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 - 은모든
Bibliotheque 2022. 6. 6. 16:23

 

이 책은 위의 두 책과 달리 아무런 사전정보 및 기타 권위(이를테면 부커상..)에 기대지 않고 내가 고른 책임!!

 

고른 이유

: 1. 집에만 너무 박혀있어서 밖에서 산책하면서 오디오북이 필요했고

  2. 얼마 안 되는 "완독본"이었으며

  3. 한예리가 읽어준다니, 안 들을 이유가 없자나!

 

이렇게 그냥 대충대충 고른 책이었지만, 진짜 많은 생각을 하고 많은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나에게는 진짜 좋은 책이었다는 점을 미리 밝힙니다.

 

책의 주된 내용은

지금 연명치료를 하지 않으면 죽을 수 있는 경우,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 라고 선택할 수 있듯

& 저 스위스처럼 돈 내고 시간 정해서 약 먹으면 저 세상 갈 수 있는 것처럼

여기저기 아프고 괴로워 삶의 연장이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이 모종의 절차를 거쳐 내가 세상 떠날 날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의 합법화와

이에 따라 자신의 임종을 선택한 한 가족의 이야기이다.

 

스위스에서는 돈만 내면 죽고 싶은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부분의 내 또래(+나보다 어린 친구들)는 와 짱이다! 나도 인간다움을 잃게 될 상황이라면 저걸 선택할래! 라고 말했을 거고

나도 물론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며 친구들고 떠든 기억이 있다

인간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행복하지 못한 노년을 보내는 사람이 너무 많고

행불행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친구로서의 나 자신을 잃는 경우도 너무 많이 봐 왔기 때문이겠지

어차피 한번은 가야하는 거라면 그래도 깔끔하게 살다 가는 게 좋지. 라고 생각하지 않을 사람은 별로 없을거 아냐

 

그래서 안락사, 존엄사에 대해 말하자면 나는 부동의 호였는데 이 책을 읽고 생각이 많아졌어

나는 이 죽음의 주어가 나인 경우에 대해서만 생각해왔거든?

근데 이 책에서는 주인공의 할머니가 언제 세상을 하직할지 계획을 세우고 이를 대하는 가족들의 이야기가 나온단 말야

이렇게 가족의 입장에서 이런 죽음을 상상해 본 적이 한번도 없는데

과연 나는 내 가족이 이런 선택을 한다면 존중해줄 수 있을까?

 

연명치료 거부, 까지는 모르겠어

연명치료라는 게 본인도 보는 사람들도 서로에게 못할 짓인 것 같거든

근데 혼자 숨쉬고 밥먹고 걸을 수 있는데 내일 오후 5시부터는 안녕이라고?

나는 그걸 받아들일 자신이 아직은 없는 것 같아

 

근데 뭐 연명치료도 마찬가지야

며칠 전 친구랑 이 책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연명치료 거부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봤는데

- 우리 엄마랑 친구네 부모님 다 연명치료 거부에 서명을 하고 뭔 증서까지 받아온 상태임 -

진짜 이런 걸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

가족이 강하게 요구하는 경우 본인이 거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연명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진짜 본인이 원한다고 그렇게 해 주세요, 라고 할 수가 도저히 없을 것 같은데

이거는 진짜 되돌릴 수 없는 걸까?

이런 내가 존엄사를 찬성한다는 게 과연 말이 되는 걸까?

 

이 글을 쓰던 도중에 밥먹으면서 인터넷을 좀 봤는데

우리나라의 안락사 찬성률이 훌쩍 올랐다네?

찬성 이유는 1. 삶의 의미가 없어서 2. 인간답게 살다 가기 위해서 라는데...

2번은 나도 나의 삶의 끝은 인간다웠으면 하는 마음이기 때문에 이해가 되지만

현재 내 삶이 남루하고 의미를 찾을 수 없다고 해서 앞으로의 삶도 그러리란 보장은 없지 않을까?

나는 어찌 보면 대책없이 긍정적인 성격이라 이러다 괜찮아지는 날 오겠지, 싶은데

아직 펼쳐보지 못한 페이지들을 앞에 두고 책을 덮는다는 게 올바른 선택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냥 사람들이 사는 게 점점 더 쉽지 않나보다, 싶을 뿐

 

무슨 책 얘기를 쓰다가 뉴스까지 나왔는데

삶과 죽음의 문제이다보니 사람이 감정적이 되는 게 어쩔 수 없군.

생각을 많이 한다고 결론을 내릴 수 있게되는 문제는 아니고, 각자 자기 상황에 따른 결론을 내리겠지만

한번쯤은 생각해볼만한 이야기인 것 같아

나 자신의 이야기가 아니라 주변사람의 이야기로 대해 이입할 수 있는 기회를 준 책이라

한번쯤은 읽어볼만한 이야기인것 같아

뭐 물론 안 읽는다고 생각 못할 이야기는 아니고,

내 빈약한 상상력 때문에 나 자신이 아닌 타인을 주어로 해서 생각해보지 못한 거라 나에겐 이렇게 다가왔을 지 몰라도

책 자체는 두껍지 않고(오디오북으로 두시간 남짓이었던 것으로 기억) 술술 읽힘

 

쓰기 전엔 뭐 더 쓸 얘기가 많았던 것 같은데

실제로 쓰고 보니 내용도 별로 없고 그냥 주저리(여느때보다 더)였는데

그냥 사람이 감정적이 돼서 온갖 생각을 해서 그런갑다, 하면서 읽으면 될 듯

(물론 나만 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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