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다 읽은 내가 대견해서 동네방네 알릴 수 밖에 없다!
단편인 화재감시원 한권을 빼면
둠즈데이북 - 개는 말할 것도 없고 - 블랙아웃 - 올클리어
이 네 개의 시리즈가 2권씩 있는데다가 각 권이 500페이지에 가까운 벽돌책이어서(전체 읽은 페이지수는 3800페이지 정도에 육박!)
전체 다 읽는데 거의 세달 가까이 소요됐는데
이게 약간 시트콤처럼(시트콤같은 내용은 아니지만)
인물과 상황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편이라 시리즈의 1권을 4주 읽다가 2권을 이틀만에 완독하는 패턴으로 진행됨
첫 권이 진짜 진도가 안 나가는데 첫권 마지막 쯤 되면 급격하게 흥미가 돋아서 2권을 후루룩 읽게 되는데
이게 전자책이어서 봤지 종이책으로 읽었다면 벌써 나가떨어지고 도서관 연체자가 됐겠지...
서평 뒤져보면 사람들이 제일 재밌게 읽었다는 시리즈는 '개는 말할 것도 없고'인데
나는 취향이 이상해서인지 그 책이 젤 별로였고 코로나 시대를 겪어서인가 둠즈데이북이 뭔가 애착 ㅋ
블랙아웃-올클리어도 재밌긴 했는데 4권은 너무 길어!
아무래도 최근에 읽어서 그런지 + 둠즈데이 북은 너무 시기(흑사병 시기)가 동떨어져서
블랙아웃-올클리어 관련해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이 책을 읽으며 놀랐던 부분. 2차 대전에 영국인들 이렇게 살았어???
2차대전=우리 일제 강점기 시기라 우리 민족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우리 드라마로 엄청 많이 봤는데
뭐 우리가 2차대전의 최전방은 아니라 징병가고 강제로 노역하고 이런 사람들 아니면 직접 전쟁을 겪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우리 충분히 어렵고 배고프게 살았던 거 아니었나? 그나마 우리는 최전방도 아닌데?
영국은 매일매일 독일 전투기가 날아와서 폭탄 떨어뜨려서 매일밤 공습 사이렌이 울리는데
백화점 가서 스타킹 사고 춤추러 다니고 극장에서 공연하고 그랬네?(물론 그러다가 폭격으로 사망하곤 하지만)
그리고 각 집에 방공호를 마련하고 밤마다 근처 방공호나 지하철 역으로 대피하는데 거기 식당도 있고 도서관도 있어요
게다가 그 방공호에 모인 사람들이 같이 연극 연습을 해서 공연도 하더라
내가 생각한 그 시절은 되게 못 먹고(이건 영국도 맞음) 못 살고 팍팍한 삶이었는데
다들 그런 게 아니라 나름대로 즐길 거 즐기고 살았던 거 보니 묘한 기분
너네 안 힘들었어? 와 빈정상하네 이게 아니라 그냥 묘한 기분.
물론 우리의 문제는 꽉막힌 조선시대와 일제의 콜라보로 좋은 것들은 소수의 양반+부자+매국노들만 향유했던 시기가 너무 길었던 거였겠지만...
내가 여태까지 봤던 2차대전 시대의 유럽 관련 내용의 95% 정도는 홀로코스트 관련 내용이라
우리보다 더하면 더 했지 못하지는 않은 것만 봐왔던 터라 전시 중의 생활은 대부분 비슷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그 당시 영국(특히 책에 나온 런던) 사람들의 삶이 어땠는지 한참을 검색해봤는데
비참하고 위태위태한 삶을 살아오면서도 나름 자신들의 삶을 잘 살아왔더라
Keep calm and carry on이랑 Show must go on이 그냥 나온 게 아니더라구.
책에서 묘사되는 공습 사이렌 소리나 이런 것들이 너무 궁금해서 유튜브로 사이렌, 대공습 시기 런던 이야기들을 뒤져봤는데 그들의 삶이 조금 더 궁금해짐. 책,영화,다큐 같은 걸 찾아보고 싶을 정도(참고로 젤 싫어하는 영화: 전쟁영화임)
계속 추가되는 내용
1) 재난가방
책을 다 읽은 게 일요일인데 월요일 아침 출근준비를 하다가 경계경보 사이렌이 울려서 혼비백산했다
갑자기 서울 시민들 대피준비해서 대피하라니?!!
일단 무슨 일인지 좀 정확하게 알려주고 런던처럼 블랙아웃 사이렌이라도 울려달라고 이놈들아(몰입에서 못 벗어남)
생각해보니 우리도 휴전 중인 국가인데 너무 안일하게 사는 데다가,
이번 기회에 우리 나라 경보체계의 헛점을 전 세계에 알린 것 같아서 재난대피용 가방을 준비해둘 필요를 느끼게 됐다
물론 런던 공습시절처럼 비행기가 요란하게 날아와서 뾰로로로로 하고 떨어뜨리는 폭탄이 아니라
그냥 사이렌 울리는 순간 목숨이 날아가버릴 확률이 가장 높지만 또 운이 그렇게 좋지 못해 서바이벌이 필요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재난 가방에 뭘 싸야하는지는 이미 검색엔진에서 검색하면 무엇을 어디서 살 수 있는지 링크까지 있어서 내가 굳이 덧붙일 필요도 없고 잘 알지도 못하지만,
내가 이 시간여행 시리즈를 읽고 꼭 챙겨야한다 생각한 재난가방 내 품목
1. 약 (특히 항생제(가능한가?), 진통해열제, 감기약 같은 건 챙겨야 할 것 같고 세균 감염 있을지 모르니 소독약 있어야 함. 소화제는 필요없을 거 같애 소화제가 필요할 만큼 뭘 먹을 수가 없을 거 같으니)
2. 전기가 안 들어와도 혼자 즐길 수 있는 취미거리 - 소설 내에서는 뜨개질, 독서, 연극연습 등을 함
3. 그리고 쓸 수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현금
그리고 덧붙여 어디로 대피할지는 무엇으로부터 대피하는지에 따라 굉장히 다르다고 하는데
우리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지정대피소긴 한데 나는 시간이 허락한다면 가까운 지하철역으로 갈 예정
아파트 지하주차장 못 믿어.........
2) 데드라인에 대하여
책을 읽다 보면 동일 인물이 같은 시간대에 두번 있을 수 없어서 데드라인이라는 게 존재
예를 들어 내가 1919년 3월 1일에 이전에 한번 갔다 돌아온 후
그 이전인 1918년 5월 5일(아무날도 아님)에 다시 한번 가게 된다면 적어도 19년 2월 28일에는 귀환해야 한다는 것.
그렇지 않으면 시스템이 이 모순을 없애기 위해 그 전에 나를 어떤식으로든 죽여버린다?!
(시간여행을 하면서 옛날의 큰 사건을 바꾸는 건 불가, 근데 나는 죽을 수 있음)
그러다 불현듯 든 궁금증
그렇다면 시간여행은 나의 과거 시간대로는 불가하고 내가 태어나기 이전으로만 이동이 가능한 것?
타임머신이 발명된다면, 내가 가서 보고 싶은 건 나의 어린시절&그때의 가족친구들이지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보고 싶진 않은데?
내가 10년전으로 여행을 떠나며 도착을 막 8차선 도로 한가운데로 해서 순간 죽게 되나?
하다 보니 무릎을 탁 치게 됨. 아 그래서 이 소설 속에서는 역사학자들이 여행을 가는구나! 논문 쓰려고!
논문 뭐라고 흑사병 걸리고 폭탄 피하고 그래야하는지 나같은 가방끈 짧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