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팝의 황제 |
오늘 아침 식구들이 다 일찍 일어났는데
씻으러 들어가는 내게 동생이 알려준 소식,
언니, 마이클 잭슨이 죽었대
회사에 와서 역시나 여기저기 올라와 있는 그의 노래를 듣고 그의 영상을 보니
나도 이런 저런 추억들이 떠오른다
고등학교 때 영어노래반이었나 하는 클럽활동을 하고 있었는데
학교 축제 때 뭔가 하나를 했어야 해서 무대에 올라가 다 같이 불렀던 곡 중 하나가
Heal the world.
처음으로 샀던 그의 앨범 히스토리를 홍대앞에서 사고 돌아오는 길에
홍대 앞에서 전철역쪽으로 오는 큰 길에 전경과 학생들의 대치상황을 뚫고 지나갔던 그 길도 생각난다
그리고 예전 삐삐시절 인사말에 줄기차게 음악을 녹음해 놓곤 했는데
거기에도 마이클 잭슨의 곡을 몇개 올려두곤 했었지
밤 늦게 식구들 다 자는데 혼자 음악 틀어놓고 전화기 갖다대던 내 모습이 아직도 생각나
얼마전 Almost Famous를 보다가
왜 우리는 저렇게 저 시대를 대표할 만한 뭔가를 갖지 못하고
다 같이 공유할 수 있는 무슨무슨 운동, 혹은 무슨무슨 문화라고 할 만한 거 갖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을 하며 잠시 분하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 사람들이 하나 둘씩 풀어놓고 있는 마이클 잭슨과의 추억들을 읽으며,
또 그의 공연 동영상을 보면서
아, 지금 내가 갖지 못한 게 아니라 내가 취하지 않은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언제나 누군가는 이슈가 되고,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그 흐름에 올라탈 것인가 아닌가에 대한 문제는 순전히 개개인의 취향과 선택의 문제니까.
뭐 이건 마이클 잭슨까지 갈 것도 아니라
서태지로 대변되는 세대에 속하면서도 나는 서태지를 좋아하지 않는,
(오히려 그의 언론 플레이나 이런 것들 땜에 싫어하는 편인)
그래서 서태지 세대라는 말에 묘한 반감 같은 걸 갖고 있는 나의 선택의 문제였던 거로구나, 싶다
영화를 보면서, 책을 읽으면서, 혹은 음악을 들으면서
왜 나에게는, 왜 내가 사는 이 세상에는 저런 것들이 부족한걸까,
라는 생각은 내가 꽤 많이 하는 생각 중 하나인데
뭔가 내 인생이 채워지지 않았다고 아직 2% 부족하다고 항상 느껴서인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밖에서 찾지 말고 일단 나의 속을 들여다보고, 좀 더 오픈해야겠다
흠, 마이클 잭슨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해 시작한 글이었는데
또 엉뚱하게 끝나버렸다능;;
뭐, 내가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