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부메의 여름 - 교고쿠 나츠히코
Bibliotheque 2008. 10. 24. 10:41



예전에 한번 볼까 하고 들었다가 무거워서 내려놨던 책인데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츠츠미 신이치가 이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에 출연했다길래
애정으로 다시 빌려읽은 책.
역시 드라마나 책이나 다 애정이 필요한 법이야

요괴소설 뭐 이런 거라고 들었는데
요괴는 안 나오고 요괴 얘기만 실컷 하는 요괴소설이라니.
게다가 추리소설이라고도 들었는데
이거 추리소설이라고 분류하기도 애매하다
게다가 뇌와 영혼, 의식과 무의식 등에 대한 주인공들간의 대화가 계속되니,
소설이라고 하기도 뭐한 대담집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즉, 장르를 뭐라 하기 애매한 책이라는 이야기

초반의 대담집스러운 내용들을 읽다가
지루하다고 집어던지는 것만 참아내면
(대화의 내용이 흥미롭기는 하지만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아 있음)
그 다음은 에? 뭐야? 뭐야? 하는 느낌으로 계속 읽게 된다
600여페이지에 이르는 책을 출근시간, 퇴근시간, 그리고 점심시간만 할애하여
2일 반만에 다 읽었으니 (게다가 초반에는 굉장히 읽는 속도가 더뎠음)
책이 꽤 잘 읽히기도 하고 또 그만큼 재미있다는 이야기도 됨

사실 읽으면서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하면서 추리소설스러운 전개를 기대하기도 했고
혹은 제목에도 나오고 내용에도 뻔질나게 등장하는 우부메와 관련있는 뭔가의 소행이 아닌가? 싶었던 나는
끝을 보면서 에, 이건 둘 다 아니잖아 하면서 살짝 황당하기도 했지만
정말 독특하다, 하면서 어느 새 영화를 다운받고 있더라는;

이 소설은 세키구치 어쩌구(이름이 거의 안 나오고 '세키'라고만 불리우기 때문에 -.-)라는
돈 잘 못 버는 작가가 작중 화자인데
이 사람 진짜 맘에 안 들어서 죽을 뻔;
지독한 울증을 앓았다 말았다 하는 사람인데
정말 이 분 너무 심약하시구나 싶은 구절이 한두군데가 아니었다는;
뭐 이런 설정이 있어서 이 소설이 가능한 거기도 하지만
이봐이봐 당신 때문에 우리는 답답했단 말이얏!
뭐 유일하게 마음에 드는 점이라고는 교고쿠도와 에노키즈 같은 친구들을 뒀다는 점?

실제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교고쿠도!
뭐 꼭 츠츠미 신이치가 이 역할을 했다고 해서 좋은 건 아니고,
뭐 일단 고서적상이라는 것부터 맘에 드는 데다
(어머 그러고 보니 지금 읽고 있는 다른 책 주인공도 고서적상, 모지?)
그 직업정신도 완전 맘에 들어 ㅋㅋ
(내가 책을 파는 게 아니라 그냥 내 책인데, 손님이 원하니깐 어쩔 수 없이 돈 받고 주는 거야 식의)
그러고 보니 나는 좀 삐딱한 사람을 좋아하는구나;;
게다가 실제로 돈을 벌어들이는 직업은 음양사
(진짜로 서점은 취미로 하신다는;;;)
고서적상을 하면서 책들을 마구 읽어치워서 습득한 광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요괴와 인간의 의식 기타 등등에 대해 썰을 풀고 있는 그를 보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빠져드;;;;
게다가 한번 가보지도 않은 사건 현장에 대해 사람들의 설명과 정황들만으로
사건을 명쾌하게 해결하는 그 논리적 사고와 언변이라니!
읽는 내내 교고쿠도가 또 언제 나오지? 하고 기다리면서 읽었을 정도니 말 다 한 거 아닌가!

책의 내용은 얘기하자니 완전 스포가 될 거 같아서 관두고,
다시 한번 느낀 것은
인간의 인식이라는 건 참으로 믿을 만하지 못하구나! 뿐이라는 것?
인간이라는 게 정말로 약한 존재구나, 라는 정도.

이 교고쿠도가 등장하는 소설이 시리즈로 나와서
우리나라에 출간된 것만 우부메의 여름 - 망량의 상자 - 광골의 꿈 이렇게 일단 3가지이고
백기도연대 우-풍 이렇게 두권은 에노키즈와 둘이 풀어나가는 소설인 듯.
회사에 망량의 상자가 있으니 일단 얘 둘을 조만간 데리구 가야겠다
읽을 게 넘쳐나는구나~
(볼 드라마도 넘쳐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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