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두야! 학교가자 12 |
1. # 학교 실내 계단
은환, 반가움에 환한 표정으로 계단을 뛰어내려 온다. 순애, 덩달아서 뒤따라 뛰어 내려 오다가 다리를 접지르며 주저앉고 만다.
2. #복도
계단을 내려와 복도에 선 은환, 저편 복도에서 은환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상두를 활짝 웃으며 본다.
상두도 은환을 향해 연한 미소를 띠며 걸어온다. (한손에 쥬스 박스 들고)
은환 잘 왔어. 잘 왔어, 상두야....
상두 (여전히 미소는 띤 채 은환 앞으로 와 섰다가 꾸벅 고개 숙이고, 은환을 스쳐 교 장실쪽으로 간다)
은환 (당황하는) 상두야....
3. #교장실
교장, 결제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데, 노크소리 들린다.
교장 들어오시래요.
상두 (안으로 들어서며 꾸벅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교장 선생님.
교장 아니 이게 누구래? 차군 아니래?
상두 (쥬스 박스 내밀며)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교장 (반가와 웃으며) 오늘부터 학교에 나오는 거래?
상두 (대뜸) 할아버지!
교장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보는)
상두 앞으로는 제가 제 할아버지처럼 모시께요....가끔 놀러와서 술두 받아 드리구, 짝짜 꿍도 해드리구, 부부싸움 하시면 여자들의 심리에 대해서 상담도 해드리께요.
교장 무슨...말이래, 그게?
상두 (호주머니에서 편지 봉투 꺼내서 내민다) 이거...
교장 (받아서 펴 보고 놀라서) 이게 뭐래? 자퇴서 아니래?
상두 ....아무래도 전 학교가 적성에 안 맞는 거 같애요.
교장 .....학교를 적성으로 다니나?...이봐, 차군...좀 더 신중하게 생각을 해 보구...(하는데)
상두 (큰절을 한다)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교장 선생님 덕에 그래두 저 평생에 원하나 풀었습니다.
교장 상두야!
상두 ....(웃으며) 죽기전엔 꼭 사람 되께요, 교장 선생님.
교장 하 참....(당혹스럽게 보는)
4. #교장실앞
은환, 기가 막힌 표정으로 서 있다.
잠시후, 상두, 문 열고 나오다가 은환과 시선을 부딪힌다.
은환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는데)
상두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선생님...선생님 은혜두 절대 잊지 않습니다. (꾸벅 인사하고 가는)
은환 (잡지도 못하고)
5. #복도
은환, 굳은 듯이 서서 걸어가는 상두의 뒷모습을 본다.
은환을 뒤로 하고 걸어가고 있는 상두....상두 앞으로 희서가 서 있는 것이 보인다.
희서 (표정이 굳어 상두를 보고)
상두 (희서와 시선 마주치자 빙긋 웃으며 희서앞으로 다가간다)....야, 희서! 안 본새 눈이 더 땡그래졌네?
희서 (굳어서 보는)
상두 어머닌 컴백홈 하셨냐?
희서 ....네.
상두 (고개 끄덕이고 귓속말) 그 킹카 제빈하군 떨어졌대?
희서 ....네.
상두 또 문제 생기면 언제든 오빠한테 문자 날려라? (희서의 교복 옷깃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주고 씨익 웃고 가는데)
희서 오빠!
상두 (돌아보는)
희서 (꾸벅 고개 숙이고) 안녕히 가세요.
상두 (웃으며 고개 끄덕이고 돌아서서 간다)
그 뒤로 상두를 지켜보는 은환.
6. #학교 내리막길
상두, 애틋하게 학교를 보며 뒷걸음질하면서 내려가다가...잊자...다시 몸을 돌려 앞 을 보며 걸어 내려간다.
은환, 뛰어온다.
은환 상두야!!
상두 (뒤돌아보지 않는다)
은환 교문, 언제나 열어 놓을께!
상두 ......
은환 희서 짝꿍 자리두 비워두구 있을거야. 아무두 못 앉게 할거야, 내가.
상두 .....
은환 너 꼭 다시 학교로 돌아오게 만들거야!
상두 ......
은환 (결심하듯 혼잣말로) 나, 너 절대루 포기 안해.
상두 (무표정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그대로 걸어내려 가는)
7. #심란 족발집안
심란, 배달 마치고 들어오다가 뭔가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세라, 커다란 트렁크 가방 두 개 놓고 다리 꼬고 앉아 껌을 씹고 있다.
심란 야....
세라 방셀 다섯달 칠 못 줬더니 우리 주인 아줌마가 쫓아내더라구?
심란 (당황하는)
세라 나 외상으루 방 하나만 줘, 아줌마.
심란 (당황했다) 연락이라두 좀 하구 오지, 이년아....우리 집에 남는 방이 있냐, 지금?
세라 나 지금 문전 박대 당하구 있는 거야?.....(벌떡 일어서서 트렁크 챙기며) 환영 못 받 을 줄 알았어, 그래....꺼져 주께, 알았어.....(나가려는데)
심란 (세라 잡으며) 나하구 같이 방 쓰자, 그럼....너만 안 불편하면 나랑 같이 쓰면 돼.
세라 아줌마랑 내가 왜 같이 방을 써? 뭐가 이쁘다구?
심란 너 증말....(야단 치려다가) 내가 그럼 요 근처에다 원룸이라두 하나 얻어주께.
세라 돈 자랑은 딴 데가서 하시구....아줌마 딸이랑 같이 쓰면 안되나?
심란 (당황) 우리....은환이랑?
세라 그래, 아줌마 딸 은환이랑 같이 방 쓰면 안돼?
심란 ......은환이한테....아직 니 얘기 못했어..
세라 백문이 불여 일견이란 말두 있잖아....직접 보면 되지, 무슨 말을 해?
심란 (당혹스러운)
8. #은환방
문 벌컥 열리고, 세라, 트렁크를 끌고 들어온다.
세라 이햐...방 좋다......
심란 (곤혹스런 표정으로 따라 들어오다가 세라 손 잡고) 일단 내 방에 있다가 은환이오 면 허락부터 받구...(하는데)
세라 (손 탁 쳐 내며 O.L.) 아줌마, 딸내미한테 그렇게 눈치보구 살어?
심란 아니, 눈치를 보는게 아니라....
세라 피 한방울 안 섞인 앨 지금까지 길러주구 입혀주구 공부시켜 준 게 어딘데....큰소릴 치구 살어도 모자랄 판에 왜 눈치를 보구 살어?
심란 너 집안에 말 이쁘게 하다가 돌아가신 귀신 있냐?
세라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아줌마가 잘 알지. (침대로 와 털석 눕는다) 앞으로 난 여 기서 잘거니까, 아줌마 딸은 바닥에서 자라 그래.
심란 이 년이 정말 보자보자 하니까....
세라 (벌떡 일어나 앉아 심란을 노려보며) 난 20년 가까이 등 배겨가며 바닥에 누워서... 아니 눕지도 못하구 쪼그리고 잤어....20년 가까이 남의 자리 뺏어서 편히 살았으면 이제 양보할 줄도 알아야지.
심란 (어이가 없다) 뺏기는 누가 뭘 뺏었다구 그래?
세라 그러구 보니까 아줌마 딸 은환이한테 내가 뺏긴 게 한 두가지가 아니네....지금부터 하나씩 하나씩 다 찾아 와야지!
심란 팔란아!!
세라 (잠깐 생각하다가) 아줌마! 혹시 우리 보리 아빠 어떤 사람인지 안 궁금해? 언제 한번 소개 시켜주까?
9. #보리 병실
상두, 보리의 손톱을 깍아주고 있다. 보리의 안색은 여전히 창백하다.
상두 대머리 쿵쿵따!
보리 리?
상두 (입만 벌려 ‘이발소’ 가르쳐 주는)
보리 이발소 쿵쿵따!
상두 소? 소머리 쿵쿵따!
보리 리? (갸웃)
상두 (모션과 입만 벌려 ‘이쑤시게’ 가르쳐 주는)
보리 이쑤시게 쿵쿵따!
상두 게머리 쿵쿵따!
보리 또 리?
상두 인제 니 힘으루 해봐.
보리 (생각하다가) 몰라, 안 해.
상두 왜?
보리 아빤 맨날 대머리, 소머리, 게머리만 하구...안 해.
상두 졌으면 졌다구 깨끗이 승복을 해, 임마....치사하게.
보리 (삐죽)
상두 그럼 너 아빠한테 진거다? 인제 주사맞을 때 땡깡부리구 울기 없기다?
보리 (삐죽하다가...고개 끄덕이는)
상두 역시 우리 딸은 멋있는 걸이야....선생님이랑 간호사 언니 오시라 그런다, 그럼? ( 일어서는데)
보리 (상두를 잡으며) 공주님 핀 찔러줘.
상두 오호, 선생님 만난다구 또 꽃단장을 해보시겠다 이거지?....오케이!
상두, 보리 침대 한켠에 있는 앙징맞은 바구니를 가져온다. 갖가지 핀과 머리끈, 빗, 들어있다. 상두, 빗을 꺼내든다.
상두 (자기 머리에도 미용사 핀 하나 꽂고) 자! 그럼 지금으로부터 우리 딸내미 꽃단장 프로젝트를 실시하겠습니다!!
상두, 씨익 웃으며 빗으로 보리 머리를 빗겨준다.
보리, 좋아서 가만 있다.
이때, 보리의 머리를 빗기던 상두의 손에 보리의 머리칼이 한 웅큼 빠져 나온다.
당황하는 상두....보리의 머리를 손으로 쓸어 내리며 당겨본다.
다시 한 웅큼의 머리카락이 빠진다....충격 받는 상두.
보리 뭐해, 아빠?
상두 .......(보리의 머리를 빗기는 손길이 눈빛이 충격으로 떨리고 있다)
10. #은환반 교실
희서, 힘없이 엎드려 상두의 빈 책상을 바라보고 있다. 진진, 미영도 쓸쓸하게 상두 의 빈 책상을 보고 있다.
수창, 택구, 성길도 맥이 탁 풀린 표정으로 상두의 빈 책상을 보고 있다.
학급 전체의 분위기가 예전과는 다르게 가라앉아 있다.
이때, 은환, 씩씩한 표정으로 교실문 열고 들어선다...쳐저 있는 학생들의 얼굴을 어 리둥절하게 보다가 교탁으로 올라간다.
반장, 역시 멍해 있다가 일어나서 차렷, 경례!하고.
은환 왜들 이렇게 힘들이 없어?....오늘 종례는 특별한 건 없구, 정훈이가 오늘 학교에 안 왔지? 감기가 심한 모양인데, 같은 동네 사는 진진이랑 수창이랑 정훈이 집에 한번 들러봤음 좋겠다.
진창 (손을 든다) 선생님!
은환 어, 진창이 왜?
진창 왜 상두 형 얘긴 한마디두 안 하세요?
은환 (당황) 응?
진진 맞어요. 상두 오빠는 일주일 넘게 결석했는데, 정훈이 얘긴 하면서 상두 오빠 얘긴 왜 안해요?
미영 선생님 진짜 너무하세요. 왜 차별하세요?
희서 .....
은환 응...그게...상두 오빠는....
수창 학교 좀 나오라구 그러세요, 상두형!!
학생들, 상두를 미워했던 수창의 의외의 말에 돌아보고.
수창 그 형이 없으니까 학교 다닐 맛이 안 나요!
택구 맞어요! 교실이 이상하게 고무줄없는 빤스같구....암튼 되게 심심하구 이상해요.
성길 어딨는지 말씀만 해주시면 저희가 가서 들구 오께요.
은환 ...상두형....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학교에 나올거야.
학생들, “정말이예요?”“진짜예요?” 좋아하며 되묻고.
희서 (몸을 일으켜 은환을 본다)
은환 (희서와 잠깐 시선 마주쳤다가 학생들 보며) 정말이야...선생님이 상두 형 교실루 꼭 데리구 오께..
학생들, 환호하고, 희서, 서늘하게 은환을 본다.
은환 ......
11. # 교문앞 (노을녘)
은환, 학교를 마치고 퇴근하고 있다.
학생들, “낼 뵐께요, 선생님” 은환에게 인사하고 가고. 은환도 “그래, 낼 보자.” 화답 해준다.
은환, 문득 발걸음 멈추고 상두가 있을 곳을 생각해 본다.
은환 ....보리....차 보리......
은환, 서둘러 걸음을 옮긴다.
12. #병원 정원
상두, 책을 펴 놓고 보며 낑낑대며 뜨개질하고 있다. (펼쳐진 책장에 아이용 털모자 사진이 있다)
보리 모자를 뜨려고 하는데, 코 잡는 것부터 쉽지가 않다.
민석, 걸어오다가 상두를 발견하고 상두쪽으로 다가온다.
민석 뭐하냐?
상두 (돌아보지도 않고) 헷갈려, 말 시키지 마.
민석 (책을 넘겨다 보고) 보리 모자 뜨냐?
상두 (낑낑대며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민석 걱정이다. 머리가 빠질때마다 여자애들은 특히 충격을 많이 받던데...
상두 ......
민석 인줘 봐.
민석, 상두에게서 대바늘과 실, 채서 들며 익숙한 솜씨로 뜨개질을 한다.
상두 (놀랍다는 듯 보며) 우와, 너 이런 것도 할 줄 아냐?
민석 이 맘때쯤 되면 털모자 뜨는 엄마들이 많어, 소아 병동엔.....식당개 삼년이면 라면을 끓인다구. 어깨 너머로 봤지.
상두 (민석을 따뜻한 미소로 보다가) 옛쑤님!
민석 까불지 마....(책 보며) 헷갈려.
상두 멋진 자식.
민석 까불지 말랬다.
상두 뽀뽀 한번 해주까?
민석 변태 자식...(노려보다가) 내가 참 이러구 있을때가 아니지...(뜨개질하던 것 탁 놓고 일어선다)
상두 이러구 그냥 가면 어떡하냐?
민석 내가 지금 이런 거나 하구 있을 한가한 사람인지 아냐? (가려는데)
상두 좀 가르쳐 주구 가, 그럼....형!
민석 넌 내가 좋냐?
상두 응.
민석 난 니가 싫어.
상두 엉?
민석 솔직히 나, 너보구 나면 한 사흘은 밥맛이 없거든....앞으루 나한테 친한 척 하지 마.
상두 (삐죽거리며 상처 입은 불쌍한 표정으로 보는)
민석 그렇게 봐두 소용없어....난 너, 끔찍하게 이 갈리게 싫어.
상두 (계속 불쌍한 표정 짓고 있는데)
이때, 간호사, 뛰어오며.
여자1 큰일났어요, 보리아빠.....보리가...보리가....
상두 (당황하며 벌떡 일어나는) 왜요? 우리 보리가 왜요?
여자1 지 머리가 한 웅큼 빠진 거 보구 충격받아서 울구 있어요, 지금.
상두 (푸 한숨 뱉으며 마음 아픈 표정 짓다가 뜨개질 한 거 챙겨 들고 병실로 가려는데)
민석 (상두를 잡는다...무슨 말인가 하려는 표정)
상두 (보는)
13. #보리 병실
상두, 들어서면, 보리, 이불을 뒤집어 쓰고 엉엉 울고 있다. 머리맡 한쪽에 한웅큼 빠진 머리카락이 놓여 있다.
상두, 가슴 아픈 표정으로 보다가 다가간다.
상두 (장난스럽게) 딸!
보리 (엉엉 운다)
상두 차 보리!
보리 .....
상두 보리 차!
보리 ......(계속 엉엉)
상두 (암담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가.....잠시후 보리 옆에 다가가서 보리 귀에 대고 비밀 말하듯) 아빠가 아주 중요한 정볼 하나 입수했지롱!
보리 (계속 엉엉 소리내며 우는)
상두 우리 보리 의사 선생님, 강민석 선생님에 대한 얘긴데...진짜 중요한 얘긴데...
보리 (울음소리 약간 잦아 든다)
상두 보리는 별로 들을 생각이 없구나?....그럼, 희진이한테 말해줘야겠군.... (일어나는데)
보리 (이불을 살짝 내리고 울음끝이 남아 꺽꺽거리며) 무슨...얘긴데?
상두 강민석 선생님이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얘기!
보리 (눈이 반짝 하며 이불을 내린다)
상두 (씨익 웃으며) 니가 궁금해 할 줄 알았지....그럼, 염탐을 한번 나가보실까요, 공 주님!
보리 (고개 끄덕이는)
14. #병원 휴게실
민석, 두 장의 사진을 양손에 들고 홀린 듯 바라보고 있다.
민석 아, 이렇게 아름다울수가....이렇게 이쁠 수가....사랑해요....사랑합니다....(양손에 든 사진에 키스 세례를 퍼붓는다)
한쪽에 앉아 있던 환자와 아이엄마, 미친 사람 보듯 보고.
이때, 보리, 상두에게 안겨 벽 한켠에 숨어서 민석을 보고 있다.
민석 제발...제발....저랑 결혼해주세요, 공주님.....부탁이예요, 저랑 결혼해 주세요. (가슴에 안는)
보리 (눈을 똥그랗게 뜨고 보는)
상두 (피식 웃으며 보는)
민석 (갑자기 배를 만지며) 잠깐 오줌 좀 누구 와서 다시 봐야지....(사진을 한쪽에 놓고) 잠깐 갔다 오께요, 공주님. (화장실쪽으로 간다)
상두, 민석이 사라지자 보리와 함께 민석이 있던 자리로 온다.
보리, 민석이 보고 있었던 사진을 본다.
삭발한 데미무어(G.I.Jane)와 강수연(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사진이다.
상두 니네 선생님은 진짜 취향이 특이해, 응?
보리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상두 이 언니들은 머리도 안 감아두 되구, 편하긴 진짜 편하겠다.
보리 아빠!
상두 응?
보리 나두 머리 이렇게 해줘.
상두 응?
보리 나두 머리 이렇게 깍아줘어....이렇게 깍아줘어어...
상두 (잠깐 생각하다가 보리 보며) 리얼리?
한쪽 벽에 숨어서 보리를 애틋한 미소로 바라보는 민석, 상두와 시선을 마주친다.
상두 (민석을 향해 고마움을 담아 미소를 보낸다)
민석 (미소 짓던 표정이 재수없다는 듯 싹 굳어진다)
15. #병원 로비
민석, 쓴 웃음 지으며 털레털레 걸어온다.
이때, 현관 로비로 은환이 들어서고 있다.
정면으로 마주치는 은환과 민석.
은환 (당황하는) 민석씨....
민석 웬일이야, 여긴?
은환 (대답 못하는)
민석 나 보러 온 건 아닌 거 같구....차상두 만나러 왔어?
은환 .....응.
민석 아주 당당하구 씩씩해졌네?
은환 응.
민석 잔인하다.
은환 응.
민석 (더 이상 내 힘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그래, 한번 가봐라.....가다가 길이 아니 면 돌아오면 되지 뭐. 기다리고 있으께.
은환 (고개 저으며) 그런 일 없을 거야. 기다리지 마.
민석 정말 잔인하구나, 채은환?
은환 ...응.
민석 (은환의 손을 잡는다)
은환 (흠칫 보는)
민석 데려다 주께...벼랑끝으로 떨어져 봐, 그래.
은환 ......
민석 내가 고맙게두 의사잖냐? 벼랑 끝으루 떨어져서 피 흘리구 상처 입으면 내가 치료 해주면 되지 뭐.
은환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는)
민석 가 보자....
은환 .....
16. #병원 정원
상두, 보리를 의자에 앉혀 놓고 머리를 깍이려고 준비하고 있다.
보리, 인형을 들고 신이 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보리 빨리 깍아줘. 아빠.
상두 어....(기계를 들이대다가 손을 멈춘다. 차마 못하겠다)
보리 아빠아...뭐해?
상두 어, 그래. 지금 해.
상두, 보리의 머리를 자른다....한 웅큼 잘려나가는 머리....마치 심장 한쪽이 잘려 나 가는 듯 아프다.
상두 보리야, 아빠가 머리 자를 동안 노래 부를래?
보리 응....(동요를 부른다)
상두 (보리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부르며 보리의 머리를 잘라간다)
상두의 시선으로 보이는-보리의 머리를 자르고 있는 자신의 손....보리의 머리카락... 자꾸만 뿌옇게 흐려진다. 참으려 애를 쓰지만, 결국 상두, 울고 있다.
이때, 상두와 보리를 지켜보고 있는 흐려진 시선...은환이다.
은환, 한쪽에 숨듯이 서서 민석과 함께 지켜보고 있다. 은환도 눈물이 그렁하다.
민석 아픈 딸 치료비 마련할려구 그랬던 거 같애.
은환 .....
민석 아줌마들 등쳐먹는 제비족이 된 거!
은환 (흔들리는 눈빛으로 민석을 보는)
민석 불쌍한 놈이야, 저 자식두.
은환 민석씨...
민석 이런 말 해주면 내가 손핸가, 참?....판단이 안 서네.
은환 ......
민석 나두 제 정신이 아닌가 부다....미친 니들 상대할려다 보니까 나두 똑같이 미쳤나봐.
은환 ......(민석이 한없이 고맙다)
민석 벼랑끝까지 한번 가봐....구급 상자 들고 그 밑에서 기다리고 있을께. (돌아서서 가 는데)
은환 ....고마워, 민석씨.
민석 고마워? (쓰게 웃고) 끝까지 잔인하구나? (쓰게 웃고 간다)
은환 .....
은환, 가는 민석을 보다가 보리의 머리를 깍고 있는 상두에게 다시 시선을 돌린다.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보리의 머리를 자르고 있는 상두.
은환, 차마 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려 버린다.
17. #보리 병실
머리를 자른 보리, 거울속의 자신을 낯선 듯 들여다 보고 있다.
상두 (가슴 아픈 거 누르고) 어때? 맘에 들어?
보리 (천진난만하게 고개 끄덕인다) 우리 선생님이 보리도 이쁘다 그러겠지?
상두 그럼...선생님이 차 보리씨! 우리 결혼합시다! 그럼 너 뭐라 그럴래?
보리 (부끄럽다는 듯 이불로 얼굴을 가린다.)
이때, 복도 유리창으로 와서 서는 은환....복도에서 상두와 보리를 지켜보고 있다.
상두 (마음이 아프다) 감기 들지 모르니까 선생님 안 보실땐 이거하구 있자. (두건을 보 리의 머리에 둘러준다) 아빠 약속이 있어서 지금 나가야 되거든...할아버지 곧 오실 거야.
보리 (고개 끄덕인다)
상두, 안스럽게 보다가 “아빠 빨리 갔다 오께” 하며 보리의 이마에 입 맞추고 일어 나는데 은환과 시선을 마주친다.
상두 (당황하다가 이내 감정의 평정을 찾고, 담담하게 본다)
은환 (안스럽게 보는)
18. #병실 복도
상두 나오면, 은환, 애틋하게 상두를 본다. 상두, 한손에 양복을 들었다.
상두 (할 말을 못 찾다가...담담하게) ....우리 딸 이쁘지?
은환 (애써 웃으며) 그래, 이쁘다. 아빠랑 되게 많이 닮은 거 같애.
상두 그럼. 내 딸이니까 당근 날 닮아야지.
은환 .....니 딸인 줄 알았으면 미리 좀 잘 보여놓을 걸 그랬네.
상두 (피식 웃고)....나 지금 약속이 있어 나가봐야 되거든.
은환 ...어디 가는데?
상두 있어.
은환 (상두 손에 들린 양복을 보고) 아줌마들 만나러 가?
상두 (피식 웃고 간다)
은환 상두야!!
19. #남자 화장실안
상두, 와이셔츠 갈아 입으며 넥타이 맨다....거울속에 비친 표정, 서늘하다.
20. #남자 화장실앞
상두, 양복으로 갈아 입고 나오는데, 은환이 바로 앞에 서 있다.
상두 나 따라 다녀, 지금?
은환 학교가자, 상두야.
상두 저 자퇴서 냈는데요, 선생님.
은환 받은 적 없으시대, 교장 선생님....너 다시 데리구 오라 그러셨어.
상두 (답답한 표정으로 보는데)
이때, 상두의 핸드폰 울린다.
상두 (발신자 확인하고 받으며) 어, 나야...
은환 .......
상두 그래, 나 지금 가고 있어...(발걸음 돌려서 가며) 차가 많이 밀리네....그래, 조금만 기 다려. 미안해. (그대로 현관쪽으로 걸어가는)
은환 (또 제비짓을 하러 나가는구나....숨이 턱 막혀 온다....안타깝게 상두를 보다가 뒤 따라 간다)
21. #로비
상두, 핸드폰하며 걸어가고 있고, 은환, 간격을 두고 상두의 뒤를 쫓아가고 있다.
이때, 저편에서 핫바 하나씩 입에 물고 오던 만도와 세라, 상두와 은환을 발견한다.
(상두와 은환은 만도와 세라를 보지 못한)
만도 아니, 저 샘이 저...(세라의 눈치를 보는)
세라 (눈에 불꽃이 튄다...화풀이하듯 핫바를 우걱우걱 뜯어먹는)
22. #현관앞/택시안
상두, 서 있는 택시에 오르려고 차문을 연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은환이 뒤따라와 간격을 두고 서 있다.
상두, 은환을 갑갑한 표정으로 보다가 차문을 열고 차에 오른다.
상두가 탄 택시 출발해 가고, 은환, 먹먹하게 보고 있다가 얼른 다른 택시를 잡는 다.
은환 택시!
은환, 택시에 오른다.
은환 아저씨! 저기 앞에 가는 택시 좀 쫓아가 주세요!
23. #일각
세라, 만도와 뛰어와서 본다. 은환이 탄 택시, 떠나고 있다.
만도 야, 정말 집요하다, 저 샘....완전히 슈퍼 찐드기네. 슈퍼 찐드기.
세라 (싸늘하게 비웃는) 그래, 잘해봐....니들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지 자알해봐, 한번.
만도 정말 잘해봐두 되냐?....저 샘이랑 상두 잘해봐두 너 암말 안할래?...(핸드폰으로 전 화라도 할 듯) 상두한테 얘기 해 줘야지.
세라 삼촌!!
만도 저 샘하구 상두, 정말 서로 사랑하는 사이 같던데...너만 물러나주면 노마크 단독 드리블 만사 오케인데. 세라야.
세라 (만도를 노려보며 버럭) 삼초온!!
만도 (귀를 막으며)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 너두....너 같으면 저 샘같이 똑똑하고 훌륭한 가문의 자제를 조카 며느리로 보고 싶겠냐? 너 같이 칠렐레 팔렐레 무식이 통통 튀 는 싸가질 조카 며느리로 삼구 싶겠냐?
세라 증말 치사하게 이렇게 배신 때리시기에요?....내 놔요, 그동안 제가 드린 용돈 다 내 놓구요, 제가 싸다 드린 음식들 다 뱉어내세요!
만도 줬다 도루 뺏으면 똥구멍에 뭐 난다구 그렇게 말을 해두 얘가.
세라 보리는요? 우리 보리는 어떡하구요, 그럼?!!
만도 보리?....아, 보리가 있었구나.
세라 (밉게 보는) 상두 조강지처는 저예요! 보리 엄마는 저라구요! 엇다가 누굴 갖다 대 요!!....(휙 돌아서서 가는)
만도 아, 차상두! 운도 없는 자식....보리 기집애, 애물단지라구 그렇게 도로 갖다 주라
구 노랠불러두 기어이 껴안구 기르더니....꼬시다, 쨔샤! 어른 말 안 듣더니!!
24. #레스트랑앞
택시에서 내린 상두, 들고 있던 웃옷을 껴입으며 레스트랑을 향해 유유히 걸어 들 어간다.
잠시후, 와서 멎는 다른 택시...은환, 내린다.
은환, 상두가 들어간 레스트랑을 본다.
25. #레스트랑안/프론트앞
상두, 작업녀(30대 중반, 부유한 인상) 여자에게 미소 지으며 다가간다.
상두 미안해. 많이 기다렸지, 자기야?
작업녀 맨날 뭐가 그렇게 바뻐, 자기는?
상두 그러게. 내가 좀 많이 바쁘네....
이때, 종업원와서 물 따라 주며 주문 받으려 한다.
상두 전 금방 가봐야 돼서요, 죄송합니다. (종업원 인사하고 가고)
작업녀 (불만) 또 어딜 가는데?
상두 인천 앞바다에 좀 들어가봐야 해....물만 마시구 일어설거야...(물을 마시는)
작업녀 인천 앞바다에 왜 들어가?
상두 시계 찾으러.
작업녀 시계?
상두 접때 자기가 내 생일 선물로 사준 금딱지 시계....인천 앞바다에 빠뜨렸다 그랬잖아.
....그 시계가 없으니까 자기에 대한 애정도 약해지는 것 같구....우리가 곧 헤어지게 되겠구나 암시같기두 하구....불안해서 안되겠어.
작업녀 그깟 시계 하나 갖구...자기 너무 신경과민 아냐?
상두 그깟 시계가 아니라니까, 나한텐!
작업녀 ...내가 시계 다시 사주께, 그럼!
상두 시계가 그게 돈이 얼만데....차 한 대 값인데....내가 혹시 앞으로 자기한테 연락 못하 면 시계 찾다가 인천 앞바다에 빠져 죽었구나....그렇게 생각해.
이때, 레스트랑 내에 안내 방송이 들린다.
여직원(E) 손님 여러분중에 제비족 계시면 프론트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상두 (흠칫해서 프론트 쪽으로 고개 돌려 본다)
프론트앞에 은환 서 있고, 방송하는 여직원, 자기가 말하면서도 고개 갸웃한다.
상두 (기가 막히고)
은환 (상두와 시선을 마주치고 씨익 웃는다)
상두 (당황하며 다시 고개 돌려 작업녀를 본다)
작업녀 그러지 말구, 자기야....내가 똑 같은 걸로 사주께...모래 사장에서 바늘 찾기지, 그걸 어떻게 찾어?
상두 (한쪽 신경엔 계속 은환이 걸리지만 애써 태연하게...될대로 되라...대담해졌다) 사실 헌 시계보다는 또 새 시곌 받으면 자기한테 프레쉬하고 신선한 애정이 새록새록 솟 아날 거 같기두 하구....그러긴 그러네.
카운터앞에 서 있던 은환. 꿈쩍도 않고 계속 작업을 하는 상두를 어이없다는 듯 보 다가 여직원에게 다시 무슨 말인가 한다.
작업녀 (환해져서) 그래애?....당장 사러 나가까?
상두 자기 아직 내 스타일 모르는구나....폼생 폼사!! 난 여자가 돈 내는데 절대 쫄쫄 안 따라가. 돈을 받아서 내가 직접 고르는 스타일이지.
이때, 다시 안내 방송 들린다.
여직원(E) 다시 한번 알려 드립니다. 손님 여러분 중에 제비족 계시면 빨리 프론트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상두 (돌아보지 않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을 마신다)
은환 (꿈쩍도 않는 상두의 뒷모습을 안타깝게 보는)
작업녀 (재밌다는 듯 웃으며) 참, 살다살다 별 희안한 방송을 다 들어보겠네.
상두 (도저히 안되겠다. 작업녀에게 느끼한 미소 지으며) 자기한테 좋은 선물두 받았는 데....우리 한번 땡기러 가까?
26. #프론트앞
은환,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는데, 상두, 작업녀와 팔짱을 끼고 프론트앞으로 온다.
상두, 은환을 못 본척하고, 카드로 계산을 한다.
은환 (안타까운 표정으로 보는)
상두 (애써 은환을 외면한다)
27. #레스트랑앞
고급 외제차 서 있다. 상두, 조수석 문을 열어 작업녀를 태우고, 자기도 운전석으로 오른다.
은환, 레스트랑에서 나와 그런 상두를 허탈한 표정으로 본다.
운전석의 상두, 백밀러 통해 자신을 원망하듯 보는 은환의 눈빛을 보지만, 애써 외 면하며 차를 출발시켜 간다.
은환, 떠나는 차를 보다가 이를 앙 물고 다시 택시를 잡는다.
28. #보리 병실
세라, 삭발을 한 채 잠들어 있는 보리를 보고 눈물이 그렁해 있다.
세라 보리야......너 자꾸 이렇게 아픔 안돼....너 잘못되면 엄마두 죽어.....니가 없으면 엄마 두 끝장이야....
세라, 보리의 머리에 다시 두건을 씌워주다가...다시 흐느껴 운다.
만도는 간이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다.
민석, 병실안으로 들어서며 그런 세라를 착잡하게 보다가.
민석 세라씨!
세라 (돌아보는)
민석 드릴 말씀이 있는데....
29. #병원 정원
세라와 민석, 벤치에 앉아 있다.
세라 골수 검사요?
민석 네....현재로선 보리 병을 치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골수 이식이예요.
세라 (고개 끄덕이는) 하께요....제가 이식해 주께요.
민석 보리 아빠랑 할아버지한테두 일단 혈액 채취는 했는데....사실 백혈구형이 일치할 확 률은 형제가 제일 높지, 부몬 희박해요....그래두 만에 하나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 으니까.
세라 그럼 어떡해요? 어떡하면 돼요?
민석 일단 제가 여러 루트로 알아보구 있으니까....한번 기다려 보죠....(꾸벅 인사하고 가 는데)
세라 (문득 생각하다가) 저기요, 선생님!
민석 (보는)
세라 보리 아빠한테두.....혈액을 채취했다구....그러셨나요, 방금?
민석 네.
세라 (안색이 창백해진다)....결과는 언제 나와요?
민석 글쎄....한 일주일쯤 걸릴거 같은데요.
세라 (멍해서) 일주일....요? (숨이 턱 막히는 것 같다)
민석 왜 그래요? 안색이 안 좋아요, 세라씨.
세라 아...아니예요....(일어서서 휘청휘청 간다)
30. #보리 병실
세라, 보리 병실로 와 서며 잠들어 있는 보리를 멍하게 본다.
여자(E) 야! 이 기집애, 경찰서에 고발해!
31. #갈비집(동네 뒷골목, 소규모의)-8년전
어려보이는 생머리의 세라(남루한 옷차림), 부락부락한 인상의 여주인에게 멱살 잡 힌 채 싹싹 빌고 있다.
세라 잘못했어요....제가 꼭 갚으께요....돈 가져와서 제가 꼭 갚으께요.
여주인 (우락부락한 인상) 돈 한푼 없는 년이 갈비를 삼 인분이나 표정 하나 안 변하구 처 먹어?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 년이 뭐 이런 게 다 있어?!!
세라 배가 고파서 그랬어요...너무 배가 고파서.....
여주인 시끄러 기집애야!! 어서 경찰서 가자! 경찰 서 가!!
상두(E) 아, 진짜! 시끄러워서 밥을 먹을 수가 없잖아!!
세라, 소리나는 쪽을 보면, 상두(불량끼가 주르르 흐르는), 밥 먹다가 숟가락을 소리 가 나게 탁 놓고 벌떡 일어선다.
상두 그 기집애가 먹은 갈비값이 얼만데, 대체?...(주머니에서 만원짜리 세 개와 천원짜리
서너개 뭉텅이, 백원짜리 십원짜리까지 탈탈 털어 테이블에 놓으며) 이거면 되나?
세라 (흔들리는 눈빛으로 상두를 보는)
상두 (세라와 아줌마에게 눈 부릅떠 보이며) 한번만 더 밥 먹는데 방해해봐, 확 그냥... (물을 마시고 꿀렁꿀렁하며 불량스런 폼으로 슬리퍼 질질 끌며 나간다)
세라 (눈물이 그렁해서 보는)
32. #보리 병실(현재)
세라, 보리를 흔들어 깨운다 .
세라 보리야...일어나 봐....엄마가 할 얘기가 있어, 일어나 봐......
보리 (그대로 잠들어 있고)
만도 (눈을 부시시 뜨고 세라를 보는)
세라 보리야, 좀 일어나봐...엄마가 할 얘기가 있단 말야....
상두(E) 교가 부르는....(남해 학교의)
33. #공원벤치-8년전(밤)
술에 취한 상두, 한손엔 소주병 들고 벤치에 누워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교가를 부 르고 있다.
벤치 아래엔 빈 소주병이 8병 정도 놓여 있다.
그런 상두를 한쪽에 서서 지켜보는 세라.
교가를 불러대던 상두의 손에서 쥐고 있던 술병이 툭 떨어진다...상두, 잠이 들었다.
34. #모텔방-8년전
세라, 술 취한 상두를 부축해 들어와서 침대에 눕힌다.
상두의 겉옷을 벗겨주고, 런닝만 입혀 놓는다.
아무것도 모르고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상두.
세라, 그런 상두를 애틋한 표정으로 보다가 블라우스 단추를 푼다.
슬립 차림의 세라, 상두옆으로 와서 눕는데.
상두 (잠꼬대하는) 은환아....은환아....
세라 (벌떡 일어나 앉으며 상두를 본다)
상두 은환아....은환아....
세라 (김이 샌 표정...허탈하게 피식 웃는)
35. #보리 병실
세라, 눈물이 그렁해서 보리를 계속 흔들어 대고 있다.
세라 일어나봐, 보리야....일어나 봐, 좀....응?
보리 (힘겹게 눈을 뜬다)
만도 주사 맞구 잠든 앨 왜 자꾸 깨워?
세라 보리야, 엄마야! 엄마!
보리 엄마...
세라 보리야, 너 아빠오시면 엄마랑 빨리 결혼해서 우리 세 식구 오손 도손 행복하게 잘 살자구.....우리 보리 소원이라구 내일이라두 당장 결혼하라 그래, 알았지?
보리 (고개 끄덕이는)
만도 야, 너 진짜 치사하다....가만 보면 상두랑 나랑 보리랑 우리 넷 중에 니가 제일 치 사한 거 같애.
세라 아빠한테 엄마랑 당장 결혼 안하면 죽어버리겠다구 그래!!
보리 (겁 먹은 표정으로 보는)
만도 와! 이건 완전히 공갈 협박 아동 학대에다가....
세라 (벌떡 일어나서 만도앞으로 오더니 지갑에서 카드 하나 빼서 만도에게 준다)
만도 야!
세라 요즘 용돈 궁하시죠? 삼촌 쓰시구 싶은대루 쓰세요.
만도 (황당한 표정으로...그러다 이내 헤벌쭉해져서 카드를 본다)
세라 저, 이거보다 더한 것도 삼촌한테 드릴 수 있어요....(눈물이 그렁해서 절실하게) 정 말 잘 모실께요....좋은 조카 며느리 될께요, 삼촌...
만도 뭘 그렇게 울기까지 하냐?.....나두 사실은 니가 만만하긴 만만하지....그 샘은 수준이 안 맞아서 내가 좀 부담스럽긴 하지, 솔직히.
세라 상두, 설득해 주세요....보릴 봐서라두 혼인 신고라두 당장 하라구 얘기 좀 해주세요, 삼촌!
만도 하긴 뭐 대세는 이미 굳어진 거 같은데.....근데 이건 이용한도가 얼마까지냐?
세라 (상두를 생각하며 다급하고, 불안하다.)
36. #무도장(이천원 내고 입장하는)
상두, 작업녀와 부루스를 추고 있다. 상두, 분위기에 맞춰 시(사실은 트로트 노래 가사)를 읊어주고 있고, 작업녀, 황홀해 있다.
상두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떠오르는 당신 모습, 비할 길 없는 내 마음....(하는데)
은환(E) 야! 제비들 다 나와!!
상두와 춤추던 사람들,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 돌려본다.
은환, 카드 다섯장과 만원짜리 열장쯤을 양손에 쥐고 무도장안으로 들어선다.
은환 나 되게 돈 많거든.....카드도 다섯장이나 되구, 현찰두 십만원이나 있다?....제비들! 나랑 놀자!!
상두 (기가 막힌)
사람들, “뭐야, 저거! 미친 여자 아냐?” 수근거리고.
은환 (춤추는 남자에게 가서 툭 건드리고) 아저씨! 제비지?....나랑 놀자, 나 이 아줌마 보 다 훨씬 젊구 이쁘잖아. 나랑 놀자!!
상두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는)
졸부녀 뭐야?....미친 여잔가봐...
은환 (그 옆에 다른 남자 건드리며) 아저씨가 그럼 나랑 놀래?....내가 잘해주께, 나랑 놀 자!!
상두 (보기가 힘들어....외면한다)
은환 (상두를 보다가 다가오며 상두를 툭 친다) 오빠! 젊은 오빠! 나 한번 꼬셔보지?.... 나 카드두 있구, 현찰두 있어....나 한번 꼬셔봐, 응?
상두 (너 대체 왜 이래?....돌 것 같은 표정으로 은환을 보는)
은환 원하는 거 내가 다 주께....이 아줌마보다 훨씬 잘해주께, 내가!....응?
졸부녀 야, 너 뭐야?...대체 뭐야, 너!! (은환을 떠민다)
은환 젊은 오빠, 나 좀 꼬셔봐, 응?!!
상두 (환장하겠다)
이때, 우락부락한 남자, 한 사람 와서 은환을 제지한다.
남자 이러시면 안됩니다...나가시죠! (은환을 끌어내려 하는데)
은환 놔요, 이거!
은환, 남자를 밀쳐내고 음향 시설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더니 음악을 꺼버린다.
사람들, ‘뭐야?’ 웅성거리며 일제히 은환쪽을 보고.
상두도 서늘한 눈빛으로 은환을 본다.
은환 (마이크 꺼내 들더니 큰 소리로 외치는) 상두야! 학교 가자!!
상두 (흔들리는 눈빛)
사람들, “미친 여잔가봐....”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은환을 제지하려 했던 남자, 인상 쓰고 은환에게 다가간다.
은환 상두야! 학교 가자! 상두야! 학교 가자!!
상두 .....
남자 이 기집애가 미쳤나...이거 놔, 이거 못 놔.(오더니 은환에게서 마이크를 뺏으려 한 다)
은환 잠깐만요, 아저씨...(안 뺏기려고 하고)
남자, 은환을 우왁스럽게 밀어버린다. 은환, 그 바람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진 다.
은환이 넘어진 것을 본 상두, 인상이 굳어지더니 그대로 은환을 민 남자에게 달 려와 사정없이 주먹을 날려 버린다.
37. #일각 거리(밤)
상두, 양복을 한 손에 들고 신경질적으로 넥타이 풀며 걸어가고 있다.
그 뒤를 쫄래쫄래 따라오는 은환.
상두, 걸음을 멈춘다. 은환도 걸음을 멈춘다.
다시 걷기 시작하는 상두. 은환, 상두를 다시 뒤따라 간다.
상두, 갑자기 뛰기 시작한다. 은환, 상두를 뒤따라 똑같이 뛴다.
상두, 다시 뛰던 것을 멈추고 걷기 시작한다.
은환, 상두와 똑 같이 다시 걷는다.
38. #다른 거리 (한적한 골목)
상두, 걸어가고 있고, 은환,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그 뒤를 쫓아오고 있다.
상두, 멈춰선다.
은환도 멈춰 선다....상두와 은환의 거리 1M정도 떨어져 있다.
상두 (돌아서서 은환을 본다)
은환 ......
상두 (평소의 느물거리던 투로 얘기하는) 내가 잘못했다...잘못했어, 그래.
은환 .....
상두 첨부터 니 앞에 나타나는 게 아니었어. 학교에 가는 게 아니었어.
은환 ......
상두 (위악적인 미소) 까 먹구 있었지 뭐. 내가 얼마나 형편없는 놈인지.
은환 .......
상두 어떡하냐, 미안해서?
은환 (눈물이 그렁해 진다)
상두 똥 밟았다구 생각해...인생이 뭐 그런 거 아니냐? (발걸음 돌려서 가는데)
은환 (따라온다)
상두 따라 오지 마....(느물거리던 표정 굳어지며) 따라 오지 마!
은환 (따라온다)
상두 (걸음 멈추며 결국 버럭 소리 지르는) 보내 줄 때 가!!...어서 도망 가!!
은환 (계속 따라오는)
상두 너 자꾸 이러면 나 너 안 놔주는 수가 있어! 그래, 같이 똥구덩이 빠져 보자! 물 귀신처럼 물구 늘어지는 수가 있어! (하는데)
은환 (뛰어와서 상두의 등을 꼭 껴안으며 울음을 터뜨린다)
상두 ......
은환 (엉엉 우는)
상두 (내뱉듯이) 나, 너 죽일뻔도 했었어....그때 지하철에서 니 핸드폰들고 도망쳤던
거 나야.
은환 (계속 우는)
상두 널 속이구 있는 게 또 있을 수도 있어!....내가 얼마나 나쁜 놈인지 나도 답이
안나와.
은환 ......
상두 가, 어서! 내가...무섭지두 않냐?
은환 .......
상두 셋까지 셀 동안 도망 가라....타이밍 놓치면 정말 너 안 놔준다?
은환 ......
상두 하나!
은환 니가 어떤 사람이어두 상관없어!
상두 (눈물이 그렁해진다) 둘!
은환 니가 사람을 죽였대두 나 너 이해했을거야!!
상두 셋!
은환 사랑해, 상두야! 사랑해!!
죽을 힘을 다해 감정을 누르고 있던 상두, 결국 몸을 돌려 은환을 껴안아 버린다.
은환도 상두를 꼭 끌어 안으며 소리 내어 운다.
인적 없는 거리, 따뜻한 수은등 불빛이 두 사람을 오래도록 비추고 있다.
39. #공원
은환(상두의 양복 윗도리를 걸치고 있다)과 상두, 양초를 모닥불처럼 여러 개 밝혀 놓고, 마주 보고 앉아 웃고 있다.
각각 맥주캔 하나씩을 들었다.
은환 부모님은 어디 계시구, 왜 삼촌이랑 살어?
상두 ....맨날 부모님하구만 살면 재미없잖아.
은환 (어이없다는 듯 웃고) 니네 양부모님들 참 무서운 분들이셨는데.
상두 그래. 무서운 분들이시지.
은환 솔직히 말하면....니네 집 망했다는 소리 듣구....한편으론 참 다행이다, 그런 생각두 했었다, 나?
상두 (맥주 마시며 보는)
은환 이제야 너하구 내가 같아지는구나....더 이상 니가 바라보지도 못할 나무가 아니구 나....나 되게 못됐지?
상두 못됐네...(피식 웃으며 맥주를 마신다)
은환 왜 딸 이름을 보리라구 지었어?
상두 세상 모든 것중에서 제일 튼튼한 거 같애서.
은환 (이해가 안된다는 듯 보는)
상두 옛날에 남해 살때, 학교 갈려구 논을 지나가는데...그날이 막 눈보라두 치구 얼 음두 얼구 엄청 추운 날씨였거든.....근데, 뭔가 푸릇푸릇한 게 논 한가운데 솟아나 있는 거야. 야, 대체 어떤 자식이 저렇게 생명력이 질기냐? 그러구 가서 봤더니...보리더 라?
은환 (고개 끄덕이며) 맞어. 보리는 밟아두 안 죽구.....밟으면 밟을수록 더 튼튼해지구, 잘 크잖아.
상두 (웃으며) 우리 보리가 어릴때부터 엄청 약골이었거든....근데, 이름 값을 영 못하네, 짜식이.
은환 아빠 성읠 봐서라두 꼭 건강해 질거야.
상두 그래, 내가 무슨 짓을 해서든 우리 보린 꼭 건강하게 만들어 놓을거야.
은환 .....(무슨 짓을 해서든?...마음이 아프다)....춥다, 안 추워?
상두 추워.
은환 따뜻한 데 가자, 우리.
상두 집에 안 들어 가구?
은환 (고개 끄덕이는)
40. #거리 (모텔촌)
상두와 은환, 손을 꼭 잡고 걸어간다....주위에 현란한 모텔 네온 사인들이 눈에 따 갑게 들어온다.
상두, 수줍은 소년처럼 어쩔 줄 몰라하며 마른 침을 삼킨다.
은환, 그런 상두를 귀엽다는 듯 보며 상두의 손을 끌고 걸어오다가 한 모텔앞에 발 걸음을 멈춘다.
상두, 당황해서 은환을 보고.
은환 .....여기 들어 갈래?
상두 (눈이 동그래서 마른 침을 꼴깍 삼키는)
은환 ....(편안하게 웃으며) 난...괜찮아.
상두 (표정이 얼었다)
은환 ...정말이야...난 정말 괜찮아.
상두 .....
은환 가자. (상두의 손을 끄는데)
상두 (은환의 손을 잡아 당긴다)
은환 (보는)
상두 난 안 괜찮아.
은환 ......
상두 이러지 않아두 돼...니 맘...알어.
은환 상두야.
상두, 은환을 손을 끌고 다급하게 뛰다가 넘어질뻔 하기도 하며 모텔 촌을 빠져 나 온다.
은환, 상두를 보며 따뜻한 미소를 짓는다....상두의 마음을 안다.
41. #심란 족발집앞
세라, 불안하게 집 앞을 왔다 갔다하며 서성거리고 있다. (고급스러운 원피스 입었 다)
은환이 아직 들어오지 않아 예민해 있다.
지환, 오다가 세라를 흘끗 보고 가게안으로 들어간다.
42. #족발집 안
심란, 족발을 썰고 있다.
지환 엄마, 저 아줌마 입구 있는 거 우리 누나 원피스 아냐?
심란 아줌마가 뭐야, 누나한테?
지환 아까 보니까 허락두 안 받구 누나 구두도 막 신구 나가구, 누나 화장품두 막 바르 구 그러던데, 옐로 카들 좀 줘야 되는 거 아냐?
심란 이 눔이 정말...니 누나만 누나야? 자매 지간끼린데 뭐가 어때?!!
지환 (족발 집어 먹으며) 두 사람이 자맨가?....그렇구나! 아버지두 다르구 엄마두 다르지 만, 어쨋든 자매는 자매네.
심란 저 누나한테두 좀 곰살맞게 잘해줘, 이 눔아....너하구 저 누난 그래두 같은 엄마 뱃 속에서 난 자식인데....불쌍한 누나야, 저 누나두.
지환 나두 불쌍해서 잘 해주구 싶은데...너무 내 스타일이 아니네. 싸가지두 바가지구.
이때, 세라, 슬리퍼를 따각거리며 들어오더니.
세라 (다짜고짜) 아줌마! 딸내미한테 전화 한번 때려봐.
심란 엉?
세라 명색이 선생이라는 기집애가 시간이 몇신데 아직도 안 들어와? 핸드폰 한번 때려 봐, 어서!!
지환 저 봐, 저....말 뽄새 좀 보세요. 아우, 왕재수!
심란 (지환에게 눈치주다가 세라보며) 그렇잖아두 좀 전에 핸드폰을 했는데, 핸드폰이 꺼 져 있다 그러네?
세라 (더욱 초조해져) 아줌만 딸 자식 교육을 대체 어떻게 시키는 거야?! 말만한 기집애 가 늦게 온다면 온다구 집에다 전환 해야 될 거 아냐?
지환 엄마, 우리 빨리 대피하자. 근래 10년동안 멸종된 줄만 알았던 가공할만한 울트라 캡숑 슈퍼 싸가지가 나타났어.
심란 이 눔이 정말.. (한쪽에 있던 족발로 지환의 뒷통수를 때린다)
지환 아우, 씨...기분 나쁘게 족발 갖구 머리 좀 때리지 말라니까!!
세라 기집애...들어 오기만 해봐....(한쪽에 있던 족발 하나를 통째로 들고 나간다)
지환 우리 누날 저걸루 팰라구 그러나?...근데, 지가 우리 누나 엄마두 아니구, 왜 저렇게 지가 방방 뛰어, 저 아줌마!
심란 (다시 족발로 지환의 머리를 때리며) 이눔이 또 아줌마래, 또!!
지환 엄마한테두 아줌마라 그러잖아, 저 아줌마!
심란 (다시 족발로 때리며) 또 아줌마래, 또!!
43. #심란 족발집 앞
세라, 화를 삭이지 못해 어쩔 줄 몰라하며 은환이 오나 다시 목을 빼고 보다가 집 쪽으로 발걸음 돌려가다.
이때, 세라의 반대편에서 손을 잡고 나타나는 상두와 은환.
은환 겁쟁이.
상두 (피식 웃는)
은환 ...(걸음 멈추며) 다 왔어...저기 보이는 저 족발집이 우리 집이야.
상두 (보는)
은환 잠깐 들러서 족발 먹구 갈래? 우리 엄마 족발 되게 유명해.
상두 ....나중에.
은환 그래, 서두르지 말자....서두르지 말자.
상두 (피식 웃고) 어머닌 건강하시지?
은환 너보면 되게 반가워하실텐데....건망증인 심해서 기억을 못하실려나?
상두 가께, 너무 늦었다.
은환 ....학교, 안 나올래?
상두 ....(웃는)
은환 우리 이제 절대 헤어지지 말자.
상두 (웃는)
은환 사랑해, 상두야. (상두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상두 잘자....
은환 전화하께.
상두 (손을 들어주고 돌아서서 간다.)
은환 (상두의 가는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다)
44. #족발집 안
심란, 옆에 앉아 계속 족발을 집어 먹는 지환을 손을 탁 쳐낸다.
은환, 안으로 들어선다.
지환 누나!!
은환 학교 다녀왔습니다.
심란 핸드폰도 꺼놓구 어딜 싸돌아 댕기다 오는 거야, 말만한 기집애가!
은환 그냥....일이 좀 있었어....(심란의 등을 감싸 안으며 머리를 기댄다) 엄마, 나 엄마한 테 만나게 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심란 .....(은환 눈치 살피며) 나두! 나두 너한테 만나게 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
은환 누구?
심란 저기....그러니까....너 내가 지환이한텐 돼지고기 먹여두 너한테는 꼭 소고기 먹인 거 알지?
은환 (피식) 알지.
지환 뭐야? 나의 성장 과정에 그런 비리가 있었어?
심란 ....내 속으로 난 자식이라구 절대 차별 안했다, 나!
은환 알지요...내가 다 알지....무슨 말을 하구 싶은데, 그렇게 서론이 길어?
심란 저기...그게...그러니까....
지환 아, 증말! 명 짧은 사람은 본론은 들어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시겠네.....울 엄마 공심 란 딸, 공팔란! 찾았어, 누나!!
은환 (환해지며) 정말이야? 잘됐다. 너무 잘됐다...(심란을 와락 안으며) 축하해, 엄마!!
그동안 어디서 살았대?....혼자 살구 있으면 우리랑 같이 살자 그러지!
심란 ...(반가와 해주는 은환에게 힘을 얻어 웃으며) 그렇찮아두 같이 살러 왔어.
은환 그래?....어딨는데, 지금?
지환 누나방!....근데, 청심환 하나 먹구 들어가야 될거야, 누나.
심란 (흘기는)
은환 (어리둥절)
45. #은환방
세라, 족발을 뜯어먹으며 방안을 서성거리고 있다.
세라 얘네들 혹시...사고라도 친건 아니겠지?....(한쪽 벽에 걸린 은환의 사진앞으로 다가 가) 우리 상두, 털끝이라두 건드려봐! 너 죽구, 나 죽어! 채 은환!!
이때, 노크 소리 들린다.
은환(E) 팔란씨! 저 이 집 딸 은환인데요, 들어가두 돼요?
세라 들어오든지, 말든지!
은환 (환한 표정으로 들어서다가 세라를 보고 깜짝 놀라는)
세라 웬수는 외나무 다리서 만난다더니...만날 사람은 이렇게 또 만나네.
은환 ....세라씨가.....우리 엄마 딸이었어요?
세라 내가 영영 안 나타줬음 좋았을텐데, 미안하게 됐다.
은환 (당황했던 표정 풀고) 그런 말이 어딨어요?....(악수하려 손을 내밀고) 잘 오셨어요, 반가와요.
세라 (은환의 내밀 손을 탁 쳐내고) 살아보면 알겠지만, 내가 그렇게 반가운 존재만은 아 닐거다.
은환 (당황하다가) 나두 말 까가, 그럼? 친해지게.....우리 동갑 맞지?
세라 싸가지 없는 기집애...내가 생일 너보다 두달 빨러. 어디서 맞먹을라구 들어?
은환 (울화가 치밀지만) 언니! 그럼 언니라구 부르께, 앞으루.
세라 .....난 앞으루 침대에서 잘거니까, 넌 바닥에서 자.
은환 (못마땅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그래.
세라 그리구, 장유...장유...(유서라는 말이 생각 안난다)
은환 유서? 장유 유서?
세라 누가 몰라, 기집애야?....니가 우리 엄마 밑에서 따뜻한 쌀밥 먹구 클 때, 난 남의 집 부엌에서 식은밥 훔쳐먹구 컸어!...앞으론 뭐든 내가 먼저 할거야.
은환 .....그래.
세라 좋은 옷두 내가 먼저 입구, 좋은 음식두 내가 먼저 먹구, 결혼두 내가 먼저 할거야.
은환 .....그래.
세라 좋은 건 내가 다 가질거야!!
은환 ....그래.
세라 약속했다? 나중에 딴 말만 해봐, 너!!
은환 (울화를 꾹 삼키며) 나, 잠깐만 나갔다 올게....(웃어주며 나간다)
세라 (침대에 털석 앉으며) 상두두 내가 가질거야...너한테 안 뺏겨, 절대루.
46. #지환방
지환, 만화책 보고 있는데, 은환, 머리끝까지 열이 오른 표정으로 푸푸거리며 들어 온다.
지환 싸가지가 장난이 아니지?.....지금이라두 청심환 하나 먹어.
은환 지환아, 니 머리 좀 대줘봐.
지환 아, 싫어....그렇게 열 받으면 저 아줌마 머리칼을 확 그냥 뽑아버려.
은환 부탁이야, 한번만 대줘.
지환 아, 증말....그 라면 머리한텐 한마디두 못하구 왜 나한테 화풀이야?
은환 지환아아...
지환 (하는 수 없이 은환에게 머리를 대준다)
은환 (지환의 머리카락을 움켜잡더니 흔들어대기 시작한다) 으으으으....
.
47. # 보리 병실
보리와 만도, 잠들어 있다. 상두, 들어와서 만도와 보리의 이불을 덮어주고,
보리 머리위에 붙은 가족 그림을 멍하니 본다.
F.O.
48. #민석병원 외경(아침)
49. #보리 병실
상두, 보리에게 밥을 먹이고 있다.
상두 시금치 미사일 장전! 발사! (하며 보리의 입에 숟가락 가져가는데)
보리 (입 꾹 다물고 고개 젓는) 안 먹어.
상두 왜? 미사일 발사한 건 어떡해, 그럼?
보리 (기운없다는 듯 눕는다)
상두 차 보리! 밥을 먹어야 빨리 병이 낫지!
보리 (눈을 감는다)
상두 (속이 상해서) 보리야, 한 숟갈만 더 먹자, 응?....우리 보리 좋아하는 계란 찜 미사 일 장전하까? 한 숟갈만....딱 한숟갈만 더 먹자.
보리 .....(꿈쩍도 않는)
만도 (간이 침대에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나며) 냅둬...저두 힘들구 지치니까 입맛이 떨어 져서 그래.
상두 그렇다구 앨 굶겨?....공주님! 제가 이렇게 비께요! 한 숟갈만 드셔 주세요, 네?
만도 눈물겹다, 눈물겨워....세라랑 언제 결혼할거냐, 근데?
상두 세라랑 결혼을 왜 해, 내가?
만도 그래, 너 세라랑 결혼하지 마, 애지간하면....망할 기집애, 정지된 카들 주구 지랄이 야!
상두 (무슨 소린가? 영문 모르고 보는)
50. #심란 족발집
세라, 심란의 얼굴에 화장해 주고 있다.
세라 아, 얼굴 좀 똑바루 대 봐, 아줌마!!
심란 이렇게 분칠해서 어딜 데꾸 갈려구, 이년아!
세라 (여전히 퉁퉁거리며) 보리 아빠, 안 보구 싶어?
심란 (그 말에 금방 미소 돌며) 보구...싶지.
세라 어차피 자식까지 낳구 부부나 마찬가진데, 혼인신고라두 먼저 하자구 떼쓰구 드러 누워 버려, 그냥!
심란 알았어...그거는 자신 있다...내 오늘 당장 보리 애비란 놈 멱살 잡고 동사무소 끌구 갈거야!
세라 아줌마가 잘해야 돼! 앞으로 내 인생은 아줌마한테 달렸어!!
심란 걱정 말라니까! 내가 다른 건 다 참아두 내 딸 미혼모 만드는 놈은 지옥 끝까지라 두 찾아가서 요절을 낼거야, 내가!
세라 ....요절이 아니구, 동사무소! 혼인 신고!!....우리 보리 아빠 다치게만 해봐.
심란 알았어....허이구, 지 서방이라구 감싸구 돌기는...
세라 ...얼굴 좀 바루 대봐, 아줌마.
51. #백화점
은환, 백화점을 돌아보며 보리 옷과 장난감을 고르고 있다.
보리가 나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문득 걱정이 된다...이때, 은환의 시선에 우비 소 녀 인형(또는 우비 소녀 모형의 다른 팬시 제품) 이 눈에 띈다.
52. # 병원 현관
택시 와서 멎고, 우비 소녀 복장을 한 은환(분장도 하고), 택시에서 선물 들고 내 린다.
아이들, 지나가다가 우와하며 손짓을 하고, 은환, 부끄럽다는 듯 웃으며 급하게 안 으로 들어간다.
잠시후, 심란의 족발집 차, 와서 멎는다. 심란과 세라가 타고 있다.
53. #보리 병실
보리, 눈이 동그래져서 신기한 표정으로 우비 소녀로 변장한 은환을 보고 있다.
희진과 친구들도 신기한 듯 은환을 보고.
은환 (억양을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내어) 우리 보리가 밥두 잘먹고 착한 어린이라 그래 서 언니가 선물을 주러 왔지요. 나 이뻐!
보리 (고개 끄덕이는)
희진 (이르는) 보리 오늘 밥 안 먹었는데....저기, 그대루 있는데....(식판 있는 곳 가리킨 다)
은환 어? 보리 밥 안 먹었어?...저런, 그럼 언니가 선물을 못 주는데...큰일 났네.
보리 (희진을 흘겨보고) 밥 먹을 거예요.
은환 정말? 밥 먹을거야?
보리 (고개 끄덕이는)
은환, 보리에게 식판의 밥을 먹이고 있다. 보리, 넙죽넙죽 받아 잘 먹는다.
은환, 보리가 밥을 먹을때마다 사랑해! 하며 재미있는 표정 보여주고.
보리, 재밌다는 듯 웃는다.
이때, 복도에서 그런 은환을 사랑스럽게 미소 지으며 지켜보고 있는 상두의 모습, 보인다.
54. # 병원 휴게실
심란, 만도의 멱살을 잡고 흔들고 있다.
심란 이 놈아, 뭐야? 뭐가 어쩌구 어째?!!
만도 우리 상두한텐 세라 말구 다른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구요, 언니!
세라 (만도를 배신감으로 보는) 삼촌!
심란 다른 사랑하는 여자? 남의 귀한 딸 신센 저렇게 망쳐 놓구, 다른 사랑하는 여자가 있어?
만도 엄밀히 말하면 지 신세 지가 망친거지, 우리 상두가 뭐 애를 낳으랬나 어쩌랬나.... 보리 때문에 인생 말아먹은 거 따지자면 우리 상두가 더했음 더했지 덜하진 않아, 언니!!
심란 이 놈이 어디 벌어진 입이라구!! 너 같은 놈들때매 세상에 피 눈물 흘리구 사는 미 혼모가 생기구, 사생아가 생기는 거야, 이눔아!!
만도 그래, 내가 죽일 놈이다! 내가 죽일 놈이니까 날 죽이든 살리든 언니 맘대루하구, 우리 상둔 건드리지 마!
세라 (훌쩍이며 울기 시작한다) 정말 너무 하세요, 삼촌!! 어떻게 저한테 이러실 수가 있 어요!!
만도 너나 그러지 마, 임마! 내가 얼마나 물로 보였으면 정지된 카들 주냐? 늙은이 갖구 노냐?!!
세라 (울다가 당황하며) 정지된 카든 줄 몰랐어요.
심란 너 이눔! 우리 팔란이한테 카드까지 갈취하냐?
만도 그래, 난 어차피 죽일 놈이니까 분풀이 하구 싶음 나한테 다하구, 우리 상두 그 불 쌍한 자식은 지 좋아하는 여자 만나서 제대로 된 인생 좀 살아보게 냅둬, 제발! 냅둬, 엉!!
심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보는)
세라 (이를 가는)
55. #병원 정원
은환(우비는 입고), 담요에 싼 보리를 안아 재우고 있다. 상두, 벤치 끝에 앉아 그 런 은환을 미소로 본다.
은환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면....곧 친해질 수 있겠지, 우리?
상두 보리 이리줘, 무겁겠다.
은환 아냐, 내가 더 안구 있을래....보리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어?
상두 .....(대답 못한다)
은환 곤란한 질문 했구나, 내가.
상두 보리 이리 줘. 무거워....(보리를 받아 안으며) 보리 엄마, 얘기 해줘?
은환 아냐, 안 들을래. (상두를 미안하게 보다가) 참, 나 너한테 재밌는 얘기 해 줄 거 있 는데....우리 엄마가 이번에 딸을 찾았거든. 그래서 나한테 언니가 한 사람 생겼는 데....그게 누군지 알어?
상두 누군데?
은환 너두 아는 사람....접때 보리 돌봐주셨던 니네 옆집....(하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벌떡 일어서며) 언니!
상두 (고개 돌려 본다)
저 앞으로 세라, 서슬퍼런 눈빛으로 걸어오고 있다.
상두 (서늘하게 보는)
세라 보리. 이리 줘.
상두 내가 데리고 있으께.
은환 언니!.....내가 말한 우리 언니가 이 분이야, 상두야! 세상, 되게 좁지?
상두 (놀라고 당황해서 은환과 세라를 번갈아 보는)
세라 보리, 이리 달라구!!
보리 (세라의 격앙된 목소리에 흠칫 눈을 뜬다....세라를 보고) 엄마!
은환 (엄마?....내가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하며 상두를 보는데)
상두 (이미 넋나간 사람처럼 멍해 있다)
세라 (멍해 있는 상두에게서 보리를 받아 안는다) 보리야! 인사해! 엄마 동생! 우리 보리 이모야, 인사해!
은환 (어이가 없다.....믿을 수가 없다.....)
은환, 멍한 표정으로 상두를 본다. 상두, 역시 허탈한 표정으로 은환을 본다.
세라, 두 사람을 비웃듯이 보다가 보리를 안고 돌아서서 간다.
은환 .......
상두 .......
그렇게 넋나간 사람처럼 허탈하게 멍하게 서로를 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ENDING
은환, 반가움에 환한 표정으로 계단을 뛰어내려 온다. 순애, 덩달아서 뒤따라 뛰어 내려 오다가 다리를 접지르며 주저앉고 만다.
2. #복도
계단을 내려와 복도에 선 은환, 저편 복도에서 은환쪽으로 걸어오고 있는 상두를 활짝 웃으며 본다.
상두도 은환을 향해 연한 미소를 띠며 걸어온다. (한손에 쥬스 박스 들고)
은환 잘 왔어. 잘 왔어, 상두야....
상두 (여전히 미소는 띤 채 은환 앞으로 와 섰다가 꾸벅 고개 숙이고, 은환을 스쳐 교 장실쪽으로 간다)
은환 (당황하는) 상두야....
3. #교장실
교장, 결제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데, 노크소리 들린다.
교장 들어오시래요.
상두 (안으로 들어서며 꾸벅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교장 선생님.
교장 아니 이게 누구래? 차군 아니래?
상두 (쥬스 박스 내밀며)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교장 (반가와 웃으며) 오늘부터 학교에 나오는 거래?
상두 (대뜸) 할아버지!
교장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보는)
상두 앞으로는 제가 제 할아버지처럼 모시께요....가끔 놀러와서 술두 받아 드리구, 짝짜 꿍도 해드리구, 부부싸움 하시면 여자들의 심리에 대해서 상담도 해드리께요.
교장 무슨...말이래, 그게?
상두 (호주머니에서 편지 봉투 꺼내서 내민다) 이거...
교장 (받아서 펴 보고 놀라서) 이게 뭐래? 자퇴서 아니래?
상두 ....아무래도 전 학교가 적성에 안 맞는 거 같애요.
교장 .....학교를 적성으로 다니나?...이봐, 차군...좀 더 신중하게 생각을 해 보구...(하는데)
상두 (큰절을 한다)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교장 선생님 덕에 그래두 저 평생에 원하나 풀었습니다.
교장 상두야!
상두 ....(웃으며) 죽기전엔 꼭 사람 되께요, 교장 선생님.
교장 하 참....(당혹스럽게 보는)
4. #교장실앞
은환, 기가 막힌 표정으로 서 있다.
잠시후, 상두, 문 열고 나오다가 은환과 시선을 부딪힌다.
은환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는데)
상두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선생님...선생님 은혜두 절대 잊지 않습니다. (꾸벅 인사하고 가는)
은환 (잡지도 못하고)
5. #복도
은환, 굳은 듯이 서서 걸어가는 상두의 뒷모습을 본다.
은환을 뒤로 하고 걸어가고 있는 상두....상두 앞으로 희서가 서 있는 것이 보인다.
희서 (표정이 굳어 상두를 보고)
상두 (희서와 시선 마주치자 빙긋 웃으며 희서앞으로 다가간다)....야, 희서! 안 본새 눈이 더 땡그래졌네?
희서 (굳어서 보는)
상두 어머닌 컴백홈 하셨냐?
희서 ....네.
상두 (고개 끄덕이고 귓속말) 그 킹카 제빈하군 떨어졌대?
희서 ....네.
상두 또 문제 생기면 언제든 오빠한테 문자 날려라? (희서의 교복 옷깃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어주고 씨익 웃고 가는데)
희서 오빠!
상두 (돌아보는)
희서 (꾸벅 고개 숙이고) 안녕히 가세요.
상두 (웃으며 고개 끄덕이고 돌아서서 간다)
그 뒤로 상두를 지켜보는 은환.
6. #학교 내리막길
상두, 애틋하게 학교를 보며 뒷걸음질하면서 내려가다가...잊자...다시 몸을 돌려 앞 을 보며 걸어 내려간다.
은환, 뛰어온다.
은환 상두야!!
상두 (뒤돌아보지 않는다)
은환 교문, 언제나 열어 놓을께!
상두 ......
은환 희서 짝꿍 자리두 비워두구 있을거야. 아무두 못 앉게 할거야, 내가.
상두 .....
은환 너 꼭 다시 학교로 돌아오게 만들거야!
상두 ......
은환 (결심하듯 혼잣말로) 나, 너 절대루 포기 안해.
상두 (무표정하고 담담한 표정으로 그대로 걸어내려 가는)
7. #심란 족발집안
심란, 배달 마치고 들어오다가 뭔가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세라, 커다란 트렁크 가방 두 개 놓고 다리 꼬고 앉아 껌을 씹고 있다.
심란 야....
세라 방셀 다섯달 칠 못 줬더니 우리 주인 아줌마가 쫓아내더라구?
심란 (당황하는)
세라 나 외상으루 방 하나만 줘, 아줌마.
심란 (당황했다) 연락이라두 좀 하구 오지, 이년아....우리 집에 남는 방이 있냐, 지금?
세라 나 지금 문전 박대 당하구 있는 거야?.....(벌떡 일어서서 트렁크 챙기며) 환영 못 받 을 줄 알았어, 그래....꺼져 주께, 알았어.....(나가려는데)
심란 (세라 잡으며) 나하구 같이 방 쓰자, 그럼....너만 안 불편하면 나랑 같이 쓰면 돼.
세라 아줌마랑 내가 왜 같이 방을 써? 뭐가 이쁘다구?
심란 너 증말....(야단 치려다가) 내가 그럼 요 근처에다 원룸이라두 하나 얻어주께.
세라 돈 자랑은 딴 데가서 하시구....아줌마 딸이랑 같이 쓰면 안되나?
심란 (당황) 우리....은환이랑?
세라 그래, 아줌마 딸 은환이랑 같이 방 쓰면 안돼?
심란 ......은환이한테....아직 니 얘기 못했어..
세라 백문이 불여 일견이란 말두 있잖아....직접 보면 되지, 무슨 말을 해?
심란 (당혹스러운)
8. #은환방
문 벌컥 열리고, 세라, 트렁크를 끌고 들어온다.
세라 이햐...방 좋다......
심란 (곤혹스런 표정으로 따라 들어오다가 세라 손 잡고) 일단 내 방에 있다가 은환이오 면 허락부터 받구...(하는데)
세라 (손 탁 쳐 내며 O.L.) 아줌마, 딸내미한테 그렇게 눈치보구 살어?
심란 아니, 눈치를 보는게 아니라....
세라 피 한방울 안 섞인 앨 지금까지 길러주구 입혀주구 공부시켜 준 게 어딘데....큰소릴 치구 살어도 모자랄 판에 왜 눈치를 보구 살어?
심란 너 집안에 말 이쁘게 하다가 돌아가신 귀신 있냐?
세라 그걸 왜 나한테 물어봐?...아줌마가 잘 알지. (침대로 와 털석 눕는다) 앞으로 난 여 기서 잘거니까, 아줌마 딸은 바닥에서 자라 그래.
심란 이 년이 정말 보자보자 하니까....
세라 (벌떡 일어나 앉아 심란을 노려보며) 난 20년 가까이 등 배겨가며 바닥에 누워서... 아니 눕지도 못하구 쪼그리고 잤어....20년 가까이 남의 자리 뺏어서 편히 살았으면 이제 양보할 줄도 알아야지.
심란 (어이가 없다) 뺏기는 누가 뭘 뺏었다구 그래?
세라 그러구 보니까 아줌마 딸 은환이한테 내가 뺏긴 게 한 두가지가 아니네....지금부터 하나씩 하나씩 다 찾아 와야지!
심란 팔란아!!
세라 (잠깐 생각하다가) 아줌마! 혹시 우리 보리 아빠 어떤 사람인지 안 궁금해? 언제 한번 소개 시켜주까?
9. #보리 병실
상두, 보리의 손톱을 깍아주고 있다. 보리의 안색은 여전히 창백하다.
상두 대머리 쿵쿵따!
보리 리?
상두 (입만 벌려 ‘이발소’ 가르쳐 주는)
보리 이발소 쿵쿵따!
상두 소? 소머리 쿵쿵따!
보리 리? (갸웃)
상두 (모션과 입만 벌려 ‘이쑤시게’ 가르쳐 주는)
보리 이쑤시게 쿵쿵따!
상두 게머리 쿵쿵따!
보리 또 리?
상두 인제 니 힘으루 해봐.
보리 (생각하다가) 몰라, 안 해.
상두 왜?
보리 아빤 맨날 대머리, 소머리, 게머리만 하구...안 해.
상두 졌으면 졌다구 깨끗이 승복을 해, 임마....치사하게.
보리 (삐죽)
상두 그럼 너 아빠한테 진거다? 인제 주사맞을 때 땡깡부리구 울기 없기다?
보리 (삐죽하다가...고개 끄덕이는)
상두 역시 우리 딸은 멋있는 걸이야....선생님이랑 간호사 언니 오시라 그런다, 그럼? ( 일어서는데)
보리 (상두를 잡으며) 공주님 핀 찔러줘.
상두 오호, 선생님 만난다구 또 꽃단장을 해보시겠다 이거지?....오케이!
상두, 보리 침대 한켠에 있는 앙징맞은 바구니를 가져온다. 갖가지 핀과 머리끈, 빗, 들어있다. 상두, 빗을 꺼내든다.
상두 (자기 머리에도 미용사 핀 하나 꽂고) 자! 그럼 지금으로부터 우리 딸내미 꽃단장 프로젝트를 실시하겠습니다!!
상두, 씨익 웃으며 빗으로 보리 머리를 빗겨준다.
보리, 좋아서 가만 있다.
이때, 보리의 머리를 빗기던 상두의 손에 보리의 머리칼이 한 웅큼 빠져 나온다.
당황하는 상두....보리의 머리를 손으로 쓸어 내리며 당겨본다.
다시 한 웅큼의 머리카락이 빠진다....충격 받는 상두.
보리 뭐해, 아빠?
상두 .......(보리의 머리를 빗기는 손길이 눈빛이 충격으로 떨리고 있다)
10. #은환반 교실
희서, 힘없이 엎드려 상두의 빈 책상을 바라보고 있다. 진진, 미영도 쓸쓸하게 상두 의 빈 책상을 보고 있다.
수창, 택구, 성길도 맥이 탁 풀린 표정으로 상두의 빈 책상을 보고 있다.
학급 전체의 분위기가 예전과는 다르게 가라앉아 있다.
이때, 은환, 씩씩한 표정으로 교실문 열고 들어선다...쳐저 있는 학생들의 얼굴을 어 리둥절하게 보다가 교탁으로 올라간다.
반장, 역시 멍해 있다가 일어나서 차렷, 경례!하고.
은환 왜들 이렇게 힘들이 없어?....오늘 종례는 특별한 건 없구, 정훈이가 오늘 학교에 안 왔지? 감기가 심한 모양인데, 같은 동네 사는 진진이랑 수창이랑 정훈이 집에 한번 들러봤음 좋겠다.
진창 (손을 든다) 선생님!
은환 어, 진창이 왜?
진창 왜 상두 형 얘긴 한마디두 안 하세요?
은환 (당황) 응?
진진 맞어요. 상두 오빠는 일주일 넘게 결석했는데, 정훈이 얘긴 하면서 상두 오빠 얘긴 왜 안해요?
미영 선생님 진짜 너무하세요. 왜 차별하세요?
희서 .....
은환 응...그게...상두 오빠는....
수창 학교 좀 나오라구 그러세요, 상두형!!
학생들, 상두를 미워했던 수창의 의외의 말에 돌아보고.
수창 그 형이 없으니까 학교 다닐 맛이 안 나요!
택구 맞어요! 교실이 이상하게 고무줄없는 빤스같구....암튼 되게 심심하구 이상해요.
성길 어딨는지 말씀만 해주시면 저희가 가서 들구 오께요.
은환 ...상두형....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학교에 나올거야.
학생들, “정말이예요?”“진짜예요?” 좋아하며 되묻고.
희서 (몸을 일으켜 은환을 본다)
은환 (희서와 잠깐 시선 마주쳤다가 학생들 보며) 정말이야...선생님이 상두 형 교실루 꼭 데리구 오께..
학생들, 환호하고, 희서, 서늘하게 은환을 본다.
은환 ......
11. # 교문앞 (노을녘)
은환, 학교를 마치고 퇴근하고 있다.
학생들, “낼 뵐께요, 선생님” 은환에게 인사하고 가고. 은환도 “그래, 낼 보자.” 화답 해준다.
은환, 문득 발걸음 멈추고 상두가 있을 곳을 생각해 본다.
은환 ....보리....차 보리......
은환, 서둘러 걸음을 옮긴다.
12. #병원 정원
상두, 책을 펴 놓고 보며 낑낑대며 뜨개질하고 있다. (펼쳐진 책장에 아이용 털모자 사진이 있다)
보리 모자를 뜨려고 하는데, 코 잡는 것부터 쉽지가 않다.
민석, 걸어오다가 상두를 발견하고 상두쪽으로 다가온다.
민석 뭐하냐?
상두 (돌아보지도 않고) 헷갈려, 말 시키지 마.
민석 (책을 넘겨다 보고) 보리 모자 뜨냐?
상두 (낑낑대며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민석 걱정이다. 머리가 빠질때마다 여자애들은 특히 충격을 많이 받던데...
상두 ......
민석 인줘 봐.
민석, 상두에게서 대바늘과 실, 채서 들며 익숙한 솜씨로 뜨개질을 한다.
상두 (놀랍다는 듯 보며) 우와, 너 이런 것도 할 줄 아냐?
민석 이 맘때쯤 되면 털모자 뜨는 엄마들이 많어, 소아 병동엔.....식당개 삼년이면 라면을 끓인다구. 어깨 너머로 봤지.
상두 (민석을 따뜻한 미소로 보다가) 옛쑤님!
민석 까불지 마....(책 보며) 헷갈려.
상두 멋진 자식.
민석 까불지 말랬다.
상두 뽀뽀 한번 해주까?
민석 변태 자식...(노려보다가) 내가 참 이러구 있을때가 아니지...(뜨개질하던 것 탁 놓고 일어선다)
상두 이러구 그냥 가면 어떡하냐?
민석 내가 지금 이런 거나 하구 있을 한가한 사람인지 아냐? (가려는데)
상두 좀 가르쳐 주구 가, 그럼....형!
민석 넌 내가 좋냐?
상두 응.
민석 난 니가 싫어.
상두 엉?
민석 솔직히 나, 너보구 나면 한 사흘은 밥맛이 없거든....앞으루 나한테 친한 척 하지 마.
상두 (삐죽거리며 상처 입은 불쌍한 표정으로 보는)
민석 그렇게 봐두 소용없어....난 너, 끔찍하게 이 갈리게 싫어.
상두 (계속 불쌍한 표정 짓고 있는데)
이때, 간호사, 뛰어오며.
여자1 큰일났어요, 보리아빠.....보리가...보리가....
상두 (당황하며 벌떡 일어나는) 왜요? 우리 보리가 왜요?
여자1 지 머리가 한 웅큼 빠진 거 보구 충격받아서 울구 있어요, 지금.
상두 (푸 한숨 뱉으며 마음 아픈 표정 짓다가 뜨개질 한 거 챙겨 들고 병실로 가려는데)
민석 (상두를 잡는다...무슨 말인가 하려는 표정)
상두 (보는)
13. #보리 병실
상두, 들어서면, 보리, 이불을 뒤집어 쓰고 엉엉 울고 있다. 머리맡 한쪽에 한웅큼 빠진 머리카락이 놓여 있다.
상두, 가슴 아픈 표정으로 보다가 다가간다.
상두 (장난스럽게) 딸!
보리 (엉엉 운다)
상두 차 보리!
보리 .....
상두 보리 차!
보리 ......(계속 엉엉)
상두 (암담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가.....잠시후 보리 옆에 다가가서 보리 귀에 대고 비밀 말하듯) 아빠가 아주 중요한 정볼 하나 입수했지롱!
보리 (계속 엉엉 소리내며 우는)
상두 우리 보리 의사 선생님, 강민석 선생님에 대한 얘긴데...진짜 중요한 얘긴데...
보리 (울음소리 약간 잦아 든다)
상두 보리는 별로 들을 생각이 없구나?....그럼, 희진이한테 말해줘야겠군.... (일어나는데)
보리 (이불을 살짝 내리고 울음끝이 남아 꺽꺽거리며) 무슨...얘긴데?
상두 강민석 선생님이 어떤 여자를 좋아하는지에 대한 얘기!
보리 (눈이 반짝 하며 이불을 내린다)
상두 (씨익 웃으며) 니가 궁금해 할 줄 알았지....그럼, 염탐을 한번 나가보실까요, 공 주님!
보리 (고개 끄덕이는)
14. #병원 휴게실
민석, 두 장의 사진을 양손에 들고 홀린 듯 바라보고 있다.
민석 아, 이렇게 아름다울수가....이렇게 이쁠 수가....사랑해요....사랑합니다....(양손에 든 사진에 키스 세례를 퍼붓는다)
한쪽에 앉아 있던 환자와 아이엄마, 미친 사람 보듯 보고.
이때, 보리, 상두에게 안겨 벽 한켠에 숨어서 민석을 보고 있다.
민석 제발...제발....저랑 결혼해주세요, 공주님.....부탁이예요, 저랑 결혼해 주세요. (가슴에 안는)
보리 (눈을 똥그랗게 뜨고 보는)
상두 (피식 웃으며 보는)
민석 (갑자기 배를 만지며) 잠깐 오줌 좀 누구 와서 다시 봐야지....(사진을 한쪽에 놓고) 잠깐 갔다 오께요, 공주님. (화장실쪽으로 간다)
상두, 민석이 사라지자 보리와 함께 민석이 있던 자리로 온다.
보리, 민석이 보고 있었던 사진을 본다.
삭발한 데미무어(G.I.Jane)와 강수연(아제아제 바라아제)의 사진이다.
상두 니네 선생님은 진짜 취향이 특이해, 응?
보리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상두 이 언니들은 머리도 안 감아두 되구, 편하긴 진짜 편하겠다.
보리 아빠!
상두 응?
보리 나두 머리 이렇게 해줘.
상두 응?
보리 나두 머리 이렇게 깍아줘어....이렇게 깍아줘어어...
상두 (잠깐 생각하다가 보리 보며) 리얼리?
한쪽 벽에 숨어서 보리를 애틋한 미소로 바라보는 민석, 상두와 시선을 마주친다.
상두 (민석을 향해 고마움을 담아 미소를 보낸다)
민석 (미소 짓던 표정이 재수없다는 듯 싹 굳어진다)
15. #병원 로비
민석, 쓴 웃음 지으며 털레털레 걸어온다.
이때, 현관 로비로 은환이 들어서고 있다.
정면으로 마주치는 은환과 민석.
은환 (당황하는) 민석씨....
민석 웬일이야, 여긴?
은환 (대답 못하는)
민석 나 보러 온 건 아닌 거 같구....차상두 만나러 왔어?
은환 .....응.
민석 아주 당당하구 씩씩해졌네?
은환 응.
민석 잔인하다.
은환 응.
민석 (더 이상 내 힘으로 해결할 문제는 아니다) 그래, 한번 가봐라.....가다가 길이 아니 면 돌아오면 되지 뭐. 기다리고 있으께.
은환 (고개 저으며) 그런 일 없을 거야. 기다리지 마.
민석 정말 잔인하구나, 채은환?
은환 ...응.
민석 (은환의 손을 잡는다)
은환 (흠칫 보는)
민석 데려다 주께...벼랑끝으로 떨어져 봐, 그래.
은환 ......
민석 내가 고맙게두 의사잖냐? 벼랑 끝으루 떨어져서 피 흘리구 상처 입으면 내가 치료 해주면 되지 뭐.
은환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는)
민석 가 보자....
은환 .....
16. #병원 정원
상두, 보리를 의자에 앉혀 놓고 머리를 깍이려고 준비하고 있다.
보리, 인형을 들고 신이 난 표정으로 앉아 있다.
보리 빨리 깍아줘. 아빠.
상두 어....(기계를 들이대다가 손을 멈춘다. 차마 못하겠다)
보리 아빠아...뭐해?
상두 어, 그래. 지금 해.
상두, 보리의 머리를 자른다....한 웅큼 잘려나가는 머리....마치 심장 한쪽이 잘려 나 가는 듯 아프다.
상두 보리야, 아빠가 머리 자를 동안 노래 부를래?
보리 응....(동요를 부른다)
상두 (보리가 부르는 노래를 따라부르며 보리의 머리를 잘라간다)
상두의 시선으로 보이는-보리의 머리를 자르고 있는 자신의 손....보리의 머리카락... 자꾸만 뿌옇게 흐려진다. 참으려 애를 쓰지만, 결국 상두, 울고 있다.
이때, 상두와 보리를 지켜보고 있는 흐려진 시선...은환이다.
은환, 한쪽에 숨듯이 서서 민석과 함께 지켜보고 있다. 은환도 눈물이 그렁하다.
민석 아픈 딸 치료비 마련할려구 그랬던 거 같애.
은환 .....
민석 아줌마들 등쳐먹는 제비족이 된 거!
은환 (흔들리는 눈빛으로 민석을 보는)
민석 불쌍한 놈이야, 저 자식두.
은환 민석씨...
민석 이런 말 해주면 내가 손핸가, 참?....판단이 안 서네.
은환 ......
민석 나두 제 정신이 아닌가 부다....미친 니들 상대할려다 보니까 나두 똑같이 미쳤나봐.
은환 ......(민석이 한없이 고맙다)
민석 벼랑끝까지 한번 가봐....구급 상자 들고 그 밑에서 기다리고 있을께. (돌아서서 가 는데)
은환 ....고마워, 민석씨.
민석 고마워? (쓰게 웃고) 끝까지 잔인하구나? (쓰게 웃고 간다)
은환 .....
은환, 가는 민석을 보다가 보리의 머리를 깍고 있는 상두에게 다시 시선을 돌린다.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보리의 머리를 자르고 있는 상두.
은환, 차마 볼 수가 없어 고개를 돌려 버린다.
17. #보리 병실
머리를 자른 보리, 거울속의 자신을 낯선 듯 들여다 보고 있다.
상두 (가슴 아픈 거 누르고) 어때? 맘에 들어?
보리 (천진난만하게 고개 끄덕인다) 우리 선생님이 보리도 이쁘다 그러겠지?
상두 그럼...선생님이 차 보리씨! 우리 결혼합시다! 그럼 너 뭐라 그럴래?
보리 (부끄럽다는 듯 이불로 얼굴을 가린다.)
이때, 복도 유리창으로 와서 서는 은환....복도에서 상두와 보리를 지켜보고 있다.
상두 (마음이 아프다) 감기 들지 모르니까 선생님 안 보실땐 이거하구 있자. (두건을 보 리의 머리에 둘러준다) 아빠 약속이 있어서 지금 나가야 되거든...할아버지 곧 오실 거야.
보리 (고개 끄덕인다)
상두, 안스럽게 보다가 “아빠 빨리 갔다 오께” 하며 보리의 이마에 입 맞추고 일어 나는데 은환과 시선을 마주친다.
상두 (당황하다가 이내 감정의 평정을 찾고, 담담하게 본다)
은환 (안스럽게 보는)
18. #병실 복도
상두 나오면, 은환, 애틋하게 상두를 본다. 상두, 한손에 양복을 들었다.
상두 (할 말을 못 찾다가...담담하게) ....우리 딸 이쁘지?
은환 (애써 웃으며) 그래, 이쁘다. 아빠랑 되게 많이 닮은 거 같애.
상두 그럼. 내 딸이니까 당근 날 닮아야지.
은환 .....니 딸인 줄 알았으면 미리 좀 잘 보여놓을 걸 그랬네.
상두 (피식 웃고)....나 지금 약속이 있어 나가봐야 되거든.
은환 ...어디 가는데?
상두 있어.
은환 (상두 손에 들린 양복을 보고) 아줌마들 만나러 가?
상두 (피식 웃고 간다)
은환 상두야!!
19. #남자 화장실안
상두, 와이셔츠 갈아 입으며 넥타이 맨다....거울속에 비친 표정, 서늘하다.
20. #남자 화장실앞
상두, 양복으로 갈아 입고 나오는데, 은환이 바로 앞에 서 있다.
상두 나 따라 다녀, 지금?
은환 학교가자, 상두야.
상두 저 자퇴서 냈는데요, 선생님.
은환 받은 적 없으시대, 교장 선생님....너 다시 데리구 오라 그러셨어.
상두 (답답한 표정으로 보는데)
이때, 상두의 핸드폰 울린다.
상두 (발신자 확인하고 받으며) 어, 나야...
은환 .......
상두 그래, 나 지금 가고 있어...(발걸음 돌려서 가며) 차가 많이 밀리네....그래, 조금만 기 다려. 미안해. (그대로 현관쪽으로 걸어가는)
은환 (또 제비짓을 하러 나가는구나....숨이 턱 막혀 온다....안타깝게 상두를 보다가 뒤 따라 간다)
21. #로비
상두, 핸드폰하며 걸어가고 있고, 은환, 간격을 두고 상두의 뒤를 쫓아가고 있다.
이때, 저편에서 핫바 하나씩 입에 물고 오던 만도와 세라, 상두와 은환을 발견한다.
(상두와 은환은 만도와 세라를 보지 못한)
만도 아니, 저 샘이 저...(세라의 눈치를 보는)
세라 (눈에 불꽃이 튄다...화풀이하듯 핫바를 우걱우걱 뜯어먹는)
22. #현관앞/택시안
상두, 서 있는 택시에 오르려고 차문을 연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은환이 뒤따라와 간격을 두고 서 있다.
상두, 은환을 갑갑한 표정으로 보다가 차문을 열고 차에 오른다.
상두가 탄 택시 출발해 가고, 은환, 먹먹하게 보고 있다가 얼른 다른 택시를 잡는 다.
은환 택시!
은환, 택시에 오른다.
은환 아저씨! 저기 앞에 가는 택시 좀 쫓아가 주세요!
23. #일각
세라, 만도와 뛰어와서 본다. 은환이 탄 택시, 떠나고 있다.
만도 야, 정말 집요하다, 저 샘....완전히 슈퍼 찐드기네. 슈퍼 찐드기.
세라 (싸늘하게 비웃는) 그래, 잘해봐....니들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지 자알해봐, 한번.
만도 정말 잘해봐두 되냐?....저 샘이랑 상두 잘해봐두 너 암말 안할래?...(핸드폰으로 전 화라도 할 듯) 상두한테 얘기 해 줘야지.
세라 삼촌!!
만도 저 샘하구 상두, 정말 서로 사랑하는 사이 같던데...너만 물러나주면 노마크 단독 드리블 만사 오케인데. 세라야.
세라 (만도를 노려보며 버럭) 삼초온!!
만도 (귀를 막으며) 입장을 바꿔 생각해봐, 너두....너 같으면 저 샘같이 똑똑하고 훌륭한 가문의 자제를 조카 며느리로 보고 싶겠냐? 너 같이 칠렐레 팔렐레 무식이 통통 튀 는 싸가질 조카 며느리로 삼구 싶겠냐?
세라 증말 치사하게 이렇게 배신 때리시기에요?....내 놔요, 그동안 제가 드린 용돈 다 내 놓구요, 제가 싸다 드린 음식들 다 뱉어내세요!
만도 줬다 도루 뺏으면 똥구멍에 뭐 난다구 그렇게 말을 해두 얘가.
세라 보리는요? 우리 보리는 어떡하구요, 그럼?!!
만도 보리?....아, 보리가 있었구나.
세라 (밉게 보는) 상두 조강지처는 저예요! 보리 엄마는 저라구요! 엇다가 누굴 갖다 대 요!!....(휙 돌아서서 가는)
만도 아, 차상두! 운도 없는 자식....보리 기집애, 애물단지라구 그렇게 도로 갖다 주라
구 노랠불러두 기어이 껴안구 기르더니....꼬시다, 쨔샤! 어른 말 안 듣더니!!
24. #레스트랑앞
택시에서 내린 상두, 들고 있던 웃옷을 껴입으며 레스트랑을 향해 유유히 걸어 들 어간다.
잠시후, 와서 멎는 다른 택시...은환, 내린다.
은환, 상두가 들어간 레스트랑을 본다.
25. #레스트랑안/프론트앞
상두, 작업녀(30대 중반, 부유한 인상) 여자에게 미소 지으며 다가간다.
상두 미안해. 많이 기다렸지, 자기야?
작업녀 맨날 뭐가 그렇게 바뻐, 자기는?
상두 그러게. 내가 좀 많이 바쁘네....
이때, 종업원와서 물 따라 주며 주문 받으려 한다.
상두 전 금방 가봐야 돼서요, 죄송합니다. (종업원 인사하고 가고)
작업녀 (불만) 또 어딜 가는데?
상두 인천 앞바다에 좀 들어가봐야 해....물만 마시구 일어설거야...(물을 마시는)
작업녀 인천 앞바다에 왜 들어가?
상두 시계 찾으러.
작업녀 시계?
상두 접때 자기가 내 생일 선물로 사준 금딱지 시계....인천 앞바다에 빠뜨렸다 그랬잖아.
....그 시계가 없으니까 자기에 대한 애정도 약해지는 것 같구....우리가 곧 헤어지게 되겠구나 암시같기두 하구....불안해서 안되겠어.
작업녀 그깟 시계 하나 갖구...자기 너무 신경과민 아냐?
상두 그깟 시계가 아니라니까, 나한텐!
작업녀 ...내가 시계 다시 사주께, 그럼!
상두 시계가 그게 돈이 얼만데....차 한 대 값인데....내가 혹시 앞으로 자기한테 연락 못하 면 시계 찾다가 인천 앞바다에 빠져 죽었구나....그렇게 생각해.
이때, 레스트랑 내에 안내 방송이 들린다.
여직원(E) 손님 여러분중에 제비족 계시면 프론트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상두 (흠칫해서 프론트 쪽으로 고개 돌려 본다)
프론트앞에 은환 서 있고, 방송하는 여직원, 자기가 말하면서도 고개 갸웃한다.
상두 (기가 막히고)
은환 (상두와 시선을 마주치고 씨익 웃는다)
상두 (당황하며 다시 고개 돌려 작업녀를 본다)
작업녀 그러지 말구, 자기야....내가 똑 같은 걸로 사주께...모래 사장에서 바늘 찾기지, 그걸 어떻게 찾어?
상두 (한쪽 신경엔 계속 은환이 걸리지만 애써 태연하게...될대로 되라...대담해졌다) 사실 헌 시계보다는 또 새 시곌 받으면 자기한테 프레쉬하고 신선한 애정이 새록새록 솟 아날 거 같기두 하구....그러긴 그러네.
카운터앞에 서 있던 은환. 꿈쩍도 않고 계속 작업을 하는 상두를 어이없다는 듯 보 다가 여직원에게 다시 무슨 말인가 한다.
작업녀 (환해져서) 그래애?....당장 사러 나가까?
상두 자기 아직 내 스타일 모르는구나....폼생 폼사!! 난 여자가 돈 내는데 절대 쫄쫄 안 따라가. 돈을 받아서 내가 직접 고르는 스타일이지.
이때, 다시 안내 방송 들린다.
여직원(E) 다시 한번 알려 드립니다. 손님 여러분 중에 제비족 계시면 빨리 프론트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상두 (돌아보지 않고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을 마신다)
은환 (꿈쩍도 않는 상두의 뒷모습을 안타깝게 보는)
작업녀 (재밌다는 듯 웃으며) 참, 살다살다 별 희안한 방송을 다 들어보겠네.
상두 (도저히 안되겠다. 작업녀에게 느끼한 미소 지으며) 자기한테 좋은 선물두 받았는 데....우리 한번 땡기러 가까?
26. #프론트앞
은환,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는데, 상두, 작업녀와 팔짱을 끼고 프론트앞으로 온다.
상두, 은환을 못 본척하고, 카드로 계산을 한다.
은환 (안타까운 표정으로 보는)
상두 (애써 은환을 외면한다)
27. #레스트랑앞
고급 외제차 서 있다. 상두, 조수석 문을 열어 작업녀를 태우고, 자기도 운전석으로 오른다.
은환, 레스트랑에서 나와 그런 상두를 허탈한 표정으로 본다.
운전석의 상두, 백밀러 통해 자신을 원망하듯 보는 은환의 눈빛을 보지만, 애써 외 면하며 차를 출발시켜 간다.
은환, 떠나는 차를 보다가 이를 앙 물고 다시 택시를 잡는다.
28. #보리 병실
세라, 삭발을 한 채 잠들어 있는 보리를 보고 눈물이 그렁해 있다.
세라 보리야......너 자꾸 이렇게 아픔 안돼....너 잘못되면 엄마두 죽어.....니가 없으면 엄마 두 끝장이야....
세라, 보리의 머리에 다시 두건을 씌워주다가...다시 흐느껴 운다.
만도는 간이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다.
민석, 병실안으로 들어서며 그런 세라를 착잡하게 보다가.
민석 세라씨!
세라 (돌아보는)
민석 드릴 말씀이 있는데....
29. #병원 정원
세라와 민석, 벤치에 앉아 있다.
세라 골수 검사요?
민석 네....현재로선 보리 병을 치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골수 이식이예요.
세라 (고개 끄덕이는) 하께요....제가 이식해 주께요.
민석 보리 아빠랑 할아버지한테두 일단 혈액 채취는 했는데....사실 백혈구형이 일치할 확 률은 형제가 제일 높지, 부몬 희박해요....그래두 만에 하나 기적이 일어날 수도 있 으니까.
세라 그럼 어떡해요? 어떡하면 돼요?
민석 일단 제가 여러 루트로 알아보구 있으니까....한번 기다려 보죠....(꾸벅 인사하고 가 는데)
세라 (문득 생각하다가) 저기요, 선생님!
민석 (보는)
세라 보리 아빠한테두.....혈액을 채취했다구....그러셨나요, 방금?
민석 네.
세라 (안색이 창백해진다)....결과는 언제 나와요?
민석 글쎄....한 일주일쯤 걸릴거 같은데요.
세라 (멍해서) 일주일....요? (숨이 턱 막히는 것 같다)
민석 왜 그래요? 안색이 안 좋아요, 세라씨.
세라 아...아니예요....(일어서서 휘청휘청 간다)
30. #보리 병실
세라, 보리 병실로 와 서며 잠들어 있는 보리를 멍하게 본다.
여자(E) 야! 이 기집애, 경찰서에 고발해!
31. #갈비집(동네 뒷골목, 소규모의)-8년전
어려보이는 생머리의 세라(남루한 옷차림), 부락부락한 인상의 여주인에게 멱살 잡 힌 채 싹싹 빌고 있다.
세라 잘못했어요....제가 꼭 갚으께요....돈 가져와서 제가 꼭 갚으께요.
여주인 (우락부락한 인상) 돈 한푼 없는 년이 갈비를 삼 인분이나 표정 하나 안 변하구 처 먹어?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 년이 뭐 이런 게 다 있어?!!
세라 배가 고파서 그랬어요...너무 배가 고파서.....
여주인 시끄러 기집애야!! 어서 경찰서 가자! 경찰 서 가!!
상두(E) 아, 진짜! 시끄러워서 밥을 먹을 수가 없잖아!!
세라, 소리나는 쪽을 보면, 상두(불량끼가 주르르 흐르는), 밥 먹다가 숟가락을 소리 가 나게 탁 놓고 벌떡 일어선다.
상두 그 기집애가 먹은 갈비값이 얼만데, 대체?...(주머니에서 만원짜리 세 개와 천원짜리
서너개 뭉텅이, 백원짜리 십원짜리까지 탈탈 털어 테이블에 놓으며) 이거면 되나?
세라 (흔들리는 눈빛으로 상두를 보는)
상두 (세라와 아줌마에게 눈 부릅떠 보이며) 한번만 더 밥 먹는데 방해해봐, 확 그냥... (물을 마시고 꿀렁꿀렁하며 불량스런 폼으로 슬리퍼 질질 끌며 나간다)
세라 (눈물이 그렁해서 보는)
32. #보리 병실(현재)
세라, 보리를 흔들어 깨운다 .
세라 보리야...일어나 봐....엄마가 할 얘기가 있어, 일어나 봐......
보리 (그대로 잠들어 있고)
만도 (눈을 부시시 뜨고 세라를 보는)
세라 보리야, 좀 일어나봐...엄마가 할 얘기가 있단 말야....
상두(E) 교가 부르는....(남해 학교의)
33. #공원벤치-8년전(밤)
술에 취한 상두, 한손엔 소주병 들고 벤치에 누워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교가를 부 르고 있다.
벤치 아래엔 빈 소주병이 8병 정도 놓여 있다.
그런 상두를 한쪽에 서서 지켜보는 세라.
교가를 불러대던 상두의 손에서 쥐고 있던 술병이 툭 떨어진다...상두, 잠이 들었다.
34. #모텔방-8년전
세라, 술 취한 상두를 부축해 들어와서 침대에 눕힌다.
상두의 겉옷을 벗겨주고, 런닝만 입혀 놓는다.
아무것도 모르고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상두.
세라, 그런 상두를 애틋한 표정으로 보다가 블라우스 단추를 푼다.
슬립 차림의 세라, 상두옆으로 와서 눕는데.
상두 (잠꼬대하는) 은환아....은환아....
세라 (벌떡 일어나 앉으며 상두를 본다)
상두 은환아....은환아....
세라 (김이 샌 표정...허탈하게 피식 웃는)
35. #보리 병실
세라, 눈물이 그렁해서 보리를 계속 흔들어 대고 있다.
세라 일어나봐, 보리야....일어나 봐, 좀....응?
보리 (힘겹게 눈을 뜬다)
만도 주사 맞구 잠든 앨 왜 자꾸 깨워?
세라 보리야, 엄마야! 엄마!
보리 엄마...
세라 보리야, 너 아빠오시면 엄마랑 빨리 결혼해서 우리 세 식구 오손 도손 행복하게 잘 살자구.....우리 보리 소원이라구 내일이라두 당장 결혼하라 그래, 알았지?
보리 (고개 끄덕이는)
만도 야, 너 진짜 치사하다....가만 보면 상두랑 나랑 보리랑 우리 넷 중에 니가 제일 치 사한 거 같애.
세라 아빠한테 엄마랑 당장 결혼 안하면 죽어버리겠다구 그래!!
보리 (겁 먹은 표정으로 보는)
만도 와! 이건 완전히 공갈 협박 아동 학대에다가....
세라 (벌떡 일어나서 만도앞으로 오더니 지갑에서 카드 하나 빼서 만도에게 준다)
만도 야!
세라 요즘 용돈 궁하시죠? 삼촌 쓰시구 싶은대루 쓰세요.
만도 (황당한 표정으로...그러다 이내 헤벌쭉해져서 카드를 본다)
세라 저, 이거보다 더한 것도 삼촌한테 드릴 수 있어요....(눈물이 그렁해서 절실하게) 정 말 잘 모실께요....좋은 조카 며느리 될께요, 삼촌...
만도 뭘 그렇게 울기까지 하냐?.....나두 사실은 니가 만만하긴 만만하지....그 샘은 수준이 안 맞아서 내가 좀 부담스럽긴 하지, 솔직히.
세라 상두, 설득해 주세요....보릴 봐서라두 혼인 신고라두 당장 하라구 얘기 좀 해주세요, 삼촌!
만도 하긴 뭐 대세는 이미 굳어진 거 같은데.....근데 이건 이용한도가 얼마까지냐?
세라 (상두를 생각하며 다급하고, 불안하다.)
36. #무도장(이천원 내고 입장하는)
상두, 작업녀와 부루스를 추고 있다. 상두, 분위기에 맞춰 시(사실은 트로트 노래 가사)를 읊어주고 있고, 작업녀, 황홀해 있다.
상두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떠오르는 당신 모습, 비할 길 없는 내 마음....(하는데)
은환(E) 야! 제비들 다 나와!!
상두와 춤추던 사람들,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 돌려본다.
은환, 카드 다섯장과 만원짜리 열장쯤을 양손에 쥐고 무도장안으로 들어선다.
은환 나 되게 돈 많거든.....카드도 다섯장이나 되구, 현찰두 십만원이나 있다?....제비들! 나랑 놀자!!
상두 (기가 막힌)
사람들, “뭐야, 저거! 미친 여자 아냐?” 수근거리고.
은환 (춤추는 남자에게 가서 툭 건드리고) 아저씨! 제비지?....나랑 놀자, 나 이 아줌마 보 다 훨씬 젊구 이쁘잖아. 나랑 놀자!!
상두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는)
졸부녀 뭐야?....미친 여잔가봐...
은환 (그 옆에 다른 남자 건드리며) 아저씨가 그럼 나랑 놀래?....내가 잘해주께, 나랑 놀 자!!
상두 (보기가 힘들어....외면한다)
은환 (상두를 보다가 다가오며 상두를 툭 친다) 오빠! 젊은 오빠! 나 한번 꼬셔보지?.... 나 카드두 있구, 현찰두 있어....나 한번 꼬셔봐, 응?
상두 (너 대체 왜 이래?....돌 것 같은 표정으로 은환을 보는)
은환 원하는 거 내가 다 주께....이 아줌마보다 훨씬 잘해주께, 내가!....응?
졸부녀 야, 너 뭐야?...대체 뭐야, 너!! (은환을 떠민다)
은환 젊은 오빠, 나 좀 꼬셔봐, 응?!!
상두 (환장하겠다)
이때, 우락부락한 남자, 한 사람 와서 은환을 제지한다.
남자 이러시면 안됩니다...나가시죠! (은환을 끌어내려 하는데)
은환 놔요, 이거!
은환, 남자를 밀쳐내고 음향 시설이 있는 쪽으로 다가가더니 음악을 꺼버린다.
사람들, ‘뭐야?’ 웅성거리며 일제히 은환쪽을 보고.
상두도 서늘한 눈빛으로 은환을 본다.
은환 (마이크 꺼내 들더니 큰 소리로 외치는) 상두야! 학교 가자!!
상두 (흔들리는 눈빛)
사람들, “미친 여잔가봐....”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은환을 제지하려 했던 남자, 인상 쓰고 은환에게 다가간다.
은환 상두야! 학교 가자! 상두야! 학교 가자!!
상두 .....
남자 이 기집애가 미쳤나...이거 놔, 이거 못 놔.(오더니 은환에게서 마이크를 뺏으려 한 다)
은환 잠깐만요, 아저씨...(안 뺏기려고 하고)
남자, 은환을 우왁스럽게 밀어버린다. 은환, 그 바람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진 다.
은환이 넘어진 것을 본 상두, 인상이 굳어지더니 그대로 은환을 민 남자에게 달 려와 사정없이 주먹을 날려 버린다.
37. #일각 거리(밤)
상두, 양복을 한 손에 들고 신경질적으로 넥타이 풀며 걸어가고 있다.
그 뒤를 쫄래쫄래 따라오는 은환.
상두, 걸음을 멈춘다. 은환도 걸음을 멈춘다.
다시 걷기 시작하는 상두. 은환, 상두를 다시 뒤따라 간다.
상두, 갑자기 뛰기 시작한다. 은환, 상두를 뒤따라 똑같이 뛴다.
상두, 다시 뛰던 것을 멈추고 걷기 시작한다.
은환, 상두와 똑 같이 다시 걷는다.
38. #다른 거리 (한적한 골목)
상두, 걸어가고 있고, 은환,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그 뒤를 쫓아오고 있다.
상두, 멈춰선다.
은환도 멈춰 선다....상두와 은환의 거리 1M정도 떨어져 있다.
상두 (돌아서서 은환을 본다)
은환 ......
상두 (평소의 느물거리던 투로 얘기하는) 내가 잘못했다...잘못했어, 그래.
은환 .....
상두 첨부터 니 앞에 나타나는 게 아니었어. 학교에 가는 게 아니었어.
은환 ......
상두 (위악적인 미소) 까 먹구 있었지 뭐. 내가 얼마나 형편없는 놈인지.
은환 .......
상두 어떡하냐, 미안해서?
은환 (눈물이 그렁해 진다)
상두 똥 밟았다구 생각해...인생이 뭐 그런 거 아니냐? (발걸음 돌려서 가는데)
은환 (따라온다)
상두 따라 오지 마....(느물거리던 표정 굳어지며) 따라 오지 마!
은환 (따라온다)
상두 (걸음 멈추며 결국 버럭 소리 지르는) 보내 줄 때 가!!...어서 도망 가!!
은환 (계속 따라오는)
상두 너 자꾸 이러면 나 너 안 놔주는 수가 있어! 그래, 같이 똥구덩이 빠져 보자! 물 귀신처럼 물구 늘어지는 수가 있어! (하는데)
은환 (뛰어와서 상두의 등을 꼭 껴안으며 울음을 터뜨린다)
상두 ......
은환 (엉엉 우는)
상두 (내뱉듯이) 나, 너 죽일뻔도 했었어....그때 지하철에서 니 핸드폰들고 도망쳤던
거 나야.
은환 (계속 우는)
상두 널 속이구 있는 게 또 있을 수도 있어!....내가 얼마나 나쁜 놈인지 나도 답이
안나와.
은환 ......
상두 가, 어서! 내가...무섭지두 않냐?
은환 .......
상두 셋까지 셀 동안 도망 가라....타이밍 놓치면 정말 너 안 놔준다?
은환 ......
상두 하나!
은환 니가 어떤 사람이어두 상관없어!
상두 (눈물이 그렁해진다) 둘!
은환 니가 사람을 죽였대두 나 너 이해했을거야!!
상두 셋!
은환 사랑해, 상두야! 사랑해!!
죽을 힘을 다해 감정을 누르고 있던 상두, 결국 몸을 돌려 은환을 껴안아 버린다.
은환도 상두를 꼭 끌어 안으며 소리 내어 운다.
인적 없는 거리, 따뜻한 수은등 불빛이 두 사람을 오래도록 비추고 있다.
39. #공원
은환(상두의 양복 윗도리를 걸치고 있다)과 상두, 양초를 모닥불처럼 여러 개 밝혀 놓고, 마주 보고 앉아 웃고 있다.
각각 맥주캔 하나씩을 들었다.
은환 부모님은 어디 계시구, 왜 삼촌이랑 살어?
상두 ....맨날 부모님하구만 살면 재미없잖아.
은환 (어이없다는 듯 웃고) 니네 양부모님들 참 무서운 분들이셨는데.
상두 그래. 무서운 분들이시지.
은환 솔직히 말하면....니네 집 망했다는 소리 듣구....한편으론 참 다행이다, 그런 생각두 했었다, 나?
상두 (맥주 마시며 보는)
은환 이제야 너하구 내가 같아지는구나....더 이상 니가 바라보지도 못할 나무가 아니구 나....나 되게 못됐지?
상두 못됐네...(피식 웃으며 맥주를 마신다)
은환 왜 딸 이름을 보리라구 지었어?
상두 세상 모든 것중에서 제일 튼튼한 거 같애서.
은환 (이해가 안된다는 듯 보는)
상두 옛날에 남해 살때, 학교 갈려구 논을 지나가는데...그날이 막 눈보라두 치구 얼 음두 얼구 엄청 추운 날씨였거든.....근데, 뭔가 푸릇푸릇한 게 논 한가운데 솟아나 있는 거야. 야, 대체 어떤 자식이 저렇게 생명력이 질기냐? 그러구 가서 봤더니...보리더 라?
은환 (고개 끄덕이며) 맞어. 보리는 밟아두 안 죽구.....밟으면 밟을수록 더 튼튼해지구, 잘 크잖아.
상두 (웃으며) 우리 보리가 어릴때부터 엄청 약골이었거든....근데, 이름 값을 영 못하네, 짜식이.
은환 아빠 성읠 봐서라두 꼭 건강해 질거야.
상두 그래, 내가 무슨 짓을 해서든 우리 보린 꼭 건강하게 만들어 놓을거야.
은환 .....(무슨 짓을 해서든?...마음이 아프다)....춥다, 안 추워?
상두 추워.
은환 따뜻한 데 가자, 우리.
상두 집에 안 들어 가구?
은환 (고개 끄덕이는)
40. #거리 (모텔촌)
상두와 은환, 손을 꼭 잡고 걸어간다....주위에 현란한 모텔 네온 사인들이 눈에 따 갑게 들어온다.
상두, 수줍은 소년처럼 어쩔 줄 몰라하며 마른 침을 삼킨다.
은환, 그런 상두를 귀엽다는 듯 보며 상두의 손을 끌고 걸어오다가 한 모텔앞에 발 걸음을 멈춘다.
상두, 당황해서 은환을 보고.
은환 .....여기 들어 갈래?
상두 (눈이 동그래서 마른 침을 꼴깍 삼키는)
은환 ....(편안하게 웃으며) 난...괜찮아.
상두 (표정이 얼었다)
은환 ...정말이야...난 정말 괜찮아.
상두 .....
은환 가자. (상두의 손을 끄는데)
상두 (은환의 손을 잡아 당긴다)
은환 (보는)
상두 난 안 괜찮아.
은환 ......
상두 이러지 않아두 돼...니 맘...알어.
은환 상두야.
상두, 은환을 손을 끌고 다급하게 뛰다가 넘어질뻔 하기도 하며 모텔 촌을 빠져 나 온다.
은환, 상두를 보며 따뜻한 미소를 짓는다....상두의 마음을 안다.
41. #심란 족발집앞
세라, 불안하게 집 앞을 왔다 갔다하며 서성거리고 있다. (고급스러운 원피스 입었 다)
은환이 아직 들어오지 않아 예민해 있다.
지환, 오다가 세라를 흘끗 보고 가게안으로 들어간다.
42. #족발집 안
심란, 족발을 썰고 있다.
지환 엄마, 저 아줌마 입구 있는 거 우리 누나 원피스 아냐?
심란 아줌마가 뭐야, 누나한테?
지환 아까 보니까 허락두 안 받구 누나 구두도 막 신구 나가구, 누나 화장품두 막 바르 구 그러던데, 옐로 카들 좀 줘야 되는 거 아냐?
심란 이 눔이 정말...니 누나만 누나야? 자매 지간끼린데 뭐가 어때?!!
지환 (족발 집어 먹으며) 두 사람이 자맨가?....그렇구나! 아버지두 다르구 엄마두 다르지 만, 어쨋든 자매는 자매네.
심란 저 누나한테두 좀 곰살맞게 잘해줘, 이 눔아....너하구 저 누난 그래두 같은 엄마 뱃 속에서 난 자식인데....불쌍한 누나야, 저 누나두.
지환 나두 불쌍해서 잘 해주구 싶은데...너무 내 스타일이 아니네. 싸가지두 바가지구.
이때, 세라, 슬리퍼를 따각거리며 들어오더니.
세라 (다짜고짜) 아줌마! 딸내미한테 전화 한번 때려봐.
심란 엉?
세라 명색이 선생이라는 기집애가 시간이 몇신데 아직도 안 들어와? 핸드폰 한번 때려 봐, 어서!!
지환 저 봐, 저....말 뽄새 좀 보세요. 아우, 왕재수!
심란 (지환에게 눈치주다가 세라보며) 그렇잖아두 좀 전에 핸드폰을 했는데, 핸드폰이 꺼 져 있다 그러네?
세라 (더욱 초조해져) 아줌만 딸 자식 교육을 대체 어떻게 시키는 거야?! 말만한 기집애 가 늦게 온다면 온다구 집에다 전환 해야 될 거 아냐?
지환 엄마, 우리 빨리 대피하자. 근래 10년동안 멸종된 줄만 알았던 가공할만한 울트라 캡숑 슈퍼 싸가지가 나타났어.
심란 이 눔이 정말.. (한쪽에 있던 족발로 지환의 뒷통수를 때린다)
지환 아우, 씨...기분 나쁘게 족발 갖구 머리 좀 때리지 말라니까!!
세라 기집애...들어 오기만 해봐....(한쪽에 있던 족발 하나를 통째로 들고 나간다)
지환 우리 누날 저걸루 팰라구 그러나?...근데, 지가 우리 누나 엄마두 아니구, 왜 저렇게 지가 방방 뛰어, 저 아줌마!
심란 (다시 족발로 지환의 머리를 때리며) 이눔이 또 아줌마래, 또!!
지환 엄마한테두 아줌마라 그러잖아, 저 아줌마!
심란 (다시 족발로 때리며) 또 아줌마래, 또!!
43. #심란 족발집 앞
세라, 화를 삭이지 못해 어쩔 줄 몰라하며 은환이 오나 다시 목을 빼고 보다가 집 쪽으로 발걸음 돌려가다.
이때, 세라의 반대편에서 손을 잡고 나타나는 상두와 은환.
은환 겁쟁이.
상두 (피식 웃는)
은환 ...(걸음 멈추며) 다 왔어...저기 보이는 저 족발집이 우리 집이야.
상두 (보는)
은환 잠깐 들러서 족발 먹구 갈래? 우리 엄마 족발 되게 유명해.
상두 ....나중에.
은환 그래, 서두르지 말자....서두르지 말자.
상두 (피식 웃고) 어머닌 건강하시지?
은환 너보면 되게 반가워하실텐데....건망증인 심해서 기억을 못하실려나?
상두 가께, 너무 늦었다.
은환 ....학교, 안 나올래?
상두 ....(웃는)
은환 우리 이제 절대 헤어지지 말자.
상두 (웃는)
은환 사랑해, 상두야. (상두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상두 잘자....
은환 전화하께.
상두 (손을 들어주고 돌아서서 간다.)
은환 (상두의 가는 뒷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있다)
44. #족발집 안
심란, 옆에 앉아 계속 족발을 집어 먹는 지환을 손을 탁 쳐낸다.
은환, 안으로 들어선다.
지환 누나!!
은환 학교 다녀왔습니다.
심란 핸드폰도 꺼놓구 어딜 싸돌아 댕기다 오는 거야, 말만한 기집애가!
은환 그냥....일이 좀 있었어....(심란의 등을 감싸 안으며 머리를 기댄다) 엄마, 나 엄마한 테 만나게 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는데.....
심란 .....(은환 눈치 살피며) 나두! 나두 너한테 만나게 해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
은환 누구?
심란 저기....그러니까....너 내가 지환이한텐 돼지고기 먹여두 너한테는 꼭 소고기 먹인 거 알지?
은환 (피식) 알지.
지환 뭐야? 나의 성장 과정에 그런 비리가 있었어?
심란 ....내 속으로 난 자식이라구 절대 차별 안했다, 나!
은환 알지요...내가 다 알지....무슨 말을 하구 싶은데, 그렇게 서론이 길어?
심란 저기...그게...그러니까....
지환 아, 증말! 명 짧은 사람은 본론은 들어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시겠네.....울 엄마 공심 란 딸, 공팔란! 찾았어, 누나!!
은환 (환해지며) 정말이야? 잘됐다. 너무 잘됐다...(심란을 와락 안으며) 축하해, 엄마!!
그동안 어디서 살았대?....혼자 살구 있으면 우리랑 같이 살자 그러지!
심란 ...(반가와 해주는 은환에게 힘을 얻어 웃으며) 그렇찮아두 같이 살러 왔어.
은환 그래?....어딨는데, 지금?
지환 누나방!....근데, 청심환 하나 먹구 들어가야 될거야, 누나.
심란 (흘기는)
은환 (어리둥절)
45. #은환방
세라, 족발을 뜯어먹으며 방안을 서성거리고 있다.
세라 얘네들 혹시...사고라도 친건 아니겠지?....(한쪽 벽에 걸린 은환의 사진앞으로 다가 가) 우리 상두, 털끝이라두 건드려봐! 너 죽구, 나 죽어! 채 은환!!
이때, 노크 소리 들린다.
은환(E) 팔란씨! 저 이 집 딸 은환인데요, 들어가두 돼요?
세라 들어오든지, 말든지!
은환 (환한 표정으로 들어서다가 세라를 보고 깜짝 놀라는)
세라 웬수는 외나무 다리서 만난다더니...만날 사람은 이렇게 또 만나네.
은환 ....세라씨가.....우리 엄마 딸이었어요?
세라 내가 영영 안 나타줬음 좋았을텐데, 미안하게 됐다.
은환 (당황했던 표정 풀고) 그런 말이 어딨어요?....(악수하려 손을 내밀고) 잘 오셨어요, 반가와요.
세라 (은환의 내밀 손을 탁 쳐내고) 살아보면 알겠지만, 내가 그렇게 반가운 존재만은 아 닐거다.
은환 (당황하다가) 나두 말 까가, 그럼? 친해지게.....우리 동갑 맞지?
세라 싸가지 없는 기집애...내가 생일 너보다 두달 빨러. 어디서 맞먹을라구 들어?
은환 (울화가 치밀지만) 언니! 그럼 언니라구 부르께, 앞으루.
세라 .....난 앞으루 침대에서 잘거니까, 넌 바닥에서 자.
은환 (못마땅하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그래.
세라 그리구, 장유...장유...(유서라는 말이 생각 안난다)
은환 유서? 장유 유서?
세라 누가 몰라, 기집애야?....니가 우리 엄마 밑에서 따뜻한 쌀밥 먹구 클 때, 난 남의 집 부엌에서 식은밥 훔쳐먹구 컸어!...앞으론 뭐든 내가 먼저 할거야.
은환 .....그래.
세라 좋은 옷두 내가 먼저 입구, 좋은 음식두 내가 먼저 먹구, 결혼두 내가 먼저 할거야.
은환 .....그래.
세라 좋은 건 내가 다 가질거야!!
은환 ....그래.
세라 약속했다? 나중에 딴 말만 해봐, 너!!
은환 (울화를 꾹 삼키며) 나, 잠깐만 나갔다 올게....(웃어주며 나간다)
세라 (침대에 털석 앉으며) 상두두 내가 가질거야...너한테 안 뺏겨, 절대루.
46. #지환방
지환, 만화책 보고 있는데, 은환, 머리끝까지 열이 오른 표정으로 푸푸거리며 들어 온다.
지환 싸가지가 장난이 아니지?.....지금이라두 청심환 하나 먹어.
은환 지환아, 니 머리 좀 대줘봐.
지환 아, 싫어....그렇게 열 받으면 저 아줌마 머리칼을 확 그냥 뽑아버려.
은환 부탁이야, 한번만 대줘.
지환 아, 증말....그 라면 머리한텐 한마디두 못하구 왜 나한테 화풀이야?
은환 지환아아...
지환 (하는 수 없이 은환에게 머리를 대준다)
은환 (지환의 머리카락을 움켜잡더니 흔들어대기 시작한다) 으으으으....
.
47. # 보리 병실
보리와 만도, 잠들어 있다. 상두, 들어와서 만도와 보리의 이불을 덮어주고,
보리 머리위에 붙은 가족 그림을 멍하니 본다.
F.O.
48. #민석병원 외경(아침)
49. #보리 병실
상두, 보리에게 밥을 먹이고 있다.
상두 시금치 미사일 장전! 발사! (하며 보리의 입에 숟가락 가져가는데)
보리 (입 꾹 다물고 고개 젓는) 안 먹어.
상두 왜? 미사일 발사한 건 어떡해, 그럼?
보리 (기운없다는 듯 눕는다)
상두 차 보리! 밥을 먹어야 빨리 병이 낫지!
보리 (눈을 감는다)
상두 (속이 상해서) 보리야, 한 숟갈만 더 먹자, 응?....우리 보리 좋아하는 계란 찜 미사 일 장전하까? 한 숟갈만....딱 한숟갈만 더 먹자.
보리 .....(꿈쩍도 않는)
만도 (간이 침대에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나며) 냅둬...저두 힘들구 지치니까 입맛이 떨어 져서 그래.
상두 그렇다구 앨 굶겨?....공주님! 제가 이렇게 비께요! 한 숟갈만 드셔 주세요, 네?
만도 눈물겹다, 눈물겨워....세라랑 언제 결혼할거냐, 근데?
상두 세라랑 결혼을 왜 해, 내가?
만도 그래, 너 세라랑 결혼하지 마, 애지간하면....망할 기집애, 정지된 카들 주구 지랄이 야!
상두 (무슨 소린가? 영문 모르고 보는)
50. #심란 족발집
세라, 심란의 얼굴에 화장해 주고 있다.
세라 아, 얼굴 좀 똑바루 대 봐, 아줌마!!
심란 이렇게 분칠해서 어딜 데꾸 갈려구, 이년아!
세라 (여전히 퉁퉁거리며) 보리 아빠, 안 보구 싶어?
심란 (그 말에 금방 미소 돌며) 보구...싶지.
세라 어차피 자식까지 낳구 부부나 마찬가진데, 혼인신고라두 먼저 하자구 떼쓰구 드러 누워 버려, 그냥!
심란 알았어...그거는 자신 있다...내 오늘 당장 보리 애비란 놈 멱살 잡고 동사무소 끌구 갈거야!
세라 아줌마가 잘해야 돼! 앞으로 내 인생은 아줌마한테 달렸어!!
심란 걱정 말라니까! 내가 다른 건 다 참아두 내 딸 미혼모 만드는 놈은 지옥 끝까지라 두 찾아가서 요절을 낼거야, 내가!
세라 ....요절이 아니구, 동사무소! 혼인 신고!!....우리 보리 아빠 다치게만 해봐.
심란 알았어....허이구, 지 서방이라구 감싸구 돌기는...
세라 ...얼굴 좀 바루 대봐, 아줌마.
51. #백화점
은환, 백화점을 돌아보며 보리 옷과 장난감을 고르고 있다.
보리가 나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문득 걱정이 된다...이때, 은환의 시선에 우비 소 녀 인형(또는 우비 소녀 모형의 다른 팬시 제품) 이 눈에 띈다.
52. # 병원 현관
택시 와서 멎고, 우비 소녀 복장을 한 은환(분장도 하고), 택시에서 선물 들고 내 린다.
아이들, 지나가다가 우와하며 손짓을 하고, 은환, 부끄럽다는 듯 웃으며 급하게 안 으로 들어간다.
잠시후, 심란의 족발집 차, 와서 멎는다. 심란과 세라가 타고 있다.
53. #보리 병실
보리, 눈이 동그래져서 신기한 표정으로 우비 소녀로 변장한 은환을 보고 있다.
희진과 친구들도 신기한 듯 은환을 보고.
은환 (억양을 최대한 비슷하게 흉내내어) 우리 보리가 밥두 잘먹고 착한 어린이라 그래 서 언니가 선물을 주러 왔지요. 나 이뻐!
보리 (고개 끄덕이는)
희진 (이르는) 보리 오늘 밥 안 먹었는데....저기, 그대루 있는데....(식판 있는 곳 가리킨 다)
은환 어? 보리 밥 안 먹었어?...저런, 그럼 언니가 선물을 못 주는데...큰일 났네.
보리 (희진을 흘겨보고) 밥 먹을 거예요.
은환 정말? 밥 먹을거야?
보리 (고개 끄덕이는)
은환, 보리에게 식판의 밥을 먹이고 있다. 보리, 넙죽넙죽 받아 잘 먹는다.
은환, 보리가 밥을 먹을때마다 사랑해! 하며 재미있는 표정 보여주고.
보리, 재밌다는 듯 웃는다.
이때, 복도에서 그런 은환을 사랑스럽게 미소 지으며 지켜보고 있는 상두의 모습, 보인다.
54. # 병원 휴게실
심란, 만도의 멱살을 잡고 흔들고 있다.
심란 이 놈아, 뭐야? 뭐가 어쩌구 어째?!!
만도 우리 상두한텐 세라 말구 다른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구요, 언니!
세라 (만도를 배신감으로 보는) 삼촌!
심란 다른 사랑하는 여자? 남의 귀한 딸 신센 저렇게 망쳐 놓구, 다른 사랑하는 여자가 있어?
만도 엄밀히 말하면 지 신세 지가 망친거지, 우리 상두가 뭐 애를 낳으랬나 어쩌랬나.... 보리 때문에 인생 말아먹은 거 따지자면 우리 상두가 더했음 더했지 덜하진 않아, 언니!!
심란 이 놈이 어디 벌어진 입이라구!! 너 같은 놈들때매 세상에 피 눈물 흘리구 사는 미 혼모가 생기구, 사생아가 생기는 거야, 이눔아!!
만도 그래, 내가 죽일 놈이다! 내가 죽일 놈이니까 날 죽이든 살리든 언니 맘대루하구, 우리 상둔 건드리지 마!
세라 (훌쩍이며 울기 시작한다) 정말 너무 하세요, 삼촌!! 어떻게 저한테 이러실 수가 있 어요!!
만도 너나 그러지 마, 임마! 내가 얼마나 물로 보였으면 정지된 카들 주냐? 늙은이 갖구 노냐?!!
세라 (울다가 당황하며) 정지된 카든 줄 몰랐어요.
심란 너 이눔! 우리 팔란이한테 카드까지 갈취하냐?
만도 그래, 난 어차피 죽일 놈이니까 분풀이 하구 싶음 나한테 다하구, 우리 상두 그 불 쌍한 자식은 지 좋아하는 여자 만나서 제대로 된 인생 좀 살아보게 냅둬, 제발! 냅둬, 엉!!
심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보는)
세라 (이를 가는)
55. #병원 정원
은환(우비는 입고), 담요에 싼 보리를 안아 재우고 있다. 상두, 벤치 끝에 앉아 그 런 은환을 미소로 본다.
은환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면....곧 친해질 수 있겠지, 우리?
상두 보리 이리줘, 무겁겠다.
은환 아냐, 내가 더 안구 있을래....보리 엄마는 어떤 사람이었어?
상두 .....(대답 못한다)
은환 곤란한 질문 했구나, 내가.
상두 보리 이리 줘. 무거워....(보리를 받아 안으며) 보리 엄마, 얘기 해줘?
은환 아냐, 안 들을래. (상두를 미안하게 보다가) 참, 나 너한테 재밌는 얘기 해 줄 거 있 는데....우리 엄마가 이번에 딸을 찾았거든. 그래서 나한테 언니가 한 사람 생겼는 데....그게 누군지 알어?
상두 누군데?
은환 너두 아는 사람....접때 보리 돌봐주셨던 니네 옆집....(하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벌떡 일어서며) 언니!
상두 (고개 돌려 본다)
저 앞으로 세라, 서슬퍼런 눈빛으로 걸어오고 있다.
상두 (서늘하게 보는)
세라 보리. 이리 줘.
상두 내가 데리고 있으께.
은환 언니!.....내가 말한 우리 언니가 이 분이야, 상두야! 세상, 되게 좁지?
상두 (놀라고 당황해서 은환과 세라를 번갈아 보는)
세라 보리, 이리 달라구!!
보리 (세라의 격앙된 목소리에 흠칫 눈을 뜬다....세라를 보고) 엄마!
은환 (엄마?....내가 잘못 들었나? 귀를 의심하며 상두를 보는데)
상두 (이미 넋나간 사람처럼 멍해 있다)
세라 (멍해 있는 상두에게서 보리를 받아 안는다) 보리야! 인사해! 엄마 동생! 우리 보리 이모야, 인사해!
은환 (어이가 없다.....믿을 수가 없다.....)
은환, 멍한 표정으로 상두를 본다. 상두, 역시 허탈한 표정으로 은환을 본다.
세라, 두 사람을 비웃듯이 보다가 보리를 안고 돌아서서 간다.
은환 .......
상두 .......
그렇게 넋나간 사람처럼 허탈하게 멍하게 서로를 보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