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두야! 학교가자 7
old/old_scrapbook 2003. 11. 1. 13:22
1. #민석 오피스텔


원룸형의 고급스럽고 깔끔한 오피스텔. (10층정도 위치한)
현관문 열리고, 상두를 업은 민석, 들어서고, 뒤를 이어 은환, 들어선다.
민석, 상두를 소파에 철퍼덕 눕힌다.
상두, 새근새근 소리 내며 깊은 잠에 빠져 있다.
은환, 가슴이 바짝바짝 타 들어간다.


민석 너두 자구 가.
은환 (당황하며) 엉?
민석 어차피 어머니한텐 못 들어간다구 거짓말 했다며?
은환 ......그렇긴 한데....그래두 어떻게 말만한 처녀가...
민석 (피식 웃으며) 그렇게 해. 안 잡아 먹으께.
은환 으이, 민석씬...(멋쩍게 웃다가 불안한 표정으로 상두를 본다.....어쩔 수 없이 고개 끄덕이는)
민석 넌 저기 침대 쓰구, 이 학생은 소파에 재우면 될거구....난 바닥에 자께.
은환 ....미안해, 민석씨.
민석 (웃으며) 이깟 게 뭐가 미안해?....먼저 씻어. 난 이 친구 깨끗한 옷으로 좀 갈아 입 히께.
은환 ...어....(상두를 불안하게 보다가 화장실쪽으로 걸음 옮겨 가는데)
민석 (온화한 표정으로 상두의 옷을 벗기다가 은환이 안보자 인상이 일그러지며 상두의 뺨을 비틀며 꼬집는데)
상두 (갑자기 아악!하고 고함 지른다)
은환 (문을 열려다가 놀라서 돌아보고)
민석 (자신도 놀랐다)
상두 (눈을 번쩍 떴다가 다시 반쯤 게슴츠레하게 감고 민석을 뚫어져라 본다)
민석 (당황하고)
상두 ....(한쪽 눈씩 번갈아 감았다 뜨며..많이 본 얼굴이다.) 야아...너어....너....어디서 마아 니...봤는데...
민석 (잠깐 당황하다가) 운전 기사! 아까 너 태워왔던 운전 기사! (다정하게 웃어준다)
상두 아아...(고개 끄덕이며 눈을 감았다가 다시 번쩍 뜨며) 아닌데...딴 데서 봤는데....
민석 (얼굴 표정 우스꽝스럽게 짓고) ...어디서 봤는데?
상두 (자세히 보다가) 몰라, 안 갈쳐줘.....(하며 다시 잠에 곯아 떨어진다.)
민석 (푸후...안도하고)
은환 (불안한 마음으로 보는)


2. #민석 오피스텔 외경
깊은 밤....두 서너집에 불이 켜져 있다가 한 집의 등이 꺼진다.


3. #민석 오피스텔안


은은한 조명등만 켜진 실내.
상두의 코고는 소리 시끄럽게 들리고.
침대에 누운 은환, 심난한 표정으로 말똥말똥 천장을 보고 있다가 소파에 누워 잠 든 상두를 본다.
상두, 윗도리를 반쯤 걷어올리고(은환과 민석의 사진이 새겨진 민석의 면티를 입었 다.-현재는 자세히 보이지 말것.) 배까지 슥슥 긁어가며 정신 없이 잠에 곯아 떨어져 있다.
엎드린 자세로 바닥에서 자는 민석, 역시 심난한 지 눈을 뜨고 있다.


은환 (상두를 보다가 민석의 등을 보며) 민석씨....자?
민석 아니.
은환 시끄럽지?
민석 아니....
은환 시끄럽잖아, 불편하구.
민석 아냐, 괜찮아.
상두 (민석의 말 떨어지기 무섭게 다시 잠꼬대하며 소리 지르는) 야, 다 뎀벼! 뎀벼 새끼 들아!! 니들 오늘 주욱었어! (허공을 향해 주먹을 뻗고 발길질을 해대다가 민석에게 툭 떨어진다)
민석 (턱 숨이 막히고)
은환 (놀라서 보는) 괜찮아, 민석씨?
민석 (피식 웃고) 꿈속에서두 한참 싸우고 있나부다, 이 친구? (잠깐 상두쪽으로 고개 돌 리고 이를 가는 표정)
상두 (갑자기 민석을 꽉 끌어안더니) 싸모님....우리 싸모님 오늘 왜 이렇게 섹시하구 이 쁜 거니? 으응? 싸모님?....(민석의 뺨에 쪽 뽀뽀하는)
민석 (기함을 하는)
은환 (어이없다는 듯 보는)
상두 내가 우리 싸모님 얼마나 사랑하는데...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하는데...씨이...내 맘두 몰라주구....미워잉! (민석의 뺨을 쓰다듬으며 온갖 아양을 떨며 앵기고(?))
민석 (이 자식이...은환에게 들킬까 괜히 자기가 걱정스러워 은환 눈치보는데)
은환 (눈치 못 채고 한심하게 보며) 아주 이번엔 제비가 됐나 부다.
민석 (괜히 자기가 뜨끔하고)
은환 (한심하게 보는)
상두 (다시 조용해 진다)
민석 후우...이제 조용해 졌다....우리두 자자, 은환아.
은환 .....응...잘 자, 민석씨...(찜찜한 표정 짓다가 다시 침대에 눕는데)
상두 (잠깐 조용하다 다시 잠꼬대) 아이구 우리 강아지 일어났쪄?......아빠는 세상에서 우 리 딸내미가 젤 좋아. 아빠, 뽀뽀...뽀뽀....(입술을 내미는데)
민석 (조마조마해서 자기도 모르게 상두의 입을 막는다)
은환 (다시 일어나 앉으며 어이가 없는) 딸까지 낳았나봐, 이번엔.
민석 (상두가 안타깝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다) 그러게....재주도 좋다. 꿈두 참 다양하게 가지가지루 꾸네. (상두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조심스럽게 뗀다)
상두 (푸우...입김 내뱉고 코를 골며 자며 입맛까지 다시는)
은환 안되겠다, 민석씨....노끈이랑 솜이랑 본드랑 좀 줄래?
민석 응?
은환 입에다 본드 붙여버리구, 코에다 솜으루 틀어 막아 버리구, 노끈으루 손발이랑 묶어 버리게....어서!
민석 (진지한 표정) 왜? 이 친굴 죽여버리게?
은환 (그 생각까지 못했다).....죽나, 그럼?
민석 죽을걸?...죽지...
은환 (푸우... 한숨쉬며 상두를 보는)
상두 (코를 골며 입맛까지 다시며 한심하게 자고 있는)


4. #민석 오피스텔 외경 (새벽)


새벽의 푸른 여명이 밝아 오고 있다.


5. #민석 오피스텔안(아침)


바닥에 누워서 자는 상두의 목 위로 민석의 다리가 척 놓여진다.
다리에 눌려 숨 막혀 하던 상두, 그대로 눈을 감은 채 다리를 쳐내는데, 다리, 다시 상두의 목 위로 턱 얹혀지고.
상두, 인상 찌푸리다가 다리를 확 쳐내버리고 몸을 일으킨다.
(은환과 민석의 다정한 사진이 박힌 면티를 입었다. 하트안에 사진이 있고, 그 위에 ‘우리 사랑 영원히’라는 글귀도 씌여진)
뭐야?하는 표정으로 실눈을 뜨고 주위를 후 둘러보던 상두, 자기와 반대 자세로 누 워 잠들어 있는 민석을 본다.
상두, 잠이 확 깨며 눈이 동그래진다....꿈인가? 자기 뺨을 톡톡 때려보다가 다시 민 석을 보는데, 여전히 눈앞에 있는 민석.
상두, 황당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다가 입고 있는 면티를 본다....은환과 민석의 다 정한 모습이 새겨진 면티. 상두가 베고 있는 쿠션에도 은환과 민석의 사진이 새겨 져 있다.
상두, 거울앞으로 가 서며 면티 사진을 확인하고는 ‘씨이....’하며 벗으려는 찰나, 이 때, 거울에 은환의 모습이 비친다. (마침 침대에서 몸부림을 치는 바람에 거울에 정확히 얼굴이 비친다.)
상두, 더욱 기가 막혀 황당해 하다가 갑자기 엄습하는 두통에 머리를 감싸쥔다... ....어젯밤 일을 곰곰히 생각해보는.


6. #인서트- 상두의 기억(플래시백)
고장난 영사기의 필름처럼 뒤죽박죽 펼쳐지는 포장마차에서의 편린들....지환들과 함 께 술을 마시고, 조폭들을 대적해 싸우고.....그러다 문득 한 장면에서 포즈되는...은 환, 조폭들을 향해 “때리지마! 상두한테 손대지 마!” 소리 치는...다시 돌아가는 필 름....그 다음엔 깜깜한 암흑이다.


7. #민석 오피스텔안


상두, 은환을 다시 돌아본다.....가슴 한켠이 뭉클해진다.
상두, 은환에게 가만히 다가가 애틋한 미소로 한동안 지켜보다가 은환의 뺨에 입을 맞추려는데.


민석(E) 어이!
상두 (흠칫 놀라서 돌아보는)
민석 (몸을 반쯤 일으켜 앉았다. 잠에서 덜 깬 표정, 몽롱한 눈을 뜨고, 목소리 낮춰서) ...뭐하냐?
상두 (잠깐 당황하다가 민석앞으로 다가와서 목소리 낮춰) .....니네 집이냐, 여기?
민석 (졸린 눈으로 고개 끄덕이는)


상두와 민석, 은환이 깰까봐 소근소근 얘기하는.


상두 내가 여기 왜 있냐?
민석 (여전히 눈을 못 뜨고) 파출소에서 내가 데꾸 왔다, 왜?
상두 파출소?....거긴 뭐하러 갔냐, 내가? (고개 갸웃하는데)
민석 뭔 술버릇이 그렇게 고약해? 너 땜에 잠을 못 잤다, 새벽까지....(하품하며 화장 실 가려고 일어서는데)
상두 하나두 안 미안하구, 하나두 안 고맙다.
민석 (돌아보며 피식 웃고 화장실로 간다)
상두 (짜증나서 거칠게 얼굴을 부비다가 문득 은환을 돌아본다)
은환 (곤히 잠들어 있다)
상두 (은환이가 여기 자주 와서 자나?....문득 생각이 들며 기분이 상한다)


8. #화장실안


민석, 꾸벅꾸벅 졸며 변기에 앉아 있는데, 문 벌컥 열리고 상두, 들어서며 탁 문을 닫는다.


민석 (흠칫 놀라 황급히 바지를 끌어 올리며) 야!!
상두 ....은환인 여기서 왜 자는데?
민석 나중에 설명하께...나가, 좀.
상두 은환이 여기 자주 와서 자냐?
민석 나중에 얘기해줄테니까, 나가라구.
상두 지금 얘기 해.
민석 하, 짜식....(이를 앙물고) 똥 줌 싸자, 임마!
상두 싸! 싸면서 대답해!
민석 (환장하겠다는 표정) 하, 증말....뭐 이딴 자식이 다 있냐?
상두 (괜히 칫솔 빼서 목욕탕 여기저기 문지르다가 어렵게 말 꺼내는) ....너....은환이랑 어디까지 갔냐?
민석 (이를 앙물고 눈을 감고 힘을 끄응 준다)
상두 ....잤냐?
민석 ......
상두 (일그러지며) 잤어?
민석 (노려보며) 니가 그런 말 할 주제나 되냐?
상두 (이 앙물고) 잤냐구?!!
민석 ......내가 너 같은 놈 인줄 알어?
상두 (금새 표정이 바뀌어 환하게 씨익 웃는다) 아니.
민석 안 나갈래, 정말!!
상두 (이쁘다는 듯 민석의 뺨을 세게 잡아 당기며) 멋진 새끼.....욕 봐라. (그제야 코를 싸쥐는) 변비엔 홍시가 좋대.


9. #민석 오피스텔


은환, 곤히 잠들어 있다.
그런 은환의 머리카락을 쓸어올려주기도 하고....따뜻한 미소로 한참을 지켜보는 상 두.


시간경과.
곤히 잠들었던 은환, 천천히 잠에서 깨어난다.
은환의 시야로 흐릿하게 보이는 눈 앞의 남자...상두다.
은환, 눈을 힘주어 뜨고 다시 보면 어느새 눈 앞의 상두, 민석으로 바뀌어 있다.


은환 민석씨!
민석 잘 잤니?
은환 (몸을 일으켜 앉으며 방안을 두리번거린다) 상두....우리 반 학생은?
민석 갔어....(상두가 벗어놓은 옷 들고 서서) 급하게 나갔는지 옷두 안 갖구 갔네.
은환 ....(괜히 서운하다) ...그냥....갔어? 암말두 안 하구?
민석 (은환의 표정이 서운하지만) 암말두 안하구 우리 집에 배달된 우유랑 녹즙 훔쳐 갖 구 갔어.


10. #거리


대부분 상가들, 아직 문 열기 전의 거리....출근하느라 부산하게 걸어가는 사람들 몇 몇 있고.
상두(민석의 면티를 그대로 입은), 양손에 1000ml짜리 우유팩과 녹즙 들고 번갈아 벌컥벌컥 마시며 간다. 얼굴에서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씨익 흘러 나온다.


11. #플래시백


포장마차에서 “때리지마! 상두한테 손대지 마!!”하며 계속 멈추지 않고 의자를 휘둘 러 대는 은환.


12. #거리


상두,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 나온다.
저 앞으로 레코드 가게 셔터문을 올리고 있다.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상두, 음악에 맞춰 자기도 모르게 몸을 흔들며 걸어간다. (코믹 댄스?)
지나가던 사람들, 상두를 의아하게 보지만, 상두, 그대로 춤을 추며 가다가 한 가게 의 쇼윈도우 앞에 서서 다시 춤을 춘다.
춤을 추던 상두, 쇼윈도우에 비치는 은환과 민석의 다정한 모습(티셔츠에 새겨진) 을 보고 동작을 딱 멈추어 버린다. 김이 새고, 기분이 나빠졌다.
휙 돌아서서 가던 상두, 씨이...하더니 당장 면티를 벗어버리려는데.
저 앞으로 출근하던 여자 둘, ‘어머나...’하며 눈을 가린다.
상두, 그 바람에 다시 웃옷을 내린다.
여자들, 아침부터 못 볼것이라도 본 모양 상두를 이상한 눈길로 보며 자기들끼리 귓속말하며 걸어간다.


상두 (찜찜한 표정 짓다가 휙 돌아보며) 언니들! 나 변태 아냐!!


13. #민석 오피스텔


심난한 은환, 베란다에 서서 창밖 거리를 보고 있다.
민석(와이셔츠 차림), 커피잔을 쟁반에 받쳐 들고 은환에게 들고 온다.


민석 은환아.
은환 (그대로 생각에 잠겨 있고)
민석 채은환!
은환 (그제야 돌아보며) 어, 민석씨.
민석 커피...(커피를 은환에게 내민다) 뜨거우니까 조심해.
은환 고마워.
민석 나 지금 바루 공항에 나가봐야 돼서 집에 까진 못 데려다 줄 거 같거든...택시 타는 데 내려 주께.
은환 공항엔 왜?
민석 어머니한테 얘기 못 들었어?
은환 아니.
민석 미국에서 우리 엄마 오신다, 오늘?
은환 민석씨 어머님이?
민석 양가 어머니들 만나서 결혼식 날 잡기루 했는데....못 들었구나?
은환 (당황하는)
민석 레스토랑 예약 했으니까 너 수업 끝나는대로 같이 만나자.....괜찮지?
은환 (멍해 있다가 생각없이 커피를 벌컥 마시다가) 아, 뜨거!
민석 은환아, 괜찮아?
은환 (데인 입술을 잡고 어쩔 줄 몰라하며) 어우우...
민석 조심하라니까...많이 데였어?...어디 봐!
은환 어우..쓰려...(아랫입술을 들썩이다가 민석을 향해 쑤욱 내밀어 준다)
민석 (자세히 살펴보며) 물집은 안 생길 거 같은데....
은환 (아기처럼 입술 그대로 내민 상태에서 아픈 표정 지으며) 흐흐으응....
민석 (그런 은환을 귀엽다는 듯 보다가 갑자기 와락 키스해 버린다)
은환 (갑자기 당하는 바람에 당황해서 눈이 동그래지고....커피잔의 커피는 그대로 바닥으 로 흘러버린다.)
민석 (잠시후 은환에게서 떨어지며 씨익 웃는다) 저녁에 같이 눈 감구, 아침에 같이 눈 뜨구.... 빨리 그러자, 우리.
은환 (딸꾹질 하는)


14. #거리


상두, 은환과 민석의 다정한 사진이 붙은 티셔츠를 어쩔 수 없이 입고 잔뜩 찜찜한 표정으로 인파 사이를 걸어간다.


15. #심란 족발 가게 앞길


은환, 입술을 만지며 딸국질을 멈추지 못하고 걸어오고 있다. 결혼식 날을 잡다니.... 예상 못했던 건 아니지만....당혹스러움에 멍한 표정.
이때, 가게 앞 유리창 너머로 심란(머리에 파마로트 말고, 얼굴에 마사지 시트 붙이 고)과 지환(교복)의 모습 보인다.


16. #심란 족발 가게안


지환, 웨이터처럼 주문 받기 위해 서 있고, 심란, 테이블에 앉아 교육 받고 있다.


지환 샐러드 드레싱은 어떻게 해드릴까요?
심란 드레싱? 드레싱이 뭔데?
지환 아까 갈쳐줬잖아. 소스! 야채 위에다 끼얹어 주는 거!...(옆에 있는 종이 주며) 이거 보구 아까 연습한대루 해봐.
심란 (종이를 받아 들어 본다) 뭐가 이렇게 어렵냐?
지환 샐러드 드레싱은 어떻게 해드리까요?
심란 (종이 보며 또박또박 읽는) 사,우,전,드 아,일,랜,드 드레싱요.
지환 스테이크는 어떻게 익혀 드릴까요?
심란 미,디,움!...이요....염병, 밥 한끼 먹는 게 뭐가 이렇게 복잡해?
지환 (불안하게 보며) 엄마 이름대루 심난하다, 정말...어떻게 그 나이 먹도록 레스토랑 을 한번 안 갔냐?
심란 니들 멕이구 입히구 가르치기두 뼛골이 빠지는데, 내가 한가한 여편네들이랑 같냐?
지환 걱정된다, 진짜. 매형네 엄마 만나서 완전히 쪽만 팔리구 오겠다. (맞은 편 의자 로 앉으며 양푼이의 비빔밥을 떠 먹는다)
심란 (심난한 표정으로) 어떡하냐, 지환아? 무식한 에미 뒀다구 저쪽 집안에서 니 누나까 지 물로 보면 어떡허지?


이때, “엄마!” 부르며 은환, 들어선다. 심란의 눈치를 살피는.


심란 (반갑게 맞으며) 민석이 집에서 잤다면서?
은환 (지환을 흘겨 보다가 손을 휘저으며 변명하는) 엄마가 상상하는 일 절대루 없었어, 우리....정말루 그냥 단지 잠만! 잠만 잤어, 우리!!
심란 왜 그냥 잠만 자? 이제 곧 신랑 각시 될 애들인데, 막말루 사고라도 치면 어때서?
은환 (당황하는) 엉?
지환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결혼 축하해, 누나!!
은환 ....(여전히 당혹스러움 감추지 못하고) 오늘 민석씨 어머니랑 같이 만나기루 했다 며?
심란 민석이 할아버님 병환이 악화가 돼서, 돌아가시기전에 손주 며느리 봐야겠다구 너 네 결혼 서두르라구 그러셨대...그래서, 나두 이하동문 오케이라 그랬지.
은환 ....그래두 너무 갑작스럽다.
심란 갑작스럽긴....닥터강 제 정신 돌아오기 전에 빨리 해치워 버리는 게 나아 야.
은환 엉?
지환 매형이 제 정신이면 누나 같은 후진 여자 거들떠나 보겠냐? 집안이 좋아? 외모가 뒤집어지게 빵빵해? 성격조차 나쁘잖아, 채 티쳐!
은환 너....너 말 다했어? 지금?
지환 엄마! 매형네 엄마한테 되도록 빨리빨리 날 잡자 그래. 아니다. 양가 어머니 모시구 오늘 당장 혼인 신고라도 해버리지?
은환 (노려 보는) 채 지환!!!
심란 니 누나 일에 니가 왜 그렇게 설쳐 대? 밥이나 처 먹어, 이 눔아.
지환 사태의 심각성을 몰라서 그래, 엄마가....자칫하면 엄마, 의사 사위 볼래다가 깡패 사 위를 볼 수가 있어요.
은환 (저 자식이....)
심란 그게 뭔 소리야?
지환 내가 입을 열면 여러 사람이 다치게 돼 있어서 여기까지만!! (하고는 계속 밥을 퍼 먹고)
은환 (가슴이 졸아드는 것 같다)
심란 뜨신 밥 먹구 웬 쉰 소리야, 저 눔은?.....학교 가기전에 맛사지라두 좀 하구 가자. 어서 와.(은환에게 손짓하며 먼저 가게를 빠져 나간다)
지환 단팥빵한테 얘기 해줘야지. 니네 담임 곧 시집 간다구!
은환 (노려 보는)
지환 단팥빵 자식 어떤 표정을 지을까? 하늘이 무너지겠지? (히히 웃으며 계속 비빔밥 먹는)
은환 (그대로 노려 보는)
지환 아우, 고소해.....아우, 맛있어....
은환 (참지 못하고 그대로 지환에게 달려 가 지환의 얼굴을 양푼 그릇에 밀어넣고 꾹 눌 러 버린다) 고소하면 많이 먹어라, 많이 먹어, 이 자식아.


17. #은환집 마당


얼굴에 마사지 시트를 붙인 은환, 개 집앞에 앉아 짱가를 쓰다듬고 있다.


은환 짱가야....누나 결혼할지도 모른다?.....결혼 하기루....약속 했었으니까....결혼...해야 되 는 거 맞지?.....민석씬 나만 믿구 있는데....약속은 지켜야 되는 거지?


은환, 씁쓸한 표정으로 짱가를 가만히 껴안는다.
그때, 은환의 귀에 환청처럼 들리는.


상두(E) 나중에 결혼하면 너 닮은 딸이나 하나 낳으까?


18. #플래시백 (회상-1회 냇가)


은환 (미워서 흘기며) 누가 너한테 시집간대?
상두 누가 너랑 결혼한댔냐?...난 무릎에 흉진 여잔 싫대니까.
은환 (자존심이 상했다. 팩) 니 마누라면 니 마누라 닮은 딸을 낳지, 어떻게 날 닮은 딸 을 낳냐?
상두 그런가?...그렇구나.
은환 (기분이 많이 상했다.)
상두 그럼 니가 낳으면 되겠네, 너 닮은 딸은...니가 낳아줘라, 그럼.


19. #플래시백(회상-1회 바닷가)


상두 (인상 찌푸리며 무릎 굽히고 앉아) 가만 있어봐, 으이, 살살 좀 뛰지. (오바하는) 어 우, 흉지겠네, 이거...너 인제 시집은 다 갔다.
은환 (자존심도 상하고 쪽도 팔리고...상두를 흘겨보며 비죽이는)
상두 이렇게 다리에 흉진 여잘 누가 델구 가냐?...(일부러 약을 올리는) 나두 다리에 흉진 여잔 진짜 별룬데...클났네. (하며 은환의 상처를 입으로 불어주는데)
은환 (식식거리고 노려보며 상두를 밀어버린다) 비켜! 누가 너한테 나 데꾸 가래?
상두 (능청스럽게) 나 때문에 넘어졌는데, 내가 책임져야지, 어떡하냐? 가만 있어봐, (은 환의 상처를 불어주며) 열심히 치료해서 싫어두 데꾸 살아야지.
은환 (어이없는 표정 흘기는)


20. #은환집 마당


17살 은환의 눈빛, 현재의 은환의 흔들리는 눈빛으로 O.L.되며.


은환 (짱가를 안고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니가 먼저 안 지켰잖어.....우리 약속은 니 가 먼저....어겼어....


멍해서 짱가만 안고 있는 은환.


21. #상두 옥상


상두, 옥상에 기운없이 널부러져 누워 있다.
이때, 상두의 핸드폰 울린다.


상두 (발신자 확인하고 짜증스런 표정 짓다가 하는 수 없이 받는) 어, 자기야....피하긴 내 가 자길 왜 피해?....워낙 바빠서 그렇지.


상두,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속이 쓰린지 가슴을 부빈다.


상두 글쎄...스케줄이 언제 날 지 모르겠네...내일부턴 내가 싱가폴 출장을 좀 가야 되거 든.
수희(F) 지금 당장 만나, 그럼.
상두 (난처한) 지금 당장?
수희(F) 내 친구 훈숙이 알지? 걔네 가게에서 기다리께...당장 나와.
상두 당장은 곤란한데?....내가 지금 일두 좀 있구...
수희(F) (O.L.) 나올때까지 기다릴거야....만약에 안 나오면, 나 죽어버릴거야, 오늘.. 정말이 야.
상두 자기야. (하는데)


뚜뚜뚜...전화 끊어지는 소리 들린다.


상두 (기가 막힌 표정 짓다가 핸드폰 닫으며) 지가 무슨 자해 공갈단이야?....걸핏하면 죽 는다고 협박이야....(괜히 큰 소리) 죽는다면 내가 겁낼 줄 알어?!!...(하다가) 겁나 지....(짜증난 표정으로 머리를 흐트리는데)


이때, 세라, 빨래 바구니 들고 올라오다가 상두를 보고는 반가와서.


세라 상두야!
상두 (짜증난 표정으로 세라 보는)
세라 어머, 어머....(상두 얼굴을 잡고) 니 얼굴이 왜 이래? 어디서 또 이렇게 다쳤어?
어우, 속상해....잘 생긴 얼굴 흉지면 어떡하냐?
상두 (잠깐 머리 굴리다가) 니네 주인 아줌마 원피스 하나 빌려와라...허리 사이즈 넉넉한 걸루.
세라 주인 아줌마 원피스? (어리둥절한 표정 짓는데)
상두 오빠랑 데이트 가자.


22. #거리


아줌마 원피스를 입은 세라, 상두의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걷고 있다.
카메라, 세라의 몸을 훑으면 세라, 임산부처럼 남산만하게 배가 나와 있다.


상두 배에 넣은 거 안 떨어지게 조심해라.
세라 걱정마, 꽁꽁 묶었어....이러구 어딜 가? 가면 무도횐가 뭐 이런 거 가?
상두 가면 무도회같은 소리 하구 있네....거머리 떼러.
세라 거머리?
상두 (걸음 멈추고 세라 보며) 날 너무 사랑해주시는 아줌마가 한분 계시는데, 포기를 좀 시켜야 되거든.
세라 (긴장하는) 이젠 아줌마까지 너한테 껄떡거리니? 어떻게 머리카락이라두 확 뽑아버 릴까?
상두 넌 머리가 꼭 그렇게 일차원적으로 밖에 안 도냐? 지능적으루 해결을 해야지, 지능 적으루.
세라 지능적으루?....(하다 서운하게 보며) 너 진짜 잔인하다. 나 머리 나쁜 거 뻔히 알면 서...어떻게 그런 걸 주문하냐? 사람 놀리냐?
상두 (한심하게 보는)


23. # 레스트랑


수희, 초조한 표정으로 물을 마시고 놓는다.
이때, 문을 열고 들어서는 상두.


수희 (반가와서) 자기야아....(손을 흔드는데)
상두 (몹시 미안하고 슬픈 표정으로 수희를 본다.)
수희 이리 와, 자기야...(일어난다)
상두 (천천히 수희를 향해 발걸음 떼는데)


이때, 뒤이어 임산부처럼 힘겹게 뒤뚱거리며 세라, 들어선다.


세라 (상두에게 다가오며) 저 분이야?
상두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 끄덕이는)
세라, 결심한 표정으로 수희앞으로 가더니 갑자기 무릎을 꿇고 앉는다.


수희 (당황해서 세라를 보는) 왜 이러세요? 누구세요? (상두를 보며 눈빛으로 ‘누구야?’ 묻는)
상두 (시선을 떨구는)
세라 저도 저 사람 없음 못 살아요, 언니.
수희 (어리둥절)
세라 언니는 아직 가정도 있고 남편도 있는 분이라면서요? 저한테 저 사람밖에 없어 요.
상두 (비통한 표정 짓고 있는)
수희 (어이가 없어) 누구시냐구...묻잖아요.
세라 제 뱃속에 지금 저 사람의 아이가 자라고 있어요.
수희 (경악하는)자...자기야...이게 지금 무슨 소리야?
상두 (자학하듯이 자기 머리를 잡고) 몰라....팔개월 전에 일인데...술 먹구 일어나니까 이 여자가 내 옆에 누워 있더라구.
세라 (훌쩍거리며 울고)
수희 (바들바들 떠는)
상두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 어제 갑자기 배가 남산만 해갖구 날 찾아왔어.
세라 (눈물로 호소하는) 언니, 이 사람 저한테 돌려 주세요...태어날 애길 봐서라두 제발 돌려 주세요.
수희 (충격으로 계속 바들바들 떨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이 여자?.....자기야....믿을 수 없어....나 이 여자 말 믿을 수 없어.
상두 미안해, 자기야...내 자식이라는데...난 내 자식이 애비 없는 아이 되는 거 원치 않어.
수희 (눈물이 그렁해서) 그럼...난...나는? (울먹이는데)
세라 남편분이 바람이 나셨다면서요?...제가 유명한 도사님 한분 소개 시켜 드리까요?.
상두 (쟤 또 오바하네...불안한 표정으로 보는)
세라 그 도사님이 바람난 남편 잡는 거 전문인데요. 남편분 팬티 안쪽에다 도사님이 써 준 부적을 넣어두시면요. (하는데)
수희 (벌떡 일어난다, 멍해서)....이럴 줄 몰랐어....자기까지 나한테 이럴 줄 몰랐어.


수희, 일어나서 휘청휘청 걸어가다가 갑자기 쓰러져 버린다.


상두 (놀래서 수희에게 달려가 부축하며) 자기야...자기야.....
수희 (그대로 의식을 잃은)
상두 (괴로운 표정) 나 같은 죽일 놈은 빨리 잊어버리는게 자기한테두 좋은데에.
세라 (상두와 수희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며 다가온다) 상두야.
상두 너 가서 얼른 택시 좀 잡아.
세라 ...너, 제비지?
상두 (흠칫하다가 완강하게) 아니.
세라 (갸웃하는)
상두 (괜히 소리 지르는) 택시 잡으라니까, 어서!!
세라 알았어...(나가는데)
상두 세라야.
세라 (돌아보는)
상두 누가 너보고 머리 나쁘다 그래?
세라 엉? (무슨 소린지 모르는데)
상두 택시나 잡어.


24. #은환 학교앞


학생들, 등교하고 있는데, 심란의 족발집 차, 와서 멎는다.
이때, 조수석 문 열리고, 공주풍의 하이힐 내린다.
카메라, 하이힐을 따라 올라가보면 레이스 달린 공주풍의 원피스를 날아갈 듯 빼 입은 은환이 서 있다. (동화속 공주처럼 머리띠도 했다)
은환, 자신의 모습이 어색해서 어쩔 줄 몰라하며 머리띠를 떼어내려 하는데.


심란 (운전석에서 내리며) 이럴줄 알구 내가 따라 왔지...가만 좀 냅둬, 이 년아....(하다가 학생들 지나가자 얼른 목소리 낮춰 은환의 머리띠 다시 정리해 주며) 냅둬, 좀... 이뻐.
은환 (난감한 표정) 아우 참...


이때, 학생들 지나가다 은환의 모습을 보고, “우와...” 하고 감탄하며 지나간다.


은환 (더욱 민망해서 어쩔 줄 몰라하며) 엄마아....쪽 팔려.
심란 뭐가 쪽 팔려? 나중에 사부인 만나러 나올 때 딱 이 모양 이대루 하구 와. 알았지?
은환 뭐야, 이게? 공주도 아니구....
심란 사부인이 이런 스타일을 좋아하신대잖아. 접때두 너 천방지축 고삐 풀린 망아지 같 다구 핀잔 들었다며?
은환 나중에 만나러 나갈 때 갈아입구 가면 되잖어, 그럼.
심란 내 며느리가 어떻게 학생들을 가르치나 보자...갑자기 학교로 불쑥 들이닥치시기라 두 하면 어떡할래?
은환 하우 참.
심란 그 집 며느리가 되면 그야말로 공주 마마가 되는건데, (씨익 미소 흘리며) 미리미리 적응해서 나쁠 거 뭐 있냐?


이때, 학생들, 은환을 보고 다시 탄성을 지르며 가자.


심란 얘들아? 선생님 어때? 이쁘지?
은환 엄마아....


학생들, “너무 이뻐요.” “공주님 같애요.” “죽여요” “짱이예요” 환호성 지르고.


심란 (헤쭉 웃으며) 이쁘지? 죽이지? 내 딸이야!!
은환 엄마아....(말리긴 하지만 자기도 아이들의 반응에 기분이 좋아 은근히...자뻑의 표정)


25. #학교 화장실 일각


은환, 자기를 보고 환호성 지르는 학생들의 반응을 즐기며 걸어오고 있다...민망한 표정 짓다가 고개 슬쩍 돌리며 미소를 짓는...왕 내숭의 표정.
이때, 남자 화장실쪽에서 상두(고무장갑을 양손에 끼고 수세미를 든), 입을 막고 구 역질을 하며 뛰어나오다 은환과 부딪힐뻔 한다.
두 사람, 서로 화들짝 놀라고.
상두, 눈앞의 은환의 모습을 눈이 부신 듯 바라본다.
은환, 무안해 하며 발걸음을 옮기는데, 왼쪽으로 가려하면 상두가 왼쪽을 가로 막 고, 오른쪽으로 가려하면 오른쪽을 가로 막는다.


은환 야아...비켜!
상두 (홀린 듯 보며)...오늘이 무슨 날이냐?...요, 선생님?
은환 날은 무슨 날?...안 비킬래, 진짜!
상두 (갑자기 기분 나쁜 표정으로 바뀌며) 무슨 학교 선생님이 이렇게 이쁘게 떨쳐 입구 다니냐? 온갖 뭇 남자들 다 쳐다보게?
은환 (학생들 눈치 살피며 눈을 부릅뜨면)
상두 ....요?
은환 (곤혹스러 미치겠다).....비켜, 너....안 비켜?!!
상두 (시비 걸 듯) 무슨, 날이냐구요, 오늘이!!
지환(E) 시어머님 만나뵙는 날이래요, 채 선생님.


상두, 그 소리에 휙 돌아보면 뒤쪽으로 지환과 희서가 서 있다. 두 사람을 보는 희 서의 표정, 얼핏 굳었다.


은환 (저 자식이 또....불안하게 보는)
지환 (은환 보며) 선생님 오늘 양가 부모님 만나 결혼식 날 잡으신다면서요?
상두 !
은환 (야 이 자식아!)
지환 소문이 쫙 퍼졌던데요....(꾸벅 인사 까지 하고) 결혼 축하합니다, 선생님.
상두 (자기도 모르게 표정이 굳어 은환을 보는)
은환 (환장하겠다....상두를 차마 못 보고 서둘러 걸음을 옮겨 간다)
상두 (멍해서 가는 은환을 보는)
지환 (아우...고소해)
상두 (상두의 표정에 질투가 난다)



26. #교무실


은환, 찜찜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상두가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옆 자리의 순애, 몰라보게 변신한 은환의 모습을 계속 흘끗거리며 본다. 이쁘다. 어 디서 샀지?
심난한 은환, 머리띠를 풀어서 바닥으로 던져 버리고 얼굴을 감싸쥔다.
순애, 은환의 눈치를 살피며 슬그머니 머리띠를 집어 든다.


순애 ....이거 버리시는 거예요?
은환 (그대로 꿈쩍도 않고)
순애 (슬쩍 은환을 보고) 그럼 이거 제가 가져두 돼요?
은환 (아예 책상에 엎드려 버린다)
순애 (은환 눈치 살피며 머리띠를 자기 머리에 둘러본다)
은환 ......
순애 (조그만 손거울 꺼내서 이리저리 보며....흡족한 듯 웃는)
은환 ......(갑자기 벌떡 일어나더니 으으으...하며 머리를 쥐어 뜯는다)
순애 (은환의 광기에 당황해서 얼른 머리띠를 은환 책상에 놓아준다) 안 가져 가면 되잖 아요.
은환 (괴로운 표정으로 얼굴을 손바닥으로 부벼대는)


27. #화장실


마스크를 한 상두, 솔로 화장실 바닥을 박박 닦고 있다....힘이 쭉 빠진다.
푸후....한숨 내쉬는데.
이때, 고무 장갑을 낀 희서, 들어선다.


희서 비켜요, 오빠! 내가 해주께요.
상두 (힘없는 표정으로 보는)
희서 오빤 나가서 좀 쉬어요, 내가 해주께....(상두를 화장실 밖으로 나오게 하고 자기가 솔로 청소를 한다)
상두 (축 늘어져서 멍해서 있다)
희서 (청소 하며) 나 있죠, 예전에 되게 좋아하던 남자 있었거든요.....똑똑하구, 친절하구, 능력두 있구, 뭣보다 눈두 크구....어릴적부터 꿈꿔왔던 완벽한 이상형이었는데....(회 상하듯) 비 오는 날, 날 자기 차에 태워서 우리 학교까지 데려다 줬었는데...
상두 (그저 멍해서 있는)
희서 (상두를 보며) 근데요, 뺏겼어요, 우리 담탱이한테.
상두 (그제야 희서를 보는)
희서 우리 담탱이랑 결혼할 남자가 바로 내 첫사랑이라는 거 아녜요.
상두 (어이 없는)
희서 우리 담탱이 여우예요...눈두 작으면서 남자 호리는 선수예요. 오빠두 속으면 안돼 요.
상두 선생님한테 말 버릇이 그게 뭐냐?....그리구, 나두 눈 작어.
희서 그니깐요, 오빠 첨 봤을때 진짜 왕 재수였다 그랬잖아요....어쨋든 민석오빤 뺏겼 지만, 상두 오빤 절대루 안 뺏길거예요!
상두 (한숨)


28. #은환 학교 외경


29. #은환반 교실앞 복도


은환, 털레털레 걸어 와 선다. (머리띠는 풀었다) 상두의 얼굴을 볼 자신이 없다.
한숨 푸 쉬며 교실안의 상두를 본다.
상두, 등을 보인 채 힘없이 엎드려 있고, 희서, 그런 상두를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은환, 어쩔 수 없는 일이다...마음을 굳게 먹고 교실문을 연다.


30. #교실안


상두, 병 걸린 닭마냥 눈을 힘없이 뜨고 그대로 엎드려 있다.
은환, 교탁으로 와 선다. 잠깐 상두에게 눈길 주다가 애써 시선을 피하는.
반장, 일어나서 차렷! 경례! 하고.


은환 지난 시간에 53페이지 3번 문제까지 풀었지?


은환, 칠판에다가 4번 수학 문제를 쓴다. (문제는 추후 보강)
상두 (그대로 엎드린 채)
희서 오빠! 많이 아파요?
상두 ......(엎드린 자세에서 뒷 모습을 보이고 선 은환을 쓸쓸하게 바라본다)
희서 속두 쓰리구, 맘두 쓰리구 그래요?
상두 (눈을 아예 감아 버리며 책상에 엎드린다.)
희서 (은환을 원망의 표정으로 보며 어떻게 곯려주나...머리 굴리는데...)
은환 (수학 문제를 쓰며 설명을 하는데)
희서 (손을 번쩍 들며) 선생님!
은환 (돌아보며) 어, 윤 희서! 왜?
희서 저기요....제가 잘 모르는 수학 문제가 있어서요. 이것 좀 풀어주시면 안돼요?
은환 그래, 나중에 수업 끝나구, 교무실로 갖구 와. (다시 수학 문제 설명하려는데)
희서 지금 당장 좀 풀어주세요....궁금해서 미쳐버릴 거 같애요, 선생님.
은환 (긴장하며)...갖구 나와 봐....그럼.
희서 (칠판으로 나오더니) 우리 반 애들도 다 같이 배우게 칠판에다 쓸께요.
은환 (좀 불안하다)....그, 그래.


희서, 칠판 한쪽에다 다음과 같은 수학 문제를 쓴다.
일 때, 를 만족하는 상수 의 값을 구하시오.


은환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칠판을 본다....큰일났다, 모르는 문제다.)
상두 (그대로 엎드려 있는)
희서 (득의 만만하게 손에 묻은 분필을 털며) 풀어주세요, 선생님.
은환 ...(당혹스럽다.)
희서 모르세요, 선생님?
은환 왜, 몰라?...아, 알어.
상두 (그제야 고개를 들어 힘없이 칠판을 본다...희서가 은환을 골탕 먹이려 하는구나...)
희서 풀어주세요, 그럼.
은환 ...으..으응....(분필을 들고 칠판앞으로 다가가지만 막막하기만 하다...진땀이 난다)


은환, 꽤 오랜 시간 분필만 잡고 있고, 학생들, 의아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희서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데.


상두(E) 선생님!
은환 (돌아보는)
상두 (손 들었다 내리며) 그 문젠 지금 우리가 배우는 거 하군 상관없는 문제 같은데, 나중에 희서랑 개인적으로 푸시구요, 53페이지 4번 문제나 풀어주세요.
은환 (살았다...)...그...그러까?
희서 지금 당장 풀어주세요, 선생님....저 궁금해서 미치겠단 말이예요.
상두 전 53페이지 4번 문제 답이 궁금해서 거의 졸도할 거 같애요.
희서 선생니임...
상두 선생니임....
은환 (어찌할 바를 모르는)
상두 (학생들 보고, 위협적으로) 니네들, 희서가 낸 문제, 답이 알고 싶은 사람 손 들어 봐.


학생들, 어리둥절한 표정....진창과 택구, 성길만 손 들고.


상두 (부드럽게) 그럼, 오빠처럼 53페이지 4번 답이 궁금해서 졸도할 거 같은 친구들! 손 들어 보자꾸나.


진진과 미영을 비롯한 반 여학생들 전체와 진창과 정우등 남학생들 우르르 손을 든 다.


은환 (안도하는)
희서 (식식거리는)
상두 (시익 웃으며 자리에 앉는다)
희서 선생님, 그럼 이 시간 마치기 전까지 꼭 풀어주세요.
은환 (다시 당혹스러워지는)....그...그래.
희서 (자리로 와 앉는다)
상두 (질기네, 정말...못마땅하게 희서를 보는)
은환 (자기도 모르게 한숨 푹 쉬고) 자, 그럼....4번 문제 계속 풀어보자.


은환, 찜찜한 표정으로 4번 문제를 설명하며 푼다.


상두 (은환을 불안하게 보다가 손 들며) 선생님! 잠깐 오줌 좀 누고 오겠습니다.


31. #교사 일각


상두, 핸드폰 들고 나오며 전화번호 검색하고 있다.


상두 어떻게 내가 아는 놈들 중에 제대로 먹물 튄 놈이 한 놈두 없냐?.....(곰곰히 생각하 다가 그렇지!....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32. #보리 병실


민석, 보리의 혈압과 맥박을 체크하고 있다.


민석 나중에 보리가 선생님 만큼 크면 선생님은 할아버지가 돼 있을텐데, 그래두 좋아?
보리 그래두 좋아요....보리하구 결혼해요, 선생님. 네?
민석 (난처한 듯 웃는) 하, 참....선생님은 먼저 약속한 사람이 있는데, 어떡하지?
만도 (간이 침상에서 화투 점을 치며) 그 족발집 언니는 안 나타나요, 샘?
민석 네?
만도 그 언니야 돈 잃고 팔딱팔딱 뛰는 거 진짜 귀엽던데....족발 싸들구 한번 놀러 오라 그러지, 샘.


이때, 만도의 핸드폰 울린다.


만도 (발신자 확인하고 받으며) 어, 상두야....니 새끼 병실이다, 임마....강 민석 샘? (민석 보며) 여기 내 옆에 계시는데?
민석 (저요? 하며 자기를 가리키는)


33. #병실 복도


민석, 병실을 나오며 핸드폰 받는.


민석 그래, 나 수학 잘해, 왜?......(뻐기는) 뭐 학교 다닐땐 수학 경시대회 나가서 몇번 상 두 받아봤지....왜 그러는데, 갑자기?


34. #교사 일각


상두, 쪼그리고 앉아서 핸드폰 한다. (한쪽 손바닥에 적힌 수학 문제-희서가 은환에 게 질문한-를 보며)


상두 내가 그럼 니 수학 실력을 좀 테스트 해볼테니까 다음 문제를 한번 풀어봐라.
민석(F) 싫다.
상두 야!


35. #병실 복도


민석 나 지금 바쁘거든....너랑 한가하게 노닥거릴 시간 없어, 끊자.
상두(F) 형!!
민석 (그 소리에 픽 웃는)


36. #교사 일각


상두 (애교떠는) 혀엉! 내가 앞으론 형이라 부르께. 수학 문제 하나만 좀 가르쳐 줘, 형. 응?
민석(F) 너 같은 동생은 한 트럭을 줘도 싫어. 끊자아...
상두 (다급하게) 선생님! 샘!!


37. #병실 복도


민석, 빙글거리고 웃으며 펜으로 손바닥에 수학 문제를 적고 있다.


민석 ...으음...보자...이건 케일리 해밀턴의 공식을 이용해서 풀면 돼. 그러니까..
상두(E) 채 은환 선생님, 밖에 누가 찾아오셨는데요?


38. #교사 일각


상두, 은환을 앉혀 놓고 나무 꼬쟁이로 흙바닥에 써가며 설명하고 있다.


상두 이건 케일리 헤밀턴의 공식 이걸 이용해서 풀면 되는 거 아냐? 일 때 ....
은환 (눈이 번쩍 뜨인다) 아아.....맞어. 맞다, 그래...이걸 왜 깜박했지, 내가?
상두 (씨익 웃으며) 학교 다닐 때 수학 되게 못했던 거 같은데....어떻게 수학 선생이 됐 냐?
은환 (상두의 마음씀이 고맙다....물끄러미 보는)
상두 솔직히 말해봐....정원 미달인 과가 그 과 밖에 없었지?
은환 (전혀 화내지 않고 상두를 물끄러미 보는)
상두 졸업은 어떻게 했냐? 꽁등으로 간신히 졸업한 건 아닐런지...
은환 (그대로 상두를 보고)
상두 ...요!
은환 (물끄러미 상두를 보는)
상두 아, 알았어요. 미안해요. 선생님인 거 깜박 잊어먹었어요.
은환 (눈치 보며) ....삐진 거...풀렸어?
상두 아,참...(표정이 싸늘하게 굳는다) 내가 삐졌었지, 참...너한테 내가 상당히 유감이 많 지, 지금.....
은환 .....
상두 깜박 잊어 먹구 있었네...왜 이렇게 머리가 나쁘냐, 난? (싸늘한 표정으로 앞서 걸어 간다)
은환 상두야!
상두 (뒤도 안 돌아보고 가 버리는)
은환 (마음 아프게 보는)


39. #은환 교실


은환, 칠판에 희서가 낸 문제를 유창하게 풀고 있다. 칠판에 다음과 같이 적혀 있 다.


케일리-해밀턴 공식에서 일 때


은환, 답을 쓰고, 손을 탁탁 털며 의기 양양하게 돌아선다.
희서, 잔뜩 김이 샌 표정이고, 상두, 그대로 엎드려 눈 감고 있다.
은환, 그런 상두의 눈치가 다시 살펴진다. 미안하고, 고맙다....


40. #민석 병원 외경


41. # 휴게실


세라, 만도의 어깨를 안마해 주고 있다.


만도 아우, 좋다...아우, 시원하다....야, 너 안마하는 솜씨가 장난이 아니다, 세라야?
세라 예전에 이걸루 돈두 벌어 먹구 살았잖아요, 저.
만도 엉? (돌아보는)
세라 보리 낳기전에 목욕탕 때밀이 했었거든요....그때 안마두 배웠어요.
만도 (안스럽게 보며) 그래, 얘기 들었다....대한민국에 쓰리 D 업종은 안 해 본 거 없이 다해보구 그렇게 고생을 했다면서?
세라 (씁쓸하게 웃으며) 뭐...그렇죠 뭐.
만도 니 엄마라는 사람두 참 지독한 여자였나부다....어떻게 생떼 같은 자식을 내다 버릴 생각을 했을까?
세라 삼촌두 상두 버리셨잖아요?
만도 아, 그거야....(당황하다가) 그러는 넌 보리 안 버렸냐?
세라 .....그거야....뭐....
만도 그러고 보면 우린 죄다 천벌 받을 죄인들이다, 그치?....우리 중에 그래두 상두가 제 일 착한 거 같애. (쩝 쓰게 입맛 다시는)


이때, 휴게실로 심란(찬합을 든), 들어서더니 (머리도 올리고 외출복을 갖춰 입은) 만도와 세라를 못 보고 지나쳐 간다.


만도 어, 저 언니, 족발집 언니네? 언니!!
세라 누구요? (하며 돌아보지만, 심란은 이미 지나가고 없다)


42. #병실 복도


심란, 환자 이름을 살피며 두리번거리며 오는데, 병실 문 열리고 민석, 나온다.
민석 어머님.
심란 어, 닥터 강.
민석 뭐하러 여기까지 오셨어요? 제가 모시러 갈텐데.
심란 거기가 어딘 데 모시러 와? 내가 오는데 빠르지.....어머닌 오셨어?
민석 예, 지금 호텔에 계세요.
심란 나 어떠냐, 민석아? 니네 어머니한테 꿀리진 않겠어?
민석 저희 어머니가 더 꿀릴 거 같은데요?
심란 어른을 놀려라, 이눔아...(민석을 흘기며 기분은 좋아 웃으며) 니네 어머니한테 잘 보일라구 우리 은환이두 공주처럼 해서 보냈다, 내가?
민석 (웃으며) 고맙습니다.....저기, 제가 병실 몇군델 더 들러봐야 되거든요....휴게실에 가 서 좀 기다리실래요?
심란 .....그 쌀인가 보린가 하는 애 병실은 어디냐?
민석 .....조기 ***호예요. (알겠다) 보리 보구 싶어 오셨구나.
심란 걔가 우리집 족발을 잘 먹더라구....내가 다시 갖다 준다구 약속을 했었거든.


43. #보리 병실


보리, 혼자서 인형 두 개를 갖고 인형 놀이 하고 있다.


보리 여보, 안녕히 회사에 빨리 다녀오세요....(다른 인형으로) 응...빨리 갔다 올테니까 떡 볶이 해줘. (누군가 자기 앞에 서서 자신을 보고 있다는 느낌에 고개를 들다가 환 하게 웃으며) 아줌마.
심란 (보리앞에 서서 인자하게 미소를 띠고 있다) 아줌마 누군지 알겠어?
보리 네. 족발 아줌마요.
심란 아이구, 우리 보리....어쩜 이렇게 기억력도 좋구, 똑똑하냐?
보리 족발 갖구 왔어요?
심란 갖구는 왔는데, 보리 몸에 해롭다구 의사 선생님이 먹이지 말래.
보리 피이...(뽀로통해지며)
심란 (지갑 꺼내며) 대신에 아줌마가 보리 용돈 줄테니까 저금해뒀다가 나중에 병 다 나 으면 맛있는 거 사먹어? (만원짜리 한 장 꺼내서 보리 손에 쥐어준다)
보리 고맙습니다. (하는데)


이때, 병실문 열리고, 만도, 들어선다.


만도 아이구, 이 언니 여기 계셨네?
심란 (당황하며 돌아보는...지갑을 침대에 흘린다.)
만도 다시 붙으러 올 줄 알았더니 왜 그동안 연락이 없었어?
심란 (상종하고 싶지 않다, 보리보며) 보리야, 아줌마 간다. (가려는데)
만도 이왕 왔는데 한 게임 뛰구 가지, 언니.
심란 너 기집애니?
만도 ?
심란 다 늙은 아저씨가 망칙하게 언니가 뭐야, 언니가....니 형보구는 오빠라 그러냐? 그럼? ....아우, 미식거려...(하며 만도를 밀치고 나간다)
만도 (어이없다는 듯) 질거 같으니까 도망가기는....잘가라, 할망구야.


44. # 복도


심란, 걸어오는데, 저 앞으로 세라, 손수건에 손 닦으며 걸어온다.
심란, 세라를 알아보고, 재수없다는 표정 지으며 한쪽으로 고개 돌려 버린다.
세라, 심란을 보고 갸웃하지만, 모르는 체 그대로 스쳐 간다.


45. # 병실안


세라, 들어서면, 만도, 심란의 지갑을 열어 살펴 보고 있다.


만도 이러니 도망을 가지.....어떻게 지갑에 달랑 칠천원밖에 없냐?
세라 누구 지갑이예요?
만도 좀 전에 **원피스 입고 나간 언니...할망구 봤지?....그 할망구한테 빨리 갖다 주구 와라. 없이 사는 할망구 같은데...


세라, 지갑을 받아 들어 본다....무심코 열어본 지갑.....어린 시절 팔란과 심란이 함께 찍은-세라의 지갑에 있는-사진이 꽂혀 있다.
세라의 손끝이 파르르 떨린다. 눈동자도 심하게 일렁인다.


만도 (의아한 표정) 세라야...
세라 (그대로 병실을 뛰쳐 나간다)


46. #복도


세라, 두리번 거리며 심란을 찾아본다....심란의 모습 보이지 않는다. 세라의 눈에 눈 물이 가득 고였다.


47. #로비


세라, 뛰어 내려와 로비도 이리 저리 미친 듯이 찾는다.


세라 엄마...엄마.....(울컥) 엄마아!!!


그러나, 심란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다. 세라, 무너지듯 스르르 주저 앉아 버리는.


48. #은환 학교 외경(노을녘)


수업을 마친 학생들, 삼삼오오 하교 하고 있다.


49. #학생 지도실 (운동장 보이는 창이 있는)


상두, 힘이 쑥 빠진 표정으로 앉아서 반성문 쓰고 있다.
짜증이 나는 듯 들고 있던 볼펜을 휙 집어 던지고, 일어나 창밖을 본다.
운동장에 은환이 교장과 함께 퇴근하는 모습 보인다. (두 사람, 정겹게 얘기 나누며 가고 있다.)
굳은 표정으로서 있는 상두, 문득 떠오르는.


지환(E) 선생님 오늘 양가 부모님 만나 결혼식 날 잡으신다면서요? 소문이 쫙 퍼졌던데요?


상두, 온 몸의 기가 쫙 빠져 나가는 느낌이다.


50. #운동장 혹은 내리막길


교장과 은환, 걸어가고 있다.


교장 그럼 채 선생, 국수는 곧 먹게 되는 건가요?
은환 (난처하게 웃는)
교장 주례 설 사람 없으면 나 불러줘요?
은환 ....(난처하게 웃는) 예...
교장 아니다...채 선생은 딸 같은 사람이니까, 내가 팔짱 끼워서 신랑한테까지 데려다 줘 야 겠구만. 그게 낫겠네.
은환 (웃는데)


이때, 어억! 비명 소리 나고 바닥으로 턱 넘어지는 소리도 난다.
은환의 반대편에서 오던 학생들, “어머나...” 놀라서 비명 지르고.
은환과 교장, 돌아보면.
누군가 바닥에 넘어져 “아우, 배야....”하며 뒹굴고 있고, 그 주위를 학생들 에워싸고 있다.


교장 (자세히 보더니) 저 사람이 누군가?....차상두 학생 아니래요?
은환 (놀라서 본다.)


상두, 아우, 배야...소리 지르며 운동장 바닥을 떼굴떼굴 구르고 있다.


51. #양호실


상두, 한 남학생에게 업혀서 들어와 침대에 눕혀진다.
상두, “아우 배야....”하며 고통스럽게 소리 지른다.
교장과 은환, 뒤이어 들어선다. 은환, 당황해서 안색이 창백하다.
남학생, 인사하고 나가고.


l교장 이거 병원에 데려가봐야 하는 거 아닌가?
은환 (온 몸이 떨린다) 119 부를까요, 교장 선생님? (핸드폰 꺼내는데)
상두 (은환의 팔을 잡으며 고통스럽게 말하는) 괜찮아요....제 병은 제가 알아요....이러다 곧 말 거예요..어우우....
교장 이거 참.....(시계 보며) 난 급한 세미나가 있어서 빨리 가봐야 되겠는데....선생님이
좀 지키고 계시겠어요?
은환 (나도 약속이 있는데....)....예...그...그러께요.
교장 수고 하시고 그럼....혹시 상태가 나빠지면
은환 네....안녕히 가세요, 교장 선생님.
상두 (아픔을 참는 듯 이를 앙물지만, 끙끙 앓는 소리 흘러나오고)
교장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듯 보다가 “수고 하세요” 하며 나간다)
상두 (계속 앓는 소리 내고)
은환 (그런 상두를 걱정스럽게 보는)


52. #레스트랑


고급스런 분위기의 레스트랑, 심란, 민석, 민석모 앉아 있다.


심란 (시계를 보며) 어른이 기다리시는데 왜 이렇게 늦어, 이 년....(하다가 입 탁 막고) 얘가....
민석 학교 일이 아직 좀 남았나 봐요.
민석모 (온화한 표정) 직장 다니는 애들이 다 그렇죠 뭐...너무 걱정 마십시오, 사부인.
심란 (답답한 마음에 물을 마신다)
민석 (시계를 보는)


53. #양호실(밤)


은환, 걱정스럽게 시계를 본다.
앓던 상두, 조용해지고 잠이 든 것처럼 보인다.
은환, 상두의 얼굴위로 손을 저어보이다가.


은환 자나.....(표정 살피며 핸드폰 들고 발걸음 소리 죽여 나가려는데)
상두 (갑자기 다시 비명지르며 어쩔 줄 몰라한다)
은환 병원에 가자....이러구 있을 게 아니라 차라리 병원에 가, 응?
상두 (고개 흔들며) 내 병은 내가 알아요.....병원에 가서 고칠 병이 아녜요....으윽.....
은환 대체 무슨 병인데? (걱정스럽게 보는) 병원에서 못 고칠 병이면 불치병이야?


54. #레스트랑
심란,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놓으며 민석모의 눈치를 살핀다.
민석모, 아까와는 달리 표정에 못마땅한 기색이 역력히 어렸다.
민석도 시계를 다시 본다.


심란 이 년이 이렇게 실수할 년....(다시 입을 막고) 애가 아닌데...(민석에게 전화라도 해 보라고 눈짓을 주는)
민석 (알겠다고 고개 끄덕이는데 핸드폰 울린다. 발신자 확인하고) 은환인데요...


55. #양호실


상두, 앓는 소리가 이젠 박자까지 맞춰 리듬까지 타며 마치 랩처럼 들린다.
죽을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던 상두의 표정이 말짱해진다...꾀병이다.


56. #양호실 밖 일각


은환 (핸드폰 받는) 어, 민석씨....미안해, 학교에 급한 일이 좀 생겨갖구....어머니 화 많이 나셨지?....죄송해서 어떡하지?.....정말 미안해....응, 그래....(핸드폰 닫으며 죽을 상 짓 는)


은환, 양호실문앞으로 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추고 열린 문 틈 사이로 상두를 본다.


57. #양호실


상두, 마치 래퍼처럼 손짓 어깨짓 해가며 신음 소리를 내고 있다.


58. #양호실밖


꾀병이구나...은환, 어이가 없고, 기가 차다.
은환,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간다.


59. #양호실


상두, 갑자기 들어선 은환에 놀라다가 다시 죽을상하고 신음 소리 내는데.


은환 꾀병 그만 부려, 차 상두!
상두 꾀병 아니예요...(하며 신음소리 내고)
은환 정말 구제 불능이구나, 너....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우롱할 수가 있어? (휙 돌아서 핸드백 들고 나가버린다)
상두 (은환이 나가자 벌떡 몸을 일으킨다....한숨 푸후 쉬는)


60. #운동장(밤)
은환, 어이가 없고 기가 막혀 어쩔 줄 몰라하며 걸어나온다.
상두, 뒤따라 나오며.


상두 선생님!
은환 (그대로 걸어가는)
상두 선생님!
은환 .....
상두 채 은환!
은환 (그 소리에 발걸음 탁 멈추고 상두를 찢어질 듯 노려보는)
상두 (은환앞으로 걸어오며) 나두 싫어!
은환 ......
상두 이렇게 밖에 할수 없는 내가, 나라구 너만큼 끔찍하지 않겠냐?
은환 ......(눈빛이 부르르 떨린다)
상두 보내기 싫어서 그랬어!
은환 ......
상두 그 자리에 너 보내면 정말 다 끝나버릴 거 같애서....그래서 그랬어!
은환 ......
상두 나, 너 누구한테두 뺏기구 싶지 않어.
은환 ......
상두 이렇게 허망하게 뺏길거였음 돌아오지두 않았어!
은환 ......
상두 우리 이제 거짓말 하지 말자! .....시간이 아깝잖아. 거짓말 하지 말자!
은환 (눈물이 그렁해진다)
민석(E) 이봐, 학생!


상두, 돌아보면, 어둠속에서 민석이 걸어나온다.


은환 (민석을 보고 기함을 하는)
상두 (놀라긴 했지만....담담하게 본다.)
민석 (겉으론 약간의 웃음도 띄우고) 선생님한테 너무 무례하구 건방진 거 아닌가?
상두 (피식 서늘하게 웃는)
민석 물론 학생이 선생님을 짝사랑할 순 있지만...사제간의 지켜야 될 선은 있는 법인 데, 엉?...(하며 상두의 복부를 주먹으로 힘껏 친다)
상두 (억!하며 그 자리에 주저앉고)
은환 (놀라서) 민석씨!
민석 (표정이 얼음장같이 변했다) 일어나, 새꺄! (상두의 멱살을 잡아 일으키더니 다시 상두에게 주먹을 날린다)
상두 (뒤로 벌렁 넘어진다...입가에 피가 흐른다...공격할 생각도 없어 보인다)
은환 (공포에 질려 있다)
민석 일어나!
상두 (끄응 일어난다...계속 때리라는 듯 표정)
민석 (다시 상두를 주먹으로 치려는데)
은환 (민석를 꽉 껴안아 잡으며) 그러지 마! 민석씨!!..그러지 마! 그러지 마!!
민석 놔! (버럭) 이거 놔, 은환아!!
은환 내가 속였어! 내가 민석씨 속였어!!
민석 !
상두 (표정)
은환 상두....내 첫사랑이야! 내가 말했던 그 첫사랑이야!!
민석 (허탈한 표정)
상두 (숨이 턱 막히는 것 같다)
은환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내가 다 잘못했어. (잡고 있던 민석을 힘없이 놓는다.)
민석 (불끈 쥔 주먹이 힘없이 풀린다)
상두 (멍하니....허탈한)
민석 (울컥 솟구치는 감정을 간신히 누르며)....그래서?
은환 .....
민석 (감정없이) 그래서, 어떡할건데? 어쩌자는 건데, 니들? (상두를 서늘하게 보는)
상두 (멍하니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다...입가엔 피가 흐르지만 닦을 생각 않고)
은환 ....어쩌자는 거 없어, 그냥 그게 다야.
상두 (흠칫 은환을 보는)
은환 그냥 예전의 철없던 때 첫사랑이었어....다 지나간 얘기야. 그거 뿐이야.
상두 (서글프게 은환을 보는)
민석 ...그거...뿐이야?
은환 ....그거 뿐이야.
상두 (눈빛이 흔들리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간다)
은환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지만....이를 앙물고 견디는)
민석 (서늘하게 본다)


호주머니에 손 푹 찌른채 굳어서 걸어가는 상두.
상두의 쓸쓸한 뒷 모습을 지켜 보는 은환, 참으려고 애써 보지만 볼을 타고 한 줄 기 눈물이 흘러 내린다.


61. #학교 내리막길


멍해서 넋나간 사람처럼 걸어가는 상두.


62. #거리


인파속을 휘적 휘적 걸어가는 상두....그의 멍한 동공.


63. #민석 차안(달리는)


민석, 운전해 하고, 은환, 조수석에 앉아 있다....굳은 표정의 두 사람, 말이 없다.


64. #거리


상두, 횡단 보도를 건넌다. 빨간 불이다.
달려오던 차 한 대, 상두를 발견하고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운전사, 차창밖으로 고개 내밀고, “새꺄! 죽을려고 환장했어!” 하며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상두, 표정없이 멍하니 보다가 그대로 휘적휘적 걸어간다.


65. #민석 차안


앞만 보며 어색하게 가고 있는 민석과 은환.


은환 (침울한 기분 바꾸려고 애쓰며, 명랑하게) 민석씨! 우리 (오락하는 모션하며) 한 게 임 할래?
민석 (은환을 보는)
은환 (얼굴에 웃음까지 띠고)...내기 하자! 만원빵!
민석 (피식 웃고) 싫어. 시시해.
은환 뭐가 시시해?
민석 오만원 빵!
은환 오호? 오만원빵?.....역시 있는 집 자식이라 다르시구만...조오았어....
민석 (피식 웃는...은환의 노력을 알고 있다)
은환 (슬픔을 숨기려고 오바하는) 앗싸!! 이렇게 또 불노소득이 생기는군....몸을 좀 풀어 야지, 그럼....(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손가락도 꺽어보고)


66. #보리 병원 현관앞


상두, 털레털레 걸어오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멈춰선다.
저 앞으로 만도, 보리를 업어 재우고 있다. 여전히 뽕짝을 변형한 자장가 불러 주고 있고, 보리는 듣기가 싫어 귀를 막고 있다.
상두, 보리의 모습에 그제야 얼굴에 따뜻한 미소가 어리며 보리에게 다가간다.


상두 딸!
보리 (돌아보고 반가와서) 아빠!!
만도 어, 왔냐?
상두 보리, 아빠한테 와...(보리를 받아 업으며) 왜 나와 있어? 날씨도 쌀쌀한데?
만도 기집애가 성깔머리가 더러워서 그렇잖아. 병실 안이 답답하다구 얼마나 난리 부루 스를 추는지...
상두 (피식) 왜 그랬어, 차보리? 할아버지 힘드시게?
보리 (혀를 쏙 내민다)
만도 어이구, 허리야....쥐톨만한 게 몸무게나 적게 나가?....저 눔의 기집애 때문에 내가 아주 쌩 골병이 든다. 쌩 골병이 들어....아이구, 날쌘 제비 차 만도 팔자가 어쩌다가 이렇게 됐냐?
상두 오늘은 내가 보리랑 있을거니까 찜질방에나 갔다 와, 그럼.
만도 정말? 그래두 돼?.....맨손으로 가냐, 근데? (하며 돈 내놓으라고 손을 벌리는)
상두 (피식)


67. # 오락실


팝콘 먹으며 신나게 스트리트 파이터류의 게임하고 있는 은환과 민석. 음료수도 빨대 꽂아 같이 먹으며 우울한 기분 감추려고 오바해서 게임에 열중하는 두 사람.


68. #보리 병실


보리와 빼빼로 게임하는 상두.
상두, 보리와 빼빼로를 입에 물고 야금야금 먹어오다가....보리에게 쪽 뽀뽀하며 웃 는.


69. # 오락실


민석, 빙긋 웃으며 손을 벌리고 있으면 은환, 아깝다는 표정으로 민석의 손에 만원 짜리 지폐를 하나하나 다섯장을 놓아준다.


상두(E) 엄마가 섬그늘에 굴 따러 가아면....


70. #보리 병원 현관앞


상두, 노래를 부르며 보리를 재우고 있다. (섬 아기 정도)


상두 (노래 멈추고).....차 보리, 자?


상두, 돌아보면....보리, 어느새 끼무룩 잠이 들었다.
상두, 피식 웃다가 쓸쓸한 표정으로 먼 하늘을 응시하는....
F.O.


71. #은환 학교 외경 (아침)


은환, 학생들과 함께 등교하고 있다. 표정이 어딘가 쓸쓸하다....


72. #은환반 교실


은환, 교실문 열고 들어선다. 장난하던 학생들, 제자리로 돌아가 앉고.
은환, 상두 자리를 보는데, 상두의 자리는 비어 있고, 희서만 걱정스럽게 상두의 빈 자리를 보고 있다.
은환, 착잡한 기분 떨치며 교탁으로 가서 선다.
반장, 차렷! 경례! 인사하고.


은환 좋은 아침!.....그럼 출석부터 불러 볼까? .....안 온 사람 손 들어봐!
희서 (손을 번쩍 들며) 상두오빠 안 왔어요, 선생님.
은환 (심난한)


73. #병원 휴게실


상두, 보리와 신데렐라(신데렐라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요로 시작되는) 부르며 쎄 쎄쎄하며 놀고 있다.
민석, 지나가다 그런 상두를 표정없이 본다.


74. #교무실


은환, 컴퓨터를 켜고 저장되어 있는 상두의 생활 기록부를 본다. (옆자리엔 순애가 은환이 했던 것과 똑 같은 디자인-칼라는 다르고-의 머리띠 를 하고 앉아 있다.)
주소와 핸드폰 번호 적혀 있다.
은환, 핸드폰을 꺼내들며 전화를 해볼까...갈등한다.



75. # 상두집 일층


은환, 주소가 적힌 쪽지 들고 집 주소 확인하며 온다.
초인종 누르려다가 멈칫하고, 잠깐 망설이는데, 대문 열리고, 아저씨 한 분 나온다.


아저씨 (나오며) 누구슈?
은환 안녕하세요....실례하지만, 여기 차상두씨라고 살고 계시나요?
아저씨 차상두? (갸웃하고) 차상두가 사는 지는 잘 모르겠구, 언내 아버지랑 할아버지가 살 기는 하는데?
은환 애 아버지랑 할아버지요?.....(갸웃하다가) 죄송합니다....제가 찾는 분은 아닌 것 같은 데...주소를 잘못 찾은 거 같네요, 제가....죄송합니다.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다가 다 시 돌아보고 주소를 확인하고 갸웃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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