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두야! 학교가자 4
old/old_scrapbook 2003. 11. 1. 13:01
1. #학교 운동장(3회 마지막씬에서 연결된)


상두, 후레시를 들고 이곳 저곳 순찰하고 있다.
돌아서며 후레쉬로 운동장을 휘 비추는데, 바로 몇걸음앞에 누군가가 서 있다.
누군가를 휘 스쳐갔던 상두의 후레시 불빛, 누군가를 다시 비춘다.
후레시가 비치는 곳에 눈물이 그렁한 은환이 서 있다.


상두 (놀라는).....은환아.
은환 (술에 많이 취한 상태다. 따뜻하게 웃어주며) 상두야! 학교 가자!
상두 ....
은환 (눈물이 툭 흐른다) 여기 말구, 우리 학교! 우리 고향에 있는...바닷가앞에 있는 우 리 학교!! ....가자, 지금!
상두 (당황한 표정)
은환 안 갈래? 가기 싫어? ..같이 가지이.
상두 (멍한)
은환 에이, 치사하다, 차상두....알았어, 나 혼자 간다, 그럼...(휘청거리며 뒤돌아서 간다. 몇 발자국 가다 넘어지지만 다시 일어나 걸어간다)
상두 (멍한...얼어 붙은 것처럼 꼼짝을 못하겠다)


2. #학교앞 도로


은환, 도로쪽으로 나가 택시를 잡는다. 술에 취한 탓에 전혀 공간 감각, 거리 감각 이 없다.
늦은 밤이라 오가는 차량들 쌩쌩 속력을 높여 달리고 있다. 은환, 위험해 보인다.


은환 택시! 택시!! 남해! 남해요!!


자가용 한 대 쌩하니 달려와 거의 은환을 치일뻔하며 지나간다.


은환 (술기운 탓에 대담해져 차로 쪽으로 걸음을 떼는) 택시! 남해! 따블!


이때, 저 앞으로 다시 커다란 지프차, 헤드라이트를 밝게 켜고 경적소리 빠앙 울리 며 은환을 향해 달려온다,
은환, 피할 생각은 못하고, 눈이 부셔 손으로 눈을 가린다.
지프차, 거의 은환 가까이로 오는데.
이때, 은환의 허리를 감아 안는 상두의 팔....상두, 은환을 순식간에 인도쪽으로 옮겨 놓는다.


은환 (상두를 보고 표정이 환해져서) 상두야.
상두 무슨 술을 이렇게 많이 마셨냐, 선생님이?
은환 (씨익 웃고)...너두 갈래?
상두 ....(잠깐 망설이다가) 그래, 가자.
은환 (활짝 웃으며) 그럴 줄 알았어. 너두 가고 싶어 할 줄 알았지.
상두 (피식 웃고 손을 들어 택시를 잡는다) 택시!!


3. #고속도로


택시, 달리고 있다.
조명등 아래 택시 뒷자리에 나란히 탄 상두와 은환의 모습이 보인다.


4. #택시안


은환, 창문을 열어 바람을 맞는 표정이 몹시 흥분되고 달떠 있다.
상두, 평소 무대뽀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고, 긴장해 있다.


은환 (술 기운에 몹시 다정하게 부르는) 상두야아.
상두 ....(흠칫) 어.
은환 우리 교가 부르자.
상두 응?
은환 우리 고향에 우리 학교 교가!
상두 세삼스럽게 웬 교가?
은환 난 있지, 술 마시면 교가만 부른다?
상두 (보는)
은환 엄마때매 학교두 다 못 다니구 도망쳤잖아, 내가!....그래서 그런지 술만 마시면 그 노래가 나온다, 이상하게?
상두 ....(마음이 짠하다)
은환 (손까지 으쓱으쓱 들어 보이며 씩씩하게 교가를 부르기 시작한다.)
상두 (어정쩡하게 있는)
은환 (잠깐 노래 멈추고) 뭐야? 넌 안해?
상두 어, 해! (하며 교가를 부른다)
은환 (같이 부르고)


저녁 12시를 훌쩍 넘긴 택시안, 은환과 상두, 씩씩하게 교가를 부른다.
택시 기사, 뭐 이런 승객들이 다 있나? 백미러로 보며 말리지도 못하고 어이없는 표정만 짓고 있다.


5. #국도


택시, 달리고 있다. 저 앞으로 밤바다와 불빛들이 불야성을 이룬 남해대교가 보인 다.


6. #택시안


택시 기사, 피곤한 듯 하품을 한다.
은환, 상두의 어깨에 기대 잠들어 있고, 상두, 말똥말똥한 눈으로 앞만 보고 있다.
상두, 은환의 스킨십에 잔뜩 긴장해서 거의 숨도 멈춘듯한 표정이다.
은환, 갑자기 눈을 뜨더니 토할 것 같은 표정 짓는다.


상두 스톱! 아저씨 스톱!!


7. #택시안/남해대교 초입


택시 급정거하며 멈추고, 택시 뒷문 열리고 은환, 뛰어내려 다리 난간쪽으로 뛰어간 다.
상두, “은환아!” 부르며 은환을 쫓아가고.


8. # 남해대교 일각


은환, 토하기 시작한다.
상두, 잔뜩 걱정스런 표정으로 뛰어와서 은환의 등을 두드려 준다.


상두 괜찮아? 괜찮아?!!
은환 (안색이 노래져서 바닥에 푹 주저 앉으며) 안 괜찮아.
상두 (난감한 표정으로 보다가 은환을 부축하며) 조금만 참아, 거의 다 왔어. 이제 다리 만 건너면 돼.
은환 나..못 가겠어. 나 못 가...(하며 아예 드러누워 버린다) 너 혼자 가.
상두 (황당하게 보는)


9. #택시앞


상두, 택시 기사에게 돈을 지불하고 있다.


상두 조심해 가세요, 아저씨.


10. #남해 대교 일각


은환, 완전히 대자로 쫙 뻗어 기절해버렸다.
상두, 어이없어 하다 귀엽다는 듯 피식 웃는다.
상두, 은환을 조심스럽게 들춰 업는다.


11. # 일각 길


상두, 은환을 업고 걸어간다. 주위를 휘 둘러 보는데, 저 앞으로 모텔 간판을 단 여 관들 보인다.


12. #모텔 앞


상두, 모텔 앞으로 와서 잠깐 망설인다. 모텔안으로 쉽게 발걸음이 안 떨어진다.


13. #모텔 현관


은환을 업은 상두, 현관으로 들어서 주인방 창구 앞으로 간다.
주인여자(50대 초반의), 앉은 자세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


상두 (수줍은 소년처럼 얼굴이 벌개졌다)...저기요....아줌마..아줌마!!
주인 (흠칫하며 잠에서 깨어 상두의 등에 업혀 있는 은환과 상두를 번갈아 보는)...쉬고 갈낄니꺼? 자고 잘낍니꺼?
상두 .....(주인의 시선이 기분 나쁘다. 퉁명스레) 자고 잘건데요..
주인 물 침대로 디리까? 스프링 침대로 디리까?
상두 (사람을 어떻게 보구...괜히 화내며) 우린 그냥 (강조)잠만! 자러 왔어요, 아줌마!!
주인 누가 뭐라 캤어예?
상두 ......(머쓱한)


14. #모텔방


상두, 은환을 침대에 눕힌다.
불빛 아래서 본 은환의 옷에 토한 얼룩들이 묻어 있다. (은환의 목에 네잎 크로바 목걸이 걸려 있다)
상두, 안되겠다 싶어 은환 블라우스 단추를 열려고 떨리는 손을 움직이는데.
은환, 갑자기 눈을 뜨더니 벌떡 몸을 일으킨다.


상두 (화들짝 뒤로 물러나며) 아니, 난...니 옷이 더러워 갖구 벗겨주려구...
은환 (게슴츠레 눈을 뜨고 상두를 보는) 너 누구야?
상두 (벙찐)
은환 (뚫어질 듯 보다가 표정 환해지며) 어, 상두네?
상두 대체 술을 얼마나 마신거야, 너?
은환 (씨익 웃으며 이리 오라고 손짓한다)
상두 (긴장한 표정으로 몇걸음 다가가는)
은환 되게 많이 보고 싶었어, 상두야.
상두 ......(눈빛 흔들리는)
은환 지금까지 하루두 안 빼먹구 언제나 니 생각 했었다?
상두 (피식 웃는)
은환 (일어나서 상두 얼굴에 가만히 손을 가져다 대며) 우리 상두...하나두 안 변했네? 더 멋있어졌어.
상두 (가슴이 심하게 떨려온다.) 너두...너두 볼라보게 예뻐졌어.
은환 내가 얼마나 너 사랑했는지 너 모르지?
상두 (숨이 턱 막힌다)
은환 어떻게 니가 알겠어? 모르지. 죽었다 깨나두 모르지.
상두 ....알아.
은환 알아?
상두 알아.
은환 (눈물이 그렁해지더니 침대에 툭 걸터 앉는다) 이상하네, 어떻게 알았지?
상두 나두 은환이 너 얼마나 사....사....(사랑해라는 말이 안 된다, 왜 이러지?) 사...사...
(하는데)
은환 (침대에 털석 드러누워 다시 기절해(?) 버린다)
상두 (표정이 얼핏 굳었다. 나름대로 심각하다) 사랑합니다, 사모님!....사랑해, 숙자씨...사 랑해 미숙씨!....되는데...은환아, 사...사...사...왜 안 되지? (어이없어) 하아, 내 전공이 자 특긴데...다른 여잔 다 되는데, 왜 안되지? 은환아...사...사....(절망어린 표정, 답답 함에 눈물까지 맺히려 한다.)


15. #모텔방


은환, 반듯하게 누워 있고, 상두, 물수건으로 은환의 얼굴과 손을 정성스럽게 닦아 준다.
상두, 다시 은환의 옷을 보다가 안되겠다 싶어 떨리는 손으로 단추를 하나 둘 푸는 데...두근두근 떨리는 심장, 상두의 호흡소리가 가프다.
두 번째 단추를 풀려던 상두, 그만 손을 딱 멈추어 버린다.


상두 (긴장했던 한숨 내뱉는) 푸후우우.....(....도저히 은환의 옷을 벗길수가 없다...)


16. #모텔 현관


상두, 여관방 창구 문을 두드린다.
코를 골며 잠들었던 여주인, 짜증스런 표정으로 일어난다.


주인 (짜증스럽게) 와예?
상두 ...죄송하지만, 옷 좀 벗겨 주실래요?


17. #모텔방


상두, 은환의 침대에서 등을 돌린 채 서 있다.
주인, 별 희안한 인간들 다 보겠다는 표정으로 상두와 은환을 번갈아 보며 은환의 옷을 벗기고 있다.


주인 두 사람 애인 아입니꺼?
상두 .......
주인 아이고, 쏙옷꺼지 다 배릿네? 싹 다 벳기뿟까예?
상두 ......


은환의 옷가지들, 침대 바닥으로 떨어진다.


18. #목욕탕


상두, 세수 비누로 은환의 블라우스를 열심히 씻고 있다.


19. #모텔방


은환, 곤하게 잠들어 있는.


20. #목욕탕


상두, 은환의 스타킹을 정성껏 씻어 물을 짠다.


21. #모텔방


상두, 은환에게 이불을 정성스럽게 덮어주고는 베개 하나 가져와 맨바닥에 눕는다.
침대위에 잠든 은환을 보며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흐르는.....그렇게 밤이라도 샐 듯 이 오래도록 은환만 바라보는 상두. F.O.


22. #민석 병원 외경(아침)


23. #보리 병실


민석, 보리 병실 안으로 들어선다.


민석 좋은 아침, 차 보리!
보리 (누워 있다가 좋아서 보며) 좋은 아침! 선생님!


만도는 간이 침대에서 정신없이 코를 골며 자고 있다.
민석, 피식 웃고, 보리의 체온을 측정한다.


민석 보리, 오늘 선생님이랑 놀이동산 갈래?
보리 (좋아서 환해지다가 이내 우울한 표정되며 고개젓는) 우리 아빠가 선생님이랑 놀지 말랬어요.
민석 (의아한) 왜?
보리 선생님을 좋아하면 안되니깐요.
민석 (귀여워서 피식 웃고, 넌즈시) 왜?
보리 (몰라서 묻냐는 듯 짜증스럽게) 선생님은 애인이 있으니깐요.
민석 그래, 선생님은 애인이 있으니까, 앞으론 선생님 좋아하지 말구....선생님이 멋진 남 자친구 하나 소개시켜 주까?
보리 (그 말에 심통이 난다) 나 그 언니 싫어요. 가라 그래요.
민석 보리야.
보리 가라 그래요, 그 언니...(민석의 가운을 잡고 흔들며) 가라 그래요오, 선생니임...
민석 (야단도 못치고 난처한 표정으로 보는데)


이때, 엽기적인 벨소리 울린다. 만도의 핸드폰이다.
만도, 흠칫 깨어나며 핸드폰을 받는다.


만도 여보세요...어, 세라야....상두가 뭐?....외박을 했어? (민석에게 가볍게 목례하고 밖으 로 나간다)


이때, 다시 벨소리 난다. 이번엔 민석의 핸드폰이다.


민석 (핸드폰 받으며) 여보세요....네, 어머님....(황당한 표정이 되며) 은환이 지금 저랑 안 있는데요. (표정이 굳어져서 핸드폰 들고 밖으로 나간다)


24. #병실 복도


만도, 한쪽에 서서 핸드폰 하고 있다.
민석, 병실 문을 사이에 두고 만도와 반대편 벽에 붙어 선다.


민석 어제 밤에 나가서 연락이 없다는 거예요, 그럼?


25. #심란 족발가게


심란 (안색이 하얘져서 어쩔 줄 몰라하며) 어떡해? 민석아! (테이블에 놓인 다섯병의 빈 소주병 보며) 혼자서 소줄 다섯병이나 먹구 나갔나봐, 이 년이...어떻게 경찰에나 신 고라두 할까?


26. #병실 복도


만도 신고는 무슨 신고?....어디 딴 데 처 박혀서 디비져 자구 있을거야, 걱정마. (하품 늘 어지게 하는)


27. #상두 옥탑방 마당


세라 상두 절대루 외박은 안하는 사람이잖아요...상두 요즘 몸두 잘 아프구, 픽픽 잘 쓰러 지구 그러던데....무슨 일이 난 게 틀림없어요.


28. #병실 복도


민석 무슨 일이 났으면 경찰에서 먼저 연락이 왔겠죠.....학교두 가보구 제가 한번 찾아보 께요, 어머니....너무 걱정 마세요. (핸드폰 닫는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잔뜩 걱정 스럽게 굳은 표정)
만도 (핸드폰 닫고 정말 뭔일이 생겼나....걱정하다 하품하는)


29. #모텔방


약간 열려진 커튼 사이로 아침 햇살이 비춰들고 있다.
아침 햇살, 잠든 은환의 얼굴에 따갑게 와닿는다.
이불을 온 몸에 칭칭 감은 은환, 몸부림 치다가 침대밑으로 쿵 굴러 떨어진다.
상두위에 그만 떨어져 버린 은환.
상두와 은환, 짧게 비명지르고, 두 사람, 동시에 눈을 뜨고 마주본다.


은환 (기함을 하는)
상두 (자기도 아프지만) 안 다쳤냐?
은환 (기가 막힌 표정으로 상두를 보다가 문득 고개 돌리는데)


벽 한쪽 옷걸이에 말리려고 걸어둔 은환의 옷들이 보인다.
겉옷은 물론이고, 브래지어, 팬티, 스타킹들이 일렬로 걸려 있다.
숨이 넘어갈듯한 표정이 된 은환, 문득 이불속의 자신의 몸을 본다.
은환, 이게 뭐야? 하는 표정으로 이불을 걷어서 보면, 촌스럽고 야사시한 물 빠진 분홍 드레스(술집 아가씨들이 즐겨입는 반짝이도 붙고, 어깨가 드러난 드레스) 입혀 져 있다.


상두 (졸린 얼굴 부비며) 예전에 이 집에서 일하던 아가씨가 벗어놓고 간 옷이래.
다 벗구 자다 감기 걸릴 거 같애서....
은환 (벌떡 일어나며 새파랗게 질려서 O.L.) 너...나한테 무슨 짓 했어?
상두 (은환이 입은 옷 유심히 보는) 역시 넌 디자인에 관계없이 분홍색발이 잘 받는구나.
은환 (울상이 되어) 나한테 무슨 짓 했냐구?!!
상두 무슨 상상을 하는데? ...넌 위에서 자구! 난 밑에서 자구! 뭔일이 났을 거 같냐? (화 장실에 가려고 일어서는데)
은환 (눈물이 그렁해서) 니가 내 옷두...벗겼잖아.
상두 ....(사실을 말하려다가) 내가 니 벗은 거 한두번 봤냐?... 어릴땐 홀딱 벗고 강에 서 멱두 감구 그랬잖아.
은환 (기가 막혀 식식거리는)
상두 (능글능글하게) 뭘 그렇게 도끼눈을 뜨구 보냐? 책임 지께, 내가. 책임지면 되지?
은환 (밉게 보며 베개를 사정없이 상두를 향해 던져 버린다)
상두 (잽싸게 베게를 탁 받으며 약을 올리듯) 씻구 해장국 먹으러 가자. (런닝을 거리낌 없이 훌렁 벗어던지고 트렁크 팬티 차림으로 목욕탕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은환 (환장할 것 같다, 어우우....하며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흐트리다가 문득) 근데, 내가 여기 왜 있어? (모텔방을 휘 둘러 보며) 내가 여기 왜 있지? (기가 막힌 표정으로 생각하려고 애쓰다가 목욕탕에 대고) 차상두! 니가 나 납치했지?


30. #목욕탕


상두, 휘파람 불며 샤워하며 머리 감고 있다. 은환의 말소리 제대로 들리지 않는다.


상두 뭐라구?


31. #모텔방


은환 (벌떡 일어나) 근데, 여기가 어디야? (창가쪽으로 가서 창밖을 본다.)


32. #모텔앞


모텔앞으로 바다가 펼쳐져 있고 남해대교도 보인다.
모텔 창문을 열고 내다 보는 은환의 충격받은 표정.


33. #모텔안


은환, 멍해서 창문 닫고 방으로 돌아온다.


은환 (자기 뺨을 톡톡 세게 때리며) 꿈에서 덜 깼나?....정신 차려! 채은환!...(계속 뺨 때 리며) 일어나서 학교 가야지! 은환아! 정신 차려!!


이때, 목욕탕문 벌컥 열리며 웃통을 벗은 상두, 하반신만 타올을 감고 나온다.
은환, 순간적으로 “엄마야!”하며 눈을 가렸다가 천천히 손가락을 벌린다.
손가락 사이로 자신을 향해 빙긋 웃고 있는 상두의 모습이 보인다....이건 꿈이 아니 잖아!!
은환, 당황하며 다시 손바닥으로 자신의 눈을 꽁꽁 가린다.


상두 공평하게 너두 봐, 그럼! 다 보여줄테니까 너두 봐! (타올을 펼칠 듯 폼 잡는데)
은환 (가픈 숨을 몰아쉬며 돌아선다)
상두 (피식 웃으며 바지와 런닝을 입는다)
은환 (뛰는 심장을 누르려 애쓰며) ...여기가 어디야? 내가 여기 왜 와 있어?
상두 기억 안 나?
은환 (기억을 떠올리려 애쓰며) 우리집에서 소주 마시구....그냥 잤는데...(상두를 돌아보고 ) 내가 여기 왜 와 있는데?
상두 알콜성 치매구나, 니가, 또? 설명하자면 긴데, 밥 먹구 얘기 해주께.
은환 (버럭) 저 바다는 뭐야? 여긴 어디야? 날 어디까지 데꾸 온거야?
상두 (여유롭게 웃으며) 어딘지 모르겠어? 남해 대교 모르겠냐?
은환 (놀라는) .....말두 안돼.


은환, 갑자기 모텔방을 뛰쳐 나간다.


상두 (아차) 그 옷으루 나가냐?


34. #연육교앞


은환, 뛰어와 선다....바다를 건너 육지로 이어진 다리를 보는.
기가 막히다....눈물까지 나려한다.


은환 (주저 앉으며 중얼거리는) 말도 안돼....말도 안돼......
상두 (뛰어와서 자신의 윗옷을 은환에게 덮어준다) 이 다리 건너서 십분만 더 가면 우 리 고향이래는 거 아니냐?
은환 (할말을 잃고 있다)
상두 고향에 가면 니 말대루 젤 먼저 학교부터 가 보구, 그 담에 어디 가까? 봉춘이네 찐빵집 아직 있을래나? 거기 가서 찐빵부터 실컷 먹으까?
은환 (멍해서).....내가 오자 그랬어?
상두 ....그래.
은환 ....내가 오자 그랬단 말이지?
상두 가서 옷부터 입구, 얼른 가자.
은환 (고개 젓는) 안 가.
상두 오구 싶어 했잖아.
은환 못 가..나 못 가...서울에 갈래....(휙 뒤돌아서 간다)
상두 (은환앞을 막아선다) 저 다리만 건너면 돼....여기까지 와 놓구, 십분도 안 걸려.
은환 싫어....안 가. 내가 어떻게 가?
상두 엄마가 곗돈 떼 먹구 도망간 거 땜에 그래?
은환 ......
상두 10년이 넘게 흘렀어. 사람들두 다 잊었을거야. 공소시효두 다 지났을걸?
은환 ...나, 서울 갈래. (돌아서 간다)
상두 (보다가 혼잣말) 그래, 사실을 나두 가기 싫다....(다리를 돌아본다, 의미심장하게) 나 두 사실은 저기...환장하게 싫다, 은환아.



35. #남해 대교 근처


옷을 갈아 입은 은환, 멍한 표정으로 서 있는데, 서울행 버스 와서 멎는다.
상두, 근처 가게에서 빵과 우유등을 사고 있다가 “잠깐만요!”하며 소리 지른다.


#시외 버스안


은환, 차에 올라 타 창가 자리로 앉는다. 뒤도 안 돌아보고 꼿꼿하게 앞만 보고 있 다.
잠시후, 상두, “감사합니다, 아저씨”하며 버스에 올라 은환의 옆자리에 털석 앉으며 가쁜 숨을 고른다.
잠시후, 버스 출발하자 은환, 뒤를 돌아본다. 상두도 무의식적으로 뒤돌아본다.
상두와 은환의 시야에서 바다와 다리, 점점 멀어진다.


36. #시외버스안(달리는)


창밖으로 시골 풍경들이 펼쳐진다.
은환, 속이 쓰린듯 인상을 찌푸리고 가슴을 부비며 창밖을 보고 있다.


상두 속 많이 아프지? (빵과 우유 껍질 뜯어서 은환에게 주며) 해장국을 먹어야 되는데...
은환 (창밖만 보고 있다)
상두 학교다 전화했어?
은환 (창밖에다 시선주며 고개 끄덕이는)
상두 어머니한테두 전화하구?
은환 (...상두 보지 않고, 고개 끄덕이는)
상두 (우유 벌컥벌컥 마시고) 그렇게 완전히 다 필름이 끊겼음...어제 니가 나한테 했던 고백두 생각 안 나겠네?
은환 (그제야 상두를 보고) 무슨 고백을 했는데, 내가?
상두 그동안 니가 나한테 내숭 떨었던 거, 모조리 다 불었지.
은환 (얼핏 표정 굳어져) 무슨 소리야?
상두 (좋아서 함박 웃음을 웃으며) 니가 날 좋아하는 줄은 알았지만, 그렇게까지 사랑하 고 있는 줄은 몰랐다, 솔직히.
은환 (당황해서 눈이 동그래지는)
상두 (악수청하듯 손을 내밀고) 앞으루 잘해보자, 우리!
은환 (기가 막히다)
상두 (은환의 손을 끌어 억지로 손을 맞잡는데)
은환 (손을 빼낸다) 차...착각했나 보다.
상두 (어이없는) 엉?
은환 (당황해서 변명하는) 나 술 마시면 사람두 잘 몰라보구 착각두 되게 잘해....니가 우 리 민석씬 줄 알구 착각했었나부다.
상두 (갑자기 웃던 표정이 굳어진다)
은환 (계속 변명) 아...아무나 잡구 사랑한다 그러구, 좋아한다 그러는 거 내 술 버릇이 야!
상두 (표정 점점 더 굳어지는)
은환 우리집에 족발 먹으러 온 유부남 아저씨들한테두 좋아한다 그러구 사랑한다 그러구 얼마나 사고를 쳤는데, 내가?
상두 (표정이 완전히 싸늘하게 굳어진다)
은환 어...어떡하냐? 니가 내 술 버릇을 모르구 착각을 했었구나...미안해.
상두 (갑자기 삐진 듯 인상이 굳어지더니 자리를 옮겨 옆 좌석으로 가 앉는다)
은환 (당황해서 보는데)
상두 (은환에게서 등을 돌린 채 창밖만 보고 있다)
은환 (당혹스럽다....미안하기도 하고....술이 웬수다, 웬수! 차창에 대고 자기 머리를 쿵쿵 박아버리는)


37. #고속도로


상두와 은환을 실은 버스, 달리고 있다.


38. #버스안


창밖을 보며 가던 은환,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상두를 본다.
상두, 아예 홱 돌아앉아 등만 보이고 있다.
은환, 미안하게 보다가...할수 없다 생각하고 표정을 굳건히 다잡는다. 그러다 다시 자기도 모르게 상두를 본다.
여전히 꿈쩍도 않고 등을 돌리고 앉은 상두.


39. #서울 시외 버스 터미널 하차장


민석, 하차장에서 오는 버스들을 살피며 은환을 기다리고 있다.


민석 (핸드폰하는) 예, 어머니....아까 한 대가 도착했는데, 거긴 없구요...좀 있음 또 한 대 가 도착한대요....은환이 너무 혼내지 마세요, 어머니....네에.(핸드폰을 닫으며 표정이 얼핏 굳어진다.)


40. #시외버스안/터미널 하차장 일각


은환과 상두가 탄 시외버스, 터미널로 들어서고 있다.
상두는 여전히 꿈쩍도 않고 등만 보이고 있고, 은환, 미안한 마음으로 상두의 등을 본다.
저 앞으로 버스를 살피고 있는 민석의 모습이 보인다.


버스, 하차장으로 들어와 천천히 멈춘다.
사람들 일어나서 내리기 시작하지만, 상두는 여전히 바위처럼 그 자세 그대로 꼼짝 도 않고 있다.
불안하고 걱정스럽게 상두를 보는 은환.
이때, 은환쪽 차창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은환, 고개 돌려보면 민석, 환하게 웃으며 은환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인다.
당황해서 눈이 동그래지는 은환...어떻게 알구 왔지?
민석, 은환에게 어서 내리라고 손짓을 한다.
어쩔 수 없이 엉거주춤 일어서는 은환...상두쪽을 보면 상두, 여전히 등을 돌린 자세 로 있다.
은환, 찜찜한 표정으로 하는 수 없이 차 입구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41. #하차장


민석, 차 출입문 앞에 서 있고, 은환, 차 계단을 내려온다.


민석 은환아.
은환 여긴 어떻게 알구 왔어?....엄마가 민석씨한테까지 말했어?
민석 거기가 어디라구 혼자 갔다와?
은환 .....(차안의 상두가 신경 쓰인다)
민석 가자....족발에 맞을 준비 단단히 하구.


민석, 은환의 어깨를 감싸안고 간다.
은환, 걱정스런 표정으로 버스쪽을 돌아보며 어쩔수 없이 민석에게 끌려 간다.


42. #버스안


비로소 보여지는 상두의 얼굴.
상두, 그대로 꿈쩍도 않고 앉아 표정없이 멍하게 눈을 뜨고 다정하게 걸어가는 은 환과 민석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43. #민석 차안(달리는)


은환, 시트에 머리를 기대며 찜찜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민석 (은환을 흘끗 보며) 얼굴이 반쪽이 됐네. 어디 아팠니?
은환 ...아니.
민석 (한손으로 은환의 머리를 짚어보고) 열두 제법 있는데?
은환 괜찮아. (창밖을 보며 유리창에 머리를 탁 기댄다)
민석 나한테 기대!
은환 (보는)
민석 딴 데 보지 말구, 차가운 유리창에 기대지 말구, 내 어깨에 기대라구!! (자기 어깨 탁탁 두드려준다)
은환 (잠깐 망설이다가 하는 수 없이 민석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민석 미안해.
은환 ...(무슨 소린가 보는)
민석 잠깐 너 의심했었어...갑자기 고향에 갔단 얘기 듣구, 혹시 첫사랑이랑 같이 사라진 게 아닌가....
은환 (숨이 멎는 것 같다)
민석 미안하다....잘못했어.
은환 .......


민석, 은환의 손을 가만히 잡는다.


44. #잠수교


상두, 털레털레 길을 걸어가고 있다.


45. #민석 차안


은환, 민석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고, 민석, 은환의 잡은 손을 놓지 않고 간다.


민석 우리 병동에 어제 꼬마 하나가 들어왔는데, 눈이 꼭 니네 집 짱가랑 닮았어. 웃겨 죽는 줄 알았잖아.
은환 (표정이 없다)


이때, 민석의 핸드폰 울린다.


민석 (와이어리스 끼고 받는) 네....(당황하며) 뭐? 보리가?....언제?....알았어. 지금 바루 가 께.
은환 (보는)
민석 (핸드폰 끊고) 어떡하지? 나 지금 병원에 좀 가봐야 될 거 같다.
은환 ....보리라면 지난번에 내 차에다 크레파스루 낙서한 애?
민석 (고개 끄덕이고)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나봐....조기 택시 있는데 세워 줄테니 까...아니다...너두 병원에 같이 가자.
은환 응?
민석 주사 맞구 가.
은환 아냐, 됐어.
민석 집에 들어가봤자 어머니한테 맞기 밖에 더해? 얼굴 보니까 감기 같은데, 요즘 감기 무서워. 말들어.


민석, 그대로 차를 유턴 시켜 버린다.


46. # 길거리


상두, 인형들앞에 걸음 멈춰서서 구경한다. (길거리 인형 파는 행상)


행상 애인 주시게요?
상두 (피식 웃고) 아뇨, 딸 애 주려구요....방귀 대장 뽕뽕이 있어요?


47. #대형 슈퍼


상두, 인형을 카트에 태우고 두리번 거리며 다니다가 직원이 보이자.


상두 여기 초코파이 어딨어요?
직원 저기요...(하며 가리킨다)


상두, 카트를 밀고 휘잉 가는데, 마침 커버를 돌아오던 다른 카트와 탁 부딪힌다.
부딪힌 카트의 주인, 수희다.


수희 자기야!!
상두 (놀라고 당황하는)
수희 여긴 어쩐 일이야?
상두 으응....시장 좀 볼려구....
수희 건강은 좀 어때? 정말루 중풍이 왔대? 치질 수술은 어떻게 됐어?
상두 (사람들 의식하며) 나중에 말해주께, 나중에.
수희 ...(그래, 이런 데서 떠들 얘긴 아니지...) 이런 데서 만나니까 되게 반갑다, 자기!!
상두 (불안한 표정으로 주위를 휘 둘러보며 목소리는 안나고 입모양으로 ‘자기라 그러지 마!’) 사람들 쳐다봐.
수희 괜찮아. 남편이랑 이혼 할건데 뭐. 자기랑 결혼 할건데, 뭐.
상두 (안색이 창백해지며)
수희 이럴 게 아니라 우리 커피라두 한 잔 하자.
상두 화...화장실 좀 갔다 올께....설사끼가 있나, 배가 아프네...


48. #쇼핑 센터내 화장실


인형을 들고 화장실 앞으로 갔던 상두, 휙 돌아선다.


49. #쇼핑 센터 일각


수희, 물건을 사들고 상두를 기다리고 있다...상두, 짐을 나르는 직원옆에 붙어서 살 금살금 도망치기 시작한다.


50. #쇼핑 센터앞


힘껏 달려 도망치는 상두, 가픈 숨 고르다가 인형을 보고 씨익 웃고, 택시 잡으려 고 손을 든다.
택시, 상두앞으로 와서 서는데, 어떤 아줌마가 새치기를 하며 얌체같이 타고 가 버 린다.
상두, 어이없는 표정 짓다가 혹시 수희가 나오나 불안하게 뒤를 돌아본다.


51. #병실


은환, 엎드려 있고, 간호사, 은환의 엉덩이에 주사를 놔 준다.
은환, 인상 찌푸리고.


간호사1 감기 기운이 좀 있으시거든요...나오시면 처방전 드리께요.
은환 (일어나서 바지 끌어 올리며) 예....고맙습니다.


간호사1, 밖으로 나가고.
은환, 침대에 벌렁 드러누웠다가 문득 가슴에 손을 얹는데, 네 잎 클로바 목걸이가 만져진다.
은환, 생각하는.


52. # 보리 병실앞


은환, 호수와 이름을 살피며 보리 병실앞으로 온다. “차보리”라는 이름 보인다.


53. # 병실안


안색이 급격하게 창백해진 보리, 의식을 잃고 누워 있고, 민석, 링거를 체크하며
보리를 걱정스럽게 보고 있다.
간호사2, 민석의 옆에 서 있고.


민석 보호자 분들은 찾아봤어요?
간호사2 보리 아버진 연락이 안되구요, 할아버진 개 드시러 간 거 같다구....
민석 에?
간호사2 305호 보호자분이 개 장사래요. 1시간 전에 같이 나가셨다는데...
민석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오는데)


이때, 노크 소리 들린다.


민석 네.
은환 (빼꼼히 문을 열고 들어선다)
민석 은환아.
은환 (간호사에게 인사하고) 애는 좀 어때? 괜찮아?
민석 쇼크를 좀 일으킨 거 같은데, 경과를 더 두구 봐야겠어.
간호사2 (목례하고 나간다)
은환 보호잔 없어? 얘 엄만 어디 갔어?
민석 엄마 아냐, 그 사람...엄마가 없대.
은환 가여워라...(보리 옆으로 가 안스럽게 보는) 다른 가족두 없어?
민석 아빠랑 할아버지랑 셋이 사는데...보호자들이 아주 꼴통이다.
은환 (식은땀이 가득 배인 보리의 흘러내린 머리칼 쓸어 올려주며) 많이 아픈가 보다.
민석 여긴 뭐하러 왔어?
은환 접때 내가 아픈 애한테 내가 너무 심하게 한 거 같애서....(네잎 클로버 목걸이 떼서 보리 손목에 감아준다)
민석 (보는)
은환 수호신이야, 아가야...이 목걸이가 널 지켜 줄거야.
민석 (은환의 따뜻한 마음에... 피식 웃는)


이때, 보리, 의식을 잃은 채 마른 입술 달싹거리며 “아빠...아빠....”부른다.


은환 아빨 찾나봐....어떡해? (보리 얼굴을 안스럽게 어루만져 주는)


54. #쇼핑 센터앞


상두,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데, 택시가 없다.
상두, 불안하게 뒤를 보다가 핸드폰 꺼내서 꺼져 있던 전원을 켠다.


상두 (핸드폰 번호 누르고 기다리고 있는데) 이 할아방구는 왜 전활 안 받냐? (저편에서 빈 택시 오는 것보고 손을 흔드는)


이때, 택시 와서 서고.
상두, 주머니에 핸드폰을 넣고 택시를 타려는데, 이때, 다시 어떤 아줌마, 상두의 택 시를 새치기 한다.


상두 (화가 나서 버럭) 아줌마!! 새치기 하지 마!!


아줌마, 돌아보는데, 명순이다.


명순 (반가와서) 하니야!
상두 (기가 막히다)


55. #보리 병실


은환, 아픈 보리를 지키고 있다. 수건으로 보리의 얼굴에 맺힌 땀을 닦아준다.
보리, 여전히 의식이 없다.
은환, 보리의 손바닥을 살펴 보는데, 북두칠성 점이 나 있다.
민석, 병실문 열고 들어선다.


민석 아직 안 갔어? 어머니 걱정 하실텐데...
은환 얘 손톱이 우리 엄마랑 똑 같이 생겼어....이렇게 생긴 손톱 되게 드문데.
민석 (다가와서 보는) 그러네.
은환 우리 엄마 딸두 얘만할 때 잃어버렸다던데....(문득, 혹시 싶다) 얘 엄마, 어떤 사람 인지 알어?
민석 왕조현!
은환 응?
민석 왕조현이래, 얘네 엄마.
은환 (어이없다는 듯 픽 웃고) 근데, 무슨 보호자들이 이래? 어린애 혼자 두구 어딜 간거 야, 대체?!
민석 그러게.
은환 보호자 올때까지만 내가 있을게, 그럼.
민석 (빙긋 웃고) 그럼 니가 좀만 더 여기 있어. 이상 있으면 나한테 연락하구. (은환 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고 나가는)
은환 (보리에게 얘기하는) 조금만 기다려, 아가야....아빠 곧 오실거니까, 좀만 더 기다려.


56. #캬바레 플로어


상두, 명순과 함께 부루스 추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추고 있지만, 싫은 인상 역력하 다.


명순 (상두의 표정을 스윽 살피며) 하니 니 요즘 쫌 밴한 거 아나?
상두 (시큰둥) 밴하긴 머가 밴해?
명순 핸드폰을 때리도 받도 안하고, 낼로 만나도 벨로 반갑아 하는 겉지도 않고.
상두 바쁜 일도 많고, 쫌 피곤해서 그렇지 뭐.
명순 (넌즈시) 다른 여자 생깃제?
상두 또 시작이가?
명순 이때꺼지 내 직감이 틀린 적이 엄따. 다른 여자 생긴 거 맞재?
상두 (귀찮다, 터프하게) 맞다, 그래...다른 여자 생깃다. 댄나?
명순 (얼핏 표정 굳어졌다가....사근사근해지며) 하니야, 내가 차 한 대 빼주까?
상두 차?
명순 내가 외제차 좋은 거 바났는데 그거 하나 빼주까?
상두 댔다. 요즘 나라 갱제도 애럽은데 외제차는 무슨 외제차?
명순 그거는 나라 사정이고, 내는 돈이 넘치 나가 감당을 몬한다....당장 사로 가까?
상두 (한탕 건져 볼까?) 내보고 지금 여자 돈 내는 데 쫄쫄 따라가가 사나이 체맨 다 구 개삐라 이기가?
명순 내가 하니 한테 돈만 주고, 차는 하니 니 혼자 가서 사몬 안대나, 그라모?
상두 ...댄다, 그라몬!!


상두, 명순을 다정하게 더 끌어안으며 춤을 춘다.
명순,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다가 문득 뭔가를 발견하고 기함한 표정이 된다.
명순 하니야!! 도망치라, 퍼뜩!
상두 와? (하며 명순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본다)


캬바레 홀에 명순 남편(40대 중반, 순하게 생긴) 과 30대의 젊은 남자 3명(인상 더 럽고 후즐근한 옷차림의), 들어선다. 명순을 찾는 듯 두리번거리는.


상두 누가 왔나?
명순 우..우리 아 아부지랑 시동생들 왔다...퍼뜩 도망치라! (하는데)


이때, 명순 남편 일행중 한명 명순을 손으로 가리키며.


남자1 행님! 행수님 저게 있심니다!
명.남 (명순쪽을 보고) 맹순아!


춤을 추던 상두, 기함을 해서 도망치기 시작한다.
명순, 죽을 상을 하고 있고.


명.남 저..저 놈 잡아라! 저 제비새끼 잡아라! 저 놈!!


남자들, 상두를 뒤쫓는다.
명순 남편, 명순을 원망스럽게 보다가 상두를 쫓는다.


57. # 카바레 계단


어우 씨...하며 도망치는 상두.
“거게 안 서나! 이 제비 새끼야!” 하며 상두를 쫓는 명순 남편 일행.


58. #골목


낭패한 표정의 상두, 이를 앙물고 도망간다...달려오던 차에 부딪힐뻔 하지만, 차를 훌쩍 뛰어 넘어 건너가고...그러다 다리를 삔 듯 인상 찌푸린다.
명순 남편과 남자들, 열심히 상두를 쫓아온다.
명순 남편, 숨이차서 헉헉거리고, 남자들, “행님! 괘안심니꺼?” 하며 열심히 명순 남 편을 부축해서 힘겹게 따라온다.


59. #공사 현장


상두, 다친 다리를 질질 끌며 도망간다.
뒤를 돌아보면 명순 남편 일행, (남자들, 명순 남편을 껴잡고) 거의 근접하게 쫓아 오고 있다.
상두, 안되겠다 싶어 도망 치던 것 멈추고, 공사판에 떨어진 각목을 집어들고 검도 자세로 선다.
남자들, 상두 앞에 다다라 상두가 각목 집어 든 것을 보고 움찔하며 멈춰선다.


상두 제가 말씀을 좀 드릴게 있는데요. 제가 별이 다섯 개거든요...약 13일전에는 내 두배 쯤 되는 떡대들이랑 13대 1루 붙어갖구요 걔들이 지금 줄줄이 중환자실에 누워 있 거든요.
남자1 저 제비 새끼가 머라꼬 씨부리쌌노, 지금? (당장 달려들 듯 하는데)
상두 (각목을 맨손으로 확 부러뜨려 버린다)나 이런 놈이니까, 알구나 덤비라구!


남자들, 겁 먹은 표정들 된다.


상두 (남자들이 겁 먹었다는 것 알고 기고 만장한) 아저씨가 아줌마 딴 생각 안하게 관 리를 잘 하시지, 그럼! 왜 나한테 그래? 만만한 게 제비야?
명.남 (순순하게) 그래, 맞다!
상두 ?
명.남 묵고 사는 기 바빠가 지 마누래 하나도 몬 챙긴 내가 빙신이지, 니가 먼 잘몬이겠 노? 니도 그기 직업이낀데?
상두 (순순한 태도에 오히려 당황하는)
남자1 행님! 먼소리를 합니꺼, 지금?
명.남 원하는 기 머꼬? 돈이가? 돈 주몬 떨어져 줄래? (하며 지갑을 꺼낸다)
상두 (어리벙벙)
남자1 그 돈이 우떤 돈인데, 행님! 저런 제비새끼한테 줄라꼬 그래 쌔빠지게 호떡 디비고, 붕어빵 꿉고 그랬어예?
상두 ?...잠깐만요....호떡을 디비고, 붕어빵을 굽다니....아저씨 호떡 장사예요?
남자1 그래, 우리 행님은 리어카에서 호떡 팔고, 우리 행수님은 넘에 집 파출부로 뛰고 있 다. 이 베룩에 간을 내 묵을 놈아!
상두 (기가 막히는) 강남에서 빌딩이 열채나 되는 졸부가 아니구요?
명.남 우리 마누래가 니 겉은 제비 만난다꼬 진 빚이 빌딩 열 채값은 되끼다.
상두 (기가 막히다...말을 잃는....그럼 내가 그런 돈을 등쳤단 말인가?)
남자1 행님! 저 자석 마 일나도 몬하게 내가 확 패뿌께예, 고마.
명.남 댔다. 잘몬 팼다가 치료비 물어준 돈도 엄따.
상두 패세요!


명순남편과 남자들, 의아한 표정으로 상두를 보고.


상두 (들고 있던 각목 던져 버리고) 치료비 물어달란 소리 안 할테니까 분 풀릴때까지 마음 놓구 패세요. (가만 있겠다는 듯 두 팔을 크로스해서 붙이며 몸을 대주는)


명순 남편과 남자들, 쟤가 왜 저러나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계속 어리둥절해 하고.


상두 패라니까요! 맘 변하기전에!!
명.남 (긴가 민가) 진짜 내 분풀릴때까지 패도 됨니꺼?
상두 (각오했다는 듯 눈을 감으며 고개 끄덕이는)


60. #민석 병원 로비(밤)


패셔너블한 차림의 세라, 들어선다.
세라, 걸어가다가 간호사2와 만난다.


세라 차보리 담당 간호사님이시죠?...보리 아빠 병실에 왔어요, 혹시?
간호사2 보리 많이 아픈 거 모르시죠?
세라 네?


61. #보리 병실


은환, 보리 침대에 엎드려 깜박 잠들어 있다.
의식을 잃은 보리, 천천히 눈을 뜬다.
병실을 휘 둘러보다가 은환의 머리를 툭툭 건드린다. (은환인지는 모르고)
은환, 흠칫하며 일어난다.


은환 (환하게 웃으며) 보리, 일어났구나.
보리 (은환임을 알고는 갑자기 실룩이더니) 아빠아.....(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은환 (당황하며) 아빠, 좀 있으면 오실거야....울지 마....몸두 아픈 애가 울면 어떡해? 울지 마, 응?
보리 (더 큰소리로 아빠아.... 부르며 울기 시작한다)
은환 (진땀이 난다) 지난번엔 언니가 너무 미안했어....언니가 잘못했어....언니가 업어주 까?
보리 (더 큰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은환 (당황해서) 울지 마, 응?...언니가 재밌는 거 보여줄께....이것봐라...(.개그맨 흉내 어 설프게 낸다...우비 소녀나 노통장같은)
보리 (은환의 개그(?)에 잠깐 울음 그친다)
은환 재밌지? 똑같지?
보리 하나두 안 똑같애...(하며 다시 아빠아...부르며 큰소리로 운다)
은환 (난감한 표정 짓는데)


이때, 병실문 벌컥 열리며 눈물이 그렁한 세라, 사색이 돼서 들어선다.


세라 보리야!
은환 (당황해서 보는데)
보리 (세라가 오자 더 큰소리로 운다)
세라 (은환을 밉게 보며) 니가 또 우리 보리 울렸니? 우리 보리랑 전생에 웬수졌니, 너?
은환 (변명하려다 그만 둔다.)
세라 (가서 보리를 안으며) 울지마, 울지마....(자기도 눈물이 난다) 많이 아팠다면서, 우리 보리? 난 그것두 모르구...미안해...미안해, 보리야. (보리를 끌어안고 흐느껴 운다)
보리 (세라가 우는 것 보고 좀 당황해서 울음을 그친다)
은환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멍하게 서 있다)
세라 (조금 있다가 보리를 떼어내며 자기 눈물을 닦고 보리 눈물을 닦아주며) 아빠랑 할 아버진 어디 가신거니, 대체?...(다시 눈물이 난다) 속상해, 정말..(목이 메인다.)
보리 (얼떨떨해서 완전히 울음을 그치고 세라를 보는...이 아줌마가 왜 이러나?)
은환 ....저기, 그럼 전 그만 가보겠습니다.
세라 (휙 노려보며 날카롭게) 아직 안 갔니?
은환 지난번엔 죄송했어요. 전 보리 어머닌 줄 알구....제가 너무 말을 함부로 했죠?
세라 아니 다행이다.
은환 (고개 꾸벅 숙이며)...그만 가보겠습니다.....(손을 흔들어주며) 보리 안녕!
보리 (비죽거리며 다시 울음을 터뜨릴 듯한 표정)
세라 얘가 지금 너보구 안녕이 하구 싶겠니? 애 혈압 그만 올리구 그냥 가! 그냥!!
은환 .....(조용히 병실을 빠져 나간다)


62. #병실밖


내가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길래....은환, 억울한 표정 얼굴 가득 머금고 터덜터덜 걸음을 옮겨간다.


63. #병원앞(택시와 자가용 도착하는 곳)


은환, 택시를 잡기 위해 서 있다.


64. #보리 병실


세라, 보리를 다독여 눕혀준다.


세라 앞으로는 내가 엄...(하다가) 언니가 우리 보리옆에 있으께....우리 보리 언니가 지켜 줄거야.


이때, 병실문 열리며 민석, 들어선다.


민석 보리 깨났구나?....(세라보고 인사하며) 오셨어요?
세라 우리 보리 어떻게 된 거예요? 왜 쓰러졌던 거예요?
민석 (와서 보리의 체온과 맥박등을 체크하며) 일시적인 쇼큰 거 같긴 한데 일단 내일 정밀 검사를 해봐야 알 것 같습니다.....(하다가 문득) 혹시 여기 은환이...제 여자 친 구 없었나요?
세라 선생님두 그러시는 거 아녜요.
민석 네?
세라 보리가 선생님한테 어떤 감정인지 알면서 어떻게 여자 친구한테 우리 보릴 맡겨놔 요? 어린애한테 너무 잔인한 거 아녜요?
민석 .....(대답할 말이 없다)


65. #병원앞


은환, 택시를 잡으려고 서 있다.
이때, 손님을 태운 택시, 은환앞쪽으로 와 멎는다.
은환, 타려고 조수석 문쪽으로 가는데, 조수석, 문 열리고 상두, 내린다. 손에는 보 리에게 줄 뿡뿡이 인형이 들려있다.
상두, 눈자위가 퍼렇게 멍들어 부어오르고 입술가가 찢어져 있다.


상두 (기사에게) 됐어요, 거스름돈은 아저씨 가지세요.


상두, 다리 약간 절룩이며 돌아서다가 그대로 은환과 얼굴을 마주친다.


상두 (놀라고)
은환 (더욱 크게 놀라고 당황하는)


66. #엘리베이터안


민석, 조급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다. 1층에 깜박이 불 들어오고 엘리베 이터 문 열린다.
다급하게 뛰어내리는 민석.


67. #병원앞


상두와 은환, 서로 할 말을 잃고 마주 보고 서 있다.
택시 기사, “안 타요?” 하고 소리 지르고.


은환 예, 타요. (하며 조수석에 오르려다가 상두 보고 안타까워) 언제 그렇게 또 다쳤어?
상두 치사하게 말두 안하구 혼자 내려 버리냐?
은환 (속상하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상두의 상처에 가만히 손을 가져다 댄다) 아프겠다.
상두 (은환의 손길에 심장이 한 순간 멈추는듯 긴장감 느낀다)


68. #병원로비


민석, 현관쪽으로 뛰어오다가 병원 앞에 서 있는 상두와 은환을 발견한다. 상두의 얼굴에 손을 대고 있는 은환... 사람의 눈빛이 심상치 않다. 얼어 붙은 듯 걸음을 멈 춘다.


69. #병원앞


은환 병원에 올 정도로 많이 다쳤어? 어딜 얼만큼 다쳤는데?
상두 (은환의 손을 탁 쳐내며) 뭘 묻냐? 나같은 놈이야 죽어도 관심없잖아. (차갑게 돌아 선다)
은환 (무안하고,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70. #보리 병실 일각/보리 병실앞


상두, 인형을 들고 다리 절룩이며 온다.
이때, 상두앞으로 휙 던져지는 짐가방....정확히 상두의 몸을 명중시킨다.
세라, 식식거리며 상두를 노려보고 있다.


상두 야!!
세라 가!
상두 (어이가 없어) 저 기집애 저게....(한대 치기라도 할 듯 병실쪽으로 온다)
세라 (병실문을 가로 막으며) 보린 내가 돌볼거야! 가! 다 가!!
상두 얘가 왜 이래, 갑자기? 너 뭐 잘못 먹었냐?
세라 (울컥하며) 보리 오늘 쓰러졌대...갑자기 호흡 곤란을 일으켜 갖구 기절했대.
상두 (놀라는) 뭐?
세라 할아버지두 없구, 아빠두 없구, 엄마두 없이 어린 게...혼자서 아팠대.
상두 (당황하며 보리 병실로 들어가려는데)
세라 (상두를 밀어내며) 가! 너한텐 안 맡겨! 보린 내가 돌볼거야! 내가!!
상두 (세라가 자신의 몸을 탁탁 건드리자 아파서 인상 찌푸리고) 안 비킬래? 니가 보릴 왜 돌봐!!
세라 난 보리 엄마야!!
상두 입 다물어!
세라 (더 큰소리로) 난 보리 엄마야!!....내가 보리 엄마야!!
상두 (손으로 세라 입을 탁 막아 버린다. 분노의 표정)
세라 (입이 가려져서도 다시 말을 하려는데)
상두 안 들어가께! 안 들어가면 되잖아!!


71. #일각


민석,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기가 막히고 황당한 표정 짓는다.


72. #병원벤치


수은등 아래 병원 벤치.
상두, 인형을 들고 벤치로 털레털레 걸어온다.
기분이 참담하고 엉망이다....한숨 푸 내뱉으며 벤치에 덜렁 드러눕다가 맞은 상처가 욱신거려 짧은 비명 지르며 다시 일어난다.
겉옷 겉어서 보면 가슴과 배 주위에도 멍자욱이 있다.
상두, 푸후 한숨 뱉는.


73. #심란 족발 가게


은환, 조심스럽게 들어선다.
이때, 은환의 머리에 탁 던져지는 족발.
심란, 삶은 족발이 가득 든 소쿠리를 들고 은환을 밉게 노려본다.


심란 에밀 죽여라! 피를 말려 죽여, 이년아!!
은환 잘못했어, 엄마.
심란 거긴 왜 갔어? 10년 전에 곗돈 떼먹고 달아난 공심란이 딸내미 왔습니다. 맞아 죽 을려구 갔어?
은환 .....못 갔어. 근처까지 갔었는데...거기까진 못 갔어.
심란 글세, 근처는 왜 가, 이 년아! 하필이면 거길 왜 가, 왜?!!
은환 글쎄 말야...나두 모르겠어, 거길 왜 갔는지 나두 모르겠어.


이때, 안채쪽에서 지환, 나온다.


지환 어? 채 티쳐 돌아 오셨네.....(뺀질뺀질한 표정으로 얼굴을 은환 가까이 들이밀고) 수 발이랑 같이 날렀대매? 제 정신이냐?
은환 (기함을 해서)..누...누가 그래?
심란 (저건 또 무슨 소린가)
지환 우리반 부반장이 야자 끝나고 나오다 봤대는데?....수발이랑 둘이서 택시 타고 가더 라 그러던데?
은환 (당황해서) 아..아냐...잘못 봤겠지...수...수발이랑 내가 뭐할라구 택실 같이 타? 호... 혼자 갔다 왔어, 혼자....(자신을 의아하게 보는 심란을 보며) 저...정말이야, 나 혼자 갔다 왔어!...(당황한 표정 역력해서 안채쪽으로 들어가버린다)
심란 뭔 소리야, 이게?!! 수발이라면 너 팼다는 그 수위 놈! 그 놈이 니 누나랑 왜 같이 가?
지환 확 그냥 매형한테 일러줘 버릴까부다. (돌아서는데)
심란 (족발로 지환의 머리를 탁 때리며) 일러주긴 뭘 일러줘, 이놈아!
지환 아우, 엄마! 족발 갖구 좀 때리지 좀 마! 내가 개, 돼지도 아니구 말이야, 족발에 맞 으면 얼마나 기분 나쁜지 알어?
심란 (귀를 탁 잡으며) 매형한테 가서 쓸데 없는 소리만 해봐! 너 죽구 나 죽는다, 이눔 아!!
지환 벌써 다 일러줬는데?
심란 뭐?
지환 더 큰 일 터지기 전에 누나 단속 잘하라구 일러줬지, 벌써....사나이 의리두 있는데.
심란 (어이가 없는) 이런 쳐 죽일놈!
지환 미시적 안목에서 보면 물론 처 죽일 놈이지만, 거시적 안목에서 보면 화근의 싹을 잘라 버린다는 측면에서....나중에 다들 나한테 고맙다구 할걸?
심란 (족발로 지환의 입을 탁 때린다)
지환 엄마아!
심란 (팔 걷어부치며) 공 심란이 오늘부로 아들 있는 거 하나 죽었다!!....이리 와!


74. #병원 휴게실 (2,3층 정도 위치한)


투명창을 통해 일층 정원이 내려다 보이는 휴게실.
민석, 자판기 커피 마시며 일층을 내려다 보고 있다.
정원 벤치에 인형을 베고 눈감고 있는 상두의 모습 보인다.


지환(E) 차상두라구 우리 학교 수윈데요, 제비처럼 생겨갖구 우리 누나처럼 단순하구 얼빵 한 여자들은 딱 걸려들기 좋은 놈이죠.
민석 (표정에는 변화없이 보는)
지환(E) 매형은 우리 누나라면 대책없이 무조건 믿어버리는데요, 전요, 여자라면 우리 엄마 도 안 믿거든요.
민석 (표정 변화없이 그대로....)


이때, 안내 방송 들린다.


아나(E) 소아과 강민석 선생님! 소아과 강민석 선생님은 지금 급히 의국으로 가시기 바랍니 다.
민석 (그대로 표정없이 서 있다)


안내 방송, 다시 반복되지만, 민석, 그대로 바위처럼 표정없이 서 있는....


75. #은환 마당


은환, 품에 짱가를 안고 쓰다듬어 주고 있다. 상두가 계속 마음에 걸린다.


76. #병원 벤치


수은등 불빛이 연해지고....제법 밤이 깊었다.
상두, 인형을 베고 잠들어 있다.


만도(E) (잠꼬대하는) 맛있다....육질두 쫀쫀하구.


상두, 흠칫 눈을 뜨고, 소리나는 곳을 보며 일어난다.
만도, 상두 바로 옆 벤치에서 신문을 덮고 잠들어 있다.
꿈속에서도 뭔가를 맛있게 먹는 듯 냠냠 쩝쩝 입맛을 다셔댄다.


만도(E) 술 한잔 따러봐, 윤 마담....
상두 (기가 차서 보는....답이 없는 인간이다.)


77. #보리 병실


조명등만 켜진 병실.
보리, 곤히 잠들어 있고, 세라는 간이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다. (몸부림을 쳤는지 세라의 베게는 바닥에 떨어져 있다)
상두,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서서 보리쪽으로 온다.


상두 (인형을 보리 머리맡에 놓고,...보리의 얼굴을 쓸어주며 한동안 보다가) 아프지 마라, 보리야....아빤 너 병 고쳐줄라구 얼마나 기가 막힌 짓을 하고 다니는데, 니가 이렇 게 자꾸 아프면 아빠 어떡하냐?


상두, 보리를 마음 아프게 보다가 돌아선다.
상두, 바닥에 떨어진 세라의 베게를 집어 세라의 머리에 받쳐주고, 이불도 제대로 덮어준다.
F.O.


78. # 병원 외경(아침)


79. #보리 병실


상두, 보리를 세수 시키고 있다. 가제수건으로 정성스럽게 닦아주는.


상두 야아, 우리 보리 눈이 부시네?....우리 이쁜 딸내미 아까워서 나중에 어떻게 시집 보 내지?
보리 (좋아서 헤 웃는)


보리의 손을 닦아주다가 문득 보리 손에 팔찌처럼 돌돌 감겨진 네잎 크로버 목걸이 를 발견한다.


상두 어? 이게 뭐야?
보리 몰라.
상두 (자세히 들여다 본다)


80. #프래시백


모텔방에서 은환의 목에 걸려 있던 네 잎 클로버 목걸이.


81. #보리병실


상두, 눈빛이 심하게 흔들린다. 팬던트 뒤쪽에 은환의 이니셜이 씌여 있다.


보리 접때 아팠다가 일어나니까 내 손에 있었어.
상두 .......(가슴에 작은 폭풍이 인다)


82. #은환 학교 수위실


상두, 이불과 코펠등 자기 물건들을 박스에 챙기고 있다.


수위(3회) 라면은 안 챙겨?
상두 (기운없이 옆에 둔 라면 박스 챙기는)



83. #등나무 벤치


상두, 짐들 챙겨서 벤치에 멍하니 앉아 있다. 학생들, 까르르 웃으며 뛰어다니고 있 다.
교장, 저편에서 오다가 상두 보고는 상두옆으로 와서 앉는다.


교장 인사도 안하고 갔나 서운해하고 있었지, 난.
상두 (멍하니)
교장 우리 둘이 송별회라두 할까?
상두 (퉁명스럽게) 병주구 약 줘요?...(학생들을 부럽게 보며 중얼거리는) 좋겠다, 짜식들.
교장 (피식 웃고) 고등학교 2학년도 채 못 다니구 그만 뒀다 그랬지?
상두 (퉁명스럽게) 걱정 마세요. 할아버지가 취직 안 시켜줘두 저 잘 먹고 살아요!! 나중 에 회사 만들어서 고등학교 중퇴자들만 받아줄거예요, 왜?!!
교장 (인자하게 웃고) 단단히 삐졌나 보네.


이때, 저앞으로 은환과 남학생, 걸어나오고 있다. (은환, 교장과 상두의 존재를 모른 다. 상두가 있는 곳에서는 은환이 잘 보인다.)


은환 (남학생에게 손을 내밀며) 잘 가!
남학생 (아쉬운 표정으로 은환의 손을 잡으며) 안녕히 계세요, 선생님.
은환 (눈물이 그렁해지며) 우리 석구, 선생님이 좀 안아봐두 되까?
남학생 (고개 끄덕이는)
은환 (남학생들 꼬옥 끌어 안아준다) 전학가서도 공부 열심히 하구....선생님한테 이메일 두 자주 보내.
상두 (질투가 난다)
은환 (남학생 얼굴을 두 손으로 꼭 잡고 토닥여 주며) 선생님이 석구 되게 많이 사랑한 거 알지?
남학생 저도 선생님 되게 많이 좋아한 거 아세요?
은환 알지...가...(비죽이며 손을 흔든다.)
남학생 (인사하고 자꾸만 뒤돌아보며 간다)


은환, 남학생이 갈때까지 눈물을 닦으며 손을 흔들어주다가 남학생의 모습이 보이 지 않자 참았던 울음 소리내며 뒤돌아서 교사쪽으로 간다.


상두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좋겠다, 짜식.
교장 (상두를 물끄러미 보는)


84. #은환 학교앞 버스 정류장 일각( 며칠후, 아침)


2회의 엔딩씬과 똑같은 느낌의.
학생들, “지각이다!” 소리치며 학교로 열심히 뛰어가고 있다.
잠시후 버스 와서 멎고, 학생들 우르르 내려 학교로 뛰기 시작한다.
학생들 틈에 섞여 은환도 떠밀리다시피 해서 내린다.
은환, 엉망이 된 옷과 머리를 다시 한번 추스리고, “애들아! 같이 가!” 하며 학교를 향해 뛰기 시작한다.


85. #은환학교 교문앞


선도부 학생, 천천히 교문을 닫고, 학생들, 열려진 문틈으로 사력을 다해 빠져 들어 온다.
학생들 틈에 섞인 은환, 거의 닫힐뻔한 문을 간신히 뚫고 들어와 가픈 숨을 고른다.


86. #운동장


지환과 한 남학생, 희서의 작은 가방을 가지고 서로 공처럼 주고 받으며 장난하고 있다.


희서 줘어...야, 줘어...
지환 무슨 보물 단지가 들었는데, 여기?
희서 줘어....(뺏을려고 하는데)
지환 잡으면 주지! (하며 가방을 다른 친구에게 던져 버린다)
희서 (지환을 흘겨보고 다른 남학생쪽으로 뛰며) 줘어!!
친구 (뺀질거리고 웃으며 희서가 가까이 오자 다시 지환에게 던져 버린다)
희서 (지환을 흘기며) 너 정말 죽을래?
지환 뭐가 들었나 좀 보자....(하며 가방의 자크를 열려는데)
희서 안돼....(하며 지환에게 뛰어와 뺏으려고 하는데)


지환, 다시 친구에게 던진다는 것이 그만 나무 꼭대기 가지에 걸려 버린다.


지환 어?...(자기도 당황하다가 이내 재밌다는 듯 웃고) 어떡하냐?
희서 (눈물이 그렁해서 찢어지게 노려보는)


87. #교무실


은환, 학습 계획서 검토하고 있는데, 교장, 와서 책상을 노크한다.


은환 교장 선생님! (놀라서 일어난다)
교장 선생님 반에 얼마전에 학생 하나 전학 갔죠?
은환 네.
교장 오늘 다른 학생이 하나 우리 학교에 들어왔는데, 그 학생이 꼭 선생님반에 배정해 달라구 그러네요?
은환 (좋아서) 그래요?
교장 학생이 좀 문제가 있긴 한데, 괜찮겠어요?
은환 문제아들이 뭐 외계인이예요? 다 똑같은 학생인데요, 뭐.
교장 다행이네요.
은환 학생은 어디 있어요, 근데?
교장 운동장에 있을 거예요.


88. #운동장


은환, 운동장으로 나오는데, 저 앞 나무 근처(지환이 희서의 가방을 던졌던) 에 학 생들이 우르르 몰려서 일제히 나무위를 쳐다 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은환, 갸웃하며 다가간다.


89. #나무 일각


지환, 희서등 학생들과 순애, 일제히 나무 위를 쳐다보고 있다.
지환, 거의 충격받아 말이 안 나오는 표정이고, 희서, 조마조마한 표정이다.


순애 조심하세요! 차 선생님!


은환, 와서 위를 올려다 본다.
상두, 나무 가지위를 아슬아슬하게 기어간다. (교복 차림의)
상두, 손을 뻗쳐 가방을 가뿐하게 집어서 “받어!” 하며 희서에게 던져준다.


은환 (한대 맞은듯한 표정)
상두 (나무 위에서 바닥으로 점프하여 은환앞에 정확하게 착지한다.)
은환 (기가 막힌다)
상두 (씨익 웃으며) 안녕하세요, 선생님!
은환 (너무 충격 받은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무너지듯 주저앉으려는데)
상두 (얼른 부축하며) 괜찮으세요, 선생님?


은환, 상두를 넋나간 표정으로 잠깐 보다가 문득 정신이 든 듯 자신을 잡은 상두의 손을 쳐내고는 휙 돌아서 간다...가다가 다시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고....다시 일 어나 걸어간다. 몹시 충격이 큰 탓이다.
상두, 멀어지는 은환을 미소로 보다가 순식간에 표정이 싸늘하게 변해 매섭게 지환을 본다.
갑자기 지환과 수창(지환과 함께 장난쳤던)의 머리를 잡더니 사정없이 박치기 시켜 버린다.
지환과 수창, 갑작스레 당한 일에 아파서 비명 지르고.


상두 사내 새끼들이 밥 먹구 할 짓이 그렇게 없냐? 약한 여자나 괴롭히구?
희서 (호감어린 표정으로 보고)
순애 (희서 옆에 서서 눈에서 하트라도 나올듯한 표정)
지환 이 씨.....(주먹을 불끈 쥐며 상두를 향해 주먹을 날리는데)
상두 (지환의 팔목을 탁 잡으며 홱 꺽어버린다)
지환 (비명 지르고)
상두 니가 이 학교 주먹짱이래매?......(주먹을 쥐어 후 불더니 기습적으로 지환의 머리를 사정없이 쥐어박고) 주먹짱! 오늘 부로 내가 접수한다!!


90. #학교 일각 계단


여전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은환, 휘청거리며 걸어와 무너지듯 앉는다.


은환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꿈이야. 분명히 꿈이야......(살갗을 힘껏 꼬집어 본다. 짧게 비명지르고) ...아파도 이건 꿈이야....이게 지금 말이 되니? 분명히 꿈이야...
교장(E) 꿈 아니래요, 채 선생.


은환, 고개 돌려보면, 교장, 인자한 미소 머금고 은환쪽으로 걸어온다.


교장 그렇게 많이 놀랬어요?
은환 ....교장 선생님.
교장 (은환의 옆으로 와서 앉으며)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구, 단순하게 생각해요.
은환 ......
교장 선생이란 게 말이예요, 배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배움을 주는 사람들 아니래요? 배우겠다는 의지가 중요한 거지 나이나 다른 건 문제가 안된다구 생각하는데, 난.
은환 ....상둔...차상두씬 이미 대학까지 졸업한 사람이잖아요.
교장 대학이라는 덴 소변이 급해서 화장실 한번 빌린 거 말구는 근처에도 가본 적 없다 던데요?
은환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네?
교장 고등학교 2학년에 다니다가 중간에 학굘 그만 뒀대요.
은환 (어이없는)
교장 언젠가 채 선생이 그런 얘길 했었죠?....채 선생도 집안 사정 때문에 검정고시로 고 등학굘 마쳤다구....다시 인생을 산다면 다른 어떤 것보다 고등학교 시절로 다시 돌 아가 공부해보구 싶다구....
은환 (눈빛이 흔들리는)
교장 (은환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주며) 채 선생이라면 차상두 학생에게 훌륭한 선생님 이 돼 줄 수 있을거라구...그렇게 보는데요, 난?
은환 ......


91. #학교내 벤치


벤치에 양반 다리로 앉은 상두, 책가방에서 영어책 꺼내 읽고 있다.


상두 She was engaged to a handsome prince named Ronald. (일부러 코믹하게 조형기 식의 영어발음으로 읽으면 어떨까요?) 그녀는.. 로날드라는 이름을 가진... 잘 생긴 왕자와 약혼한 사이였다....(흡족한 듯 웃으며) 역시 녹슬지 않았어, 차상두....(다시 계속 읽는) They were going to get married in a few days.


은환, 걸어오며 그런 상두를 기가 막힌 표정으로 보고 있다.


상두 (은환이 보고 있는 지도 모르고 해석하는) 그들은...며칠 후면...결혼을 하기로 되어 있었다.
은환 (상두 옆 벤치로 와 털석 앉는다)
상두 (그 소리에 돌아보고) 은환아.
은환 (숨을 후 들여마셨다 내쉬고 침착하려고 애쓰는 모습)
상두 (눈치 살피며 보는데)
은환 너, 사이코지?
상두 ?
은환 사이코가 아니면 도저히 이런 말도 안되는 짓을 저지를 수가 없어.
상두 (교과서에 시선주며 태연하게) 지금, 너 미쳤냐? 그거 묻는거야?
은환 (노려보는)
상두 (교과서 책장 넘기며, 진지하게) 미쳤어....너한테 미쳤지, 내가....몰랐냐?
은환 우리 교장 선생님 어떤 분인지 알어? 내가 아버지처럼 믿구 따르는...(흥분해서) 세 상에 둘도 없는 천사같은 분이야. 그런 분을 어떻게 이렇게 기만할 수가 있어?
상두 (순진한 표정 지으며) 기만?.....기만 안했는데?
은환 고등학교 중퇴했다구 뻥쳤잖아?!! (다다다다 쏘아붙이는) 어떻게 인간이 이러니, 너? 이렇게까지 흉물스럽니, 차상두?! 정말 너란 인간 정나미가 완전히 떨어질라 그래.
상두 (억울하다.) 정말 나... 중퇴했는데?
은환 (살벌하게 노려보는)
상두 고등학교 2학년 다니다 말았어, 진짜! 학적부 떼다줘?
은환 (진위라도 밝히려는 듯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는)
상두 (순진한 눈빛으로 은환을 보는)
은환 .....(믿지 않고, 다그치는) 우리나라도 좁다구 하바드대 갈거라구 나 기 팍팍 죽이면 서 잘난체 하고 뻐기구 난리치구 다녔었잖아, 너...그렇게 대단한 인간이 대학두 아 니구 고등학굘 왜 그만뒀는데?
상두 (다시 책에 시선주며) 니가 그만 두니까 나두 그만 뒀어, 그냥.
은환 (어이없는 표정)
상두 (책을 뒤적이며) 니가 없는 학교, 재미가 없어서 다닐수가 있어야지.
은환 (눈빛이 흔들리는)
상두 감동적이지 않냐?
은환 (눈에 눈물이 핑 돈다)
상두 (은환보며) 벌써 감동이 오냐?
은환 (입술가를 실룩이더니 울음이 비질비질 새어나온다)...어떡해?...어뜩해애....어뜩해애 애애.....
상두 어떡하긴 뭘 어떡해? 인제부터 니가 나으 이 못다한 배움의 길을 열어주면 되는 거 지.
은환 어떡해애.....어떡함 좋아....차상두우우....대체 널 어떡하면 좋니이이이......(훌쩍거리며 운다.)
상두 (은환을 물끄러미 보다가 손수건 꺼내서 내민다.)
은환 (손수건 받아서 눈에다 대고 엉엉 소리내서 운다)


92. #교실 복도


울음을 그치고, 감정을 추스린 은환, 걸어가고 있다. 그 뒤로 상두, 따라오고 있다.


은환 (찜찜한 표정으로 문득 걸음 멈추고 상두 돌아보며) 차라리 다른 학교 다니면 안 돼?
상두 (고개 절래절래 흔든다)
은환 (몇걸음 더 가다가 다시 걸음 멈추고 돌아보는)
상두 (은환을 따라가다가 은환이 걸음을 멈추자 자신도 걸음을 멈추는)
은환 그럼...다른 반에 가면 안돼?
상두 (더욱 세차게 도리질)
은환 (미치겠다는 듯 난감한 표정 짓고 있는데)
상두 교장 샘한테 이른다?.....교장 선생니임! (하며 교장실쪽으로 휙 돌아서서 가는데)
은환 (상두를 얼른 잡으며 어우우우....몸을 흔들며 환장하겠다는 표정)


93. #은환반 교실앞


은환, 걸어와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 상두, 능글능글한 미소를 짓고 서 있 다.
은환, 한숨 푸 내뱉고 교실문을 열고 들어선다.


94. #은환교실안


은환, 들어서면, 떠들던 아이들, 제자리로 가 앉는다.
좀전에 본 상두의 모습에 미소 머금고 있는 희서의 모습도 보이고, 생각에 잠겨 있 는 정우의 모습도 보인다.
근심어린 표정 짓고 있는 수창과 택구, 성길의 모습도 보인다. (지환의 똘마니들, 수창과 택구는 짝꿍, 성길은 뒤로 앉았다.)


은환 (교탁앞으로 가 학생들을 잠깐 보다가 가볍게 한숨을 쉬고 밖을 향해) 차상두! 들 어와!


은환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상두, 들어선다.
희서와 진진등 학생들 와아....함성지르며 박수를 친다. (정우와 수창, 택구, 성길은 얼핏 표정이 굳고)
희서, 상두를 향해 웃고.
상두, 학생들을 향해 뿌듯하게 웃는다.


은환 (아직도 믿기지 않는 상황에 현기증이 인다. 식은땀이 흐르는 이마를 손으로 훔치 고 교탁으로 와 선다)


반장, 차렷! 경례! 하면 학생들 일제히 인사하고.


은환 벌써 다들 알고 있겠지만, 얼마전까지 우리 학교 수위로 계셨던 차상두씨...아니 차 상두가....아니 차상두 형이자 오빠가 오늘부터 우리반에서 여러분과 같이 공부 하게 됐어.


학생들, 더 크게 책상을 두드려대고.
희서, 남학생 두명과 손가락을 입에 넣어 입바람을 불어댄다.
상두, 천진한 표정으로 학생들을 향해 브이자를 그려보인다.
수창과 택구, 성길, 희서를 흘끗 보며 우우우....야유를 하고....


은환 ....모르는 게 있으면 여러분이 잘 가르쳐주구, 사이좋게 잘 지내구....빈자리가 있나?
희서 (손을 번쩍 든다) 여기요, 선생님!


수창과 택구, 성길, 동시에 휙 희서를 돌아본다. 지환이가 알면 큰일인데....(지환이 속으로 희서를 좋아한다)


은환 ....차상두! 희서 옆으로 가 앉어!
상두 (까딱 목례하고 희서옆으로 가 앉는다)
희서 (상두에게 반갑다고 웃으며 손을 까닥여 보인다)
상두 (손을 까딱여 반갑다고 인사하고)
은환 (다시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장차 이 일을 어찌하나...저도 모르게 표정이 일그러져 죽을 상을 짓는)


95. #학교 잔디밭


지환, 수창, 택구, 성길, 모여앉아 있다.
지환, 이를 빠드득 간다.


수창 희서가 먼저 손 들었어. 자기랑 짝 시켜 달라구....희서가 아무래두 수발이한테 필이 꽂힌 거 같애.
지환 (불끈 쥔 주먹이 부르르 떨린다)
택구 애들 사이에서 괴소문이 떠돌고 있어....수발이가 너 밟아 버린다 그랬대.
성길 학생으루 다시 온 것도 너한테 복수 할라구 돌아온 거래...돌아온 장고.
수창 어떡하냐? 이제 수위도 아니구 학생이니까...사실 맘대루 패두 되지 뭐.
지환 (그걸 말이라고 하냐? 수창을 향해 눈을 부라려 보이는데)
수창 (울찔하다가) 이러구 있을 게 아니라 니가 먼저 기습을 해 버려! 니가 먼저 밟아 버리는 거야!!
지환 (생각하는)


96. #학교 일각


상두,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어슬렁어슬렁 나온다.


상두 (주위를 휘 둘러보며) 누구야? 누가 나 불렀어?
지환(E) 내가 불렀어.


상두, 돌아보면, 지환, 수창과 택구, 성길을 양 옆으로 두고 제 딴에는 매서운 표정 을 짓고 섰다. 지환의 손엔 권투 글러브 들려 있다.


상두 (어이없는 듯 피식 웃는) 왜?
지환 주먹짱, 접수하시겠다며? 큰소리 치는 놈들 치구 제대루 된 놈을 못 봐서 말이 야.
상두 (피식 웃는) 놈?
지환 (권투 글러브를 상두에게 휙 던져준다)
상두 (탁 받고)
지환 지난번엔 연장자 공경 차원에서 내가 봐줬구, 이제 뭐 친구가 됐으니 제대루 맞짱 한번 떠야지 않것냐?
상두 (피식 웃고)....아가야, 엉아는 학업에 정진을 좀 해야 되는 사람이라서 니들이랑 놀 아줄 시간이 없거든....니들끼리 놀아, 응? (글러브를 수창쪽으로 휙 던져주고 돌아 서려는데)
지환 야!
상두 (걸음 잠깐 멈췄다가 다시 걸어가는데)
지환 쫄았냐?
수창 쫄았나봐.
택구 쫄았어, 쫄았어.
상두 (그 소리 그대로 들으며 천천히 발걸음 옮기는데 지환들의 말소리 뒤통수로 들린 다)
지환 차...별것도 아닌 놈이....
수창 괜히 겁먹었나봐, 그치?
상두 (가던 걸음을 딱 멈춘다)


지환들, 돌아서려다 약간 긴장해서 본다.
상두, 휙 돌아서더니 지환들쪽으로 온다. 수창과 택구, 성길 흠칫하며 자기도 모르 게 몇걸음 뒤로 물러나고.


상두 맞짱 떠서 내가 이기면 내가 하라는대루 할래?
지환 뭐?
상두 나한테 깍듯이 형이라 부르구, 엉아하구 관계 회복 및 인간이 한번 돼 볼래?
지환 (푸후 비웃고 어이없다는 듯 보다가) 내가 이기면?
상두 니가 이기면 니가 하라는대루 다 해주지.
지환 (잠깐 생각하다가) 이 학교에서 나가 줄래? 내가 이기면!!
상두 (피식 웃고 호쾌하게) 그러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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