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x Feet Under |
(스포일러가 있을지도 모르겠음)
디씨 기타미드갤러리(기미갤)에서 극찬하던 엔딩을 보기 위해
5시즌이라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길을 걸었다
다른 드라마들과는 달리 에피소드 하나 당 50분이 넘어가서 길다면 길고,
다른 드라마들과는 달리 한 시즌이 12에피소드로 이뤄져 있어서 짧다면 짧은 드라마;
내가 보던 다른 드라마들과는 달리
뭔가 큰 이슈나 풀어야 할 문제가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건 아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Fisher Family가
Funeral home(장례식장??)을 운영하고, 그 집에서 살기 때문에
매 에피소드가 누군가의 죽음으로 시작하지만
(그 사람이 Fisher & Sons의 손님으로 오게 됨)
그건 그냥 그들이 하는 일일뿐, 줄거리와는 큰 관계가 없다.
뭐 인간관계라는 것이 다 그렇듯 가끔은 패밀리들과 얽히기도 하지만.
초반에는 사실 조금 지루하기도 했고,
엔딩을 보려고 이걸 내가 시즌5까지 봐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늘 그렇듯 드라마는 "정"으로 보는 거기 때문에.
게다가 로스트룸과 더티섹시머니의 훈남 주인공 피터 크라우즈(Nate 역)랑
덱스터(David 역)의 게이역할의 모습이 참 매력적이어서 말야
뭐 줄거리 얘기는 딱히 하자면 하겠지만
한줄로 요약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닌 것 같고 그냥 패밀리 히스토리 정도 되겠다.
약간 정신적으로 상처를 안고 있는 가족들의 히스토리.
어느 하나도 저거 제정신이구나 싶지는 않고 너무 극단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뭐 나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뭔가 심각한 상처가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이 자기 상처를 어루만지고 다른 사람의 상처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기도 하고
또 그들이 상대방의 약점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물어뜯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안타깝기도 하고,
오히려 그런 공격들이 가족이라 가능한 것이 아닐까
가족이라 저렇게 들여다볼 수 있고 솔직히 얘기할 수 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고
뭐 이런 저런 생각들이 교차한다
이런저런 주변 환경으로 인해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는데
때마침 이 드라마를 보게 돼서 나 자신의 마음가짐도 정말 급격하게 변해온 것 같아
죽음이라는 게 항상 우리 주위에 있는 거지만
사실 그게 진정으로 내 주위에 있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거든
이 사람이 죽어서 내 인생이 휘청~했어 라고 할 만한 일이 아직 없었기도 하고 말야
그래서 초반에는 음 누군가 죽는구나, 가족들이 슬프겠구나 끝. 이랬는데
근데 요즘 죽음이라는 단어가 워낙 많이 들려서 그런지
한동안 이 드라마를 다운만 받아놓고 틀 엄두를 못 냈던 시간도 있었어
물론 나의 죽음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내가 아는 누군가의 죽음이라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일까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미지를 형성시켜가고 있었거든 내가
그런 상황이 되다 보니 내가 아는 사람이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건
누군가의 죽음을 보고 시체를 보고 장례식을 보고 슬퍼하는 가족들을 본다는 게
진짜 너무 어려운 일이었어
뭐 한동안 그러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난 후 계속 보다가
네이트의 죽음(아빠의 죽음보다 훨씬 크게 다가온)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슬픔에, 두려움에, 그리고 술과 약에 쩔어있는 가족들을 보면서
아 역시 죽음이라는 건 너무 고통스러워 하고 생각하면서
나의 두려움과 슬픔을 다시 한번 같이 느끼게 됐어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얘기하던 엔딩
가족들이 네이트의 죽음을 잊지는 못하지만,
자신의 삶에 눈을 돌리기 시작하면서 새출발한 이후의 이야기
그래, 우리 모두 다 언젠가는 죽는 거야
그게 언제가 될지, 어떤 모습일지는 아직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죽는다는 것만큼 확실한 사실은 없으니깐
그만큼 큰 사건이 우리 인생에는 다시 없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도 그냥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 중 하나니깐
그 이후에 더이상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만 다를 뿐
그 전에 좀 더 즐겁고 기쁘고 행복하게 살아야겠어
적어도 지금 나는 살아있으니까.
아 그리고 엔딩 이야기.
모든 사람들이 그 엔딩을 보고 나면 우울한 마음에서 한동안 못 빠져나온다
정말 큰 충격이었다
기타 등등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엔딩보다는 네이트의 죽음이 가장 큰 충격이었고
그 이후 가족들의 무너지는 모습들이 가장 마음에 남는다
자신의 상처를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망가지던.
엔딩도 충분히 놀라웠지만
나는 우울해지기보다는 위에서 말한 것처럼 좀 더 의연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마음이 들어서말야
우울을 유발하는 측면이 아니라 그냥 보자면
이 드라마 자체로서는 더이상 훌륭할 수 없는 엔딩이 아니었나 싶다
이거 뭐 쓰다 보니
진짜 정신없는 글이 되어버렸지만;
이 드라마가 또 이거다, 하고 딱 한마디로 얘기하기도 뭐하기 때문에;
그 유명한 엔딩장면으로 끝을 내보겠다
(뭐 안 본 사람에게는 별 게 아닐 수도 있는 장면)
아 이게 끝이라고 했는데
피엠피에 내가 몇개 캡춰해놓은게 있어서 말야 ㅎㅎ
몇 안되는 즐거운 피셔 남매들
Nate at work
Nate's Burial
Happily ever after?
그리고 인터넷에서 발견한
이 드라마의 완전 초초초초초초귀염둥이 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