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두야! 학교가자 15
old/old_scrapbook 2003. 11. 5. 09:16
1. #일각 놀이터


상두 (벌떡 일어서며) 다신 너랑 안 놀아. (돌아서서 가려는데)
민석 차상두!
상두 (삐진 듯 걸어가는) 됐어, 안 놀아!
민석 차 상두!
상두 ....하늘이 무너져봐! 내가 널 돌아 보는지!
민석 보리 말이야.....니 딸이 아냐!
상두 (피식 비웃고 가는)
민석 니가 속았어. 윤세라한테 철저히 속았어.....차 보리, 니 자식 아냐!!


상두, 그럼 내가 돌아볼 줄 아냐? 또 뭔 헷소리야? 비웃고 걸어가다가 점점 걸음이 느려지며, 그 자리에 딱 멈춰선다.
재밌다는 듯 껄껄껄 웃는 상두.


2. # 거리


바들바들 떨며 넋나간 사람처럼 휘적휘적 걸어가고 있는 세라...사색이 되어 정신없 이 빠른 속도로 걸어가는....지나가던 사람들, 그런 세라를 의아하게 본다.


3. #스포츠센타 일각 거리


세라와는 정 반대 표정의 상두(아픈 기색이 남아있다), 껄껄껄 웃으며 걸어간다. 민석의 말이 장난이었다고 생각한다....상두의 뒤로 상두를 따라오고 있는 민석 의 모 습 보인다.
상두, 편의점앞에 다다르자 민석에게 들어오라고 엄지 손가락으로 가르쳐 보이고, 편의점 안으로 들어간다.
갑갑한 표정의 민석, 작게 한숨 내쉬는.


4. #편의점안


민석, 통유리앞 테이블앞에 앉아 있는데, 상두, 김밥과 삼각김밥, 우유등 한가득 가 져와 테이블에 펼쳐놓으며 민석의 옆자리에 앉는다.
그런 상두를 물끄러미 보는 민석.
상두, 김밥 껍질을 벗기고, 우유에 스트로우를 꽂아 민석에게 준다.


상두 나 잡으러 온다구 아침 안 먹었지? .
민석 .....(보는)
상두 (자기 몫의 김밥 껍질 벗기며) 안 그래두 격무에 시달리며 제 정신이 아닌 분한 테...죄송하게 됐네요.
민석 어떤 게 널 더 위하는 건지 몰라, 난! 그런 거 생각 안하기루 했어!...그래서, 그동 안 내가 배웠던 모든 선악의 기준, 옳고 그른 가치...머리 터지게 생각해서..결론을 내렸어.
상두 (김밥 먹으며) 뭔 소린지 여전히 또 이해는 안되는데....그래! 넌 정말 훌륭한 의사 샘이야. 니네 병원 원장한테 너 월급 많이 주라구 건의해 주께.
민석 내가 어떻게 의사야? 나 의사 아냐.....내가 의사면 너 같은 놈이야 어떻게 되건 말 건 끝까지 내 환자 보리만 생각하구 내 환자 보리만 보호했었어야지.....나, 의사 아 냐.
상두 (민석의 말이 심상치가 않다. 입안에 든 음식 꿀꺽 삼키고, 아무렇지도 않게)...아까 니가 뭐라 그랬더라?....보리가 내 딸이 아니라구 그랬나?.....(느긋하게 우유도 마시 며) 세라가 날 속여 왔다구 그랬나?
민석 ....그래.
상두 (여유롭게 트림도 하고) 그럼 보리 친 아빠가 누군데?
민석 윤 세라씨가 알겠지.
상두 (잠깐 멍해진다....설마...) 어쨋든 내가 보리 아빤 아니란 말이지, 그러니까?
민석 널 너무 사랑해서...널 도저히 잃을수가 없어서....어쩔 수 없이 거짓말을 했대.
상두 .....
민석 세라씨도 너 때문에 살았대....그때 세라씨한텐 니가 유일한 희망이었구, 탈출구였대.
상두 (눈빛이 심하게 떨리며 가슴에 심한 폭풍우가 인다....그러나, 이내 감정 드러내지 않고 태연한 표정으로 말없이 김밥을 다시 까서 먹는다)
민석 (불안하게 보는)
상두 (민석몫으로 준 우유도 쪽쪽거리며 먹는다....마음속의 폭풍을 그렇게 정리하며 다스 리는)
민석 ......
상두 (입안에 든 것을 삼키고, 마치 남의 얘기처럼) 보리가 내 딸이 아니면 어떻게 되는 거냐, 그럼?
민석 (자기도 괴롭다...손바닥으로 얼굴을 쓴다)
상두 어떻게 되는 건데?....니가 말을 꺼냈으니까 해답두 제시해 보시지?
민석 (괴롭게 눈을 감고 손바닥으로 이마를 누르며 고개를 젓는다) 몰라...몰라.
상두 (태연하게) 답이 없냐?....답이 없지? (음식을 다시 먹는다)
민석 ....은환이한테두 얘기하께.
상두 (굳어진다. O.L.) 입 다물어!
민석 (보는)
상두 답이 없다며? 답이 없으면 입 다물어!
민석 차 상두!
상두 됐어! 보린 내 딸이야! 그 얘기 이제 그만 해!..끝!!
민석 .....억울하지도 않냐? 분하지도 않어?
상두 (감정 드러내지 않고 무표정하게 음식을 꾸역꾸역 먹는....)
민석 너두 제대루 살아야지....더 망가지기전에 더 늦기전에 이제라두 제대루 사람답 게 살 아얄거 아냐?!
상두 (벌떡 일어선다) 인제 진짜 너랑 안 놀아....길가다가 마주쳐도 아는 체도 하지 마, 참새 새끼! (가려는데)
민석 (상두를 잡으며) 너 아니래두 보리랑 세라씬 살아...어떻게든 살아 가! 살아 갈 수 있어!!
상두 내가 죽어, 그럼!
민석 차 상두!
상두 보리가 없음 내가 죽어! 보리랑 세란 어떻게든 살아가겠지만, 내가 죽어!!
민석 (잠깐 멈췄다가...힘들지만 얘기하는) 보리가 없음 은환이랑 너두 다시 시작할 수 있 어....은환이! 니가 니 목숨보다 더 사랑하는 은환이 말이야.
상두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여자 때문에 자식을 버리라구?.....(민석의 뺨을 톡톡 치며) 어이, 의사 선생! 당신은 아직 결혼두 안하구 자식을 안 길러봐서 잘 모르는 모양인데....자식이라는 게 말이야! 부모의 사정에 따라서 버리고 말구 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야....버려진 건 지 엄마, 나! 두 사람이면 충분해.
민석 (버럭) 보린 니 자식이 아니잖아!!
상두 (민석의 멱살을 잡으며, 버럭) 누가 그래?!! 어떤 개자식이 그래?!...데려와 봐! 내가 다 죽여버릴거니까!!
민석 (안타깝게 보는)
상두 (노려보다가 민석의 멱살 잡은 손을 놓고 휙 돌아서 나가 버린다)
민석 (어이없는 듯 보다가.....갑자기 허탈한 웃음이 나온다....어떻게 세상에 저런 놈이 존재할 수가 있지?)


5. #거리


초췌한 상두, 표정없이 털레털레 걸어나온다.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다시 아파오 자 가슴을 잡으며 잠깐 걸음을 멈췄다 다시 걸어간다.


6. #플래시백/거리(현재)


고아원에서 아기 보리를 안고 나오던 상두(12회)/흔들리는 눈빛의 상두
아기 보리에게 우유를 먹이던(12회)/눈물이 날 것 같자 하늘을 보며 눈을 힘주어 뜬다.
아기 보리의 기저귀를 널기 전에 장난하던 보리와 상두.(12회)/감정을 누르려고 얼 굴을 쓸어내리는 상두
보리와 쎄쎄쎄하며 놀던(7회)/ 감정을 달래려 손으로 입주위를 문지르는 상두.
보리의 머리를 깍아주던(12회)/머리를 쓸어넘기는 상두.
보리가 춥다던 아빠를 꼭 껴안아 주던(13회)


7. #거리


담담하게....표정에 한치의 흔들림 없이 그렇게 씩씩하게 걸어가는 상두....안색은 점 점 창백해지고 나빠져 간다.


8. #은환 교실 복도앞


기운이 쑥 빠진 은환, 수업 교재들고 걸어가는데, 핸드폰 울린다.


은환 (발신자 확인하고 받으며) 어, 민석씨.....(걸음 멈추며) 민석씨, 술 마셨어?


9. # 편의점


민석, 병맥주 마시며 핸드폰하고 있다. 빈 맥주병 세 개정도 놓여 있다. 핸드폰을 타고 은환의 목소리 그대로 들려온다.


은환(F) 무슨 술을 대낮부터 마셔? 술도 못하는 사람이?
민석 은환아....내가 퀴즈 하나 낼테니까 맞춰 볼래?


10. #은환 교실 복도앞


은환 (당혹스런 표정 짓는) 무슨 일 있어? 지금 근무시간 아냐?
민석(F) 내가 퀴즈 하나 낼테니까 한번 알아 맞춰봐, 너.
은환 나 지금 수업 수업 들어가야 되거든...내가 수업 마치구 (하는데)
민석(F) (O.L.)퀴즈 맞히구 나서 수업하면 되잖아.
은환 (상두를 너무도 닮아버린 민석의 행동에 어이가 없고, 당혹스럽다)


11. #편의점


민석 (고집부리며) 퀴즈 맞히고 나서 수업하라구, 그러니까!


12. #은환 교실앞 복도


은환, 당혹스런 표정으로 핸드폰 들고 서 있다.


민석(F) 이 세상에서 제일 멍청하구 어리석구 등신같은 놈은 누구 일까요?
은환 (눈빛이 심하게 흔들린다)


13. #편의점


민석 맞춰봐...이 세상에서 아주 패 죽이구 싶게...멍청하구 어리석구 등신같은 놈은 누구 일까요?


14. #은환 교실앞 복도
은환 (가슴이 먹먹해 온다)
민석(F) 맞춰봐아....안 맞추면 너 수업 못 들어간다?
은환 (눈가가 그렁해진다)
민석(F) 맞춰봐...맞춰봐, 채은환!!
은환 .....상두...차상두...


15. #편의점


민석 (피식 웃으며) 딩동댕! 맞았습니다! 정답은 차 상두입니다....됐어, 너 이제 수업 들 어가두 돼! 안녕! (핸드폰을 탁 닫아버리고 취기를 못 이겨 테이블에 엎드린다....피 식 어이없는 웃음이 자꾸만 흘러나온다.)


16. #은환 교실앞 복도


눈물이 그렁한 은환, 먹먹한 표정으로 벽에 몸을 힘없이 기댄다.....참고 누르고 견디 고 있었던 그리움이 다시 목구멍까지 차 오르는 것 같다.


17. # 보리 병실안


보리, 몸을 일으켜 앉아 황당한 표정으로 세라를 보고 있다.
세라, 커다란 가방에 보리의 인형과 물건등을 정신없이 챙겨 담고 있다....보리의 사 진 액자도 담고 보리가 그린 그림 액자도 담는다. 손이 달달 떨리고 있다.
그러다 보리에게 돌아서 옷을 입히고 모자를 씌워준다.


보리 엄마, 왜 내 짐을 싸?
세라 응, 보리, 엄마랑 어디 좀 갈 데가 있어.
보리 어디?
세라 저기...먼데.
보리 아빠는? 아빠두 같이 가?
세라 ......아니, 아빤 같이 안 가.
보리 ....(삐죽) 왜?
세라 엄마랑 보리랑만 갈거야...이젠 엄마랑 보리랑만 살거야.(보리 손을 끌며) 가자, 보리 야.
보리 (세라의 손을 쳐 내며) 싫어. 아빠랑 같이 갈거야.
세라 아빤 같이 못 가...어서 가자! 아빠 오기전에 어서 가자!
보리 (떼쓰는) 싫어! 아빠랑 갈이 갈래! 싫어! 싫어!
세라 (야단치는) 이 눔의 기집애가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어! 어서 가!! 아빠 만나면 엄마 하구 보리하구 다 죽어!...엄만 맞아 죽구, 보리 넌....아빠가 이제 보리 보기 싫다구
엄마랑 가버리라 그랬단 말야!
보리 (비죽거리다가 우와앙 울음 터뜨리는)


18. #병원 로비


커다란 짐 가방을 든 세라, 보리의 손을 잡고 황망히 도망치듯 걸어오고 있다. 보리 는 계속 훌쩍거리며 운다.
현관앞으로 보리와 함께 걸어오던 세라, 기함을 하며 걸음을 멈춘다.
몇걸음 바로 앞에 상두가 표정없이 서 있다. (병색이 있다)
세라, 상두를 보자 어쩔 줄 몰라하며 바들바들 떨고, 보리, 서운한 마음에 훌쩍리며 상두를 흘겨 보고 있다.


상두 (담담하게) 어디 가?
세라 (대답 못하고 바들바들 떠는)
상두 어디 가냐구?
세라 ....(말을 못하고 바들바들)
상두 (보리 보며) 차 보리! 엄마랑 어디 가?
보리 (울면서 흘겨보는) 아빠, 미워!
상두 (.....보리앞으로 와 무릎 굽히고 앉으며, 다정하게) 아빠가 왜 미워? 아빠가 우리 보 리한테 무슨 잘못을 했을까, 또?
세라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보는 것 같다...바들바들 떠는)
보리 아빠가 인제 보리 밉다구 엄마랑 같이 가버리라 그랬잖아!
세라 .....
상두 (잠깐 표정이 서늘했다가...다시 따뜻하게 웃으며) 아빠가 보리 밉다구 가버리라 그 랬다구?....아닌데? 아빠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세라 (예상외의 상두의 태도에 당혹스러워하는)
보리 (그 말에 울음 잦아 들며 세라를 보는) 엄마! 아빠가 그런 말 안했대!
세라 (그저 바들바들)
상두 (보리의 눈물을 손으로 닦아주며) 야, 차 보리, 섭섭하다! 아빨 어떻게 보구,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릴 믿냐?....(스스로 다짐하듯) 누가 뭐라 그래두! 무슨 일이 있어두! 보리랑 아빠는 끝까지 무조건 믿어줘야 하는 거 아냐? 아, 이거 생각할수록 섭섭하 네...(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는)
세라 (당혹스럽게 보는)
보리 아빠! 삐졌어?
상두 그래, 삐졌어.
세라 .....
보리 미안해, 아빠...보리가 잘못했어, 삐지지 마!
상두 (얼굴 그대로 가린 채) 너 또 아빠 두고 도망 갈거야?
보리 아니, 인제 안 갈거야. 아빠두구 도망 안 갈거야.
상두 진짜지?
보리 응.
세라 (눈물이 흐른다.)
상두 (손바닥 떼고 환하게 웃으며 보리의 뺨에 입맞추고) 아빤 우리 보리 없음 못 살아. 알지?
보리 (웃으며 고개 끄덕인다)
상두 감기 들겠다, 우리 보리 차! 들어가자, 어서. (보리를 안고 일어서 걸어간다)
세라 (어쩔 줄 몰라하며 바들바들 떨고 서 있다)
상두 (걸음 멈추고 세라를 흘끗 돌아본다) 안 따라 오구 뭐해?
세라 (상두에 대한 죄책감으로 가슴이 미어진다)
상두 (보리를 안고 낄낄 웃고 장난하며 걸어가다가...통증을 느끼는)


19. # 보리 병실


병원복으로 갈아입은 보리, 상두를 향해 웃고 있다. 보리를 향해 웃고는 있지만 점 점 안색이 나빠지는 상두, 자장가 불러주고 있다. 간간히 통증을 느낀다.
눈물이 그렁한 세라, 다가오지도 못하고 몇걸음 떨어져 서서 상두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
자장가를 불러주던 상두, 갑자기 보리 위로 꼬꾸라져 버린다.


보리 (놀라서) 아빠!
세라 ....(놀라서 보는) 상두야.
상두 (얼굴에 식은 땀 가득해서 의식을 잃은)


20. # 병원 현관(늦은 오후)


민석, 정신없이 뛰어 들어오고 있다.


21. #상두 병실


상두, 링거꽂고 잠들어 있다.
만도, 훌쩍거며 상두의 옆을 지키고 있고, 세라, 몇걸음 떨어져서 바들바들 떨며 눈 물이 그렁해서 상두를 보고 있다.


만도 상두야, 임마....얘가 갑자기 왜 이래?....상두 이 자식 갑자기 왜 이래, 세라야?
세라 (고개 젓는) 모..몰라요. 몰라요.
민석 (가운 차림으로 문을 열고 들어선다)
만도 (돌아보고) 샘! 우리 상두가 갑자기 쓰러져 버렸어요, 샘!....이 자식 이거 웬만한 벼락이 쳐도 끄떡도 안하던 놈인데.
민석 (세라를 흘끗 차갑게 보고는 상두옆으로 걸어온다)
세라 (차마 민석을 대하기가 두려워 시선 떨구며 어쩔 줄 몰라하고)
민석 교통사고 후유증이예요...(상두 머리맡에 놓인 차트 보며) 당분간 안정을 취하고 치 룔 받아야 될겁니다.
만도 교통사고라니?.....얘가 언제 교통사고가 났는데요?
세라 (자기도 몰랐던 일이다)
민석 (두 사람 들으라는 듯) 작업중이던 사모님 남편한테 걸려 도망치다가 제 차에 받쳤어요.
만도 에? (이 선생님이 상두가 제빈 건 어떻게 알았지?....세라 얘도 들었나?....표정이 복 잡해진다)
세라 (깊은 양심의 가책을 다시 느낀다)
상두 (헛소리하며 입을 달싹인다...들릴 듯 말 듯....은환아....은환아...)
만도 ....사...상두가 뭐라 그러는데요, 샘?
민석 (상두의 입 가까이에 귀를 댄다)
상두 (들릴 듯 말 듯 은환아...은환아....)
민석 (굽혔던 몸을 일으키며)....(착잡하지만) 은환일 찾는 거 같은데요. (시선이 날카롭게 세라를 향한다)
세라 (뜨끔한다)
민석 (링거 점검하고 나가려다가 세라 앞으로 와 보며) 저렇게 간절하게 찾는데....은환이 좀 데려 와 줄 수 있어요, 세라씨?
세라 (심하게 흔들리는 눈빛)


22. #학교 내리막길


은환, 퇴근하며 아이들과 “낼 보자” 인사 건네며 내려오고 있는데, 저 앞으로 세라 의 모습 보인다.
세라, 손톱을 물으며 불안하고 착잡한 표정으로 서성거리고 있다.


은환 (세라를 보고 얼핏 굳었다가 표정 환해지며) 언니!
세라 (흠칫 고개 들어 은환을 본다....표정은 굳어있다)
은환 (웃으며 다가온다) 언니가 우리 학교까지 웬일이야?
세라 (은환에 대한 죄책감도 있고....당혹스러워하며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
은환 왜 그래? 언니 오늘 되게 이상하네.
세라 .....병원에 가자.
은환 무슨...병원?
세라 (힘겹지만 말하는) ....상두...상두가 널 찾어.
은환 (잠깐 당황하다가).....어떡하지? 나 오늘 약속 있는데.
세라 상두가 아파.
은환 ....아프면 언니가 옆에서 지켜줘야지, 여길 오면 어떡해?
세라 나 말구 널 찾어....상두가 지금 아픈데...아프면서 자꾸 널 찾는다구 기집애야.
은환 .....미안해, 나 오늘 급한 약속이 있어서....늦었거든...먼저 가께...(뛰어내려 간다)
세라 채은환!
은환 (그대로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 내려 간다)


23. # 일각 거리


숨을 고르는 은환....심하게 요동쳐 오는 가슴을 누르며 발걸음 옮겨간다.


24. # 학교 내리막길


세라, 허탈한 표정으로 서 있다.


25. #상두 병실


민석, 잠든 상두의 팔에 주사를 놓고, 옆에 있는 수건으로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준 다.


26. #오락실


은환, 미친 듯이 오락을 하고 있다. 스트리트 파이터류의 격한 오락 게임.


27. #심란 족발집 앞(밤)


은환, 족발집앞으로 걸어오는데, 지환, 족발 가게앞에 “당분간 휴업합니다” 라고 씌 여진 종이를 붙이고 있다.
은환, 걸어와 종이에 씌여진 문구를 보고는 깜짝 놀란다.


은환 이게 무슨 소리야, 지환아?
지환 (울먹이며) 어떡해, 누나?.....엄마 친구가 엄마가 맡겨논 돈, 다 떼먹구 날랐대.
은환 뭐?


28. #심란 족발집안


은환, 놀라서 지환과 함께 들어서면, 심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앉아 화투패 를 떼고 있다.


은환 엄마!
심란 (고개 들어서 보며) 은환이 왔냐?
은환 무슨 소리야? 지환이가 하는 소리가 무슨 소리야, 엄마?
심란 (화투패 떼며) 우리 인제 알거지 됐다, 은환아.
은환 (놀라는)
심란 인과 응보지 뭐....남의 눈에 눈물 나게 했으니 내 눈에서 피 눈물 나는 거야 당연한 거지 뭐.
지환 (버럭) 당연하긴 뭐가 당연해? 엄마 돈 떼먹구 날른 아줌마, 지구 끝까지라두 가서 내가 잡아올거야. 우리 엄마가 어떻게 번 돈인데! 하루에 수백개씩 손 부르트게 족 발 껍질 벗겨가면서 잠두 안자구 어떻게 번돈인데!!
심란 (은환을 보고 웃으며) 은환아, 우리 고스톱 치자!
은환 (멍해 있는)
심란 치자, 고스톱! 점에 50원!
지환 이 상황에서 웬 고스톱? 엄마 지금 제 정신이야?
은환 (웃으며) 50원이면 계산하기두 힘들구, 점에 100원이면 내가 같이 쳐주지!
심란 망한 집 딸년 주제에....돈두 쎘다, 미친년!
은환 그러게...가진 게 내가 돈 밖에 없네.
심란 좋아, 일루 와. (화투패를 섞는다)
은환 (소매를 걷으며 심란의 옆으로 와 앉는다) 광박이랑 자뻑이랑 멍박이랑 다 있나?
심란 그럼....오두 쌍피다, 너?
은환 알았어, 알았어.
지환 집안이 망하더니....아주 세트루 맛이 갔구만. 세트루 맛이 갔어!
은환 지환아, 너두 와서 붙어! 우리 세 식구 오늘 박 터지게 한번 붙어보자!
지환 (어이없다는 듯 보는) 싫어! 나까지 같이 미치자구?


29. #족발집 앞


세라, 털레털레 걸어와 족발집 앞으로 와 선다.
족발집 앞에 붙은 문구를 당혹스럽게 보다가 유리창을 통해 족발집 안을 보면, 심 란, 은환, 지환, 함께 정답게 고스톱치고 있는 모습 보인다.


세라 ........


30. #족발집안


심란과 은환, 지환, 모두 족발 하나씩을 들고 뜯어먹 으며 흥겹게 고스톱을 치고 있 다. (소주 한병으로 심란과 은환이 나눠먹고, 지환은 콜라를 먹고) 은환이 이기고 있는 상황이다.


은환 우와, 쌌다! 쌌다! 지환이 쌌다!...(지환이 싼 화투패 하나를 빼서 보여주며) 이거 나 한테 있지롱....두 사람 오늘 나한테 죽었어!
지환 아 씨!
심란 (족발로 지환의 머리를 탁 때리며) 이눔은 하여튼 일생에 도움이 안돼요, 도움이!
지환 엄마아!!
은환 (재밌다는 듯 웃는)
심란 하필이면 지금 싸 버리면 어떡해, 이 염병할 눔아!...니 눔때매 나까지 광박, 피 박쓰게 생겼잖아!
지환 아, 싸구 싶어 쌌냐, 내가?!
심란 (다시 족발로 지환을 때리며) 뭘 잘했다구 바락바락 큰소리야, 이 눔이!
지환 족발갖구 좀 때리지 말랬잖아아아아...
세라 (들어선다)
은환 (세라를 발견하는)
심란 (은환의 시선에 세라를 돌아보고)....팔란아.
지환 누나!
세라 세 사람 되게 재밌어 보이네....나두 좀 껴줘.
심란 (마음이 저리다)
은환 (눈빛 흔들리다가) 그래, 이리 와, 언니!.....광 팔 사람 없어서 심심했는데, 잘됐다.


31. #족발집 외경


32. #족발집안


시간경과.
심란과 은환, 세라, 세 사람, 족발 뜯고 앉아 소주 한병 같이 나눠 마시며 고스톱 치고 있고, 지환은 옆에서 지켜보며 훈수 두고 있다.


세라 (화투치며) 자, 이렇게 되면 엄마 고도리 못하는 거지?
은환 아자, 잘했어! 윤세라, 아니 공팔란 파이팅!!
심란 이 년은 딸이야, 웬수야? 지 에미가 청단 할라 그러면 앞에서 뚝 끊어가 버리구, 고 도리 할라 그럼 앞에서 뚝 끊어가 버리구.
지환 왜 싸가지 누나두 족발루 패 버리지, 그럼?
심란 이 눔이...
세라 그래, 나 줌 패 줘, 엄마...족발루 패든 빗자루로 패든 나 줌 패줘, 제발!
은환 .....
심란 이년까지 또 뭔 귀신 낮밥 처먹는 소리야?
세라 (정색하고) 나 줌 패 달라구! 내가 지금 맞아야 되는데....맞아서 죽어도 할 말이 없 는데....그 자식은 나한테 손 하나 안 대! 욕 한마디두 안해!
은환 .....
심란 뭔소리야, 그게?
세라 내가 상두 속였거든....지 자식두 아닌 앨 지 자식이라구 내가 7년을 속였거든.
은환 (깜짝 놀라며 당황하는)
심란 그...그게 무슨 소리야?
세라 보리, 상두 딸 아냐, 엄마!....상둔 나 털끝두 안 건드렸어.
은환 (하늘이 무너지는듯한 충격을 느끼는)
심란 (기함하며) 팔란아....
지환 (역시 충격을 받아서 멍해 있는)
세라 내가 무슨 짓을 해두 채은환이란 기집애만 찾으면서 털끝두 안 건드리길래....그게 너무너무 미워서 내가 덤탱일 씌워 버렸거든.
은환 (눈물이 그렁해 있다가 목이라도 조를 듯 세라의 멱살을 잡는다)
지환 누나! 누나! 왜 이래! (은환을 말리려는데)
세라 (자학하듯) 넌 이제 좋겠다...시원하지?...이제 암것도 걸릴 것도 없구 시원하겠다, 채은환!
은환 (눈물이 철철 흐른다) 보리땜에 상두가 어떻게 살았는데.....상두가 보리 땜에 무슨 짓을 하구 어떻게 살았는데...
세라 (자학하듯 소리 지르는) 몰랐어, 나두!....상두가 그런 더러운 짓까지 해가며 보리 병 원비 벌구 있는 거 나두 몰랐어...몰랐다구!!
은환 죽여버릴거야.....죽여 버릴거야....죽여 버릴거야.
세라 그래, 죽여......죽여....죽여!!
지환 니들 돌았냐?!!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이야, 엄마 앞에서!!.....이거 놔! 채 은환! 이거 좀 놔!!
은환 (참고 참았던 눈물이 오열로 터진다. 세라의 멱살을 잡은 손을 힘없이 놓더니 휘 청거리며 슬리퍼 끌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지환 누나!
심란 (이 앙물고 있다가 벌떡 일어서더니 빗자루를 가져와 세라를 때리기 시작한다)....니 가 사람이냐, 사람이야, 이년아!! 하늘도 안 무서워! 하늘이 안 무서워!...차라리 에미 랑 같이 죽자, 같이 죽어, 이년아!!
세라 보리만은 나처럼 만들고 싶지 않았단 말야!!....우리 보리만은 미혼모 자식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서...그래서 거짓말 했단 말야!!
심란 (무너지며 통곡하는)...이 죄를 어떡하니? 이 죄를 어떡해, 이 년아!!
세라 .......


33. #거리


은환, 정신 나간 여자처럼 이리저리 쫓아다니며 택시를 잡고 있다.


은환 택시! 택시!!


34. #상두 병실


초췌한 상두, 깊은 잠에서 깨어난다....여기가 어딘가? 낯선 듯 주위를 둘러보는데... 이때, 병실문 열리는 소리가 난다.
상두의 표정에 환한 미소가 떠오른다....병실안으로 들어서는 사람, 보리다.


상두 딸!
보리 (울었는지 눈가가 촉촉히 젖어 있다) 아빠!
상두 (이리 오라고 손짓한다)
보리 (상두 침대쪽으로 오고)
상두 (보리를 안아 침대위로 올린다) 어? 우리 보리 차 울었나보네?
보리 아빠 나 되게 무서운 꿈 꿨어.
상두 무서운 꿈? 무슨 꿈?
보리 드라큐라가 나타나 가지구 자꾸 보리 쫓아다녔어.
상두 저런 나쁜 드라큐라가 있나?....만약에 또 보리 꿈에 나타나면 “너 울 아빠한테 걸리 면 뼈도 못 추려, 짜샤!” 그렇게 말해!
보리 (씨익 웃는다) 아빠가 드라큐라보다 더 힘쎄지, 그치?
상두 그러엄....너 접때 아빠 꿈 얘기 해줬지? 고질라랑 킹콩이랑 아수라 백작이랑 셋이 편 먹구 아빤 혼자 싸웠는데, 아빠가 이겼다는 말 했지?
보리 응.
상두 우리 보리차는 이렇게 힘쎄구 용감한 아빠 딸인데 뭐가 무서워?...지금두 무서워?
보리 (씨익 웃으며) 안 무서워.
상두 (보리를 안아주며 빙긋 웃는)


35. # 병원 현관


슬리퍼를 신은 은환, 넋나간 사람처럼 황급히 걸어 들어온다.
저편에서 오던 민석, 그런 은환을 본다.


36. #상두 병실앞


은환, 상두 병실앞으로 와서 선다. “차상두” 라는 명패가 보인다.
은환, 바들바들 떨고 있다.


37. #상두 병실


은환, 병실문을 열고 들어오면 상두, 보리와 함께 다정하게 잠들어 있다.
은환, 더 이상 다가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굳은 듯 멈춰선다....상두와의 사이에 놓 여진 늘 이만큼의 거리....오늘도 역시나....다르지 않다.


38. #민석 병원 외경(깊은 밤)


39. #상두 병실


초췌한 상두, 눈을 뜬다....보리의 흘러내린 이불을 덮어주려다 문득 누군가 있는 느낌을 감지하고 고개 돌려본다.
은환, 입구 벽쪽에 쪼그리고 앉아 애틋하게 상두를 바라보고 있다.
상두, 은환을 보고 몸을 일으켜 앉는다.


상두 ....언제 왔어?
은환 아까....왜 아프구 그래?
상두 .....(할 말을 잠깐 잃었다가)....어떻게 알구 왔냐?
은환 몰랐어....그냥 오다 보니까...오다 보니까 여기까지 와 졌네.
상두 (내가 그랬나...피식 씁쓸하게 웃으며 얼굴을 부비는데)


이때, 보리가 몸부림을 치고 상두, 정성스럽게 이불을 다시 덮어준다.


은환 (그 모습을 안스런 미소로 보다가) 딸이 그렇게 이뻐?
상두 ......(보리 베게도 제대로 해주고) 그럼 내 딸인데 이쁘지.
은환 나중에 보리가 커서 좋은 사람이 생기면 아빤 언제봤냐 그러구 배신할 지도 모르는 데.....그럼 너 어떡할래?
상두 (피식) 어쩌겠냐? 두드려 패지도 못하구.....(보리의 이마에 맺힌 땀을 소매끝으로 닦 아준다) ...인생이 뭐 그런 거 아니냐?
은환 (상두에 대한 답답함과 연민으로 울컥하는) 이번 한번만.....널 위해서 살면 안돼?
상두 (담담하게 보는)
은환 니 인생에서 이번 한번만 눈 질끈 감구, 누구를 위해서도 살지 말구, 너만 생각하구 살면 안돼?
상두 (피식 웃는)
은환 너두 한번쯤은....행복해져야 될 거 아냐?
상두 (미소 지으며) 나 지금 행복해, 은환아.
은환 (왜 자꾸 거짓말을 해? 어떻게 니가 행복해?....결국 눈물이 그렁해서 야속하게 보 는)
상두 행복해.
은환 (허탈하게 웃으며 힘겹게 눈물을 삼킨다)
상두 난 충분히 행복하니까, 너나 행복하게 잘 살어, 임마.
은환 (어이없는 듯 보다가 어이없는 웃음.....그러다 체념처럼 고개 끄덕이고) 그래, 그래 ...그럴께....그래야지.
상두 .......
은환 (끄응 힘겹게 몸을 다시 일으킨다) 행복하게 잘 살어야지, 나두....(서글프게 웃으며 돌아서려다가 못내 억울하다. 울컥) 날 사랑하긴 했었니?....(돌아보며) 정말 날 사랑 하긴 했었어, 차상두!....사랑한다면 무슨 일이 있어두 같이 가야 되는 거 아냐! 같이 똥구덩이에 빠져 죽는 한이 있어두 바짓가랭이라두 붙들구 포기하지 말아야 되는 거 아냐?
상두 ...시간이 지나구 살아가다 보면 지금 마음 아프고 힘든 건 다 잊혀 질거야.....시간이 지나구 살아가다 보면.
은환 (어이가 없다)


이때, 보리, 무서운 꿈을 꿨는지, 소리 지르며 훌쩍인다.
상두, 보리를 다독여준다....보리의 훌쩍임 잦아든다.


상두 사랑 믿지 마. 사랑이 밥 먹여 주냐?
은환 (허탈해져) 넌 우리가 사랑을 하고 있다구 생각해?.....우리가 하구 있는 게 사랑이라 구 생각해?
상두 .....(보리를 다독여주는)
은환 우린 지금 사랑을 하는 게 아냐!.....이 빌어먹을 기가 막힌 세상하구 피 흘리구 싸 우고 있는 거지!...이대루 당하긴 너무 억울해서, 이대루 당하긴 너무 원통해서....죽 을 힘을 다해 싸우고 있는 거지!!
상두 .....(은환 보지 않고, 어느새 끼무룩 잠이 든 보리를 다독이다가 그대로 손길 멈추고 있는)
은환 (보다가 돌아서 나간다)
상두 (허탈하고 멍한 동공.....)
40. #상두 병실앞


은환, 문을 열고 나와 병실문에 등을 기대고 선다.
더 이상 어떻게 해도 우린 안되는구나.....깊은 절망감과 허탈감을 느낀다.


41. #병원 로비


은환, 눈물이 그렁해서 털레털레 걸어 나오는데, 눈앞에 민석이 서 있다.


은환 달라진 게 없어.
민석 ......
은환 보리가 상두 딸이 아니라 그래서....이제 아무것도 거칠게 없겠구나...바보같이 기쁜 맘으로 뛰어왔는데....하나두 달라진 게 없어.
민석 (피식 씁쓸하게 웃고) 차상두잖아.
은환 .....(피식) 그래, 차 상두지....차상두지, 저 자식은.
민석 더 싸울래? 차상두랑 더 싸워 볼래?
은환 (웃으며 고개 젓는) 아니, 안 싸울래....저 돌덩이 바위 같은 자식하구 어떻게 싸 워? 내가 무슨 용가리 통뼈라구? (웃고 있는데, 눈물이 흐른다. 두 손 들어보이며) 항복...항복....두 손 두발 다 들었어! 항복!
민석 (안스럽게 보는)
은환 ......가께, 나....(로비쪽으로 가는데)
민석 (보는)
은환 ......
민석 (가는 은환의 뒤에 대고) 그럼 나한테 무릎꿇고 엎드려 빌어 볼 생각은 없어?
은환 .....(걸음 멈추고 돌아보는)
민석 (다가온다) 이번 한번만 받아주께.....내 말 내가 뒤집는 거 엄청 쪽팔리긴 하지만 할 수 없지 뭐.
은환 .....민석씬 내가 왜 좋아? 민석씨같은 사람이 나같은 걸 왜....상식적으로 이해 가 안 돼.
민석 니가 차상두를 좋아하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지 알어?
은환 .......
민석 나 같은 호구를 두구 그런 별 볼 일 없는 놈만 바라보는 너나, 세상에 그 대단하구 잘난 여자들을 다 뿌리치구 너 같이 후지구 잔인한 여자만 바라보는 나나....같은 처 지끼리 서로 이해해주고 불쌍하게 여겨주면서....살아보지 않을래?
은환 (눈물이 그렁해진다)
민석 힘들면 일단 몸만 왔다가.....마음은 나중에 니가 오구 싶을 때 와....것두 이해 해주 께.
은환 ......
민석 옵션이 또 있음 더 말해봐....애지간하면 내가 다...(하는데)
은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민석을 와락 안는다).....강민석이네, 정답은.
민석 ......
은환 이 세상에서 제일 멍청하구 어리석구 등신같은 놈은...차상두가 아니구 강 민석이야. (흐흐흐 웃는데....눈물이 흐른다)
민석 (은환을 꼭 껴안아주는)


42. #상두 병실


상두, 병실 유리창 앞에 서 있다. 보리는 침대에 잠들어 있다.
상두의 병실 바로 밑 정원으로 은환의 어깨를 껴안은 민석이 다정하게 걸어가고 있 는 모습 보인다.
상두, 허허로운 시선으로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고 있다. F.O.


43. #서울 거리 인서트


가을이 제법 깊었다....떨어져서 수북하게 쌓인 낙엽을 쓸고 있는 청소부의 모습 보이고. 추위에 몸을 한껏 움츠린 사람들 걸어가고 있다.
시간 경과.


44. #웨딩샵


신부실의 커튼이 젖혀지면 나타나는....심플한 웨딩 드레스를 입은 은환....쑥스러운 듯 어쩔 줄 몰라한다.
민석, 그런 은환을 눈부신 듯 바라본다.


은환 어색하다.....되게 이상하지?
민석 너무 이쁘구 눈부시다, 우리 신부......(옆에 있는 직원에게) 아가씨, 이렇게 이쁘 구 눈부신 신부 보신 적 있으세요? 없으시죠?
은환 (피식 웃다가) 민석씨 근데....우리 엄마가 민석씨랑 나 허락 못하시겠다는 데 어떡 하지?
민석 (담담하게) 어머니가?....지환이는?
은환 (담담하게) 지환이두....민석씨랑 나, 결사 반대래는데?
민석 (웃으며) 지환이 그 녀석까지 배신을 때렸다 이거지?.....나두 너한테 말 못한 거 있 는데.
은환 뭐?
민석 우리 어머니두 너랑 나, 반대하셔....사실은 우리 엄마가 점찍어둔 며느리감이 하나 있는데, 담주에 한국에 데리구 나올라 그러셨대.
은환 어떡하냐, 그럼?
민석 한발만 늦었어두 큰일날뻔 했지....그러니까 저질러 버려야지.....빨리 결혼식두 하 구, 애두 만들구....
은환 (흐흐 웃는다....가슴엔 아픔을 묻고) 우리 결혼식장은 되게 썰렁하겠다, 그럼?
민석 그러게....올 사람이 아무도 없을 거 같네.
여직원 (무슨 신랑 신부의 대화가 저래? 의아한 표정으로 보고)
민석 (여직원의 표정 눈치채고) 무슨 놈의 신랑 신부가 저래?....그 생각 하셨죠?
여직원 에? (당황하는)
은환 제가 빨리 이 땅을 떠나구 싶다구 했거든요....사랑은 책임이라구 생각하는 사람이라 서 일단 번갯불에 콩볶아 먹듯이 결혼부터 하구 절 데리구 떠나준다 그랬거든요.
여직원 (점점 당혹스럽다는 표정 짓고)
민석 더 황당하시죠?.....우리두 황당해요....우리두 우리가 굉장히 황당해요, 사실은.
은환 (흐흐 웃으며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다가...문득 씁쓸한 표정 되는)


45. #보리 병실 입구 복도


만도, 팔을 벌려서 심란을 막고 있다.
심란이 왼쪽으로 가려 하면 왼쪽을 막고, 오른쪽으로 가면 오른쪽을 막는다.


심란 이 인간이 정말....비켜! 못 비키냐, 정말!!
만도 못 비켜! 절대루 못 비켜! 가구 싶음 날 죽이구 들어가!!
심란 니들이 내 손줄 왜 맡어?.....우리 보리하구 피가 섞였냐? 살이 섞였냐? 니들이 내 손줄 왜 데꾸 있어?
만도 나은 정만 정이냐? 기른 정도 정이야, 이거 왜 이래?!!
심란 씨알두 안 먹히는 소리 하지 말구, 비켜! 내 손주 데리구 갈거야, 비켜!!
만도 언니두 채은환 샘 자식처럼 길렀잖아....피 한방울 안 섞인 남인데두 지 자식보다 잘 키웠잖아!!
심란 이거랑 그거랑 같냐?
만도 같지! 뭐가 달라?
심란 니들 미친 놈들이지?
만도 뭐?
심란 미치지 않구서야 이럴수가 없어.....내가 니들이라면 일단 우리 팔란이부터 패 죽이 구, 보린 그날루 호적에서 파구 내다 버렸을거야....미치지 않구서야 이럴수가 없어.
만도 그럴라 그랬지....나야 천번 만번 그럴라 그랬지....세라 고 기집애 내 손에 걸리기만 하면 패 죽이기만 해? 아주 그냥 삼족을 멸해 버릴라 그랬지, 나는!
심란 뭐 이눔아!
만도 바뜨!.....우리 상두가 펄펄 뛰는 날 말리면서 그러대...삼촌! 우리 보리가 없었을땐 어떻게 살았지? 그래서, 내가 그랬다, 언니?....보리가 없었을 때? 보리가 없었을 땐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랬지, 내가!
심란 이 눔이 사람을 놀리나, 지금!!
만도 진짜루 보리가 없었을때 어떻게 살았는지 기억이 안 나, 언니!.....그 콩알만한 기집 애 때문에 상두랑 나, 죽을똥 살똥 피똥을 싸게 죽을 고생을 했지만....그래두 그 기 집애 때문에 웃기두 하구, 울기두 하구, (눈가에 슬쩍 눈물이 맺힌다) 우리 같은 인 간 말종두 사람 사는 거 같이 살았었거든.
심란 .....(만도의 눈물에...당혹스러운)
만도 (눈물이 그렁해지며) 보리 그 기집애가 말 배우기 시작할 때 고 참새같은 주둥이로 합바지! 그러구 부르는데...점 오십치다가 점 백으로 올린 첫판에 쓰리고에 따따블 흔들고 피박 광박 양박으로 다 씌워서 난 기분 있지? 딱 그 기분이 나더라니까! (눈물을 훔친다) 언닌 죽었다 깨나두 모를거다, 그 기분.
심란 (괜히 숙연해진다)....기집애 같이 울구 그러냐?
만도 내가 워낙 감성이 풍부해서 그래.
심란 (수그러져서)고마워, 그래.....우리 보리 저 만큼이라두 키워준 거 내가 살아가면서 다 갚을거야...살아서 못 갚으면 죽어서라도 갚을께....그동안 너무 고생 많았으니까 보리 이제 내가 데리구 가께...(하며 병실쪽으로 가려는데)
만도 (다시 막으며) 이 언니가 그래두 말귈 못 알아듣네...안 그래두 아픈 애한테 니 아 빠가 사실은 니 아빠가 아니란다, 얘야...그렇게 말할래? 세라도 상두한테 맞아죽을 까봐 병원엔 얼씬도 안하는 데다가 저도 본능적으로 뭔 느낌이 있는지 지 아빠한테 만 껌처럼 딱 달라붙어갖구 우리 상둘 꼼짝도 못하게 하는데.
심란 (고마운) 애 병원비가 한 두푼이야? 상두랑 아저씨가 무슨 갑부 아들이라구 그 짐 덩이를 다 껴안아?
만도 인제 병원비는 당근 언니가 다 내야지!....난 또 무슨 소리 한다구?
심란 (어이가 없는)
만도 그리구, 뭐 꼭 받는다는 말은 아니지만 그동안 보리밑으로 들어간 병원비두 원금이 라도 좀 계산을 해주면 우리 입장에선 고마운 일이구!
심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보는)


상두(E) 저희를 죽이시려면 썩은 동아줄을 내려주시고, 저희를 살리시려면 튼튼한 동아줄을 내려주세요.


46. #보리 병실


상두, 밝은 표정으로 보리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 (햇님 달님)
보리, 안색이 더 많이 안 좋아졌다.


상두 남매는 호랑이를 피해 튼튼한 동아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갔어요.
하늘로 올라간 여동생은 햇님이 되고 오빠는 달님이 되어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상두, 문득 이상한 느낌에 보면.....보리, 바들바들 떨리는 고사리 손으로 상두의 옷 소매를 꼭 움켜잡고 있다.


상두 (피식 웃고) 아빠 소맨 왜 이렇게 꼭 붙들고 있어?
보리 ......
상두 우리 딸 내년이면 여덟살이나 되는데, 점점 애기가 돼 가는 거 같다? 아빠 오줌 누러 가는 것도 다 쫓아다닐라 그러구.
보리 (계속 붙들고) 아빠.
상두 왜?
보리 아빤 나중에 죽으면 햇님이 되구 싶어? 달님이 되구 싶어?
상두 글쎄, 뭐가 되면 좋을까?...보리는? 보리는 뭐가 되구 싶어?
보리 음...햇님.
상두 아빤....나중에 죽으면...죽어서 다시 태어나면 보리 아빠가 되구 싶은데?
보리 (갸웃하며) 지금두 보리 아빠잖아.
상두 지금두 보리 아빠지만, 나중에 다시 태어나두 아빤 또 보리 아빠가 되구 싶어.
보리 나두 그럼 바꿀래....보리두 다시 태어나면 보리두 또 아빠 딸이 되구 싶어.
상두 야, 역시! 의리의 우리 보리차!! 누가 차씨 집안 아니랠까봐....우리 집안이 원래 의 리 빼면 시체거든.
보리 (씨익 웃고) 아빠 그럼....나중에 다시 태어나면 엄마랑 또 결혼해야 돼?
상두 (피식 씁쓸하게 웃는)


47. #레스트랑 (패밀리 레스트랑 정도)


세라, 껌을 짹짹 씹으며 앞에 앉아 있는 누군가를 한심한 듯 바라보고 있다.
세라 맞은 편에 사람 좋고 순하게 생긴 순철(30대 후반의 남자)과 아빠를 똑같이 닮은 8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 아이(봉상두), 세트로 양복을 맞춰입고(나비 넥타이도 하고 약간 우스꽝스럽고 촌스러운 느낌) 앉아 있다. 맞선을 보고 있는 중이다.
순철, 몹시 긴장한 듯 세라를 제대로 쳐다 보지도 못하고 손수건으로 식은 땀만 닦 고 있고, 봉상두도 수줍게 앉아 있다.


세라 (풍선을 불어서 터뜨리며) 이렇게 큰 애가 있다는 얘긴 안 했었는데?...이 아줌마 이 거 이렇게 사길 치면 곤란한데...
순철 (꾸벅거리며 곤혹스러운) 죄송합니다...전 소개하신 분이 말씀을 드린 줄 알았는데.... 죄송합니다.
세라 그렇다면 뭐 아저씨가 미안해 할 문젠 아니구.
순철 아저씨가 아니구 봉 순철입니다.
세라 그래요, 봉 순철씨!....그럼 전 김이 새서 이만 일어나 봐야 겠네요. (일어서려는데)
순철 잠깐만요....잠깐만....우리 상두가요....어제 세라씨 사진보구 저 보다 우리 상두가 더 좋아서 잠두 제대루 못 잤는데....
세라 (흠칫) 상두요?....상두라 그러셨어요, 방금?
순철 예, 이 녀석 이름이 상두예요. 봉 상두!
세라 (날카롭던 표정이 순해지며 봉상두를 보다가 다시 자리에 앉는다)
순철 상두야! 아줌마한테 어제 니가 밤새워서 준비한 말 해 봐.
세라 ......
봉상두 (꾸벅 인사하더니...열심히 써놓았던 글을 읽는 것처럼) 전 아줌마가 꼭 우리 새 엄 마가 되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그럼 공부도 열심히 하고, 부모님 말씀도 잘 듣는 착한 어린이가 되겠습니다. (그러다 자기 감정에 북받쳐 눈물이 그렁해진다)
세라 (저도 모르게 눈물이 그렁해져 웃는)
순철 (같이 눈물이 그렁해 진다)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우리 상두 죽은 엄마가 세라씨랑 꼭 닮았거든요.
세라 울지 마, 상두야....(상두의 눈물을 닦아주며) 알았어, 아줌마가 잘 생각해 보께....지 금부터 가서 잘 생각해보께....
순철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세라씨.
세라 너 진짜 이름 멋지다....정말 이름 잘 지으셨네요....상두.,,봉상두....상두....
순철 (좋아하며) 중매하신 분한테 조건으로 말씀하신거요...보린가 딸 아이 병원비랑 수술 비 제가 다 해결해 드리구요, 어머니 족발 가게두 제가 다 찾아 드리겠습니다.
세라 ....아저씨 되게 부잔가 보구나....제가 참 복이 많네요.
순철 아닙니다....세라씨같은 분을 만난 저희들이 오히려 복이 많은 거죠.
세라 (서글프게 웃는)


48. #동 레스트랑 (세라가 맞선 보고 있는)


은환과 민석, 입구쪽 테이블에 앉아 있다.
은환, 언제나처럼 열심히 씩씩하게 스테이크를 먹고 있고, 민석, 스테이크를 먹다가 문득 고개 들어 은환을 본다.


민석 우리...잘하구 있는 거냐, 지금?
은환 그럼...잘하구 있지....더 이상 어떻게 할 수 없을 만큼 너무너무 훌륭하게 잘하구 있 어.
민석 그래, 그렇게 믿자.....남들이 다 미친 짓이라 그래두 우리가 그렇다면 그런 거지 뭐.
은환 민석씨가 불쌍하긴 불쌍하지...볼때마다 불쌍해 죽겠어, 우리 민석씨.
민석 무슨 말씀을....진짜 불쌍한 건 너지...난 그래두 이렇게라두 널 가졌지만, 넌 결국 못 가졌잖아.
은환 (피식 웃으며)....시간이 지나구 살아가다 보면 지금 마음 아프고 힘든 건 다 잊혀 질거래.....시간이 지나구 살아가다 보면.
민석 (따뜻하게 웃으며) 차상두가 그래?
은환 그 자식 얘긴 하지 말자....우리 얘기만 하기두 시간이 모자란데...응?
민석 (피식 웃고) 그래, 그러자....이제 우리 얘기만 하자.
은환 (다시 고기를 썰며) 나 참 영어 학원 등록했다? 명색이 학교 선생인데 고등학교 1 학년 실력밖에 안된대, 내가.....캐나다가면 한동안 민석씨 등에만 달라붙어 다녀야겠 어.


이때, “상두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은환 (자기도 모르게 썰고 있던 칼을 놓치며 돌아본다)
민석 (그런 은환의 표정을 놓치지 않는다)


은환과 민석의 테이블 앞으로 봉상두가 뛰어오다가 뒤를 돌아보면, 순철, 뒤따라 뛰 어온다.


순철 상두야! 돈 갖구 가야지! (지갑에서 3만원정도 꺼내서 상두에게 주며) 요 옆에 꽃집 에 가서 우리 아빠가 프로포즈 할라 그런다구....장미꽃 100송이만 주세요, 그렇게 얘기 해....알았지? 봉 상두?
은환 (두 사람을 물끄러미 본다)
봉상두 다녀오겠습니다. (뛰어 나간다)
순철 상두야! 뛰지 말구 조심해서 가.
은환 (허허로운 표정으로 보는)
민석 (...그런 은환이 참 안스럽고 또 속이 상한다.)


49. #보리 병실


와이셔츠 차림의 상두, 자장가 부르며 보리를 재우고 있다. 상두의 와이셔츠를 꼭 쥐고 있던 보리의 손이 스르르 풀어지며 떨어진다.
상두, 이불을 다독여 덮어주고, 한쪽에 둔 양복 저고리 집어 들고 발걸음 소리 죽여 밖으로 나간다.


50. #병원 휴게실


만도, 한 아줌마의 코치를 받아가며 대바늘로 보리의 털모자 뜨고 앉아 있는데, 상 두, 양복 저고리 껴입으며 온다.


상두 여기 있었구나, 삼촌!...한참 찾았네.
만도 너, 어디 가, 임마!
상두 (주위 사람들 눈치 슬쩍보며 만도를 한쪽으로 끌고 와서) 네시까지 **동 **레스트 랑으로 와서 바람 좀 잡아줘. (돌아서 가려는데)
만도 (갑자기 상두를 꼼짝도 못하게 꽉 껴안는다.) 안돼! 가지 마! 못 가!!
상두 (황당한) 삼촌!
만도 인제 니가 그 짓을 왜 해, 임마! 보리 외할머니가 대 주신대! 지 진짜 핏줄이 골치 아픈 거 다 떠맡기루 나하구 쇼부 봤단 말야, 쨔샤!
상두 말도 안되는 소리 말구 이거 좀 놔! 이거 놔, 제발!!
만도 (쪼르르 앉으며 이번엔 상두의 다리를 잡는다) 글쎄, 넌 가만 있어, 이제....굿이나 보구 떡이나 먹어....속아 산 세월도 분해 죽겠는데, 할만큼 다했어, 우린....할만큼 다 했다구!!
상두 (버럭) 삼촌!!
만도 그 족발집 언니 잘만 협박하면 위자료도 좀 챙겨 주겠더라...그걸루 우리 포장마차 라두 하나 하자. 난 떡볶기를 볶을테니 넌 호떡을 뒤집어.
상두 (답이 안 나온다) 삼촌.
만도 응.
상두 나 오줌 마려!
만도 뻥까지 마, 쨔샤!...너한테 내가 한 두 번 속냐?
상두 진짜야....터질라 그래, 지금!
만도 싸! 여기서 싸!!
상두 싸라 그럼 내가 못 쌀 줄 알어?.....(바지 벨트를 풀고 바지를 내리려는데)


만도에게 뜨개질을 가르쳐 주던 아줌마, 어머나! 하며 눈을 가린다.


만도 야, 임마! (하며 상두를 잡는다)
상두 왜애!
만도 징그런 새끼!....빨리 싸구 와서 포장마차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토론을 좀 해 보자.
상두 (바지 벨트 다시 잠그며 만도를 한심하게 보는)


51. #레스트랑


수희, 상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다정하게 앉아 있다.


수희 자기야, 우리 결혼하자....이렇게 아쉽게 만나서 아쉽게 헤어지구....그러지 말구 우리 결혼하자....
상두 나두 그러구 싶은데, 접때 배풀뚝이 여자가 나 절대루 못 놔준대.
수희 (벌떡 일어나며) 정리하라구 내가 돈 줬잖아, 그래서.....대체 얼마를 원한대? 얼마면 떨어져준대, 응?
상두 걔가 돈독이 장난이 아니게 오른 애라서....자기 능력으론 감당을 할 수 없을거야, 아마.
수희 (절실한) 난 있지, 자길 얻을 수 있다면 내 전 재산두 내놓을 수 있어!
상두 (수희의 절실한 눈빛에 덜컥 두려움이 든다....) 내가 그렇게 좋아, 자기는?


이때, 레스트랑안으로 꾀재재한 추리닝 차림의 만도가 들어서며 상두를 찾아 두리 번거리고 있다.


수희 (먼저 만도를 발견하고) 어, 저기 김 부장님 아냐?....(왜 저런 추레한 차림일까 의아 해 하며) 김 부장님!!
상두 (흠칫하며 돌아본다)
만도 상두 너 이 새끼!....(하며 달려온다)
상두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눈을 부라려 보이는데)
만도 (수희는 본체 만체하고 상두보며) 오줌 싸러 먼데 까지두 왔다, 쨔샤!
상두 (왜 이래, 미쳤어? 죽을 상 짓는)
수희 (어이가 없어) 김 부장님! 무슨 말씀을 그렇게 심하게 하세요?
만도 (버럭) 나 김 부장 아니예요, 사모님!...(하다가 상두 멱살 잡으며) 내가 니 호구 냐?....어른 놀리구 사기치니까 재밌냐, 쨔샤!
수희 자기야. 김부장님 대체 왜 이래?
상두 (수희에게 난감하게 웃어주며) 감기약 과다 복용!.....(만도보고) 김부장니임....감기약 이 과자두 아니구 그렇게 열 봉지씩 드시는 게 아니라니까 그렇게 말을 안 들으세 요?
수희 진짜 너무 심하시네, 김부장님!
만도 가자, 너 인제 이런 드러운 짓 안해두 돼...그만큼 똥물 뒤집어쓰구 살았으면 됐어, 가자!!
상두 김 부장님! 자꾸 이러시면 저 정말 화냅니다.
만도 너나 자꾸 이러지 마, 쨔샤!....좋아! 그럼 보리 그 집에다 갖다 줘 버린다?....족발집 언니 보리 내놓으라구 안 그래두 난린데 당장 갖다 줘 버려야지....(돌아서 나가는 데)
상두 (버럭) 삼촌!!
수희 (흠칫해서 보는)
만도 (상두 손을 잡으며) 가자구 그러니까!....(수희에게) 사모님도 그만 가정으로 돌아가 시고....다들 컴백홈 하시자구.
수희 (어안이 벙벙해서) 지금 무슨 소리들 하시는 거예요?
상두 (다 끝났다....괴롭게 얼굴을 가리고 의자에 털석 앉아 버린다)
만도 (꾸벅 인사하며) 죄송합니다, 사모님....저희도 먹구 살려다 보니까 본의 아니게 피해 를 끼쳤네요...죽으면 가지고 가지도 못할 돈, 부의 재분배다 그렇게 너그럽게 이해 하시구....
수희 (바들바들 떨다가 O.L.) 당신들....혹시...제비니?
상두 (괴롭게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고)
수희 제비냐구, 당신들!!
만도 ......뭐 제비라기 보다는.....(미화할 말이 딱히 생각이 안난다. 기어들어가는) 제비죠 뭐. 이를 테면.
수희 (허!허!....하늘이 무너지는 표정으로 눈물이 그렁해 상두를 야속하게 보고)
상두 .......(그대로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수희 (핸드백을 들고 눈물을 훔치며 밖으로 나가버린다)
상두 .....
만도 안녕히 가세요, 사모님.
상두 (손을 떼고 만도를 보며...)저 아줌마 나 정말 많이 좋아한 거 같던데....저렇게 보내 면 안되는데....
만도 그럼 진달래꽃 뿌려놓구 손수건 흔들면서 보내냐?...원래 드러운 짓은 드럽게 밖에 끝날 수 없는거야.
상두 (괴롭게 두 손으로 얼굴을 다시 가린다)


52. #레스트랑앞


수희, 배신감에 서러운 눈물을 쏟으며 나오다가 문득 발걸음을 멈춘다.
이를 앙물며 눈빛이 매섭게 빛난다. 핸드백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수희 (112 누르고) 거기 경찰서죠?


53. #은환집 앞(늦은 오후)


장미꽃 100송이를 든 세라, 걸어오다 보면 마당에 민석과 은환이 무릎을 꿇고 심란앞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심란옆으로 지환도 앉아 있다.


54. # 은환집 마당


은환, 민석과 함께 심란에게 결혼 허락을 받는 중이다.


은환 왜 안되는데? 뭐가 안돼? 엄마, 민석씨 좋아했잖아!!
심란 글쎄, 안된다면 안돼! 이런 결혼은 하는 게 아냐!!
은환 뭐가 어때서? 우리 원래 결혼할 사이였어, 엄마!
심란 걘 어떡하구....걔는 어떻게 되는 건데, 그럼?
은환 누가 뭘 어떻게 돼?
지환 (생각없이) 걔라 그럼 누군지 알어? 콕 찝어서 얘길 해줘야지! (은환보고) 상두 형 은 그럼? 우리 두 누나들땜에 피 바가지 쓴 불쌍한 상두형은 어떡하구?
은환 (화를 내며) 상두 얘기가 여기서 왜 나와, 이 자식아!!
지환 하여튼 내가 동네 북이지....알아듣기 쉽게 포인트 찍어 준건데, 왜 화는 내구 그 래?
민석 한번만 저희 믿어주십시오, 잘 살겠습니다.
심란 민석이 넌 벨두 없는 놈이냐? 은환이 껍데기만 데꾸 살 거 뻔히 알면서 그런 결혼 을 왜 하구 싶은데?
은환 .......
민석 사랑은 노력하는 거라구 생각합니다.
심란 노력은 다른 여자 만나서....은환이말구 은환이 보다 훨씬 잘나고 훌륭한 여자 만나 서 하구 은환인....은환인 상두한테 보내!!
은환 엄마!!


55. #은환집앞


세라, 숨듯이 서서 안에서 흘러 나오는 얘기를 참담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심란(E) 그렇게 해, 민석아! 그렇게 해!!


56. #은환집 마당


민석 제 사랑두 사랑입니다, 어머니.
심란 누가 니 사랑이 사랑이 아니래?....알어! 나는 세상에서 은환이 아버지 다음으로다 너 존경해, 민석아! 세상에 너 같은 녀석이 어딨니?....은환이 년이 얼마나 니 가슴 에 못을 치구, 피눈물을 나게 했는데, 끝까지 흔들리지 않구 은환이 믿어주구 기다 려주구.....은환이 상두 그 염병할 사랑보다 니 사랑이 더 대단하구 훌륭하다구 생각 해, 난!
민석 그런데요! 그런데요!!
심란 내 자식은 은환이니까 내 자식 편만 드는 거야....니가 아무리 대단하구 훌륭한 놈이 지만, 너랑 살면 은환이가 불행해서 안돼....하루하루 시들어져서 죽을거야, 저년!
은환 그렇지 않아, 엄마! 나 민석씨랑 잘 살 자신 있어! 엄만 알지두 못하면서 왜 그래!!
심란 상두한테 가, 은환아....팔란이 년은 내가 두 손 두 발 다 꽁꽁 묶어 놓을 테니까....
57. #은환집 밖


세라, 눈물이 그렁해 듣고 있다.


심란(E) 내가 안 묶어놔두 그 년, 지가 사람이면 상두 옆엔 가지도 못할 거니까....걸릴 거 아무것도 없어!


세라, 허탈하게 웃으며 발길을 돌려서 도망치듯 집앞을 떠난다.


58. #은환집 안


민석, 참담한 표정으로 앉아 있고, 은환, 미칠 것 같은 표정으로 심란을 본다.
심란, 한치의 흔들림도 없는 대쪽 같다.


심란 상두한테 가, 은환아.
은환 (고개를 저으며) 싫어!
지환 왜?
심란 왜?
은환 엄마한테 허락 받으러 온 거 아냐....그냥 그동안 키워주셨으니까, 우리 내일 결혼합 니다....알리긴 해야 될거 같애서.....그래서 왔어요.
심란 (기가 막히고)
지환 엥? 누나, 낼 결혼해?.....미친 거 아냐?
은환 (일어나며) 가자, 민석씨!....(밖으로 나가 버린다)
심란 (어이가 없고)
지환 우리 누나 미쳤죠, 매형?....누나가 미쳤다구 매형까지 아싸! 이게 웬 떡이냐? 덩달 아 미치면 어떡해요?
민석 (큰절을 한다)
심란 민석아.
민석 저대루 두면 은환이 정말 미칠 거 같애서....더이상 상처 입는 거 볼 수 없어서...그 래서 이런 말도 안되는 일 저질렀습니다.....용서하십시오.
심란 (민석옆으로 오며 같이 무릎을 꿇고 앉으며) 안돼, 민석아....은환인 상두한테 보내... 쟤들한테 더 이상 우리 죄 지으면 안돼....미안하다, 민석아....내가 정말 미안하다.
민석 (눈물이 그렁해지는)


59. #공원 놀이터(노을녘)


은환, 그네에 앉아 서럽게 울고 있다.
민석, 걸어오다가 그런 은환을 발견하지만, 차마 다 가가지 못한다.


60. # 상두 옥상 (노을녘)


상두, 빨랫줄에 널린 빨래를 걷고 있다. 빨랫줄에 커다란 담요하나 널려 있다.


민석(E) 차상두!


상두, 돌아보면 민석, 캔맥주를 박스째 들고 빙긋 웃으며 서 있다.
상두, 어이없는 표정 짓고.


옥상 아래로 현란한 세상의 불빛들이 반짝이고 있다.
평상에 앉은 민석, 캔맥주 마시며 불빛들을 보고 앉아 있다.
상두, 빨래 한쪽에 두고 그 옆으로 와 앉으며 맥주 캔을 따서 마신다.


민석 은환이랑 나, 낼 결혼한다?
상두 (맥주 마시다 푸 내뿜는)
민석 암말 안하구 바루 믿어주는 건 너밖에 없네....하두 미친 놈 소릴 많이 들었더니 귀 가 따갑다. (귀를 후비는)
상두 (어이없이 보다가 말없이 맥주 마시고)
민석 (맥주 마시는)
상두 청첩장 갖구 왔냐?
민석 그런 거 없어...우리 둘만 조촐하게 할 건데 뭐.
상두 (맥주 마시고 할 말을 잃고 있다가)....부조...해야 되냐?
민석 (피식 웃고) 해주면 좋지.
상두 .....(캔을 쥔 손이 떨리고 있다)
민석 (떨고 있는 상두의 손을 본다) .....황당하지, 되게?
상두 .....(고개 끄덕이며) 응.
민석 너한테 배운거야....나, 따라하기 대장이잖아.
상두 (보는)
민석 그래두 니가 은환이 찾아서 학교 수위가 되구 학생이 되구....그것보단 덜 황당하지 않냐?
상두 (픽 웃고 맥주 마시는....손이 몹시 떨리고 있다)
민석 너 만나고 나서 나 진짜 많이 달라졌다?...예전의 강민석이라면 생각만 하구 말 일 을 이젠 막 저질러 버리거든.
상두 ......
민석 충격이 컸나보다....천하의 차상두가 말이 없어졌네? (픽 웃고 상두의 뺨을 잡아 당 기며) 으이, 등신 같은 놈! (다른 한쪽 뺨 잡아 당기며) 바보 같은 놈! (눈물이 그렁 해진다) 불쌍한 놈!
상두 ....(민석이 자신의 뺨을 잡은 손을 탁 쳐내고 난간쪽으로 걸어간다) 서울에서...살거 냐?
민석 아니...외국으루 갈려구.....서울에서 어떻게 살어? 니가 있는데.
상두 (피식 쓰게 웃고) 잔인한 새끼.
민석 그래, 나 잔인해. 멀찍이서 지켜보는 것도 못하게 할거야, 내가.
상두 그래! 멋지다, 새꺄! (맥주를 꿀꺽꿀꺽 마신다....충격이 가시질 않는다)
민석 (상두옆으로 걸어가 선다) 나한테 뽀뽀 한번만 해줄래?
상두 (어이없는 듯 보는)
민석 한번만 해줘. 내가 생각해두 나 진짜 멋진 놈이거든.
상두 앞으론 남자 좋아하지 말구, 은환이만 좋아해....은환이만 보구, 은환이만 생각해, 임 마. (돌아서 평상쪽으로 가려는데)
민석 은환이한텐 니가 좀 가봐 줄래?
상두 (흠칫)
민석 맥주 박스 밑에 우리 결혼식 할 성당 약도 그려놨어.....니가 좀 가봐 줘.
상두 (민석에게서 떨어지며) 야!!
민석 니가 가서 내가 혼자 미국으로 떠났다는 얘기도 좀 전해줘....아무도 안 가면 그 미련퉁이가 밤늦게까지 혼자 떨면서 기다리고 있을거야.
상두 강민석!
민석 사랑이 없는 줄 알았는데....사랑이....있더라?
상두 ......
민석 차상두가...채은환이....은환이 어머니가....가르쳐줬어.
상두 .....
민석 내가 지금껏 사랑이라구 믿었던 건....사랑이 아니구 오기구 집착이었던 같애....근데 나두 이제 제대루 진짜 사랑을 하게 된 거 같다.
상두 .......
민석 간다.....(돌아서서 내려간다)
상두 강 민석!
민석 다시 돌아왔을 때 은환이가 혼자면 그땐 정말 안 놓친다, 나두. (그대로 돌아보지 않고 간다)
상두 (멍하니 망연자실한)
F.O.


61. # 병원앞 현관(아침)


바바리 코트 차림의 민석, 모범 택시에 트렁크를 실리고 있는 것을 본다. 허허로운 표정으로 병원을 둘러보는.


62. #상두 옥탑방 마당 (아침)


상두, 멍한 표정으로 평상에 누워 있다....그렇게 평상에서 밤을 보냈다.
옆으로 뒹굴고 있는 맥주캔과 박스가 보인다....상두, 벌떡 일어나 맥주캔 밑에 붙어 있는 종이(약도가 그려진)를 본다.


63. #은환방


심란, 문 열고 들어와 보면 침대 깔끔하게 정리 되어 있고 아무도 없다.


64. #성당안(서울 외곽 시골의)


심플한 드레스 차림의 은환, 혼자 앉아 있다.


65. #상두집 일층


상두, 털레털레 걸어가고 있는데, 상두 앞에 대기하고 있는 승용차에서 형사 두 명 내려 들고 있던 사진과 비교해 보고 상두에게 다가온다.


형사1 차상두씨죠?
상두 그런데요.
형사1 김수희씨 아시죠?
상두 (눈빛이 흔들리는)
형사1 김수희씨에게 고소가 들어왔습니다. 차상두씨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묵비권 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상두 (표정이 창백해지고 멍해져서 자기도 모르게 마치 도망가는 것처럼 앞으로 걸어가 려는데)
형사2 (상두를 잡고)
형사1 (수갑을 꺼내 상두의 한쪽 손에 채운다) 김수희씨를 상대로 폭력, 공갈 및 협박한 혐의로 현장에서 긴급 체포...(하는데)


굳어졌던 상두, 갑자기 “안돼! ”부르짖으며 형사들의 손을 힘껏 뿌리치고, 한쪽 손 에 수갑을 찬 채 그대로 달리기 시작하는데....


ENDING
:

  이야기...
old/old_freeboard 2003. 11. 5. 02:37

제목을 대체 지을 수가 없어서 --;


상두가 끝나고 허전한 마음 달랠 길이 없어
계속 상두 동영상 다운받고, 비 노래를 듣고 있다
아무래도 여운이 꽤 갈 듯...
사실 어제 오늘은 그 전에 비해 좀 약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빠질대로 빠진 나로서는 그래도 괜찮았어! 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오늘도 눈 시뻘개지도록 울었다
상두를 보고나면 화장실로 직행하는 게 코스가 돼 버렸었는데...
이렇게 운 드라마는 가을연가 이후 처음
그땐 엄마라도 같이 울어줬는데 울 엄마 상두보고는 안 우시더라 --;;;
덕분에 나 혼자 숨죽여 우느라 힘들었다(내 동생은 내가 울면 비웃는다 ㅠㅠ)


상두를 통해 내가 얻은 것과 잃은 것들을 하나하나 따져보자면
잃은 것
생활패턴 완전 망가지고,
사고 또한 마비되고
집중력 완전 제로되고 --;;;
등등이 있다
그에 비해 얻은 건
동영상 편집툴 활용방법 -.-
스크랩북 게시판(ㅋㅋ)
그리고 비라는 가수의 재발견!


뭐 공효진이야 원래 그런 연기 엄청나게 해내는 거 이미 알고 있었고
이동건도 곧잘 해 왔었고
사실 비는 그냥 인기에 편승해 캐스팅한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드라마의 거의 모든 부분을 비라는 아이가 다 이끌어나갔다
나오는 부분이든, 나오지 않는 부분이든
이야기는 비, 아니 상두를 통해 진행됐고
놀라운 것은 그 역할을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잘 해 냈다는 거다
(스크랩북에다가 상두 대본을 퍼 나르다가
상두라는 이름이 정말 빠지지 않고 나온다는 거...
이렇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역할이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그냥 몸좋은 가수, 춤 잘추는 가수 정도의 이미지였던 비가 이제는 새롭게 보인다
뭐 연기도 잘 하는 가수라는 건 누구나 이제는 인정할테고,
놀라운 건, 노래도 곧잘 한다는 것
계속 말했던 것처럼 2집은 뭐 그냥 그렇다
게속 들으면 정은 가는데, 나랑 딱 맞는 노래는 아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건,
별과 부른 얼마나 사랑하는지, 1집의 악수, 익숙치 않아서...정도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나한테는 좋아하는 목소리 톤이라는 게 있다
약간 중저음의...
그래서 내가 박효신에 목을 매는 거고
영화에서 한번 본 앤서니 라빈스라는 사람의 책까지 사 읽게 된 거다
그런데! 비가 딱 이런 목소리다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목소리로 별다른 기교없이 소리를 낸다
정말 열심히 내지르는 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아아~~ 소리가 절로 나온다 -.-


게다가 요즘의 비를 보고 있노라면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가수가 라이브하는게 감탄할 일은 아니란 건 나도 알지만
어디 우리나라 가요계가 그랬던가
물론 효신이나 휘성 같은 애들처럼 항상 라이브를 고집하는 애들도 있지만
걔들은 오로지! 가창력으로만 승부하는 가수들이니깐
(이 둘을 깎아내리는 건 절대 아님, 나 박효신 열나 좋아해!)
근데 비는 가창력으로 승부하는 가수가 아니라 미소, 몸, 춤으로 어필하는 가수였는데,
아니 얘는 그걸 다 보여주면서, 가창력으로도 승부하고 싶어한다
일주일에 코피를 서너번씩 쏟아가며
드라마 촬영이랑 겹쳐도 하루에 한시간씩 자면서 만들어낸 결과라는데...
대체 어느 누가 이 노력하는 청년에게 돌을 던지겠는가
얘의 기사나 뭐 그런 걸 어쩌다 보게 되면 정말 아름다운 청년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도 들 정도다


사실 비 얘기를 하려고 이 글을 첨에 쓴 건 아닌데
역시 비로 흘러갔다 -.-


오늘 상두가 처음으로 자길 위해 은환이한테 가고,
사랑하는 사람과 인사하고 나서
소리 내서 우는 걸 보고 어찌나 가슴이 찢어지던지
그 둘의 트럭사고 장면은 어찌나 영화같은 모습이던지 어이가 없었지만
그런 것까지 다 용서될 만큼, 그 둘이 꼭 껴안고 있는 장면이
생명이 있고 없고와 관계없이 어찌나 애틋하고 나름 흐뭇하던지...


그래, 너희 둘 이제 행복하니?
:

  상두야! 학교가자 3화중, 술취한 채티처의 고백
old/old_scrapbook 2003. 11. 5. 01:32







맘이 아프오
:

  상두야! 학교가자 2화중, 상두와 삼촌의 데모씬
old/old_scrapbook 2003. 11. 5. 01:30







화면이 나오지 않는 분은, 코덱을 의심해주세요!
:

  [세주니어스의 辨明] A : Accident
old/old_column 2003. 11. 5. 01:09
영화 트루로맨스의 두 주인공 '클레런스'와 '알라바마' 는
소니 치바 주연의 'Street Fighter'를 상영하는 극장에서 처음 만나게 됩니다.
알라바마가 팝콘통을 들고가다 클레런스의 바지에 온통 쏟아 버리죠.
사과를 하는 알라바마에게 클레런스는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Clarence : "That's okay. Accident happens."
                (괜찮아요. 사고는 일어나는 법이죠.)
Alabama : "Wow! What a wonderful philosophy !!"
                (와우. 정말 멋진 생각이군요 !!)

그렇습니다.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 것입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아무도 모르죠.

하지만 소개팅은 이런 사고가 터지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 마련된 자리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안전운행에 익숙한 사람들이 사고 함 내라고 모아 놓는 들
별 뾰족한 수가 있겠습니까?

그나마 겁없던 어린 시절에야 사고 자주 납니다.
스스로의 감정에, 상대방에 미숙하니까요.

그렇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소개팅은 형식적이고, 따분한 자리가 되어버리더군요.
처음 봤지만 10년 지기를 만난듯 의기투합하는 일도 사라졌고
다들 차림새와 말솜씨를 재며 이 사람을 만나 볼까 말까 머리 굴리는 지루한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자기 맘에 안 들더라도, 능숙하게 자리를 불편하지 않게 정리하는 법도 배웠습니다.
맘에 안들었다고 주선을 들들 볶는 일도 없습니다.

맘에 드는 친구가 나타난다고 해도,
하루 이틀 연락이 미뤄져 버리면 또 새삼스레 연락하기도 그렇습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그렇게 스쳐 버린 인연이 얼마나 될까요

사람을 만난다는 일이 가벼워 지고, 사람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이제는 그만 해야 될 때가 됐구나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얼마전에 읽은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라는 책에
저의 뒷통수를 때리고 지나간 (아직도 얼얼한) 구절이 있었습니다.

"현대의 연애에서는 모험이 헤게모니를 잃었다. 이제 벌어지는 사건은 등장인물의
내적 상태의 반영일 수 없다. 클로이와 나는 현대인들이고, 모험을 하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내적 독백을 하는 사람들이다. 세계는 낭만적인 투쟁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해버렸다.
부모들은 신경 쓰지 않는다. 정글은 길들여 졌다. 사회는 일반적 관용 뒤에
못마땅한 태도를 숨기고 있다. 식당은 늦게까지 문을 연다. 거의 어디에서나 신용카드를
받는다. 섹스는 범죄가 아니라 의무가 되었다. 그래도 클로이와 나에게는 우리의 결합을
확인해줄 이야기, 공동의 역사가 있었다. (과거의 무게가 종종 무게 없는 현재를 짓누르기는
했었지만......)"

그렇습니다. 이제 정글은 길들여 졌습니다.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사람들은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만 존재합니다.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에서 알랭 드 보통은 '모험'을 잃었다고 썼지만
저는 '사고(Accident)'가 사라졌다고 이야기 하고 싶군요.

이제 다들 겁나게 안전운행입니다.

내가 상처받는 일 없게, 상대편이 다치는 일 없게.
맘에 들던, 들지 않던 자기의 속마음을 감추고
가식과 위선으로 덧칠한 '교양있는 척'일 뿐입니다.

저도 거기서 자유롭다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처지는 아닙니다.
저는 그 누구보다도 '모험'이 없는, '사고(Accident)'가 없는 소개팅 매너리즘 맨이 되버렸으니까요.

하지만 일전에 회사 동료들과의 회식자리에서 '사고 발생률'을 높이는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움하하핫...



네! 바로 이겁니다 !!

"지나친 음주는 ... 작업중 사고 발생률"을 높입니다.

집에 일찍 가지 마십시오.
몸사리며 술 마시지 마십시오.
길거리를 방황하십시오.


"사고는 일어나게 되있습니다.(Accident happ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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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교통사고 같은거야" - 노희경님의 드라마 '거짓말' 에서 윤여정님의 대사입니다.
*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청미래 출판사 | 알랭 드 보통 지음/정영목 옮김 | 2003 년
* 사진 모델은 꿍쳐놓은 "山" 입니다.

* 다음편 'B' 는 Beauty 편 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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