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의 언덕 - 에밀리 브론테 |
이 책을 읽게 된 계기.
트와일라잇 2권인 뉴 문과 3권인 이클립스를 보다 보면
구성상의 동일한 부분이 발견되는데
벨라가 책을 보고 있으면 에드워드가 그 책 머가머가 이상해, 이러고 타박을 하고
막판에 가서 이 소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라는 말도 안 되는 흐름이 두번이나 반복됐다
뉴 문에 나왔던 책은 내용을 모를래야 모르기 힘든 로미오와 줄리엣
그리고 이클립스에 나왔던 책은 폭풍의 언덕
중학교 때였나 폭풍의 언덕을 읽었었는데 나는 전혀 내용이 기억이 안 났다
뭔가 주인공 히스클리프(히드클리프라고도 하지)가 천하의 몹쓸놈! 소리를 들을 놈이었다는 것 밖에.
나에겐 별로 느껴지는 것도 없었고 그닥 재미도 없었는데
벨라와 에드워드가 책 얘기를 하면서
"캐서린과 히스클리프의 virtue가 서로를 사랑하는 것 뿐이었다"라는 얘기를 해서
왠지 갑자기 내용이 새삼 궁금해지지 모야
그래서 다시 한번 읽은 폭풍의 언덕
예전에도 꽤 두꺼운 책으로 읽었던 것 같은데
왜 이번에 읽을 땐 이렇게 새로운 내용이 많았던 건지 ㅎㅎ
암튼 자라나는 새싹이었을 때 읽었던 느낌과
대충 다 자란 지금 시점에서 읽었을 때의 느낌은 좀 다른 것 같다.
그 때는 보면서 히스클리프 불쌍하긴 한데 완전 비뚤어졌어! 이러면서 막 미워했더랬다
그래서 그런지 폭풍의 언덕,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캐서린이랑 히스클리프랑 어렸을 때 구박받으면서 테이블 아래 이런데 들어가서
캐서린네 오빠 욕 하고 이런 장면과
히스클리프가 막 사람들한테 함부로 하는 장면,
그리고 끝에 그 집에 있던 어떤 젊은 여자랑 남자랑 나중에 좋아하게 돼서 같이 책도 읽는데,
이런 내용 뿐;
근데 지금 보면서는
아 사람이 자라는 환경이라는 게 진짜로 중요한 거구나,
정말 사랑받고 자란다는게 중요한 거구나 같은 걸 느끼고 있었다는.
(나 애 키워도 되겠지? ㅋㅋ)
그리고 히스클리프와 캐시는 말야, 같이 자랐는데 어떻게 서로 사랑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마음이 살짝;
어린 시절부터 같이 그렇게 자라면 유대감은 무지 강할지 몰라도
형제자매로서의 사랑, 이상의 감정이 생겨나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말야
머 따지고 보며 가을동화도 비슷하긴 했지만, 걔들은 떨어져서 자라잖아? 흠흠
뭐 사랑의 감정이 싹트고 말고를 떠나서
이 둘은 서로에게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soulmate같은 거였나보다
캐시도 나는 그와 같아, 라고 말을 했고
히스클리프도 캐서린은 자기 자신이라는 말을 했으니.
그래서 서로를 떠나는 것에 대해서 생각도 못 했던 거고
언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건 상대방은 나를 두팔벌려 맞이할 거라고 전혀 의심없이 믿을 수 있었겠지
(참으로 신기한 관계야)
또 재미있는 것 중 하나는
여기 나오는 여자들(특히 아가씨들)은 어쩜 다 이렇게 생겨먹었을까 하는 것.
히스클리프의 영원한 그녀 캐시는 완전 말썽장이에다가 이기주의자에 남에 대한 배려라고는 눈꼽만큼도 없었고
이사벨라 린튼은 고집세고 무모한 일을 저질러 지 신세를 말아먹더니 애도 그 따위로 키우고 말야
그리고 캐시의 딸 캐서린 린튼 역시 귀엽긴 하지만 말썽장이에 고집장이에 안하무인이고 말야
뭐 그나마 캐서린 린튼양은 아빠의 영향 및 온 집안 사람들의 사랑으로 인해 그나마 나은 성격;
진짜 그 옛날의 "아가씨"들은 다 이렇게 자랐던 걸까
아니면 에밀리 브론테 마음속의 아가씨들의 이미지가 그랫던 걸까
하나같이 귀엽고 사랑스러울 수는 있지만 같이 살기는 힘든 여자 아닌가!
책 중에 나오는 이성적인 여자라고는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얘기를 해 주는 나이든 하녀 넬리 뿐이니!
히스클리프가 죽기 전에 한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진짜 비인간적으로 보이는 히스클리프에게도 어느 정도의 인간성은 남아있지 않았나 싶은 마음이다
자기 자식이 죽거나 말거나 이용해먹는 악랄한 인간의 마음속에도
어렸을 때부터 복수심을 키워와서 자기가 원수로 생각한 인간의 자식한테까지 복수한
무시무시한 집념의 소유자인 그에게도
영원히 사랑하는 사람인 캐시가 존재했고
또 헤어튼을 보면서는 가끔 동정이나 연민 같은 감정을 드러낼 '뻔' 하기도 했고
헤어튼의 모습에서 자기 자신의 모습을 찾기도 했으니.
처음에는 증오와 복수심에서 데리고 살았을지 몰라도
어느 정도 인간적인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헤어튼도 미워하던 히스클리프였지만 그가 죽고 난 후 그토록 슬퍼했겠지
인터넷을 뒤져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보니
캐시와 히스클리프의 감정이 사랑이다 집착이다 말들이 좀 있군
나는 기본적으로 사랑은 파괴적인 밑바탕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이 둘이 사랑을 하긴 하는 거 같던데 말야
이 둘의 사랑이 사랑으로 보이지 않을만큼 지독해보였던 건
이 둘이 서로를 사랑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더 사랑했기 때문이 아닐까
게다가 이 둘은 대화를 하지 않아도 서로 통한다고 생각했는지
자기의 생각이나 상대의 생각에 대해 대화도 별로 안 한 것 같고 말야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고, 오해가 있으면 대화로 풀어나가야하는 건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사랑의 선결조건인가부다
읽으면서 젤 깜짝 놀랐던 부분은
캐시의 딸 캐서린이랑 히스클리프의 아들 린튼이 결혼하게 되는 부분
나는 린튼이 이렇게 약해빠지고 이기적이고 나쁜 놈인지는 몰랐는데
이거이거 어떻게 엄마와 아빠의 나쁜 점만 닮은 듯 -.-
게다가 아무리 둘이 어느 정도 호감이 있긴 했지만
납치해서 감금해놓고 결혼시키다니, 저게 저 시대에는 가능했던 것인가!
진짜 놀라울 따름
암튼 내용을 대충은 아는 이야기라 그런지
읽으면서 내용 파악보다는 부분부분이 더 눈에 들어온 듯.
총체적인 감상은 예전과 그닥 다르지는 않다. 내 취향은 아니야 ㅎㅎ
나중에 10년쯤 후 다시 읽으면 달라질까?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보니
제인 오스틴과 브론테 자매(샬롯과 에밀리만 두고 봤을 때)가 같은 시대의 작가인지는
네이버한테 안 물어봐서 모르겠지만
작품에서 그리고 있는 여성상이 다른 것 같다
제인오스틴 작품에서의 여자들은 대충 다 부유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가난하지도 않은 가정에서 태어나
대충 다 사랑받고 자라고 사교계에 나가서 이 사람 저 사람 만나 쿵짝쿵짝 하면서
혼자 먼가 고민하고 이러는 척 하다가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 해필리 에버애프터, 이게 끝인데
브론테 자매의 작품속에서의 여자들은 이렇게 그냥 흘러가는대로 살자,가 아니라
나한테 주어진 환경에 반항도 해 보고, 자기 나름대로 의지를 갖고 살아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단 말야
왠지 브론테 자매의 작품속 여자들이 험난한 삶을 살긴 하지만 좀 더 생동감이 있는 듯한 느낌.
제인오스틴이 조금 더 앞 시대를 살아갔나부지 머.
(끝은 이렇게 성의없이 마무리)
끝으로 오늘 받은 영문 파일에서 뽑아온 캐시와 히스클리프의 말
참 이 둘은 절절하구나 -.-
I cannot express it; but surely you and everybody have a notion that there is or should be an existence of yours beyond you.
What were the use of my creation, if I were entirely contained here?
My great miseries in this world have been Heathcliff's miseries,
and I watched and felt each from the beginning: my great thought in living is himself.
If all else perished, and he remained, I should still continue to be;
and if all else remained, and he were annihilated,
the universe would turn to a mighty stranger: I should not seem a part of it.
My love for Linton is like the foliage in the woods:
time will change it, I'm well aware, as winter changes the trees.
My love for Heathcliff resembles the eternal rocks beneath:
a source of little visible delight, but necessary.
Nelly, I am Heathcliff! He's always, always in my mind:
not as a pleasure, any more than I am always a pleasure to myself,
but as my own being. So don't talk of our separation again: it is impracticable.
'May she wake in torment!' he cried, with frightful vehemence, stamping his foot,
and groaning in a sudden paroxysm of ungovernable passion.
'Why, she's a liar to the end! Where is she?
Not there, not in heaven, not perished, where?
Oh! you said you cared nothing for my sufferings!
And I pray one prayer I repeat it till my tongue stiffens
Catherine Earnshaw, may you not rest as long as I am living;
you said I killed you, haunt me, then!
The murdered do haunt their murderers, I believe.
I know that ghosts have wandered on earth.
Be with me always, take any form, drive me mad!
only do not leave me in this abyss, where I cannot find you!
Oh, God! it is unutterable! I cannot live without my life! I cannot live without my s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