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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old_scrapbook 2003. 11. 1. 13:27
1. #병원 정원(12회 마지막씬에서 연결된)
세라 보리. 이리 줘.
상두 내가 데리고 있으께.
은환 언니!.....내가 말한 우리 언니가 이 분이야, 상두야! 세상, 되게 좁지?
상두 (놀라고 당황해서 은환과 세라를 번갈아 보는)
세라 보리, 이리 달라구!!
보리 (세라의 격앙된 목소리에 흠칫 눈을 뜬다....세라를 보고) 엄마!
은환 (엄마?....내가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하며 상두를 보는데)
상두 (이미 넋나간 사람처럼 멍해 있다)
세라 (멍해 있는 상두에게서 보리를 받아 안는다) 보리야! 인사해! 엄마 동생! 우리 보리 이모야, 인사해!
은환 (어이가 없다.....믿을 수가 없다.....)
은환, 멍한 표정으로 상두를 본다. 상두, 역시 허탈한 표정으로 은환을 본다.
세라, 두 사람을 비웃듯이 보다가 보리를 안고 돌아서서 간다.
은환 .......
상두 .......
이때, 심란, “팔란아!” 부르며 오다가 멍하게 서 있는 은환과 상두를 발견한다.
심란 은환아....(당황하며) 은환이 니가 여기 왜 있어?
은환 (그저 멍한)
세라 엄마! (상두를 가리키며) 저 사람이 보리 아빠야!....상두야! 우리 엄마! 보리 외할머 니셔!
심란 (상두를 본다)
상두 (심란을 보지 못하고 굳은 듯 멍해 있고)
심란, 천천히 떨리는 발걸음 떼서 두 사람 앞으로 온다.
멍해 있는 은환을 보다가 다시 상두를 뚫어져라 본다.
심란 ......(상두를 알아본다...둔기로 한 대 얻어맞은 것 같다)....상두야...너 예전에 우리랑 같이 남해 살던....우리 은환이 친구....상두 맞지?
상두 (멍하게 심란을 본다)
심란 그래, 상두...구나. 상두...맞구나.
상두 (멍한)
심란 (....은환을 다시 본다)
은환 (창백한 표정으로 멍해 있다)
심란 (두 사람을 천천히 번갈아 본다) ....니들 ...다시 만났었냐?
상두 ......
은환 ......
심란 (다시 세라를 돌아본다)
세라 (보리를 안고 먹먹한 표정으로 심란을 본다)
심란 보리 애비가 상두라구?.....상두가 우리 보리 애비란 말이지, 그러니까?
세라 ....응, 엄마.
심란 (상두앞에 다가서더니 상두의 가슴팍을 탁 때린다) 너 이눔...너 이눔....
이 천벌을 받을 놈....(상두를 잡고 흔들어대는) 이 천벌을 받을 놈!! (다시 상두를 때리며) 천벌을 받을 놈!! (울컥 울음이 터진다)
상두 .....(그대로 고스란히 맞으며 멍하니...)
은환 (말리지도 못하고 멍해서 있고)
보리 우리 아빠 때리지 마요! (쪼르르 세라의 품에서 내려오더니 심란이 못 때리게 상두 를 막고 서며 심란을 노려본다) 할머니 나빠요!
상두 ......
심란 (어이가 없다)
은환 (눈물이 그렁해진다)
세라 ....(차마 볼 수 없어 시선을 돌린다)
심란 (푸 한숨 뱉더니 은환의 손을 잡는다) 가자...에미랑 집에 가자, 은환아.
은환 (고개 저으며 심란의 손을 뺀다)
심란 은환아!
은환 조금만 있다가...상두랑 얘기 좀 하구...
심란 얘기는 무슨 얘길 해, 이 년아! 어서 에미랑 집에 가!
은환 (결국 버럭) 우리도 얘기 좀 하구...우리도 얘기 좀 하구우!!
상두 (그대로).....
2. #병원 정원
상두와 은환, 벤치 양 끝에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다....모든 것이 무너진 듯 기가 막 히고, 어이가 없고, 허탈하다..
주변에 있더 사람들 떠나고 다시 앉고...바뀌어 갈 동안...두 사람, 한동안을 그렇게 말없이 앉아 있다.
은환 (침묵에서 깨어난다, 평소때처럼 명랑하게) 상두야! 우리 오늘 스케줄 엄청 빡빡하 지 않았어?
상두 (은환을 보는)
은환 모처럼 토요일이라구, 오늘 우리 약속 한 거 되게 많았던 거 같은데?
상두 (잠깐 당혹스러워하다가 같이 애써 거짓말처럼 밝아진다) 그래, 많았어.
은환 (웃으며) 그치? 뭐뭐 하기루 했더라?
상두 시장 봐 갖구 니가 나, 밥 해 준다 그랬어.
은환 (고개 끄덕이고) 그래, 그리구 커플티 입구 스티커 사진두 찍자 그랬지?
상두 (피식 웃으며 고개 끄덕이고)
은환 그리구, 또 뭐하기루 했더라....아, 대학로에 궁합 잘 보는 용한 점쟁이가 있다구, 거기두 가 보자 그랬지?
상두 .......
은환 또 그 다음엔? 그 다음엔 뭐하자 그랬지?
상두 고수부지 나가서 불꽃놀이두 하기루 했지.
은환 우와! 그 엄청난 스케줄 다 소화할려면 우리가 지금 이러구 있을 때가 아니네.
상두 (은환을 향해 밝게 웃는)
3. #재래시장
시장 바구니 들고 시장을 보고 있는 상두와 은환.
세라와 보리의 얘기를 전혀 듣지 못한 것처럼 의아스러울 정도로 천진하게 밝은 두 사람.....두 사람, 서로 얘기는 하지 않지만, 있는 힘을 다해 밝은 모습으로...그렇게.... 이별을 부인하고...준비하고 있다.
야채 가게 가서 야채 고르며 깍아 달라고 야무지게 흥정하는 은환....“천원어치가 왜 이렇게 적어요”하며 콩나물을 한 웅큼 집어 오며 가게 주인에게 애교떠는 은환.
시장 바구니 든 상두, 그런 은환을 애틋한 미소로 보고.
시장 리어카에 파는 떡볶기와 순대를 먹는 상두와 은환.
생선 가게에 가서 생선 이것 저것 들어보며 은환에게 장난치는 상두.
4. #상두 마당
평상에 밥상을 놓고 앉은 은환과 상두.
김치 하나와 밥 두 그릇, 세수 대야만한 냄비에 해물 찌개가 전부다.
상두, 어이없는 표정으로 숟가락으로 찌개를 휘휘 저으며.
상두 이게 어떻게 해물탕이냐?.....지나가던 새우랑 조개 몇 마리가 잠깐 놀러 와서 헤엄 치고 있는 거지.
은환 (숟가락 쪽쪽 빨며 머쓱한 표정)
상두 어머닌 음식 잘하신다며?....대체 그동안 뭘보구 배웠냐?
은환 니네집 냄비가 너무 커 갖구 물을 많이 부어서 그렇지.
상두 탓할 게 없어 이젠 냄비 탓까지 하냐? 누가 널 데려갈 지 그 놈 신세두 참 걱정이 다.
은환 (흘기며) 알았어. 나 혼자 먹으께.....나 혼자 다 먹으면 되잖아....(남비를 자기 앞으 로 끌어 당기는데)
상두 니가 무슨 고래냐, 이걸 다 먹게?.....(찌개 떠서 맛을 본다, 허걱).....어, 이거 맛있잖 아! 어, 이거 보기하구 다른데?
은환 그래? (떠 먹어 본다) 와! 진짜, 맛있다!
상두 죽인다, 진짜....(해물 찌개와 밥을 맛있게 먹는) 밥 한 공기 더 먹을거야, 나.
은환 (어이없는 듯 보다가 자기도 같이 열심히 먹는다) 신기하네, 우리가 대체 뭘 넣었길 래 이렇게 맛있어?
만도(E) (울음섞인) 아이구, 불쌍한 자시익...
5. # 보리 병실
세라, 서늘한 표정으로 침대에 걸터 앉아 보리를 재우고 있다.
만도, 병실 바닥에 주저 앉아 손수건으로 눈물 닦으며 울고 있다.
만도 에라, 이 지지리 복도 없는 놈.....난 정말 믿을 수가 없다, 세라야! 그 샘이랑 니가 자매란 말이지? (자기 옆에 멍하게 서 있는 심란을 가리키며) 저 언니가 그러니까 니네 엄마면서 그 샘 엄마기도 하다 그 말이지!
심란 (한대 맞은 듯 멍한 표정으로 보리를 보고 있는)
세라 (말없이 보리만 재우고 있다)
민석, 병실로 들어서다가 세 사람의 모습에 멈칫 걸음을 멈춘다.
만도 (울컥 화가 나는 듯 벌떡 일어나서 심란에게 따지는) 언닌 대체 인생을 어떻게 산 거야? 인생을 왜 그렇게 헷갈리게 살아갖구 우리 불쌍한 상두만 광박, 피박 다 쓰 게 만드는거야, 엉?!!
심란 (그대로 멍하게 서 있다)
세라 삼촌! 보리 깨요. 좀 조용히 하세요.
만도 너두 치사하게 자식 인질루 그러는 거 아니다, 윤세라?....그 샘하구 우리 상둔 첫사 랑이었대. 10년을 넘게 떨어져 살아두 한 순간두 안 잊구 살았대....양적으로나 질적 로나 그 샘이랑 너랑은 비교가 안돼, 알어?
세라 삼촌!
심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다.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다.)
민석 (다시 돌아서 병실을 나간다)
6. #병실 복도
민석, 괴로운 표정으로 손바닥으로 얼굴을 쓴다....결국 모든 게 다 밝혀졌구나....
이때, 병실안에서 만도의 울음 섞인 목소리 들려온다.
만도(E) 하늘도 무심하시지....가엾은 우리 상두, 드디어 지 좋아하는 여자 만나서 제대로 한번 살아보나 싶었는데....하늘두 무심하시지이....
민석 (이상하게....좋은 기분이 아니다.....착잡하다)
7. #스티커 사진기앞
커플티를 입은 상두와 은환, 스티커 사진기 앞으로 와 선다....각양각색의 가발도 쓰 고 다정한, 혹은 우스꽝스런 포즈 취하며 사진을 찍는다.
마지막으로 서로의 모습을 그렇게 기억속에 담아 두려는 듯 열심히 사진을 찍는.
...그러다....마지막으로 포즈 취하며 사진 찍는 두 사람....환하게 웃고 있지만 눈물이 그렁해 있다.
8. #심란 족발 가게
심란, 괴로운 표정으로 앉아 소주병 놓고 벌컥벌컥 마시고 있다. 지환, 그런 심란을 걱정스럽게 보는.
9. #점보는 곳(대학로 혹은 인사동 길거리에 있는) (밤)
상두와 은환, 점쟁이로 보이는 한 노인 앞에 앉아 있다.
점쟁이 차상두, 정사년 정월 초엿새 술시생....채은환, 정사년 칠월 사일 오시생이라.....
남자의 사주에 화가 많고, 여자의 사주에 나무가 많으니 상생의 합이 들고....(펜으 로 적으며 사주 풀이를 한다)
상두 (피식 웃으며 은환을 보는)
은환 (빙긋 웃는)
점쟁이 (펜을 놓으며) 캬, 기가 막힌 인연일세! 천상 배필이구만! 천상 배필이야!
은환 (아픈 마음 숨기며) 정말이예요, 할아버지?...우리가 천상 배필이래, 상두야.
상두 (애써 미소 지으며 그런 은환을 애틋하게 보는)
점쟁이 이런 궁합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 그러거든....두 사람이 결혼하면 만인의 칭송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재산도 증식되고, 옥동자도 낳고....이렇게 백이면 백가지가 다 좋은 궁합은 참 드문데.. 기가 맥히구만, 아주! 기가 맥혀!!
은환 (하하 웃는다) 정말 우리가 그렇게 기가 막히게 좋은 인연이예요?
상두 (피식피식 웃는다...자조적인)
점쟁이 (좋아서) 백년에 한번 날까 말까한 더 없이 좋은 인연이니까, 뜸들이지 말구 어서 어서 결혼해.
은환 (큭큭큭.....웃음이 그칠 줄 모른다.)
상두 (같이 큭큭큭 웃는다....)
은환과 상두, 눈물이 맺힐 정도로 웃고 있다...점쟁이, 뭐야? 정신 나간 놈들인가 의 아하게 보고 있다.
10. #보리 병실
민석, 보리에게 정맥 주사를 놓고 난 후. 눈물이 맺혀 있는 보리의 눈을 닦아준다.
민석 우리 보리 되게 잘 참네, 인제....주사 맞아두 쪼끔밖에 안 울구?
보리 그럼 보리가 계속 잘 참으면 보리랑 결혼할거예요?
민석 음...보리가 나중에 선생님만큼 컸을 때, 그래두 선생님이 좋아요 그럼...선생님이 생 각해 보지.
보리 (좋아서) 정말이요?
민석 (웃는) 근데, 아마 “아니 이 할아버지가 노망이 들었나?” 그러구 보리가 도망 갈 걸?
보리 안 그래요. 도망 안가요, 선생님.
이때, 세라, 들어오더니 보리 사진 걸린 곳에 액자를 건다. 보리가 그린 가족 그림 을 아예 액자로 만들었다.
세라 보리야, 봐....보리가 그린 우리 가족 그림, 엄마가 액자에다 넣었다? 이쁘지?
보리 (좋아서 웃는) 응, 이뻐.
민석 (세라의 잔머리에 피식 쓰게 웃는....은환이 걱정된다.)
11. #고수부지
은환과 상두, 신나게 뛰어다니며....불꽃놀이에만 열중해 있다.
시간경과....밤이 깊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모두 돌아가고, 인적이 뜸해졌다.
은환과 상두가 가지고 놀던 폭죽들도 모두 써버리고, 상두와 은환, 퍼져 누워 하늘 을 보고 있다.
은환 나두 이젠 늙나봐....그거 놀았다구 힘드네.
상두 (피식 웃으며) 사람들 다 돌아간 거 같은데...몇시쯤 됐지? (시계를 볼려는데)
은환 시계 보지 마, 상두야....시계 보지 마.
상두 (손을 내린다....이제 바로 앞에 다가와 있는 이별을 두려워하는 은환의 마음을 안 다)
은환 (표정이 초조해진다) 우리 그 다음엔 뭐하기루 했어? 뭐하기루 했지?
상두 ......다 했어.
은환 (보는)
상두 ....이제 다 했어, 은환아.
은환 아냐, 아직두 몇 개 더 남은 거 같은데....우리 피씨방 갈래? 찜질방 갈까?
상두 (벌떡 일어나 앉는다) 이제...다 했어...가자.
은환 (일어나며) 아니야....아직두 몇 개 더 남았어....우리 헤엄쳐서 (강 저편을 가리키며) 저기까지 누가 먼저 갔다 오나 내기 하자.
상두 나, 수영 못해.
은환 그럼, 인라인 탈래? 저 강 끝까지 인라인 타구 갔다 오자.
상두 (고개 젓는) 힘들어.
은환 그럼 우동 먹으러 가자. 나 되게 맛있게 잘하는 집 알어.
상두 ....배 안 고파.
은환 (소리치는) 그럼 뭐든지 아무거나 해....우리 아직 몇 개 더 남았단 말야!!
상두 (보다가)....가자...어머니 걱정하셔.
은환 (벌떡 일어서며) 가고 싶음 너 혼자 가....안 가, 난....안 가!...(혼자서 툴툴대는) 으 이, 바보 같은 게 아직 몇 개 더 남았는데....내가 이래서 머리 나쁜 애들 하군 안 놀라 그랬는데....차상두! 바보, 똥개! 닭대가리!
상두 (일어서서 은환의 어깨를 잡는다...담담하게) 다했어, 우리...할만큼 다 했어!!
은환 (눈빛이 흔들리는)
상두 다 했어, 은환아...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전부, 모두 다 했어, 이제..
은환 .......
상두 가자....가자.
은환 ......
12. #버스 정류장앞 (편도1차선)
은환, 버스 정류장 앞에 서서 원망스럽게 맞은 편을 본다.
은환 맞은 편 버스 정류장에 상두가 서 있다. 상두, 은환을 향해 계속 미소 짓고 있 다.
은환 (계속 원망스럽게 상두를 노려보는)
상두 (계속 미소 짓고 있는)
은환 (퉁퉁거리는) 안 바래다 줄거야?
상두 (고개 끄덕이는)
은환 어떻게 밤늦게 여자 혼자 집에 보내냐?
상두 버스 정류장까지 지환이 나오라 그래.
은환 ....기사도도 모르냐, 넌?!!
상두 (피식)
이때, 저 편에서 은환 방향으로 버스 한 대가 오고 있다.
은환 (다급해진다. 원망스럽게 보며) 여기서 이렇게 그냥 헤어질거야? 좀만 더 같이 가 자....좀만 더 같이 가, 응?
상두 지환이 꼭 나오라구 그래.
은환 그래, 니 팔뚝 굵다! 잘났다, 차상두!
상두 (피식 씁쓸하게 웃는)
이때, 은환앞으로 버스 와서 멎는다.
상두, 은환을 가리고 선 버스를 굳은 표정으로 보고 있다.
은환, 버스에 올라 원망스럽게 상두를 본다.
상두,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인다. 은환, 상두를 안 보고 외면해 버린다.
은환을 실은 버스 서서히 출발해 간다.
은환이 탄 버스 떠나고 나자 상두의 웃던 표정이 허탈해진다.
상두, 발걸음을 돌리는데.
이때, 은환이 탔던 버스, 갑자기 끼익 멈추며, 은환, 버스에서 내린다. 버스는 출발 해 버리고.
은환 상두야!!
상두 (은환의 목소리에 고개 돌리는)
은환 (눈물이 그렁해서서 맞은 편에 서서 소리치는) 우리 어떡해? 우리 이제 어떡해, 상두야!!
상두 .......
은환 상두랑 은환이 불쌍해서 어떡해?
상두 .......
은환 우리...불쌍해서 어떡해?
상두 (애써 담담하게 웃으며) 술 많이 마시지 마!
은환 ......
상두 밥 꼭꼭 잘 챙겨 먹어!
은환 .......
상두 감기드니까, 잘 때 이불 꼭 덮구 자!
은환 ....
상두 아프지 마라, 몸두 마음두.
이때, 저편에서 다른 버스가 (은환방향) 한 대 오고 있다.
은환 ......(애절하게 상두를 보고)
상두 (끝까지 미소 잃지 않고 손을 흔들어 준다)
13. #심란 족발집 앞
은환, 털레털레 족발집 앞으로 걸어온다.
손님 한 사람 없는 심란의 족발 가게, 아직 환하게 불이 켜져 있고, 심란, 은환을 기다리는 듯 앉아서 소주를 마시고 있다. 빈 소주병 네 병 정도 놓여있다.
가게 밖에서 그런 심란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는 은환.
14. #족발집안
은환 (들어서며 아무렇지도 않은 말투로) 엄마!
심란 은환아!
은환 (안으로 들어서며) 시간이 몇신데 아직 문을 안 닫았어? 손님두 없는데....
심란 (미안하고 애틋한 마음으로 은환을 보는) ....너 기다렸지, 이 년아.
은환 미안해요, 말만한 기집애가 연락두 안하구 늦어서.....내가 문단속 하께, 퇴근하자, 엄 마! (돌아서 나가려는데)
심란 (은환을 팔을 잡는다) 에미가...에미가 죄가 많다.
은환 (보는)
심란 미안해, 은환아.....정말 미안해, 은환아.
은환 (피식) 엄마가 미안해 할 일은 아니지 않나?
심란 ......(눈물이 그렁한)
은환 (심란을 꼭 끌어 안는다) ....우리 중에 누구도 아무도 잘못한 사람 없잖아. 잘못한 사람 없어, 엄마.....잘못한 사람 없어. (담담한 표정)
15. #보리 병실
조명등만 켜져 있고, 모두 잠들어 있다. 보리와 만도도 잠들었다.
상두, 보리곁으로 다가가 보리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다....잠들어 있던 보리의 얼굴 위로 눈물 방울이 툭 떨어진다....보리, 차가운 느낌에 눈을 뜬다.
보리 아빠....
상두 (참아 왔던 눈물이 흐르고 있다....보리를 향해 웃으며) 어, 우리 딸 깼어?
보리 ....어?....아빠, 울어?
상두 (눈물 훔치며) 안 울어....눈에 뭐가 들어가 갖구 자꾸 눈에서 이상한 물이 나오네?
보리 내가 호 해주까?....(일어나 앉으며 상두의 눈을 호 불어 준다)
상두 (이를 앙물고 눈물을 참는다)
보리 인제 괜찮아?
상두 응, 괜찮아...야, 역시 우리 딸이 효녀네?
보리 (씨익 웃는)
상두 차 보리!
보리 응?
상두 오늘은 니가 아빠 좀 안아줄래?
보리 왜?
상두 아빠가 지금 너무 추워서 그래.....우리 보리가 아빠 좀 안아줄래?
보리 (고개 끄덕이며) 응...(상두를 꼭 안아준다) 인제 따뜻해, 아빠?
상두 (보리의 어깨에 얼굴을 묻으며) 그래, 따뜻해......고마워, 차 보리! 정말 고마워.....
(참고 있었던 눈물이 다시 흐르는)
16. #은환방
조명등 켜져 있고, 침대에 세라, 잠들어 있다. 어디선가 훌쩍거리며 우는 소리가 난 다. 은환의 울음 소리다.
세라, 울음소리에 잠에서 깨어나며 방바닥쪽을 본다.
은환,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고 있다. 이불이 흔들리고 있다.
세라, 마음이 착잡하다....미안하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세라, 은환의 울음 소리 듣지 않으려고 베개로 귀를 막고 눕는다.
은환의 이불,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F.O.
17. #민석 병원 외경 (아침)
18. #남자 화장실
초췌한 상두, 변기 앞으로 와 선다....잠시후, 민석, 들어와 상두의 옆으로 선다.
민석 (앞만 보고 있는 상두를 흘끗 보고) 밥...먹었냐?
상두 (그대로 앞만 보고)
민석 식사, 하셨어요? 보리 아버님?
상두 (민석을 무표정하게 보는)
19. #구내 식당
상두와 민석, 함께 마주 앉아 밥을 먹는다...상두, 멍해서 밥을 깨작거리며 먹는다.
민석, 상두의 눈치를 보며 자기 국그릇에 있는 갈비를 “어우, 왕건이네.” 하며 상두 의 국그릇에 놓는다.
상두 (민석의 행동을 어이없다는 듯 보며) 창의력 없는 자식....어떻게 내 수법을 고대루 카피하구 앉았냐?
민석 (씨익 웃으며) 알았구나...내가 원래 따라하기 대장이야.
상두 (숟가락으로 밥을 뜨는데)
민석 (반찬을 놓아준다)
상두 ...(밥 먹으며) 들었냐?
민석 (고개 끄덕이며) 내가 제일 먼저 알구 있었지.
상두 얍샵한 자식....내가 너한테 이길 수 없다구 했던 거....그 뜻이었냐?
민석 (피식) 얼굴이 많이 안 좋다? 괜찮냐?
상두 그걸 질문이라구 하냐?....당근 안 괜찮지! (밥을 뜨는데)
민석 (다시 반찬을 놓아준다)
상두 (밥을 먹으며) 넌 이제 땡 잡았네...나의 불행이 곧 너의 행복인데.
민석 (피식 웃으며 물컵을 상두앞으로 밀어주며) 물 먹어.
상두 (순순히 물을 먹는다) 내가 너보다 성격이 훨씬 좋지?.....이런 상황에서두 니 말두 잘 듣구, 너처럼 성깔두 안 부리구?
민석 (피식) 그래.
상두 잘 털어보면 너보다 괜찮은 거 나두 꽤 있어. (밥을 뜨면)
민석 (반찬 놓아주고) 그래.
상두 ....(밥을 먹다가...어렵게) 은환이하군 아무 일도 없었다?
민석 ......
상두 (민석 안 보고) 딱 입 한번 밖에 안 맞췄어.
민석 (피식)
상두 이해...할 수 있지?
민석 (웃는)
상두 내가 제비 생활하면서 느낀건데 우리 나라 남자들 이중 인격자에다 위선자들 디게 많다? 저는 온갖 드러운 짓 다하구 다니면서 자기 여자한텐 무조건 순결하라구 강 요하거든...그런 불평등이 어딨냐? 웃기지 않냐?
민석 웃기지...웃기지!
상두 (민석을 가만히 보다가 미소 지으며) 너여서 다행이다.
민석 .....
상두 너 같은 놈이 은환이 옆에 있어서 다행이야, 그래두....(식판 들고 일어나며) 잘 먹었 다. 너한테 얻어 먹는 밥이 난 세상에서 젤 맛있어....(걸어가는데)
민석 차상두!
상두 (돌아보는)
민석 너 이제 어떻게 살래?
상두 내 걱정 말구 니 걱정이나 해....너두 사는 게 만만치 않을걸?
민석 어떻게 살래?
상두 (피식 웃는) 살겠지 뭐, 어떻게든.....죽기야 하겠냐? (돌아서서 가려다가 다시 민 석을 보며) 그래두 우리 보리 차가 있잖냐, 나한텐! (미소 지으며 돌아서서 간다)
민석 (씁쓸한 미소로 보는)
20. #병실 복도
상두, 걸어와서 유리문을 통해 보리를 본다. 보리, 희진과 함께 인형 놀이 하고 있 다. 만도는 간이 침대에서 화투패 떼고 있다.
보리를 보는 상두의 표정에 연한 미소가 어리며 병실안으로 들어간다.
21. #보리 병실
보리, 희진과 함께 부부 인형놀이 하고 있다.
보리 (상두가 세라를 대하듯 퉁명하게) 꺼져! 너 좋은 말 할 때 꺼지라 그랬다!!
희진 (인상 굳어지며) 차보리! 너 말을 그렇게 하면 어떡해?
보리 왜?
희진 엄마가 “나두 데려가 주세요.” 그러면, 아빠는 (다정하게) “그래, 알았어, 여보! 내가 당신도 데려 가 줄게” 그렇게 말을 해야지.
보리 아냐. 우리 아빠는 엄마한테 “꺼져! 너 좋은 말 할 때 꺼지라 그랬다! ”그렇게 말해.
상두 (지켜보면서 어이가 없는)
희진 아냐! 우리 아빠는 엄마한테 그렇게 말 안해!
보리 아냐! 우리 아빠는 엄마한테 그렇게 말해....(문득 고개 들다가 상두를 보고) 그치? 아빠? 아빤 엄마한테 그렇게 말하지? 그치?
상두 엉? (당혹스럽다)
보리와 희진은 계속 “아냐” “맞어” 우기고 있고.
만도 (화투 패를 뜨면서) 맹모 삼천지교라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냐, 그러니까!
상두 (만도의 화투판을 홱 채서 말아들며) 삼촌두 애 보는데 이런 거 좀 하지 마!!
만도 이 자식은 맨날 나만 갖구 그래!....너나 자식 교육 잘 시켜 임마! 쟤 저거 계속 이 런 식으루 크다간 딱 너 같은 놈 돼, 임마.
상두 (버럭) 삼촌!!....아니, 무슨 그런 심한 욕을 해! 나하구 지금 해보자는 거야!!
보리와 희진, 눈이 동그래서 상두를 보고.
만도 그래! 해보자, 임마! (입고 있던 겉옷 홱 벗어제끼며) 만만하게 있으니까 내가 만 두로 보이냐? 가만히 있으니까 내가 가마니루 보여?!
상두 삼촌!!
만도 보리야! 너 잘 봐라....니네 아빠가 할아버지 한테 지금 맞짱 뜨자구 엉기구 있거든.
잘 보구 있다가 너도 나중에 고대루 아빠한테 맞짱 뜨자구 엉겨 붙어버려!
상두 (만도를 노려보다가 보리에게 와서) 차 보리! 희진이 말이 맞어! 엄마가 “나두 데려가 주세요” 그러면 아빠는 “그래, 여보! 당신도 데려다 줄게!” 그렇게 말하는 거야.
희진 것봐.
보리 (삐죽하며) 아빤 엄마한테 그렇게 말 안하잖아.
상두 아빠두 이젠 엄마한테 그렇게 말 할거야....그땐 아빠가 엄마한테 그런 게 아니구, 다른 나쁜 놈한테 말한거야...알았지?
보리 (알겠다는 듯 고개 끄덕이고)
만도 (놀라며) 너, 세라랑 잘해 볼려구?...마음을 바꿨냐, 드디어?
상두 (피식 씁쓸하게 웃고 희진과 보리를 보며) 우리 삼육구 놀이 할래?
22. #은환방
세라, 화장대 앞에서 화장하고 있다가 푸후 한숨 쉬고, 뒤를 돌아본다.
초췌한 은환, 힘없이 벽에 등을 기댄채 쪼그리고 앉아 있다.
세라 너 지금 나한테 시위하니?
은환 (그대로 멍하게)
세라 학교 안 가? 선생이라는 기집애가 학교두 안 가!!
은환 ......
이때, 지환, 게다리 소반에 밥을 받쳐들고 들어온다. (소주도 한병 놓여 있다)
지환 일요일에 무슨 학교를 가냐, 아줌마!...아줌만 일요일에 학교 가는 학교 나왔냐?
세라 (이 자식이...못마땅하게 지환 보는)
은환 (그대로 멍하게 앉아 있다)
지환 누나! 밥 좀 먹어....엄마가 누나 걱정 억수로 하면서 시장 가셨어.
은환 (그대로 멍하게)
세라 (가소롭다는 듯 두 사람을 보는)
지환 (이빨로 소주병 뚜껑을 따서 소주잔에 따라주며)....괴로울 땐 이 쏘주가 또 캡빵이 지!...자, 쭉 한잔해!...나두 한잔 주구!
은환 ......
지환 엄마한테 얘기 다 들었어!....차라리 잘된 일 아냐?
은환 ......
지환 상두형 보다야 우리 닥터 매형이 천배 만배는 낫지!
은환 ......
지환 차상둔 저 아줌마한테 줘버리구, 누난 매형한테 다시 가! (하는데)
세라 (지환의 뒤통수를 탁 때리며) 이 자식은 무슨 말을 이렇게 싸가지 없이 해? 우리 상두가 뭐가 어때서? 우리 상두가 어디가 어때서?!!
지환 (벌떡 일어나더니 세라와 거의 얼굴 맞붙이고 싸우는) 그러니까! 아줌마가 가지라 구!....차상두랑 아줌마랑 아줌마 딸이랑 셋이서 잘 먹구 잘 살라구, 그러니까!!
은환 (갑자기 아악! 비명을 지른다)
세라와 지환, 놀라서 돌아본다.
은환 (세라보고 따지듯) 상두랑 내가 왜 안돼! 우리가 왜 안돼!
세라 ......(은환의 갑작스런 항변에 당황하는)
은환 ....(눈물이 그렁해서) 얼마전까지만 해두 우리 전혀 모르는 남남이었잖아! 당신이랑 나, 아버지두 다르구 엄마두 다르구, 우리 아무 사이도 아니었잖아!
세라 그래, 우린 남이야....엄마두 다르구, 아버지도 다르구, 피 한방울 안 섞인 남이지, 우 린!
은환 .....
세라 (은환에게 보여주듯 지환의 어깨를 밀며) 얜 어떡할건데, 그럼? 우리 엄마랑 니네 아버지가 재혼해서 낳은 지환인 어떡할건데? 너하구 내 동생 지환인 어떡할거야?
지환 아, 또 왜 날 갖구 그래, 아줌마!
은환 (그 말에 힘이 쭉 빠진다. 다시 암담한 절망감을 느낀다...상 위에 올려진 소주를 병 째 마시는)
23. #은환집 마당
세라, 털레털레 걸어나온다.....마음이 아프다.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
세라 (은환방쪽을 보고 돌아서서 중얼거리는) 다른 건 다 필요없어....좋은 음식, 좋은 옷 다 필요 없어.....상두만 내가 가질게...우리 엄마두 내 동생두 좋은 건 니가 다 가 져. 상두만 내가 가질게.
세라, 대문을 나간다.
24. #은환방
은환, 초췌하고 멍한 표정으로 새우처럼 몸을 오무리고 방바닥에 누워 있다.
지환, 그런 은환을 안타깝게 본다.
25. #상두 옥탑방 마당
상두, 평상으로 와서 눕는다....높은 가을 하늘. 구름이 떠가고 있다.
상두, 멍하게 하늘을 보는.
26. # 보리 병실
세라, 표정이 환하게 밝아져 눈물까지 그렁해 보리를 보고 있다.
세라 정말이야? 아빠가 정말루 그렇게 말했어?
보리 응.
세라 앞으로 엄마랑 사이좋게 지낼거라구....분명히 그렇게 말했어?
보리 응.
세라 엄마한테 말두 친절하게 하구, 같이 데리구 놀러두 가준다구 하구....분명히 그렇게 말했어?
보리 응.
세라 (보리를 끌어안으며) 고맙다, 고맙다. 보리야....정말 고마워, 보리야.
보리 (씨익 웃는)
27. #은환방 (해질녘)
마지막 볕을 털고 있는 햇살이 커튼 틈으로 비춰들고 있다. 방안이 많이 어두워졌 다.
은환, 여전히 몸을 오무린 자세로 꿈쩍도 않고 누워 있다. 은환의 멍한 동공으로 지 는 해의 햇살이 비춰든다.
이때, 문을 열고 심란, 들어온다.
심란 (마음 아프게 보다가 은환에게 다가간다) 일어나, 은환아....그만 일어나 밥 먹자.
은환 .......
심란 이렇게 하루 종일 아무것도 안 먹구 어쩔려구 그래? 죽을려구 그래, 이 년아!
은환 (그저 멍하니)
심란 은환아....은환아....제발 좀 일어나....일어나 봐, 좀!
은환 .....엄마.
심란 그래. 그래 에미 여깃어.
은환 ....그래두 포기가 안돼.
심란 은환아.
은환 천번을....만번을....수십, 수천억번을 생각했는데.....그래두 포기가 안돼.
심란 (눈물이 그렁해지는)
은환 나.....사람두 아니지, 엄마?
심란 너한테 상두가 어떤 놈이었는지 에미 알어....도망 가 숨어 살면서도 꼬박꼬박 상 두한테 편지 부치구, 짱가를 니 목숨처럼 키우구....에미 니 맘 다 알어.
은환 ......
심란 자식만 없었어두 보리만 없었어두....내가 우리 팔란이년 두손 두발 꽁꽁 묶어놓고 무슨 수를 써서든 말렸을거야.
은환 .......
심란 어떡하냐, 근데? 보리가 있는데....새끼가 있는데....
은환 (갑자기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옷장에서 옷을 꺼낸다.)
심란 어딜 갈려구?
은환 한번만 보구 오께.
심란 어딜 가서 누굴 보구 와?
은환 한번만 보구 와서 다신 안 가께.....약속해....딱 한번만 보구 오께.
심란 은환아.
은환 (옷을 들고 그대로 나가버린다)
28. #민석 병원 현관
택시에서 내린 초췌한 은환, 병원으로 뛰어 들어온다.
29. #보리 병실 복도
복도에 다다른 은환, 막상 보리 병실까지 가기가 두렵다...천천히 걸음을 옮겨 유리 문 앞까지 간다.
병실안엔 만도, 물수건으로 잠든 보리의 손을 닦아주고 있다.
은환, 멍하니 보리를 보는....
30. # 상두 옥탑방 마당(노을녘)
상두, 평상에 누워 잠들어 있다. 이때, 상두옆으로 와서 서는 발....세라다.
세라, 들고 온 작은 이불을 상두에게 덮어주고, 자기도 상두옆에 상두의 팔을 베고 같이 눕는다.....상두,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는다.
31. #상두집 일층
힘겨워 보이는 은환, 와서 선다. 상두의 옥탑방을 올려다 보는.
32. #상두 옥탑방 마당
은환, 마지막 계단을 올라서 걸어오다가 멈칫 걸음을 멈춘다.
평상에 상두와 세라가 다정한 모습으로 잠들어 있다.
멍해지는 은환, 서둘러 돌아서다가 마당에 있던 보리의 장난감차를 건드린다.
당황하는 은환, 상두쪽을 다시 돌아보다가 걸음 옮겨간다.
평상에 누워 있던 상두, 눈을 뜬다. 세라는 잠들어 있다....상두, 세라를 보고도 그다 지 놀라거나 화난 얼굴도 아니고, 담담한 표정이다.
또각또각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은환의 발걸음 소리 들린다.
33. #상두 옥탑방 계단
계단을 내려가던 은환, 휘청하며 주저앉을 뻔하다가....다시 힘을 내서 계단을 내려 간다.
이때, 은환의 뒤로 와 서는 상두의 모습 보인다.
상두, 안타깝게 은환을 바라보지만, 차마 다가가지 못한다.
은환, 위태롭게 계단을 내려가고 있다.
34. #상두집 일각 길(밤)
은환, 넋나간 표정으로 휘적휘적 걸어오고 있다. 그 뒤를 조심스레 뒤따라 오는 상 두.
35. #거리
은환, 하루 종일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자지도 못한 탓에 몸이 몹시 힘겨워 보인다.
상두, 거리를 두고 은환을 뒤따르고 있다.
이때, 저 앞으로 취객들 두어명 걸어오다가 은환과 어깨를 턱 부딪힌다.
은환, 휘청하며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는다.
상두, 부축하려고 뛰어갈 듯 하다가...걸음을 멈춘다....니 힘으로 일어서야지....힘들더 라두 이젠 니 힘으로 일어서야지.
은환, 이를 앙물고 다시 일어서 걸어간다.
36. #고수부지
은환, 고수부지로 걸어온다. 상두와 불꽃놀이를 했던 곳이다.
연인들로 보이는 사람들, 다정한 모습으로 불꽃놀이를 하고 있다.
상두, 은환의 뒤쪽 어둠속에 몸을 감추고 서 있다.
은환의 시선에 다정한 연인들의 모습, 상두와 자신의 모습으로 한순간 O.L.되어 보인다.
현기증을 느끼는 은환, 벤치로 가 앉더니....힘겨운 듯 드러누워 버리더니 잠이라도 잘 듯 눈을 감는다.
어둠속에서 그런 은환을 애틋하게 바라보고 있는 상두.
37. #레지던트 실
민석, 피곤한 듯 들어와 얼굴을 부비며 앉는다.
이때, 민석의 핸드폰 울린다.
민석 (핸드폰을 받는다) 네, 강민석입니다.
상두(F) 나야, 차 상두!
민석 .......
38. #고수부지 주차장
민석의 차, 와서 멎고, 민석, 내린다.
39. #고수부지 은환 있는 곳
민석, 두리번거리며 오다가 벤치에 누워 잠든 은환을 본다.
민석, 겉옷을 벗어 우선 은환에게 덮어주고, 은환을 깨운다.
민석 은환아...은환아....
은환 (힘겹게 눈을 뜬다) ...민석씨
민석 여기서 자구 있음 어떡해? 날씨가 얼마나 추운데.
은환 (힘없이 웃고) 민석씨 나한테 미행 붙였어? 여기까지 어떻게 찾아왔어?
민석 ....그래, 미행 붙였어...(은환을 부축하려 하며) 가자.
은환 (민석의 손을 쳐낸다)
민석 (당황하는)
은환 나 민석씨한테 안 가.
민석 .....
은환 민석씨 말구 다른 남자한텐 다 갈수 있는데, 민석씨한텐 안 가.
민석 .....(피식 웃으며) 그래, 알어.
은환 알면 나한테 이러면 안되지....자꾸 이렇게 날 나쁜 년 만들면 안되지.
민석 나 너랑 결혼 안해.
은환 .....
민석 그리구 지금부턴 너 사랑 안할거야.
은환 ......
민석 좋아두 안할거야....니가 부담스러워 하는 거 아무것도 안하께.
은환 ......
민석 니 옆에 그냥 아무 감정도 생각도 없는 나무 하나가 있다구 생각해주면 안되나?
은환 .....
민석 더울 때, 비올 때, 힘들 때 그냥 기대서 잠깐 쉬었다 갈 수 있는 나무.
은환 (눈빛이 흔들린다)
민석 난 지금부터 강민석이 아니구 나무야...아무 감정도 생각도 없는 나무.
은환 ......
민석 걱정마. 나 너랑 결혼 안해. 니가 무릎꿇구 엎드려 빌어두 너하구 결혼 안해.
은환 .....
40. #고수부지 일각 도로/민석 차안
늦은밤 한적한 도로.
민석, 은환을 조수석에 태우고 가고 있다. 은환, 편안하게 잠들어 있다.
민석, 은환을 미소로 보며 한손으로 자신의 웃옷을 덮어주고 다시 앞을 본다.
이때, 저 앞으로 뒷모습을 보이며 걸어가는 상두의 모습 보인다.
민석, 피식 웃으며 라이트로 신호를 보낸다.
41. #일각 도로
걸어가던 상두, 라이트 신호를 보며 돌아본다.
라이트 불빛에 눈이 부신 듯 인상 찌푸리다가 민석임을 알고 피식 웃는다.
42. #민석 차안
민석, 저 앞에서 자신을 향해 웃고 있는 상두를 본다. 민석도 상두를 향해 웃어준 다. 은환은 여전히 잠들어 있다.
43. #일각도로
민석의 차, 상두를 스쳐 지나간다....상두, 민석의 차가 멀어질때까지 굳은 듯 서서 쓸쓸하게 바라보고 있다. F.O.
44. #민석 병원 외경 (낮)
45. #보리 병실 복도
민석, 피곤한 듯 뒷목 주무르며 오다가 유리창을 통해 보리 병실을 본다.
상두, 만도, 세라, 보리, 공공칠 놀이 하고 있다.
46. #보리 병실
상두, 밝은 표정으로 만도, 세라, 보리와 놀고 있다. 만도가 걸린다.
만도, 침대 위에 엎드리고, 상두, 세라, 보리, 만도의 등을 신나게 때린다.
세라, 문득 상두를 본다....갑자기 돌변해서 자신을 더 이상 구박하지 않는 상두의 태도가 낯설고, 고맙다.
상두, 초월한 사람처럼 세라의 시선을 거부감없이 편하게 받아 넘긴다.
47. #보리 병실 복도
지켜보던 민석, 돌아서서 간다.
48. #레지던트실
민석, 눈을 좀 붙이려고 가운을 벗고 침대에 눕는데, 여자 후배, 검사자료 들고 문 열고 들어온다.
후배 형! 뭐가 좀 이상해요!
민석 (눈 감은 채) 뭐가?
후배 차보리 어린이 보호자들 혈액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요......좀 이상해요.
민석 (여전히 눈 감은 채) 뭐가 이상한데?
후배 ....(당황스럽다는 듯) 차상두씨가 .....보리 아빠가 아닌데요?
민석 뭔 소리야? (일어나 앉으며 검사 자료를 받아서 본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자료를 넘겨보던 민석의 눈빛이 당혹스러워진다....내가 뭘 잘 못 봤나....다시 자료를 넘겨보다가 기가 막힌 표정 짓는.
49. #보리 병실
상두, 만도, 세라, 보리, 아직도 공공칠 게임하고 있다.
이번엔 세라가 걸린다. 상두와 보리, 하이파이브하고.
세라, 엎드리고, 만도와 보리, 세라의 등을 때린다. 상두, 벌떡 일어나더니 짖꿎게 몸무게를 실어 팔꿈치로 힘껏 세라의 등을 찍는다.
세라, 비명 지르고....만도와 보리, 저렇게 심하게 때릴 필요가 있냐는 표정으로 상두 를 본다. 상두, 태연한 표정 짓는다.
세라 (식식거리며 상두를 노려보는) 패 죽여라, 패 죽여.
상두 ...아팠냐?
세라 감정을 실어갖구 때리구 그러냐?
상두 감정은 내가 무슨 감정을 실어? 니가 엄살 떠는 거지!
만도 어허! 맹모 삼천지교!
세라 (삐죽거리다가) 화장실 갔다와서 정식으로 다시 해!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간다)
만도 나두 같이 가자, 세라야. (세라를 뒤따라 나간다)
상두 (씨익 웃고) 막간을 이용해서 쎄쎄쎄나 할까, 우리 심청이?
보리 (씨익 웃는)
50. #여자 화장실
변기 물내리는 소리 들리고, 세라, 문 열고 나오며 상두에게 맞은 곳을 아픈 듯이 주무른다.
51. #화장실 앞
세라, 손에 묻은 물기 닦으며 나오는데, 저 앞으로 민석(검사자료를 말아쥐고 있다) 이 서 있다.
세라 선생님.
민석 (서늘하게 보는)
52. #병원 정원
검사자료를 보고 있는 세라의 눈빛이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민석, 그런 세라를 서늘하게 보고.
민석 설명을 좀 해 줄수 있어요?....우리가 검사한 걸로는 차 상두씨와 보리가 친자 관계 가 아닌걸로 나오는데...도저히 아버지와 딸의 관계가 될 수 없는 걸루 나오는데.
세라 (부들부들 떨고 있는)
민석 설명, 안 해 줄래요? 차상두씨한테 가서 들어볼까요? (발걸음을 돌리는데)
세라 (와락 무릎을 꿇는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선생님.
민석 (서늘한 표정으로 돌아보는)
세라 (눈물이 그렁해서) 상두, 절 죽일거예요....저만 죽는 게 아녜요. 보리두 상두두 우리 식구 다 죽어요, 선생님!
민석 (기가 막힌다) 어떻게 그런...그런 거짓말을 할 수가 있어요? (약간 격앙돼서) 세라 씨가 지금 얼마나 엄청난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알구 있어요?!!
세라 몰라요...몰라요...그런 거 몰라요, 난!
민석 (어이없다는 듯 보다가 돌아서는데)
세라 (뛰어와서 민석을 막아선다) 상두두 보리두 저두 우리 식구 다 죽는다구요!!
민석 당신 제 정신이야? 차 상두가 보리땜에 어떻게 살았는데...무슨 짓을 하구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어!!
세라 보리가 아니었음 상둔 벌써 죽었을 거예요!!
민석 (기가 막히다)
세라 정말이예요! 상두, 보리 키우기전엔 얼마나 막 살았는데요, 나쁜 놈들이랑 어울려 다니면서 저 죽을 짓은 다하구 다녔다구요, 그 자식!
민석 이봐요, 윤세라씨!!
세라 보리땜에 상두가 변했어요! 보리 땜에 상두가 맘 잡구 달라졌다구요! 정말이예요! 정말이예요!
민석 (어이가 없어 말이 안 나온다는 표정)
세라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선생님......보리한테서 상두 뺏어가지 마세요! 상두도 보리 없음 죽어요! 정말이예요, 보리가 없음 상두도 죽어요!! (울음을 터뜨린다)
민석 (할 말을 잃는.......)
53. #보리 병실 복도
민석, 보리 병실앞으로 와서 선다. 유리창 너머로 쎄쎄쎄하며 다정하게 놀고 있는
상두와 보리의 모습이 보인다.
민석, 문득 예전에 상두가 자신에게 했었던 말을 떠올리는.
상두(E) 쥐약이라도 먹구 죽어버리자!
54. #플래시백(10회 #44)
상두 그 생각을 사백 번쯤 했어.
민석 ......
상두 뛰어내려 죽을라구 한강 다리를 오백번두 넘게 갔어.
민석 ......
상두 근데, 그때마다 누가 내 팔을 잡구 발목을 잡더라?
민석 .....
상두 은환이랑 보리였어.
민석 ......(돌아서서 상두를 보는)
상두 나한텐 그게 사랑이야.
민석 (서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상두 (웃음 머금고) 날 구백 번도 넘게 살려줬는데....뭐 지금 와서 날 죽인다 그래두....기 쁘게 죽을 수 있을 거 같애, 난.
55. #보리 병실 복도
민석, 허허로운 표정으로 보리와 놀고 있는 상두를 본다....상두에 대한 연민으로 가 슴이 미어진다.
상두(E) 살겠지 뭐, 어떻게든....죽기야 하겠냐?...그래두 우리 보리 차가 있잖냐, 나한텐!
민석, 더 이상 상두를 보기 힘들어 몸을 돌려 벽에 털석 기댄다.
민석 (혼잣말로 낮게 중얼거리는) 그럼 은환이랑 상두는 어떡하죠?....두 사람은 어떡하죠, 세라씨?
민석의 뒤로 여전히 장난치며 즐겁게 놀고 있는 상두와 보리.
56. #은환 교실앞 복도
초췌한 은환, 수업하기 위해 들어오다가 멈춰서 교실을 본다.
이때, 교실 안에서 희서와 장난치며 놀고 있는 상두의 모습이 보인다.
은환, 표정이 환하게 밝아지며 교실문을 열고 들어간다.
57. #은환 교실안
은환, 환하게 웃으며 상두의 자리를 본다.
상두의 모습, 온데 간데 없고, 희서만 힘없이 생각에 잠겨 앉아 있다.
은환 상둔...상둔 어디갔어?
희서와 학생들, 의아한 표정으로 은환을 본다.
은환 좀전에 자리에 앉아 있었던 거 같은데, 상두 어디갔어?
희서 상두 오빠 오늘 학교 안 왔는데요, 선생님.
은환 응?
학생들, 은환을 점점 더 의아하게 본다.
은환, 이젠 헛게 보이는구나...얼굴을 쓴다.
수창 상두형 왜 학교 안 데꾸 오세요, 선생님!
성길 운반은 저희가 한다니까요! 내가 머리를 들테니까...(택구보며) 넌 다리를 들어!
택구 이러다 상두형 퇴학 당하면 선생님이 책임지실거예요?
은환 (정신을 수습하려 애쓰며 교탁으로 올라가 교탁 두드리며) 어제 몇페이지까지 진도 나갔지?
58. #복도 (수돗가 있는)
은환, 수업 마치고 걸어나온다....학생들, 은환에게 인사하고 지나가고.
은환, 수돗가쪽으로 걸어가다가 다시 걸음을 멈춘다.
상두, 예전 그 느물거리는 모습으로 양치질하며 은환을 향해 코믹한 표정 지어보인 다.
은환, 다시 자신도 모르게 “상두야!” 부른다.
수돗가에서 양치질하고 있는 학생, 그 소리에 돌아본다....상두가 아니다.
은환, 내가 왜 이러지?...고개 저으며 복도를 걸어간다.
저편에서 그런 은환을 안타깝게 지켜보는 지환.
59. #학교 벤치
희서와 지환, 아이스크림 먹으며 앉아 있다.
지환 넌 사랑이 뭐라구 생각하냐?
희서 눈물의 씨앗.
지환 (어이없다는 듯 보다가) 파워 오브 러브가 대체 뭐냐?
희서 팝송 제목.
지환 너하군 말이 안 통한다....하긴 니가 사랑을 어떻게 알겠냐?
희서 나, 사랑 알어.
지환 너 만약에 날 10년후에 다시 만났는데 피치 못할 사정으로 제비가 되어 있음 어떡 하겠냐?
희서 경찰에 고발해 버릴거야.
지환 뭐?
희서 우리 엄마 또 다른 제비랑 눈 맞아서 가출했다? 난 강도보다두 도둑보다두 제비가 제일 싫어.
지환 만약에 그럼 나한테 백혈병 걸린 딸아이가 하나 있어....그 애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 서 어쩔 수 없이 제비가 됐다면 어떡할래?
희서 소설쓰냐? 너 그렇게 착한 놈 아니잖아.
지환 아니 그러니까...만약에....
희서 내 손에 장을 지지지.
지환 하, 정말...너하군 내가 커뮤니케이션이 안된다, 정말.
희서 (문득 생각하다가) 그거 누구 얘기야?
지환 엉?
희서 혹시...상두 오빠 얘기야?
지환 아니 뭐.
희서 상두 오빠 얘기지?
지환 ......(잠깐 망설이다....고개 끄덕이는)
희서 (충격이다)
이때, 저 편에서 스티로풀 아이스 박스 (생선이 든) 든 숙자, 낑낑대며 걸어오고 있 다.
숙자 (지환쪽으로 걸어오며) 바라, 학생들! 말 쫌 물어보자!!
지환과 희서, 고개 돌려 보는데.
숙자 채 언한 샘 만날라카모 오데로 가야 되...(노...하려다가) 니 지한이 아이가?
지환 (벌떡 일어나며, 반갑게) 숙자 누나!
숙자 지한아....(반가운 표정으로 아이스박스 내려놓고 지환쪽으로 오더니 갑자기 지환의 뺨을 잡아 당겨 버린다) 요새는 상두 행님 안 개롭히나? 머시마야!!
지환 (아퍼어...비명 지르고)
희서 ......
60. #학교 정원
은환, 눈물이 그렁해 숙자를 꼭 껴안고 있다.
숙자 수산시장에 생선 대주로 왔다가.....니가 너무 보고 싶어서 고마 와 봤다.
은환 잘 왔어...보구 싶었어, 숙자야....너무너무 보구 싶었어.
숙자 (은환에게서 떨어지며 은환의 얼굴을 만지며) 얼굴이 와 이래 마이 상했노, 가시 나....상두랑은 잘 대가제?
은환 나 종례만 마치면 끝나거든....조금만 기다려, 응?
숙자 상두랑 잘 대가냐꼬?
은환 .....(보다가 고개 젓는)
숙자 와?....의사 샘이 니 몬 나준다 카더나?
은환 상두 얘긴....하지 말자, 숙자야....여기서 삼십분만 기다려. (가려는데)
숙자 (얼핏 표정 굳어져) 상두 좀 불러다 도!
은환 상두....여기 없어. 학교 안 나와.
숙자 와?...상두한테 먼 일 있나?
은환 (울컥) 상두 얘긴 하지 말쟀잖아! 너 나 보러 온거야? 상두 보러 온 거야?
숙자 (고집스럽게) 상두 오데 있노?
은환 (어이없이 보다가) 몰라, 나두....몰라아!!
숙자 (다시 고집스레) 상두 오데 있노?
은환 (버럭) 너 왜 이래, 정말!!....나 이제 상두 안 만나. 죽을때까지 안 만날거야...됐어?!!
숙자 나쁜 가시나...(원망스럽게 보다가 생선 박스 집어들고) 간다...(돌아서서 간다)
은환 숙자야!!
61. #내리막길
숙자, 굳은 표정으로 걸어내려 가는데, 은환, 뛰어와서 숙자를 잡는다.
은환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화내서 미안해, 숙자야!
숙자 ......(야숙하게 보다가) ...니...상두한테 도저히 몬 가나?
은환 ....그래, 나 못 가.
숙자 와?...느그들 서로 지 목숨보다 더 사랑한 사이 아이였나? 그거몬 댔지. 머가 문젠 데?
은환 (자조) 지 목숨보다 더 사랑하면 어쩔건데? 사랑이...밥 먹여주나?
숙자 (기가 막힌 듯 보는) 그래서, 김중배의 다이아 반지가 더 좋다 이기가, 지금?
은환 (숙자의 손을 잡으며) 우리 오늘 방 하나 잡아서 같이 자자, 숙자야....술두 마시구, 노래방에두 가구, 오랜만에 친구끼리 회포 좀 풀어보자.
숙자 (은환의 손을 차갑게 쳐내 버린다)
은환 (당황하는)
숙자 사람 잘못 밨심니다, 샘....내는 선생님겉이 싸가지 엄는 가시나는 친구로 둔 적 엄 는데예.
은환 숙자야.
숙자 다이아로 밥도 해묵고, 반찬도 해묵고, 국도 끼리고....잘 묵고 잘 사이소, 샘... (가는 데)
은환 숙자야!!
숙자 (휙 돌아서며 못 참겠다는 듯 내뱉는) 니는 상두한테 그라몬 안대는 거 아이가?
은환 (당황하는)
숙자 상두가 아무리 동냥질하는 거지가 대도...적어도 언한이 니는 상두한테 그라몬 안대 는 거 아이가?
은환 숙자야!
숙자 상두가 누때매 그래 댔는데....상두가 누 때매 소년원에 들가고, 학교서 짤리고, 즈그 양부모님들한테도 버림 받았는데!
은환 (충격으로 멍한)....무슨...무슨 소리야?....그게 무슨 소리야, 숙자야!
숙자 아, 무덤까지 갖고 가기로 상두 머시마랑 철석거치 약속했는데....몰라, 까짓거 베락 맞아 디지지뭐. (돌아서서 가는데)
은환 (뛰어와서 숙자를 막고 선다. 눈물이 그렁해서) 무슨 소리냐구! 상두가 왜 소년원엘 가? 왜 학교에서 짤려? 왜 지네 부모한테 버림을 받어!!....(격앙된) 그게 무슨 소리 야, 대체!!
62. #병원 정원
상두, 자장가 불러주며 보리를 업어 재우고 있다. 보리, 기운없이 상두의 등에 머리 를 대고 눈감고 있다.
세라, 한쪽에 서서 상두 눈치를 보며 손톱을 물어뜯으며 다가오지도 못하고 서성이 고 있다.
상두 (세라쪽으로 다가가며) 똥 마렵냐?
세라 ....(당황하며) 엉?
상두 왜 그렇게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그러구 있어?
세라 ....으응....아, 아냐.
상두 ...언제 합칠래?
세라 (당황) 응?
상두 내년이면 보리두 초등학교 입학할 나인데...남들처럼 제대로 된 가정모습 보여줘야 될 거 아냐?
세라 (눈물이 그렁해진다) 으응...
상두 .....결혼식...해야 되냐?
세라 .....(차마 말을 못하고, 눈물을 닦는)
상두 알았어...하자. 그래, 하자구.
세라 .....(울음을 참고 있다)
상두 거창하겐 못해....그냥 웨딩드레스나 입구....보리 데리구 우리 셋이 사진만 찍자.
세라 (눈물이 자꾸만 터져 나온다)
상두 왜 울어, 또?...알았어. 내가 나중에 돈 많이 벌면 정식으루 다시 한번 결혼식 올리 주께...됐지?...울지 마, 그러니까....울지 마! 뚝!
세라 내가 잘할께...정말 잘 할께.....죽을 힘을 다하께, 상두야...
상두 (보다가 휙 돌아서서 처음 있던 자리로 걸음 옮긴다.)
이때, 보리, 눈을 뜨더니 상두의 등에 토하기 시작한다.
상두 (놀라며) 보리야! 보리야!!!
63. #보리 병실
보리, 기진 맥진해 기절한 듯 누워 있고, 상두, 보리의 옷을 갈아 입혀 주고, 물수건 으로 보리의 얼굴을 닦아주고 있다.
세라, 상두의 셔츠 꺼내서 준다.
세라 갈아 입어, 너두...축축할텐데....
상두 (웃옷을 벗고 갈아 입는다)
세라 (보리를 가슴 아프게 보며) 얘 왜 이래? 왜 자꾸만 더 심해져?......(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이러다 우리 보리 잘못 되면 어떡해?
상두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 보리 병은 내가 고쳐!....(다시 보리에게 와 물수건으로 얼 굴을 닦아준다) 두구 봐!
세라 (그런 상두를 물끄러미 보는.....죄책감으로 가슴이 아프다)
상두 (손수건을 꺼내 세라에게 내민다)
세라 ......
상두 눈물 닦어....보리 보는 데서 약하게 자꾸 눈물 보이지 마.
세라 (상두가 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다)
상두 (보리에 시선 준 채) 엄마가 강해져야 애두 기운을 안 잃어....다른 엄마들 안 봤냐?
세라 (눈물 참으려 애쓰며) 알았어....이제 안 울께....안 울께...
상두 .......
세라 참, 엄마가...우리 보리 병원비 보태주신다구....
상두 (그 말에 싸늘하게 굳어져서 세라를 보는)
세라 앞으루 수술도 받아야 되구....병원비도 장난이 아닐텐데...엄마가...
상두 (O.L.) 십원 한 장이라두 받아오면 너 나한테 죽을 줄 알어.
세라 상두야!
상두 내가 해! 내가 다 해!
세라 니가 돈이 어딨어?
상두 있어!
세라 .....상두야아.
상두 그리구, 너....나랑 살구 싶음 니네 엄마랑 인연 끊어!
세라 (당황하는) 상두야.
상두 그 집이랑 인연 끊어, 나랑 살고 싶음.
세라 ......(은환이 때문이구나....안다.)
상두 .......(보리의 이불을 다독여 준다)
64. #상두집 앞길
초췌한 은환, 미친 듯이 뛰어오고 있다....힘겹지만, 죽을 힘을 다해 계단을 뛰어올라 간다.
65. #상두 옥탑방 계단
열심히 뛰며 넘어지기도 하며 계단을 오르고 있는 은환.
66. #상두 옥탑방 마당
은환, 온 얼굴에 땀이 가득해 마당으로 와 서더니 출입문을 거칠게 두드린다.
은환 상두야! 상두야아!!.....상두야!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은환, 다시 거칠게 문을 두드린다.
은환 문 좀 열어줘요! 문 좀 열어주세요!! 문 좀 열어줘요오!!
이때, 출입문 열리며 얼굴에 오이를 붙인 만도, “누구야?” 하며 짜증스럽게 문을 연 다.
만도 (놀라며) 어, 샘!!
은환 (그대로 만도를 밀치며 안으로 들어간다)
67. #상두 옥탑방 거실
은환, 방안으로 뛰어 들어오더니 나팔 모양의 전축이 있는 곳으로 간다.
전축을 보며 눈물이 그렁해지는 은환.
만도 (뒤따라 오며) 샘! 남자 혼자 있는 집에 갑자기 이렇게 들이닥치시면.....
은환 (전축을 들어서 꼭 껴안더니 그대로 털석 주저 앉으며 울기 시작한다)
만도 (황당한 표정으로 보는)
은환의 흐느낌이 점점 커지며 엉엉 소리 내어 운다.
숙자(E) 상두 바보겉은 머시마가.....느그 아부지 유품 찾아줄라카다가....사람 하나를 뇌사 상 태에 빠뜨리뿟다카더라....느그 아부지 유품 찾아줄라카다가.
68. #남자 화장실
상두, 와이셔츠위에 넥타이를 매고, 소매를 잠근다. 무스로 머리도 손질하고....작업 뛸 준비를 하고 있다.
칼라 안경을 호주머니에 꽂는다.
69. #병원 앞길 (노을녘)
근사하게 빼 입은 상두, 걸어가고 있다.
이때, 크락션 소리 들린다.
상두, 돌아보면, 수희, 차를 몰아와 상두의 바로 옆에 멈춘다.
수희 (반갑게) 자기 맞구나.
상두 (잠깐 당황하며) 여긴...어쩐 일이야?
수희 여기 병원에 병문안 왔다 가는 길이야....자기는 여기 어쩐 일이야?
상두 으응...나두 병문안.
수희 보구 싶었어, 자기야.
상두 (피식...내심 당혹스럽다)
수희 나 자기한테 할 말 있는데....
상두 ...무슨...말?
수희 안 탈래?
상두, 잠깐 당혹하는데, 이때, 저 앞으로 넋나간 사람처럼 휘적휘적 걸어오는 은환 이 보인다.
상두 (눈빛이 심하게 흔들린다)
수희 자기야!!
은환 (걸어오다가 상두를 발견한다....눈물이 그렁해진다.)
수희 안 탈래?
상두 (은환을 보다가 표정을 가리기 위해 선글라스 꺼내 쓰며 수희의 차에 오른다)
은환 (상두를 부르려 하지만, 차마 목이 메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상두 (선글라스 속의 눈빛....무섭게 일렁이고 있다)
상두를 태운 수희의 차, 출발하며 은환을 스쳐 지나가는데....눈물을 가득 머금은 은 환의 애절한 표정에서.
ENDING
old/old_scrapbook 2003. 11. 1. 13:25
1. # 학교 실내 계단
은환, 반가움에 환한 표정으로 계단을 뛰어내려 온다. 순애, 덩달아서 뒤따라 뛰어 내려 오다가 다리를 접지르며 주저앉고 만다.
2. #복도
계단을 내려와 복도에 선 은환, 저편 복도에서 은환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상두를 활짝 웃으며 본다.
상두도 은환을 향해 연한 미소를 띠며 걸어온다. (한손에 쥬스 박스 들고)
은환 잘 왔어. 잘 왔어, 상두야....
상두 (여전히 미소는 띤 채 은환 앞으로 와 섰다가 꾸벅 고개 숙이고, 은환을 스쳐 교 장실쪽으로 간다)
은환 (당황하는) 상두야....
3. #교장실
교장, 결제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데, 노크소리 들린다.
교장 들어오시래요.
상두 (안으로 들어서며 꾸벅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교장 선생님.
교장 아니 이게 누구래? 차군 아니래?
상두 (쥬스 박스 내밀며)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교장 (반가와 웃으며) 오늘부터 학교에 나오는 거래?
상두 (대뜸) 할아버지!
교장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보는)
상두 앞으로는 제가 제 할아버지처럼 모시께요....가끔 놀러와서 술두 받아 드리구, 짝짜 꿍도 해드리구, 부부싸움 하시면 여자들의 심리에 대해서 상담도 해드리께요.
교장 무슨...말이래, 그게?
상두 (호주머니에서 편지 봉투 꺼내서 내민다) 이거...
교장 (받아서 펴 보고 놀라서) 이게 뭐래? 자퇴서 아니래?
상두 ....아무래도 전 학교가 적성에 안 맞는 거 같애요.
교장 .....학교를 적성으로 다니나?...이봐, 차군...좀 더 신중하게 생각을 해 보구...(하는데)
상두 (큰절을 한다)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교장 선생님 덕에 그래두 저 평생에 원하나 풀었습니다.
교장 상두야!
상두 ....(웃으며) 죽기전엔 꼭 사람 되께요, 교장 선생님.
교장 하 참....(당혹스럽게 보는)
4. #교장실앞
은환, 기가 막힌 표정으로 서 있다.
잠시후, 상두, 문 열고 나오다가 은환과 시선을 부딪힌다.
은환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는데)
상두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선생님...선생님 은혜두 절대 잊지 않습니다. (꾸벅 인사하고 가는)
은환 (잡지도 못하고)
5. #복도
은환, 굳은 듯이 서서 걸어가는 상두의 뒷모습을 본다.
은환을 뒤로 하고 걸어가고 있는 상두....상두 앞으로 희서가 서 있는 것이 보인다.
희서 (표정이 굳어 상두를 보고)
상두 (희서와 시선 마주치자 빙긋 웃으며 희서앞으로 다가간다)....야, 희서! 안 본새 눈이 더 땡그래졌네?
희서 (굳어서 보는)
상두 어머닌 컴백홈 하셨냐?
희서 ....네.
상두 (고개 끄덕이고 귓속말) 그 킹카 제빈하군 떨어졌대?
희서 ....네.
상두 또 문제 생기면 언제든 오빠한테 문자 날려라? (희서의 교복 옷깃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주고 씨익 웃고 가는데)
희서 오빠!
상두 (돌아보는)
희서 (꾸벅 고개 숙이고) 안녕히 가세요.
상두 (웃으며 고개 끄덕이고 돌아서서 간다)
그 뒤로 상두를 지켜보는 은환.
6. #학교 내리막길
상두, 애틋하게 학교를 보며 뒷걸음질하면서 내려가다가...잊자...다시 몸을 돌려 앞 을 보며 걸어 내려간다.
은환, 뛰어온다.
은환 상두야!!
상두 (뒤돌아보지 않는다)
은환 교문, 언제나 열어 놓을께!
상두 ......
은환 희서 짝꿍 자리두 비워두구 있을거야. 아무두 못 앉게 할거야, 내가.
상두 .....
은환 너 꼭 다시 학교로 돌아오게 만들거야!
상두 ......
은환 (결심하듯 혼잣말로) 나, 너 절대루 포기 안해.
상두 (무표정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그대로 걸어내려 가는)
7. #심란 족발집안
심란, 배달 마치고 들어오다가 뭔가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세라, 커다란 트렁크 가방 두 개 놓고 다리 꼬고 앉아 껌을 씹고 있다.
심란 야....
세라 방셀 다섯달 칠 못 줬더니 우리 주인 아줌마가 쫓아내더라구?
심란 (당황하는)
세라 나 외상으루 방 하나만 줘, 아줌마.
심란 (당황했다) 연락이라두 좀 하구 오지, 이년아....우리 집에 남는 방이 있냐, 지금?
세라 나 지금 문전 박대 당하구 있는 거야?.....(벌떡 일어서서 트렁크 챙기며) 환영 못 받 을 줄 알았어, 그래....꺼져 주께, 알았어.....(나가려는데)
심란 (세라 잡으며) 나하구 같이 방 쓰자, 그럼....너만 안 불편하면 나랑 같이 쓰면 돼.
세라 아줌마랑 내가 왜 같이 방을 써? 뭐가 이쁘다구?
심란 너 증말....(야단 치려다가) 내가 그럼 요 근처에다 원룸이라두 하나 얻어주께.
세라 돈 자랑은 딴 데가서 하시구....아줌마 딸이랑 같이 쓰면 안되나?
심란 (당황) 우리....은환이랑?
세라 그래, 아줌마 딸 은환이랑 같이 방 쓰면 안돼?
심란 ......은환이한테....아직 니 얘기 못했어..
세라 백문이 불여 일견이란 말두 있잖아....직접 보면 되지, 무슨 말을 해?
심란 (당혹스러운)
8. #은환방
문 벌컥 열리고, 세라, 트렁크를 끌고 들어온다.
세라 이햐...방 좋다......
심란 (곤혹스런 표정으로 따라 들어오다가 세라 손 잡고) 일단 내 방에 있다가 은환이오 면 허락부터 받구...(하는데)
세라 (손 탁 쳐 내며 O.L.) 아줌마, 딸내미한테 그렇게 눈치보구 살어?
심란 아니, 눈치를 보는게 아니라....
세라 피 한방울 안 섞인 앨 지금까지 길러주구 입혀주구 공부시켜 준 게 어딘데....큰소릴 치구 살어도 모자랄 판에 왜 눈치를 보구 살어?
심란 너 집안에 말 이쁘게 하다가 돌아가신 귀신 있냐?
세라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아줌마가 잘 알지. (침대로 와 털석 눕는다) 앞으로 난 여 기서 잘거니까, 아줌마 딸은 바닥에서 자라 그래.
심란 이 년이 정말 보자보자 하니까....
세라 (벌떡 일어나 앉아 심란을 노려보며) 난 20년 가까이 등 배겨가며 바닥에 누워서... 아니 눕지도 못하구 쪼그리고 잤어....20년 가까이 남의 자리 뺏어서 편히 살았으면 이제 양보할 줄도 알아야지.
심란 (어이가 없다) 뺏기는 누가 뭘 뺏었다구 그래?
세라 그러구 보니까 아줌마 딸 은환이한테 내가 뺏긴 게 한 두가지가 아니네....지금부터 하나씩 하나씩 다 찾아 와야지!
심란 팔란아!!
세라 (잠깐 생각하다가) 아줌마! 혹시 우리 보리 아빠 어떤 사람인지 안 궁금해? 언제 한번 소개 시켜주까?
9. #보리 병실
상두, 보리의 손톱을 깍아주고 있다. 보리의 안색은 여전히 창백하다.
상두 대머리 쿵쿵따!
보리 리?
상두 (입만 벌려 ‘이발소’ 가르쳐 주는)
보리 이발소 쿵쿵따!
상두 소? 소머리 쿵쿵따!
보리 리? (갸웃)
상두 (모션과 입만 벌려 ‘이쑤시게’ 가르쳐 주는)
보리 이쑤시게 쿵쿵따!
상두 게머리 쿵쿵따!
보리 또 리?
상두 인제 니 힘으루 해봐.
보리 (생각하다가) 몰라, 안 해.
상두 왜?
보리 아빤 맨날 대머리, 소머리, 게머리만 하구...안 해.
상두 졌으면 졌다구 깨끗이 승복을 해, 임마....치사하게.
보리 (삐죽)
상두 그럼 너 아빠한테 진거다? 인제 주사맞을 때 땡깡부리구 울기 없기다?
보리 (삐죽하다가...고개 끄덕이는)
상두 역시 우리 딸은 멋있는 걸이야....선생님이랑 간호사 언니 오시라 그런다, 그럼? ( 일어서는데)
보리 (상두를 잡으며) 공주님 핀 찔러줘.
상두 오호, 선생님 만난다구 또 꽃단장을 해보시겠다 이거지?....오케이!
상두, 보리 침대 한켠에 있는 앙징맞은 바구니를 가져온다. 갖가지 핀과 머리끈, 빗, 들어있다. 상두, 빗을 꺼내든다.
상두 (자기 머리에도 미용사 핀 하나 꽂고) 자! 그럼 지금으로부터 우리 딸내미 꽃단장 프로젝트를 실시하겠습니다!!
상두, 씨익 웃으며 빗으로 보리 머리를 빗겨준다.
보리, 좋아서 가만 있다.
이때, 보리의 머리를 빗기던 상두의 손에 보리의 머리칼이 한 웅큼 빠져 나온다.
당황하는 상두....보리의 머리를 손으로 쓸어 내리며 당겨본다.
다시 한 웅큼의 머리카락이 빠진다....충격 받는 상두.
보리 뭐해, 아빠?
상두 .......(보리의 머리를 빗기는 손길이 눈빛이 충격으로 떨리고 있다)
10. #은환반 교실
희서, 힘없이 엎드려 상두의 빈 책상을 바라보고 있다. 진진, 미영도 쓸쓸하게 상두 의 빈 책상을 보고 있다.
수창, 택구, 성길도 맥이 탁 풀린 표정으로 상두의 빈 책상을 보고 있다.
학급 전체의 분위기가 예전과는 다르게 가라앉아 있다.
이때, 은환, 씩씩한 표정으로 교실문 열고 들어선다...쳐저 있는 학생들의 얼굴을 어 리둥절하게 보다가 교탁으로 올라간다.
반장, 역시 멍해 있다가 일어나서 차렷, 경례!하고.
은환 왜들 이렇게 힘들이 없어?....오늘 종례는 특별한 건 없구, 정훈이가 오늘 학교에 안 왔지? 감기가 심한 모양인데, 같은 동네 사는 진진이랑 수창이랑 정훈이 집에 한번 들러봤음 좋겠다.
진창 (손을 든다) 선생님!
은환 어, 진창이 왜?
진창 왜 상두 형 얘긴 한마디두 안 하세요?
은환 (당황) 응?
진진 맞어요. 상두 오빠는 일주일 넘게 결석했는데, 정훈이 얘긴 하면서 상두 오빠 얘긴 왜 안해요?
미영 선생님 진짜 너무하세요. 왜 차별하세요?
희서 .....
은환 응...그게...상두 오빠는....
수창 학교 좀 나오라구 그러세요, 상두형!!
학생들, 상두를 미워했던 수창의 의외의 말에 돌아보고.
수창 그 형이 없으니까 학교 다닐 맛이 안 나요!
택구 맞어요! 교실이 이상하게 고무줄없는 빤스같구....암튼 되게 심심하구 이상해요.
성길 어딨는지 말씀만 해주시면 저희가 가서 들구 오께요.
은환 ...상두형....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학교에 나올거야.
학생들, “정말이예요?”“진짜예요?” 좋아하며 되묻고.
희서 (몸을 일으켜 은환을 본다)
은환 (희서와 잠깐 시선 마주쳤다가 학생들 보며) 정말이야...선생님이 상두 형 교실루 꼭 데리구 오께..
학생들, 환호하고, 희서, 서늘하게 은환을 본다.
은환 ......
11. # 교문앞 (노을녘)
은환, 학교를 마치고 퇴근하고 있다.
학생들, “낼 뵐께요, 선생님” 은환에게 인사하고 가고. 은환도 “그래, 낼 보자.” 화답 해준다.
은환, 문득 발걸음 멈추고 상두가 있을 곳을 생각해 본다.
은환 ....보리....차 보리......
은환, 서둘러 걸음을 옮긴다.
12. #병원 정원
상두, 책을 펴 놓고 보며 낑낑대며 뜨개질하고 있다. (펼쳐진 책장에 아이용 털모자 사진이 있다)
보리 모자를 뜨려고 하는데, 코 잡는 것부터 쉽지가 않다.
민석, 걸어오다가 상두를 발견하고 상두쪽으로 다가온다.
민석 뭐하냐?
상두 (돌아보지도 않고) 헷갈려, 말 시키지 마.
민석 (책을 넘겨다 보고) 보리 모자 뜨냐?
상두 (낑낑대며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민석 걱정이다. 머리가 빠질때마다 여자애들은 특히 충격을 많이 받던데...
상두 ......
민석 인줘 봐.
민석, 상두에게서 대바늘과 실, 채서 들며 익숙한 솜씨로 뜨개질을 한다.
상두 (놀랍다는 듯 보며) 우와, 너 이런 것도 할 줄 아냐?
민석 이 맘때쯤 되면 털모자 뜨는 엄마들이 많어, 소아 병동엔.....식당개 삼년이면 라면을 끓인다구. 어깨 너머로 봤지.
상두 (민석을 따뜻한 미소로 보다가) 옛쑤님!
민석 까불지 마....(책 보며) 헷갈려.
상두 멋진 자식.
민석 까불지 말랬다.
상두 뽀뽀 한번 해주까?
민석 변태 자식...(노려보다가) 내가 참 이러구 있을때가 아니지...(뜨개질하던 것 탁 놓고 일어선다)
상두 이러구 그냥 가면 어떡하냐?
민석 내가 지금 이런 거나 하구 있을 한가한 사람인지 아냐? (가려는데)
상두 좀 가르쳐 주구 가, 그럼....형!
민석 넌 내가 좋냐?
상두 응.
민석 난 니가 싫어.
상두 엉?
민석 솔직히 나, 너보구 나면 한 사흘은 밥맛이 없거든....앞으루 나한테 친한 척 하지 마.
상두 (삐죽거리며 상처 입은 불쌍한 표정으로 보는)
민석 그렇게 봐두 소용없어....난 너, 끔찍하게 이 갈리게 싫어.
상두 (계속 불쌍한 표정 짓고 있는데)
이때, 간호사, 뛰어오며.
여자1 큰일났어요, 보리아빠.....보리가...보리가....
상두 (당황하며 벌떡 일어나는) 왜요? 우리 보리가 왜요?
여자1 지 머리가 한 웅큼 빠진 거 보구 충격받아서 울구 있어요, 지금.
상두 (푸 한숨 뱉으며 마음 아픈 표정 짓다가 뜨개질 한 거 챙겨 들고 병실로 가려는데)
민석 (상두를 잡는다...무슨 말인가 하려는 표정)
상두 (보는)
13. #보리 병실
상두, 들어서면, 보리, 이불을 뒤집어 쓰고 엉엉 울고 있다. 머리맡 한쪽에 한웅큼 빠진 머리카락이 놓여 있다.
상두, 가슴 아픈 표정으로 보다가 다가간다.
상두 (장난스럽게) 딸!
보리 (엉엉 운다)
상두 차 보리!
보리 .....
상두 보리 차!
보리 ......(계속 엉엉)
상두 (암담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가.....잠시후 보리 옆에 다가가서 보리 귀에 대고 비밀 말하듯) 아빠가 아주 중요한 정볼 하나 입수했지롱!
보리 (계속 엉엉 소리내며 우는)
상두 우리 보리 의사 선생님, 강민석 선생님에 대한 얘긴데...진짜 중요한 얘긴데...
보리 (울음소리 약간 잦아 든다)
상두 보리는 별로 들을 생각이 없구나?....그럼, 희진이한테 말해줘야겠군.... (일어나는데)
보리 (이불을 살짝 내리고 울음끝이 남아 꺽꺽거리며) 무슨...얘긴데?
상두 강민석 선생님이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얘기!
보리 (눈이 반짝 하며 이불을 내린다)
상두 (씨익 웃으며) 니가 궁금해 할 줄 알았지....그럼, 염탐을 한번 나가보실까요, 공 주님!
보리 (고개 끄덕이는)
14. #병원 휴게실
민석, 두 장의 사진을 양손에 들고 홀린 듯 바라보고 있다.
민석 아, 이렇게 아름다울수가....이렇게 이쁠 수가....사랑해요....사랑합니다....(양손에 든 사진에 키스 세례를 퍼붓는다)
한쪽에 앉아 있던 환자와 아이엄마, 미친 사람 보듯 보고.
이때, 보리, 상두에게 안겨 벽 한켠에 숨어서 민석을 보고 있다.
민석 제발...제발....저랑 결혼해주세요, 공주님.....부탁이예요, 저랑 결혼해 주세요. (가슴에 안는)
보리 (눈을 똥그랗게 뜨고 보는)
상두 (피식 웃으며 보는)
민석 (갑자기 배를 만지며) 잠깐 오줌 좀 누구 와서 다시 봐야지....(사진을 한쪽에 놓고) 잠깐 갔다 오께요, 공주님. (화장실쪽으로 간다)
상두, 민석이 사라지자 보리와 함께 민석이 있던 자리로 온다.
보리, 민석이 보고 있었던 사진을 본다.
삭발한 데미무어(G.I.Jane)와 강수연(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사진이다.
상두 니네 선생님은 진짜 취향이 특이해, 응?
보리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상두 이 언니들은 머리도 안 감아두 되구, 편하긴 진짜 편하겠다.
보리 아빠!
상두 응?
보리 나두 머리 이렇게 해줘.
상두 응?
보리 나두 머리 이렇게 깍아줘어....이렇게 깍아줘어어...
상두 (잠깐 생각하다가 보리 보며) 리얼리?
한쪽 벽에 숨어서 보리를 애틋한 미소로 바라보는 민석, 상두와 시선을 마주친다.
상두 (민석을 향해 고마움을 담아 미소를 보낸다)
민석 (미소 짓던 표정이 재수없다는 듯 싹 굳어진다)
15. #병원 로비
민석, 쓴 웃음 지으며 털레털레 걸어온다.
이때, 현관 로비로 은환이 들어서고 있다.
정면으로 마주치는 은환과 민석.
은환 (당황하는) 민석씨....
민석 웬일이야, 여긴?
은환 (대답 못하는)
민석 나 보러 온 건 아닌 거 같구....차상두 만나러 왔어?
은환 .....응.
민석 아주 당당하구 씩씩해졌네?
은환 응.
민석 잔인하다.
은환 응.
민석 (더 이상 내 힘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그래, 한번 가봐라.....가다가 길이 아니 면 돌아오면 되지 뭐. 기다리고 있으께.
은환 (고개 저으며) 그런 일 없을 거야. 기다리지 마.
민석 정말 잔인하구나, 채은환?
은환 ...응.
민석 (은환의 손을 잡는다)
은환 (흠칫 보는)
민석 데려다 주께...벼랑끝으로 떨어져 봐, 그래.
은환 ......
민석 내가 고맙게두 의사잖냐? 벼랑 끝으루 떨어져서 피 흘리구 상처 입으면 내가 치료 해주면 되지 뭐.
은환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는)
민석 가 보자....
은환 .....
16. #병원 정원
상두, 보리를 의자에 앉혀 놓고 머리를 깍이려고 준비하고 있다.
보리, 인형을 들고 신이 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보리 빨리 깍아줘. 아빠.
상두 어....(기계를 들이대다가 손을 멈춘다. 차마 못하겠다)
보리 아빠아...뭐해?
상두 어, 그래. 지금 해.
상두, 보리의 머리를 자른다....한 웅큼 잘려나가는 머리....마치 심장 한쪽이 잘려 나 가는 듯 아프다.
상두 보리야, 아빠가 머리 자를 동안 노래 부를래?
보리 응....(동요를 부른다)
상두 (보리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부르며 보리의 머리를 잘라간다)
상두의 시선으로 보이는-보리의 머리를 자르고 있는 자신의 손....보리의 머리카락... 자꾸만 뿌옇게 흐려진다. 참으려 애를 쓰지만, 결국 상두, 울고 있다.
이때, 상두와 보리를 지켜보고 있는 흐려진 시선...은환이다.
은환, 한쪽에 숨듯이 서서 민석과 함께 지켜보고 있다. 은환도 눈물이 그렁하다.
민석 아픈 딸 치료비 마련할려구 그랬던 거 같애.
은환 .....
민석 아줌마들 등쳐먹는 제비족이 된 거!
은환 (흔들리는 눈빛으로 민석을 보는)
민석 불쌍한 놈이야, 저 자식두.
은환 민석씨...
민석 이런 말 해주면 내가 손핸가, 참?....판단이 안 서네.
은환 ......
민석 나두 제 정신이 아닌가 부다....미친 니들 상대할려다 보니까 나두 똑같이 미쳤나봐.
은환 ......(민석이 한없이 고맙다)
민석 벼랑끝까지 한번 가봐....구급 상자 들고 그 밑에서 기다리고 있을께. (돌아서서 가 는데)
은환 ....고마워, 민석씨.
민석 고마워? (쓰게 웃고) 끝까지 잔인하구나? (쓰게 웃고 간다)
은환 .....
은환, 가는 민석을 보다가 보리의 머리를 깍고 있는 상두에게 다시 시선을 돌린다.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보리의 머리를 자르고 있는 상두.
은환, 차마 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려 버린다.
17. #보리 병실
머리를 자른 보리, 거울속의 자신을 낯선 듯 들여다 보고 있다.
상두 (가슴 아픈 거 누르고) 어때? 맘에 들어?
보리 (천진난만하게 고개 끄덕인다) 우리 선생님이 보리도 이쁘다 그러겠지?
상두 그럼...선생님이 차 보리씨! 우리 결혼합시다! 그럼 너 뭐라 그럴래?
보리 (부끄럽다는 듯 이불로 얼굴을 가린다.)
이때, 복도 유리창으로 와서 서는 은환....복도에서 상두와 보리를 지켜보고 있다.
상두 (마음이 아프다) 감기 들지 모르니까 선생님 안 보실땐 이거하구 있자. (두건을 보 리의 머리에 둘러준다) 아빠 약속이 있어서 지금 나가야 되거든...할아버지 곧 오실 거야.
보리 (고개 끄덕인다)
상두, 안스럽게 보다가 “아빠 빨리 갔다 오께” 하며 보리의 이마에 입 맞추고 일어 나는데 은환과 시선을 마주친다.
상두 (당황하다가 이내 감정의 평정을 찾고, 담담하게 본다)
은환 (안스럽게 보는)
18. #병실 복도
상두 나오면, 은환, 애틋하게 상두를 본다. 상두, 한손에 양복을 들었다.
상두 (할 말을 못 찾다가...담담하게) ....우리 딸 이쁘지?
은환 (애써 웃으며) 그래, 이쁘다. 아빠랑 되게 많이 닮은 거 같애.
상두 그럼. 내 딸이니까 당근 날 닮아야지.
은환 .....니 딸인 줄 알았으면 미리 좀 잘 보여놓을 걸 그랬네.
상두 (피식 웃고)....나 지금 약속이 있어 나가봐야 되거든.
은환 ...어디 가는데?
상두 있어.
은환 (상두 손에 들린 양복을 보고) 아줌마들 만나러 가?
상두 (피식 웃고 간다)
은환 상두야!!
19. #남자 화장실안
상두, 와이셔츠 갈아 입으며 넥타이 맨다....거울속에 비친 표정, 서늘하다.
20. #남자 화장실앞
상두, 양복으로 갈아 입고 나오는데, 은환이 바로 앞에 서 있다.
상두 나 따라 다녀, 지금?
은환 학교가자, 상두야.
상두 저 자퇴서 냈는데요, 선생님.
은환 받은 적 없으시대, 교장 선생님....너 다시 데리구 오라 그러셨어.
상두 (답답한 표정으로 보는데)
이때, 상두의 핸드폰 울린다.
상두 (발신자 확인하고 받으며) 어, 나야...
은환 .......
상두 그래, 나 지금 가고 있어...(발걸음 돌려서 가며) 차가 많이 밀리네....그래, 조금만 기 다려. 미안해. (그대로 현관쪽으로 걸어가는)
은환 (또 제비짓을 하러 나가는구나....숨이 턱 막혀 온다....안타깝게 상두를 보다가 뒤 따라 간다)
21. #로비
상두, 핸드폰하며 걸어가고 있고, 은환, 간격을 두고 상두의 뒤를 쫓아가고 있다.
이때, 저편에서 핫바 하나씩 입에 물고 오던 만도와 세라, 상두와 은환을 발견한다.
(상두와 은환은 만도와 세라를 보지 못한)
만도 아니, 저 샘이 저...(세라의 눈치를 보는)
세라 (눈에 불꽃이 튄다...화풀이하듯 핫바를 우걱우걱 뜯어먹는)
22. #현관앞/택시안
상두, 서 있는 택시에 오르려고 차문을 연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은환이 뒤따라와 간격을 두고 서 있다.
상두, 은환을 갑갑한 표정으로 보다가 차문을 열고 차에 오른다.
상두가 탄 택시 출발해 가고, 은환, 먹먹하게 보고 있다가 얼른 다른 택시를 잡는 다.
은환 택시!
은환, 택시에 오른다.
은환 아저씨! 저기 앞에 가는 택시 좀 쫓아가 주세요!
23. #일각
세라, 만도와 뛰어와서 본다. 은환이 탄 택시, 떠나고 있다.
만도 야, 정말 집요하다, 저 샘....완전히 슈퍼 찐드기네. 슈퍼 찐드기.
세라 (싸늘하게 비웃는) 그래, 잘해봐....니들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지 자알해봐, 한번.
만도 정말 잘해봐두 되냐?....저 샘이랑 상두 잘해봐두 너 암말 안할래?...(핸드폰으로 전 화라도 할 듯) 상두한테 얘기 해 줘야지.
세라 삼촌!!
만도 저 샘하구 상두, 정말 서로 사랑하는 사이 같던데...너만 물러나주면 노마크 단독 드리블 만사 오케인데. 세라야.
세라 (만도를 노려보며 버럭) 삼초온!!
만도 (귀를 막으며)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 너두....너 같으면 저 샘같이 똑똑하고 훌륭한 가문의 자제를 조카 며느리로 보고 싶겠냐? 너 같이 칠렐레 팔렐레 무식이 통통 튀 는 싸가질 조카 며느리로 삼구 싶겠냐?
세라 증말 치사하게 이렇게 배신 때리시기에요?....내 놔요, 그동안 제가 드린 용돈 다 내 놓구요, 제가 싸다 드린 음식들 다 뱉어내세요!
만도 줬다 도루 뺏으면 똥구멍에 뭐 난다구 그렇게 말을 해두 얘가.
세라 보리는요? 우리 보리는 어떡하구요, 그럼?!!
만도 보리?....아, 보리가 있었구나.
세라 (밉게 보는) 상두 조강지처는 저예요! 보리 엄마는 저라구요! 엇다가 누굴 갖다 대 요!!....(휙 돌아서서 가는)
만도 아, 차상두! 운도 없는 자식....보리 기집애, 애물단지라구 그렇게 도로 갖다 주라
구 노랠불러두 기어이 껴안구 기르더니....꼬시다, 쨔샤! 어른 말 안 듣더니!!
24. #레스트랑앞
택시에서 내린 상두, 들고 있던 웃옷을 껴입으며 레스트랑을 향해 유유히 걸어 들 어간다.
잠시후, 와서 멎는 다른 택시...은환, 내린다.
은환, 상두가 들어간 레스트랑을 본다.
25. #레스트랑안/프론트앞
상두, 작업녀(30대 중반, 부유한 인상) 여자에게 미소 지으며 다가간다.
상두 미안해. 많이 기다렸지, 자기야?
작업녀 맨날 뭐가 그렇게 바뻐, 자기는?
상두 그러게. 내가 좀 많이 바쁘네....
이때, 종업원와서 물 따라 주며 주문 받으려 한다.
상두 전 금방 가봐야 돼서요, 죄송합니다. (종업원 인사하고 가고)
작업녀 (불만) 또 어딜 가는데?
상두 인천 앞바다에 좀 들어가봐야 해....물만 마시구 일어설거야...(물을 마시는)
작업녀 인천 앞바다에 왜 들어가?
상두 시계 찾으러.
작업녀 시계?
상두 접때 자기가 내 생일 선물로 사준 금딱지 시계....인천 앞바다에 빠뜨렸다 그랬잖아.
....그 시계가 없으니까 자기에 대한 애정도 약해지는 것 같구....우리가 곧 헤어지게 되겠구나 암시같기두 하구....불안해서 안되겠어.
작업녀 그깟 시계 하나 갖구...자기 너무 신경과민 아냐?
상두 그깟 시계가 아니라니까, 나한텐!
작업녀 ...내가 시계 다시 사주께, 그럼!
상두 시계가 그게 돈이 얼만데....차 한 대 값인데....내가 혹시 앞으로 자기한테 연락 못하 면 시계 찾다가 인천 앞바다에 빠져 죽었구나....그렇게 생각해.
이때, 레스트랑 내에 안내 방송이 들린다.
여직원(E) 손님 여러분중에 제비족 계시면 프론트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상두 (흠칫해서 프론트 쪽으로 고개 돌려 본다)
프론트앞에 은환 서 있고, 방송하는 여직원, 자기가 말하면서도 고개 갸웃한다.
상두 (기가 막히고)
은환 (상두와 시선을 마주치고 씨익 웃는다)
상두 (당황하며 다시 고개 돌려 작업녀를 본다)
작업녀 그러지 말구, 자기야....내가 똑 같은 걸로 사주께...모래 사장에서 바늘 찾기지, 그걸 어떻게 찾어?
상두 (한쪽 신경엔 계속 은환이 걸리지만 애써 태연하게...될대로 되라...대담해졌다) 사실 헌 시계보다는 또 새 시곌 받으면 자기한테 프레쉬하고 신선한 애정이 새록새록 솟 아날 거 같기두 하구....그러긴 그러네.
카운터앞에 서 있던 은환. 꿈쩍도 않고 계속 작업을 하는 상두를 어이없다는 듯 보 다가 여직원에게 다시 무슨 말인가 한다.
작업녀 (환해져서) 그래애?....당장 사러 나가까?
상두 자기 아직 내 스타일 모르는구나....폼생 폼사!! 난 여자가 돈 내는데 절대 쫄쫄 안 따라가. 돈을 받아서 내가 직접 고르는 스타일이지.
이때, 다시 안내 방송 들린다.
여직원(E) 다시 한번 알려 드립니다. 손님 여러분 중에 제비족 계시면 빨리 프론트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상두 (돌아보지 않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을 마신다)
은환 (꿈쩍도 않는 상두의 뒷모습을 안타깝게 보는)
작업녀 (재밌다는 듯 웃으며) 참, 살다살다 별 희안한 방송을 다 들어보겠네.
상두 (도저히 안되겠다. 작업녀에게 느끼한 미소 지으며) 자기한테 좋은 선물두 받았는 데....우리 한번 땡기러 가까?
26. #프론트앞
은환,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는데, 상두, 작업녀와 팔짱을 끼고 프론트앞으로 온다.
상두, 은환을 못 본척하고, 카드로 계산을 한다.
은환 (안타까운 표정으로 보는)
상두 (애써 은환을 외면한다)
27. #레스트랑앞
고급 외제차 서 있다. 상두, 조수석 문을 열어 작업녀를 태우고, 자기도 운전석으로 오른다.
은환, 레스트랑에서 나와 그런 상두를 허탈한 표정으로 본다.
운전석의 상두, 백밀러 통해 자신을 원망하듯 보는 은환의 눈빛을 보지만, 애써 외 면하며 차를 출발시켜 간다.
은환, 떠나는 차를 보다가 이를 앙 물고 다시 택시를 잡는다.
28. #보리 병실
세라, 삭발을 한 채 잠들어 있는 보리를 보고 눈물이 그렁해 있다.
세라 보리야......너 자꾸 이렇게 아픔 안돼....너 잘못되면 엄마두 죽어.....니가 없으면 엄마 두 끝장이야....
세라, 보리의 머리에 다시 두건을 씌워주다가...다시 흐느껴 운다.
만도는 간이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다.
민석, 병실안으로 들어서며 그런 세라를 착잡하게 보다가.
민석 세라씨!
세라 (돌아보는)
민석 드릴 말씀이 있는데....
29. #병원 정원
세라와 민석, 벤치에 앉아 있다.
세라 골수 검사요?
민석 네....현재로선 보리 병을 치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골수 이식이예요.
세라 (고개 끄덕이는) 하께요....제가 이식해 주께요.
민석 보리 아빠랑 할아버지한테두 일단 혈액 채취는 했는데....사실 백혈구형이 일치할 확 률은 형제가 제일 높지, 부몬 희박해요....그래두 만에 하나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 으니까.
세라 그럼 어떡해요? 어떡하면 돼요?
민석 일단 제가 여러 루트로 알아보구 있으니까....한번 기다려 보죠....(꾸벅 인사하고 가 는데)
세라 (문득 생각하다가) 저기요, 선생님!
민석 (보는)
세라 보리 아빠한테두.....혈액을 채취했다구....그러셨나요, 방금?
민석 네.
세라 (안색이 창백해진다)....결과는 언제 나와요?
민석 글쎄....한 일주일쯤 걸릴거 같은데요.
세라 (멍해서) 일주일....요? (숨이 턱 막히는 것 같다)
민석 왜 그래요? 안색이 안 좋아요, 세라씨.
세라 아...아니예요....(일어서서 휘청휘청 간다)
30. #보리 병실
세라, 보리 병실로 와 서며 잠들어 있는 보리를 멍하게 본다.
여자(E) 야! 이 기집애, 경찰서에 고발해!
31. #갈비집(동네 뒷골목, 소규모의)-8년전
어려보이는 생머리의 세라(남루한 옷차림), 부락부락한 인상의 여주인에게 멱살 잡 힌 채 싹싹 빌고 있다.
세라 잘못했어요....제가 꼭 갚으께요....돈 가져와서 제가 꼭 갚으께요.
여주인 (우락부락한 인상) 돈 한푼 없는 년이 갈비를 삼 인분이나 표정 하나 안 변하구 처 먹어?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 년이 뭐 이런 게 다 있어?!!
세라 배가 고파서 그랬어요...너무 배가 고파서.....
여주인 시끄러 기집애야!! 어서 경찰서 가자! 경찰 서 가!!
상두(E) 아, 진짜! 시끄러워서 밥을 먹을 수가 없잖아!!
세라, 소리나는 쪽을 보면, 상두(불량끼가 주르르 흐르는), 밥 먹다가 숟가락을 소리 가 나게 탁 놓고 벌떡 일어선다.
상두 그 기집애가 먹은 갈비값이 얼만데, 대체?...(주머니에서 만원짜리 세 개와 천원짜리
서너개 뭉텅이, 백원짜리 십원짜리까지 탈탈 털어 테이블에 놓으며) 이거면 되나?
세라 (흔들리는 눈빛으로 상두를 보는)
상두 (세라와 아줌마에게 눈 부릅떠 보이며) 한번만 더 밥 먹는데 방해해봐, 확 그냥... (물을 마시고 꿀렁꿀렁하며 불량스런 폼으로 슬리퍼 질질 끌며 나간다)
세라 (눈물이 그렁해서 보는)
32. #보리 병실(현재)
세라, 보리를 흔들어 깨운다 .
세라 보리야...일어나 봐....엄마가 할 얘기가 있어, 일어나 봐......
보리 (그대로 잠들어 있고)
만도 (눈을 부시시 뜨고 세라를 보는)
세라 보리야, 좀 일어나봐...엄마가 할 얘기가 있단 말야....
상두(E) 교가 부르는....(남해 학교의)
33. #공원벤치-8년전(밤)
술에 취한 상두, 한손엔 소주병 들고 벤치에 누워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교가를 부 르고 있다.
벤치 아래엔 빈 소주병이 8병 정도 놓여 있다.
그런 상두를 한쪽에 서서 지켜보는 세라.
교가를 불러대던 상두의 손에서 쥐고 있던 술병이 툭 떨어진다...상두, 잠이 들었다.
34. #모텔방-8년전
세라, 술 취한 상두를 부축해 들어와서 침대에 눕힌다.
상두의 겉옷을 벗겨주고, 런닝만 입혀 놓는다.
아무것도 모르고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상두.
세라, 그런 상두를 애틋한 표정으로 보다가 블라우스 단추를 푼다.
슬립 차림의 세라, 상두옆으로 와서 눕는데.
상두 (잠꼬대하는) 은환아....은환아....
세라 (벌떡 일어나 앉으며 상두를 본다)
상두 은환아....은환아....
세라 (김이 샌 표정...허탈하게 피식 웃는)
35. #보리 병실
세라, 눈물이 그렁해서 보리를 계속 흔들어 대고 있다.
세라 일어나봐, 보리야....일어나 봐, 좀....응?
보리 (힘겹게 눈을 뜬다)
만도 주사 맞구 잠든 앨 왜 자꾸 깨워?
세라 보리야, 엄마야! 엄마!
보리 엄마...
세라 보리야, 너 아빠오시면 엄마랑 빨리 결혼해서 우리 세 식구 오손 도손 행복하게 잘 살자구.....우리 보리 소원이라구 내일이라두 당장 결혼하라 그래, 알았지?
보리 (고개 끄덕이는)
만도 야, 너 진짜 치사하다....가만 보면 상두랑 나랑 보리랑 우리 넷 중에 니가 제일 치 사한 거 같애.
세라 아빠한테 엄마랑 당장 결혼 안하면 죽어버리겠다구 그래!!
보리 (겁 먹은 표정으로 보는)
만도 와! 이건 완전히 공갈 협박 아동 학대에다가....
세라 (벌떡 일어나서 만도앞으로 오더니 지갑에서 카드 하나 빼서 만도에게 준다)
만도 야!
세라 요즘 용돈 궁하시죠? 삼촌 쓰시구 싶은대루 쓰세요.
만도 (황당한 표정으로...그러다 이내 헤벌쭉해져서 카드를 본다)
세라 저, 이거보다 더한 것도 삼촌한테 드릴 수 있어요....(눈물이 그렁해서 절실하게) 정 말 잘 모실께요....좋은 조카 며느리 될께요, 삼촌...
만도 뭘 그렇게 울기까지 하냐?.....나두 사실은 니가 만만하긴 만만하지....그 샘은 수준이 안 맞아서 내가 좀 부담스럽긴 하지, 솔직히.
세라 상두, 설득해 주세요....보릴 봐서라두 혼인 신고라두 당장 하라구 얘기 좀 해주세요, 삼촌!
만도 하긴 뭐 대세는 이미 굳어진 거 같은데.....근데 이건 이용한도가 얼마까지냐?
세라 (상두를 생각하며 다급하고, 불안하다.)
36. #무도장(이천원 내고 입장하는)
상두, 작업녀와 부루스를 추고 있다. 상두, 분위기에 맞춰 시(사실은 트로트 노래 가사)를 읊어주고 있고, 작업녀, 황홀해 있다.
상두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떠오르는 당신 모습, 비할 길 없는 내 마음....(하는데)
은환(E) 야! 제비들 다 나와!!
상두와 춤추던 사람들,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 돌려본다.
은환, 카드 다섯장과 만원짜리 열장쯤을 양손에 쥐고 무도장안으로 들어선다.
은환 나 되게 돈 많거든.....카드도 다섯장이나 되구, 현찰두 십만원이나 있다?....제비들! 나랑 놀자!!
상두 (기가 막힌)
사람들, “뭐야, 저거! 미친 여자 아냐?” 수근거리고.
은환 (춤추는 남자에게 가서 툭 건드리고) 아저씨! 제비지?....나랑 놀자, 나 이 아줌마 보 다 훨씬 젊구 이쁘잖아. 나랑 놀자!!
상두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는)
졸부녀 뭐야?....미친 여잔가봐...
은환 (그 옆에 다른 남자 건드리며) 아저씨가 그럼 나랑 놀래?....내가 잘해주께, 나랑 놀 자!!
상두 (보기가 힘들어....외면한다)
은환 (상두를 보다가 다가오며 상두를 툭 친다) 오빠! 젊은 오빠! 나 한번 꼬셔보지?.... 나 카드두 있구, 현찰두 있어....나 한번 꼬셔봐, 응?
상두 (너 대체 왜 이래?....돌 것 같은 표정으로 은환을 보는)
은환 원하는 거 내가 다 주께....이 아줌마보다 훨씬 잘해주께, 내가!....응?
졸부녀 야, 너 뭐야?...대체 뭐야, 너!! (은환을 떠민다)
은환 젊은 오빠, 나 좀 꼬셔봐, 응?!!
상두 (환장하겠다)
이때, 우락부락한 남자, 한 사람 와서 은환을 제지한다.
남자 이러시면 안됩니다...나가시죠! (은환을 끌어내려 하는데)
은환 놔요, 이거!
은환, 남자를 밀쳐내고 음향 시설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더니 음악을 꺼버린다.
사람들, ‘뭐야?’ 웅성거리며 일제히 은환쪽을 보고.
상두도 서늘한 눈빛으로 은환을 본다.
은환 (마이크 꺼내 들더니 큰 소리로 외치는) 상두야! 학교 가자!!
상두 (흔들리는 눈빛)
사람들, “미친 여잔가봐....”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은환을 제지하려 했던 남자, 인상 쓰고 은환에게 다가간다.
은환 상두야! 학교 가자! 상두야! 학교 가자!!
상두 .....
남자 이 기집애가 미쳤나...이거 놔, 이거 못 놔.(오더니 은환에게서 마이크를 뺏으려 한 다)
은환 잠깐만요, 아저씨...(안 뺏기려고 하고)
남자, 은환을 우왁스럽게 밀어버린다. 은환, 그 바람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진 다.
은환이 넘어진 것을 본 상두, 인상이 굳어지더니 그대로 은환을 민 남자에게 달 려와 사정없이 주먹을 날려 버린다.
37. #일각 거리(밤)
상두, 양복을 한 손에 들고 신경질적으로 넥타이 풀며 걸어가고 있다.
그 뒤를 쫄래쫄래 따라오는 은환.
상두, 걸음을 멈춘다. 은환도 걸음을 멈춘다.
다시 걷기 시작하는 상두. 은환, 상두를 다시 뒤따라 간다.
상두, 갑자기 뛰기 시작한다. 은환, 상두를 뒤따라 똑같이 뛴다.
상두, 다시 뛰던 것을 멈추고 걷기 시작한다.
은환, 상두와 똑 같이 다시 걷는다.
38. #다른 거리 (한적한 골목)
상두, 걸어가고 있고, 은환,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그 뒤를 쫓아오고 있다.
상두, 멈춰선다.
은환도 멈춰 선다....상두와 은환의 거리 1M정도 떨어져 있다.
상두 (돌아서서 은환을 본다)
은환 ......
상두 (평소의 느물거리던 투로 얘기하는) 내가 잘못했다...잘못했어, 그래.
은환 .....
상두 첨부터 니 앞에 나타나는 게 아니었어. 학교에 가는 게 아니었어.
은환 ......
상두 (위악적인 미소) 까 먹구 있었지 뭐. 내가 얼마나 형편없는 놈인지.
은환 .......
상두 어떡하냐, 미안해서?
은환 (눈물이 그렁해 진다)
상두 똥 밟았다구 생각해...인생이 뭐 그런 거 아니냐? (발걸음 돌려서 가는데)
은환 (따라온다)
상두 따라 오지 마....(느물거리던 표정 굳어지며) 따라 오지 마!
은환 (따라온다)
상두 (걸음 멈추며 결국 버럭 소리 지르는) 보내 줄 때 가!!...어서 도망 가!!
은환 (계속 따라오는)
상두 너 자꾸 이러면 나 너 안 놔주는 수가 있어! 그래, 같이 똥구덩이 빠져 보자! 물 귀신처럼 물구 늘어지는 수가 있어! (하는데)
은환 (뛰어와서 상두의 등을 꼭 껴안으며 울음을 터뜨린다)
상두 ......
은환 (엉엉 우는)
상두 (내뱉듯이) 나, 너 죽일뻔도 했었어....그때 지하철에서 니 핸드폰들고 도망쳤던
거 나야.
은환 (계속 우는)
상두 널 속이구 있는 게 또 있을 수도 있어!....내가 얼마나 나쁜 놈인지 나도 답이
안나와.
은환 ......
상두 가, 어서! 내가...무섭지두 않냐?
은환 .......
상두 셋까지 셀 동안 도망 가라....타이밍 놓치면 정말 너 안 놔준다?
은환 ......
상두 하나!
은환 니가 어떤 사람이어두 상관없어!
상두 (눈물이 그렁해진다) 둘!
은환 니가 사람을 죽였대두 나 너 이해했을거야!!
상두 셋!
은환 사랑해, 상두야! 사랑해!!
죽을 힘을 다해 감정을 누르고 있던 상두, 결국 몸을 돌려 은환을 껴안아 버린다.
은환도 상두를 꼭 끌어 안으며 소리 내어 운다.
인적 없는 거리, 따뜻한 수은등 불빛이 두 사람을 오래도록 비추고 있다.
39. #공원
은환(상두의 양복 윗도리를 걸치고 있다)과 상두, 양초를 모닥불처럼 여러 개 밝혀 놓고, 마주 보고 앉아 웃고 있다.
각각 맥주캔 하나씩을 들었다.
은환 부모님은 어디 계시구, 왜 삼촌이랑 살어?
상두 ....맨날 부모님하구만 살면 재미없잖아.
은환 (어이없다는 듯 웃고) 니네 양부모님들 참 무서운 분들이셨는데.
상두 그래. 무서운 분들이시지.
은환 솔직히 말하면....니네 집 망했다는 소리 듣구....한편으론 참 다행이다, 그런 생각두 했었다, 나?
상두 (맥주 마시며 보는)
은환 이제야 너하구 내가 같아지는구나....더 이상 니가 바라보지도 못할 나무가 아니구 나....나 되게 못됐지?
상두 못됐네...(피식 웃으며 맥주를 마신다)
은환 왜 딸 이름을 보리라구 지었어?
상두 세상 모든 것중에서 제일 튼튼한 거 같애서.
은환 (이해가 안된다는 듯 보는)
상두 옛날에 남해 살때, 학교 갈려구 논을 지나가는데...그날이 막 눈보라두 치구 얼 음두 얼구 엄청 추운 날씨였거든.....근데, 뭔가 푸릇푸릇한 게 논 한가운데 솟아나 있는 거야. 야, 대체 어떤 자식이 저렇게 생명력이 질기냐? 그러구 가서 봤더니...보리더 라?
은환 (고개 끄덕이며) 맞어. 보리는 밟아두 안 죽구.....밟으면 밟을수록 더 튼튼해지구, 잘 크잖아.
상두 (웃으며) 우리 보리가 어릴때부터 엄청 약골이었거든....근데, 이름 값을 영 못하네, 짜식이.
은환 아빠 성읠 봐서라두 꼭 건강해 질거야.
상두 그래, 내가 무슨 짓을 해서든 우리 보린 꼭 건강하게 만들어 놓을거야.
은환 .....(무슨 짓을 해서든?...마음이 아프다)....춥다, 안 추워?
상두 추워.
은환 따뜻한 데 가자, 우리.
상두 집에 안 들어 가구?
은환 (고개 끄덕이는)
40. #거리 (모텔촌)
상두와 은환, 손을 꼭 잡고 걸어간다....주위에 현란한 모텔 네온 사인들이 눈에 따 갑게 들어온다.
상두, 수줍은 소년처럼 어쩔 줄 몰라하며 마른 침을 삼킨다.
은환, 그런 상두를 귀엽다는 듯 보며 상두의 손을 끌고 걸어오다가 한 모텔앞에 발 걸음을 멈춘다.
상두, 당황해서 은환을 보고.
은환 .....여기 들어 갈래?
상두 (눈이 동그래서 마른 침을 꼴깍 삼키는)
은환 ....(편안하게 웃으며) 난...괜찮아.
상두 (표정이 얼었다)
은환 ...정말이야...난 정말 괜찮아.
상두 .....
은환 가자. (상두의 손을 끄는데)
상두 (은환의 손을 잡아 당긴다)
은환 (보는)
상두 난 안 괜찮아.
은환 ......
상두 이러지 않아두 돼...니 맘...알어.
은환 상두야.
상두, 은환을 손을 끌고 다급하게 뛰다가 넘어질뻔 하기도 하며 모텔 촌을 빠져 나 온다.
은환, 상두를 보며 따뜻한 미소를 짓는다....상두의 마음을 안다.
41. #심란 족발집앞
세라, 불안하게 집 앞을 왔다 갔다하며 서성거리고 있다. (고급스러운 원피스 입었 다)
은환이 아직 들어오지 않아 예민해 있다.
지환, 오다가 세라를 흘끗 보고 가게안으로 들어간다.
42. #족발집 안
심란, 족발을 썰고 있다.
지환 엄마, 저 아줌마 입구 있는 거 우리 누나 원피스 아냐?
심란 아줌마가 뭐야, 누나한테?
지환 아까 보니까 허락두 안 받구 누나 구두도 막 신구 나가구, 누나 화장품두 막 바르 구 그러던데, 옐로 카들 좀 줘야 되는 거 아냐?
심란 이 눔이 정말...니 누나만 누나야? 자매 지간끼린데 뭐가 어때?!!
지환 (족발 집어 먹으며) 두 사람이 자맨가?....그렇구나! 아버지두 다르구 엄마두 다르지 만, 어쨋든 자매는 자매네.
심란 저 누나한테두 좀 곰살맞게 잘해줘, 이 눔아....너하구 저 누난 그래두 같은 엄마 뱃 속에서 난 자식인데....불쌍한 누나야, 저 누나두.
지환 나두 불쌍해서 잘 해주구 싶은데...너무 내 스타일이 아니네. 싸가지두 바가지구.
이때, 세라, 슬리퍼를 따각거리며 들어오더니.
세라 (다짜고짜) 아줌마! 딸내미한테 전화 한번 때려봐.
심란 엉?
세라 명색이 선생이라는 기집애가 시간이 몇신데 아직도 안 들어와? 핸드폰 한번 때려 봐, 어서!!
지환 저 봐, 저....말 뽄새 좀 보세요. 아우, 왕재수!
심란 (지환에게 눈치주다가 세라보며) 그렇잖아두 좀 전에 핸드폰을 했는데, 핸드폰이 꺼 져 있다 그러네?
세라 (더욱 초조해져) 아줌만 딸 자식 교육을 대체 어떻게 시키는 거야?! 말만한 기집애 가 늦게 온다면 온다구 집에다 전환 해야 될 거 아냐?
지환 엄마, 우리 빨리 대피하자. 근래 10년동안 멸종된 줄만 알았던 가공할만한 울트라 캡숑 슈퍼 싸가지가 나타났어.
심란 이 눔이 정말.. (한쪽에 있던 족발로 지환의 뒷통수를 때린다)
지환 아우, 씨...기분 나쁘게 족발 갖구 머리 좀 때리지 말라니까!!
세라 기집애...들어 오기만 해봐....(한쪽에 있던 족발 하나를 통째로 들고 나간다)
지환 우리 누날 저걸루 팰라구 그러나?...근데, 지가 우리 누나 엄마두 아니구, 왜 저렇게 지가 방방 뛰어, 저 아줌마!
심란 (다시 족발로 지환의 머리를 때리며) 이눔이 또 아줌마래, 또!!
지환 엄마한테두 아줌마라 그러잖아, 저 아줌마!
심란 (다시 족발로 때리며) 또 아줌마래, 또!!
43. #심란 족발집 앞
세라, 화를 삭이지 못해 어쩔 줄 몰라하며 은환이 오나 다시 목을 빼고 보다가 집 쪽으로 발걸음 돌려가다.
이때, 세라의 반대편에서 손을 잡고 나타나는 상두와 은환.
은환 겁쟁이.
상두 (피식 웃는)
은환 ...(걸음 멈추며) 다 왔어...저기 보이는 저 족발집이 우리 집이야.
상두 (보는)
은환 잠깐 들러서 족발 먹구 갈래? 우리 엄마 족발 되게 유명해.
상두 ....나중에.
은환 그래, 서두르지 말자....서두르지 말자.
상두 (피식 웃고) 어머닌 건강하시지?
은환 너보면 되게 반가워하실텐데....건망증인 심해서 기억을 못하실려나?
상두 가께, 너무 늦었다.
은환 ....학교, 안 나올래?
상두 ....(웃는)
은환 우리 이제 절대 헤어지지 말자.
상두 (웃는)
은환 사랑해, 상두야. (상두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상두 잘자....
은환 전화하께.
상두 (손을 들어주고 돌아서서 간다.)
은환 (상두의 가는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다)
44. #족발집 안
심란, 옆에 앉아 계속 족발을 집어 먹는 지환을 손을 탁 쳐낸다.
은환, 안으로 들어선다.
지환 누나!!
은환 학교 다녀왔습니다.
심란 핸드폰도 꺼놓구 어딜 싸돌아 댕기다 오는 거야, 말만한 기집애가!
은환 그냥....일이 좀 있었어....(심란의 등을 감싸 안으며 머리를 기댄다) 엄마, 나 엄마한 테 만나게 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심란 .....(은환 눈치 살피며) 나두! 나두 너한테 만나게 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
은환 누구?
심란 저기....그러니까....너 내가 지환이한텐 돼지고기 먹여두 너한테는 꼭 소고기 먹인 거 알지?
은환 (피식) 알지.
지환 뭐야? 나의 성장 과정에 그런 비리가 있었어?
심란 ....내 속으로 난 자식이라구 절대 차별 안했다, 나!
은환 알지요...내가 다 알지....무슨 말을 하구 싶은데, 그렇게 서론이 길어?
심란 저기...그게...그러니까....
지환 아, 증말! 명 짧은 사람은 본론은 들어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시겠네.....울 엄마 공심 란 딸, 공팔란! 찾았어, 누나!!
은환 (환해지며) 정말이야? 잘됐다. 너무 잘됐다...(심란을 와락 안으며) 축하해, 엄마!!
그동안 어디서 살았대?....혼자 살구 있으면 우리랑 같이 살자 그러지!
심란 ...(반가와 해주는 은환에게 힘을 얻어 웃으며) 그렇찮아두 같이 살러 왔어.
은환 그래?....어딨는데, 지금?
지환 누나방!....근데, 청심환 하나 먹구 들어가야 될거야, 누나.
심란 (흘기는)
은환 (어리둥절)
45. #은환방
세라, 족발을 뜯어먹으며 방안을 서성거리고 있다.
세라 얘네들 혹시...사고라도 친건 아니겠지?....(한쪽 벽에 걸린 은환의 사진앞으로 다가 가) 우리 상두, 털끝이라두 건드려봐! 너 죽구, 나 죽어! 채 은환!!
이때, 노크 소리 들린다.
은환(E) 팔란씨! 저 이 집 딸 은환인데요, 들어가두 돼요?
세라 들어오든지, 말든지!
은환 (환한 표정으로 들어서다가 세라를 보고 깜짝 놀라는)
세라 웬수는 외나무 다리서 만난다더니...만날 사람은 이렇게 또 만나네.
은환 ....세라씨가.....우리 엄마 딸이었어요?
세라 내가 영영 안 나타줬음 좋았을텐데, 미안하게 됐다.
은환 (당황했던 표정 풀고) 그런 말이 어딨어요?....(악수하려 손을 내밀고) 잘 오셨어요, 반가와요.
세라 (은환의 내밀 손을 탁 쳐내고) 살아보면 알겠지만, 내가 그렇게 반가운 존재만은 아 닐거다.
은환 (당황하다가) 나두 말 까가, 그럼? 친해지게.....우리 동갑 맞지?
세라 싸가지 없는 기집애...내가 생일 너보다 두달 빨러. 어디서 맞먹을라구 들어?
은환 (울화가 치밀지만) 언니! 그럼 언니라구 부르께, 앞으루.
세라 .....난 앞으루 침대에서 잘거니까, 넌 바닥에서 자.
은환 (못마땅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그래.
세라 그리구, 장유...장유...(유서라는 말이 생각 안난다)
은환 유서? 장유 유서?
세라 누가 몰라, 기집애야?....니가 우리 엄마 밑에서 따뜻한 쌀밥 먹구 클 때, 난 남의 집 부엌에서 식은밥 훔쳐먹구 컸어!...앞으론 뭐든 내가 먼저 할거야.
은환 .....그래.
세라 좋은 옷두 내가 먼저 입구, 좋은 음식두 내가 먼저 먹구, 결혼두 내가 먼저 할거야.
은환 .....그래.
세라 좋은 건 내가 다 가질거야!!
은환 ....그래.
세라 약속했다? 나중에 딴 말만 해봐, 너!!
은환 (울화를 꾹 삼키며) 나, 잠깐만 나갔다 올게....(웃어주며 나간다)
세라 (침대에 털석 앉으며) 상두두 내가 가질거야...너한테 안 뺏겨, 절대루.
46. #지환방
지환, 만화책 보고 있는데, 은환, 머리끝까지 열이 오른 표정으로 푸푸거리며 들어 온다.
지환 싸가지가 장난이 아니지?.....지금이라두 청심환 하나 먹어.
은환 지환아, 니 머리 좀 대줘봐.
지환 아, 싫어....그렇게 열 받으면 저 아줌마 머리칼을 확 그냥 뽑아버려.
은환 부탁이야, 한번만 대줘.
지환 아, 증말....그 라면 머리한텐 한마디두 못하구 왜 나한테 화풀이야?
은환 지환아아...
지환 (하는 수 없이 은환에게 머리를 대준다)
은환 (지환의 머리카락을 움켜잡더니 흔들어대기 시작한다) 으으으으....
.
47. # 보리 병실
보리와 만도, 잠들어 있다. 상두, 들어와서 만도와 보리의 이불을 덮어주고,
보리 머리위에 붙은 가족 그림을 멍하니 본다.
F.O.
48. #민석병원 외경(아침)
49. #보리 병실
상두, 보리에게 밥을 먹이고 있다.
상두 시금치 미사일 장전! 발사! (하며 보리의 입에 숟가락 가져가는데)
보리 (입 꾹 다물고 고개 젓는) 안 먹어.
상두 왜? 미사일 발사한 건 어떡해, 그럼?
보리 (기운없다는 듯 눕는다)
상두 차 보리! 밥을 먹어야 빨리 병이 낫지!
보리 (눈을 감는다)
상두 (속이 상해서) 보리야, 한 숟갈만 더 먹자, 응?....우리 보리 좋아하는 계란 찜 미사 일 장전하까? 한 숟갈만....딱 한숟갈만 더 먹자.
보리 .....(꿈쩍도 않는)
만도 (간이 침대에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나며) 냅둬...저두 힘들구 지치니까 입맛이 떨어 져서 그래.
상두 그렇다구 앨 굶겨?....공주님! 제가 이렇게 비께요! 한 숟갈만 드셔 주세요, 네?
만도 눈물겹다, 눈물겨워....세라랑 언제 결혼할거냐, 근데?
상두 세라랑 결혼을 왜 해, 내가?
만도 그래, 너 세라랑 결혼하지 마, 애지간하면....망할 기집애, 정지된 카들 주구 지랄이 야!
상두 (무슨 소린가? 영문 모르고 보는)
50. #심란 족발집
세라, 심란의 얼굴에 화장해 주고 있다.
세라 아, 얼굴 좀 똑바루 대 봐, 아줌마!!
심란 이렇게 분칠해서 어딜 데꾸 갈려구, 이년아!
세라 (여전히 퉁퉁거리며) 보리 아빠, 안 보구 싶어?
심란 (그 말에 금방 미소 돌며) 보구...싶지.
세라 어차피 자식까지 낳구 부부나 마찬가진데, 혼인신고라두 먼저 하자구 떼쓰구 드러 누워 버려, 그냥!
심란 알았어...그거는 자신 있다...내 오늘 당장 보리 애비란 놈 멱살 잡고 동사무소 끌구 갈거야!
세라 아줌마가 잘해야 돼! 앞으로 내 인생은 아줌마한테 달렸어!!
심란 걱정 말라니까! 내가 다른 건 다 참아두 내 딸 미혼모 만드는 놈은 지옥 끝까지라 두 찾아가서 요절을 낼거야, 내가!
세라 ....요절이 아니구, 동사무소! 혼인 신고!!....우리 보리 아빠 다치게만 해봐.
심란 알았어....허이구, 지 서방이라구 감싸구 돌기는...
세라 ...얼굴 좀 바루 대봐, 아줌마.
51. #백화점
은환, 백화점을 돌아보며 보리 옷과 장난감을 고르고 있다.
보리가 나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문득 걱정이 된다...이때, 은환의 시선에 우비 소 녀 인형(또는 우비 소녀 모형의 다른 팬시 제품) 이 눈에 띈다.
52. # 병원 현관
택시 와서 멎고, 우비 소녀 복장을 한 은환(분장도 하고), 택시에서 선물 들고 내 린다.
아이들, 지나가다가 우와하며 손짓을 하고, 은환, 부끄럽다는 듯 웃으며 급하게 안 으로 들어간다.
잠시후, 심란의 족발집 차, 와서 멎는다. 심란과 세라가 타고 있다.
53. #보리 병실
보리, 눈이 동그래져서 신기한 표정으로 우비 소녀로 변장한 은환을 보고 있다.
희진과 친구들도 신기한 듯 은환을 보고.
은환 (억양을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내어) 우리 보리가 밥두 잘먹고 착한 어린이라 그래 서 언니가 선물을 주러 왔지요. 나 이뻐!
보리 (고개 끄덕이는)
희진 (이르는) 보리 오늘 밥 안 먹었는데....저기, 그대루 있는데....(식판 있는 곳 가리킨 다)
은환 어? 보리 밥 안 먹었어?...저런, 그럼 언니가 선물을 못 주는데...큰일 났네.
보리 (희진을 흘겨보고) 밥 먹을 거예요.
은환 정말? 밥 먹을거야?
보리 (고개 끄덕이는)
은환, 보리에게 식판의 밥을 먹이고 있다. 보리, 넙죽넙죽 받아 잘 먹는다.
은환, 보리가 밥을 먹을때마다 사랑해! 하며 재미있는 표정 보여주고.
보리, 재밌다는 듯 웃는다.
이때, 복도에서 그런 은환을 사랑스럽게 미소 지으며 지켜보고 있는 상두의 모습, 보인다.
54. # 병원 휴게실
심란, 만도의 멱살을 잡고 흔들고 있다.
심란 이 놈아, 뭐야? 뭐가 어쩌구 어째?!!
만도 우리 상두한텐 세라 말구 다른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구요, 언니!
세라 (만도를 배신감으로 보는) 삼촌!
심란 다른 사랑하는 여자? 남의 귀한 딸 신센 저렇게 망쳐 놓구, 다른 사랑하는 여자가 있어?
만도 엄밀히 말하면 지 신세 지가 망친거지, 우리 상두가 뭐 애를 낳으랬나 어쩌랬나.... 보리 때문에 인생 말아먹은 거 따지자면 우리 상두가 더했음 더했지 덜하진 않아, 언니!!
심란 이 놈이 어디 벌어진 입이라구!! 너 같은 놈들때매 세상에 피 눈물 흘리구 사는 미 혼모가 생기구, 사생아가 생기는 거야, 이눔아!!
만도 그래, 내가 죽일 놈이다! 내가 죽일 놈이니까 날 죽이든 살리든 언니 맘대루하구, 우리 상둔 건드리지 마!
세라 (훌쩍이며 울기 시작한다) 정말 너무 하세요, 삼촌!! 어떻게 저한테 이러실 수가 있 어요!!
만도 너나 그러지 마, 임마! 내가 얼마나 물로 보였으면 정지된 카들 주냐? 늙은이 갖구 노냐?!!
세라 (울다가 당황하며) 정지된 카든 줄 몰랐어요.
심란 너 이눔! 우리 팔란이한테 카드까지 갈취하냐?
만도 그래, 난 어차피 죽일 놈이니까 분풀이 하구 싶음 나한테 다하구, 우리 상두 그 불 쌍한 자식은 지 좋아하는 여자 만나서 제대로 된 인생 좀 살아보게 냅둬, 제발! 냅둬, 엉!!
심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보는)
세라 (이를 가는)
55. #병원 정원
은환(우비는 입고), 담요에 싼 보리를 안아 재우고 있다. 상두, 벤치 끝에 앉아 그 런 은환을 미소로 본다.
은환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면....곧 친해질 수 있겠지, 우리?
상두 보리 이리줘, 무겁겠다.
은환 아냐, 내가 더 안구 있을래....보리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어?
상두 .....(대답 못한다)
은환 곤란한 질문 했구나, 내가.
상두 보리 이리 줘. 무거워....(보리를 받아 안으며) 보리 엄마, 얘기 해줘?
은환 아냐, 안 들을래. (상두를 미안하게 보다가) 참, 나 너한테 재밌는 얘기 해 줄 거 있 는데....우리 엄마가 이번에 딸을 찾았거든. 그래서 나한테 언니가 한 사람 생겼는 데....그게 누군지 알어?
상두 누군데?
은환 너두 아는 사람....접때 보리 돌봐주셨던 니네 옆집....(하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벌떡 일어서며) 언니!
상두 (고개 돌려 본다)
저 앞으로 세라, 서슬퍼런 눈빛으로 걸어오고 있다.
상두 (서늘하게 보는)
세라 보리. 이리 줘.
상두 내가 데리고 있으께.
은환 언니!.....내가 말한 우리 언니가 이 분이야, 상두야! 세상, 되게 좁지?
상두 (놀라고 당황해서 은환과 세라를 번갈아 보는)
세라 보리, 이리 달라구!!
보리 (세라의 격앙된 목소리에 흠칫 눈을 뜬다....세라를 보고) 엄마!
은환 (엄마?....내가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하며 상두를 보는데)
상두 (이미 넋나간 사람처럼 멍해 있다)
세라 (멍해 있는 상두에게서 보리를 받아 안는다) 보리야! 인사해! 엄마 동생! 우리 보리 이모야, 인사해!
은환 (어이가 없다.....믿을 수가 없다.....)
은환, 멍한 표정으로 상두를 본다. 상두, 역시 허탈한 표정으로 은환을 본다.
세라, 두 사람을 비웃듯이 보다가 보리를 안고 돌아서서 간다.
은환 .......
상두 .......
그렇게 넋나간 사람처럼 허탈하게 멍하게 서로를 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ENDING
old/old_scrapbook 2003. 11. 1. 13:25
1. #레스트랑앞
은환, 레스트랑을 나와 미안한 마음으로 잠깐 뒤를 돌아보다가 걸음을 재촉해서 간 다.
이때,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핸드폰음 들린다.
은환, 핸드폰을 꺼내서 본다.
화면창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떠 있다.
“누나! 차 상두, 아줌마들 등쳐먹는 제비족이래.”
은환 (충격어린 표정)
2. #레스트랑 일각
택시 와서 멎고, 상두, 택시에서 잠든 보리를 안고 내린다.
맞은 편 길에 은환이 서 있다......두 사람, 서로를 알아보지 못한다.
상두 인석이 왜 이렇게 오래 자? (보리를 깨우는) 보리야...일어나, 다 왔어, 일어나...
이때, 보리의 코에서 쉴새없이 코피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상두 (놀라서) 보리야!! 보리야!!
의식을 잃은 보리의 손이 힘없이 툭 떨어진다.
상두, “보리야!” 소리치며 보리를 품에 꼭 껴안는다...하얀 셔츠가 빨간 피로 물든다.
상두, 택시를 잡으려다 쉽지 않자 보리를 안고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맞은 편 길에 은환, 아무것도 모르고 서 있다.
3. #병원 현관/복도
민석, 기운이 빠져 털레털레 들어온다....허탈한 표정 지으며 넥타이를 푸는데....
이때, 민석 뒤로 와서 멎는 택시....상두가 보리를 안고 내려 뛰어오다 민석과 스 쳐 있는 힘을 다해 뛰어간다.
민석 (뛰어가는 상두 뒷모습 보고) 차상두!!
상두 (그 소리에 발걸음 멈추고 돌아보는)
보리, 코에서 여전히 피가 흐르고 있고, 상두의 셔츠는 땀과 빨간 피로 흠뻑 물들었 다.
민석 (놀라서 다가오며) 왜...왜 이래? 보리 왜 이래?
상두 (멍해서) 모..몰라...몰라.
민석, 다가와 상두에게서 보리를 받아 안는다.
상두, 멍한 표정....온 몸을 심하게 떨고 있다.
4. #응급실
보리, 창백한 안색으로 누워 있고, 민석, 보리의 코피를 닦아내고 지혈제를 주사하 고 있다. (옆으로 간호사 2명 정도 서 있다)
상두 (반쯤은 넋이 나가 민석옆에 붙어서 어쩔 줄 몰라하며) 우리 보리 왜 이래? 별 일 없겠지? 별 일 없는 거지? 우리 보리....
민석 (O.L.) 아, 정말....시끄러워 치료를 못하겠네.....(간호사 보고) 김 선생은 이 보호자 저 만치 좀 밀어버리구, 정 선생은 본 메로 바이옥시 준비 해줘요!!
간호사1, 뛰어가고, 간호사2, 상두를 보리에게서 떼어놓으려는데..
상두 (간호사 손 뿌리치고 민석을 잡으며 애원하는) 살려줘...살려줘요, 선생님.....우리 보 리 제발 살려주세요, 선생님.
민석 (답답한 표정으로 상두를 보는)
상두 (간절한)....살려주세요....살려 줘요, 제발.
5. #커피숍
상두와 만나기로 약속했던 장소다...은환, 상두를 기다리고 있다. 테이블에 커피잔 놓여 있다.
은환 저기요....여기 쥬스 한잔만 더 주시겠어요?
은환, 핸드폰 꺼내 지환에게서 온 문자 메시지(상두가 제비라는)를 삭제해 버린 다.....지환이가 또 장난을 치는거야....믿지 않는다.
6. #응급실
상두, 응급실 한쪽에 멍하게 기대서서 보리를 보고 있다.
보리, 응급 조치를 모두 마쳤다...민석, 보리의 혈액을 채취하고 있다. (엉덩이뼈에 바늘 꽂아 혈액을 빼내는)
이때, 소식을 들은 세라, 눈물이 그렁해 뛰어 들어온다.
세라 보리야...보리야....세상에.....어떡해...어떡해, 보리야....(보리앞으로 다가가 어쩔 줄 몰라하는)
민석 죄송하지만, 조용히 좀 해 주시겠어요?
세라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주억거리다가 문득 고개를 휙 돌려 상두를 본다)
상두 (그대로 멍하게 넋나간 사람처럼)
세라 (상두를 노려 보며 다가간다) 꼴 좋다, 아주 꼴 좋네, 차상두!
상두 (그대로 멍해서)
세라 그 여자한테 보리 보여줬어? 몸두 안 좋은 앨 굳이굳이 끌구 나가더니....그 여자한 테 기어이 저 아픈 앨 보여줬어?
상두 .....
민석 (돌아보는)
세라 여자한테 미치면 새끼도 안 보이니? (울컥해서 상두를 잡고 흔들어대는) 여자한테 미치니까 새끼도 안 보여, 이 나쁜 자식아!
상두 (그대로...반항하지 않고 흔들리다가 무너지듯 주저앉는)
민석 (돌아본다)
세라 우리 보리 잘못되면 너 가만 안 둬....그 기집애두 너두! 내가 다 죽여버릴거야! 죽 여버릴거야아!!!
민석 .....(서늘하게 보다가 다시 보리의 혈액을 채취하는)
상두 (넋나간 사람처럼 주저앉은 채 그저 멍한)
7. #커피숍
은환 앞으로 두잔의 쥬스잔 놓여 있다....은환, 별로 화난 기색없이 담담하게 상두를 기다리고 있다.
이때, 종업원, 은환앞으로 다가온다.
종업원 죄송합니다, 손님...문 닫을 시간이 다 됐는데요.
은환 아, 예....(시계를 보고) 죄송합니다. (허둥지둥 일어선다)
8. #커피숍 앞
은환, 그래도 상두가 올 지 모른다...서성이며 기다린다. 커피숍안 불이 꺼진다.
9. #보리 병실
민석, 세라와 함께 보리를 침대에 눕힌다.
상두, 보리에 대한 죄책감으로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하고 멀찍이 떨어져 보리를 본 다. 멍한 동공.
10. #은환집 앞길
은환, 털레털레 걸어온다.
지환(E) 누나!
은환, 돌아보면, 지환, 가로등 한쪽에서 나타난다. 은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환 (아무렇지도 않게) 지환아.
지환 (자신도 몹시 마음이 안 좋다) 시간이 몇신데 지금 들어와?
은환 (씨익 웃으며) 누나 기다리구 있었어? (지환 엉덩이 툭툭 때리며) 어우, 우리 애기 ....내일은 해가 서쪽에서 뜨겠네?
지환 .....문자 메시지 받았어?
은환 (피식 웃으며) 짱가 죽구 누나가 좀 울쩍했었는데....그래, 아주 신선한 유머였어...가 자. (걸음 옮기려는데)
지환 사실이야.
은환 말두 안되는 소리 하지 말구 가자.
지환 사실이라구! 희서가 직접 보구 들었대! 증인도 있어!
은환 (걸음 멈추고 돌아본다)
지환 상두형 대체 뭐야? 그 꼴루 어떻게....무슨 염치루 누나 앞에 나타난거래?...또라 이 아냐?
은환 지환아!!
지환 (버럭) 나두 신경질이 나서 그래!
은환 ......
지환 난 있지, 그 형이 어른 되면 우리 같은 인간은 쳐다도 못 보게 대단해질 줄 알어.... 근데 뭐야? 어떻게 인생을 그렇게 밖에 못 살았대, 그 형은?!!
은환 (더 듣고 싶지 않다는 듯 발걸음 돌려서 간다)
11. # 보리 병실
모두 잠들고 조명등만 켜져 있다.
상두, 멀찍이서 여전히 그 자세로 잠든 보리를 보고 있다.
세라, 보리 침대에 엎드린 채 잠들어 있다.
이때, 상두의 핸드폰이 진동으로 울린다.
상두, 핸드폰 들어 발신자를 확인한다. 창에 “채은환”이라고 뜬다.
눈빛이 흔들리는 상두.....핸드폰을 받지 않고 주머니에 다시 넣는다.
12. #은환방
은환, 핸드폰을 들고 있다. 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소리샘으로 넘어간다는 안 내 메시지 들린다.
은환 (1번 누르고, 밝은 목소리) 상두야, 나 은환인데....나 오늘 급한 일이 있어서 약속 장소에 못 나갔거든...미안해...혹시 많이 기다린 거 아니지?...핸드폰두 밧데리가 다 닳아 갖구 전화도 못 받았어....미안해....(감정의 평정을 찾으려 애쓰며)....앞으론 절 대루 안 삐지께. 니가 날 암만 기다리게 해두 화 안 낼거야.
13. #병원 정원 벤치.
수은등 덩그라미 밝혀진 어두운 정원.
상두, 벤치로 와 앉으며 핸드폰을 통해 녹음된 은환의 목소리를 듣는다.
은환(F) 니가 암만 뺀질대구 내 속을 긁어두 다 이해하께.....니가 어떤 사람이어두....상관없 어, 난.....상두야...사랑해.
상두, 핸드폰을 닫는다....가슴속에 울컥 치미는 것이 있다. 감정을 다스리려 어둡고 먼 하늘을 보는.... F.O.
14. #학교 외경 (아침, 3일후)
15. #은환 교실
은환, 오늘은 왔겠지....불안한 표정으로 심호흡하고 교실 문 열고 들어선다.
떠들던 학생들, 자리로 가 앉는다.
상두의 자리는 비어 있고, 희서, 걱정스럽게 상두의 빈자리를 본다.
은환, 힘이 쑥 빠진다.
16. #복도
은환, 수업 마치고 걸어오는데, 희서, 뒤따라 온다.
희서 선생님!
은환 (돌아보는)
희서 상두 오빠....어떻게 된 거예요? 사흘째 결석인데...
은환 글쎄...전활 해두 전화도 안 받구, 집 주소두 틀리구....연락할 방법이 없네.
희서 이러다 퇴학 당하는 거 아녜요?
은환 .....(쓰게 웃는)
희서 저하구 지환이만 알아요, 선생님.
은환 .....
희서 상두 오빠 제빈 거....다른 사람한텐 말 안 했어요.
은환 (따뜻하게 웃어주며) 고맙다....(돌아서서 가려는데)
희서 선생님!
은환 (돌아보면)
희서 상두오빠 찾지 마세요. 다시는 오빠, 안 보게 해주세요.
은환 .....(당황하는)
희서 (눈물 그렁해서) 오빨 다시 보면 경찰에 찌르고 싶을 거 같애요.....그냥 지금까지 상 두오빠 모습....멋지구 용감하구 근사했던...그 모습만 기억할래요.
은환 희서야.
희서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 가버린다)
17. #교무실
은환, 컴퓨터를 켜고 상두의 생활 기록부를 보고 있다.
상두의 옥탑방 주소가 자꾸만 눈에 따갑게 들어온다.
주인남(E) (8회의) 차상두? 차상두가 사는 지는 잘 모르겠구, 언내 아버지랑 할아버지가 살 기는 하는데?
은환, 벌떡 일어나며 가방을 챙겨든다.
18. #보리 병실
의식을 회복했지만, 창백한 안색의 보리, 어딘가를 보며 웃고 있다. 보리 옆으로 희 진과 친구들도 앉아 있다.
상두, 얼굴에 호랑이 가면을 쓰고 한손에 토끼 인형을 끼고, 인형놀이 해주고 있다.
상두 (호랑이 목소리) 어흥!! 요놈! 토끼야!! 너를 잡아 먹겠다! (토끼 목소리) 아이구, 호랑이님! 제발 살려 주세요. 우리 집에 따끈따끈한 인절미가 있으니 그걸 먼저 잡 수시고, 날 잡아 잡수세요, 네?
보리와 아이들, 재밌다며 웃는다.
이때, 민석, 병실문 열고 들어선다.
민석을 보는 호랑이 가면 속의 상두 얼굴, 갑자기 싸늘하게 굳는다.
19. #병원 정원
민석, 정원 벤치로 와 앉는다. 상두, 멈칫멈칫하며 따라 와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다.
보리 검사 결과를 듣는 날이다. 두렵다....
민석 이리 와, 이리 와 앉어.
상두 (멈칫거리는)
민석 (피식 웃는) 짜식, 떨기는....안 잡아 먹어, 이리 와.
상두 (벤치 끝으로 와 앉는다....마른 침 삼키며 민석의 입만 보고 있는)
민석 보리 결과 나왔다.
상두 ......(긴장한) 잠깐만....(눈감고 심호흡하며) 백개만 세구 말해.
민석 (가운 주머니에서 사탕 하나 꺼내 내밀며) 사탕 먹을래?
상두 (고개 젓는)...됐어, 일초안에 그냥 말해.
민석 ....내 앞에 보리 담당했던 선생한테 약물 부작용에 대해 주의를 들은 적 있을 거 야.
상두 몰라, 기억 안 나.
민석 악성 빈혈을 치료하려면 적혈구 모세포를 활성화시켜야 돼...그래서 약을 투여했었 는데, 백혈구까지 활성화되면서 백혈구 수치까지 높아졌어.
상두 잘난 체 하지 말고 쉽게 말해. 그렇게 말하면 고등학교도 못 나온 내가 알아듣냐?
민석 백혈병으로 전이가 됐어....상태가 많이 안 좋아.
상두 (충격받아 잠깐 멍해 있다가....애써 담담하게)...일주일전에 보리랑 같은 병동에 있던 애가 백혈병으로 죽었다던데...우리 보리가 그 병에 걸렸다, 그 얘기지?
민석 지금부터 항암 치료를 받아야 돼....머리도 빠지고 두통도 심해지고, 보리가 많이 힘 들어 할거야.
상두 ....(마치 남의 얘기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우리 보리두...걔처럼 죽을수도 있 어, 그럼?
민석 살 수도 있어.
상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민석 ....우냐?
상두 .....
민석 손수건 주까?
상두 (손을 내린다....담담한 표정이다) 미쳤다구 니 앞에서 우냐? 쪽 팔리게?
민석 (쓰게 웃는) 울어야 되는데....내가 보긴 너, 머리 꼭대기까지 눈물이 차 있는데....자 꾸 그렇게 니 감정 속이면 너두 암 걸려.......울어.
상두 배 고프고 힘이 없어서 울지도 못하겠다....(일어난다)
민석 내가 밥 사주께, 그럼.
상두 그렇게 내가 우는 걸 보구 싶냐?
민석 어....너까지 암 걸리면 내가 감당이 안될 거 같애.
상두 앞으론 내가 너 예수라구 불러주까?.....웬수조차도 사랑하는 열라 멋진 놈.
민석 (어이없다는 듯 보는)
20. # 식당
허름한 한식집. 소박한 찌개 백반 놓여 있다. 상두, 슬픔을 누르려고 오바한다.
상두 (식단을 한심하게 보며) 그렇게 악착같이 돈 모아서 뭐할라구 그냐?
민석 뭐?
상두 난 또 한턱 쏜다길래 거하게 갈비나 생선회나 뭐 그런 거 정돈 쏠 줄 알았지.
민석 이 집 되게 맛있어. 내 단골집이야.
상두 (밥을 떠 먹으며) 갈비 정도는 먹어줘야 내가 힘을 내서 폭포수같은 눈물을 쏟아내 지...앞으로 내가 너한테 뭘 얻어먹으면 우리 보리 아들이다, 내가.
민석 (피식 웃으며 본다....미워할 수 없는 놈이다)
상두 (밥을 먹으며) 아무래두 이거 먹구는 눈물이 안 나올 거 같은데...가서 단팥빵 세 개 만 사와라.
민석 공기밥 한 그릇 더 시켜 먹어, 그럼.
상두 단팥빵 먹구 싶어. 좀 사와.....확 안 울어버린다, 진짜?
민석 (어이없는 표정 짓다가 일어선다) 하여튼 별종이다, 너두.
상두 너두 만만치 않어.
민석 (윗도리 들고 밖으로 나간다)
상두 (민석이 사라지자) 너 나한테 속았어, 임마....내가 적 앞에서 쪽팔리게 눈물을 보일 거 같냐?....단순한 자식.
상두, 우걱우걱 밥을 먹는데
세라(E) 니 아길 가졌어, 상두야!
21. #오락실-7년전
껄렁하고 불량스런 폼의 상두(인생을 막사는 듯한), 입에 쮸쮸바 물고 오락하고 있 는데, 옆에 와서 선 만삭의 세라.
상두 (어이없다는 듯 보다가 계속 오락하는데)
세라 (머쓱해 하며) 접때 니가 나한테 한번 실수했잖아...그때 들어선 애기야...니 자 식이 야, 상두야.
상두 (미친 여자보듯 보고 외면하며 다시 오락만 하는)
22. #고아원앞 (혹은 소규모의 아기 보육시설)-7년전, 겨울.
상두, 고아원 앞에 와 선다....갈등하며 망설이는.
23. # 보육원 응접실-7년전.
보육원 여자(혹은 수녀), 갓난 아이 하나를 안고 와 상두에게 안겨준다.
여자 윤 세라씨가 맡긴 아깁니다....근데.... 아기가 별로 건강하질 못해요.
상두 (수건에 싸여 꼬물딱거리는 아기를 인상 긋고 보다가...아기의 재롱에 어느 순간 미 소가 감돈다) 까꿍!까꿍!....임마, 내가 누군 줄 알어? 내가 니 아빠야. 아빠....아빠 해 봐, 아빠!
24. #식당(현실)
무표정하게 밥과 반찬을 꾸역꾸역 먹는 상두. (냉정하다싶을 만큼 아무렇지도 않고 담담하고 무표정한)
상두(E) 우리 딸 우유 먹자.
25. #상두방 (현재의 집-침대는 없고 허름한)-6년전.
상두, 돌 정도 지난 보리에게 우유를 먹이고 있다. (아기 키우는 아빠답게 귀여운 동물 모자 같은 거 쓰고 있음 어떨까요? 헤어스타일 차별화문제상 )
만도, 한쪽에서 뒹굴며 만화책 보다가 한심하게 보고.
상두 (안타까워하며) 왜 안 먹어? 맘마를 잘 먹어야 빨리 병두 낫구, 건강해지지...차 보 리! 쪼끔만 쪼끔만 더 먹자, 응?
만도 미친 놈....(흘겨보는)
26. #상두 옥상-6년전
섬아기를 불러주며 보리를 포대기로 업고 (돌정도 지난), 빨랫줄에 기저귀를 널고 있는 상두.
작업에서 돌아온 만도(양복 빼입고), 상두를 잔뜩 못마땅하게 보며.
만도 너, 그 기집애 갖다 안 내버릴거야, 정말?
상두 (무시하는)
만도 지 에미도 힘들어서 갖다 내버린 앨 니가 왜 주워 와서 사서 고생을 해, 임마? (보 리를 빼내려 하며) 갖다 주자...도로 갖다 줘!
상두 삼초온....(만도가 못 건드리게 보리를 숨기는)
만도 이 콩알만한 기집애 한달 병원비가 우리 일년치 생활비야, 자식아.
상두 (O.L) 내가 벌게. 내가 벌면 되잖어.....삼촌이 시키는 거 뭐든 다하께.. 삼촌 말대루 제비짓이라두 하께...(포대기 풀고 보리를 꼭 껴안으며) 우리 보리 병은 내가 고칠거 야....삼촌 신세 안 지면 되잖아....(보리 얼굴을 보고 미소 지으며) 보리한테 약속했 단 말야....보리야, 아빠가 너 안 아프게....꼭 건강하게 만들어주께.
27. #식당-현실
상두 (밥을 먹으며 중얼거리는) 차 상두, 넌 정말 하늘이 낸 사기꾼이다....새끼한테 사기 친게 대체 몇 가지야?....뭐? 안 아프게 해줘? 건강하게 만들어줘?....야, 정말...넌 사 기의 천재야, 천재. 훌륭해! 대단해! (하다가 결국 울컥하며 울음이 터져 나온다.)
밥을 먹고 있던 상두, 결국 누르고 있었던 슬픔이 울음이 주체할 수 없이 오열로 터져 나온다.
단팥빵을 사들고 들어서던 민석, 상두의 들썩거리는 어깨를....그렇게 견고해 보였지 만 결국 무너져 내리는 슬픈 뒷모습을 본다....착잡하다.
28. #상두 옥탑방 계단(늦은 오후)
은환(안경을 쓴), 계단을 올라가고 있다.
29. #상두 옥탑방 마당
은환, 잠겨 있는 문을 두드린다.
은환 실례합니다. 아무도 안 계세요?......실례합니다. 주인 안 계세요?
은환, 안에서 아무 소리도 없자, 평상으로 와 앉는다. 한쪽에 보리의 장난감차가 놓 여 있다. 은환, 장난감 차를 손으로 툭툭 건드리다가 문득 빨래 줄에 걸린 상두의 교복을 본다.
은환, 잠깐 멈칫하다가 빨래 줄로 가 상두의 교복을 걷어서 본다.
“차상두” 이름표 그대로 달려 있다.
어이없는 은환, 충격으로 멍해 있는데.
이때, 만도, 마당으로 들어서다가 은환을 발견한다.
만도 (갸웃하며) 누구슈?
은환 (아무 소리도 안 들린다....그저 멍한)
만도 빨래 훔치러 온 도둑인가?....이봐요! 아줌마!!
은환 (그제야 고개 돌려 만도를 본다)
만도 (첫눈에 안경쓴 은환을 몰라보고) 엉? 예쁜 언니네....(사근사근해져서) 예쁜 언니가 이 누추한 집엔 어쩐 일루 오셨나?
은환 (흠칫 표정이 굳었다.....낯이 익은 얼굴.....생각이 난다)
30. #플래시백-1회
원조 교제건으로 만났던 은환과 만났던 만도....핸드폰을 뺏으려 하고, 뺏기지 않으 려고 실랑이했던.
31. #옥상
은환, 또 다시 닥친 충격으로 잠깐 휘청하다가 간신히 정신 수습하며.
은환 (얼굴을 살짝 가리고) 죄송합니다만, 여기 차상두씨라구 살고 계시나요?
만도 상두요?....살긴 사는데....누구신가? 우리 상두랑 어떻게 되시는 분인가?
은환 치...친군데요.....아...아저씬 차상두씨랑 어떻게 되시죠?
만도 난 상두 삼촌되는 사람인데...
은환 (연이어 충격으로 정신을 못 차리겠다)
만도 우리 상두가 여자랑은 친굴 안하는 앤데...(자꾸만 얼굴 가리고 있는 은환이 수상쩍 다...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은환 (만도가 다가오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계속 얼굴 가린 채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나....난감해 하고 있는데)
만도 (다가와서 은환의 손을 떼어내고, 자세히 들여다 본다) 어디서 많이 본 언니네.. ..언니, 나 몰라?...(은환이 계속 만도를 피하자 은환의 안경을 벗긴다. 그제야 기억 이 난다. 기함을 하며) 샘!!
은환 (후들거리던 다리를 어쩌지 못하고 결국 주저앉고 만다.)
만도 (자기도 바들바들 떨며)....새...샘....여기는 어...어떻게 찾아내시구.....
은환 (떨려오는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린다)
만도 (손을 휘 저으며) 그...그때는요, 저...정말 심부름만 한거였거든요...저...인제 개..개과 천선 했어요, 샘..
은환 (있는 힘을 다해 일어선다) 상둔...차상두씬 지금 어딨어요?
만도 몰라요. 죽었어요...그....그때 그 일은 나 혼자 한 거예요. 단독 범행이예요, 단독범 행....잡아가구 싶음 나만 잡아가요, 나만!!
은환 .....(보다가 일어나서 휘적휘적 걸어간다)
만도 그냥....가시는 거예요?
은환 (걸어가는)
만도 (꾸벅 인사하는) 안녕히 가세요, 샘....다신 오지 마세요, 샘. (그러면서도 불안으로 달달 떨며 보는)
은환 (계단을 내려가다가 풀석 주저 앉아 버린다)
32. #계단
은환, 계단에 주저앉은 채 쉽게 일어나질 못한다.
만도, 위에서 불안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만도 (위에서 내려다 보며) 내려가기가 힘드세요, 샘?....제가 좀 업어다 드릴까요, 샘?
은환 (벌떡 일어나서 이를 앙물고 계단을 내려간다)
33. #학교 정문앞(노을녘)
상두(사복 차림), 학교 정문앞으로 와서 선다.
애틋한 표정으로 학교를 보지만, 차마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핸드폰을 꺼내 은환의 이름을 찾는다. 통화를 누르려다가 결국 핸드폰을 닫아 버리 고 만다.
상두, 잠깐 망설이다가 발걸음 돌려서 간다.
잠시후, 상두가 사라진 반대편 골목에서 은환이 털레털레 나타난다.
은환, 교문앞으로 와 섰다가 발걸음 돌려 상두가 사라진 반대편으로 다시 간다.
34. #분식집
은환, 종업원에게 주문하고 있다.
은환 치즈 김밥, 참치 김밥, 소고기 김밥, 쫄면, 떡볶이, 찐만두...일단 이렇게 주세요.
종업원 (당황하며) 손님 혼자서 이걸 다 드신다구요?
은환 (명랑하게) 예, 다 먹을 수 있어요....뱃속이 든든해야 힘이 생기죠. 걱정 말구 주세 요.
시간 경과.
테이블 한가득 차려진 음식들...무표정한 은환, 우걱우걱 야무지게 잘 먹는다.
스트레스성 폭식이다.
분식점 안의 직원과 손님들, 기가 막힌 표정으로 은환을 보는.
이때, 분식집앞을 지나던 교장, 창문을 통해 은환을 보는.
35. #병원 현관
상두, 털레털레 들어서는데, 저 앞으로 세라, 한 우락부락한 남자 두명과 실랑이하 고 있는 것 보인다. (한명은 차 문 열고 운전석에 앉아 있고)
세라 (애교 떨며) 갚으께, 오빠....일주일만...일주일만 더 기다려 줘, 응?
남자1 너 일주일 일주일 한 게 몇 번짼지 알어? 확 그냥 이걸!! (한대 칠 듯이 하는데)
세라 (움찔하며) 돈이 없는 걸 어떡해? 내가 뭐 있으면서도 안 내놓나?...오빠! 한번만 딱 한번만 봐줘, 응?
남자1 갚을 능력도 없으면서 남의 돈을 왜 빌려 써? (세라의 손목을 잡아 끌며 차에 태우 려 하는) 가자...안되면 니 몸뚱아리도 팔아서 갚아.
세라 오빠아....오빠아.....(하다가 안되겠는지 남자1의 손목을 물어버린다)
남자1 이게 정말....(한대 칠려고 손을 쳐 드는데)
이때, 남자1의 손을 탁 잡아 채서 확 꺽어버리는 손....상두다.
남자1 (비명 지르고)
세라 (반가와서) 상두야...(하며 얼른 상두 뒤로 가 숨고)
상두 덩치가 아깝다, 쨔샤...어떻게 니 반만한 여잘 팰라 그러냐?
남자1 너 뭐야, 새꺄! 이거 놔! 이거 못 놔?!!
운전석에 있던 남자2, 상두에게 달려 오는데, 상두, 그대로 돌려차기 해버린다.
남자1도 순식간에 날렵한 발차기로 넘어뜨려 버리고.
세라, 상두를 황홀하게 본다.
36. #휴게실
세라, 헤벌쭉 웃으면서 여전히 황홀하다는 듯 보는데, 세라의 머리를 꽁 쥐어 받아 버리는 상두.
상두 아주 간뎅이가 부었구나, 부었어....그 놈들이 어떤 놈들인데, 그런 놈들한테 사챌 빌 려 써?
세라 갚으면 돼....우리 엄마한테 갚아 달라 그럼 돼.
상두 뭐?
세라 나 엄마 찾았단 말 들었지?...보리 외할머니, 니 장모님! 이따만한 족발 가게두 하나 갖구 계시구.....너 완전히 봉 잡았어, 상두야.
상두 (푸후 한숨 쉬고 돌아서 가려는데)
세라 (상두의 허리를 와락 안으며) 보릴 봐서라두 나랑 살자, 상두야....오늘보니까 너 그 래두 나 싫어하는 건 아니던데....진짜 사랑하는 사람들은 결혼하는 게 아니래.
상두 (매정하게 떼어내며)....너 아니래두 나 지금 돌 거 같거든....냅둬, 냅둬, 제발 좀.
세라 보리한테 일러줘야지....니 아빠가 엄마두구 딴 여자랑 바람 핀다구 일러줘야지.
상두 야!
세라 내가 보리한테 새 엄마가 들어오면 니가 얼마나 미움받구 구박 받는지 세뇌를 다 시켜놨어. 밥두 안 주구, 빨래두 시키구, 맨날 회초리루 때리구....
상두 (어이가 없다)
세라 그래서, 내가 새 엄마 얘기만 꺼내두 경끼 일으키구 쓰러진다, 자동으루?...진짜야, 실험 한번 해볼래?
상두 (한심하게 보며) 너...엄마 맞냐?
세라 앞으로 니 행동 하나하나가 보리 병을 악화시킬수도 있구, 낫게 할수도 있으니까.... 니가 행동을 잘 하란 말야, 그러니까.
상두 (차마 때리지도 못하고 불끈 쥔 주먹이 부르르 떨린다.) 니가 사내 자식이었음 삼 박 사일을 패구 하루를 더 팼다.
세라 (삐죽거리며) 보리한테 일러줘야지...니 아빠가 나 패죽이구, 새 엄마 들일라 그런다 구....(가려는데)
상두 (환장하겠다는 표정으로 세라의 입을 막아버리는)
37. #분식집
은환, 자신앞에 있던 접시들을 싹싹 긁어 먹었다.
종업원과 주위에 있던 사람들 놀라서 보고.
은환 (종업원에게 웃어주며) 봐요, 제가 다 먹는다구 그랬잖아요.
38. #분식집앞
분식집에서 나온 은환,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어디론가 걸 어간다.
한쪽에 숨어서 지켜보던 교장, 은환을 따라간다.
39. #오락실
은환, 또 팝콘 먹어가며 열심히 오락하고 있다....옳지, 좋았어! 아자! 오버 모션까지 하며....
이때, 교장, 은환옆으로 와서 앉으며 같이 오락을 한다.
교장 (오락하며) 차상두 학생네 갔었더래요?
은환 (흠칫하며 보는) 교장 선생님!
교장 내가 갔더니만 채 선생 인상착의하고 비슷한 사람이 왔다 갔다 그러더라구?
은환 (잠깐 당황하다가....건성으로 오락하며) )....말씀 못 드린 게 있어요....차 상두 학생 하구 저, 예전에 친구였었어요.
교장 (오락하며 고개 끄덕이는)
은환 저희들....예전에 많이 좋아하던 사이였어요.
교장 사랑은 변하게 마련이죠....그래두, 닥터 강 같은 훌륭한 사람을 만나서 얼마나 다행 이래요?
은환 지금은....(잠깐 망설이다가) 더 많이 사랑하구 있어요.
교장 학생들이 알면 큰일 날 소리구만.
은환 저 상두 되게 많이 좋아하거든요....너무너무 좋아 죽겠는데, 어떻게 표현을 해야할 지 모르겠어요.
교장 학부형들까지 알면 채 선생 입지가 아주 힘들어질수도 있어요.
은환 ....내가 얼마나 절 좋아하는지 말해주고 싶은데...어떻게 말해야 걔가 알아 들을 지 모르겠어요. 답답해 죽겠어요.
교장 재단측에서 알면 채 선생 징계 당할수도 있어요.
은환 (비로소 눈물이 그렁해진다) 내가 얼마나 절 사랑하는지 운동장 한 가운데서 소리 라두 지르고 싶어요.
교장 (오락 멈추고 은환을 미소로 보며)....부럽네...
은환 (눈물이 흐르지만, 웃는) 부러우시죠?.....교장 선생님은 이런 사랑 한번도 못해 보셨 죠?
교장 (고개 끄덕이는)
은환 불쌍하다, 우리 교장 선생님.....(웃고, 계속 오락하는)
교장 .......(웃는)
은환, 눈물을 손등으로 닦아낸다...나는 강해져야 한다. 누가 뭐래도 포기할 수 없는 사랑이다.....교장과 열심히 오락하며 함성을 질러대는 은환. F.O.
40. #민석 병원 외경(낮)
보리의 비명 소리.
41. #보리 병원 정원
병색이 완연한 보리, 두통으로 울면서 비명을 지른다.
상두, 보리를 담요에 말아 싸안고 꼭 껴안고 있다.
보리 아빠....머리 아파....머리 아파.....아빠...머리 아파....
상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보리 머리 만져주며) 아빠 손은 약손....아빠 손은 약 손.....우리 보리 머리 안 아프게 해주세요.....쎄...쎄....우리 보리 안 아프게 해주세 요....
보리 (칭얼거리며 운다) 아파....머리 아파....아빠....머리 아파...
상두 아빠가 노래 불러주께....우리 보리 애기때 맨날 울다가 아빠가 이 노래만 불러주면 안 울구 잘 잤지?....아빠가 불러주께.
상두, 보리를 다독여주며 섬아기를 불러준다....칭얼거리던 보리, 거짓말 처럼 조용해 지며 스르르 잠이 든다.
상두의 얼굴에 땀 방울이 송송 맺혔다.
42. #중국집 홀(낮)
상두, 한쪽 구석에서 양파를 까고 있다....식당에서 보리 정도의 여자 아이와 부모로 보이는 사람들, 서로 짜장면을 먹여주며 다정해 보인다.
상두, 부러운 표정으로 보다가 다시 양파를 깐다.
이때, 중국집 밖에서 만도, 스윽 들어와 상두의 눈치를 살피며 같이 양파를 깐다.
상두 (만도 보지 않고) 일요일인데 장 여사랑 도봉산에나 가지.
만도 (눈치 살피며) 너 당분간 집에 들어가지 마라.
상두 (보는)
만도 너 잡아 먹을려구 왕 찐드기 하나가 우리 집에 죽치구 앉아 있어, 아침부터....세라 찐드기는 유도 아냐.
상두 뭔 소리야, 그게?
만도 죄 짓구 살면 안돼, 그러니까....양파에 대고 맹세한다. 앞으론 진짜 착하게 살거 야, 나.
상두 무슨 소리냐구!!
만도 너 접때 그 샘 기억나냐?....왜 나 원조교제 브로커 뛰러 나갔다가 학생으로 위장하 고 나온 샘한테 딱 걸렸잖아.
상두 (들고 있던 양파를 툭 떨어뜨린다)
만도 그 샘이 어떻게 알구 우리집에 다시 찾아왔어....집안에 짭새가 있는지 너하구 나랑 공범인 것도 알구, 니 이름이 차상두라는 것도 알구...정보망이 거의 FBI수준이야.
상두 (충격으로 멍한)
만도 지 말로는 지가 니 애인이라구 꼭 만나야겠다구 그러는데....내가 바보냐? 그 말을 믿게?
상두 (모든 게 다 끝났다는 암담함이 느껴진다...양파 속껍질만 계속 벗겨내는)
43. #상두 옥상
은환, 평상에 앉아 작정하고 상두를 기다리고 있다. 철가방와서 짜장면 곱배기 놓아 준다.
은환 (돈 지불하고) 여기요...단무지 많이 갖구 오셨죠?
은환, 만화책 펴놓고 보며 짜장면을 비벼 먹는다.
이때, 그런 은환을 지켜보는 시선이 있다.
그 사이 집으로 온 상두, 한쪽 벽에 숨어 은환을 지켜본다.....가슴을 찌르는 통증을 느낀다.
이때, 은환의 핸드폰 울린다.
은환 (핸드폰 받으며) 어, 엄마...내가 꼭 만나야 될 친구가 있어서 친구 집에 좀 와 있는 데....오늘 저녁에 좀 늦을 거 같애....엄마는 잘 모르는 친구.
상두 ......
은환 (짜장면 먹다가 목이 메이는 듯 가슴 두드리며) 내가 혹시 이 친굴 못 만나면 낼 아침에 그냥 여기서 바루 학교로 출근하께....으응, 옷이랑 칫솔이랑 다 싸갖구 왔어.
상두 (기가 막힌 표정 짓다가 돌아서 내려온다)
44. #상두집 일층
상두, 털레털레 걸어내려오는데, 만도, 불안하게 서 있다.
만도 어떻게 담판을 좀 지었냐? 바라는 게 뭐래? 돈이래?
상두 ...쟤 짜장면 먹을 때 물 없이 못 먹어. 물 좀 갖다 주구, 김치두 좀 갖다 줘.
만도 (어안이 벙벙) 정말 니 애인이냐?
상두 (멍하니 서 있다)
이때, 만도의 핸드폰 울린다.
만도 (발신자 확인하고) 네, 보리 실업 김 준홉니다....아, 사모님.....실장님께서 지금 바이 어랑....(하다가 상두를 보고 아차 하며 평소때 껄렁한 목소리로) 사모님께서 아직 연락을 못 받으셨구나.....우리 그동안 사모님한테 사기 쳤어요...우리 실장님 사실은 놈팽이 제(비..하려는데)
상두 (핸드폰을 홱 채서 뺏으며) 아, 자기야....응, 나야....아니, 우리 김부장님이 감기 약 다섯 봉질 한꺼번에 먹더니....정신을 못 차리네.....(전화기 떼놓고) 미스 리! 뭐해? 가서 김부장 좀 말려....(핸드폰에 대고) 아니...자기가 가제튼 줄 알구, 자꾸 목을 뺏 다가 다시 꽂아본다구 구경하라 그러잖아.
만도 (어이없다는 듯 보는데)
상두 요즘 사업 때문에 좀 바쁘긴 한데, 우리 하닐 위한 시간은 언제든 비워두구 있 지!
만도 (미친놈...하며 핸드폰 뺏으려는데)
상두 (돌아서며) 응...오늘 시간 괜찮아...오케이...내가 한 시간안에 글루 가께....사랑해, 하 니야. (핸드폰 끊으며 표정 굳어지는)
만도 너 제비짓 청산한다 안 그랬어?
상두 가서 쟤 몰래 옷 한벌만 좀 갖구 내려 와.
만도 청산하기루 했음 끊어....다시 발 들여놓음 망가질때까지 빼기 힘들어, 임마.
상두 내가 밥두 안 먹구 잠두 안자구 오줌도 안 누구...얼마나 양파를 까면 우리 보리 치 료비 벌수 있을까, 삼촌?
만도 (생각하다가)....넌 갑자기 그런 가슴 아픈 질문을 하구 그러냐? 사람 슬퍼지게?
상두 갖구 와, 어서.
45. #옥상
은환, 만화책 보며 열심히 짜장면 먹고 있다가 목이 메이는지 가슴을 두드린다.
만도, 오다가 환장하겠다는 표정으로 보다가 은환과 시선이 마주치자 얼른 웃으며.
만도 ....물이랑 김치 좀 갖다 드릴까요, 샘?
은환 화장실 좀 쓰께요. 삼촌.
만도 안돼요....집안까지 들어오시면 곤란하죠, 샘.
은환 그럼 여기서 싸요?
만도 집에 가세요, 그러니까.
은환 자꾸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시면 경찰에 찔러버리는 수가 있어요, 삼촌.
만도 (기함하다가)...드..들어가세요, 샘.
46. #상두 옥탑방안
만도, 문을 열어주고, 은환, 조심스럽게 발을 들여놓으며 주위를 휘 둘러본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초라하게 살고 있는 상두의 방.
은환 부모님은 어떡하구, 삼촌이랑 살구 있어요?
만도 저기...화장실은 이쪽인데요, 샘?
은환 (다시 주위를 둘러보는데, 나팔 모양의 전축이 눈에 들어온다. 심하게 일렁이는 눈 빛....전축앞으로 다가간다.) 이...이게 왜 여기 있어요?
만도 에?
은환 (순식간에 눈물이 그렁해져) 이거....우리 아버지 유품인데....이게 왜...이게 왜 여기 있어요?
만도 아, 정말....(전축에서 은환의 손을 떼어내며) 오줌싸러 왔으면 오줌이나 싸세요, 샘....우리가 사기는 치구, 거짓말은 해두 도둑질은 안해요, 샘....이 샘이 진짜 사람을 어떻게 보구....
은환 이게 왜 여깃냐구요?!!
만도 세상에 이런 물건이 하나밖에 없어요, 샘?!!....내가 저 길바닥에 버린 거 줏어 왔어 요, 왜?!!
은환 (그제야 격앙됐던 표정 추스려지며....멋쩍은 표정)
만도 오줌 안 싸세요, 샘?
은환 (일어난다...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전축을 돌아보는)
47. #상두집 일층
상두, 왜 이렇게 안 내려와?.....위를 올려다 보며 서성거리는.
48. #상두 화장실
은환, 변기에 앉아 있다.
은환 ....삼촌!
49. #상두 거실
만도, 커다란 쇼핑백에다 상두의 양복과 와이셔츠등을 챙겨 넣는데.
은환(E) 삼촌!!
만도 (흠칫) 저요?.....저 부르셨어요, 샘?
50. #화장실
은환 저 삼촌 안 미워해요....삼촌한테 아무 감정 없어요....(혼잣말 처럼) 상두 삼촌이니 까...
51. #상두 거실
만도, 양복을 챙겨들고 조심스럽게 나간다.
52. #화장실
은환 상두한테 꼭 전해주세요....상두가 대단하구 훌륭한 사람이어서 상두 좋아했던 거 아 니예요....상두가 어떤 사람이어두....상관 없어요, 전.
53. #상두 거실
아무도 없다.
54. #상두집 일층
만도, 상두에게 쇼핑백 건네준다. 상두, 잠깐 위를 다시 쳐다 보고 발걸음 돌려서 간다.
55. #상두 거실
변기 물내리는 소리 들리고, 은환, 나온다....집안을 휘 둘러보는 은환....상두 방으로 들어간다.
56. #상두방
은환, 상두방을 둘러본다....보리와 함께 찍은 사진들이 벽 한쪽에 걸려 있다. (아기 때부터 함께 찍은 사진들이었음 좋겠습니다)
은환, 숨이 턱 막히는 것 같다.....가슴을 잡는 은환....괜찮아...당황하지 말자, 놀라지 말자....의연해지자....
문득 고개를 돌리던 은환의 시선에 핸드폰 하나가 들어온다. 예전에 잃어버렸던 자 신의 핸드폰이다.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며 핸드폰을 들어서 보는 은환.
57. #플래시백-1회
지하철에서 자신의 핸드폰을 소매치기 해서 달아나던 젊은 남자.
도로를 가로질러 쫓아가다 교통사고가 났던.
58. # 상두방
그 남자가 상두였나....설마...아닐거야....세차게 고개 젓는 은환....대체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다.
핸드폰을 든 손이 바들바들 떨린다.
만도(E) 샘!
은환 (얼른 핸드폰을 제자리에 놓고 등을 돌리고 선다)
만도 (들어오며) 화장실만 쓰시기로 해놓구 여기까지 들어오시면 어떡해요, 샘?....이거 명 백히 불법 가택 침입이예요, 샘.
은환 죄...죄송해요.
만도 샘도 그럼 경범죄 하나 추가하셨으니까, 저랑 쌤쌤하시죠.
은환 (애써 웃으며) 그래요, 그렇게 해요. 쌤쌤해요. (주저앉고 싶을 만큼 다리가 후들거 리지만 안간힘을 쓰며 견디는)
59. # 상두 동네 계단
쇼핑백 들고 계단을 걸어내려 가는 상두....이때, 그런 상두를 한쪽에서 숨어서 지켜 보는 지환, 애증이 섞인 복잡한 눈빛.
60. # 레스트랑
말쑥하게 차려입은 상두, 레스트랑 안으로 들어선다.
저 앞으로 졸부티가 나는 30대 후반녀 상두를 향해 손을 흔든다.
상두, 졸부녀를 눈이 부시다는 듯 보다가 다시 고개 돌리며 이리저리 둘러본다.
졸부녀 자기야, 여기!!
상두 (고개 갸웃하는)
졸부녀 (손을 흔들며) 여기, 여기!!
상두 (저요? 자기를 가리키며 여전히 고개 갸웃하며 다가가서는 뚫어지게 바라본다)
졸부녀 왜 그래, 자기야! 나, 나 몰라?
상두 (놀라는 표정 지으며) 어? 목소리는 분명히 우리 하닌데?
졸부녀 (어리둥절) 자기야....왜 그래? 내 얼굴도 잊어버렸어?
상두 야아, 너무 이뻐져갖구 난 웬 미스코리아가 앉아 있는 줄 알았잖아!! 자기 정말 이 렇게 사람두 못 알아보게 뷰티엔 섹시해져두 되는 거야?
졸부녀 (좋아서 헤벌레) 그렇게 내가 뷰티엔 섹시 해졌어? 화장품을 바꿔서 그러나....
상두, 졸부녀를 향해 윙크하더니 마술을 한다...팔을 몇번 이리저리 돌리던 상두의 손에 잠시후 쥐어진 장미 한송이....봉우리가 떨어질 듯 달랑거린다.
상두, 무릎을 굽혀서 장미꽃을 졸부녀에게 내민다.
상두 야아, 이 장미꽃조차두 자기의 미모에 고개를 숙이잖어, 봐.
졸부녀 자기야...(장미꽃 받으며 눈물까지 글썽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상두 (느끼하던 표정 한순간 쓸쓸해졌다가 갑자기 짧게 비명 지르며 통증을 느끼는 듯 가슴을 잡는다)
졸부녀 (놀라서) 자기야! 왜 그래?
상두 (통증을 느끼는 표정 짓는다...한순간 고개 돌리는데 아무렇지도 않다. 꾀병이다)
레스트랑밖 에서 그런 상두를 지켜보는 지환의 눈빛이 서늘해진다.
61. # 보리 병실
민석, 진료하기 위해 들어와 보리 침대앞으로 온다.
보리, 창백한 얼굴로 잠들어 있다. 민석, 보리의 흘러내린 이불을 덮어주다가 보리 머리 위 벽에 붙어 있는 그림(보리가 그린)을 본다. “우리 가족”이라는 제목의 그 림...아빠, 엄마, 보리, 할아버지...네 식구가 행복하게 웃고 있는 그림이다.
민석, 심난해 진다.
62. # 병실 복도
민석, 나오는데, 복도 앞으로 지환이 서 있다.
지환 (씨익 웃으며) 매형!
민석 (갑작스런 지환의 방문에 당혹스러운)
63. # 병원 휴게실
지환, 앉아 있는데, 민석, 캔 음료 내민다.
민석 어쩐 일이야, 여긴?
지환 (대뜸) 우리 누나랑 요즘 문제 있어요?
민석 (피식) 왜, 누나가 뭐라 그래?
지환 자기 여자 하나두 관리 못하구 뭐해요, 매형은?....누나랑 통화는 자주해요?
민석 내가 워낙 바쁘잖어.
지환 매형이 가서 좀 끌구 오세요....엄마한테 거짓말하구 그 자식 집에 있어요, 누나.
민석 응?
지환 제가 언제 말했었죠? 차상두라구 우리 학교 수위가 있다구...그 사람 사실은, 누나 첫사랑이었어요.
민석 ......(캔 음료 따서 마신다...착잡하다)
지환 누나, 지금 그 형네 집에 있어요.
민석 (흠칫)
지환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들어요. 돌아도 보통으루 돈 게 아녜요.
민석 ......
지환 (그렇게 말하면서도 마음이 아프다) 막을 사람 매형 밖에 없어요!
민석 ......
64. #상두집 옥상 (노을녘)
은환, 평상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
만도, 집안에서 만화책 들고 나오다가 은환을 답답하게 본다.
만도 이제 해두 질라 그러는데, 집에 가세요, 샘!!
은환 (그대로 고집스럽게 앉아 있다)
만도 아, 만화책 잘봤어요, 샘....(은환옆에 만화책 갖다 주며) 5권이 빠졌더라구, 근데.
은환 상두 있는 데 가르쳐 주세요.
만도 모른다니까, 난...군대 갔어요, 군대.
은환 삼촌...제발요....저 상두 꼭 만나야 돼요.
만도 나 지금 나가봐야 되거든, 샘?....여기 문 잠궈 버리면 샘 화장실도 못가요.
은환 (고집스럽게 앉아 있다)
이때, 만도의 핸드폰 울린다.
만도, 발신자 확인하다가 흠칫 놀란다. 은환, 만도의 표정을 놓치지 않는다.
만도, 핸드폰을 호주머니에 넣으려는데, 은환, 잽싸게 나꿔챈다.
만도 샘!
은환 (핸드폰 창에 “상두”라고 떠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한쪽으로 뛰어가 폴더 열어 받는다)
만도 (어쩌지도 못하는데)
은환이 들고 있는 만도의 핸드폰으로 상두의 목소리 들려온다.
상두(F) 삼촌, 와서 바람 좀 잡아줘야 겠어....딱 한 장만 챙기자....여기 **동 **레스토랑 이야.
은환 (핸드폰에 소리 안 들어가게 손으로 꼭 막고 있다...가슴이 먹먹하다.)
상두(F) 삼촌, 안 들려?.....여보세요, 삼촌!!
만도 (핸드폰을 채서 뺏는다) 여보세요, 상두야!
은환 (멍한 표정으로 보고)
만도 여보세요....어우, 끊어졌잖아.
은환 (평상쪽으로 가더니 가방을 챙기는데)
만도 어디 가세요, 샘?....(하다가 뭔가 발견하고) 샘?!!
은환, 가방 챙겨서 고개 들어보면, 바로 앞에 민석이 서 있다.
은환 (당황) 여긴 어떻게 알구 왔어?
민석 가자. (은환의 손목을 잡는다)
은환 놔아.
민석 못 놔...차 상둔 절대루 안돼!
은환 미안하다 그랬잖아! 벌 받는다 그랬잖아!!
만도 (이게 무슨 일인가 눈이 동그래서 열심히 눈동자 굴리며 보고)
민석 그래, 너 벌 받어...차상두한테 가면 너 천벌 받어.
은환 민석씨!
민석 (버럭) 세상엔 니네들 사랑밖에 없어? 니네들 사랑만 중요하고 니네들 사랑만 대단 해?!!
은환 민석씨....
이때, 세라, 빨래를 들고 올라오다가 민석과 은환의 모습에 당황해서 발걸음 멈춘 다.
만도 세라야!
은환 (세라를 보고 당황하는)
민석 (암담하다)
세라 이 분들이 여기 웬일이셔?
은환 (보리를 사진에서 본 탓에 세라의 존재가 그리 놀랍지는 않다...옆집 언니라 생각한 다. 민석의 손을 떼어내고) 내 인생이라 그랬잖아....이제 상두가 없음...내가 죽어.
(휙 돌아서서 계단을 내려가 버린다)
민석 (암담한 현실에 눈을 감아 버린다)
세라 ...(목소리가 떨린다) 저...저 기집애 지금....뭐라 그랬어요?
민석 (할 말을 잃는다)
만도 (여전히 어안이 벙벙해서 열심히 눈알만 굴리고 있고)
세라 내가 지금 뭘 잘못 들었죠, 그쵸?
민석 ......
세라 저 기집애가 말한 상두가 우리 상두 아니죠? 그쵸?!!
민석 .....
만도 (눈치도 없이) 우리 상두 맞어, 세라야.....접때 왜 상두가 못 잊는다는 샘이 저 샘이 래, 세라야.
세라 (들고 있던 빨래를 떨어뜨려 버린다)
민석 .....
만도 근데, 방금 그 샘이 정상은 좀 아닌 거 같은데요, 샘?....암만 내 조카지만, 샘같은 호구를 두구 상두 자식이 뭐가 좋다구 죽느니 마느니 그런 정신 나간 소릴 해요, 샘?
민석 (그저 암담할 뿐이다)
세라 (기가 막힌 웃음, 소리 내어 웃어버린다)
65. # 일각 길
은환, 택시를 잡고 있다.
은환 **동! (상두가 있다고 했던)
66. # 레스트랑(밤)
상두, 손수건으로 두 눈을 가리고 꺽꺽거리며 우는 체 하고 있다....
졸부녀, “어뜩해. 어뜩해” 하며 같이 티슈로 눈물을 닦으며 훌쩍거리고.
졸부녀가 안 보는틈에 간간히 안약을 넣고 침도 바른다.
상두 (꺽꺽거리며) 첨에 의사가 당장 수술 안하면 3개월 이내에 죽는다 그러는데, 그땐 하늘이 내려 앉고 세상이 끝난 거 같앴거든...근데 좀 지나니까 어차피 사람이 한번 은 죽는 거, 공수레 공수거다....그 생각이 드니까, 마음이 편해지더라구.
졸부녀 그래서, 자기 재산을 사회 단체에 다 기부해 버렸다구?
상두 색즉시공 공즉시색!
졸부녀 자기야.
상두 인생이란 그렇게 허무하고 허무한 것을....뭘 그렇게 더 가지고 더 누리겠다구 아득 바득 돈돈 거리며 살아왔을까, 난?
졸부녀 자기 뜻은 너무 훌륭한데, 그래두 수술비는 남겨두구 기부하지!
상두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 리라.
졸부녀 그만...자기야...더 듣고 싶지 않어....죽는다는 말 그만 해, 제발.
상두 (사의 찬미 흥얼거리는) 적막한 광야를 달리는 인생아.....
졸부녀 (울컥) 수술하면 되잖아...수술하면 살수 있다면서?
상두 돈이 있어야 수술을 하지...수술비가 한 두푼두 아니구...
졸부녀 그러니까, 수술비는 남겨두구 기불 하지!
상두 색즉시공 공즉시색!...나무 아미 타불.
이때, 은환, 레스트랑 안으로 들어서며 상두와 졸부녀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한다.
심호흡하는 은환, 상두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졸부녀 수술비 내가 내주께, 그럼....오백만원이라 그랬어?
상두 (고개 저으며) 곱하기 이. (하는데)
은환, 상두를 스쳐 맞은 편 테이블로 가 앉는다. (상두의 얼굴이 정면으로 보이는)
상두 (충격을 받고 멍해진다)
은환 (안타까운 표정으로 상두를 본다)
상두 (은환을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다가 시선을 외면한다)
졸부녀 알았어! 천만원? 내가 내주께....자길 살릴 수 있다면 그 보다 더한 돈두 내 놓을 수 있어, 나.
상두 (정신 가다듬고 졸부녀에게 말하는) 고마워, 자기야....자기 은혜 평생 안 잊으께.
졸부녀 자기같이 훌륭한 사람들은 꼭 살아 남아서 좋은 사회를 만드는데 계속 앞장 서야 지.
상두 .......(애써 웃으며) 고마워......(돌아버릴 것 같지만, 이 앙물고 참으며) 앞으로는 정말 열심히 살게. (은환의 시선 외면한 채)
은환 (눈물이 날 거 같아 눈을 부릅뜬다)
졸부녀 (핸드백에서 수첩 꺼내며) 자기 계좌 번호 불러봐.
상두 ......음....한국 은행 1588....
은환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벌떡 일어서더니 상두앞으로 다가간다) 상두야! 학교 가 자!!
상두 (흔들리는 표정으로 은환보다가 다시 시선 외면한다)
졸부녀 누구세요?...상두가 누구야?....자기 아는 사람이야?
상두 계좌 번호 불러 달라며? 한국 은행...1588-30-
은환 여기서 뭐하는 거야, 상두야? 학교 가자....(상두 팔을 잡고 흔들어 대며) 학교 가자 아....
상두 (그대로 은환 시선 외면하며) 받아 적었어? 30-4578 (은환은 계속 학교 가자며 상 두를 흔들고 있고)
졸부녀 이봐요, 아가씨!.....멀쩡하게 생긴 아가씨가 실성했나? (근처에 있는 웨이터 부르며) 이봐요! 이 미친 아가씨 좀 끌어내...
상두 (여전히 은환 외면한채 졸부녀 보며 괜히 소리 지르는) 뭐해애? 받아 적을 거야, 말 거야!!
은환 상두야, 학교 가자.
웨이터 손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나가시죠...(은환을 끌고 나가려 하는데)
은환 놔요, 아저씨...(계속 상두를 흔들어대며) 학교 가자, 학교 가자, 상두야!! 학교 가자 아!!
상두 30-4578...(하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서며 밖으로 나가버린다)
졸부녀 자기야!!
은환 상두야!!
67. #레스트랑 앞 거리
상두, 굳은 표정으로 저벅저벅 걸어간다.
상두 뒤로 레스트랑에서 나온 은환, 상두를 부른다.
은환 상두야! 상두야!!
상두 (그대로 걸어가는)
은환 (있는 힘을 다해 상두를 향해 뛰어오더니 상두 앞을 가로 막고 선다)
상두 (먹먹한 표정으로 보는)
은환 학교 가자.
상두 (고개 저으며 은환을 밀쳐 내고 걸어가는데)
은환 (상두의 팔을 잡는다)
상두 (멈칫 서는)
은환 (눈물이 그렁해지며) 그래, 이젠 내가 가께.....내가 가께, 넌 거기 있어.....
상두 ......
은환 우리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피하지만 말구 거기 있어, 상두야.
상두 (은환을 돌아본다....싸늘했던 상두의 표정에 미소가 돈다.....허탈하고 슬픈 미소)
은환 (자신도 상두를 향해 웃어준다)
상두 (위악적인) 너 때문에 지금 천만원을 날렸어.
은환 (당황하는)
상두 (얼굴에 미소는 띤 채) 남의 영업을 그렇게 방해하면 안되지 않냐? (표정이 싸늘해 지며 자신의 팔을 잡고 있는 은환의 손을 떼낸다)
은환 (당황하는) 상두야!
상두 (보다가...돌아서서 간다)
은환 상두야!!
상두 (심장이 터질 것 같다....부지런히 걸음 옮겨간다)
은환 상두야!!
68. #거리
상두, 눈물이 그렁해 걸어간다....눈물이 날 것 같자, 선글라스 꺼내서 쓴다.
“상두야!” 부르는 은환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69. #레스트랑앞
은환, 멍해서 서 있다.
70. #거리
무너질 것 같은 표정으로 인파 속을 걷고 있는 상두.
71. #신호등앞
사람들과 서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상두.
신호등 파란색으로 바뀌고, 상두, 잠깐 멍해서 서 있다가 사람들과 함께 횡단 보도 를 건넌다.
횡단보도 중간쯤 건너던 상두, 갑자기 걸음을 멈추더니 휙 돌아서서 왔던 길을 거 슬러 뛰기 시작한다.
72. #거리
뛰어가는 상두.
73. #레스트랑앞
멍해서 서 있던 은환, 천천히 발걸음을 돌린다.
이때, 반대편에서 땀 범벅이 되서 나타나는 상두....선글라스를 벗고 돌아서 가는 은 환의 뒷모습을 본다. 은환아....부르려다가 차마 부르지 못한다.
허탈하게 은환을 바라보는 상두.
74. #심란 족발집안
심란, 행주로 테이블을 닦다가 몸살기가 오는 듯 이마를 짚어보고 몸을 움츠리며.
심란 몸살이 올라 그러나...(주방에서 일하는 아줌마 돌아보며) 나 오늘 몸두 안 좋구, 일 찍 문 닫자, 아줌마.
75. #족발집 앞
심란, 문 닫을려고 준비하다가 문득 뭔가를 발견한다.
세라, 가게 옆 담벼락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
심란 야!
세라 (퉁명스럽게) 돈이 많으니까 배가 부르시구나, 아줌마....벌써 문 닫으실라구?
심란 (울컥하지만) 너 지금 옷 꼴이 뭐냐, 그게? 날 잡아잡수우...광고하고 다니냐?
세라 (끄응 일어서며) 족발 먹구 싶어 왔는데, 안 되겠네.....(가려는데)
심란 (세라의 팔을 잡으며) 문 안 닫어...몇신데 벌써 문을 닫어?
76. #족발집안
족발이외에도 생선회와 갈비찜등 거하게 차려진 상.
세라, 상 앞에 앉아 있다.
심란, 주방에서 다시 음식들을 날라와 놓는다.
세라 소주나 한병 주지, 아줌마.
심란 술 마시지 말구, 음식이나 처 먹어!!
세라 정말 이 집 장사 이상하게 하네! 손님이 소주 달라는 데 뭔 말이 그렇게 많어?!!
심란 기집애가 누굴 닮아 성깔머리가 이렇게 못됐어?.....(소주를 가지러 냉장고쪽으로 간 다)
세라 (음식 집어 먹으며) 이 집 딸은 아직 안 들어왔나?
심란 (냉장고에서 소주 두병을 꺼낸다)
세라 아줌마 딸내미 하난 참 잘 길렀대?....똑똑하구, 이쁘구...공부도 많이 하구....선생님이 라며?
심란 (소주병 들고 와 입으로 병 마개를 따더니 벌컥벌컥 마신다.)
세라 궁금한게 있는데, 자기 속으로 난 자식이 아닌데두 그렇게 좋구 이뻐?
심란 그래, 좋구, 이뻐!
세라 (심란의 소주병을 뺏아 마시고) 자기 속으로 난 자식보다 더 좋구 이뻐?
심란 (당황하는)
세라 만약에 말이야....만약에....아줌마가 속으로 난 자식이랑 그 기집애랑 또 머리칼 붙잡 구 싸우면 누구 편 들거야, 아줌마?
심란 .....(어이없다는 듯 보는)
세라 지난번 누구처럼 또 그 기집애 편들면서 아줌마 속으로 난 자식은 빗자루로 팰거 야?
심란 너...정말 못됐구나....대체 무슨 일을 어떻게 겪구 살았길래 인간이 이렇게 이상하게 변했어?
세라 벌써 그렇게 실망하면 곤란한데, 아줌마....나 있지, 아줌마가 상상도 못하게 나쁜 년 인 거 모르는구나.
심란 (어이가 없는데)
이때, 지환, 들어서며.
지환 아, 저 라면 머리 또 왔네.
세라 (휙 돌아보고) 안녕! 고삐리!
지환 (흘겨보다가) 우와...무슨 상을 이렇게 껄적지근하게 차렸어? 우리 집에 회랑 갈비찜 이랑 이런 거 안 팔잖아. (집어 먹는)
심란 (당황한 표정)
세라 얜 아줌마가 낳았어?
심란 (소주를 마신다)
세라 (지환의 볼을 잡아 당기며) 야, 짜식 넌 복 받았네....엄마 밑에서 등 따시고 배부르 구...호강하며 컸겠네.
심란 ......
지환 (세라 손을 확 쳐내며) 이 아줌마가 왜 이래, 정말....족발 먹으러 왔음 족발이나 곱 게 처 먹구 가셔.
심란 지환아.
세라 귀여운 고삐리...그러지 말구 나랑 좀 놀자.
지환 (눈을 부라리며) 아, 증말!!.....(심란보며) 엄마, 누나랑 얘기 좀 해봐. 무슨 생각을 하구 사는지 누나한테 관심 좀 가져.
세라 나랑 놀자, 고삐리이.
지환 아줌만 내 스타일 아니라니까!....(심란 보며) 누나, 요즘 정신 상태가 좀 이상하거 든, 엄마.
세라 나 좀 봐줘라, 고삐리.
지환 아줌마, 변태니?....(다시 심란 보며) 우리 오늘 누나랑 셋이 노래방 갈래? 가족간의 화합도 도모하면서 누나의 고민도 좀 들어보구...
세라 (O.L. 버럭) 나두 니 누나야, 자식아!!
심란 (흠칫)
지환 (아, 또 시작이네 하는 표정으로 보는)
세라 (눈물이 그렁해서) 나두 니 누나라구!!...아버진 다르지만, 나두 니 누나야!!
지환 (무슨 소리야, 엄마? 하는 표정으로 심란을 보는)
심란 (눈물이 그렁해서 세라를 보는)
77. #은환방
은환, 침대와 와 털석 눕는다.
은환 .......니가 무슨 짓을 해두 나 도망 안가......누가 이기나 해 볼래, 차상두?
78. #보리병실
은은한 조명등만 켜져 있고, 상두, 털레털레 들어서 보리에게 간다.
창백한 보리, 잠들어 있다.
상두, 보리의 이마에 입맞춤 하다가 문득 보리 머리 위 벽에 붙어 있는 그림을 본 다. (보리가 그린 가족 그림)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던 상두, 그림을 떼어내려 하다가 멈칫하며 손을 거둔다.
보리 침대에 엎드리는 상두....눈빛이 쓸쓸하다.... F.O.
79. #은환 학교 외경 (아침)
80. #은환반 교실
수창, 택구, 성길, 진진, 미영등 정신없이 시끄럽다.
희서, 상두의 빈자리를 허탈하게 바라보고 있다....막상 안 보고 싶다고 말은 했지만, 상두의 빈자리가 가슴 아프다.
이때, 누군가 “담탱이 떴다!” 이야기 하고, 아이들, 자리로 가 앉는다.
잠시후, 교실문 열리고, 은환, 들어선다.
은환, 습관처럼 상두의 빈자리에 시선을 주다가 교탁으로 간다.
81. #은환반 교실 복도
은환, 종례를 마치고 나와 걸어간다.
창호, 교실에서 나와 은환옆에 붙어 걸어가며.
창호 차상두 학생 일주일째 무단 결석이죠?....이렇게 되면 자동 제적으로 처리되는 거 아 닌가요?
은환 (걸음 멈추고 창호보며) 상두 너무 미워하지 마세요, 선생님....지난번에 선생님 새 차 부순 거....제가 다달이 월급 떼서 갚아 드리께요.
82. #구름다리
은환, 구름 다리를 건너가고 있는데, 순애, 반대편에서 오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반 가움이 넘쳐 감격적인 표정으로 손을 흔든다.
순애 차......상두야.
은환 (흠칫하며 고개 돌려 본다)
83. #구름 다리 아래
저 앞으로 상두, 걸어오고 있다. 사복 차림이다....씩씩하고 밝은 표정.
84. #구름다리
은환, 가슴이 먹먹해진다.....환하게 웃는.
85. #구름다리 아래
상두, 순애를 향해 “안녕하세요, 선생님!” 인사하고, 은환을 향해서도 “안녕하세요, 선생님!” 밝게 인사하고 고개 드는데....
ENDING
old/old_scrapbook 2003. 11. 1. 13:24
1. #고수부지
은환, 짱가와 함께 비를 피해 서 있다.
은환, 핸드폰을 한다....핸드폰이 꺼져 있다는 안내음만 들린다.
상두가 오는지 뒤를 다시 돌아보는 은환.
2. #병원 현관
병원밖으로 비가 내리고 있고.
상두, 힘이 쑥 빠져 털레털레 걸어나오는데....문득 은환과의 약속이 생각난다.
은환(E) 너한테 꼭 만나게 해주고 싶은 사람이...아니 동물이 있어....고수부지루 일곱시까지 나와. 바빠두 딱 한시간만 내.
상두, 시계를 보면 9시가 가까워 오고 있다. 상두, 뛰기 시작한다.
3. #고수부지
바들바들 떨던 은환, 짱가를 안고 벌떡 일어선다.
은환 나쁜 놈.....
4. #고수부지 일각
죽을 힘을 다해 빗속을 뛰어오고 있는 상두.
5. #일각
은환, 옷 안에 짱가를 집어 넣어 꼭 감싸안고 빗길을 걸어간다.
6. #고수부지 (은환 있던 곳)
상두, 숨이 턱에 닿아 뛰어와 은환을 찾으며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은환은 없다. 상두, 온 몸에 힘이 쫙 빠져 나가는듯한 허탈감을 느낀다.
상두 (허탈감에 기운 빠져 있다가 있는 힘을 다해 소리치는) 은환아!! 채은환!!...은환아 아!!
상두의 애절한 목소리가 가을 비가 쏟아지는 칠흑같은 강물위로 흩어진다. F.O.
7. #골목(새벽)
비는 그쳤지만, 젖어 있는 도로.
얼굴에 땀이 가득한 상두, 열심히 뛰며 신문을 돌리고 있다....힘빠지고 지친 기색 역력하다. 갑자기 들고 있던 신문을 홱 팽개친다....내 뜻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든 것들에 신경질이 난다.
상두, 떨어져 흩어진 신문들을 멍하니 보다가....이럴 때가 아니지...다시 주섬주섬 집 어 들고는 다시 이 앙물고 뛰며 신문을 돌린다.
8. #보리 병실복도
상두, 조심스럽게 와서 보리 병실안을 들여다 본다.
세라, 보리에게 밥을 먹이고 있다. 세라와 보리, 죽었던 딸과 엄마가 살아 돌아온 것처럼 정겨운 모습으로 서로 마주보며 웃음이 그칠 줄을 모른다.
쓸쓸하게 바라보는 상두.
9. #보리 병실
이때, 보리, 밥 먹다가 창밖에서 자신을 보고 있는 상두와 시선을 마주친다.
10. #병실 복도
상두, 보리와 시선을 마주치자 얼른 애교스런 표정 지으며 손으로 재밌는 얼굴 표정(배트맨이나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떼면 다양한 표정이 나오는)을 만들어 보이 며 보리의 환심을 사려한다.
11. #보리 병실
보리,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상두를 찢어지게 흘겨보다가 홱 고개 돌리며 상두를 외면한다.
세라, 상두를 미안한 표정으로 보고.
12. #병실복도
상두, 다시 힘이 쑥 빠져 푸우 한숨 내뱉는다.
13. #은환 학교 뒷길
학생들 이미 등교를 끝낸 시간이다.
두 세명의 학생들, “어떡해? 지각이야!” 하며 사력을 다해 달려간다.
그들 뒤로 은환이 걸어오고 있다. 은환의 얼굴, 병색이 완연해서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추운 듯 몸을 잔뜩 웅크리고 있다. 얼굴엔 식은 땀이 가득하다. 지독한 감기 몸살에 걸렸다.
은환, 한 발짝 두 발짝 힘겹게 발걸음 옮겨가는데....누군가 자신을 따라오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은환, 걸음을 딱 멈춘다. 따라오던 운동화 발도 걸음을 딱 멈춘다.
은환, 다시 발걸음 떼서 가면 뒤따라오던 운동화 발도 걸음을 뗀다.
은환, 다시 걸음을 멈춘다. 운동화 발도 걸음을 멈춘다....운동화 발, 상두다.
은환 (돌아보지도 않고 딱 멈추고 서 있는데)
상두 (가슴 저리게 미안하지만...오바하는) 선생님두 지각하셨어요? 이상하게 오늘따라 저 두 지각이 하구 싶던데.
은환 (기침이 나오려는 입을 손으로 가리고....돌아보지 않는)
상두 (은환의 뒤통수만 보며) 우리는 참 통하는 게 많아요, 그쵸?
은환 (다시 걸음을 떼서 간다)
상두 (졸졸 따라온다)
은환 (걸음을 다시 멈춘다...)
상두 ...깜박 잠이 들어 버렸어.
은환 (기침이 나오려는 입을 가리며 그대로 앞을 보며 서 있는)
상두 깨나보니까...어떻게 오늘 아침일 수가 있냐?.....진짜 미안하다. 많이 기다렸어?
은환 (나오려는 기침을 삼키며, 얼굴 보여주지 않은 채....몹시 힘겹지만, 담담하게 말하 는) 옛날에 갑돌이랑 갑순이가 살았대.
상두 .....(흐응 웃고) 갑자기 웬 갑돌이 갑순이?
은환 (들은 체도 않고) 갑순이랑 갑돌이는 서로 사랑했지만, 두 사람은 늘 어긋나기만 했 대.
상두 ......
은환 갑돌이가 다가오면 갑순이가 튕기구, 갑순이가 다가가면 갑돌이가 온갖 유세를 다 떨며 튕겼대.
상두 (은환이 무슨 이야길 하려는지 안다) 난 갑돌이가 아니구, 상두야.
은환 그래서, 갑순이는 그래, 다 때려 치우자! 치사해서 못하겠다, 관두자, 관둬!....그러구 갑돌이랑 다신 상종도 안 했대.....끝! (기침이 나올거 같자, 그대로 걸음을 빨리 해 서 가 버린다....병색이 더욱 짙어진다.)
상두 (은환이 아픈 줄도 모르고....황당하고 쓸쓸한 표정으로 서 있는)
이때, 두 사람을 지켜보는 어떤 시선....교장이다.
14. #교정 잔디밭(오르막 끝에 있는)
점심시간이다.
상두, 교장과 나란히 앉아서 햄버그 먹으며 슬리퍼에 구슬을 달고 있다. 상두, 힘이 쭉 빠져 있다.
교장 (상두를 흘끗 보고) 딸이 있나?
상두 (잠깐 멈칫하다가) ....네.
교장 현미라는 애가 딸이래?
상두 네?
교장 어제 그 아가씨가 말한 현미가....딸이래?
상두 (작게 한숨 내뱉고 구슬 꿰며) 현미가 아니구, 보리요.
교장 맞어. 뭔가 곡식 이름인 거 같긴 했는데, 보리구만.....영어로 이름을 쓰면 보리찬가, 그럼?
상두 ....(계속 구슬꿰며, 시큰둥) 남의 딸 이름 갖구 놀리지 마세요....국어사전 한달동안 뒤져가며 지은 거예요, 그래두.
교장 몇살인데?
상두 ...일곱 살요.
교장 스무살에 애 아비가 됐어, 그럼? 일찍부터 까졌었구만.
상두 .......
교장 그래두 착하네. 그런 상황이 되면 도망가는 놈들이 99프론데, 책임도 질 줄 알구! 착하네?
상두 (시큰둥) 착할게 없어 그런 게 착해요?....저, 안 착해요.
교장 (피식 웃고) 애 엄마는?
상두 걔, 엄마 없어요....제가 우유도 먹이구, 기저귀도 갈구, 목욕도 시키구, 돌 잔치두 하 구, 말두 가르치구....우리 보리 제가 다 키웠어요.
교장 (빙긋히 웃으며) 낳은 사람은 있을 거 아니래?
상두 낳기두 제가 낳았어요!
교장 (어이없다는 듯 웃는)
상두 (다시 일을 하는) 제가 배 불러서 제가 낳았어요, 우리 보리.
교장 (빙긋히 웃다가 다시 일하며) 채 은환 선생하구는 처음부터 아는 사이래?
상두 (흠칫 보는)
교장 (일을 하며) 수위로 들어오구, 다시 학생으로 들어온 것두 채 선생 때문이래?
상두 (당황해서 바늘에 손을 찔리고 만다.)
이때, 아랫 길로 혼절한 은환을 들춰업은 창호, 뛰어가고, 그 뒤를 지환이 따라 뛰 어간다.
지환 예, 매형! 지금 우리 선생님이 누나 업구 가구 계세요...
교장 (구슬을 달다가 문득 시선을 든다) 저거...채은환 선생 아니래?...박 선생!
창호, 걸음을 멈추고, 소리나는 쪽을 본다. 지환도 교장과 상두가 있는 쪽을 보고.
상두 (그제야 고개 들어 보다가 놀라는)
교장 무슨 일이래요? 채 선생 왜 그래?
창호 예, 심한 감기 몸살 같은데....식은 땀을 흘리면서 교무실에서 쓰러졌습니다.
상두 (눈빛이 무섭게 흔들리는)
지환 (서늘한 표정으로 상두를 보고)
교장 안색이 안 좋더니 기어이 쓰러졌구만...병원으로 가요, 그래서?
창호 예.
상두 (가슴이 콱 막혀오는 것 같다)
교장 가 보시래요, 그럼....어서 빨리 가봐요.
창호, 지환과 함께 교장에게 인사하고, 뛰기 시작한다.
상두의 시선에 병색이 완연해서 혼절해 있는 은환이 따갑게 들어오다...서서히 멀어 진다.
교장 (걱정이 돼서) 어제 저녁에 우산도 없이 집 앞에 나갔다가 비를 많이 맞은 모양이 래요....요즘 독감이 무섭다구 그러던데....가뜩이나 몸두 약한 사람이 큰일은 없어야 될텐데...
상두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15. #은환반 교실
상두, 멍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수창과 택구, 성길들 학생들, 교탁 앞에 나가 장기 자랑을 하며 반 아이들을 웃기고 있지만, 상두는 넋 나간 사람같다.
희서도 안 좋은 일이 있는 듯 눈물이 그렁한 표정으로 책상에 엎드려 있다.
이때, 교실문 열리고, 순애, 들어온다.
수창등 학생들, 우르르 자리로 와서 앉고.
반장, 차렷! 경례!하고.
순애 채 은환 선생님이 병원에 가셔서 내가 대신 종례에 들어왔어....특별한 전달 사항은 없구, 급식 의견서 쓴 거 반장한테 제출하구...
진진 (손을 들며) 저희 선생님 어느 병원에 입원하셨어요?
순애 **병원이라 그러는 거 같던데?
수창 우리 싸부님이 의사로 계시는 병원이네, 그럼?
상두 (표정이 얼핏 굳고)
수창 그럼 병원비도 안 내구 좋겠다.
택구 무식한 놈아...그렇다구 병원비를 안 내냐?
성길 내냐, 그럼? 와이프나 마찬가진데.
수창 낼걸? 그래두 자기 병원이 아닌데...
삼총사, 만원빵하며 내기를 하고....진진과 미영, 수창등도 동참하며 분위기가 소란스 러워진다.
순애 (탁자를 탕탕 두드리며) 조용히 해! 다들 제자리에 앉어!!
아이들, “잠깐만요!”하며 들은 체도 않고, 편을 갈라서 논쟁을 벌인다.
순애 (버럭) 조용히 못해!! 여기가 돛대기 시장인 줄 알어?!!..(빽 소리 지르는) 선생이 물 로 보여!!
아이들, 순애의 고함소리에 흠칫하며 제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순애 나하구 한번 해보자는 거야, 지금!! (식식거리며 화를 가라앉히지 못해 어쩔 줄 몰 라하다가 문득 상두의 존재의 의식한다)
상두 (멍하니 허탈감에 빠져 있다)
순애 (얼른 다시 교양 있는 표정 지으며) 음...그러니까...논쟁하고 있는 요지가 뭐지? 니 네 담임 선생님께서 남자 친구 병원에 가면 병원비를 내나 안 내나 그게 궁금한거 니, 니들?
상두 (순애에게 인사하고 그대로 가방 들고 밖으로 나간다)
순애 차...상두야!
16. #학교 뒷길
상두, 복잡한 표정으로 걸음을 옮겨간다.
교장(E) 어제 저녁에 우산도 없이 집 앞에 나갔다가 비를 많이 맞은 모양이래요.
상두, 걸음을 재촉해서 간다.
17. #은환병실
링거를 꽂고 누운 은환, 잠꼬대처럼 “짱가야...짱가야....”부른다.
민석과 심란, 은환의 곁을 지키고 있다.
심란 그 놈에 짱가, 짱가....날을 잡아갖구 기어이 그 놈을 잡아 먹어 버리구 말거야, 내 가....개 새끼 걱정말구, 니 걱정이나 해, 이 년아.
민석 은환이한텐 짱가가 참 각별할 거 같애요.
심란 각별한 정도가 아니라, 어떨땐 밥두 한 상에서 같이 먹는다, 쟤?...옛날에 남해서 나 곗돈 떼 먹구 도망 올때두 지 책가방은 내 버리구 와두 짱가는 꼭 껴안구 왔잖아.
민석 (피식 웃으며) 강아지두 키우다 보면 식구처럼 정이 들잖아요.
심란 우리가 키우던 개두 아냐....우리 고향 동네 상둔가 상군가 하는 머시매가 키우 던 개 를 지 에미서부터 대를 이어 키웠잖어.. 강아지 나라가 있으면 대통령 감이야, 저 년은.
민석 (흠칫....상두라구?)
심란 저기, 나...화장실 좀 갔다 올테니까, 은환이 좀 지켜라.
민석 ....네.
심란 (문을 열고 나가며) 바쁘면 가 보구....(문 닫힌다)
민석 (은환을 씁쓸하게 본다....너한텐 모든 게 다 상두로 연결되어 있구나....근데, 니넨 안돼.....미안하지만, 안돼.)
잠시후, 은환, “짱가야!!” 부르며 번쩍 눈을 뜬다.
민석 정신이 들어?
은환 ....민석씨.
민석 어머니가 죽 끓여 오셨어. 죽 먹구, 약 먹자.
은환 ....잠깐만.....(핸드폰 꺼내서 집으로 전화를 해 본다)
민석 .....
은환 아줌마....은환인데요.....짱가 어떻게 됐나 싶어서요...아침에 나올 때 막 피똥두 싸구 되게 아팠었는데...(놀라며) 폐렴이요?....지금 어느 병원에 있는데요?...네, 아줌마.
은환, 다시 안색이 창백해져서 침대에서 내려오다가 극심한 현기증 느낀다.
민석, 은환을 잡으며.
민석 누워 있어, 너 지금 절대루 안정해야 돼.
은환 ...잠깐만 민석씨....나 잠깐만 갔다 오께. (이 앙물고 힘겨움 참으며 나가려는데)
민석 (결국, 버럭) 짱가는 그냥 개야! 차상두가 아냐!!
은환 (흠칫 놀라며 돌아본다)
민석 차상두가 아니라구......가지마! 나한텐 그 따위 강아지보다 니가 중요해!
은환 (눈물이 그렁해진다)....짱가, 나 때문에 그래....내가 비오는데 데꾸 나가서...나 때 문에 폐렴에 걸리구 아파, 지금.
민석 (답답한) 은환아.
은환 (민석을 보다가 문 열고 나가버린다)
18. #병원 로비
은환, 힘겹게 걸어온다.
19. #병원 현관앞
은환, 택시를 기다리고 섰는데, 택시가 쉽게 잡히지 않는다.
극심한 현기증에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주저앉는 은환.
민석, 뛰어와서 서며.
민석 이 몸으루 어딜 가?...죽구 싶어, 너?...(은환을 부축해 일으키며) 들어가자!
은환 (민석의 손을 뿌리치며) 나 줌 그냥 놔둬, 민석씨....제발.
민석 ....차라리 다른 놈 찾아!
은환 (당황한 표정으로 보는)
민석 차상두만 아니라면 어떤 놈이든지 너 보내주께. 대한 민국에 남자 많잖아.
은환 민석씨!
민석 차상둔 안돼! 그 자식은 절대루 안돼!
은환 (눈물이 그렁해지는)
민석 내가 싫으면 다른 놈 찾아! 차 상두 말구 다른 놈.
은환 .....
민석 ....그럼, 얼마든지 보내주께....보내 줄 수 있어.
은환 .......(얼굴을 감싸고 무너지듯 주저 앉는다)
카메라, 두 사람을 스쳐 PAN하면 기둥 뒤에 몸을 숨기고 서 있는 상두.
상두 (저 자식이 정말...어이없는 웃음이 나오다....한 순간 싸늘해지는 표정)
그렇게 주저앉아 있고, 서 있는 세 사람의 모습, 한 화면에 잡힌다.
20. #보리 병실 복도
심란, 살그머니 보리 병실쪽으로 와서 보리 병실안을 들여다 본다.
보리의 모습, 보이지 않는다...심란, 얘가 어딜 갔나 갸웃하는데.
이때, 세라, 보리와 함께 다정하게 손을 잡고 오다가 잠깐 걸음 멈추고 보리 보며.
세라 나중에 아빠한테 “아빠! 엄마랑 결혼해서 우리 세 식구 오손도손 잘 살아요” 꼭 그 렇게 말해, 알았지?
보리 (고개 끄덕이며) 응.
세라 (문득 심란을 발견하고 눈가에 경련이 인다)
보리 어? 족발 아줌마다!....족발 아줌마!!
심란 (그 소리에 환하게 웃으며 고개 돌려보다가 세라를 보고는 표정이 일그러진다)
세라 어떻게 여기까지 찾아오셨네, 아줌마?....아줌마가 안 오면 내가 청구서 들고 찾아 갈라 그랬는데....
심란 (한 마디 퍼부으려다 이를 앙물고 참으며) 애도 있는데, 우리 어른들이 자꾸 나쁜 모습 보여주구 그럼 쓰겠냐? 애 교육에도 안 좋으니까, 건드리지 말구 잠깐 서루 참자, 응?....(보리 보고 자상하게 웃어주며) 보리, 그동안 어디 아팠어? 안 본새 안 색이 많이 안 좋아졌네?
세라 (어이가 없다는 듯 콧방귀 뀌며) 아이구, 자상도 하셔라....언제부터 애 교육에 그렇 게 관심이 많으셨어요?
심란 (밉게 흘겨보며, 이 앙물고) 건드리지 말자구 그랬다?
세라 남의 자식은 그렇게 끔찍히 생각하시는 분이 자기 자식은 왜 그렇게 팽개치셨을까?
심란 (참다 못해) 팽개치다니! 너 내가 우리 은환이 지환이 어떻게 키웠는지 봤어? 걔들,
엇다 내 놔두 누구한테 갖다대두 안 부끄럽게, 안 꿀리게 키웠어, 이거 왜 이래!.... 너 같은 년 보다 백배 천배는 잘나구 훌륭한 애들이야, 알어?!!
세라 (원망스런 표정으로 보다가...눈물이 울컥 난다) ....
심란 (세라 눈에 맺힌 눈물을 보고 당황하는) 야!
세라 (얼른 눈물 훔치며 이 앙물고) 아, 그러세요? 정말 대단하시네요, 존경스럽네요, 아 주머니.
심란 너 왜 울어? 나, 너 안 때렸다?....또 무슨 어거질 쓰려구 이래, 얘가?
보리 (잔뜩 걱정스런 표정 되어) 엄마...울지 마...울지 마, 엄마!
심란 (엄마?)
세라 (돌아서서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는)
보리 (자기도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엄마아....울지 마...울지 마아.
심란 엄마라니? 이 언니, 니네 옆집 언니 아냐?
보리 (엄마를 울린 심란이 미워서 흘겨보며) 아니예요, 우리 엄마예요. 아줌마 나빠요!!
심란 (잠깐 혼란스럽고)
세라 (심란 보지 않고) 들어가자, 보리야...감기 들겠다....(보리 손을 끌고 병실안으로 들 어가다가 심란을 보고 의미 심장하게 던지는) 같이 죽자더니...살아 계시네요....말짱 하게 잘 살아 계셨네요...(피익 쓰게 웃고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심란 (어안이 벙벙한 표정)
21. #병원 휴게실
심란, 멍한 표정으로 휴게실로 와 앉는다....문득 세라가 했던 말이 가슴을 찌른다.
세라(E) 같이 죽자더니...살아 계시네요....말짱하게 잘 살아계셨네요...
심란, 문득 드는 생각에 벌떡 일어난다. 가슴에 통증이 일며 마음 한켠에 면도칼처 럼 품고 살았던 아픈 기억이 떠오른다.
심란(E) 엄마랑 같이 죽으까? 그럼?
22. #양옥집앞(회상)
그닥 크지 않은 평범한 양옥집.
심란(30대의), 팔란(7)의 손을 끌고 양옥집 앞에 서 있다. 한켠에 짐 가방이 있고.
팔란 (눈물이 그렁해서 잔뜩 두려운 표정으로) 엄마아...
심란 그렇게 엄마랑 같이 있고 싶음....그래, 엄마랑 죽자, 그럼....(팔란의 손을 끌며) 물에 빠져 죽든 약을 먹고 죽든....우리 같이 죽자...가자...(하며 팔란의 손을 끄는데)
팔란 싫어...죽기 싫어...죽기 싫어.
심란 죽기 싫음....여기 니 아빠 집에서 살어....아버지한테 가면 아빠! 제가 아빠 딸 공 팔 란입니다. 아빤 잘 모르시겠지만, 우리 엄마 공심란이가 제가 아빠 딸이라고 얘기했 습니다....그렇게 말하구...(목이 메이지만 무서운 얼굴을 하고) 엄마 말 알아 들었지?
팔란 (훌쩍이며 고개 끄덕인다)
심란 (팔란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그래, 착하다....우리 팔란이 엄마 말두 잘 듣구 참 착 하다.
23. #병원 휴게실
눈에 눈물이 그렁해진 심란, 털석 의자에 주저 앉는다. 그래, 그랬구나...니가 팔란 이었구나....
심란 ...팔란아.....
24. #보리병실 복도
심란, 다급하게 보리 병실쪽으로 와서 병실안을 본다.
보리만 혼자 놀고 있고, 세라는 없다.
그래, 니가 내 손녀구나....젖은 눈으로 애틋하게 보리를 보는.
25. #병원 정원(노을녘)
세라, 자꾸만 흘러내리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하고 손등으로 닦고 있다.
심란, 와서 서며 그런 세라를 맘 아프게 보다가 세라 곁으로 다가와선 세라 옆에 턱 앉는다.
세라 (당황하며 노려보다가 눈물을 닦고)
심란 (울컥하는 마음 누르며) 너, 눈 찢었지?
세라 (어이없다는 듯 노려보는)
심란 코두 세웠지?
세라 ....아줌마!
심란 (눈물이 기어이 목까지 차 오른다) 턱두 깎았냐?
세라 (기분 나쁘다는 듯 벌떡 일어난다)
심란 (갑자기 세라를 때리며 울부짖는) 그러니까, 내가 몰라봤잖아, 이 년아!! 이렇게 몰라보게 이뻐졌는데....이렇게 이쁘게 컸는데....내가 어떻게 널 알아봐, 이 년아!! 어 떻게 알아봐, 내가아아...
세라 (울컥 눈물이 나지만, 싸늘하게) 왜 이래, 아줌마!!
심란 (목이 메인다) 팔란아...
세라 전 팔란이가 아니구 윤세란데요....그리구, 우리 엄만 죽었는데요, 아줌마!
심란 죽을려구 했었어...너, 니 아버지 집에 맡겨놓구 바다에 빠져 죽을려구 기차를 탔 는데...은환이라구 꼭 너만한 기집앨 만났어....어린 게 엄마두 없이 불쌍해서 손을 한번 잡아줬는데....이 년이 끝까지 내 손을 안 놔 주더라구....그래서, 살았어.....단 하루도 맘 편하겐 못 살아봤지만....그래두 모진 목숨, 이렇게 살았어.
세라 (갑자기 악 비명을 지른다)
심란 .....너 하나라두 잘 살라구 그랬어...니 애비가 이사 가 버린 거 몰랐어....너두 자식 낳아 길러 봤으면 에미 심정 알 거 아냐?
세라 몰라! 몰라! 그런 거 몰라, 난!! (휙 돌아서 가 버린다)
심란 .....팔란아. 팔란아.....(흐느껴 운다)
26. #중국집 홀 한켠
씁쓸한 표정의 상두, 한켠에 무 가득 쌓아 놓고 열심히 무 껍질을 벗기고 있다.
만도(E 배달 다녀왔습니다, 언니.
상두, 낯익은 목소리에 고개 들어 보면, 만도, 철가방을 들고 서 있다.
만도 (상두에게 웃으며 아는 체 하고 주방쪽에 대고) 언니! 목련 아파트 103동 103호 탕수육 하나, 짜장 둘, 짬뽕 둘! (상두 옆으로 와서 무 껍질 벗기는 것을 돕는다)
상두 (어이가 없다는 듯 보다가) 어떻게 왔어, 여긴?
만도 니가 이런 죽을 고생을 하는데, 내가 잠이 오냐?....그래, 같이 미친 놈 한번 돼 보 자, 어떻게 되는지...언젠 우리가 제 정신 갖구 살았냐?
상두 곧 죽겠다, 삼촌?...벌써 철이 들어서.
만도 (무우를 베어 물며) 보리 그 기집애 진짜 치사하지 않냐?....니가 절 어떻게 키웠는 데, 지 엄마 나타났다구 엄마한테만 딱 들러붙어갖구 그렇게 안면을 바꿔버리냐?
상두 (무우 껍질만 벗긴다)
만도 속두 좋다...그런 무시 당하구, 무 껍질이나 벗기구 앉아 있고 싶냐, 넌?
상두 보리 죽일거야, 그럼?
만도 지 외할머니가 그렇게 부자래잖냐? 거기 가서 뜯어내.
상두 외할머닌 누가 외할머니야?....보린 내 딸이야! 누구 도움도 안 받아!!
만도 그래, 잘났다, 임마....보리랑 관계 회복 안 할거야, 근데?
상두 .......
만도 내 생각엔....이에는 이, 눈에는 눈, 사기는 사기로 풀어야 된다구 본다.
상두 (보는)
27. #보리 병실
보리, 인형 가지고 놀고 있는데, 이때, 상두, 만도와 함께 들어선다.
만도 보리야, 아빠 왔네.
보리 (상두 보고는 흥!하며 고개 돌려 버리는데)
상두 (갑자기 으윽! 하며 배를 움켜쥐고 보리 침대로 기어 오르며 쓰러져 버린다.)
만도 (상두를 흔들며) 상두야! 상두야아! 왜 그래?!...정신차려! 왜 그래!!
보리 (그제서야 고개 돌려보는)
병실에 있던 희진과 친구도 놀라서 본다.
상두 (숨이 넘어갈듯한 표정 지으며) 보리야....보리야...아빨 용서해라....아빠를...용서해줘.
보리 (놀라서 보는)
만도 (울먹이는 시늉하며) 안돼, 상두야...이대루 가면 안돼.....보리랑 나는 어떻게 살라 구, 자식아....상두야아...
보리 (눈물이 그렁해지는)
상두 (숨이 막힌 듯 괴로운 표정 짓다가 꼴까닥하고 죽는 시늉하는)
보리 (놀라서...얼어붙은)
만도 상두야! 상두야!!....상두야아.....안돼, 죽으면 안돼!...눈 좀 떠봐, 눈 좀 떠 봐, 상두 야, 임마!!
보리 (그대로 말도 못하고 놀란 표정....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상두 (죽은 듯 꼼짝도 않고 있고)
만도 보리야! 니 아빠 죽었나 부다! 니가 아빠 밉다 그러구, 용서를 안해줘서 니 아빠 속 이 상해서 죽었나 부다...
보리 (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아빠...(상두를 흔들며) 아빠아....아빠아....(만도 보며) 할아버 지! 아빠 살려주세요! 우리 아빠 살려주세요!!
만도 너 아빠 되게 미워했잖아...잘 죽었지 뭐.
보리 아니예요, 안 미워해요. 우리 아빠 살려주세요.
만도 니 아빠를 살릴래면 딱 한가지 방법이 있긴 있는데...(타령조로) 있긴 있는데에....
보리 (훌쩍이고 울며) 그게 뭔데요?
만도 그게 뭐냐며느은....보리 니가 아빠! 내가 용서해줄테니까 어서 살아나세요, 그러구 아빠한테다 뽀뽀를 쪽 해주면 돼.
희진 (옆에서 자기도 눈물이 그렁해 보고 있다가) 잠자는 숲속의 공주처럼요?
만도 그렇지, 희진이 똑똑하네.
보리 (덥석 못 나서고 훌쩍이며 상두를 본다)
희진 보리야. 어서 니네 아빠 용서해줘!
보리 .....아빠! 내가 용서해줄테니까 어서 살아 나세요...(하고 상두의 뺨에 쪽 뽀뽀를 한 다)
상두 (잠시후 눈을 번쩍 뜨고 보리를 향해 웃는다.) 차 보리!
보리 아빠....
희진이와 병동 친구들, 같이 좋아서 박수를 친다. 만도도 박수 치고.
상두, 보리를 꼭 껴안는다.
보리 내가 잘못했어, 아빠...죽지마...절대루 죽지 마, 인제.
상두 알았어, 안 죽으께....우리 보릴 두구 아빠가 왜 죽냐? (보리에게 뽀뽀 해주고 다시 껴안는다.) 걱정마. 죽어두 안 죽으께....죽어두 안 죽구, 우리 보리랑 천년 만년 행 복하게 살거야, 아빤.
28. #은환 병실
환자복 차림의 은환, 창밖을 보며 서 있다가 답답한 듯 옷을 벗고 나가려고 단추를 푸는데, 문득 민석의 말이 떠오른다.
민석(E) 아무데두 나가지 말구, 아무 생각두 하지 말구 오늘 하루만 여기서 쉬어.
은환, 두 번째 단추를 풀려는데 다시 떠오르는 민석의 말.
민석(E) 강요가 아니구, 부탁이야....나두 방해 안하께.
은환, 풀었던 단추를 다시 잠근다.
이때, 핸드폰 울린다.
은환, 발신자 번호를 확인하고 받는다.
은환 응, 지환아....괜찮아, 많이 좋아졌어.....(흠칫하다가) 아픈 누나한테 그런 장난이 치구 싶니, 넌?...나가면 너 죽었....(하다가) 너 지금 나한테 그 말을 믿으라는 거야?....
(버럭) 짱가가 죽었단 말을 나한테 믿으라는 거야, 지금!!....(눈물이 그렁해져) 짱가 가 왜 죽어!! 아침까지만 해두 나한테 눈 맞추구 꼬리치구 그랬어!!....짱가가 왜 죽 어.....
29. #병원 로비
상두, 자장가 불러 주며 보리를 업어 재우고 있다. 보리, 상두와 다시 친밀해져서 상두 등에 딱 달라 붙어 미소 짓고 있다.
이때, 상두 뒤로 환자복을 그대로 입은 채 나타나는 은환....상두를 몰라보고 상두를 스쳐서 달려 나간다. 충격으로 정신이 반쯤은 나간 사람같다.
상두도 은환을 몰라보고, 보리는 은환을 알아보고, 긴가민가 고개 갸웃한다.
30. #동물 병원
환자복 차림의 은환, 들어선다. 지환, 걱정스런 표정으로 서 있다.
은환의 시선에 테이블 위에 흰천에 덮여진 물체가 들어온다.
지환 누나아....
은환, 흰 천을 걷어내 본다. 짱가다...짱가, 마치 깊은 잠에 빠져 있는 것처럼 보 인다.
은환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담담하게) 짱가야...누나 왔어..
은환, 담담한 표정으로 짱가를 들어 품안에 안는다.
31. #보리 병실
은은한 조명등만 켜진 병실....아이들 모두 잠들어 있다.
상두, 간이 침대에 걸터 앉아 보리를 다독이며 재우고 있다....보리, 잠이 들었다.
이때, 상두의 핸드폰 진동으로 울린다.
상두, 핸드폰 들어 발신자를 확인한다. “채은환”이라고 떠 있다.
상두의 얼굴 가득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 예스!
상두, 아무 말 없이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댄다.
32. #골목
수은등 아래 좁은 골목길....은환, 담벼락에 기대 주저 앉아 있다.
핸드폰을 귀에 댄 채...아무 말 없이.....참았던 눈물이 흐른다....혹시 소리라도 새어 나올까봐 이를 앙물고 참는다.
33. # 병원 정원 벤치
수은등이 따뜻하게 밝혀진 정원.
상두, 핸드폰을 귀에 댄 채 벤치로 와 눕는다.....얼굴엔 미소가 한 가득이다.
34. #골목
은환, 그 자세로 핸드폰만 귀에 대고 있다...울음이 새어 나오려 하자 손바닥으로 입 을 가린다.
35. # 병원 정원 벤치
핸드폰을 귀에 댄 상두, 벌떡 일어나 앉는다....얼굴 가득 스물스물 피어오르는 웃음 을 참지 못해 손바닥으로 입을 때리고 뺨을 꼬집는다. 그래도 좋아서 죽겠다.
36. #골목
은환, 쏟아지는 울음을 손바닥으로 막고 있다가....울음이 계속 새어 나오자 핸드폰 을 닫아 버린다.
37. # 병원 정원 벤치
상두, 헤죽거리며 웃고 있는데, 저 편에서 뚜뚜...하며 전화 끊기는 소리가 난다.
기집애 내숭은...상두, 마냥 좋아서 핸드폰에 쪽 입맞추고, 혼자서 어깨 춤도 추고, 골 세러머니 모션도 취해 본다.
달 밤에 체조하는 것도 아니고....모르는 사람이 보면 꼭 미친 놈 같다.
은환(E) 짱가가 죽었어, 상두야.
38. #골목
은환, 핸드폰을 가슴에 꼭 껴안은 채, 슬프게 중얼거린다.
은환 ....나 때문에....내가 죽였어.....건강하게 잘 키워 갖구....너한테 자랑하구 싶었는데.... 우리 짱가가 얼마나 이쁜지 너한테 꼭 보여주고 싶었는데....(울음이 다시 복받친다)
나한텐 짱가가 너 였어, 상두야...미안해. 미안해...
가로등 불빛이 처량하고 쓸쓸하다....F.O.
39. #민석 병원 외경(아침)
40. #은환 병실
텅 비어 있는 은환 병실. 노크소리 들린다.
민석, 문 열고 들어왔다가 은환이 없는 것을 보고 실망하는....
41. #화장실
민석, 심난한 표정으로 변기앞으로 와 선다. 이때, 민석 옆 변기로 와 서는 상두.
민석, 누가 왔는지도 모르고, 앞만 보고 있는데.
상두 샘!
민석 (고개 돌리다 상두를 보고 표정이 더욱 굳는)
상두 (씨익 웃으며) 식사 하셨어요?
민석 (몹시 못마땅하다)
42. #구내 식당
상두와 민석, 갈비탕 놓고 앉아 있다. 상두, 살 붙은 갈비 하나를 민석의 그릇에다 옮겨주며.
상두 어우, 왕건이다....드세요, 샘.
민석 도루 갖구 가, 안 먹어.
상두 드세요....큰 맘 먹구 선심 쓰는 건데....
민석 (버럭) 안 먹는다잖아!!
상두 정말 성질 지랄같네....(도로 가져 와 뜯어 먹으며) 옛날에 우리 삼촌하구는 이거 한 대 갖구 살인 사건 날 뻔 했는데....
민석 (못마땅하게 노려보다가 모래알 씹듯 밥을 먹는...숟가락으로 밥을 뜨는데)
상두 (숟가락위에 얼른 반찬을 하나 올려놔 준다)
민석 (노려보며) 갖구 가.
상두 드세요.
민석 (이를 앙물고) 갖구 가.
상두 아, 짜식 진짜....좀 처 먹어라! 못 먹을 거 주냐, 내가?
민석 (숟가락 탁 엎어버리고 벌떡 일어선다)
상두 알았어...안 건드리께...조용히 먹으께....농부 아저씨 피땀을 생각해서라두 밥은 다 먹 어야지.
민석 (하는 수 없이 다시 앉아 밥을 먹기 시작한다)
상두 ......밥만 먹냐? 반찬두 먹지.
민석 (이 자식이 정말...눈을 부라려 보이는)
상두 (깨갱하며 자기 밥만 떠 먹는데)
민석 (우걱우걱 반찬만 먹는다.)
상두 ...반찬만 먹으랬다구 반찬만 먹냐? ...(흐흐 웃으며) 너 진짜 단순하다?
민석 (벌떡 일어서며) 너 다 먹어! 내 꺼까지 니가 다 먹어!! (그대로 나가 버린다)
상두 (진심이다) 이게 아닌데....잘 해 줄라구 데꾸 왔는데....아, 왜 이러지, 난?
43. #은환집 마당
은환, 짱가가 있던 개 집앞에 멍하니 쪼그리고 앉아 있다. 짱가가 먹던 개밥 그릇을 손으로 툭툭 친다. 짱가가 먹던 뼈다귀가 개 밥그릇 안에서 달그락 소리를 낸다.
심란 역시 한쪽 의자에 앉아 콩나물을 다듬고 있지만, 정신은 딴 데 가 있는 사람 마냥 멍하다.
누룽지를 입에 문 지환, “예, 개교 기념일이라 학교 안가요, 매형!” 핸드폰 하며 나온다. 은환과 심란을 심난한 표정으로 번갈아 보는.
지환 우리집 여자들 지금 완전히 맛이 가가지구요....이 집 가장이 밥을 먹는지 누룽지 를 긁어 먹는지 신경도 안 써요.
은환 .....
심란 .....
지환 예, 누나 어제 새벽에 들어왔던데요?
은환 (멍하니 앉아 있는 위로)
지환(E) (아무렇지도 않게) 참, 매형! 우리 짱가 어젯 밤에 죽었어요.
44. #휴게실 (창이 있고, 자판기 있는)
핸드폰하고 있던 민석, 당황하고 놀랐다.
민석 뭐?....짱가가...죽었다구?
이때, 민석 얼굴 옆으로 닿을 듯이 들어오는 얼굴....상두다.
상두 말두 안돼. 짱가는 안 죽어. 로보트가 어떻게 죽냐?
민석 (당혹스런 표정, 핸드폰 얼른 닫는)
상두 (노래를 부르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짜짜짜짜 짜짱가 엄청난 기 운이....나는 세상에 모든 로보트 중에서 짱가가 제일 멋있어. 미사일 주먹 하나 없 으면서두 무식하게 싸워갖구 결국은 이기잖아.
민석 .....
상두 예전에 우리 집에 개를 한 마리 키웠는데, 걔 이름두 짱가라구 지었잖아, 그래서.
민석 (보다가 가려는데)
상두 (민석앞으로 초코파이와 우유를 내민다) 우리 보리 먹는 거 슬쩍 해 왔거든...드세 요, 식사도 제대루 못하셨는데.
민석 차 상두!
상두 ......
민석 나두 예전엔 사랑을 믿었어....사랑만 있음 모든 게 다 해결될 수 있다구 그렇게 생 각했던 적이 있어, 나두.
상두 아, 또 잘난 척 시작하시네....어우, 골이야...
민석 근데 이젠 사랑을 믿지 않아.....사랑만 갖군 어쩔 수 없는 일들이 세상엔 너무도 많 거든.
상두 아, 이젠 치통, 관절통까지 온다.
민석 그래두 사랑을 믿는다면....사랑이 있다구 생각한다면....여기서 그만 둬.
상두 으윽...나 아무래두 암 걸린 거 같애.
민석 여기서 그쳐. 더 상처입구 다치기 전에 니가 그만 가....그게 사랑이야. (보다가 걸어 가는데)
상두 쥐약이라두 먹구 죽어버리자!
민석 (피식 웃으며 걸음을 멈춘다)
상두 그 생각을 사백 번쯤 했어.
민석 ......
상두 뛰어내려 죽을라구 한강 다리를 오백번두 넘게 갔어.
민석 ......
상두 근데, 그때마다 누가 내 팔을 잡구 발목을 잡더라?
민석 .....
상두 은환이랑 보리였어.
민석 ......(돌아서서 상두를 보는)
상두 나한텐 그게 사랑이야.
민석 (서늘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상두 (웃음 머금고) 날 구백 번도 넘게 살려줬는데....뭐 지금 와서 날 죽인다 그래두....기 쁘게 죽을 수 있을 거 같애, 난.
민석 ......
상두 상처입구 다치는거 무섭지 않어....(강하게 고개 저으며) 그런 거 두렵지 않어.
....미안하다.
45. #고수부지(낮)
상두, 한강물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
이때, 누군가 상두의 눈을 가린다. 상두, 손을 떼내고 돌아보면 은환이 환하게 웃으 며 서 있다.
은환 (환한 표정) 오래 기다렸어?
상두 아니....몸은 좀 괜찮아?
은환 (상두 옆으로 와서 앉는다) 그럼....깨끗이 나았지.
상두 (은환을 애틋하게 보다가....) 만나게 해주고 싶은 사람인지 동물인지 있다며?
은환 으응....담에...담에 만나게 해주께....강물 보니까 우리 고향 바다 생각난다, 그치?
상두 (웃으며 고개 끄덕이는)
은환 (상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상두 .....(흠칫)
은환 ....앞으론 절대루 안 삐지께.
상두 .....
은환 니가 날 암만 기다리게 해두 화 안 낼거야.
상두 ......
은환 니가 암만 뺀질대구 내 속을 긁어두 다 이해하께.
상두 ......
은환 삐지지 말자, 화내지 말자, 싸우지 말자.....인생이 얼마나 길다구...시간이 아깝잖아.
상두 ......내가 어떤 놈이어두 정말 실망 안할래?
은환 응?
상두 아냐....(벌떡 일어서며) 오늘은 니가 선생님이 아니니까 너무 좋다구.
은환 (환하게 웃는)
46. #고수부지길
즐겁게 이인용 자전거를 타는 상두와 은환.
47. #다른 길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 상두와 은환.
은환, 서툴게 타다가 넘어지면 상두가 다가가 일으켜 주며 함께 넘어지고.
48. #보리 병실 복도
세라, 걸어와서 병실 안을 본다. 심란이 보리 옷과 장난감을 사들고 와서 이것저것 보여주고 있다. 보리 입이 함지박만하게 벌어져 좋아하는....다정한 할머니와 손녀의 모습.
49. #고수부지
꼬맹이들 일곱명쯤과 닭싸움을 하는 상두.
은환, 열심히 상두를 응원하고.
50. #병원 정원
심란, 보리를 업어 재우고 있다....멀찍이서 그런 심란을 지켜보는 세라.
심란, 고개를 돌리다가 문득 세라와 눈이 마주친다....세라를 향해 멋쩍고 미안하게 웃어 보이는 심란.
세라, 그런 심란을 외면하다가 다시 심란을 본다.
그때까지 계속 세라를 보고 있었던 심란과 다시 시선을 마주치는 세라.
세라, 서늘하고 굳은 표정이지만, 더 이상 심란을 외면하지 않는다.
심란, 그런 세라에게 고맙다는 듯 웃어준다.
51. #고수부지 농구코트 (노을녘)
은환과 상두, 일대일 농구하고 있다....상두의 일방적인 득점....은환, 기를 쓰고 이기 려 하나 쉽지가 않다. 은환, 식식거리고....장난 끼 가득한 상두, 봐준다는 듯 뒷짐을 지고 넣으라며 고개 짓한다.
은환, 에이...믿기지 않는다는 듯 보다가 그래두 혹시...공을 들고 골대에 넣으려고 하는데, 상두, 잽싸게 달려와 은환을 잡으며 공을 나꿔 채려 한다.
그 바람에 은환, 바닥으로 넘어지고, 상두도 은환의 위로 넘어진다.
은환, 당황한 표정 지으며 일어나려하는데, 상두, 은환의 어깨를 잡는다.
상두 .....난 이기적인 놈이야.
은환 .....
상두 그래서, 나 밖에 몰라...내 감정밖에 생각 안해.
은환 .....(눈물이 그렁해지는)
상두 나 때문에 니가 상처입구 다쳐두....몰라! 난 이기적인 놈이니까.
은환 ....
상두 피하구 싶음 니가 피해......난....
은환 (눈을 감는다...눈물이 한방울 볼을 타고 흐른다.)
상두, 보다가 은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가져다 댄다. 상두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른다.
상두와 은환, 두 사람의 따뜻하고 애틋한 입맞춤.
어느새 땅거미가 지고, 어둠이 서서히 내려 앉고 있다. F.O.
52. # 은환집 외경 (깊은 밤)
53. # 은환방
시계, 새벽 4시를 가리키고 있다.
은환, 침대에 앉아 슬리퍼에 구슬을 달고 있다(상두가 하던)...하품이 나오지만, 졸음 을 참아가며 바늘에도 자주 찔리고 서툰 솜씨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
54. # 수산시장
동트기전 분주한 수산 시장의 모습....경매를 하는 사람들, 상인들의 모습으로 분주 하다. 그들 사이로 열심히 생선 궤짝을 나르는 상두의 모습 보인다.
이마에 땀 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55. # 은환방
시계, 6시 30분을 넘어서고 있다. 커튼 사이로 새벽의 여명이 새어 들어온다.
슬리퍼와 바늘을 양 손에 쥐고 졸고 있는 은환....바늘에 찔리듯이 위태롭다...결국, 이마에 바늘을 찔린 은환, 화들짝 깨어났다가 다시 정신 차리고 슬리퍼에 구슬을 단다.
56. # 골목길(새벽)
상두, 열심히 뛰어다니며 신문 배달을 하고, 있다.....코피가 흐른다.
상두, 잠깐 걸음 멈추고 신문지를 찢어 말아서 흐르는 코피를 막고, 다시 열심히 뛰 기 시작한다.
57. #은환 학교 외경 (낮)
은환(E) (졸린 목소리) 다음 시간에 65페이지 6번 문제부터 푼다. 점심 맛있게 먹어.
58. #수돗가
상두, 몹시 졸린 얼굴로 나와 세수를 한다.
희서(E) 내가 엄말 왜 이해해? 바람나서 자식 버리구 간 엄말 내가 왜 이해 해야 되는데?
상두, 어디서 나는 소린가 두리번거리다 밖을 본다.
희서, 수돗가밖 벤치에 앉아 울먹거리며 전화 받고 있다.
59. #수돗가 밖
상두, 손수건으로 얼굴 닦으며 희서쪽으로 걸어온다.
희서 (상두가 오는 줄 모르고 핸드폰 하는) 그래, 알어...아빠가 엄말 사람 취급 안하는 거 알어.
상두 (걸음 멈추고 듣는)
희서 그럼 제대로 된 남잘 만나지, 제빌 왜 만나!! 하구 많은 남자들 다 두구 하필이면 왜 제비야!!
상두 (졸음이 확 달아나며 뜨끔하는 표정)
60. #학교 다른 곳 (한적한 곳)
희서, 휴대용 티슈를 산만큼 쌓아놓고 눈물 콧물 흘리며 울고 있다.
상두, 아이스 바 두 개를 사와 하나를 뜯어 희서에게 준다.
희서 (울면서도 아이스바 받아서 열심히 먹는다)
상두 울고 먹던지, 먹구 울던지 하나만 해....체하겠다.
희서 오빤 저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세요?
상두 엉?
희서 오빤 우리 담탱이 좋아하잖아요...사람 헷갈리게 왜 저한테 잘해 주세요?
상두 뭐....너한테 쫌 찔리는 것도 있구.....니 엄마가 바람난 상대가 정말 제비래?
희서 네.
상두 정확한 거야? 제비가 아닐수도 있지 않을까?
희서 참새겠어요, 그럼?....제비 맞아요.
상두 (속이 울렁거린다. 아이스 바 껍질 벗겨 먹는)
희서 내가 크면 꼭 경찰이 돼 갖구 이 나라 제비란 제비는 싹 다 쓸어 넣어 버릴거예요.
상두 (먹던 아이스 바가 목에 걸린다)
희서 (다시 우와앙 울음 터뜨리며) 나 어떡해요, 오빠? 안 그래두 아빠 땜에 속상해 죽겠 는데....정말 엄마땜에 딱 죽구 싶어요오오.
상두 (양심의 가책이 되어 돌 것 같다) ....걱정 마, 희서야...오빠가 해결해 주께. 그깟 일 루 죽는다구 그냐?
희서 (무슨 소린가 보는)
상두 (벌떡 일어서며) 학교 마치구, 제비 몰러 나가보자, 그럼!
61. #병원 휴게실
민석, 휴게실로 들어서다가 심란과 세라를 발견하고 얼른 몸을 감추고 선다.
심란, 보리를 품안에 안고 있고, 세라, 심란을 노려 보고 서 있다.
세라 (짜증스럽게) 보리 이리 주세요...틈만 나면 와 갖구 남의 애한테 무슨 짓이예요, 이 게? 장사 안해요, 아줌마?
심란 (들은 체도 않고 보리에게) 보리야, 이제부터 족발 아줌마 그렇게 부르지 말구, 할 머니! 그렇게 불러!
보리 할머니?
세라 아줌마!!
심란 (들은 체도 않고) 그래, 할머니!....이제부터 우리 할머니랑 손주하자...할머니이..한번 불러봐.
보리 할머니.
심란 옳지, 잘한다!!
세라 이 아줌마가 정말...보리야, 이리 와. (하며 보리를 뺏으려 하고)
심란 내 손주 내가 보는데 니가 왜 그래, 이 년아...놔!!
민석, 심란과 세라가 실랑이하는 모습을 심난하게 바라본다....다 알아버렸구나....은 환이도 언젠가 알게 되겠구나...
민석, 결심하는 표정.
62. #금은방
민석, 반지를 고르고 있다.
민석 프로포즈 할거거든요...이쁜 걸로 좀 골라주세요.
63. #교실 복도
은환, 수업 교재들고 가다가 핸드폰 받고 있다.
은환 어, 민석씨....오늘 저녁에?....(잠깐 걸음을 멈춘다....그래, 잔인한 일이지만 이제 말할 때가 됐다)....그래, 만나, 민석씨....나두 민석씨한테 할 말 있어.
64. #건물 남자 화장실앞
사복 차림(성인옷)의 희서,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남자 화장실에서 세 련되게 차려입은 상두, 나온다.
희서 우와아.....멋있다, 오빠.
상두 (씨익 웃는)
희서 죽인다, 진짜...꼭 제비 같애요.
상두 (표정 싹 굳어지며) 근데, 내가 니 숙원 사업을 풀어주는 조건으루 너두 하나 약속 해줘야 할 게 있다.
희서 뭔데요?
상두 앞으루 오빠한테 관심 끊어.
희서 에?
상두 오빤 한 여자밖에 사랑할 수 없는 심장을 가진 사람이거든....괜히 너만 다쳐.
희서 (삐죽이는) 오빠가 멋있는 걸 어떡해요?
상두 너 내 실체를 몰라서 그래...나 하나두 안 멋있어...언제 나 똥 눌 때 화장실에 같이 한번 들어가자.
희서 으이....(찌푸리는)
상두 지환이 좋잖아, 지환이....난 지금까지 내가 본 남자중에 지환이가 제일 멋있더라.
65. #무도장앞
희서(엄마에게 들킬까 모자쓰고), 상두와 함께 무도장앞으로 와서 선다.
상두,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막상 들어가려니 내키지가 않는다.
희서, “오빠, 가요”하며 상두의 손을 끌고 들어간다.
66. #무도장안
플로어에선 남녀들 쌍쌍으로 부루스 추고 있다.
상두와 희서, 테이블에 자리잡고 앉는다.
희서 (플로어를 유심히 살펴 보다가) 어, 저기 울 엄마 있다. **색 원피스요.
상두 (희서가 가리키는 곳을 본다)
플로어에 희서모와 왕제비, 부루스를 추고 있다.
상두 저기...머리 긴 잘 생긴 남자가 제비야?
희서 네.
상두 어우, 저 정도면 이 바닥에선 왕 킹가야...애지간해선 떼내기 힘들겠다.
희서 (걱정스러워) 어떡해요, 그럼?
상두 생각을 해봐야지, 지금부터.
희서모와 왕제비, 부루스를 다 추고, 테이블로 들어와 앉는다.
상두, 왕제비 뒤쪽으로 자리를 잡고 앉는다.
희서, 가까운 곳에서 파이팅!하며 지켜보고 있다.
희서모 아우, 힘들어....나두 이젠 늙었나봐.
왕제비 자기가 왜 늙어? 자기 아직 이팔 청춘 열 여덟살 아니었어?
상두 (어으...느끼해...표정)
희서모 자긴 내가 그렇게 이뻐?
왕제비 그러엄...누가 나보구 심은하하구 자기하구 둘 중에 누굴 택할래 물어보면, 난 백번
을 물어봐두 자기라구 대답해!
희서모 자기야...(황홀해서 어쩔 줄 몰라하고)
상두 (고개 갸웃하며 중얼거리는) 우리 삼촌이 가르친 앤가?
왕제비 (희서모의 손을 꼭 잡으며 시를 읊어주는) 내 마음은 호수요...그대 노 저어 오오...
희서모 난 자기 눈동잘 보면 꼭 깊고 맑은 호수같애서 금방이라두 빨려 들거 같애.
왕제비 (느끼하게 웃으며) 그래애?....(눈꺼풀을 뒤집어 보이며) 그럼, 빠져 봐...빠져봐...
상두 (어우, 유치해...토할 거 같다....표정 정리하고 일어선다)
상두, 왕제비 옆으로 다가가 사정없이 어깨를 딱 치며.
상두 자기야!!
왕제비와, 희서모 흠칫하며 상두를 본다.
상두 (왕제비를 보고 활짝 웃으며) 우리 자기 맞네....그동안 연락 못해서 미안해 자기야!
왕제비 (어안이 벙벙한) 너, 누구야?
상두 (왕제비를 애교스럽게 치며 왕제비 옆으로 와 앉으며) 아이, 자기는...그새 내 얼굴
도 잊어버렸어?
희서모 (새파래지고)
왕제비 (기가 막힌) 너 누구야, 임마!
상두 아우, 자기 이럴거야, 정말....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지, 누구야?
왕제비 (돌겠다) 너 미친 놈이지?
상두 어...자기한테 미쳐갖구 정신 없는 놈이지.
왕제비 야!!
상두 (왕제비의 머리를 만지며) 근데 자기 머릿결 왜 이렇게 많이 나빠졌어?...자기 머릿
결 보니까 예전에 자기 머리 땋아주며 놀던 우리들의 아름다운 추억이 생각난다.
희서모 (새파래져서 벌떡 일어난다) 자기 그런 사람이었어?
왕제비 아냐, 자기야...오해야! 오해!! 이 자식 이거 미친 놈이야, 미친 놈!!
상두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미친 놈이라니....자기 나 삐진다, 진짜!!
희서모 (핸드백 챙겨들며) 다신 나한테 연락두 하지마....(나가 버린다)
왕제비 (벌떡 일어서며) 자기야!!
상두 (희서를 향해 브이자 그려보이는)
희서 (상두를 향해 브이자 그려보이고)
왕제비 (휙 상두를 노려 보며) 너 뭐하는 놈이야!! 대체 누구야, 임마!!
상두 (테이블에 있는 대구포 뜯어 먹으며) 미친 놈인데요.
67. #무도장앞
상두, 겉옷 벗어 들고 더운지 부채질하며 벽에 기대 서 있다.
상두 (시계보며) 콜라 사러 공장까지 갔나, 얘는?
이때, 남자1(4회 등장했던 명순의 시동생), 친구 몇 명과 오다가 상두를 스쳐 가다 가 갸웃하며 상두 앞으로 온다.
남자1 지난번에 그 제비 새끼 아이가?
상두 (흠칫하며 고개를 돌리는데)
남자1 반갑다, 제비....내는 또 우리 행수님 잡으로 왔다.
상두 사람 잘못 보셨어요.
남자1 잘못 보기는? 내가 양쪽 시력이 다 0.2 0.2다...(친구들한테 소개하는) 일마 이거 진 짜 제비 치고는 인간이 괘안은 아거든?
상두 저 인제 제비 아녜요! (휙 돌아서서 간다)
이때, 바로 뒤쪽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희서, 들고 있던 콜라캔이 달달 떨린다.
68. # 은환 마당
지환, 만화책 보며 앉아 있다가 핸드폰 받고 있다.
지환 뭔소리야, 그게?...윤 희서! 시끄러워서 잘 안 들려....뭐? 차상두랑 제비뽑길 했다 구?...응? (흠칫) 뭐? 차상두가 뭐?
69. #은환방
은환, 외출복을 차려 입고 거울앞에 앉아 있다.
핸드폰이 울린다. 발신자 이름에 “차 상두” 라고 뜬다.
은환 (핸드폰 받으며) 어, 상두야.....오늘 저녁에?.....오늘 저녁은 좀 그런데....약속이 있 어.....꼭 오늘 만나서 해야 될 얘기야?....그래, 그럼 늦게라두 만나....응, 그래.
이때, 지환, 다급한 표정으로 들어선다.
지환 누..누나! 빅 뉴스! 빅 뉴스!!!
은환 (핸드폰 닫으며) 무슨 빅 뉴슨데?
지환 차...차상두! 그 자식 말이야!!
은환 지환아...상두, ‘그 자식’ 아냐.
지환 아, 글쎄 그 차 상두 그 자식이...
은환 그 자식 아니랬잖아!....상두 형, 몰라 너?
지환 뭐?
은환 상두 형! 너 어릴 때, 우리 남해 살 때, 니가 그렇게 따르고 좋아하던 상두 형!!
지환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은환 그렇게 아무 기억도 안 나? 니가 세상 누구보다두 제일 좋다구 했던 상두 형인데.... 그렇게 아무 기억이 안 나?
지환 (멍한)
70. #플래시백-3회
상두의 어깨에 무등을 탄 어린 지환, “난 세상에서 상두 형아가 제일 좋아” 말하던.
71. #은환방
지환, 한 대 맞은 사람처럼 멍해 있다.
은환 (눈물이 그렁해져서) 상두형이랑 누나, 이렇게 십년만에 다시 만났어....너무너무 먼 길을 돌아서 힘들게 힘들게 다시 만났어, 지환아.
지환 (손에 들고 있던 핸드폰이 툭 떨어져 버린다)
72. #보리 병실
환자복을 벗고, 예쁜 드레스를 입은 보리, 상두(흰셔츠 차림)앞에 앉아 있다.
상두, 보리의 머리를 빗겨주고, 예쁜 핀을 찔러준다.
보리 어디 가는데, 아빠?
상두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 만나러 가.
보리 보리?
상두 보리는 18세 이하 미성년자중에서 아빠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구, 이 언니는 18세 이상 어른중에서 아빠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야.
보리 (갸웃하는)
상두 그 언니 굉장히 이쁜 사람이거든....우리 보리도 안 꿀리게 이쁘게 로션 바르자. (보리의 얼굴에 로션을 발라준다)
이때, 세라, 병실문 열고 들어선다.
상두, 보리에게 스타킹 신겨준다.
보리 (세라를 보고 아는 체 하려는데)
세라 (보리에게 조용히 하라고 말하고, 입만 벌려 말하며 모션하는 ‘아빠하구 엄마하구 결혼해서 보리랑 같이 오손도손 살자구 해’)
보리 (고개 끄덕이는)
상두 보리, 일어나 봐, 인제.
보리 아빠! 엄마랑 결혼해!
상두 응?
보리 엄마랑 결혼해서 보리랑 (오손도손이 생각 안난다, 갸웃하다가)...오솔도솔...행복하게 살아.
상두 (기가 막힌) 엉?
세라 (보리에게 잘한다고 오케이 싸인 보내고)
보리 (세라를 향해 웃어주고) 엄마랑 결혼해, 아빠! 응?!! 엄마랑 결혼해애...결혼해애.....
상두 (황당한 표정 짓다가 뒤를 휙 돌아본다)
세라 (잘한다고 사인 보내다가 흠칫하며 상두를 향해 애교스럽게 웃는)
상두 (죽일 듯이 노려보는)
73. #병원 로비
상두, 보리를 안고 걸어오고, 세라, 상두를 뒤쫓아온다.
세라 어디 가, 상두야! 아픈 애 데리구 어디 가?!!
상두 (휙 걸음 멈추고 돌아보며) 따라 오지 마! 따라 오지 말랬다!!
세라 어딜 가냐구!! 보리야, 아빠가 어디 가자 그랬어?
보리 아빠가 세상에서 18세 이상 어른 중에서...(생각이 안 난다)
상두 (휙 보리를 데리고 간다)
세라 나두 가! 상두야!! (따라 오는)
74. #병원 현관
상두, 서 있는 택시 뒷문 열고 보리를 태운다.
세라, “나두 가!”하며 기어이 쫓아와 오르려는데.
상두 (택시문 닫고 막아서며) 나 한번만 봐줘라, 세라야.
세라 무슨 소리야?
상두 담 세상엔 니 종으루 태어나께.
세라 상두야!
상두 그래서, 니가 하라는 거, 니가 시키는 거 뭐든지 다 하께.
세라 .....(눈빛이 심하게 떨린다)
상두 이번 세상에선 이번 한번만 니가 나 줌 봐줘.
세라 무슨 뜻이야? 무슨 뜻이야, 그게?!!
상두 나 지금 그 여자한테 가!
세라 (충격 받는)
상두 가서 보리도 보여주구, 내 부끄러운 과거...그동안 거짓말 했던 거, 다 얘기 할거야.
세라 (눈물이 그렁해지는) 보리 엄만 나야...보리 엄만 나야, 상두야.
상두 그러니까, 한번만 봐 달랬잖아!!....니 앞에서 무릎이라두 꿇을까?
세라 (무너지듯 주저 앉으며 엉엉 소리내어 운다) 나쁜 놈...나쁜 노옴....
상두 약속하께....담 세상에선 꼭 니 종으로 태어나께.
세라 (그대로 주저앉아 울고 있다)
상두 (착잡하게 보는)
75. #레스트랑
민석, 창밖을 보며 은환을 기다리고 있다. 은환, 지배인의 안내를 받아 들어선다.
민석, 일어나서 은환의 의자를 빼주고, 은환, 의자에 앉는다.
민석, 자기 자리로 와 앉는다.
지배인, 주문 받기 위해 기다리는데.
은환 좀 있다 주문하께요.
지배인, 인사하고 간다.
은환 (물 마시고).....민석씨한테 할 얘기가 있어.
민석 내가 먼저 얘기 하께. (양복 주머니에서 반지 케이스 꺼내 열어서 은환앞으로 놓아 준다...반짝이는 다이아 반지가 들어 있다.)
은환 (당황하는)
민석 결혼하자.
은환 .....(당황해서 민석을 보는)
민석 아무것도 준비할 거 없어. 그냥 몸만 와....예식장두 보구 왔어.
은환 (반지 케이스를 민석앞으로 다시 밀어놓는다)
민석 (당황하는)
은환 좀 더 일찍 얘길 할 걸 그랬네.....난 왜 민석씨한테 미안할 일만 이렇게 자꾸 하는 지 모르겠어.
민석 은환아.
은환 나.....민석씨한테 못 가겠어.
민석 (물컵을 쥔 손이 떨린다)
은환 벌...받으께....벌 받을 각오 하구 있어.
민석 (고개 젓는) 안돼, 안돼, 은환아.
은환 너무 미안하니까 미안하단 말두 못하겠다....내 주제에 어떻게.....과분한 사랑 받았어, 그동안.
민석 너 차상두에 대해 얼만큼 알어? 그 자식하구 관련된 거, 얼만큼 알어?!!
은환 (일어선다) 먼저 가께.
민석 (버럭) 내가 싫음 딴 놈 찾으랬잖아!!
은환 나 민석씨 싫지 않어....세상에 민석씨만한 남잔 다신 없을거야.
민석 근데, 근데 왜 내가 아니구 차상두야? 왜 내가 아니구 차상두야!!
은환 상둔....그냥...내 인생이야, 민석씨.
76. #택시안 (달리는)
상두, 보리를 안고 뒷좌석에 타고 있다. 보리, 잠들어 있다.
상두, 세라에 대한 미안함으로 시트에 털석 몸을 기댄다.
77. #레스트랑앞
은환, 레스트랑을 나와 미안한 마음으로 잠깐 뒤를 돌아보다가 걸음을 재촉해서 간 다.
이때,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핸드폰음 들린다.
은환, 핸드폰을 꺼내서 본다.
화면창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떠 있다.
“누나! 차 상두, 아줌마들 등쳐먹는 제비족이래.”
은환 (충격어린 표정)
78. #택시안
창밖을 보고 있던 상두, 약속 시간이 가까워 오자 보리를 깨운다.
상두 보리야....일어나...다 왔어. 일어 나.
이때, 보리의 코에서 쉴새없이 코피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상두 (놀라서) 보리야!! 보리야!!
의식을 잃은 보리의 손이 힘없이 시트 밑으로 툭 떨어진다.
상두, 보리를 품에 꼭 껴안는다...하얀 셔츠가 빨간 피로 물든다.
상두 (눈물이 그렁해서 절규하는) 보리야아!!!
ENDING
old/old_scrapbook 2003. 11. 1. 13:23
1. #숙소앞
일정을 마친 학생들, 삼삼오오 숙소로 들어가고 있다.
상두, 희서와 함께 엘리베이터 앞으로 와서 서는데.
수창 (뛰어오며 호들갑스럽게) 야, 어떡해! 어떡해!! 우리 담탱이 물에 빠졌대. 어떡해?!!
상두 (휙 돌아보며) 뭐? 누가 물에 빠져?
수창 우리 담임 선생님요, 고래 잡는다구 막 설치시다가....어떡해? 수영도 못하신다는데...
(발을 동동 구른다)
상두 (그대로 휙 달려 나간다)
희서 오빠!
2. # 바닷가 절벽
상두, 달려와 보면, 지환, 성길, 택구등 발을 동동 구르며 바다를 향해 “선생님!” 하 며 울면서 부른다. 상두 뒤를 이어서 희서와 진진, 진창, 수창, 학생들 몇 명 우르르 뛰어온다.
상두, 절벽 아래 바다를 보면 은환의 모자가 떠 있다.
지환 (상두가 온 것 알고 더 오바해서 울면서) 선생님!
성길 선생님! 대체 어디 계신거예요?!!
택구 이러구 있을 게 아니라 구조대원 부르자....야, 수창아. (하는데)
상두, 안색이 창백해진다.....물에 대한 공포로 눈빛이 얼핏 흔들리더니 결심한 듯 그 대로 물속으로 다이빙 한다.
희서와 진진, 진창등 우호세력들, 갑작스레 일어난 일에 당황해서 “오빠!”“형!” 부르 고.
상두가 정말로 뛰어들 줄은 몰랐다....지환, 몹시 당황했다.
상두가 뛰어든 바다, 잠잠하다.
3. #숙자 횟집 방
미영, 누워 있고, 민석, 미영을 진찰하고 있다. 은환, 옆에 걱정스럽게 앉았고,
숙자, 홀에 서서 그런 민석과 은환을 못마땅하게 본다. 상두 때문이다.
은환 어때, 민석씨? 우리 미영이 괜찮겠어?
민석 ...그렇게 심하진 않은 거 같으니까, 안정을 좀 취하면 괜찮을거야.
은환 서울에 올라 가 봐야지. 수술 있다 그랬잖아.
민석 응...(시계보며) 가야지.
이때, 핸드폰 벨 소리 울린다.
미영 (핸드폰 받으며) 왜?.....뭐?....우리 담탱...우리 선생님 여기 계시는데, 지금?
은환 (무슨 소린가 보는)
미영 뭔 소릴 하는 거야, 얘가?.....뭐? 상두오빠가 선생님 구한다구 물에 뛰어 들었어?
은환 (흠칫)
민석 (표정)
4. #근처 바닷가
희서와 진진등 우호세력들, 발을 동동 구르며 상두를 부르며 울고 있다.
희서 (지환을 사정없이 때리며)이 나쁜 자식아! 어서 상두 오빠 구해! 상두 오빠, 건져 내!!
지환 (몹시 겁을 먹고 바들바들 떠는) 수영을 할 줄 알아야 건지지...이런 바다 나도 무섭 단 말야.
수창 (잔뜩 겁에 질려) 너무 안 나오는 거 아냐?....이러다 죽으면 어떡해? (성길을 떠밀 며) 야, 니가 한번 들어가봐.
성길 싫어, 나두 무서워. (택구를 보면)
택구 난 맥주병이야, 맥주병!!
상두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지환 일당들도 두려움에 하얗게 질린 상태다.
희서 구조대 불렀어?
진진 응, 부르러 갔어.
이때, 은환, 민석, 숙자와 함께 안색이 창백해져서 뛰어온다.
은환 (넋이 나가 있는 사람 같다) 상두, 어떻게 됐어?
진진 (울먹이며) 물밖으로 안 나와요. 죽은 거 같애요, 선생님.
희서 (울음이 터진다) 상두 오빠, 선생님 때문에 물에 뛰어들었단 말예요....수영도 못한다 그랬는데....선생님 구한다구 뛰어들었단 말예요....살려내요, 선생님이 살려내요!!
은환, 기가 막힌 표정으로 바다를 보다가....절벽 한쪽에 떨어져 있는 상두의 신발을 본다.
은환, 눈빛이 흔들리나 싶더니 그대로 바다로 뛰어든다.
민석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경악해서) 은환아!!
지환 (경악) 누나아!!
숙자 언한아!!
학생들, 당황해서 비명을 지른다.
잠잠한 바다.
민석, 하얗게 질려 자기도 뛰어들 듯 겉옷을 벗고 절벽끝으로 가려는데, 지환, 주저 앉으며 민석의 다리를 잡는다.
지환 안돼요! 매형까지 죽어요!!
민석 놔! 이거 놔, 지환아!! (그대로 물속으로 뛰어든다)
지환 ......(울컥 울음을 터뜨린다) 내가 잘못했어요, 내가 잘못 했어....엉엉엉.....
5. #물속
은환, 물속으로 깊게 잠수해 가며 애타는 눈길로 상두를 찾는다....그리 잘하는 수영 실력이 아닌지라 약간의 호흡 곤란을 느낀다.
이때, 은환, 무언가를 발견한 듯 눈빛이 흔들린다.
저 앞으로 상두가 의식을 잃고 물살에 휩쓸려 떠가고 있다....은환, 상두에게 다가 가며 손을 내미는데....거의 손이 닿을락 말락 하는 순간, 호흡 곤란을 일으키며 허 우적거리는 은환.....상두를 바로 앞에 두고 의식을 잃는데....
6. #보건소 외경(밤)
민석의 자동차, 서 있다.
7. #보건소 입원실
링거 주사액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의식을 잃은 상두와 은환, 각각 침대에 누워서 링거를 맞고 있다.
민석, 넋나간 듯 멍한 표정으로 은환의 침대옆에 앉아 은환의 손을 꼭 쥐고 있다. 숙자, 한쪽에 서서 기가 막힌 심정으로 상두와 은환을 번갈아 보며 한숨을 쉰다.
민석 (괴로운 듯 한쪽 이마를 계속 부비다가)...숙자씨.
숙자 와예?
민석 은환이랑 차 상두....두 사람 얘길 좀 해 줄 수 있어요?
숙자 ....두 사람 머슨 얘기예?
민석 그냥...아무 얘기라두 좋으니까....은환이랑 차 상두...(하다가 잠깐 말을 멈춘다. 가슴 이 뻐근해 온다. 인정하고 싶지 않다. 일어난다.) 아닙니다. 전 그만 가봐야 겠습니 다.
숙자 언한이 깨나는 것도 안 보고 고마 가실라꼬예?
민석 서울에 급한 일이 좀 있어서요.....(침대 한켠에 놓인 겉옷을 집어 든다)
숙자 저기...의사 선생님예.
민석 (보는)
숙자 언한이 상두한테 고마 보내주몬 안댐니꺼?
민석 (흠칫)
숙자 선생님 겉은 사람은 언한이보다 헐씬 훌륭하고 좋은 여자들 줄을 서 있을낀데....언 한이는 상두한테 보내주몬 안댐니꺼?
민석 (애써 따뜻한 웃음 지으며) 은환이 잘 좀 부탁드립니다. (정중하게 인사하고 나간 다)
숙자 의사 선생님! (따라 나간다)
병상에 그대로 의식 잃고 누운 상두와 은환.
잠시후, 은환, 천천히 힘겹게 눈을 뜬다. 애틋한 시선으로 상두를 보는.
8. #보건소앞
민석, 자동차에 올라타 시동을 건다....숙자, 차 앞에 서 있다.
무슨 말을 들었는지 멍해 있던 민석, 깍듯하게 숙자에게 인사하고, 그대로 차를 몰 아간다.
9. #보건소안
은환, 상두에게 시선 떼지 않은 채 그대로 바라보고 있다.
이때, 숙자, 문 열고 들어선다.
숙자 가시나, 정신 차릿네.
은환 (계속 상두에게 시선을 준 채) 상두...괜찮은 거지? 별일 없는 거지?
숙자 내가 참 콧구멍이 두 개라서 숨을 신다(쉰다)....머 이런 것들이 다 있노, 진짜!
은환 (천정을 보며) 미안해....말을 할려구 했는데, 나한테두 너무 기막힌 얘 기라...어디서 부터 어떻게 얘기해야 할지 입이 안 떨어지더라.
숙자 시끄럽다, 가시나야.....아이구, 징그럽아라.,..징그럽아라....살다살다 느그뜰거치 징그 럽은 종자들은 첨 본다, 내가.
은환 ....미안해....
숙자 좀전에 니 애인이라카는 의사 선생님이 나가면서 내한테 물어보더라.
은환 ......
숙자 옛날에 느그 둘이 얼매나 사랑했는지....느그 둘이 서로한테 대체 우떤 존재 였는 지....내거치 무식한 년은 대게 대답하기 애럽거로 물어보대?
은환 (쓸쓸하게 웃는)
숙자 그래서, 십게 대답했다, 내는....지금하고 똑같이예, 이래 징그럽게 좋아했심니더.
은환 (눈물이 그렁해진다.)
숙자 서로 목숨을 내나도 안 아깝을 만큼 그래 지독하게 징그럽게 사랑했심니더, 상두 머시마랑 언한이 가시나랑.
은환 (상두를 돌아본다. 볼을 타고 한 줄기 눈물이 흐른다)
상두 ......
10. #남해 길
민석, 차를 몰아가다 갑자기 급브레이크 밟고 끼익 차를 멈춘다.....괴로운 표정으로 핸들에 머리를 박아버리는. F.O.
11. #숙소앞 (이른 아침)
아직 새벽의 푸른 여명이 걷히지 않은 시간.....은환, 숙소에서 나온다.
12. #동굴(이른 아침)
초췌한 상두, 동굴속으로 걸어 들어가다가 발걸음을 멈춘다. 동굴 한쪽 벽에 써놓은 흐릿한 글귀들을 본다....‘은환이는 상두를 사랑한대요’ ‘은환이는 내숭 백단이래요’
상두, 피식 웃는다.
이때, 누군가 상두의 눈을 가린다.
상두, 돌아보면, 17살의 은환이 환하게 웃으며 서 있다.
상두 (별로 놀래지도 않고 빙긋이 웃으며) 그동안 잘 지냈어?
은환(17) (말없이 웃으며 고개 끄덕이며)
상두 되게 많이 오구 싶었었는데....어떻게 10년이 걸렸네, 여기 오는데.
은환(17) (그저 웃는)
상두 (스르르 쪼그리고 앉는다) 피곤하다.
은환(17) (상두의 옆에 쪼그리고 앉는다.)
상두 니가 있어서 버텼어....너무너무 힘들어서 매일 매일 주저 앉구 싶었었는데.....그래 두....너 때문에 버텼어.
은환(17) (가엾다는 듯 보는)
상두 근데....이젠....지친다....피곤해....(17살 은환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으며 잠 이 든다.)
은환(17) ........
카메라, 동굴위로 뚫린 하늘을 비추다 다시 상두와 17살의 은환을 비춘다.
상두,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 깊은 잠을 자고 있다....성인, 은환이다.
잠을 자던 상두, 천천히 잠에서 깨어난다....문득 고개를 돌려 보다가 은환임을 알고 는 놀라고 당황하는데.
은환 (따뜻하게 웃어준다)
상두 ....(당혹스럽다) 여긴 어떻게 알구 왔어?
은환 우리 둘이 비밀 장소잖아.
상두 (피식 웃고 일어서며) 애들 찾겠다. 그만 가시죠, 선생님...(앞서 가려는데)
은환 나 이제 거짓말 안 할래!
상두 (그 소리에 발걸음 멈춘다)
은환 거짓말 안할래, 상두야!
상두 (그대로 굳은 듯)
은환 (눈물이 주룩 흐른다) 사랑해!
상두 (한대 맞은 듯 멍한...눈가가 그렁해진다.)
은환 오래전부터 사랑했구, 지금두 사랑하구, 앞으로도 그럴거야!....사랑해!
상두 (눈시울이 붉어지는데)
그렇게 서 있는 두 사람.
13. #병원 휴게실(창가가 보이는)
민석, 팔짱을 끼고 굳은 표정으로 서서 창밖을 응시하고 있다.
세라, 열 개쯤 되는 쇼핑 봉투 들고 낑낑거리며 오다가 민석을 발견한다.
세라 선생님!
민석 (돌아보는)
세라 (활짝 웃으며 민석에게 다가와 쇼핑 봉투 하나 주며) 이거 하나 가지세요, 선생님.
민석 이게 뭡니까?
세라 와이셔츠랑 넥타이요....백화점에서 샀어요. 되게 비싼 거예요.
민석 (당황하며) 이걸 왜 저한테....
세라 저 부자가 됐거든요....에이, 기분이다. 하나 더 가지세요...(하며 민석에게 쇼핑 봉투 를 하나 더 준다)
민석 (기가 막힌데)
이때, 저편에서 만도, 보리와 손잡고 오다가 세라를 발견하고.
만도 세라야!!
세라 삼촌!! 보리야!! (하며 쇼핑 봉투 낑낑거리며 들고 달려간다)
민석 (의아한게 보는)
만도 아니, 이게 다 뭐냐?
세라 선물이예요, 선물! 상두꺼랑 삼촌꺼랑 우리 보리꺼랑.....(쇼핑 봉투 내려 놓더니 핸 드백에서 봉투 하나 꺼내서 만도에게 준다)
만도 (좋아서 입을 다물지 못하고) 이건 또 뭐냐?
세라 삼촌 용돈요..
만도 (봉투를 열어보면 십만원짜리 수표 5장 정도 들어있다, 허억! 숨이 넘어갈 것 같은 표정으로 다시 수표를 확인하고는 가픈 숨을 몰아 쉰다.)
세라 제가요, 앞으로는 일주일 마다 이만큼씩 용돈 드리께요.
만도 너 줬다가 다시 뺏으면 똥구멍에 뭐 나는 거 알지?
세라 그럼요.
만도 이게 지금 꿈인가 생신가...(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듯 다시 봉투의 돈을 확인해 보는)
민석 (기가 막힌 표정으로 보고 있는)
세라 보리야...받어. 이거 다 니 선물이야.
보리 (좋아서 웃으며) 고맙습니다.
만도 (휙 주위에 아무도 없나 확인하고 세라 귀에 대고) 너 복권 당첨 됐냐?
세라 복권은 아니구요, 저 아주 부자가 됐어요, 삼촌.
만도 뭔 수로 니가 갑자기 부자가 돼?
세라 엄말 찾았는데요....엄마가 굉장히 부자시더라구요.
만도 그래? 잘 됐다...축하한다, 세라야. (세라와 악수하고)
민석 ......
만도 견적은 한번 뽑아봤냐? 얼마나 뜯어낼 수 있겠디?...(하다가 이건 아니지 참) 어머 니가 근데 어느 정도 레벨의 부자시디?
세라 이따만한 아주 으리으리한 족발집을 하나 갖구 계시던데요?
민석 (흠칫한다....그렇다면? 혹시?.....)
만도, 세라에게 온갖 아양을 떨며 보리와 함께 병실쪽으로 간다.
민석, 당황한다.....은환 엄마가 그럼 세라의 생모란 말인가?
심란(E) ...어제는 꿈을 꾸는데...우리 팔란이가 엄마! 하면서 나한테 뛰어와서 내 품에 안기 는데....얼굴을 보니까 바루 보리 걔잖어....얼마나 놀랐던지....
민석의 당혹스런 표정 감추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다. F.O.
14. #서울 거리 인서트
시간 경과.
은행잎 노랗게 물들어 가고....가을이 성큼 다가선 활기찬 서울 거리의 모습.
M (핸드폰 벨소리-마이클 잭슨 Billie jean정도)
15. #대형 쇼핑 센터 식품관
쇼핑 카터에 식료품을 담은 상두, 음악에 맞춰 마이클 잭슨의 뒷걸음 춤을 추며 진 열된 식품들을 카터에 담는다. 몹시 흥에 겨웠다.
쇼핑하던 사람들, 재밌다는 듯 상두를 쳐다본다.
이때, 무심한 표정의 한 아줌마, 상두를 툭 치며.
아줌마 전화 왔어, 총각.
상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아, 제 핸드폰이었나요?....(몰랐다는 듯이 핸드폰을 꺼내서 발신자 확인하고는 잠깐 머리 굴리는 표정 짓고-카터 밀고 걸어가며 핸드폰 받는)
어이, 누님이씨요?....나가 요짐 쪼까 바쁘요.....내일도 바쁘고 모레도 바쁘고 앞으로 지속적으로다 바쁠거 같은디?.....누님이 싫어진 것이 아니고라....(시식용 음식 하나 집어 먹고) 아줌마, 나 사실은 제비다? 그리구 나, 고향도 전라도 아니다?....속았지?
주위에 있던 사람들, 기가 막힌 표정으로 상두를 본다...상두, 그제야 아차 하며 다 시 카터를 밀며 야채 코너로 가서 야채들 담으며.
상두 (천연덕스럽게) 아줌만 그래두 내가 만난 아줌마중에 그나마 인간적으로 동정이 가 서 하는 말인데....아줌마 있지, 남자 믿지 마....아줌마한테 섹시하다, 예쁘다 말도 안되는 소릴 하는 놈들은 백 퍼센트 돈 보고 달려드는 사기꾼이라구 보면 돼....
(배추잎 하나 뜯어서 맛을 보다가)...아, 또 그렇게 상심하면 내가 맘이 아프 지.......(걸음을 멈추고 서서 진심으로) 그래두 아줌마, 사랑은 있다?.....아무리 구질구 질한 인생이래두, 인생에 한번쯤은...(따뜻한 미소가 떠오른다) 진짜 사랑이 온다, 신기하게?....그니까 너무 낙심하지마, 응?....내가 아줌마 위해서 기도해주께.....행복해 야 해, 아줌마....빠빠....
상두, 핸드폰을 보며 “전주 누님”이라고 적힌 번호 하나를 지운다.
상두 12시 23분 현재, (손가락 접으며) 세 명 정리!
16. #심란 족발집
은환, 발걸음 소리 죽여서 들어온다. 심란, 등을 보인 채 족발뼈에서 살을 발라내고 있다.
은환, 냉장고에서 소주 두 병 꺼내고, 살을 발라낸 족발뼈를 두 개 슬쩍 훔쳐 들고 가게를 나온다.
17. #은환집 마당
은환, 개집앞에 쪼그리고 앉아 커다란 족발뼈 하나를 들고 우걱우걱 뜯어먹고 있다. 심난한 표정으로 소주병도 옆에 놓고 한 모금 쭉 마시고.
은환 앞으로 짱가, 은환과 같은 족발뼈를 핥아먹고 있다.
은환 (먹던 족발을 놓고 짱가를 들어올려 보며) 미안해, 민석씨.....민석씨한테 내가 얼마 나 못할 짓을 하는 건지, 얼마나 내가 잔인한 사람인지 다 알아....천벌을 받을 거야, 난....민석 씨한테 상처 준 거, 민석씨 맘 아프게 한 거 그 벌 하나두 안 빠뜨리구 다 받으께...(하다가 고개 절래절래 흔들며) 못해, 못해.....(짱가를 다시 내려 놓으며) 죽 어두 말 못해.
이때, 지환, 하드 쪽쪽 빨며 DVD 테잎 빌려들고 들어서다가 은환의 하는 양을 물 끄러미 본다.
은환 짱가야...니가 그냥 민석씨 였음 좋겠다....(우울한 표정 짓다가 다시 우걱 우걱 뼈를 뜯어 먹으며) 차 짱가!..그렇게 핥아 먹지 말구, 누나처럼 이렇게 살점을 골라서 뜯 어 먹어야지...으이, 아깝게...(짱가가 먹던 뼈를 들어 자기가 살을 발라 먹는다)
지환 와, 엽기다! 엽기! 어떻게 개가 먹던 걸 먹냐?
은환 짱간 개가 아니구, 우리 식구야.
지환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며) 다른 사람이 지금 누나 모습 보면 미친 여잔 줄 알어.
은환 (괴롭다는 듯 다시 소주 한 모금 마시고 족발뼈를 신경질적으로 우왁스럽게 뜯어먹 는다)
지환 완전히 공포다, 공포....(테잎 한쪽에 놓고 족발뼈 홱 뺏으며) 누난 개가 아니구, 사 람이야! 사람!
은환 줘어...아직 덜 발라 먹었어.
지환 고마해. 고마해, 응?...무슨 스트레스 받는 일이 또 있는지 모르겠지만.....누나야! 내 가 동생이라서 봐주는 거지, 매형이 누나 실체를 알면 오만정 다 떨어져서 삼십 육계 줄행랑 쳐요!
은환 줄행랑 치라 그래!! 줄행랑 치면 고맙지, 난. (다시 심난해지는 표정)
지환 (어이가 없는 표정 짓는데)
이때, 지환의 핸드폰 울린다.
지환 (핸드폰 받으며) 어, 수창아....비디오 빌리러 갔었어....그래애? (멍하니 심난한 표정 으로 앉아 있는 은환을 기가 막힌 표정으로 보다가 집안으로 들어가며 계속 통 화 한다) 아냐...어, 그래서?....
은환, 괴로운 표정 지으며 다시 소주병 들어 마시려다가 문득 지환이 두고 간 DVD 테잎을 본다. '남자 친구에게 10일안에 차이는 법‘이라는 타이틀의 비디오다.
은환 (무심코 보다가 눈이 번쩍 뜨이는 표정, 그래...이거다...다시 중얼거리는) 민석씨...미 안해.
18. #보리 병실 복도
보리 병실앞에 선 민석, 서늘한 시선으로 창을 통해 병실을 보고 있다.
병실안에 세라, 잠든 보리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애틋하게 지켜보고 있다.
민석의 시선에...세라의 얼굴 위로 심란의 얼굴이 O.L.되어 보인다.
민석, 고개를 흔들다가 심난한 표정으로 다시 세라와 보리를 본다.
이때, 이런 민석을 보는 시선이 있다.
19. #일각
상두, 복도 한쪽 끝에서 그런 민석을 잔뜩 미안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상두 (중얼거리는) 아, 미안해 죽겠네, 진짜.
이때, 민석, 돌아서다가 상두와 시선을 딱 마주친다.
상두 (애교스럽게 웃으며 손만 살짝 들어 인사하다가...아니지, 정중하게 꾸벅 인사한다)
민석 .......
20. #휴게실(창이 보이고, 자판기도 있는)
민석, 창가에 서서 창밖을 보고 있다. 상두, 자판기에서 커피를 빼서 정중하게 두손 으로 내민다.
상두 드세요, 형...샘.
민석 (받아 들어 마시고 창밖으로 시선을 준 채) 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그치?
상두 ....(눈치 살피며) 네, 샘.
민석 (창밖에 시선 둔 채) 하던 대루 해. 왜 안하던 짓을 하구 그래?
상두 (그제야) 눈이라두 그냥 파악팍 쏟아졌음 좋겠다. 그치요? (곤혹스러운 듯 식은 땀을 닦는)
민석 (상두를 돌아보다가) 시계 좋다?....싸모님한테 받았냐?
상두 야!...(화를 내려고 하다가 아니지....) 좋으면 너 주까?.....이거 오리지날이거덩....(시계 풀며) 니가 차구 있는 거보다 훨씬 비싼거야.....(민석에게 내밀며) 자, 너 가져.
민석 .....나한테 죄 지은 거 있냐?
상두 ....(대답 못한다) 아니 뭐....이브가 선악과를 따 먹는 순간부터 원래 인간이 죄 많은 동물이였지요.
민석 니가 왜 이러는지 대충 짐작은 된다....(다시 창밖을 보며 커피 마시고)
상두 ......
민석 너한테 해주구 싶은 얘기가 있는데....(상두보며) 아직은 안 할래.....너무 쉬운 게임은 싫거든.
상두 좀 쉽게 말해 줄래? 뭔 소린지 하나두 못 알아 듣겠다, 나는?
민석 (피식 웃고) 언젠가 내가 얘기 했었지? 넌 나한테 안된다구.
상두 (안되긴 뭐가 안돼, 게임은 끝났는데, 자식아....웃음이 나오려는 입을 손으로 가린 다)
민석 (안스럽다는 듯 상두를 보며) 그래, 넌 나한테 안돼....처음부터 안되는 거였어...(상 두 어깨 툭툭 두드려 주며, 종이컵 주며) 커피 잘 마셨다....(들릴 듯 말 듯) 불쌍한 자식....(그대로 걸어간다)
상두 (가리고 있던 손바닥을 떼면 흐흐흐...흘러 나오는 웃음) 불쌍한 건 너지, 쨔샤...아, 표정 관리를 못하겠네, 진짜....(민석이 간 방향에 대고 꾸벅 인사하며) 다시 한번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의사 선생님.....(민석이 먹던 커피 마시며) 정말 좋은 놈인 데....우리 보리가 좀만 더 컸어두 사위 삼았으면 딱 좋을 놈인데...(커피를 목에 넣 고 꿀렁꿀렁하며 장난하는)
이때, 와이셔츠가 찢어지고 머리는 산발을 한 만도, 식식거리며 휴게실쪽으로 온다.
상두 (놀라서) 삼촌!
만도 너 이 새끼! 주욱었어!! (신발을 벗어 상두에게 던지는데)
상두 (날렵하게 피하며 황당한 표정)
21. # 병원 계단 비상구 (한적한 곳)
만도, 상두를 벽에다 밀어부치고 목을 조른다.
만도 너 뭔 짓을 한거야?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자식아!!
상두 (캑캑거리며) 사,..삼촌...나...수..숨 막혀..
만도 이 자식을 대체 어떻게 죽여놓냐, 이떻게 죽여놔, 이 자식을...엉?
상두 (혀를 쏙 빼고 목이 졸려 기절한 시늉을 하는)
만도 (바로 속는다. 깜짝 놀라 손을 뗀다) 상두야!....상두야! 죽었냐?....차상두! 상두야...
상두 (눈 번쩍 뜨며) 왜 그러는데?...어디서 당하구 와서 나한테 분풀이야, 엉?
만도 아우, 이 자식을 그냥....(하며 한 대 치려는데)
상두 (만도의 팔목을 탁 잡는) 장 마담한테 머리털이라두 뽑혔냐? 오씨 아줌마랑 양다리 걸친 거 들켰지?
만도 (화를 삭이려 애쓰며) 너...삼 곱하기 삼이 뭐야?
상두 갑자기 웬 삼 곱하기 삼? (와중에도 장난치는) 넌센슨가?
만도 (다른 손으로 상두 뒤통수 탁 때리며) 삼 곱하기 삼이 뭐야, 새꺄!!
상두 팔!
만도 아, 머리는 정상인데 자식이....너 신사동 사모님한테 니가 제빈 거 다 불었다며?
상두 .....응.
만도 나 지금 그 사모님한테 수금 들어갔다가 간신히 목숨만 건지구 도망쳐 왔어, 임마.
상두 (잡고 있는 만도의 손을 놓으며, 진지하게) 삼촌, 나 인제 그 짓 안 할래.
만도 뭐?
상두 안 할래...죽인다 그래두 안 할거야, 인제.
만도 보리는? 보리 치료비는 그럼?
상두 일단 우리집 전세금 월세루 돌리구, 팔수 있는 거 다 팔구....제비짓만 아니면 무슨 짓이든 하께...벽돌두 나르구, 신문두 배달하구...파출부라두 뛰께....잠두 안 자구, 밥 두 안 먹구, 오줌두 안 누구...일만 하께.
만도 (기가 막힌) 이 자식이...
상두 나 줌 봐줘, 삼촌....지금두 숨도 못 쉬게 더러운 놈인데....생각같에선 표백제 푼 물 에 3박 4일쯤 들어갔다 나오고 싶게 드런 놈인데...더 이상 더러워지구 싶지 않 어....(고개 세차게 흔들며 정색하며) 안 할래...때려 죽여도 안해, 이제!!
22. # 레스트랑 외경(밤)
23. # 레스트랑 안
민석, 은환을 기다리고 있다. 늦네?...하며 시계를 보는데.
밖에서 실랑이 하는 소리 들린다.
은환(E) 얜요, 개가 아니구 제 동생이라니까요....
민석 (은환이 목소린데....돌아보는)
24. #레스트랑 입구
은환(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화려하고 천박한 의상과 화장), 짱가를 데리고 (개줄 로 묶어 손에 쥐고) 매니저(女)와 종업원들과 실갱이하고 있다.
은환 좀 들여 보내 주세요, 언니.
매니저 죄송하지만, 안됩니다....저희 업소 규정상 애완견은 데리고 들어가실 수가 없습니 다.
은환 아 참, 이 언니 정말....손님들한테 폐 안가게 제가 조용히 데리구 있는다니까요.
민석 은환아. (은환의 옷차림과 화장에 더욱 어이가 없고)
은환 민석씨....(매니저, 민석에게 인사를 한다) 언니, 저기 강민석 선생님 잘 아시죠? (뻐기듯) 여기 사장님과 강민석 선생님이 친구라는 것두 알구 계시죠?
매니저 ....죄송합니다. 그래두 곤란합니다.
민석 (은환에게 무슨 일이냐는 표정)
은환 아, 진짜...아는 처지에 자꾸 이렇게 깐깐하게 나오시면 저희 삐져요, 진짜.....민석씨! 민석씨가 빽 좀 써줘...우리 짱가 좀 데리구 들어가게 해달라 그래.
민석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은환의 팔을 한쪽으로 잡아 끌며) 나줌 봐, 은환아.
민석, 은환을 한쪽으로 끌고 가고, 은환, 짱가를 묶은 줄을 슬그머니 놓는다.
민석 너 왜 그래, 갑자기?
은환 (오바해서 싸가지 없이 말하는) 아니...저 사람들 왜 저렇게 융통성이 없어? 사장님 친구한테 이래두 되나? 민석씨 친구한테 말해서 저 언니 짤라 버리라 그래.
민석 (점점 기가 막혀) 은환아.
은환 손님은 왕이잖아...왕이 말이야, 개를 끌고 오건 소를 몰고 오건.. (하는데)
이때, 매니저, “아악”하고 비명 지른다.
민석과 은환, 돌아보면, 매니저, “아우 몰라...”하며 방방 뛰고 있다.
종업원, 짱가를 묶은 개줄을 잡고 “야 임마!” 하며 짱가를 혼낸다.
은환 짱가야....(하며 달려온다)
민석 (같이 오며) 무슨 일입니까?
종업원 이 개가 매니저 님 구두에다 실례를....(다른 종업원 와서 냅킨으로 매니저 구두 위 를 닦아내고)
은환 어머나....(짱가를 쓰다듬으며) 짱가야. 끙가 했어?....자알했다, 짱가....우리 짱가 인제 속 되게 시원하겠네?
민석 (기가 막힌 듯 보고)
매니저와 종업원들도 어이없다는 듯 은환을 본다.
은환 (자신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씨익 웃어보이며) 얘가 그동안 변비에 걸려 갖구 고생을 엄청 했거든요....짱가야! 다 쌌어? 시원하게 마저 더 싸지?...옳지, 아랫배에 힘주고.....끄응...
민석 (어이가 없다)
25. #민석 차안(달리는)
민석, 표정이 굳어서 운전하고 있고, 짱가를 안은 은환, 민석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은환 화 났어, 민석씨?
민석 ......
은환 미안해...괜히 나 땜에 친구한테 쪽 다 팔리구....근데 뭐 그럴 수도 있지 뭐...그깟 일 루 화를 내구 그래? 남자가?....쫌팽이 같이...
민석 (울컥하는 화를 삼키며)....너 옷은 그게 뭐야?
은환 왜? 디자인이 이뻐서 사 입었는데, 안 이뻐?
민석 학생들이라두 만나면 어떡할라 그래?
은환 뭐 선생은 여자두 아닌가?......내가 그동안 참고 있어서 그렇지, 나 이런 스타일 되 게 좋아해.
민석 (한숨 푹 내 쉬고)....배, 안 고파?
은환 당근 고프지.
민석 뭐 먹으러 가까?
은환 으응......(하다가 짱가 귀를 가리고) 멍멍탕.
민석 (자기 귀를 의심하며) 뭐?
은환 (짱가 들을까봐 입만 벌려) 보신탕....(입맛까지 다시며) 아, 생각만 해두 군침이 돈 다.
민석 (빨간 신호등 앞에서 끼익 차를 세운다)
은환 내가 되게 잘하는 집 아는데...글루 가까?
민석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는 표정으로 은환을 보는)
은환 아, 민석씬 못 먹나?....먹어보면 되게 맛있는데...민석씨가 못 먹는구나?....그럼 아무 거나 민석씨 좋아하는 거 먹자.
민석 .....(황당한 표정 간신히 수습하며) 니가 그렇게 먹구 싶음....먹자.
은환 (어...이게 아닌데....잠깐 당황하는)
26. #보신탕집안
은환과 민석, 테이블에 앉아 있다.
남비에선 전골이 보글보글 끓고 있다.
은환, 웃고는 있지만, 당장이라도 토할듯한 표정....냄새를 맡지 않으려고 숨도 코로 쉬지 않는다.
민석 다 끓었나보다. 먹자....
은환 으응.....(내키지 않은 듯 숟가락을 천천히 가져다 국물을 떠서 입으로 가져오다가 와락 구토끼를 느낀다. 숟가락 놓고 일어서며) 잠깐 화장실 좀 갔다 오께. (급하게 넘어질 뻔하며 뛰어 나간다)
민석 (어이없다는 듯 은환을 보는....문득 쟤가 대체 왜 안하던 짓을 하고 저러나? 의구심 이 생긴다)
27. #화장실
은환, 토할 듯이 헛구역질 해 댄다....죽을 상을 짓는.
28. #보신탕집안
민석, 음식에는 손 대지 않고 물만 마시며 곰곰히 생각하고 있다.
이때, 핸드폰 벨소리 들린다. 은환의 핸드백에서 나는 소리다.
민석, 잠깐 망설이다가 은환의 백을 뒤져 핸드폰을 찾다가 DVD 테입을 발견한다.
‘10일안에 남자 친구에게 차이는 법’....핸드폰 벨소리는 마침 뚝 그치고.
민석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난다....그랬구나...은환이가 그래서 그렇게 황당한 짓을 했었구나...비로소 정리가 된다.
민석, 은환이 손수건으로 입을 닦으며 오는 것을 보고 얼른 테입을 백에 넣는다.
민석 왜? 속이 안 좋아?
은환 (코를 막고 오며) 나 있지....갑자기 짜장면이 먹고 싶어졌어.
29. # 중국집
테이블에 짜장면 두 그릇을 놓는 손...상두다.
상두 (앞치마하고 위생 수건도 쓰고) 맛있게 드십시오, 손님.
상두, 한쪽으로 와서 앉더니 커다란 양푼이에 담긴 양파를 까기 시작한다.
상두 (주방에다 대고) 아줌마! 양파 다섯 자루만 까면 돼요? (눈이 따가워 어쩔 줄 모 르는)
30. # 중국집 밖
만도, 가게 밖에서 갑갑한 표정으로 그런 상두를 지켜 보고 있다.
만도 하, 저 자식 정말...미친 거 아냐?
만도의 시선에 보이는 상두, 열심히 재채기하며 눈물 흘리며 궁상스럽게 양파를 까고 있다.
31. # 중국집 안
상두, 열심히 양파를 까고 있는데, 주인 아줌마(40대 중반), 나와서.
주인 보기는 영 시원찮아 보이더니 총각이 일을 참 잘하네.
상두 (애교스럽게 웃으며) 나 이쁘지, 아줌마? 이쁘구 일두 잘하는데 돈 많이 줘야 해. 응? (윙크를 하는)
주인 (갑자기 얼굴이 빨개지며 뺨을 도닥거리며 안으로 들어간다)
상두 (아차하며 중얼거리며) 아, 버릇이 또 나오네.....안돼, 차상두! 반칙이야, 이건!... 잊 어! 잊어야 돼! 넌 이제 제비가 아냐! (근엄한 표정 지으며 열심히 양파를 깐다.)
32. #민석 차안
짜장면을 입가에 묻힌 은환, 아이스크림을 혀로 핥아 먹고 있다.
민석, 그런 은환을 보다가 다시 앞을 본다....차라리 서글프다.
은환 짱가야....너두 한 입 먹을래?.....(짱가의 입에 대 주고)...민석씨....민석씨두 한 입 먹 을래? (짱가가 입 댔던 아이스크림 내미는데)
민석 (난처하게 웃으며) 됐어, 난.
은환 맛있는데에? (혀로 다시 핥아 먹는다)
민석 (슬프다)
33. # 심란 족발집 앞
민석의 차, 와서 멎고, 민석, 차에서 내려 은환쪽 문을 열어준다.
은환, 짱가를 끌고 차에서 내리며 민석의 눈치를 살피며.
은환 민석씨, 표정이 안 좋다?
민석 아냐, 내가 뭘....
은환 안 좋은데 뭐. 나한테 화 났어?
민석 화 안 났어.
은환 화난 거 같은 데 뭐.
민석 안 났어.
은환 에이, 났잖아...났으면 났다구 솔직히 말을 해.
민석 안 났어.
은환 (정색하고) 민석씨가 도인이야? 왜 거짓말을 하구 그래? 화난 거 맞잖아.
민석 (어이없다는 듯 보다가) 그래, 화 났어.
은환 ......내가 엄청 밉겠다?
민석 그래, 미워.
은환 엄청 꼴보기 싫겠다, 그럼?
민석 .....그래.
은환 (눈치 보며 조심스럽게) 그럼...앞으로 다신 내 꼴 안 볼래?....민석씨 어머님두 나 별 루 안 좋아하시는데...만나지 마까, 우리?
민석 (쓸쓸한 표정으로 은환을 보는)
은환 아니...그러니까....괜히 나 만나서 혈압 오르면 민석씨 건강에두 안 좋구...(하는데)
민석 (갑자기 은환을 꼭 껴안아버린다)
은환 (어, 이럼 안되는데....당혹스럽다)
세라(E) 이 집 주인 없어요?! 주인 어디 갔어, 주인!!
은환, 민석, 세라의 고함 소리에 놀라서 족발집쪽을 본다.
34. #족발집 안
세라, 족발과 쟁반국수, 보쌈, 소주등 한상 가득 시켜놓고 앉아서 시비 걸고 있다.
세라 (숟가락으로 테이블 신경질적으로 두드리며) 주인 없냐구!!
지환 (한쪽에서 만화책 보며 족발 먹고 있다가 짜증난 표정 지으며 세라에게 가며) 무슨 일이신데요?
세라 (지환은 본 척도 않고) 주인 없냐구, 아줌마?!
지환 제가 주인인데요!!
세라 (그제야 보는)
지환 (위협적으로) 제가 주인 아줌마 아들이예요, 왜!
세라 (그럼 얜 내 동생?.....눈빛이 흔들린다.)
지환 왜 그러시냐구우!!
세라 너...몇살이야?
지환 에?
세라 이름이 뭐야, 너?
지환 (어이없어) 하 참....호구 조사 나오셨수?
이때, 은환과 민석, 가게 안으로 들어선다.
세라, 민석과 은환의 모습에 당황하고, 민석도 세라의 모습에 당황한다.
은환 어?.....보리 언니네?....안녕하세요? 여기까지 어쩐 일이세요?
지환 아는 사람이야, 누나?
민석 (세라를 서늘한 표정으로 보고)
세라 (당혹함 감추고 짜증 부리며) 이 집 족발 맛이 왜 이래요! 무슨 말고기두 아니구.... 이걸 지금 먹으라구 주는 거예요?
지환 아, 저 아줌마가 정말...
은환 (지환을 말리고 세라에게 다가가) 제가 잠깐 맛을 볼께요...(새 젓가락으로 족발 집 어 맛을 본다)
세라 (얄밉게 보고 있다)
민석 (난감하기만 하다)
은환 괜찮은데?....(조심스럽게) 맛만 있는데요, 전.
세라 맛있어?....맛있으면 너 혼자 다 먹어!! (벌떡 일어선다)
은환 이보세요.
세라 이걸 음식이라구 팔구, 그 돈 받아서 이렇게 떵떵거리며 잘먹구 잘 사냐, 니네는?
은환 말씀이 지나치시네요!!
세라 지나치긴 뭐가 지나쳐!...무슨 놈의 세상이 이렇게 불공평하냐? 나쁜 짓 하는 사람 들은 당연히 벌을 받구, 죄값을 치러야 되는 거 아냐? 이렇게 잘 살아버리면 곤란 한 거 아냐?!!
은환 (버럭) 야! 우리가 무슨 나쁜 짓을 해?!!
세라 (은환의 고함소리에 잠깐 흠칫하고)
민석과 지환은 각각의 입장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 있고.
은환 너! 거기 가만 있어!!.....(하더니 세라 상에 놓여 있던 소주를 벌컥벌컥 마신다)
민석 은환아!
세라 (어쭈!하며 비웃듯이 보고)
은환 (거의 반병쯤 꿀떡꿀떡 마시고) 너, 니가 나한테 뭐라 그러는 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는데, 우리 엄마가 만든 족발갖구 뭐라 그러는 건 절대루 못 참어! 사과해! 당장 사과 해!!
세라 사과 좋아하시네...니네 엄마 한테 인생 그렇게 사는 거 아니라구 그래!! 천년 만년 잘 먹구 잘 사나 내가 똑똑히 지켜 보겠다구 그래!!
은환 (폭발한다) 우리 엄마 욕 하지 말라 그랬잖아!!....(달려 들어 세라의 머리칼을 움켜 쥔다)
세라 (같이 은환의 머리칼을 움켜쥐고 싸운다)
민석 은환아! 세라씨!! (말리려고 하는데)
지환 (민석을 잡으며) 말리지 마요, 매형!! 저 기집앤 좀 당해야 돼!! 누나! 머리채를 확 뽑아버려!! 채은환! 화이팅!!
민석 지환아, 임마...(지환의 힘을 당해내지 못하고)
이때, 심란, 배달을 마치고 들어서다가 안에서 벌어진 상황에 기함을 하며.
심란 뭐..뭐야...저...저 년이....(한쪽에 놓인 빗자루 들고 오며) 너 이 년! 우리 은환이한테 손 못 떼!! (하며 세라의 엉덩이를 힘껏 때려 버린다)
세라 (비명 지르며 주저앉고)
은환 엄마아!!
심란 가만...이 년이 그 싸가지 없던 그 년 아냐!!
세라 (눈물이 그렁해서 찢어질 듯 심란을 흘겨 본다)
심란 이 년이...뭘 잘했다구, 어딜 어른한테 눈을 치켜뜨구...(하며 다시 한 대 내려칠 듯 하는데)
은환 (세라를 가로막고 선다) 진정해, 엄마....내가 잘못했어, 내가 먼저 싸움을 걸어서 그 래.... 진정해, 엄마!!
세라 (벌떡 일어서며) 야, 참 대단한 엄마하구 딸이네....감동적이네요. 역겨워서 못 봐주 겠네, 진짜!
심란 저, 저 년이....
은환 엄마아...(하며 심란을 껴안으며 말리고)
세라 나 족발 값 못 줘! 진단서 끊어서 보낼테니까, 치료비나 물어 줄 생각해, 아줌마! (절룩거리며 휙 나가버린다)
심란 뭐 저런게 다 있어! ...놔아...나 못 참어! (은환이 꼭 붙들고 있다) 이거 놔!!
은환 엄마! 참어! 엄마가 참어! 내가 잘못한거라니까!!
민석 (그런 심란과 은환을 암담한 표정으로 보는)
35. #거리
세라, 눈물이 그렁해서 이를 앙물고 심란에게 맞은 엉덩이를 만지며 걸어가고 있다.
세라 (이를 앙물고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그 기집애가 딸이라구?.....딸이라구우?..(기가 막 힌듯 웃는)
이때, 크락션 소리 들린다.
세라, 돌아보면, 민석의 차, 세라 옆으로 와 멎는다.
민석 (차창문 내리고) 타세요.
세라 ......
36. #민석 차안
민석, 운전하고 있고, 세라, 옆자리에 타고 있다.
세라 ....선생님.
민석 네.
세라 아까 그 집 딸이랑 결혼하실거예요?
민석 .....그럴 생각인데요.
세라 (피식 비웃고) 다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선생님이 뭐가 부족해서 그따위 기집애랑 결혼을 하세요?
민석 ...말씀이 지나치시네요.
세라 결혼하지 마세요, 선생님....우리 보리가 좋아하는 선생님이니까 진심으로 충고하는 건데요. 선생님까지 불행해지는 거 원치 않아요.
민석 (세라를 보다가 서늘하게 피식 웃으며)....무슨 뜻입니까?
세라 선생님 여자친구요...행복하게 살도록 제가 절대 그냥 놔두지 않을 생각이거든요.
민석 (흠칫하며 세라 보다가 다시 앞을 보는)
세라 전요 세상에서 제일 나쁜 인간이 남의 자릴 빼앗구 남의 걸 가로채는 인간이라 고 생각해요.
민석 ......은환이가 세라씨가 가진 걸 가로채기라두 했습니까?
세라 ......(대답 않는다)
민석 은환이하구 저 꼭 결혼합니다.
세라 (보는)
민석 그래서... 세라씨가 은환이한테 내리는 벌....제가, 막아줄겁니다.
세라 (어이없다는 듯 보는)
민석 (세라를 향해 사람좋게 웃어주고 앞을 보고 운전해 가는....웃고는 있지만, 눈빛은 매섭다)
37. #은환방
은환, 들어와서 침대에 힘없이 턱 드러누워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는데.
잠시후, 은환의 핸드폰 울린다. 은환, 핸드폰을 들어서 본다. 발신자 이름에 “차상 두” 라고 씌여 있다.
은환의 얼굴에 미소가 감돈다. 은환, 폴더를 열고 핸드폰을 가만히 귀에다 댄다.
은환 ........(아무 말 하지 않는)
38. # 중국집 주방
장갑을 끼고 커다란 다라이에 그릇들을 설거지하고 있는 상두....핸드폰을 어깨와 뺨 사이에 끼운채 역시나 아무런 말 없이 미소만 짓고 있는.
39. #은환 욕실
칫솔질하고 있는 은환, 한손으로는 핸드폰을 귀에 댄 채 역시나 아무런 말 없이...
40. # 중국집 주방
설거지한 그릇을 마른 행주로 닦는 상두....여전히 핸드폰을 귀에 대고 아무런 말 없이 미소만 지으며....은환을 느끼는.
41. #은환방
씻고 잠옷으로 갈아 입은 은환, 화장대앞에 앉아 로션을 바른다...핸드폰 귀에 댄 채.
42. # 중국집 홀
상두, 의자를 테이블에 얹고 빗자루로 홀을 청소하고 있다....핸드폰은 귀에 대고.
43. #은환 방
은은한 조명등만 켜진 방
은환, 졸린 눈을 간신히 뜨고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다....졸린 눈을 감았다 떴다 하 다가...결국 스르르 잠에 빠져 든다. 핸드폰이 툭 떨어진다.
44. #중국집 홀
깨끗하게 정돈된 홀....상두, 허리를 두드리며 둘러보다가 핸드폰에 대고 말하는.
상두 ....잘자, 은환아....
상두, 얼굴 가득 미소 떠올리며 하품을 하며 홀의 형광등을 끈다.....암전. F.O.
45. #골목길(어두운 새벽)
아직 날 밝기 전 깜깜한 어둠 속.
상두, 뛰어다니며 신문을 돌리고 있다...힘들고 피곤해서 잠깐 주저앉지만, 다시 일 어 서서 뛰는....시계를 보면 4시 30분을 가리키고 있다.
46. #은환방
조명등만 은은하게 켜진방. 곤히 잠들어 있는 은환.
47. #골목길
가로등 불빛이 서서히 엷어지고 있다.
상두, 뛰어다니며 신문을 배달하고 있다.
48. #보리 병실
보리도 곤하게 잠들어 있고, 만도, 간이 침대에서 쪼그리고 잠들어 있다.
새벽의 여명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다.
49. #골목길
환하게 밝은 아침....상두, 온 몸에 땀이 가득해서 골목을 뛰며 신문을 배달한다.
50. #은환방
커튼 사이로 완전히 밝아진 아침 햇살이 비춰든다....여전히 꿈나라를 헤메고 있는 은환.
51. # 은환 학교 외경(낮)
52. #은환반 교실
은환, 칠판에다 수학 문제 쓰고 돌아서며 학생들에게 설명을 한다.
이때, 은환의 눈에 들어오는 상두.
상두, 책을 세워 가리고, 뭔가 열심히 열중해 있다.
은환, 갸웃하다가 다시 돌아서며 수학 문제를 설명한다.
상두, 바늘로 실내용 슬리퍼에 장식용 구슬을 달고 있다.
희서 뭐해요, 오빠?
상두 (조용히 하라고 손가락 대 보이고) 돈 벌어.
희서 (의아한)
은환 (등을 돌린 채 수학 문제 설명하고 있다)
상두 (잠깐 바느질을 멈추고 은환을 본다....미소가 흐른다....그래, 은환아...이제부턴 너한 테 한점의 부끄러움도 없이 살께....)
희서 (은환에게 시선이 향하고 있는 상두를 질투어린 눈길로 보는 )
상두 (씨익 미소 지으며... 은환은 비록 보지 못하지만, 머리위로 하트를 만 들어 보인다.)
53. #교정 잔디밭
점심시간이다. 학생들, 빵 봉지 들고 먹으며 장난하며 지나간다.
은환, 구름다리 위에서 어딘가를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고 있다.
상두, 슬리퍼가 가득 담긴 비닐 봉지 옆에 놓고 열심히 바늘로 장식용 구슬을 달고 있다.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이때, 교장, 순애와 함께 점심 먹고 이쑤시게로 이빨 쑤시며 오다가 상두를 발견한 다.
교장 어이, 차군!
상두 (그 소리에 고개 돌려보다가 교장과 순애를 향해 까딱까딱 고개만 숙여 보이고 다 시 일에 열중한다)
교장 (피식 웃으며 상두에게 다가간다)
순애 (얼른 따라붙고)
교장 (상두옆에 앉으며 슬리퍼 하나 들어서 보며) 뭐하는 건가, 이게?
상두 돈 벌이 해요.
교장 돈 벌이?....(황당한 표정짓다가) 이렇게 해서 한 켤레에 얼마나 받는데?
상두 (시선은 계속 슬리퍼에 두고)...죄송하지만, 좀 거들어 주기라두 하시면서 질문을 하 시면 안될까요?
교장 (머쓱한 표정 짓다가...슬리퍼 하나를 들고 순애에게도 하나를 준다) 어떻게 하면 되 는 건데?
상두 간단해요. 여기 구슬을요...이 슬리퍼에다 바늘루 끼시는 거예요.
교장과 순애, 상두가 시키는대로 따라하고.
은환, 쟤가 대체 왜 저런 일까지 하나 잔뜩 의아한 표정으로 보고.
교장 돈이 얼마나 궁하길래 학교까지 와서 이런 일을 하나?
상두 상당히 몹시 절대적으로 궁하죠....돈만 된다면 63층 꼭대기에서라두 뛰어내릴 수 있 을 거 같애요, 지금 심정으론!
순애 (깜짝 놀라며) 안돼요, 차 선생...(하다가 아차 )상두야!...무슨 그런 끔찍한 생각 을 하세요? 차 (선생하려다가)...상두야?
상두 ...교장 선생님, 어디 돈 되는 일 아시는 거 없으세요?
교장 글쎄.....(구슬을 꿰며) 취업난이 워낙 심해서 말이야, 요즘은....집안에 일이라두 생 겼나?
상두 뭐 그냥 봉양해야 될 노부모두 계시구....토끼 같은 자식...(하다가) 내가 정말 이러 구 학교나 다니고 있을 때가 아닌데...(고민하는) 휴학이라두 해야 되는 거 아닌가?
순애 (펄쩍 뛰며) 학업에는 다 때와 시기가 있는 건데 여기서 포기하시면 안돼...지(하려 다 말고)...제가 가지고 있는 통장이 몇 개 있는데....필요하시면 빌려줄 수도 있는 데....
상두 아녜요, 됐어요.....전 굶어 죽어두 여자가 주는 돈은 안 받아요, 인제.
은환 .....(그대로 지켜 보고 있다)
교장과 상두, 순애, 줄줄이 앉아서 열심히 슬리퍼에 구슬 꿰는 일을 하는데, 저 앞 으로 창호, 테니스 라켓을 들고 휘파람을 불며 지나간다.
교장 어이! 박 선생!
창호 (돌아보고) 아, 교장 선생님! (열심히 일하고 있는 상두에게는 찜찜한 시선주고)
교장 테니스 치러 가세요?
창호 예...점심먹구 배나 꺼트리게 장 선생이랑 한 게임 할려구요.
교장 그럼...(이리 오라고 손짓하는)
창호 (의아한 표정으로 걸어간다)
교장 힘들게 운동할 거 없이 좋은 일이나 하시면서 배 꺼트리시래요. (하며 슬리퍼 하나 를 꺼내서 준다)
창호 (의아한) 이게 뭡니까?
교장 우리 학생이 생활고 때문에 학업을 포기하겠다 맘 아픈 소릴 하는데...백짓장도 맞 들면 낫다잖아요.
순애 십시일반이라는 사자성어도 있습니다, 교장 선생님.
창호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상두 보면)
상두 (일에만 열중해 있는)
은환, 약간 황당한 표정으로 잔디밭쪽을 보고 있다.
교장, 상두, 순애, 창호, 나란히 앉아 궁상스럽게(?) 실내 슬리퍼에 구슬을 달고 있 다. 교장과 순애, 이빨로 실을 끊으며 자신의 일처럼 열심이고, 창호, 상두를 못마땅 하게 흘겨 보며 궁시렁거린다.
은환 (의아하고, 황당하다....)
만도(E) 그래, 너 잘났다, 자식아.
54. # 병원 휴게실
보리, 같은 병동 친구와 만도의 얼굴에 립스틱으로 장난하며 낄낄거리고 있다.
만도 (자면서 잠꼬대) 잘났어, 자식아....내가 죄인이다, 그래...내가 나쁜 놈이다, 임마.
이때, 희진, 흥분해서 문 열고 들어오며.
희진 보리야. 보리야.
보리 희진아.
희진 보리야....니네 엄마 지금 텔레비젼에 나온다?
보리 (무슨 소린지 몰라) 응?
희진 간호사 언니들이 비디오 보는데 니네 엄마가 나와.
보리 (갸웃)
만도 (코를 골며 잠들어 있고)
55. #간호사 대기실
간호사들, 새우깡 놓고 앉아서 비디오(‘천녀유혼’같은 왕조현이 주연으로 등장하는) 보고 있다.
보리, 간호사들 사이에 고개 내밀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비디오 화면을 응시한다.
모니터 화면 안의 여자....틀림없는 엄마, 왕조현이다....너무너무 반갑다.
간호사1 왕조현 정말 이쁘다.
간호사2 얼마전에 잡지에 나온 거 봤는데, 미모가 하나두 안 변했더라.
보리 (자랑스럽게) 우리 엄마예요.
간호사1 어, 보리야. 언제 왔어?
보리 우리 엄마 되게 이쁘죠?
간호사2 (어이없다는 듯 웃고) 저 사람이 니네 엄마라구, 꼬마야? 쟨 왕조현이야, 홍콩 영화 배우.
보리 (어리둥절) 아닌데....우리 엄마예요.
간호사1 (간호사2에게 눈짓주는)
간호사2 (눈치 못채고) 얘 진짜 깜찍하다...그럼 니네 아빤 장국영이야? (하는데 간호사1이 꼬집어 버린다)
보리 (당혹스러운)
56. #일각
보리, 힘없이 털레털레 걸어 와 목걸이 뚜껑을 열어본다.
눈물이 그렁해지는 보리.
보리 ....거짓말 쟁이. (눈물이 후드득 흘러 내린다)
보리, 걸고 있던 목걸이를 빼서 홱 팽개쳐 버리고 돌아서서 어디론가 간다.
57. #병원앞 로비
보리, 눈물이 그렁해서 어디론가 털레털레 걸어간다.
보리 사라지고 나면 세라의 모습 나타난다. 세라, 기운이 쭉 빠진 힘없는 표정으로 털레털레 걸어온다.
58. #학교 복도
상두, 옷안에다 뭔가를 숨기고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쪽으로 올라간다.
은환, 저 편에서 오다가 상두를 의아하게 본다.
59. #옥상
상두, 누가 없나 주위를 둘러보며 오다가 품안에서 파스를 꺼낸다.
조끼를 벗고, 웃옷 단추를 열고 손을 뻗어서 목에 파스를 붙이고, 오른쪽 어깨 죽지 아래로 파스를 붙이려는데, 손이 닿지 않는다.
은환, 옥상으로 들어서다가 파스를 못 붙여 쩔쩔 매고 있는 상두를 발견한다.
은환, 다가 가서 상두의 손에서 파스를 뺏는다.
상두 (흠칫하며 돌아보고)
은환 어디야? 여기서 왼쪽? 오른쪽?
상두 왼쪽...(은환이 여기? 하면) 좀만 더 아래.
은환 (파스를 붙여준다) 니네 집...어떻게 된거야? 집에 무슨 일 있어?
상두 (당황) 아니...뭐...어느 집이나 일이야 항상 있는 거 아닌가....요? (옷을 껴입고)
은환 접때, 니네 집에 한번 찾아 갔었는데, 주소가 잘못 된 거 같더라?
상두 (흠칫)
은환 그 집엔 애 아빠랑 할아버지가 살구 있다 그러더라구?
상두 아아....그게 그러니까....사정상 위장 전입을 좀 했거든...요.
은환 (잠깐 생각하다가) 아버지 사업, 부도라두 나셨어?
상두 (잠깐 당황하다가 고개 끄덕이는) 어, 쫄딱 망했어, 우리집.
은환 (눈물이 핑 돌며) 어떡해? 어떡해?.....세상에...어쩌다가 그렇게 됐어?
상두 뭐...인간사 새옹지마라고나 할까...요?
은환 그랬구나....그런 사정이 있었구나......난 것두 모르구...(울먹이며) 너 되게 힘들었 겠다.
상두 뭐.....그렇지 뭐.
은환 (가슴 아프게 보다가....상두의 손을 꼭 잡는다) 우리 인제 같이 나누자, 상두야.
상두 ......
은환 슬픔두 기쁨두 괴로움두 같이 나눠.....힘들면 나한테 기대, 응?
상두 (울컥한다. 감정 감추려고 느물거리며) 사나이 체면이 있지, 어떻게 여자한테 기대 냐? 쪽발리게?....어깨두 비리비리해 갖구 머리만 대두 부서져 버릴거 같구만.
은환 ....우리 저녁에 같이 밥 먹자. 내가 맛있는 거 사줄게.
상두 (좋은 표정 잠깐 짓다가...아, 일해야 된다.) 안돼, 바뻐요.
은환 ....(서운한) 시간 많이 안 뺏으께. 저녁만 같이 먹어.
상두 안돼애....시간 없어요.
은환 ....한 두 시간두 안돼?
상두 ...(고개 젓는) 안돼.
은환 (삐졌다) 튕기는 거야, 지금?
상두 (씨익 웃으며 시계 보고) 수업 시작하겠다. 가시죠, 선생님.
은환 나올때까지 기다린다?
상두 (보는)
은환 너한테 꼭 만나게 해주고 싶은 사람이...아니 동물이 있어....고수부지루 일곱시까지 나와. 바빠두 딱 한시간만 내.
상두 (잠깐 생각하다가 큰 적선한다는 듯 고개 끄덕이는)
은환 (그제야 씨익 웃는다)
60. #병원 로비
민석, 이리 저리 둘러 보며 보리를 부르며 찾고 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 기도 하고.
이때, 만도와 세라, 허겁지겁 뛰어온다.
세라 (보리의 목걸이 손에 쥐고 있다. 새파랗게 얼어서) 어떡해요....우리 보리 어떡해?
민석 경찰에 신고는 하셨죠?
세라 ....예.
만도 언젠가 내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요...어떻게 사기를 쳐도 지 새끼한테까지 사기 를 치냐, 그 놈은?
민석 전 차 가지구 이 근철 돌아볼테니까요....보리 할아버님이랑 세라씬 병원안을 샅샅히 뒤져 보세요. (뛰어 나간다)
세라 (울상이 되어) 보리야....어떡해.....상두한테 연락해봐야 되는 거 아녜요?
만도 내가 자꾸 지랄을 치니까 핸드폰을 꺼버렸어, 자식이....이 자식은 어디가서 처 박혀 있는 거야, 근데?
세라 (생각해 보는)
61. #플래시백
3회-평상에서 자고 일어나 지각이라고 학교 가야 된다며 양말을 다급하게 껴 신던 상두.
5회- 슈퍼앞. 교복을 입고 가던 상두.
6회-교복을 입고, 태산고등학교 부르며 택시를 타던 상두.
62. #병원 로비
세라 (....중얼거리는) 태산 고등학교....
만도 세라야....난 경찰과 닥터샘이랑 합동으로 보리 찾아볼테니까, 넌 상두한테 메시지두 남기구 계속 연락을 좀 해봐. 응?...(보리야! 부르며 뛰어나간다)
세라 ......
63. #은환 학교 정문앞
저 학년 학생들, 수업 마치고, 하교 하고 있다.
이때, 교문앞으로 와서 서는 세라(머리 스타일 표 안나게 스카프 정도 머리에 쓰 고), ‘태산 고등학교’ 명패를 확인한다.
아이들, 화려한 세라의 옷차림을 흘끗거리며 보고 지나간다.
세라 (막상 학교까지 오긴 했지만,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아야할지 막막하다)
64. #교장실
교장, 돋보기까지 끼고 슬리퍼에 구슬을 열심히 달고 있다. 이빨로 실을 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데.
이때, 노크 소리 들린다.
교장 네, 들어오시래요.
교장실 문 열리고, 창호, 세라와 함께 들어선다.
창호, 세라에게 “저희 학교 교장 선생님이십니다.” 얘기하면, 세라, “안녕하세요” 꾸 벅 인사하고.
교장 누구시래요?
세라 할아버지가 이 학교 대빵이시죠?
교장 (의아하게 보는)
창호 (인사하고 나간다)
세라 사람을 좀 찾을려구 하는데....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아야 할질 모르겠어요.
교장 누구를 찾으시는데요?
세라 차상두요!
65. #은환 교실
순애의 수업 시간이다.
상두, 슬리퍼와 바늘을 쥔 채 꾸벅꾸벅 졸고 있다. 희서, 불안하게 상두를 보고.
순애, 그런 상두를 안스럽게 보며 계속 수업한다.
이때, 그런 상두를 지켜보는 시선.
66. #교실 복도
은환, 그런 상두를 애틋하게 지켜 보고 있다.
이때,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 울린다.
67. #교장실
교장, 컴퓨터앞에 앉아 인터넷에 접속하며 세라에게 이리 와 보라고 손짓한다.
세라, 교장 옆으로 가서 모니터를 함께 지켜본다.
이때, 모니터에 “차따리” 메인 화면이 뜨고, 상두와 차따리 회원들이 함께 찍은 사 진 바탕화면에 깔려 있다.
교장 (상두를 가리키며) 아가씨가 찾는 차 상두가 이 차 상두 맞드래요?
세라 (...놀라며) 상두야!!
68. #은환반 교실
상두, 뺨을 책상에 붙이고, 잠들어 있다. 희서, 상두의 입가에 흘러내린 침을 닦아준 다.
은환, 종례 하기 위해 교탁으로 와 선다.
반장, 차렷! 경례! 하고.
은환 오늘 종례는 별 다른 건 없구, 다음주에 양로원에 봉사 활동 나가는 거 조별로 준비해야 될 사항들이 있는데....(하는데)
이때, 교실문 노크 하는 소리 들린다.
은환, 고개 돌려 보면, 한 여학생, 문을 열고 은환에게 인사하며.
여학생 저기...차상두 오빠, 교장실로 좀 오시라는데요?
은환 (잠들어 있는 상두를 본다)
69. #교장실
세라, 기가 막힌 표정으로 만도와 핸드폰하고 있고, 교장, 그런 세라를 물끄러미 지켜 본다.
세라 보리 아직 못 찾으셨어요, 삼촌? (울먹이며) 아우, 보리야......상두는 찾았어요....상두 지금 학교에 있어요....아뇨, 그 학교가 아니구요.
교장 (갸웃하는데)
이때, 노크 소리 들리고, 상두, 들어선다.
상두 찾으셨어요, 교장 선생님? (졸린 얼굴 부비며 교장에게 인사하다가 눈 앞의 세라를 보고 기함을 하는)
세라 (핸드폰 내리며) 상두야!
상두 (숨이 멎는 것 같다)
교장 차 군을 급히 만나고 싶다구 손님이 찾아오셨어.
상두 (충격받아 멍해 있다가 얼른 자리를 피하려는데)
세라 클났어, 상두야...보리가...보리가 없어졌어.
상두 (보리라는 소리에 흠칫)
세라 왕조현이 지 엄마 아니란 거 알아갖구....가출해 버렸어, 보리가.
상두 (세라를 휙 돌아보는)
세라 (울컥) 니 딸이 없어졌다구! 보리가 없어졌다구!!
교장 (놀라는)
상두 (그대로 뛰어나간다)
70. #운동장
상두, 안색이 창백해져 있는 힘을 다해 뛰기 시작한다.
상두 (중얼거리는) 보리야...보리야....
세라 (뒤따라 나오며) 같이 가, 같이 가, 상두야.....(상두를 뒤쫓기 시작한다)
71. #일각
은환, 종례 마치고 나오다가 미친 듯이 뛰어가는 상두와 세라의 뒷모습을 본다.
의아한 표정 짓는.
72. #민석 차안
민석, 차를 운전하며 여기저기 둘러보고 있다. 보리의 모습, 쉽게 찾아지지 않는다.
민석, 초조한 표정으로 얼굴을 부비는데, 저 앞 상가 건물앞에 힘없이 쪼그리고 앉 아 있는 보리를 발견한다.
민석 (반가와서) 보리야!!
73. #상가 건물앞
민석, 차에서 내려 보리에게 달려온다.
민석 보리야!
보리 (기운없이 앉아 있다가 눈물이 그렁해져) 선생님..
민석 (보리를 안아주며) 우리 보리 없어져서 선생님이 얼마나 놀랬는지 알아?....할아버지 랑 아빠랑 다들 되게 많이 걱정하셔....가자.
보리 (고개 젓는)
민석 왜?
보리 안 가요, 싫어요.
민석 보리야아...
보리 (강건하게 소리치는) 아빠 미워요. 싫어요. 안 가요!!
민석 (난감하게 보는)
74. #병원 일각
온 몸이 땀으로 젖은 상두, 미친 듯이 보리를 찾고 있다.
상두 보리야! 보리야.! 차 보리!!.......(절규하는) 보리야!!!
상두, 밖으로 뛰어나가려는데....이때, 민석의 차, 상두앞으로 와서 멎는다.
상두, 멍한 표정으로 민석의 차를 보는데.
민석, 차에서 내려 상두를 서늘하게 보더니, 뒷 좌석 문을 열어 보리를 안아 내린 다.
상두 (눈에 눈물이 그렁해진다) 보리야....(보리에게 다가가며 이리 오라며 손을 벌리는데)
보리 (눈물이 그렁해서 상두를 흘겨보며 민석에게 딱 달라 붙으며 상두를 외면한다)
상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민석 (어떻게 인생을 이러구 사냐?....한심하게 상두를 보는)
상두 (볼을 타고 눈물 한 방울이 흐른다....)
75. #고수부지(밤)
은환, 짱가와 함께 한강물을 바라보며 앉아 있다.
은환 짱가야....지금 너 누구 만나러 나왔는지 알어?.....그 사람이 너 보면 아마 반가와서 쾍 까무라지면서 이렇게 말할거야.....(상두 흉내) 짱가야! 우리 짱가가 이렇게 이쁜 짱가 2세를 낳았구나....(눈물이 그렁해진다) 이렇게 이쁜 새끼를 세상에 낳구 죽었 구나....(하다가) 괜히 울면 어떡하지?.....아냐, 기뻐할 거야....너 보면 죽었던 니 엄마 가 살아온 거 처럼 되게되게 좋아할 거야, 상두 형아....그치? 짱가 2세!
은환, 시계를 보면 7시가 가까워 오고 있다.
76. #보리 병원 외경(밤)
77. #보리 병실복도
민석, 기가 막힌 표정으로 보리 병실안을 보고 있다.
78. #보리 병실
상두, 무릎 꿇고 앉아 손을 들고 벌 서고 있다.
보리, 이불 푹 뒤집어 쓰고, 엄마아...엄마아...하며 울고 있다.
만도, 상두와 보리를 번갈아 보며 난감한 표정 짓고 있다.
만도 보리야...아빠가 잘못했대잖아...아빠, 지금 보리한테 용서 빌려구 벌서고 있다? 봐 봐. 니가 한번 봐봐.
보리 (엄마아...부르며 계속 이불 뒤집어 쓴 채 울고)
상두 (그대로 벌을 선 채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잘못했어, 보리야....아빠가 죽을 죌 졌 어....한번만 용서 해줘....한번만 용서해주면 다시는 너한테 뻥 안치께....잘못했어, 응?
보리 (계속 엄마를 부르며 울고)
상두 (돌아버릴 것 같다. 발이 저려와 어쩔 줄 몰라하며) 보리야...아빠가 어떡하까?.... 니가 아빠보구 콧구멍에다 코끼리를 넣으라면 코끼리라도 넣으께....보리야, 울지마, 제발....건강에 안 좋단 말야, 제발 울지 마....응?
이때, 세라, 병실문 열고 들어선다.
상두를 흘겨보다가 “엄마아” 부르며 울고 있는 보리에게 다가간다.
세라 보리야...화풀어. 울지 마...울지 마아....(눈물이 그렁해진다)
보리 (더 큰소리로 엄마아....부르며 울고 있다)
세라 ...(결심한 듯) 엄마, 여깄어! 엄마 여깄어, 보리야!!
상두 (깜짝 놀라며 당황하는) 윤 세라!
만도 (역시 당황하고)
세라 내가 니 엄마야! 언니가 니 엄마야, 보리야!!
보리 (그 소리에 울음을 멈추고 이불을 내린다....눈물로 얼룩진 눈으로 세라를 보는)
상두 (기절할 거 같다)
세라 엄마, 안 죽었어! 여기 살아 있어, 엄마!....내가 니 엄마야, 내가 보리 엄마야!!
보리 (입술을 비죽거리며 세라를 보다가 엄마아...하며 세라에게 안긴다)
세라 보리야....(하며 보리를 와락 껴안고 울고)
상두 (황당하고 허탈하고 기막힌 표정 짓는다)
79. #고수부지
은환, 짱가를 안고 상두를 기다리고 있다. 시계를 본다. 8시를 지나고 있다.
은환 짱가야, 춥지?.....조금만 더 기다리자.
80. #병실안
상두, 허탈한 표정으로 세라와 보리를 본다.
보리와 세라, 여전히 껴안고 울고 있다.
81. #고수부지
은환, 핸드폰을 한다....핸드폰이 꺼져 있다는 안내음만 들린다.
상두가 오는지 뒤를 다시 돌아보는 은환.
82. #병원 현관
상두, 힘이 쑥 빠져 털레털레 걸어나오는데....문득 은환과의 약속이 생각난다.
은환(E) 너한테 꼭 만나게 해주고 싶은 사람이...아니 동물이 있어....고수부지루 일곱시까지 나와. 바빠두 딱 한시간만 내.
상두, 시계를 보면 9시가 가까워 오고 있다. 상두, 뛰기 시작한다.
83. #고수부지
은환, 짱가를 안고 벌떡 일어선다.
은환 나쁜 놈.....
은환의 굳은 표정에서.....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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