 잔디밭으로 민석, 세라, 보리, 나란히 둘러앉아 웃고 있는 모습 보인다.


만도 제발 지랄 치지마, 응? 그래두 내 생각해서 꼬리찜 해서 들구 왔더라....아냐...암말 안했어. 의사 선생한테두 그냥 친한 이웃 사촌이라구 소개 시켜줬다....걱정마, 임마! 보린 지 엄만거 죽었다 깨나두 몰라.


27. #잔디밭


만도, 민석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온다.


만도 하이구, 죄송합니다.
민석 자, 그럼 다시 갑니다. 아까 누가 틀렸죠? 틀린 사람부터 시작해야 되는데.
보리 할아버지요.


네 사람, 일제히 모션하며 “삼육구! 삼육구!” 외치며 삼육구 게임을 시작한다.


만도 일!
보리 이!
세라 (박수치고)
민석 사!
만도 오!
보리 (박수)
세라 칠!
민석 팔!
만도 구!
보리 할아버지 또 틀렸다!...엎드려, 할아버지.
만도 하! 내가 왜 이러지?...잠깐 화장실 좀 갔다와서 맞으께.....(하며 꽁무니 빠지게 도망 가 버린다)
민석 비겁하게 도망가시는 거 아냐?
보리 도망가는 거 맞아요. 어제 아빠랑두요, 화투치다가 지니깐 똥 눈다구 도망 갔어요.
민석 (웃으며 귀엽다는 듯 보리 머리 흐트리다가 세라와 보리를 번갈아 보며) 자세히 보 니까 두 사람 되게 많이 닮았어요.
세라 (찔리기도 하지만, 기분은 좋다) 그래요?
보리 아녜요, 우리 엄마가 훨씬 더 이뻐요.
세라 (배신감)
민석 이 언니두 굉장히 이쁘신데, 보리야?


보리, 목걸이(사진 목걸이) 빼서 뚜껑을 열어 사진을 민석에게 보란 듯이 내밀어 보 인다. 뚜껑안에는 홍콩 배우인 왕조현의 사진이 들어 있다.


보리 우리 엄마가 훨씬 이쁘죠?
민석 (어이가 없어 세라를 보는)
세라 (난처하게 웃는)
민석 아빠가 이분이 엄마라 그랬어?
보리 네.
민석 (세라와 같이 그저 난처하게 웃는데)
세라 .....
보리 선생님, 우리 병원 놀이해요.
민석 그러까?


이때, 민석의 핸드폰 울린다.
민석 (핸드폰 받으며 반갑게) 어, 은환아....어디? 우리 병원 주차장?


28. #병원 주차장


은환의 족발집 차 (상호명이 커다랗게 쓰인 마티스정도의 배달차), 서 있고, 은환,
차안에서 족발 봉투들을 내린다.
민석, 은환에게 달려온다.


민석 은환아!
은환 (족발 봉투 흔들며 환하게 웃는)


29. #일각


민석의 쫓아 달려왔던 보리, 야속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보고 있다.
민석, 은환의 차 문을 잠가주고, 은환의 어깨를 다정하게 감싸안고, 병원 건물쪽 으로 가고 있다.


보리 (눈물이 그렁해지는데)
세라 (와서 보리옆에 서며) 선생님 애인인가 부네....이쁘게 생겼다, 그치?
보리 (삐져서 가 버린다)
세라 (빙긋 웃으며) 누가 니 엄마 딸 아니랠까봐 남자 보는 눈은 있어가지구....차 보리! 같이 가자. (보리에게 달려간다)


30. #휴게실


은환, 상치쌈에 족발을 싸서 민석에게 준다.


은환 아!
민석 (받아 먹는)
은환 맛있어?
민석 (엄지 손가락 들어보이며) 어머니 족발 맛보면 딴 데 족발은 못 먹겠더라....너두 먹 어.
은환 나야 맨날 물리도록 먹는데 뭐...체한다. 물 먹어.
민석 (물 마시고) 웬일이야, 근데? 연락두 없이?
은환 그냥...민석씨 보구 싶어서.
민석 그냥 보구 싶기만 해서?
은환 ...(민석 못 보고) 미안해, 민석씨.
민석 뭐가?
은환 그냥...다.
민석 첫사랑 또 만났니?
은환 ......(대답 못한다)
민석 아직두 그렇게 마음이 흔들려?
은환 .....(시선 떨구고 족발만 우걱우걱 집어 먹는다)
민석 ....내가 비켜줘야 돼?
은환 아냐...아냐, 그런 거.
민석 (자신만만하게 너그러운 미소까지 머금고) 언제 한번 만나게 해줄래? 내가 비켜줘 야 되는 놈인지, 주먹질이라두 해서 쫓아버려야 되는 놈인지 한번 보자, 나두.
은환 ......


이때, 여자 레지던트, “선배님” 부르며 달려온다.


여레지 (은환과 구면인 듯 인사하는) 안녕하세요.
은환 안녕하세요.
여레지 (민석에게) 과장님이 급하게 찾으시는데요.
민석 (일어서며 은환에게) 잠깐만 기다려, 금방 갔다 오께...(과장실쪽으로 달려간다)
은환 (보는)
여레지 (은환에게 인사하고 돌아서려다) 족발집 차, 은환씨 꺼죠?
은환 .....


31. #엘리베이터앞


은환, 다급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앞에 버튼 누르고 서 있다가 엘리베이터 오면 탄 다.
뒤이어 다른 쪽 엘리베이터 문 열리고, 상두, 내린다.


32. #보리 병실 화장실


휴대용 가스렌지위에 꼬리찜 바글바글 끓고 있다.
쪼그리고 앉은 세라, 만도의 잔에 소주를 따라준다.


만도 (한 입에 털어넣고) 캬! 좋다!
세라 (꼬리찜 하나를 집어서 호호 불어 만도에게 주며) 요즘 상두 만나는 여자 있죠?
만도 만나는 여자야 뭐 한 둘이 아니...(하다가) 갑자기 왜?
세라 (떠보는) 옛날에 첫사랑 다시 만났다구 하던데...혹시 얘기 들은 거 없으세요?
만도 (웬 쌩뚱한 얘긴가) 첫사랑?
세라 에...다시 만났대요....선생님이라던데....
만도 글쎄...난 전혀 금시초문인데...선생님이래?
세라 그 여자랑 다시 잘해볼거래요, 상두.
만도 짜식 능력 있네....지 주제에 선생님을 어떻게 꼬셨지?
세라 (화가 치솟는 걸 참고 주머니에서 돈 봉투 꺼내서 만도에게 주며 애교 부리는) 요 즘 우리 보리 돌보느라 고생이 많으시죠?
만도 (봉투를 열어보다가 얼굴에 화색이 돈다) 넌 정말 인간이 될대루 된 애구나.
세라 제가 조카 며느리가 되면요, 삼촌을 제 친정 아버지처럼 모실 생각이었어요. 용돈도 듬뿍듬뿍 드리구, 해외 여행두 틈나는대루 보내드리구...(슬픈 표정 지으며) 근데, 그 런 기횐 영영 안 올거 같네요. 선생님이랑 잘되면...
만도 인생이란 모르는 거다, 세라야?...암만 하룻밤 실수라두 자식까지 낳았는데, 결국은 조강지처한테, 너한테 돌아오지 않겠냐? (어깨 두드려 주며) 참구 기다려 봐.
세라 (좋아서 히죽 웃으며) 한잔 더 드릴까요, 삼촌?


세라, 만도의 잔에 술을 따르는데.
이때, 화장실 문 벌컥 열리고, 상두가 서 있다.
만도와 세라, 동시에 “엄마야!” 하며 놀라고.


세라 오빠.
상두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다가) 보리 어디 갔어?
만도 지 침대에서 인형놀이 하고 있잖아....이리 와서 너두 한잔..(하는데)
상두 (열 받아서 O.L.) 애가 없어진 것두 모르구 뭐하는 거야, 지금?!!
만도 침대에 없어?
세라 없어? (당황하는)
상두 으이...(하며 뛰어나가 버린다)
세라 오빠!


33. #병원로비


상두, 보리를 부르며 로비를 뒤지고 다닌다. 뒤이어 내려온 세라도 한쪽에서 보리를 찾는다.


34. #병원 정원


상두, “보리야!” 부르며 이곳 저곳 찾는다.


35. #주차장


상두, 두리번거리며 오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흠칫 놀라 순간적으로 차 뒤로 몸을 숨긴다.
상두 시선 닿는 바로 앞으로 보리, 금방 울음이 터질듯한 표정으로 서 있다.
보리 바로 앞으로는 은환이 서서 보리를 혼내고 있다.
은환의 차, 유리창에 온통 크레파스로 ‘바보’ ‘똥개’라고 써 놓았다.


은환 (기가 막힌 표정으로 차를 보다가 다시 보리를 보고) 왜 이랬는지 말 안 할래,정말?
보리 ......
은환 넌 누가 니 얼굴에 바보 똥개라고 써 놓으면 기분이 어떨거 같애?
보리 .......
상두 (당혹스럽다)
은환 왜 그랬는지 정말 말 안 할거야?
보리 (고집스럽게 입술을 앙물고 있다)
은환 안되겠다. 엄마한테 가자.....(보리 손 잡으며) 가자, 엄마한테. (끌고 가려는데)
보리 싫어요.
은환 그럼 언니가 니 얼굴에도 바보 똥개라구 쓸까?...너두 언니 차 아프게 했으니까, 니 얼굴에두 똑같이 쓸까, 그럼?
보리 (실룩실룩 하더니 우와앙 울음을 터뜨린다.)
은환 얘...(당황한 표정으로 보는데)
세라(E) 야!!


상두, 흠칫 돌아보면, 세라. 인상 있는대로 쓰고, 은환쪽으로 오고 있다.


은환 (당황해 있는데)
보리 우아앙...(세라에게 와 안기며 와앙 눈물을 터뜨린다.)
세라 왜? 왜 울어? 저 아줌마가 때렸어?
보리 (울면서 고개 끄덕인다)
세라 (날카롭게 은환을 흘겨보는데)
은환 (당황하며) 아니예요, 안 때렸어요.
상두 (미치겠다)
세라 니가 뭔데 얠 때려?
은환 정말 안 때렸어요. 그냥 겁만 줬어요.
세라 요 쪼그만 앨 협박을 했단 말이야, 그럼!!
은환 ...(억울하다) 댁의 애가 제 차에다 낙서를 해 갖구요...(하는데)
세라 (O.L.) 새 차 사주께...이깟 똥차 얼마나 한다구. (차를 걷어차 버린다)
상두 (세라가 철천지 원수로 느껴진다)
은환 (확 열받아서) 애를 그렇게 키우시면 안되죠, 어머니!
세라 뭐?
은환 무조건 잘한다, 이쁘다, 오냐오냐 키우면 쟤가 자라서 어떤 어른이 되겠어요? 옳고 그름도 구별 못하구, 저만 알구, 이기적이구...
세라 (O.L.) 너 뭐야? 니가 선생이야? 엇다 대구 설교야, 설교가!!
상두 (주먹을 꾹 쥔다. 주먹에 힘이 불끈 들어간다)


이때, “은환아!” 부르며 민석이 달려온다.


민석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보리쪽과 번갈아 보며)
은환 ...아냐....애가 차에 장난을 좀 쳐 가지구...
민석 (은환의 차를 보는) 차보리, 니가 이런 거야, 이거?
보리 (울음을 터뜨릴 듯 다시 실룩이는)
세라 (은환과 민석을 노려보며) 보리야! 우리두 아빠 데꾸 오자...(보리의 손을 끌고 가 는)
상두 (미치겠다. 머리를 쥐어 잡는다)
민석 (어이 없어 피식 웃는)
은환 쟤 부몬 애를 어떻게 저렇게 키워?
민석 (은환의 어깨를 다정하게 다독여주는) 니가 이해해. 니 애인이 남녀노소를 안 가리 구 워낙 인기가 많아서 그렇다.
은환 ....(어이없어 웃는)
상두 .......(그대로 꼼짝도 않고 있는)


36. #보리 병실(밤)


세라와 보리, 무릎 꿇고 손들고 있다.
세라와 보리, 상두의 눈치를 살피는데, 상두, 서슬이 퍼런 표정으로 두 사람을 매섭 게 본다.
만도도 옆에 서서 상두 눈치만 보고.


세라 (조심스럽게) 보리꺼 까지 내가 벌 다 받으면 안돼?
상두 (엄하게) 팔에다 걸상 하나 얹어줘?
세라 (삐죽)
상두 앞으루 보리가 잘못하구 버릇없이 구는 거 편들어 주고 오냐오냐 해주면 삼촌도 그 렇구 (세라에게) 너두 그렇구 두 사람부터 가만 안둬!
세라 ......(삐죽거리는)
만도 맘대루 때리라 그럼 난 좋지.
상두 차 보리!
보리 (울먹이다가 상두의 퍼런 서슬에 차마 울지도 못하고 보는)
상두 지금 이시간부터 의사 선생님 포기해. 좋아하지 마. 알았어?
보리 (말도 안된다는 표정으로 보는)
상두 대답 안해?...알았어? 몰랐어?
보리 (대답 못하는데)
세라 사람 좋아하는 게 지 맘대루 돼? 어른인 나두 잘 안되는데...애가 그게 돼? 오빤 돼?


상두, 세라를 밉게 보다가 창가로 가 선다.
세라. 상두 눈치보며 얼른 보리 손을 내려준다.
상두, 아래를 내려다 본다.


37. #병원 정원


수은등 벤치아래 은환과 민석이 다정하게 앉아 있다.
두 사람 손도 잡고 뭔가 다정한 얘기를 나누고 있다.


38. #보리 병실
상두, 씁쓸한 표정으루 두 사람을 보며 유리창에 머리를 기댄다. F.O.


39. #은환 학교 외경(아침)


40. #학교 정문 일각


은환, 학생들과 함께 등교하고 있다. (분홍색 원피스, 묶은 머리)
은환, 교문을 들어서는데, 창호와 선도부 학생들 서서 맞는다.


창호 안녕하십니까, 채 선생님.
은환 ....안녕하세요.


은환, 자기도 모르게 주위를 휘 둘러보며 상두를 눈길로 찾는데 상두의 모습 보이 지 않는다. 이상하게 서운하다.


41. #학교 정원


은환, 털레털레 걸어오다가 뭔가 발견하고 흠칫해서 걸음을 멈춘다.
저 앞으로 상두, 못을 입에 물고 망치를 손에 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책상과 의자 들 고치고 있다.
은환, 멍하니 보는데.
상두, 망치로 못을 친다는 게 그만 자기 손을 쳐 버리고, 아파서 어쩔 줄 몰라한다.
은환,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달려 가려고 가는데.


순애 (은환 뒤에서 오고 있다가 놀라서 상두에게 달려온다) 어머나...괜찮으세요?
은환 (떼려던 발을 제 자리에 다시 놓고)
상두 (은환을 봤다. 아픈 와중에도 은환만 보게 웃어주다가 이내 너무 아파 인상 찌푸린 다. 달려온 순애에게) 괜찮습니다.
순애 괜찮긴요, 어디 봐요...(상두의 손을 잡아서 본다. 안타까와 어쩔 줄 몰라하며) 세상 에...피멍 든 거 좀 봐...많이 아프시죠?
상두 (순애의 과잉 친절에 난감한) 괜찮습니다. 별로 안 아픕니다.


은환, 당황하며 고개 숙이고, 상두를 스쳐서 간다.
걸어가는 은환의 등뒤에서 상두와 순애의 대화 들린다.


순애(E) 손두 보니까 이런 험한 일 하실 분이 아닌데....제가 다른 직장 알아봐 드린다니까 요.
상두(E) 괜찮다니까요. 전 수위 일이 세상에서 젤 좋습니다.
은환 (표정)


42. #은환반 교실
은환, 수학문제를 칠판에 쓰고 설명하고 있다. (수학문제는 추후 보강)
은환, 설명하며 학생들을 향해 돌아서다가 문득 복도 쪽을 보는데 낑낑 대며 복도 형광등을 떼고 있는 상두를 발견한다.
은환, 당황하다가 이내 표정 수습하고 다시 수학문제를 설명한다.


43. #교실 복도


상두, 헌 형광등을 떼서 내려오다가 교실을 본다.
넋나간 듯 한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는 은환을 보는...
이때, 저편에서 오던(화장실 다녀오던) 희서, 그런 상두를 발견한다.


희서 (상두의 시선이 향하는 사람이 은환이라 직감한다.) 아저씨!
상두 (흠칫하는)
희서 뭘 그렇게 열심히 보세요?
상두 아, 아냐...(하며 얼른 새 형광등을 꺼낸다)
희서 (알겠다....묘한 웃음을 흘리며 교실로 들어간다)
상두 (은환을 다시 보는)


44. #은환반 교실


희서, 자리로 들어와 앉고.
은환, 간간히 복도로 시선주며 수학 문제 설명하고 있다.
희서, 은환과 복도에서 형광등을 가는 상두를 번갈아 지켜본다.
은환이 수업할 때는 상두가 은환을 보고, 상두가 형광등을 갈때는 은환의 눈길이 상두를 향한다. 서로 엇갈리는...


45. #복도


상두, 의자에 올라선 채 형광등 갈다가 다시 눈길을 은환에게 주고 있다.
이때, 복도 끝반 뒷문 열리며 지환과 남학생 하나 히히덕거리며 나온다.
상두를 발견한 지환의 눈빛이 반짝 빛난다.
상두는 지환이 오는 줄도 모르고 은환만 보고 있다.
지환, 친구와 함께 상두의 가까이로 온다.


46. #교실


은환 (칠판에다 문제를 쓰고) 자, 그럼, 이 문젠 니네들이 한번 풀어봐.


은환, 분필을 놓고 돌아서다가 복도쪽으로 눈길을 돌리는데, 드디어 상두와 눈길이 마주친다.


47. #복도


상두, 그대로 은환을 보고 있는.
지환, 상두 가까이로 오며 묘한 미소 흘린다.
지환의 시선에 상두가 딛고 올라선 의자의 다리가 들어온다.


48. #교실


은환, 당황해서 다른 곳을 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상두와 다시 시선 마주친다.
희서, 재밌다는 듯 두 사람을 번갈아 본다.
이때, 갑자기 우당탕하며 은환의 시선에서 상두가 사라진다.
은환, 놀라서 눈이 동그래지고.


49. #복도


상두, 의자와 함께 복도에 넘어져 있다. 일어나지도 못하고 아파서 어쩔 줄 몰
라하는.


지환 (겉으론 웃음 흘리며) 어우, 조심하셔야죠. 괜찮으세요, 아저씨?
상두 (휙 노려보지만, 쉽게 일어나지 못하고 신음소리 내는)


이때, 교실앞문 열리며 은환, 나온다. (희서와 반 학생들은 창문을 통해 우르르 내 다보고)
은환, 상두를 걱정스럽게 보다가 지환을 노려본다. 또 니 소행이구나...
지환, 뺀질거리며 옆의 친구와 함께 화장실쪽으로 간다.


은환 (상두옆으로 와 앉으며) 일어날 수 있겠어요?
상두 (지환쪽을 흘겨보다가 끄응 힘겹게 일어나며) 걱정 마세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인상 찌푸리고)


50. # 수위실


상두, 힘겹게 와서 널부러지듯 앉는다. 여기저기 멍이 들어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것 같다.


상두 참자...참자....참자, 차상두...


이때, 수위실 폰 울린다.


상두 (끄응하며 기운없이 전화 받는) 네, 수위실입니다.
은환(F) 나야.
상두 (좋아서 자기도 모르게 표정 환해지며) 은환아.


51. #교무실


은환, 자기 자리에 앉아 다른 사람들 눈치 살피며 전화하고 있다. 점심시간이라 한 적하다.


은환 그만 둬, 당장! 이게 뭐하는 짓이니?


52. #수위실/교무실


상두 (피식 웃으며) 점심 먹었냐?
은환 그만 둬! 이런 멍청한 짓을 왜 해, 니가!
상두 너 가만 보니까 분홍색이 되게 잘 어울리더라?
은환 니가 무슨 짓을 해두 달라진 건 없어, 털끝만큼두.
상두 앞으룬 분홍색만 입구 다녀라, 너.
은환 난...너 보는 거 힘들어. 니가 내 옆에 있는 거 너무 힘들어.
상두 근데, 머린 묶지 마라. 풀구 다니는 게 훨씬 이뻐, 넌.
은환 니가 안 나가면 내가 나가!
상두 (잠깐 할 말을 잃다가) 나 지금 좀 바쁘거든...나중에 전화하자. (끊으려는데)
은환 늦었어...너무 늦었어, 상두야.
상두 (전화기 내려놓는다)
은환 (뚜뚜하는 소리에 전화기 든 손 힘없이 내려놓는)


53. #수위실


상두, 전화기 내려 놓고 몸살기가 오는 듯 몸을 움츠린다.


상두 갑자기 몸이 왜 이러지?...몸살이 났나?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흐르지만 스스로 주문 을 거는) 아자! 견디자! 참자! 이기자! 차상두!!


54. #은환집 외경(밤)


지환(E) (비명지르는) 엄마! 엄마!


55. #지환방


은환, 지환에게 이불을 뒤집어 씌워놓고는 지환위에 올라 타 양 주먹으로 마구 두 들겨 패고 있다.
지환, 비명을 지르고 난리가 났다.


은환 언제 인간 될래? 대체 언제 인간이 될거야, 너?!!
지환 (이불 안에서) 아, 왜 그래? 미쳤어?!!
은환 수위 아저씨가 니 밥이야? 불쌍한 수위 아저씰 왜 괴롭혀?!! 사내 자식이 그렇게 할 일이 없어?
지환 엄마! 살려줘 엄마! 엄마!!
은환 엄마는 왜 불러 이 자식아! 이 나쁜 놈! 치사한 놈! 쪼잔한 놈! 비겁한 놈!!
.
이때 문이 벌컥 열리며, 심란 들어선다.


심란 작작 좀 싸워라, 작작 좀 싸워, 이것들아!
지환 (있는 힘을 다해 이불안에서) 엄마아! 살려줘!
은환 나 오늘 이 자식 가만 안 둘거야! 말리지 마, 엄마!
지환 엄마아!! 핼프 미!!
심란 그렇게 패서 인간이 돼냐, 그 놈이? 아예 북어 패는 방망일 갖다 주까?
지환 엄마!!
심란 근데, 닥터강 왔다...지환인 내가 마저 팰테니까 나가봐, 넌! (침대로 올라타 지환을 깔고 앉는다)
지환 (절망하는) 엄마아!!
은환 (내려오며, 지환을 다시 힘껏 때리며) 나 올때까지 딱 반만 죽여놔, 엄마!


56. #심란 족발가게


민석, 손님에게 족발접시를 써빙하고 있다.


민석 (싹싹하게 사이다병 따주며) 써비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손님.
여손님 못 보던 총각이네? 종업원은 아닌 것 같은데?
민석 이 집 사위될 사람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은환 (나오며) 민석씨.
민석 (은환에게 오며) 지환이랑 또 싸웠어?
은환 (푸 한숨) 어쩌다 우리집에 저런 괴물이 태어났는지 모르겠어....우리 엄마가 또 고 스톱 치러 오라 그랬어?
민석 (웃으며 고개 끄덕이는)
은환 아줌마 하여튼...(미안해서) 오란다구 오냐? 비번인데 좀 쉬지.


이때, “매형! 매형!” 소리치며 지환, 맨발로 뛰어나와 민석의 허리를 꽉 잡으며 뒤로 숨는다.


은환 야!!
심란 (뒤이어 나오며) 아이구, 허리야! 저 놈이 지 에미를 메다 꽂네, 아주.
은환 채 지환! 너 이리 나와!
지환 (민석을 꽉 끌어안으며) 우리 누나 빨리 좀 데려 가라, 매형...두 여자 등쌀에 내가 아주 요절할 거 같다.
민석 (웃으며) 그러게 왜 누나 속을 썩여?
지환 무슨 누나 속을 썩여, 내가? 수발이한테 장난 좀 친거 갖고 괜히 열 받아서 저 러잖아.
민석 수발이?
지환 수위 아저씨!
은환 (순간 당황하며) 채 지환!
지환 아, 수발이가 지 서방이야, 뭐야? 저렇게 흥분해서 방방 뛰는거 내 팔십 인생에 첨 보네, 첨봐!!
은환 (당황했다) 너...너 이...이리 나와!!
지환 저봐...말 더듬는 거...(깐죽대는) 희서 말대루 정말 둘이서 눈 맞은 거 아냐? 수발이 가 누나 보는 눈빛이 장난이 아니라던데?
민석 이게 뭔 소리야, 은환아?
은환 (당황해서 바로 대답 못하는) 엉?
심란 무슨 소리긴? (어느새 지환 뒤로 다가가 양철쟁반으로 지환의 머리를 사정없이 치 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지!!
은환 (당혹감을 쉽게 감추지 못하는)
민석 (그런 은환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는)


57. #상두 옥탑방 마당(밤)


상두, 병색이 완연한 얼굴로 힘겹게 올라오더니 평상위에 털석 드러누워 버린다.
이마에 식은 땀이 가득해서 끙끙 앓는다.


58. #은환방


은환, 침대에 누워 뒤척이고 있다. 상두 생각에 쉽게 잠이 오지 않는다. 벌떡 일어 나 앉는다.


59. #상두 옥탑방 마당


상두, 열에 들떠 헛소리한다.


상두 은환아...은환아...


60. #은환방


은환, 앉은 자세로 꾸벅꾸벅 졸고 있다.


상두(E) 은환아....은환아....
은환 (흠칫 눈을 뜬다...상두의 소리가 들린 것 같다)
61. #은환 마당


은환, 마당으로 나온다. 휭한 마당, 아무도 없다.


은환 (씁쓸한 표정으로 얼굴을 부비는)


62. # 상두집 외경 (아침)


63. #상두방


이마에 물수건을 얹은 상두, 곤히 잠들어 있다. 혈색은 많이 좋아졌지만, 간밤에 고 생을 한 듯 입술이 바싹 말라 있다.
세라, 상두옆에서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상두, 힘겹게 천천히 눈을 뜬다.


세라 살아났구나?
상두 (휘 힘없는 눈빛으로 방을 한번 둘러본다) 니가 여기 왜 있냐, 또?
세라 삼촌이 너한테 연락이 안된다구, 집에 가보라구 그래서....상두 너 나 아니면 밖에서 얼어 죽었어!
상두 (끄응 힘겹게 일어난다) 이런 날씨에 얼어죽는 사람두 있냐?
세라 얼어죽지는 않아두 어쨋든 죽었어. 열이 얼마나 펄펄 끓었는데?
상두 그래, 살려줘서 고맙다. (정신을 차리려고 손으로 얼굴을 쓰는)
세라 너 옷 벗겨 보니까 멍 투성이데? 어디서 맞았어?
상두 (휙 노려보며) 너 또 내 옷 벗겼냐? 기집애가 어디서 함부루 남자 옷을...
세라 (움찔하며) 우리가 뭐 남이야? 넌 내 딸의 아빠야.
상두 (눈을 매섭게 뜨는)
세라 ......(더이상 대꾸 못하고 일어나며) 미음 가져오께.
상두 ...몇시냐? 지금?
세라 여덟시 반.
상두 (힉 놀라며) 지각이다....(벌떡 일어나 옷을 챙겨든다)
세라 어디 가는데?
상두 학교 가야지!
세라 학교?
상두 (아차) 니네 집에 안 가?


64. #옥탑방 마당


문 벌컥 열리며 상두, 옷을 채 꿰 입지도 않고 뛰어 나간다.
세라, 뒤이어 나오다가 갸웃하며 상두를 뒤쫓아 간다.


65. #도로앞


상두, 다급한 표정으로 택시를 잡고 있다.


상두 **고등학교!


세라, 뒤따라와서 건물뒤에 몸을 숨기고 지켜보고 있다.
잠시후, 택시와서 멎고, 상두, 택시에 오른다.
상두가 탄 택시 떠나고 나면 세라, 그제야 밖으로 나온다.


세라 (되새겨보는) **고등학교?


66. #학교 외경


67. #남자 화장실앞


상두, 고장나 열리지 않은 화장실 문을 당겨보고, 가져온 공구들로 화장실 문을 고 치기 시작한다.
이때, 남학생 하나 바지를 잡고 뛰어온다.


남학생 화장실 문 고장 났어요?
상두 응....저쪽에 다른 화장실 써.
남학생 (어우...하며 다른 곳으로 뛰어가고)


상두, 열심히 화장실 문 고치는데, 덜컥 잠겼던 문이 열린다. 흡족한 미소 짓는데.
이때, 배를 움켜쥐고 지환, 화장실쪽으로 온다.


지환 (짜증내며) 화장실 문 고장 났어요?
상두 방금 고(쳤어)...(하며 뒤를 돌아보다가 지환임을 알고) 응. 고장 났어.
지환 어우 씨, 빨리 좀 고쳐요...어우 배야.
상두 (이 자식 너 한번 혼나봐라)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은데 어떡하냐?
지환 (인상 찌푸리며 뒤돌아서 어기적 걸음을 옮기는데)
상두 그쪽두 고장 났어...그냥 여학생 화장실 써. 급한 것 같은데.
지환 (짜증내며) 어떻게 여자 화장실을 써요? (걸음 옮기는데)
상두 어떠냐? 수업 시간인데....다른 남학생도 하나 들어갔어, 좀 전에.
지환 (그 말에 걸음을 멈춘다.)
상두 (웃어주며) 앞으루 너 졸업할때까지 일년을 넘게 더 봐야 되는데, 에지간하면 친하게 지내자, 우리.
지환 (의심스럽지만....갑자기 배가 아파온다)


68. #학교 외경


수업을 마치는 벨 소리 울린다.


69. #여학생 화장실앞


상두, 여학생 화장실 문 앞에 득의만만한 미소 머금고 서 있다.
수업을 마친 남녀 학생들, 쏟아져 오는 모습들 보인다.


70. #화장실안


지환, 변기에 앉아 끄응 힘주고 있다.


71. #여학생 화장실앞


희서와 여학생들, 우르르 서 있고, 창호, 뛰어온다.


창호 무슨 일입니까?
상두 (문 앞을 지키고 서 있다) 드디어 범인을 잡았습니다.
창호 예?
상두 여학생 화장실에 웬 변태가 출몰한다는 정보가 있어서요....숨어서 지켜보다가 드 디어 범인을 잡았습니다.
창호 어딨는데요, 범인이?
상두 (엄지 손가락 들어 여자 화장실쪽으로 가리킨다.)


이때, 은환, 수업 마치고 오다가 학생들이 몰려 서 있는 것 보고 걸음 멈추고 본다.
희서와 창호, 여학생들, 숨 죽이고 화장실쪽을 본다.
이윽고, 화장실 문 열리고, 지환이 나온다.
여학생들, 비명을 꽥 지른다.


희서 (어이가 없는)
창호 (기가 막힌)
지환 (뭐야? 이거?...놀라고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상두 (고개 돌리며 씨익 웃음 흘린다)
은환 (걱정스럽게 보는)


72. #학교 벤치


지환의 불끈 쥔 주먹에서 우드득 소리가 난다.
희서, 옆에 앉아서 킥킥거리고 웃으며.


희서 한방 제대루 맞았다, 너?....나 갑자기 수발이 아저씨 막 멋있어 질라 그래.
지환 (이를 부드득 가는) 가만 두나 봐라.
희서 그러다 니가 학교 쫓겨 나는 거 아냐?
지환 ...(씨이 하는 표정으로 일어서다가 문득 생각난 듯) 너 그거 사실이야?
희서 뭐?
지환 수발이가 채은환 샘 좋아하는 거 같대매?
희서 수업 시간만 되면 맨날 뒤에 와서 지켜보구 가구 그러는데...눈빛이 장난이 아냐.
지환 이 자식이 감히 어디서, 씨이...(주먹에 힘이 다시 들어간다)
희서 우리 담탱이 일에 니가 왜 그케 예민하냐?...(문득 생각난 듯) 채은환? 채지환?...너 우리 담탱이랑 혹시 친척이니?
지환 (시침떼고) 이미자랑 이영자랑 친척이냐, 그럼?


73. # 운동장(늦은 오후)


학생들과 선생들 하교하고 있다.
상두, 교문앞에 서서 하교하는 선생들과 학생들을 배웅하고 있다.


상두 (학생들에게 손 흔들어주며) 내일 보자....(선생들에게 거수경례하며 ) 내일 뵙겠습니 다.


상두, 문득 고개 돌리는데, 저 앞으로 은환이 걸어오고, 그 뒤로 지환이 졸졸 따라 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상두의 시선으로 보이는 은환과 지환의 모습...지환, 은환에게 뭔가를 계속 귀찮게 요구하고 있고, 은환, 몹시 당황하고 난처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저 자식이 정말....두 사람의 모습을 보는 상두, 얼핏 표정이 굳어진다.
은환, 빠른 걸음으로 도망가다시피 가는데, 지환, 훌쩍 뛰어와 은환을 가로 막는다.


지환 (상두를 의식하고 껄렁하게) 선생님이 돼 가지구 학생 소원두 하나 못 들어줘요?
은환 (표정은 ‘너 왜 이래, 자식아’, 학생들이 있어 크게 야단도 못치고) 내가 지금 좀 바 쁘거든. 나중에 얘기하자. (가려는데)
지환 (은환을 탁 잡으며) 아, 정말 너무 튕기신다...데이트 좀 해줘요, 네?
은환 (이를 앙물어 보이며) 이거 못 놓니?
지환 같이 가주신다 그럼 놔 드리께요.
은환 (눈을 부라리며) 셀 샐때까지 이거 놔. 하나.
지환 (상두가 보고 있는 것을 느낀다, 능글능글한 표정) 좋으면서 괜히 빼시는 것 좀 봐.
은환 둘!
지환 (아예 은환의 손을 꼭 잡는다) 같이 가요, 선생님.
은환 이거 놔! (지환을 손을 빼려고 흔들며) 놔아, 좀! 놔아!!
지환 같이 가요오...(손을 안 놓고 있는데)
상두(E) 그 손 못 놔!!


은환과 지환, 돌아보면 상두, 어느새 앞에 와 있다.


은환 (난처한)
상두 (지환을 야단치는) 선생님한테 뭐하는 짓이야, 이게?!!
지환 이건 선생님이랑 제 문제거든요. 아저씬 상관 말고 교문이나 지키시죠....(은환에게)
선생님 같이 가요오.
은환 (안되겠다 싶어) 이거 놔...(있는 힘을 다해 지환의 손을 떼내고 도망치는데)
지환 선생님! (하며 따라가려는데)
상두 (막아선다)
지환 비켜요!
상두 (지환의 멱살을 한손으로 탁 잡으며) 따라 와, 너.
지환 선생님도 못 때리는 학생을 수위아저씨가 패시게요?
은환 (도망치다가 걸음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지환 쳐봐! 때려봐요! 자! (얼굴 대주는)
상두 (때리려고 하다가...주먹만 부르르 떨고 있다)
지환 근데, 왜 이렇게 흥분하세요? 채은환 샘한테 관심 있으세요, 혹시?
상두 (표정이 굳어지는)
은환 (놀라서 눈이 동그래지는)
지환 주제를 아셔야지, 아저씨! 감히 어떻게 채은환 선생님을 넘봐!
상두 이 자식이...(결국 못 참고 지환을 주먹으로 후려친다.)
지환 (넘어지고)
은환 (달려가 말리고 싶지만, 너무 놀라 꿈쩍을 못하겠다)
지환 (입술이 터졌다) 짝사랑하는 거야 내 맘이다 왜? 그렇게 말하고 싶다본데....채은환 선생님은요! 짝사 랑두 안돼요! 아저씨같은 사람은 쳐다도 보면 안되는 사람이예요, 알아요?
은환 (버럭) 입 못 닥쳐! 채 지환!
상두 (고개를 돌리다 은환과 눈빛이 마주치는)
은환 (안타깝게 보다가 차마 못 보고 시선 돌리는)


74. #은환 학교 외경 (아침)


75. #교문앞


학생들, 등교하고 있다.
이때, 교문앞으로 심란의 족발집 차 와 서고, (‘바보 똥개’라는 긁힌 자국 그대로 남 은), 심란, 운전석에서 내린다.
심란, 학교를 노기서린 눈빛으로 노려본다.


76. #교장실밖


은환, 난감한 표정으로 서성거리고 있다.


77. #교장실
심란, 마시던 물잔을 탁자에 쾅하고 내려놓는다.
교장, 착잡한 표정으로 마주 앉아 있다.


심란 그 수윈지 수발인지 하는 놈 어딨어요, 지금?
교장 진정하십시오, 지환이 어머님.
심란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어요?...내 자식이 아무리 철딱서니 없구, 삼박 사일을 패도 모자랄 놈이지만, 개나 소나 다 때려도 되는 놈은 아니예요, 걔!
교장 차군이 좀 다혈질이긴 하지만, 그렇게 아무 분별도 없는 사람은 아닙니다. 오해가 좀 있었나본데..
심란 (O.L.) 오해구 자시구 그 수위가 이 학교에 있는 한은 우리 지환이 이 학교에 못 다니겠대요!


이때, 문 열리고, 은환, 들어온다.


은환 엄마!
심란 넌 누나란 게 뭐하는 년이야?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 수위한테까지 맞구 있는데 넌 뭐하구 있었어?
은환 ......
심란 (교장을 보며) 그 수위 놈을 파면 시키든지 우리 지환이가 자퇴를 하든지...양단 간 에 결정을 하시죠, 교장 선생님!
교장 (난처하다)
은환 (표정)


78. #학교 정원


상두, 학교 이곳 저곳에 버려진 쓰레기들을 쓰레기 봉지에 담고 있다.
어느새 다가온 교장, 쓰레기들을 함께 주워 담아준다.


교장 여기서 나가면 갈만 한데 있나?
상두 (당황해서 보는)


교장, 호주머니에서 상두의 이력서를 꺼내서 본다.
**초등학교 입학, 졸업, **중학교 입학 졸업, **고등학교 중퇴라고 솔직하게 씌여져 있다.


교장 고등학교 중퇴 학력 갖구 뭘 믿구 기술 하나 제대루 안 배워놨어?
상두 .....(내쫓으려는 건가...당황해서) 교장 선생님!
교장 친구 녀석이 이사장으로 있는 시골 학교가 있는데, 거긴 수위는 없구 기능직쪽에 자리가 하나 비었다 그러네.
상두 (멍해져서 고개 절래 절래 흔드는) 저 못 나가요.
교장 추천설 하나 써 줄테니까 (이력서 주며) 이거랑 같이 갖구 가봐.
상두 ....싫습니다. 이 학교가 아니면 다른 덴 싫습니다!!
교장 (일어나며) 나갔다고 발길 뚝 끊지 말구, 가끔 와서 늙은이 술 친구나 해줘.
상두 .....(갑자기 무릎을 꿇으며) 잘못했습니다. 제가 그 학생을 만나겠습니다.
교장 자네가 나갈때까진 학교에 안 나오겠대.
상두 (표정이 일그러지는)
교장 ....채은환 선생한테두 동생을 좀 달래보라긴 했는데, 모친이 워낙 완강하시네.
상두 (의아한) ...동생..요?
교장 아, 몇사람만 아는 비밀인데....지환이 녀석, 채 선생 동생이야.
상두 (놀라는)


79. #교정 벤치(노을녘)


상두, 넋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앉아 있다.
이때, “상두형!”부르는 어린 남자 아이의 목소리 들린다.
상두, 소리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운동장 저편에서 어린 지환(7세), 환하게 웃으며 상두에게 달려오고 있다.


80. #시골 바닷가(회상)


17살의 상두, “우리 지환이 왔어?” 하며 달려오는 어린 지환을 번쩍 안아 올린다.
상두와 지환, 바다에서 물장구치며 무등도 태워주며 놀고 있다.
17살의 은환, 바닷가 모래사장에 앉아 “조심해, 다치겠다”하며 재밌다는 듯 두 사람 을 지켜본다.


상두 어떡하냐, 은환아! 지환인 지 누나보다 내가 백배는 좋대는데?
은환 정말이야, 채지환?
지환 응! 난 상두 형아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
상두 나두 우리 지환이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
은환 (어이없어 웃는)


상두, 지환에게 윙크하고 물장구 치고 논다.


81. #학교 벤치(현실)


상두, 씁쓸한 표정으로 허탈하게 웃는다.
멀찍이서 그런 상두를 안타깝게 지켜보는 은환.


82. #심란 족발가게 외경(밤)


네온사인 꺼져 있고, 셔터문도 내려져 있다. 희미한 불빛이 밖으로 비춰나온다.


83. #심란 족발가게(밤)


어두운 실내, 작은 등 하나만 밝혀져 있다.
손님들 아무도 없고, 은환, 자리 하나를 차고 앉아 소주를 마시고 있다.
테이블에는 벌써 빈 소주병 3병이 놓여 있다.
은환, 소주를 따라 원샷으로 들이키고, 어지러움에 테이블에 탁 엎드려 버린다.
은환(E) 상두야! 학교 가자!


84. # 상두집앞 (시골, 상두가 입양된, 회상)


교복을 입고 가방을 든 17살의 은환, 눈물이 그렁해서 상두를 부르고 있다.


은환 상두야! 학교 가자! 상두야! 학교 가자!


대문이 약간 열려진 집안에선 아무 반응이 없다.


은환 (마음이 조급하다, 더 큰소리로) 상두야! 학교 가자!


이때, 열려진 대문으로 작은 점박이 강아지 하나가 나와 은환에게 반갑게 꼬리를 흔든다.


은환 짱가야. (강아지를 반갑게 안는) 니네 형 어디 갔니? 니네 형 벌써 학교 갔니?


이때, 택시 한 대가 와서 멎더니 심란, 내린다.


심란 여기서 뭐해, 이년아?
은환 난 안간다 그랬잖아, 난 안 가!
심란 니 에미 동네 사람들한테 맞아 죽는 꼴 보고 싶어? 어서, 타! (은환을 지환이 타 있 는 택시로 밀어넣는다)
은환 난 안가, 엄마!....(택시안에 억지로 태워지며 마지막으로 상두집을 향해 외쳐부른다) 상두야! 상두야!!


85. #심란 족발 가게


멍하게 그대로 눈을 뜬 채 테이블에 엎드려 있던 은환, 뭔가 이상한 느낌에 아래를 내려다 본다.
점박이 강아지(어린시절 상두의 집에서 나온 강아지와 같은 종류), 은환의 다리를 핥고 있다.
은환, 빙긋 웃으며 강아지를 안아든다.


은환 짱가야.


86. #학교 운동장(밤)
상두, 후레시를 들고 이곳 저곳 순찰하고 있다.
돌아서며 후레쉬로 운동장을 휘 비추는데, 바로 몇걸음앞에 누군가가 서 있다.
누군가를 휘 스쳐갔던 상두의 후레시 불빛, 누군가를 다시 비춘다.
후레시가 비치는 곳에 눈물이 그렁한 은환이 서 있다.


상두 (놀라는).....은환아.
은환 (술에 많이 취한 상태다. 따뜻하게 웃어주며) 상두야! 학교 가자!
상두 ....
은환 (눈물이 툭 흐른다) 여기 말구, 우리 학교! 우리 고향에 있는...바닷가앞에 있는 우 리 학교!! ....가자, 지금!
상두 (당황한 표정)
은환 안 갈래? 가기 싫어? ..같이 가지이.
상두 (멍한)
은환 에이, 치사하다, 차상두....알았어, 나 혼자 간다, 그럼...(휘청거리며 뒤돌아서 간다. 몇 발자국 가다 넘어지지만 다시 일어나 걸어간다)
상두 (멍한...얼어 붙은 것처럼 꼼짝을 못하겠다)


87. #학교앞 도로


은환, 도로쪽으로 나가 택시를 잡는다. 술에 취한 탓에 전혀 공간 감각, 거리 감각 이 없다.
늦은 밤이라 오가는 차량들 쌩쌩 속력을 높여 달리고 있다. 은환, 위험해 보인다.


은환 택시! 택시!! 남해! 남해요!!


자가용 한 대 쌩하니 달려와 거의 은환을 치일뻔하며 지나간다.


은환 (술기운 탓에 대담해져 차로 쪽으로 걸음을 떼는) 택시! 남해! 따블!


이때, 저 앞으로 다시 커다란 지프차, 헤드라이트를 밝게 켜고 경적소리 빠앙 울리 며 은환을 향해 달려온다,
은환, 피할 생각은 못하고, 눈이 부셔 손으로 눈을 가린다.
지프차, 거의 은환 가까이로 오는데.
이때, 은환의 허리를 감아 안는 상두의 팔....상두, 은환을 순식간에 인도쪽으로 옮겨 놓는다.


은환 (상두를 보고 표정이 환해져서) 상두야.
상두 무슨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냐, 선생님이?
은환 (씨익 웃고)...너두 갈래?
상두 ....(잠깐 망설이다가) 그래, 가자.
은환 (활짝 웃으며) 그럴 줄 알았어. 너두 가고 싶어 할 줄 알았지.
상두 (피식 웃고 손을 들어 택시를 잡는다) 택시!!


88. #고속도로


택시, 달리고 있다.
조명등 아래 택시 뒷자리에 나란히 탄 상두와 은환의 모습이 보인다.


89. #택시안


은환, 창문을 열어 바람을 맞는 표정이 몹시 흥분되고 달떠 있다.
상두, 평소 무대뽀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긴장해 있다.


은환 (술 기운에 몹시 다정하게 부르는) 상두야아.
상두 ....(흠칫) 어.
은환 우리 교가 부르자.
상두 응?
은환 우리 고향에 우리 학교 교가!
상두 세삼스럽게 웬 교가?
은환 난 있지, 술 마시면 교가만 부른다?
상두 (보는)
은환 엄마때매 학교두 다 못 다니구 도망쳤잖아, 내가!....그래서 그런지 술만 마시면 그 노래가 나온다, 이상하게?
상두 ....(마음이 짠하다)
은환 (손까지 으쓱으쓱 들어 보이며 씩씩하게 교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상두 (어정쩡하게 있는)
은환 (잠깐 노래 멈추고) 뭐야? 넌 안해?
상두 어, 해! (하며 교가를 부른다)
은환 (같이 부르고)


저녁 12시를 훌쩍 넘긴 택시안, 은환과 상두, 씩씩하게 교가를 부른다.
택시 기사, 뭐 이런 승객들이 다 있나? 백미러로 보며 말리지도 못하고 어이없는 표정만 짓고 있다.


90. #국도


택시, 달리고 있다. 저 앞으로 밤바다와 불빛들이 불야성을 이룬 남해대교가 보인 다.


91. #택시안


택시 기사, 피곤한 듯 하품을 한다.
은환, 상두의 어깨에 기대 잠들어 있고, 상두, 말똥말똥한 눈으로 앞만 보고 있다.
상두, 은환의 스킨십에 잔뜩 긴장해서 거의 숨도 멈춘듯한 표정이다.
은환, 갑자기 눈을 뜨더니 토할 것 같은 표정 짓는다.


상두 스톱! 아저씨 스톱!!


92. #택시안/남해대교 초입


택시 급정거하며 멈추고, 택시 뒷문 열리고 은환, 뛰어내려 다리 난간쪽으로 뛰어간 다.
상두, “은환아!” 부르며 은환을 쫓아가고.


93. # 남해대교 일각


은환, 토하기 시작한다.
상두, 잔뜩 걱정스런 표정으로 뛰어와서 은환의 등을 두드려 준다.


상두 괜찮아? 괜찮아?!!
은환 (안색이 노래져서 바닥에 푹 주저 앉으며) 안 괜찮아.
상두 (난감한 표정으로 보다가 은환을 부축하며) 조금만 참아, 거의 다 왔어. 이제 다리 만 건너면 돼.
은환 나..못 가겠어. 나 못 가...(하며 아예 드러누워 버린다) 너 혼자 가.
상두 (황당하게 보는)


94. #택시앞


상두, 택시 기사에게 돈을 지불하고 있다.


상두 조심해 가세요, 아저씨.


95. #남해 대교 일각


은환, 완전히 대자로 쫙 뻗어 기절해버렸다.
상두, 어이없어 하다 귀엽다는 듯 피식 웃는다.
상두, 은환을 조심스럽게 들춰 업는다.


96. # 일각 길


상두, 은환을 업고 걸어간다. 주위를 휘 둘러 보는데, 저 앞으로 모텔 간판을 단 여 관들 보인다.


97. #모텔 앞


상두, 모텔 앞으로 와서 잠깐 망설인다. 모텔안으로 쉽게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


98. #모텔 현관


은환을 업은 상두, 현관으로 들어서 주인방 창구 앞으로 간다.
주인여자(50대 초반의), 앉은 자세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상두 (수줍은 소년처럼 얼굴이 벌개졌다)...저기요....아줌마..아줌마!!
주인 (흠칫하며 잠에서 깨어 상두의 등에 업혀 있는 은환과 상두를 번갈아 보는)...쉬고 갈낄니꺼? 자고 잘낍니꺼?
상두 .....(주인의 시선이 기분 나쁘다. 퉁명스레) 자고 잘건데요..
주인 물 침대로 디리까? 스프링 침대로 디리까?
상두 (사람을 어떻게 보구...괜히 화내며) 우린 그냥 (강조)잠만! 자러 왔어요, 아줌마!!
주인 누가 뭐라 캤어예?
상두 ......(머쓱한)


99. #모텔방


상두, 은환을 침대에 눕힌다.
불빛 아래서 본 은환의 옷에 토한 얼룩들이 묻어 있다. (은환의 목에 네잎 크로바 목걸이 걸려 있다)
상두, 안되겠다 싶어 은환 블라우스 단추를 열려고 떨리는 손을 움직이는데.
은환, 갑자기 눈을 뜨더니 벌떡 몸을 일으킨다.


상두 (화들짝 뒤로 물러나며) 아니, 난...니 옷이 더러워 갖구 벗겨주려구...
은환 (게슴츠레 눈을 뜨고 상두를 보는) 너 누구야?
상두 (벙찐)
은환 (뚫어질 듯 보다가 표정 환해지며) 어, 상두네?
상두 대체 술을 얼마나 마신거야, 너?
은환 (씨익 웃으며 이리 오라고 손짓한다)
상두 (긴장한 표정으로 몇걸음 다가가는)
은환 되게 많이 보고 싶었어, 상두야.
상두 ......(눈빛 흔들리는)
은환 지금까지 하루두 안 빼먹구 언제나 니 생각 했었다?
상두 (피식 웃는)
은환 (일어나서 상두 얼굴에 가만히 손을 가져다 대며) 우리 상두...하나두 안 변했네? 더 멋있어졌어.
상두 (가슴이 심하게 떨려온다.) 너두...너두 볼라보게 예뻐졌어.
은환 내가 얼마나 너 사랑했는지 너 모르지?
상두 (숨이 턱 막힌다)
은환 어떻게 니가 알겠어? 모르지. 죽었다 깨나두 모르지.
상두 ....알아.
은환 알아?
상두 알아.
은환 (눈물이 그렁해지더니 침대에 툭 걸터 앉는다) 이상하네, 어떻게 알았지?
상두 나두 은환이 너 얼마나 사....사....(사랑해라는 말이 안 된다, 왜 이러지?) 사...사...
(하는데)
은환 (침대에 털석 드러누워 다시 기절해(?) 버린다)
상두 (표정이 얼핏 굳었다. 나름대로 심각하다) 사랑합니다, 사모님!....사랑해, 숙자씨...사 랑해 미숙씨!....되는데...은환아, 사...사...사...왜 안 되지? (어이없어) 하아, 내 전공이 자 특긴데...다른 여잔 다 되는데, 왜 안되지? 은환아...사...사....(절망어린 표정, 답답 함에 눈물까지 맺히려 한다.)


100. #모텔방


은환, 반듯하게 누워 있고, 상두, 물수건으로 은환의 얼굴과 손을 정성스럽게 닦아 준다.
상두, 다시 은환의 옷을 보다가 안되겠다 싶어 떨리는 손으로 단추를 하나 둘 푸는 데...두근두근 떨리는 심장, 상두의 호흡소리가 가프다.
두 번째 단추를 풀려던 상두, 그만 손을 딱 멈추어 버린다.


상두 (긴장했던 한숨 내뱉는) 푸후우우.....(....도저히 은환의 옷을 벗길수가 없다...)


101. #모텔 현관


상두, 여관방 창구 문을 두드린다.
코를 골며 잠들었던 여주인, 짜증스런 표정으로 일어난다.


주인 (짜증스럽게) 와예?
상두 ...죄송하지만, 옷 좀 벗겨 주실래요?


102. #모텔방


상두, 은환의 침대에서 등을 돌린 채 서 있다.
주인, 별 희안한 인간들 다 보겠다는 표정으로 상두와 은환을 번갈아 보며 은환의 옷을 벗기고 있다.


주인 두 사람 애인 아입니꺼?
상두 .......
주인 아이고, 쏙옷꺼지 다 배릿네? 싹 다 벳기뿟까예?
상두 ......


은환의 옷가지들, 침대 바닥으로 떨어진다.


103. #목욕탕


상두, 세수 비누로 은환의 블라우스를 열심히 씻고 있다.


104. #모텔방


은환, 곤하게 잠들어 있는.


105. #목욕탕


상두, 은환의 스타킹을 정성껏 씻어 물을 짠다.


106. #모텔방


상두, 은환에게 이불을 정성스럽게 덮어주고는 베개 하나 가져와 맨바닥에 눕는다.
침대위에 잠든 은환을 보며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흐르는.....그렇게 밤이라도 샐 듯 이 오래도록 은환만 바라보는 상두. F.O.

:

  상두야! 학교가자 2
old/old_scrapbook 2003. 11. 1. 12:56
1. # 교정벤치(운동장이 보이는)


은환, 멍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벤치에 앉아 있다.
운동장에는 학생들, 축구를 하고 있다.
상두, 저편에서 오다가 은환을 보고 은환 옆 벤치로 와 앉는다. (각각 다른 벤치 의 마주보는 끝)
은환, 상두가 오는 지도 모르고, 멍하니 앉아 있다.
상두도 아무 말 없이 앞을 본다.
잠시후, 은환, 고개를 돌리다 상두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흠칫 놀란다.


상두 (앞을 보는) 예전에 우리 학교 운동장은 참 근사했는데, 그치?
은환 (마른 침을 꼴깍 삼치는)
상두 (추억을 떠올리듯 혼자 미소도 머금고) 운동장 앞에 바다가 있어 가지구, 운동하다 땀 나면 바루 물에 뛰어 들어 수영두 하구....서울 애들 참 불쌍하지 않냐?
은환 .....(당혹스러워하며 일어나는데)
상두 (비로소 은환에게 고개 돌리고) 은환아.
은환 (흠칫하며 상두를 본다)
상두 나......몰라?
은환 (대답않는...당혹스런 표정)


이때, 갑자기 상두의 눈이 동그래진다.
학생들이 차던 축구공이 은환이 있는 쪽으로 날아오는 것을 본 것이다.
상두, 날렵한 동작으로 은환을 끌어당기며 그대로 바닥으로 쿵 넘어지고 만다.
축구공은 은환을 피해 날아가고.
상두는 바닥에 깔리고, 은환은 그 위에 올라 탄(?) 형국이 된다.
상두, 기절한 듯 그대로 눈을 감고 있다.


은환 (놀라고 당황해) 이봐요...이봐요...
상두 (그대로 눈 감은 채)
은환 (뇌진탕을 일으켰나...더럭 겁이 난다. 눈물이 그렁해지는) 이봐요...(하다가) 상두야... 상두야....
상두 (천천히 한쪽 눈을 뜬다)
은환 .....
상두 (나머지 한쪽 눈을 뜬다)....채 은환!...나....몰라?
은환 (눈물이 그렁해서)......알아.
상두 (활짝 웃는다)
은환 .......


2. #택시안


상두, 혼자서 좋아서 빙글빙글 웃고 있다.
  

DJ(E) 아내는 아이 셋과 저를 두고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40대 후반의 택시기사,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내용에 훌쩍거리며 울고 있다가 상 두를 본다.
상두, 자기 생각에 빠져 “흐흐흐” 혼자 좋아서 입을 가렸다가 얼굴을 쓰다듬다가... 기분 좋은 감정을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택시 기사, 어이없다는 듯 보는.
그 사이 라디오에선 계속 사연이 흐르고 있다.


DJ(E) (울먹이며) 전 아내를 보낼 수가 없습니다. 마흔 평생 지금까지 고생만 하구 살았는 데, 변변한 옷 한번 못 사 입히구, 맛있는 외식 한번 제대로 시켜준 적이 없는데, 그렇게 아내를 보낼 순 없었습니다.


택시기사, 복받치는 슬픔에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내며 우는데, 상두, 웃음소리 크게 터뜨려버린다.
택시기사, 미친놈 아냐? 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신호가 바뀌자 골탕 좀 먹이자는 생각으로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앞으로 확 쏠려 넘어질뻔한 상두, 그러나,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여전히 빙글거리다가 옛시절로 젖어드는 듯 웃음 소리 잦아 들며 표정이 애틋하게 변해간다.
이때, 상두의 옆으로 오토바이 한 대 와 선다.
만도(28)와 어린 상두가 탄 낡은 오토바이다.
만도, 헬멧이 없었는지 남비를 끈으로 묶어서 머리에 썼다.
만도의 뒤에 어린 상두(10)가 타고 있다. 역시 머리에 남비를 쓰고 가방을 맨 어린 상두, 꾀재재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성인 상두와 시선이 마주친다.
성인 상두도 어린 상두를 본다.
어린 상두의 가슴에 “차상두”라는 이름표가 눈에 따갑게 들어온다.
신호등 바뀌고 만도의 오토바이, 상두가 탄 택시를 스쳐간다.


3. #시골길(1986년, 새벽, 회상)


여명의 푸른 새벽.
상두를 태운, 만도의 오토바이 덜덜덜 소리를 내며 달려가고 있다.
담장들 사이에 영화 포스터들(86년 당시의)붙어 있고, 현수막 (“86 아시안 게임 최 윤희 최윤정 금메달 은메달” 정도의) 붙어있다.


4. #양옥집앞(새벽)


장미 넝쿨이 뻗어나와 있는 시골 치고 제법 번듯하게 잘 지어진 집. 십자가 표시가 붙어 있다.
만도, 어린 상두의 어깨를 잡고 얘기하고 있다. 피곤한 듯 눈에 잠이 조롱조롱 달린 상두.


만도 이 집에 딱 너만한 외동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한달 전에 병으로 죽었대.
상두 (꾸벅꾸벅 조는)
만도 (상두의 머리를 탁 때리며) 이 새낀 또 자네...이 중요한 순간에.


만도, 상두의 눈에 성냥개비를 고정시켜 놓았다.


만도 이제부터 넌 죽은 놈을 대신해서 이 집 아들이 되는거야...아까 연습한 거 다시 한 번 해보자...(여주인 목소리) 어머, 넌 누구니?
상두 (잔뜩 잠이 묻어) .전요 집도 절도 없는 고안데요. 꿈에 하느님이 나타나 가지구요 이 집으루 가라구 그랬어요.
만도 자알했어...(손들어 보이며) 질문?
상두 (흐리멍덩한 눈빛으로) 나 인제 자두 돼?


시간경과, 아침.
상두, 눈이 초롱초롱해서 자신의 앞에 놓인 헌 냄비(자신이 쓰고 왔던)를 뚫어져라 보고 있다.
만도는 가고 없다.
이때, 냄비 안으로 쨍그랑 던져지는 돈. 천원짜리 한 개와 백원짜리 다섯 개.
상두, 천천히 고개를 들어본다. 햇살에 눈이 부셔 한쪽 눈을 찡그리는데,
쏟아지는 햇살속에 막대 사탕을 입에 문 어린 은환(10)이 서 있다.
은환, 상두를 몹시 가여운 듯 보다가 주머니에서 막대 사탕을 하나 꺼내 상두의 냄 비에 넣어주고는 발길을 돌려 간다.
자기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사태 파악이 전혀 안되는 상두.


5. # 초원길


은환, 걸어가는데,


상두(E) 야! 거기 서!!


은환, 뒤돌아보면, 상두, 주먹을 쥐고 뒤쫓아 오고 있다.


상두 나 거지 아냐, 기집애야!!
은환 (당황하고)
상두 (잔뜩 화난 표정으로 돈과 사탕이 쥐어진 주먹을 흔들어대며) 이거 갖구 가! 기집 애야!!
은환 (순간 두려움에 엄마야!하며 도망가기 시작한다)
상두 거기 서! 나 거지 아냐, 기집애야!!
은환 (상두의 고함소리에 무서워서 엄마아....울음을 터뜨리며 뛰어가는)


어린 상두와 은환의 발, 교복바지의 발과 교복 치마의 발로 바뀐다.
17살의 상두와 은환이 뛰고 있다.
편지를 들고 달리는 상두, 상두를 잡으려고 뛰어오는 은환...그러다 넘어지는. (지하철과 O.L.되는 회상씬에 나왔던)


6. # 오솔길(아침)


17살의 상두와 은환, 자전거 타고 등교하고 있다.


상두 나 선 들어왔다?
은환 (어이없는) 응?
상두 얼음 공장에 둘째 딸이 나한테 상사병이 걸렸대나 뭐래나..
은환 (기가 막히고)
상두 집안두 빵빵하구, 머리두 좋구, 울 아버지가 학교 졸업하면 바루 책임지래는데, 어 떡하냐?
은환 (삐죽) 책임져라, 그럼.
상두 그렇게치면 책임질 애들이 한두명이냐? 참, 너도 책임져야지...나 때문에 무릎도 까졌는데.
은환 (자전거를 멈추고, 밉게 흘겨 보는데)


이때, 사잇길에서 대 여섯명의 여고생 나타난다.
여학생들, 상두를 보더니 “오빠!”하며 괴성을 지르며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한다.
상두 (여학생들에게 환하게 웃어주며) 이제 학교 가니?
여학생1 오빠! 저 자전거 뒷자리에 좀 태워 주시면 안돼요?


나머지 여학생들, 저도요! 저도요!오빠! 하며 서로 손을 든다.


상두 공평하게 가위, 바위, 보! 해, 그럼.


여학생들, 가위 바위 보 하고 있고, 상두, 좋아서 웃으며 여학생들을 본다.
은환, 그대로 멈춰선채 질투어린 시선으로 상두를 흘겨보는.


7. # 여의도시민공원 벤치(밤)


과거 은환의 얼굴에서 현재의 은환 얼굴로 오버랩 된다.
#5에서 상두의 모습처럼 차창밖으로 얼굴을 돌린 은환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민석 (운전하며) 채은환 오늘 분위기 되게 이상한 거 알어?
은환 (창밖을 보며) 나 첫사랑 만났다, 민석씨?
민석 (은환을 보다가 다시 앞을 보며...감정의 동요 드러내지 않고) 그런 굉장한 일이 있 었어?
은환 마지막 봤던 게 고등학교 2학년땐데....울 엄마가 사람들 곗돈을 떼먹어갖구 야반도 줄 했었거든. 잘 있으라구 인사두 못하구 헤어졌는데.
민석 (따뜻한 미소로 은환을 본다...은환의 진솔함을 사랑한다)
은환 사람들한테 들킬까봐 고향쪽엔 얼씬두 못하구 숨어사는데 걔가 너무너무 보고 싶었 어...그래서, 목숨 걸구 엄마 몰래 편질 썼는데, 암만 기다려두 답장이 안 오더라구.
민석 (기분 나쁘지만 내색 않고)...편질 못 받았나 부지.
은환 매일매일 80통을 썼는데 그중에 한통두 못 받아?
민석 (그제야 은환을 본다)
은환 (눈에 눈물이 다시 그렁해지며) 걘 날 별루 안 좋아했었나봐....하기야 뭐 걘 부잣집 아들에다 공부도 잘하구 여자애들한테 인기도 많은데....(비죽이는) 난 엄마가 곗돈 이나 떼먹구 야반도주나 하는 후진 애니까...나 같은 건 우스웠겠지. (훌쩍훌쩍 운 다)
민석 (말없이 호주머니에서 손수건 꺼내서 준다)
은환 (손수건 받아서 눈물 닦으며 엉엉 운다) 나쁜 놈...
민석 (기분이 나쁘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놈인데? 그렇게 잘났어, 그 자식이?
은환 됐어...수준에 맞는 대단한 여자 만나서 잘 먹구 잘 살라 그래, 나쁜 놈.(설움이 되살아나는 듯 목 놓아준다)


8. # 병원 주차장/민석 차안


은환, 다 울고 나서 울음 끝이 남아 꺽꺽거린다.


민석 다 울었니?
은환 ...(고개 끄덕이고, 민석을 미안하게 보며) 미안해, 민석씨.
민석 (너그럽게 웃으며 은환을 끌어당겨 자기 어깨에 기대게 한다)
은환 ......
민석 잊어버려...그딴 자식은 다신 생각두 하지 마.
은환 (고개 끄덕이는)
민석 ......나보다 잘 생겼나?
은환 (흘끗 보는)
민석 ...알았어. 얘기 안 하께.
은환 (다시 민석 어깨에 기대며 시선 앞을 보는)
민석 ...아버지가 재벌쯤 되나?
은환 (자기 자리로 와 앉는다)
민석 미안해, 얘기 안하께.
은환 .....(다시 복받치려는 울음을 간신히 참고 있는 표정)
민석 ....(벨트 풀며) 전공은 뭔데? 유학판가?
은환 (비죽비죽 다시 울음이 새어나온다)
민석 (아차하며 다시 손수건 꺼내서 준다)
은환 (손수건 받아서 눈물을 닦는다)
민석 ...나보다 훨씬 괜찮은 놈이면 너 보내줄려구 그러지.
은환 (민석을 보는)
민석 (따뜻하게 웃으며) 니가 얼마나 굉장하구 이쁜데...나보다 후진 놈이면 몰라두 나보다 나은 놈이면 나, 너 보내줄수 있어, 얼마든지.
은환 ......(감동먹은 표정)
민석 병원에 가서 자료 몇 개만 챙겨 나올테니까 차에서 좀 기다려. (내리려고 하는데)
은환 난 민석씨밖에 없어. (고마운 마음에 민석을 와락 안는데)
민석 (빙긋 웃으며 토닥여주는)


9. #병원로비


상두, 보리를 업고 이리저리 다니고 있다. 보리, 열심히 두리번거리고.
로비 한쪽엔 험상궂게 생긴 남자 3명이(조폭은 아님) 자기들끼리 이야기 주고 받으 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상두 봐, 없지? 없지?
보리 (두리번거리는)
상두 선생님 오늘 비번이래. 그만 들어가 코 자자.
보리 화장실에두 가보자.
상두 넌 그딴 자식...그딴 선생님이 어디가 그렇게 좋냐?
보리 선생님 보구 싶어, 찾아봐아.
상두 우리 뒷집에 희준이랑 사겨, 차라리..(하는데)
보리 (O.L. 떼쓰는) 선생님 보구 싶어, 찾아봐아...
상두 (한숨쉬며 중얼거리는) 하아...발톱만한 게 누굴 닮아 이렇게 까졌냐?
보리 선생님 보구 싶어어. 화장실 찾아봐.
상두 (짜증) 알았어, 똥강아지야!


상두, 화장실쪽으로 들어가려는데 , 병원 로비문으로 민석, 들어선다.
험상맨들 민석을 보더니 자기들끼리 눈짓 주고 받고 민석앞으로 온다.
보리, 문득 고개 돌리다 민석을 발견하고 좋아서.


보리 선생님이야, 아빠!! (상두의 등에서 훌쩍 내린다)
상두 (보는데)


험상1 (민석쪽으로 다가와서) 강민석 선생이죠?
민석 (경계하는) ...그런데요.
험상1 (갑자기 민석의 멱살을 잡더니) 니가 우리 조카 죽였냐! 니가 죽였냐, 이 자식아!!
민석 (기 죽지 않고 냉철한 표정되어) 서 진우환자 때문에 이러시는 거 같은데...병원에 들어올때부터 이미 가망이 없는 상태였습니다. 수술전에 분명히 위험할 수 있다구 주의를 드렸구, 수술을 고집했던 건 그쪽이었습..(하는데)
험상1 뭐라는거야, 이 자식이! 이 새끼가 누구한테 뒤집어 씌워?....(민석을 주먹으로 힘껏 가격한다)


민석, 바닥으로 나동그라지고, 험상맨들, 민석을 사정없이 발길질하며 때린다.
경호원 “무슨 일입니까?” 하며 와서 말리지만, 험상맨들을 당해내지 못하고.


보리 (놀라서 소리도 못지르고 허..허...신음소리만 내며) 아빠...우리 선생님...선생님..
상두 (아차 싶어 보리의 눈을 가린다) ...맞을땐 다 맞을만한 이유가 있으니까 맞는거야. 들어가자. (보리를 안아 올리려는데)


보리, 상두의 손을 스르르 빠져 나가 민석에게로 달려가더니 민석에게 발길질을 하 는 험상맨1의 손을 앙 물어 버린다.
험상맨1, 비명지르며 보리를 쳐내는 바람에 보리, 한쪽으로 나 뒹굴며 울음을 터뜨린다.


상두 저 새끼들이....


상두의 눈에 불꽃이 일더니 그대로 달려가 험상맨들을 향해 발차기를 날린다.
험상맨들과 상두, 삼대 일의 싸움...상두, 험상맨들에게 맞기도 하지만 환상적인 돌려차기와 주먹으로 상대들을 제압해 간다.
민석, 그런 상두를 보는.


10. #레지던트실
상두, 코피가 났는지 한쪽 코를 솜으로 틀어막고, 한쪽 뺨에 멍이 들고 입가가 찢어져 핏멍울이 맺혀 있다.
상두의 입가에 연고를 발라주는 손...민석이다.
민석도 얼굴 여기저기가 멍들고 핏멍울이 맺혀 있다.
상두, 엄살 부리듯 비명소리 크게 지르고.


민석 많이 아파요?
상두 (퉁명스레) 그럼 간지러울 거 같수?
민석 죄송합니다. 저땜에 괜히 보리 아버님까지...(하다가 상처가 욱신거리는 듯 인상을 찌푸린다)
상두 (퉁명스레) 일루 얼굴 대 봐요. (민석의 얼굴을 손으로 잡더니 자기 앞으로 돌려 연고를 발라준다)
민석 ....(상두를 고맙게 보는)
상두 사람 죽였어요?
민석 ....(씁쓸한)
상두 그 인간들두 참, 법 뒀다 뭐하냐? 그냥 교도소다 확 집어 넣어버리면 될 걸...애들두 아니구 주먹질을 하구 그러냐?
민석 (씁쓸하게 웃는)
상두 (상처에 연고 다 발라주고) 의사라는 게 참 이렇게 치사하구 더러운 직업인줄도 모르구, 우리 나라 사람들 그냥 의사라면 헤벌레 해가지구 대단한 벼슬이나 되는 줄 알구....솔직히 웃기지 않아요?
민석 (씁쓸하게 웃는, 마음은 비참하다.) 웃겨요.
상두 난요. 내 자식이 나중에 아빠! 나 의사하까 제비하까 물어보면 당근 제비해라. 그럴 거예요.
민석 (씁쓸하게 웃으며 수긍한다는 듯 고개 끄덕인다)
상두 (이 자식 성격이 꽤 좋네...기분이 나쁘다) 기분도 꿀꿀한데 술이나 거하게 한잔 사시지.
민석 ...저요?


11. #야외 주차장/민석 차안


은환, 조수석에 앉아 민석을 기다리고 있다.
은환, 시계를 보다가 내리려고 안전 벨트 풀려는데 또 말을 듣지 않는다. 잠깐 낑낑 대다가 하는 수 없이 포기하고 시트에 몸을 기대는데, 차창으로 비가 툭툭 떨어진 다.


12. #포장마차


빗소리가 그대로 들리는 포장마차.
민석의 소주잔에 따라지는 소주...상두가 따르고 있다.
제법 많이 취한 민석, 소주를 단숨에 들이켜 버린다.
빈 소주병 열병 정도 놓여있다.


상두 (궁시렁) 있는 놈이 더 해요, 더해...치사하게 겨우 포장마차냐?
민석 (비통하다) 난 세상에 직업이 의사밖에 없는 줄 알았어요...아버지두 의사구, 어머니두 의사구...형두 누나두 의사였거든요. (다시 자작하더니 한숨에 들이켜 버린다)
상두 (못마땅하게 보며 궁시렁 ‘그래, 너 잘났다, 짜식아’)
민석 이럴땐 정말 다 때려치구 싶어요....보리 아버님 말씀처럼 의사만 아니라면 의사만 아니라면...까짓 제비짓인들 못하겠어요?
상두 (이 자식이..) 직업엔 귀천이 없는건데 남의 직업을 그렇게 비하하면 안되죠! 제비루 뛰시는 분들도 나름대루 자긍심두 있구, 애환도 있을텐데...
민석 (O.L. 픽 비웃으며) 제비가 무슨 자긍심이 있구, 애환이 있어요? 지나가던 참새가 웃겠다.
상두 (이를 가는) 있대요!
민석 (술이 많이 취했다.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제비가 무슨..그런 게 어딨어어?
상두 (열이 확 받친다) 있으면 어떡할건데?
민석 (손을 크게 내저어 손사래를 치며) 없어, 없어, 없어. (술기운에 고개를 아래로 툭 떨구며) 없어.
상두 (아우, 이 자식을 그냥...한대 칠 듯이 숟가락 든 손을 민석의 뒤통수에 대고 흔들어 대는데, 숟가락이 그만 딱 민석의 뒤통수를 때린다)
민석 (술기운에 의식을 잃고 그대로 테이블로 퍽 엎어져 버린다)
상두 (식식거리며 밉게 보는)


13. #민석 차안


은환, 표정이 일그러져 식식거리며 앉아 있다.


14. #병원앞


비는 계속 쏟아지고 있고.
상두, 술에 취해 의식을 잃은 민석을 업고 병원쪽으로 걸어오고 있다.


상두 (꿍얼대는) 얼마나 많이 처먹었는지 드럽게 무겁네, 자식.


15. #당직실정도 (혹은 레지던트 숙소)


상두, 민석을 침대위에 거칠게 눕힌다.
머리도 쾅 놓고, 늘어진 팔이며 다리며 팽개치듯 놓고는 한쪽에 놓여진 수건으로 (혹은 의사 가운으로) 자신의 젖은 머리와 옷을 닦으며 시이..궁시렁거린다.


민석 (갑자기 생각이 든 듯 눈을 게슴츠레 뜨고) 은환이..은환이 차에 두고 왔는데.
상두 (흠칫..보는)
민석 (벌떡 몸을 일으킨다) 은환이...은환이한테 가야 되는데...(일어날 듯 하다가 그대로 다시 쓰러져 의식을 잃는다)
상두 (표정)


16. #병원 계단


계단을 정신없이 뛰어 내려 가는 상두의 발.
설레임에 달뜬 눈빛의 상두.


17. #주차장


여전히 비, 쏟아지고 있다.
우산을 쓴 상두, 빠른 걸음으로 후레쉬를 들고 차들을 살피고 있다.
한참을 살피던 끝에 민석의 차 앞으로 다다른 상두, 후레쉬 불빛 비치는 곳에 은환 의 모습이 보인다.
기다리다 지친 듯 잠에 곯아떨어진 은환...추운 듯 몸을 꼭 움츠리고 기침하고 있다.
그런 은환을 애틋하게 보는 상두.


18. #보리 병실


취침등 켜져 있고, 보리, 침대위에 누워 잠들어 있고, 만도, 간이 침대에 이불(작은 군용 모포) 덮고 누워 코를 골며 자고 있다.
상두, 들어오더니 만도가 덮은 이불을 홱 채서 든다.


19. #민석 차안


웅크리고 잠든 은환의 위로 덮히는 만도의 이불.
히터를 트는 상두의 손.
은환, 비로소 기침을 멈추고 움츠렸던 손을 스르르 풀며 편안한 표정이 된다.
운전석에 앉은 상두, 그런 은환을 물끄러미 본다.


20. #병원 외경


캄캄한 밤, 장대같은 비가 쏟아지고 있다.


21. #민석 차안


차창으로 비 쏟아지고 있고, 상두, 운전석에 멍하니 앉아 앞을 보고 있다.
은환, 상두의 어깨에 기대 잠들어 있다.
상두, 이불밖으로 나와있는 은환의 손을 본다. 잡으려고 손을 내밀다가...


22. #양옥집앞 (상두가 입양된, 아침, 과거)


상두, 문득 넝쿨 장미쪽으로 발길을 돌려 장미를 꺽는다.


상두(E) 엄마! 학교 다녀오겠습니다.


23. # 은환집일각


환한 표정의 상두, 장미꽃 다발을 만들어 들고 향기를 맡으며 오는데.


은환(E) (울먹이는) 몰라요, 정말 몰라요, 아줌마.


상두, 놀라서 은환집 앞으로 가는데.


24. # 은환마당


은환, 새파랗게 질려 바들바들 떨고 있다. 지환(7), 은환 뒤에 숨어 훌쩍거리며 울 고 있다.
사나운 인상의 여자들 서넛, 은환을 둘러싸고 위협하고 있다.


여자1 니 에미 어디 숨었어? 엇다 숨겼어, 이년아!!
은환 (고개 젓는) 엄마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데요?! 울 엄마가 뭘 어쨋는데요?
여자2 니 에미 그 죽일년이 우리 돈 다 떼먹구 날랐다, 왜?!! (다른 여자들에게) 이 년이 새끼들까지 다 버리구 날른 모양이네?
은환 (절망적인 표정인데)


이때, 다른 서너명의 남녀들 텔레비젼, 구형 전축(나팔 모양의 스피커), 심지어 옷가지까지 방안의 물건들을 마당으로 끌어내 온다.
은환, 구형 전축 스피커를 든 우락부락한 인상의 남자를 가로 막으며.


은환 안돼요, 그건 안돼요. 아저씨...(스피커를 잡으며) 이건 울 아빠 거예요. 돌아가신 울 아빠 유품이예요.
여자2 돈 가져와, 돈 가져 오면 돌려주께..(하며 은환을 밀친다)
은환 (힘없이 넘어지고) ...아저씨, 그건 가져 가지 마세요, 제발.
지환 누나아아 (은환을 잡고 우는)
은환 (남자에게 가서 사정하는) 아저씨이...제발...
상두 (대문밖에서 지켜보며...뛰어 들어가지도 못하고 주먹을 불끈쥐는)


25. #트럭 운전석(달리는)


은환집에서 스피커를 갖고 나왔던 남자, 운전하고 있고, 여자2, 조수석에
타고 있다.
이때, 트럭 앞으로 갑자기 상두가 뛰어들고, 운전하던 남자, 깜짝 놀라 급브레이크 를 밟는다.


26. #길


상두를 거의 치일뻔하며 트럭이 멈추고, 상두,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트럭 짐칸으로 훌쩍 뛰어 올라 이것 저것 뒤지기 시작한다.


남자 (트럭에서 내려) 야 이 새끼야! 너 뭐야?!!
상두 (들은 척도 않고 트럭 뒤지다가 스피커를 찾아낸다. 스피커를 가슴에 안고 훌쩍 뛰어내리는데)
남자 (상두의 멱살을 와락 잡으며) 그거 못 놔, 임마!
상두 (유들유들하게) 이거 그냥 저 주세요, 아이씨!
남자 이 자식이 미쳤나?
상두 (눈웃음까지 지으며) 나중에 이거보다 백배쯤 더 좋은 거 사드릴께...고물상에 줘봤자 값두 안 나가요, 이런 고물은...(하는데 남자가 휘두른 주먹이 정확하게 얼굴을 강타한.....입가에 피가 흐른다)
남자 그거 놔!! ..(상두에게서 스피커를 뺏으려하는데)
상두 못 놔!! (안 뺏기려고 하고)


상두와 남자, 심한 실랑이를 벌이고, 여자2, 나와서 보는데.
이때, 한 순간 남자, 상두에게 밀쳐지며 뒤로 넘어가다 트럭 모서리에 쿵 머리를 찧는다.
남자, 그대로 의식을 잃고 힘없이 바닥으로 쓰러지고. 여자2, 비명을 지르며 어디론가로 뛰기 시작한다.
상두,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충격받고 당황하는...스피커는 꽉 끌어안고 있다.


27. #은환마당


여기저기 어지럽혀진 마당.
은환, 우는 지환을 달래고 있다.


은환 괜찮아, 엄마 곧 오실거야...괜찮아. (하지만 자기도 비죽이며 우는데)
심란(E) 은환아!
은환, 돌아보는데, 머리에 밀짚모자와 수건을 쓰고 나름대로 변장을 한 젊은 심란, 조심스레 주위를 살피며 들어선다.
지환, “엄마!”하며 심란에게 가 안긴다.


은환 (당혹스런 표정으로 보는)
심란 (엉망으로 어질러진 마당을 한숨쉬며 복잡한 표정으로 보더니) 엄만 지환이 옷 챙길거니까, 넌 어서 니 옷이랑 물건등이랑 챙겨.
은환 어떻게 된거야, 엄마?
심란 사람들한테 들키기전에 가야 돼, 어서. (하며 방으로 급하게 들어간다)
은환 ....나 도망 안 가. 난 안가, 엄마!!


이때, 저멀리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 들려온다.
은환, 안색이 하얗게 질려 휙 돌아보는...혹시 심란을 잡으러 온 건가?


28. #길


남자, 죽은 듯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고, 상두, 멍한 표정으로 여전히 스피커는 꽉 끌어안은 채 장승처럼 서 있다.
점점 더 가까워지는 사이렌 소리.
저 앞으로 먼지를 일으키며 경찰차 달려오고 있다.


상두 ....(그대로 표정없이 넋나간 눈빛)


29. #병원 주차장(현재)


여명의 새벽, 비는 그쳤다.
사이렌 소리 울리며 엠브란스가 민석의 차를 스쳐간다.
민석의 차에 은환, 곤히 잠들어 있다.


30. #레지던트 숙소


잠들어 있던 민석, 천천히 눈을 뜨다가 문득 생각이 든 듯 벌떡 일어난다.


31. #병원주차장


민석, 정신없이 달려 차 앞으로 온다.
은환, 여전히 잠들어 있고, 운전석엔 아무도 없다.
민석, 가픈 숨을 뱉으며 은환쪽 차창을 두드린다.
은환, 흠칫하며 잠에서 깨어나더니, 차창문을 내린다.


은환 (잠이 묻은)...민석씨.
민석 (자신도 너무 기가 막히다) 미안...미안...어떻게 이런 실술했지? (자학하듯 자신의 머리 툭툭 때리는)
은환 (잠에서 완전히 깨며 아차하는) 나 지금 외박한거야?....어떡해? 울 엄마한테 죽었다.


32. #민석 차안/병원 주차장


운전석에 탄 민석, 시동을 건다.


민석 (정신을 차리려고 고개 세차게 저으며) 후우... 어처구니가 없다, 강민석.
은환 (자신이 덮고 있던 이불을 내려다 본다)
민석 비두 왔는데 감긴 안 들었어? (하다가 은환이 덮고 있는 이불을 본다) 그게 뭐야?
은환 (고개 저으며 담요를 들어 냄새를 맡아 보다가 악취에 표정을 일그러뜨리는)


은환을 태운 민석, 차를 운전해서 주차장을 빠져 나간다.
민석의 차가 사라지자 마자, 건물 벽 뒤쪽에 숨어 있던 상두, 모습을 드러낸다.
상두, 멀어져가는 민석의 차를 허탈한 표정으로 본다.


33. #상두 옥탑방


상두, 털레털레 걸어와 빨래줄에 널린 빨래를 걷는데,
끈나시에 핫팬츠 차림의 세라, “상두야! 상두야!” 다급하게 뛰어 올라오더니 상두의 허리를 잡고 상두의 뒤로 가 숨는다.


상두 뭐야, 너?
세라 어떤 아줌마가 나 패 죽일라 그래, 상두야.


세라의 말, 떨어지자 마자, 억센 인상의 30대 후반 여인 플라스틱 빗자루를 들고 헐 떡거리며 나타난다.


여인 도망가면 못 잡을 줄 알았어? 이리 나와, 이리 나와!!
상두 (황당한 ) 뭐야,? 곗돈이라두 떼먹었어?
세라 왜 나한테 그래요, 아줌마! 이쁘구 섹시한 것도 죄예요?
여인 저 년이 터진 입이라구...이리 와, 너! 너 죽구 나 죽자, 오늘! (세라를 잡으려고 오는데)
세라 (억울해서) 내가 뭘 어쨋다구 그래요, 진짜!! (상두뒤에 악착같이 숨어서 피한다)
여인 이리 안 와!
세라 아저씨 혼자서 짝사랑하는거지 난 아저씨 꼬신 적 없단 말예요!


상두를 방패막이로 놓고 세라와 여인, 맴을 돌며 술래잡기(?)를 하는데.


세라 (악착같이 외치는) 그런 숏다리 멸치 대가리는 트럭을 갖다줘두 싫단 말예요!!
여인 저년이 저게....(빗자루를 휘두르며 팰 듯이 하는데)
상두 (대충 짐작이 간다. 여인을 잡으며) 잠깐만요, 아주머니.
여인 놔! 넌 누구야?
상두 이 아가씨 남자친굽니다.
세라 !
여인 ?
상두 (정중하게 부드럽게) 뭔가 오해가 있으신 거 같은데, 얘가 저 놔두구 다른 남자한테 꼬리치구 그럴 애가 아니거든요.
세라 (상두의 말에 기세 등등해져) 아줌마두 머리가 있음 생각을 해봄 되겠네!. 이렇게 근사하구 멋진 애인을 두구 내가 뭐하러 그런 응큼하구 후진 아저씰 꼬시냐? 난 뭐 눈이 없냐?
여인 (분해서 식식거리는) 저...저..저게...
세라 (약을 올리듯 혀를 쏙 내미는)


34. #상두 목욕탕


상두, 목욕탕 거울앞에 서서 거품비누 바르고 면도하고 있다.
세라, 목욕탕 문앞에 턱받이 하고 앉아 있다.


세라 (좋아서 미소가 그치질 않고) 사랑해, 상두야.
상두 면도 다하구 나서두 우리집에 있으면 아래루 던져버린다.
세라 가만 생각하니까 이쁘구 섹시한 것도 죄긴 죄야, 그치? 아까 그 아줌마같은 사람들한텐 나 같은 여잔 거의 암적인 존재겠어, 그치?
상두 (휙 세라를 보더니) 일어나 봐.
세라 왜? (의아한 표정으로 일어선다)
상두 (세라앞으로 다가오더니) 너 그걸 옷이라구 입구 댕기냐?
세라 뭐어?
상두 이게 빤스지, 바지야? 그러니까 이상한 오해나 받구 하는 거 아냐?
세라 (삐죽)
상두 (주변을 둘러보다가 목욕탕 앞 한쪽에 뒹굴고 있는 싸인펜을 집어 들더니 세라의 팔을 잡아 팔꿈치 약간 위로 돌려 그리며) 윗도리는 여기까지!
세라 .....
상두 (몸을 굽혀 세라의 종아리 아래로 긴 선을 그리며) 아랫도리는 여기까지!...오케바리?
세라 (좋아서 히죽 웃으며) ....너두 사실은 나 좋아하는 거 맞지? 다른 남자들이 내 몸매 쳐다 보는 거 솔직히 싫지?...(몸을 굽혀 앉으며 자신의 얼굴을 상두의 얼굴 가까이에 대고) 괜히 튕겨보는 거지? 멋있어 보일라구? 그치?
상두 꼴값을 떨어라, 아주. (세라의 들이민 얼굴을 손으로 홱 밀쳐버린다)
세라 (뒤로 나동그라지며 엉덩방아 찧는다) 아우.
상두 (그대로 표정없이 거울을 보며 다시 면도 시작하는)
세라 (자존심도 없다) 면도하구 샤워할 동안 청소 해놓을테니까 갈비 사줘.
상두 (대꾸도 않는)


35. #상두방


빈 술병과 컵라면 용기들, 벗어논 옷들이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는방.
세라, 걸레 들고 들어와 쓰레기는 쓰레기 통에 버리며 빨래할 옷들을 주워든다.
한쪽에 팽개져친 상두의 바지를 챙겨들다가 주머니가 묵직한 것을 보고, 꺼내서 본다. 은환의 핸드폰이 들어있다.
세라, 핸드폰에 붙은 은환의 스티커 사진을 보다가 폴더를 열고, 전원을 켠다.
누구지? 갸웃하며 의아한 표정 짓는데.
갑자기 핸드폰 벨이 울린다.


세라 (깜짝 놀라며 혹시 상두한테 들킬까 얼른 전화 받는)...네에.
심란(F) (약간 감정섞인) 너..너 누구야?
세라 (어이없는) 그러는 넌 누군데?


36. #심란 족발가게


심란, 카운터에 앉아 전화하고 있다.
심란 바로 뒤로 전단이 붙어 있다. 8살 여자 아이의 사진과 함께 <사람을 찾습니다. 이름 공 팔란, 잃어버렸을 당시 나이 8살, 신체 특징, 등에 화상을 입은 흉터 자국이 있음, 이 여자분을 보셨거나 아시는 분은 과부 족발집으로 연락주시면 후사하 겠습니다.>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심란 (흥분해서) 너, 너 어디야? 거기! 어디야?!!


37. #상두방


전화를 받고 있는 세라의 등에 화상 자욱이 희미하게 보인다. (등이 제법 많이 파 진 끈 나시를 입었다)


세라 (오기가 생긴다) 그러시는 분은 거기 어딘데? 전화를 건 분이 먼저 말씀을 하셔야지!


38. #심란 족발가게


심란 니가 그 핸드폰을 왜 갖구 있어? 니가 그 도둑년이지?...니년이 내 딸 죽일뻔한 그 도둑년이지?!!


39. #상두방


세라 (어이없어) 뭐? 너 지금 말 다했어?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서는)


40. #심란 족발가게


심란 (화를 못참고 벌떡 일어나며) 뭐? 너? 너어? 이런 싸가지 없는 년이...보아하니 젊은 년 같은데, 너 몇살이야? 넌 에미 애비도 없어, 이 년아!!


41. #상두방


세라 (열 받았다) 그래, 나 에미 애비 없어, 왜?!! 당신이 내 에미 애비없는 데 보태준 거 있어?


42. #심란 족발가게


은환, 민석과 함께 가게로 들어서는데.


심란 뭐 이런 년이 다 있어?!! (당장 따지러 갈 듯) 어디야, 너 거기 어디야?!!
은환 왜 그래, 엄마?


43. #상두방


세라 내가 그걸 왜 갈쳐주냐?!...그래, 나 에미 애비도 없이 막자라서 어른도 모른다, 어쩔래?!!
상두 (샤워하다 말고 수건만 감고 들어서며 버럭) 윤 세라!
세라 (흠칫 놀라서 보는)
상두 (세라가 은환의 핸드폰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기함을 하며 핸드폰을 탁 뺏는다)


핸드폰에선 심란과 은환의 소리 그대로 들려온다.


심란(F) 야! 너 내 손에 걸리면 죽을 줄 알어. 이년!
은환(F) 진정해, 엄마! 왜 그래애?
상두 (굳은 표정으로 핸드폰 밧데리를 거칠게 빼 버린다)
세라 (눈치보며)...상두야.
상두 (노기 찬) 꺼져!!
세라 상두야.
상두 (버럭) 꺼지란 말 안 들려!!!
세라 (눈치 보며 밖으로 나간다)
상두 (너무나 당황해 온 몸의 기가 다 빠져 나가는 느낌이다...털석 벽에 머리를 기대는)


44. #심란 족발가게


심란, “뭐 그딴 기집애가 다 있냐?”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하며 화를 삭이지 못하고 있고, 은환, 심란의 어깨를 주물러 주고 있다.


은환 진정해, 엄마! 안 그래두 혈압두 높은 사람이....자, 냉수 드세요.
심란 (냉수 마시고)
민석 (전화 계속 해보다가) 핸드폰을 껐나 본데요?
심란 하우, 분해...아침부터 새파랗게 어린 년한테...이게 무슨 짓이야? 하우, 분해.
은환 그러게...내 핸드폰엔 뭐하러 전화했어?
심란 니가 연락두 없이 안 들어와서 무심코 전화했지, 이년아. 도둑 맞은 거 잠깐 까먹구....(하다가 문득 생각이 든듯) 참! 너! 왜 지금 들어와?
민석 그게요, 어머님...제가 실술 좀 해 가지구...
심란 실수? 무슨 실수?...(파르르) 너, 너 이눔 우리 은환이한테 무슨 짓 했어?
은환 아냐, 엄마. 그게 아니구.
심란 아니긴 뭐가 아냐?....(민석을 매섭게 보며) 우리 은환이 건드렸냐, 너?
민석 아닙니다, 어머님....상상하시는 그런 게 아니구요.
심란 (O,L.) 니들 둘이 지금 외박하구 들어왔잖어!!...(은환을 사정없이 때리며) 귓구멍에 못이 박히도록 그렇게 일렀는데, 그냥!! 아버지 빼구 남자는 다 도둑놈이라구, 몸 가짐 조심하라구 그렇게 일렀는데, 왜 에미 말을 안 들어, 이 얼빠진 년아?!!
은환 엄마! 그게 아니란 말야.
민석 (심란을 말리며) 정말 저희,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정말 따루 잤습니다, 저희!!
심란 정말이야?
민석 저 못 믿으세요?
심란 (민석을 보다가...거짓말이 아닌 것 같다....한숨을 몰아쉬고) 그렇게 같이 있구 있음 어서 어서 결혼해...난 남자라면 내 아들도 못 믿어. (은환을 보며) 차라리 도둑질을 하지, 애비없는 자식은 절대루 낳는 거 아니다? 니 에미 사는 거 보구두 몰라?
(집으루 들어가 버린다)
은환 (착잡한 표정으로 벽 한켠에 붙은 팔란을 찾는 전단을 본다).....


45. #세라방


세라, 벽에 힘없이 기대어 어린 시절 심란과 함께 찍은 빛바랜 사진을 들여다 본다.


세라 ........엄마.


46. 호텔앞


상두, 작업을 마치고 호텔문을 나서며 택시를 잡으려는데
이때, 빵하고 크락션 소리 난다.
상두, 자기하고 상관없는 일인 줄 알고 다른 곳을 보는데.


교장(E) 어이! 착한 젊은이!


상두, 고개 돌려보면, 티코(혹은 다른 앙증맞은 소형차) 운전석에 탄 교장, 선글라스 를 머리위로 올리며 상두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어 대고 있다.
상두, 얼떨결에 고개 숙여 인사하고.
교장, 조수석으로 와 타라고 손짓해 보이는.


47. #교장 차안(달리는)


상두, 얼떨떨한 표정으로 조수석에 타 있다.
카세트에선 흥겨운 신세대 가요가 흐르고 있다.


교장 (몸을 으쓱으쓱 흔들어 대며) 안전벨트.
상두 (안전벨트하고)
교장 그 호텔 지하 연회장에서 사립학교 교장단 모임이 있었거든...자네는 어쩐 일이야?
상두 아,예....커피숍에서 친구를 좀 만날 일이 있어갖구요.
교장 아, 커피숍...그날은 왜 그냥 가버렸어? 식사라두 같이 할려구 했는데.
상두 예에...뭐 그냥...급한 일이 좀 있어 갖구요.
교장 그렇게 가버려서 얼마나 섭섭했는데? 좀만 기다렸다가 술이나 한잔 같이 하자구.... 안 바쁘지?
상두 ...(은환이를 볼수도 있다) 예, 안 바쁩니다.


48. #교장실


응접 테이블위에 놓여지는 오렌지 쥬스.
순애, 잔뜩 수줍은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하며.


순애 (몹시 여성스런 말투) 교장 선생님께서 학생 주임 선생님과 잠깐 나눌 말씀이 있다 구 10분만 기다리시라는데요.
상두 아, 예.
순애 전 스파이더맨이 나타난 줄 알았어요.
상두 (쥬스 마시다가) 예?
순애 제가 가장 감명깊게 본 영화였거든요, 스파이더맨.
상두 예에...(머쓱해서 쥬스를 마시며)
순애 영화보다두 훨씬 스펙터클하구 교훈적이구 감동적이었어요.
상두 (민망하다)
순애 요즘처럼 각막한 세상에 선생님같은 분과 같은 하늘아래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다는 게 얼마나 영광인지 모르겠어요.
상두 (괜히 닭살이 돋는다, 쥬스 마시다 사래 들려 기침하는데)
순애 어머, 어떡해? 괜찮으세요? (상두의 등을 두드려 주는데)


이때, “아! 아!” 하는 지환의 비명소리 들린다.
상두,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 돌려보면, 복도 유리창으로 은환이 지환의 귀를 잡 고 끌고 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순애 (여린 척 하며) 저 선생은 정말 여자가 왜 저렇게 몰교양하구 난폭한 지 모르겠어 요.
상두 .....


49. #컴퓨터실


아무도 없는 컴퓨터실.
은환, 지환을 끌고 들어와 문을 쾅 닫고, 비로소 귀를 놓아준다.


지환 하우, 아퍼어.
은환 (들고 있던 나무 막대기로 지환의 머리를 딱 때리며) 아프긴 뭐가 아퍼? 니가 아픈 맛을 정말 못 본 모양인데, 오늘 한번 제대루 맞아봐라!... 엎드려 뻗쳐!
지환 (껄렁하게) 못 뻗치겠는데요?
은환 뭐?
지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선생이 학생을 맘대루 패요? 선생님, 제 정신이예요?
은환 (파르르) 뭐?
지환 털끝만 건드려봐요, 경찰에다 확 고발해 버릴거니까!!
은환 (기가 막혀 어쩔 줄 몰라하다가) 그래, 고발해! (막대기로 지환을 때리며) 고발해!
니 덕분에 콩밥 한번 먹어보자! 고발해!!
지환 하우, 정말...(하며 은환의 팔을 탁 잡는다)
은환 이 자식이...(하며 다른 팔로 지환을 치려는데)
지환 (그 팔 마저도 탁 잡는다)
은환 이거 놔! 이거 못 놔!! 놔아...(하며 몸부림을 치는데)
지환 (잡고 있던 손을 확 놓아버린다)
은환 어어...(그 바람에 몸이 쏠리며 기우뚱 앞으로 넘어지는데)
지환 (은환을 탁 잡아주며)...채은환 선생님! 교직 생활 오래 하구 싶으시면 성질부터 좀 죽이셔야겠어요! (은환의 손에서 막대기 뺏아 확 부러뜨리고 인사하고 나간다)
은환 (식식거리며 보는)


50. #복도


지환, 컴퓨터실에서 나와 껄렁한 폼으로 걸어가며 핸드폰을 한다.


지환 그래, 거기서 만나자...고럼, 간만에 한번 달려줘야지.


상두, 한쪽에 서서 그런 지환을 노려보는데, 지환, 이 자식은 뭐야? 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그대로 상두를 스쳐간다.


지환 스트레스 받쳐서 돌아가시겠다,아주.


잠시후, 컴퓨터실 문 열리고, 은환, 나오더니 잠깐 생각하더니 어디론가 부지런히 걸어간다. 자기 생각에 빠져 그 옆으로 서 있는 상두는 보지 못했다.
그런 은환을 보는 상두.


51. #학교 뒷켠 한적한 곳


폭주족들이 잘 타는 불법 개조한 오토바이 한 대가 서 있다.
은환,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오다가 오토바이를 발견하고 눈이 반짝한다.
은환, 누가 오는지 열심히 주위를 염탐하고는 주머니칼을 빼든다.
쪼그리고 앉아 오토바이 바퀴에 열심히 칼질을 해대기 시작하는 은환.
땀까지 흘리며 낑낑대며 그어보지만, 구멍은 날 생각도 않고 칼날만 뎅강 부러져 버린다.
상두, 숨어서 그런 은환을 지켜보고 있다.
은환, 잠시 생각하다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듯 어디론가 부지런히 간다.
상두, 오토바이와 은환을 번갈아 보다가 피식 미소를 흘린다.


52. # 동 장소


지환, 걸어오다가 눈이 동그래지며 충격을 받은 표정이 된다.
오토바이, 형체도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조각조각 분해가 되어 있고, 타이어에도 구멍이 나 있다.


지환 (충격에 넋이 빠져) 내 오토바이...내 오토바이....(달려가서 오토바이 조각들을 주워 들며 기가 막힌다) 이 씨...이 씨...누구야? 어느 새끼야? (문득 은환의 소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환, 벌떡 일어나 휙 돌아서는데, 역시 기가 막힌 표정으로 서 있는 은환이 보인 다.
은환, 두손을 뒤로 해 톱을 감추고 있다.


은환 (창백해져서) 아..아니야....나...난 아냐....내가 안 그랬어....정말이야, 내가 안 그랬어.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 치는)
지환 (주먹을 불끈 쥐고 식식거리며 죽일 듯 은환에게 다가오는데)
상두(E) 내가 그랬어.


은환과 지환, 소리 나는 곳을 보면, 드릴과 망치를 든 상두, 한쪽에서 나타난다.


은환 (기함을 하고)
지환 (노려보는데)
상두 (태연한 표정으로) 그게 니 오토바이냐? 난 내 오토바인 줄 알았지. 어쩜 똑같이 생겼네.
지환 (폭발한다) 으으..(하더니 주먹을 쥐고 상두에게 달려들려고 하는데)
은환 (지환을 두 팔로 꽉 안아 잡으며) 안돼, 저 사람 싸움 되게 잘해. 너 같은 건 쨉두 안돼.
상두 (피식 웃는)
지환 놔아, 이거 놔아.
은환 안돼...잘못 걸리면 너 저 사람한테 뼈두 못 추려, 자식아! 참어! 니가 참어!!


53. #학교 옥상 (노을녘)


상두, 미소 머금고 옥상에 서서 바람을 맞고 있다.
옥상문 열리고, 은환, 자판기 커피 두 잔을 들고 온다.
상두, 그런 은환을 따뜻한 미소로 보고, 은환, 쓸쓸한 표정 짓는다.
시간 경과.


은환 (앞을 보고 커피 마시며) 왜 또 왔어?
상두 ...(싱글 웃으며 유쾌하게) 너, 보구 싶어서.
은환 (어이없는 듯) 예전이나 지금이나 하나두 안 변했어, 넌.
상두 (피식 웃으며 커피 마시는)
은환 십년동안 소식 한번 없던 사람이 어떻게 날 찾아냈는지 모르겠지만...나 예전의 은환이 아냐.
상두 (커피 마시던 손...그대로 정지되는)
은환 철없던 사춘기 소녀가 아냐, 이젠...니 말 한마디에 가슴 떨리구, 니 눈짓 하나에 잠 못 자구, 그런 은환이가 아냐.
상두 .....(보는)
은환 (상두 보지 않고) 뭐 때문에 니가 날 찾아냈는지, 이렇게 다시 찾아왔는지 모르겠지만, 다신 너한테 안 속아.
상두 (피식 웃는)
은환 잘 가. (눈물이 그렁해져 돌아서는데)
상두 은환아.
은환 (멈칫)
상두 언제나 매일 보구 싶었어.
은환 ......
상두 잠자는 시간 빼군 니 생각만 했어.
은환 (눈물이 툭 흐른다)
상두 널 다시 만나게 해 달라구 십년을 간절히 빌었더니...이제서야 소원을 들어주시네.
은환 (눈물 닦으며 어이없는 듯 웃는) 말 솜씨는 여전하구나?
상두 (다짐하듯) 다신 너 안 놓쳐.
은환 ...나 남자 있어.
상두 알아.
은환 (잠깐 당황하다가) 결혼할 사람이야.
상두 알아.
은환 아는데, 나한테 이래? 내가 그렇게 우스워 보여?
상두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다. 후회할 짓은 두 번 다신 안해.
은환 조만간 청첩장 보내주께. (돌아선다)
상두 .....(씁쓸하게 피식 웃는)


54. #은환교실


은환, 창가에 서서 운동장을 본다. 학생들은 자습하고 있다.
석양아래 상두가 뒷 모습을 보이며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55. # 교문 근처


상두, 털레털레 걸어가고 있다. 생각이 없는 사람처럼 표정없이 걸어가는데 갑자기 좀전 일이 생각난다.


상두 아, 쪽팔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데)


이때, 핸드폰, 울린다.


상두 (발신자 표시 보고) 어, 삼촌! 왜?...(어이없는) 뭐?


56. #보리 병실


보리, 이불을 뒤집어 쓰고 훌쩍이며 울고 있다.
만도, 밥과 반찬이 고스란히 남은 환자 식판을 든 채 보리를 달래고 있다.


만도 차보리! 그렇다구 밥을 안 먹으면 어떡해?...(식판놓고 옆에 있는 초코파이 꺼내며)
어우, 이게 뭐야? 우리 보리가 젤 좋아하는 초코파이네....이거 할아버지가 다 먹는다, 그럼? (한 입 베어문다)


이때, 병실문 열리고, 상두, 들어선다.


상두 무슨 일이야? 보리 왜 그래?
만도 넌 어떻게 새낄 나두 저런 희안빠꿈한 걸 낳았냐? (남은 초코파이 먹는데)
상두 뭔데?...(아이를 어르는 다정한 아빠의 느낌) 보리야, 왜? 우리 보리 왜 울어?
보리 (이불 뒤집어 쓴 채 더 큰소리로 운다)
상두 (휙 만도를 노려보며 만도가 먹는 초코파이를 홱 뺏으며 버럭 화내는) 애 먹는 걸 또 뺏어 먹냐!!
만도 (억울한) 이 자식은 만만한 게 나지, 만만한 게!
상두 (보리를 다시 달래며) 보리야? 왜?....(보리귀 가까이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며) 아빠한테만 살짝 말해봐...우리 보리 왜 이렇게 화가 났어어?
만도 거 왜 강민석인가 뭔가 보리가 죽고 못사는 의사 선생있잖아.
상두 (민석이라면 예민해진다) 그 자식이 왜? 그 자식이 우리 보리한테 무슨 짓 했어?
만도 그 선생이 오늘 희진이만 데리구 놀이동산 갔단 얘기 듣구 울구 불구 단식 투쟁 하구 있는거야, 저 기집애가.
상두 (기가 막히는) 뭐?
만도 발톱만한 게 뭐 이런 게 다 있냐? 정신과 치룔 좀 받아봐야 되는 거 아니냐, 얘?
상두 (밉게 흘기며 보리 들으라는 듯 큰소리로) 당연히 열 받구, 단식 투쟁할 일이지! 그 자식은 왜 인간 차별한대? 희진이는 놀이동산에 데꾸 가구, 우리 보린 왜 빼?!!
만도 어이, 보리 아버지! 자네까지 왜 이러나?
상두 희진인 가구공장 사장 딸이라 데꾸가구! 우리 보린 별 볼 일 없는 놈 자식이라 안 데꾸 갔다!! 이거 아냐?
만도 ....그렇대? (그렇다면 기분 나쁠 일이지?)
상두 .....(표정)


57. #병원로비


민석, 희진(제법 많이 아파보이는. 항암 치료 중이라 모자를 썼다.) 의 손을 잡고 들 어선다.


민석 희진이 오늘 재밌었어?
희진 네.
민석 우리 나중에 또 가자, 그럼....약속!
희진 약속!


민석과 희진, 새끼 손가락을 거는데, 간호사, 다급하게 달려오더니.


간호사 큰일났어요, 선생님!
민석 응?
간호사 글쎄, 차보리 어린이 보호자들이 과장님방 앞에서....
민석 (의아한 표정 짓는데)


58. #과장실 앞


민석, 뛰어와 서며 어이없는 표정이 된다.
상두와 만도, 과장실앞에 버티고 앉아 농성하고 있다. 벽에는 형형색색으로 쓴 대자보(인간 차별하는 강민석은 각성하라! 없는 것도 죄냐? 차별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등의 문구가 씌여진) 가 붙어 있고, 상두와 만도는 “철폐! 인간차별!” “강민석은 사직하라”고 쓴 머리띠까지 매고 있다.
보리, 한쪽에서 그런 만도와 상두를 지켜보고 있다.


상두 (민석을 노려보고 있고)
만도 (민석을 보자 숟가락으로 남비를 두드리며) 각성하라! 각성하라! 인간 차별 웬말이 냐! 없는 것도 서러운데 인간 차별 웬말이냐! 각성하라! 각성하라.
민석 (기가 막혀서) 보리 아버님! 보리 할아버님! 왜 이러십니까?
상두 왜 이러십니까? 대단하신 의사 선생들은 은혜를 베풀면 원수로 갚나 보죠?
당신땜에 깡패 놈들한테 맞은 상처, 아직 딱지도 안 떨어졌어!
만도 (다시 구호 외치는) 있는 놈만 사람이냐! 서러워서 못 살겠다! 사직하라! 사직하라! 강민석은 사직하라!!
민석 (할 말을 잃는데)
상두 우리 보리 암것두 못 먹구 홧병 나갖구 주사 맞구 난리났어, 지금! 보리 잘못되면 당신이 책임질거야?
민석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다)
만도 인간 차별 웬말이냐! 없는 놈도 사람이다! 때려춰라 ! 때려춰라! 강민석은 때려춰라!
상두 (만도를 따라 구호를 외치는) 인간 차별 웬말이냐! 없는 놈도 사람이다! 때려춰라 ! 때려춰라! 강민석은 때려춰라!


59. #족발집앞(밤)


은환, 퇴근해서 온다.


60. #은환마당


심란, 족발들을 칫솔로 씻고 있는데, 은환, “다녀왔습니다.”하며 들어선다.


심란 (안에서 들을까봐 속삭이는) 지환이 들어왔다.
은환 학교에서 봤어. 그동안 친구 집에 있었대.
심란 어디서 얻어 터졌는지, 내내 끙끙대던데?
은환 응, 어떤 사람한테 까불다가 좀 맞았어.
심란 (얼핏 표정 굳어져서) 언 놈이 우리 지환일 팼는데?
은환 괜찮아! 고거 맞구 안 죽어요, 엄마 아들.
심란 그놈한테 패는 김에 아예 다리 몽뎅일 분질러 버리라 그러지. 고만 좀 싸돌아 댕기 게.
은환 (어이없어 웃는)


61. #지환방


지환, 침대위에 엎드려 잠들어 있다.
평상복으로 갈아 입은 은환, 문을 열고 살며시 들어선다.


은환 쯧쯧쯧...내년이면 고삼 될 녀석이 어떻게 노는 거 아니면 자는 거냐?


지환을 노려보던 은환, 미소를 씨익 흘리더니 그대로 지환에게 똥침을 놓는다.
지환, 비명 지르며 벌떡 일어난다.


지환 (버럭) 야!!...씨이...기집애가!
은환 (꿀밤을 한 대 먹이며) 기집애? 하늘같은 선생님한테 기집애가 뭐야, 기집애가!!
지환 학교에서나 선생이지, 집에서도 선생이냐,?!
은환 (다시 꽁 한 대 쥐어박으며) 누나한텐 그럼 기집애라 그럼 되냐?
지환 머리 좀 때리지 마! 머리 나빠져!
은환 나빠질 머리가 어딨냐, 니가? 전국 석차 꽁등에서 세 번째 하는 게?!! (다시 한번 쥐어박는데)
지환 야!!
은환 채지환, 너 아까 쌈할 때 가관이더라? 정말 너 우리 학교 주먹짱 맞어?
지환 (식식거리며 노려보며)
은환 어우, 한번 맞구 나더니 풀이 다 죽었네, 우리 애기.
지환 야!
은환 (일어나며) 족발이 기가 막히게 삶아졌더라. 간만에 누나랑 엄마랑 쏘주나 한잔 하자, 나와.
지환 그 자식한테 가서 전해!
은환 (보는)
지환 이번엔 연장자 공경 차원에서 내가 봐 줬는데, 담번에 다시 만나면 관 뚜껑 덮을 준비하라구.
은환 (픽 웃고 나가려는데)
지환 야!
은환 미안한데, 담번에 다시 만날 일은 아마 없을거야.


62. #은환 학교앞 버스 정류장 일각( 며칠후, 아침)


학생들, “지각이다!” 소리치며 학교로 열심히 뛰어가고 있다.
잠시후 버스 와서 멎고, 학생들 우르르 내려 학교로 뛰기 시작한다.
학생들 틈에 섞여 은환도 떠밀리다시피 해서 내린다.
은환, 엉망이 된 옷과 머리를 다시 한번 추스리고, “애들아! 같이 가!” 하며 학교를 향해 뛰기 시작한다.


63. #은환학교 교문앞


선도부 학생, 천천히 교문을 닫고, 학생들, 열려진 문틈으로 사력을 다해 빠져 들어 온다.
학생들 틈에 섞인 은환, 거의 닫힐뻔한 문을 간신히 뚫고 들어와 가픈 숨을 고른다.
은환, 학생들의 인사에 화답하며 땀을 닦으며 걸음을 옮기다가 기함한 표정이 된다.


수위복 차림의 상두, 회초리를 휘두르며 학생들 일곱명쯤을 오리 걸음을 시키고 있 다.
학생들 사이에 지환의 모습도 보인다. 지환, 식식거리며 상두를 노려보지만, 감히 쉽게 반항은 못한다.


상두 (학생 하나를 툭툭 때리며) 임마! 넌 고등학생이 머리 꼴이 이게 뭐야, 이게?!!
(지환의 머리를 툭 때리며) 학생이 이름표를 왜 안 달아, 왜?!! 전쟁터 나갈 때 총두 안 들고 나갈 자식이야, 이 자식은!!


눈앞에 있는 상두의 모습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 듯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 은환, 그 기가 막힌 표정.


지환 (결국 못 참고 벌떡 일어서며) 아, 씨!
상두 씨이? 너 지금 나보구 씨랬냐?
지환 아저씨 뭐야?
상두 나? 이 학교 수위다, 왜?
은환 (뒷켠에 서서 어이없는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는)
지환 수위면 수위노릇이나 해! 아저씨가 몬데 우릴 때리구 벌을 줘? (하는데)
상두 (채 말도 끝나기 전에 회초리로 지환의 머리를 탁 때리며) 내가 니 친구냐? 엇다가 계속 반말이야, 짜식이!!
지환 (아파서 죽을 표정) 어우우....아퍼.
상두 경찰에다 고발해! 선생도 못 패는 학생을 수위가 팬다구 경찰에다 고발해봐, 임마!
지환 (식식거리며 노려보는)
상두 학내 질서를 어지럽히는 니들 같은 놈들은 오늘부로 아작을 내버린다!...(지환을 가 리키며) 특히 너! 딱 걸렸어!!


지환과 벌 받는 학생들, 기가 막힌 표정으로 상두를 보는데.


상두 꼬우면 니들두 수위해!...(지환의 어깨를 다시 한번 탁 때리며) 맞구 앉을래? 그냥 앉을래?
지환 (노려 보다가 상두가 “확 그냥”하며 때리려는 모션 취하자 하는 수 없이 앉는다. 이를 앙무는)


상두, 고개 돌리다 문득 자신을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은환과 시선을 마주친다.


상두 (밝은 표정으로 거수 경례하며) 어서 오십시오, 선생님! 좋은 아침입니다.
은환 (기가 막힌 표정으로 보다가 몇걸음 뒷걸음질치더니 교사쪽으로 뛰기 시작한다)
상두 (그런 은환을 미소로 보다가 학생들에게 다시 윽박지르는) 뭐해, 짜식들아! 오리 걸음, 시이작!!


64. #교장실


교장, 결재 서류 검토하고 있고, 순애, 결재서류에 싸인 받으려고 서 있다.


순애 (괜히 뻐기는) 저희 반이 이번 달에도 전교 1등을 했네요, 교장 선생님....다른 선생님들 얼굴을 봐서라두 한두번은 양보를 했음 좋겠는데....
교장 애들한테 너무 공부 공부 스트레스 주지 마세요. 공부가 인생에 전부가 아닌데..
순애 (뻘쭘해 지는데)


이때, 문 벌컥 열리며 은환, 다급하게 들어온다.


은환 (숨이 턱에 닿아) 교장 선생님! 교장 선생님!


교장과 순애, 동시에 고개 들어 보고.


은환 (헉헉거리는 숨을 간신히 고르고) 어떻게 된겁니까? 상두...차 상두씨 어떻게 된 거예요?
교장 아, 차상두 선생, 오늘부터 우리 학교 수위로 출근하기루 했어요.
은환 (흥분해서) 말두 안돼요. 갑자기 무슨 수윌해요, 저 사람이?!!
순애 차상두 선생이 수위를 하건 배추를 팔건 채 선생님이 왜 그렇게 흥분하세요?
은환 (할 말이 없다)..아니 그러니까....하던 일두 있었을 거구....
교장 차 상두선생, 참 특이한 사람이더라구요. 평생에 못 이룬 꿈이 하나 있는데, 고등학교 수위로 근무해 보는 거였대요.
은환 (어이가 없는)
교장 마침 수위 자리두 한 자리 비었구, 그런 분이 우리 학교에 와 주신 건 우리로선 대환영할 일 아닌가요?
순애 (맞장구치는) 하늘에서 복덩이가 떨어진 거라고 봐야죠, 교장 선생님!
은환 (기가 막혀 할 말을 잃는데)


이때, 희서, 뛰어들어오며.


희서 교장 선생님! 수위 아저씨가 지환이 죽여요.
은환 (표정)


65. #운동장


지환, 아파서 넘어갈듯한 표정으로 비명지르며 떼구르르 구르고 있다. (벌 받던 아 이들과 다른 학생들 열 댓명 정도 우르르 서 있다)


상두 이 자식이 누구 앞에서 잔대가릴 굴리구 있어? 꾀병 그만 부리구 어여 인나, 임마!!
지환 아야..아야...아우우...나 죽네.


이때, 창호(지환의 담임) 얼굴이 벌개서 달려온다.


창호 뭐야, 당신?...뭐하는 짓이야, 남의 반 학생한테?
지환 (창호가 오자 더욱 엄살 부리며 우는)선생니임....수위 아저씨가 저 패 죽여요.
상두 (아무렇지도 않은 듯 웃으며) 걱정하지 마십시오, 선생님. 이 자식 지금 쑈하는 겁니다.
창호 누가 당신보고 애들 벌 주랬어? 니가 수위지, 선생이야?!! 어디서 주제두 모르 구 자식이...
상두 (웃던 얼굴 싹 굳어지며) 지금 자식이라 그랬습니까아?...내가 당신 자식이예요?
창호 뭐어? (상두의 멱살을 잡으며) 말 다했어, 너?! 수위 자식이 어디서 건방지게...
지환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엄살 부리던 건 잊어버리고 눈이 똥그래서 보고)


은환, 교장, 순애, 희서 뛰어오다가 눈 앞에 벌어진 상황에 아연 실색하고.


상두 (교장와 은환들 오는지도 모르고 같이 멱살 잡으며) 당신이 먼저 염장 질렀잖아요! 수위는 사람두 아녜요?!!
창호 (교장과 은환들을 봤다, 슬그머니 손 내리며 타이르듯) 진정하십시오, 차상두씨! 이젠 선생까지 패시겠다는 겁니까?
상두 (갑자기 돌변한 창호의 자세에 어리둥절, 손은 그대로 멱살을 잡으며) 에? (하는데)
교장 차상두씨!!
상두 (흠칫해서 보는)
교장 (엄하게) 그 손 놓으세요.
상두 (당황하며 손을 놓는다)
은환 ......(기가 막힌 표정으로 상두를 보는)
교장 (학생들에게) 곧 수업 시작할 시간인데, 어서 교실로들 들어 가!


지환과 희서만 남기고, 학생들, 뿔뿔히 흩어져 들어가고.


교장 (지환에게, 꾀병인 걸 안다.) 병원에 안가도 되겠냐?
지환 (벙해 있던 표정 다시 일그러지며 오바해서 엄살피우며) 그냥 양호실 가서...안정을 좀 취하면...될 거 같애요.
교장 그럼 희서가 부축해서 좀 데리구 갈래?
희서 네.


희서, 지환을 부축해서 양호실로 데리고 간다.


교장 (아이들 사라지고 나자 상두보며) 이런 불미스런 일이나 일으키려구 수위로 들어오겠다고 한겁니까?
상두 .....(은환을 본다.)
은환 (답답하게 상두를 보는)
상두 ....(할 말 없다) 죄송합니다.
은환 (속이 상한다)
교장 어떤 경우에도 난 폭력은 용납 못합니다. 이런 일 또 다시 생기면 그땐 이 학교에서 나가주셔야 될 거예요.
상두 .....다신...이런 일 없을 겁니다.
은환 .....(표정)
교장 (창호보고) 선생님은 저 좀 봅시다. (앞서 간다)
창호 네...(대답하고 따라가다가 흘끗 상두를 돌아보고) 그렇게 할 일이 없으면 운동장 청소나 좀 하세요! 차씨! (교장을 따라가는)
상두 (끓어오르는 성질을 누르는 표정 역력한)
은환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냐? 경멸하듯 상두를 보는)
상두 (머쓱하게 시선 피하는)
순애 쟤 저거 엄살 부리는 거예요, 분명히....(속상해서) 제가 차라리 다른 직장을 알아봐 드릴께요. 차 선생님이 뭐가 부족해서 이런 치사한 취급까지 받으면서..(하는데)
상두 (순애보며 그윽한 목소리로 O.L.) ....선생님.
순애 (가슴이 떨린다) 네!...제가 당장 알아볼까요? 차 선생님은 이런데서 이렇게 썩고 계실 분이 아니세요.
상두 빗자루 어디 있는지 아십니까?
순애 ? 네?
상두 운동장이 더럽긴 더럽네요, 정말...(중얼거리며 어디론가 간다) 빗자루가 어딨지?
순애 (벙찐)
은환 ......(어이가 없다)


66. #은환 학교 외경


수업을 마치는 벨소리 울리고 있다.


67. #수위실


휴대용 가스렌지위에 라면 냄비가 보글보글 끓고 있다.
상두, 스프를 넣는다.
이때, 핸드폰 벨 울린다.
상두, 발신자 확인하고 받기 싫어 망설이다가 하는 수 없이 받는다.


상두 어...(경상도 사투리) 하니야.....사업차 홍콩에 쫌 왔다...아, 잠깐만...(핸드폰 떼놓고) 랄라이...멍구추단 쓰샤이와. (단추구멍 와이샤쓰셔츠를 거꾸로 해서 중국어처럼 들리게, 핸드폰 다시 받으며) 하니야, 내가 지금 바이어로 좀 만내야 되거든...나중에 전화하께.


상두, 핸드폰 닫고, 계란을 입으로 깨서 라면에 넣는다.
이때, 40대 초반의 다른 수위 들어오다 인상 찌푸리며.


수위 아우, 내가 제일 싫어하는 라면 냄새!! (코를 막는다)
상두 (뻘쭘한)


68. # 학교 구름다리


학생들, 왁자지껄하게 뛰어간다.
은환, 수업 마치고 구름다리 건너가다가 보면, 지환, 멀쩡하게 친구들과 족구를 하고 있다.
은환, 저 자식이...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문득 시선을 돌리는데 상두가 등나무 벤치에 앉아 라면을 먹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은환 (상두의 궁상스런 모습이 기가 막히다, 한숨)


69. #벤치


상두, 총각 김치 청을 손으로 잡고 우걱우걱 먹는다.


70. # 일각


지환앞으로 공이 온다. 지환, 공을 잠깐 멈춘다.
저 앞 벤치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 상두를 흘끗 보고 묘한 미소 흘린다.


71. #벤치


상두, 냄비 들어 국물을 마시는데, 그대로 와서 꽂히는 공.
그 바람에 냄비,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진다.


72. # 구름 다리


은환, 기함한 표정 짓고.


73. #벤치 /일각.


상두, 벌떡 일어나며 공이 날아왔던 곳을 노려본다.
지환, 미안하다는 모션을 하며 공을 던져 달라고 모션한다.
상두, ‘너 죽었어’ 입만 벌려 모션하며 당장 뛰어갈듯한 표정 짓다가 아니지...하며 미소까지 지으며 공을 지환에게 순하게 던져 준다.


74. # 구름다리


은환, 가슴을 졸이다 안도의 한숨 뱉는다.


75. #벤치


상두, 이를 앙물고 궁시렁거리며 벤치 근처에 떨어진 라면 찌꺼기를 궁상스럽게 주워 담는다.


76. # 구름다리


은환, 마음이 아프다.


(엔딩)
:

  상두야! 학교가자 1
old/old_scrapbook 2003. 11. 1. 12:21
1. # 여성복 가게


강남의 명품 여성 의류 가게.
출입구 유리문 열리고, 명품 선글라스와 명품 양복으로 근사하게 멋을 낸 상두, 들어선다.
상두 뒤로는 역시 멋있게 차려입은 만도가 비서처럼 수행하며 뒤따라 들어선다.
매장안의 여성들, 상두를 호감어린 눈길로 바라보고, 상두, 그 시선들을 즐기며 옷 걸이에 걸린 여성복을 들어보며 만도와 함께 고른다.
상두 바로 앞에서 옷을 고르고 있던 미시족 (아기를 앞에 포대기로 안긴 했기만 나 름대로 세련되어 보이는 외모), 상두를 흘끗거리며 보는데, 상두, 미시족과 한순 간 눈이 마주친다.
미시족, 상두를 향해 수줍게 웃고, 상두도 미시족을 향해 미소를 날린다.


만도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미시족에게 살짝) 아줌마! 애나 봐! (하며 ‘똥기저귀 갈 일 있냐, 임마’하며 상두에게 속삭이며 가위표를 그린다.)
상두 (순식간에 얼굴에서 미소를 싹 거두며 만도쪽으로 얼굴 돌린 채 ‘괜찮구만 뭐’ 입 만 벌려 궁시렁거리며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미시족 (한순간 뻘쭘해지며 자존심이 상하는)


상두, 다른쪽 옷걸이를 뒤지며 옷을 고르다가 옷 하나를 집어드는데, 동시에 같이 집는 손이 있다.
상두, 고개 들어보면, 20대 중반의 팔등신 미녀(미스코리아 뺨치는 외모, 쫙 달라 붙는 육감적인 원피스를 럭셔리하게 차려입은)가 있다.
미녀, 고혹적인 눈웃음을 상두에게 흘리고, 상두, 홀린 표정으로 미녀를 바라보는 데.
만도, 표정이 일그러져서 두 사람이 함께 잡고 있던 옷을 홱 뺏어들어 옷걸이에 걸 고는 상두를 끌고 한쪽으로 간다.
미녀, 미련이 남아 상두를 보고, 상두 역시 아쉽다는 듯 눈길주며 어쩔 수 없이 만 도에게 끌려가는데.


만도 (다른 옷 보는 척 하며 상두에게 소근거리는) 물이 영 엉망이다, 여긴. 딴데 가자.
상두 (씨이..짜증나는 표정으로 아쉽다는 듯 미녀를 보다가 출입구쪽으로 나가려는데)


이때, “언니야! 나 워떤냐?” 하는 목소리 들린다.
시선, 얼른 소리 나는 쪽으로 옮겨가면 탈의실 문 열리고, 꽃무늬 원피스를 촌스럽 게 입은 별로 안 생긴 40대 중반의 여자 나온다.
중년여자, 비대한 몸집탓에 옷이 너무 끼어서 힘겹게 헥헥거린다.
그 소리에 돌아보던 만도, 중얼거리듯 낮은 목소리로 ‘빙고!’하며 상두를 쿡 찌르 며 중년 여자를 가리킨다.
상두, 만도가 가리키는 중년여자를 보다가 싫어서 인상이 일그러지고.


만도 (위협적인 표정 ‘죽을래?’)
상두 (‘아우 씨’ 죽을 상을 하는)


중년 여자, 종업원에게 ‘언니야! 나 짜쿠 좀 올려줘야 쓰것다“하며 거울앞에 서서 자신의 몸을 비춰보는데,
어느새 중년 여자의 뒤로 와 선 상두, 좀전 짜증난 표정과는 180도로 전혀 달라진 표정, 느끼한 미소를 머금고 중년 여자의 원피스 지퍼를 올려준다.


상두 (전라도 사투리) 워찌나 눈이 부신지 눈이 멀어부는 중 알았습니다, 누님. (정말로 눈이 부신 듯 인상 찡그리는 척 하며 느끼하게 윙크하는)


만도, 만족한 듯 시익 웃고.
미시족와 미녀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고, 중년여자는 꿈속을 헤메는 얼굴이다.
상두, 거울속의 중년여자를 향해 다시 끈적끈적한 유혹의 미소 지어보인다.


만도(E) 일단 목표물을 낚았으면 다음 단계, 검증 작업으로 들어간다.


2. #무도장안


상두와 중년 여자, 부루스 추고 있다. 상두, 중년여와 눈을 맞추며 웃고 있지만 호 시탐탐 염탐하는 표정.


만도(E) 이 싸모님이 퀸카가 뻥칸가 돈이 되겠나, 안되겠나..한 방에 알수 있는 방 법이 뭔지 아냐?


상두 요짐 세상엔 사람 함부로 믿으몬 못 쓴당께요...(안 듯이 여자 귀 가까이 얼굴을 가져다 대고) 조 놈도 제비고, 조 놈도 제비고...(하며 여자 목에 걸린 진주 목걸 이의 진주알을 깨물어 본다)


만도(E) 보석한테 물어봐! 보석은 절대 거짓말을 안하거든.


상두, 값비싼 보석이구나...눈이 반짝 빛난다.


상두 (시침 떼고 제 자리로 돌아오며) 하따, 허벌나네, 허벌나.
중년여 나말이 그 말이시! 우짜든가 고향 사람 만냉께 안심도 되고 믿음도 가고 겁나게 반갑구마. (상두를 향해 그윽한 눈길로 웃는)
상두 (눈을 맞추고 그윽하게 웃어주는데)
만도(E) 검증 작업이 끝나면 다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3. #중국집


상두와 중년여, 서로 뜨거운 눈길을 부딪히고 앉아 있다.


만도(E) (신파조)자길 위해서라면 애 새끼 돼지 저금통이라도 들고 나오께....


식당 주인, ‘망할 년놈들, 지랄 염병하고 있네’ 하는 표정으로 땡감 씹은 표정을 지으며 탕수육을 테이블에 탁 내려놓는다.
상두, 탕수육을 중년 여자의 입에 하나 넣어주고,


만도(E) 한마디루 여자가 너라면 환장하게, 뻑가게 만들어 버리는 거야.


상두, 자기도 먹는 척 하다가 일부러 접시를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중년여 아이구, 아까워서 어쩔끄나...(하며 쪼그리고 앉아 접시에다 탕수육을 다시 담으며 바닥에 떨어진 탕수육을 주워먹는다)
상두 (중년여를 관찰하며 고개 끄덕이는)


만도(E) 여기서 또 하녀과냐 공주과냐에 따라서 접근 방법이 달라지는데.


상두, 열심히 정성껏 짜장면을 비비고 있다.


만도(E) 내 경험상 하녀과들은 짜장면만 비벼줘도


상두 체헝께 꼭꼭 씹어 드시씨요, 누님...(하며 짜장면 그릇을 중년여자 앞으로 놓아준 다) 자, 단무지도 꼭꼭 씹어 드시고.
중년여 (눈물이 핑그르르 돌아 상두를 보는)
상두 (그윽한 미소로 보는)
중년여 (그동안 남편에게 당했던 서러움이 살아나는 듯 펑펑 눈물을 흘리고 코도 푼다.)


만도(E) 눈물 콧물을 흘리며 게임은 끝나는 거지! 아, 이 새끼, 또 자네.


4. #상두방


얼굴에 맛사지 숯팩을 하고 앞머리 뒤로 넘겨 귀여운 리본 핀 꽂은 상두, 꾸벅꾸벅 졸고 있다.
이때, 상두의 머리로 탁 날아오는 화이트보드 펜.
상두, 놀라서 일어나며 아픈 상처를 부비고.
만도, 글귀들이 빽빽히 써진 화이트 보드앞에 서서 상두를 노려보고 있다.
(화이트 보드에 다음과 같은 글들이 쓰여 있다. <작업시 단개별 헹동지침>이라는 제목 아래, 1, 목표물을 낙는다 2. 검정작업에 들어간다-명품 감별법 3. 종류를 구 별한다.-하녀꽈 공주꽈 라는 글들이 산발적으로 씌여있다-맞춤법은 엉망이다.)
만도, “조심해 너!” 하고 상두를 못마땅하게 보며 지우개로 글들을 지우며.


만도 그럼 두 번째 실전 단계로 넘어가 비상시의 행동요령에 대해 알아본다. (화이트 보 드위에 <비상시-시를 한자로 쓸려다가 안되자 다시 지우고 한글로 쓰는- 행동요령 > 이라고 쓴다)
상두 (졸리는 눈을 성냥개비로 고정하는)


5. #레스트랑


분위기가 또 달라져 염색도 하고, 와이셔츠 단추 몇 개 풀어헤쳐 터프하고 섹시한 분위기를 물씬 낸 상두, 레스트랑안으로 뛰어들어간다.
상두의 눈길이 향하는 곳, 30대 후반의 여인 앉아 있다. 화려한 화장, 천박함이 그 대로 묻어나는 명순이다.
명순, 상두를 보자, 삐진 듯 샐쭉하며 고개를 돌려버린다.


만도(E) 아무리 의심많은 여자라도 ‘하이고, 우리 고향 누님이시구마..’.딱 한마디면
반은 녹아버리게 돼 있다. 전에 다 얘기 했지, 이건?


상두 (명순앞으로 와 앉으며 미소 보내며) 우리 하니가 뭐땀시 고로코롬 화가 나스까?
명순 (삐져 있다가 잠깐 당황한 듯 상두를 보는) 뭐라꼬?
상두 (당황하는데)


만도(E) 재수없어 헷갈렸다 그럼...(사이) 건 니가 알아서 해, 임마.


상두 (아차하다 얼른 수습하며 경상도 사투리) 아니, 그기 아이고...하니 니 오늘 억수 로 섹시해 보이네?
명순 (삐죽거리며) 내 친구가 하니랑 어떤 여자캉 있는 거 밨다 카던데 우찌된기고?
상두 (잠깐 당황하다가) 뭔 소리고, 그기? 내한테는 하니 니 뿌끼 엄는 거 모르나?
명순 (질투심에 삐죽거리며) 내 친구 가가 똑디 밨다카던데? 청팽에 모텔에서 하니가 다른 여자캉 팔짱끼고 나오는 거 밨다카던데?
상두 (다시 당황해 말문이 막히는)


만도(E) 꼬리를 잡혔다,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 그럴땐....죽여라, 배째라 그래!!


상두 (갑자기 버럭) 다 때리치아뿌자, 그라모!!
명순 (당황해서 보는)..하, 하니야.
상두 낼로 개우 그런 놈으로 밨다 이기재?...(손목에 찬 금장시계를 풀어서 테이블에 딱! 놓으며) 다른 거는 다 이자 무삐고 돌리 줄끼 이거 뿌끼 엄따. 내 겉은 놈은 퍼뜩 이자뿌고 잘 묵고 잘 살아라. (하며 일어서려는데)
명순 (안색이 창백해져서 상두의 손을 잡으며 사정하는) 잘몬했다, 내가 잘몬했다...애 펜네 그기 눈까리가 썩었던갑다. 잘몬했다...(두손을 싹싹 빌며) 내가 비께...앉아 라. 이래 비께, 응?..하니야?
상두 (그 말에 표정 약간 표정 누그러져 자리에 앉더니 테이블에 있던 나이프를 잡 는 다.)
명순 (긴장해서 보고)
상두 (나이프를 휙 돌려서 다시 탁 잡더니 고기를 썬다) 한분만 더 내 사랑을 으심하 몬 그땐 진짜 끝장이다!
명순 (눈치보며 고개 주억거리는)
상두 (썬 고기를 명순에게 내밀며 터프하게) 사랑한다, 하니야.
명순 (감동먹은) 내도..내도 하니 억수로 사랑해...(하며 고기를 받아먹는다)


이때, 레스트랑 문 열리며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은환이 들어선다.
입술에 투명 립그로스만 살짝 바른 은환, 여고생처럼 귀엽고 청순하다.
은환, 상두와 대각선 방향에 있는 테이블로 가 앉더니 머리에 빨간 핀을 꽂는다.
결전을 앞둔 용사처럼 잔뜩 긴장한 표정...떨리는 가슴을 계속 다독거리지만 쉽게 수습이 되지 않는다...잠깐 고민하다가 가방에서 소주병과 오프너 꺼내더니 오프너 로 소주병을 따서 벌컥벌컥 몇모금 마신다.
그동안 상두 테이블에선 상두와 명순 계속 느끼한 눈길로 느끼한 대화 주고 받고 있다.


명순 우리 하니 오늘따라 와 이래 잘 생깃노?
상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얼굴이 확 피뿌는가 보지?
명순 내는 마이 늙었재?
상두 누가 내 보고 안 있나, 심은하 하고 하니 하고 눌로 택할래 물어보몬 내는 백번을 물어바도 하니라꼬 대답한다.
명순 아이, 몰라..하니야...(하다가 은환이 소주를 들이키는 모습을 보고는 어이없어하 며 상두에게 소곤거리는) 요즘 아아들 갚도 몬한다카더만...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가스나가 머하는 짓이고, 저기?
상두 (그 말에 은환을 돌아본다)
명순 참, 말세다! 학교에서 학상들을 우찌 가르치는 기고, 대체!
상두 에미, 애비가 가정교육을 지대로 몬 시키서 그렇....(하다가 표정이 창백해진다)


(플래시백) 화사하게 웃던 갈래머리의 은환(17)


어린 은환의 모습이 현재의 은환의 모습으로 오버랩되어 보이고.
상두, 한 대 맞은 듯 멍해서 본다.
이때, 명순, “하니야!”하며 상두를 부르고, 상두, 그제서야 다시 고개를 돌려 멍 하게 있다가 마악 레스트랑으로 들어서고 있는 만도(매끈하게 쫙 빼 입었다) 와 눈 이 마주친다.
만도를 발견한 상두, 당황하고, 만도 역시 상두를 보고 놀란다.
만도, 놀랐던 표정 얼른 수습하고 ‘모르는 체 하자’라는 표정 보내며 상두를 모른 체하고 빨간 핀을 확인하며 은환앞으로 간다.
상두, 정지된 자세로 멍해있는.


만도 날라리?
은환 (얼른 소주병 가방에 집어 넣으며 긴장해서 마른 침 꼴깍 삼키고) 아랑드롱?..(손 을 까딱거리며) 방가방가.
상두 (만도가 왜 은환을 만나고 있는건가? 은환은 왜 고등학생 교복을 입었는가? 모든 상황이 당혹스럽다.)
만도 (은환의 맞은 편 소파에 앉는다. 은환의 미모에 감탄한듯) 어우, 이쁘게 생겼네.
은환 (씨익 웃으며, 긴장 감추며) 감사감사....(하다가 갑자기 핸드폰 꺼내더니 만도를 겨냥하고 찰칵 찍는다)
만도 (습관적으로 놀라 얼굴 가리며) 뭐, 뭐하는거야?
은환 아저씨가 열라 잘 생겨서..(사진을 보니) 어우, 이렇게 보니까 진짜 영화배우 같다. (만도에게 핸드폰 사진 보여주며) 이것 봐요, 캡빵 죽이게 나왔죠?
만도 (잘 생겼다는 말에 좋아) 실물보다 좀 못하지 않나?...사진까지 찍을 줄 알았으면 드라이발이라도 좀 세우고 나올걸 그랬네..(괜히 머리를 매만지는)
상두 (대화 엿들으며...어쩌려고 저러나...어이가 없다 못해 불안하다)
만도 (저쪽에서 종업원이 메뉴판 챙겨 오는 것 보고) 나가자. 주문 받으러 오기전에.
은환 (마른 침 꼴깍) 어..어디 가는데요?
만도 근사한데에.
은환 (떨려오는 것 누르고) 근사한데 가서 뭐하게요?
만도 (사랑스럽다는 듯 보며) 아저씨가 우리 날라리 용돈 줄려구.
은환 ...얼마 줄건데? 많이 줄거야?
만도 그러엄...너 정도 세수대야면..아니, 너 정도 외모면 한 장은 주지, 나같으면.
은환 (마른 침 꼴깍. 목소리 톤 커지며) 그러니깐 지금 우리 원조 교제하는 거지, 아저 씨?
만도 야아..(순간 표정이 당혹스러워지며 들은 사람 없나 사람들 휙 둘러보고 손가락 입 에 대 보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너..너 왜 이래?
은환 (더 큰 목소리로) 마...맞잖아요! (사람들에게 들리게 더욱 톤이 높아져) 아..아저 씨 원조 교제 할려구 순진한 여고생 꼬셔낸 거잖아!!
상두 (기가 막히다.)


주변의 사람들, 은환과 만도쪽을 본다.


만도 (당황하며) 화장실이 어딘가...(일어나 가려는데)
은환 (발을 탁 걸어 넘어뜨린다)
만도 (쿵 넘어져서 당혹스러움과 아픔에 하얗게 질려 말 더듬으며) ..너...너..누구야?
짜..짭새냐?
은환 (온 몸이 후들거린다) ...짜..짭새아니구 선생님......날라리가 우리 반 학생이구, 내가 걔 담탱이..아니, 담임이야. (인상쓰며 위협적인 말투) 아저씨 오늘 나한테 죽었어!
만도 (놀라는)
상두 (환장하겠다)


명순은 입을 헤 벌리고 재미난 구경난 듯 보고 있고, 상두,이 사태를 어 떡하나? 난감하기만 하다.


만도 (도망가려는데)
은환 이 사진은 경찰에 확 넘긴다?
만도 (놀라서 돌아보고)
은환 (핸드폰을 들어 보여주며 버튼을 누르는데 녹음한 내용이 흘러나온다)


은환 (떨려오는 것 누르고) 근사한데 가서 뭐하게요?
만도 (사랑스럽다는 듯 보며) 아저씨가 우리 날라리 용돈 줄려구.
은환 ...얼마 줄건데? 많이 줄거야?
만도 그러엄...너 정도 세수대야면..아니, 너 정도 외모면 한 장은 주지, 나같으면.
은환 (마른 침 꼴깍. 목소리 톤 커지며) 그러니깐 지금 우리 원조 교제하는 거지, 아저 씨?


상두, 돌아버리겠다는 표정이고, 만도, 기함을 한다.
은환, 핸드폰 녹음된 내용을 정지시킨다.


만도 저기, 오..오해야! 나...난 아니예요, 샘! 아니라니까, 난! (자기를 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휘저으며) 아니예요, 난!!
은환 (몹시 겁이 나지만 죽을 힘을 다해 참고) 어..어디 할 짓이 없어 자식같을 애들 상 대루..당신 사람이니? (생각할수록 열이 뻗쳐 막가는 용기가 난다) 아저씬 자식 안 키워?!! 당신같은 악마는 법만 가지군 안돼! (핸드폰 들어 보여주며) 이 사진 걸개 그림으루 만들어갖구 광화문 한복판에다 내걸구, 1000만부쯤 인쇄해서 전국에 다 뿌리구, 인터넷에두 올리구...


만도, 안되겠다 싶어 “이씨”하며 은환에게 달려들어 은환의 손에서 핸드폰 뺏으려 한다.
은환, 만도의 손을 사정없이 물어버리고, 만도, 비명을 지르며 은환을 치려는데, 종업원 와서 쟁반으로 사정없이 만도를 친다.
은환도 같이 만도를 발로 손으로 온 몸으로 때리고.
상두, 일어날까 엉덩이 들썩거리지만, 아는 체도 못하고 미치겠다.
만도, 안되겠다 싶어 헐레벌떡 도망을 치다가 출입문 유리에 머리 쿵 부딪히고, 다 시 일어나 부리나케 도망을 친다.
상두, 차마 보기가 힘들어 한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상두(NA) 보리야! 아빠 어떡하냐?
만도가 나가고 나자 은환, 후르륵 무너지듯 바닥에 주저 앉는다.
좀전의 용감 무쌍했던 기백은 점점 사라지고 입가가 실룩실룩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듯한 표정으로 변하는 은환.
이때, 핸드폰 울린다.


은환 (핸드폰 받으며 간신히 울음 참으며) 어, 지숙아...그래, 만났어....당근 이상한 놈이 지, 딱 변태같이 생겼더라.
상두 .....
은환 (결국 피익피익 울음이 터져 나온다) 무서워서 운다, 왜?....그럼 무섭지. 내가 얼 마나 겁이 많은데...오줌 쌀 뻔 했다, 하마터면....그래, 진희 바꿔봐... (계속 울음이 새어나온다. 저쪽에서 전화 바꾸자) 윤희서! 너 앞으루 또 선생님 속 썩일거야?... 너 그딴 짓 하다가 또 걸리면 그땐...(갑자기 생각이 안 난다, 겨우 생각해 낸 것이) 선생님 콱 죽어버린다?!!...정말이야! 니가 너무 속을 썩여 죽는다구 유서 써놓구 죽 을거다, 내가!! (하다가 문득 레스트랑 안의 모든 시선이 자신을 향하 고 있다는 걸 느끼고 눈치보며 일어선다. 소리 낮춰) 선생님 경찰서 들렀다 학교에 갈거니까 꼼 짝 말구 있어. (핸드폰 끊고 가방 챙기고 티슈 꺼내 코를 휑 풀고 종업원에게 인사 하고 실룩실룩 울먹이며 레스트랑을 나선다.)


상두, 명순 몰래 푸후 한숨 쉰다.


명순 원조교제나 하는 저런 쓰레기겉은 것들은 동네 방네 소문내가 망신을 주뿌야 된 다...가시나 그거 진짜 웃긴다, 그자.
상두 가시나가 뭐야? 선생님이래잖아, 선생님!
명순 옴마야! 하니 니 서울말도 할 줄 아나?


상두, 창밖을 본다. 은환이 걸어나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어디론가 열심히 핸드 폰을 하고 있는 은환.


상두(NA) 이 자리서 절 콱 그냥 죽어주십쇼 하느님...아빤 지금 그 생각밖에 안 드는데.


상두, 벌떡 일어난다.


상두(NA) 아픈 너 혼자


6. # 레스트랑 밖 거리


상두, 밖으로 나와 이리저리 둘러본다. 은환도 만도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상두(NA) 철딱서니 없는 할아버지랑 어떡하라구, 아빠 정말 너한테 미안해서 어떡하 냐?
이때, 상두를 툭 치는 손길.
상두, 돌아보면 만도, 죽을 상이 되어 서 있다.
상두, 명순에게 들킬까봐 주변을 둘러보고 한쪽으로 만도를 끌고 간다.


상두 (경멸어린) 이젠 원조 교제까지 하냐?
만도 (억울한 표정) 아냐, 임마! 돈이 어딨냐, 내가?...난 그냥 브로커...돈 받고 연결 만 시 켜주러 나왔지...진짜는 지 별장에서 샤워하구 있지, 지금.
상두 (할 말을 잃고 한심하게 보는)
만도 (두렵다)...원조교제쪽이 형량이 어떻게 되지?
상두 내가 알어? 가서 직접 살어봐...(도로 들어가려는데)
만도 (다시 잡고) 그 기집애 저기 지하철역으로 내려갔거든...니가 찾아서 핸드폰 좀 뺏어 와라? 오늘따라 역안에 짭새들이 쫙 깔렸다.
상두 아, 몰라...짭새한테 잡히든 감옥에 가든 삼촌이 벌인 일 삼촌이 책임져. (차갑게 보며 손 떼어내며 가려는데)
만도 (다시 잡고 눈치보며 우는 소리) 내가 감옥가면 보리 간호는 누가 하냐? 나 아니면 고 기집애 더런 성깔 받아줄 사람 없다, 대한민국에?
상두 (노려보는, 삼촌만 아니면 패고 싶다.)


7. #지하철 역사안


상두,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은환을 찾지만, 은환의 모습 보 이지 않는다.


상두(NA) 사실 아빠가 너한테 뻥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상두, 혹시 지하철을 탔나 지하철 개찰구쪽으로 가는데.


은환(E) 나 학생 아냐, 얘들아!


상두, 휙 돌아본다.
개찰구쪽으로 은환, 세명 정도의 남고생들에게 둘러싸여 나타난다.
남고생1, 순둥이 같이 맹하게 생겼고, 남고생2, 터프하게 생겼다. 나머지는 평범한 인상의.
남고생1, 은환에게 반한 듯 얼굴이 벌개져 어쩔 줄 모른다.


은환 (답답해 환장하겠다는 표정으로) 정말 나,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이야....내가 한 눈에 보면 좀 영(Young)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주름이 얼마나 자글자글한데?
남고생2 (껄렁한) 너 자꾸 쌩 깔래?....(하더니 은환의 팔목을 거칠게 탁 잡으며) 뭐가 그렇 게 잘났냐, 너? 뭐가 그렇게 대단해, 기집애야!!
은환 아야..아퍼어...(아파서 표정 일그러지는)
상두 (긴장하는데)
남고생1 (남고생1을 말리며) 하지 마...아프시잖아..(은환의 손을 떼내며) 죄송합니다...제 친구 가 성격이 급해가지구..죄송합니다.
은환 (희망을 갖고) 넌 알겠지? 내가 선생님인 거 넌 알겠지? 니 친구들한테 얘기 좀 해 줘, 응?
남고생2 기집애 저게 정말!
은환 (남고생1을 보며) 응?
남고생1 (야속한 표정) 저희들이 싫으면 싫다구 솔직히 말씀하세요.
은환 (울먹이듯) 지금 솔직히 말하구 있잖아, 임마!!..(문득 좋은 생각 떠오른 듯 어디론 가 핸드폰 한다)
상두 (모자 쓰고 지켜 보고 있는)
은환 (핸드폰에 대고) 어, 홍철이니?...응, 나 은환이...저기 다름이 아니구, 니네 학교 애들이 나한테 자꾸 껄떡대가지구, 지금.


남고생들, 어이없다는 듯 보고.
상두, 지켜 보는.


은환 그래, 잠깐만...(남고생들에게 핸드폰 내밀며) 누가 대표로 좀 받을래? 니네 학교 학생부 김홍철선생님인데 얘가 내 대학 동창이야...어서 받어, 아무나.
남고생2 (어이없다는 듯 웃는) 강적이다..뭐 이런 앙큼한 기집애가 다 있냐... (은환의 핸드폰 을 받아들며) 그래, 니가 김홍철이라구? 그럼 난 홍철이 니 할배다, 새꺄!...(하다가 헉!놀라며 빙글거리던 표정 딱딱하게 굳으며) 서..선생님.


남고생1과 다른 학생들, 무슨 일인가 긴장이 돌고.
은환, ‘거봐, 짜식들아’ 득의 만만한 표정 짓는다.
상두, 그들에게 시선 떼지 않은 채 흥미롭게 지켜 보고.


남고생2 (완전히 부동자세 되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예.....예...예....(조용히 핸드폰 닫더니 두 손으로 공손히 은환에게 핸드폰을 준다)
은환 (핸드폰 받으며 남고생2의 뺨을 잡아 당기며) 귀여운 짜식들! 첫사랑에 실패만 안 했음 너만한 아들이 있다, 내가.


남고생들, 어찌할바를 모르는 표정이고.
은환, 남고생들에게 자애로운 미소 지어주고 돌아서는데,


남고생1(E)그래도 사랑해요, 선생님.
은환 (흠칫하며 돌아본다)
남고생1 (당당하게) 사랑합니다, 선생님! 전 원래 연상이 취향입니다.
은환 (당혹스런 표정 짓는데)


이때, 가까운 출구쪽에서 남고생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려온다.
골치 아프게 생겼다...가볍게 한숨 내쉬는 은환의 표정.
상두(NA) 이 세상에서 아빠가 사랑하는 여잔 보리밖에 없다구 했던 거, 것두 사실은 뻥이었단다.


8. #지하철안


모자를 푹 눌러쓴 상두, 뭔가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웃음이 피식피식 새어 나온다.
상두, 바로 앞으로 손잡이를 잡고 선 은환, 코 옆에 커다란 점을 그려넣고, 자기 옆에 서 있는 남고생들에게 눈을 사팔뜨기처럼 뜨고 맹한 표정 지어보인다.
지하철안의 남고생들, 웬 왕 재수냐하는 표정으로 은환을 흘끗흘끗 보고 참하게 생 긴 여고생앞으로 가 찝쩍댄다(?)
상두,그런 은환을 애틋한 표정으로 지켜본다.


상두(NA) 옛날에 아빠한테두 너무나 이쁘고 소중했던 한 여자가 있었다는걸 사는 게 바빠 잠시 잊구 있었어.


이때, 핸드폰 벨이 울린다.


은환 (핸드폰을 받는다.몸을 돌리며 목소리 낮춰) ..네. 네, 김형사님..
상두 (은환의 귀여움에 잠깐 도취했던 표정에 다시 긴장감이 돌고, 핸드폰을 주시한다.)
은환 예...지금 가구 있어요..앞으루 한 정거장만 더 가면 되는데...네..(핸드폰 닫고 떨리 는 마음에 심호흡한다.)
상두 (모자를 더 푹 눌러쓰고 은환쪽으로 서서히 다가가 은환뒤로 와 선다. 갈등하는.)


안내 방송 흐르고, 지하철, 역사안으로 진입하고 있다.
은환, 핸드폰을 가방의 핸드폰 주머니에 넣는다.
마른 침을 삼키며, 은환의 가방을 주시하는 상두.
지하철, 완전히 멎고 지하철 문이 열린다.
남고생들과 사람들 내리기 시작하자, 상두, 소란을 틈 타 은환의 가방 지퍼를 열고 조심스레 핸드폰을 꺼내는데.
이때, “소매치기다!” 소리치는 소리 들리고.
당황한 상두, 핸드폰을 쥐고 지하철 밖으로 튀어나간다.
은환도 동시에 자신의 가방이 열린 것을 알고, 닫히기 시작하는 문을 뚫고 밖으 로 튀어나간다.


은환 (도망치는 상두를 보고) 야! 거기 서, 도둑놈아!!


9. # 오솔길(아침)


17살의 상두와 은환, 자전거 타고 등교하고 있다.


10. #강기슭 (밤)


상두와 은환, 반 친구들, 모여 앉아 캠파이어 벌이고 있다.
상두, 기타 치며 노래 부르고, 여학생들, 홀린 듯 상두를 본다.
은환, 질투 어린 시선으로 상두와 여학생들을 번갈아 보다가 마치 화풀이 하듯 구 워진 콩깍지들을 우걱우걱 먹는다.


11. #냇가


교교한 달빛이 그대로 물위로 반사되어 마치 은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다.
은환, 세수하고 있는데, 누군가 물을 튕긴다.
은환, 돌아보면, 상두가 옆에 와 있다.


상두 (자기 입가를 툭툭 치며) 요기, 요기.
은환 (시큰둥해서) 뭐어?
상두 숯검정 고대루 묻었다. (은환 입가에 묻은 숯검정을 손으로 지워주며) 이걸 세수라 구 하구 있냐? 채 은환?
은환 (밉게 흘기지만, 그대로 가만히 있다)
상두 너 진짜 귀엽다.
은환 (기분이 좋다. 그러나 표정을 괜히 삐죽)
상두 나중에 결혼하면 너 닮은 딸이나 하나 낳으까?
은환 (미워서 흘기며) 누가 너한테 시집간대?
상두 누가 너랑 결혼한댔냐?...난 무릎에 흉진 여잔 싫대니까.
은환 (자존심이 상했다. 팩) 니 마누라면 니 마누라 닮은 딸을 낳지, 어떻게 날 닮은 딸 을 낳냐?
상두 그런가?...그렇구나.
은환 (기분이 많이 상했다.)
상두 (콩깍지 까 먹으며 대수롭지 않게) 그럼 니가 낳으면 되겠네, 너 닮은 딸은...니가 낳아줘라, 그럼.
은환 (얼굴이 벌개져서) 야아...(물을 튕기며) 징그럽게..(흘겨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본 다) 와아...


하늘위로 반딧불이들이 날아다닌다.
은환, 와아..감탄하며 반딧불이들을 본다.
상두 역시 감탄하며 날아 다니는 반딧불이들을 보는.
반딧불이들의 눈부신 불빛 향연에 환호하며 서로 어색하게 눈빛을 마주치는.. F.O.


12.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상두, 에스컬레이터를 뛰며 열심히 도망을 가고, 은환도 포기않고 쫓아온다.


은환 도둑이야! 도둑 잡아라!! 야! 검정 모자! 거기 서!
상두 (미치겠다)


상두(NA) 자식이 웬수래더니, 아빤 정말 접시물에 코라두 박구 죽구 싶다, 너만 아니면.


13. #플래시백 (10년전, 과거)


하얗게 쏟아지는 햇살.
은빛으로 빛나는 바닷가 모래사장.
17살의 상두, 편지지를 들고 뛰고 있다. 그 뒤를 쫓아서 뛰어오는 17살의 갈래머리 은환.


은환 차상두! 이리 줘.
상두 (편지지를 읽는다) 어제 상두 니가 지영이 업구 가는 거 보구 얼마나 질투가 났는 지 알아?
은환 (거의 울상이 되어) 야아...줘어.
상두 (좋아서 하하하 웃으며 은환을 돌아보고 뒷걸음으로 걸으며) 채은환! 너 나 좋아 하는구나? 사랑하는구나? 내숭쟁이.
은환 줘어..(거의 따라와 뺏으려고 하는데)
상두 나 잡아봐라..(웃으며 앞서 뛰어간다)


14. #지하철 역사


눈빛이 흔들리는 상두, 개찰구를 훌쩍 뛰어 넘어 오는데, 지하철 직원 둘, 상두를 가로 막는다.
상두, 자신을 잡는 지하철 직원들을 날렵한 발차기와 주먹으로 후려쳐 넘어뜨린다.


상두(NA) 그나마 어린이 성경학교라도 몇번 나간 니가 좀 물어봐 줄래?


은환, 상두 가까이로 쫓아 오는데, 상두, 아슬아슬하게 다시 도망을 친다.
은환, “거기서! 이 도둑놈아!!” 소리 지르며 죽을 힘을 다해 쫓아간다.


상두(NA) 하느님! 우리 아빠가 그렇게 나쁜 놈인가요?


15. #플래시백(과거)


광활하게 펼쳐진 푸른 초원.
상두, 편지를 펄렁거리며 달려가고 은환, 뒤따라 뛴다.


상두 (달리며 놀리는) 은환이는 상두를 좋아한대요! 상두를 사랑한대요!!
은환 (얼굴이 뻘개져서) 야아...편지 내놔.


쫓아오던 은환, 돌부리에 걸려 비명 지르며 넘어진다.


16. #지하철 계단(현재)


뒤쫓아오던 은환, 계단에서 넘어져 구른다.


상두(E) 은환아!!


17. #초원길(회상)


상두, 달려가다 뒤돌아보고 은환 넘어진 것 알고 놀라서 은환에게 뛰어온다.


상두 (몹시 걱정스런 표정되어) 다쳤어? 많이 다쳤어? 어디 봐.
은환 (상두를 야속하게 흘겨보고)


은환 무릎을 보면, 생채기가 나고 피가 조금씩 배어 나온다.


상두 (인상 찌푸리며 무릎 굽히고 앉아) 가만 있어봐, 으이, 살살 좀 뛰지. (오바하는) 어 우, 흉지겠네, 이거...너 인제 시집은 다 갔다.
은환 (자존심도 상하고 쪽도 팔리고...상두를 흘겨보며 비죽이는)
상두 이렇게 다리에 흉진 여잘 누가 델구 가냐?...(일부러 약을 올리는) 나두 다리에 흉진 여잔 진짜 별룬데...클났네. (하며 은환의 상처를 입으로 불어주는데)
은환 (식식거리고 노려보며 상두를 밀어버린다) 비켜! 누가 너한테 나 데꾸 가래?
상두 (능청스럽게) 나 때문에 넘어졌는데, 내가 책임져야지, 어떡하냐? 가만 있어봐, (은환의 상처를 불어주며) 열심히 치료해서 싫어두 데꾸 살아야지.
은환 (기가 막혀 흘겨보는...울듯한 표정)
상두 (은환의 상처를 불어주며 혼자서 몰래 좋아서 웃는다)


18. #팔차선 거리


눈에 눈물이 그렁한 상두, 차들 사이를 가로 질러 아슬아슬하게 뛰어가고, “거기 서! 이 자식아!!” 소리치며 포기하지 않고 절룩거리며 쫓아오는 은환.


상두(NA) 아무리 삼족을 멸할 나쁜 놈이래두


상두, 그대로 도망가는데, 이때, 등뒤에서 끼익!하며 날카로운 급브레이크의 파열 음 들린다.
상두, 흠칫! 불길한 느낌을 받으며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차로엔 커다란 덤프 트럭이 서 있고, 그 아래로 누군가 쓰러져 있다...은환이다.
상두의 멍한 동공...고여있던 눈물이 툭 흘러내린다.
땀으로 젖은 상두의 손에 쥐어진 은환의 핸드폰.


상두(NA) 이렇게까지 잔인한 건 너무한 거 아닌가요?


19. #병원현관


은환을 실은 스트레쳐, 응급진들에 의해 응급실로 달려간다.
그 뒤를 이어 상두, 땀이 범벅이 되어 들어선다...망연자실..멀어지는 스트레쳐를 바 라보는 상두.
이때, 은환의 핸드폰 울리고.
상두, 아무 생각없이 은환의 핸드폰 받는다.


상두 ...네...(하다가 뭔가 이상해서 핸드폰을 다시 본다. 은환의 스티커 사진이 붙어있다..멍해 있다가...다시 핸드폰 받는, 충격 받아서 사리분별이 전혀 안된다.) 네, 채은환씨 핸드폰 맞는데요..지금 교통사고가 좀 났는데요......전...(그제야 퍼득 정신 이 든다) 전 그냥...지나가는 시민인데요..


20. #응급실


은환의 팔에 꽂힌 링거병 반쯤 비어간다.
의사, 응급처치를 끝내고 은환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상두, 가까이 다가오지도 못하고 응급실 입구 멀찍이 서서 안타까운 심정으로 은환 을 지켜보고 섰는데..
이때, 상두 뒤로 응급실 안으로 뛰어드는 민석.


민석 (응급실을 휘 둘러보다가 은환을 발견하고) 은환아...(부르며 은환쪽으로 간다) 어딜 얼마만큼 다친 겁니까?
의사 (흘끗 보다가 계속 응급 치료하고)
민석 저도 의삽니다.
의사 환자랑 어떻게 되시죠?
민석 (은환을 보는) 제 여잡니다, 이 여자.


상두, 민석을 보며 심장이 일순간 멎는 듯한 호흡 곤란을 느낀다...자기도 모르게 모자 푹 눌러쓰며 뒷걸음쳐서 병실을 빠져 나가는.


21. #병원 복도


상두, 힘이 쭉 빠져 털레털레 걸어간다...복잡한 감정이다...비참하고 서글프다.


22. #상두 옥탑방 마당
서울 외곽 동네의 낡고 오래된 연립 주택의 옥탑.
상두, 털레털레 올라 와 평상에 앉는다.
은환의 핸드폰 꺼내 은환의 스티커 사진을 보다가 평상에 드러눕는다.


시간경과.
하늘에 노을이 물들고 있다.
흐느끼는 상두의 울음소리.
카메라 평상의 상두를 다시 비추면 상두, 잠이 들어 흐느껴 울고 있고, 세라, 그 옆에 상두의 팔을 베고 누웠다 상두 우는 것 보며 같이 비죽이며 울고 있다.
세라, 상두에게 입을 맞추려고 입술을 가까이 가져가는데.
상두, 어떤 느낌에 잠에서 깨어 눈을 뜨다가 세라의 눈과 부딪힐 듯 바로 맞닥뜨린 다.


상두 (잠이 확 달아나며 눈이 동그래지고)
세라 (멋쩍고 미안해서) 일어났어?


상두, 놀라서 세라를 밀어버리고, 세라, 평상에서 떨어지며 비명을 지른다.


상두 니가 여기 왜 있어?
세라 (아파서 어쩔 줄 몰라하며)...빨래 널러 왔어. 아우우...아퍼어어.
상두 (버럭) 너네 집에 베란다 없어?!!
세라 (아픈 표정 감추지 못하고...우물거리듯 말하는)..햇볕에 널어야 소독두 되구....빨래두 잘 마르구...
상두 (푸 한숨쉬고 문득 자기 몸을 보다가 이 곳 저곳 짚어보고 휙 세라를 노려보며) 너 나 한테 무슨 짓 했어, 또?
세라 (억울한 듯) 아무 짓도 안했어!
상두 (살벌한 표정으로 죽일듯 노려보는)
세라 정말 나, 너 안 덮쳤어...그냥..뽀뽀 한번 할라다가..실패했다 뭐.
상두 씨이...(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세라 (야속한) 내가 거머리냐?...기겁을 하네, 기겁을 해!


23. #상두방


오래된 티브이와 낡은 장롱 옷걸이 하나가 놓인 조악한 방.
상두, 거울앞에 서서 웃통을 벗고 다른 옷으로 갈아 입는다.


세라(E) (문밖에서) 자면서 왜 울었어?
상두 (표정없이 칼라 안경을 꺼내서 쓴다)


24. #방문앞


세라, 방문앞에 서서.


세라 상두 너 우는 거 보구 나도 막 눈물나더라...울 엄마 생각두 나구.


이때, 문 벌컥 열리며 상두, 나온다. 세라, 깜짝 놀라고.


상두 (대뜸, 차갑게) 나 그 여자 만났어.
세라 ?
상두 얘기 한 적 있지? 죽어도 못 잊을 여자가 하나 있다구.
세라 뻥이지?
상두 뻥 아냐.
세라 똑바루 봐, 내 눈.
상두 (세라 눈을 똑 바로 보는데)
세라 (거짓말이 아닌 것 같다. 목소리가 떨린다)...어떻게 만났는데?
상두 ..그냥 만났어.
세라 (짜증내는) 지금까지 결혼두 안하구 뭐했대?
상두 몰라.
세라 그 여자두 널 잊지 않구 있었대?
상두 ....어.
세라 (눈물이 그렁해진다) 뻥일거야, 그거...뒷조사하면 남자가 한 트럭은 될거다. 애두 한 셋은 될걸.
상두 (현관으로 내려서 신을 신는다)
세라 각각 애비두 다를거야, 아마.
상두 니네 집에 안 가냐?
세라 (눈물 훔치고) 뭐하는 년인데?
상두 년이 아니구, 선생님! (강조) 선생님!


25. #은환병원 현관앞 (밤)


낮과는 완전히 다르게 분위기를 연출한 상두, 와서 선다...들어갈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는...


26. #병원로비


상두, 조심스럽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데스크쪽으로 온다.


상두 (간호사에게) 저기...교통 사고 환자 좀 찾으러 왔는데요...오늘 **동 네거리에서 사고난 젊구 예쁜 여자 선생님인데.
간호사 (서류철 보고) 젊은 여자 환잔 오늘 두 사람 들어왔는데요...2층 복도끝 병실로 가보 세요.
상두 ....고맙습니다.


27. #병동 복도앞


상두, 복도끝 병실쪽으로 오는데, “아이구, 아이구!”하는 통곡소리 들려온다.
상두, 혹시? 하며 표정이 긴장되어 복도끝 병실문 쪽으로 가는데 하얀시트를 환 자의 머리까지 덮은 스트레쳐 나온다. 시트 아래로 하얗고 작은 발 두 개가 나와 있다.
노부인, 스트레쳐를 잡고 울부짖고 있다.


노부인 이게 무슨 날 벼락이야? 아침에 학교 간다구 멀쩡하게 나갔던 애가...니가 왜 죽 어! 니가 왜 죽어어!!!
상두 (안색이 하얘진다...죽었나?)


노부인의 통곡과 함께 스트레쳐 멀어져 가고...상두, 충격받은 표정으로 무너지듯 벽에 기댄다.
이때, 다시 울리는 핸드폰.
상두, 멍하니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댄다.


만도(F) 왜 전활 안해, 임마?..어떻게 됐어? 핸드폰 뺏었냐?
상두 (멍한 상태)
만도(F) 차상두!!
상두 ...죽었어, 삼촌.
만도(F) 뭐 임마?
상두 ...내가..죽인 거 같애.


상두, 핸드폰을 든 팔을 힘없이 내린다.
핸드폰에선 계속 상두를 부르는 만도의 목소리 흘러 나온다.
상두, 꿈쩍도 못하고, 그대로 굳은 듯 서 있는데.


은환(E) 쓰리고에 흔들기까지 했어, 엄마?...어우, 이게 몇점이냐..
상두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다. 갸웃)
심란(E) 앗싸! 닥터강은 피박에다 광박까지 했네.


상두,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다가간다. 좀전 스트레쳐가 나왔던 병실의 반대편 병실 이다.
상두, 약간 열려진 문틈 사이로 병실안을 엿본다.


28. #병실안 (일인실)


침대 하나에 은환, 민석, 심란 둘러앉아 고스톱 치고 있다.
은환, 머리 뒷통수에 반창고 붙이고, 다리에 깁스만 했을뿐 건강하고 말짱해 보인 다.
은환 난 멍박만 했으니까 이십 팔점, 곱하기 오십원하면 천 사백원, 민석씬 광박에 다 피 박에다 멍박이니까 백 십이점 곱하기 오십원하면 육천원!
심란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며) 계산 제대루 한거야? 덧셈 할 거 뺄셈하구 그런 거 아 니지?
은환 명색이 수학 선생이야, 내가.
민석 (지갑에거 돈 꺼내 주며) 여기요, 어머님.
심란 번번히 내가 다 따 먹어서 미안하네, 이거. (돈에 쪽 입맞추고 호주머니에 쑤셔넣 으며 은환보며) 넌 왜 안 내놔?
은환 민석씨! 화투 그렇게 봐주구 치면 안돼.
민석 (웃으며) 안 봐드렸어어...내가 뭘 봐드린다 그래?
심란 그러게. 이 년이 말 참 싸가지없게 하네.
은환 확률적으로도 말이 안되는 게임이지, 솔직히...혼자서 내리 이기는 게 어딨냐?
심란 확률같은 소리하구 자빠졌네, 그래, 니 똥 굵다, 이년아.
민석 (웃으며) 다음 판 시작하시죠, 어머니.
심란 (화투를 섞으며) 저 년이 저럴 땐 딸인지 웬수지 모르겠어...(민석을 향해 웃으며) 난 세상에서 우리 닥터 강이 제일 좋아. 고스톱을 잘 쳐서 제일 이뻐. (민석의 엉덩 이를 두드려주는)
민석 (웃는)
은환 (어이없는)


29. #병실밖


병실안을 지켜보던 상두, 안도의 웃음이 지어진다.
그래도 은환이 살아있었구나...안도감 느낀다. 세상에 모든 신들이여, 고맙습니다.
상두, 미소를 지으며 발길을 돌려서 긴 복도를 걸어가는....F.O.


30. #보리병원 외경(아침)


31. #보리병실


상두, 잠들어 있고, 상두의 바로 코 앞에 보리 잠들어 있다. 다정하게 얼굴을 맞대 고 잠든 부녀. (웬 여자와 함께 잠이 들었나? 오해를 불러 일으킬 만한)
상두, 천천히 눈을 뜨다가 눈앞의 보리를 보고 빙그레 미소를 짓다가 보리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카메라 멀어지면 병실, 보리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는 상두와 보리. 보리, 한쪽 다 리를 상두의 허리위에 올려놓고 잠들어 있다.


32. #병실내 화장실


상두(머리도 삐치고 낡은 추리닝을 입고 바깥에서와는 전혀 다른 꾀재재한 느낌), 슬리퍼 질질 끌며 벌컥 문 열고 들어서다가 어이없는 표정 짓는.
만도(상두와 다를 게 없는 꾀재재한), 쪼그리고 앉아 닭다리 뜯고 있다가 놀라서 보는.
휴대용 가스렌지 위에 올려진 남비에서 닭 한 마리가 끓고 있다.


상두 뭐하냐?
만도 (조용히 하라고 입에 손 갖다 대고) 수간호사한테 걸리면 죽어....문을 잠궜는데, 분 명히. (다시 문을 잠그는)
상두 (어이가 없다는 표정 지으며 소변기 앞으로 가 소변을 눈다)
만도 (다시 쪼그리고 앉아 닭다리 뜯으며) 내가 요즘 니 새끼 돌본다구 얼마나 몸이 휘 졌는지 아냐?
상두 (피식 비웃는)
만도 306호 보호자는 간병사한테 녹용넣고 보약도 지어줬다더람마.
상두 (계속 오줌 누며) 똥 누는데서 그런 거 먹으면 입으루 넘어가냐?
만도 잘만 넘어간다, 임마...그래두 이 병원에선 여기가 젤 안전해!
상두 (소변 다 보고 물 내리고 만도옆으로 와서 쪼그리고 앉는다)
만도 왜?
상두 넘어가나 안 넘어가나 실험해 볼려구..(하며 닭다리 하나 떼서 든다) 진짜 여기서 먹으니까 또 별미네.
만도 야, 그거 두 개 밖에 없어. 딴 거 먹어, 날개 먹어, 날개. (뺏으려는데)
상두 닭다리가 두 개지, 네 개냐, 그럼? (기어코 안 뺏기고 우걱우걱 먹는다)
만도 (밉게 보는)
상두 (먹으며) 삼촌!
만도 (화가 나서) 뭐 임마!
상두 (지나가는 말처럼) 고스톱이 그렇게 재밌나?
만도 웬 닭다리 뜯다가 삐약하는 소리냐?
상두 (지나가는 말처럼) 나 고스톱 좀 가르쳐 줄래?
만도 웬일루 그런 기특한 생각을 다 했냐? 지 애비가 놀음판에서 죽었다구 화투에 화자두 싫어하던 놈이?
상두 그럴 일이 좀 있어.
만도 하긴 뭐 제비짓하는 놈들치구 고스톱 모르는 놈은 단군이래 너밖에 없었을거야, 아마.
상두 (열심히 닭다리 먹는)
만도 천천히 쪼끔씩 먹엄마!
상두 ....


33. #보리 병실


화투장을 뒤집어 자기 앞으로 가져다 놓는 상두의 손.
상두와 만도, 병실 바닥에 앉아 맞고를 치며 교습중이다. 두 사람, 꾀재재하다.


만도 자! 여기서 니가 스톱을 해야 되는거야. 스톱! 해봐.
상두 스톱!
만도 근데, 세삼스레 이 안 좋은 걸 왜 배울려는 건데?
상두 (화투를 진지하게 보는데...떠오르는)
심란(E) 난 세상에서 우리 닥터 강이 제일 좋아. 고스톱을 잘 쳐서 제일 이뻐.
상두 (만도보며) 이제 어떡해야 되는데?
만도 점수를 세 봐야지...나 잠깐 화장실 갔다 올테니까 니 점수가 몇점인지 계산한 번 해 봐. (일어나 병실안에 있는 화장실로 간다)
상두 (자기앞에 놓인 화투패들 진지하게 보며) 청단이 세장 들어왔으니까 일단 삼점에다 가 (광 석장이 놓인 것을 보고) 이게 뭐라 그랬더라?
보리(E) 광!


상두, 흠칫하며 돌아보면 자는 줄 알았던 보리, 침대에 앉아 있다가 자랑스럽게.


보리 그건 광이야, 아빠.
상두 (기가 막혀) 뭐?
보리 광! 광!
상두 (어이없이 목소리가 다 떨리는) 너... 너 이거 누가 가르쳐줬어?
보리 할아버지가.
상두 (어이없어) 언제?
보리 아빠 없을 때 맨날맨날 가르쳐 줬어. 희진이두 가르쳐줬어, 할아버지가!
상두 (어이가 없는) 이 놈의 영감탱이가...(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 참고) 차보리! 애들 은 이런 거 하는 거 아니야...이런 거 하는 애들은 나쁜 애들이라구 산타 할아버지 가 선물두 안 주구...(하다가 성질나서) 너 이런 나쁜 짓 또 하면 아빠 너 두구 확 도망가 버린다!!
보리 (겁먹은) 잘못했어, 아빠.
상두 (화장실쪽을 노려보는) 망할 놈의 영감탱이!! (이를 갈며) 오줌 다 쌌으면 나오시지, 차만도씨!


34. #레스트랑앞(낮)


점잖게 차려입은 만도, 레스트랑 안으로 들어간다.


35. #레스트랑안


만도, 주위를 휘 둘러보는데.
창가쪽으로 앉아 있는 상두(세련되게 멋을 낸), 잔뜩 심각한 표정(설정)으로 이마에 손을 얹고 앉아 있다.
상두, 맞은 편에 수희, 걱정스럽게 상두의 표정을 살피고 있다.


상두 (심각한 얼굴로 한숨을 푹푹 내쉬는)
수희 왜? 왜 그러는데, 자기야?
상두 ...몰라두 돼, 자기는. (다시 한숨)
수희 (애가 달아) 뭔데? 자기 일인데 내가 왜 몰라두 돼?
상두 (촉촉한 눈빛으로 30대녀를 보며 느끼하게) 내가 자기 만나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알지?
수희 왜 자꾸 이상한 말을 하구 그래?
상두 (30대녀의 손을 끌어당겨 꽉 잡으며) 내 얼굴 잘 기억해둬...다음 세상에 만나면 그 땐 이렇게 숨어서 만나지 말구, 밝은 태양아래서! 떳떳하게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 자.
수희 (거의 울 듯이) 자기 정말 왜 이러는데에?


이때, 만도, “실장님!”하며 상두에게 뛰어온다.


만도 큰일났습니다 실장님. 사채 시장에 어음이 돈 게 소문이 나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돈 줄이 다 막혀버렸습니다.
상두 (침통한 표정으로 눈을 감으며 이마에 손을 얹는)
만도 ...까짓 돈 이천인데...이천만 막으면 되는데...
상두 (말을 제지 시키는) 김 부장님!
만도 (흠칫하며) 예...죄송합니다.
수희 왜요? 무슨 일인데요? 말씀해 보세요, 김 부장님!
만도 예, 저기...일주일 후에 홍콩 거래처서 대금만 나오면 만사가 다 해결되.. (하는데)
상두 (말꼬리 자르며 노기띤) 잠깐만 나가계시겠습니까, 김부장님?
만도 예. (인사하고 잔뜩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간다)
상두 (결심한 표정으로 물 한잔 마시고 수희를 보며) 우리 만나는 것도 오늘 이게 마 지막인거 같네..
수희 (안색이 하얗게 질려서 보는)
상두 혹시 내가 교도소에 들어가더라두 괜히 뭐 사식을 넣니 어쩌니 그런 짓 하지마. 절 대루.
수희 (눈물이 그렁해서) 자기야.
상두 (눈물까지 그렁해져 비장한 미소 머금고) 나같은 놈은 깨끗이 잊어버리구, 앞으론 가정에 충실하구, 애들 잘 키우구...
수희 (O.L.) 이천만원만 있음 돼? 정말 그 돈이면 해결 돼?
상두 (괴로운 표정) 됐어, 자기한테까지 폐 끼치구 싶지 않아. 떠날때두 멋있게 떠나게 해줘!...제발.


36. #호텔 화장실


런닝차림의 상두, 치약이 묻은 칫솔을 들고 핸드폰 하고 있다.


상두 (밖에서 들을까봐 소근거리며 말하는) 삼촌 통장으로 입금했으니까, 보리 병원비 내 구, 남은 돈은 몽땅 보리 통장에다 넣어.....(사이) 10원짜리 하나라두 삥땅만 쳐봐. 내 성질 알지?


상두, 핸드폰 폴더 탁 닫고, 자신의 처지가 한심해 한숨 푹 내뱉고 심드렁한 표정으 로 칫솔로 이빨을 벅벅 문지른다.
이때, 목욕탕문을 노크하는 소리 들리고.


상두 (상냥한) 어! 쪼끔만 기다려! 지금 나가!
수희(E) 그게 아니구 자기야! 나 지금 나가봐야 할거 같애.
상두 (반가운 소리다) 왜애?
수희(E) 남편이 출장이 취소 됐나봐.
상두 (표정은 좋아서 죽고, 말소리는 심드렁한) 그래애? 그럼 당근 가야봐야지...오랫만에 만났는데 섭섭하네, 이거. (거울을 향해 앗싸! 모션하는)


37. # 호텔 입구 앞


수희의 스포츠카 서 있고, 상두, 배웅하고 있다.
수희 미안해, 자기야.
상두 뭣보다 난 가정의 평화를 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거 알잖아...시장 봐갖구 가서 맛있는 거 많이 해 드려어.


수희, 보며 차를 출발해 가고, 상두, 아쉬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다 차가 사라지자 신나는 표정.


38. #병원 정원 벤치


보리, 거울을 들고 자기 얼굴을 비추며 앉아 있고, 상두, 뭔가를 열심히 보며 진땀 뻘뻘 흘리며 보리 머리를 땋아 주고 있다. (레게풍으로)
상두가 참고하고 있는 사진, 우피 골드버그의 사진이다. (레게머리를 한)


상두 차보리! 이거 너무 어렵다....꼭 이 여자처럼 해야 돼?
보리 우리 선생님은 이 아줌마가 제일 좋대.
상두 뭐?
보리 선생님 방에 이 아줌마 사진도 있어, 아빠.
상두 새로 왔다는 그 의사 선생님?
보리 응.
상두 그 자식 참 취향도 특이하네.
보리 빨리 해애.
상두 너 그 선생님 좋아하냐?
보리 (얼굴이 빨개지며 수줍게 고개 끄덕이는)
상두 (질투) 아빠는 그럼?
보리 아빠도 좋아.
상두 (삐졌다) 아빠는 아빠니까 좋구, 그 선생은 남자로써 좋구?
보리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 짓다가 뭔가 발견하고 얼굴이 빨개져서) 선생 님이야, 아빠.
상두 (보리가 가리키는 곳을 본다)


저 앞으로 의사 가운을 입은 민석, 휠체어 탄 어린 아이앞에 무릎 굽히고 앉아 자 상하게 얘기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다.
상두, 낯 익은 인상인데...하며 자세히 보다가 은환의 병실에서 봤던 남자임을 알고 는 놀라고 당황하는데.


보리 선생님!!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
민석 (그 소리에 돌아보고 웃으며 보리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휠체어의 아이에게 인사하
고 보리쪽으로 온다)
상두 (긴장한다. 한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괜히 문지르는)
민석 보리 머리 빗구 있었어?....(상두를 보며) 누구시지, 보리야?
상두 에?...(말을 얼버무리며 당황하는데)
보리 아빠예요! 우리 아빠!!
민석 아, 그러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악수 청하며) 강 민석입니다.
상두 (시선 제대로 못 마주치며 악수 하는) 차...상..(이름 말하려다) 찹니다.
민석 ?..아버님이 되게 젊으시네요. (보리 머리를 쓰다듬으며) 보리가 우리 아빠 잘
생겼다고 자랑 많이 했었어요.
보리 아니예요. 선생님이 더 잘 생겼어요.
상두 (시이..배신감 느끼며 보리를 살짝 흘겨보는, 한손으로 계속 얼굴을 가린 채 이마만
문지르고)
민석 (왜 사람을 안 보나? 의아한데)


이때, 민석의 핸드폰 벨 울린다.


민석 (발신자 확인하고 상두에게 양해 구하듯 인사하고 돌아서서) 어, 은환아.
상두 ......(표정)
민석 정말 출근 할거야, 오늘?...내가 데려다 줄게, 그럼 (상두에게 목례하고, 보리에게
손 흔들어보이고 돌아서서 가며) 괜찮아, 병원엔 1시까지만 오면 돼.
상두 (기분이 엿 같다)
보리 아빠! 우리 선생님 되게 멋있지? 그치?
상두 (중얼거리듯) 멋있긴 개뿔이 멋있냐? (우피 골드버그 사진보다가 민석쪽을 보
며) 바람둥이 자식.


39. #은환 학교 외경


남녀 학생들, 등교하고 있다.


40. # 민석 차안/ 은환 학교안


민석의 차, 학교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지나가던 학생들, 민석과 함께 탄 은환을 알아보고, “선생님” 함성 지르며 손을 흔 든다.


은환 (부끄러운 듯 한 손으로 얼굴 가리고) 그냥 정문앞에서 내려 주지.
민석 됐어, 너 환자잖어.
은환 (부끄러운 척 하다가 아는 학생들 보이자 여우처럼 반갑게 손을 흔들어준다. 멋진 남자친구...괜히 으시대는 마음도 있다.)


민석의 차, 유유히 교직원 주차장쪽으로 가는데, 아이들속에 함께 들어오며 그 차
를 날카롭게 응시하는 두 사람이 있다..희서와 순애다.


41. #민석 차안/교직원 주차장


민석의 차, 주차장으로 와서 멎는다.


은환 고마워, 조심해서 가. (안전 벨트를 풀려고 하는데 잘 풀리지 않는다) 어? 왜 이러지? 안 풀려, 민석씨.
민석 이게 계속 말썽이네...가만 있어봐. (은환쪽으로 몸을 밀착시키고 벨트를 풀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다)


밖에서 보면, 영락없이 남자가 여자를 덮치고 있는 형색이다.


은환 (낑낑거리며 빼려하고)
민석 아우, 왜 이렇게 안 빠지냐?...(힘껏 힘을 주는데 철컥 풀린다)


동시에 유리창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 들리고.
은환과 민석, 놀라서 고개 돌려보면, 순애, 못 볼 것을 본 모양 울그락 푸르락 눈이 동그래져서 나무 지휘봉으로 창문을 때리며 두 사람을 노려 보고 있다.


은환 (잘못 걸렸다) 선생님!
민석 (순애의 악명을 잘 알고 있다...골치 아프다)
순애 (지휘봉으로 창문 내리라는 모션하고)
민석 (하는 수 없이 창문을 내리고 인사하는) 안녕하십니까? 박 선생님!
순애 (민석은 본 체도 않고 분노로 목소리가 부르르 떨리는) 신성한 학교에서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짓입니까, 채 은환 선생님?
은환 저기..그게요..제가 교통 사고가 나 가지구요...
순애 (O.L.) 여기가 선생님 연애질하는 하는 장솝니까? 순진하고 여린 학생들이 이런 퇴폐적이고 저급한 짓거리를 보기라도 하면...(하다가 생각도 하지 싫다는 듯 진저리 를 치며) 아이들이 받을 상처와 충격은 누가 책임질 겁니까?
민석 뭔가 오해를 하신거 같은데요, 박 선생님!
은환 (억울해서 눈물까지 글썽해져) 저희들 아무 짓도 안했어요. 그냥 여기 벨트가 안 빠져 갖구..
순애 (O.L.) 이런 막 나가는 생활 자세로 학생들에게 대체 뭘 가르치겠다는 건지 정말 의문스럽군요. 선생님 반에 문제아들이 왜 유독 많은지 아십니까? 그 선생에 그 제자라구....(하는데)
민석 (덥석 은환을 잡더니 뜨거운 키스를 하기 시작한다)
은환 (말할 틈도 없이 당황하고)
순애 (얼굴이 시뻘개져 어쩔 줄을 몰라하며) 어머나...세상에...오, 하느님...(하며 못 볼 걸 봤다는 듯 손으로 자기 눈을 가리다가) 세상에...상종도 못할 인간들이네. (하며 휙 돌아서서 간다)


은환에게 키스하던 민석, 순애가 자릴 떠났다는 것을 알고 그제야 입술을 뗀다.
은환, 벙쪄 있고.


민석 아, 겨우 떼냈네..
은환 (당혹스런 마음에 딸국질을 한다)
민석 저 선생 왜 저러냐, 정말? 노처녀 히스테리가 거의 살인적이네.
은환 (딸국)
민석 (귀엽다는 듯 보며 웃는다)
은환 (딸국질 계속하는)


42. #CF 스튜디오 분장실


커다란 손거울 안에 비친 세라의 얼굴.
펄이 들어간 아이섀도우며 길다랗게 붙인 속눈썹, 집에서와는 전혀 다르게 섹시한 화장을 한 세라,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고, 다시 꼼꼼하게 립그로스를 덧바르고 있 다.
스텝(E) 자! 자! 스텐바이!!
세라 네! (하며 다시 거울을 보고 매무새를 다듬는다.)
스텝 (다가오며 세라에게) 스텐바이!!
세라 네, 잠깐만요...(대답은 하면서도 머리 다듬고 열심히 화장하고 있다)


분장실 거울에 비친 엑스트라 모델과 스텝들, 세라를 어이없다는 듯 보며 “쟤 왜 저래?” “웬일이니?” “미친 거 아냐?” 비아냥거리며 소근거린다.


세라 (개의치 않고 열심히 화장하는)


43. #CF 스튜디오


세라, 고혹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 옆으로 세명 정도의 모델(화장 안한 수수한 얼굴)도 세라와 비슷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감독(E) 자...턱을 조금만 더 내리고...
세라 (턱을 내리는)
감독(E) 오케이! 좋아요! 한 쪽 눈을 지그시...유혹하듯이 감아보세요.
세라 (한쪽 눈을 지그시 유혹하듯 감는다)
감독(E) 조옿습니다!....셋! 둘!


카메라, 세라를 돌아서 세라의 반대편을 비춘다.
세라의 반대편에 한 유명 모델(혹은 텔렌트)가 한쪽 눈을 감고 고혹적인 포즈 취
하고 있다.
등을 돌리고 서 있는 세라와 모델들...유명 모델의 뒷 배경으로 뒷 모습만 보여주며
서 있다.


감독 하나!


후레쉬 팡 터지며 유명 모델의 모습을 찍는다.


세라 (등만 보여주고 선 자신의 처지가 비참하지만...꿋꿋하려고 애쓰는.)


44. #보리 병실복도


끈 나시에 디올풍의 선글라스를 낀 세라, 낑낑거리며 아이옷이며 인형이며 아이스
크림 케잌이며 동화책이 든 쇼핑 가방들을 잔뜩 손에 들고 온다.
눈에 띄는 세라의 외모에 지나가던 의사며 환자며 한번쯤 돌아보고 간다.
세라, 보리 이름이 써진 보리 병실앞으로 와서 발걸음 멈춘다.
안경을 올려쓰고 투명창을 통해 보리의 모습을 보는데, 보리는 잠들어 있다.


세라 (차마 불쑥 들어서지는 못하고 혼잣말하는) 보리야! 엄마 오늘 돈 벌어갖구 보리
옷이랑 인형이랑 아이스크림 사왔다?


세라, 망설이다가 손을 내밀어 문을 열려고 하는데, 그 손목을 탁 잡는 다른 손.
세라, 흠칫 놀라서 돌아보면, 상두, 세라를 죽일 듯 노려보며 서 있다.
세라, 당황하며 눈치보는.


45. #병원 정원


상두, 한손엔 쇼핑 봉지들 들고 세라의 팔목을 으스러지게 잡고 끌고 나온다.


세라 아우, 아퍼...손목 끊어져, 상두야..
상두 (매서운 표정)


46. #병원 정원 일각


상두, 세라의 팔을 탁 놓으며.


상두 죽을래? 여기가 어디라구 와?
세라 (눈치보며 할 소리는 하는) 엄마가 딸두 못 보러 오냐?
상두 (서슬이 퍼래지며) 누가 엄마야? 너, 보리 버리지 않았어?
세라 그거야...(할 말이 없다)
상두 (쇼핑 봉투를 확 팽개치며) 갖구 당장 꺼져!!
세라 (사정하는) 조심하께, 내가 지 엄만 거 절대루 말 안해...나 못 믿어?..못 믿어?
상두 (차갑게) 못 믿어. (돌아서는데)
세라 그 년한테 보리 얘기 했어?
상두 (탁 멈추더니 세라를 돌아보며) 이 기집애가 계속 년이래네...선생님! (눈 부릅뜨
고, 강조) 선생님!!
세라 나한테는 웬수니까 년이다, 왜?! 나쁜 년! 보나마나 뒷구멍으루 촌지나 받아 처먹
는 그런 년일거다, 엉큼한 년.
상두 (매서운 표정을 하고 마치 한 대 치기라도 할 듯 세라에게 다가온다)
세라 (상두의 서슬에 움찔뒤로 물러나며 그래도 지지않고) 교육청에다 투서나 써버릴
까 보다, 나쁜 년.
상두 (세라의 어깨위에 팔을 탁 올려놓는다)
세라 (흠칫, 긴장하는)
상두 (낮고 그윽하게) 세라야.
세라 ...(긴장)...뭐?
상두 그 여잔 절대루 년이란 말 안해. 욕두 할 줄 몰라, 선생님이라서.
세라 (표정)
상두 갑자기 너랑 그 여자랑 확 비교가 되면서 니가 너무 후져보인다.
세라 (일그러지는)
상두 안 들은 걸로 해주께....(세라 어깨 툭툭 두드려주며) 가라.
세라 그년...그 선생님이랑 너랑 다시 잘 해볼 생각이야?
상두 (고개 끄덕이는)
세라 그럼 난?
상두 너랑 나랑 언제 사귄 적 있어?
세라 ....(할 말 없다)
상두 내가 너 상대루 혼인 빙자 간음이라두 했냐?
세라 ....(할 말 없다, 오기가 난다) 나두 그럼 다른 남자 만나야지.
상두 잘 생각했다. 솔직히 너 나 같은 놈한테 오긴 아까워.
세라 이제부터 막 살아야지!
상두 (어이없어하며 사라진다)


47. #경춘 국도(또는 풍광이 좋은 국도길)


멋스런 스포츠카, 달리고 있다.


48. #차안


멋스럽게 차려 입은 상두, 운전하고 있고, 그 옆으로 30대 중반의 세련된 인상의 수희, 상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수희 아우, 너무 좋다...이러구 자기랑 지구 끝까지 갔음 좋겠다.
상두 (능글능글한) 가까? 자기가 원한다면 지구끝? 까짓거 가지 뭐.
수희 (좋아서 웃으며) 노래 불러줘, 자기야.
상두 나 노래 못해.
수희 해봐아아...잘하잖아, 자기.
상두 못한다니까.
수희 (콧소리) 자기야아...
상두 무슨 노래?
수희 으응...“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하는 노래 있지? 그거 해줘.
상두 아, 못하는데....(말은 그렇게 하지만, 목청을 가다 듬는다)


49. #국도


달리고 있는 상두의 차.
상두의 노랫소리 들린다.


상두(E) 나 그대에게 드릴 말 있네.


50. #차안


상두, 노래하고 있고, 수희, 눈을 지그시 감고 황홀경에 빠져 감상하고 있다.


상두 오늘 밤 문득 드릴 말 있네...나 그대에게...(하는데 문득 표정이 굳어진다)


(E) 기타소리와 함께 들리는 노랫소리.
상두(E)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상두는 입 다물고 있는데 흐르는)


51. #플래시백(과거)


해변가 풍경 좋은 곳. 노을녘.
17살의 상두, 기타치며 노래 부르고 있다.


상두 (어딘가를 그윽한 사랑의 시선으로 응시하며) 터질 것 같은 이내 사랑을....


상두의 시선이 닿는 곳, 17살의 은환이 앉아 있다.
상두, 은환을 위해서 노래를 불러주고 있는 것이다.
미소를 머금고 역시 눈 안에 한없이 사랑을 담은 은환, 턱을 괴고 박자에 따라 몸 을 흔들며 상두의 노래를 듣는다.
상두, 미소 지으며 노래를 계속 부르는데.


수희(E) 자기야! 왜 노래 안 해?


52. #차안 (현재)


상두, 굳은 표정으로 입 꾹 다물고 있다.
수희, 의아한 표정으로 보며 상두의 팔을 흔들며.


수희 왜 그래, 자기야?
상두 (그제야 퍼뜩 제 정신으로 돌아온다) ...다른 노래 해주께.
수희 싫어. 잘하던데 뭐.
상두 (건조한) 다른 거 하께.
수희 아까 그거 해줘, 자기야아.
상두 (표정이 얼핏 굳었다) 싫어, 다른 거 할래.
수희 (고집스럽게) 아까 그거 해줘.


53. #국도


끼익 멈추는 상두의 차.
상두, 운전석에서 내리더니 걸어가 버린다.


수희 (조수석에서 내려) 내가 잘못했어, 자기야...다른 노래 해, 다른 노래 해, 응?
상두 (뒤도 안 돌아보고 걸어가는)
수희 (발을 동동 구르며) 자기야...다른 노래 해.
상두 (그대로 굳은 표정으로 척척 걸어가는)


54. # 은환 학교 정문앞


택시와서 멎고, 상두, 차에서 내린다.
상두, 조심스럽게 정문쪽으로 발을 옮겨가는데.
학교 운동장에 웅성웅성 학생들과 선생들 모여 있고, 학교 옥상 난간에 사람하나가 서 있는 것 같다.
뭔가 소란이 단단히 난 것 같다.


55. #은환 학교 운동장


목발을 짚은 은환, 손으로 마이크를 만들어 옥상 위에다 대고 소리 지르고 있다.


은환 (눈물이 그렁해서) 정우야!! 못난 생각하면 안돼! 제발 생각을 고쳐!! 일단 내려 와! 내려와서 선생님이랑 얘기 좀 하자, 응?!!


56. #학교 옥상


옥상 난간에 정우(은환반 학생,17) 서 있다. 눈물이 뒤범벅이 된 얼굴, 비장한 표정, 뛰어내릴 기세다.


57. # 은환학교 운동장


은환과 교장, 순애등 선생들, 나와 있고, 학생들도 우르르 나와 옥상쪽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춘자등 은환반 학생들도 보인다.


교장 119는 언제 온대? 제대로 불렀어요?


옥상을 보던 학생들, 갑자기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난간 끝에 선 정우가 휘청하며 떨어질 뻔한 것이다.


58. #옥상


정우, 자신도 놀랐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59. #운동장


은환 (다시 옥상을 향해 외치는) 제발 정우야!! 생각을 바꿔!!.. 너 잘못 되면 선생님두 죽어 버릴거야?!! (목이 메인다)
교장 진정하세요, 채 선생님. (은환의 등을 두드려준다)
상두 (어느새 아이들 틈에 서서 은환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옆에 있던 여학생에게) 저 새끼 왜 죽을려구 그러는 건데?
학생1 (옥상으로 눈길 주며) 성적이 떨어져서요.
상두 몇등으로 떨어졌는데?
학생1 전교 4등요.
상두 몇등하던 놈인데?
학생1 전교 2등요.
상두 (어이가 없다) 죽어두 싸네, 저 새끼.
학생1 (그 말에 그제서야 상두를 본다, 주위에 있던 몇 명 학생들도 상두를 보고)
은환 (정우야! 부르며 펑펑 울고 있다)
상두 (마음이 아프다)


이때, 교문으로 119 소방차 들어서고 있다.


시간경과.
은환, 바들바들 떨며 옥상을 바라보고 있다.
119 대원들 분주히 에어매트에 공기를 주입시키고, 안전 장치들을 만들고 있다.


학생2 저기 누가 올라가고 있어요!!


은환과 사람들, 시선 돌려보면, 건물 꼭대기층 창문에서 나와 옥상으로 기어오르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상두다.


은환 (긴장해서 보는데)
교장 저 사람이 누군가? 119 대원인가?


60. #옥상


온 몸이 땀으로 가득한 상두, 옥상 잠입에 성공한다. l
정우는 아직 상두의 존재를 모르고, 아래만 내려다 보며 바들바들 떨고 있다.


상두 (정우쪽으로 오며) 뛰어내려, 임마!
정우 (흠칫하며 돌아보는)
상두 밀어주까, 내가?
정우 (하얗게 질려) 누..누구세요?
상두 전교 5등하는 놈 삼촌이다. (하며 난간을 훌쩍 뛰어올라 정우옆에 선다)


61. #운동장


은환과 사람들, 난간위에 나란히 선 두 사람을 마른 침을 삼키며 보고 있다.


교장 저 분이 정우를 설득하고 있는 거 같은데요?
은환 (눈물을 손등으로 닦는다. 한줄기 햇살이 비치는 느낌이다.)


62. #옥상


상두 너 정말 생각 잘했다...우리 조카 소원이 전교 4등 한번 해보는 건데, 니가 없어져 주면 바루 게임 끝나는 거네. 걔가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11년을 전교 5등만 했 으니까 생각해봐라, 얼마나 지겨웠겠냐?
정우 (어리둥절하기도 하고...무섭기도 하고)
상두 그 자식이 화장실에 가서 혼자 웃다가 나한테 문잘 날렸더라?...혹시 모르니까, 확실히 가서 밀어버리라구.
정우 (점차 두려워지는)
상두 (옥상 아래를 내려다 보며) 어우, 벌써 매트가 빵빵하게 만들어졌네? 안되겠다, 여기서 떨어지면 다리나 목이나 부러질까 죽진 않겠다...저기 가장자리루 옮기자. (정우의 팔을 잡는데)
정우 아..아저씨..사..살려주세요.
상두 살려줘?
정우 살려주세요.
상두 왜? 안 죽을려구?
정우 안 죽어요, 안 죽을거예요!!
상두 너 때문에 니네 선생님은 성치도 않은 몸으루 울구 불구 난리가 났는데, 니가 안 죽으면 얼마나 황당하겠냐? 이왕 마음 먹은 거, 죽자, 응?
정우 (울기 시작한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상두 살려주면 나중에 또 올라 올거잖아.
정우 아니예요...안 죽을거예요, 다신 안 죽어요.
상두 얍샵한 새끼...((정우의 머리를 사정없이 때리며) 일층에서 만났으면 나한테 반 죽 었다, 너!!
정우 (눈치보며 난간에서 옥상으로 내려서다가 상두를 잡는다는 게 실수로 상두를 떠미는데)
상두 어어..(하며 휘청하고)


63. #운동장


옥상의 상두, 휘청하며 아래로 떨어진다.
학생들,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은환, 차마 볼 수 없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상두, 매트에 떨어져 의식을 잃었다.
교장과 몇몇 선생들, 학생들, 매트쪽으로 뛰어간다.
은환, 꼼짝도 못하고 서 있다.


119대원들, 의식을 잃은 상두를, 들것으로 옮기고 구급차로 가는데.
학생들과 선생들 틈을 뚫고 은환이 와 선다.
비로소 상두의 얼굴을 보는 은환.


은환 (...믿기지 않는) ...상두야...
상두 .....


충격 받아서 멍해진 은환의 표정에서.


64. # 학교 외경(낮)


순애(E) 감사패, 성명 차 상두!


65. # 학교 강당


전교생들 일렬로 정렬해 있고, 은환등 선생들은 앞줄에 서 있다.
단상위엔 교장, 감사패를 들고 서 있고, 고급스런 양복으로 깔끔하게 차려 입은 상두, 교장앞에 서 있다.
순애, 한쪽에 서서 감사패 문구를 대독하고 있다.


순애 귀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뛰어난 기지를 발휘하여 살신성인의 정신을 실현하고


상두를 바라보는 은환, 자신의 앞에 펼쳐진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멍해 있다. (깁스는 푼 상태다)


순애 (상두에 대해 상당한 호감을 느끼고 있다) 위대한 시민 정신을 보여주었기에 이에 감사의 마음으로 이 패를 드립니다. 2003년 9월 **고등학교 교장 송 종두


교장, 온화하게 웃으며 상두에게 감사패를 주고, 상두, 쑥스러운듯 감사패를 받는다.
선생들, 박수치고, 은환도 무의식적으로 박수를 치지만,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
순애, 꽃다발을 가져와 상두에게 준다.
학생들은 함성을 질러대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낸다.


상두 (학생들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며 은환을 뿌듯한 미소로 본다)
은환 (상두와 눈빛이 마주치자 흠칫하며 얼른 시선을 외면한다)


66. #교장실


교장과 상두, 응접 소파에 앉아 있다. 교장실 벽면엔 신세대 가수들의 브로마이드 붙어 있다.


교장 (한 아름의 선물 꾸러미와 편지지를 상두에게 내밀며) 우리 학교 애들이 차 선생한테 전해 달래요. 선물이랑 팬레턴가봐.
상두 (좋아서 웃는) 뭘 이런 걸...
교장 우리 애들한텐 GOD보다 차 선생 인기가 더 좋대는데?
상두 (좋은 표정 감추지 못하는데)
이때, 노크 소리 들리고, 은환, 문을 열고 들어선다.


교장 아, 채 선생 어서 와요.
상두 (그 소리에 은환을 돌아보고 반가운 마음에 미소를 짓는데)
교장 이 분은 채 은환 선생님이라구...(인사하라고) 채 선생님!
은환 (상두와 시선 마주치지 않고 정중하게 인사하며) 문 정우학생 담임입니다.
상두 (미소 짓던 얼굴이 어정쩡하게 굳어져 은환을 본다.)
은환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다시 꾸벅 인사하고)
상두 (황당하기도 하고 무안하기도 하고)
교장 그렇게 섰지 말구 이리 와 앉어요, 채 선생.
상두 (은환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은환 (곤혹스러운 표정 역력해서) 좀 있다 수업이 있어서요...(준비해 왔던 티켓 봉투를 꺼낸다)
교장 채 선생두 팬레터 썼어요?
은환 (당황하며) 무...문정우 학생 아버님께서 성의의 표시를 하고 싶다구 주셨어요.
상두 (그대로 물끄러미 뚫어지게 보고 있다)
은환 돈은 아니구 프리미엄 호텔 평생 숙박권인데...(문득 고개를 들다가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상두와 시선을 마주치자 얼른 시선을 떨군다) 정우 학생 아버님께서 그 호텔을 갖구 계시거든요. 헬스장이용권이나 부대시설 이용권이나...다른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하시라구...(상두의 옆에 놓아준다)
상두 (그대로 은환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
은환 (서둘러) 그럼 전 수업이 있어서 그만 나가보겠습니다. (교장과 상두를 향해 인사 꾸벅하고, 서둘러 교장실을 나가려다 닫힌 문에 부딪힐뻔 한다. 당혹스러워하며 나가는)
상두 (서운하게 보는데)
교장 화장실이 급한가봐.


67. # 교정벤치(운동장이 보이는)


은환, 멍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벤치에 앉아 있다.
운동장에는 학생들, 축구를 하고 있다.
상두, 저편에서 오다가 은환을 보고 은환 옆 벤치로 와 앉는다. (각각 다른 벤치의 마주보는 끝)
은환, 상두가 오는 지도 모르고, 멍하니 앉아 있다.
상두도 아무 말 없이 앞을 본다.
잠시후, 은환, 고개를 돌리다 상두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흠칫 놀란다.


상두 (앞을 보는) 예전에 우리 학교 운동장은 참 근사했는데, 그치?
은환 (마른 침을 꼴깍 삼치는)
상두 (추억을 떠올리듯 혼자 미소도 머금고) 운동장 앞에 바다가 있어 가지구, 운동하다 땀 나면 바루 물에 뛰어 들어 수영두 하구....서울 애들 참 불쌍하지 않냐?
은환 .....(당혹스러워하며 일어나는데)
상두 (비로소 은환에게 고개 돌리고) 은환아.
은환 (흠칫하며 상두를 본다)
상두 나......몰라?
은환 (대답않는...당혹스런 표정)


이때, 갑자기 상두의 눈이 동그래진다.
학생들이 차던 축구공이 은환이 있는 쪽으로 날아오는 것을 본 것이다.
상두, 날렵한 동작으로 은환을 끌어당기며 그대로 바닥으로 쿵 넘어지고 만다.
축구공은 은환을 피해 날아가고.
상두는 바닥에 깔리고, 은환은 그 위에 올라 탄(?) 형국이 된다.
상두, 기절한 듯 그대로 눈을 감고 있다.


은환 (놀라고 당황해) 이봐요...이봐요...
상두 (그대로 눈 감은 채)
은환 (뇌진탕을 일으켰나...더럭 겁이 난다. 눈물이 그렁해지는) 이봐요...(하다가) 상두야... 상두야....
상두 (천천히 한쪽 눈을 뜬다)
은환 .....
상두 (나머지 한쪽 눈을 뜬다)....채 은환!...나....몰라?
은환 (눈물이 그렁해서)......알아.
상두 (활짝 웃는다)
은환 .......

:

  Triple Review Episode III : My Life is Incomplete - 헤드윅
old/old_scrapbook 2003. 11. 1. 04:29
'헤드윅'은 은근히 '거대한' 영화다. 이 영화는 단지 '남자도 여자도 아닌 1인치'를 가진 사람의 삶을 그린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헤드윅(존 캐머런 미첼)이라는 '트랜스젠더이자 로커이며 구동독인'인 사람의 인생의 일부이다. 헤드윅이 남자도 여자도 아닌 삶을 살게 된 것은 분명히 중요한 사건이지만, 영화는 그것만으로 그를 설명하기보다는 그것을 포함한 그의 삶 전체를 버라이어티 쇼처럼 보여주면서 그의 삶이 무엇을 향해 나가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영화는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 수술에 실패한 트랜스젠더로서 헤드윅이 느끼는 고뇌와 슬픔뿐만 아니라 구동독과 미국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록스타와 언더그라운드(혹은 인기없는) 록밴드의 이야기까지 두루 다루고 있다. 관점에 따라 영화의 초점이 바뀔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고, 그만큼 이야기의 배경과 스타일은 다양해진다. 헤드윅의 인생은 때론 영화로, 혹은 헤드윅의 노래로, 그리고 애니메이션을 통해 직접적인 묘사와 회고, 그리고 상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식을 통해 표현되면서 영화는 정신없을정도로 빠르게 그의 인생을 훑어나간다.



불완전한 인생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뚜렷한 힘을 가지는 것은 그 모든 형식들을 헤드윅이 최종적으로 바라는 인생에 대한 어떤 희망과 의지로 묶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다양한 삶은 결국 불완전한 것에서 완전한 것으로의 봉합, 혹은 탈피를 꿈꾸는 삶이다. 단지 남자도 여자도 아닌 그의 성정체성뿐만 아니라, 그의 삶은 모든면에서 불완전한 삶의 연속이다. 그는 부모중 아버지가 없고, 분단된 나라에서 살았으며, 미국으로 건너오기위해 미군과 위장결혼을 한 대가로 성전환 수술을 한데다가 그 수술이 실패해 남자도 여자도 아닌 '분노의 1인치'만 남게 된 인간이 된다. 또 자신과 사랑에 빠졌던 소년은 록스타가 되어 자신을 배신하면서 그는 미국에 건너와서도 또한번 완벽한 록그룹이 아니라 오버그라운드와 분리된 언더그라운드 록그룹으로서의 삶을 살아간다.



그는 늘 완전한 삶을 원하지만 언제나 불완전한 삶을 살아야하고, 그것은 결국 그의 가사속에서 무의식과 신화의 영역으로 올라가 상징적인 가사를 통해 표현되기도 한다. 그의 과거로부터 현재로 올라오는 그의 인생역정,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야기를 절절히 쏟아내는 그의 무대위의 모습과 신화로까지 연결되는 애니메이션은 모두 그의 불완전한 현재와 완전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꿈꾸는 그의 모습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면서 영화를 이끌어나가는 힘을 부여하는 것이다.



밴드는 언제나 노래한다



그래서 영화의 실질적인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헤드윅의 밴드 'Hedwig and the Angry Inch'의 공연장면은 단지 헤드윅이라는 인물에 대한 설정상 필요한 장면일뿐만 아니라 그의 불완전성을 가장 직접적으로 설명해주는 부분이자, 동시에 산만해질 수도 있었던 영화의 분위기를 하나로 통합해주는 역할을 한다. 애니메이션을 통해서는 상징적으로, 그리고 영화적인 에피소드를 통해서는 현실속에 묻혀 은유적으로 제시되었던 그의 불완전성에 대한 메시지가 압축되어 있으면서도 뚜렷한 메시지를 담긴 노래를 통해 표현되면서 영화는 한 사람의 인생을 다양하게 다루면서도 뚜렷한 주제의식을 다룰 수 있고, 동시에 이 공연장면은 어떤 영상으로도 완전하게 표현할 수 없는 영화의 다양한 면모를 한꺼번에 표현한다. 이 공연장면과 그가 부르는 메시지를 통해 동독과 서독, 성정체성의 문제등은 영화속에서 적은 비중으로 조금씩 다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파편적이거나 다른 정치적인 의미를 가지기보다는 완전한 삶을 추구하는 헤드윅의 불완전한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지게 되는 것이다.



그는 공연중 남성의 외모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과장스럽게 여성의 외모를 하고 섹시한 여성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그러면서 반쪽으로 갈라져버린 자신의 인생에 대해 울부짖는다. 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않는 언더그라운드 록그룹으로서 그들을 바라보는  미국각지의 '빌워터 식당'의 손님이자 관객들은 그들에게 냉담한 시선을 던질뿐이다. 헤드윅은 무대에서마저 관객들과 하나가 되지 못하는 불완전한 존재가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결국 하나의 완전한 존재가 되는 것이 무대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가 끊임없이 완전한 존재를 노래하던 그 무대위에서, 그는 자신의 잃어버린 반쪽, 언더그라운드가 가지지 못한 오버그라운드 인기 로커인 토미노시스가 했던 페이스 페인팅을 함으로서 불완전한 존재에서 완전한 존재가 되고, 그 순간 그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보다는 그 불완전한 정체성을 그대로 드러냄으로서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1인치'의 존재를 또하나의 완전한 정체성으로 승화시키며, 그렇기 때문에 그는 여성의 '흉내'를 냈던 치장을 벗겨내고 알몸이 되어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외피를 벗고 무대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순간, 불완전한 정체성을 스스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그것으로 성공하는 그순간 그는 오히려 완전한 자기'만'의 정체성을 찾게 되는 것이다.



A funny rockumentary



그리고 이는 동시에 절묘하게 '헤드윅'을 한 사람의 정체성찾기일뿐만 아니라 록밴드, 혹은 록음악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일종의 풍자영화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헤드윅 개인의 기구한 삶을 제외한다면 밴드로서 'Hedwig and the Angry Inch'가 겪는 일들은 한 록매니아가 언더그라운드 록그룹을 결성해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에 대한 일종의 축소판이다.



헤드윅의 인생에는 록밴드가 겪을 수 있는 모든 것이 들어있다. 록의 중심지가 아닌, 오직 라디오로만 들리는 데이빗보위에 대한 꿈을 키우며 변방(동독에 변방이라는 말을 하기가 미안하기는 하지만 미국 록씬의 입장에서 보았을때는 동독도 변방이었을테니)에서 우여곡절 끝에 미국으로 들어와 록을 시작한 청년은 숱한 고생을 겪는다. 그는 자신을 미국으로 들여보낸준 인물에게 배신당하고, 숱한 밴드를 만들며 밑바닥을 전전하지만 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또 자신이 모든 것을 가르친 밴드의 멤버는 자신의 자작곡을 훔쳐 달아나 오버그라운드에서 성공하고, 그런사이 그는 온갖 트러블을 겪으면서 관객의 냉소를 받으며, 때론 열성팬도 만들어가면서 활동을 계속한다. 그안에는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보잘것없는 인기를 가지고 있는 밴드면서도 서로 프런트맨이 되기 위해 은근한 경쟁을 펼치는 밴드 구성원들의 이야기가 있고(헤드윅이 한국인 여성들과 함께 만든 밴드나 'Hedwig and the Angry Inch'의 멤버이자 그의 법적인 남편이었던 이치학이나 헤드윅대신 나서려는 모습은 어찌 그리 똑같은지), 밴드 멤버의 위상에따라 표리부동하게 움직이는 매니저가 있다.



이런 일종의 록큐멘터리로서의 모습은 특히 헤드윅이 자신의 정체성을 서서히 찾아가는 순간에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가 토미노시스와의 헤프닝으로 인해 로지 오도넬 쇼에 출연할정도로 유명해지면서 그들은 드디어 '완전한 무대'에서 수많은 팬들의 환호성속에 공연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들이 언더그라운드에서 보여주었던 예의 과격하고 파격적인 무대메너를 선보이며 모든 것을 망가뜨릴 때, 환호성을 보내던 밴드의 팬들은 그들을 차갑게 응시하면서 그들은 또다시 불완전한 존재가 된다. 그가 모든 이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드디어 자신의 정체성을 처음으로 찾기 시작하는 것은 초현실적인 분위기의 영상속에서 언더그라운드의 헤드윅이 오버그라운드의 토미노시스를 만난 뒤 그 스스로 토미노시스의 마크를 자신의 얼굴에 칠하고, 화려하고 고급스러운 의상과 함께 지금까지 견지해오던 펑크스타일의 음악이 아닌 가스펠적인 멜로디가 들어있는 록음악을 할 때이다. 언더그라운드가 완벽하게 언더그라운드의 존재로 오버그라운드의 존재가 될수는 없다. 거기에는 약간의 타협이 필요한 것이다.



'헤드윅'은 한 인간의 매우 다양한 삶의 궤적을 통한 정체성찾기이자, 록음악의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며, 이것들이 합쳐지면서 영화는 헤드윅의 정체성을 완전하게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헤드윅의 성정체성이나 동독이라는 지역적 환경이 그의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의 불완전성이라면, 그의 로커로서의 이야기는 하나의 예술가로서의 성공과 완전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 두가지가 합쳐졌을 때, 헤드윅은 비로서 하나의 온전한 인간, 즉 제3의 성정체성 그 자체가 하나의 완전한 정체성으로 자리잡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것은 이 복잡하고 불안정하며 슬픈 과거를 가지고 있는 불완전한 인물이 세상과 만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가 나체로 거리를 걷게되는 마지막씬은 그가 이제 완전한 정체성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가 세상과 만나기 시작했다는 것이 되기도 한다(좁은 골목에서 넓은길로 나가는 영상역시 상징적이다).



슬픈인생에 대한 유쾌한 자세



그러나, 중요한 것은 어쩌면 이런 '헤드윅'의 메시지나 결론보다 그 결론을 이끌어내기까지 헤드윅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일지도 모른다. 결국 스스럼없이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줌으로서, 그리고 예술가로서 어떤 승화를 겪으면서 자기 정체성을 찾는다는 결론은 어찌보면 진부하고 예상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과정에 이르기까지 존 캐머런 미첼 감독은 헤드윅과 그의 이야기를 참으로 따뜻하고 유머러스하게 바라본다는 점이다.



영화속에 표현된 그의 인생이나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삶은 사실 매우 처절하고 슬픈 것이다. 그는 늘 불완전한 삶을 살아가고, 미래에 대한 그다지 뚜렷한 비전도 없었다. 하지만 영화는 그런 헤드윅의 삶을 '불완전하지만 재미있는 삶'으로 그려낸다. 과장된 몸짓과 신나는 음악으로 채워진 밴드의 무대는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우울한 현실이면서도 보는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유쾌한 에너지로 가득차있고, 영화속 에피소드들은 결과적으로는 우울하고 슬픈 이야기의 연속이면서도 그 인생을 살아가는 헤드윅의 모습은 결코 비관적이거나 자기파괴적이지 않는다.



헤드윅이라는 인물 자체의 삶은 매우 비극적이고 우울한 것이지만, 그 삶을 사는 헤드윅 자체는 비관과 슬픔이 아닌 긍정과 웃음으로서 그 인생을 돌파해나간다. 헤드윅은 비극적인 상황속에서도 끝까지 자신이 이르는 길을 포기하지 않는다. 헤드윅은 그의 성정체성과 언더그라운드 록밴드의 이야기라는 비참하고 슬프지만, 구동독의 결손가정 아이로 태어나 오븐속에 갇혀서 노래를 따라부르고, 어머니의 토마토 세례를 받으며 자라던 아이는 결국 갖은 고생 끝에 자신의 밴드를 만들고, 더욱 나은 밴드를 결성하며, 결국 성공하는 헤드윅 자신의 전체적인 인생으로 보았을 때 그것은 슬픔을 전제로 하면서도 계속 밝고 완전한 삶으로 나아가는 의지의 과정이자 긍정의 에너지가 가진 힘이다. 신나는 음악과 가볍고 감각적인 영상과 함께, 헤드윅은 긍정의 에너지로 이 심각한 스토리에 심각한 주제를 가지고 있는 이야기에 관객이 함께 동참할 수 있도록 영화를 이끌어나간다.



불완전함의 매력



그래서 이 영화의 분위기는 오히려 뮤지컬보다는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같은 음악과 코미디가 결합된 버라이어티 TV쇼에 가깝다. 물론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하던 작품을 옮겨놓은 것이긴 하지만,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들과 밴드의 공연이 교차하고, 어떤 무거운 주제도 밝게 처리하면서 관객에게 자신들의 신나는 무대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심지어 함께 노래를 따라부를 것을 요구하기도 하는) 이들의 모습은 관객과 일정 거리를 두며 좀더 점잖은 반응이 어울릴 것 같은 뮤지컬의 무대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왁자하고 솔직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TV 버라이어티 쇼의 공개방송무대나 수많은 시청자들을 집에서 뒤집어지게 웃길 수 있는 TV 브라운관이 더욱 어울리는 듯 싶다. 그런점에서는 뮤지컬이 원작이기는 해도 오히려 영화가 더 어울리는 작품이라고 해야할까(물론 원작이 되는 뮤지컬을 보지 못했기에 속단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서 이 영화는 보는 사람에게 말로 표현하기 힘든 독특한 매력을 선사한다. 정체성과 록문화에 대한 다른 많은 영화들이 그들의 삶을 관찰하게 하고 사고하게 만들면서 보는 사람에게 그들의 고통을 전달하려 노력한다면, '헤드윅'은 끊임없이 불완전한 정체성에 대해 얘기하면서도 관객이 그것을 동정하거나 그런 그의 여러 문화적/정치적 배경을 비판적으로 해부하기보다는 일단 신나게 즐기면서 그가 정체성을 찾는 과정을 즐길 것을 권유하고 있다. 마치 헤드윅의 밴드 'Hedwig and the Angry Inch'처럼 전달하고자하는 메시지를 끝까지 유지하면서도 대중적인 스타일을 동시에 유지하면서 성공하는 그런 모습을 가진, 그래서 관객의 '이해'보다는 '환호'를 이끌어낸다고 해야할까. 어쩌면 문제의 해결이 조금은 가볍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한사람의 불완전한 삶을 '즐겁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영화를 볼 충분한 이유가 된다. '헤드윅'은 헤드윅처럼 불완전하지만, 역시 헤드윅처럼 그것을 숨기지않고 모든 것을 유쾌하게 드러냄으로서 관객을 즐겁게하는, 불완전함만의 매력을 갖추고 있는 영화다.



글 : 강명석(LENNON@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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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직한다는 것의 의미 - 네멋대로 해라 DIRECTOR&#039;S CUT DVD
old/old_scrapbook 2003. 11. 1. 04:23
* 이 글은 트리플 크라운에 쓰기 위한 글이 아니라 인터넷 DVD 전문 사이트 DVD 프라임

(www.dvdprime.com)의 청탁을 받고 썼던 글입니다. 그래서 평소 트리플 크라운에 쓰는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간단하게, 그리고 '네멋대로 해라'를 보지 않은 사람들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도록

썼습니다. 그래서 자세한 분석이 곁들여진 글은 아니니 그걸 감안해주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네멋대로 해라'에 대한 보다 자세한 얘기는 언젠가 시간이 되면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네멋대로 해라'는 한국 드라마 역사에서 매우 특이한 사례로 남을만한 작품이다. 이는 작품성의 문제라기 보다는 이 작품이 한국의 드라마가 가지고 있는 어떤 한계를 독특한 방법으로 깨버린 작품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드라마란 그 작품성에 상관없이 일회성의, 혹은 단기적인 반응을 일으킬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예를들면 '프렌즈'같은 미국 시즌제 드라마들이 매년 새로운 내용을 가지고 돌아와 시청자와 팬이 함께 '나이'를 먹어가면서 특정 시기에는 그 드라마를 보는 것이 생활의 일부가 되기까지 하는데 반해 짧은 시간안에 모든 스토리를 완결짓는 한국의 드라마는 그순간의 열광적인 반응은 이끌어낼 수 있었어도 지속적이고 굳건한 팬덤을 형성하기는 힘들었다.



드라마 DVD를 사본다는 것



물론 '거짓말'같은 독특한 사례가 있었지만 이는 말그대로 방영당시부터 소수의 열광적인 지지자를 가진 '컬트'였고, 요즘에는 많은 드라마들이 케이블 TV를 통해 재방송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옛 히트작을 다시 본다는 의미를 가질뿐 어떤 강력한 팬층을 형성하지는 못한다. 방영당시 높은 인기를 모았던 '피아노'와 '명랑소녀 성공기'같은 작품들이 DVD시장에서는 실패한 것은 이런 한국 드라마의 속성에 기인하고 있는 것이다. TV를 통해 드라마를 즐길 수 있는 '시청자'는 있어도 그것을 소장하기 위해 비디오나 DVD같은 매체에 기꺼이 돈을 지불할 수 있는 '팬'은 생기기 어려운 것이 한국 드라마의 현실이고, 그렇기에 한국 드라마 DVD의 부진은 그 자체의 완성도를 떠나 한국의 드라마라는 장르가 가진 구조적인 특징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네멋대로 해라'는 그런 한국 드라마의 한계들을 믿을 수없이 강렬한 팬층으로 깨버렸다. '네멋대로 해라'는 불과 두달남짓한 시간동안 엄청나게 열광적이고 두터운 팬층을 형성했다. 스스로를 '네멋 매니아'나 '네멋 폐인'이라고 지칭한 이 드라마의 팬들은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동호회를 만들고, '네멋대로 해라'에 등장한 장소들을 직접 방문하며, 심지어는 그 팬들끼리 대규모의 모임을 열어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인하기까지 했다. 어지간한 시즌제 드라마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열광적인 팬층을 '네멋대로 해라'는 불과 두달이라는 시간동안에 만들어낸 것이다. 이 드라마의 마지막회 엔딩 크레딧이 뜨기전에 나온 "그동안 함께 마음을 나누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세요"라는 문구는 이 드라마의 제작진이 드라마가 거듭될수록 일반적인 시청자가 아닌 그들의 팬, 혹은 매니아들을 위한 작품을 만들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을 살 사람들의 대부분은 '네멋대로 해라'의 종영과 동시에 DVD 발매를 요구하고, 자기 나름대로 서플의 내용까지 상상하며 '네멋대로 해라'를 영원히 자신의 것으로 '간직'하고자했던 이 드라마의 열광적인 팬들이다.



그래서 '네멋대로 해라' DVD는 기존의 드라마 DVD들, 혹은 더 나아가 일반적인 DVD 타이틀과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의 '가치'를 가진다. DVD의 외적인 면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면 이 타이틀은 평범한 수준의 타이틀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드라마 DVD의 특성상 5.1채널 대신 스테레오로 마스터링 되었고, 화질에 있어서도 TV에서 볼때보다는 분명히 뛰어나지만 그렇다고 흔히 말하는 '궁극의 화질'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또 NG씬과 메이킹 씬, 그리고 드라마에 등장한 스턴트 씬등으로 이루어진 서플역시 드라마 DVD로는 괜찮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영화 DVD와 비교하면 독특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제작상의 여건때문인지 몰라도 팬들이 궁금해할만한 메이킹 필름에서의 제작진들의 자세한 모습이나 메이킹 필름이 아닌 드라마의 장면들을 일부 편집한 스턴트씬등은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드라마의 장소를 여행하듯 찍으며 팬들의 정서를 담은 'LOCATION'이 인상적인 정도라고 해야할까.



볼수록 새로운



그러나, '네멋대로 해라' DVD는 그런 외적인 모든 부분들을 상쇄할 수 있는 매력을 작품안에 간직하고 있는 타이틀이고, 그것은 이 작품을 처음 접하는 사람보다 오히려 이 작품의 대사 하나, 장면하나까지 모두 기억하는 팬들에 의해 발견될 수 있는 것이다. '네멋대로 해라'의 진정한 매력은 일반적인 한국 드라마의 스토리의 완결성이나 주인공의 강렬한 캐릭터가 아니라 모든 인물들이 작품안에서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고, 그안에서 하나의 세계와 세계관을 만들어내는 독특한 구조에 있었다. 처음에는 그저 '소매치기와 키보디스트의 힘겨운 사랑'정도로 갈것만 같았던 복수(양동근)와 전경(이나영)의 사랑이 결국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아 나가는 과정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전반부에서는 예상치 못했던 파격적인 후반부로 이어지고, 마치 고정된 성격을 가진 조연 캐릭터로만 비춰졌던 그 차분히 중첩되는 그들의 일상을 통해 모두 각자의 삶을 가진 '사람'으로 자기 방식의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네멋대로 해라'는 'Ruler of your own world'라는 영어 제목답게 모든 출연진들이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작품으로 승화될 수 있었던 것이다.



소매치기와 인디밴드의 키보디스트의 일상속에 그토록 풍부한 삶의 성찰이 담길수 있듯, 그리고 드라마속 전경의 대사처럼 모든 음악에는 나름의 가치가 있듯 '네멋대로 해라'는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모든 인물에게 각자의 '사는법'을 보여줄 수있도록 했고, 단선적인 스토리 구조를 벗어나 각각의 인물들에게 그 사람들 각자의 인생을 들여다보는듯한, 이미 정해진 각본임에도 불구하고 인물의 그 다음 행동을 예측하기 힘들 정도의 자유도를 선사했다. 그렇기에 팬들은 그들의 인생, 혹은 그들이 각자 부딪히는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그 독특한 느낌중 하나를 선택해 깊게 몰입할 수 있었고, 그들이 보여주는 각자의 인생과 그 삶의 방식은 시청자들 하나하나의 마음을 강하게 건드릴 수 있었다. 어떤이는 복수와 경의 사랑에 감동하고, 어떤이는 미래의 쿨한 사고방식에, 또 어떤이는 평생 자신의 출생에 대한 콤플렉스를 안고 살아가며 그것을 마초적인 모습으로 애써 숨기려는 전강(이세창)의 모습에 깊이 공감되었다. 또 어떤 이는 이 작품이 묘사하는 그 일상의 모습과 예상치 못한 그 독특한 어법에 매료되었다. '네멋대로 해라'를 좋아하는 것은 같았지만, 그것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백이면 백, 천이면 천 다른 이유들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네멋대로 해라'의 진짜 재미는 DVD를 통해 그것을 다시 보면서 누릴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DVD를 보면 볼수록 똑같은 얘기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처음 볼때는 느낄 수 없었던 풍부하고 새로운 요소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전경과 복수와의 이야기에만 집중했던 사람이라면 이번에는 복수의 어머니나 전강의 아내(김혜선)가 보여주는 '여자로서의 삶'을 발견할수도 있을 것이고, 거의 '수수께끼'처럼 진행되는 후반부 에피소드에 나름의 해석을 가하는 작업에 흥미를 느낄수도 있을 것이며,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다시한번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진정 그 안에서 하나의 세계를 이룬 작품답게, '네멋대로 해라'는 오히려 보면 볼수록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풍부한 삶의 모습들을 담고 있다.



심지어 이 작품의 첫회는 돈 있는자와 돈없는자, 그리고 돈을 훔치는 자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 또 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여성들의 처지가 한국사회에서 가진 일반적인 여성의 모습들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그것을 뒤틀고 있다는 점등은 이 드라마를 정치/사회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까지 한다. 특히 복수가 드라마속에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듯 복수가 '고복수'라는 이름대신 소매치기와 환자등으로 계속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낼 수 없는 상황이 되고, 그런 와중에 전경과 (성적인 의미를 포함하는) '남자'가 되고 싶은 욕망에 관해 이야기하는 부분은 이 드라마가 단지 일상을 따뜻하게 표현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작품속에 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네멋대로 해라'는 풍부한 사람들 각각의 인생과 그 인생을 만들어가는 일상속에 세상의 모든 문제가 연결되어있음을 보여주는 '거대한' 작품이다.



Director's cut, or fan's cut



  이는 이 작품이 다른 드라마 DVD 타이틀과 가장 큰 차별성을 갖는 추가 편집분에 의해 보다 분명하게 드러난다. 무려 217곳 164분에 달하는 추가된 씬들은(그래서 한회당 평균 상영시간이 한시간을 넘는다) 특별히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기보다는 50여분 안팎의 시간을 맞춰야 했던 TV 드라마의 특성상 덜어낸 부분들을 추가함으로서 등장인물들의 보다 세세한 일상을 표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이 사용하는 모든 인상적인 소품들이 주인공들과 '만나는' 모습들을 섬세하게 집어넣어 물건 하나에도 그것에 담긴 사람의 마음을 담아내는 이 타이틀의 모습은 '네멋대로 해라'를 보다 풍부하게 만들어주고, 하나의 완결된 세계로서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준다. 드라마로서 방대한 분량이 추가된 디렉터스 컷을 냈다는 것 자체도 평가받아야할 일이지만, 그것이 곧 작품을 보다 더 풍부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로 작용하게 만든 것은 '네멋대로해라'가 왜 기존의 드라마와는 그토록 다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는지에 대한 한가지 단서가 될 수 있을듯 하다.



이 세상의 그 어떤 것도 사람을 평생토록 열광시키고 미치게 할수는 없다. 그러나 때론 그때의 그 감정이,  그 느낌들이 자신의 마음속에 남아 자신의 인생을 새로운 길로 안내하고, 평생토록 그것을 기억에 남도록 한다. '네멋대로 해라'는 그 자신의 팬들에게 마음속에 무언가를 간직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늘 새롭게 각인시킨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주는 흔치않은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DVD란 결국 그런 가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글 : 강명석(lennonej@freech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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