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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d/old_scrapbook 2003. 11. 1. 13:22
1. #교무실
은환, 컴퓨터를 켜고 저장되어 있는 상두의 생활 기록부를 본다. (옆자리엔 순애가 은환이 했던 것과 똑 같은 디자인-칼라는 다르고-의 머리띠 를 하고 앉아 있다.)
주소와 핸드폰 번호 적혀 있다.
은환, 핸드폰을 꺼내들며 전화를 해볼까...갈등한다.
2. #상두 옥탑방 마당
상두, 털레털레 걸어와 평상에 앉으며 손에 들었던 핸드폰을 한쪽에다 놓는다.
평상 옆에 있는 장난감 차(1회 나왔던) 손잡이를 이리 저리 밀어보며 멍해서 있는 데....이때, 상두의 핸드폰 울린다.
상두 (기운없이 무표정한 얼굴로 핸드폰 보다가 폴더 열고 받는다) .....어, 삼촌.....알았어, 지금 나갈거야! (짜증) 가아! 나간다니까, 지금!!
3. #교무실
은환, 핸드폰 거는데, “고객이 통화중이라 소리샘으로 넘어갑니다” 메시지 흘러 나온다.
은환, 힘없이 핸드폰을 닫는다.....저도 모르게 한숨이 흐른다. 괴로운 듯 이마에 손 을 얹다가 컴퓨터에 적힌 상두의 주소를 받아 적는다. (흑석동 주소)
상두(E) 내 생애가 한번 뿐이듯 나의 사랑도 하나입니다.
4. #레스트랑 (분위기 있고 운치 있는)
분위기 있는 음악이 흐르고 있는 운치 있는 레스트랑.
상두, 눈을 지그시 감고 느끼한 표정으로 시를 낭송하고 있다. 작업중(?)이다.
상두 나의 임금이어...폭포처럼 쏟아져 오는 그리움에 목메어 죽을 것만 같은 열병을 앓 습니다.
상두, 맞은편에 30대 후반녀, 헬렐레 정신이 반쯤 나가서 상두를 보고 있다.
상두 (30대녀의 손을 끌어와 잡으며) 당신이 아닌 누구도 치유할 수 없는 내 불치의 병 은 사랑.
30대녀 (졸도할 것 같은 표정)
이때, 핸드폰 벨 요란하게 울린다.
상두 (느끼했던 표정 풀고) 전화 왔어, 자기야.
30대녀 (여전히 헬렐레 해서) 괜찮아, 안 받아두 돼.
상두 받아봐, 어서.
30대녀 (김이 확 새는 표정으로 발신자 번호 확인하고 짜증스럽게 전화 받는) 왜?...엄마 지 금 바쁘다구 전화 하지 말랬잖아.
상두 (칵테일 한 모금 마시며 얼핏 표정이 굳어 보는)
30대녀 (상두 보고 몸을 살짝 돌려서) 배고프면 라면 끓여 먹어...그래, 그럼 짜장면 시켜 먹어...(짜증내며) 볶음밥 시켜 먹어, 그럼!!
상두 (표정이 서늘해 진다)
30대녀 엄마 지금 바쁘니까, 끊어...(핸드폰을 아예 꺼버린다, 상두 눈치 살피며) 미안해, 자 기야.
상두 아들이야?
30대녀 응.....아까 그 시 계속 읊어줘, 자기야..(눈을 지그시 감으며 들을 태세 취하는데)
상두 애 밥두 안 주구 왔어?
30대녀 신경 쓰지 마, 괜찮아....(하며 상두의 손을 잡으려는데)
상두 (손을 확 뿌리치며, 굳은 표정) 아무리 남자한테 돌아갖구 정신을 못 차려두 애 새 끼 밥은 챙겨주구 나와야 될 거 아냐?!!
30대녀 (당황하며) 자기야...
상두 빨리 가서 애 밥이나 차려 줘....가자. (일어나는데)
30대녀 (감동한 듯) 자긴 정말 착한 사람이구나....우리 애 밥 먹는 거 까지 걱정해주구....
상두 (차갑게) 착한 놈이 다 얼어죽었냐? 내가 착한 놈이게?
30대녀 (당황하며) 자기야.
상두 나, 제비야, 아줌마....아줌마 홀려갖구 돈 뜯어내는 게 내 직업이야.
30대녀 (기함을 하는데)
상두 정신 차리구 식구들한테나 잘해, 아줌마...늙어서 그 벌을 어떻게 다 받을라구 그래?
....(계산서 들고 멍해 있는 30대녀 보며) 계산은 내가 할 테니까 시장 봐가서 애 맛 있는 거나 해 먹여. (굳은 표정으로 휙 돌아서 걸어 나온다)
5. # 상두집 일층
은환, 주소가 적힌 쪽지 들고 집 주소 확인하며 온다.
초인종 누르려다가 멈칫하고, 잠깐 망설이는데, 대문 열리고, 아저씨 한 분 나온다.
아저씨 (나오며) 누구슈?
은환 안녕하세요....실례하지만, 여기 차상두씨라고 살고 계시나요?
아저씨 차상두? (갸웃하고) 차상두가 사는 지는 잘 모르겠구, 언내 아버지랑 할아버지가 살 기는 하는데?
은환 애 아버지랑 할아버지요?.....(갸웃하다가) 죄송합니다....제가 찾는 분은 아닌 것 같은 데...주소를 잘못 찾은 거 같네요, 제가....죄송합니다.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다가 다 시 돌아보고 주소를 확인하고 갸웃하는)
6. # 보리 병실
상두(다시 추리닝 차림), 식판 놓고 보리(턱받이 하고, 입가에 밥풀 몇개 붙이고) 에 게 밥을 먹여주고 있다.
상두 (밥 숟갈에 계란찜 얹으며) 계란찜 미사일 장전!.....(휘잉하며 숟가락을 장난스럽게 돌린다)
보리 (아- 입을 벌린다)
상두 발사! (보리의 입안에 쑥 숟가락을 집어 넣는다)
보리 (맛있게 오물 거리며 먹는다)
상두 (보리 입가에 붙은 밥풀을 떼어 자기가 먹으며) 이번에는 무슨 미사일을 발사할까 요, 공주님?
보리 시금치요!
상두 (경례 붙이고) 옙! 알겠습니다! 공주님! (숟가락에 시금치 얹으며) 시금치 미사일 장 전!.....휘이잉....발(사....하려는데)
이때, 핸드폰에서 “메세지가 도착했습니다” 안내음 들린다.
보리 아빠! 메시지가 도착했대.
상두 (얼핏 표정이 굳더니 핸드폰 들어서 문자 메시지 확인한다)
상두 머리위로 다음과 같은 문자가 뜬다.
<오빠, 희서예염--:; 짐 어디써염 왜 전화 안 받아염ㅜ.ㅜ 우리 모레 솩 여행 가는 데 꼭 오세염^^> (이모티콘을 아시분들 알맞게 넣어주세요)
상두 (핸드폰 전원을 끄고 다시 숟가락 들며) 자, 우리 공주님...시금치 미사일 날아갑니 다. 발사아!!!
7. # 은환학교 운동장앞 계단(노을녘)
은환, 힘없이 계단에 와 앉으며 핸드폰을 누른다. 핸드폰이 꺼져 있다는 안내음 들 린다. 점점 더 걱정스러워지는 은환.
이때, 진진과 미영, 저편에서 은환을 보고 “선생님” 부르며 온다.
은환 어, 진진아, 미영아.
미영 상두 오빠한테 연락해 보셨어요?
은환 응?....으응...
진진 희서가 계속 핸드폰 했는데, 전활 안 받는데요.
은환 .....으응.
미영 집 주소가 어디예요? 저희가 한번 찾아가 보께요.
은환 (당황하며) 걱정 하지마...오겠지.....올거야.
진진 모레 수학 여행 갈땐 상두 오빠 꼭 와야 되는데....
은환 ......(착잡한 표정)
진진과 미영, 인사하고 가고.
은환, 학생들이 놀고 있는 운동장을 허허로운 눈빛으로 응시한다.
운동장에 서서히 어둠이 내려앉는다. F.O.
8. # 은환 학교 교문앞 (아침)
희서와 지환, 등교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수창, 택구, 성길 걸어가고, 진진과 진창, 미영의 모습도 보인다.
여행의 흥분에 들뜬 모습들.
9. #은환반 교실
아무도 없는 교실....은환, 창밖을 보고 있다.
운동장에 관광 버스 다섯 대 정도가 서 있고, 학생들, 버스에 오르고 있다.
은환, 상두가 앉았던 자리를 보다가 그쪽으로 가 앉는다. 책상 안의 책과 노트를 꺼 내서 본다. 상두의 이름이 씌여 있다.
이때, 교실문 벌컥 열리고 반장, 들어오며.
반장 선생님! 버스 곧 출발한다구 빨리 오시래요.
은환 응...그래. (일어서는)
10. # 운동장
학생들이 탄 버스 서 있고.
은환, 걸어나오는데, 교장, 순애(공주처럼 차려 입었다-은환을 벤치마킹한-), 창호와 선생들 3명 정도 서 있다.
은환, 교장에게 인사하고.
교장 차 상두 학생이 며칠째 결석이라면서요?
은환 ....네.
교장 연락도 안된다고 하던데....집으로 한번 찾아가 보지 그랬어요?
은환 (난처하다) ....예, 나중에 다녀와서 한번 가보겠습니다.
순애 담임이라는 분이 어쩜 저렇게 책상 뒷다리 긁는 소리만 하실까?...학생이 며칠째 무 단 결석을 했는데, 그렇게 속 편한 소리가 나오세요?...나두 걱정이 돼서 며칠째 잠 을 설쳤...(하다가 이런 말 까지 하면 안되지...입을 다무는)
은환 ......
교장 나한테 주소를 주시래요, 그럼...수학 여행 가 계실 동안 내가 한번 찾아가 보지.
은환 ...아, 아녜요....가두 제가 가 봐야죠. 신경쓰지 마세요, 교장 선생님.
창호 사고 치고 징계 당한 게 며칠이나 지났다구 또 무단 결석을 합니까, 그 자식은?
교장 선생님! 이번 기회에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 고춧가루 같은 놈 땜에 순진한 학생들이 안 좋은 물이라도 들면....
교장 (O.L.) 고춧가루는 선생님 이빨에 낀 거 같은데요?
창호 (당황하며 입을 가리고 순애에게 어디 꼈어요? 물어보고)
순애 (위치를 가르쳐 주고)
은환 (마음이 심난한데)
교장 차상두 학생이 빠지면 우리 차따리 회원들의 실망이 참 크겠는데요?
은환 .....
11. #버스안
수창과 택구, 성길, 학생들, 장난하고 노느라 정신이 없고.
은환, 버스 앞자리에 씁쓸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은환 맞은 편 좌석의 희서, 계속 애타게 핸드폰 걸고 있다.
진진가 미영, 희서옆에 걱정스럽게 서 있다.
미영 어떻게 신호가 가?
희서 아니, 계속 핸드폰이 꺼져 있어....하우, 상두오빠, 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진진 상두 오빠 없음 무슨 재미로 가냐? 으이, 김 새.
은환 (희서들의 소리를 들으며 눈빛이 흔들린다....태연하려고 애쓰는)
반장, 학생들 수를 세고, 은환쪽으로 온다.
반장 상두형만 빼구 다 왔어요, 선생님.
은환 ....으응...수고 했어....(일어서서 학생들 보며) 자, 그럼 제 자리에 다 앉어.
진진과 미영, 맥이 탁 풀린 표정으로 자기들 자리로 간다.
은환 자, 그럼....이제 출발 할거니까, 안전 벨트 단단히 메구, 위험한 장난은 하면 안돼...
학생들, “예!” 큰소리로 대답하고.
은환 기사님! 출발하세요.
희서 선생님, 상두오빠 조금만 더 기다리면 안돼요?
은환 ....안 올거야....같이 갈 생각이었음 벌써 왔겠지.....기사님! 출발하세요!!
버스 문, 서서히 닫힌다.
은환, 앉으며 울쩍한 표정으로 창밖으로 시선을 주는데....
희서(E) 선생님! 상두 오빠예요!!
은환, 그 소리에 고개 돌려 본다.
저 앞 오르막길로 오토바이를 탄 상두, 돌아온 장고처럼 나타난다. (상두, 머리엔
두건을 쓰고, 독특한 칼라안경도 쓰고, 가죽 잠바도 입고, 쌕을 맨....락 밴드의 리더
같은 분위기)
은환, 놀랍고 반가운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희서, 진진과 미영, 진창등 학생들, “와아..”.하며 환호한다.
상두, 은환이 탄 버스 앞으로 오더니 오토바이에서 내려 닫힌 차문을 쾅쾅 두드린 다.
버스 기사, 문을 열어주고, 상두, 버스에 오른다.
은환, 막상 상두를 보자 미소 어렸던 표정이 어색하게 굳으며 내숭 떨 듯이 창가쪽 으로 고개를 돌린다.
희서와 진진, 진창등 상두 팬들 “오빠!” "형!“ 환호하며 부르고, 수창, 택구, 성길등 은 잔뜩 못마땅한 표정으로 야유한다.
상두 (은환을 짧게 보다가 학생들 보며 너스레) 야, 니네 섭하다, 진짜.....2학년 4반에 마 스코트 차상두를 빼놓고 치사하게 니네들 끼리만 갈라구 그랬냐?
진진, 미영, 진창등 상두 팬들, “아니예요!” “오빠가 안 가서 저희도 안 갈라 그랬어 요.” 함성 지르며 대꾸하고.
희서 오빠아...얼마나 걱정했는데요.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은환 (신경은 상두에게 둔 채 창밖으로 고개 돌리고 있는데)
상두 (칼라 안경 벗으며 고개 돌려 은환을 보며) 선생님!
은환 (어쩔 수 없이 천천히 고개 돌려 상두를 본다)
상두 (환하고 밝은 표정) 오랫만이예요, 선생님!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은환 (어쩔 수 없이)....으응....그...그래....오랫만이야. 너두...잘 지냈어?
상두 당근이죠! (씨익 웃으며 버스 기사 보고) 저 오면 이제 다 온 거죠, 아저씨!...출발! 오라이!! (하며 희서의 옆자리에 앉는다)
은환 (마음이 복잡하고 어지럽다....다시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상두 (그런 은환을 물끄러미 보다가 희서에게 “야 너 못 본새 섹시해졌다” 하며 장난을 걸고)
희서 오빠, 그동안 어디 갔다 왔어요?
상두 계룡산에 들어가 도를 좀 닦구 왔지.
은환 (그런 상두를 곁눈으로 슬쩍 보고)
상두 (휙 은환에게 곁눈질하다가 시선을 마주치고 씨익 웃는데)
은환 (당황하며 새침하게) 근데 넌 학생이 복장이 그게 뭐야?!!
상두 갈아 입으께요...갈아 입음 되잖아요....(여행 가방에서 교복 꺼낸다)
은환 (멋쩍은 듯 보다가 창밖으로 고개 돌리고)
버스, 서서히 출발하기 시작한다.
12. #스튜디오 복도
세라, 식식거리며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
13. #분장실
여자 모델 5명 정도 분장하고 있는데, 세라, 벌컥 문 열고 들어오더니 갑자기 모델1 의 머리칼을 잡고 흔들어 댄다.
세라 너 대체 무슨 짓을 한거야? 무슨 여우 짓을 한거야, 엉?!!
모델1 (비명 지르며) 아, 뭐야.....엄마아...
세라 그 배역 내 꺼였단 말야!! 어제까지만 해두 내 배역이었단 말야!!
모델1 아악....엄마아....
세라 무슨 짓을 한거야, 너! 하룻 밤새 왜 너랑 나랑 배역이 바뀐거야! 대단한 아버지 뒀다더니 니 아버지가 빽 썼냐? 빽 썼지, 여우 같은 기집애야!!
모델1 엄마아...엄마아....
이때, 음료수들고 분장실 문을 열고 들어서던 여인(모델1의 엄마), 기함을 하며 세 라를 잡는다.
여인 이거 놔...이거 못 놔, 이 년아....
세라 가만 안둬! 너 오늘 내가 가만 안둬, 기집애야!!
모델1 엄마아...엄마아.....
여인 이 년이 이게.....
여인, 세라를 거칠게 떼어내더니 사정없이 세라의 뺨을 때린다.
세라 (뺨을 손바닥으로 싸쥐며 여인을 노려보고)
여인 너 지금 누구한테 행패야? 아까워서 나도 손 한번 안 대구 키운 애한테, 무슨 짓이 야, 이게!!
모델1 (울음 터뜨리는) 엄마....(하며 여인에게 안기고)
세라 (부르르 떨며 노려 보는)
여인 무슨 이런 막돼 먹은 기집애가 다 있어? 니 애비 에민 널 그렇게 가르치냐?
세라 (이를 앙물고 눈물 참으며) 그래, 우리 에미, 애빈 날 그렇게 가르쳤어....억울한 일 당하면 절대 참지 말라구....기 죽지 말구, 주눅들지 말구, 끝까지 캐내구 밝혀서 다 밟아 버리라구....그렇게 가르쳤어! (하더니 다시 모델1의 머리칼을 잡고 흔들어 댄 다) 이 나쁜 기집애야.....그 배역은 내 꺼야! 내 꺼란 말야!!
14. #민석 병원 로비
세라, 어깨에 힘이 쑥 빠져 털레털레 걸어온다....멍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긴....
그러다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발걸음을 멈춘다....
15. #병원 휴게실
민석, 보리와 희진등 아이 환자들 사이에 둘러 싸여 동화책 읽어주고 있다. (흥부와 놀부)
민석 따뜻한 봄이 왔어요. 그런데 흥부네 집 처마밑에 살던 제비들이....(하다가 말을 멈 추고 한숨을 푹 쉰다. 제비라는 소리만 들어도 기분이 나쁘다)
보리 제비들이 구렁이 때문에 다쳤죠, 선생님?
민석 그래, 보리가 잘 아는구나...(동화책 읽는) 제비들이(제비를 발음 할땐 이를 갈듯) 구 렁이에게 습격을 당했어요. “앗! 저 놈의 구렁이가!”
세라, 휴게실로 들어서며 민석을 본다.
민석 흥부는 구렁이를 쫓아냈지만, 새끼 제비가 땅에 떨어져서 다리를 다쳤어요.
민석, 문득 고개를 들다가 자신을 보고 있는 세라와 시선을 부딪힌다.
16. #다른 휴게실 혹은 병원 정원
세라, 앉아 있는데, 민석, 얼음 물이 든 컵을 가지고 온다.
민석 여기 시원한 얼음 물이요.
세라 고맙습니다....(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민석 (보는)
세라 (물을 마시고....잠깐 망설이다가) 선생님!
민석 네, 말씀 하세요.
세라 저기...우리 보리 예뻐해주시는 그 족발집 아줌마 있잖아요.
민석 (의아한) 네.
세라 어디 사시는지 아세요, 혹시?
민석 (어리둥절한)....왜요?
세라 (대답 하지 않고 물만 다시 벌컥벌컥 마신다)
이때, 만도, “너 임마 내 쌕 들고 갔지?” 핸드폰 하며 휴게실로 걸어온다. 민석과 세라를 향해 손짓하며 아는 척 하고.
만도 자식아, 갖구 가면 간다구 얘길 해야지...나도 낼 장 여사랑 도봉산 가기루 했단 말 야, 임마.....에이, 나쁜 자식....(버튼 누르면 ‘녹음 되었습니다’ 안내음 나온다. )
세라 상두 어디 갔어요?
만도 잠깐 여행 좀 갔다 온다구 갔어.
민석 (얼핏 표정 굳는....)
세라 치사하게 저만 혼자 가냐?
만도 내 말이....지 새끼는 늙고 허리 아픈 삼촌한테 맡겨놓구 지 놈은 룰루랄라 놀러나 댕기구....가만 보면 우리 중에 그 새끼가 제일 치사한 거 같애.
민석 (생각하는)
17. #남해 진입 길
수학 여행 버스 두 대 달리고 있다.
시원스레 펼쳐진 논밭들...멀리로 보이는 푸른 바다.
18. #수학 여행 버스안
은환, 긴장한 표정으로 앞만 보고 있다. 저 앞으로 서서히 남해 대교의 모습이 보인 다. 학생들, “와아, 저 다리 좀 봐!” 하며 환호성 지르고.
은환, 갑자기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낀다. 가슴을 두드리다가 옆 좌석을 보면 상두, 희서와 머리를 맡대고 잠에 곯아 떨어져 있다.
은환, 심호흡하고 떨리는 눈빛으로 다시 앞을 본다.
버스...서서히 남해 대교로 진입한다.
은환, 가슴이 벅차 오른다. 눈가에 그렁 눈물마저 어린다.
상두와 희서는 계속 자고 있고.
은환,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고 눈을 힘주어 뜨는데, 저 앞 인도로 뒷모습을 보이며 자전거를 끌고 가는 갈래 머리의 여학생과 남학생이 보인다.
버스, 여고생과 남학생을 스쳐 지나간다.
은환, 무심코 고개를 돌리는데, 여학생과 남학생, 17살의 은환과 17살의 상두다.
뭐가 즐거운지 서로를 툭툭 때리기도 하고 까르르 웃으며 장난치며 가는 두 사람.
다시 앞을 보는 은환, 숨이 멎는 것만 같다....잠깐 앞을 보며 진정하고, 다시 고개 내밀어 밖을 보는데....아무도 없다.
상두, 희서와 코를 골며 (리듬까지 맞춰) 자고 있다.
상두를 돌아보던 은환, 내가 헛것을 봤구나....얼굴을 부비는....
19. #남해 풍광길
달리고 있는 두 대의 수학 여행 버스.
20. #버스 안
버스, 해안 도로를 달리고 있다. 깨어 있는 학생들, “와아...바다 좀 봐!” 하며 환호 하고.
은환, 긴장한 표정으로 계속 앞만 보고 있다.
상두와 희서는 여전히 자고 있고.
이때, 버스, 덜덜덜 소리를 내더니 갑자기 엔진이 꺼지며 멈춰버린다.
기사 아우, 참....
은환 왜요? 무슨 일이예요, 아저씨?
기사 (시동을 걸려하는데...시동이 안 걸린다) 고장이 났나 본데요. (문을 열고 내려 버스 를 살펴 본다)
은환 (그제야 긴장을 풀고 시트에 풀석 기댄다...눈을 감는)
이때, 누군가 은환의 차창문을 두드린다.
은환 (흠칫 눈을 뜨고 차창밖을 본다)
차창밖에 서있는 사람....17살의 상두다. 자전거를 세워 놓고 선 상두(17), 은환을 향해 활짝 웃으며 “은환아!” 부르며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은환, 다시 숨이 멎어버리는 것만 같다. 당황한 표정으로 얼른 옆자리를 돌아본다.
상두, 여전히 희서와 잠에 곯아 떨어져 있다.
다시 두드려지는 차창문.
은환, 다시 차창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상두(17), “이리 와, 은환아! 어서!” 하며 손짓을 한다.
은환,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벌떡 일어서서 차에서 내린다.
여전히 잠들어 있는 상두.
21. #일각 길
버스 기사, 버스 밑으로 들어가 엔진등을 살피고 있다.
은환, 버스에서 내리면, 상두(17), 씨익 은환을 향해 웃으며 따라오라고 손짓을 하며 자전거를 끌고 앞서 걸어간다.
은환, 마치 홀린 듯 상두(17)를 따라간다.
22. #버스안
상두와 희서, 서로 머리를 꽝 부딪히며 잠에서 깨어난다.
두 사람, 머리를 싸잡고 있다가....희서, “와! 바다다! 바다예요! 오빠!” 환호하며 소리 지른다.
상두, 아직 잠에서 덜 깬 표정 짓고 있다가 문득 옆자리를 본다. 은환이 없다.
상두, 당황해서 다시 앞을 보다가....저 앞으로 은환이 어디론가 정처없이 혼자서 가 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23. #길
상두(17), 약 올리듯 은환과 계속 거리를 두고 자전거를 끌고 앞서 가고 있고.
은환, 빠른 걸음으로 뒤쫓아 가고 있다.
은환 (결국) 같이 가! 같이 가, 상두야!
상두(17) (뒤를 돌아보고 씨익 웃으며) 채은환! 나 잡아봐라....(급기야 자전거에 올라 타더니 달리기 시작한다.)
은환 상두야! 같이 가! 같이 가!! (소리치는)
24. #갈대밭
은환, 갈대밭을 이리저리 헤메며 상두(17)를 찾는다.
은환 상두야! 상두야! 상두야, 어딨어!!
이때, 어디서 나타났는지 상두(17), 저 앞으로 자전거 타고 가고 있다.
은환 (반가운 마음에) 상두야!! (상두의 뒤를 쫓아가는)
25. #동 일각
자전거 타고 가던 상두(17), 뭔가를 발견한 듯 표정이 굳어 자전거를 팽개치고 어디 론가 달려간다.
숨이 턱에 닿아 뒤쫓아 오던 은환, 의아한 표정 짓고.
상두(17), 갈대숲에 쓰러져 신음하는 갈래 머리의 여고생에게 다가간다.
상두(17) 은환아....은환아....왜 그래? (부축하며 안는데)
얼굴에 식은 땀이 가득해 사색이 되어 앓고 있는 여고생 17살의 은환이다.
은환(17) (금방이라도 의식을 잃은 것 같은 얼굴) 어떡해...상두야....나 뱀한테...뱀한테 물린거 같애...어떡해...
상두(17), 놀라며 은환(17)의 다리를 살펴 본다. 다리 한쪽에 물린 자국이 있고, 제 법 벌겋게 부어 올랐다.
상두(17), 옷을 벗더니 런닝을 쭉 찢어서 붕대처럼 만들어 더 이상 독이 퍼지지 않 게 은환(17)의 다리에 꽁꽁 묶는다.
상두(17), 독을 빨아 내려고 상처에 입을 가져다 대는데.
은환(17) (상두를 밀어내며) 하지 마....너 어제 애들이랑 싸워서...입 안에...(혼미해지는 의식 을 간신히 붙잡고) 입 안에 상처 났잖아....하지 마.
상두(17) (은환을 손을 쳐내며) 괜찮아...아무렇지도 않어. (상처에 입을 대려는데)
은환(17) (상두의 얼굴을 밀며 죽을 힘을 다해 말리는) 하지마...하지 마....니가...니가 죽어, 바보야....
상두(17) 상관없어....죽어도 상관없어.....
상두(17), 고집스럽게 은환 상처의 독을 빨아 내고, 뱉는다.
은환(17)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한쪽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은환의 눈에서도 눈물이 흐른다.
이때, 누군가의 손이 은환의 어깨를 툭 친다.
은환, 고개 돌려 보면 상두(현실의), 서 있다.
상두 (뺀질거리는 표정으로) 무슨 선생님이 이러냐? 학생들을 통솔해야 될 선생님이 멋 대로 혼자 싸돌아 댕기구...이거 징계감 아니예요?
은환 (당황한 표정으로 얼른 눈물 훔치며 17살의 상두와 은환이 있었던 자리를 본다....두 사람 온데 간데 없고, 갈대잎만 무성하게 우거져 있다)
상두 아우, 교육청에다 투서 쓰고 싶은 마음이 불같이 솟구친다. 불같이 솟구쳐!
은환 (멍하니....넋나간 사람처럼 서 있다)
상두 뭐해요? 애들 지금 선생님 찾아 뒤집어졌는데.....안 가요?
은환 (그대로 멍하니)
상두 알았어요, 안 찌르께요...교육청에다 투서 쓰는 건 일단 보류할테니까....어서 발걸음 을 옮기시죠, 철 없는 선생님.
은환 (멍한 표정으로 천천히 걸음을 떼며 간다)
상두 (피식 웃고 그 뒤를 따라가다가....문득 뒤를 돌아본다....표정이 애틋해진다.)
26. # 민석 병원 주차장/민석 차안
민석, 피곤한 듯 어깨 주무르며 차에 오른다.
민석 (시동 걸다가 문득 생각이 들어 전화하는) 네, 어머니....저 민석인데요.....은환이 수
학 여행 간다는 날이 오늘인가요?....(얼핏 표정이 굳고)...여행은....어디루 갔어 요?.....남,해,...요?.....(더욱 표정 굳어지며) 아, 아닙니다, 어머니...알겠습니다.
민석, 핸드폰 끊고 잠깐 심각해 있다가 지도를 펼쳐서 남해를 찾아본다.
27. #심란 족발집 앞
세라, 심란 족발집 앞으로 와서 선다. 유리창 너머로 전화하고 있는 심란의 모습이 보인다.
28. #족발집안
심란, 카운터 앉아 전화하고 있다. 심란 뒤로 팔란을 찾는 전단 붙어 있다.
심란 (심란한 표정) 그래, 남해는 잘 도착했냐?.....니 누나는?......염병, 하고 많은 데 다 두 구 왜 하필 거기루 갔어, 그래?......저기, 지환아....혹시 거기 동네 사람이 너보구 이 름이 뭐냐구 물으면 김 봉숩니다...그렇게 대답해....에미가 그렇게 하라면 그렇게 하 지 뭔 말이 많어, 이눔아.
이때, 유리창앞으로 와 서는 세라, 창밖에서 심란을 본다.
심란 저기...그리구, 니 누나 보구는 이름이 뭐냐고 물으면...김 봉잡니다...그렇게 대답하라 구 해....알았지?....여보세요...안 들려? 여보세요....
저쪽에서 전화가 끊어진 듯 심란, 수화기를 탁 내려놓고는 일어서는데, 붙여 놓았던 전단지가 툭 떨어진다.
심란, 전단지를 주워 보다가 한쪽에 있는 풀 가져와 다시 벽에다 붙이는데.
29. #족발집 밖
세라, 그런 심란을 원망스럽게 바라보는데.
심란(E) 팔란아. 지금부터 엄마는 잊어버려.
30. #양옥집앞
그닥 크지 않은 평범한 양옥집.
심란(30대의), 팔란(8)의 손을 끌고 양옥집 앞으로 온다. 각각 짐 가방 하나씩을 들 었다.
심란 여기가 니네 아빠 집이야! 아빠 집 좋지?
팔란 (고개 끄덕이는)
심란 아빠집에 가면 새 엄마두 있구, 오빠두 있구, 동생두 있구...매일 매일 좋은 옷도 입 을 수 있고, 맛난 것도 먹을 수 있어...좋지?
팔란 (눈물이 그렁해 고개 젓는다) 난 엄마랑 살래.
심란 (팔란을 탁 때리며) 이눔의 기집애가 그렇게 귓구멍에 못이 박히도록 얘길 했는데, 아직도 말귈 못 알아 들어!! 엄만 이제 힘들어서 너 못 키운다 그랬잖아!
팔란 (울먹이며) 엄마아....
심란 아버지한테 가면 아빠! 제가 아빠 딸 공 팔란입니다. 아빤 잘 모르시겠지만, 우리 엄마 공심란이가 제가 아빠 딸이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렇게 말하구...(참으려고 하지 만 눈물이 흐른다)
팔란 싫어, 엄마...나 엄마랑 같이 있을래...엄마랑 같이 있을래애.
심란 (무서운 얼굴을 하고) 엄마랑 같이 죽으까? 그럼?
팔란 (두려운) 엄마아...
심란 그렇게 엄마랑 같이 있고 싶음....그래, 엄마랑 죽자, 그럼....(팔란의 손을 끌며) 물에 빠져 죽든 약을 먹고 죽든....우리 같이 죽자...가자...(하며 팔란의 손을 끄는데)
팔란 싫어...죽기 싫어...죽기 싫어, 엄마.
심란 (마음 아프게 팔란을 보는데)
팔란 아빠 집에서 살께...아빠 집에서 살면 되잖어.....
심란 .....(눈물이 그렁해서 보는)
31. #심란 족발집
심란, 족발을 썰고 있다. 창밖에서 그런 심란을 지켜보는 세라.
32. #족발집 밖
세라, 배신감 어린 표정으로 보는.
세라 (심란을 보며 중얼거리는) 같이 죽자구?......이렇게 좋은 집에서 떵떵거리고 잘 살면 서 같이 죽자구?.....난 어떻게 살았는지 알어, 아줌마?....당신한테 버려져서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어, 아줌마?.....(이를 가는) 용서 안해...죽어두 용서 안해.
세라, 심란을 노려보다가 돌아서서 간다.
가게안의 심란, 고개를 들다가 세라의 뒷모습을 무심하게 보다가...다시 족발을 써 는.
33. #남해 금산 보리암 일각
희서, 지환등 학생들, 보리암 근처에 올라와 야호! 외치고 사진도 찍는다. 집에다 전화해서 “엄마! 여기 환상이야” 하며 수다를 떠는 학생들도 있고....
상두....생각에 젖어 바다를 보고 있다.....얼핏 굳은 표정, 복잡한 감정으로 눈빛이 흔 들린다.
은환, 올라서다가 상두의 뒷모습을 본다.
이때, 희서와 진진, 미영등 여학생들, 상두에게 달려와 “오빠! 우리 사진 찍어요!” 상두의 팔을 이리저리 잡아 당긴다.
상두 (다시 뺀질거리는) 잠깐만! 오빠 팔 빠져, 임마! ....질서를 지켜야지, 질서를!....이쪽 으로 일렬로 줄을 선다!...실시!! (여학생들 서로 앞에 서려고 소란이 일자) 마지막에 서도 괜찮아, 미영아...오빠 잘 생긴 얼굴 안 닳으니까, 천천히 서! 천천히!
희서, 제일 앞으로 서고.
지환 일당들, 아니꼽다는 듯 도끼눈을 뜨고 보고.
은환, 그런 상두를 애틋하게 본다....아픔을 가슴속에 누르고 있는 상두의 마음을 안 다.
상두 희서, 기준!
희서 기준!
상두 지금부터 오빠랑 사진 찍는 요령에 대해 이야기 하겠다....팔짱을 끼거나 몸을 껴안
는 정도의 스킨십은 허용을 해 주겠지만....기습 키스는 절대로 안된다.....만약에
그런 불미스런 일이 발생했을시에는...
은환, 그런 상두를 씁쓸한 미소로 보다가 발길을 돌려 어디론가 간다.
상두 성범죄로 간주해서....바로 경찰서에 고발해 버리고, 10만원이상 백만원 이하의 위
자료를 풀릴 것이다....알아 들었지? 언더스텐?
희서등 여학생들, “우우...” “그런 게 어딨어요?” 하며 아쉽다는 듯 항의하고.
34. #동굴
하늘을 향해 뻥 구멍이 뚫린 동굴.....은환, 안으로 걸어 들어온다.
옛 추억을 더듬듯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걸어가는데.....
동굴 한쪽 벽에 낙서된 글이 보인다. 무심코 스쳐갔던 은환, 다시 돌아와 글을 읽어
본다. ‘은환이는 상두를 사랑한대요’ ‘은환이는 내숭 백단이래요.’ 라는 글귀가 씌여
있다.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희미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알아볼 수는 있을 정도
의 서툰 글씨...
은환, 가슴이 심하게 일렁거림을 느낀다. 눈가에 눈물이 그렁해진다.
어디선가 사각사각 소리 들린다.
은환, 고개 돌려 보면, 17살의 상두, 동굴 벽에다 무언가를 열심히 새기고 있다.
당황하며 놀라는 은환. 온 몸에 식은 땀이 흐른다.
17살의 상두도 은환을 보고 놀랬는지 쓰던 것을 가리며 벌떡 일어선다.
상두(17) (씨익 웃으며) 보구 싶었어, 은환아.
은환 (멍하게 보는)
상두(17) 내가 얼마나 널 많이 기다렸는지 알아? 돌아가시는 줄 알았다.
은환 (그저 멍한)
상두(17) (손을 내밀며) 이리 와.
은환 (멍하게 있다가....천천히 고개 젓는)
상두(17) (서운하게 보며) 야아.
은환 ...안 가. 싫어.
상두(17) 은환아.
은환 ...안 가....못 가....우린...너무 늦었어, 상두야.
상두(17) (슬픈 표정)
은환 미안해...정말 미안해.
상두(17) (눈가에 살짝 물기마저 어려....슬픈 눈동자로 은환을 보는)
은환 (눈물이 그렁해서 보다가 매몰차게 돌아서서 나온다)
“은환아!” 부르는 상두의 목소리 동굴을 울리며 슬프게 들려오지만, 귀를 막고
뒤돌아 보지 않고 꿋꿋하게 걸어나오는 은환.
35. #남해 금산 보리암 일각
식음 땀에 흠뻑 젖은 은환, 넋나간 사람처럼 걸어오는데.
저 앞으로 상두, 온갖 코믹한 포즈를 다 취하며 희서, 진진, 미영등과 사진 찍고 있
다.
은환, 그런 상두를 울컥하며 바라본다.
상두도 사진을 찍다가 그런 은환과 서로 시선을 마주친다.
은환, 상두의 시선을 피하며 고개를 돌려 버린다.
반장 (은환에게 오며) 선생님! 우리 반두 단체 사진 찍어야죠.
은환 ,....으응, 그래....찍어야지.
산 아래 바다를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기 위해 선 은환과 상두등 은환반 학
생들.
상두 주위로 희서와 진진등 여학생들 포진해 있고, 은환 주위로도 남학생들이
포진해 있다.
창호, 카메라 들고 서 있다.
창호 자, 찍습니다. 하나! 둘!
은환과 상두등 2-4반 학생들, 카메라를 향해 활짝 웃는다. 창호, 셋! 소리와 함께
카메라, 찰칵 찍히는데....카메라를 보던 상두, 은환을 향해 시선을 돌리고 애틋하게
보는....스틸.....은환과 학생들은 카메라를 보고 상두를 은환을 보고...그렇게 엇갈려
찍힌 단체 사진.
36. #남해 대교앞/민석 차안
민석, 차를 몰아가고 있다. 저 앞으로 남해 대교가 보인다.
남해 대교를 건너는 민석의 차.
37. #숙소 일각
상두와 희서등 학생들, 피곤한 표정으로 장난치며 숙소앞에 서 있다.
은환 각자 방 배정 받구 짐부터 풀어....저녁 식사시간까지는 자유 시간이니까 일단 푹 쉬 구....숙소 근처 절대 떠나지 말구, 멀리 갈때는 꼭 선생님한테 얘기하구 가!
학생들 "예!“ 하고 숙소로 들어간다. 상두, 진창의 손에 이끌려 함께 간다.
은환, 피곤한 듯 어깨 주무르며 창호에게 “수고하셨습니다.” 인사하고.
38. #숙소 근처 바닷가
은환, 바닷가 쪽으로 걸어와서 자리를 잡고 앉더니 먼 바다를 보고 있다.
사복으로 갈아 입은 상두, 은환의 등을 바라보다가 돌아서서 어딘가로 발걸음을 옮 긴다.
시간 경과.
은환, 허허로운 표정으로 바다를 응시하고 있는데 핸드폰 벨 울린다.
은환 (핸드폰 받는) 어, 엄마....좀전에 숙소에 들어왔어.
심란(F) 너 알아 보는 사람 없디?.....너 알아보구 머리채 잡는 사람 없었어, 혹시?
은환 (씁쓸하게 웃고) 그런 사람 없었어, 걱정 마.
심란(F) 혹시 누가 너 알아보구 뭐라 그러면...우리 엄마가 조만간 내려 간다 그랬다구....떼 먹은 돈, 이자까지 쳐서 갚는다구....이 공 심란이 남의 돈 떼먹구 입 딱 씻어버리는 그런 치사한 년, 아니라구 그래.
은환 ....응.....알았어요, 엄마....그래...나중에 서울 가서 봐...
은환, 핸드폰을 닫고, 다시 상념에 젖어 바다를 보는데.
숙자(E) 언니예! 언니예!
은환 (자기를 부르는 소린 줄 모르고 앞만 보고 있는데)
촌부 티가 역력히 나는 숙자(횟집 앞치마 하고), 은환을 발견하고 (손님인 줄 알고) 눈빛이 반짝 빛난다. 저 손님을 잡아야 겠구나!
숙자 거게 바다 보고 앉아서, 상념에 젖어 있는, 뒷 모습이 직이는 언니예!
은환 (돌아본다....숙자라는 걸 바로 알아보지 못한다)
숙자 상념에 젖어 있는 거 다 끝내뿌고 나모 해(회) 한 사라 하이소....낙지하고 멍게하고 해삼도 팍팍 써어비스로....(하다가 고개 갸웃한다)
은환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혹시 숙자 아닌가...긴가민가....)
숙자 언니야 혹시 내가 아는 사람 아입니꺼?
은환 .....수...숙자?.....숙자...너 숙자지?!!
숙자 가시나!! (눈물이 그렁해져) 가시나, 언한이 맞네!!
은환 (역시 눈물이 그렁해서) 숙자야!
숙자와 은환, 반갑게 얼싸 안는다.
숙자 (은환에게서 떨어지며 은환의 얼굴을 잡고) 똑디 함 보자...가시나 니 참말로 언한이 가? 언한이 가시나 맞나, 니가?
은환 (일부러 숙자 따라 사투리 쓰며) 가시나 니도 참말로 숙자가? 숙자 가시나 맞나, 니 가?
두 사람, 반가움에 얼싸안고 방방 뛰는.
39. #숙자 횟집 야외 벤치
은환, 보행기 탄 아이(2살) 와 딸랑이 흔들어 주며 놀고 있다. 숙자, 회 한접시를 썰 어서 내온다.
숙자 우리 집에 꽁꽁 숨카논 자연산 광어 한 마리 잡았다.
은환 (웃고)..고마워, 숙자야,.
숙자 니도 퍼뜩 갤혼해서 얼라 나야지.
은환 (피식 웃으며 아이에게 딸랑이만 흔들어주는)
숙자 사기는 사람은 있나?
은환 .....(고개 끄덕이는)
숙자 머하는 사람인데?
은환 .....나중에 말해 주께.
숙자 와? 니 순 행팬엄는 이상한 놈팽이 만나나?
은환 아냐.....그건 아니구...(들릴락 말락)...의사야...
숙자 (눈이 휘동그래지며) 의사?.....(그 말에 약간 표정 안 좋아져서).....니 혹시 상두 소식 들은 거 엄나?
은환 (당황한다...차마 상두가 학생으로 들어왔다는 얘긴 못하겠다)
숙자 상두 머시마는 어느 하늘밑에서 죽었능가 살았능가...밥은 묵고 사는가...모르는 데.... 니는 참 팔짜가 늘어졌네?
은환 .....(당혹스럽다)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숙자 댔다, 치우자, 고마...사기는 사람꺼지 있다카는 가시나한테 그런 얘기 해밨자 먼 소 용있노, 은자 와서?
은환 ....(상두 얘기 자꾸 하는 것 난처해서) 회, 되게 맛있겠다....(하며 한점 집어 먹으려 는데)
숙자 (접시를 도로 뺏어 안타깝게 보며) 아, 이 기한 자연산....이거 고마 우리 상두 머시 마한테 믹잇으몬 얼매나 좋으꼬?
은환 (머쓱해서...먹다가 도로 내려 놓는다)
40. # 동네 길 (좁은 농로)
가죽잠바 차림의 상두,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게 칼라 안경 쓰고, 동네 길을 걷고 있다.
맞은 편 길 끝에서 남자 (머리가 희끗한, 상두가 예전에 물에 밀어 빠뜨렸던), 자전 거 뒤에 생선 박스 싣고, 술을 한잔 했는지 노래를 흥얼거리며 오고 있다.
이때, 상두 뒤로 승용차 지나 와 남자의 자전거를 스치고 가는데, 남자, 승용차를 피하려다가 논두렁으로 처박혀 버린다. 자전거에 싣고 있던 생선 궤짝도도 쏟아지 고.
상두, 놀라서 달려가 남자를 일으켜 준다.
상두 괜찮으세요? 안 다치셨어요?
남자 아이구.....아이구....허리야...짜식이 무슨 운전을 저 따위로 해?
상두 (자전거를 세워주고, 생선도 궤짝에 담아준다)
남자 (상두를 고맙게 보며) 고마워, 젊은이.
상두 (남자 똑바로 보진 않고 씨익 웃으며 계속 생선을 담는)
시간 경과.
상두, 생선이 담긴 궤짝을 자전거 뒷자리에 싣고, 단단하게 묶어준다.
상두 혹시 모르니까, 꼭 병원에 한번 가 보십시오, 어르신.
남자 (웃으며) 정말 고마워...젊은이.
상두 (그제서야 바로 고개를 들고 남자를 본다. 충격어린 표정)
남자 (상두에게 고마움의 미소를 보내며 아픈 허리를 잡으며 자전거를 끌고 간다)
이때, 상두의 머리속에 섬광처럼 지나가는....
41. #플래시백-회상2회
은환(17), 아버지의 유품인 전축을 뺏기지 않으려고 남자와 실랑이 하던.
42. #플래시백-회상2회
상두(17), 남자1에게 전축을 찾으려 하다가 남자1, 물로 떨어지고 마는.
43. #경찰차안/은환집 부근 길 (달리는)
가랑비 부슬부슬 내리고.
상두(17)의 손에 수갑 채워져 있고, 순경 두명 양 옆으로 앉아 있다.
순경1 어떻게 됐대?
순경2 죽진 않았는데, 중탠가봐.
흔들리는 표정의 상두, 손목에 수갑이 채워진 와중에도 전축만은 꼭 껴안고 있다.
44. #경찰차안/상두 입양집 일각 길
경찰차, 상두 집(입양된) 있는 골목으로 진입한다.
이때, 상두의 눈에 우산을 들고 애타게 “상두야, 학교 가자” 외치는 은환(17)의 모 습 보인다. (3회에 나왔던)
상두,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려다가 순경들의 제지로 다시 앉는다.
상두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경찰차, 우산을 든 은환의 뒤를 스쳐 지나간다.
상두, 은환을 돌아보지만, 은환, 상두를 보지 못하고, 계속 집쪽을 향해 상두야! 학 가자! 부르짖고 있다.
상두의 안타까운 눈길....뜨거운 눈물이 흘러 내린다.
45. #소년원앞(겨울)
눈이 내리고 있다.
출소자들 예닐곱명 나오며 기다리던 부모의 품에 안긴다. 껴안고 울고 두부를 먹이 고 한바탕 서글픈 난리가 난다.
마지막으로 털모자를 쓰고 나오는 상두(18, 안경 설정)....눈이 내리는 하늘을 보며 손바닥에 눈을 받는다....그래도 은환과 가족들을 만날 수 있다.....씨익 미소가 흐 른다.
46. #상두 입양집앞(겨울)
눈은 계속 내리고 있고.
출소한 상두(18), 밝은 표정으로 리듬에 맞춰 장난스럽게 초인종을 누른다....대답이 없자 대문을 쾅쾅 두드리는 상두.
상두(18) 엄마! 문 열어주세요!! 상두 왔어요! (장난스럽게) 헤이! 맘! 오픈 더 도어!!
집안에선 아무런 기척이 없다.
상두, 의아한 표정 짓다가 다시 대문을 두드리는데.
갈래머리의 숙자(18), 와서 서며...눈물이 그렁해서 상두를 본다.
숙자 고마해라, 상두야! 뚜디리 밨자 소용없다!
상두 (돌아보는) 숙자야!
숙자 느그 부모님들 한달 전에 미국으로 이사 갔다.
상두 (놀라는) 미국? 미국 어디루?
숙자 니 피해서 도망 간 사람들이 오데 간다꼬 말하고 갔겄나?
상두 왜 날 피해?.....(하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충격으로 현기증을 느끼는 듯 잠깐 휘청한다)
숙자 학교꺼지 짤리뿌고....머시마...불쌍해서 우짜노? (눈물을 손수건으로 닦아내는)
상두 (애써 충격을 감추려 하며 잠깐 생각 정리하고....얼굴에 웃음까지 띠고) 은환이는 잘 지내지?....나 없다구 외로워하구 찔찔 짜구 뭐 그러진 않디?
숙자 언한이도 엄따.
상두 뭐?
숙자 니가 갱찰서 끌리 간 날 언한이도 즈그 엄마따라 야반 도주했다.
상두 (피식 웃으며) 김숙자, 많이 늘었다. 감히 이 차상두를 상대루 장난도 칠 줄 알구?
숙자 (다시 비죽인다)
상두 (장난스럽게 웃으며) 은환이 어딨어?....이 근처에 숨어 있지?....(두리번거리며) 채은 환! 나와라! 어딨어?!....니가 날 두구 야반 도줄 해?....뻥을 쳐도 믿을 수 있는 뻥을 쳐야 속지, 바보야!1
숙자 (급기야 엉엉 울음을 터뜨린다.) ...머시마....불쌍해서 돌아뿌겠네, 진짜.
상두 (웃던 표정이 싸늘하게 굳는다. 어딘가로 뛰어가는)
47. #은환집앞
눈은 계속 내리고 있고, 상두(18), 은환집 앞으로 와서 선다.
상두 은환아!! 은환아!
집안에선 아무런 반응이 있다.
상두 (눈물이 그렁해 절규처럼 소리 지르는) 은환아....은환아아아....
48. # 숙소밖 벤치
은환, 창호와 앉아서 수학 여행 일정을 체크하고 있다.
근방에서 지환 일행들과 학생들, 배구하며 놀고 있고.
은환 내일은 거북선 관람하구 나서....바루 점심 식사하는 거죠? (하는데)
이때, 희서, 뛰어오며.
희서 선생님, 상두 오빠가 안 보여요.
은환 응?
희서 애들 얘기 들으니까 안 보인지 대따 오래 됐대는데...아무리 찾아봐도 없어요.
은환 ......(걱정스러운 표정)
창호 하, 정말 그 자식은 전국 어디서나 시도 때도 없이 장소를 불문하고 사고를 치고 다니는 구만.
은환 (어디 갔을까 생각해 보는데)
창호 (은환 얼굴 가까이에 얼굴을 대고) 선생님, 그 고춧가루 같은 자식, 대체 언제까지 감싸고만 계실겁니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번엔 정말 특단의 조치를....
은환 (O.L.) 선생님!
창호 네!
은환 아까 그 자리에 고춧가루 또 꼈어요.
창호 (흠칫 입을 가리며 희서에게 위치를 묻고)
희서 (짜증내며 위치를 가르쳐 주고)
은환 (일어서며) 내가 찾아보구 오께...(창호에게) 저희 반 애들 좀 잘 부탁합니다.
49. #일각
은환, 어딘가로 뛰어가고 나면, 뒤이어 들어서는 민석의 차.
50. #근처 바닷가 모래사장(노을녘)
은환, 상두를 찾아서 두리번 거리며 온다.
51. #둑방(죽방림 있는 곳)
은환, 이리저리 둘러 보며 상두를 찾지만, 상두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은환 상두야! 차상두!! 상두야!!.....(불안하다)
상두(E) 너, 자꾸 사람 속 뒤집어 지게 할래?
은환, 놀라서 뒤를 돌아본다.
저 앞으로 17살의 상두, 17살 은환의 손을 끌고 가는 모습이 보인다.
은환(17) 놔! 이거 놔아!!
상두(17) (능글능글하게) 왜 피해? 사람을 왜 피하냐구, 그니까!!
은환 니네 엄마가 우리 엄마 찾아와서 너랑 나랑 어울리지 말라 그랬대!
너네집 같이 대단한 집이랑 우리집은 상대가 안된다구...주변에도 얼씬거리지 못하 게 하라구 그랬대.
상두 (어이없다는 듯 웃는)
은환 그래, 니네 엄마 말이 맞어....내가 분수를 몰랐어. 우리 앞으론 아는 체도 말자.
상두 (픽픽 웃기만 한다)
은환 (이를 앙물고) 이거 놔!
상두 (정색하고) 도망가자, 그럼.
은환 뭐?
상두 이대루 그냥 도망 가자구, 우리!
은환 (기가 막혀) 차상두!
상두 무슨 짓을 해서든 너 하나 못 먹여 살리겠냐? 도망 가자!!
은환 이 상황에서두 장난이 하고 싶니, 지금?
상두 (표정 굳어) 장난 아냐.
은환 너란 애 정말...어이가 없다!
상두 (버럭) 장난 아니라 그랬잖아! 난 지금 진심으로 말하구 있어!!
은환 (당황하는)
상두 난 다 버릴 수 있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어!
은환 .....
상두 모르겠어? 내가 얼마나 널 사랑하는지 모르겠어? 그렇게 내 맘을 모르겠어? 바보
똥개야!!
은환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는데)
민석(E) 은환아!!
17살의 은환,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보는데.
저 앞으로 민석(현실의), 은환을 향해 걸어오고 있다.
온 몸이 식은 땀으로 젖은 은환, 당황하고 놀란 표정으로 민석을 본다.
은환 미....민석씨. (순간적으로 뒤를 돌아본다)
17살의 상두와 은환이 있던 자리, 아무도 없다.
민석 세상에...웬 땀이 이렇게 많이 났어? (이마에 손을 대 보고) 세상에 열두 있네.
은환 (떨려오는 가슴을 간신히 누르며)...여...여긴 어떻게 왔어?
민석 갑자기 니가 너무 보고 싶어서 왔어...오늘 당장 안 보면 죽어버릴 거 같애서...그래
서, 왔어.
은환 (눈빛이 흔들린다)
민석 (은환을 따뜻하게 껴안는다) 왜 이렇게 바들 바들 떨어? 너 정말 많이 아픈 거 아
냐?
은환 아냐.....아냐....(허허로운 표정)
52. #민석 차안/ 동네길
민석, 운전하고 있고, 은환, 조수석에 타고 있다. 여전히 넋이 나간듯한 멍한 표정.
민석 니가 왜 그렇게 남핼 못 잊구 그리워 했는지 이제 알겠어.
은환 (보는)
민석 정말 너무 사랑스럽고 이쁜 곳이야, 여긴....이런 데서 어린 시절을 보낸 니가....참
부럽다.
은환 (힘없이 웃으며 창밖을 본다)
민석 (은환의 몸을 끌어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한다)
은환 .......
53. #민석 차안/ 강가(-은환과 상두가 반딧불이를 보았던-) (노을녘)
은환, 멍한 표정으로 민석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
민석 (와이어리스 끼고 핸드폰하는) 오늘만 좀 부탁해요, 선배......그럼요, 낼 5시 수술
엔 지장없이 갈거예요.
은환 (멍해 있던 은환, 뭔가를 발견하고 눈빛이 심하게 일렁인다)
상두가 강가에 혼자 생각에 잠겨 앉아 있다.
은환 (숨이 멎는 것만 같다)
민석 (상두를 보지 못했다) 알았어요, 내가 술 사께.
민석의 차, 상두를 지나서 간다....은환의 시야에서 점점 멀어지는 상두.
은환 .......(가슴 아프게 보는)
54. #강가
멍하니 허탈감에 빠져 앉아 있는 상두....노을이 점점 붉게 물들어 온다.
55. # 숙소 근처 바닷가 모래사장(밤)
상두, 털레털레 걸어온다.
저 앞으로 학생들 둘러 앉아 캠프 파이어 벌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요란한 박수 소리 들리고.
상두, 걸음을 옮겨가다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56. #캠프 파이어장
학생들 장기자랑하고 자리로 들어간다.
은환과 민석, 학생들 사이에 끼어 앉아 있다. 은환, 여전히 넋나간 사람처럼 멍하다.
창호도 있고, 지환등 창호반 아이들도 있다. 희서, 민석과 은환을 보며 삐죽거리다
가 상두가 걱정되어 고개를 돌려본다.
원 가운데 음료수 박스와 초코파이 박스 쌓여 있다. (80인 분량정도)
수창 (나가서 사회 보는) 자 그럼 지금으로부터 사랑의 힘 하나로 그 먼 서울에서부터
여기까지 한 달음에 달려오시고, 앤드,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싸다 안겨주신 우리
채 은환 선생님의 영원한 피앙새 강민석 사부님을 모시겠습니다!!
민석 (안 나간다고 쑥스러워하며 손을 내젓는다)
학생들, 환호하며 난리가 나고.
택구와 성길, “나가세요” 하며 민석을 중앙으로 끌어내 온다. 민석, 은환에게 도와
달라고 난처한 표정 지어 보이지만 어쩔 수 없이 끌려 나온다.
은환, 민석을 향해 표정없이 웃고.
수창 아니 그런데....바늘 가는데, 왜 실이 안 따라오십니까? 채은환 선생님도 어서 나오
셔야죠.
은환 (기함을 하며 안 나간다고 손사레를 친다)
택구와 성길, 다시 안 나오겠다고 뻗대는 은환을 중앙으로 끌고 나와 민석옆에 나
란히 세운다.
은환과 민석, 어색해 어쩔 줄 몰라하며 학생들을 향해 인사하면, 지환등 학생들 열
광적으로 환호하고.
57. #일각
상두, 서늘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58. #캠프 파이어장
민석 일단은 제가 공과 사를 구별 못하고 낄 데 안 낄데를 못 가리고 주접을 떠는 것
같애서 굉장히 민망하고 송구스럽습니다.
지환 일당들과 학생들, “아니예요, 잘 오셨어요.” 소리 지르며 환호한다.
은환 (민망해서 어쩔 줄 몰라하다가 문득 시선을 돌리는데 저 앞 어둠속에서 자신들을
보고 있는 상두와 시선을 마주친다...당황하는)
59. #일각
상두, 굳은 표정으로 은환을 보고 있다.
60. #캠프파이어장
은환 (당황스럽게 보다가 시선을 외면한다)
민석 어쨋든 좋은 곳에 오셔서 좋은 추억 많이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학생들, 박수치고.
지환 (손을 들며) 질문 있는데요, 두 분 첫 키스는 언제 어디서 하셨어요?
학생들, 비명을 지르고, 은환과 민석, 얼굴이 벌개져서 어쩔 줄 몰라한다.
은환, 학생들 눈치 못 채게 지환을 노려 보는데, 지환, 혀를 쏙 내민다.
학생들, 민석이 대답을 못하고 있자, “말해라! 말해라!” 하며 연호하고.
민석 ....그 날이 그러니까, 우리가 만난지 100일째 되는 날이었구....(하는데)
은환 민석씨! (하며 민석의 입을 틀어 막는다)
지환들 학생들, 우우 야유하고.
민석 (은환의 손을 떼낸다) 뭐 어때서?.....돌아오는 차 안에서 제가 기습적으로 했습니다.
(학생들, 다시 환호하고)
은환 (당혹스런 표정으로 어쩔 줄 몰라하며.....어둠속에 서 있는 상두쪽으로 시선을 준다)
61. #일각
상두, 표정없이 바위처럼 서 있다.
62. #캠프 파이어장
민석, 대범해지기도 했다는 듯 웃고 서 있고, 은환, 얼굴을 손바닥으로 가리고 섰다.
진진, 다시 손을 번쩍 들고.
진진 싸부님은 우리 선생님을 얼마나 사랑하세요? 선생님을 위해서 죽을 수도 있어요?
민석 (싱긋 웃고 은환보며)...그렇게 사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학생들, 환호하며 박수친다.
은환 ...저기, 우리 그만 들어가께....이제 니네들 장기자랑 하며 놀아, 응?
희서 (손을 번쩍 들며) 두 분은 첫사랑이세요?
은환 (흠칫하며 자기도 모르게 어둠속의 상두에게 시선을 주는)
63. #일각
상두, 천천히 돌아서서 간다.
민석(E) 저흰 각자에게 첫사랑은 아닙니다.
64. #캠프파이어 장
민석 그치만....끝까지 함께 갈 마지막 사랑입니다. (은환을 본다)
은환 (당혹스럽게 민석을 보는)
학생들, 우레와 같은 박수를 친다.
은환, 상두가 있던 쪽을 보면 상두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다.
65. #해변도로(혹은 창선교?)
네온등이 줄지어 켜진 도로.
상두, 주머니에 손 푹 찌르고 털레털레 걷고 있다.
민석(E) 저흰 각자에게 첫 사랑은 아닙니다....그치만, 끝까지 함께 갈 마지막 사랑입니다.
상두, 표정없이 털레털레 걸어간다. F.O.
66. #남해 거북선 일각(낮)
학생들, 거북선을 관람하기 위해 줄을 서서 간다. 은환과 창호, 학생들을 인솔하고 있다....은환, 학생들 인솔하다가 뒤쪽으로 오고 있는 상두를 본다.
진진과 미영, 진창, 상두옆에 꼭 붙어 팔짱을 끼고 간다. (진창이 상두의 한쪽 팔을 끼었다)
지환, 수창, 택구, 성길, 뒤에 따라오며 못마땅하게 흘겨본다.
진진 오빠! 우리 엄마가요, 오빠 한번 만나재요.
상두 (평소때처럼 다시 느물느물 해졌다) 어머니가? 어머니가 날 왜?
진진 오빠랑 만나서 긴히 나눌 얘기가 있대요.
미영 야, 새치기 하지마....오빠! 우리 할머니가 오빠 좀 뵙재요.
상두 (어리둥절한)
진진 (미영에게) 우리 엄마가 오빠 먼저 찍었어.
미영 (진진을 노려보며) 우리 할머니가 먼저 찍었어.
상두 뭔 소리 하는 거야, 니들?....내가 붕어빵이냐? 찍히게?
진창 형을 사윗감으로 찍었다는 거예요.....형! 우리 집에 아직 시집 안 간 쌍둥이 누 나가 있는데요... 두 명이 똑같이 생겼으니까, 아무나 한 명하구 소개 시켜드릴께요, 제가.
상두 (장난스럽게 웃으며).....어우, 누나가 두 명이나 있어?....이쁘냐?
진창 예, 되게 이뻐요...저하구 똑같이 생겼어요.
상두 (웃음이 싹 가시며 거북선 보며) 야, 멋있다, 거북선!
이때, 희서, 뛰어오더니 “ 야, 비켜!” 하며 진진을 밀어내고 상두의 팔짱을 낀다.
희서 잠깐 화장실 갔다 온 사이에 그새 이렇게 꼬였냐?
진진과 미영, 진창, 희서를 노려보고.
희서 니들 내가 다시 한번 말하는데, 상두 오빤 내 꺼야. 내가 침 발러 놨어....껄떡대지 마, 그니까....엉?!!
진진과 미영, 수창, 어이가 없고. 뒤에서 오던 지환, 눈에 불꽃이 튀고.
상두 뭘 그렇게 죽일 듯이 으르렁거리고 그냐? 그냥 사이 좋게 나눠 쓰면 되지.
희서 오빠!
상두 오빠는 가슴이 아주 넓은 사람이야....너네들 사랑, 너네들 마음 다 받아 줄 수 있는 왕 가슴이니까, 싸우지 마! 싸우지 마아?!
은환 (상두의 속은 얼마나 아플까....상두를 가엾고 애틋한 마음으로 보는...)
희서 싫어요. 난 오빨 나 혼자만 갖고 싶단 말예요! (휙 토라져서 가는)
은환 (당황하며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린다)
진진 뭐 저딴 싸가지가 다 있냐?
진창 우리 차따리, 조직의 힘을 한번 보여줘야 되는 거 아냐?
상두 (야단치는) 떽! 조직의 힘이라니! 니네들이 조폭이야?!
67. #거북선 안
학생들, 거북선 관람하고 있다.
상두, 선장 같은 폼을 하고, 먼 바다를 응시하고 있는데, 희서, 다가온다.
희서 (금새 생글거리는) 오빠!
상두 너 조심해라...자칫하면 애들한테 몰매 맞아 죽는 수가 있겠더라?
희서 오빠, 만약에요. 이 바다에 나랑 우리 담탱이랑 둘이 물에 빠지면 누굴 먼저 구할거 예요?
상두 (어이없다는 듯 보며) 뭐어?
희서 누굴 먼저 구할거냐구요?
상두 둘 다 못 구하지.
희서 에?
상두 나 수영 못해.
이때, 은환과 지환 무리들, 상두의 뒤를 지난다.
희서 에게...무슨 남자가 수영도 못해요?
상두 어릴땐 되게 잘 했었는데....물에 빠져 죽을 뻔한 다음엔....물이 무서워.
은환 .....
지환 (회심의 미소를 짓는)
이때, 진진, “선생님! 미영이 체했나봐요!” 하며 부르고, 은환, “어, 그래, 선생님 가 께” 하며 밖으로 나간다.
상두, 그제서야 은환을 돌아본다.
희서 아 클났네. 난 눈 작은 남자하구 수영 못하는 남잔 진짜 재순데...
상두 (눈을 게슴츠레 작게 뜨고) 그래애?
68. #절벽 바닷가
지환과 수창, 택구, 성길, 절벽 끝에서 바다를 내려다 본다. (지환 손에 은환의 모자 가 들려 있다)
네 사람, 서로 떠밀려다가 엄마야! 하며 물러나 주저 앉는다.
수창 못 뛰어내려, 미치지 않는 이상 어떻게 뛰어? 수영도 못한다는데?
지환 그렇겠지, 못 뛰겠지, 자식?
택구 뛸 수도 있지...지가 슈퍼맨인 줄 알잖아. 단순 무식 해갖구...
성길 맞어, 걘 지가 불사신인 줄 아니까....개폼 잡다가 뛰어내릴 수도 있어.
수창 자, 그럼 만원빵....뛰어 내린다, 손!
아무도 손드는 사람 없다.
수창 못 뛰어내린다, 손!
네 사람 모두 손을 든다
지환 (벌떡 일어나며) 가서 데꾸 와...(은환의 모자를 빠뜨릴 듯 바다쪽으로 내미는데)
69. #숙소앞
일정을 마친 학생들, 삼삼오오 숙소로 들어가고 있다.
상두, 희서와 함께 엘리베이터 앞으로 와서 서는데.
수창 (뛰어오며 호들갑스럽게) 야, 어떡해! 어떡해!! 우리 담탱이 물에 빠졌대. 어떡해?!!
상두 (휙 돌아보며) 뭐? 누가 물에 빠져?
수창 우리 담임 선생님요, 고래 잡는다구 막 설치시다가....어떡해? 수영도 못하신다는데...
(발을 동동 구른다)
상두 (그대로 휙 달려 나간다)
희서 오빠!
70. # 바닷가 절벽
상두, 달려와 보면, 지환, 성길, 택구등 발을 동동 구르며 바다를 향해 “선생님!” 하 며 울면서 부른다. 상두 뒤를 이어서 희서와 진진, 진창, 수창, 학생들 몇 명 우르르 뛰어온다.
상두, 절벽 아래 바다를 보면 은환의 모자가 떠 있다.
지환 (상두가 온 것 알고 더 오바해서 울면서) 선생님!
성길 선생님! 대체 어디 계신거예요?!!
택구 이러구 있을 게 아니라 구조대원 부르자....야, 수창아. (하는데)
상두, 안색이 창백해진다.....물에 대한 공포로 눈빛이 얼핏 흔들리더니 결심한 듯 그 대로 물속으로 다이빙하는데....
ENDING
old/old_scrapbook 2003. 11. 1. 13:22
1. #민석 오피스텔
원룸형의 고급스럽고 깔끔한 오피스텔. (10층정도 위치한)
현관문 열리고, 상두를 업은 민석, 들어서고, 뒤를 이어 은환, 들어선다.
민석, 상두를 소파에 철퍼덕 눕힌다.
상두, 새근새근 소리 내며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은환, 가슴이 바짝바짝 타 들어간다.
민석 너두 자구 가.
은환 (당황하며) 엉?
민석 어차피 어머니한텐 못 들어간다구 거짓말 했다며?
은환 ......그렇긴 한데....그래두 어떻게 말만한 처녀가...
민석 (피식 웃으며) 그렇게 해. 안 잡아 먹으께.
은환 으이, 민석씬...(멋쩍게 웃다가 불안한 표정으로 상두를 본다.....어쩔 수 없이 고개 끄덕이는)
민석 넌 저기 침대 쓰구, 이 학생은 소파에 재우면 될거구....난 바닥에 자께.
은환 ....미안해, 민석씨.
민석 (웃으며) 이깟 게 뭐가 미안해?....먼저 씻어. 난 이 친구 깨끗한 옷으로 좀 갈아 입 히께.
은환 ...어....(상두를 불안하게 보다가 화장실쪽으로 걸음 옮겨 가는데)
민석 (온화한 표정으로 상두의 옷을 벗기다가 은환이 안보자 인상이 일그러지며 상두의 뺨을 비틀며 꼬집는데)
상두 (갑자기 아악!하고 고함 지른다)
은환 (문을 열려다가 놀라서 돌아보고)
민석 (자신도 놀랐다)
상두 (눈을 번쩍 떴다가 다시 반쯤 게슴츠레하게 감고 민석을 뚫어져라 본다)
민석 (당황하고)
상두 ....(한쪽 눈씩 번갈아 감았다 뜨며..많이 본 얼굴이다.) 야아...너어....너....어디서 마아 니...봤는데...
민석 (잠깐 당황하다가) 운전 기사! 아까 너 태워왔던 운전 기사! (다정하게 웃어준다)
상두 아아...(고개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가 다시 번쩍 뜨며) 아닌데...딴 데서 봤는데....
민석 (얼굴 표정 우스꽝스럽게 짓고) ...어디서 봤는데?
상두 (자세히 보다가) 몰라, 안 갈쳐줘.....(하며 다시 잠에 곯아 떨어진다.)
민석 (푸후...안도하고)
은환 (불안한 마음으로 보는)
2. #민석 오피스텔 외경
깊은 밤....두 서너집에 불이 켜져 있다가 한 집의 등이 꺼진다.
3. #민석 오피스텔안
은은한 조명등만 켜진 실내.
상두의 코고는 소리 시끄럽게 들리고.
침대에 누운 은환, 심난한 표정으로 말똥말똥 천장을 보고 있다가 소파에 누워 잠 든 상두를 본다.
상두, 윗도리를 반쯤 걷어올리고(은환과 민석의 사진이 새겨진 민석의 면티를 입었 다.-현재는 자세히 보이지 말것.) 배까지 슥슥 긁어가며 정신 없이 잠에 곯아 떨어져 있다.
엎드린 자세로 바닥에서 자는 민석, 역시 심난한 지 눈을 뜨고 있다.
은환 (상두를 보다가 민석의 등을 보며) 민석씨....자?
민석 아니.
은환 시끄럽지?
민석 아니....
은환 시끄럽잖아, 불편하구.
민석 아냐, 괜찮아.
상두 (민석의 말 떨어지기 무섭게 다시 잠꼬대하며 소리 지르는) 야, 다 뎀벼! 뎀벼 새끼 들아!! 니들 오늘 주욱었어! (허공을 향해 주먹을 뻗고 발길질을 해대다가 민석에게 툭 떨어진다)
민석 (턱 숨이 막히고)
은환 (놀라서 보는) 괜찮아, 민석씨?
민석 (피식 웃고) 꿈속에서두 한참 싸우고 있나부다, 이 친구? (잠깐 상두쪽으로 고개 돌 리고 이를 가는 표정)
상두 (갑자기 민석을 꽉 끌어안더니) 싸모님....우리 싸모님 오늘 왜 이렇게 섹시하구 이 쁜 거니? 으응? 싸모님?....(민석의 뺨에 쪽 뽀뽀하는)
민석 (기함을 하는)
은환 (어이없다는 듯 보는)
상두 내가 우리 싸모님 얼마나 사랑하는데...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하는데...씨이...내 맘두 몰라주구....미워잉! (민석의 뺨을 쓰다듬으며 온갖 아양을 떨며 앵기고(?))
민석 (이 자식이...은환에게 들킬까 괜히 자기가 걱정스러워 은환 눈치보는데)
은환 (눈치 못 채고 한심하게 보며) 아주 이번엔 제비가 됐나 부다.
민석 (괜히 자기가 뜨끔하고)
은환 (한심하게 보는)
상두 (다시 조용해 진다)
민석 후우...이제 조용해 졌다....우리두 자자, 은환아.
은환 .....응...잘 자, 민석씨...(찜찜한 표정 짓다가 다시 침대에 눕는데)
상두 (잠깐 조용하다 다시 잠꼬대) 아이구 우리 강아지 일어났쪄?......아빠는 세상에서 우 리 딸내미가 젤 좋아. 아빠, 뽀뽀...뽀뽀....(입술을 내미는데)
민석 (조마조마해서 자기도 모르게 상두의 입을 막는다)
은환 (다시 일어나 앉으며 어이가 없는) 딸까지 낳았나봐, 이번엔.
민석 (상두가 안타깝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다) 그러게....재주도 좋다. 꿈두 참 다양하게 가지가지루 꾸네. (상두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조심스럽게 뗀다)
상두 (푸우...입김 내뱉고 코를 골며 자며 입맛까지 다시는)
은환 안되겠다, 민석씨....노끈이랑 솜이랑 본드랑 좀 줄래?
민석 응?
은환 입에다 본드 붙여버리구, 코에다 솜으루 틀어 막아 버리구, 노끈으루 손발이랑 묶어 버리게....어서!
민석 (진지한 표정) 왜? 이 친굴 죽여버리게?
은환 (그 생각까지 못했다).....죽나, 그럼?
민석 죽을걸?...죽지...
은환 (푸우... 한숨쉬며 상두를 보는)
상두 (코를 골며 입맛까지 다시며 한심하게 자고 있는)
4. #민석 오피스텔 외경 (새벽)
새벽의 푸른 여명이 밝아 오고 있다.
5. #민석 오피스텔안(아침)
바닥에 누워서 자는 상두의 목 위로 민석의 다리가 척 놓여진다.
다리에 눌려 숨 막혀 하던 상두, 그대로 눈을 감은 채 다리를 쳐내는데, 다리, 다시 상두의 목 위로 턱 얹혀지고.
상두, 인상 찌푸리다가 다리를 확 쳐내버리고 몸을 일으킨다.
(은환과 민석의 다정한 사진이 박힌 면티를 입었다. 하트안에 사진이 있고, 그 위에 ‘우리 사랑 영원히’라는 글귀도 씌여진)
뭐야?하는 표정으로 실눈을 뜨고 주위를 후 둘러보던 상두, 자기와 반대 자세로 누 워 잠들어 있는 민석을 본다.
상두, 잠이 확 깨며 눈이 동그래진다....꿈인가? 자기 뺨을 톡톡 때려보다가 다시 민 석을 보는데, 여전히 눈앞에 있는 민석.
상두, 황당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다가 입고 있는 면티를 본다....은환과 민석의 다 정한 모습이 새겨진 면티. 상두가 베고 있는 쿠션에도 은환과 민석의 사진이 새겨 져 있다.
상두, 거울앞으로 가 서며 면티 사진을 확인하고는 ‘씨이....’하며 벗으려는 찰나, 이 때, 거울에 은환의 모습이 비친다. (마침 침대에서 몸부림을 치는 바람에 거울에 정확히 얼굴이 비친다.)
상두, 더욱 기가 막혀 황당해 하다가 갑자기 엄습하는 두통에 머리를 감싸쥔다... ....어젯밤 일을 곰곰히 생각해보는.
6. #인서트- 상두의 기억(플래시백)
고장난 영사기의 필름처럼 뒤죽박죽 펼쳐지는 포장마차에서의 편린들....지환들과 함 께 술을 마시고, 조폭들을 대적해 싸우고.....그러다 문득 한 장면에서 포즈되는...은 환, 조폭들을 향해 “때리지마! 상두한테 손대지 마!” 소리 치는...다시 돌아가는 필 름....그 다음엔 깜깜한 암흑이다.
7. #민석 오피스텔안
상두, 은환을 다시 돌아본다.....가슴 한켠이 뭉클해진다.
상두, 은환에게 가만히 다가가 애틋한 미소로 한동안 지켜보다가 은환의 뺨에 입을 맞추려는데.
민석(E) 어이!
상두 (흠칫 놀라서 돌아보는)
민석 (몸을 반쯤 일으켜 앉았다. 잠에서 덜 깬 표정, 몽롱한 눈을 뜨고, 목소리 낮춰서) ...뭐하냐?
상두 (잠깐 당황하다가 민석앞으로 다가와서 목소리 낮춰) .....니네 집이냐, 여기?
민석 (졸린 눈으로 고개 끄덕이는)
상두와 민석, 은환이 깰까봐 소근소근 얘기하는.
상두 내가 여기 왜 있냐?
민석 (여전히 눈을 못 뜨고) 파출소에서 내가 데꾸 왔다, 왜?
상두 파출소?....거긴 뭐하러 갔냐, 내가? (고개 갸웃하는데)
민석 뭔 술버릇이 그렇게 고약해? 너 땜에 잠을 못 잤다, 새벽까지....(하품하며 화장 실 가려고 일어서는데)
상두 하나두 안 미안하구, 하나두 안 고맙다.
민석 (돌아보며 피식 웃고 화장실로 간다)
상두 (짜증나서 거칠게 얼굴을 부비다가 문득 은환을 돌아본다)
은환 (곤히 잠들어 있다)
상두 (은환이가 여기 자주 와서 자나?....문득 생각이 들며 기분이 상한다)
8. #화장실안
민석, 꾸벅꾸벅 졸며 변기에 앉아 있는데, 문 벌컥 열리고 상두, 들어서며 탁 문을 닫는다.
민석 (흠칫 놀라 황급히 바지를 끌어 올리며) 야!!
상두 ....은환인 여기서 왜 자는데?
민석 나중에 설명하께...나가, 좀.
상두 은환이 여기 자주 와서 자냐?
민석 나중에 얘기해줄테니까, 나가라구.
상두 지금 얘기 해.
민석 하, 짜식....(이를 앙물고) 똥 줌 싸자, 임마!
상두 싸! 싸면서 대답해!
민석 (환장하겠다는 표정) 하, 증말....뭐 이딴 자식이 다 있냐?
상두 (괜히 칫솔 빼서 목욕탕 여기저기 문지르다가 어렵게 말 꺼내는) ....너....은환이랑 어디까지 갔냐?
민석 (이를 앙물고 눈을 감고 힘을 끄응 준다)
상두 ....잤냐?
민석 ......
상두 (일그러지며) 잤어?
민석 (노려보며) 니가 그런 말 할 주제나 되냐?
상두 (이 앙물고) 잤냐구?!!
민석 ......내가 너 같은 놈 인줄 알어?
상두 (금새 표정이 바뀌어 환하게 씨익 웃는다) 아니.
민석 안 나갈래, 정말!!
상두 (이쁘다는 듯 민석의 뺨을 세게 잡아 당기며) 멋진 새끼.....욕 봐라. (그제야 코를 싸쥐는) 변비엔 홍시가 좋대.
9. #민석 오피스텔
은환, 곤히 잠들어 있다.
그런 은환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려주기도 하고....따뜻한 미소로 한참을 지켜보는 상 두.
시간경과.
곤히 잠들었던 은환, 천천히 잠에서 깨어난다.
은환의 시야로 흐릿하게 보이는 눈 앞의 남자...상두다.
은환, 눈을 힘주어 뜨고 다시 보면 어느새 눈 앞의 상두, 민석으로 바뀌어 있다.
은환 민석씨!
민석 잘 잤니?
은환 (몸을 일으켜 앉으며 방안을 두리번거린다) 상두....우리 반 학생은?
민석 갔어....(상두가 벗어놓은 옷 들고 서서) 급하게 나갔는지 옷두 안 갖구 갔네.
은환 ....(괜히 서운하다) ...그냥....갔어? 암말두 안 하구?
민석 (은환의 표정이 서운하지만) 암말두 안하구 우리 집에 배달된 우유랑 녹즙 훔쳐 갖 구 갔어.
10. #거리
대부분 상가들, 아직 문 열기 전의 거리....출근하느라 부산하게 걸어가는 사람들 몇 몇 있고.
상두(민석의 면티를 그대로 입은), 양손에 1000ml짜리 우유팩과 녹즙 들고 번갈아 벌컥벌컥 마시며 간다. 얼굴에서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씨익 흘러 나온다.
11. #플래시백
포장마차에서 “때리지마! 상두한테 손대지 마!!”하며 계속 멈추지 않고 의자를 휘둘 러 대는 은환.
12. #거리
상두,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 나온다.
저 앞으로 레코드 가게 셔터문을 올리고 있다.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상두, 음악에 맞춰 자기도 모르게 몸을 흔들며 걸어간다. (코믹 댄스?)
지나가던 사람들, 상두를 의아하게 보지만, 상두, 그대로 춤을 추며 가다가 한 가게 의 쇼윈도우 앞에 서서 다시 춤을 춘다.
춤을 추던 상두, 쇼윈도우에 비치는 은환과 민석의 다정한 모습(티셔츠에 새겨진) 을 보고 동작을 딱 멈추어 버린다. 김이 새고, 기분이 나빠졌다.
휙 돌아서서 가던 상두, 씨이...하더니 당장 면티를 벗어버리려는데.
저 앞으로 출근하던 여자 둘, ‘어머나...’하며 눈을 가린다.
상두, 그 바람에 다시 웃옷을 내린다.
여자들, 아침부터 못 볼것이라도 본 모양 상두를 이상한 눈길로 보며 자기들끼리 귓속말하며 걸어간다.
상두 (찜찜한 표정 짓다가 휙 돌아보며) 언니들! 나 변태 아냐!!
13. #민석 오피스텔
심난한 은환, 베란다에 서서 창밖 거리를 보고 있다.
민석(와이셔츠 차림), 커피잔을 쟁반에 받쳐 들고 은환에게 들고 온다.
민석 은환아.
은환 (그대로 생각에 잠겨 있고)
민석 채은환!
은환 (그제야 돌아보며) 어, 민석씨.
민석 커피...(커피를 은환에게 내민다) 뜨거우니까 조심해.
은환 고마워.
민석 나 지금 바루 공항에 나가봐야 돼서 집에 까진 못 데려다 줄 거 같거든...택시 타는 데 내려 주께.
은환 공항엔 왜?
민석 어머니한테 얘기 못 들었어?
은환 아니.
민석 미국에서 우리 엄마 오신다, 오늘?
은환 민석씨 어머님이?
민석 양가 어머니들 만나서 결혼식 날 잡기루 했는데....못 들었구나?
은환 (당황하는)
민석 레스토랑 예약 했으니까 너 수업 끝나는대로 같이 만나자.....괜찮지?
은환 (멍해 있다가 생각없이 커피를 벌컥 마시다가) 아, 뜨거!
민석 은환아, 괜찮아?
은환 (데인 입술을 잡고 어쩔 줄 몰라하며) 어우우...
민석 조심하라니까...많이 데였어?...어디 봐!
은환 어우..쓰려...(아랫입술을 들썩이다가 민석을 향해 쑤욱 내밀어 준다)
민석 (자세히 살펴보며) 물집은 안 생길 거 같은데....
은환 (아기처럼 입술 그대로 내민 상태에서 아픈 표정 지으며) 흐흐으응....
민석 (그런 은환을 귀엽다는 듯 보다가 갑자기 와락 키스해 버린다)
은환 (갑자기 당하는 바람에 당황해서 눈이 동그래지고....커피잔의 커피는 그대로 바닥으 로 흘러버린다.)
민석 (잠시후 은환에게서 떨어지며 씨익 웃는다) 저녁에 같이 눈 감구, 아침에 같이 눈 뜨구.... 빨리 그러자, 우리.
은환 (딸꾹질 하는)
14. #거리
상두, 은환과 민석의 다정한 사진이 붙은 티셔츠를 어쩔 수 없이 입고 잔뜩 찜찜한 표정으로 인파 사이를 걸어간다.
15. #심란 족발 가게 앞길
은환, 입술을 만지며 딸국질을 멈추지 못하고 걸어오고 있다. 결혼식 날을 잡다니.... 예상 못했던 건 아니지만....당혹스러움에 멍한 표정.
이때, 가게 앞 유리창 너머로 심란(머리에 파마로트 말고, 얼굴에 마사지 시트 붙이 고)과 지환(교복)의 모습 보인다.
16. #심란 족발 가게안
지환, 웨이터처럼 주문 받기 위해 서 있고, 심란, 테이블에 앉아 교육 받고 있다.
지환 샐러드 드레싱은 어떻게 해드릴까요?
심란 드레싱? 드레싱이 뭔데?
지환 아까 갈쳐줬잖아. 소스! 야채 위에다 끼얹어 주는 거!...(옆에 있는 종이 주며) 이거 보구 아까 연습한대루 해봐.
심란 (종이를 받아 들어 본다) 뭐가 이렇게 어렵냐?
지환 샐러드 드레싱은 어떻게 해드리까요?
심란 (종이 보며 또박또박 읽는)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요.
지환 스테이크는 어떻게 익혀 드릴까요?
심란 미,디,움!...이요....염병, 밥 한끼 먹는 게 뭐가 이렇게 복잡해?
지환 (불안하게 보며) 엄마 이름대루 심난하다, 정말...어떻게 그 나이 먹도록 레스토랑 을 한번 안 갔냐?
심란 니들 멕이구 입히구 가르치기두 뼛골이 빠지는데, 내가 한가한 여편네들이랑 같냐?
지환 걱정된다, 진짜. 매형네 엄마 만나서 완전히 쪽만 팔리구 오겠다. (맞은 편 의자 로 앉으며 양푼이의 비빔밥을 떠 먹는다)
심란 (심난한 표정으로) 어떡하냐, 지환아? 무식한 에미 뒀다구 저쪽 집안에서 니 누나까 지 물로 보면 어떡허지?
이때, “엄마!” 부르며 은환, 들어선다. 심란의 눈치를 살피는.
심란 (반갑게 맞으며) 민석이 집에서 잤다면서?
은환 (지환을 흘겨 보다가 손을 휘저으며 변명하는) 엄마가 상상하는 일 절대루 없었어, 우리....정말루 그냥 단지 잠만! 잠만 잤어, 우리!!
심란 왜 그냥 잠만 자? 이제 곧 신랑 각시 될 애들인데, 막말루 사고라도 치면 어때서?
은환 (당황하는) 엉?
지환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결혼 축하해, 누나!!
은환 ....(여전히 당혹스러움 감추지 못하고) 오늘 민석씨 어머니랑 같이 만나기루 했다 며?
심란 민석이 할아버님 병환이 악화가 돼서, 돌아가시기전에 손주 며느리 봐야겠다구 너 네 결혼 서두르라구 그러셨대...그래서, 나두 이하동문 오케이라 그랬지.
은환 ....그래두 너무 갑작스럽다.
심란 갑작스럽긴....닥터강 제 정신 돌아오기 전에 빨리 해치워 버리는 게 나아 야.
은환 엉?
지환 매형이 제 정신이면 누나 같은 후진 여자 거들떠나 보겠냐? 집안이 좋아? 외모가 뒤집어지게 빵빵해? 성격조차 나쁘잖아, 채 티쳐!
은환 너....너 말 다했어? 지금?
지환 엄마! 매형네 엄마한테 되도록 빨리빨리 날 잡자 그래. 아니다. 양가 어머니 모시구 오늘 당장 혼인 신고라도 해버리지?
은환 (노려 보는) 채 지환!!!
심란 니 누나 일에 니가 왜 그렇게 설쳐 대? 밥이나 처 먹어, 이 눔아.
지환 사태의 심각성을 몰라서 그래, 엄마가....자칫하면 엄마, 의사 사위 볼래다가 깡패 사 위를 볼 수가 있어요.
은환 (저 자식이....)
심란 그게 뭔 소리야?
지환 내가 입을 열면 여러 사람이 다치게 돼 있어서 여기까지만!! (하고는 계속 밥을 퍼 먹고)
은환 (가슴이 졸아드는 것 같다)
심란 뜨신 밥 먹구 웬 쉰 소리야, 저 눔은?.....학교 가기전에 맛사지라두 좀 하구 가자. 어서 와.(은환에게 손짓하며 먼저 가게를 빠져 나간다)
지환 단팥빵한테 얘기 해줘야지. 니네 담임 곧 시집 간다구!
은환 (노려 보는)
지환 단팥빵 자식 어떤 표정을 지을까? 하늘이 무너지겠지? (히히 웃으며 계속 비빔밥 먹는)
은환 (그대로 노려 보는)
지환 아우, 고소해.....아우, 맛있어....
은환 (참지 못하고 그대로 지환에게 달려 가 지환의 얼굴을 양푼 그릇에 밀어넣고 꾹 눌 러 버린다) 고소하면 많이 먹어라, 많이 먹어, 이 자식아.
17. #은환집 마당
얼굴에 마사지 시트를 붙인 은환, 개 집앞에 앉아 짱가를 쓰다듬고 있다.
은환 짱가야....누나 결혼할지도 모른다?.....결혼 하기루....약속 했었으니까....결혼...해야 되 는 거 맞지?.....민석씬 나만 믿구 있는데....약속은 지켜야 되는 거지?
은환, 씁쓸한 표정으로 짱가를 가만히 껴안는다.
그때, 은환의 귀에 환청처럼 들리는.
상두(E) 나중에 결혼하면 너 닮은 딸이나 하나 낳으까?
18. #플래시백 (회상-1회 냇가)
은환 (미워서 흘기며) 누가 너한테 시집간대?
상두 누가 너랑 결혼한댔냐?...난 무릎에 흉진 여잔 싫대니까.
은환 (자존심이 상했다. 팩) 니 마누라면 니 마누라 닮은 딸을 낳지, 어떻게 날 닮은 딸 을 낳냐?
상두 그런가?...그렇구나.
은환 (기분이 많이 상했다.)
상두 그럼 니가 낳으면 되겠네, 너 닮은 딸은...니가 낳아줘라, 그럼.
19. #플래시백(회상-1회 바닷가)
상두 (인상 찌푸리며 무릎 굽히고 앉아) 가만 있어봐, 으이, 살살 좀 뛰지. (오바하는) 어 우, 흉지겠네, 이거...너 인제 시집은 다 갔다.
은환 (자존심도 상하고 쪽도 팔리고...상두를 흘겨보며 비죽이는)
상두 이렇게 다리에 흉진 여잘 누가 델구 가냐?...(일부러 약을 올리는) 나두 다리에 흉진 여잔 진짜 별룬데...클났네. (하며 은환의 상처를 입으로 불어주는데)
은환 (식식거리고 노려보며 상두를 밀어버린다) 비켜! 누가 너한테 나 데꾸 가래?
상두 (능청스럽게) 나 때문에 넘어졌는데, 내가 책임져야지, 어떡하냐? 가만 있어봐, (은 환의 상처를 불어주며) 열심히 치료해서 싫어두 데꾸 살아야지.
은환 (어이없는 표정 흘기는)
20. #은환집 마당
17살 은환의 눈빛, 현재의 은환의 흔들리는 눈빛으로 O.L.되며.
은환 (짱가를 안고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니가 먼저 안 지켰잖어.....우리 약속은 니 가 먼저....어겼어....
멍해서 짱가만 안고 있는 은환.
21. #상두 옥상
상두, 옥상에 기운없이 널부러져 누워 있다.
이때, 상두의 핸드폰 울린다.
상두 (발신자 확인하고 짜증스런 표정 짓다가 하는 수 없이 받는) 어, 자기야....피하긴 내 가 자길 왜 피해?....워낙 바빠서 그렇지.
상두,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속이 쓰린지 가슴을 부빈다.
상두 글쎄...스케줄이 언제 날 지 모르겠네...내일부턴 내가 싱가폴 출장을 좀 가야 되거 든.
수희(F) 지금 당장 만나, 그럼.
상두 (난처한) 지금 당장?
수희(F) 내 친구 훈숙이 알지? 걔네 가게에서 기다리께...당장 나와.
상두 당장은 곤란한데?....내가 지금 일두 좀 있구...
수희(F) (O.L.) 나올때까지 기다릴거야....만약에 안 나오면, 나 죽어버릴거야, 오늘.. 정말이 야.
상두 자기야. (하는데)
뚜뚜뚜...전화 끊어지는 소리 들린다.
상두 (기가 막힌 표정 짓다가 핸드폰 닫으며) 지가 무슨 자해 공갈단이야?....걸핏하면 죽 는다고 협박이야....(괜히 큰 소리) 죽는다면 내가 겁낼 줄 알어?!!...(하다가) 겁나 지....(짜증난 표정으로 머리를 흐트리는데)
이때, 세라, 빨래 바구니 들고 올라오다가 상두를 보고는 반가와서.
세라 상두야!
상두 (짜증난 표정으로 세라 보는)
세라 어머, 어머....(상두 얼굴을 잡고) 니 얼굴이 왜 이래? 어디서 또 이렇게 다쳤어?
어우, 속상해....잘 생긴 얼굴 흉지면 어떡하냐?
상두 (잠깐 머리 굴리다가) 니네 주인 아줌마 원피스 하나 빌려와라...허리 사이즈 넉넉한 걸루.
세라 주인 아줌마 원피스? (어리둥절한 표정 짓는데)
상두 오빠랑 데이트 가자.
22. #거리
아줌마 원피스를 입은 세라, 상두의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걷고 있다.
카메라, 세라의 몸을 훑으면 세라, 임산부처럼 남산만하게 배가 나와 있다.
상두 배에 넣은 거 안 떨어지게 조심해라.
세라 걱정마, 꽁꽁 묶었어....이러구 어딜 가? 가면 무도횐가 뭐 이런 거 가?
상두 가면 무도회같은 소리 하구 있네....거머리 떼러.
세라 거머리?
상두 (걸음 멈추고 세라 보며) 날 너무 사랑해주시는 아줌마가 한분 계시는데, 포기를 좀 시켜야 되거든.
세라 (긴장하는) 이젠 아줌마까지 너한테 껄떡거리니? 어떻게 머리카락이라두 확 뽑아버 릴까?
상두 넌 머리가 꼭 그렇게 일차원적으로 밖에 안 도냐? 지능적으루 해결을 해야지, 지능 적으루.
세라 지능적으루?....(하다 서운하게 보며) 너 진짜 잔인하다. 나 머리 나쁜 거 뻔히 알면 서...어떻게 그런 걸 주문하냐? 사람 놀리냐?
상두 (한심하게 보는)
23. # 레스트랑
수희, 초조한 표정으로 물을 마시고 놓는다.
이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상두.
수희 (반가와서) 자기야아....(손을 흔드는데)
상두 (몹시 미안하고 슬픈 표정으로 수희를 본다.)
수희 이리 와, 자기야...(일어난다)
상두 (천천히 수희를 향해 발걸음 떼는데)
이때, 뒤이어 임산부처럼 힘겹게 뒤뚱거리며 세라, 들어선다.
세라 (상두에게 다가오며) 저 분이야?
상두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 끄덕이는)
세라, 결심한 표정으로 수희앞으로 가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고 앉는다.
수희 (당황해서 세라를 보는) 왜 이러세요? 누구세요? (상두를 보며 눈빛으로 ‘누구야?’ 묻는)
상두 (시선을 떨구는)
세라 저도 저 사람 없음 못 살아요, 언니.
수희 (어리둥절)
세라 언니는 아직 가정도 있고 남편도 있는 분이라면서요? 저한테 저 사람밖에 없어 요.
상두 (비통한 표정 짓고 있는)
수희 (어이가 없어) 누구시냐구...묻잖아요.
세라 제 뱃속에 지금 저 사람의 아이가 자라고 있어요.
수희 (경악하는)자...자기야...이게 지금 무슨 소리야?
상두 (자학하듯이 자기 머리를 잡고) 몰라....팔개월 전에 일인데...술 먹구 일어나니까 이 여자가 내 옆에 누워 있더라구.
세라 (훌쩍거리며 울고)
수희 (바들바들 떠는)
상두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 어제 갑자기 배가 남산만 해갖구 날 찾아왔어.
세라 (눈물로 호소하는) 언니, 이 사람 저한테 돌려 주세요...태어날 애길 봐서라두 제발 돌려 주세요.
수희 (충격으로 계속 바들바들 떨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 여자?.....자기야....믿을 수 없어....나 이 여자 말 믿을 수 없어.
상두 미안해, 자기야...내 자식이라는데...난 내 자식이 애비 없는 아이 되는 거 원치 않어.
수희 (눈물이 그렁해서) 그럼...난...나는? (울먹이는데)
세라 남편분이 바람이 나셨다면서요?...제가 유명한 도사님 한분 소개 시켜 드리까요?.
상두 (쟤 또 오바하네...불안한 표정으로 보는)
세라 그 도사님이 바람난 남편 잡는 거 전문인데요. 남편분 팬티 안쪽에다 도사님이 써 준 부적을 넣어두시면요. (하는데)
수희 (벌떡 일어난다, 멍해서)....이럴 줄 몰랐어....자기까지 나한테 이럴 줄 몰랐어.
수희, 일어나서 휘청휘청 걸어가다가 갑자기 쓰러져 버린다.
상두 (놀래서 수희에게 달려가 부축하며) 자기야...자기야.....
수희 (그대로 의식을 잃은)
상두 (괴로운 표정) 나 같은 죽일 놈은 빨리 잊어버리는게 자기한테두 좋은데에.
세라 (상두와 수희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며 다가온다) 상두야.
상두 너 가서 얼른 택시 좀 잡아.
세라 ...너, 제비지?
상두 (흠칫하다가 완강하게) 아니.
세라 (갸웃하는)
상두 (괜히 소리 지르는) 택시 잡으라니까, 어서!!
세라 알았어...(나가는데)
상두 세라야.
세라 (돌아보는)
상두 누가 너보고 머리 나쁘다 그래?
세라 엉? (무슨 소린지 모르는데)
상두 택시나 잡어.
24. #은환 학교앞
학생들, 등교하고 있는데, 심란의 족발집 차, 와서 멎는다.
이때, 조수석 문 열리고, 공주풍의 하이힐 내린다.
카메라, 하이힐을 따라 올라가보면 레이스 달린 공주풍의 원피스를 날아갈 듯 빼 입은 은환이 서 있다. (동화속 공주처럼 머리띠도 했다)
은환, 자신의 모습이 어색해서 어쩔 줄 몰라하며 머리띠를 떼어내려 하는데.
심란 (운전석에서 내리며) 이럴줄 알구 내가 따라 왔지...가만 좀 냅둬, 이 년아....(하다가 학생들 지나가자 얼른 목소리 낮춰 은환의 머리띠 다시 정리해 주며) 냅둬, 좀... 이뻐.
은환 (난감한 표정) 아우 참...
이때, 학생들 지나가다 은환의 모습을 보고, “우와...” 하고 감탄하며 지나간다.
은환 (더욱 민망해서 어쩔 줄 몰라하며) 엄마아....쪽 팔려.
심란 뭐가 쪽 팔려? 나중에 사부인 만나러 나올 때 딱 이 모양 이대루 하구 와. 알았지?
은환 뭐야, 이게? 공주도 아니구....
심란 사부인이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신대잖아. 접때두 너 천방지축 고삐 풀린 망아지 같 다구 핀잔 들었다며?
은환 나중에 만나러 나갈 때 갈아입구 가면 되잖어, 그럼.
심란 내 며느리가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치나 보자...갑자기 학교로 불쑥 들이닥치시기라 두 하면 어떡할래?
은환 하우 참.
심란 그 집 며느리가 되면 그야말로 공주 마마가 되는건데, (씨익 미소 흘리며) 미리미리 적응해서 나쁠 거 뭐 있냐?
이때, 학생들, 은환을 보고 다시 탄성을 지르며 가자.
심란 얘들아? 선생님 어때? 이쁘지?
은환 엄마아....
학생들, “너무 이뻐요.” “공주님 같애요.” “죽여요” “짱이예요” 환호성 지르고.
심란 (헤쭉 웃으며) 이쁘지? 죽이지? 내 딸이야!!
은환 엄마아....(말리긴 하지만 자기도 아이들의 반응에 기분이 좋아 은근히...자뻑의 표정)
25. #학교 화장실 일각
은환, 자기를 보고 환호성 지르는 학생들의 반응을 즐기며 걸어오고 있다...민망한 표정 짓다가 고개 슬쩍 돌리며 미소를 짓는...왕 내숭의 표정.
이때, 남자 화장실쪽에서 상두(고무장갑을 양손에 끼고 수세미를 든), 입을 막고 구 역질을 하며 뛰어나오다 은환과 부딪힐뻔 한다.
두 사람, 서로 화들짝 놀라고.
상두, 눈앞의 은환의 모습을 눈이 부신 듯 바라본다.
은환, 무안해 하며 발걸음을 옮기는데, 왼쪽으로 가려하면 상두가 왼쪽을 가로 막 고, 오른쪽으로 가려하면 오른쪽을 가로 막는다.
은환 야아...비켜!
상두 (홀린 듯 보며)...오늘이 무슨 날이냐?...요, 선생님?
은환 날은 무슨 날?...안 비킬래, 진짜!
상두 (갑자기 기분 나쁜 표정으로 바뀌며) 무슨 학교 선생님이 이렇게 이쁘게 떨쳐 입구 다니냐? 온갖 뭇 남자들 다 쳐다보게?
은환 (학생들 눈치 살피며 눈을 부릅뜨면)
상두 ....요?
은환 (곤혹스러 미치겠다).....비켜, 너....안 비켜?!!
상두 (시비 걸 듯) 무슨, 날이냐구요, 오늘이!!
지환(E) 시어머님 만나뵙는 날이래요, 채 선생님.
상두, 그 소리에 휙 돌아보면 뒤쪽으로 지환과 희서가 서 있다. 두 사람을 보는 희 서의 표정, 얼핏 굳었다.
은환 (저 자식이 또....불안하게 보는)
지환 (은환 보며) 선생님 오늘 양가 부모님 만나 결혼식 날 잡으신다면서요?
상두 !
은환 (야 이 자식아!)
지환 소문이 쫙 퍼졌던데요....(꾸벅 인사 까지 하고) 결혼 축하합니다, 선생님.
상두 (자기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 은환을 보는)
은환 (환장하겠다....상두를 차마 못 보고 서둘러 걸음을 옮겨 간다)
상두 (멍해서 가는 은환을 보는)
지환 (아우...고소해)
상두 (상두의 표정에 질투가 난다)
26. #교무실
은환, 찜찜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상두가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옆 자리의 순애, 몰라보게 변신한 은환의 모습을 계속 흘끗거리며 본다. 이쁘다. 어 디서 샀지?
심난한 은환, 머리띠를 풀어서 바닥으로 던져 버리고 얼굴을 감싸쥔다.
순애, 은환의 눈치를 살피며 슬그머니 머리띠를 집어 든다.
순애 ....이거 버리시는 거예요?
은환 (그대로 꿈쩍도 않고)
순애 (슬쩍 은환을 보고) 그럼 이거 제가 가져두 돼요?
은환 (아예 책상에 엎드려 버린다)
순애 (은환 눈치 살피며 머리띠를 자기 머리에 둘러본다)
은환 ......
순애 (조그만 손거울 꺼내서 이리저리 보며....흡족한 듯 웃는)
은환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으으으...하며 머리를 쥐어 뜯는다)
순애 (은환의 광기에 당황해서 얼른 머리띠를 은환 책상에 놓아준다) 안 가져 가면 되잖 아요.
은환 (괴로운 표정으로 얼굴을 손바닥으로 부벼대는)
27. #화장실
마스크를 한 상두, 솔로 화장실 바닥을 박박 닦고 있다....힘이 쭉 빠진다.
푸후....한숨 내쉬는데.
이때, 고무 장갑을 낀 희서, 들어선다.
희서 비켜요, 오빠! 내가 해주께요.
상두 (힘없는 표정으로 보는)
희서 오빤 나가서 좀 쉬어요, 내가 해주께....(상두를 화장실 밖으로 나오게 하고 자기가 솔로 청소를 한다)
상두 (축 늘어져서 멍해서 있다)
희서 (청소 하며) 나 있죠, 예전에 되게 좋아하던 남자 있었거든요.....똑똑하구, 친절하구, 능력두 있구, 뭣보다 눈두 크구....어릴적부터 꿈꿔왔던 완벽한 이상형이었는데....(회 상하듯) 비 오는 날, 날 자기 차에 태워서 우리 학교까지 데려다 줬었는데...
상두 (그저 멍해서 있는)
희서 (상두를 보며) 근데요, 뺏겼어요, 우리 담탱이한테.
상두 (그제야 희서를 보는)
희서 우리 담탱이랑 결혼할 남자가 바로 내 첫사랑이라는 거 아녜요.
상두 (어이 없는)
희서 우리 담탱이 여우예요...눈두 작으면서 남자 호리는 선수예요. 오빠두 속으면 안돼 요.
상두 선생님한테 말 버릇이 그게 뭐냐?....그리구, 나두 눈 작어.
희서 그니깐요, 오빠 첨 봤을때 진짜 왕 재수였다 그랬잖아요....어쨋든 민석오빤 뺏겼 지만, 상두 오빤 절대루 안 뺏길거예요!
상두 (한숨)
28. #은환 학교 외경
29. #은환반 교실앞 복도
은환, 털레털레 걸어 와 선다. (머리띠는 풀었다) 상두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다.
한숨 푸 쉬며 교실안의 상두를 본다.
상두, 등을 보인 채 힘없이 엎드려 있고, 희서, 그런 상두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은환, 어쩔 수 없는 일이다...마음을 굳게 먹고 교실문을 연다.
30. #교실안
상두, 병 걸린 닭마냥 눈을 힘없이 뜨고 그대로 엎드려 있다.
은환, 교탁으로 와 선다. 잠깐 상두에게 눈길 주다가 애써 시선을 피하는.
반장, 일어나서 차렷! 경례! 하고.
은환 지난 시간에 53페이지 3번 문제까지 풀었지?
은환, 칠판에다가 4번 수학 문제를 쓴다. (문제는 추후 보강)
상두 (그대로 엎드린 채)
희서 오빠! 많이 아파요?
상두 ......(엎드린 자세에서 뒷 모습을 보이고 선 은환을 쓸쓸하게 바라본다)
희서 속두 쓰리구, 맘두 쓰리구 그래요?
상두 (눈을 아예 감아 버리며 책상에 엎드린다.)
희서 (은환을 원망의 표정으로 보며 어떻게 곯려주나...머리 굴리는데...)
은환 (수학 문제를 쓰며 설명을 하는데)
희서 (손을 번쩍 들며) 선생님!
은환 (돌아보며) 어, 윤 희서! 왜?
희서 저기요....제가 잘 모르는 수학 문제가 있어서요. 이것 좀 풀어주시면 안돼요?
은환 그래, 나중에 수업 끝나구, 교무실로 갖구 와. (다시 수학 문제 설명하려는데)
희서 지금 당장 좀 풀어주세요....궁금해서 미쳐버릴 거 같애요, 선생님.
은환 (긴장하며)...갖구 나와 봐....그럼.
희서 (칠판으로 나오더니) 우리 반 애들도 다 같이 배우게 칠판에다 쓸께요.
은환 (좀 불안하다)....그, 그래.
희서, 칠판 한쪽에다 다음과 같은 수학 문제를 쓴다.
일 때, 를 만족하는 상수 의 값을 구하시오.
은환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칠판을 본다....큰일났다, 모르는 문제다.)
상두 (그대로 엎드려 있는)
희서 (득의 만만하게 손에 묻은 분필을 털며) 풀어주세요, 선생님.
은환 ...(당혹스럽다.)
희서 모르세요, 선생님?
은환 왜, 몰라?...아, 알어.
상두 (그제야 고개를 들어 힘없이 칠판을 본다...희서가 은환을 골탕 먹이려 하는구나...)
희서 풀어주세요, 그럼.
은환 ...으..으응....(분필을 들고 칠판앞으로 다가가지만 막막하기만 하다...진땀이 난다)
은환, 꽤 오랜 시간 분필만 잡고 있고, 학생들, 의아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희서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데.
상두(E) 선생님!
은환 (돌아보는)
상두 (손 들었다 내리며) 그 문젠 지금 우리가 배우는 거 하군 상관없는 문제 같은데, 나중에 희서랑 개인적으로 푸시구요, 53페이지 4번 문제나 풀어주세요.
은환 (살았다...)...그...그러까?
희서 지금 당장 풀어주세요, 선생님....저 궁금해서 미치겠단 말이예요.
상두 전 53페이지 4번 문제 답이 궁금해서 거의 졸도할 거 같애요.
희서 선생니임...
상두 선생니임....
은환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두 (학생들 보고, 위협적으로) 니네들, 희서가 낸 문제, 답이 알고 싶은 사람 손 들어 봐.
학생들, 어리둥절한 표정....진창과 택구, 성길만 손 들고.
상두 (부드럽게) 그럼, 오빠처럼 53페이지 4번 답이 궁금해서 졸도할 거 같은 친구들! 손 들어 보자꾸나.
진진과 미영을 비롯한 반 여학생들 전체와 진창과 정우등 남학생들 우르르 손을 든 다.
은환 (안도하는)
희서 (식식거리는)
상두 (시익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희서 선생님, 그럼 이 시간 마치기 전까지 꼭 풀어주세요.
은환 (다시 당혹스러워지는)....그...그래.
희서 (자리로 와 앉는다)
상두 (질기네, 정말...못마땅하게 희서를 보는)
은환 (자기도 모르게 한숨 푹 쉬고) 자, 그럼....4번 문제 계속 풀어보자.
은환, 찜찜한 표정으로 4번 문제를 설명하며 푼다.
상두 (은환을 불안하게 보다가 손 들며) 선생님! 잠깐 오줌 좀 누고 오겠습니다.
31. #교사 일각
상두, 핸드폰 들고 나오며 전화번호 검색하고 있다.
상두 어떻게 내가 아는 놈들 중에 제대로 먹물 튄 놈이 한 놈두 없냐?.....(곰곰히 생각하 다가 그렇지!....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32. #보리 병실
민석, 보리의 혈압과 맥박을 체크하고 있다.
민석 나중에 보리가 선생님 만큼 크면 선생님은 할아버지가 돼 있을텐데, 그래두 좋아?
보리 그래두 좋아요....보리하구 결혼해요, 선생님. 네?
민석 (난처한 듯 웃는) 하, 참....선생님은 먼저 약속한 사람이 있는데, 어떡하지?
만도 (간이 침상에서 화투 점을 치며) 그 족발집 언니는 안 나타나요, 샘?
민석 네?
만도 그 언니야 돈 잃고 팔딱팔딱 뛰는 거 진짜 귀엽던데....족발 싸들구 한번 놀러 오라 그러지, 샘.
이때, 만도의 핸드폰 울린다.
만도 (발신자 확인하고 받으며) 어, 상두야....니 새끼 병실이다, 임마....강 민석 샘? (민석 보며) 여기 내 옆에 계시는데?
민석 (저요? 하며 자기를 가리키는)
33. #병실 복도
민석, 병실을 나오며 핸드폰 받는.
민석 그래, 나 수학 잘해, 왜?......(뻐기는) 뭐 학교 다닐땐 수학 경시대회 나가서 몇번 상 두 받아봤지....왜 그러는데, 갑자기?
34. #교사 일각
상두, 쪼그리고 앉아서 핸드폰 한다. (한쪽 손바닥에 적힌 수학 문제-희서가 은환에 게 질문한-를 보며)
상두 내가 그럼 니 수학 실력을 좀 테스트 해볼테니까 다음 문제를 한번 풀어봐라.
민석(F) 싫다.
상두 야!
35. #병실 복도
민석 나 지금 바쁘거든....너랑 한가하게 노닥거릴 시간 없어, 끊자.
상두(F) 형!!
민석 (그 소리에 픽 웃는)
36. #교사 일각
상두 (애교떠는) 혀엉! 내가 앞으론 형이라 부르께. 수학 문제 하나만 좀 가르쳐 줘, 형. 응?
민석(F) 너 같은 동생은 한 트럭을 줘도 싫어. 끊자아...
상두 (다급하게) 선생님! 샘!!
37. #병실 복도
민석, 빙글거리고 웃으며 펜으로 손바닥에 수학 문제를 적고 있다.
민석 ...으음...보자...이건 케일리 해밀턴의 공식을 이용해서 풀면 돼. 그러니까..
상두(E) 채 은환 선생님, 밖에 누가 찾아오셨는데요?
38. #교사 일각
상두, 은환을 앉혀 놓고 나무 꼬쟁이로 흙바닥에 써가며 설명하고 있다.
상두 이건 케일리 헤밀턴의 공식 이걸 이용해서 풀면 되는 거 아냐? 일 때 ....
은환 (눈이 번쩍 뜨인다) 아아.....맞어. 맞다, 그래...이걸 왜 깜박했지, 내가?
상두 (씨익 웃으며) 학교 다닐 때 수학 되게 못했던 거 같은데....어떻게 수학 선생이 됐 냐?
은환 (상두의 마음씀이 고맙다....물끄러미 보는)
상두 솔직히 말해봐....정원 미달인 과가 그 과 밖에 없었지?
은환 (전혀 화내지 않고 상두를 물끄러미 보는)
상두 졸업은 어떻게 했냐? 꽁등으로 간신히 졸업한 건 아닐런지...
은환 (그대로 상두를 보고)
상두 ...요!
은환 (물끄러미 상두를 보는)
상두 아, 알았어요. 미안해요. 선생님인 거 깜박 잊어먹었어요.
은환 (눈치 보며) ....삐진 거...풀렸어?
상두 아,참...(표정이 싸늘하게 굳는다) 내가 삐졌었지, 참...너한테 내가 상당히 유감이 많 지, 지금.....
은환 .....
상두 깜박 잊어 먹구 있었네...왜 이렇게 머리가 나쁘냐, 난? (싸늘한 표정으로 앞서 걸어 간다)
은환 상두야!
상두 (뒤도 안 돌아보고 가 버리는)
은환 (마음 아프게 보는)
39. #은환 교실
은환, 칠판에 희서가 낸 문제를 유창하게 풀고 있다. 칠판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 다.
케일리-해밀턴 공식에서 일 때
은환, 답을 쓰고, 손을 탁탁 털며 의기 양양하게 돌아선다.
희서, 잔뜩 김이 샌 표정이고, 상두, 그대로 엎드려 눈 감고 있다.
은환, 그런 상두의 눈치가 다시 살펴진다. 미안하고, 고맙다....
40. #민석 병원 외경
41. # 휴게실
세라, 만도의 어깨를 안마해 주고 있다.
만도 아우, 좋다...아우, 시원하다....야, 너 안마하는 솜씨가 장난이 아니다, 세라야?
세라 예전에 이걸루 돈두 벌어 먹구 살았잖아요, 저.
만도 엉? (돌아보는)
세라 보리 낳기전에 목욕탕 때밀이 했었거든요....그때 안마두 배웠어요.
만도 (안스럽게 보며) 그래, 얘기 들었다....대한민국에 쓰리 D 업종은 안 해 본 거 없이 다해보구 그렇게 고생을 했다면서?
세라 (씁쓸하게 웃으며) 뭐...그렇죠 뭐.
만도 니 엄마라는 사람두 참 지독한 여자였나부다....어떻게 생떼 같은 자식을 내다 버릴 생각을 했을까?
세라 삼촌두 상두 버리셨잖아요?
만도 아, 그거야....(당황하다가) 그러는 넌 보리 안 버렸냐?
세라 .....그거야....뭐....
만도 그러고 보면 우린 죄다 천벌 받을 죄인들이다, 그치?....우리 중에 그래두 상두가 제 일 착한 거 같애. (쩝 쓰게 입맛 다시는)
이때, 휴게실로 심란(찬합을 든), 들어서더니 (머리도 올리고 외출복을 갖춰 입은) 만도와 세라를 못 보고 지나쳐 간다.
만도 어, 저 언니, 족발집 언니네? 언니!!
세라 누구요? (하며 돌아보지만, 심란은 이미 지나가고 없다)
42. #병실 복도
심란, 환자 이름을 살피며 두리번거리며 오는데, 병실 문 열리고 민석, 나온다.
민석 어머님.
심란 어, 닥터 강.
민석 뭐하러 여기까지 오셨어요? 제가 모시러 갈텐데.
심란 거기가 어딘 데 모시러 와? 내가 오는데 빠르지.....어머닌 오셨어?
민석 예, 지금 호텔에 계세요.
심란 나 어떠냐, 민석아? 니네 어머니한테 꿀리진 않겠어?
민석 저희 어머니가 더 꿀릴 거 같은데요?
심란 어른을 놀려라, 이눔아...(민석을 흘기며 기분은 좋아 웃으며) 니네 어머니한테 잘 보일라구 우리 은환이두 공주처럼 해서 보냈다, 내가?
민석 (웃으며) 고맙습니다.....저기, 제가 병실 몇군델 더 들러봐야 되거든요....휴게실에 가 서 좀 기다리실래요?
심란 .....그 쌀인가 보린가 하는 애 병실은 어디냐?
민석 .....조기 ***호예요. (알겠다) 보리 보구 싶어 오셨구나.
심란 걔가 우리집 족발을 잘 먹더라구....내가 다시 갖다 준다구 약속을 했었거든.
43. #보리 병실
보리, 혼자서 인형 두 개를 갖고 인형 놀이 하고 있다.
보리 여보, 안녕히 회사에 빨리 다녀오세요....(다른 인형으로) 응...빨리 갔다 올테니까 떡 볶이 해줘. (누군가 자기 앞에 서서 자신을 보고 있다는 느낌에 고개를 들다가 환 하게 웃으며) 아줌마.
심란 (보리앞에 서서 인자하게 미소를 띠고 있다) 아줌마 누군지 알겠어?
보리 네. 족발 아줌마요.
심란 아이구, 우리 보리....어쩜 이렇게 기억력도 좋구, 똑똑하냐?
보리 족발 갖구 왔어요?
심란 갖구는 왔는데, 보리 몸에 해롭다구 의사 선생님이 먹이지 말래.
보리 피이...(뽀로통해지며)
심란 (지갑 꺼내며) 대신에 아줌마가 보리 용돈 줄테니까 저금해뒀다가 나중에 병 다 나 으면 맛있는 거 사먹어? (만원짜리 한 장 꺼내서 보리 손에 쥐어준다)
보리 고맙습니다. (하는데)
이때, 병실문 열리고, 만도, 들어선다.
만도 아이구, 이 언니 여기 계셨네?
심란 (당황하며 돌아보는...지갑을 침대에 흘린다.)
만도 다시 붙으러 올 줄 알았더니 왜 그동안 연락이 없었어?
심란 (상종하고 싶지 않다, 보리보며) 보리야, 아줌마 간다. (가려는데)
만도 이왕 왔는데 한 게임 뛰구 가지, 언니.
심란 너 기집애니?
만도 ?
심란 다 늙은 아저씨가 망칙하게 언니가 뭐야, 언니가....니 형보구는 오빠라 그러냐? 그럼? ....아우, 미식거려...(하며 만도를 밀치고 나간다)
만도 (어이없다는 듯) 질거 같으니까 도망가기는....잘가라, 할망구야.
44. # 복도
심란, 걸어오는데, 저 앞으로 세라, 손수건에 손 닦으며 걸어온다.
심란, 세라를 알아보고, 재수없다는 표정 지으며 한쪽으로 고개 돌려 버린다.
세라, 심란을 보고 갸웃하지만, 모르는 체 그대로 스쳐 간다.
45. # 병실안
세라, 들어서면, 만도, 심란의 지갑을 열어 살펴 보고 있다.
만도 이러니 도망을 가지.....어떻게 지갑에 달랑 칠천원밖에 없냐?
세라 누구 지갑이예요?
만도 좀 전에 **원피스 입고 나간 언니...할망구 봤지?....그 할망구한테 빨리 갖다 주구 와라. 없이 사는 할망구 같은데...
세라, 지갑을 받아 들어 본다....무심코 열어본 지갑.....어린 시절 팔란과 심란이 함께 찍은-세라의 지갑에 있는-사진이 꽂혀 있다.
세라의 손끝이 파르르 떨린다. 눈동자도 심하게 일렁인다.
만도 (의아한 표정) 세라야...
세라 (그대로 병실을 뛰쳐 나간다)
46. #복도
세라, 두리번 거리며 심란을 찾아본다....심란의 모습 보이지 않는다. 세라의 눈에 눈 물이 가득 고였다.
47. #로비
세라, 뛰어 내려와 로비도 이리 저리 미친 듯이 찾는다.
세라 엄마...엄마.....(울컥) 엄마아!!!
그러나, 심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세라, 무너지듯 스르르 주저 앉아 버리는.
48. #은환 학교 외경(노을녘)
수업을 마친 학생들, 삼삼오오 하교 하고 있다.
49. #학생 지도실 (운동장 보이는 창이 있는)
상두, 힘이 쑥 빠진 표정으로 앉아서 반성문 쓰고 있다.
짜증이 나는 듯 들고 있던 볼펜을 휙 집어 던지고, 일어나 창밖을 본다.
운동장에 은환이 교장과 함께 퇴근하는 모습 보인다. (두 사람, 정겹게 얘기 나누며 가고 있다.)
굳은 표정으로서 있는 상두, 문득 떠오르는.
지환(E) 선생님 오늘 양가 부모님 만나 결혼식 날 잡으신다면서요? 소문이 쫙 퍼졌던데요?
상두, 온 몸의 기가 쫙 빠져 나가는 느낌이다.
50. #운동장 혹은 내리막길
교장과 은환, 걸어가고 있다.
교장 그럼 채 선생, 국수는 곧 먹게 되는 건가요?
은환 (난처하게 웃는)
교장 주례 설 사람 없으면 나 불러줘요?
은환 ....(난처하게 웃는) 예...
교장 아니다...채 선생은 딸 같은 사람이니까, 내가 팔짱 끼워서 신랑한테까지 데려다 줘 야 겠구만. 그게 낫겠네.
은환 (웃는데)
이때, 어억! 비명 소리 나고 바닥으로 턱 넘어지는 소리도 난다.
은환의 반대편에서 오던 학생들, “어머나...” 놀라서 비명 지르고.
은환과 교장, 돌아보면.
누군가 바닥에 넘어져 “아우, 배야....”하며 뒹굴고 있고, 그 주위를 학생들 에워싸고 있다.
교장 (자세히 보더니) 저 사람이 누군가?....차상두 학생 아니래요?
은환 (놀라서 본다.)
상두, 아우, 배야...소리 지르며 운동장 바닥을 떼굴떼굴 구르고 있다.
51. #양호실
상두, 한 남학생에게 업혀서 들어와 침대에 눕혀진다.
상두, “아우 배야....”하며 고통스럽게 소리 지른다.
교장과 은환, 뒤이어 들어선다. 은환, 당황해서 안색이 창백하다.
남학생, 인사하고 나가고.
l교장 이거 병원에 데려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
은환 (온 몸이 떨린다) 119 부를까요, 교장 선생님? (핸드폰 꺼내는데)
상두 (은환의 팔을 잡으며 고통스럽게 말하는) 괜찮아요....제 병은 제가 알아요....이러다 곧 말 거예요..어우우....
교장 이거 참.....(시계 보며) 난 급한 세미나가 있어서 빨리 가봐야 되겠는데....선생님이
좀 지키고 계시겠어요?
은환 (나도 약속이 있는데....)....예...그...그러께요.
교장 수고 하시고 그럼....혹시 상태가 나빠지면
은환 네....안녕히 가세요, 교장 선생님.
상두 (아픔을 참는 듯 이를 앙물지만, 끙끙 앓는 소리 흘러나오고)
교장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듯 보다가 “수고 하세요” 하며 나간다)
상두 (계속 앓는 소리 내고)
은환 (그런 상두를 걱정스럽게 보는)
52. #레스트랑
고급스런 분위기의 레스트랑, 심란, 민석, 민석모 앉아 있다.
심란 (시계를 보며) 어른이 기다리시는데 왜 이렇게 늦어, 이 년....(하다가 입 탁 막고) 얘가....
민석 학교 일이 아직 좀 남았나 봐요.
민석모 (온화한 표정) 직장 다니는 애들이 다 그렇죠 뭐...너무 걱정 마십시오, 사부인.
심란 (답답한 마음에 물을 마신다)
민석 (시계를 보는)
53. #양호실(밤)
은환, 걱정스럽게 시계를 본다.
앓던 상두, 조용해지고 잠이 든 것처럼 보인다.
은환, 상두의 얼굴위로 손을 저어보이다가.
은환 자나.....(표정 살피며 핸드폰 들고 발걸음 소리 죽여 나가려는데)
상두 (갑자기 다시 비명지르며 어쩔 줄 몰라한다)
은환 병원에 가자....이러구 있을 게 아니라 차라리 병원에 가, 응?
상두 (고개 흔들며) 내 병은 내가 알아요.....병원에 가서 고칠 병이 아녜요....으윽.....
은환 대체 무슨 병인데? (걱정스럽게 보는) 병원에서 못 고칠 병이면 불치병이야?
54. #레스트랑
심란,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놓으며 민석모의 눈치를 살핀다.
민석모, 아까와는 달리 표정에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히 어렸다.
민석도 시계를 다시 본다.
심란 이 년이 이렇게 실수할 년....(다시 입을 막고) 애가 아닌데...(민석에게 전화라도 해 보라고 눈짓을 주는)
민석 (알겠다고 고개 끄덕이는데 핸드폰 울린다. 발신자 확인하고) 은환인데요...
55. #양호실
상두, 앓는 소리가 이젠 박자까지 맞춰 리듬까지 타며 마치 랩처럼 들린다.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던 상두의 표정이 말짱해진다...꾀병이다.
56. #양호실 밖 일각
은환 (핸드폰 받는) 어, 민석씨....미안해, 학교에 급한 일이 좀 생겨갖구....어머니 화 많이 나셨지?....죄송해서 어떡하지?.....정말 미안해....응, 그래....(핸드폰 닫으며 죽을 상 짓 는)
은환, 양호실문앞으로 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열린 문 틈 사이로 상두를 본다.
57. #양호실
상두, 마치 래퍼처럼 손짓 어깨짓 해가며 신음 소리를 내고 있다.
58. #양호실밖
꾀병이구나...은환, 어이가 없고, 기가 차다.
은환,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간다.
59. #양호실
상두, 갑자기 들어선 은환에 놀라다가 다시 죽을상하고 신음 소리 내는데.
은환 꾀병 그만 부려, 차 상두!
상두 꾀병 아니예요...(하며 신음소리 내고)
은환 정말 구제 불능이구나, 너....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우롱할 수가 있어? (휙 돌아서 핸드백 들고 나가버린다)
상두 (은환이 나가자 벌떡 몸을 일으킨다....한숨 푸후 쉬는)
60. #운동장(밤)
은환,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혀 어쩔 줄 몰라하며 걸어나온다.
상두, 뒤따라 나오며.
상두 선생님!
은환 (그대로 걸어가는)
상두 선생님!
은환 .....
상두 채 은환!
은환 (그 소리에 발걸음 탁 멈추고 상두를 찢어질 듯 노려보는)
상두 (은환앞으로 걸어오며) 나두 싫어!
은환 ......
상두 이렇게 밖에 할수 없는 내가, 나라구 너만큼 끔찍하지 않겠냐?
은환 ......(눈빛이 부르르 떨린다)
상두 보내기 싫어서 그랬어!
은환 ......
상두 그 자리에 너 보내면 정말 다 끝나버릴 거 같애서....그래서 그랬어!
은환 ......
상두 나, 너 누구한테두 뺏기구 싶지 않어.
은환 ......
상두 이렇게 허망하게 뺏길거였음 돌아오지두 않았어!
은환 ......
상두 우리 이제 거짓말 하지 말자! .....시간이 아깝잖아. 거짓말 하지 말자!
은환 (눈물이 그렁해진다)
민석(E) 이봐, 학생!
상두, 돌아보면, 어둠속에서 민석이 걸어나온다.
은환 (민석을 보고 기함을 하는)
상두 (놀라긴 했지만....담담하게 본다.)
민석 (겉으론 약간의 웃음도 띄우고) 선생님한테 너무 무례하구 건방진 거 아닌가?
상두 (피식 서늘하게 웃는)
민석 물론 학생이 선생님을 짝사랑할 순 있지만...사제간의 지켜야 될 선은 있는 법인 데, 엉?...(하며 상두의 복부를 주먹으로 힘껏 친다)
상두 (억!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고)
은환 (놀라서) 민석씨!
민석 (표정이 얼음장같이 변했다) 일어나, 새꺄! (상두의 멱살을 잡아 일으키더니 다시 상두에게 주먹을 날린다)
상두 (뒤로 벌렁 넘어진다...입가에 피가 흐른다...공격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은환 (공포에 질려 있다)
민석 일어나!
상두 (끄응 일어난다...계속 때리라는 듯 표정)
민석 (다시 상두를 주먹으로 치려는데)
은환 (민석를 꽉 껴안아 잡으며) 그러지 마! 민석씨!!..그러지 마! 그러지 마!!
민석 놔! (버럭) 이거 놔, 은환아!!
은환 내가 속였어! 내가 민석씨 속였어!!
민석 !
상두 (표정)
은환 상두....내 첫사랑이야! 내가 말했던 그 첫사랑이야!!
민석 (허탈한 표정)
상두 (숨이 턱 막히는 것 같다)
은환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내가 다 잘못했어. (잡고 있던 민석을 힘없이 놓는다.)
민석 (불끈 쥔 주먹이 힘없이 풀린다)
상두 (멍하니....허탈한)
민석 (울컥 솟구치는 감정을 간신히 누르며)....그래서?
은환 .....
민석 (감정없이) 그래서, 어떡할건데? 어쩌자는 건데, 니들? (상두를 서늘하게 보는)
상두 (멍하니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다...입가엔 피가 흐르지만 닦을 생각 않고)
은환 ....어쩌자는 거 없어, 그냥 그게 다야.
상두 (흠칫 은환을 보는)
은환 그냥 예전의 철없던 때 첫사랑이었어....다 지나간 얘기야. 그거 뿐이야.
상두 (서글프게 은환을 보는)
민석 ...그거...뿐이야?
은환 ....그거 뿐이야.
상두 (눈빛이 흔들리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간다)
은환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지만....이를 앙물고 견디는)
민석 (서늘하게 본다)
호주머니에 손 푹 찌른채 굳어서 걸어가는 상두.
상두의 쓸쓸한 뒷 모습을 지켜 보는 은환, 참으려고 애써 보지만 볼을 타고 한 줄 기 눈물이 흘러 내린다.
61. #학교 내리막길
멍해서 넋나간 사람처럼 걸어가는 상두.
62. #거리
인파속을 휘적 휘적 걸어가는 상두....그의 멍한 동공.
63. #민석 차안(달리는)
민석, 운전해 하고, 은환, 조수석에 앉아 있다....굳은 표정의 두 사람, 말이 없다.
64. #거리
상두, 횡단 보도를 건넌다. 빨간 불이다.
달려오던 차 한 대, 상두를 발견하고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운전사, 차창밖으로 고개 내밀고, “새꺄! 죽을려고 환장했어!” 하며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상두, 표정없이 멍하니 보다가 그대로 휘적휘적 걸어간다.
65. #민석 차안
앞만 보며 어색하게 가고 있는 민석과 은환.
은환 (침울한 기분 바꾸려고 애쓰며, 명랑하게) 민석씨! 우리 (오락하는 모션하며) 한 게 임 할래?
민석 (은환을 보는)
은환 (얼굴에 웃음까지 띠고)...내기 하자! 만원빵!
민석 (피식 웃고) 싫어. 시시해.
은환 뭐가 시시해?
민석 오만원 빵!
은환 오호? 오만원빵?.....역시 있는 집 자식이라 다르시구만...조오았어....
민석 (피식 웃는...은환의 노력을 알고 있다)
은환 (슬픔을 숨기려고 오바하는) 앗싸!! 이렇게 또 불노소득이 생기는군....몸을 좀 풀어 야지, 그럼....(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손가락도 꺽어보고)
66. #보리 병원 현관앞
상두, 털레털레 걸어오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멈춰선다.
저 앞으로 만도, 보리를 업어 재우고 있다. 여전히 뽕짝을 변형한 자장가 불러 주고 있고, 보리는 듣기가 싫어 귀를 막고 있다.
상두, 보리의 모습에 그제야 얼굴에 따뜻한 미소가 어리며 보리에게 다가간다.
상두 딸!
보리 (돌아보고 반가와서) 아빠!!
만도 어, 왔냐?
상두 보리, 아빠한테 와...(보리를 받아 업으며) 왜 나와 있어? 날씨도 쌀쌀한데?
만도 기집애가 성깔머리가 더러워서 그렇잖아. 병실 안이 답답하다구 얼마나 난리 부루 스를 추는지...
상두 (피식) 왜 그랬어, 차보리? 할아버지 힘드시게?
보리 (혀를 쏙 내민다)
만도 어이구, 허리야....쥐톨만한 게 몸무게나 적게 나가?....저 눔의 기집애 때문에 내가 아주 쌩 골병이 든다. 쌩 골병이 들어....아이구, 날쌘 제비 차 만도 팔자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냐?
상두 오늘은 내가 보리랑 있을거니까 찜질방에나 갔다 와, 그럼.
만도 정말? 그래두 돼?.....맨손으로 가냐, 근데? (하며 돈 내놓으라고 손을 벌리는)
상두 (피식)
67. # 오락실
팝콘 먹으며 신나게 스트리트 파이터류의 게임하고 있는 은환과 민석. 음료수도 빨대 꽂아 같이 먹으며 우울한 기분 감추려고 오바해서 게임에 열중하는 두 사람.
68. #보리 병실
보리와 빼빼로 게임하는 상두.
상두, 보리와 빼빼로를 입에 물고 야금야금 먹어오다가....보리에게 쪽 뽀뽀하며 웃 는.
69. # 오락실
민석, 빙긋 웃으며 손을 벌리고 있으면 은환, 아깝다는 표정으로 민석의 손에 만원 짜리 지폐를 하나하나 다섯장을 놓아준다.
상두(E)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아면....
70. #보리 병원 현관앞
상두, 노래를 부르며 보리를 재우고 있다. (섬 아기 정도)
상두 (노래 멈추고).....차 보리, 자?
상두, 돌아보면....보리, 어느새 끼무룩 잠이 들었다.
상두, 피식 웃다가 쓸쓸한 표정으로 먼 하늘을 응시하는....
F.O.
71. #은환 학교 외경 (아침)
은환, 학생들과 함께 등교하고 있다. 표정이 어딘가 쓸쓸하다....
72. #은환반 교실
은환, 교실문 열고 들어선다. 장난하던 학생들, 제자리로 돌아가 앉고.
은환, 상두 자리를 보는데, 상두의 자리는 비어 있고, 희서만 걱정스럽게 상두의 빈 자리를 보고 있다.
은환, 착잡한 기분 떨치며 교탁으로 가서 선다.
반장, 차렷! 경례! 인사하고.
은환 좋은 아침!.....그럼 출석부터 불러 볼까? .....안 온 사람 손 들어봐!
희서 (손을 번쩍 들며) 상두오빠 안 왔어요, 선생님.
은환 (심난한)
73. #병원 휴게실
상두, 보리와 신데렐라(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로 시작되는) 부르며 쎄 쎄쎄하며 놀고 있다.
민석, 지나가다 그런 상두를 표정없이 본다.
74. #교무실
은환, 컴퓨터를 켜고 저장되어 있는 상두의 생활 기록부를 본다. (옆자리엔 순애가 은환이 했던 것과 똑 같은 디자인-칼라는 다르고-의 머리띠 를 하고 앉아 있다.)
주소와 핸드폰 번호 적혀 있다.
은환, 핸드폰을 꺼내들며 전화를 해볼까...갈등한다.
75. # 상두집 일층
은환, 주소가 적힌 쪽지 들고 집 주소 확인하며 온다.
초인종 누르려다가 멈칫하고, 잠깐 망설이는데, 대문 열리고, 아저씨 한 분 나온다.
아저씨 (나오며) 누구슈?
은환 안녕하세요....실례하지만, 여기 차상두씨라고 살고 계시나요?
아저씨 차상두? (갸웃하고) 차상두가 사는 지는 잘 모르겠구, 언내 아버지랑 할아버지가 살 기는 하는데?
은환 애 아버지랑 할아버지요?.....(갸웃하다가) 죄송합니다....제가 찾는 분은 아닌 것 같은 데...주소를 잘못 찾은 거 같네요, 제가....죄송합니다.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다가 다 시 돌아보고 주소를 확인하고 갸웃하는)
old/old_scrapbook 2003. 11. 1. 13:06
1. #생맥주집
상두와 민석, 서로 견제하듯 팽팽하게 시선을 마주치고 있다.
테이블엔 2000CC짜리 피쳐와 생맥주잔 놓여있다.
상두 (뚫어지게 바라보며) 뭘 얼만큼 아는데?
민석 일단 제비족!
상두 (맥주잔을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탁 놓으며) 또!
민석 보리 엄마의 정체!
상두 (다시 맥주를 마시고 탁 놓으며)...또!
민석 내 여자 친구....은환이.
상두 (흠칫하는)
민석 은환이 첫사랑 나부랭이.
상두 (다시 맥주 마시고) 또!
민석 은환이 학교 수위!
상두 (어이가 없다, 다시 맥주 마시고) 또!
민석 인생이 굉장히 복잡 불쾌한 한심한 인간!
상두 (이를 가는) 또!
민석 현실감각 제로, 똥배짱 밖에 없는 인간 쓰레기!
상두 (속이 타서 피쳐째 들어 꿀꺽꿀꺽 맥주를 마신다)
민석 은환인 니가 제비족인지 모르지?
상두 (계속 맥주만 마신다)
민석 너한테 보리같은 딸까지 있는 거 알면 기절할 걸? 심장도 약한 애가?
상두 (피쳐잔을 탁 놓는다)
민석 (피식 웃으며) 떨지 마. 안 일러 주께....내가 원래 일러주기 대장인데 이번 건 안 일
러주께.
상두 (노려보는)
민석 여기까지만 봐준다....(웃던 얼굴 웃음기 싹 가시며 일어난다) 은환이 옆에서 빠른
시일내 꺼져라? 제비야? (계산서 들고 돌아서 몇걸음 가는데)
상두 일러줘라, 쪼잔한 놈!
민석 (그대로 걸음을 멈추고...표정)
상두 일러줘.....니네 어머닌 널 그래두 사내라구 낳구 미역국 드셨지?
민석 (인상이 일그러지는)
상두 (배째라는 표정으로 의자에 느긋히 기대며) 일러줘라...일러줘.....신문에두 내구, 방송
에두 내구....전국 방방 곡곡 저 도서 벽지까 지 차상두가 어떤 놈인지 짹짹짹짹 다
펴뜨려 봐. 참새같은 놈아!!
민석, 휙 돌아서더니 그대로 상두를 덮친다. 상두, 의자와 함께 바닥으로 쿵 넘어지
고. 민석, 상두의 멱살을 잡고 함께 뒹굴며 서로 주먹 다짐하며 싸우기 시작한다.
민석 이 제비 새끼!
상두 이 참새 새끼!
두 사람의 살벌한 주먹 다짐으로 생맥주집, 한바탕 아수라장이 된다.
이때, 두 사람, 맥주잔과 안주접시가 올려진 테이블을 건드리고, 테이블, 두사람을
향해 쏟아진다.
2. #민석 병원앞 (밤)
은환, 택시에서 내린다.
은환 고맙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3. #병원로비
은환, 로비 걸어가며 핸드폰 한다.
은환 ...어, 민석씨, 우리 엄마 어디 계셔?....(발걸음 멈추며) 그래애? 여기 계신 줄
알구 집엔 전활 안 해봤지.....민석씬 지금 어딨는데?
4. #정형외과 응급실
얼굴 여기저기 멍자욱이 남아 있는 민석, 어깨뼈에 금이 갔는지 오른쪽 어깨와 팔
에 깁스를 하고 있다.
민석 어, 다쳐갖구 치료 좀 받구 있어, 지금...(하며 옆쪽을 노려본다)
카메라 PAN하면 민석과 똑같이 멍자욱이 있고, 오른쪽 어깨와 팔에 깁스를 한 상
두, 민석을 노려 보고 있다.
민석 아냐...발을 헛디뎌 갖구 계단에서 굴렀어....로비에 있어, 좀 있다 내려 갈게.
상두 (사실대로 말해만 봐...위협적인 표정으로 인상 긋고 있는)
5. #정형외과 응급실 근처
잔뜩 걱정스런 표정의 은환, 팻말을 살피며 오다가 정형외과를 발견한다. 갸웃하며 핸드폰 다시 거는.
은환 어, 민석씨....나 지금 정형외과 근처까지 왔거든....어딨어?
6. #정형외과 응급실안
민석, 당황해서 전화 받으며.
민석 내가 지금 나가께...어, 그래. (핸드폰 닫고 상두보며) 은환이 지금 이 앞에 와 있대. 들키지 않게 3분 후에 나와. (일어나 나가는)
상두 (빈정대며 꿍얼거리는) 멋있는 척 하기는....참새 같은 새끼.
7. #응급실앞
민석, 문 열고 나오면, 바로 앞에서 창밖에 시선을 주고 서성거리고 있는 은환의 모 습 보인다.
민석 은환아.
은환 (민석을 보고 놀라서) 왜 이래?...이렇게나 많이 다쳤어?
민석 어깨 뼈에 좀 금이 갔대...괜찮아.
은환 (마음 아픈 표정 어쩔 줄 몰라하며) 괜찮긴 뭐가 괜찮아? 어깨뼈 금 간 게 보통일 이야? (눈물까지 그렁해서) 세상에...얼굴도 이게 뭐야? (얼굴에 상처를 쓰다듬어 주 며) 아프겠다?... (상처를 호 불어주며) 많이 아프지?
민석 괜찮어, 이깟 거 갖구 뭘...(응급실안에 있는 상두를 의식하고) 나 배고파, 은환아.
은환 밥두 못 먹었어?...가자, 내가 시장 봐다가 맛있는 밥 해주께.
민석 번거럽게 뭐....나가다 한 그릇 사 먹자.
은환 식당 밥 싫어하잖아, 민석씨...내가 해주께....민석씬 꼼짝두 하지 마, 오늘...팔 나을 때까지 내가 밥두 해주구 빨래두 해주구 다 해줄거니까 꼼짝두 하지마, 응?
은환, 민석을 부축해서 걸어간다.
잠시후, 응급실 문 열리며 상두, 얼굴만 빼꼼히 빼고 뒷모습을 보이며 다정히 가는 민석과 은환을 본다.
은환 (민석을 걱정스럽게 보며) 속상해, 정말....어깨 뼈 다친 덴 뭐가 좋을래나....사골이나 갈비탕 같은 거 그런 거 해줄까?
민석 아무거나...(뒤쪽을 스윽 돌아본다)
상두 (고개 빼고 있다가 민석과 시선을 마주친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멋진 새끼..(하다 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씨이...나두 배고픈데.....나두 어깨뼈 저 새끼보다 일센티나 더 금 갔는데...
긴 복도...민석을 부축하며 다정하게 걸어가는 은환과 그런 은환과 민석을 부럽게 바라보는 상두. F.O.
8. #은환 학교 버스 정류장(아침)
버스 와서 멎는다. 버스 문 열리면 학생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지각이다!” 하며
우르르 내리고, 그 사이에 역시나 은환도 섞여 있다.
9. #교문 일각
은환, 학생들과 함께 뛰어오다가 신발이 벗겨진다. 은환, 다시 돌아가 신발을 줍는 데.
이때, 빠앙 크락션 소리가 난다.
은환, 돌아보면, 택시 와서 멎고, 택시 앞자리에서 상두, 내린다.
오른쪽 어깨와 팔에 깁스를 하고, 다른쪽 새끼 손가락도 깁스한 상두, 머리도 안 빗고, 세수도 제대로 안했는지 부시시하고 꾀재재하다.
교복 단추로 하나씩 밀려서 엇박자로 끼워져 있고, 단추 하나는 곧 떨어질 듯 달랑 거리고 있다....지금까지의 쌈박한 모습과는 거리가 먼 처참한(?) 모습이다.
은환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 차 상두!
상두 ...(삐진 듯 흥! 시선 돌리는데)
은환 (걱정스런 표정으로 상두의 아래 위를 훑어보며) 너 왜 이래? 어쩌다 이렇게 됐 어?
상두 (삐진 척 가려는데)
은환 어제 사고 난 거 땜에 그래?
상두 (잠깐 머리 굴리고...불쌍한 표정으로 고개 끄덕이는)
은환 (속상해서) 것봐, 내가 뭐랬어? 교통사고는 후유증이 무섭댔잖아. 왜 사람 말을 안 들어, 그래?
상두 (마음이 아파 어쩔 줄 몰라하는 은환을 보고 계속 불쌍한 표정짓는)
은환 다른 덴 다친 데 없대? 뇌나 뭐 다른 장긴 안 상했대?
상두 늑골뼈도 좀 금이 갔다 그러구....요! 갈비뼈도 살짝 어긋났다 그러구..요.!(배에서 꼬 르륵 소리 난다) 아, 배고파.
은환 (안타까운 표정으로 표정 찡그리고 있다가) 밥 안 먹었어?
상두 양 손이 다 이래 갖구 숟가락을 못 쥐어..요...엊저녁부터 굶었나?...아, 어지러워.
은환 (안타깝게 보며) 부모님은? 부모님은 뭐하시구?
상두 (잠깐 당황하다가) ..우리 집은 자기 일은 자기가 알아서 해야 되거든....요.
은환 그래서 니가 이렇게 꾀재재하구나....세수도 못했지?
상두 (고개 끄덕이는)
은환 옷 꼴은 이게 뭐니?...단추도 곧 떨어질 거 같네.
택시 기사, 안에서 “택시비 안줘요?” 하고 소리친다.
상두 가방안에서 내 지갑 좀 꺼내봐...요.
은환 (잠깐 생각하다가 시계보더니 결심하고) ...야, 타. (택시에 올라탄다, 기사에게) 아저 씨, 지금 문 연 식당 있을까요? (뻘쭘하게 서 있는 상두를 보며) 안 타?...타!!
10. #기사 식당
상두와 은환, 식당안으로 들어선다.
은환 앉어. (친절하게 의자도 빼서 준다)
상두 (좋아서 죽겠지만 일부러 샐쭉한 표정으로) 아, 지각인데...
은환 지각하는 게 문제야....영양실조 걸려서 쓰러지면 어떡해?
상두 (꿍얼) 뭐 세끼 정도 굶었다구 영양 실조까지 걸리겠냐...요?....혹시 길가다 현기증으 로 쓰러져서 지나가는 차에 깔려 죽을까 그게 문제지...요.
은환 ....(마음 아프게 보다가) 뭐 먹을래?
상두 (메뉴판 보더니) 된장 찌게...요.
은환 아줌마! 여기 된장 찌게 하나 주세요....(상두보며) ...밖에선 말 놔.
상두 (보는)
은환 (쑥스러움에 상두 보지 않고 수저통의 숟가락만 냅킨으로 닦으며) 학교 아닌데선 말두 놓구 은환아 불러도 돼.
상두 아, 싫어...요! 괜히 꼬투리 잡아 갖구 퇴학 시킬려구...요?
은환 (엄한 표정) 말 놓으라면 놔! 선생님 말 안 들을래?
상두 (피식웃고 큰 적선한다는듯)...놓으라면 놓지 뭐.
은환 근데, 너 이 꼴루 밥 먹기 너무 드럽다구 생각 안해?....세수부터 하구 밥 먹자. (주 인 아줌마에게) 아줌마! 여기 화장실 어딨어요?
11. #화장실 세면대
은환, 수건을 상두의 목 언저리에 둘러준다.
은환 (마치 아이 다루듯) 얼굴 대봐.
상두 (좋아서 씨익 웃으며 순하게 얼굴을 대준다)
은환 (정성스럽게 상두의 얼굴을 씻어준다)
상두 (미소 머금고 은환을 그윽하게 본다.)
은환 (일부러 시선 피하다 문득 시선 다시 마주치고) 착각하지 마....미안해서 그러지, 니 가 이뻐서 이러는 거 아니다?
상두 (그대로 웃고 있다)
은환 (비누칠하며) 웃지 마. 느끼해서 멀미 날라 그래.
상두 (그제야 입을 다문다)
은환 (상두의 코에 손을 대고 어린애처럼) 흥!
상두 이건 오바지...내가 니 아들이냐?
은환 흥!
상두 (피식 순하게 흥!하고 코를 푸는)
12. #기사 식당
상두와 은환, 자리에 앉았다.
은환, 밥을 떠서 상두에게 먹여주면, 상두, 싱글싱글 웃으며 받아 먹고.
은환, 그런 상두를 흘기며 애써 시선 외면하려 한다.
이때, 어제 상두를 태웠다 내렸던 기사1, 식당으로 들어선다.
기사1, 어? 안면이 있는데....상두와 은환을 보며 고개 갸웃하다가가 기억이 난다는 표정짓는.
은환 반찬 뭐 주까?
상두 콩나물.
은환 (콩나물 집어서 준다) 꼭꼭 씹어 먹어.
상두 (은환을 보며 미소 지으며 먹다가) 찌게!
은환 (찌게를 떠서 먹여준다)
상두 평생 안 나았으면 좋겠다.
은환 (흘기고 다시 밥을 숟가락으로 뜬다)
상두 깍두기 줘.
은환 (깍두기를 밥 위에 얹어서 주려다 뭔가 보고 놀란 표정 짓는데)
기사1 (상두의 뒤통수를 탁 때린다)
상두 (놀라서 뒤를 돌아본다)
기사1 어제 그 버릇없는 학생 맞네.
상두 씨이...(표정 확 일그러지는)
기사1 (은환보며 공손하게) 선생님 맞으시죠?
은환 네? (얼떨결에)....네.
상두 얘가 선생님은 맞는데요, 내 친구도 맞아...(요. 하려는데)
기사1 (다시 상두의 뒤통수를 치며) 얘가 뭐야, 선생님한테! 넌 니 부모한테두 얘 쟤하냐? 선생님도 학생이 잘못을 하면 따끔하게 야단을 치셔야죠. 오냐오냐 다 받아주고 계시면 어떡합니까?
은환 .....저기...그게 그러니까요, 아저씨...(변명하려는데)
기사1 아줌마! 이런 놈한텐 밥도 팔지 말아요.!! (밥그릇을 홱 뺏아버린다)
상두 (미치겠다는 표정)
은환 (뻘쭘한)
13. # 욕실(촬영장)
뷰파인더안에 들어오는 세라의 모습....목욕 타올로 몸을 가리고 목욕탕 샤워기 앞 에 유혹하듯 미소 짓고 서 있다.
감독(E) 오케이 좋았어...이제 뒤로 돌면서 타올을 내려!!
세라 (미소 짓던 표정 갑자기 벙해지며) 에?
감독(E) 깟!
카메라 빠지면, 촬영하고 있던 세라,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감독을 본다.
감독 (짜증내며) 타올 몰라? 몸에 감고 있는 수건 내리라구!!
세라 (흠칫) 안에 암것두 안 입었는데요.
감독 그러니까! 우린 지금 니 벗은 거 찍을려구 그러는 거야!
세라 (표정 굳어지며) 누구 맘대루요?
감독 (어이가 없어) 뭐?
세라 누구 맘대루 벗은 걸 찍어요?
감독 (기가 막힌 표정 짓다가) 조감독! 제대로 설명 안 했어?!!
조감독 앞 모습도 아니구, 뒷모습만 흐리게, 그냥 실루엣만 찍는 거예요.
세라 안 할래요, 저! (가려는데)
조감독 (난감해서) 뒷모습만 나오는 건데, 그게 누군지 누가 알어요?
세라 여기 계신분들은 다 볼거잖아요.
감독 우리가 지금 연애하재? 일이잖아, 일!
세라 우리 상두한테두 아직 나 벗은 거 안 보여줬단 말이예요....싫어요, 억만금을 줘도 안할래요.
14. #스튜디오 앞
세라, 어깨가 축 늘어져 핸드폰하며 걸어나온다.
핸드폰 꺼져 있다는 안내음 들리고, 소리샘으로 넘어간다는 안내음 들린다.
세라 상두야, 미안해....내가 너 사랑하기 전에는 진짜 생각없이 막 살았지만....이젠 안 그 러께...너 아닌 남자한텐 눈길두 안 주구, 손도 못 잡게 하구...내가 목숨은 내놔두 정절은 꼭 지키구 살게....사랑해, 상두야.
15. #민석 병원로비
세라, 초코파이 한 상자와 과일 봉지 들고 오는데, 저 앞에 팔에 깁스를 한 민석에 게 컵라면을 먹여주고 있는 보리를 본다.
세라 보리야...
세라가 부르는 소리에 민석과 보리, 돌아보고, 민석,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목례한 다.
세라 (오며) 어머, 선생님 팔 다치셨어요?
민석 예....왼손으로 젓가락질을 못해서 보리 도움을 좀 받고 있었습니다.
세라 세상에....제가 도와 드리께요. (하며 보리가 쥐고 있는 젓가락 뺏으려는데)
보리 (원망스럽게 세라를 째려본다)
세라 (아차하며) 미안해, 언니가 깜빡했다...계속 해, 니가.
보리 (금방 표정 달라져 민석을 향해 활짝 웃으며 라면 떠서 민석에게 준다) 아, 선생님.
민석 (멋쩍게 웃으며 보리가 주는 라면 받아 먹는다)
보리 맛있어요, 선생님?
민석 맛있어...우리 보리가 먹여주니까 훨씬 맛있네?
세라 지인짜 그림 좋다.
민석 (세라 말뜻 모르고) 보리야, 국물 좀 먹구...(용기 들어서 국물 마시는데)
세라 보리하구 선생님 모습....너무 보기 좋다. 꼭 한쌍의 원앙 같애요, 두 사람.
민석 (국물 마시다 푸후 국물을 내뿜고)
세라 왜 헐리우드 유명한 영화배우 커플 있잖아요. 마이클 더글라스랑 캐서린 머시긴 가.....그 사람들두 나이 차이가 25살이나 난다잖아요.
민석 (당황해서 기침하는)
세라 우리 보리 고등학교 졸업할때까지만, 딱 12년만 기다려주시면 되는데...
민석 (더욱 심하게 기침하는)
보리 선생님...(민석이 심하게 기침을 하자 걱정이 돼서 표정이 굳어서 민석의 등을 두드 려 준다)
이때, 핸드폰 울린다.
민석, 왼쪽 주머니의 핸드폰을 꺼낸다. 울리고 있는 핸드폰이 아니다.
민석의 오른쪽 주머니에서 핸드폰 벨소리 계속 난다.
민석, 아차하며 오른쪽 주머니에서 핸드폰 꺼내서 받는다.
민석 네....채은환씨 핸드폰입니다....아, 김 선생님...저 강민석입니다....은환이가 어제 핸드 폰을 흘리구 가서 제가 갖구 있었어요.
세라와 보리, 은환이라는 소리에 서운한 표정으로 보고.
민석 아, 예....알겠습니다....예, 또 뵙겠습니다. (핸드폰을 닫으며) 핸드폰이 없어 불편하 겠네....갖다 줘야겠다.
16. #은환 학교 오르막길
상두와 은환, 걸어오고 있다. 은환이 얼떨결에 상두의 가방을 들었다.
상두 (조용한 교정을 보며 툴툴거리는) 벌써 수업 시작했나 부다.
은환 (상두 눈치 살피며 시계보는) 겨우 15분밖에 안 늦었어.
상두 (괜히 큰소리) 학생하구 선생하구 같냐?!!
은환 (무안한)
상두 (툴툴) 밥은 밥대루 못 먹구, 지각은 지각대루 하구....아 씨...공부해야 되는데...
은환 (눈치 살피며) 1교시 수업이 뭔데?
상두 국어.
은환 국어 선생님한테 내가 잘 말해주께.
상두 당연히 잘 말해줘야지. 누구땜에 이렇게 됐는데, 내가.
은환 (문득) 근데 너 나한테 왜 반말 해?
상두 반말하래매?
은환 여긴 학교잖아!!
상두 (그제야 아차)
은환 (역전되어 큰소리) 오냐 오냐 해주니까 선생님한테 막 기어 올라라, 버릇 없는 놈.
상두 (말은 못하고 궁시렁)
은환 (다다다다 쏘아붙이는) 그리구, 너 왜 이렇게 기고만장해? 내가 니 봉이야? 그렇게 내가 만만해? 내가 너한테 죽을 죄졌어?!!
상두 (은환을 빤히 보다가)...죽을 죄...졌지...요.
은환 뭐?
상두 (자기의 다친 양팔을 이쪽저쪽 고개 짓으로 가리키는)
은환 (그 소리에 금새 주눅든 표정 되는)
은환, 문득 고개를 들어 앞을 보는데, 저 앞으로 민석이 서 있다.
당황하며 놀라는 은환.
상두도 고개 들다가 민석을 본다. 거의 기함을 하는 표정.
민석도 학생 교복을 입고 은환과 함께 오는 상두를 보고는 어처구니가 없고, 기가 막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세 사람, 잠깐 동안 그렇게 표정 수습 못하고 있는데.
민석 (제일 먼저 표정 정리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은환아.
은환 어...미..민석씨...가...갑자기 어쩐 일이야, 여긴?
민석 (주머니에서 핸드폰 내밀며) 니 핸드폰...어제 우리 집에 두고 갔잖아.
은환 ...아, 내 정신 좀 봐. (핸드백에 핸드폰 집어 넣는데)
상두(E) (위협적인 표정 민석을 향해 살짝 짓고 그위로 마음의 소리) 일러주기만 해봐, 이 참새 새끼.
민석(E) (넌 뭐야 하는 표정으로 상두를 향해 눈을 부라려 보이며, 그위로 마음의 소리) 너, 미친 놈 아냐? (은환이 고개를 들자 얼른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이 분은 학생인가?
은환 ...그..그럼...학생이지...우리 반 학생이야.
민석 (기가 막히지만) 으응...
상두 (능청스럽게 인사하는) 안녕하세요?
민석 (치 떨리는 것 참는 표정 역력해서) 어...안녕...근데, 고등학생치군 좀 겉늙어 보 인다?
상두 (저 자식이...)
은환 (당황했다)..으응...만학도야...나이가 좀 많아...(상두보고) 얼른 교실에 들어가, 차상두.
상두 ...네...(민석에게) 수고하세요. (인사하고 가는데, 돌아서며 태평했던 표정이 일 그러진다)
민석 (돌아서 가는 상두를 보며 다시 어이가 없어진다.)
은환 ..아..안 바뻐?
민석 어, 바뻐...가봐야지.
은환 ...미안해, 민석씨.
민석 뭐가?
은환 ...아, 아니...성치두 않은 몸으루 여기까지 오게 해서.
민석 (빙긋 웃으며) 가께....전화 해라. (한 손을 들어보이고 내리막길을 내려간다.)
은환 (찜찜하고 미안한 표정으로 보는)
민석 (가다가 발걸음 멈추고 은환을 돌아보며) 은환아.
은환 (흠칫) 어.
민석 내가 널 되게 많이 좋아하나봐, 아무래두.
은환 으응...(난감한 표정으로 어쩔 수 없이 웃는)
민석 정말 간다...(웃으며 돌아서다가 표정이 다시 황당해진다.)
은환 (미안한 표정으로 민석을 보다가 문득 자기가 상두의 가방을 들고 있다는 걸 깨닫 는다.)
17. #교사 현관앞
상두, 교실로 들어가려는데.
희서(E) 오빠.
상두, 고개 들어보면 희서, 안타깝고 미안한 표정으로 상두앞에 서 있다.
상두 수업 안하구 왜 나와 있어? 땡땡이 쳤냐?
희서 오줌 싸구 왔어요.
상두 (으응...고개 끄덕이는)
희서 (상두의 다친 양 팔을 보며 몹시 미안한 표정) 이만하기 그래두 다행이다....오빠가 죽어버린 줄 알구 얼마나 미안했는데요.
상두 (겨우 미안? 떨떠름하게) 니가 미안해할까봐 최선을 다해 안 죽었지....넌 많이 안 다쳤어?
희서 그냥 타박상 쪼금요...(하다가 결심한듯) 내가 책임지께요, 오빠.
상두 엉?
희서 오빠 내가 책임 진다구요.
상두 니가 날 왜 책임져?
희서 내가 이렇게 만들었잖아요.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요, 오빠.
상두 뭐....그렇게 생각하면 그렇기도 한데...좀 있다 뼈만 붙으면 말짱해져. 책임감 안 느 껴두 돼.
희서 꼭 뭐 책임감 때문은 아니구, 내가 오빨 좀 사랑하게 된 거 같애요.
상두 (이건 또 뭔 소린가?) 엉?
희서 지난번에 내 가방 내려줄 때부터 오빠한테 감동 먹었었는데요, 어제 그 일은 거의 결정적이었어요. 오빠가 내 심장에 콱 박혀버렸어요, 어제부터.
상두 (난감하게 웃는) 사실 어제 그 일은 꼭 너 때문이 아니라...뭐랄까? 여러 가지 복합 적인 요인이 작용을 한거거덩.
희서 (상두의 말은 들은 척도 않고) 아, 진짜 오빤 내 타입 아닌데.
상두 ?
희서 오빠 첨 봤을 땐 디따 왕 재수였는데.
상두 (슬쩍 기분 나빠져) 내가 어디가 어때서? 밖에 나가 보면 나 좋다구 목메는 여자가 한 둘이 아냐.
희서 그니까요...요즘엔 단순 무식 과격한 게 먹힌다니까요.
상두 (이게 칭찬이야? 욕이야?....삐딱하게 묻는) 그래서, 니가 주장하는 요점이 뭔데?
희서 (상두의 뺨에 쪽 입 맞춘다)
상두 (당황해서 눈이 동그래지고)
희서 오빤 이제 내꺼라구요! 딴 데 눈길 주지 말라구요....가요. (앞서 교실쪽을 향해 걸어 간다)
상두 (기가 막혀 황당해 하다가 희서를 따라간다)
카메라 빠지면 담벼락 뒤에서 상두와 희서의 대화를 엿듣고 있는 은환의 모습 보인 다.
은환, 어이 없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하고.....감정이 복잡한 표정.
은환, 멍한 표정으로 돌아서는데, 바로 뒤에 지환이 서 있다.
지환도 상두와 희서의 모습을 본 모양인지 불끈 쥔 주먹을 부르르 떨며 서 있다.
은환 수....수업 시간 왜 나와 있어? (괜히 소리 지르는) 너 또 땡땡이 칠라 그러지?
지환 (빠드득 이를 가는)
은환 .....(희서 때문에 상처 입었을 지환의 눈치를 살피는)
18. #학교 일각
상두의 가방은 전해주지도 못한 은환, 복잡한 표정으로 털레털레 걸어오는데.
순애(E) 차 선생님의 무용담을 듣구요, 전 터미네이터가 나타났구나 생각했어요.
은환, 이건 또 뭔가? 소리나는 쪽으로 걸음을 옮겨간다.
학교 건물 한쪽 구석, 순애, 상두를 만나서 할 말을 혼자서 연습(?)하고 있다.
순애 제가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였거든요. 터미네이터.
은환 (뒤에 숨어서 지켜보며 기가 막히다)
순애 차 선생님 같은 훌륭한 분과 같은 하늘아래서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다는 게 얼마 나 큰 위안이며 영광인지 모르겠어요....(하다가 고개 절래절래 흔들며) 아냐, 아냐... 이 대사는 지난 번에 했던 거 같은데....
순애, 다시 표정 여성스럽게 정리하고, 대사도 다시 연습 해 본다.
순애 전 차 선생님의 존재 자체가 이 메마른 세상에 내리는 한 줄기 단 비이며, 축복이 라고 생각해요.
은환 (어처구니가 없어 푸후...한숨마저 나온다...)
19. #은환 학교 외경
수업을 마치는 종소리 들린다.
20. #구름 다리 일각
점심시간이다.
학생들 서넛 장난치며 쫓아가다가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은환에게 인사한다.
은환, “그래, 점심 맛있게 먹어.” 화답해주며 걸어오는데, 구름 다리 반대편끝에서 창호와 지환, 수창, 택구, 성길이 거의 똑같은 굳은 표정으로 이를 갈며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본다.
은환, 두 사람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는데.
21. #잔디밭
상두, 똑같은 노란색 모자를 단체로 쓴 진진과 미영등 예닐곱명의 여학생들 사이 에 둘러 싸여 있다. 진창도 그 사이에 수줍게 끼어 있다.
상두 (황당한 표정) 차따리?
진진 예, 차상두를 대따 사랑하는 이쁜이들의 모임이요. WWW. 차상두. CO. KR! 제가 시삽이구요. (미영을 가리키며) 얘가 부 시삽!
미영 (수줍은 표정으로 목례한다)
진진 여기 있는 애들은 차따리 각반 대표들...운영진이예요.
여학생들, “안녕하세요, 오빠” 하고 인사한다.
상두 (어안이 벙벙한) 인터넷에 내 팬클럽이 생겼단 말이지?
진진 지금까지 가입한 회원수는 280명쯤 되는데, 하루에 두세명씩 꾸준히 늘구 있어요.
미영 오빠 소문 듣구요, 다른 학교 애들두 가입했어요.
상두 (좋아서 자기도 모르게 입이 벌어진다.) 뭘 그런 걸 만들구 그러냐? 그런 건 가 수나 탈렌트나 뭐 그런 사람들이 하는 거 아닌가?
진진 참 한명 빼 먹었다....진창아.
미영, 수줍어 하는 진창을 상두쪽으로 민다.
진창, 얼굴이 벌개져서 상두를 향해 꾸벅 고개 숙인다.
미영 쟨 진창이라구요. 수창이랑 이란성 쌍둥이 형인데요. 우리 차따리 총무예요.
상두 (갸웃) 수창이?
진진 지환이 똘마니 있잖아요...지환이 옆에 들러붙어갖구 오빠 괴롭히는 특이하게 생긴 애요.
상두 아아. (알겠다) 그러구 보니 특이한 게 어딘가 많이 닮았다.
진창 (고개 꾸벅 숙여 보이며 진지하게) 형님은 제 우상이예요...앞으로 저도 상두 형님같 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상두 하, 짜식...사람 부끄럽게...(쑥스러운 듯 웃는)
22. #구름다리 위
수창, 저 자식이...하는 표정으로 기가 막힌 듯 본다.
지환 (수창을 못마땅하게 보며) 뭐냐, 니네 형?
수창 오늘부터 의절이다, 씨....(식식거린다)
은환, 갈수록 가관이군...어이가 없고, 기가 막힌 듯 넋이 나간 표정으로 그대로 보 고 있다.
진진(E) 총무! 디카! 디카! 기념 촬영 해야지....자, 모두 서세요.
23. #잔디밭
상두를 가운데 두고 학생들 촬영 자세로 선다. (학생 하나가 사진기들고 찍기 위해 서 있다)
교장(E) 잠깐만!
상두와 학생들, 돌아보면 교장, 웃으며 오고 있다. 교장 뒤로는 순애, 조심스레 눈치 보며 쫓아온다.
교장 나두 같이 찍자...차따리 회원인데. 나두.
상두 (당혹스럽고 좋은) 교장 선생님...
학생들, 와우....하며 교장을 환영한다.
교장과 상두, 학생들, 카메라를 향해 나름대로 근사한(?) 포즈를 취한다.
순애도 어느 틈엔가 들어와 학생들 사이에 고개만 내밀고 선다.
24. #구름 다리위
잔디밭에선 차따리(?) 회원들이 사진을 찍느라 분주하고.
창호, 잔뜩 열받은 표정으로 휙 돌아서 가 버린다.
은환, 천천히 발걸음을 돌려서 간다.
구름 다리위에 주르르 서 있던 지환 일행들, 소근거린다.
수창 저렇게 두 손 다 못 쓰고 있을 때 확 기습해 버려, 지환아.
택구 좀 치사하지 않냐?
성길 우리 원래 치사하잖아.
지환 (식식거리며) 조용히들 해. 새꺄....
은환, 털레털레 지환들의 등뒤를 스쳐 지나간다.
씁쓸하기도 하고, 그리 썩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 표정에 그대로 묻어 난다.
25. # 근처 벤치
은환, 힘없이 벤치로 와 앉는다.
이때, 은환 저 앞으로 머리를 곱게 땋은 여학생, 열심히 뜨개질하고 있는 뒷모 습이 보인다. (환타지의 느낌)
숙자(E) 언한아...채 언한!
은환, 그 소리에 고개를 돌려 본다.
은환, 바로 뒤에서 갈래 머리의 여고생 숙자가 환하게 웃으며 온다. (손에는 보자기 에 싼 무언가를 들었다)
은환 (믿기지 않는 듯, 너무나 반가운) 수..숙자야!!
숙자 (은환을 향해 활짝 웃으며 온다)
은환, 반가운 마음에 눈물까지 그렁해 숙자를 향해 걸어가며 “여긴 어떻게 알구 왔 어?” 하며 숙자를 안을 듯 팔을 벌리는데.
숙자, 그대로 은환을 스쳐(마치 은환을 못 본 듯이) 저 앞에서 뜨개질하는 여학생에 게 간다.
눈물까지 그렁했던 은환, 황당하고 벙찐 표정짓고.
숙자, “언한아..”부르며 그대로 갈래머리의 소녀에게 달려간다.
갈래머리의 소녀, 17살의 은환이다.
은환, 열심히 뜨게 바늘로 털모자를 만들다가 마무리를 짓는다.
숙자 지극 정성이다, 가시나....상두 생일 선물이가, 그기?
은환 (씨익 웃으며 고개 끄덕이는)...돈두 없구 그래서....우리 엄마 헌 쉐타 풀어서 그걸 루 떴어....곧 겨울인데, 상두가 추윌 많이 타잖아.
숙자 내도 상두 생일 선물....돈도 엄꼬, 내가 잡았다.
숙자, 보자기를 풀면 말린 생선 세 마리에 각각 빨,파, 노 리본으로 깜찍하게 치장 을 했다.
은환, 푸훗 웃는.
26. #교실 복도
은환과 숙자, 조잡하게 포장이 된 생일 선물 들고 교실쪽으로 온다.
교실 창밖에서 교실안을 바라보는데.
고급스런 털모자와 세트로 된 머플러를 두른 17살의 상두(안경 설정), 여학생들(남 해 학교 교복 입은) 사이에 둘러 싸여 책상에 걸터앉아 있다.
책상 한쪽엔 고급스런 포장지로 싼 선물 꾸러미 수북하게 쌓여 있다.
27. #교실안
상두 뭘 이런 비싼 선물을 주고 그러냐? 어때, 어울리냐? 멋있어?
여학생들, “상두야, 너무 멋있어!” “오빠! 너무 근사해요!” 환호하고.
상두, 좋아서 웃으며 다른 선물들 뜯어본다.
상두 차암...부담스럽게 생일 선물까지 준비하구 그래? 니들 마음만 받으면 되는데, 난.
28. #교실 복도
교실밖에 서 있던 은환, 준비해 온 선물을 뒤로 감추고, 숙자도 뒤로 감춘다.
숙자 언한아, 우리 고마 딴 사람 좋아하자.
은환 (씁쓸한 표정)
숙자 저 잘난 머시마 한테 계속 마음주다가 쪽팔리고, 자존심 상하고....쏙병나서 일찍 죽으몬 우짜노?
은환 ......
상두(E) 선생님!
17살의 은환, 뒤를 돌아본다.
29. # 일각 벤치(현실)
성인 은환, 뒤를 돌아본다. 저편에서 성인 상두, 은환 앞으로 걸어와 선다.
상두 우리가 저녁 약속두 해야 잖냐..요, 선생님.
은환 (멍하게 보는)
상두 저녁엔 삼겹살에다 소주나 한잔 하지...요, 선생님.
은환 (멍하게)
상두 선생님!
은환 (일어나며, 감정없는) 나 되게 바뻐.
상두 ...(뚱해서) 왜 바뻐...요? 학교 마치면 집에 갈 일 밖에 더 있냐?...요?
은환 (괜히 화내는) 선생이랑 학생이랑 같냐?....(차갑게) 미안한데, 너 기브스 풀때까지 계속 바쁠 예정이거든. 니 일은 니가 알아서 해....(가는)
상두 (황당한) 선생님!
은환 (뒤도 안 돌아보고 걸어간다)
상두 (갑작스레 싸늘해진 은환의 태도가 어리둥절한)
은환 (그대로 걸어가는) F.O.
30. # 민석 병원 외경(낮)
간호사(E) 강민석 선생님, 차상두씨 들어오세요.
31. #정형외과 진료실
어깨에 깁스를 한 상두와 민석, 나란히 앉아 있다.
의사 그동안 고생 많으셨죠? 오늘부터 두 분 다 기브스를 푸셔도 될 것 같습니다.
상두 (어? 이러면 안되는데....표정이 얼핏 굳고)
민석 고맙습니다.
의사 워낙 건강하고 젊으신 분들이라 아무는 속도도 예상외로 빠르네요.
상두 (이게 아닌데....곤혹스런 표정 짓는)
의사 (간호사에게) 김 선생! 준비 좀 해줘요!!...(상두에게 다가가는데)
상두 (얼른) 싫어요. 전 아직 다 안 나았어요...전 좀 더 있다가 천천히 풀래요.
민석 (보는)
상두 한 서너 달 더 있다가 그때 풀래요...(민석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이 친구나 풀 어 주세요. (꾸벅) 전 그만 가 보겠습니다. (하며 일어서는데)
민석 (왼손으로 상두를 탁 잡으며 의사 보고) 이 친구부터 빨리 좀 풀어주세요....기브스 때문에 생업에 지금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거든요, 이 친구.
상두 (이러언 씨...)
32. #진료실앞
어깨 깁스를 풀고 가뿐해진 상두와 민석, 문 열고 나온다.
상두, 얄밉게 민석을 흘겨본다.
민석 그렇게 양팔에 붕대 칭칭 감구 은환이한테 계속 개길라 그러지?
상두 (흠칫)
민석 나랑 싸우다 어깨에 기브스한것두 차 사고땜에 생긴 상처라구 사기치고 다녔다며?
상두 너, 우리 보리 치료는 안하구 남의 사생활 뒷조사나 하고 댕기냐?
민석 대체 은환일 속이구 있는 게 몇 가지야? 다 외구는 있어?
상두 (이 자식이...)
민석 못 욀 거 같으면 수첩에 좀 적어라두 다녀. 내가 다 걱정스럽다. (발걸음 돌려 가려 는데)
상두 어이! 참새!
민석 (보는)
상두 은환이 내숭을 떨어서 그렇지, 걔 나 좋아해.
민석 ....(피식).
상두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구 걔 나 되게 많이 사랑해......어떡하냐, 너? 채이면 불쌍해 서?
민석 (푸훗 웃고) 어이, 제비!
상두 .....
민석 너, 사랑이 뭔지 아냐?
상두 뭐?
민석 (피식 웃는) 이 말까진 정말 안 하구 싶었는데....(상두에게 바짝 다가가 부드럽지만 강하게 귓속말) 넌 나한테 안돼. (웃어주고 휙 돌아 서 간다)
상두 (뺀질거리던 표정 굳어지며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저 새낀 왜 저렇게 멋있는 거야? 기분 나쁘게?
33. #보리 병실
만도, 상두의 어깨에 붕대를 다시 감아 주고 있다. 보리, 옆에서 빤히 보며 구경하 고.
만도 희안한 놈이네....다 나았다 그러는데, 왜 이걸 도루 감으래?
상두 그럴 사정이 있어....아, 얼른 감어. 점심 시간 끝나기 전에 학교 가야 돼.
만도 (히익 놀래며) 학교? (주위를 잽싸 둘러보고 소리낮춰) 짭새들한테 꼬리라두 밟 혔냐?
상두 (그제야 아차) 그 학교 말구....있어.
만도 니가 지금 갈 학교가 그 학교 말구 어디 있엄마!....안되는데....너 학교가면 보리 치 료비랑 우리 생활빈 누가 대냐? 우리 보리 인제 죽었다.
상두 오바 좀 하지 마...그 학교가 아니라니까!! (만도가 붕대를 엉망으로 감자) 아, 관둬, 됐어....(다시 붕대를 풀며) 붕대 하나두 제대루 못 감냐?
만도 이 자식은 맨날 나만 갖구 그래.
상두 (보리 보고 머리 쓰다듬어 주며) 보리야....아빠가 그동안 마음에 계속 걸렸던 게 하 나 있었거든. 나중에 우리 보리가 학교가서 아빠 최종 학력란 쓸 때 쪽팔리면 어떡 하나....그게 제일 걱정이었는데...(씩씩하게) 이제 당당하게 고졸이라고 써두 된다?
만도 고등학교 졸업장 샀냐....진작 나한테 말을 하지...내가 아는 놈 중에 그거 전문으로 위조하는 놈 있는데, 걔한테 사면 대학 졸업장까지 얹어서 싸게 살수 있는데..
상두 (휙 만도를 째려보는)
만도 (눈치없이) 근데 치사하게 니 꺼만 샀냐? 내 꺼도 하나 사주지.
보리 아빠 내꺼두, 내꺼두 사줘.
상두 (어이없는)
34. #병원 로비 화장실 일각
도발적인 차림의 세라, 여자 화장실로 뛰어들어가는데, 이때, 남자 화장실에서 상두, 교복(이 시점부터 춘추복으로) 으로 갈아입고 나온다.
화장실로 들어갔던 세라, 갸웃하며 다시 나와 상두의 뒷모습을 확인한다.
세라, 상두야! 부르려다가 조심조심 뒤를 밟아간다.
35. #병원 입구
상두, 택시를 기다리고 있다. 잠시후, 택시 와서 서고.
상두 태산 고등학교요, 아저씨.
상두, 택시에 오르고, 택시, 떠난다.
잠시후에 모습을 드러내는 세라.
세라 (의아한 표정으로 되뇌이는) 태산 고등학교?
이때, 세라앞으로 심란의 족발집 차, 와서 멎고, 한쪽 눈에 안대를 한 심란, 차에서 내린다.
심란, 차안에 탄 종업원에게 (심란의 가게에서 일하는 종업원) “30분 있다가 이쪽으 로 와” 얘기한다.
세라, 심란의 뒷모습을 생각 없이 흘끗 보고 발걸음 돌려서 로비로 들어간다.
심란, 차에서 족발 봉투 내려서 들며 몸을 돌려선다.
36. #교실 복도
점심시간이라 학생들 장난치며 부산하게 뛰어다닌다.
치약 묻힌 칫솔과 컵을 든 은환, 인사하는 학생들에게 “점심 맛있게 먹었어?” 명 랑하게 화답하며 수돗가쪽으로 걸어가다가 문득 지환 교실에 모여 앉아 있는 지환 일행을 발견한다.
지환, 수창, 택구, 성길, 머리를 맞대고 뭔가 열심히 의논을 하고 있다.
37. #지환 교실안
지환 일동, 머리 맞대고 의논하고 있다.
지환 확실해?
수창 그렇다니까! 그 포장마차가 깍두기형들 아지트래.
교실밖 복도에서 지환들을 수상히 보며 고개 갸웃하고 있는 은환의 모습 보인다.
38. #수돗가/복도
은환, 수돗가에서 양치질하고 있는데, 상두, 양치질하며 은환 옆으로 와 선다.
은환 ....(앞에 감정은 생각도 않고 반가움이 앞서) 어? 기브스 풀었네?
상두 (본체도 않고 양치질만 한다)
은환 (환해져서) 되게 빨리 풀었네? 이제 완전히 다 아문거래?
상두 (치약물 뱉고) 괜히 훌륭한 스승인 척 하지 마...세요.
은환 ?
상두 다친 날 하루 빼구는 거들떠도 안 보구 방치해 두더니....뭘 세삼스레 걱정하는 척! 을 하고 그러냐...요?
은환 ....(새침) 희서도 있구, 나 아니래두 걱정하구 챙겨주는 사람들두 많은데 뭐.
상두 (O.L.) 학생들한테 헌신적이라구 스승의 날에 표창까지 받으셨다는 분이 어떻게 이 럴수가 있냐...요?....표창장 받은거 도루 반납해야 되는 거 아냐...요?
은환 (얼굴이 벌개져서) 니가 뭐 학생이야?
상두 그럼 내가 선생이냐...요?
은환 ....(할 말이 없다)
상두 지나가는 똥개가 다쳐두 그렇게 무심하진 않을거네....아, 교육청에다 투서 쓰구 싶다.
은환 (밉게 흘겨보는)
상두 (뻔뻔하게 은환의 컵을 뺏어 꿀렁꿀렁 시끄러운 소리 내며 물로 입을 씻어내고 돌 아서 간다)
은환 (어이가 없다)
이때, 가는 상두 앞으로 “형님!” 다정하게 부르며 수창과 택구가 다가온다.
상두 (자기 아닌 줄 알고, 주위를 둘러보다가 아무도 없자....자기를 가리키며) 나?
수창과 택구, 정중하게 고개를 꾸벅 숙여 보인다.
은환, 의아한 표정으로 보고.
상두도 얼떨떨한 표정 짓는다.
수창 먼저 기브스 푸신 거 축하드립니다, 상두 형님.
상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대체 얘들이 왜 이러나 관찰하듯 보는)
택구 오늘 저녁에 혹시 시간 있으십니까?
상두 ....왜?
수창 지환이가 형님 기브스 푸신 거 축하하는 뜻에서 한턱 내겠답니다.
상두 지환이가?
은환 (분명히 꿍꿍이가 있는데...걱정스럽게 보는)
상두 (믿기지 않는 듯) 에이....설마.
택구 접때 맞짱 들 때 약속했잖아요....지환이가 지면 형님을 깍듯이 형이라 부르구, 인간 관계도 회복하기루요.
상두 (그제야) 으응....그래, 그랬지.
은환 (불안하게 보는)
수창 그럼 나중에 다시 뵙겠습니다, 형님. (꾸벅 90도로 인사하는)
택구 다시 뵙겠습니다, 형님. (같이 꾸벅 90도로)
상두 그래, 좀 있다 보자.
수창과 택구, 돌아서서 가고, 상두, 흐뭇하게 웃는다.
은환, 분명히 뭔가 흉계가 있는 것 같아 몹시 불안하다.
39. #민석 병원 휴게실
민석, 두리번 거리며 온다.
휴게실 의자에 심란, 생각에 잠겨 앉아 있다.
민석 어머님....
심란 어, 닥터 강! (손을 흔들어 보인다)
민석 (심란에게 다가오며) 웬 안대를 하셨어요?
심란 으응...다래끼가 나서.
민석 많이 불편하시겠네....어쩐 일이세요, 근데?
심란 으응...너한테 족발두 좀 갔다 주구....그리구...그게 그러니까....(망설이며 말을 못하는 데)
민석 (피식 웃으며) 보리 할아버지랑 고스톱 다시 붙자구요?
심란 ...아니, 그게 아니구....그 보린가 쌀인가 하는 애 있잖어.
민석 보리요?
심란 그래...보리....걔 한번만 보구 가면 안되까?
민석 .....(의아한 표정으로 보는)
심란 .....그날 보구 가서....자꾸만 걔가 눈에 밟혀....잠을 자다가두 밟히구....일을 하다가두 밟히구....이상하게 자꾸만 눈에 밟혀.
민석 (피식 웃고) 다래끼가 그래서 나셨구나?
심란 ....어제는 꿈을 꾸는데...(눈물이 그렁해져) 우리 팔란이가 엄마! 하면서 나한테 뛰어 와서 내 품에 안기는데....얼굴을 보니까 바루 보리 걔잖어....얼마나 놀랐던지....
민석 (안스럽게 보며 손수건 꺼내 심란의 눈물을 닦아준다)
심란 (쑥스러운 듯)....염병, 내가 이렇게 주책이다....은환이한텐 비밀이다, 민석아?
민석 (웃으며 고개 끄덕이는) 네.....보리, 정원에 있던데요.
40. #병원 정원
세라, 식판들고 보리에게 밥을 먹이려고 하는데, 보리, 싫다고 고개 젓고 있다.
보리 싫어, 안 먹어...안 먹어.
세라 너 자꾸 땡깡 부리면 아빠한테 일러준다?
보리 돈까스으....돈까스으....나두 민진이처럼 돈까스 먹구 싶어.
세라 민진이는 너만큼 안 아프니까 먹는 거잖아...너도 어서 먹고 병 나으면 돈까스 먹을 수 있어.
보리 그럼 삼겹살...삼겹사알...
세라 누굴 닮아 고집이 이렇게 쎄, 얘가?
보리 삼겹살...삼겹사알...
41. #일각
심란, 한켠에서 세라와 보리를 지켜 보고 있다.
심란 (혼잣말 중얼거리는) 애가 돼지고기가 먹구 싶나 부네....쟨 애 보는 여잔가?
42. #병원 정원
세라, 배가 아픈지 배를 문지르며 “삼겹살, 삼겹살” 칭얼대는 보리를 황당하게 본 다.
세라 아빠보구 올 때 보리 좋아하는 초코파이 사오시라...(하다가) 아우, 배야....언니 화장 실 좀 갔다 올게....
세라, 허겁지겁 심란을 스쳐 병원 안쪽으로 뛰어간다.
심란, 세라를 생각없이 흘끗 보다가 줄기차게(?) 삼겹살을 칭얼거리고 있는 보리를 본다.
43. #병원 정원 일각/병원 정원
세라, 손수건으로 젖은 손을 닦으며 오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기함한 표정이 된다.
병원 정원.
심란, 보리에게 족발을 상치에 싸서 열심히 먹이고 있다.
보리, 넙죽넙죽 맛있게 잘 받아 먹는다.
심란 꼭꼭 씹어 먹어, 꼭꼭...옳지...맛있냐?
보리 (고개 끄덕이며 웃는)
심란 이렇게 좋아하는 걸 애를 쫄쫄 굶기구....(다시 보리 입에 넣어주는데)
세라(E) (앙칼진) 아줌마!!
심란, 돌아보면 세라, 얼굴이 새파래서 쫓아온다.
세라 애한테 뭘 먹이는 거예요, 지금?!! (하며 보리 입에 들어간 것을 다시 빼낸다) 뱉어, 보리야! 입에 들어간 거 다시 뱉어!!
보리 (당황해서 세라를 보고)
심란 (어이없는 듯 보다가) 야!!
세라 (도시락에 포장된 족발과 야채들 보며) 이게 뭐야, 세상에...(하며 손으로 쳐서 족발 도시락을 엎어버리고 심란을 향해 대드는) 아줌마! 뭐야? 우리 보리 잘못되면 아줌 마 책임 질거야?! 책임 질거야?!!
심란 이 년아 내가 독약을 맥였냐? 사약을 맥였냐?!! 저거...내 손으로 먼지 하나 안 들어 가게 깨끗하게 만든 거야, 이 년아!!
세라 아줌마 대체 뭐야? 대체 어디서 나타났어?!!
심란 그러는 넌 뭐야? 니가 얘 에미야? 고모야? 이모야?
보리 우리 옆집에 언니예요.
심란 그렇지, 니가 옆집에 언니니까 그렇지....(흙 묻은 족발들을 봉지에 다시 담으며) 애 가 그렇게 돼지고기가 먹고 싶다구 노랠 노랠 부르는데....지 에미가 있었으면 천리 밖에라도 뛰어가서 사 와갖구 맥였을거다, 인정 머리 없는 년아.
세라 (빽) 우리 보린 환자란 말야!! 보통 애가 아니구, 환자란 말야!!
심란 (같이 고함 지르는) 환자한테 족발이 얼마나 좋은데, 이 무식한 년아!
세라 (어처구니가 없다....감정 가라 앉히고) 말이 통해야 말을 하지....가, 아줌마...나 아줌 마랑 말 싸움할 기운 없어, 가!!
심란 근데 이 년은 혀가 반 토막인가, 어디서 지 에미 같은 사람한테 계속 반말이야?
세라 그러는 아줌만 날 언제 봤다구 계속 년이야? 내가 아줌마 딸이야?!!
심란 내 딸이 너처럼 싸가지가 없었음 다리 몽뎅이가 부러져도 열두번은 더 부러졌다, 이 년아.
세라 (심란을 밀친다) 가! 어서 가!!...우리 보리한테 눈병 옮아! 어서 가!! 가아!!
심란 ...어...어...이 년이....이 년이...(하며 뒤로 물러서다가 안대를 활짝 벗으며) 아나...니 년한테 옮아라...내 다래끼 니 년한테 다 옮아라....(하며 세라 얼굴 가까이 얼굴을 갖다 댄다)
세라 아우. 아줌마아!!..(하며 손을 가리고 고개를 돌리다가 문득 흠칫한다.....안대를 뗀 심 란의 얼굴....어딘가 낯설지 않은 얼굴.....천천히 고개를 돌려 심란을 똑바로 본다)
심란 버르장머리 없는 년...(밉게 노려 보다가 다시 안대를 한다) 애만 아니었음 넌 나한 테 머리카락 다 뽑혔어, 이 년아...
세라 (멍하게 본다)
심란 (보리를 보며) 보리야, 아줌마가 나중에 족발이랑 삼겹살이랑 돈까스랑 이따만큼 사 갖구 오께...(세라를 다시 흘겨보며) 싸가지 없는 년..
심란, 휙 돌아서서 간다.
세라, 그대로 멍하니 서 있다.
보리 언니!
세라, 흠칫하며 보리를 보다가 다시 심란이 간 쪽을 본다.
심란의 모습, 이미 사라지고 없다.
세라, 한쪽에 놓인 핸드백을 들어 핸드백에서 사진을 꺼내서 본다. 어렸을 적 심란 과 함께 찍은 사진이다.
세라, 설마...아닐거야...아닐거야.....힘차게 고개를 가로 젓는다.
44. #은환 학교 교문앞 (노을녘)
학생들, 하교하고 있다.
45. #일각 길
스카프를 얼굴에 두르고, 모자를 푹 눌러쓰고 위장을 한 은환, 누군가를 뒤쫓아 가 고 있다.
은환 앞으로 사복 차림의 상두,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다.
46. #포장마차 (큰 규모의)
상두, 포장 마차 안으로 들어선다.
포장마차안엔 지환과 수창, 택구, 성길(사복 차림) 이 이미 와 앉아 있다가 상두가 들어서자 일어 난다.
(포장 마차안에 손님들이 제법 있는데, 지환들 테이블 옆으로 조폭으로 보이는 덩 치 큰 남자 대여섯명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
지환, 상두를 향해 꾸벅 인사한다.
지환 (웃음까지 머금고) 오셨어요?
수창, 택구, 성길, “오셨습니까, 형님!” 하며 일제히 90도로 인사를 한다.
상두 (피식 웃으며) 니네들이 조폭 깍두기들이냐? 뭔 인사를 그렇게 하냐?
옆에 앉았던 조폭들, 상두를 흘끗 본다.
상두 (조폭들의 시선은 전혀 의식하지 않고) 앉어....(하며 와서 앉는다) 근데, 여긴 술집 아닌가? 고삐리들이 이런 데 와두 되냐?
수창 아 참, 촌스럽게 왜 이래요, 형.
지환 (손을 내밀며) 그동안 죄송했어요, 형.
상두 (피식 웃으며 지환의 손을 잡는다) 어떻게 그새 철이 들었냐?...신기하네.
지환 (웃으며) 지난 일은 다 잊구, 앞으론 정말 친하게 지내요, 우리.
상두 그래, 고맙다.
은환,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서 슬그머니 구석 자리에 앉는다.
서로 악수를 하며 화기애애한 상두와 지환들을 불안한 표정으로 보는.
47. #포장마차 외경 (밤)
48. #포장마차안
은환, 소주를 병째 들어 한 모금 마시고(벌써 반병쯤 비웠다), 불안하게 상두와 지 환들쪽을 본다.
상두의 테이블.
테이블위에 빈 소주병 10병 정도 놓여 있다.
지환, 상두의 잔에 술을 따라준다.
지환 자, 쭉 드세요, 형.
상두 (원샷으로 술잔을 비운다. 제법 많이 취했다) 이거 나 혼자만 다 마시는 거 같다?
수창 우린 고딩이잖아요.
상두 그렇지, 고딩이들이 술을 마시면 안되지.
택구 우리 몫까지지 다 마셔 주세요, 형.
상두 오케바리! 몸에도 안 좋은 술, 엉아가 다 마셔주께.
지환들, 상두에게 돌아가며 계속 술을 권하고 상두, 거절하지 않고, 계속 벌컥벌컥 마셔댄다.
은환, 쟤가 대체 어쩌자구....나서지도 못하고 그런 상두를 불안하게 본다.
지환 (상두가 마시는 것을 보며 수창에게 눈짓을 한다)
수창 (알았다고 눈짓하고 상두옆에 바짝 당겨 앉으며) 형, 조기 앉은 깍두기들 있잖아요.
상두 (눈을 힘주어 뜨고 보며) 어, 있네.
수창 쟤들 되게 재밌게 생겼죠?
상두 (조폭들과 수창을 번갈아 보고) 니가 더 재밌게 생겼어.
수창 아이 참...(귓속말) 조기 당근 씹구 있는 깍두기요...뭐 같이 생겼어요?
상두 (눈을 힘주어 뜨고 보고) 씹어논 깍두기 같이 생겼네.
수창 (갑자기 푸하핫 웃음 터뜨리며 큰소리로 조폭1에게) 거기 당근 씹는 형! (상두를 가리키며) 이 형이요, 형보구 씹어놓은 깍두기 같이 생겼대요!!
은환 (눈이 동그래서 보는)
조폭1 (벌떡 일어서며) 뭐, 이 자식아!!
다른 조폭들, 참어! 참어!....하며 조폭1을 잡는다.
조폭2 (상두들에게) 술이나 처먹어, 자식들아! (자기들끼리 다시 술을 먹는다)
상두 (술이 취해서) 쟤들 뭐라는 거냐, 지금?
지환 (상두에게 대고 귓속말하는) 저기 소주병 따는 깍두기가요, 형보구 씹어논 북어대가 리 같이 생겼대요...형, 그런 말 듣구 가만 있어요?
상두 (그 말에 휙 고개를 돌려 조폭2를 노려보며 궁시렁) 저는 꼭 말 뼉다구같이 생긴 자식이...
수창 (큭큭큭 큰소리로 웃더니 다시 조폭들을 향해) 거기 파란색 면티 입은 형! 이 형이 요, 형보구 말 뼉다구 같이 생겼대요!!
조폭2, 어이없는 표정 짓다가 벌떡 일어서더니 상두쪽으로 와서 상두의 멱살의 와 락 잡는다.
조폭2 조용히 술이나 마시랬잖아, 이 자식아! (하며 그대로 상두를 갈겨버린다)
상두, 쿵하며 바닥으로 넘어지고. 은환, 놀라고 당황해서 안색이 창백해진다.
지환과 수창, 택구, 성길은 눈치보며 슬그머니 뒤로 빠진다.
상두, 조폭2를 힘껏 노려보는데, 취한 술 탓에 이중삼중으로 겹쳐져 보인다.
상두 (끄응 일어서며 정신을 차리려 애쓰며) 방금 나 친 게 너냐?...(하더니 그대로 조폭2 를 향해 힘껏 주먹을 날려 버린다)
조폭2, 쿵 넘어지고, 테이블에 앉아 있던 조폭들, 일제히 상두에게 달려든다.
포장마차, 아수라장이 되고.
상두, 그들을 대적해 나름대로 잘 싸우다가 취한 술과 숫적으로 열세한 탓에 점점 몰리기 시작한다.
충격어린 표정으로 지켜보던 은환, 벌떡 일어난다.
은환 야, 채지환! 뭐해? 니들두 같이 붙어 안 싸우구 뭐해?!!
지환과 수창, 택구, 성길, 은환의 모습에 기함하며 놀란다. 수창, 택구, 성길, “선생 님!” 부르고.
상두, 고개를 돌려 은환을 보다가 조폭에게 일격을 당한다.
은환 (상두가 당하는 것을 안타깝게 보며) 수창아! 택구야! 성길아! 뭐해, 니들!! 니들두 싸워! 비겁한 놈들아!!
지환들, 당혹한 표정으로 꿈쩍도 않고 있는데. 은환, 안되겠다 싶어 앉았던 의자를 들더니 “야 이 나쁜 놈들아!”하며 조폭들을 향해 휘두르기 시작한다.
조폭들, 주먹질을 멈추고 몇걸음씩 물러나 어이없는 표정으로 은환을 본다.
“때리지마! 상두한테 손대지 마!!”하며 계속 멈추지 않고 의자를 휘둘러 대는 은환. 쓰러졌다 일어나며 그런 은환을 감동적인 눈빛으로 보는 상두.
은환, 핑그르르 돌다가 삐끗하며 상두 위로 넘어져 버린다.
상두, 그대로 의식을 잃는데...
49. #포장마차안(6회 마지막씬에서)
상두, 조폭들을 대적해 나름대로 잘 싸우다가 취한 술과 숫적으로 열세한 탓에 점 점 몰리기 시작한다.
충격어린 표정으로 지켜보던 은환, 벌떡 일어난다.
은환 야, 채 지환! 뭐해? 니들두 같이 붙어 안 싸우구 뭐해?!!
지환과 수창, 택구, 성길, 은환의 모습에 기함하며 놀란다. 수창, 택구, 성길, “선생 님!” 부르고.
상두, 고개를 돌려 은환을 보다가 조폭에게 일격을 당한다.
은환 (상두가 당하는 것을 안타깝게 보며) 수창아! 택구야! 성길아! 뭐해, 니들!! 니들두 싸워! 비겁한 놈들아!!
지환들, 당혹한 표정으로 꿈쩍도 않고 있는데. 은환, 안되겠다 싶어 앉았던 의자를 들더니 “야 이 나쁜 놈들아!”하며 조폭들을 향해 휘두르기 시작한다.
조폭들, 주먹질을 멈추고 몇 걸음씩 물러나 어이없는 표정으로 은환을 본다.
“때리지마! 상두한테 손대지 마!!”하며 계속 멈추지 않고 의자를 휘둘러 대는 은환.
쓰러졌다 일어나며 그런 은환을 감동적인 눈빛으로 보는 상두.
은환, 핑그르르 돌다가 삐끗하며 상두 위로 넘어져 버린다. 상두, 그대로 의식을 잃 는.
50. #파출소 밖
택시에서 내린 창호, 파출소를 바라본다.
거의 소음에 가까운 술 취한 상두의 노랫소리, 파출소가 떠나가라 흘러나온다.
상두(E) 이름도 몰라요, 성도 몰라. 처음 본 남자 품에 얼싸 안겨...(댄서의 순정을 부르는)
51. #파출소 안
상두(얼굴 여기 저기가 찢어지고 핏멍울 맺혀 있다), 취해서 인사 불성이 되어 소파 에 불량스런 자세로 늘어져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상두 푸른 등불 아래 붉은 등불 아래 춤추는 댄서의 순저엉.
한쪽 의자에 은환(다쳤는지 얼굴에 일회용 반창고 두세 개 붙였다)과 지환, 수 창, 택구, 성길, 조르르 앉아 상두를 안타깝게 혹은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다.
은환의 다른 편으로는 상두와 싸웠던 조폭들, 각각 얼굴에 반창고와 파스 하나씩 붙이고 여린척 하며 엄살 떨고 있다.
상두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박수치며) 에브리바디! 함께 해요!! 깍두기 형! 같이 부르자! (노래를 부르다가 아무도 동조해 주지 않자) 씨이...재미없어...(김샌 표정 지으며 다 시 벌렁 드러누워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노래 부른다)
은환 (어이도 없고, 안타깝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창호 (들어서며) 지환아! 채 선생님!
지환 선생니임...(구원을 요청하는 표정으로 창호를 보는)
은환 (잔뜩 무안한 표정으로 창호 보고 목례만 한다)
창호 어떻게 된 겁니까? (상두를 휙 노려보며) 저 자식은 또 뭡니까?
소장 (상두를 한심하게 보며) 김 순경! 쟤 좀 조용히 시켜!!
김순경 (상두에게 다가가) 어이! 조용히 해, 응? 조용히 해!
상두 (게슴츠레 눈을 뜨고) 싫어! 조용히 하기 싫어! (더 큰소리로 꽥꽥 소리 지르며 노 래 부르는)
김순경 이 자식이 정말....(경찰봉으로 상두의 입을 탁탁 때리며) 입 못 다물어?!! 여기가 니 집 안방인 줄 알어, 임마!!
은환 (버럭) 아저씨!!
김순경 (갑작스런 은환의 고함소리에 깜짝 놀라고)
은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암만 술에 취해 정신이 없는 애라구, 그렇게 폭언을 하시 구 폭력을 휘두르시면 안되죠!
지환 (어이없는 표정 짓는)
상두 (계속 노래 부르고)
은환 (주위를 휘 훑어보더니 테이블위에 있는 단팥빵 발견하고 빵 봉지를 뜯더니 상두의 입에 물려준다) ...이거 먹구 조용히 해....착하지?
상두 (그대로 눈을 감은 채 입에 물린 단팥빵 먹으며 그제서야 조용해 진다)
창호와 지환들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고.
은환 (안심한 표정으로 다시 의자에 앉는다)
소장 (김순경과 어이없는 시선 교환하고 은환과 조폭들을 보며) 그러니까, 저쪽에 단팥 빵 먹는 늙은 학생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 이거죠?
조폭2 (순진하고 여린 표정하고) 저보구는 말뼉다구 같이 생겼다구 그러구요, (조폭 1를 가리키며) 얘 보구는 씹어논 깍두기 같다구 그러구요....(지환들을 보고 양해 구하 는) 그치, 얘들아아?
수창 (택구 보며) 그 보다 더 심하지 않았냐?
택구 난 살다 살다 그런 심한 욕은 첨들어봤어.
지환 언어 폭력이 사실은 더 무서운 거 아닌가?...저 형들 마음의 상처 엄청 입었을걸요?
은환 (기가 막혀 지환을 노려보고)
성길 저 조폭 형들은요 정당 방위였어요.
수창 우리가 사실 단팥빵 먹는 형이랑 같은 편이지만요, 우리가 보기에도 단팥빵 먹는 형이 진짜 심했거든요.
지환 솔직히요, 저 조폭형들 치료비두 저 단팥빵 먹는 형이 다 물어줘야 된다구 봐요, 저희들은.
이때, 드렁드렁 코고는 소리 난다.
은환등 일동 뒤돌아보면 상두, 먹던 단팥빵을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잠에 곯아 떨어 져 있다.
성길 저기 단팥빵 먹다 자는 형한테 난 상처 있죠, 저거 사실은 자기가 휘두른 주먹에 자기가 맞은 거예요.
조폭들과 지환들, 서로 호의의 미소를 교환한다.
은환 (기가 막혀 허..허..말을 잇지 못하고 있다가) 너네들 제대루 얘기 해! 위증이 얼마 나 큰 죈 줄 몰라?
지환 아무리 팔이 안으로 굽는다구 선생님도 그러시면 안되죠! 닭의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저희한텐 그렇게 가르쳐 주셔놓구...(파출소장을 보며 뻔뻔하게) 진실 을 말하는 것도 죄라면....저희요, 기꺼이 깜방에 들어가께요.
은환 (저 자식이...할 말을 잃는다.)
소장 거기 단팥빵 깨워봐!
김순경 (상두를 흔들어 깨운다) 이봐....이봐아....이봐아.
상두 (귀찮은 듯 눈을 반쯤 뜨고) 뭐어?
김순경 저 학생들이 한 말 사실이야? 니가 먼저 시비 걸구 니가 저 사람들 다 팼어?
상두 (귀찮다는 듯) 아, 몰라. (자려는데)
김순경 (계속 흔들어 깨우며) 니가 했어, 안 했어?
상두 아, 씨...
김순경 니가 했어? 안 했어어?
상두 (귀찮아서) 아우, 그래...내가 했어, 내가 했어!!....한번만 더 깨우면 확 뽀뽀해 버린 다?...쩟...(온갖 짜증 다 내다가 잠에 다시 곯아 떨어진다)
은환 (어이가 없다.)
소장 (한심하게 상두를 다시 흘끗 보고) 근데, 너네들은 고등학생이라는 놈들이 포장마차 에서 술이나 마시구 그래두 되냐?
지환 (창호 눈치 살피며) 단팥빵 먹다 자는 형이 억지루 먹인거예요.
수창 우린 고딩이라구 그렇게 안 먹는다구 안 먹는다구 그랬는데..저 형한테 맞을까봐 하 는 수 없이 일잔만 했어요.
택구 저 형 진짜 무섭거든요....무서워. (하며 수창에게 안기고)
성길 조폭보다 훨씬 무서운 놈이예요, 저 형은....너무 겁나. (하며 수창에게 안기고)
은환 (니들 정말....지환들을 죽일 듯 노려보고)
지환 (뻔뻔한 표정)
상두 (코고는 소리 점점 더 심하게 내며 잠에 빠져 있는)
창호 소장님, 제가 (지환을 가리키며) 이 학생 담임인데요....(상두를 가리키며) 저 단팥빵 먹다가 자는 자식이 원래 질이 보통으로 나쁜 놈이 아니거든요....진작에 순진한 아 이들과 격리를 시켰어야 하는데 저희 불찰입니다.
은환 (환장하겠다)
창호 저 녀석은 부디 가차없이 법대로 처리해 주시구, 선량한 저희 학생들은 제가 그만 데려 가두 되겠습니까?
소장 (잠깐 생각하다가) 그렇게 하세요....(은환보며) 선생님두 늦었는데, 그만 돌아 가십 시오.
은환 아뇨, 전 여기 있을래요.
지환 (야, 미쳤냐? 하는 표정으로 은환을 보는)
은환 (강건한 표정) 학생이 파출소에 있는데, 선생이 어떻게 집에 가요? 여기 같이 있을 래요, 전.
이때, 퍽 소리 나며 상두, 소파 밑으로 굴러 떨어져 버린다.
52. #파출소앞
창호, 지환과 수창, 택구, 성길을 데리고 나온다.
지환, 찜찜한 표정으로 파출소쪽을 돌아본다.
53. #파출소안
은환, 잠든 상두앞에 쪼그리고 앉아 안타깝게 상두를 본다.
기가 막히고 어이가 없어 한숨이 절로 흐른다.
은환, 자신의 얼굴에 붙은 일회용 반창고를 떼서 상두의 상처난 얼굴에 붙여 준다.
파출소엔 김순경만 앉아 전화 받고 있다.
은환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지환아. 상두 형이야, 이 사람....너 옛날에 상두 형 되게 좋 아했잖아.....엄마보다두 누나보다두 상두형만 따르구 쫓아다녔잖아....(울컥하는) 이 사람이 바루 그 상두 형인데....니가 좋아하던 그 상두 형인데...(마음이 아픈)
상두 (눈 감은 채 목이 불편한 듯 잠꼬대처럼) 베게...삼촌...아, 왜 남의 베게를 뺏어가구 그래?.....목 아퍼. 나 베게 줘....
은환 .......
54. #파출소앞
술 취한 취객 서넛, 순경들에게 잡혀 파출소안으로 끌려 들어간다.
이때, 자가용 한 대 와서 멎고, 민석, 내린다.
55. #파출소안
파출소는 취객들로 소란스럽고.
민석, 파출소 안으로 들어서다가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다.
상두, 은환의 무릎을 배고 잠들어 있다.
은환, 목고개를 아래 위로 흔들며 꾸벅 꾸벅 졸고 있는데, 고개가 숙여져 상두 얼굴 에 닿을 뻔한다. 거의 입술과 입술이 닿을 뻔하는...오해를 불러 일으키기 좋은 묘한 상황이다.
민석 (기가 막힌 표정 짓다가) 은환아.
은환 (그대로 못 들은 듯)
민석 채 은환!!
은환, 그 소리에 흠칫 놀라 눈을 뜨며 고개를 바싹 든다. 눈앞에 있는 민석을 보고 기함을 하며 “민석씨”하며 벌떡 일어나는데.
은환이 일어서는 바람에 상두, 그대로 다시 바닥으로 쿵 떨어진다.
56. #파출소밖
은환, 당혹스런 표정으로 민석의 차 앞에 서 있다.
잠시후 민석, 잠든 상두를 업고 파출소에서 나온다.
민석 뒷문 좀 열어줄래?
은환 (민석의 눈치를 살피며 차 뒷문을 열어준다) 민석씨, 빽 좋네?
민석 나 때문이 아니구, 니 제자 사랑에 감동해서 일단 보내주는 거래.
은환 .....
57. #민석의 차안 (달리는)
민석, 운전하고 있고, 은환, 좌불안석의 표정으로 조수석에 타고 있다.
상두, 뒷좌석에 널부러져 여전히 코를 골며 자고 있다.
은환 ...지환이가 얘기 했어?
민석 (티내지 않고 밝게) 응....
은환 ...뭐라 그래?
민석 니네 반 학생이 사고를 쳐서 같이 파출소에 잡혀 있다구.
은환 ...다른 말은 안하구?
민석 다른 말? 무슨 말?
은환 아. 아냐...
이때, 상두, 벌떡 일어나더니.
상두 (버럭 고함 지르는) 채은환!!
민석과 은환, 동시에 화들짝 놀라고.
은환 (기함한 표정으로 돌아보는)
민석 (저 자식이...표는 차마 못 내고...표정)
상두 (앞좌석으로 고개 길게 빼서 은환 얼굴 가까이 대고 씨익 웃으며) 은환이 맞네...(술 이 취해서 횡설수설) 내가 퀴즈 하나 낼테니까 알아 맞춰 볼래?
은환 (기함하지만 애써 담담한 척) 차...차상두, 그냥 조용히 자....(민석 눈치 살피며) 얘가 ...이 학생이 혼자서 소줄 열병 넘게 마셨거든....시간이 갈수록 자꾸 술이 오르나봐. 완전히 이성을 잃었네, 얘가.
상두 (은환 얼굴에 더욱 얼굴을 가까이 대고) 알아 맞춰봐아...이 세상에서 가장 내숭 잘 까는 여자는 누구일까요?
은환 야아...
민석 (기가 막히지만, 그래, 모른 체 해 주자) 학생! 선생님 괴롭히지 말구, 조용히 디비 져 잘래?
상두 (휙 민석쪽으로 고개 돌리더니) 넌 누구야, 임마!
은환 (곤혹스럽고)
민석 (확 끓어오르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니가 그러구 있음 내가 운전하는데 방해가 되 거든....누워 자, 그냥....착하지?
상두 (어린애처럼 칭얼거리는, 술주정이다.) 퀴즈를 알아 맞혀야 자지이....이 세상에서 가 장 내숭 잘 까는 여자는 누구일까아요?
은환 (미치겠다)
민석 몰라! 뭔데?
상두 (민석의 뒷통수를 탁 때리며) 답을 갈쳐 주면 문제를 왜 내냐, 내가?!...바보 아냐?
민석 (참자...)
은환 (민석 눈치 살피며) 차상두!! 너 정말 선생님한테 혼난다! 술 깨면 바루 퇴학이야, 너!!
상두 (들은 체 만체) 이 세상에서 가아장 내숭 잘 까는 여자는 누구일까요?
민석 맞히면 조용히 잘래?
상두 (고개 끄덕이는)
민석 은환이...채 은환!
은환 (어이없다는 듯 민석을 보는)
상두 딩동댕! 맞았습니다....정답은 채은환입니다.
은환 차 상두! 너 자꾸 술 주정 부리면 길바닥에다 그냥 내려 놓는다?
상두 은환이는요, 상두를 좋아하면서두요, 괜히 싫은 척 하구요 밉다 그러구요 내숭만 깐 답니다. 은환이는요, 상두를...(하는데)
은환 (참다 안되겠는지 벌떡 몸을 일으켜 상두를 돌아보고 상두의 이마빡을 힘껏 때리며 밀친다)
상두 (그대로 좌석으로 널부러져 쓰러지며 눈을 몇번 껌벅이다 다시 잠에 빠져드는)
은환 (좌석에 다시 반듯하게 앉으며 민석의 눈치를 보며 어색한 웃음까지 웃으며) 나이 가 많아서 그런가...선생이 지 친군줄 알어요. 틈만 나면 맞먹을라구 드네.
민석 ...저 학생, 집이 어딘지 알어?
은환 ....몰라.
민석 호텔에 데려가기두 그렇구...우리 집에 데려가서 재우자, 그럼.
은환 (당황하는) 민석씨 집에? -엔딩
old/old_scrapbook 2003. 11. 1. 13:04
1. #학교 일각
상두,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어슬렁어슬렁 나온다.
상두 (주위를 휘 둘러보며) 누구야? 누가 나 불렀어?
지환(E) 내가 불렀어.
상두, 돌아보면, 지환, 수창과 택구, 성길을 양 옆으로 두고 제 딴에는 매서운 표정 을 짓고 섰다. 지환의 손엔 권투 글러브 들려 있다.
상두 (어이없는 듯 피식 웃는) 왜?
지환 주먹짱, 접수하시겠다며? 큰소리 치는 놈들 치구 제대루 된 놈을 못 봐서 말이 야.
상두 (피식 웃는) 놈?
지환 (권투 글러브를 상두에게 휙 던져준다)
상두 (탁 받고)
지환 지난번엔 연장자 공경 차원에서 내가 봐줬구, 이제 뭐 친구가 됐으니 제대루 맞짱 한번 떠야지 않것냐?
상두 (피식 웃고)....아가야, 엉아는 학업에 정진을 좀 해야 되는 사람이라서 니들이랑 놀 아줄 시간이 없거든....니들끼리 놀아, 응? (글러브를 수창쪽으로 휙 던져주고 돌아 서려는데)
지환 야!
상두 (걸음 잠깐 멈췄다가 다시 걸어가는데)
지환 쫄았냐?
수창 쫄았나봐.
택구 쫄았어, 쫄았어.
상두 (그 소리 그대로 들으며 천천히 발걸음 옮기는데 지환들의 말소리 뒤통수로 들린 다)
지환 차...별것도 아닌 놈이....
수창 괜히 겁먹었나봐, 그치?
택구 괜히 겁먹었나봐, 그치? 별 것도 아닌 놈이...
상두 (가던 걸음을 딱 멈춘다)
지환들, 돌아서려다 약간 긴장해서 본다.
상두, 휙 돌아서더니 지환들쪽으로 온다. 수창과 택구, 성길 흠칫하며 자기도 모르 게 몇걸음 뒤로 물러나고.
상두 맞짱 떠서 내가 이기면 내가 하라는대루 할래?
지환 뭐?
상두 나한테 깍듯이 형이라 부르구, 나하구 관계 회복 및 인간이 한번 돼 볼래?
지환 (푸후 비웃고 어이없다는 듯 보다가) 내가 이기면?
상두 니가 이기면 니가 하라는대루 다 해주지.
지환 (잠깐 생각하다가) 이 학교에서 나가 줄래? 내가 이기면!!
상두 (피식 웃고 호쾌하게) 그러지 뭐.
2. #교무실
은환, 컴퓨터에 상두의 학생 기록부를 만들다가 “말도 안돼, 말도 안돼, 이건!” 하며 괴로운 표정으로 머리를 감싸쥔다.
순애 (옆자리에 앉아 있다가) 말돼요, 선생님!
은환 (순애를 보면)
순애 우리 훌륭한 차 선생님, 그 면학에 대한 열정과 용기를 격려는 못해줄 망정...언제까 지 말이 되니 안되니 숱도 없는 머릴 쥐어 뜯구 계실거예요?
은환 (당황하는) 에?
순애 교장 선생님도 그런 장한 학생이 있음 우리 반같은 에이스 반으로 보내주시지....저 런 문제아들만 드글대는 문제 선생반에 가서 기분만 나쁘지, 배울 게 있을지 모르 겠네.....인사를 어떻게 이렇게 하시나? 교장 선생님은?
은환 (할 말을 잃고 머쓱해진다)
이때, 진진(은환반 학생), 뛰어 들어온다.
진진 선생님!
은환 어, 진진아.
진진 저기....3분 후에 학교 뒷산에서요 상두 오빠랑 2반에 지환이랑 맞짱 뜰거래요.
은환 (기가 막힌) 엉?
3. #학교내 화장실안
택구와 성길, 열심히 지환의 어깨를 주물러 주고 있다.
수창, 화장실로 들어오더니 주위에 누가 없는지 스윽 훑어보다가 주머니에서 쇳덩 이 두 개를 꺼낸다.
수창 몸무게를 실어갖구 한방만 제대루 맞혀....이거 한 대만 맞으면 암만 날구 기는 놈이 래두 바로 케이오야.
수창, 지환의 글러브에 쇳덩이를 집어넣는다.
지환 (눈빛이 빛난다)
4. #학교 뒷산
상두, 팔짱을 끼고 피식피식 웃음까지 흘리며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지환을 보고 있 다.
수창, 지환의 입에 마우스 피스를 끼워주고, 택구, 지환의 손에 글러브를 끼워주고 있다. 성길은 옆에서 계속 안마해 주고 있다.
주위에 희서등 학생들 스무명쯤 둘러 서 있다.
수창 (상두 보며) 뭐하냐...요? 글러브 안끼냐?...요?
상두 (자신의 손에 들려진 글러브 흔들어 보이며) 들어가야 끼지...유치원 애들 끼는 걸 주냐?
지환 (피식 비웃고) 무능한 나뭇꾼이 도끼만 탓한다지?
수창 그냥 대충 껴!!...요.
상두 (할 수 없이 맞지도 않은 글러브 간신히 끼고 하복 윗도리 벗어던지고 런닝차림으 로 대련 자세로 선다) 시작 하자.
택구, 지환의 하복 윗도리 벗겨주고, 지환, 상두 맞은편으로 와서 선다.
수창과 택구, 성길, “채지환! 파이팅!” 외치고.
수창, 준비해온 빗자루로 세수세야를 탕 친다.
서로 견제하며 맴을 도는 상두와 지환.
지환, 주먹을 뻗는데, 상두, 요리 조리 잘 피하며 공격은 하지 않는다.
상두 내가 딱 너 한대만 때릴거거덩...제대로 안 맞게 잘 피해라...빗나가면 전치 3주, 제 대로 맞으면 전치 8주다.
이때, 저편에서 은환과 순애, 진진, 뛰어 올라온다.
은환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기함을 해서) 니들 지금 뭐하는 거야? 그만 둬, 당장!!
상두 (그 소리에 잠깐 하던 것 멈추고 은환을 돌아보는데)
지환 (이때다 싶어 있는 힘껏 주먹을 휘두른다)
상두 (본능적으로 잽싸게 피한다)
지환 (약이 올라 주먹을 마구 휘둘러 댄다)
상두 (요리 조리 방어만 하며 기가 막히게 피하며 말하는) 죄송합니다, 선생님...제가 오 늘 이 자식을 사람을 좀 만들어야 겠어서요.
순애 (상두가 맞을까봐 인상 있는 대로 쓰고 입만 벌려서 살짝 ‘차 선생님, 화이팅’)
은환 (하얗게 질려) 차 상두! 채 지환! 그만 못 둬!!
지환이 휘둘러대는 주먹에 상두, 공격은 하지 않고, 용케 방어만 하며 잘 견디고 있다.
수창과 택구, 성길은 “죽여라!” “박살 내버려!” “대한민국!” 연호하며 월드컵 박수까 지 오바해서 쳐대며 응원한다.
은환 그만 해! 경찰 부른다, 늬들!! 그만 해애!! (하는데)
상두 (빨리 끝내버리자 결심하고 그대로 레프트 훅! 라이트 훅! 지환의 얼굴과 몸을 향 해 날려버린다)
휘청하는 지환, 코에서 피가 주르르 흐른다. 잠깐 멍해 있다가 거짓말처럼 쿵 넘어 져 버린다.
은환 (놀라서 눈이 동그래지고)
순애 (자기도 모르게 와아...손을 들며 함성 지르다가 아차 하며 금방 근엄한 표정이 된 다.)
수창과, 택구, 성길, “지환아! 지환아!” 부르며 지환에게 와 지환을 흔든다.
지환, 힘겹게 실눈을 떴다가 황당하기도 하고, 희서에게 쪽도 팔리고, 씨이...하며 아 예 눈을 감아버린다.
상두 (푸후 한숨 뱉다가 문득 은환과 시선을 마주친다)
은환 (상두를 원망의 표정으로 노려보는)
상두 (머쓱해서 은환의 시선을 피하는)
은환 (그대로 노려보는)
5. #양호실
코에 솜을 틀어박은 지환, 으으으....신음 소리 내며 누워 있다.
상두에게 맞은 얼굴부분엔 시퍼렇게 멍이 들기 시작한다.
은환, 속상한 표정으로 지환을 보고 있다.
은환 그렇게 당하구두 정신을 못 차렸어? 너 같은 건 상두한테 쨉두 안된다 그랬잖아!
지환 (시시거리는) 죽여 버릴거야...죽여 버릴거야, 씨이...
은환 속상해, 정말....
이때, 양호실문 열리며 창호, 들어선다.
창호 (눈이 동그래져서) 지환아...아니, 이게 무슨 꼴이야?
지환 (창호를 보자) 선생니임...(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창호 (방방 뛰며) 언 놈이야? 누가 널 이 모양으로 만들었어?! 조폭이야? 깡패야?!
은환 (답답하다)
6. #수돗가
상두, 찜찜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겨 있다가 푸파푸파 세수하기 시작한다.
이때, 상두의 어깨를 툭툭 건드리는 나무 막대기. (회초리)
상두, 돌아보면 창호, 얼굴이 울그락 푸르락해서 서 있다.
상두 (또 골치 아파지겠구나 싶다)
7. #운동장
상두, 운동장을 돌고 있다. 얼굴에 땀이 가득하다.
창호, 조례대쪽에 서서 상두의 향해 소리를 지른다.
창호 열 바퀴다! 한 바퀴도 빼 먹지 말구, 제대루 돌아, 임마!!
상두, 이를 앙물고 뛴다.
벌받고 있는 상두를 지켜보고 있는 어떤 시선.
8. #은환반 교실
은환, 창가에 서서 굳은 표정으로 상두를 지켜보고 서 있다.
학생들, “안녕히 계세요, 선생님” 인사하며 삼삼오오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은환,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듯 학생들에게 화답도 않고 바위처럼 서 있다.
9. #운동장
상두, 런닝이 땀에 흥건히 젖은 채 달리고 있다.
하교하던 희서, 안타깝게 보고, 순애도 한쪽에서 마음 아프게 보고 있다.
수창과 택구, 고소하다는 듯 다른 쪽에서 지켜본다.
온 몸이 땀으로 젖은 상두, 열 바퀴를 다 뛰고 창호쪽으로 온다.
상두 (애써 지친 표정 감추고 헉헉거리지만 씩씩하게) 열바퀴 다 돌았습니다.
창호 (쓰러질 줄 알았는데, 강적이네 자식...하는 표정으로 상두를 보는데)
은환(E) 열바퀴 더 돌아!!
상두와 창호,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 본다.
은환, 저편에서 걸어오며.
은환 (창호에게) 선생님은 그만 퇴근하세요, 저희 반 학생이니까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 다.
상두 (은환을 표정없이 보고)
창호 (약간 당혹스러워하다가) 예.....(상두를 보고) 우리반 애들한테 한번만 더 손 대봐!!
콱 그냥...(한대 칠 듯 폼 잡다가 돌아서 간다. 가면서 중얼거리는) 학생이 아니구, 깡패가 들어왔어요, 깡패가...
상두 ......
은환 (창호가 멀어지자) 열바퀴 더 돌란 말 안 들려!!
상두 (불쌍한 표정으로 은환을 보는)...선생님.
은환 내 동생을 때렸다구 사적인 감정 때문에 이러는 거 아냐!...나설 때 안 나설때를 잘 가리는 사람이 되자! 니네집 좌우명 이랬지?
상두 ......
은환 희서가 당할땐 가만 있던 주먹이 지환이를 때릴땐 그렇게 용감 무쌍해지니?....니 주 먹이 나설 때 안 나설 때 잘 가리구 있다구 생각해, 지금?
상두 (피식 씁쓸하게 웃는)
은환 열바퀴 더 돌아!
상두, 씁쓸하게 웃고, 다시 운동장을 돌기 시작한다.
상두를 지켜보고 있던 희서, 순애, 수창과 택구, 의아한 표정 짓는.(은환과 상두의 대화 내용은 자세히 모른다)
10. #운동장 (노을녘)
시간경과.
상두, 운동장을 뛰고 있다.
하늘가에 노을이 물들고 있다.
은환, 조례대에서 감정 애써 누르며 상두를 지켜보고 있다....상두를 지켜보던 순애 와 희서, 발 걸음을 돌려 간다. 순애, 차마 떨어지지 않은 걸음을 옮겨가는 안타까 운 표정 절절하다.
지환, 성길의 부축을 받아 가다가 운동장을 뛰는 상두를 고소하다는듯 보며 수창, 택구와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상두, 온 몸이 땀으로 다시 흥건히 젖고, 이젠 제법 힘들어 보인다.
은환 열바퀴 다 돌았잖아, 그만 들어와!!
상두, 그대로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은환, 당황해서 보는.
점점 노을이 짙어지고, 땅거미가 내려앉기 시작한다.
여전히 달리고 있는 상두.
은환 (당황한 표정 역력해서 상두를 향해 소리 지르는) 그만해! 열바퀴 다 돌았잖아!!
상두 (그대로 고집스럽게 뛴다)
은환 그만해, 차상두!!
상두 (멈추지 않는다)
11. #운동장(밤)
시간경과.
운동장 완전히 어두워졌고, 야자를 하는 반의 형광등들만 켜져 있다.
은환, 어이가 없고 기가 막히다.
달리는 상두, 완전히 힘이 빠졌는지 휘청휘청 걷다가 철퍼덕 운동장에 드러누워버 린다. 땀 범벅이 되어 당장 숨이라도 끊어질 듯 가픈 숨을 몰아쉬는 상두.
은환, 속상한 표정으로 상두에게 다가간다.
은환 너 지금 나한테 반항하는 거야?!!
상두 (헉헉 가픈 숨만 계속 몰아쉬고)
은환 바보야! 내가 열 바퀴 돌랬지, 서른 바퀴 돌랬냐? 숫자 계산두 제대루 못해, 이 돌 대가리야?!!
상두 ....(계속 가픈 숨 쉬고)
은환 (울컥) 죽을려구 환장했어, 이 새 대가리야!!
상두 (은환을 물끄러미 보더니 일으켜 달라고 손을 내민다)
은환 (잠깐 망설이다가 상두의 손을 잡아 주는데)
상두, 그대로 은환의 손을 끌어 당겨 운동장 자리 옆자리에 눕혀 버린다.
은환, 어어...하지만, 상두의 완력을 이기지 못하고.
은환 야, 너 지금 뭐하는 거야? 애들 봐...(일어나려 하는데)
상두 (은환의 어깨를 꽉 잡고) 하늘에 별 줌 봐요, 선생님.
은환 (상두를 보다가 그제야 하늘을 올려다 본다)
까만 하늘에 쏟아질 듯 별들이 총총히 박혀 있다.
상두 서울 하늘에도 별이 보이네요....우리 고향에서 보던 별 하구 아주 똑같애요.
은환 (흔들리는 눈빛으로 별을 보다가 상두를 본다)
상두 (별 하나를 가리키며) 저기 위에 반짝이는 별 이름이 뭔지 아세요?
은환(E) 차상두! 저기 위에 반짝이는 별 이름이 뭔지 알어?
12. #초원(회상)
17살의 은환과 상두, 초원에 누워 밤 하늘을 보고 있다.
은환 조기 빛나고 있는 게 거문고 자리, 직녀성이야...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알타이르, 견 우성이랑 마주 보고 있는데...견우성은 잘 안 보이네, 오늘.
상두 (졸린 눈을 간신히 뜨고 있는)
은환 불쌍하다, 견우 직녀.....그렇게 사랑하는데 그냥 만나서 살게 해주지....그치?
상두(E) (드렁드렁 코고는 소리)
은환, 벌떡 일어나서 상두를 본다. 코를 골며 곯아 떨어져버린 상두.
은환, 어이없는 표정으로 상두를 흘겨본다.
13. #운동장 (현실)
은환, 멍한 표정으로 밤하늘의 별을 보다가 문득 정신 차리고 일어나려고 하는데, 상두가 어깨를 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상두 조기 빛나고 있는게 거문고 자리 직녀성이예요....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알타이르, 견우성이랑 마주 보고 있는데....견우성은 잘 안 보이네요, 오늘.
은환 (흠칫 당황하며 상두를 본다...눈빛이 심하게 흔들린다.)
상두 (하늘을 보며) 불쌍하다, 견우 직녀....그렇게 사랑하는데 그냥 만나서 살게 해주지... 그쵸, 선생님?
은환 (가슴이 꽉 막혀 오며 눈물이 그렁해진다)
상두, 계속 하늘에 시선을 주다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더니 은환을 덮치며 키스하려 한다.
은환, 당황해서 눈을 질끈 감는다.
격정에 못 이겨 은환의 입술 가까이로 입술을 가져가던 상두, 문득 정신이 들며 딱 멈추어 버린다.
은환, 다시 눈을 뜨며 눈이 동그래지는데.
상두, 벌떡 일어나더니 다시 운동장을 뛰기 시작한다.
은환, 몸을 일으키며 쪼그리고 앉아 뛰는 가슴을 어찌할 줄 몰라 하다가 운동장을 뛰고 있는 상두를 노려 본다.
은환 (소리 지르는) 차상두! 너 오늘 백 바퀴 돌아, 이 자식아!!....(혼잣말) 응큼한 자식.
상두 (그대로 묵묵히 계속 운동장을 뛴다)
가슴이 떨려 일어나지도 못하고 쪼그리고 앉아 상두를 흘겨보는 은환과 운동장을 돌고 있는 상두의 모습 한 화면에 잡히며. F.O.
14. #상두 옥탑방 마당(아침)
상두의 교복이 빨랫줄에서 펄럭이고 있다.
세라, 쟁반에 곰국이 든 남비를 받쳐들고 오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상두의 교복을 본다. 이게 뭐지?...갸웃하는.
이때, 상두 방쪽에서 맘보 음악 흘러 나온다.
15. #상두방
옷을 다 벗고 트렁크 팬티만 입은 상두, 전신 거울앞에서 맘보 춤을 추고 있다. (‘아비정전’의 장국영 같은 느낌)
이때, 열려진 문 틈으로 세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두를 홀린 듯(?) 지켜보고 있다.
상두, 한참 춤을 추다가 문득 시선을 돌리는데, 넋을 읽고 자기를 바라보는 세라의 시선과 마주친다.
상두 (엄마야!하며 자기도 모르게 양팔로 가슴을 가리며 움츠린다) 누구야?
세라 (방문을 빼꼼히 열고) 나야, 상두야. (상두를 몸을 아래위로 훑어보는데)
상두 뭘봐, 응큼하게? (면티를 훌렁 껴입는다) 성희롱으루 경찰서에 확 고발해버린다?
세라 (씨익 웃는다) 난, 니가 내 남자라는 게 너무너무 행복해, 상두야.
상두 (추리닝바지 꿰 입으며 눈을 부라리는) 식전 댓바람부터 뭔 헛소리야, 기집애가? 누 가 니 남자야?
세라 니가 암만 깡총 거려두 넌 나한테 오게 돼 있대.
상두 (세라의 머리에 손을 대보고) 열두 없는데?
세라 조도사님이 그랬어...가을이 와서 바람이 선선해지면 니가 제 정신 찾구 나한테 돌 아 온다구.
상두 (어처구니가 없다)
세라 우리 동네 용한 점쟁이 있거든. 우리 주인 아저씨 바람난 여자가 있는 것도 알아맞 히구, 그 여자가 동북쪽 방향에 사는 것도 알아맞혔대. 쪽집게래.
상두 그 새끼 사기꾼이야. 돈 도루 받아와. 세상이 뒤집어져두 나, 너한테 안 가. (나 가려는데)
세라 (상두를 가로 막으며) 와라...잘해주께....평생을 너만을 위해 살께...응?
상두 나 지금 똥 마려, 세라야.
세라 그 선생님인가 하는 기집애 아직도 만나?
상두 매일 만나지.
세라 (눈에 불꽃이 인다) 죽여버릴거야.
상두 (미치겠네)
세라 그 년두 죽이구, 너두 죽이구, 나두 죽어버릴거야.
상두 (진지한 표정) 공갈 협박으루 경찰에 신고해버려야지...(옆에 있던 핸드폰을 들고 전 화 번호 누르려는데)
세라 야아....(하며 핸드폰을 뺏어 든다)
이때, 핸드폰 벨 울린다.
세라 (냉큼 핸드폰을 받는다) 네에...윤 세라 낭군님 전홥니다.
상두 (기집애가...눈을 부라리며 홱 뺏어들고 방을 나간다)
세라 (시이거리며 노려보는)
16. #상두 욕실
상두, 욕실문 잠그고, 바지 내리고 변기에 걸터앉는다.
상두 (난감한) 어...자기야?
수희(F) 방금 그 여자 누구야?
상두 (혹시 세라가 들을까 목소리 낮춰) 무슨 여자?...모르겠는데?.....아, 혼선이 됐나 부 다...요즘 이상하게 핸드폰이 혼선이 잘 돼.
17. #상두 욕실앞
세라, 와서 문짝에 쫑긋 귀를 대고 통화 내용을 엿듣는다.
상두(E) 피하긴 내가 자길 왜 피해?....워낙 바빠서 그렇지.
세라 (자기?....표정이 일그러지는)
18. #욕실
상두 (끄응 힘을 주며) 글쎄...스케줄이 언제 날 지 모르겠네...내일부턴 내가 싱가폴 출장을 좀 가야 되거든.
수희(F) 지금 당장 만나, 그럼.
상두 (난처한) 지금 당장?
수희(F) 내 친구 훈숙이 알지? 걔네 집에서 기다리께...당장 나와.
상두 당장은 곤란한데?....내가 지금 일두 좀 있구...
수희(F) (O.L.) 나올때까지 기다릴거야....만약에 안 나오면, 나 죽어버릴거야, 오늘.. 정말이 야.
상두 자기야. (하는데)
뚜뚜뚜...전화 끊어지는 소리 들린다.
상두 (기가 막힌 표정 짓다가 핸드폰 닫으며) 이 여자나 저 여자나...지들이 무슨 자해 공 갈단이야?....걸핏하면 죽는다고 협박이야....(괜히 큰 소리) 죽는다면 내가 겁낼 줄 알어?!!...(하다가) 겁나지....
상두, 짜증난 표정으로 “하아, 학교 가야 되는데...”하며 머리를 흐트리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오르는 표정.
19. #욕실앞
세라, 여전히 귀를 쫑긋대고 욕실문앞에 앉아 있는데, 벌컥 욕실문 열린다.
그 바람에 세라, 욕실 문에 머리를 쿵 찧고.
상두 (나오며) 그럴 줄 알았다...그럴 줄 알았어.
세라 (아픈 머리 부비며) 그 여자 누구야?...뭐? 자기이?...어떤 년이야?!! 그 첫사랑인가 하는 년이야?!!
상두 (한 손으로 세라의 양볼을 우왁스럽게 잡으며) 년이 아니구, 선생님! 몇번을 말해야 알아 들어? 닭대가리야!!
세라 (입술이 찌그러진 채 식식거리는)
상두 (손을 떼며) 주인 아줌마 원피스 하나 빌려와라...허리 사이즈 넉넉한 걸루.
세라 (갑자기 무슨 아줌마 원피스? 어리둥절한 표정 짓는데)
상두 오빠랑 데이트 가자.
20. #거리
아줌마 원피스를 입은 세라, 상두의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걷고 있다.
카메라, 세라의 몸을 훑으면 세라, 임산부처럼 남산만하게 배가 나와 있다.
상두 배에 넣은 거 안 떨어지게 조심해라.
세라 걱정마, 꽁꽁 묶었어....이러구 어딜 가? 가면 무도횐가 뭐 이런 거 가?
상두 거머리 떼러.
세라 거머리?
상두 (걸음 멈추고 세라 보며) 날 너무 사랑해주시는 아줌마가 한분 계시는데, 포기를 좀 시켜야 되거든.
세라 아까 자기가 그럼 그 아줌마야?
상두 (고개 끄덕이는)
세라 어떻게 머리카락이라두 확 뽑아버릴까?
상두 넌 머리가 꼭 그렇게 일차원적으로 밖에 안 도냐? 지능적으루 해결을 해야지, 지능 적으루.
세라 지능적으루?....(하다 서운하게 보며) 너 진짜 잔인하다. 나 머리 나쁜 거 뻔히 알면 서...어떻게 그런 걸 주문하냐? 사람 놀리냐?
상두 (한심하게 보다가 문득 시계를 보고) 아...학교 가야 되는데...지각인데...
세라 (의아한 표정으로 보는)
21. #은환 학교 외경
수업 시작을 알리는 벨소리(혹은 종소리) 들린다.
22. #은환반 교실 복도
은환, 복도를 걸어와 자기 반 교실앞에 선다....어제의 상두의 감정, 여운이 남아 심 호흡 크게 하고 표정을 정리하고 교실문을 연다.
23. #은환반 교실
은환, 교실문 열고 들어서 교탁 앞으로 와 선다. (상두와 시선이 마주칠까봐 학생들 을 자세히 보지 않는다)
반장, 일어나 차렷! 경례! 시키고.
학생들 선생님, 안녕하세요.
은환 그래, 니들두 좋은 아침!...우선 출석부터 부르까?....(출석부를 펼치며 그제야 학생들 에게 시선을 준다)
상두와 희서의 자리가 비어있다.
은환 저기...상두랑 희서 자리 아냐?.....두 사람 아직 안 왔어?
학생들 네!!
은환 (무슨 일이 났나....걱정스런 표정되는)
24. # 레스트랑
수희, 초조한 표정으로 물을 마시고 놓는다.
이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상두.
수희 (반가와서) 자기야아....(손을 흔드는데)
상두 (몹시 미안하고 슬픈 표정으로 수희를 본다.)
수희 이리 와, 자기야...(일어난다)
상두 (천천히 수희를 향해 발걸음 떼는데)
이때, 뒤이어 임산부처럼 힘겹게 뒤뚱거리며 세라, 들어선다.
세라 (상두에게 다가오며) 저 분이야?
상두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 끄덕이는)
세라, 결심한 표정으로 수희앞으로 가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고 앉는다.
수희 (당황해서 세라를 보는) 왜 이러세요? 누구세요? (상두를 보며 눈빛으로 ‘누구야?’ 묻는)
상두 (시선을 떨구는)
세라 저도 저 사람 없음 못 살아요, 언니.
수희 (어리둥절)
세라 언니는 아직 가정도 있고 남편도 있는 분이라면서요? 저한테 저 사람밖에 없어 요.
상두 (비통한 표정 짓고 있는)
수희 (어이가 없어) 누구시냐구...묻잖아요.
세라 제 뱃속에 지금 저 사람의 아이가 자라고 있어요.
수희 (경악하는)자...자기야...이게 지금 무슨 소리야?
상두 (자학하듯이 자기 머리를 잡고) 몰라....팔개월 전에 일인데...술 먹구 일어나니까 이 여자가 내 옆에 누워 있더라구.
세라 (훌쩍거리며 울고)
수희 (바들바들 떠는)
상두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 어제 갑자기 배가 남산만 해갖구 날 찾아왔어.
세라 (눈물로 호소하는) 언니, 이 사람 저한테 돌려 주세요...이 앨 봐서라두 제발 돌려 주세요.
수희 (충격으로 계속 바들바들 떨며) 자기야....믿을 수 없어....나 이 여자 말 믿을 수 없 어.
상두 미안해, 자기야...내 자식이라는데...난 내 자식이 애비 없는 아이 되는 거 싫어.
수희 (눈물이 그렁해서) 그럼...난...나는? (울먹이는데)
세라 남편분이 바람이 나셨다면서요?...제가 유명한 도사님 한분 소개 시켜 드리까요?.
상두 (쟤 또 오바하네...불안한 표정으로 보는)
세라 그 도사님이 바람난 남편 잡는 거 전문인데요. 남편분 팬티 안쪽에다 도사님이 써 준 부적을 넣어두시면요. (하는데)
수희 (벌떡 일어난다, 멍해서)....이럴 줄 몰랐어....자기까지 나한테 이럴 줄 몰랐어.
수희, 일어나서 휘청휘청 걸어가다가 갑자기 쓰러져 버린다.
상두 (놀래서 수희에게 달려가 부축하며) 자기야...자기야.....
수희 (그대로 의식을 잃은)
상두 (괴로운 표정) 나 같은 죽일 놈은 빨리 잊어버리는게 자기한테두 좋아.
세라 (상두와 수희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며 다가온다) 상두야.
상두 너 가서 얼른 택시 좀 잡아.
세라 ...너, 제비지?
상두 (흠칫하다가 완강하게) 아니.
세라 (갸웃하는)
상두 (괜히 소리 지르는) 택시 잡으라니까, 어서!!
세라 알았어...(나가는데)
상두 세라야.
세라 (돌아보는)
상두 누가 너보고 머리 나쁘다 그래?
세라 엉? (무슨 소린지 모르는데)
상두 택시나 잡어.
25. #은환반 교실
은환, 수학 문제를 칠판에다 풀며 설명하고 있다. (문제는 추후 보강)
은환, 다시 학생들을 보다가 상두와 희서의 빈자리를 본다.
점점 걱정스러워지며 마음이 심난해진다.
26. #민석병원
엠브란스 한 대가 들어오고 있다.
27. #병원내 잔디밭
민석과 보리, 소꿉 놀이 하고 있다.
보리 여보...식사하세요.
민석 오늘은 무슨 반찬을 하셨나요, 여보?
보리 골뱅이 무침하구요, 번데기 볶음이예요.
민석 그건 술 안주잖어, 보리야...반찬은 계란찜이나 멸치볶음이나 그런 걸 반찬이라 그러 는 거지.
보리 (멀뚱하게 보는데)
민석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그런 할아버지, 아빠 밑에서 뭘보고 배우겠냐? 애 교육 환경 으론 최악이네. 아주 최악이야.
보리 뭐라구요?
민석 아냐, 암말두 안했어....으유, 가여운 우리 보리...(뺨을 톡톡 두드려준다)
보리 (민석의 손길이 닿자 부끄럽기도 하고 좋기도 하고...씨익 웃는다)
민석 (다시 부아가 치민다) 몹쓸 인간....
보리 뭐라구요?
민석 아냐, 암말두 안했어...(문득 눈빛이 빛난다) 보리야.
보리 네?
민석 선생님이 노래 하나 가르쳐주까?
보리 노래요?
민석 그래, 선생님이 노래 가르쳐 줄테니까, 나중에 아빠 오시면 보리가 불러 드려.
보리 (좋아서) 네.
민석 너 나비야...나비야...하는 노래 알지? 가사만 조금 바꿔서 부르면 되거든.
28. #병원로비
민석과 보리, 손잡고 오며 노래를 부른다.
민.보 제비야, 제비야, 이리 날라 오너라...(서로 마주 보고 미소를 나누며) 아빠 제비, 삼 촌 제비 춤을 추며 오너라.
이때, “민석아!” 부르는 소리 들린다.
민석, 고개 돌려보면, 심란, 양손에 보온병과 찬합등 바리바리 싸들고 서 있다.
민석 어머님...
심란 (웃으며 다가온다) 민석아.
보리 (누군가? 멀뚱하게 보고)
민석 어쩐 일이세요, 여기까지?
심란 오늘 우리 족발집 정기 휴일이잖어. 너한테 맛난 것도 좀 멕이구, 할 얘기두 있구.
민석 (심란이 든 것을 받아 들며) 그냥 오시지, 뭘 이런 걸 무겁게 들고 오셨어요?
심란 (문득 보리를 보고) 얜 니 환자야?
민석 ..네.
심란 (무릎 굽히고 앉아) 어디서 많이 본 애 같네...되게 낯이 익어.
민석 그러세요?
심란 너, 이름이 뭐야?
보리 ...차 보리요.
심란 차 보리?...(보리의 손을 잡다가 문득 보리의 손을 본다.....흠칫하는 표정) 어머, 얘 손톱이 나랑 똑같다, 민석아.
민석 은환이두 그 얘기 했었어요.
심란 은환이두 얠 봤어?
민석 잠깐 우연히요.
심란 (혹시나....) ...아가....엄마 이름이 뭐야?
보리 .....(말을 못하는)
심란 (마른 침 삼키고) 엄마 이름이 혹시....공 팔란이 아냐?
보리 (고개 젓는)
민석 얘 엄마가 없어요, 어머님.
심란 쯧쯧쯧.....미안해, 아줌마가 아픈 델 찔렀구나. 미안해애.
보리 (맑게 심란을 보는)
민석 .......
29. #병원 휴게실
심란, 가져온 것들을 풀어놓는다. 보리가 자꾸 눈에 밟힌다.
심란 (떨쳐내려하며 고개 젓는)
민석 왜 그러세요, 어머님?
심란 아냐.....아까 걔가 내가 아는 사람이랑 참 많이 닮아서...
민석 어릴 때 잃어버렸다던 어머님 딸이요?
심란 (흠칫하다가...찬합들 펼쳐 놓으며 화제 돌리는) 혼자 살면서 제대루 먹지도 못할텐 데, 어서 먹어.
민석 제가 한번 찾아볼까요? 신문이나 방송에두 한번 내 보구..
심란 (O.L.) 관둬, 됐어...은환이 알면 괜히 기분만 상해.
민석 은환이 그런 애 아닌 거 아시잖아요.
심란 됐어. 내 딸은 은환이 하나만 있음 돼.
민석 (피식 웃는) 은환이두 낳아준 엄마보다 어머닐 더 친어머니처럼 생각해요, 아시죠?
심란 속이 좋아 그래, 그 년이...(좋아서 웃으며 다시 화제 돌리는) 저기...우리 지환이 말 이야.
민석 네.
심란 그 놈이 올 여름에 더윌 많이 먹어 그런가....그렇게 헛소릴 시도 때도 없이 하네.
민석 네?
심란 눈앞에 막 헛게 보이구, 헛소리두 들리구 그러나봐, 그 놈이.
민석 병원에 데리구 와 보시죠, 그럼.
심란 아니이...뭐 병원까지 올 정도는 아니구....지환이가 혹시 자네한테두 헛 걸 봤다구 헛소리 같은 거 안하던가?
민석 글쎄요...
심란 (넌즈시) 왜 은환이 지난번에 남해 내려갔을 때, 지 학교 수위랑 같이 갔다구 자네
한테 다 일러바쳤다던데?
민석 아, 그거요?
심란 그거...지환이가 헛걸 보구 헛소리 한거야....말이 되는 소리야, 그게? 수위가 선생이 랑 뭐하러 같이 그 먼델 내려 가?
민석 (웃으며) 그러게요.
심란 너두 그 소리 말도 안된다구 생각하지?
민석 그럼요...지환이가 잠깐 꿈을 꾸고 일어났구나, 생각했죠.
심란 살았다....난 니가 그 말을 정말루 믿구 우리 은환이 차버리면 어떡하나...며칠동안 잠이 다 안 오더라.
민석 (웃으며 음식을 집어먹는다) 음, 맛있다.
이때, 저편에서 만도, 어슬렁어슬렁 민석쪽으로 온다.
심란 어떻게 오늘 안 바뻐?
민석 예, 오전 근무만 끝내면 됩니다.
심란 그럼 너 끝나구 우리 고스톱이나 한판 하자.
민석 (웃으며) 그러세요.
만도(E) (옆으로 와 서며) 나도 껴줘요, 샘.
심란과 민석, 돌아본다.
만도 나두 껴줘요, 고스톱!....(하며 은근슬쩍 음식들을 손으로 집어 먹는다)
민석 (웃으며) 그러세요.
심란 (못마땅하게 보다가 음식을 집는 만도의 손을 탁 쳐버린다) 남의 음식을 왜 맘대루 처먹어요?
만도 하 참...남이라뇨? 이제 우린 한배를 탄 같은 멤버들인데...고스톱!
심란 (기가 막히다는 듯 보는)
민석 (어이없는 웃는)
30. #은환 교무실
은환, 자리에 앉아 전화를 걸고 있다. 신호만 가고 받는 사람이 없다.
은환, 답답한 표정으로 일어선다.
31. #교문앞
은환, 걸어내려 오는데, 저 앞으로 창호, 새차 앞에 들뜬 표정으로 서 있는 모습 보인다. 교문앞으로 수상해 보이는 차 한 대 서 있다.
창호, 판매 직원에게 인수 싸인을 해주고 인사한다.
창호 안녕히 가세요....(하고 돌아보다가 은환을 보고) 채 선생님!....어디 가세요?
은환 (목례하고) 예...저희반 학생이 학교에 안 와서요....집에 한번 가보려구요.
창호 누구요? 그 조폭이요?
은환 ...상두도 안 왔구 희서도 안왔어요....희서네 집에 가보려구요.
창호 그럼 제 차로 모셔다 드리까요?...저 오늘 새차 뽑았거든요....(먼지를 털며 후후 불 어보는)
은환 아니예요, 택시 타고 가면 돼요.
은환, 창호에게 인사하고 내려가는데, 저 앞으로 희서가 이어폰 끼고 몸을 흔들며 오는 모습이 보인다.
은환 (반가운 마음에 희서야! 부르려는데)
이때, 수상해 보이던 차에서 여자1, 2,(은환의 교실에 왔던), 내리더니 다짜고짜 희 서앞으로 다가간다.
은환, 당황해서 보는데.
여자1 너 지금 어디서 오는 길이야? 니 아버지 만나고 오는 길이지?
희서 난 아버지 없어요! 아버지 같은 거 없다구 그랬잖아요!!
여자1 이 기집애가.....(희서를 껴잡으며) 앞장 서! 니 아버지 있는데 앞장 서!!
희서 놔! 난 아버지 없단 말이야!! 없단 말이야!!
여자1,2, 완력으로 희서를 차 뒷자리에 태운다.
보고 있던 은환, “야!!” 하며 뛰어내려간다.
창호, 어쩌지도 못하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본다.
희서가 자동차 문 닫히는데, 은환, 그대로 몸을 던지듯이 해 차 본넷에 엎드려 올 라탄다.
은환 (차창문을 때리며) 희서 내려놔! 어서 희서 내려놔!!
희서, 울먹이는 표정으로 은환을 보고, 차안에 타 있던 여자들, 어이없다는 표정으 로 은환을 본다.
32. #택시안/교문앞
상두(교복을 입은)가 탄 택시, 학교 골목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때, 상두의 눈에 본넷에 올라타 시위(?)하고 있는 은환의 모습이 보인다.
상두, 택시비 내고, 얼른 택시에서 내린다.
상두 선생님.
33. #교문앞
상두, 내려서 차쪽으로 오는데, 자동차, 잠깐 후진했다 앞으로 가며 그대로 은환을 떨어뜨리고 출발해 버린다.
은환, 바닥으로 사정없이 떨어진다.
상두 은환아....(놀래서 달려간다)
창호 (자동차 키 들고 뒤에 서 있다가 번호판을 외우는) 서울* ****.
상두 (은환을 부축하며) 은환아...은환아....
창호 (은환아?....저 자식이...)
은환 (아픈 표정 애써 감추며) 희서...희서...어서...희서...희서...
상두 (당혹한 표정 짓다가 창호를 보며) 차 번호판이 뭐라 그랬어요?
창호 (얼떨결에) 서울 **...***
상두, 창호의 손에 들려진 키를 홱 뺏더니 마침 차문이 열려진 창호의 차에 올라탄 다.
은환 ......
창호 (소리도 못 내고 입만 벌려 ‘내 차!’)
상두, 굳은 표정으로 그대로 차를 몰아가는데....
34. #거리/희서가 탄 차
뒷 좌석에 희서와 여자1, 앉아 있고, 남자, 운전하고, 여자2, 조수석에 타 있다.
희서 아버지 같은 거 없다잖아요!! 있지도 않은 아버지가 어디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어, 아줌마!!
여자1 (희서를 꽁 쥐어박으며) 뭐 이런 맹랑한 게 다 있어?
여자2 (백미러 보며) 어, 저게 뭐야?
백미러에 비친 상두.....창호 차를 운전하며 운전석밖으로 몸을 내밀고, “거기 서! 스 톱!”하고 손짓을 하며 소리치고 있다.
희서, 뒤를 돌아보다가 상두라는 걸 알고 “오빠아!”하며 차창문을 때린다.
35. #거리/상두 차안(창호 차안)
상두, 운전해 가며 식식거리고 있다. 저 앞으로 희서가 탄 차, 보인다.
상두 (차창밖으로 다시 고개 내밀고) 야! 서!! ****(차 번호판 번호)! 안 서?!
희서가 탄 차, 더욱 속력을 내서 도망을 가기 시작한다.
상두 얼라리야....니들 나한테 죽었어!!
상두, 엑셀을 힘껏 밟는다.
36. #거리
속력을 높여 차량 사이를 요리조리 뚫고 희서가 탄 차를 추격하는 상두의 차.
37. #상두 차안
상두, 이를 앙물고 추격해 가는데 문득 떠오르는.
38. #플래시백
회상 2회...17살 은환에게서 은환부의 스피커를 뺏아가던 남자1.
회상 2회...남자1과 스피커를 놓고 실랑이하던 17살의 상두....트럭 모서리에 받쳐 피 를 흘리며 쓰러지던 남자1.
39. #상두 차안
상두 (굳은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나설 때 안 나설때를 잘 가리는 사람이 되자....(하다가) 아, 몰라!
40. #거리
상두의 차, 속력을 높여서 희서가 탄 차쪽으로 가까이 오더니 탁 부딪혀 버린다.
부딪힌 두 차들 사이에 스파크가 일어나고...두 차들, 다시 위험하게 부딪힌다.
희서가 탄 차, 그래도 서지 않고 도망간다.
41. #상두 차안
상두, 차창 밖으로 다시 고개를 빼고
상두 야! 정말 안 설래?!....(다시 앞을 보며) 그래, 오늘 아주 끝장을 보자 이거지?
좋아...기다려!! (엑셀을 밟는데 무슨 떠오르는)
42. #보리 병실(플래시백)
창백한 안색으로 링거맞고 누워 있는 보리.
43. #상두 차안
상두, 떠오르는 보리 생각에 속력을 줄이며.
상두 넌 혼자 몸이 아냐, 차상두!! 너한텐 아파 누운 새끼가 있어!...(되뇌이듯 강하게) 가 늘구 모질게 살자!...(하다가) 아, 몰라....
상두, 다시 힘껏 엑셀을 밟는다.
44. #거리
상두의 차와 희서가 탄 차, 다시 추격전이 시작된다.
상두의 차, 속력을 높여 희서가 탄 차를 추월한다. 상두의 차, 갑자기 신호등 앞에 서 핸들을 꺽어 옆으로 가로막고 서 버린다.
45. #희서 차안
남자, 도로를 가로질러 서 있는 상두의 차를 보고는 기겁을 해서 급브레이크를 끼 익 밟는다..
차안에 타 있던 여자들, ‘엄마야’하며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희서만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다.
46. #거리/택시안
은환과 창호가 타고 있다.
저 앞으로 본넷이 찌그러진 채 연기가 폴폴 나고 있는 창호의 차(상두가 탄) 보이 고, 상두 차를 들이박고 있는 희서가 탄 차도 보인다.
희서를 납치하려 했던 여자들과 남자, 다쳤는지 도로에 나와 목과 허리를 주무르며 앉아 있고, 희서, 울면서 “오빠!오빠!”하며 차창문을 두드리고 있다.
은환의 안색이 창백해진다. (창호는 자기의 새 차가 고물이 되어 버린 데 대해 경 악해서...‘내 차...’ 입만 벌리고 있다.)
47. #일각
택시, 멈추고, 은환, 택시에서 내려 창호 차가 있는 곳으로 뛰어간다.
창호, 여전히 경악을 멈추지 못하고...“내 차...”하며 멍한 표정,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고.
은환 희서야.
희서 (은환을 보고는 울먹이며) 선생님!
은환 (안색이 하얘져서 차쪽으로 천천히 걸어간다...상두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게 아 닌가....두려움에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은환, 천천히 차쪽으로 다가가 보면...상두, 차 핸들에 엎어져 기절해 있다.
이마를 타고 한방울 피가 주르르 흘러내린다.
은환 (충격받은)...상두야....(차 유리문을 열려하다가 잘 안 열리자 차 유리창을 힘껏 때리 며 울부짖는) 차 상두....상두야...상두야!!!
의식 잃은 상두, 경악한 은환의 표정
48. #병원 외경(늦은 오후, 민석 병원이 아닌)
49. #응급실앞
은환, 눈물이 그렁해서 바닥에 주저 앉아 있다.
은환 잘못했어....내가 잘못했어, 상두야....괜히 너까지 끌어들여 갖구..(두 손을 맞잡고 기도를 한다) 상두한테 제발 아무 일이 없게 해주세요...상두가 잘못되면...상두가 잘못되면...(어찌해야 할지 잠깐 생각이 안난다...겨우 생각해낸 것이) 저두 죽어 버릴거예요.
이때, 은환의 옆으로 와 서는 발...상두다. 이마에 반창고 하나 붙이고 왼쪽 새끼 손 가락에 깁스를 했다. 은환의 하는양을 물끄러미 본다.
은환 (상두가 자기를 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계속 기도하는) 상두를 죽이시려거든....차 라리 절 죽여 주세요....제가 쓸데없는 소릴 했어요. 비겁한 자식이라구 남자 자존심 팍팍 긁구, 학생들 다 보는데 나이두 많은 앨...(말하고 보니 가슴이 미어진다) 쪽 팔린다구 그렇게 안 뛰겠다구 하는 앨...운동장을 서른 바퀴나 돌리구....벌을 주 시려면 저를 벌 주세요, 제발....(소리내 울지도 못하고 꺽꺽거린다)
상두, 주머니에서 손수건 꺼내 은환에게 주며 은환옆에 쪼그리고 앉는다.
은환, 엉겁결에 “고맙습니다.”하고 받아서 눈물을 닦고 코를 휑 풀고 손수건 다시 내밀다가 비로소 상두의 얼굴을 본다.
은환 (놀라서 기함하는)
상두 (씨익 웃으며) 어우, 감동적이었어요, 선생님....하마터면 나도 울뻔 했어요.
은환 어...어떻게 된 거야? 너 왜 이렇게 말짱해?
상두 죽은 줄 알았죠?...(깁스한 새끼 손가락 들어보이며 생글거리는) 새끼 손가락만 부러 졌대요.
은환 (그 말에 비로소 안심이 되지만) 그래두 교통사곤 후유증이 문제라던데....정밀 검사 해봤어?
상두 괜찮아요....(일어서며 거들먹) 아, 환상적인 운동 신경까지...내가 생각해두 난 너무 멋있는 거 같애.
은환 (어이없다는 듯 흘겨보다가 문득 원망의 마음이 생겨 상두를 탁 때리고) 넌 무슨 애가 그렇게 대책없이 과격하니? 대형 사고라두 나서 사람이라두 죽었음 어쩔 뻔했 어?
상두 (칭찬 해줄 줄 알았는데....어? 이게 아닌데?)
은환 니가 액션 영화 주인공인줄 알어?! 앞 뒤 분간두 못하는 철없는 십대야, 니가?!
상두 (생글거리며 웃던 표정이 싹 굳어지더니 삐진 표정으로 척척 걸어가 버린다)
은환 (황당하고 당혹스런) 상두야!
상두 (그대로 뒤도 안 돌아보고 가는)
은환 차상두!....삐졌어?
50. #거리
상두, 택시를 잡고 있다.
은환, 당황한 표정으로 뒤따라오며 상두 눈치 살피며.
은환 삐졌어, 상두야? 정말 삐졌어?
상두 (쳐다도 안 보고 택시만 잡고 있다)
은환 그러니까, 내 말뜻은 그게 아니구....그렇다구 삐지냐? 무슨 남자 애가 그렇게 벤뎅 이 속알딱지냐?
상두 (이를 갈며 더욱 열 받은) 벤뎅이 속알딱지?....(거친 목소리로 택시를 잡는다) 택시 이이!!
은환 (아차 또 말 실수 했구나 싶다...)
이때, 상두앞으로 택시 와서 멎는다.
상두, 앞좌석 문 열고 타는데, 은환, 뽀르르 와서 뒷좌석 문을 연다.
상두 (차갑게) 어디 가시는데요, 선생님?
은환 (눈치보며) 학교 가야지.
상두 전 학교 안 갈건데요. 다른 택시 타세요.
은환 (당혹스럽게 보는) 너두 가방 안 갖구 왔잖아.
상두 (차갑게) 선생님같음 지금 이 기분으루 가방 가질러 학교까지 가구 싶겠어요?....집 에 갈래요.
은환 (말리지도 못하고 눈치만 보는데)
상두 (택시 문을 잡고 있는 은환의 손을 냉정하게 떼내고 택시에 오른다)
은환 (민망하고 무안해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
상두가 탄 택시, 출발해 간다.
51. #택시안
상두, 백미러 통해서 어쩔 줄 모르고 서 있는 은환을 본다.
상두 (그제야 시익 웃으며) 기사님, 쟤 디따 귀엽죠? 열라 이쁘죠, 쟤?
기사1 (상두의 뒷통수를 딱 때린다)
상두 아! 왜 때려요!!
기사1 선생님 보구 쟤가 뭐야? 선생님이 니 친구야?!!
상두 네.
기사1 (어이없다듯 보다가 다시 뒤통수 때리고) 버릇없는 놈 같으니라구....(깜박이 넣고
차를 세우며) 너 같은 놈 안 태워! 내려!
상두 (표정이 일그러지는...변명도 못하겠고)
52. #거리
은환,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서 있다...무안하고, 황당하다.
이때, 은환의 핸드폰 울린다.
은환 (발신자 번호보고 핸드폰을 받는다) 민석씨?....어, 엄마? 왜 민석씨 핸드폰으로 전활 해?....응?.....돈? 돈 가지구 오라구? 무슨 돈?
53. #병원 정원 일각
심란, 열이 뻗쳐 울그락 불그락하며 핸드폰 하고 있다.
심란 앞으로는 만도, 만원짜리 네장과 천원짜리 일곱장쯤을 침을 묻혀 세며 약 올 리듯 뺀질뺀질 웃는다.
두 사람 앞으로 화투판 깔려 있다.
심란 (만도를 밉게 노려보며) 돈이 돈이지, 무슨 돈이 어딨어?
민석, 사복으로 갈아 입고 단추를 채우며 심란쪽으로 오고 있다.
심란 천원짜리 만원짜리 있는대루 다 긁어 갖구 닥터강 병원으로 와!....민석이한테 빌리 라구? ....못 빌려 준대, 그 썩을 놈이....아, 몰라. 내가 지 돈 떼 먹을까봐 그러나봐... 쫌팽이 같은 놈..(하다가 자기 앞에 서서 웃고 있는 민석을 보고 흠칫한다)
민석 (웃으며) 왜 사람을 모함하구 그러세요, 어머니?
심란 (삐졌다) 뭐가 모함이야? 니가 안 빌려 준다 그랬잖아...(핸드폰에 대고) 뭐? 가 방을 학교다 뒀어?....그럼 학교 갔다 일루 와, 기다리구 있을테니까....끊어. (핸드폰 을 닫고 민석에게 준다)
민석 안되겠어요, 어머니...(화투 걷어서 포켓에 넣고) 이건 압수예요.
심란 야!
만도 (얄밉게) 허리두 아픈데 그만 할까요, 그럼? (일어나는데)
심란 잠깐만...비겁하게 어딜가요?!!
민석 어머니두 그만 일어나세요....병원 사람들한테 들키면 제가 혼나요. (심란을 일으키 려 하는데)
심란 놔...나 사만 칠천 오백원이나 잃었어. 잃은 돈 만회하기 전엔 안 가! 못 가!!
민석 저 분은 프로예요...계속 쳐봤자 어머니만 지세요.
심란 저 인간이 사기꾼이었어?...(만도보며) 그러구 보니까 딱 사기꾼같이 생겼다...너 나 한테 사기쳤냐?!!
만도 (어이가 없어) 이 언니 정말 더티하게 노시네. 언닌 스포츠맨쉽도 모르냐?
심란 뭐?
만도 (정색하고 선생님처럼 야단치는) 월드컵까지 치러낸 선진 국민이 말이야, 졌으면 졌 다 깨끗이 승복을 해야지,....사기? 내가 사기 칠 사람이 없어 언닐 상대루 사기를 치냐? 그깟 족발 장사해서 몇푼이나 번다구?
심란 뭐..뭐야! 너...너 말 다했어?!!
민석 왜들 이러세요....어머니, 그만 하세요, (만도보며) 보리 할아버님, 진정하세요.
만도 더럽고 치사해서 정말....아나! 가져 가라! 가져 가!! (쥐고 있던 지폐 앞으로 확 내 밀다가 아니지하며 다시 손 거둬 들이고 천원짜리 하나 빼서 심란의 손을 끌어 쥐 어 준다) 자! 이거 갖구 가다가 버스비하구, 남는 돈은 아이스케키 사 드셔, 언니.
만도, 돈을 쥐어주자 마자 흥! 하며 휭하니 가버린다.
심란 (울그락 푸르락해서) 허..허...뭐 저..저런 염병할 인간이 다 있냐?....야! 거기 서! 우 리 딸이 돈 갖구 올거야! 다시 붙어! 다시 붙어, 이눔아!!
만도 (뒤도 안 돌아보고 휘파람까지 불며 가버린다)
민석 어머니이...(난감하게 심란을 붙들고 있는)
54. #병원입구/택시안
상두가 탄 택시(처음에 탔던 택시와 다른), 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상두, 택시안에서 교복을 벗고 사복으로 갈아 입으며 단추를 채우는데 저 앞으로 택시 세워놓고 실랑이 하고 있는 민석과 심란의 모습 보인다.
상두, 얼핏 표정이 굳는다.
55. #병원입구
민석, 심란을 택시에 태우고.
민석 제가 나중에 복수해 드리께요, 어머니...어머니가 잃으신 거 열배 더 따 드리께요.
심란 잘두 따 주겠다. 맨날 잃기만 하는 놈이.
민석 거야 일부러....그럼 고스톱 잘 치는 은환이보구 복수하라구 할께요. 됐죠, 어머니?
심란 (그래도 억울해서 식식거리는) 그 사기꾼 놈한테 내가 곧 다시 온다구...돈 준비해 놓구 있으라 그래.
민석 (만원짜리 한 장 기사에게 주며) 아저씨, 잘 좀 모셔다 드리세요....전화 드릴께요, 어머니.
심란이 탄 택시 출발해가고, 상두, 택시에서 내린다.
민석, 돌아서려다 상두를 발견하지만 못 본척하고, 노래를 흥얼거린다.
민석 제비 몰러 나간다!
상두 안녕하세요, 선생님.
민석 아, 안녕하세요....(상두를 스쳐가며 계속 노래를 흥얼거린다) ...제비 몰러 나간다!
상두 (뭐야? 저 자식은? 왜 그런 노랠 불러?...표정)
56. #보리 병실앞
상두, 털레털레 걸어온다...민석의 노래가 괜히 가슴에 찔린다.
상두 (궁시렁거리는) 젊은 자식이 노래 부르는 취향두 특이하네....근데 왜 살살 기분이 나쁠라 그러냐?
상두, 병실문앞으로 와 문을 열려는데, 병실안에서 보리의 노래 소리 들린다.
보리(E) 제비야 제비야 이리 날라 오너라....아빠 제비 삼촌 제비 춤을 추며 오너라.
상두, 기가 막히다.
57. #보리병실안
보리, 희진과 함께 노래 연습하고 있다.
보리 재밌지? 너도 불러 볼래? 제비야 제비야 이리 날라 오너라...
희진 (따라 부르는) 제비야, 제비야, 이리 날라 오너라...
보리 아빠 제비 삼촌 제비 춤을 추며..(하는데)
이때, 문 벌컥 열리고 굳은 표정의 상두, 들어선다.
보리 (반가와서) 아빠!
상두 ...보리 너, 방금 그게 무슨 노래야?
희진 제비야! 제비야! 요.
상두 (기가 막힌다)
희진 아저씨오면 불러준다구요, 연습하고 있었어요. 그치? 보리야?!
보리 (웃으며 고개 끄덕이는) 나 되게 잘 부른다, 아빠?....(노래하는) 제비야! 제비야!
희진 (따라 부르고)
상두 (버럭) 그만, 스톱!!
보리와 희진, 상두의 갑작스런 고함소리에 의아한 표정으로 보는데.
상두 (사정없이 요동치는 마음에 목소리가 다 떨린다.) 너...그...그 노래...누가 갈쳐 줬 어?
보리 (자랑스럽게) 우리 선생님이.
상두 (이 자식이....표정 일그러지는)
58. # 레지던트실
민석, 퇴근하기 위해 가방을 챙긴다.
59. #레지던트실앞
민석, 문 열고 나오다가 흠칫 놀란다. 바로 앞에 상두가 노려보며 서 있다.
민석 (얼른 여유롭게 웃으며) 웬일이세요, 보리 아버님?
상두 (다짜고짜 민석에게 주먹을 한 대 먹여버린다)
민석 (얼굴이 휙 돌아가며 표정없이 보는)
상두 너, 나 알어?
old/old_scrapbook 2003. 11. 1. 13:01
1. #학교 운동장(3회 마지막씬에서 연결된)
상두, 후레시를 들고 이곳 저곳 순찰하고 있다.
돌아서며 후레쉬로 운동장을 휘 비추는데, 바로 몇걸음앞에 누군가가 서 있다.
누군가를 휘 스쳐갔던 상두의 후레시 불빛, 누군가를 다시 비춘다.
후레시가 비치는 곳에 눈물이 그렁한 은환이 서 있다.
상두 (놀라는).....은환아.
은환 (술에 많이 취한 상태다. 따뜻하게 웃어주며) 상두야! 학교 가자!
상두 ....
은환 (눈물이 툭 흐른다) 여기 말구, 우리 학교! 우리 고향에 있는...바닷가앞에 있는 우 리 학교!! ....가자, 지금!
상두 (당황한 표정)
은환 안 갈래? 가기 싫어? ..같이 가지이.
상두 (멍한)
은환 에이, 치사하다, 차상두....알았어, 나 혼자 간다, 그럼...(휘청거리며 뒤돌아서 간다. 몇 발자국 가다 넘어지지만 다시 일어나 걸어간다)
상두 (멍한...얼어 붙은 것처럼 꼼짝을 못하겠다)
2. #학교앞 도로
은환, 도로쪽으로 나가 택시를 잡는다. 술에 취한 탓에 전혀 공간 감각, 거리 감각 이 없다.
늦은 밤이라 오가는 차량들 쌩쌩 속력을 높여 달리고 있다. 은환, 위험해 보인다.
은환 택시! 택시!! 남해! 남해요!!
자가용 한 대 쌩하니 달려와 거의 은환을 치일뻔하며 지나간다.
은환 (술기운 탓에 대담해져 차로 쪽으로 걸음을 떼는) 택시! 남해! 따블!
이때, 저 앞으로 다시 커다란 지프차, 헤드라이트를 밝게 켜고 경적소리 빠앙 울리 며 은환을 향해 달려온다,
은환, 피할 생각은 못하고, 눈이 부셔 손으로 눈을 가린다.
지프차, 거의 은환 가까이로 오는데.
이때, 은환의 허리를 감아 안는 상두의 팔....상두, 은환을 순식간에 인도쪽으로 옮겨 놓는다.
은환 (상두를 보고 표정이 환해져서) 상두야.
상두 무슨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냐, 선생님이?
은환 (씨익 웃고)...너두 갈래?
상두 ....(잠깐 망설이다가) 그래, 가자.
은환 (활짝 웃으며) 그럴 줄 알았어. 너두 가고 싶어 할 줄 알았지.
상두 (피식 웃고 손을 들어 택시를 잡는다) 택시!!
3. #고속도로
택시, 달리고 있다.
조명등 아래 택시 뒷자리에 나란히 탄 상두와 은환의 모습이 보인다.
4. #택시안
은환, 창문을 열어 바람을 맞는 표정이 몹시 흥분되고 달떠 있다.
상두, 평소 무대뽀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긴장해 있다.
은환 (술 기운에 몹시 다정하게 부르는) 상두야아.
상두 ....(흠칫) 어.
은환 우리 교가 부르자.
상두 응?
은환 우리 고향에 우리 학교 교가!
상두 세삼스럽게 웬 교가?
은환 난 있지, 술 마시면 교가만 부른다?
상두 (보는)
은환 엄마때매 학교두 다 못 다니구 도망쳤잖아, 내가!....그래서 그런지 술만 마시면 그 노래가 나온다, 이상하게?
상두 ....(마음이 짠하다)
은환 (손까지 으쓱으쓱 들어 보이며 씩씩하게 교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상두 (어정쩡하게 있는)
은환 (잠깐 노래 멈추고) 뭐야? 넌 안해?
상두 어, 해! (하며 교가를 부른다)
은환 (같이 부르고)
저녁 12시를 훌쩍 넘긴 택시안, 은환과 상두, 씩씩하게 교가를 부른다.
택시 기사, 뭐 이런 승객들이 다 있나? 백미러로 보며 말리지도 못하고 어이없는 표정만 짓고 있다.
5. #국도
택시, 달리고 있다. 저 앞으로 밤바다와 불빛들이 불야성을 이룬 남해대교가 보인 다.
6. #택시안
택시 기사, 피곤한 듯 하품을 한다.
은환, 상두의 어깨에 기대 잠들어 있고, 상두, 말똥말똥한 눈으로 앞만 보고 있다.
상두, 은환의 스킨십에 잔뜩 긴장해서 거의 숨도 멈춘듯한 표정이다.
은환, 갑자기 눈을 뜨더니 토할 것 같은 표정 짓는다.
상두 스톱! 아저씨 스톱!!
7. #택시안/남해대교 초입
택시 급정거하며 멈추고, 택시 뒷문 열리고 은환, 뛰어내려 다리 난간쪽으로 뛰어간 다.
상두, “은환아!” 부르며 은환을 쫓아가고.
8. # 남해대교 일각
은환, 토하기 시작한다.
상두, 잔뜩 걱정스런 표정으로 뛰어와서 은환의 등을 두드려 준다.
상두 괜찮아? 괜찮아?!!
은환 (안색이 노래져서 바닥에 푹 주저 앉으며) 안 괜찮아.
상두 (난감한 표정으로 보다가 은환을 부축하며) 조금만 참아, 거의 다 왔어. 이제 다리 만 건너면 돼.
은환 나..못 가겠어. 나 못 가...(하며 아예 드러누워 버린다) 너 혼자 가.
상두 (황당하게 보는)
9. #택시앞
상두, 택시 기사에게 돈을 지불하고 있다.
상두 조심해 가세요, 아저씨.
10. #남해 대교 일각
은환, 완전히 대자로 쫙 뻗어 기절해버렸다.
상두, 어이없어 하다 귀엽다는 듯 피식 웃는다.
상두, 은환을 조심스럽게 들춰 업는다.
11. # 일각 길
상두, 은환을 업고 걸어간다. 주위를 휘 둘러 보는데, 저 앞으로 모텔 간판을 단 여 관들 보인다.
12. #모텔 앞
상두, 모텔 앞으로 와서 잠깐 망설인다. 모텔안으로 쉽게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
13. #모텔 현관
은환을 업은 상두, 현관으로 들어서 주인방 창구 앞으로 간다.
주인여자(50대 초반의), 앉은 자세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상두 (수줍은 소년처럼 얼굴이 벌개졌다)...저기요....아줌마..아줌마!!
주인 (흠칫하며 잠에서 깨어 상두의 등에 업혀 있는 은환과 상두를 번갈아 보는)...쉬고 갈낄니꺼? 자고 잘낍니꺼?
상두 .....(주인의 시선이 기분 나쁘다. 퉁명스레) 자고 잘건데요..
주인 물 침대로 디리까? 스프링 침대로 디리까?
상두 (사람을 어떻게 보구...괜히 화내며) 우린 그냥 (강조)잠만! 자러 왔어요, 아줌마!!
주인 누가 뭐라 캤어예?
상두 ......(머쓱한)
14. #모텔방
상두, 은환을 침대에 눕힌다.
불빛 아래서 본 은환의 옷에 토한 얼룩들이 묻어 있다. (은환의 목에 네잎 크로바 목걸이 걸려 있다)
상두, 안되겠다 싶어 은환 블라우스 단추를 열려고 떨리는 손을 움직이는데.
은환, 갑자기 눈을 뜨더니 벌떡 몸을 일으킨다.
상두 (화들짝 뒤로 물러나며) 아니, 난...니 옷이 더러워 갖구 벗겨주려구...
은환 (게슴츠레 눈을 뜨고 상두를 보는) 너 누구야?
상두 (벙찐)
은환 (뚫어질 듯 보다가 표정 환해지며) 어, 상두네?
상두 대체 술을 얼마나 마신거야, 너?
은환 (씨익 웃으며 이리 오라고 손짓한다)
상두 (긴장한 표정으로 몇걸음 다가가는)
은환 되게 많이 보고 싶었어, 상두야.
상두 ......(눈빛 흔들리는)
은환 지금까지 하루두 안 빼먹구 언제나 니 생각 했었다?
상두 (피식 웃는)
은환 (일어나서 상두 얼굴에 가만히 손을 가져다 대며) 우리 상두...하나두 안 변했네? 더 멋있어졌어.
상두 (가슴이 심하게 떨려온다.) 너두...너두 볼라보게 예뻐졌어.
은환 내가 얼마나 너 사랑했는지 너 모르지?
상두 (숨이 턱 막힌다)
은환 어떻게 니가 알겠어? 모르지. 죽었다 깨나두 모르지.
상두 ....알아.
은환 알아?
상두 알아.
은환 (눈물이 그렁해지더니 침대에 툭 걸터 앉는다) 이상하네, 어떻게 알았지?
상두 나두 은환이 너 얼마나 사....사....(사랑해라는 말이 안 된다, 왜 이러지?) 사...사...
(하는데)
은환 (침대에 털석 드러누워 다시 기절해(?) 버린다)
상두 (표정이 얼핏 굳었다. 나름대로 심각하다) 사랑합니다, 사모님!....사랑해, 숙자씨...사 랑해 미숙씨!....되는데...은환아, 사...사...사...왜 안 되지? (어이없어) 하아, 내 전공이 자 특긴데...다른 여잔 다 되는데, 왜 안되지? 은환아...사...사....(절망어린 표정, 답답 함에 눈물까지 맺히려 한다.)
15. #모텔방
은환, 반듯하게 누워 있고, 상두, 물수건으로 은환의 얼굴과 손을 정성스럽게 닦아 준다.
상두, 다시 은환의 옷을 보다가 안되겠다 싶어 떨리는 손으로 단추를 하나 둘 푸는 데...두근두근 떨리는 심장, 상두의 호흡소리가 가프다.
두 번째 단추를 풀려던 상두, 그만 손을 딱 멈추어 버린다.
상두 (긴장했던 한숨 내뱉는) 푸후우우.....(....도저히 은환의 옷을 벗길수가 없다...)
16. #모텔 현관
상두, 여관방 창구 문을 두드린다.
코를 골며 잠들었던 여주인, 짜증스런 표정으로 일어난다.
주인 (짜증스럽게) 와예?
상두 ...죄송하지만, 옷 좀 벗겨 주실래요?
17. #모텔방
상두, 은환의 침대에서 등을 돌린 채 서 있다.
주인, 별 희안한 인간들 다 보겠다는 표정으로 상두와 은환을 번갈아 보며 은환의 옷을 벗기고 있다.
주인 두 사람 애인 아입니꺼?
상두 .......
주인 아이고, 쏙옷꺼지 다 배릿네? 싹 다 벳기뿟까예?
상두 ......
은환의 옷가지들, 침대 바닥으로 떨어진다.
18. #목욕탕
상두, 세수 비누로 은환의 블라우스를 열심히 씻고 있다.
19. #모텔방
은환, 곤하게 잠들어 있는.
20. #목욕탕
상두, 은환의 스타킹을 정성껏 씻어 물을 짠다.
21. #모텔방
상두, 은환에게 이불을 정성스럽게 덮어주고는 베개 하나 가져와 맨바닥에 눕는다.
침대위에 잠든 은환을 보며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흐르는.....그렇게 밤이라도 샐 듯 이 오래도록 은환만 바라보는 상두. F.O.
22. #민석 병원 외경(아침)
23. #보리 병실
민석, 보리 병실 안으로 들어선다.
민석 좋은 아침, 차 보리!
보리 (누워 있다가 좋아서 보며) 좋은 아침! 선생님!
만도는 간이 침대에서 정신없이 코를 골며 자고 있다.
민석, 피식 웃고, 보리의 체온을 측정한다.
민석 보리, 오늘 선생님이랑 놀이동산 갈래?
보리 (좋아서 환해지다가 이내 우울한 표정되며 고개젓는) 우리 아빠가 선생님이랑 놀지 말랬어요.
민석 (의아한) 왜?
보리 선생님을 좋아하면 안되니깐요.
민석 (귀여워서 피식 웃고, 넌즈시) 왜?
보리 (몰라서 묻냐는 듯 짜증스럽게) 선생님은 애인이 있으니깐요.
민석 그래, 선생님은 애인이 있으니까, 앞으론 선생님 좋아하지 말구....선생님이 멋진 남 자친구 하나 소개시켜 주까?
보리 (그 말에 심통이 난다) 나 그 언니 싫어요. 가라 그래요.
민석 보리야.
보리 가라 그래요, 그 언니...(민석의 가운을 잡고 흔들며) 가라 그래요오, 선생니임...
민석 (야단도 못치고 난처한 표정으로 보는데)
이때, 엽기적인 벨소리 울린다. 만도의 핸드폰이다.
만도, 흠칫 깨어나며 핸드폰을 받는다.
만도 여보세요...어, 세라야....상두가 뭐?....외박을 했어? (민석에게 가볍게 목례하고 밖으 로 나간다)
이때, 다시 벨소리 난다. 이번엔 민석의 핸드폰이다.
민석 (핸드폰 받으며) 여보세요....네, 어머님....(황당한 표정이 되며) 은환이 지금 저랑 안 있는데요. (표정이 굳어져서 핸드폰 들고 밖으로 나간다)
24. #병실 복도
만도, 한쪽에 서서 핸드폰 하고 있다.
민석, 병실 문을 사이에 두고 만도와 반대편 벽에 붙어 선다.
민석 어제 밤에 나가서 연락이 없다는 거예요, 그럼?
25. #심란 족발가게
심란 (안색이 하얘져서 어쩔 줄 몰라하며) 어떡해? 민석아! (테이블에 놓인 다섯병의 빈 소주병 보며) 혼자서 소줄 다섯병이나 먹구 나갔나봐, 이 년이...어떻게 경찰에나 신 고라두 할까?
26. #병실 복도
만도 신고는 무슨 신고?....어디 딴 데 처 박혀서 디비져 자구 있을거야, 걱정마. (하품 늘 어지게 하는)
27. #상두 옥탑방 마당
세라 상두 절대루 외박은 안하는 사람이잖아요...상두 요즘 몸두 잘 아프구, 픽픽 잘 쓰러 지구 그러던데....무슨 일이 난 게 틀림없어요.
28. #병실 복도
민석 무슨 일이 났으면 경찰에서 먼저 연락이 왔겠죠.....학교두 가보구 제가 한번 찾아보 께요, 어머니....너무 걱정 마세요. (핸드폰 닫는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잔뜩 걱정 스럽게 굳은 표정)
만도 (핸드폰 닫고 정말 뭔일이 생겼나....걱정하다 하품하는)
29. #모텔방
약간 열려진 커튼 사이로 아침 햇살이 비춰들고 있다.
아침 햇살, 잠든 은환의 얼굴에 따갑게 와닿는다.
이불을 온 몸에 칭칭 감은 은환, 몸부림 치다가 침대밑으로 쿵 굴러 떨어진다.
상두위에 그만 떨어져 버린 은환.
상두와 은환, 짧게 비명지르고, 두 사람, 동시에 눈을 뜨고 마주본다.
은환 (기함을 하는)
상두 (자기도 아프지만) 안 다쳤냐?
은환 (기가 막힌 표정으로 상두를 보다가 문득 고개 돌리는데)
벽 한쪽 옷걸이에 말리려고 걸어둔 은환의 옷들이 보인다.
겉옷은 물론이고, 브래지어, 팬티, 스타킹들이 일렬로 걸려 있다.
숨이 넘어갈듯한 표정이 된 은환, 문득 이불속의 자신의 몸을 본다.
은환, 이게 뭐야? 하는 표정으로 이불을 걷어서 보면, 촌스럽고 야사시한 물 빠진 분홍 드레스(술집 아가씨들이 즐겨입는 반짝이도 붙고, 어깨가 드러난 드레스) 입혀 져 있다.
상두 (졸린 얼굴 부비며) 예전에 이 집에서 일하던 아가씨가 벗어놓고 간 옷이래.
다 벗구 자다 감기 걸릴 거 같애서....
은환 (벌떡 일어나며 새파랗게 질려서 O.L.) 너...나한테 무슨 짓 했어?
상두 (은환이 입은 옷 유심히 보는) 역시 넌 디자인에 관계없이 분홍색발이 잘 받는구나.
은환 (울상이 되어) 나한테 무슨 짓 했냐구?!!
상두 무슨 상상을 하는데? ...넌 위에서 자구! 난 밑에서 자구! 뭔일이 났을 거 같냐? (화 장실에 가려고 일어서는데)
은환 (눈물이 그렁해서) 니가 내 옷두...벗겼잖아.
상두 ....(사실을 말하려다가) 내가 니 벗은 거 한두번 봤냐?... 어릴땐 홀딱 벗고 강에 서 멱두 감구 그랬잖아.
은환 (기가 막혀 식식거리는)
상두 (능글능글하게) 뭘 그렇게 도끼눈을 뜨구 보냐? 책임 지께, 내가. 책임지면 되지?
은환 (밉게 보며 베개를 사정없이 상두를 향해 던져 버린다)
상두 (잽싸게 베게를 탁 받으며 약을 올리듯) 씻구 해장국 먹으러 가자. (런닝을 거리낌 없이 훌렁 벗어던지고 트렁크 팬티 차림으로 목욕탕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은환 (환장할 것 같다, 어우우....하며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흐트리다가 문득) 근데, 내가 여기 왜 있어? (모텔방을 휘 둘러 보며) 내가 여기 왜 있지? (기가 막힌 표정으로 생각하려고 애쓰다가 목욕탕에 대고) 차상두! 니가 나 납치했지?
30. #목욕탕
상두, 휘파람 불며 샤워하며 머리 감고 있다. 은환의 말소리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상두 뭐라구?
31. #모텔방
은환 (벌떡 일어나) 근데, 여기가 어디야? (창가쪽으로 가서 창밖을 본다.)
32. #모텔앞
모텔앞으로 바다가 펼쳐져 있고 남해대교도 보인다.
모텔 창문을 열고 내다 보는 은환의 충격받은 표정.
33. #모텔안
은환, 멍해서 창문 닫고 방으로 돌아온다.
은환 (자기 뺨을 톡톡 세게 때리며) 꿈에서 덜 깼나?....정신 차려! 채은환!...(계속 뺨 때 리며) 일어나서 학교 가야지! 은환아! 정신 차려!!
이때, 목욕탕문 벌컥 열리며 웃통을 벗은 상두, 하반신만 타올을 감고 나온다.
은환, 순간적으로 “엄마야!”하며 눈을 가렸다가 천천히 손가락을 벌린다.
손가락 사이로 자신을 향해 빙긋 웃고 있는 상두의 모습이 보인다....이건 꿈이 아니 잖아!!
은환, 당황하며 다시 손바닥으로 자신의 눈을 꽁꽁 가린다.
상두 공평하게 너두 봐, 그럼! 다 보여줄테니까 너두 봐! (타올을 펼칠 듯 폼 잡는데)
은환 (가픈 숨을 몰아쉬며 돌아선다)
상두 (피식 웃으며 바지와 런닝을 입는다)
은환 (뛰는 심장을 누르려 애쓰며) ...여기가 어디야? 내가 여기 왜 와 있어?
상두 기억 안 나?
은환 (기억을 떠올리려 애쓰며) 우리집에서 소주 마시구....그냥 잤는데...(상두를 돌아보고 ) 내가 여기 왜 와 있는데?
상두 알콜성 치매구나, 니가, 또? 설명하자면 긴데, 밥 먹구 얘기 해주께.
은환 (버럭) 저 바다는 뭐야? 여긴 어디야? 날 어디까지 데꾸 온거야?
상두 (여유롭게 웃으며) 어딘지 모르겠어? 남해 대교 모르겠냐?
은환 (놀라는) .....말두 안돼.
은환, 갑자기 모텔방을 뛰쳐 나간다.
상두 (아차) 그 옷으루 나가냐?
34. #연육교앞
은환, 뛰어와 선다....바다를 건너 육지로 이어진 다리를 보는.
기가 막히다....눈물까지 나려한다.
은환 (주저 앉으며 중얼거리는) 말도 안돼....말도 안돼......
상두 (뛰어와서 자신의 윗옷을 은환에게 덮어준다) 이 다리 건너서 십분만 더 가면 우 리 고향이래는 거 아니냐?
은환 (할말을 잃고 있다)
상두 고향에 가면 니 말대루 젤 먼저 학교부터 가 보구, 그 담에 어디 가까? 봉춘이네 찐빵집 아직 있을래나? 거기 가서 찐빵부터 실컷 먹으까?
은환 (멍해서).....내가 오자 그랬어?
상두 ....그래.
은환 ....내가 오자 그랬단 말이지?
상두 가서 옷부터 입구, 얼른 가자.
은환 (고개 젓는) 안 가.
상두 오구 싶어 했잖아.
은환 못 가..나 못 가...서울에 갈래....(휙 뒤돌아서 간다)
상두 (은환앞을 막아선다) 저 다리만 건너면 돼....여기까지 와 놓구, 십분도 안 걸려.
은환 싫어....안 가. 내가 어떻게 가?
상두 엄마가 곗돈 떼 먹구 도망간 거 땜에 그래?
은환 ......
상두 10년이 넘게 흘렀어. 사람들두 다 잊었을거야. 공소시효두 다 지났을걸?
은환 ...나, 서울 갈래. (돌아서 간다)
상두 (보다가 혼잣말) 그래, 사실을 나두 가기 싫다....(다리를 돌아본다, 의미심장하게) 나 두 사실은 저기...환장하게 싫다, 은환아.
35. #남해 대교 근처
옷을 갈아 입은 은환,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데, 서울행 버스 와서 멎는다.
상두, 근처 가게에서 빵과 우유등을 사고 있다가 “잠깐만요!”하며 소리 지른다.
#시외 버스안
은환, 차에 올라 타 창가 자리로 앉는다. 뒤도 안 돌아보고 꼿꼿하게 앞만 보고 있 다.
잠시후, 상두, “감사합니다, 아저씨”하며 버스에 올라 은환의 옆자리에 털석 앉으며 가쁜 숨을 고른다.
잠시후, 버스 출발하자 은환, 뒤를 돌아본다. 상두도 무의식적으로 뒤돌아본다.
상두와 은환의 시야에서 바다와 다리, 점점 멀어진다.
36. #시외버스안(달리는)
창밖으로 시골 풍경들이 펼쳐진다.
은환, 속이 쓰린듯 인상을 찌푸리고 가슴을 부비며 창밖을 보고 있다.
상두 속 많이 아프지? (빵과 우유 껍질 뜯어서 은환에게 주며) 해장국을 먹어야 되는데...
은환 (창밖만 보고 있다)
상두 학교다 전화했어?
은환 (창밖에다 시선주며 고개 끄덕이는)
상두 어머니한테두 전화하구?
은환 (...상두 보지 않고, 고개 끄덕이는)
상두 (우유 벌컥벌컥 마시고) 그렇게 완전히 다 필름이 끊겼음...어제 니가 나한테 했던 고백두 생각 안 나겠네?
은환 (그제야 상두를 보고) 무슨 고백을 했는데, 내가?
상두 그동안 니가 나한테 내숭 떨었던 거, 모조리 다 불었지.
은환 (얼핏 표정 굳어져) 무슨 소리야?
상두 (좋아서 함박 웃음을 웃으며) 니가 날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까지 사랑하 고 있는 줄은 몰랐다, 솔직히.
은환 (당황해서 눈이 동그래지는)
상두 (악수청하듯 손을 내밀고) 앞으루 잘해보자, 우리!
은환 (기가 막히다)
상두 (은환의 손을 끌어 억지로 손을 맞잡는데)
은환 (손을 빼낸다) 차...착각했나 보다.
상두 (어이없는) 엉?
은환 (당황해서 변명하는) 나 술 마시면 사람두 잘 몰라보구 착각두 되게 잘해....니가 우 리 민석씬 줄 알구 착각했었나부다.
상두 (갑자기 웃던 표정이 굳어진다)
은환 (계속 변명) 아...아무나 잡구 사랑한다 그러구, 좋아한다 그러는 거 내 술 버릇이 야!
상두 (표정 점점 더 굳어지는)
은환 우리집에 족발 먹으러 온 유부남 아저씨들한테두 좋아한다 그러구 사랑한다 그러구 얼마나 사고를 쳤는데, 내가?
상두 (표정이 완전히 싸늘하게 굳어진다)
은환 어...어떡하냐? 니가 내 술 버릇을 모르구 착각을 했었구나...미안해.
상두 (갑자기 삐진 듯 인상이 굳어지더니 자리를 옮겨 옆 좌석으로 가 앉는다)
은환 (당황해서 보는데)
상두 (은환에게서 등을 돌린 채 창밖만 보고 있다)
은환 (당혹스럽다....미안하기도 하고....술이 웬수다, 웬수! 차창에 대고 자기 머리를 쿵쿵 박아버리는)
37. #고속도로
상두와 은환을 실은 버스, 달리고 있다.
38. #버스안
창밖을 보며 가던 은환,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상두를 본다.
상두, 아예 홱 돌아앉아 등만 보이고 있다.
은환, 미안하게 보다가...할수 없다 생각하고 표정을 굳건히 다잡는다. 그러다 다시 자기도 모르게 상두를 본다.
여전히 꿈쩍도 않고 등을 돌리고 앉은 상두.
39. #서울 시외 버스 터미널 하차장
민석, 하차장에서 오는 버스들을 살피며 은환을 기다리고 있다.
민석 (핸드폰하는) 예, 어머니....아까 한 대가 도착했는데, 거긴 없구요...좀 있음 또 한 대 가 도착한대요....은환이 너무 혼내지 마세요, 어머니....네에.(핸드폰을 닫으며 표정이 얼핏 굳어진다.)
40. #시외버스안/터미널 하차장 일각
은환과 상두가 탄 시외버스, 터미널로 들어서고 있다.
상두는 여전히 꿈쩍도 않고 등만 보이고 있고, 은환, 미안한 마음으로 상두의 등을 본다.
저 앞으로 버스를 살피고 있는 민석의 모습이 보인다.
버스, 하차장으로 들어와 천천히 멈춘다.
사람들 일어나서 내리기 시작하지만, 상두는 여전히 바위처럼 그 자세 그대로 꼼짝 도 않고 있다.
불안하고 걱정스럽게 상두를 보는 은환.
이때, 은환쪽 차창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은환, 고개 돌려보면 민석, 환하게 웃으며 은환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인다.
당황해서 눈이 동그래지는 은환...어떻게 알구 왔지?
민석, 은환에게 어서 내리라고 손짓을 한다.
어쩔 수 없이 엉거주춤 일어서는 은환...상두쪽을 보면 상두, 여전히 등을 돌린 자세 로 있다.
은환, 찜찜한 표정으로 하는 수 없이 차 입구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41. #하차장
민석, 차 출입문 앞에 서 있고, 은환, 차 계단을 내려온다.
민석 은환아.
은환 여긴 어떻게 알구 왔어?....엄마가 민석씨한테까지 말했어?
민석 거기가 어디라구 혼자 갔다와?
은환 .....(차안의 상두가 신경 쓰인다)
민석 가자....족발에 맞을 준비 단단히 하구.
민석, 은환의 어깨를 감싸안고 간다.
은환, 걱정스런 표정으로 버스쪽을 돌아보며 어쩔수 없이 민석에게 끌려 간다.
42. #버스안
비로소 보여지는 상두의 얼굴.
상두, 그대로 꿈쩍도 않고 앉아 표정없이 멍하게 눈을 뜨고 다정하게 걸어가는 은 환과 민석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43. #민석 차안(달리는)
은환, 시트에 머리를 기대며 찜찜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민석 (은환을 흘끗 보며) 얼굴이 반쪽이 됐네. 어디 아팠니?
은환 ...아니.
민석 (한손으로 은환의 머리를 짚어보고) 열두 제법 있는데?
은환 괜찮아. (창밖을 보며 유리창에 머리를 탁 기댄다)
민석 나한테 기대!
은환 (보는)
민석 딴 데 보지 말구, 차가운 유리창에 기대지 말구, 내 어깨에 기대라구!! (자기 어깨 탁탁 두드려준다)
은환 (잠깐 망설이다가 하는 수 없이 민석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민석 미안해.
은환 ...(무슨 소린가 보는)
민석 잠깐 너 의심했었어...갑자기 고향에 갔단 얘기 듣구, 혹시 첫사랑이랑 같이 사라진 게 아닌가....
은환 (숨이 멎는 것 같다)
민석 미안하다....잘못했어.
은환 .......
민석, 은환의 손을 가만히 잡는다.
44. #잠수교
상두, 털레털레 길을 걸어가고 있다.
45. #민석 차안
은환, 민석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고, 민석, 은환의 잡은 손을 놓지 않고 간다.
민석 우리 병동에 어제 꼬마 하나가 들어왔는데, 눈이 꼭 니네 집 짱가랑 닮았어. 웃겨 죽는 줄 알았잖아.
은환 (표정이 없다)
이때, 민석의 핸드폰 울린다.
민석 (와이어리스 끼고 받는) 네....(당황하며) 뭐? 보리가?....언제?....알았어. 지금 바루 가 께.
은환 (보는)
민석 (핸드폰 끊고) 어떡하지? 나 지금 병원에 좀 가봐야 될 거 같다.
은환 ....보리라면 지난번에 내 차에다 크레파스루 낙서한 애?
민석 (고개 끄덕이고)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나봐....조기 택시 있는데 세워 줄테니 까...아니다...너두 병원에 같이 가자.
은환 응?
민석 주사 맞구 가.
은환 아냐, 됐어.
민석 집에 들어가봤자 어머니한테 맞기 밖에 더해? 얼굴 보니까 감기 같은데, 요즘 감기 무서워. 말들어.
민석, 그대로 차를 유턴 시켜 버린다.
46. # 길거리
상두, 인형들앞에 걸음 멈춰서서 구경한다. (길거리 인형 파는 행상)
행상 애인 주시게요?
상두 (피식 웃고) 아뇨, 딸 애 주려구요....방귀 대장 뽕뽕이 있어요?
47. #대형 슈퍼
상두, 인형을 카트에 태우고 두리번 거리며 다니다가 직원이 보이자.
상두 여기 초코파이 어딨어요?
직원 저기요...(하며 가리킨다)
상두, 카트를 밀고 휘잉 가는데, 마침 커버를 돌아오던 다른 카트와 탁 부딪힌다.
부딪힌 카트의 주인, 수희다.
수희 자기야!!
상두 (놀라고 당황하는)
수희 여긴 어쩐 일이야?
상두 으응....시장 좀 볼려구....
수희 건강은 좀 어때? 정말루 중풍이 왔대? 치질 수술은 어떻게 됐어?
상두 (사람들 의식하며) 나중에 말해주께, 나중에.
수희 ...(그래, 이런 데서 떠들 얘긴 아니지...) 이런 데서 만나니까 되게 반갑다, 자기!!
상두 (불안한 표정으로 주위를 휘 둘러보며 목소리는 안나고 입모양으로 ‘자기라 그러지 마!’) 사람들 쳐다봐.
수희 괜찮아. 남편이랑 이혼 할건데 뭐. 자기랑 결혼 할건데, 뭐.
상두 (안색이 창백해지며)
수희 이럴 게 아니라 우리 커피라두 한 잔 하자.
상두 화...화장실 좀 갔다 올께....설사끼가 있나, 배가 아프네...
48. #쇼핑 센터내 화장실
인형을 들고 화장실 앞으로 갔던 상두, 휙 돌아선다.
49. #쇼핑 센터 일각
수희, 물건을 사들고 상두를 기다리고 있다...상두, 짐을 나르는 직원옆에 붙어서 살 금살금 도망치기 시작한다.
50. #쇼핑 센터앞
힘껏 달려 도망치는 상두, 가픈 숨 고르다가 인형을 보고 씨익 웃고, 택시 잡으려 고 손을 든다.
택시, 상두앞으로 와서 서는데, 어떤 아줌마가 새치기를 하며 얌체같이 타고 가 버 린다.
상두, 어이없는 표정 짓다가 혹시 수희가 나오나 불안하게 뒤를 돌아본다.
51. #병실
은환, 엎드려 있고, 간호사, 은환의 엉덩이에 주사를 놔 준다.
은환, 인상 찌푸리고.
간호사1 감기 기운이 좀 있으시거든요...나오시면 처방전 드리께요.
은환 (일어나서 바지 끌어 올리며) 예....고맙습니다.
간호사1, 밖으로 나가고.
은환,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가 문득 가슴에 손을 얹는데, 네 잎 클로바 목걸이가 만져진다.
은환, 생각하는.
52. # 보리 병실앞
은환, 호수와 이름을 살피며 보리 병실앞으로 온다. “차보리”라는 이름 보인다.
53. # 병실안
안색이 급격하게 창백해진 보리, 의식을 잃고 누워 있고, 민석, 링거를 체크하며
보리를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간호사2, 민석의 옆에 서 있고.
민석 보호자 분들은 찾아봤어요?
간호사2 보리 아버진 연락이 안되구요, 할아버진 개 드시러 간 거 같다구....
민석 에?
간호사2 305호 보호자분이 개 장사래요. 1시간 전에 같이 나가셨다는데...
민석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는데)
이때, 노크 소리 들린다.
민석 네.
은환 (빼꼼히 문을 열고 들어선다)
민석 은환아.
은환 (간호사에게 인사하고) 애는 좀 어때? 괜찮아?
민석 쇼크를 좀 일으킨 거 같은데, 경과를 더 두구 봐야겠어.
간호사2 (목례하고 나간다)
은환 보호잔 없어? 얘 엄만 어디 갔어?
민석 엄마 아냐, 그 사람...엄마가 없대.
은환 가여워라...(보리 옆으로 가 안스럽게 보는) 다른 가족두 없어?
민석 아빠랑 할아버지랑 셋이 사는데...보호자들이 아주 꼴통이다.
은환 (식은땀이 가득 배인 보리의 흘러내린 머리칼 쓸어 올려주며) 많이 아픈가 보다.
민석 여긴 뭐하러 왔어?
은환 접때 내가 아픈 애한테 내가 너무 심하게 한 거 같애서....(네잎 클로버 목걸이 떼서 보리 손목에 감아준다)
민석 (보는)
은환 수호신이야, 아가야...이 목걸이가 널 지켜 줄거야.
민석 (은환의 따뜻한 마음에... 피식 웃는)
이때, 보리, 의식을 잃은 채 마른 입술 달싹거리며 “아빠...아빠....”부른다.
은환 아빨 찾나봐....어떡해? (보리 얼굴을 안스럽게 어루만져 주는)
54. #쇼핑 센터앞
상두,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데, 택시가 없다.
상두, 불안하게 뒤를 보다가 핸드폰 꺼내서 꺼져 있던 전원을 켠다.
상두 (핸드폰 번호 누르고 기다리고 있는데) 이 할아방구는 왜 전활 안 받냐? (저편에서 빈 택시 오는 것보고 손을 흔드는)
이때, 택시 와서 서고.
상두,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고 택시를 타려는데, 이때, 다시 어떤 아줌마, 상두의 택 시를 새치기 한다.
상두 (화가 나서 버럭) 아줌마!! 새치기 하지 마!!
아줌마, 돌아보는데, 명순이다.
명순 (반가와서) 하니야!
상두 (기가 막히다)
55. #보리 병실
은환, 아픈 보리를 지키고 있다. 수건으로 보리의 얼굴에 맺힌 땀을 닦아준다.
보리, 여전히 의식이 없다.
은환, 보리의 손바닥을 살펴 보는데, 북두칠성 점이 나 있다.
민석, 병실문 열고 들어선다.
민석 아직 안 갔어? 어머니 걱정 하실텐데...
은환 얘 손톱이 우리 엄마랑 똑 같이 생겼어....이렇게 생긴 손톱 되게 드문데.
민석 (다가와서 보는) 그러네.
은환 우리 엄마 딸두 얘만할 때 잃어버렸다던데....(문득, 혹시 싶다) 얘 엄마, 어떤 사람 인지 알어?
민석 왕조현!
은환 응?
민석 왕조현이래, 얘네 엄마.
은환 (어이없다는 듯 픽 웃고) 근데, 무슨 보호자들이 이래? 어린애 혼자 두구 어딜 간거 야, 대체?!
민석 그러게.
은환 보호자 올때까지만 내가 있을게, 그럼.
민석 (빙긋 웃고) 그럼 니가 좀만 더 여기 있어. 이상 있으면 나한테 연락하구. (은환 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고 나가는)
은환 (보리에게 얘기하는) 조금만 기다려, 아가야....아빠 곧 오실거니까, 좀만 더 기다려.
56. #캬바레 플로어
상두, 명순과 함께 부루스 추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추고 있지만, 싫은 인상 역력하 다.
명순 (상두의 표정을 스윽 살피며) 하니 니 요즘 쫌 밴한 거 아나?
상두 (시큰둥) 밴하긴 머가 밴해?
명순 핸드폰을 때리도 받도 안하고, 낼로 만나도 벨로 반갑아 하는 겉지도 않고.
상두 바쁜 일도 많고, 쫌 피곤해서 그렇지 뭐.
명순 (넌즈시) 다른 여자 생깃제?
상두 또 시작이가?
명순 이때꺼지 내 직감이 틀린 적이 엄따. 다른 여자 생긴 거 맞재?
상두 (귀찮다, 터프하게) 맞다, 그래...다른 여자 생깃다. 댄나?
명순 (얼핏 표정 굳어졌다가....사근사근해지며) 하니야, 내가 차 한 대 빼주까?
상두 차?
명순 내가 외제차 좋은 거 바났는데 그거 하나 빼주까?
상두 댔다. 요즘 나라 갱제도 애럽은데 외제차는 무슨 외제차?
명순 그거는 나라 사정이고, 내는 돈이 넘치 나가 감당을 몬한다....당장 사로 가까?
상두 (한탕 건져 볼까?) 내보고 지금 여자 돈 내는 데 쫄쫄 따라가가 사나이 체맨 다 구 개삐라 이기가?
명순 내가 하니 한테 돈만 주고, 차는 하니 니 혼자 가서 사몬 안대나, 그라모?
상두 ...댄다, 그라몬!!
상두, 명순을 다정하게 더 끌어안으며 춤을 춘다.
명순,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다가 문득 뭔가를 발견하고 기함한 표정이 된다.
명순 하니야!! 도망치라, 퍼뜩!
상두 와? (하며 명순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본다)
캬바레 홀에 명순 남편(40대 중반, 순하게 생긴) 과 30대의 젊은 남자 3명(인상 더 럽고 후즐근한 옷차림의), 들어선다. 명순을 찾는 듯 두리번거리는.
상두 누가 왔나?
명순 우..우리 아 아부지랑 시동생들 왔다...퍼뜩 도망치라! (하는데)
이때, 명순 남편 일행중 한명 명순을 손으로 가리키며.
남자1 행님! 행수님 저게 있심니다!
명.남 (명순쪽을 보고) 맹순아!
춤을 추던 상두, 기함을 해서 도망치기 시작한다.
명순, 죽을 상을 하고 있고.
명.남 저..저 놈 잡아라! 저 제비새끼 잡아라! 저 놈!!
남자들, 상두를 뒤쫓는다.
명순 남편, 명순을 원망스럽게 보다가 상두를 쫓는다.
57. # 카바레 계단
어우 씨...하며 도망치는 상두.
“거게 안 서나! 이 제비 새끼야!” 하며 상두를 쫓는 명순 남편 일행.
58. #골목
낭패한 표정의 상두, 이를 앙물고 도망간다...달려오던 차에 부딪힐뻔 하지만, 차를 훌쩍 뛰어 넘어 건너가고...그러다 다리를 삔 듯 인상 찌푸린다.
명순 남편과 남자들, 열심히 상두를 쫓아온다.
명순 남편, 숨이차서 헉헉거리고, 남자들, “행님! 괘안심니꺼?” 하며 열심히 명순 남 편을 부축해서 힘겹게 따라온다.
59. #공사 현장
상두, 다친 다리를 질질 끌며 도망간다.
뒤를 돌아보면 명순 남편 일행, (남자들, 명순 남편을 껴잡고) 거의 근접하게 쫓아 오고 있다.
상두, 안되겠다 싶어 도망 치던 것 멈추고, 공사판에 떨어진 각목을 집어들고 검도 자세로 선다.
남자들, 상두 앞에 다다라 상두가 각목 집어 든 것을 보고 움찔하며 멈춰선다.
상두 제가 말씀을 좀 드릴게 있는데요. 제가 별이 다섯 개거든요...약 13일전에는 내 두배 쯤 되는 떡대들이랑 13대 1루 붙어갖구요 걔들이 지금 줄줄이 중환자실에 누워 있 거든요.
남자1 저 제비 새끼가 머라꼬 씨부리쌌노, 지금? (당장 달려들 듯 하는데)
상두 (각목을 맨손으로 확 부러뜨려 버린다)나 이런 놈이니까, 알구나 덤비라구!
남자들, 겁 먹은 표정들 된다.
상두 (남자들이 겁 먹었다는 것 알고 기고 만장한) 아저씨가 아줌마 딴 생각 안하게 관 리를 잘 하시지, 그럼! 왜 나한테 그래? 만만한 게 제비야?
명.남 (순순하게) 그래, 맞다!
상두 ?
명.남 묵고 사는 기 바빠가 지 마누래 하나도 몬 챙긴 내가 빙신이지, 니가 먼 잘몬이겠 노? 니도 그기 직업이낀데?
상두 (순순한 태도에 오히려 당황하는)
남자1 행님! 먼소리를 합니꺼, 지금?
명.남 원하는 기 머꼬? 돈이가? 돈 주몬 떨어져 줄래? (하며 지갑을 꺼낸다)
상두 (어리벙벙)
남자1 그 돈이 우떤 돈인데, 행님! 저런 제비새끼한테 줄라꼬 그래 쌔빠지게 호떡 디비고, 붕어빵 꿉고 그랬어예?
상두 ?...잠깐만요....호떡을 디비고, 붕어빵을 굽다니....아저씨 호떡 장사예요?
남자1 그래, 우리 행님은 리어카에서 호떡 팔고, 우리 행수님은 넘에 집 파출부로 뛰고 있 다. 이 베룩에 간을 내 묵을 놈아!
상두 (기가 막히는) 강남에서 빌딩이 열채나 되는 졸부가 아니구요?
명.남 우리 마누래가 니 겉은 제비 만난다꼬 진 빚이 빌딩 열 채값은 되끼다.
상두 (기가 막히다...말을 잃는....그럼 내가 그런 돈을 등쳤단 말인가?)
남자1 행님! 저 자석 마 일나도 몬하게 내가 확 패뿌께예, 고마.
명.남 댔다. 잘몬 팼다가 치료비 물어준 돈도 엄따.
상두 패세요!
명순남편과 남자들, 의아한 표정으로 상두를 보고.
상두 (들고 있던 각목 던져 버리고) 치료비 물어달란 소리 안 할테니까 분 풀릴때까지 마음 놓구 패세요. (가만 있겠다는 듯 두 팔을 크로스해서 붙이며 몸을 대주는)
명순 남편과 남자들, 쟤가 왜 저러나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계속 어리둥절해 하고.
상두 패라니까요! 맘 변하기전에!!
명.남 (긴가 민가) 진짜 내 분풀릴때까지 패도 됨니꺼?
상두 (각오했다는 듯 눈을 감으며 고개 끄덕이는)
60. #민석 병원 로비(밤)
패셔너블한 차림의 세라, 들어선다.
세라, 걸어가다가 간호사2와 만난다.
세라 차보리 담당 간호사님이시죠?...보리 아빠 병실에 왔어요, 혹시?
간호사2 보리 많이 아픈 거 모르시죠?
세라 네?
61. #보리 병실
은환, 보리 침대에 엎드려 깜박 잠들어 있다.
의식을 잃은 보리, 천천히 눈을 뜬다.
병실을 휘 둘러보다가 은환의 머리를 툭툭 건드린다. (은환인지는 모르고)
은환, 흠칫하며 일어난다.
은환 (환하게 웃으며) 보리, 일어났구나.
보리 (은환임을 알고는 갑자기 실룩이더니) 아빠아.....(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은환 (당황하며) 아빠, 좀 있으면 오실거야....울지 마....몸두 아픈 애가 울면 어떡해? 울지 마, 응?
보리 (더 큰소리로 아빠아.... 부르며 울기 시작한다)
은환 (진땀이 난다) 지난번엔 언니가 너무 미안했어....언니가 잘못했어....언니가 업어주 까?
보리 (더 큰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은환 (당황해서) 울지 마, 응?...언니가 재밌는 거 보여줄께....이것봐라...(.개그맨 흉내 어 설프게 낸다...우비 소녀나 노통장같은)
보리 (은환의 개그(?)에 잠깐 울음 그친다)
은환 재밌지? 똑같지?
보리 하나두 안 똑같애...(하며 다시 아빠아...부르며 큰소리로 운다)
은환 (난감한 표정 짓는데)
이때, 병실문 벌컥 열리며 눈물이 그렁한 세라, 사색이 돼서 들어선다.
세라 보리야!
은환 (당황해서 보는데)
보리 (세라가 오자 더 큰소리로 운다)
세라 (은환을 밉게 보며) 니가 또 우리 보리 울렸니? 우리 보리랑 전생에 웬수졌니, 너?
은환 (변명하려다 그만 둔다.)
세라 (가서 보리를 안으며) 울지마, 울지마....(자기도 눈물이 난다) 많이 아팠다면서, 우리 보리? 난 그것두 모르구...미안해...미안해, 보리야. (보리를 끌어안고 흐느껴 운다)
보리 (세라가 우는 것 보고 좀 당황해서 울음을 그친다)
은환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멍하게 서 있다)
세라 (조금 있다가 보리를 떼어내며 자기 눈물을 닦고 보리 눈물을 닦아주며) 아빠랑 할 아버진 어디 가신거니, 대체?...(다시 눈물이 난다) 속상해, 정말..(목이 메인다.)
보리 (얼떨떨해서 완전히 울음을 그치고 세라를 보는...이 아줌마가 왜 이러나?)
은환 ....저기, 그럼 전 그만 가보겠습니다.
세라 (휙 노려보며 날카롭게) 아직 안 갔니?
은환 지난번엔 죄송했어요. 전 보리 어머닌 줄 알구....제가 너무 말을 함부로 했죠?
세라 아니 다행이다.
은환 (고개 꾸벅 숙이며)...그만 가보겠습니다.....(손을 흔들어주며) 보리 안녕!
보리 (비죽거리며 다시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
세라 얘가 지금 너보구 안녕이 하구 싶겠니? 애 혈압 그만 올리구 그냥 가! 그냥!!
은환 .....(조용히 병실을 빠져 나간다)
62. #병실밖
내가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은환, 억울한 표정 얼굴 가득 머금고 터덜터덜 걸음을 옮겨간다.
63. #병원앞(택시와 자가용 도착하는 곳)
은환, 택시를 잡기 위해 서 있다.
64. #보리 병실
세라, 보리를 다독여 눕혀준다.
세라 앞으로는 내가 엄...(하다가) 언니가 우리 보리옆에 있으께....우리 보리 언니가 지켜 줄거야.
이때, 병실문 열리며 민석, 들어선다.
민석 보리 깨났구나?....(세라보고 인사하며) 오셨어요?
세라 우리 보리 어떻게 된 거예요? 왜 쓰러졌던 거예요?
민석 (와서 보리의 체온과 맥박등을 체크하며) 일시적인 쇼큰 거 같긴 한데 일단 내일 정밀 검사를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하다가 문득) 혹시 여기 은환이...제 여자 친 구 없었나요?
세라 선생님두 그러시는 거 아녜요.
민석 네?
세라 보리가 선생님한테 어떤 감정인지 알면서 어떻게 여자 친구한테 우리 보릴 맡겨놔 요? 어린애한테 너무 잔인한 거 아녜요?
민석 .....(대답할 말이 없다)
65. #병원앞
은환, 택시를 잡으려고 서 있다.
이때, 손님을 태운 택시, 은환앞쪽으로 와 멎는다.
은환, 타려고 조수석 문쪽으로 가는데, 조수석, 문 열리고 상두, 내린다. 손에는 보 리에게 줄 뿡뿡이 인형이 들려있다.
상두, 눈자위가 퍼렇게 멍들어 부어오르고 입술가가 찢어져 있다.
상두 (기사에게) 됐어요, 거스름돈은 아저씨 가지세요.
상두, 다리 약간 절룩이며 돌아서다가 그대로 은환과 얼굴을 마주친다.
상두 (놀라고)
은환 (더욱 크게 놀라고 당황하는)
66. #엘리베이터안
민석, 조급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다. 1층에 깜박이 불 들어오고 엘리베 이터 문 열린다.
다급하게 뛰어내리는 민석.
67. #병원앞
상두와 은환, 서로 할 말을 잃고 마주 보고 서 있다.
택시 기사, “안 타요?” 하고 소리 지르고.
은환 예, 타요. (하며 조수석에 오르려다가 상두 보고 안타까워) 언제 그렇게 또 다쳤어?
상두 치사하게 말두 안하구 혼자 내려 버리냐?
은환 (속상하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상두의 상처에 가만히 손을 가져다 댄다) 아프겠다.
상두 (은환의 손길에 심장이 한 순간 멈추는듯 긴장감 느낀다)
68. #병원로비
민석, 현관쪽으로 뛰어오다가 병원 앞에 서 있는 상두와 은환을 발견한다. 상두의 얼굴에 손을 대고 있는 은환... 사람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얼어 붙은 듯 걸음을 멈 춘다.
69. #병원앞
은환 병원에 올 정도로 많이 다쳤어? 어딜 얼만큼 다쳤는데?
상두 (은환의 손을 탁 쳐내며) 뭘 묻냐? 나같은 놈이야 죽어도 관심없잖아. (차갑게 돌아 선다)
은환 (무안하고,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70. #보리 병실 일각/보리 병실앞
상두, 인형을 들고 다리 절룩이며 온다.
이때, 상두앞으로 휙 던져지는 짐가방....정확히 상두의 몸을 명중시킨다.
세라, 식식거리며 상두를 노려보고 있다.
상두 야!!
세라 가!
상두 (어이가 없어) 저 기집애 저게....(한대 치기라도 할 듯 병실쪽으로 온다)
세라 (병실문을 가로 막으며) 보린 내가 돌볼거야! 가! 다 가!!
상두 얘가 왜 이래, 갑자기? 너 뭐 잘못 먹었냐?
세라 (울컥하며) 보리 오늘 쓰러졌대...갑자기 호흡 곤란을 일으켜 갖구 기절했대.
상두 (놀라는) 뭐?
세라 할아버지두 없구, 아빠두 없구, 엄마두 없이 어린 게...혼자서 아팠대.
상두 (당황하며 보리 병실로 들어가려는데)
세라 (상두를 밀어내며) 가! 너한텐 안 맡겨! 보린 내가 돌볼거야! 내가!!
상두 (세라가 자신의 몸을 탁탁 건드리자 아파서 인상 찌푸리고) 안 비킬래? 니가 보릴 왜 돌봐!!
세라 난 보리 엄마야!!
상두 입 다물어!
세라 (더 큰소리로) 난 보리 엄마야!!....내가 보리 엄마야!!
상두 (손으로 세라 입을 탁 막아 버린다. 분노의 표정)
세라 (입이 가려져서도 다시 말을 하려는데)
상두 안 들어가께! 안 들어가면 되잖아!!
71. #일각
민석,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기가 막히고 황당한 표정 짓는다.
72. #병원벤치
수은등 아래 병원 벤치.
상두, 인형을 들고 벤치로 털레털레 걸어온다.
기분이 참담하고 엉망이다....한숨 푸 내뱉으며 벤치에 덜렁 드러눕다가 맞은 상처가 욱신거려 짧은 비명 지르며 다시 일어난다.
겉옷 겉어서 보면 가슴과 배 주위에도 멍자욱이 있다.
상두, 푸후 한숨 뱉는.
73. #심란 족발 가게
은환, 조심스럽게 들어선다.
이때, 은환의 머리에 탁 던져지는 족발.
심란, 삶은 족발이 가득 든 소쿠리를 들고 은환을 밉게 노려본다.
심란 에밀 죽여라! 피를 말려 죽여, 이년아!!
은환 잘못했어, 엄마.
심란 거긴 왜 갔어? 10년 전에 곗돈 떼먹고 달아난 공심란이 딸내미 왔습니다. 맞아 죽 을려구 갔어?
은환 .....못 갔어. 근처까지 갔었는데...거기까진 못 갔어.
심란 글세, 근처는 왜 가, 이 년아! 하필이면 거길 왜 가, 왜?!!
은환 글쎄 말야...나두 모르겠어, 거길 왜 갔는지 나두 모르겠어.
이때, 안채쪽에서 지환, 나온다.
지환 어? 채 티쳐 돌아 오셨네.....(뺀질뺀질한 표정으로 얼굴을 은환 가까이 들이밀고) 수 발이랑 같이 날렀대매? 제 정신이냐?
은환 (기함을 해서)..누...누가 그래?
심란 (저건 또 무슨 소린가)
지환 우리반 부반장이 야자 끝나고 나오다 봤대는데?....수발이랑 둘이서 택시 타고 가더 라 그러던데?
은환 (당황해서) 아..아냐...잘못 봤겠지...수...수발이랑 내가 뭐할라구 택실 같이 타? 호... 혼자 갔다 왔어, 혼자....(자신을 의아하게 보는 심란을 보며) 저...정말이야, 나 혼자 갔다 왔어!...(당황한 표정 역력해서 안채쪽으로 들어가버린다)
심란 뭔 소리야, 이게?!! 수발이라면 너 팼다는 그 수위 놈! 그 놈이 니 누나랑 왜 같이 가?
지환 확 그냥 매형한테 일러줘 버릴까부다. (돌아서는데)
심란 (족발로 지환의 머리를 탁 때리며) 일러주긴 뭘 일러줘, 이놈아!
지환 아우, 엄마! 족발 갖구 좀 때리지 좀 마! 내가 개, 돼지도 아니구 말이야, 족발에 맞 으면 얼마나 기분 나쁜지 알어?
심란 (귀를 탁 잡으며) 매형한테 가서 쓸데 없는 소리만 해봐! 너 죽구 나 죽는다, 이눔 아!!
지환 벌써 다 일러줬는데?
심란 뭐?
지환 더 큰 일 터지기 전에 누나 단속 잘하라구 일러줬지, 벌써....사나이 의리두 있는데.
심란 (어이가 없는) 이런 쳐 죽일놈!
지환 미시적 안목에서 보면 물론 처 죽일 놈이지만, 거시적 안목에서 보면 화근의 싹을 잘라 버린다는 측면에서....나중에 다들 나한테 고맙다구 할걸?
심란 (족발로 지환의 입을 탁 때린다)
지환 엄마아!
심란 (팔 걷어부치며) 공 심란이 오늘부로 아들 있는 거 하나 죽었다!!....이리 와!
74. #병원 휴게실 (2,3층 정도 위치한)
투명창을 통해 일층 정원이 내려다 보이는 휴게실.
민석, 자판기 커피 마시며 일층을 내려다 보고 있다.
정원 벤치에 인형을 베고 눈감고 있는 상두의 모습 보인다.
지환(E) 차상두라구 우리 학교 수윈데요, 제비처럼 생겨갖구 우리 누나처럼 단순하구 얼빵 한 여자들은 딱 걸려들기 좋은 놈이죠.
민석 (표정에는 변화없이 보는)
지환(E) 매형은 우리 누나라면 대책없이 무조건 믿어버리는데요, 전요, 여자라면 우리 엄마 도 안 믿거든요.
민석 (표정 변화없이 그대로....)
이때, 안내 방송 들린다.
아나(E) 소아과 강민석 선생님! 소아과 강민석 선생님은 지금 급히 의국으로 가시기 바랍니 다.
민석 (그대로 표정없이 서 있다)
안내 방송, 다시 반복되지만, 민석, 그대로 바위처럼 표정없이 서 있는....
75. #은환 마당
은환, 품에 짱가를 안고 쓰다듬어 주고 있다. 상두가 계속 마음에 걸린다.
76. #병원 벤치
수은등 불빛이 연해지고....제법 밤이 깊었다.
상두, 인형을 베고 잠들어 있다.
만도(E) (잠꼬대하는) 맛있다....육질두 쫀쫀하구.
상두, 흠칫 눈을 뜨고, 소리나는 곳을 보며 일어난다.
만도, 상두 바로 옆 벤치에서 신문을 덮고 잠들어 있다.
꿈속에서도 뭔가를 맛있게 먹는 듯 냠냠 쩝쩝 입맛을 다셔댄다.
만도(E) 술 한잔 따러봐, 윤 마담....
상두 (기가 차서 보는....답이 없는 인간이다.)
77. #보리 병실
조명등만 켜진 병실.
보리, 곤히 잠들어 있고, 세라는 간이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다. (몸부림을 쳤는지 세라의 베게는 바닥에 떨어져 있다)
상두,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서서 보리쪽으로 온다.
상두 (인형을 보리 머리맡에 놓고,...보리의 얼굴을 쓸어주며 한동안 보다가) 아프지 마라, 보리야....아빤 너 병 고쳐줄라구 얼마나 기가 막힌 짓을 하고 다니는데, 니가 이렇 게 자꾸 아프면 아빠 어떡하냐?
상두, 보리를 마음 아프게 보다가 돌아선다.
상두, 바닥에 떨어진 세라의 베게를 집어 세라의 머리에 받쳐주고, 이불도 제대로 덮어준다.
F.O.
78. # 병원 외경(아침)
79. #보리 병실
상두, 보리를 세수 시키고 있다. 가제수건으로 정성스럽게 닦아주는.
상두 야아, 우리 보리 눈이 부시네?....우리 이쁜 딸내미 아까워서 나중에 어떻게 시집 보 내지?
보리 (좋아서 헤 웃는)
보리의 손을 닦아주다가 문득 보리 손에 팔찌처럼 돌돌 감겨진 네잎 크로버 목걸이 를 발견한다.
상두 어? 이게 뭐야?
보리 몰라.
상두 (자세히 들여다 본다)
80. #프래시백
모텔방에서 은환의 목에 걸려 있던 네 잎 클로버 목걸이.
81. #보리병실
상두, 눈빛이 심하게 흔들린다. 팬던트 뒤쪽에 은환의 이니셜이 씌여 있다.
보리 접때 아팠다가 일어나니까 내 손에 있었어.
상두 .......(가슴에 작은 폭풍이 인다)
82. #은환 학교 수위실
상두, 이불과 코펠등 자기 물건들을 박스에 챙기고 있다.
수위(3회) 라면은 안 챙겨?
상두 (기운없이 옆에 둔 라면 박스 챙기는)
83. #등나무 벤치
상두, 짐들 챙겨서 벤치에 멍하니 앉아 있다. 학생들, 까르르 웃으며 뛰어다니고 있 다.
교장, 저편에서 오다가 상두 보고는 상두옆으로 와서 앉는다.
교장 인사도 안하고 갔나 서운해하고 있었지, 난.
상두 (멍하니)
교장 우리 둘이 송별회라두 할까?
상두 (퉁명스럽게) 병주구 약 줘요?...(학생들을 부럽게 보며 중얼거리는) 좋겠다, 짜식들.
교장 (피식 웃고) 고등학교 2학년도 채 못 다니구 그만 뒀다 그랬지?
상두 (퉁명스럽게) 걱정 마세요. 할아버지가 취직 안 시켜줘두 저 잘 먹고 살아요!! 나중 에 회사 만들어서 고등학교 중퇴자들만 받아줄거예요, 왜?!!
교장 (인자하게 웃고) 단단히 삐졌나 보네.
이때, 저앞으로 은환과 남학생, 걸어나오고 있다. (은환, 교장과 상두의 존재를 모른 다. 상두가 있는 곳에서는 은환이 잘 보인다.)
은환 (남학생에게 손을 내밀며) 잘 가!
남학생 (아쉬운 표정으로 은환의 손을 잡으며) 안녕히 계세요, 선생님.
은환 (눈물이 그렁해지며) 우리 석구, 선생님이 좀 안아봐두 되까?
남학생 (고개 끄덕이는)
은환 (남학생들 꼬옥 끌어 안아준다) 전학가서도 공부 열심히 하구....선생님한테 이메일 두 자주 보내.
상두 (질투가 난다)
은환 (남학생 얼굴을 두 손으로 꼭 잡고 토닥여 주며) 선생님이 석구 되게 많이 사랑한 거 알지?
남학생 저도 선생님 되게 많이 좋아한 거 아세요?
은환 알지...가...(비죽이며 손을 흔든다.)
남학생 (인사하고 자꾸만 뒤돌아보며 간다)
은환, 남학생이 갈때까지 눈물을 닦으며 손을 흔들어주다가 남학생의 모습이 보이 지 않자 참았던 울음 소리내며 뒤돌아서 교사쪽으로 간다.
상두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좋겠다, 짜식.
교장 (상두를 물끄러미 보는)
84. #은환 학교앞 버스 정류장 일각( 며칠후, 아침)
2회의 엔딩씬과 똑같은 느낌의.
학생들, “지각이다!” 소리치며 학교로 열심히 뛰어가고 있다.
잠시후 버스 와서 멎고, 학생들 우르르 내려 학교로 뛰기 시작한다.
학생들 틈에 섞여 은환도 떠밀리다시피 해서 내린다.
은환, 엉망이 된 옷과 머리를 다시 한번 추스리고, “애들아! 같이 가!” 하며 학교를 향해 뛰기 시작한다.
85. #은환학교 교문앞
선도부 학생, 천천히 교문을 닫고, 학생들, 열려진 문틈으로 사력을 다해 빠져 들어 온다.
학생들 틈에 섞인 은환, 거의 닫힐뻔한 문을 간신히 뚫고 들어와 가픈 숨을 고른다.
86. #운동장
지환과 한 남학생, 희서의 작은 가방을 가지고 서로 공처럼 주고 받으며 장난하고 있다.
희서 줘어...야, 줘어...
지환 무슨 보물 단지가 들었는데, 여기?
희서 줘어....(뺏을려고 하는데)
지환 잡으면 주지! (하며 가방을 다른 친구에게 던져 버린다)
희서 (지환을 흘겨보고 다른 남학생쪽으로 뛰며) 줘어!!
친구 (뺀질거리고 웃으며 희서가 가까이 오자 다시 지환에게 던져 버린다)
희서 (지환을 흘기며) 너 정말 죽을래?
지환 뭐가 들었나 좀 보자....(하며 가방의 자크를 열려는데)
희서 안돼....(하며 지환에게 뛰어와 뺏으려고 하는데)
지환, 다시 친구에게 던진다는 것이 그만 나무 꼭대기 가지에 걸려 버린다.
지환 어?...(자기도 당황하다가 이내 재밌다는 듯 웃고) 어떡하냐?
희서 (눈물이 그렁해서 찢어지게 노려보는)
87. #교무실
은환, 학습 계획서 검토하고 있는데, 교장, 와서 책상을 노크한다.
은환 교장 선생님! (놀라서 일어난다)
교장 선생님 반에 얼마전에 학생 하나 전학 갔죠?
은환 네.
교장 오늘 다른 학생이 하나 우리 학교에 들어왔는데, 그 학생이 꼭 선생님반에 배정해 달라구 그러네요?
은환 (좋아서) 그래요?
교장 학생이 좀 문제가 있긴 한데, 괜찮겠어요?
은환 문제아들이 뭐 외계인이예요? 다 똑같은 학생인데요, 뭐.
교장 다행이네요.
은환 학생은 어디 있어요, 근데?
교장 운동장에 있을 거예요.
88. #운동장
은환, 운동장으로 나오는데, 저 앞 나무 근처(지환이 희서의 가방을 던졌던) 에 학 생들이 우르르 몰려서 일제히 나무위를 쳐다 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은환, 갸웃하며 다가간다.
89. #나무 일각
지환, 희서등 학생들과 순애, 일제히 나무 위를 쳐다보고 있다.
지환, 거의 충격받아 말이 안 나오는 표정이고, 희서, 조마조마한 표정이다.
순애 조심하세요! 차 선생님!
은환, 와서 위를 올려다 본다.
상두, 나무 가지위를 아슬아슬하게 기어간다. (교복 차림의)
상두, 손을 뻗쳐 가방을 가뿐하게 집어서 “받어!” 하며 희서에게 던져준다.
은환 (한대 맞은듯한 표정)
상두 (나무 위에서 바닥으로 점프하여 은환앞에 정확하게 착지한다.)
은환 (기가 막힌다)
상두 (씨익 웃으며) 안녕하세요, 선생님!
은환 (너무 충격 받은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무너지듯 주저앉으려는데)
상두 (얼른 부축하며) 괜찮으세요, 선생님?
은환, 상두를 넋나간 표정으로 잠깐 보다가 문득 정신이 든 듯 자신을 잡은 상두의 손을 쳐내고는 휙 돌아서 간다...가다가 다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고....다시 일 어나 걸어간다. 몹시 충격이 큰 탓이다.
상두, 멀어지는 은환을 미소로 보다가 순식간에 표정이 싸늘하게 변해 매섭게 지환을 본다.
갑자기 지환과 수창(지환과 함께 장난쳤던)의 머리를 잡더니 사정없이 박치기 시켜 버린다.
지환과 수창, 갑작스레 당한 일에 아파서 비명 지르고.
상두 사내 새끼들이 밥 먹구 할 짓이 그렇게 없냐? 약한 여자나 괴롭히구?
희서 (호감어린 표정으로 보고)
순애 (희서 옆에 서서 눈에서 하트라도 나올듯한 표정)
지환 이 씨.....(주먹을 불끈 쥐며 상두를 향해 주먹을 날리는데)
상두 (지환의 팔목을 탁 잡으며 홱 꺽어버린다)
지환 (비명 지르고)
상두 니가 이 학교 주먹짱이래매?......(주먹을 쥐어 후 불더니 기습적으로 지환의 머리를 사정없이 쥐어박고) 주먹짱! 오늘 부로 내가 접수한다!!
90. #학교 일각 계단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은환, 휘청거리며 걸어와 무너지듯 앉는다.
은환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꿈이야. 분명히 꿈이야......(살갗을 힘껏 꼬집어 본다. 짧게 비명지르고) ...아파도 이건 꿈이야....이게 지금 말이 되니? 분명히 꿈이야...
교장(E) 꿈 아니래요, 채 선생.
은환, 고개 돌려보면, 교장, 인자한 미소 머금고 은환쪽으로 걸어온다.
교장 그렇게 많이 놀랬어요?
은환 ....교장 선생님.
교장 (은환의 옆으로 와서 앉으며)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구, 단순하게 생각해요.
은환 ......
교장 선생이란 게 말이예요, 배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배움을 주는 사람들 아니래요? 배우겠다는 의지가 중요한 거지 나이나 다른 건 문제가 안된다구 생각하는데, 난.
은환 ....상둔...차상두씬 이미 대학까지 졸업한 사람이잖아요.
교장 대학이라는 덴 소변이 급해서 화장실 한번 빌린 거 말구는 근처에도 가본 적 없다 던데요?
은환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네?
교장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다가 중간에 학굘 그만 뒀대요.
은환 (어이없는)
교장 언젠가 채 선생이 그런 얘길 했었죠?....채 선생도 집안 사정 때문에 검정고시로 고 등학굘 마쳤다구....다시 인생을 산다면 다른 어떤 것보다 고등학교 시절로 다시 돌 아가 공부해보구 싶다구....
은환 (눈빛이 흔들리는)
교장 (은환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며) 채 선생이라면 차상두 학생에게 훌륭한 선생님 이 돼 줄 수 있을거라구...그렇게 보는데요, 난?
은환 ......
91. #학교내 벤치
벤치에 양반 다리로 앉은 상두, 책가방에서 영어책 꺼내 읽고 있다.
상두 She was engaged to a handsome prince named Ronald. (일부러 코믹하게 조형기 식의 영어발음으로 읽으면 어떨까요?) 그녀는.. 로날드라는 이름을 가진... 잘 생긴 왕자와 약혼한 사이였다....(흡족한 듯 웃으며) 역시 녹슬지 않았어, 차상두....(다시 계속 읽는) They were going to get married in a few days.
은환, 걸어오며 그런 상두를 기가 막힌 표정으로 보고 있다.
상두 (은환이 보고 있는 지도 모르고 해석하는) 그들은...며칠 후면...결혼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은환 (상두 옆 벤치로 와 털석 앉는다)
상두 (그 소리에 돌아보고) 은환아.
은환 (숨을 후 들여마셨다 내쉬고 침착하려고 애쓰는 모습)
상두 (눈치 살피며 보는데)
은환 너, 사이코지?
상두 ?
은환 사이코가 아니면 도저히 이런 말도 안되는 짓을 저지를 수가 없어.
상두 (교과서에 시선주며 태연하게) 지금, 너 미쳤냐? 그거 묻는거야?
은환 (노려보는)
상두 (교과서 책장 넘기며, 진지하게) 미쳤어....너한테 미쳤지, 내가....몰랐냐?
은환 우리 교장 선생님 어떤 분인지 알어? 내가 아버지처럼 믿구 따르는...(흥분해서) 세 상에 둘도 없는 천사같은 분이야. 그런 분을 어떻게 이렇게 기만할 수가 있어?
상두 (순진한 표정 지으며) 기만?.....기만 안했는데?
은환 고등학교 중퇴했다구 뻥쳤잖아?!! (다다다다 쏘아붙이는) 어떻게 인간이 이러니, 너? 이렇게까지 흉물스럽니, 차상두?! 정말 너란 인간 정나미가 완전히 떨어질라 그래.
상두 (억울하다.) 정말 나... 중퇴했는데?
은환 (살벌하게 노려보는)
상두 고등학교 2학년 다니다 말았어, 진짜! 학적부 떼다줘?
은환 (진위라도 밝히려는 듯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는)
상두 (순진한 눈빛으로 은환을 보는)
은환 .....(믿지 않고, 다그치는) 우리나라도 좁다구 하바드대 갈거라구 나 기 팍팍 죽이면 서 잘난체 하고 뻐기구 난리치구 다녔었잖아, 너...그렇게 대단한 인간이 대학두 아 니구 고등학굘 왜 그만뒀는데?
상두 (다시 책에 시선주며) 니가 그만 두니까 나두 그만 뒀어, 그냥.
은환 (어이없는 표정)
상두 (책을 뒤적이며) 니가 없는 학교, 재미가 없어서 다닐수가 있어야지.
은환 (눈빛이 흔들리는)
상두 감동적이지 않냐?
은환 (눈에 눈물이 핑 돈다)
상두 (은환보며) 벌써 감동이 오냐?
은환 (입술가를 실룩이더니 울음이 비질비질 새어나온다)...어떡해?...어뜩해애....어뜩해애 애애.....
상두 어떡하긴 뭘 어떡해? 인제부터 니가 나으 이 못다한 배움의 길을 열어주면 되는 거 지.
은환 어떡해애.....어떡함 좋아....차상두우우....대체 널 어떡하면 좋니이이이......(훌쩍거리며 운다.)
상두 (은환을 물끄러미 보다가 손수건 꺼내서 내민다.)
은환 (손수건 받아서 눈에다 대고 엉엉 소리내서 운다)
92. #교실 복도
울음을 그치고, 감정을 추스린 은환, 걸어가고 있다. 그 뒤로 상두, 따라오고 있다.
은환 (찜찜한 표정으로 문득 걸음 멈추고 상두 돌아보며) 차라리 다른 학교 다니면 안 돼?
상두 (고개 절래절래 흔든다)
은환 (몇걸음 더 가다가 다시 걸음 멈추고 돌아보는)
상두 (은환을 따라가다가 은환이 걸음을 멈추자 자신도 걸음을 멈추는)
은환 그럼...다른 반에 가면 안돼?
상두 (더욱 세차게 도리질)
은환 (미치겠다는 듯 난감한 표정 짓고 있는데)
상두 교장 샘한테 이른다?.....교장 선생니임! (하며 교장실쪽으로 휙 돌아서서 가는데)
은환 (상두를 얼른 잡으며 어우우우....몸을 흔들며 환장하겠다는 표정)
93. #은환반 교실앞
은환, 걸어와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상두, 능글능글한 미소를 짓고 서 있 다.
은환, 한숨 푸 내뱉고 교실문을 열고 들어선다.
94. #은환교실안
은환, 들어서면, 떠들던 아이들, 제자리로 가 앉는다.
좀전에 본 상두의 모습에 미소 머금고 있는 희서의 모습도 보이고, 생각에 잠겨 있 는 정우의 모습도 보인다.
근심어린 표정 짓고 있는 수창과 택구, 성길의 모습도 보인다. (지환의 똘마니들, 수창과 택구는 짝꿍, 성길은 뒤로 앉았다.)
은환 (교탁앞으로 가 학생들을 잠깐 보다가 가볍게 한숨을 쉬고 밖을 향해) 차상두! 들 어와!
은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상두, 들어선다.
희서와 진진등 학생들 와아....함성지르며 박수를 친다. (정우와 수창, 택구, 성길은 얼핏 표정이 굳고)
희서, 상두를 향해 웃고.
상두, 학생들을 향해 뿌듯하게 웃는다.
은환 (아직도 믿기지 않는 상황에 현기증이 인다. 식은땀이 흐르는 이마를 손으로 훔치 고 교탁으로 와 선다)
반장, 차렷! 경례! 하면 학생들 일제히 인사하고.
은환 벌써 다들 알고 있겠지만, 얼마전까지 우리 학교 수위로 계셨던 차상두씨...아니 차 상두가....아니 차상두 형이자 오빠가 오늘부터 우리반에서 여러분과 같이 공부 하게 됐어.
학생들, 더 크게 책상을 두드려대고.
희서, 남학생 두명과 손가락을 입에 넣어 입바람을 불어댄다.
상두, 천진한 표정으로 학생들을 향해 브이자를 그려보인다.
수창과 택구, 성길, 희서를 흘끗 보며 우우우....야유를 하고....
은환 ....모르는 게 있으면 여러분이 잘 가르쳐주구, 사이좋게 잘 지내구....빈자리가 있나?
희서 (손을 번쩍 든다) 여기요, 선생님!
수창과 택구, 성길, 동시에 휙 희서를 돌아본다. 지환이가 알면 큰일인데....(지환이 속으로 희서를 좋아한다)
은환 ....차상두! 희서 옆으로 가 앉어!
상두 (까딱 목례하고 희서옆으로 가 앉는다)
희서 (상두에게 반갑다고 웃으며 손을 까닥여 보인다)
상두 (손을 까딱여 반갑다고 인사하고)
은환 (다시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장차 이 일을 어찌하나...저도 모르게 표정이 일그러져 죽을 상을 짓는)
95. #학교 잔디밭
지환, 수창, 택구, 성길, 모여앉아 있다.
지환, 이를 빠드득 간다.
수창 희서가 먼저 손 들었어. 자기랑 짝 시켜 달라구....희서가 아무래두 수발이한테 필이 꽂힌 거 같애.
지환 (불끈 쥔 주먹이 부르르 떨린다)
택구 애들 사이에서 괴소문이 떠돌고 있어....수발이가 너 밟아 버린다 그랬대.
성길 학생으루 다시 온 것도 너한테 복수 할라구 돌아온 거래...돌아온 장고.
수창 어떡하냐? 이제 수위도 아니구 학생이니까...사실 맘대루 패두 되지 뭐.
지환 (그걸 말이라고 하냐? 수창을 향해 눈을 부라려 보이는데)
수창 (울찔하다가) 이러구 있을 게 아니라 니가 먼저 기습을 해 버려! 니가 먼저 밟아 버리는 거야!!
지환 (생각하는)
96. #학교 일각
상두,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어슬렁어슬렁 나온다.
상두 (주위를 휘 둘러보며) 누구야? 누가 나 불렀어?
지환(E) 내가 불렀어.
상두, 돌아보면, 지환, 수창과 택구, 성길을 양 옆으로 두고 제 딴에는 매서운 표정 을 짓고 섰다. 지환의 손엔 권투 글러브 들려 있다.
상두 (어이없는 듯 피식 웃는) 왜?
지환 주먹짱, 접수하시겠다며? 큰소리 치는 놈들 치구 제대루 된 놈을 못 봐서 말이 야.
상두 (피식 웃는) 놈?
지환 (권투 글러브를 상두에게 휙 던져준다)
상두 (탁 받고)
지환 지난번엔 연장자 공경 차원에서 내가 봐줬구, 이제 뭐 친구가 됐으니 제대루 맞짱 한번 떠야지 않것냐?
상두 (피식 웃고)....아가야, 엉아는 학업에 정진을 좀 해야 되는 사람이라서 니들이랑 놀 아줄 시간이 없거든....니들끼리 놀아, 응? (글러브를 수창쪽으로 휙 던져주고 돌아 서려는데)
지환 야!
상두 (걸음 잠깐 멈췄다가 다시 걸어가는데)
지환 쫄았냐?
수창 쫄았나봐.
택구 쫄았어, 쫄았어.
상두 (그 소리 그대로 들으며 천천히 발걸음 옮기는데 지환들의 말소리 뒤통수로 들린 다)
지환 차...별것도 아닌 놈이....
수창 괜히 겁먹었나봐, 그치?
상두 (가던 걸음을 딱 멈춘다)
지환들, 돌아서려다 약간 긴장해서 본다.
상두, 휙 돌아서더니 지환들쪽으로 온다. 수창과 택구, 성길 흠칫하며 자기도 모르 게 몇걸음 뒤로 물러나고.
상두 맞짱 떠서 내가 이기면 내가 하라는대루 할래?
지환 뭐?
상두 나한테 깍듯이 형이라 부르구, 엉아하구 관계 회복 및 인간이 한번 돼 볼래?
지환 (푸후 비웃고 어이없다는 듯 보다가) 내가 이기면?
상두 니가 이기면 니가 하라는대루 다 해주지.
지환 (잠깐 생각하다가) 이 학교에서 나가 줄래? 내가 이기면!!
상두 (피식 웃고 호쾌하게) 그러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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