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두야! 학교가자 1
old/old_scrapbook 2003. 11. 1. 12:21
1. # 여성복 가게


강남의 명품 여성 의류 가게.
출입구 유리문 열리고, 명품 선글라스와 명품 양복으로 근사하게 멋을 낸 상두, 들어선다.
상두 뒤로는 역시 멋있게 차려입은 만도가 비서처럼 수행하며 뒤따라 들어선다.
매장안의 여성들, 상두를 호감어린 눈길로 바라보고, 상두, 그 시선들을 즐기며 옷 걸이에 걸린 여성복을 들어보며 만도와 함께 고른다.
상두 바로 앞에서 옷을 고르고 있던 미시족 (아기를 앞에 포대기로 안긴 했기만 나 름대로 세련되어 보이는 외모), 상두를 흘끗거리며 보는데, 상두, 미시족과 한순 간 눈이 마주친다.
미시족, 상두를 향해 수줍게 웃고, 상두도 미시족을 향해 미소를 날린다.


만도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미시족에게 살짝) 아줌마! 애나 봐! (하며 ‘똥기저귀 갈 일 있냐, 임마’하며 상두에게 속삭이며 가위표를 그린다.)
상두 (순식간에 얼굴에서 미소를 싹 거두며 만도쪽으로 얼굴 돌린 채 ‘괜찮구만 뭐’ 입 만 벌려 궁시렁거리며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미시족 (한순간 뻘쭘해지며 자존심이 상하는)


상두, 다른쪽 옷걸이를 뒤지며 옷을 고르다가 옷 하나를 집어드는데, 동시에 같이 집는 손이 있다.
상두, 고개 들어보면, 20대 중반의 팔등신 미녀(미스코리아 뺨치는 외모, 쫙 달라 붙는 육감적인 원피스를 럭셔리하게 차려입은)가 있다.
미녀, 고혹적인 눈웃음을 상두에게 흘리고, 상두, 홀린 표정으로 미녀를 바라보는 데.
만도, 표정이 일그러져서 두 사람이 함께 잡고 있던 옷을 홱 뺏어들어 옷걸이에 걸 고는 상두를 끌고 한쪽으로 간다.
미녀, 미련이 남아 상두를 보고, 상두 역시 아쉽다는 듯 눈길주며 어쩔 수 없이 만 도에게 끌려가는데.


만도 (다른 옷 보는 척 하며 상두에게 소근거리는) 물이 영 엉망이다, 여긴. 딴데 가자.
상두 (씨이..짜증나는 표정으로 아쉽다는 듯 미녀를 보다가 출입구쪽으로 나가려는데)


이때, “언니야! 나 워떤냐?” 하는 목소리 들린다.
시선, 얼른 소리 나는 쪽으로 옮겨가면 탈의실 문 열리고, 꽃무늬 원피스를 촌스럽 게 입은 별로 안 생긴 40대 중반의 여자 나온다.
중년여자, 비대한 몸집탓에 옷이 너무 끼어서 힘겹게 헥헥거린다.
그 소리에 돌아보던 만도, 중얼거리듯 낮은 목소리로 ‘빙고!’하며 상두를 쿡 찌르 며 중년 여자를 가리킨다.
상두, 만도가 가리키는 중년여자를 보다가 싫어서 인상이 일그러지고.


만도 (위협적인 표정 ‘죽을래?’)
상두 (‘아우 씨’ 죽을 상을 하는)


중년 여자, 종업원에게 ‘언니야! 나 짜쿠 좀 올려줘야 쓰것다“하며 거울앞에 서서 자신의 몸을 비춰보는데,
어느새 중년 여자의 뒤로 와 선 상두, 좀전 짜증난 표정과는 180도로 전혀 달라진 표정, 느끼한 미소를 머금고 중년 여자의 원피스 지퍼를 올려준다.


상두 (전라도 사투리) 워찌나 눈이 부신지 눈이 멀어부는 중 알았습니다, 누님. (정말로 눈이 부신 듯 인상 찡그리는 척 하며 느끼하게 윙크하는)


만도, 만족한 듯 시익 웃고.
미시족와 미녀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고, 중년여자는 꿈속을 헤메는 얼굴이다.
상두, 거울속의 중년여자를 향해 다시 끈적끈적한 유혹의 미소 지어보인다.


만도(E) 일단 목표물을 낚았으면 다음 단계, 검증 작업으로 들어간다.


2. #무도장안


상두와 중년 여자, 부루스 추고 있다. 상두, 중년여와 눈을 맞추며 웃고 있지만 호 시탐탐 염탐하는 표정.


만도(E) 이 싸모님이 퀸카가 뻥칸가 돈이 되겠나, 안되겠나..한 방에 알수 있는 방 법이 뭔지 아냐?


상두 요짐 세상엔 사람 함부로 믿으몬 못 쓴당께요...(안 듯이 여자 귀 가까이 얼굴을 가져다 대고) 조 놈도 제비고, 조 놈도 제비고...(하며 여자 목에 걸린 진주 목걸 이의 진주알을 깨물어 본다)


만도(E) 보석한테 물어봐! 보석은 절대 거짓말을 안하거든.


상두, 값비싼 보석이구나...눈이 반짝 빛난다.


상두 (시침 떼고 제 자리로 돌아오며) 하따, 허벌나네, 허벌나.
중년여 나말이 그 말이시! 우짜든가 고향 사람 만냉께 안심도 되고 믿음도 가고 겁나게 반갑구마. (상두를 향해 그윽한 눈길로 웃는)
상두 (눈을 맞추고 그윽하게 웃어주는데)
만도(E) 검증 작업이 끝나면 다시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3. #중국집


상두와 중년여, 서로 뜨거운 눈길을 부딪히고 앉아 있다.


만도(E) (신파조)자길 위해서라면 애 새끼 돼지 저금통이라도 들고 나오께....


식당 주인, ‘망할 년놈들, 지랄 염병하고 있네’ 하는 표정으로 땡감 씹은 표정을 지으며 탕수육을 테이블에 탁 내려놓는다.
상두, 탕수육을 중년 여자의 입에 하나 넣어주고,


만도(E) 한마디루 여자가 너라면 환장하게, 뻑가게 만들어 버리는 거야.


상두, 자기도 먹는 척 하다가 일부러 접시를 바닥으로 떨어뜨린다.


중년여 아이구, 아까워서 어쩔끄나...(하며 쪼그리고 앉아 접시에다 탕수육을 다시 담으며 바닥에 떨어진 탕수육을 주워먹는다)
상두 (중년여를 관찰하며 고개 끄덕이는)


만도(E) 여기서 또 하녀과냐 공주과냐에 따라서 접근 방법이 달라지는데.


상두, 열심히 정성껏 짜장면을 비비고 있다.


만도(E) 내 경험상 하녀과들은 짜장면만 비벼줘도


상두 체헝께 꼭꼭 씹어 드시씨요, 누님...(하며 짜장면 그릇을 중년여자 앞으로 놓아준 다) 자, 단무지도 꼭꼭 씹어 드시고.
중년여 (눈물이 핑그르르 돌아 상두를 보는)
상두 (그윽한 미소로 보는)
중년여 (그동안 남편에게 당했던 서러움이 살아나는 듯 펑펑 눈물을 흘리고 코도 푼다.)


만도(E) 눈물 콧물을 흘리며 게임은 끝나는 거지! 아, 이 새끼, 또 자네.


4. #상두방


얼굴에 맛사지 숯팩을 하고 앞머리 뒤로 넘겨 귀여운 리본 핀 꽂은 상두, 꾸벅꾸벅 졸고 있다.
이때, 상두의 머리로 탁 날아오는 화이트보드 펜.
상두, 놀라서 일어나며 아픈 상처를 부비고.
만도, 글귀들이 빽빽히 써진 화이트 보드앞에 서서 상두를 노려보고 있다.
(화이트 보드에 다음과 같은 글들이 쓰여 있다. <작업시 단개별 헹동지침>이라는 제목 아래, 1, 목표물을 낙는다 2. 검정작업에 들어간다-명품 감별법 3. 종류를 구 별한다.-하녀꽈 공주꽈 라는 글들이 산발적으로 씌여있다-맞춤법은 엉망이다.)
만도, “조심해 너!” 하고 상두를 못마땅하게 보며 지우개로 글들을 지우며.


만도 그럼 두 번째 실전 단계로 넘어가 비상시의 행동요령에 대해 알아본다. (화이트 보 드위에 <비상시-시를 한자로 쓸려다가 안되자 다시 지우고 한글로 쓰는- 행동요령 > 이라고 쓴다)
상두 (졸리는 눈을 성냥개비로 고정하는)


5. #레스트랑


분위기가 또 달라져 염색도 하고, 와이셔츠 단추 몇 개 풀어헤쳐 터프하고 섹시한 분위기를 물씬 낸 상두, 레스트랑안으로 뛰어들어간다.
상두의 눈길이 향하는 곳, 30대 후반의 여인 앉아 있다. 화려한 화장, 천박함이 그 대로 묻어나는 명순이다.
명순, 상두를 보자, 삐진 듯 샐쭉하며 고개를 돌려버린다.


만도(E) 아무리 의심많은 여자라도 ‘하이고, 우리 고향 누님이시구마..’.딱 한마디면
반은 녹아버리게 돼 있다. 전에 다 얘기 했지, 이건?


상두 (명순앞으로 와 앉으며 미소 보내며) 우리 하니가 뭐땀시 고로코롬 화가 나스까?
명순 (삐져 있다가 잠깐 당황한 듯 상두를 보는) 뭐라꼬?
상두 (당황하는데)


만도(E) 재수없어 헷갈렸다 그럼...(사이) 건 니가 알아서 해, 임마.


상두 (아차하다 얼른 수습하며 경상도 사투리) 아니, 그기 아이고...하니 니 오늘 억수 로 섹시해 보이네?
명순 (삐죽거리며) 내 친구가 하니랑 어떤 여자캉 있는 거 밨다 카던데 우찌된기고?
상두 (잠깐 당황하다가) 뭔 소리고, 그기? 내한테는 하니 니 뿌끼 엄는 거 모르나?
명순 (질투심에 삐죽거리며) 내 친구 가가 똑디 밨다카던데? 청팽에 모텔에서 하니가 다른 여자캉 팔짱끼고 나오는 거 밨다카던데?
상두 (다시 당황해 말문이 막히는)


만도(E) 꼬리를 잡혔다, 도저히 답이 안 나온다 그럴땐....죽여라, 배째라 그래!!


상두 (갑자기 버럭) 다 때리치아뿌자, 그라모!!
명순 (당황해서 보는)..하, 하니야.
상두 낼로 개우 그런 놈으로 밨다 이기재?...(손목에 찬 금장시계를 풀어서 테이블에 딱! 놓으며) 다른 거는 다 이자 무삐고 돌리 줄끼 이거 뿌끼 엄따. 내 겉은 놈은 퍼뜩 이자뿌고 잘 묵고 잘 살아라. (하며 일어서려는데)
명순 (안색이 창백해져서 상두의 손을 잡으며 사정하는) 잘몬했다, 내가 잘몬했다...애 펜네 그기 눈까리가 썩었던갑다. 잘몬했다...(두손을 싹싹 빌며) 내가 비께...앉아 라. 이래 비께, 응?..하니야?
상두 (그 말에 표정 약간 표정 누그러져 자리에 앉더니 테이블에 있던 나이프를 잡 는 다.)
명순 (긴장해서 보고)
상두 (나이프를 휙 돌려서 다시 탁 잡더니 고기를 썬다) 한분만 더 내 사랑을 으심하 몬 그땐 진짜 끝장이다!
명순 (눈치보며 고개 주억거리는)
상두 (썬 고기를 명순에게 내밀며 터프하게) 사랑한다, 하니야.
명순 (감동먹은) 내도..내도 하니 억수로 사랑해...(하며 고기를 받아먹는다)


이때, 레스트랑 문 열리며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은환이 들어선다.
입술에 투명 립그로스만 살짝 바른 은환, 여고생처럼 귀엽고 청순하다.
은환, 상두와 대각선 방향에 있는 테이블로 가 앉더니 머리에 빨간 핀을 꽂는다.
결전을 앞둔 용사처럼 잔뜩 긴장한 표정...떨리는 가슴을 계속 다독거리지만 쉽게 수습이 되지 않는다...잠깐 고민하다가 가방에서 소주병과 오프너 꺼내더니 오프너 로 소주병을 따서 벌컥벌컥 몇모금 마신다.
그동안 상두 테이블에선 상두와 명순 계속 느끼한 눈길로 느끼한 대화 주고 받고 있다.


명순 우리 하니 오늘따라 와 이래 잘 생깃노?
상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얼굴이 확 피뿌는가 보지?
명순 내는 마이 늙었재?
상두 누가 내 보고 안 있나, 심은하 하고 하니 하고 눌로 택할래 물어보몬 내는 백번을 물어바도 하니라꼬 대답한다.
명순 아이, 몰라..하니야...(하다가 은환이 소주를 들이키는 모습을 보고는 어이없어하 며 상두에게 소곤거리는) 요즘 아아들 갚도 몬한다카더만...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가스나가 머하는 짓이고, 저기?
상두 (그 말에 은환을 돌아본다)
명순 참, 말세다! 학교에서 학상들을 우찌 가르치는 기고, 대체!
상두 에미, 애비가 가정교육을 지대로 몬 시키서 그렇....(하다가 표정이 창백해진다)


(플래시백) 화사하게 웃던 갈래머리의 은환(17)


어린 은환의 모습이 현재의 은환의 모습으로 오버랩되어 보이고.
상두, 한 대 맞은 듯 멍해서 본다.
이때, 명순, “하니야!”하며 상두를 부르고, 상두, 그제서야 다시 고개를 돌려 멍 하게 있다가 마악 레스트랑으로 들어서고 있는 만도(매끈하게 쫙 빼 입었다) 와 눈 이 마주친다.
만도를 발견한 상두, 당황하고, 만도 역시 상두를 보고 놀란다.
만도, 놀랐던 표정 얼른 수습하고 ‘모르는 체 하자’라는 표정 보내며 상두를 모른 체하고 빨간 핀을 확인하며 은환앞으로 간다.
상두, 정지된 자세로 멍해있는.


만도 날라리?
은환 (얼른 소주병 가방에 집어 넣으며 긴장해서 마른 침 꼴깍 삼키고) 아랑드롱?..(손 을 까딱거리며) 방가방가.
상두 (만도가 왜 은환을 만나고 있는건가? 은환은 왜 고등학생 교복을 입었는가? 모든 상황이 당혹스럽다.)
만도 (은환의 맞은 편 소파에 앉는다. 은환의 미모에 감탄한듯) 어우, 이쁘게 생겼네.
은환 (씨익 웃으며, 긴장 감추며) 감사감사....(하다가 갑자기 핸드폰 꺼내더니 만도를 겨냥하고 찰칵 찍는다)
만도 (습관적으로 놀라 얼굴 가리며) 뭐, 뭐하는거야?
은환 아저씨가 열라 잘 생겨서..(사진을 보니) 어우, 이렇게 보니까 진짜 영화배우 같다. (만도에게 핸드폰 사진 보여주며) 이것 봐요, 캡빵 죽이게 나왔죠?
만도 (잘 생겼다는 말에 좋아) 실물보다 좀 못하지 않나?...사진까지 찍을 줄 알았으면 드라이발이라도 좀 세우고 나올걸 그랬네..(괜히 머리를 매만지는)
상두 (대화 엿들으며...어쩌려고 저러나...어이가 없다 못해 불안하다)
만도 (저쪽에서 종업원이 메뉴판 챙겨 오는 것 보고) 나가자. 주문 받으러 오기전에.
은환 (마른 침 꼴깍) 어..어디 가는데요?
만도 근사한데에.
은환 (떨려오는 것 누르고) 근사한데 가서 뭐하게요?
만도 (사랑스럽다는 듯 보며) 아저씨가 우리 날라리 용돈 줄려구.
은환 ...얼마 줄건데? 많이 줄거야?
만도 그러엄...너 정도 세수대야면..아니, 너 정도 외모면 한 장은 주지, 나같으면.
은환 (마른 침 꼴깍. 목소리 톤 커지며) 그러니깐 지금 우리 원조 교제하는 거지, 아저 씨?
만도 야아..(순간 표정이 당혹스러워지며 들은 사람 없나 사람들 휙 둘러보고 손가락 입 에 대 보이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너..너 왜 이래?
은환 (더 큰 목소리로) 마...맞잖아요! (사람들에게 들리게 더욱 톤이 높아져) 아..아저 씨 원조 교제 할려구 순진한 여고생 꼬셔낸 거잖아!!
상두 (기가 막히다.)


주변의 사람들, 은환과 만도쪽을 본다.


만도 (당황하며) 화장실이 어딘가...(일어나 가려는데)
은환 (발을 탁 걸어 넘어뜨린다)
만도 (쿵 넘어져서 당혹스러움과 아픔에 하얗게 질려 말 더듬으며) ..너...너..누구야?
짜..짭새냐?
은환 (온 몸이 후들거린다) ...짜..짭새아니구 선생님......날라리가 우리 반 학생이구, 내가 걔 담탱이..아니, 담임이야. (인상쓰며 위협적인 말투) 아저씨 오늘 나한테 죽었어!
만도 (놀라는)
상두 (환장하겠다)


명순은 입을 헤 벌리고 재미난 구경난 듯 보고 있고, 상두,이 사태를 어 떡하나? 난감하기만 하다.


만도 (도망가려는데)
은환 이 사진은 경찰에 확 넘긴다?
만도 (놀라서 돌아보고)
은환 (핸드폰을 들어 보여주며 버튼을 누르는데 녹음한 내용이 흘러나온다)


은환 (떨려오는 것 누르고) 근사한데 가서 뭐하게요?
만도 (사랑스럽다는 듯 보며) 아저씨가 우리 날라리 용돈 줄려구.
은환 ...얼마 줄건데? 많이 줄거야?
만도 그러엄...너 정도 세수대야면..아니, 너 정도 외모면 한 장은 주지, 나같으면.
은환 (마른 침 꼴깍. 목소리 톤 커지며) 그러니깐 지금 우리 원조 교제하는 거지, 아저 씨?


상두, 돌아버리겠다는 표정이고, 만도, 기함을 한다.
은환, 핸드폰 녹음된 내용을 정지시킨다.


만도 저기, 오..오해야! 나...난 아니예요, 샘! 아니라니까, 난! (자기를 보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손을 휘저으며) 아니예요, 난!!
은환 (몹시 겁이 나지만 죽을 힘을 다해 참고) 어..어디 할 짓이 없어 자식같을 애들 상 대루..당신 사람이니? (생각할수록 열이 뻗쳐 막가는 용기가 난다) 아저씬 자식 안 키워?!! 당신같은 악마는 법만 가지군 안돼! (핸드폰 들어 보여주며) 이 사진 걸개 그림으루 만들어갖구 광화문 한복판에다 내걸구, 1000만부쯤 인쇄해서 전국에 다 뿌리구, 인터넷에두 올리구...


만도, 안되겠다 싶어 “이씨”하며 은환에게 달려들어 은환의 손에서 핸드폰 뺏으려 한다.
은환, 만도의 손을 사정없이 물어버리고, 만도, 비명을 지르며 은환을 치려는데, 종업원 와서 쟁반으로 사정없이 만도를 친다.
은환도 같이 만도를 발로 손으로 온 몸으로 때리고.
상두, 일어날까 엉덩이 들썩거리지만, 아는 체도 못하고 미치겠다.
만도, 안되겠다 싶어 헐레벌떡 도망을 치다가 출입문 유리에 머리 쿵 부딪히고, 다 시 일어나 부리나케 도망을 친다.
상두, 차마 보기가 힘들어 한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상두(NA) 보리야! 아빠 어떡하냐?
만도가 나가고 나자 은환, 후르륵 무너지듯 바닥에 주저 앉는다.
좀전의 용감 무쌍했던 기백은 점점 사라지고 입가가 실룩실룩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듯한 표정으로 변하는 은환.
이때, 핸드폰 울린다.


은환 (핸드폰 받으며 간신히 울음 참으며) 어, 지숙아...그래, 만났어....당근 이상한 놈이 지, 딱 변태같이 생겼더라.
상두 .....
은환 (결국 피익피익 울음이 터져 나온다) 무서워서 운다, 왜?....그럼 무섭지. 내가 얼 마나 겁이 많은데...오줌 쌀 뻔 했다, 하마터면....그래, 진희 바꿔봐... (계속 울음이 새어나온다. 저쪽에서 전화 바꾸자) 윤희서! 너 앞으루 또 선생님 속 썩일거야?... 너 그딴 짓 하다가 또 걸리면 그땐...(갑자기 생각이 안 난다, 겨우 생각해 낸 것이) 선생님 콱 죽어버린다?!!...정말이야! 니가 너무 속을 썩여 죽는다구 유서 써놓구 죽 을거다, 내가!! (하다가 문득 레스트랑 안의 모든 시선이 자신을 향하 고 있다는 걸 느끼고 눈치보며 일어선다. 소리 낮춰) 선생님 경찰서 들렀다 학교에 갈거니까 꼼 짝 말구 있어. (핸드폰 끊고 가방 챙기고 티슈 꺼내 코를 휑 풀고 종업원에게 인사 하고 실룩실룩 울먹이며 레스트랑을 나선다.)


상두, 명순 몰래 푸후 한숨 쉰다.


명순 원조교제나 하는 저런 쓰레기겉은 것들은 동네 방네 소문내가 망신을 주뿌야 된 다...가시나 그거 진짜 웃긴다, 그자.
상두 가시나가 뭐야? 선생님이래잖아, 선생님!
명순 옴마야! 하니 니 서울말도 할 줄 아나?


상두, 창밖을 본다. 은환이 걸어나가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어디론가 열심히 핸드 폰을 하고 있는 은환.


상두(NA) 이 자리서 절 콱 그냥 죽어주십쇼 하느님...아빤 지금 그 생각밖에 안 드는데.


상두, 벌떡 일어난다.


상두(NA) 아픈 너 혼자


6. # 레스트랑 밖 거리


상두, 밖으로 나와 이리저리 둘러본다. 은환도 만도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상두(NA) 철딱서니 없는 할아버지랑 어떡하라구, 아빠 정말 너한테 미안해서 어떡하 냐?
이때, 상두를 툭 치는 손길.
상두, 돌아보면 만도, 죽을 상이 되어 서 있다.
상두, 명순에게 들킬까봐 주변을 둘러보고 한쪽으로 만도를 끌고 간다.


상두 (경멸어린) 이젠 원조 교제까지 하냐?
만도 (억울한 표정) 아냐, 임마! 돈이 어딨냐, 내가?...난 그냥 브로커...돈 받고 연결 만 시 켜주러 나왔지...진짜는 지 별장에서 샤워하구 있지, 지금.
상두 (할 말을 잃고 한심하게 보는)
만도 (두렵다)...원조교제쪽이 형량이 어떻게 되지?
상두 내가 알어? 가서 직접 살어봐...(도로 들어가려는데)
만도 (다시 잡고) 그 기집애 저기 지하철역으로 내려갔거든...니가 찾아서 핸드폰 좀 뺏어 와라? 오늘따라 역안에 짭새들이 쫙 깔렸다.
상두 아, 몰라...짭새한테 잡히든 감옥에 가든 삼촌이 벌인 일 삼촌이 책임져. (차갑게 보며 손 떼어내며 가려는데)
만도 (다시 잡고 눈치보며 우는 소리) 내가 감옥가면 보리 간호는 누가 하냐? 나 아니면 고 기집애 더런 성깔 받아줄 사람 없다, 대한민국에?
상두 (노려보는, 삼촌만 아니면 패고 싶다.)


7. #지하철 역사안


상두, 야구 모자를 눌러쓰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은환을 찾지만, 은환의 모습 보 이지 않는다.


상두(NA) 사실 아빠가 너한테 뻥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상두, 혹시 지하철을 탔나 지하철 개찰구쪽으로 가는데.


은환(E) 나 학생 아냐, 얘들아!


상두, 휙 돌아본다.
개찰구쪽으로 은환, 세명 정도의 남고생들에게 둘러싸여 나타난다.
남고생1, 순둥이 같이 맹하게 생겼고, 남고생2, 터프하게 생겼다. 나머지는 평범한 인상의.
남고생1, 은환에게 반한 듯 얼굴이 벌개져 어쩔 줄 모른다.


은환 (답답해 환장하겠다는 표정으로) 정말 나,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이야....내가 한 눈에 보면 좀 영(Young)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주름이 얼마나 자글자글한데?
남고생2 (껄렁한) 너 자꾸 쌩 깔래?....(하더니 은환의 팔목을 거칠게 탁 잡으며) 뭐가 그렇 게 잘났냐, 너? 뭐가 그렇게 대단해, 기집애야!!
은환 아야..아퍼어...(아파서 표정 일그러지는)
상두 (긴장하는데)
남고생1 (남고생1을 말리며) 하지 마...아프시잖아..(은환의 손을 떼내며) 죄송합니다...제 친구 가 성격이 급해가지구..죄송합니다.
은환 (희망을 갖고) 넌 알겠지? 내가 선생님인 거 넌 알겠지? 니 친구들한테 얘기 좀 해 줘, 응?
남고생2 기집애 저게 정말!
은환 (남고생1을 보며) 응?
남고생1 (야속한 표정) 저희들이 싫으면 싫다구 솔직히 말씀하세요.
은환 (울먹이듯) 지금 솔직히 말하구 있잖아, 임마!!..(문득 좋은 생각 떠오른 듯 어디론 가 핸드폰 한다)
상두 (모자 쓰고 지켜 보고 있는)
은환 (핸드폰에 대고) 어, 홍철이니?...응, 나 은환이...저기 다름이 아니구, 니네 학교 애들이 나한테 자꾸 껄떡대가지구, 지금.


남고생들, 어이없다는 듯 보고.
상두, 지켜 보는.


은환 그래, 잠깐만...(남고생들에게 핸드폰 내밀며) 누가 대표로 좀 받을래? 니네 학교 학생부 김홍철선생님인데 얘가 내 대학 동창이야...어서 받어, 아무나.
남고생2 (어이없다는 듯 웃는) 강적이다..뭐 이런 앙큼한 기집애가 다 있냐... (은환의 핸드폰 을 받아들며) 그래, 니가 김홍철이라구? 그럼 난 홍철이 니 할배다, 새꺄!...(하다가 헉!놀라며 빙글거리던 표정 딱딱하게 굳으며) 서..선생님.


남고생1과 다른 학생들, 무슨 일인가 긴장이 돌고.
은환, ‘거봐, 짜식들아’ 득의 만만한 표정 짓는다.
상두, 그들에게 시선 떼지 않은 채 흥미롭게 지켜 보고.


남고생2 (완전히 부동자세 되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예.....예...예....(조용히 핸드폰 닫더니 두 손으로 공손히 은환에게 핸드폰을 준다)
은환 (핸드폰 받으며 남고생2의 뺨을 잡아 당기며) 귀여운 짜식들! 첫사랑에 실패만 안 했음 너만한 아들이 있다, 내가.


남고생들, 어찌할바를 모르는 표정이고.
은환, 남고생들에게 자애로운 미소 지어주고 돌아서는데,


남고생1(E)그래도 사랑해요, 선생님.
은환 (흠칫하며 돌아본다)
남고생1 (당당하게) 사랑합니다, 선생님! 전 원래 연상이 취향입니다.
은환 (당혹스런 표정 짓는데)


이때, 가까운 출구쪽에서 남고생들이 우르르 쏟아져 내려온다.
골치 아프게 생겼다...가볍게 한숨 내쉬는 은환의 표정.
상두(NA) 이 세상에서 아빠가 사랑하는 여잔 보리밖에 없다구 했던 거, 것두 사실은 뻥이었단다.


8. #지하철안


모자를 푹 눌러쓴 상두, 뭔가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자꾸만 웃음이 피식피식 새어 나온다.
상두, 바로 앞으로 손잡이를 잡고 선 은환, 코 옆에 커다란 점을 그려넣고, 자기 옆에 서 있는 남고생들에게 눈을 사팔뜨기처럼 뜨고 맹한 표정 지어보인다.
지하철안의 남고생들, 웬 왕 재수냐하는 표정으로 은환을 흘끗흘끗 보고 참하게 생 긴 여고생앞으로 가 찝쩍댄다(?)
상두,그런 은환을 애틋한 표정으로 지켜본다.


상두(NA) 옛날에 아빠한테두 너무나 이쁘고 소중했던 한 여자가 있었다는걸 사는 게 바빠 잠시 잊구 있었어.


이때, 핸드폰 벨이 울린다.


은환 (핸드폰을 받는다.몸을 돌리며 목소리 낮춰) ..네. 네, 김형사님..
상두 (은환의 귀여움에 잠깐 도취했던 표정에 다시 긴장감이 돌고, 핸드폰을 주시한다.)
은환 예...지금 가구 있어요..앞으루 한 정거장만 더 가면 되는데...네..(핸드폰 닫고 떨리 는 마음에 심호흡한다.)
상두 (모자를 더 푹 눌러쓰고 은환쪽으로 서서히 다가가 은환뒤로 와 선다. 갈등하는.)


안내 방송 흐르고, 지하철, 역사안으로 진입하고 있다.
은환, 핸드폰을 가방의 핸드폰 주머니에 넣는다.
마른 침을 삼키며, 은환의 가방을 주시하는 상두.
지하철, 완전히 멎고 지하철 문이 열린다.
남고생들과 사람들 내리기 시작하자, 상두, 소란을 틈 타 은환의 가방 지퍼를 열고 조심스레 핸드폰을 꺼내는데.
이때, “소매치기다!” 소리치는 소리 들리고.
당황한 상두, 핸드폰을 쥐고 지하철 밖으로 튀어나간다.
은환도 동시에 자신의 가방이 열린 것을 알고, 닫히기 시작하는 문을 뚫고 밖으 로 튀어나간다.


은환 (도망치는 상두를 보고) 야! 거기 서, 도둑놈아!!


9. # 오솔길(아침)


17살의 상두와 은환, 자전거 타고 등교하고 있다.


10. #강기슭 (밤)


상두와 은환, 반 친구들, 모여 앉아 캠파이어 벌이고 있다.
상두, 기타 치며 노래 부르고, 여학생들, 홀린 듯 상두를 본다.
은환, 질투 어린 시선으로 상두와 여학생들을 번갈아 보다가 마치 화풀이 하듯 구 워진 콩깍지들을 우걱우걱 먹는다.


11. #냇가


교교한 달빛이 그대로 물위로 반사되어 마치 은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다.
은환, 세수하고 있는데, 누군가 물을 튕긴다.
은환, 돌아보면, 상두가 옆에 와 있다.


상두 (자기 입가를 툭툭 치며) 요기, 요기.
은환 (시큰둥해서) 뭐어?
상두 숯검정 고대루 묻었다. (은환 입가에 묻은 숯검정을 손으로 지워주며) 이걸 세수라 구 하구 있냐? 채 은환?
은환 (밉게 흘기지만, 그대로 가만히 있다)
상두 너 진짜 귀엽다.
은환 (기분이 좋다. 그러나 표정을 괜히 삐죽)
상두 나중에 결혼하면 너 닮은 딸이나 하나 낳으까?
은환 (미워서 흘기며) 누가 너한테 시집간대?
상두 누가 너랑 결혼한댔냐?...난 무릎에 흉진 여잔 싫대니까.
은환 (자존심이 상했다. 팩) 니 마누라면 니 마누라 닮은 딸을 낳지, 어떻게 날 닮은 딸 을 낳냐?
상두 그런가?...그렇구나.
은환 (기분이 많이 상했다.)
상두 (콩깍지 까 먹으며 대수롭지 않게) 그럼 니가 낳으면 되겠네, 너 닮은 딸은...니가 낳아줘라, 그럼.
은환 (얼굴이 벌개져서) 야아...(물을 튕기며) 징그럽게..(흘겨보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본 다) 와아...


하늘위로 반딧불이들이 날아다닌다.
은환, 와아..감탄하며 반딧불이들을 본다.
상두 역시 감탄하며 날아 다니는 반딧불이들을 보는.
반딧불이들의 눈부신 불빛 향연에 환호하며 서로 어색하게 눈빛을 마주치는.. F.O.


12.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상두, 에스컬레이터를 뛰며 열심히 도망을 가고, 은환도 포기않고 쫓아온다.


은환 도둑이야! 도둑 잡아라!! 야! 검정 모자! 거기 서!
상두 (미치겠다)


상두(NA) 자식이 웬수래더니, 아빤 정말 접시물에 코라두 박구 죽구 싶다, 너만 아니면.


13. #플래시백 (10년전, 과거)


하얗게 쏟아지는 햇살.
은빛으로 빛나는 바닷가 모래사장.
17살의 상두, 편지지를 들고 뛰고 있다. 그 뒤를 쫓아서 뛰어오는 17살의 갈래머리 은환.


은환 차상두! 이리 줘.
상두 (편지지를 읽는다) 어제 상두 니가 지영이 업구 가는 거 보구 얼마나 질투가 났는 지 알아?
은환 (거의 울상이 되어) 야아...줘어.
상두 (좋아서 하하하 웃으며 은환을 돌아보고 뒷걸음으로 걸으며) 채은환! 너 나 좋아 하는구나? 사랑하는구나? 내숭쟁이.
은환 줘어..(거의 따라와 뺏으려고 하는데)
상두 나 잡아봐라..(웃으며 앞서 뛰어간다)


14. #지하철 역사


눈빛이 흔들리는 상두, 개찰구를 훌쩍 뛰어 넘어 오는데, 지하철 직원 둘, 상두를 가로 막는다.
상두, 자신을 잡는 지하철 직원들을 날렵한 발차기와 주먹으로 후려쳐 넘어뜨린다.


상두(NA) 그나마 어린이 성경학교라도 몇번 나간 니가 좀 물어봐 줄래?


은환, 상두 가까이로 쫓아 오는데, 상두, 아슬아슬하게 다시 도망을 친다.
은환, “거기서! 이 도둑놈아!!” 소리 지르며 죽을 힘을 다해 쫓아간다.


상두(NA) 하느님! 우리 아빠가 그렇게 나쁜 놈인가요?


15. #플래시백(과거)


광활하게 펼쳐진 푸른 초원.
상두, 편지를 펄렁거리며 달려가고 은환, 뒤따라 뛴다.


상두 (달리며 놀리는) 은환이는 상두를 좋아한대요! 상두를 사랑한대요!!
은환 (얼굴이 뻘개져서) 야아...편지 내놔.


쫓아오던 은환, 돌부리에 걸려 비명 지르며 넘어진다.


16. #지하철 계단(현재)


뒤쫓아오던 은환, 계단에서 넘어져 구른다.


상두(E) 은환아!!


17. #초원길(회상)


상두, 달려가다 뒤돌아보고 은환 넘어진 것 알고 놀라서 은환에게 뛰어온다.


상두 (몹시 걱정스런 표정되어) 다쳤어? 많이 다쳤어? 어디 봐.
은환 (상두를 야속하게 흘겨보고)


은환 무릎을 보면, 생채기가 나고 피가 조금씩 배어 나온다.


상두 (인상 찌푸리며 무릎 굽히고 앉아) 가만 있어봐, 으이, 살살 좀 뛰지. (오바하는) 어 우, 흉지겠네, 이거...너 인제 시집은 다 갔다.
은환 (자존심도 상하고 쪽도 팔리고...상두를 흘겨보며 비죽이는)
상두 이렇게 다리에 흉진 여잘 누가 델구 가냐?...(일부러 약을 올리는) 나두 다리에 흉진 여잔 진짜 별룬데...클났네. (하며 은환의 상처를 입으로 불어주는데)
은환 (식식거리고 노려보며 상두를 밀어버린다) 비켜! 누가 너한테 나 데꾸 가래?
상두 (능청스럽게) 나 때문에 넘어졌는데, 내가 책임져야지, 어떡하냐? 가만 있어봐, (은환의 상처를 불어주며) 열심히 치료해서 싫어두 데꾸 살아야지.
은환 (기가 막혀 흘겨보는...울듯한 표정)
상두 (은환의 상처를 불어주며 혼자서 몰래 좋아서 웃는다)


18. #팔차선 거리


눈에 눈물이 그렁한 상두, 차들 사이를 가로 질러 아슬아슬하게 뛰어가고, “거기 서! 이 자식아!!” 소리치며 포기하지 않고 절룩거리며 쫓아오는 은환.


상두(NA) 아무리 삼족을 멸할 나쁜 놈이래두


상두, 그대로 도망가는데, 이때, 등뒤에서 끼익!하며 날카로운 급브레이크의 파열 음 들린다.
상두, 흠칫! 불길한 느낌을 받으며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차로엔 커다란 덤프 트럭이 서 있고, 그 아래로 누군가 쓰러져 있다...은환이다.
상두의 멍한 동공...고여있던 눈물이 툭 흘러내린다.
땀으로 젖은 상두의 손에 쥐어진 은환의 핸드폰.


상두(NA) 이렇게까지 잔인한 건 너무한 거 아닌가요?


19. #병원현관


은환을 실은 스트레쳐, 응급진들에 의해 응급실로 달려간다.
그 뒤를 이어 상두, 땀이 범벅이 되어 들어선다...망연자실..멀어지는 스트레쳐를 바 라보는 상두.
이때, 은환의 핸드폰 울리고.
상두, 아무 생각없이 은환의 핸드폰 받는다.


상두 ...네...(하다가 뭔가 이상해서 핸드폰을 다시 본다. 은환의 스티커 사진이 붙어있다..멍해 있다가...다시 핸드폰 받는, 충격 받아서 사리분별이 전혀 안된다.) 네, 채은환씨 핸드폰 맞는데요..지금 교통사고가 좀 났는데요......전...(그제야 퍼득 정신 이 든다) 전 그냥...지나가는 시민인데요..


20. #응급실


은환의 팔에 꽂힌 링거병 반쯤 비어간다.
의사, 응급처치를 끝내고 은환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상두, 가까이 다가오지도 못하고 응급실 입구 멀찍이 서서 안타까운 심정으로 은환 을 지켜보고 섰는데..
이때, 상두 뒤로 응급실 안으로 뛰어드는 민석.


민석 (응급실을 휘 둘러보다가 은환을 발견하고) 은환아...(부르며 은환쪽으로 간다) 어딜 얼마만큼 다친 겁니까?
의사 (흘끗 보다가 계속 응급 치료하고)
민석 저도 의삽니다.
의사 환자랑 어떻게 되시죠?
민석 (은환을 보는) 제 여잡니다, 이 여자.


상두, 민석을 보며 심장이 일순간 멎는 듯한 호흡 곤란을 느낀다...자기도 모르게 모자 푹 눌러쓰며 뒷걸음쳐서 병실을 빠져 나가는.


21. #병원 복도


상두, 힘이 쭉 빠져 털레털레 걸어간다...복잡한 감정이다...비참하고 서글프다.


22. #상두 옥탑방 마당
서울 외곽 동네의 낡고 오래된 연립 주택의 옥탑.
상두, 털레털레 올라 와 평상에 앉는다.
은환의 핸드폰 꺼내 은환의 스티커 사진을 보다가 평상에 드러눕는다.


시간경과.
하늘에 노을이 물들고 있다.
흐느끼는 상두의 울음소리.
카메라 평상의 상두를 다시 비추면 상두, 잠이 들어 흐느껴 울고 있고, 세라, 그 옆에 상두의 팔을 베고 누웠다 상두 우는 것 보며 같이 비죽이며 울고 있다.
세라, 상두에게 입을 맞추려고 입술을 가까이 가져가는데.
상두, 어떤 느낌에 잠에서 깨어 눈을 뜨다가 세라의 눈과 부딪힐 듯 바로 맞닥뜨린 다.


상두 (잠이 확 달아나며 눈이 동그래지고)
세라 (멋쩍고 미안해서) 일어났어?


상두, 놀라서 세라를 밀어버리고, 세라, 평상에서 떨어지며 비명을 지른다.


상두 니가 여기 왜 있어?
세라 (아파서 어쩔 줄 몰라하며)...빨래 널러 왔어. 아우우...아퍼어어.
상두 (버럭) 너네 집에 베란다 없어?!!
세라 (아픈 표정 감추지 못하고...우물거리듯 말하는)..햇볕에 널어야 소독두 되구....빨래두 잘 마르구...
상두 (푸 한숨쉬고 문득 자기 몸을 보다가 이 곳 저곳 짚어보고 휙 세라를 노려보며) 너 나 한테 무슨 짓 했어, 또?
세라 (억울한 듯) 아무 짓도 안했어!
상두 (살벌한 표정으로 죽일듯 노려보는)
세라 정말 나, 너 안 덮쳤어...그냥..뽀뽀 한번 할라다가..실패했다 뭐.
상두 씨이...(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세라 (야속한) 내가 거머리냐?...기겁을 하네, 기겁을 해!


23. #상두방


오래된 티브이와 낡은 장롱 옷걸이 하나가 놓인 조악한 방.
상두, 거울앞에 서서 웃통을 벗고 다른 옷으로 갈아 입는다.


세라(E) (문밖에서) 자면서 왜 울었어?
상두 (표정없이 칼라 안경을 꺼내서 쓴다)


24. #방문앞


세라, 방문앞에 서서.


세라 상두 너 우는 거 보구 나도 막 눈물나더라...울 엄마 생각두 나구.


이때, 문 벌컥 열리며 상두, 나온다. 세라, 깜짝 놀라고.


상두 (대뜸, 차갑게) 나 그 여자 만났어.
세라 ?
상두 얘기 한 적 있지? 죽어도 못 잊을 여자가 하나 있다구.
세라 뻥이지?
상두 뻥 아냐.
세라 똑바루 봐, 내 눈.
상두 (세라 눈을 똑 바로 보는데)
세라 (거짓말이 아닌 것 같다. 목소리가 떨린다)...어떻게 만났는데?
상두 ..그냥 만났어.
세라 (짜증내는) 지금까지 결혼두 안하구 뭐했대?
상두 몰라.
세라 그 여자두 널 잊지 않구 있었대?
상두 ....어.
세라 (눈물이 그렁해진다) 뻥일거야, 그거...뒷조사하면 남자가 한 트럭은 될거다. 애두 한 셋은 될걸.
상두 (현관으로 내려서 신을 신는다)
세라 각각 애비두 다를거야, 아마.
상두 니네 집에 안 가냐?
세라 (눈물 훔치고) 뭐하는 년인데?
상두 년이 아니구, 선생님! (강조) 선생님!


25. #은환병원 현관앞 (밤)


낮과는 완전히 다르게 분위기를 연출한 상두, 와서 선다...들어갈까 말까 한참을 망설이는...


26. #병원로비


상두, 조심스럽게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데스크쪽으로 온다.


상두 (간호사에게) 저기...교통 사고 환자 좀 찾으러 왔는데요...오늘 **동 네거리에서 사고난 젊구 예쁜 여자 선생님인데.
간호사 (서류철 보고) 젊은 여자 환잔 오늘 두 사람 들어왔는데요...2층 복도끝 병실로 가보 세요.
상두 ....고맙습니다.


27. #병동 복도앞


상두, 복도끝 병실쪽으로 오는데, “아이구, 아이구!”하는 통곡소리 들려온다.
상두, 혹시? 하며 표정이 긴장되어 복도끝 병실문 쪽으로 가는데 하얀시트를 환 자의 머리까지 덮은 스트레쳐 나온다. 시트 아래로 하얗고 작은 발 두 개가 나와 있다.
노부인, 스트레쳐를 잡고 울부짖고 있다.


노부인 이게 무슨 날 벼락이야? 아침에 학교 간다구 멀쩡하게 나갔던 애가...니가 왜 죽 어! 니가 왜 죽어어!!!
상두 (안색이 하얘진다...죽었나?)


노부인의 통곡과 함께 스트레쳐 멀어져 가고...상두, 충격받은 표정으로 무너지듯 벽에 기댄다.
이때, 다시 울리는 핸드폰.
상두, 멍하니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 댄다.


만도(F) 왜 전활 안해, 임마?..어떻게 됐어? 핸드폰 뺏었냐?
상두 (멍한 상태)
만도(F) 차상두!!
상두 ...죽었어, 삼촌.
만도(F) 뭐 임마?
상두 ...내가..죽인 거 같애.


상두, 핸드폰을 든 팔을 힘없이 내린다.
핸드폰에선 계속 상두를 부르는 만도의 목소리 흘러 나온다.
상두, 꿈쩍도 못하고, 그대로 굳은 듯 서 있는데.


은환(E) 쓰리고에 흔들기까지 했어, 엄마?...어우, 이게 몇점이냐..
상두 (어디선가 들어본 목소리다. 갸웃)
심란(E) 앗싸! 닥터강은 피박에다 광박까지 했네.


상두,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다가간다. 좀전 스트레쳐가 나왔던 병실의 반대편 병실 이다.
상두, 약간 열려진 문틈 사이로 병실안을 엿본다.


28. #병실안 (일인실)


침대 하나에 은환, 민석, 심란 둘러앉아 고스톱 치고 있다.
은환, 머리 뒷통수에 반창고 붙이고, 다리에 깁스만 했을뿐 건강하고 말짱해 보인 다.
은환 난 멍박만 했으니까 이십 팔점, 곱하기 오십원하면 천 사백원, 민석씬 광박에 다 피 박에다 멍박이니까 백 십이점 곱하기 오십원하면 육천원!
심란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며) 계산 제대루 한거야? 덧셈 할 거 뺄셈하구 그런 거 아 니지?
은환 명색이 수학 선생이야, 내가.
민석 (지갑에거 돈 꺼내 주며) 여기요, 어머님.
심란 번번히 내가 다 따 먹어서 미안하네, 이거. (돈에 쪽 입맞추고 호주머니에 쑤셔넣 으며 은환보며) 넌 왜 안 내놔?
은환 민석씨! 화투 그렇게 봐주구 치면 안돼.
민석 (웃으며) 안 봐드렸어어...내가 뭘 봐드린다 그래?
심란 그러게. 이 년이 말 참 싸가지없게 하네.
은환 확률적으로도 말이 안되는 게임이지, 솔직히...혼자서 내리 이기는 게 어딨냐?
심란 확률같은 소리하구 자빠졌네, 그래, 니 똥 굵다, 이년아.
민석 (웃으며) 다음 판 시작하시죠, 어머니.
심란 (화투를 섞으며) 저 년이 저럴 땐 딸인지 웬수지 모르겠어...(민석을 향해 웃으며) 난 세상에서 우리 닥터 강이 제일 좋아. 고스톱을 잘 쳐서 제일 이뻐. (민석의 엉덩 이를 두드려주는)
민석 (웃는)
은환 (어이없는)


29. #병실밖


병실안을 지켜보던 상두, 안도의 웃음이 지어진다.
그래도 은환이 살아있었구나...안도감 느낀다. 세상에 모든 신들이여, 고맙습니다.
상두, 미소를 지으며 발길을 돌려서 긴 복도를 걸어가는....F.O.


30. #보리병원 외경(아침)


31. #보리병실


상두, 잠들어 있고, 상두의 바로 코 앞에 보리 잠들어 있다. 다정하게 얼굴을 맞대 고 잠든 부녀. (웬 여자와 함께 잠이 들었나? 오해를 불러 일으킬 만한)
상두, 천천히 눈을 뜨다가 눈앞의 보리를 보고 빙그레 미소를 짓다가 보리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카메라 멀어지면 병실, 보리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있는 상두와 보리. 보리, 한쪽 다 리를 상두의 허리위에 올려놓고 잠들어 있다.


32. #병실내 화장실


상두(머리도 삐치고 낡은 추리닝을 입고 바깥에서와는 전혀 다른 꾀재재한 느낌), 슬리퍼 질질 끌며 벌컥 문 열고 들어서다가 어이없는 표정 짓는.
만도(상두와 다를 게 없는 꾀재재한), 쪼그리고 앉아 닭다리 뜯고 있다가 놀라서 보는.
휴대용 가스렌지 위에 올려진 남비에서 닭 한 마리가 끓고 있다.


상두 뭐하냐?
만도 (조용히 하라고 입에 손 갖다 대고) 수간호사한테 걸리면 죽어....문을 잠궜는데, 분 명히. (다시 문을 잠그는)
상두 (어이가 없다는 표정 지으며 소변기 앞으로 가 소변을 눈다)
만도 (다시 쪼그리고 앉아 닭다리 뜯으며) 내가 요즘 니 새끼 돌본다구 얼마나 몸이 휘 졌는지 아냐?
상두 (피식 비웃는)
만도 306호 보호자는 간병사한테 녹용넣고 보약도 지어줬다더람마.
상두 (계속 오줌 누며) 똥 누는데서 그런 거 먹으면 입으루 넘어가냐?
만도 잘만 넘어간다, 임마...그래두 이 병원에선 여기가 젤 안전해!
상두 (소변 다 보고 물 내리고 만도옆으로 와서 쪼그리고 앉는다)
만도 왜?
상두 넘어가나 안 넘어가나 실험해 볼려구..(하며 닭다리 하나 떼서 든다) 진짜 여기서 먹으니까 또 별미네.
만도 야, 그거 두 개 밖에 없어. 딴 거 먹어, 날개 먹어, 날개. (뺏으려는데)
상두 닭다리가 두 개지, 네 개냐, 그럼? (기어코 안 뺏기고 우걱우걱 먹는다)
만도 (밉게 보는)
상두 (먹으며) 삼촌!
만도 (화가 나서) 뭐 임마!
상두 (지나가는 말처럼) 고스톱이 그렇게 재밌나?
만도 웬 닭다리 뜯다가 삐약하는 소리냐?
상두 (지나가는 말처럼) 나 고스톱 좀 가르쳐 줄래?
만도 웬일루 그런 기특한 생각을 다 했냐? 지 애비가 놀음판에서 죽었다구 화투에 화자두 싫어하던 놈이?
상두 그럴 일이 좀 있어.
만도 하긴 뭐 제비짓하는 놈들치구 고스톱 모르는 놈은 단군이래 너밖에 없었을거야, 아마.
상두 (열심히 닭다리 먹는)
만도 천천히 쪼끔씩 먹엄마!
상두 ....


33. #보리 병실


화투장을 뒤집어 자기 앞으로 가져다 놓는 상두의 손.
상두와 만도, 병실 바닥에 앉아 맞고를 치며 교습중이다. 두 사람, 꾀재재하다.


만도 자! 여기서 니가 스톱을 해야 되는거야. 스톱! 해봐.
상두 스톱!
만도 근데, 세삼스레 이 안 좋은 걸 왜 배울려는 건데?
상두 (화투를 진지하게 보는데...떠오르는)
심란(E) 난 세상에서 우리 닥터 강이 제일 좋아. 고스톱을 잘 쳐서 제일 이뻐.
상두 (만도보며) 이제 어떡해야 되는데?
만도 점수를 세 봐야지...나 잠깐 화장실 갔다 올테니까 니 점수가 몇점인지 계산한 번 해 봐. (일어나 병실안에 있는 화장실로 간다)
상두 (자기앞에 놓인 화투패들 진지하게 보며) 청단이 세장 들어왔으니까 일단 삼점에다 가 (광 석장이 놓인 것을 보고) 이게 뭐라 그랬더라?
보리(E) 광!


상두, 흠칫하며 돌아보면 자는 줄 알았던 보리, 침대에 앉아 있다가 자랑스럽게.


보리 그건 광이야, 아빠.
상두 (기가 막혀) 뭐?
보리 광! 광!
상두 (어이없이 목소리가 다 떨리는) 너... 너 이거 누가 가르쳐줬어?
보리 할아버지가.
상두 (어이없어) 언제?
보리 아빠 없을 때 맨날맨날 가르쳐 줬어. 희진이두 가르쳐줬어, 할아버지가!
상두 (어이가 없는) 이 놈의 영감탱이가...(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 참고) 차보리! 애들 은 이런 거 하는 거 아니야...이런 거 하는 애들은 나쁜 애들이라구 산타 할아버지 가 선물두 안 주구...(하다가 성질나서) 너 이런 나쁜 짓 또 하면 아빠 너 두구 확 도망가 버린다!!
보리 (겁먹은) 잘못했어, 아빠.
상두 (화장실쪽을 노려보는) 망할 놈의 영감탱이!! (이를 갈며) 오줌 다 쌌으면 나오시지, 차만도씨!


34. #레스트랑앞(낮)


점잖게 차려입은 만도, 레스트랑 안으로 들어간다.


35. #레스트랑안


만도, 주위를 휘 둘러보는데.
창가쪽으로 앉아 있는 상두(세련되게 멋을 낸), 잔뜩 심각한 표정(설정)으로 이마에 손을 얹고 앉아 있다.
상두, 맞은 편에 수희, 걱정스럽게 상두의 표정을 살피고 있다.


상두 (심각한 얼굴로 한숨을 푹푹 내쉬는)
수희 왜? 왜 그러는데, 자기야?
상두 ...몰라두 돼, 자기는. (다시 한숨)
수희 (애가 달아) 뭔데? 자기 일인데 내가 왜 몰라두 돼?
상두 (촉촉한 눈빛으로 30대녀를 보며 느끼하게) 내가 자기 만나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알지?
수희 왜 자꾸 이상한 말을 하구 그래?
상두 (30대녀의 손을 끌어당겨 꽉 잡으며) 내 얼굴 잘 기억해둬...다음 세상에 만나면 그 땐 이렇게 숨어서 만나지 말구, 밝은 태양아래서! 떳떳하게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 자.
수희 (거의 울 듯이) 자기 정말 왜 이러는데에?


이때, 만도, “실장님!”하며 상두에게 뛰어온다.


만도 큰일났습니다 실장님. 사채 시장에 어음이 돈 게 소문이 나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돈 줄이 다 막혀버렸습니다.
상두 (침통한 표정으로 눈을 감으며 이마에 손을 얹는)
만도 ...까짓 돈 이천인데...이천만 막으면 되는데...
상두 (말을 제지 시키는) 김 부장님!
만도 (흠칫하며) 예...죄송합니다.
수희 왜요? 무슨 일인데요? 말씀해 보세요, 김 부장님!
만도 예, 저기...일주일 후에 홍콩 거래처서 대금만 나오면 만사가 다 해결되.. (하는데)
상두 (말꼬리 자르며 노기띤) 잠깐만 나가계시겠습니까, 김부장님?
만도 예. (인사하고 잔뜩 걱정스런 표정으로 나간다)
상두 (결심한 표정으로 물 한잔 마시고 수희를 보며) 우리 만나는 것도 오늘 이게 마 지막인거 같네..
수희 (안색이 하얗게 질려서 보는)
상두 혹시 내가 교도소에 들어가더라두 괜히 뭐 사식을 넣니 어쩌니 그런 짓 하지마. 절 대루.
수희 (눈물이 그렁해서) 자기야.
상두 (눈물까지 그렁해져 비장한 미소 머금고) 나같은 놈은 깨끗이 잊어버리구, 앞으론 가정에 충실하구, 애들 잘 키우구...
수희 (O.L.) 이천만원만 있음 돼? 정말 그 돈이면 해결 돼?
상두 (괴로운 표정) 됐어, 자기한테까지 폐 끼치구 싶지 않아. 떠날때두 멋있게 떠나게 해줘!...제발.


36. #호텔 화장실


런닝차림의 상두, 치약이 묻은 칫솔을 들고 핸드폰 하고 있다.


상두 (밖에서 들을까봐 소근거리며 말하는) 삼촌 통장으로 입금했으니까, 보리 병원비 내 구, 남은 돈은 몽땅 보리 통장에다 넣어.....(사이) 10원짜리 하나라두 삥땅만 쳐봐. 내 성질 알지?


상두, 핸드폰 폴더 탁 닫고, 자신의 처지가 한심해 한숨 푹 내뱉고 심드렁한 표정으 로 칫솔로 이빨을 벅벅 문지른다.
이때, 목욕탕문을 노크하는 소리 들리고.


상두 (상냥한) 어! 쪼끔만 기다려! 지금 나가!
수희(E) 그게 아니구 자기야! 나 지금 나가봐야 할거 같애.
상두 (반가운 소리다) 왜애?
수희(E) 남편이 출장이 취소 됐나봐.
상두 (표정은 좋아서 죽고, 말소리는 심드렁한) 그래애? 그럼 당근 가야봐야지...오랫만에 만났는데 섭섭하네, 이거. (거울을 향해 앗싸! 모션하는)


37. # 호텔 입구 앞


수희의 스포츠카 서 있고, 상두, 배웅하고 있다.
수희 미안해, 자기야.
상두 뭣보다 난 가정의 평화를 젤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거 알잖아...시장 봐갖구 가서 맛있는 거 많이 해 드려어.


수희, 보며 차를 출발해 가고, 상두, 아쉬운 표정으로 손을 흔들다 차가 사라지자 신나는 표정.


38. #병원 정원 벤치


보리, 거울을 들고 자기 얼굴을 비추며 앉아 있고, 상두, 뭔가를 열심히 보며 진땀 뻘뻘 흘리며 보리 머리를 땋아 주고 있다. (레게풍으로)
상두가 참고하고 있는 사진, 우피 골드버그의 사진이다. (레게머리를 한)


상두 차보리! 이거 너무 어렵다....꼭 이 여자처럼 해야 돼?
보리 우리 선생님은 이 아줌마가 제일 좋대.
상두 뭐?
보리 선생님 방에 이 아줌마 사진도 있어, 아빠.
상두 새로 왔다는 그 의사 선생님?
보리 응.
상두 그 자식 참 취향도 특이하네.
보리 빨리 해애.
상두 너 그 선생님 좋아하냐?
보리 (얼굴이 빨개지며 수줍게 고개 끄덕이는)
상두 (질투) 아빠는 그럼?
보리 아빠도 좋아.
상두 (삐졌다) 아빠는 아빠니까 좋구, 그 선생은 남자로써 좋구?
보리 (무슨 소린지 못 알아듣겠다는 표정 짓다가 뭔가 발견하고 얼굴이 빨개져서) 선생 님이야, 아빠.
상두 (보리가 가리키는 곳을 본다)


저 앞으로 의사 가운을 입은 민석, 휠체어 탄 어린 아이앞에 무릎 굽히고 앉아 자 상하게 얘기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다.
상두, 낯 익은 인상인데...하며 자세히 보다가 은환의 병실에서 봤던 남자임을 알고 는 놀라고 당황하는데.


보리 선생님!!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
민석 (그 소리에 돌아보고 웃으며 보리에게 손을 흔들어주고, 휠체어의 아이에게 인사하
고 보리쪽으로 온다)
상두 (긴장한다. 한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괜히 문지르는)
민석 보리 머리 빗구 있었어?....(상두를 보며) 누구시지, 보리야?
상두 에?...(말을 얼버무리며 당황하는데)
보리 아빠예요! 우리 아빠!!
민석 아, 그러세요?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악수 청하며) 강 민석입니다.
상두 (시선 제대로 못 마주치며 악수 하는) 차...상..(이름 말하려다) 찹니다.
민석 ?..아버님이 되게 젊으시네요. (보리 머리를 쓰다듬으며) 보리가 우리 아빠 잘
생겼다고 자랑 많이 했었어요.
보리 아니예요. 선생님이 더 잘 생겼어요.
상두 (시이..배신감 느끼며 보리를 살짝 흘겨보는, 한손으로 계속 얼굴을 가린 채 이마만
문지르고)
민석 (왜 사람을 안 보나? 의아한데)


이때, 민석의 핸드폰 벨 울린다.


민석 (발신자 확인하고 상두에게 양해 구하듯 인사하고 돌아서서) 어, 은환아.
상두 ......(표정)
민석 정말 출근 할거야, 오늘?...내가 데려다 줄게, 그럼 (상두에게 목례하고, 보리에게
손 흔들어보이고 돌아서서 가며) 괜찮아, 병원엔 1시까지만 오면 돼.
상두 (기분이 엿 같다)
보리 아빠! 우리 선생님 되게 멋있지? 그치?
상두 (중얼거리듯) 멋있긴 개뿔이 멋있냐? (우피 골드버그 사진보다가 민석쪽을 보
며) 바람둥이 자식.


39. #은환 학교 외경


남녀 학생들, 등교하고 있다.


40. # 민석 차안/ 은환 학교안


민석의 차, 학교 안으로 들어서고 있다.
지나가던 학생들, 민석과 함께 탄 은환을 알아보고, “선생님” 함성 지르며 손을 흔 든다.


은환 (부끄러운 듯 한 손으로 얼굴 가리고) 그냥 정문앞에서 내려 주지.
민석 됐어, 너 환자잖어.
은환 (부끄러운 척 하다가 아는 학생들 보이자 여우처럼 반갑게 손을 흔들어준다. 멋진 남자친구...괜히 으시대는 마음도 있다.)


민석의 차, 유유히 교직원 주차장쪽으로 가는데, 아이들속에 함께 들어오며 그 차
를 날카롭게 응시하는 두 사람이 있다..희서와 순애다.


41. #민석 차안/교직원 주차장


민석의 차, 주차장으로 와서 멎는다.


은환 고마워, 조심해서 가. (안전 벨트를 풀려고 하는데 잘 풀리지 않는다) 어? 왜 이러지? 안 풀려, 민석씨.
민석 이게 계속 말썽이네...가만 있어봐. (은환쪽으로 몸을 밀착시키고 벨트를 풀려고 하는데 쉽지가 않다)


밖에서 보면, 영락없이 남자가 여자를 덮치고 있는 형색이다.


은환 (낑낑거리며 빼려하고)
민석 아우, 왜 이렇게 안 빠지냐?...(힘껏 힘을 주는데 철컥 풀린다)


동시에 유리창문을 거칠게 두드리는 소리 들리고.
은환과 민석, 놀라서 고개 돌려보면, 순애, 못 볼 것을 본 모양 울그락 푸르락 눈이 동그래져서 나무 지휘봉으로 창문을 때리며 두 사람을 노려 보고 있다.


은환 (잘못 걸렸다) 선생님!
민석 (순애의 악명을 잘 알고 있다...골치 아프다)
순애 (지휘봉으로 창문 내리라는 모션하고)
민석 (하는 수 없이 창문을 내리고 인사하는) 안녕하십니까? 박 선생님!
순애 (민석은 본 체도 않고 분노로 목소리가 부르르 떨리는) 신성한 학교에서 이게 무슨 해괴망측한 짓입니까, 채 은환 선생님?
은환 저기..그게요..제가 교통 사고가 나 가지구요...
순애 (O.L.) 여기가 선생님 연애질하는 하는 장솝니까? 순진하고 여린 학생들이 이런 퇴폐적이고 저급한 짓거리를 보기라도 하면...(하다가 생각도 하지 싫다는 듯 진저리 를 치며) 아이들이 받을 상처와 충격은 누가 책임질 겁니까?
민석 뭔가 오해를 하신거 같은데요, 박 선생님!
은환 (억울해서 눈물까지 글썽해져) 저희들 아무 짓도 안했어요. 그냥 여기 벨트가 안 빠져 갖구..
순애 (O.L.) 이런 막 나가는 생활 자세로 학생들에게 대체 뭘 가르치겠다는 건지 정말 의문스럽군요. 선생님 반에 문제아들이 왜 유독 많은지 아십니까? 그 선생에 그 제자라구....(하는데)
민석 (덥석 은환을 잡더니 뜨거운 키스를 하기 시작한다)
은환 (말할 틈도 없이 당황하고)
순애 (얼굴이 시뻘개져 어쩔 줄을 몰라하며) 어머나...세상에...오, 하느님...(하며 못 볼 걸 봤다는 듯 손으로 자기 눈을 가리다가) 세상에...상종도 못할 인간들이네. (하며 휙 돌아서서 간다)


은환에게 키스하던 민석, 순애가 자릴 떠났다는 것을 알고 그제야 입술을 뗀다.
은환, 벙쪄 있고.


민석 아, 겨우 떼냈네..
은환 (당혹스런 마음에 딸국질을 한다)
민석 저 선생 왜 저러냐, 정말? 노처녀 히스테리가 거의 살인적이네.
은환 (딸국)
민석 (귀엽다는 듯 보며 웃는다)
은환 (딸국질 계속하는)


42. #CF 스튜디오 분장실


커다란 손거울 안에 비친 세라의 얼굴.
펄이 들어간 아이섀도우며 길다랗게 붙인 속눈썹, 집에서와는 전혀 다르게 섹시한 화장을 한 세라,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고, 다시 꼼꼼하게 립그로스를 덧바르고 있 다.
스텝(E) 자! 자! 스텐바이!!
세라 네! (하며 다시 거울을 보고 매무새를 다듬는다.)
스텝 (다가오며 세라에게) 스텐바이!!
세라 네, 잠깐만요...(대답은 하면서도 머리 다듬고 열심히 화장하고 있다)


분장실 거울에 비친 엑스트라 모델과 스텝들, 세라를 어이없다는 듯 보며 “쟤 왜 저래?” “웬일이니?” “미친 거 아냐?” 비아냥거리며 소근거린다.


세라 (개의치 않고 열심히 화장하는)


43. #CF 스튜디오


세라, 고혹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 옆으로 세명 정도의 모델(화장 안한 수수한 얼굴)도 세라와 비슷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감독(E) 자...턱을 조금만 더 내리고...
세라 (턱을 내리는)
감독(E) 오케이! 좋아요! 한 쪽 눈을 지그시...유혹하듯이 감아보세요.
세라 (한쪽 눈을 지그시 유혹하듯 감는다)
감독(E) 조옿습니다!....셋! 둘!


카메라, 세라를 돌아서 세라의 반대편을 비춘다.
세라의 반대편에 한 유명 모델(혹은 텔렌트)가 한쪽 눈을 감고 고혹적인 포즈 취
하고 있다.
등을 돌리고 서 있는 세라와 모델들...유명 모델의 뒷 배경으로 뒷 모습만 보여주며
서 있다.


감독 하나!


후레쉬 팡 터지며 유명 모델의 모습을 찍는다.


세라 (등만 보여주고 선 자신의 처지가 비참하지만...꿋꿋하려고 애쓰는.)


44. #보리 병실복도


끈 나시에 디올풍의 선글라스를 낀 세라, 낑낑거리며 아이옷이며 인형이며 아이스
크림 케잌이며 동화책이 든 쇼핑 가방들을 잔뜩 손에 들고 온다.
눈에 띄는 세라의 외모에 지나가던 의사며 환자며 한번쯤 돌아보고 간다.
세라, 보리 이름이 써진 보리 병실앞으로 와서 발걸음 멈춘다.
안경을 올려쓰고 투명창을 통해 보리의 모습을 보는데, 보리는 잠들어 있다.


세라 (차마 불쑥 들어서지는 못하고 혼잣말하는) 보리야! 엄마 오늘 돈 벌어갖구 보리
옷이랑 인형이랑 아이스크림 사왔다?


세라, 망설이다가 손을 내밀어 문을 열려고 하는데, 그 손목을 탁 잡는 다른 손.
세라, 흠칫 놀라서 돌아보면, 상두, 세라를 죽일 듯 노려보며 서 있다.
세라, 당황하며 눈치보는.


45. #병원 정원


상두, 한손엔 쇼핑 봉지들 들고 세라의 팔목을 으스러지게 잡고 끌고 나온다.


세라 아우, 아퍼...손목 끊어져, 상두야..
상두 (매서운 표정)


46. #병원 정원 일각


상두, 세라의 팔을 탁 놓으며.


상두 죽을래? 여기가 어디라구 와?
세라 (눈치보며 할 소리는 하는) 엄마가 딸두 못 보러 오냐?
상두 (서슬이 퍼래지며) 누가 엄마야? 너, 보리 버리지 않았어?
세라 그거야...(할 말이 없다)
상두 (쇼핑 봉투를 확 팽개치며) 갖구 당장 꺼져!!
세라 (사정하는) 조심하께, 내가 지 엄만 거 절대루 말 안해...나 못 믿어?..못 믿어?
상두 (차갑게) 못 믿어. (돌아서는데)
세라 그 년한테 보리 얘기 했어?
상두 (탁 멈추더니 세라를 돌아보며) 이 기집애가 계속 년이래네...선생님! (눈 부릅뜨
고, 강조) 선생님!!
세라 나한테는 웬수니까 년이다, 왜?! 나쁜 년! 보나마나 뒷구멍으루 촌지나 받아 처먹
는 그런 년일거다, 엉큼한 년.
상두 (매서운 표정을 하고 마치 한 대 치기라도 할 듯 세라에게 다가온다)
세라 (상두의 서슬에 움찔뒤로 물러나며 그래도 지지않고) 교육청에다 투서나 써버릴
까 보다, 나쁜 년.
상두 (세라의 어깨위에 팔을 탁 올려놓는다)
세라 (흠칫, 긴장하는)
상두 (낮고 그윽하게) 세라야.
세라 ...(긴장)...뭐?
상두 그 여잔 절대루 년이란 말 안해. 욕두 할 줄 몰라, 선생님이라서.
세라 (표정)
상두 갑자기 너랑 그 여자랑 확 비교가 되면서 니가 너무 후져보인다.
세라 (일그러지는)
상두 안 들은 걸로 해주께....(세라 어깨 툭툭 두드려주며) 가라.
세라 그년...그 선생님이랑 너랑 다시 잘 해볼 생각이야?
상두 (고개 끄덕이는)
세라 그럼 난?
상두 너랑 나랑 언제 사귄 적 있어?
세라 ....(할 말 없다)
상두 내가 너 상대루 혼인 빙자 간음이라두 했냐?
세라 ....(할 말 없다, 오기가 난다) 나두 그럼 다른 남자 만나야지.
상두 잘 생각했다. 솔직히 너 나 같은 놈한테 오긴 아까워.
세라 이제부터 막 살아야지!
상두 (어이없어하며 사라진다)


47. #경춘 국도(또는 풍광이 좋은 국도길)


멋스런 스포츠카, 달리고 있다.


48. #차안


멋스럽게 차려 입은 상두, 운전하고 있고, 그 옆으로 30대 중반의 세련된 인상의 수희, 상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수희 아우, 너무 좋다...이러구 자기랑 지구 끝까지 갔음 좋겠다.
상두 (능글능글한) 가까? 자기가 원한다면 지구끝? 까짓거 가지 뭐.
수희 (좋아서 웃으며) 노래 불러줘, 자기야.
상두 나 노래 못해.
수희 해봐아아...잘하잖아, 자기.
상두 못한다니까.
수희 (콧소리) 자기야아...
상두 무슨 노래?
수희 으응...“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하는 노래 있지? 그거 해줘.
상두 아, 못하는데....(말은 그렇게 하지만, 목청을 가다 듬는다)


49. #국도


달리고 있는 상두의 차.
상두의 노랫소리 들린다.


상두(E) 나 그대에게 드릴 말 있네.


50. #차안


상두, 노래하고 있고, 수희, 눈을 지그시 감고 황홀경에 빠져 감상하고 있다.


상두 오늘 밤 문득 드릴 말 있네...나 그대에게...(하는데 문득 표정이 굳어진다)


(E) 기타소리와 함께 들리는 노랫소리.
상두(E)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 (상두는 입 다물고 있는데 흐르는)


51. #플래시백(과거)


해변가 풍경 좋은 곳. 노을녘.
17살의 상두, 기타치며 노래 부르고 있다.


상두 (어딘가를 그윽한 사랑의 시선으로 응시하며) 터질 것 같은 이내 사랑을....


상두의 시선이 닿는 곳, 17살의 은환이 앉아 있다.
상두, 은환을 위해서 노래를 불러주고 있는 것이다.
미소를 머금고 역시 눈 안에 한없이 사랑을 담은 은환, 턱을 괴고 박자에 따라 몸 을 흔들며 상두의 노래를 듣는다.
상두, 미소 지으며 노래를 계속 부르는데.


수희(E) 자기야! 왜 노래 안 해?


52. #차안 (현재)


상두, 굳은 표정으로 입 꾹 다물고 있다.
수희, 의아한 표정으로 보며 상두의 팔을 흔들며.


수희 왜 그래, 자기야?
상두 (그제야 퍼뜩 제 정신으로 돌아온다) ...다른 노래 해주께.
수희 싫어. 잘하던데 뭐.
상두 (건조한) 다른 거 하께.
수희 아까 그거 해줘, 자기야아.
상두 (표정이 얼핏 굳었다) 싫어, 다른 거 할래.
수희 (고집스럽게) 아까 그거 해줘.


53. #국도


끼익 멈추는 상두의 차.
상두, 운전석에서 내리더니 걸어가 버린다.


수희 (조수석에서 내려) 내가 잘못했어, 자기야...다른 노래 해, 다른 노래 해, 응?
상두 (뒤도 안 돌아보고 걸어가는)
수희 (발을 동동 구르며) 자기야...다른 노래 해.
상두 (그대로 굳은 표정으로 척척 걸어가는)


54. # 은환 학교 정문앞


택시와서 멎고, 상두, 차에서 내린다.
상두, 조심스럽게 정문쪽으로 발을 옮겨가는데.
학교 운동장에 웅성웅성 학생들과 선생들 모여 있고, 학교 옥상 난간에 사람하나가 서 있는 것 같다.
뭔가 소란이 단단히 난 것 같다.


55. #은환 학교 운동장


목발을 짚은 은환, 손으로 마이크를 만들어 옥상 위에다 대고 소리 지르고 있다.


은환 (눈물이 그렁해서) 정우야!! 못난 생각하면 안돼! 제발 생각을 고쳐!! 일단 내려 와! 내려와서 선생님이랑 얘기 좀 하자, 응?!!


56. #학교 옥상


옥상 난간에 정우(은환반 학생,17) 서 있다. 눈물이 뒤범벅이 된 얼굴, 비장한 표정, 뛰어내릴 기세다.


57. # 은환학교 운동장


은환과 교장, 순애등 선생들, 나와 있고, 학생들도 우르르 나와 옥상쪽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춘자등 은환반 학생들도 보인다.


교장 119는 언제 온대? 제대로 불렀어요?


옥상을 보던 학생들, 갑자기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난간 끝에 선 정우가 휘청하며 떨어질 뻔한 것이다.


58. #옥상


정우, 자신도 놀랐다.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


59. #운동장


은환 (다시 옥상을 향해 외치는) 제발 정우야!! 생각을 바꿔!!.. 너 잘못 되면 선생님두 죽어 버릴거야?!! (목이 메인다)
교장 진정하세요, 채 선생님. (은환의 등을 두드려준다)
상두 (어느새 아이들 틈에 서서 은환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옆에 있던 여학생에게) 저 새끼 왜 죽을려구 그러는 건데?
학생1 (옥상으로 눈길 주며) 성적이 떨어져서요.
상두 몇등으로 떨어졌는데?
학생1 전교 4등요.
상두 몇등하던 놈인데?
학생1 전교 2등요.
상두 (어이가 없다) 죽어두 싸네, 저 새끼.
학생1 (그 말에 그제서야 상두를 본다, 주위에 있던 몇 명 학생들도 상두를 보고)
은환 (정우야! 부르며 펑펑 울고 있다)
상두 (마음이 아프다)


이때, 교문으로 119 소방차 들어서고 있다.


시간경과.
은환, 바들바들 떨며 옥상을 바라보고 있다.
119 대원들 분주히 에어매트에 공기를 주입시키고, 안전 장치들을 만들고 있다.


학생2 저기 누가 올라가고 있어요!!


은환과 사람들, 시선 돌려보면, 건물 꼭대기층 창문에서 나와 옥상으로 기어오르고 있는 한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상두다.


은환 (긴장해서 보는데)
교장 저 사람이 누군가? 119 대원인가?


60. #옥상


온 몸이 땀으로 가득한 상두, 옥상 잠입에 성공한다. l
정우는 아직 상두의 존재를 모르고, 아래만 내려다 보며 바들바들 떨고 있다.


상두 (정우쪽으로 오며) 뛰어내려, 임마!
정우 (흠칫하며 돌아보는)
상두 밀어주까, 내가?
정우 (하얗게 질려) 누..누구세요?
상두 전교 5등하는 놈 삼촌이다. (하며 난간을 훌쩍 뛰어올라 정우옆에 선다)


61. #운동장


은환과 사람들, 난간위에 나란히 선 두 사람을 마른 침을 삼키며 보고 있다.


교장 저 분이 정우를 설득하고 있는 거 같은데요?
은환 (눈물을 손등으로 닦는다. 한줄기 햇살이 비치는 느낌이다.)


62. #옥상


상두 너 정말 생각 잘했다...우리 조카 소원이 전교 4등 한번 해보는 건데, 니가 없어져 주면 바루 게임 끝나는 거네. 걔가 초등학교때부터 지금까지 11년을 전교 5등만 했 으니까 생각해봐라, 얼마나 지겨웠겠냐?
정우 (어리둥절하기도 하고...무섭기도 하고)
상두 그 자식이 화장실에 가서 혼자 웃다가 나한테 문잘 날렸더라?...혹시 모르니까, 확실히 가서 밀어버리라구.
정우 (점차 두려워지는)
상두 (옥상 아래를 내려다 보며) 어우, 벌써 매트가 빵빵하게 만들어졌네? 안되겠다, 여기서 떨어지면 다리나 목이나 부러질까 죽진 않겠다...저기 가장자리루 옮기자. (정우의 팔을 잡는데)
정우 아..아저씨..사..살려주세요.
상두 살려줘?
정우 살려주세요.
상두 왜? 안 죽을려구?
정우 안 죽어요, 안 죽을거예요!!
상두 너 때문에 니네 선생님은 성치도 않은 몸으루 울구 불구 난리가 났는데, 니가 안 죽으면 얼마나 황당하겠냐? 이왕 마음 먹은 거, 죽자, 응?
정우 (울기 시작한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상두 살려주면 나중에 또 올라 올거잖아.
정우 아니예요...안 죽을거예요, 다신 안 죽어요.
상두 얍샵한 새끼...((정우의 머리를 사정없이 때리며) 일층에서 만났으면 나한테 반 죽 었다, 너!!
정우 (눈치보며 난간에서 옥상으로 내려서다가 상두를 잡는다는 게 실수로 상두를 떠미는데)
상두 어어..(하며 휘청하고)


63. #운동장


옥상의 상두, 휘청하며 아래로 떨어진다.
학생들, 외마디 비명을 지르고, 은환, 차마 볼 수 없어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상두, 매트에 떨어져 의식을 잃었다.
교장과 몇몇 선생들, 학생들, 매트쪽으로 뛰어간다.
은환, 꼼짝도 못하고 서 있다.


119대원들, 의식을 잃은 상두를, 들것으로 옮기고 구급차로 가는데.
학생들과 선생들 틈을 뚫고 은환이 와 선다.
비로소 상두의 얼굴을 보는 은환.


은환 (...믿기지 않는) ...상두야...
상두 .....


충격 받아서 멍해진 은환의 표정에서.


64. # 학교 외경(낮)


순애(E) 감사패, 성명 차 상두!


65. # 학교 강당


전교생들 일렬로 정렬해 있고, 은환등 선생들은 앞줄에 서 있다.
단상위엔 교장, 감사패를 들고 서 있고, 고급스런 양복으로 깔끔하게 차려 입은 상두, 교장앞에 서 있다.
순애, 한쪽에 서서 감사패 문구를 대독하고 있다.


순애 귀하는 위급한 상황에서 뛰어난 기지를 발휘하여 살신성인의 정신을 실현하고


상두를 바라보는 은환, 자신의 앞에 펼쳐진 상황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멍해 있다. (깁스는 푼 상태다)


순애 (상두에 대해 상당한 호감을 느끼고 있다) 위대한 시민 정신을 보여주었기에 이에 감사의 마음으로 이 패를 드립니다. 2003년 9월 **고등학교 교장 송 종두


교장, 온화하게 웃으며 상두에게 감사패를 주고, 상두, 쑥스러운듯 감사패를 받는다.
선생들, 박수치고, 은환도 무의식적으로 박수를 치지만,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
순애, 꽃다발을 가져와 상두에게 준다.
학생들은 함성을 질러대며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낸다.


상두 (학생들을 향해 꾸벅 인사를 하며 은환을 뿌듯한 미소로 본다)
은환 (상두와 눈빛이 마주치자 흠칫하며 얼른 시선을 외면한다)


66. #교장실


교장과 상두, 응접 소파에 앉아 있다. 교장실 벽면엔 신세대 가수들의 브로마이드 붙어 있다.


교장 (한 아름의 선물 꾸러미와 편지지를 상두에게 내밀며) 우리 학교 애들이 차 선생한테 전해 달래요. 선물이랑 팬레턴가봐.
상두 (좋아서 웃는) 뭘 이런 걸...
교장 우리 애들한텐 GOD보다 차 선생 인기가 더 좋대는데?
상두 (좋은 표정 감추지 못하는데)
이때, 노크 소리 들리고, 은환, 문을 열고 들어선다.


교장 아, 채 선생 어서 와요.
상두 (그 소리에 은환을 돌아보고 반가운 마음에 미소를 짓는데)
교장 이 분은 채 은환 선생님이라구...(인사하라고) 채 선생님!
은환 (상두와 시선 마주치지 않고 정중하게 인사하며) 문 정우학생 담임입니다.
상두 (미소 짓던 얼굴이 어정쩡하게 굳어져 은환을 본다.)
은환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정말 고맙습니다. (다시 꾸벅 인사하고)
상두 (황당하기도 하고 무안하기도 하고)
교장 그렇게 섰지 말구 이리 와 앉어요, 채 선생.
상두 (은환을 빤히 바라보고 있는)
은환 (곤혹스러운 표정 역력해서) 좀 있다 수업이 있어서요...(준비해 왔던 티켓 봉투를 꺼낸다)
교장 채 선생두 팬레터 썼어요?
은환 (당황하며) 무...문정우 학생 아버님께서 성의의 표시를 하고 싶다구 주셨어요.
상두 (그대로 물끄러미 뚫어지게 보고 있다)
은환 돈은 아니구 프리미엄 호텔 평생 숙박권인데...(문득 고개를 들다가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상두와 시선을 마주치자 얼른 시선을 떨군다) 정우 학생 아버님께서 그 호텔을 갖구 계시거든요. 헬스장이용권이나 부대시설 이용권이나...다른 필요한 게 있으면 말씀하시라구...(상두의 옆에 놓아준다)
상두 (그대로 은환을 뚫어지게 보고 있는)
은환 (서둘러) 그럼 전 수업이 있어서 그만 나가보겠습니다. (교장과 상두를 향해 인사 꾸벅하고, 서둘러 교장실을 나가려다 닫힌 문에 부딪힐뻔 한다. 당혹스러워하며 나가는)
상두 (서운하게 보는데)
교장 화장실이 급한가봐.


67. # 교정벤치(운동장이 보이는)


은환, 멍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벤치에 앉아 있다.
운동장에는 학생들, 축구를 하고 있다.
상두, 저편에서 오다가 은환을 보고 은환 옆 벤치로 와 앉는다. (각각 다른 벤치의 마주보는 끝)
은환, 상두가 오는 지도 모르고, 멍하니 앉아 있다.
상두도 아무 말 없이 앞을 본다.
잠시후, 은환, 고개를 돌리다 상두가 앉아 있는 것을 보고 흠칫 놀란다.


상두 (앞을 보는) 예전에 우리 학교 운동장은 참 근사했는데, 그치?
은환 (마른 침을 꼴깍 삼치는)
상두 (추억을 떠올리듯 혼자 미소도 머금고) 운동장 앞에 바다가 있어 가지구, 운동하다 땀 나면 바루 물에 뛰어 들어 수영두 하구....서울 애들 참 불쌍하지 않냐?
은환 .....(당혹스러워하며 일어나는데)
상두 (비로소 은환에게 고개 돌리고) 은환아.
은환 (흠칫하며 상두를 본다)
상두 나......몰라?
은환 (대답않는...당혹스런 표정)


이때, 갑자기 상두의 눈이 동그래진다.
학생들이 차던 축구공이 은환이 있는 쪽으로 날아오는 것을 본 것이다.
상두, 날렵한 동작으로 은환을 끌어당기며 그대로 바닥으로 쿵 넘어지고 만다.
축구공은 은환을 피해 날아가고.
상두는 바닥에 깔리고, 은환은 그 위에 올라 탄(?) 형국이 된다.
상두, 기절한 듯 그대로 눈을 감고 있다.


은환 (놀라고 당황해) 이봐요...이봐요...
상두 (그대로 눈 감은 채)
은환 (뇌진탕을 일으켰나...더럭 겁이 난다. 눈물이 그렁해지는) 이봐요...(하다가) 상두야... 상두야....
상두 (천천히 한쪽 눈을 뜬다)
은환 .....
상두 (나머지 한쪽 눈을 뜬다)....채 은환!...나....몰라?
은환 (눈물이 그렁해서)......알아.
상두 (활짝 웃는다)
은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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