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체성(?)을 설명해야 할 필요
NYLIFE 2018. 4. 22. 13:26

해야 할 일이 있어 어제 학교에 가는데

점심때는 총기규제 관련해서 집회를 하더니

(신기하게도 대부분이 중고딩처럼 보이는 아가들이었다

얘들도 봉사활동 증명서 같은 거 끊어주나? 평일인데...)

저녁에 공원을 가로질러 가노라니 이번엔 다른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나탈리 포트만이 이스라엘에서 유대인들한테 주는 뭔 상을 안 받기로 했다는 뉴스가 며칠전 보여서 그런지

워낙 계속 이들에게는 뜨거운 문제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Jewish들이 이런 걸 하고 있더라

심지어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공원에서 놀면서(날씨 괜찮다고 인간들이 엄청 기어나옴) 사진을 꽤 많이 찍고 있었는데 이 아저씨들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사진에 찍히려고 노력함


브루클린에 가서 윌리엄스버그에서 버스를 타고 덤보로 가자면

(내가 브루클린에 가는 목적은 거의 딱 두갠데,

윌리엄스버그에 가서 골목 구경을 하는 척 하며 식욕을 땡기고 가는 피터루거가 일번

덤보에 가서 맨하탄을 바라보다 다리를 건너오는 게 이번)

유대인들이 모여사는 동네가 나오는데,

글자도 히브리어고 애들이고 어른이고 귀옆머리를 뱅글뱅글 말아서 다니고

남녀노소 전부 검정검정 입고다녀서(뭐 이건 거의 뉴욕 사람 전체를 설명하는 문장이 되려나 싶지만)

와 우리나라 같으면 저러고 다니면 진짜 구경거리가 될텐데

저렇게 살면서도 사회생활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다니 대다내!! 막 이런 느낌이었는데.....


저 장면을 보고 있자니 아 이들도 우리랑 큰 차이 없나보네

차이라고는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해 내색을 하지 않을 뿐...하는 기분이 들었다

사진 속의 저 아저씨들은 아마도 여기서 태어나서 평생을 여기서 살아온 사람들일텐데

저렇게 자신의 믿음을, 그리고 정체성을 끊임없이 남에게 설명해야 하는 삶을 살아온 건가...싶기도 하고


뭐 암튼 그래서

단일민족으로 이뤄졌었던 국가에서 그 시절을 살아온 나로서는 뭐랄까,

내가 갖고 있던 다문화 국가로서의 미국에 대한 이미지가 자유로움을 주는 것보다 피로하게 느껴졌다고 하면 될까... 싶은 감정을 느꼈다

나의 정체성에 대해 설명할 필요 없이 그냥 인간으로 마주보는 게 아니라

저렇게 끊임없이 내가 속한 집단을 설명하고 변호해야 한다면, 저 삶이 과연 얼마나 진실한 삶일까 싶기도 하고.


그냥 뭐 이세상에 내가 가진 모든 생각들은 다 그냥 내가 만든 이미지일 뿐, 내가 이해하는 건 아무것도 없구나 하는 느낌도 들고


사실 어제 이걸 볼 때는 오 이런 걸 하네? 이런 기분으로 사진을 찍고 그냥 내 갈길 갔는데

두고두고 이 장면이 생각이 나네

음 뭔가 좀 슬픈 이야기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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