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빌리 엘리어트 |
어제 저녁 굉장히 오랫만에 이 영화를 다시 봤다
내 인생의 영화 중 하나, 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영화 중 하나.
예전에 빌리를 보면서
아빠 앞에서 춤추고 싶다는 열망을 온 몸으로 나타내는 장면,
그리고 면접관 앞에서 한 그 유명한 대사, like electricity.. 이 부분이 가장 내 마음을 크게 울렸다면
어제 본 빌리 엘리어트의 베스트씬은
파업 중에 의지를 굽히고 일하러 간 아빠와 형이 붙들고 우는 장면이었다
빌리가 온 몸으로 말하는 걸 보고, 선생님과 대화를 나눈 아빠가
빌리의 미래를 위해서 자신이 추구하던 가치를 저버리고 돈을 벌러 나서는 장면.
그걸 본 빌리의 형이(파업의 가장 앞에 서 있던 인물임) 아빠를 따라가
울며 부둥켜 안고 이야기하는 장면.
아버지는 철조망에 기대선 채 두 뺨 위로 눈물을 쏟아내며 간신히 한마디를 내뱉었다.
"빌리, 우리 빌리를 위해서야....."
"망할 놈의 빌리! 안 돼요! 우리는 돌아갈 수 없어요. 지금은 안 된단 말예요!"
"우리 꼴을 좀 봐라. 우리가 그 불쌍한 자식한테 해줄 수 있는 게 뭐 있냐?"
아버지는 온통 눈물콧물로 범벅이 되었다. 나도 갑자기 설움이 북받쳐 엉엉 울기 시작했다. 참으로 대단한 한쌍이었다. 하지만 나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 그것이 우리 아버지였다.
"지금은 안 돼요. 이제 와서 이럴 순 없어요. 우린 힘든 시간을 함께 견뎌왔잖아요." "빌리가, 어쩌면 우리 빌리가 빌어먹을 천재일지도 모른댄다."
- 빌리 엘리어트 책의 한 구절
꿈을 갖고 그 꿈을 키워나가는 빌리의 모습이 약 10년 전의 나에게 가장 뭉클한 장면이었다면
현실과 타협할 수 밖에 없는 아빠의 모습이 지금 나에게 가장 와 닿는 장면이었던거지
매일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내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서,
나도 저렇게 맘 속으로 엉엉 울면서도 어쩔 수 없이 매일 똑같은 일을 해 나가고 있구나 싶어서 말야
(뭐 내 생활이 저렇게 참담한 수준은 아니고 때때로 재미있고 즐겁기도 하지만)
또 하나,
빌리가 합격통지를 받고 기쁨에 들뜬 아버지가 같이 일하는 노동자들이 모여있는 사무실에 가서 합격소식을 알리지만
다들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한다, 우리 노조가 항복했어.
꿈을 이룬 그 순간이 찬란하게 빛나는 것에 반해 매일매일 살아가야 하는 현실은 나날이 빛이 바래져 가는구나
꿈이 현실이 되면, 그 이후에는 빛이 바래져 가는 걸까
영화는 위의 물음에 하나의 답을 보여준다
바로 환한 빛 속에서 하늘 높이 비상하는 어른 빌리의 모습으로.
이런 생각을 하다보면 또 하나 내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
나의 꿈은 무엇일까? 꼭 꿈이라는 게 있어야 하는걸까?
꿈이 없어서 나는 나날이 바래져가고 있는 것일까?
아마 죽을 때까지 나는 이런 고민을 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