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두야! 학교가자 마지막회 |
1. #상두집 일층(15회 마지막씬과 연결된)
상두, 털레털레 걸어가고 있는데, 상두 앞에 대기하고 있는 승용차에서 형사 두 명 내려 들고 있던 사진과 비교해 보고 상두에게 다가온다.
형사1 차상두씨죠?
상두 그런데요.
형사1 김수희씨 아시죠?
상두 (눈빛이 흔들리는)
형사1 김수희씨에게 고소가 들어왔습니다. 차상두씨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묵비권 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상두 (표정이 창백해지고 멍해져서 자기도 모르게 마치 도망가는 것처럼 앞으로 걸어가 려는데)
형사2 (상두를 잡고)
형사1 (수갑을 꺼내 상두의 한쪽 손에 채운다) 김수희씨를 상대로 폭력, 공갈 및 협박한 혐의로 현장에서 긴급 체포...(하는데)
굳어졌던 상두, 갑자기 “안돼! ”부르짖으며 형사들의 손을 힘껏 뿌리치고, 한쪽 손 에 수갑을 찬 채 그대로 달리기 시작한다.
형사들, “야! 거기 서!” 하며 상두를 뒤쫓아 뛰어온다.
이 앙물고 사력을 다해 도망가는 상두.
2. #성당안
아무런 미동도 없이 담담한 표정으로 꼿꼿이 앞을 바라보고 앉아 있는 은환.
3. #한적한 거리
죽을 힘을 다해 앞만 보며 도망가던 상두, 가쁜 숨을 헐떡이며 뒤를 돌아본다.
뒤를 쫓던 형사들의 모습 보이지 않는다. 온 몸이 땀으로 젖은 상두, 건물벽에 머 리를 기대며 가쁜 숨을 고른다.
이때, 상두앞을 지나가던 사람, 상두의 손에 채워진 수갑을 수상하게 본다.
상두, 수갑찬 손을 얼른 호주머니에 찌르고, 다시 뒷걸음치며 도망가기 시작한다.
4. #성당안
은환, 시간이 많이 지나도 민석이 오지 않자 입구쪽을 돌아본다.
5. #거리
상두, 수갑찬 손은 주머니에 찌르고 (혹은 옷안 가슴쪽에 넣고) 다급하게 택시를 잡 고 있다.
6. #성당안
은환, 테이블에 뺨을 붙이며 엎드린다.....허탈하고 멍한 동공.
7. #성당앞
택시 한 대 도착해 멎는다. 택시에서 내리는 사람....상두다.
상두, 힘겨운 표정으로 성당을 본다.
택시, 성당앞을 떠나가고 나면, 상두, 호주머니에서 수갑 찬 손을 꺼내서 당혹스럽 고 난감한 표정으로 본다.
8. #성당안
상두, 호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안으로 들어선다.
저 앞으로 등을 보이고 앉아 있는 은환의 모습 보인다.
은환,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에 “민석씨!” 부르며 돌아보다가 상두임을 알고는 충격 받는 표정이 되고.
상두, 어색하게 웃으며 걸어와 은환의 옆쪽 의자에 앉는다.
은환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상두를 보는)
상두 (은환의 웨딩 드레스 입은 모습을 눈부시게 보며)...너 되게 이쁘다?
은환 .....
상두 정말 이쁘다.
은환 (싸늘하게) 여긴 어떻게 왔어?
상두 택시 타구.
은환 (어이없는 듯 보다가 앞을 본다....심하게 떨려오는 가슴을 누르고 있는)
상두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은환 (앞을 보며)....미안하지만, 좀 가 줄래?
상두 (보는)
은환 무슨 맘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지만....민석씨 오기 전에 가줘.
상두 .....강민석 샘 안 올 거야.
은환 (흠칫 상두를 보는)
상두 미국으로 떠났어, 오늘.
은환 (기가 막히다)
상두 미안하다구....너한테 전해 달라구 했어.
은환 (기가 막혀 눈물이 그렁해진다)
상두 (난감해 하다가...일어나며) 그만 가자, 너두....은근히 춥네, 이 안두...감기 들겠다.
은환 (이를 앙물고 눈물 참으며 앞을 본다)
상두 집에 가자구.
은환 상관말구 너나 가! 난 민석씨 기다릴거야!
상두 안 와, 못 온다구....못 알아 들어?
은환 (버럭) 상관 말구 가라잖아!!
상두 은환아.
은환 내 이름 부르지 마! 너 같은 자식이 함부로 부르라구 지은 이름 아냐!
상두 (당황하는)
은환 (매몰차게 말하는) 나 너 다신 보구 싶지 않어! 여기서 당장 나가 줘! 내 눈앞에서 없어지라구, 당장!!
상두 (잠깐 멈칫하다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구쪽으로 걸어간다)
은환 (이를 앙물고 눈물을 참지만.....눈물이 흐른다)
상두 (문 열고 밖으로 나간다)
은환 .......
9. #성당밖
상두, 성당 밖으로 나오지만, 더 이상 발걸음 떼지 못하고 쪼그리고 앉는다.
여기서 헤어지면 언제 다시 보나....안타까움이 발목을 잡는다.
수갑 찬 팔목, 벌겋게 부어올라 있다. 아픈 듯 인상을 찌푸리는.
10. #성당안
은환, 그 자세로 꼿꼿하게 앉아 있다. 눈물이 흐른다.
시간 경과....성당안 저무는 해의 기운이 비춰들고 있다.
눈물이 마른 은환, 그 자세로 꼼짝 않고 앉아 있다.
11. #성당밖
상두, 그 자세로 쪼그리고 앉아 있다.
잠시후 성당문 열리더니 평상복으로 갈아 입은 은환, 쇼핑백 들고 나온다.
은환, 그때까지 앉아 있었던 상두를 보고 당황하는데.
상두 (씨익 웃으며 일어선다. 수갑 찬 손은 호주머니에 꽂고, 능청스럽게) 네 시간만 나 랑 놀자.
은환 (상두의 뻔뻔스러움에 기가 막히고)
상두 딱 네 시간만....지금 시간이 5시 30분이니까 9시 30분까지 딱 네 시간만 나랑 놀자.
은환 (기가 막힌 듯 보다가 차갑게 외면하고 가는데)
상두 (달려가 은환을 막아서며) 더도 덜도 말구, 너 집에 가기 전까지...딱 네 시간만 응?
은환 (이를 앙물고) 나 지금 너랑 놀아줄 기분 아냐.
상두 노는 걸 기분으로 노나? 그냥 노는 거지.
은환 (점점 더 어이가 없어) 비켜! 다신 너 보구 싶지 않댔잖아!!
상두 (뺀질거리는) 그니까! 네 시간만 놀아주면 다신 내 얼굴 안 보게 해준다니까! 진짜 야...(시계보고) 그 새 30초나 지나갔다.
은환 (무시하고 가려는데)
상두 (은환을 막아서며) 3시간 59분 30초만 놀자!
은환 (기가 막혀 실룩실룩 울음이 터지려 한다. 울먹이는 소리로) 너 내가 그렇게 우스워 보이니? 그렇게 만만해 보여?!!
상두 아니...절대루 안 우습구 절대루 안 만만해....한때 스승으로 모셨던 분을 내가 어떻 게 우습게 보구 만만하게 보겠냐, 미친 놈이 아닌 이상.
은환 (분해서 와앙 울음을 터뜨린다...아이처럼 귀여운 느낌) 민석씨...민석씨이....민석씨 이...
상두 (당혹스러워하며 눈치보다가 다시 시계보고) 3시간 59분 13초만 놀자, 응?
12. #일각길
은환, 새침한 표정으로 걸어가고 있다.
상두, 그 뒤를 쫄래 쫄래 따라오고 있다. 시계를 본다...점점 시간은 흘러가는데....겉 으론 아무렇지 않은 듯 장난스러워도 속은 바짝바짝 탄다. 함께 할 마지막 시간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데....
상두 (시계보며) 3시간 30분 25초만 놀자!
은환 (말없이 걸어간다)
상두 .....(안타깝게 보다가 다시 시계 보고) 3시간 30분 24초만 놀자!
은환 ........
상두 (다시 시계보고 버럭) 3시간 30분 23초만 놀자!!
은환 (걸음 멈추고 돌아본다)
상두 (씨익 웃어준다)
은환 (차가운 표정으로) 3시간 30분 23초만 놀아주면 내 앞에서 영원히 꺼져줄래?
상두 (가슴이 아프지만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13. # 다른 길(노을녘)
낙엽이 깔리고 가을의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성당 부근의 오솔길.
상두와 은환,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수갑 찬 손을 꽂은 호주머니가 불룩하다..
상두 (차갑게 앞만 보며 걸어가는 은환의 눈치를 살피며)...손 잡구 걸어가면 안되냐?
은환 (싸늘하게 노려보는)
상두 (움찔하다가) 딱 1분만....59초만.
은환 (외면하고 걸어가는)
상두 (머쓱하다가 에라..모르겠다 손을 잡아 버린다)
은환 (멈춰서며) 뭐야, 너! 이거 놔아! (손을 빼려하는데)
상두 (꼭 잡고) 59초만 잡으께....찜찜하면 집에 가서 비누로 박박 씻음 되잖아.
은환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는)
상두와 은환, 손 꼭 잡고 걸어가고 있다. 은환의 표정은 여전히 냉정하다.
상두 .....우리 채은환 샘 좋아하는 눈이나 펑펑 쏟아졌음 좋겠다.
은환 (잠깐 눈빛이 흔들리지만...다시 냉정한)
상두 첫 눈 오는 날, 너랑 같이 눈싸움하구 싶었었는데....
은환 .......(어처구니가 없다)
상두 아주 눈길도 안 주는구만. 놀아주기루 했음 놀아줘야지....너 이거 반칙이다?
은환 ......
상두 니가 자꾸 반칙하면 니 눈앞에서 절대로 안 꺼져주는 수가 있어, 나?
은환 (어이가 없다는 듯 보는) 59초 다 지나지 않았어?
상두 엉?
은환 (상두가 잡은 손을 탁 쳐낸다)
상두 (머쓱한)
은환 (시계 보고) 이제 2시간 53분 남았지?
상두 (씁쓸하지만 감추고) 우리 어디 가서 마주 보고 좀 앉자. 뒤통수만 보구 걷다가 남 은 시간 다 가겠다. (은환의 손을 강하게 끌고 어디론가 가는)
은환 야! (어쩔 수 없이 끌려 가는)
14. # 커피숍 (밤)
자그맣고 아담한 분위기의 커피숍. 앙증맞은 촛불 하나가 밝혀져 있다.
은환, 시선을 내려 깐 채 커피만 마시고 앉아 있다. 맞은 편에 앉아 자신을 뚫어지 게 보고 있는 상두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어쩔 줄을 모른다.
은환 (상두에게 시선 안 준 채) 뭘 그렇게 자꾸 뚫어지게 봐?
상두 내 눈에서 레이저 안 나와. 안 뚫어지니까 걱정 하지 마.
은환 (문득 시선을 들다가 상두의 시선과 마주치고 다시 시선을 떨구며) 너 왜 이러는 데, 갑자기?......내가 민석씨한테까지 채이니까 불쌍해서 그래?
상두 (눈에 영원히 담아가겠다는 듯) 은환이 니가 이렇게 생겼구나....눈은 이렇게 생기구, 코는 이렇게 생기구, 입은 이렇게 생겼구나?
은환 (상두 안 보고) 불쌍하게 여길 거 없어. 남자가 인생의 전부도 아니구....나 아무렇지 두 않어.
상두 한번 웃어 안줄래? 넌 웃는 게 진짜 이쁜데.
은환 (어이없다는 듯 보는)
상두 은환이 넌 우는 거보단 웃는 게 훨씬 이쁜데.....맨날 울리기만 해서 미안하다.
은환 (얘가 점점...)
상두 가슴 아프게 해서 미안해.
은환 ......
상두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
은환 (커피 마시고) 사람 됐네, 차상두.
상두 (피식)
은환 근데, 안됐다....너무 늦었어.
상두 ......
은환 너 한테 다시 흔들리기엔....내가 너무 지치구 피곤하구 기력이 없어. 미안해.
상두 (피식 씁쓸하게 웃는)
은환 (시계 보며) 1시간 30분 남았다.
상두 (안타까운)
15. #버스안 (시내버스, 밤)
버스 뒷자리에 나란히 탄 두 사람. 은환, 고개를 돌린 채 창밖만 바라보고 있고, 상두, 그런 은환을 애틋하게 바라본다.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자 눈을 감고 시트에 머리를 기댄다.
그러다....시간이 아깝다...다시 눈을 번쩍 뜨고....자신에게 냉정하게 고개를 돌리고 있는 은환을 애틋하게 보는.
16. # 은환집 근처 길
가로등 따뜻하게 밝혀져 있고.
은환, 걸어가고 있다. 상두, 그 뒤를 쫓아온다.
은환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며) 놀아주기로 한 시간 다 지나지 않았어?
상두 아직 1분 38초 더 남았어.
은환 (기가 막혔던 감정이 폭발하는) 지겹지두 않니? 지겹지두 않어, 넌!...이런 감정 놀 음 지겹지도 않어?!!
상두 (여전히 화난 아이를 달래듯 심각하지 않게) 화내지 마....시간 아까워 죽겠는데.....너 화내는 거 볼려구 따라 온 거 아냐!
은환 어떡하자구? 그래서 어떡하자구?!!.....너한테 다시 오라구?.....너 보리 외면할 수 있 어? 그럴 수 없잖아!...난 여전히 보리 이모구, 달라질 거 없어, 우리!......민석씨가 떠 났다 그래서 달라 질 거 없다구....몰라?!!
상두 화 그만 내구 한번만 웃어주면 안되냐?
은환 (어이없다는 듯 보다가....기가 막힌 듯 웃는)
상두 (애틋하게 본다)
은환 (웃음을 뚝 그치고) 됐어?....웃는 거 봤지, 이제?
상두 (당혹스럽다)
은환 1분 38초 다 지난 거 같은데....가라, 그만....(돌아서는데)
심란(E) 은환아...거기 우리 은환이 아냐?
이때, 저편 어둠속에서 심란이 나타난다.
은환 엄마!
심란 (반가와서) 은환아.....(하다가 상두의 모습을 발견하고) 너 상두 아니냐?....상두지? 상두 맞지?
상두 (심란에게 꾸벅 정중하게 인사한다)
심란 (눈물이 그렁해지며) 상두야...(상두에게 다가가 상두의 손을 잡는다)
은환 집에 가, 엄마. 나 배 고파.
심란 민석이한테 전화 왔더라...민석이한테 채였다며? 잘했다, 잘했어....민석이 그 놈 내가 니 아버지 다음으로 존경한다 그랬잖아.
은환 (버럭) 나 배고프다구!!
심란 상두 너도 배 고프지? 너도 밥 안 먹었지?
상두 (난감한) 아뇨, 전....
은환 (O.L.) 상둔 급한 일이 있어 가봐야 된대....(심란의 손을 끌며) 집에 가자, 엄마!
상두 .....
심란 (은환의 손 뿌리치고 상두보며) 급한 일은 나중에 보구 우리 집에 가서 밥 먹자, 상 두야! 아줌마가 너 따뜻한 밥 한끼 해 먹이구 싶어 그래.
은환 (버럭) 엄마!!
상두 (심란을 향해 웃으며) 나중에 와서 먹으께요...가보겠습니다. (꾸벅 인사하는데)
심란 (상두의 손을 끌며) 나중에 언제? 오래 안 붙들께....밥만 먹구 가, 응?....너한테 아줌 마가 꼭 밥 한끼 해주고 싶었단 말야....밥만 먹구 가, 상두야! 밥만 먹구 가, 응?!
은환 (보다가 답답한 표정으로 휙 돌아서 가 버린다)
상두 ......
17. #은환방
은환, 들고 있던 쇼핑 봉투를 거칠게 팽개쳐 버리고, 침대에 털석 주저 앉는다.
밖에서 심란의 목소리 들려온다.
심란(E) 지환아, 상두 형 왔다....상두 형 왔어, 지환아.
은환 ........(감정이 복잡하다)
18. #은환 주방
작은 싱크대 놓여 있고, 식탁하나 놓여 있는 소박한 주방.
심란, “이리 와, 이리 와 앉어” 하며 상두를 끌고 와서 식탁 의자에 앉힌다.
상두의 표정, 난감하다.
심란 압력 밥솥에 안치면 오분이면 돼.....조금만 기다려....(씽크대에 있는 쌀을 씻으며 지 환방쪽에다 대고 소리 지르는) 지환아! 상두 형 왔어!! 이 눔이 초 저녁부터 디비져 자나?
상두 (심란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복잡하다....수갑든 손을 꽂은 불룩한 호주머니를 본 다)
이때, 지환, 자다 일어난 듯 눈을 비비며 주방안으로 들어서다가 상두를 보고 눈이 동그래진다.
지환 (반갑게) 형!
상두 (난처하게 웃으며) 안녕!
심란 니 방에 숨겨둔 양주병 있지? 그거 갖구 와.
지환 (뜨끔) 내 방에 무슨 양주병을 숨겨 둬?
심란 접때 민석이네 집에 가서 비싼 양주 하나 훔쳐왔잖아.....어서 갖구 와, 이눔아.
지환 하여튼 세파트야, 세파트! 그건 또 언제 봤대....(자기 방쪽으로 가는)
상두 (쌀을 씻어 밥을 안치는 심란의 등을 울컥하는 감정으로 바라본다.....오랫동안 경험 하지 못했던 온전한 가정의 이 따뜻함....서글픈 미소가 떠오른다)
19. #은환방
은환, 눈을 뜬 채 침대에 꼼짝도 않고 누워 있다.
20. # 은환주방
하얀 쌀밥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국, 정갈한 반찬들이 차려져 있다.
상두, 밥상위에 차려진 음식들을 본다. 가슴이 먹먹해 온다.
지환 (상두 옆에 앉아) 드세요, 형!
상두 (멍하니 바라보는)
심란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며) 그래, 따뜻할 때 어서 먹어....니 누난 배 고프다 그러 더니 안 나온대?
지환 몰라, 생각없대.
상두 같이 드세요, 아줌마두.....(지환 보며) 같이 먹자, 지환아.
지환 우린 아까 다 먹었어요....우리 엄마 음식 솜씨 장난 아니거든요...어서 드세요.
상두 잘 먹겠습니다,그럼 ....(밥을 떠 먹는다....가슴이 꽉 막혀 온다.....)
지환 (한손을 계속 주머니에 찌르고 있는 상두를 약간 의아하게 본다)
심란 (얼음을 가져 와 양주로 언더락을 만든다) 이런 제대로 된 밥상, 한번도 못 받아 봤 지? 앞으론 아줌마가 맨날맨날 차려 줄테니까 자주자주 놀러 와, 상두야.
상두 (웃으며 꾸역 꾸역 먹는다....가슴이 자꾸만 먹먹해 온다)
지환 (계속 상두의 불룩한 호주머니를 수상쩍게 보고 있는)
심란 (상두 못 보고 눈물이 그렁해져) 너한테 지은 죄, 하나 하나 갚으께, 내가....내가 못 갚으면 우리 지환이가.....지환이가 다 못 갚으면 지환이 새끼, 지환이 손자까지 다 갚으라구 내가 유언하구 죽을거야.
상두 .....(쓰게 웃으며 밥을 먹는)
심란 (웃으며) 자! 우리 상두! 아줌마가 주는 술 한잔 받어....(언더락 잔을 내미는데)
상두 (자기도 모르게 두 손으로 받으려고 하며 호주머니에 찌른 수갑찬 손을 빼서 내밀 다가 아차하며 다시 집어 넣으려는데)
지환 (잽싸게 그 손을 잡는다....바들바들 떨며) 이...이게 뭐예요, 형?
상두 (당황해서 손을 빼려하지만, 지환이 꼭 붙들고 있다)
심란 (충격받는) 사...상두야....
지환 형! 이게 뭐냐구요!!
상두 조용히 해....(심란 보며) 은환이한텐 비밀로 해주세요....(지환의 손을 떼어내고 다시 호주머니에 넣고,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는다.)
지환 (충격받아서 멍해 있고)
심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한)
상두 음식 솜씨가 정말 장난이 아니시네요, 아줌마...(꾸역꾸역 밥을 먹는)
21. #은환방
은환, 눈을 꾸무럭 꾸무럭 떴다 감았다 하다가 잠이 든다.
22. #은환 주방
지환, 고개를 푹 떨구고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 없이 울고 있다.
심란, 멍하게 넋나간 사람처럼 앉아 있다....볼을 타고 눈물을 흘러내린다.
담담한 표정의 상두, 밥을 마지막 한톨까지 깨끗하게 쓸어 먹고 숟가락을 놓는다.
상두 (웃으며) 이렇게 맛있는 밥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봐요, 아줌마....정말 맛있게 잘 먹 었습니다....(일어나며) 그만 가보께요, 저.
심란 자구 가, 상두야.
상두 .....
심란 우리 집에서 자구, 내일 아침에 가.
상두 (빙긋 웃으며) 아니예요, 가봐야죠.
심란 내일 아침에 가...아줌마가 새벽 시장 봐다가 내일 아침 밥두 해줄테니까, 아침 밥두 먹구 점심밥두 먹구 가....니가 오늘 갑자기 오는 바람에 제대로 맛있는 것도 못해줬 단 말야.
상두 맛있게 잘 먹었다니까요, 정말....보리한테두 가봐야 되구요...가께요, 아줌마.
심란 상두야아.
지환 (갑자기 상두의 허리를 안으며, 울먹이며) 내일 가면 되잖아요. 뭐가 그렇게 급해 요? 내일 아침밥 먹구 가요, 형.....우리 집에서 자구 내일 아침밥만 먹구 가요!
상두 (가슴이 먹먹해 온다....눈물이 나올 것 같아 눈을 힘주어 뜬다) ...죄송합니다, 나중 에 오께요.
심란 안돼. 아줌마 절대루 너 이렇게 못 보내, 상두야....아침 밥만 먹구 가....더 안 잡으 께....아침 밥만 먹구 가. 응?!!
상두 ......
23. #은환집 외경 (밤)
24. #지환방
달빛만 교교히 비춰드는 방.
지환, 잠들어 있고, 바닥엔 상두가 팔베게를 하고 누워 있다.
담담한 표정으로 상념에 잠겨 있는 상두.
25. #은환방
은환, 곤히 잠들어 있다.
이때, 조용히 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방안으로 들어서는 사람...상두다.
상두, 먹먹한 표정으로 은환을 본다.....상두의 한쪽 손에 채워진 수갑이 눈에 따갑게 들어온다.
시간경과.
상두, 방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그렇게 은환만 바라보고 있는.
시간경과.
커튼 사이로 새벽의 푸른 기운이 스며 들고 있다.
상두, 눈물이 그렁해서 은환의 옆으로 와 서 있다.....은환에게 짧은 입맞춤을 한다.
눈물이 흘러내린다.
26. #은환집 마당 (아침)
상두, 은환집을 걸어나온다. 은환방쪽을 아쉽게 돌아보다가 발걸음 떼서 가는.
27. #은환집 앞
상두, 걸어내려 가고 나면, 잠시후, 골목을 꺽어 시장 바구니를 양손에 무겁게 든 심란이 나타난다.
28. #지환방
심란, 문을 열어보면 지환, 몸부림을 치며 잠들어 있고, 상두가 누웠던 자리는 이불 이 곱게 개어져 있다.
29. #은환방
심란, 은환방 문을 열고 들어와 본다. 은환, 곤하게 잠에 빠져 있다.
심란, 상두가 갔구나....힘없이 바닥에 털석 주저앉고 만다.
은환, 아무것도 모르고 잠들어 있다.
30. # 보리 병실
잠들어 있던 보리, 천천히 눈을 뜨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는다.
보리 아빠!
상두, 보리 눈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상두 굿모닝, 보리 차!
보리 굿모닝, 아빠!.....(본능적으로 상두의 옷 소매를 다시 불끈 잡는다) 아빠 어제 어디 갔었어?
상두 (자신의 옷 소매를 꼭 잡은 보리의 고사리 손 착잡하게 보다가) 음...일이 좀 있어서 어디 좀 갔다 왔어....너 또 아빠 없다구 할아버지한테 땡깡 부렸지?
보리 응....인제 어디 가지 마, 아빠...보리 옆에만 있어.
상두 ...딸!
보리 응?
상두 아빠가 보리한테 진짜 미안한 일이 있는데....급한 일이 생겨서 아빠 어디 좀 또 가 봐야 되거든.
보리 (인상이 일그러지며) 그럼 보리두 같이 가! 보리두 데려 가, 아빠!
상두 보리는 못 가! 너무 멀어서 못 가...거기 가면 드라큐라두 있는데, 보린 무서워서 못 가.
보리 (상두의 옷을 쥔 손에 더 힘을 꽉 준다, 고집스럽게) 아빠두 가지 마, 그럼.
상두 (난감한 표정 짓다가) 좋아! 그럼 공평하게 아빠랑 쿵쿵따 해가지구 지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 소원 다 들어주기!
보리 (고민하다가) 좋아.
상두 아빠 먼저 한다? 대머리 쿵쿵따!
보리 (이번엔 안 당한다) 이발소 쿵쿵따!
상두 소머리 쿵쿵따!
보리 이쑤시개 쿵쿵따!
상두 아쭈....개머리 쿵쿵따!
보리 또 리?....(막힌다...짜증난 표정) 씨이....
상두 니가 졌지?....졌으면 깨끗이 승복해야 되는 거 알지?
보리 (하는 수 없이 고개 끄덕인다)
상두 그럼 아빠 소원 말한다? 첫째, 아빠가 없어두 밥도 잘 먹구, 주사두 잘 맞는다.
보리 (고개 끄덕이는) 응.
상두 둘째,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건강해진다.
보리 (고개 끄덕이는) 응.
상두 셋째, 자꾸 애기처럼 아빠 보구 싶다 그러구 아빠한테 가자 떼쓰구 울지 않는다.
보리 (그건 자신 없다) 몰라.
상두 아빠가 저기 위에 몰래 카메라 설치해 뒀거든...보리가 아빠하구 약속 잘 지키는지 맨날맨날 감시해 가지구, 하나라두 어기면 아빠 보리 두고 도망 가 버릴거야.
보리 (비죽거리다가) 약속 잘 지킬거야.
상두 정말이지? (웃으며 새끼 손가락을 내민다)
보리 (상두의 옷을 잡고 있던 손을 떼며 새끼 손가락을 걸다가 세라를 발견하고) ....엄 마!
상두, 돌아보면, 주전자를 든 세라, 죄인처럼 고개도 못 들고 서 있다.
31. #병원 휴게실
상두, 앉아 있고, 세라, 상두와 떨어져서 죄인처럼 앉아 있다.
상두 새삼스럽게 내외하냐?.....가까이 좀 와봐.
세라 ....가까이 가면 때릴거지?
상두 (픽 웃고) 내가 너 인간 취급두 안하구 무시하구 구박해두 때린 적은 없었던 거 같 은데?
세라 ....그래....때린 적은 없었어.
상두 가까이 와봐, 그럼.
세라 (엉덩이를 밀며 상두옆으로 다가가며 울음이 터진다) ...잘못했어....내가 잘못했어.... 난 니가 보리 다시 데려올 줄 몰랐어....엄마란 사람두 힘들어서 버린 앨 니가 데려 올 줄 몰랐어. (흐느껴 운다) 사실대루 말할려구 몇번을 마음 먹었는데....나중엔 니 가 정말 보리 아빤 줄 알았어...정말이야. 나중엔 니가 진짜 보리 아빠 같앴어.
상두 아, 이 기집애 진짜.....넌 암 걸린 애 엄마야. 그렇게 아무데나 쉽게 울면 안되는 사 람이야! 몰라?!!
세라 (계속 훌쩍거리고 운다)
상두 돌겠네, 진짜....이래갖구 너한테 보리 맡기구 편히 가겠냐, 내가?
세라 (흠칫) 너...어디 가? 어디 가는데?
상두 니들 보기 싫어서 도망 간다, 왜?
세라 상두야.
상두 (벌떡 일어나며) 이만큼 했으면 내 할 일은 다 한 거 아닌가? 더 이상 똥 바가지 쓸 이유 없잖아.
세라 ....(고개 끄덕이며 꺽꺽거린다) 그래, 그래, 맞어...니 갈 길 가야지, 너두....니 갈 길 가야지, 인제.
상두 보리 가방안에 보리 이름으로 된 통장 하나 들었어....혹시 수술이라두 하게 되면 그 돈두 보태 써.
세라 상두야아...(울음이 터지려하자 입을 막는다)
상두 무슨 일이 있어두 보리 포기 하지마!
세라 (고개 끄덕이는)
상두 무슨 일이 있어두 보리 니가 지켜....저승 사자가 와도 못 데꾸 가게 잠두 자지 말구 니가 지켜!...약속 할 수 있지?
세라 (고개 끄덕이는)
상두 세라야.
세라 (고개 못 들고 꺽꺽 거리는)
상두 고맙다.
세라 (그 말에 흠칫 상두를 보는)
상두 보리 낳아줘서....보리 나한테 보내줘서....고마워.
세라 .....(울컥 눈물이 쏟아진다)
상두 보리가 없었음 참 지루했을 인생이었는데...저 자식 키우느라구 어떻게 7년이란 세 월이 금방 가 버렸네. 보리 덕분이야. 고마워.
세라 상두야....(눈물이 쏟아진다)
상두 ......(웃는)
32. #화장실
화장실 문 열리고, 만도, 냄비 하나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오더니 세면대쪽 에 놓고는 화장실 문을 잠근다.
냄비 열어보면, 삼계탕이 들어 있다.
만도, 쩝쩝 입맛을 다시다가 “아우 맛있다. 아무 맛있어!” 하며 닭다리를 뜯어 먹 기 시작한다.
이때, 화장실 안에서 한 남자의 흐느끼는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만도 (갸웃하다가 다시 맛있게 닭을 쪽쪽 먹는다.)
화장실에서 흘러나오는 흐느끼는 울음소리 점점 커진다.
만도 아우 씨...고기 맛 떨어지게 정말....어떤 새끼가 똥 싸면서 울구 지랄이야!.....(맛있게 닭을 뜯어 먹는다)
33. #화장실안
화장실안에서 울고 있는 사람.....한쪽 손에 수갑을 찬 상두다. 상두, 덮혀진 변기위 에 앉아 서러운 울음을 울고 있다. 그동안 참고 참아왔던 설움과 아픔들....다시 은 환을 보리를 두고 떠나야 하는 안타까움....세상에 대한 분노가 울음으로 쏟아진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큰 소리를 밖으로 엉엉 꺼억꺼억 토해내며 소 울음을 우는 상두.
34. #은환방
초췌한 은환, 화장대앞에서 머리 빗고 있다가 놀란 표정이 되며.
은환 뭐? 뭐라구?....다시 한번 말해봐, 지환아....상두가 뭘 어쨌다구?
지환 (은환 뒤에서 훌쩍거리고 서 있는) 엄마가 아침 밥이라두 먹이구 보낼라 그랬는 데....엉엉....
은환 (창백한 표정, 바르르 떨린다)
35. #은환 주방
은환, 뛰어와 보면, 심란, 시장 봐 온 것들을 테이블 위에 펼쳐 놓고 넋나간 사람처 럼 앉아 있다.
은환, 기절할 것 같은 표정 되어 그대로 뛰어 나간다.
36. # 은환마당
미친 듯 뛰어나오는 은환, 대문 밖으로 달려 나간다.
37. # 은환집 앞 거리
은환, 넋나간 사람처럼 “상두야, 안돼!.....안돼, 상두야! ”부르며 신발이 벗겨지는 지 도 모르고 뛰어 간다.
38. # 병원앞 일각
어느새 한결 담담해진 상두, 걸어나온다.
저 앞으로 승용차 한 대가 서 있다. 상두 집앞으로 상두를 연행하러 왔던 형사들의 차다. 차에서 형사 두 사람(상두를 연행하러 왔던) 내려 상두를 본다.
상두, 전혀 놀라거나 당황하는 기색없이 형사들 앞으로 걸어간다.
상두 (담담하게 미소까지 머금고) 어젠 정말 죄송했습니다.....다친 덴 없으시죠?
형사1 (상두를 날카롭게 노려보며 수갑을 꺼내는데)
상두 (주머니에 꽂은 수갑 찬 손을 내밀며 나머지 손도 함께 내민다)
형사1 (상두의 양손에 수갑을 채운다)
상두 (표정의 흔들림 없이 담담하다)
39. #택시안 (은환이 탄)
은환이 탄 택시, 병원 앞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때, 은환의 시선에 수갑을 찬 채 경찰차 안으로 오르고 있는 상두의 모습이 보인 다.
은환 상두야....상두야.....(기사 보고) 세워 주세요! 차 좀 세워 주세요, 아저씨!
40. #병원앞 일각/경찰차안
상두, 경찰차 안으로 오르고, 형사1, 옆으로 타며 문을 닫는다.
상두가 탄 차, 출발하는데, 이때, 택시에서 내려 경찰차 앞으로 달려오는 은환.
경찰차, 끼익 브레이크를 밟는다.
고개 떨구고 있던 상두, 문득 고개를 들다가 은환을 발견하고는 당황한다.
은환(한쪽 다리엔 신발이 벗겨져 양말만 신었다), 경찰차 앞으로 오더니 상두쪽 창 문앞으로 간다.
은환 (차 문을 두드린다) 상두야...상두야....
상두 (애틋하게 보고)
은환 (계속 거칠게 차 문을 두드리며) 상두야...상두야.....
상두 ......
운전석에 앉아 있던 형사2, 내려서 “아가씨! 이러면 안돼요.” 하며 은환을 떼내려 하는데.
은환 (형사2를 뿌리치며) 잠깐만요, 아저씨...나 상두한테 할 말이 있어요. 못한 말이 있다 구요!! (다시 차문을 두드리며) 상두야! 상두야!! (차문을 열려고 하지만 꿈쩍도 않 는다)
상두 (보고 있기가 힘들어 눈을 감고 시트에 머리를 댄다) 쪽팔려 죽겠는데, 빨리 가시 죠, 형사님.
형사1 (형사1에게 눈짓을 준다)
형사2 (갑갑한 표정으로 은환을 보다가 운전석에 오른다)
은환 (미친 듯이 상두쪽 유리문을 두드린다) 내가 거짓말 했어! 나 안 지쳤어, 상두야! 하나두 피곤하지도 않아! 내가 얼마나 씩씩한데! 힘이 넘쳐 나!
상두 (눈을 꼭 감는다)
상두를 실은 경찰차, 서서히 출발하기 시작한다.
은환 (다급하다, 차를 따라오며) 우리 헤어지지 말자!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루 헤어지지
말자! 죽어두 헤어지지 말자!!
상두 (그제야 눈을 뜨고 눈물이 그렁해 은환을 본다)
상두를 실은 경찰차, 은환을 뒤로 하고 병원앞을 떠나기 시작한다.
은환, 그 자리에 허탈한 표정으로 털석 주저 앉아 버린다.
상두, 안타까운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며 멀어지는 은환을 바라본다.
그렇게 멀어지는 두 사람의 모습....부감으로 보여지며...... F.O.
41. #상두집 옥상
걷지 못한 빨래가 널려 있다.....그 위로 비가 쏟아진다.
고스란히 비를 다 맞고 있는 빨래들.
시간 경과.
햇볕이 쨍쨍 비치고 있다....비에 젖었던 빨래들, 그렇게 다시 마른다.
상두가 없는 집.....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른다.
42. # 은환 학교 운동장
핼쓱한 은환, 수업 마치고 걸어오다 보면.
운동장에 헌혈차 서 있고, 수창, 택구, 성길과 진진, 진창, 미영등 차따리 회원등 피킷을 들고 지나가던 학생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헌혈차 뒤로 학생들 30명 정도 줄을 서서 밝은 표정으로 준비 운동하고 있다.
택구와 성길, 수창은 “보리를 살립시다” “골수 이식은 백혈병 어린이를 살리는 유 일한 희망입니다” 라고 씌여진 피킷을 들고 있고. 차따리 모자를 쓴 진진, 진창, 미 영은 율동을 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 사이에 차따리 모자쓴 순애도 끼어 있다.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정도의 노래)
창호(E) 안돼, 난....난 몸두 약하구....주사 바늘이 무서워서 뇌염 주사두 안 맞구 살았는데....
은환, 돌아보면 지환과 희서, 창호의 팔짱을 끼고 헌혈차 쪽으로 끌고 오고 있다.
희서 어제 우리 반 여학생들이 남자 선생님들 인기 투표했는데요, 박영철 선생님이 1등 하시구, 선생님이 2표차로 아깝게 2등 한 거 모르시죠?
창호 (좋아서) 2등? 내가 2등을 했어?.....(하다가 갑자기 기분 나쁜 듯) 근데 내가 왜 2등 밖에 못해? 박영철 선생보다 내가 어디가 뭐가 부족해서 2등밖에 못해?
지환 이런 식으루 나오니까 2등밖에 못하시죠!...박영철 선생님은 이런 좋은 일은 내가 모범을 보여야 된다면서 일등으로 끊어서 혈액 채취하구 가셨어요.
창호 일등...으루?
희서 뭐 정 그렇게 주사 바늘이 무섭구 안 내키시면 (창호 팔을 놓으며) 관두세요, 그럼.
혹시 담번 인기투표에서 순위밖으로 밀려나두 너무 상심 마시구요.
지환 (같이 팔 놓으며) 제가 이 뚫린 입이 밥만 먹으라구 뚫린 입이 아니라서요, 오늘 선생님의 이 소심한 행동에 대해 뭐라구 떠벌리구 다닐지 저도 잘 모르겠거든요.
창호 (희서와 지환의 팔짱을 끼며) 누가 뭐라 그랬냐?....가자....좋은 일 하는 데 당연히 동참을 해야지.
은환, 피식 미소 지으며 지환과 희서, 학생들을 대견스럽게 보며 자기도 헌혈차쪽 으로 걸어간다.
43. # 헌혈차안
은환, 누워서 혈액을 채취한다....고개 돌려 보면, 순애도 혈액을 채취하고 있다.
순애, 은환을 향해 쑥스러운듯 웃는다. 은환도 순애를 향해 미소를 보낸다.
은환(NA) 좋은 소식이 있어, 상두야.
44. # 보리병실
마스크를 한 보리, 무균실로 옮기기 위해 이동 침대로 옮겨지고 있다.
세라, 보리의 손을 꼭 잡아주며, “보리 힘내! 파이팅!” 하며 보리에게 씩씩한 모습으 로 환하게 웃어준다.
은환(NA) 정말 기적처럼 보리에게 딱 맞는 골수 공여자가 나타났거든.
45. #골수 채취실
지환, 인상을 있는대로 쓰고 있다(마치 자기가 혈액 채취라도 하듯). 카메라 지환을 PAN하면 침대위에 엎드려 있는 평온한 표정의 희서(환자복 입은), 보인다.
희서, 엉덩이 뼈에 주사를 꽂아 골수를 채취하고 있는 중이다.
지환, 안타까움에 눈물이 그렁해서 희서의 손을 꼭 잡고 있다.
희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씩씩하게 웃어준다.
은환(NA) 희서...니 짝꿍 윤희서가 차상두가 아닌 차보리의 수호천사가 되었어.
46. #수술실앞
심란, 십자가 목걸이 들고 기도하듯 두 손 모으고 있고, 만도, 심란의 옆에 나란히 앉아 염주를 굴리며 기도하고 있다.
세라, 창백한 표정으로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그런 세라의 손을 누군가 잡아준다.
....은환이다.
세라, 눈물이 그렁해서 은환을 보고, 은환, 따뜻하게 웃으며 걱정 말라는 듯 세라 옆에 와 앉으며 세라의 손을 꼭 잡고 손등을 두드려 준다.
세라 다른쪽 옆으로 순철과 봉상두도 걱정스럽게 앉아 두 손 모으고 기도하고 있다.
은환(NA) 니가 같이 있었음 좋았을텐데....니가 얼마나 바래왔던 순간이었니?
잠시후, 수술실 문 열리고 의사, 나온다.
누구랄것도 없이 벌떡 일어서며 의사를 두려운 표정으로 보는데, 의사, 환하게 웃으 며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얘기하고.
만도와 심란, 세라와 은환, 순철과 봉상두, 서로 얼싸안고 방방 뛰며 기뻐서 어쩔 줄 모른다.
은환(NA) 니가 같이 있었음 정말 좋았을텐데.
47. #병원앞
은환, 추운 듯 웅크리고 걸어나오는데, 은환 앞으로 다정한 연인들, 추운 듯 다정하 게 껴안고 지나간다.
은환, 피식 웃으며 그들을 부럽게 본다.
이때, 은환의 얼굴위로 눈발이 떨어진다.....은환, 하늘을 보면 첫 눈이 내리고 있다.
은환(NA) 상두야....오늘 첫 눈이 왔어.
48. #면회실
은환,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수의를 입은 상두, 나온다.
은환, 눈물이 그렁해서 상두를 향해 웃고, 상두도 씩씩하게 웃어준다.
은환 잘 지냈어?
상두 (웃으며 고개 끄덕인다)
은환 나두...나두 잘 지냈어. (웃는)
상두 다들...잘 지내시지?
은환 그럼....삼촌도 잘 지내시구, 우리 엄마두 잘 지내시구, 세라 언니두, 보리두, 지환이 두 희서두.....차 따리 회원들두 다 잘 지내.
상두 (고개 끄덕이며 웃는)
은환 (웃는)
상두 밥 먹었어?
은환 (고개 끄덕이며) 넌?
상두 나두 먹었어.
은환 무슨 반찬 먹었어?
상두 콩나물, 두부...깍두기.
은환 맛있었겠다.....
상두 (고개 끄덕이는) 응.
은환 (다시 할 말을 잃고 웃는)
상두 (웃다가) 은환아.
은환 응?
상두 난...내가 불행하다구 생각했던 적 한번도 없었어.
은환 ......
상두 그게 걱정이 돼...내가 불행했다구 니가 생각할까봐.
은환 (눈물이 그렁해지는) 행복....했었니, 그럼?
상두 (피식) 행복이 어떤 건진 잘 모르겠는데....아침에 일어나서 눈을 뜨면....은환이 니가 내귀에다 대고 이렇게 속삭이는 거야....상두야! 안녕! 좋은 아침이야!
은환 .......
상두 그러군 언제나 좋은 아침이었어....점심때랑 저녁땐 좀 힘든 일도 있었는데....다시 내 일은 좋은 아침이 될거니까....점심때랑 저녁때 힘든 것쯤은 얼마든지 참을 수 가 있 었어.
은환 .......
상두 내 걱정 하지마.....세상 누구보다두 차상둔 행복하구 씩씩하니까.
은환 걱정 안해.....은환이가 있는데, 세상에서 차상두만큼 행복한 사람 있음 나와 보라 그 래.
상두 (웃는) ....은환아.
은환 응.
상두 나 기다리지 마.
은환 (당황하는)...상두야.
상두 넌 이렇게 나한테 해준 게 많은데...난 너한테 해준 게 너무 없네. 상처주구 울린 일 밖엔....아 무것도 없는 거 같애.
은환 그렇게 생각하지마.
상두 쪽 팔려....사실은 나 지금 죽구 싶을만큼 쪽팔려, 너한테.
은환 보리 때문에 어쩔 수 없었잖아. 너처럼 그런 상황이었으면 누구나...
상두 (O.L.) 누구나! 그렇게 살진 않어!!
은환 .......
상두 난 추억만 껴안고도 살 수 있어....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충분히 행복할 수 있 어....니가 걱정돼서 그렇지.
은환 .......
상두 (피식 웃으며) 끝까지 이기적이구, 끝까지 잘났지, 차상두?
은환 ....숙자가 그러는데, 정말루 지독하게 사랑하는 사람들한텐 고난이 많대....이래두 안 지칠래? 이래두 안 꺾일래? 그렇게 시기를 한대.
상두 ......
은환 조금만 사랑하자, 그럼.
상두 ......
은환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아무도 시기하지 못하게.....어차피 이제 나이두 있구, 힘두 드는데...조금만 사랑하자, 우리.....응?
상두 (서글프게 보는)
은환 (안타깝게 보는)
서로 그렇게 먹먹하게 바라보고 있는 상두와 은환. F.O.
49. # 공항 출국장(1년후)
‘1년 후’ 라는 자막이 뜨고.
출국객들 게이트를 빠져 나오고 있다. 그들 사이에 민석의 모습이 보인다.
1년전 모범생 같던 민석의 모습, 180도로 달라졌다. 머리에 브릿지도 넣고, 선글라 스도 끼고, 옷도 약간 날티나게 입고....몹시 자유 분방해진듯한 모습.
선글라스를 빼며, 상두의 모션(침 발라서 머리에 바르는) 을 잠깐 흉내내다가 씨익 웃으며 걸어간다.
50. #교도소앞
교도소문 열리고, 사람들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들 사이에 상두의 모습도 보인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두건을 쓴....주위를 훑어보다가 선글라스를 꺼내 폼발나게 쓴다.
이때, 상두의 시선에 저편에서 두부를 들고 떼어 먹으며 핸드폰 하고 있는 만도의 모습 보인다.
만도 어, 박 여사.....응, 나 어디 좀 와 있어...홍콩에서 바이어들이 와 갖구 접대한다구 필 드에 좀 나왔지.....야, 여긴 정말 경치가 예술이야. 나중에 박 여사랑두 같이 한번 와야겠네.
상두, 씨익 웃으며 만도뒤로 다가가더니 손가락으로 만도의 등을 겨누는 시늉하며.
상두 (가성) 경찰입니다. 차 만도씨 맞습니까?
만도 (헉! 깜짝 놀라며 얼어서 핸드폰 얼른 내리고)
상두 차만도씨를 공갈, 사기 혐의로 현장에서 긴급 체포하겠습니다.
만도 (두 손들고 달달 떨며) 사..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 형사샘....저...그냥 마..말로만 뻥 친 거구요, 십원 한푼도 안 받았어요. 지...진짜예요....저 개과천선 한지가 언젠데요, 형사샘?
상두 (킥킥거리며 웃는다)
만도 (흠칫하며 돌아보다가 상두임을 알고는 놀라며) 상두야!!
상두 (하하 웃으며 만도를 와락 껴안는다) 삼촌!
만도 (울음을 터뜨리며) 상두야....상두야....이 새끼야......
상두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변하지 않는 건 우리 삼촌 밖에 없을거야, 응?
만도 내가 잘못했다, 내가 잘못했어....어떤 놈은 피 한방울 안 섞인 자식을 위해서 온갖 못할 짓 다해가며 훌륭하게 사는데...난 삼촌이란 놈이 이게 뭐냐, 이게 뭐냐, 나 는....
상두 삼촌이 왜? 삼촌도 나 잘 키워줬잖아.
만도 내가 키웠냐, 니가 컸지, 임마....삼촌이란 놈이 조카를 제대로 된 길로 인돈 못할망 정....나쁜 거 뻔히 알면서도 시궁창에다 밀어넣구....난 사람두 아냐....사람도 아냐.... 죽일 놈이야. 죽일 놈!!
상두 그건 맞어. 삼촌이 죽일 놈은 죽일 놈이야.
만도 (울음 뚝 그치고 상두에게서 떨어지며) 뭐 임마!.....이 자식이 진짜.....(하며 상두를 때리려는데)
상두 (낄낄 웃으며 도망간다)
만도 거기 서, 임마! 거기 서, 차상두!! (두부를 던지며 상두를 쫓아간다)
51. #거리 건널목
6차선 대로의 길.
건강해진 보리 손을 꼭 잡은 은환, 건널목쪽으로 와 선다.
은환 (무릎 굽히고 보리앞에 앉아 보리의 모자를 바로 씌워준다) 오늘 누구 만나러 간다 그랬어, 차보리?
보리 아빠.
은환 아빠 얼굴 기억 나?
보리 응.
은환 아빠보면 알아볼 수 있겠어?
보리 응...맨날맨날 보리 꿈속에 나타나가지구 알아볼 수 있어.
은환 (웃고) 아빠 보면 제일 먼저 무슨 말 할거야?
보리 아빠! 보리 병을 낫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은환 (씨익 웃으며) 그래, 보리야...아빠가 보리 건강하게 만들려고 얼마나 애를 쓰구 힘 들게 살았는데....그렇게 좋은 아빨 둬서 보린 정말 좋겠다.
보리 (좋아서 웃는다)
이때, 은환 앞으로 모범 택시 한 대 지나가다가 멈춘다.
은환, 보리와 웃으며 장난하고 있는데, 택시 문 열리고, 선글라스 쓴 민석, 갸웃하며 내려 은환쪽으로 온다.
민석 은환아! 은환이 맞지?
은환 (누군가 갸웃하며)
민석 (선글라스 벗는다)
은환 (놀랍고 반가운) 민석씨!...언제 왔어?
보리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보고)
민석 좀전에 도착했어....넌 하나두 안 변했네?
은환 민석씬 진짜 많이 변했다.
민석 차 상두 마중 나온 길이야?
은환 (고개 끄덕이고) 민석씬?
민석 나두, 내 친구 마중 나왔지....(하다가 자기를 멀뚱히 보고 있는 보리를 보고) 하이! 보리 차!
보리 (멀뚱하게 보는)
은환 보리야, 선생님이잖아. 예전에 보리 치료해 주셨던 강민석 선생님....몰라.
보리 (갸우뚱하다가 그제야 알아보겠다는 듯) 선생님!
민석 (보리를 안아서 든다) 우리 보리 병 다 나아서 건강해졌단 얘긴 들었지, 선생님이.
보리 (씨익 웃으며 홀린 시선으로 보는....되게 멋있어졌네)
민석 선생님이 우리 보리 병 나은 기념으로 축하 키스나 한번 해줄까, 그럼?
(보리의 볼에 쪽 입맞추는데)
보리 (얼굴이 벌개져서 수줍어 어쩔 줄 몰라한다)
은환 (하하 웃으며) 어머, 보리가 부끄러운가 보다.....수줍음 타는 거 좀 봐, 얘
민석 (하하 웃고)
은환 (옆에서 환하게 웃고)
만도(E) 그림 조옿다!!
52. #맞은 편 건널목 앞
상두와 만도, 사람들 틈에 섞여 서서 맞은 편에 마치 다정한 가족처럼 서 있는 은 환과 민석과 보리를 보고 있다. (은환, 민석, 보리는 상두가 보고 있는지도 모르고 다정하게 서로 치기도 하며 얘기 나누고 있다.)
그들을 애틋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는 상두.
만도 저러구 있으니까 한쌍의 다정한 바퀴 벌레 같지 않냐? 진짜 잘 어울리지? 그치?
상두 ....(피식 웃는)
만도 (잠깐 생각하다가) 상두야! 너 출소 기념으로 우리도 간만에 사람 같은 짓 한번 해 보자.
상두 (보는)
만도 나 그동안 우리 심란이 언니한테 인생 공부 많이 했다?....채은환 샘이 세라랑 너 놓 구 싸울때두 지 속으로 난 자식 편 안 들구, 채 은환샘 편 들어줬지...채 은환 샘이 강민석이랑 결혼할거라구 쌩쇼를 할 때두 펄펄 뛰면서 너랑 살라구 난리쳤지!....
감동의 도가니탕이지 않냐?
상두 신호등 고장 났나봐, 삼촌.
만도 (상두를 툭 치며) 우리라구 가만 있을 수 있냐, 그럼? 가오가 있고 양심이 있지.
상두 (보는)
만도 우리가 또 국어는 못해도 주제는 알잖냐?.....니 주제에 채은환 샘이 가당키나 하 냐구, 솔직히? 별 두 개짜리가 일반 사무직도 아니구, 선생님하구...말도 안되지. 수 업하다가 흥부네 집 지붕에 제비 얘기만 나와도 간이 철렁할텐데...학생들 못 가르 치지.
상두 ......(표정이 얼핏 굳어지는)
만도 (상두에게 어깨 동무하며) 니가 먼저 선수치구 멋지게 돌아서는 거야, 차 상두! 지 들만 멋지냐? 우리도 양심이 살아 있다는 걸, 우리도 감동의 도가니탕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저들에게 보여 주는거야!
상두 (피식 허탈하고 씁쓸하게 웃는)
53. #건널목 은환쪽
서 있던 사람들, “고장인가봐” 궁시렁 거리며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도 있고, 아직 남아 있는 사람도 있다.
민석 (신호등을 보며) 고장인 가봐, 신호등.
은환 그러게....
보리 어, 아빠다....아빠!!!
은환과 민석, 보리가 가리키는 곳을 본다.
상두와 만도가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은환, 눈빛이 심하게 떨린다.
저 편에 상두도 은환을 보고 있다.
민석, “차상두! ”부르며 손을 흔드는데, 상두, 만도에게 등이 밀려 돌아서고 있다.
보리 아빠!
은환 (어이없어 삼켜지는 소리) 상두야....(하다가) 상두야!! (부르며 자기도 모르게 차도 로 뛰어든다)
54. #건널목 상두쪽
만도와 함께 돌아서 가던 상두, 은환과 민석의 소리를 듣는다.
은환(E) 상두야!!
민석(E) 안돼, 은환아!!
상두, 멈칫 돌아선다.
은환이 차들이 씽씽 달리는 도로를 가로 질러 상두에게 오고 있다.
민석, 보리의 손을 잡은 채 달려오는 차 때문에 어쩌지도 못하고 동동 구르고 있는 모습 보인다.
만도, “아니 저 샘이...”하며 기가 막힌 표정 짓는데, 상두, 얼른 뒤돌아 차도가 있는 쪽으로 간다.
55. #차도
눈물이 그렁한 은환, 상두만을 보며 ‘왜 도망 가, 바보야!’ 하는 표정으로 그대로 걸어 오는데.
이때, 저편에서 속력을 높여 달려오는 트럭 보인다.
상두, 크락션을 누르며 달려오는 트럭을 놀란 표정으로 본다.
트럭, 날카로운 마찰음 내며 급브레이크를 밟고, 상두, 그대로 도로로 뛰어들어 은 환을 감싸 안는다. (SLOW)
그 위로 들리는.
은환(E) 상두야! 우리 조금만 사랑하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아무도 시기하지 못하 게....조금만 사랑하자, 우리.
민석, 보리가 보지 못하게 눈을 가리며 꼭 껴안는다.
만도, 충격으로 눈이 동그래지고....주위의 사람들도 눈을 가린다.
그들의 표정 위로 날카로운 급브레이크음과 텅!하며 받쳐서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 들린다.
차도위.
트럭, 브레이크를 밟고 서 있고, 그 아래, 상두와 은환, 꼭 껴안은 자세로 기절해 쓰 러져 있다....두 사람 주변으로 두 사람의 피가 흥건하게 흐른다.
저편 인도엔 만도,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 앉아 있는 모습 보인다.
민석, 사람들과 함께 뛰어와서 두 사람을 본다.
민석, 두 사람을 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상두(E) 내 걱정 말구 니 걱정이나 해, 임마....어떡하든 살겠지, 죽기야 하겠냐?
은환(E) 상둔 내 인생이야, 민석씨....이젠 상두가 없음 내가 죽어.
꼭 껴안고 있는 상두와 은환의 모습...절규하며 우는 민석의 모습...부감으로 보여지 며. W.O.
은환(E) 상두야! 학교 가자!!
56. # 상두집앞 (시골, 상두가 입양된)-3회 회상 느낌과 똑같이.
교복을 입고 가방을 든 17살의 은환, 눈물이 그렁해서 상두를 부르고 있다.
은환 상두야! 학교 가자! 상두야! 학교 가자!
대문이 약간 열려진 집안에선 아무 반응이 없다.
은환 (마음이 조급하다, 더 큰소리로) 상두야! 학교 가자!
집안에선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다.
은환 (눈동자에 눈물이 흥건해져서) 상두야....(목이 메인다) 상두야...학교 가자! 상두야! 학교 가자!! (눈물이 흐른다)
이때, 대문 열리고, 교복을 입은 밝은 표정의 상두가 나온다.
상두 은환아.
은환 (놀랍고 반가와서) 상두야....(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상두 왜 그래? 왜 울어?
은환 (비죽이는)....니가 안 나오는 줄 알구....(꺽꺽)...혼자 가 버린 줄 알구....
상두 (장난기 어린 표정) 가긴 내가 어딜 가냐?...(손등으로 은환의 눈물을 닦아주며 웃 는) 너 두구 내가 혼자서 어딜 가?
은환 (울음끝이 남아 꺽꺽 댄다)
상두 (피식 웃고) 으이....애 같기는...(은환의 손을 꼭 잡는다.) 은환아, 학교 가자.
은환 (그제야 웃으며 고개 끄덕인다.)
상두와 은환, 시선을 마주치며 웃고,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어간다.
57. #시골길
다정하게 까르르 웃으며 걸어가는 상두와 은환의 모습....점점 멀리 사라지고....
58. #상두집 옥상
2년후의 어느날.
빈 빨랫줄....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이때, 구두 하나 걸어와 평상에 가 앉는다....민석이다.
민석, 평상에 앉아 허허로운 눈길로 앞을 보다가 한쪽에 놓인 장난감차 (마모되고 부서진)를 이리저리 밀어보는데.
보리(E) 선생님!
민석, 돌아보면, 보리가 서있다. (머리가 제법 길어 예쁘게 묶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듯 학생용 가방을 매고 있다. 이름표엔 “차보리”라고 씌여 있다.)
민석 (환하게 웃으며) 보리야!
보리 (꾸벅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민석 보리, 이번엔 시험 쳐서 니네 반에서 일등했다며?
보리 (웃으며) 네.
민석 (보리앞으로 와 무릎을 굽히고 앉으며) 야, 우리 보리 정말 대단하다....선생님이 보 리 일등만 기념으로 뽀뽀 한번 해주까?
보리 (수줍게 얼굴을 붉힌다)
민석 (귀엽다는 듯 보는)
보리 선생님 근데 우리 할아버지집엔 왜 오셨어요?
민석 음....그냥....차상두 아빠가 보구 싶어서.
보리 ....우리 아빠 인제 여기 없는데?
민석 (허허롭게 앞을 보며) 그래, 니네 아빠 인제 여기 없는데....여기 오면 꼭 니네 아빠 가 있을 것만 같애서....그래서 왔어.
보리 (갸웃한다)
보리(NA) (편지를 읽듯이) 아빠! 안녕하세요.....저는 보리 차입니다.
59. #심란 족발집
심란(헤어스타일 바뀐), 갓난 아이를 어르며 우유를 먹이고 있다.
심란 아이구, 우리 유리 어쩜 이렇게 이쁠까?....엄마가 없어두 우유도 잘 먹구, 외할머니 말씀도 잘 듣구....아이구, 우리 유리 이쁘다.
이때, 철가방을 든 만도, 막대 사탕 하나 입에 물고 핸드폰하며 들어온다.
만도 글쎄, 나두 당장 달려 가고 싶은데....홍콩 바이어들 접댈 좀 해야 돼서...으응.. 미 안해, 도 여사....내일 전화 하께...쏘롱.
만도, 핸드폰 끊고, 호주머니에서 막대 사탕 꺼내며.
만도 유리야...할아버지가 막대 사탕 사왔다....(심란이 안은 아기에게로 가는데)
심란 (만도 손을 탁 쳐내며) 인제 백일 지난 갓난쟁이한테 무슨 사탕을 멕여?
만도 이상하네? 우리 상두랑 보린 백일 전에도 내가 그냥 멕였는데...
심란 (어이없다는 듯 보며) 우리 보리가 아프고 병났던 게 너 때문이었구나, 그러니까?!!
만도 하, 이 언니! 맨날 나만 갖구 그래, 나만....(심란 얼굴 가까이 얼굴을 대고) 내가 만만하니까 만두로 보여? 가만 있으니까 가마니로 보여?!!
심란 아, 드러! 침 튀어!!
만도 언니! 우리 고스톱 한판 치자!
심란 고스톱은 무슨 고스톱이야?....안 그래두 장사가 안돼 죽겠는데.
만도 그러니까, 부업 하시라구....내가 요즘 이리저리 용돈을 많이 받다 보니 돈이 많아 감당이 안되네. (지갑 꺼내 지폐들 보여주고)
심란 (그렇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점 백! 광박 피박 멍박 다 있구, 오 쌍피!
만도 오케이!
심란, 유리를 요람에 눕혀 놓고, 만도, 한쪽에 둔 화투판을 가져 와 편다.
두 사람, 결전 태세로 마주 앉고.
카메라, 요람안의 아기를 비춘다.
보리(NA) 아빠! 보리한테도 이쁜 여자 동생이 생겼습니다. 이름은 유리입니다.
심란과 만도, 화투패를 나누며 맞고를 치고.
이때, 세라(부잣집 안주인 같은 느낌), 쇼핑 봉투 들고 들어서다가 기가 막힌 듯 보 며.
세라 (버럭) 엄마! 삼촌!!
두 사람, 깜짝 놀라 얼른 화투판을 뒤엎고 심란은 눈치 보며 얼른 요람속의 유리 를 어르고, 만도는 괜히 핸드폰 하는 척 한다.
세라 내가 못 살아, 진짜....이래 갖구 엄마한테 맘 놓구 애 맡겨 놓구 다니겠어? ....비 켜!.(하며 유리를 안아든다)
심란 아니....난 안 칠라 그랬는데....저 양반이 자꾸 꼬셔가지구...
만도 만만한 게 나지, 만만한 게....(하다가 들어서는 누군가 보고 환하게 웃으며) 아이구, 우리 상두 왔냐?
들어서는 사람, 순철과 봉 상두다(순철, 손에 커다란 사진 액자 들었다). 두 사람, 심란과 만도에게 깍듯하게 인사하고.
심란 어서 와, 봉 서방.
순철 죄송합니다, 어머님...힘드실텐데 자꾸 애만 맡기구....
만도 그냥 맡기는 것도 아니구, 돈 주고 맡기는 건데 뭐.
심란 (만도를 노려보고)
순철 지난 번 유리 백일 때 가족 사진 찍은 거 나왔더라구요.
심란 그래?
만도 (자기가 더 좋아하며) 어디 봐...어디 봐.
만도, 순철에게서 사진 액자 채듯이 뺏아 포장지를 벗겨 본다.
보리(NA) 할아버지는
만도(E) 보리 너 치사하게 새 아빠 생겼다구 이제 아빠 생각은 안 하지?
보리(NA) 이렇게 야단을 치셨습니다.
세라와 유리를 안은 순철, 심란, 만도, 지환, 봉상두, 보리가 함께 찍은 가족 사진이 나온다. (순철이 다정하게 보리를 안고 있다)
심란과 만도, 세라, 함께 내가 더 잘 나왔니 니가 더 잘 나왔니 한마디씩 하고, 순 철과 만도도 참 친근해 보인다.
보리(NA) 아빠, 정말 미안합니다.
60. #남해 분교 (낙도)
시골 초등학교 아이 셋, 머리 위로 무 하나씩들 들고 꽥꽥 하며 오리 걸음 하고 있 다. 아이들, 게으름 피우며 느릿느릿 걷는데.
상두(E) 어허, 동작봐라, 동작 봐라...
아이들 앞으로 다가오는 사람, 상두다....수염을 까칠하게 길러 제법 나이도 느껴진 다.
작업복(학교 소사들 입는) 입은 상두, 무를 베어 먹으며 아이들 앞으로 걸어온다.
상두 자꾸 요령 피우면 운동장 두 바퀴 더 돌린다.
아이들, 어우우....하며 표정 일그러져 항의하고.
아이1 (5학년 정도의 뚱뚱한 남자 아이다) 씨이...아저씨가 뭔데 우리한테 벌을 줘요? 선생 님두 벌 안 주는데...
상두 그럼 니들도 소사해....꼬우면 니들도 소사 하라니까!!...제자리 못 앉어, 너!!
아이1 (피이...하며 다시 앉는다)
상두 콩알만한 것들이 어디 할 짓이 없어 남의 밭 무나 훔쳐 먹구....커서 뭐가 될라 그 래, 니들! 엉?!....자! 지금부터 운동장 한 바퀴 다시 돈다.
상두, 앞서 걸어가며 “오리!”하면 아이들 “꽥꽥” 하며 어미 오리 뒤를 따르는 새끼 오리들처럼 걸어간다. 계속 구호 바꾸는...참!새!하면 짹짹하고, 제!비!하다가 아차하 며 다시 오리!하며 걸어간다.
보리(NA) 아빠는 보리 병을 고쳐주기 위해서 애를 쓰셨는데, 보리는 아빠를 자꾸 잊어버려 서 미안합니다.
아이들을 인솔해 가던 상두, 누군가를 발견하고 환한 미소를 짓는다.
바로 앞으로 은환이 황당한 표정으로 서 있다. (임신을 한 듯 배가 남산만 하다)
아이들, 억울한 듯 일러주듯 “선생님!” 부른다.
은환, 힘겹게 걸어오더니.
은환 저희반 애들은 제가 알아서 할테니까 좀 들여보내 주시죠?
상두 이 자식들은 손을 좀 봐야 돼요....지난번 덕구네 집 소두 얘들이 자꾸 똥침을 놔갖 구 미친 소로 만들어 버렸잖아요.
은환 알았어요, 내가 나중에 잘 타이르께요.
상두 타일러서 될 문제가 아니라니까요....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말 못 들으셨어요?
은환 타일러도 알아 들어요!
상두 못 알아들어요!
은환 알아 들어요!
상두 소 귀에 경읽기라니까요!
상두와 은환, 실랑이 하며 싸우는 위로.
보리(NA) 그리고 자꾸 아빠 얼굴도 잊어버려서 미안합니다.
상두와 싸우던 은환, 갑자기 산기를 느끼는 듯 비명 지르며 주저 앉는다.
아이들 놀라서 은환을 보고.
상두 은환아....은환아.....
은환 어떡해...애기가...애기가....나올라 그러나봐......어떡해......상두야.....
상두 (자기도 어쩔 줄 몰라한다) 야아...어떡해....어떡해야 되는데, 그럼?
은환 (상두의 머리를 잡아 당기며 꽥 비명을 지른다)
61. #경치 좋은 곳 (노을녘)
상두, 포대기에 싼 아기를 신기한 듯 보고 있다. 은환, 같이 아기를 보며 어른다.
상두, 은환에게 “사랑해, 은환아” 하고 이야기하고, 은환, 환한 미소를 지으며 상두 의 어깨에 편안하게 머리를 기댄다.
카메라, 그들의 따뜻하고 평온한 모습을 비추며 높이 높이 떠오른다.
보리(NA) 오늘 밤엔 꼭 아빠 꿈을 꾸도록 노력하겠습니다....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11월 4 일 차 보리 올림.
끝.
상두, 털레털레 걸어가고 있는데, 상두 앞에 대기하고 있는 승용차에서 형사 두 명 내려 들고 있던 사진과 비교해 보고 상두에게 다가온다.
형사1 차상두씨죠?
상두 그런데요.
형사1 김수희씨 아시죠?
상두 (눈빛이 흔들리는)
형사1 김수희씨에게 고소가 들어왔습니다. 차상두씨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묵비권 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상두 (표정이 창백해지고 멍해져서 자기도 모르게 마치 도망가는 것처럼 앞으로 걸어가 려는데)
형사2 (상두를 잡고)
형사1 (수갑을 꺼내 상두의 한쪽 손에 채운다) 김수희씨를 상대로 폭력, 공갈 및 협박한 혐의로 현장에서 긴급 체포...(하는데)
굳어졌던 상두, 갑자기 “안돼! ”부르짖으며 형사들의 손을 힘껏 뿌리치고, 한쪽 손 에 수갑을 찬 채 그대로 달리기 시작한다.
형사들, “야! 거기 서!” 하며 상두를 뒤쫓아 뛰어온다.
이 앙물고 사력을 다해 도망가는 상두.
2. #성당안
아무런 미동도 없이 담담한 표정으로 꼿꼿이 앞을 바라보고 앉아 있는 은환.
3. #한적한 거리
죽을 힘을 다해 앞만 보며 도망가던 상두, 가쁜 숨을 헐떡이며 뒤를 돌아본다.
뒤를 쫓던 형사들의 모습 보이지 않는다. 온 몸이 땀으로 젖은 상두, 건물벽에 머 리를 기대며 가쁜 숨을 고른다.
이때, 상두앞을 지나가던 사람, 상두의 손에 채워진 수갑을 수상하게 본다.
상두, 수갑찬 손을 얼른 호주머니에 찌르고, 다시 뒷걸음치며 도망가기 시작한다.
4. #성당안
은환, 시간이 많이 지나도 민석이 오지 않자 입구쪽을 돌아본다.
5. #거리
상두, 수갑찬 손은 주머니에 찌르고 (혹은 옷안 가슴쪽에 넣고) 다급하게 택시를 잡 고 있다.
6. #성당안
은환, 테이블에 뺨을 붙이며 엎드린다.....허탈하고 멍한 동공.
7. #성당앞
택시 한 대 도착해 멎는다. 택시에서 내리는 사람....상두다.
상두, 힘겨운 표정으로 성당을 본다.
택시, 성당앞을 떠나가고 나면, 상두, 호주머니에서 수갑 찬 손을 꺼내서 당혹스럽 고 난감한 표정으로 본다.
8. #성당안
상두, 호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안으로 들어선다.
저 앞으로 등을 보이고 앉아 있는 은환의 모습 보인다.
은환, 다가오는 발걸음 소리에 “민석씨!” 부르며 돌아보다가 상두임을 알고는 충격 받는 표정이 되고.
상두, 어색하게 웃으며 걸어와 은환의 옆쪽 의자에 앉는다.
은환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상두를 보는)
상두 (은환의 웨딩 드레스 입은 모습을 눈부시게 보며)...너 되게 이쁘다?
은환 .....
상두 정말 이쁘다.
은환 (싸늘하게) 여긴 어떻게 왔어?
상두 택시 타구.
은환 (어이없는 듯 보다가 앞을 본다....심하게 떨려오는 가슴을 누르고 있는)
상두 (무슨 말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다)
은환 (앞을 보며)....미안하지만, 좀 가 줄래?
상두 (보는)
은환 무슨 맘으로 여기까지 왔는지 모르겠지만....민석씨 오기 전에 가줘.
상두 .....강민석 샘 안 올 거야.
은환 (흠칫 상두를 보는)
상두 미국으로 떠났어, 오늘.
은환 (기가 막히다)
상두 미안하다구....너한테 전해 달라구 했어.
은환 (기가 막혀 눈물이 그렁해진다)
상두 (난감해 하다가...일어나며) 그만 가자, 너두....은근히 춥네, 이 안두...감기 들겠다.
은환 (이를 앙물고 눈물 참으며 앞을 본다)
상두 집에 가자구.
은환 상관말구 너나 가! 난 민석씨 기다릴거야!
상두 안 와, 못 온다구....못 알아 들어?
은환 (버럭) 상관 말구 가라잖아!!
상두 은환아.
은환 내 이름 부르지 마! 너 같은 자식이 함부로 부르라구 지은 이름 아냐!
상두 (당황하는)
은환 (매몰차게 말하는) 나 너 다신 보구 싶지 않어! 여기서 당장 나가 줘! 내 눈앞에서 없어지라구, 당장!!
상두 (잠깐 멈칫하다가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구쪽으로 걸어간다)
은환 (이를 앙물고 눈물을 참지만.....눈물이 흐른다)
상두 (문 열고 밖으로 나간다)
은환 .......
9. #성당밖
상두, 성당 밖으로 나오지만, 더 이상 발걸음 떼지 못하고 쪼그리고 앉는다.
여기서 헤어지면 언제 다시 보나....안타까움이 발목을 잡는다.
수갑 찬 팔목, 벌겋게 부어올라 있다. 아픈 듯 인상을 찌푸리는.
10. #성당안
은환, 그 자세로 꼿꼿하게 앉아 있다. 눈물이 흐른다.
시간 경과....성당안 저무는 해의 기운이 비춰들고 있다.
눈물이 마른 은환, 그 자세로 꼼짝 않고 앉아 있다.
11. #성당밖
상두, 그 자세로 쪼그리고 앉아 있다.
잠시후 성당문 열리더니 평상복으로 갈아 입은 은환, 쇼핑백 들고 나온다.
은환, 그때까지 앉아 있었던 상두를 보고 당황하는데.
상두 (씨익 웃으며 일어선다. 수갑 찬 손은 호주머니에 꽂고, 능청스럽게) 네 시간만 나 랑 놀자.
은환 (상두의 뻔뻔스러움에 기가 막히고)
상두 딱 네 시간만....지금 시간이 5시 30분이니까 9시 30분까지 딱 네 시간만 나랑 놀자.
은환 (기가 막힌 듯 보다가 차갑게 외면하고 가는데)
상두 (달려가 은환을 막아서며) 더도 덜도 말구, 너 집에 가기 전까지...딱 네 시간만 응?
은환 (이를 앙물고) 나 지금 너랑 놀아줄 기분 아냐.
상두 노는 걸 기분으로 노나? 그냥 노는 거지.
은환 (점점 더 어이가 없어) 비켜! 다신 너 보구 싶지 않댔잖아!!
상두 (뺀질거리는) 그니까! 네 시간만 놀아주면 다신 내 얼굴 안 보게 해준다니까! 진짜 야...(시계보고) 그 새 30초나 지나갔다.
은환 (무시하고 가려는데)
상두 (은환을 막아서며) 3시간 59분 30초만 놀자!
은환 (기가 막혀 실룩실룩 울음이 터지려 한다. 울먹이는 소리로) 너 내가 그렇게 우스워 보이니? 그렇게 만만해 보여?!!
상두 아니...절대루 안 우습구 절대루 안 만만해....한때 스승으로 모셨던 분을 내가 어떻 게 우습게 보구 만만하게 보겠냐, 미친 놈이 아닌 이상.
은환 (분해서 와앙 울음을 터뜨린다...아이처럼 귀여운 느낌) 민석씨...민석씨이....민석씨 이...
상두 (당혹스러워하며 눈치보다가 다시 시계보고) 3시간 59분 13초만 놀자, 응?
12. #일각길
은환, 새침한 표정으로 걸어가고 있다.
상두, 그 뒤를 쫄래 쫄래 따라오고 있다. 시계를 본다...점점 시간은 흘러가는데....겉 으론 아무렇지 않은 듯 장난스러워도 속은 바짝바짝 탄다. 함께 할 마지막 시간이 점점 사라져 가고 있는데....
상두 (시계보며) 3시간 30분 25초만 놀자!
은환 (말없이 걸어간다)
상두 .....(안타깝게 보다가 다시 시계 보고) 3시간 30분 24초만 놀자!
은환 ........
상두 (다시 시계보고 버럭) 3시간 30분 23초만 놀자!!
은환 (걸음 멈추고 돌아본다)
상두 (씨익 웃어준다)
은환 (차가운 표정으로) 3시간 30분 23초만 놀아주면 내 앞에서 영원히 꺼져줄래?
상두 (가슴이 아프지만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13. # 다른 길(노을녘)
낙엽이 깔리고 가을의 정취가 물씬 묻어나는 성당 부근의 오솔길.
상두와 은환, 나란히 걸어가고 있다. 수갑 찬 손을 꽂은 호주머니가 불룩하다..
상두 (차갑게 앞만 보며 걸어가는 은환의 눈치를 살피며)...손 잡구 걸어가면 안되냐?
은환 (싸늘하게 노려보는)
상두 (움찔하다가) 딱 1분만....59초만.
은환 (외면하고 걸어가는)
상두 (머쓱하다가 에라..모르겠다 손을 잡아 버린다)
은환 (멈춰서며) 뭐야, 너! 이거 놔아! (손을 빼려하는데)
상두 (꼭 잡고) 59초만 잡으께....찜찜하면 집에 가서 비누로 박박 씻음 되잖아.
은환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는)
상두와 은환, 손 꼭 잡고 걸어가고 있다. 은환의 표정은 여전히 냉정하다.
상두 .....우리 채은환 샘 좋아하는 눈이나 펑펑 쏟아졌음 좋겠다.
은환 (잠깐 눈빛이 흔들리지만...다시 냉정한)
상두 첫 눈 오는 날, 너랑 같이 눈싸움하구 싶었었는데....
은환 .......(어처구니가 없다)
상두 아주 눈길도 안 주는구만. 놀아주기루 했음 놀아줘야지....너 이거 반칙이다?
은환 ......
상두 니가 자꾸 반칙하면 니 눈앞에서 절대로 안 꺼져주는 수가 있어, 나?
은환 (어이가 없다는 듯 보는) 59초 다 지나지 않았어?
상두 엉?
은환 (상두가 잡은 손을 탁 쳐낸다)
상두 (머쓱한)
은환 (시계 보고) 이제 2시간 53분 남았지?
상두 (씁쓸하지만 감추고) 우리 어디 가서 마주 보고 좀 앉자. 뒤통수만 보구 걷다가 남 은 시간 다 가겠다. (은환의 손을 강하게 끌고 어디론가 가는)
은환 야! (어쩔 수 없이 끌려 가는)
14. # 커피숍 (밤)
자그맣고 아담한 분위기의 커피숍. 앙증맞은 촛불 하나가 밝혀져 있다.
은환, 시선을 내려 깐 채 커피만 마시고 앉아 있다. 맞은 편에 앉아 자신을 뚫어지 게 보고 있는 상두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어쩔 줄을 모른다.
은환 (상두에게 시선 안 준 채) 뭘 그렇게 자꾸 뚫어지게 봐?
상두 내 눈에서 레이저 안 나와. 안 뚫어지니까 걱정 하지 마.
은환 (문득 시선을 들다가 상두의 시선과 마주치고 다시 시선을 떨구며) 너 왜 이러는 데, 갑자기?......내가 민석씨한테까지 채이니까 불쌍해서 그래?
상두 (눈에 영원히 담아가겠다는 듯) 은환이 니가 이렇게 생겼구나....눈은 이렇게 생기구, 코는 이렇게 생기구, 입은 이렇게 생겼구나?
은환 (상두 안 보고) 불쌍하게 여길 거 없어. 남자가 인생의 전부도 아니구....나 아무렇지 두 않어.
상두 한번 웃어 안줄래? 넌 웃는 게 진짜 이쁜데.
은환 (어이없다는 듯 보는)
상두 은환이 넌 우는 거보단 웃는 게 훨씬 이쁜데.....맨날 울리기만 해서 미안하다.
은환 (얘가 점점...)
상두 가슴 아프게 해서 미안해.
은환 ......
상두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
은환 (커피 마시고) 사람 됐네, 차상두.
상두 (피식)
은환 근데, 안됐다....너무 늦었어.
상두 ......
은환 너 한테 다시 흔들리기엔....내가 너무 지치구 피곤하구 기력이 없어. 미안해.
상두 (피식 씁쓸하게 웃는)
은환 (시계 보며) 1시간 30분 남았다.
상두 (안타까운)
15. #버스안 (시내버스, 밤)
버스 뒷자리에 나란히 탄 두 사람. 은환, 고개를 돌린 채 창밖만 바라보고 있고, 상두, 그런 은환을 애틋하게 바라본다.
울컥 눈물이 날 것 같자 눈을 감고 시트에 머리를 기댄다.
그러다....시간이 아깝다...다시 눈을 번쩍 뜨고....자신에게 냉정하게 고개를 돌리고 있는 은환을 애틋하게 보는.
16. # 은환집 근처 길
가로등 따뜻하게 밝혀져 있고.
은환, 걸어가고 있다. 상두, 그 뒤를 쫓아온다.
은환 (걸음을 멈추고 돌아보며) 놀아주기로 한 시간 다 지나지 않았어?
상두 아직 1분 38초 더 남았어.
은환 (기가 막혔던 감정이 폭발하는) 지겹지두 않니? 지겹지두 않어, 넌!...이런 감정 놀 음 지겹지도 않어?!!
상두 (여전히 화난 아이를 달래듯 심각하지 않게) 화내지 마....시간 아까워 죽겠는데.....너 화내는 거 볼려구 따라 온 거 아냐!
은환 어떡하자구? 그래서 어떡하자구?!!.....너한테 다시 오라구?.....너 보리 외면할 수 있 어? 그럴 수 없잖아!...난 여전히 보리 이모구, 달라질 거 없어, 우리!......민석씨가 떠 났다 그래서 달라 질 거 없다구....몰라?!!
상두 화 그만 내구 한번만 웃어주면 안되냐?
은환 (어이없다는 듯 보다가....기가 막힌 듯 웃는)
상두 (애틋하게 본다)
은환 (웃음을 뚝 그치고) 됐어?....웃는 거 봤지, 이제?
상두 (당혹스럽다)
은환 1분 38초 다 지난 거 같은데....가라, 그만....(돌아서는데)
심란(E) 은환아...거기 우리 은환이 아냐?
이때, 저편 어둠속에서 심란이 나타난다.
은환 엄마!
심란 (반가와서) 은환아.....(하다가 상두의 모습을 발견하고) 너 상두 아니냐?....상두지? 상두 맞지?
상두 (심란에게 꾸벅 정중하게 인사한다)
심란 (눈물이 그렁해지며) 상두야...(상두에게 다가가 상두의 손을 잡는다)
은환 집에 가, 엄마. 나 배 고파.
심란 민석이한테 전화 왔더라...민석이한테 채였다며? 잘했다, 잘했어....민석이 그 놈 내가 니 아버지 다음으로 존경한다 그랬잖아.
은환 (버럭) 나 배고프다구!!
심란 상두 너도 배 고프지? 너도 밥 안 먹었지?
상두 (난감한) 아뇨, 전....
은환 (O.L.) 상둔 급한 일이 있어 가봐야 된대....(심란의 손을 끌며) 집에 가자, 엄마!
상두 .....
심란 (은환의 손 뿌리치고 상두보며) 급한 일은 나중에 보구 우리 집에 가서 밥 먹자, 상 두야! 아줌마가 너 따뜻한 밥 한끼 해 먹이구 싶어 그래.
은환 (버럭) 엄마!!
상두 (심란을 향해 웃으며) 나중에 와서 먹으께요...가보겠습니다. (꾸벅 인사하는데)
심란 (상두의 손을 끌며) 나중에 언제? 오래 안 붙들께....밥만 먹구 가, 응?....너한테 아줌 마가 꼭 밥 한끼 해주고 싶었단 말야....밥만 먹구 가, 상두야! 밥만 먹구 가, 응?!
은환 (보다가 답답한 표정으로 휙 돌아서 가 버린다)
상두 ......
17. #은환방
은환, 들고 있던 쇼핑 봉투를 거칠게 팽개쳐 버리고, 침대에 털석 주저 앉는다.
밖에서 심란의 목소리 들려온다.
심란(E) 지환아, 상두 형 왔다....상두 형 왔어, 지환아.
은환 ........(감정이 복잡하다)
18. #은환 주방
작은 싱크대 놓여 있고, 식탁하나 놓여 있는 소박한 주방.
심란, “이리 와, 이리 와 앉어” 하며 상두를 끌고 와서 식탁 의자에 앉힌다.
상두의 표정, 난감하다.
심란 압력 밥솥에 안치면 오분이면 돼.....조금만 기다려....(씽크대에 있는 쌀을 씻으며 지 환방쪽에다 대고 소리 지르는) 지환아! 상두 형 왔어!! 이 눔이 초 저녁부터 디비져 자나?
상두 (심란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이 복잡하다....수갑든 손을 꽂은 불룩한 호주머니를 본 다)
이때, 지환, 자다 일어난 듯 눈을 비비며 주방안으로 들어서다가 상두를 보고 눈이 동그래진다.
지환 (반갑게) 형!
상두 (난처하게 웃으며) 안녕!
심란 니 방에 숨겨둔 양주병 있지? 그거 갖구 와.
지환 (뜨끔) 내 방에 무슨 양주병을 숨겨 둬?
심란 접때 민석이네 집에 가서 비싼 양주 하나 훔쳐왔잖아.....어서 갖구 와, 이눔아.
지환 하여튼 세파트야, 세파트! 그건 또 언제 봤대....(자기 방쪽으로 가는)
상두 (쌀을 씻어 밥을 안치는 심란의 등을 울컥하는 감정으로 바라본다.....오랫동안 경험 하지 못했던 온전한 가정의 이 따뜻함....서글픈 미소가 떠오른다)
19. #은환방
은환, 눈을 뜬 채 침대에 꼼짝도 않고 누워 있다.
20. # 은환주방
하얀 쌀밥과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국, 정갈한 반찬들이 차려져 있다.
상두, 밥상위에 차려진 음식들을 본다. 가슴이 먹먹해 온다.
지환 (상두 옆에 앉아) 드세요, 형!
상두 (멍하니 바라보는)
심란 (냉장고에서 얼음을 꺼내며) 그래, 따뜻할 때 어서 먹어....니 누난 배 고프다 그러 더니 안 나온대?
지환 몰라, 생각없대.
상두 같이 드세요, 아줌마두.....(지환 보며) 같이 먹자, 지환아.
지환 우린 아까 다 먹었어요....우리 엄마 음식 솜씨 장난 아니거든요...어서 드세요.
상두 잘 먹겠습니다,그럼 ....(밥을 떠 먹는다....가슴이 꽉 막혀 온다.....)
지환 (한손을 계속 주머니에 찌르고 있는 상두를 약간 의아하게 본다)
심란 (얼음을 가져 와 양주로 언더락을 만든다) 이런 제대로 된 밥상, 한번도 못 받아 봤 지? 앞으론 아줌마가 맨날맨날 차려 줄테니까 자주자주 놀러 와, 상두야.
상두 (웃으며 꾸역 꾸역 먹는다....가슴이 자꾸만 먹먹해 온다)
지환 (계속 상두의 불룩한 호주머니를 수상쩍게 보고 있는)
심란 (상두 못 보고 눈물이 그렁해져) 너한테 지은 죄, 하나 하나 갚으께, 내가....내가 못 갚으면 우리 지환이가.....지환이가 다 못 갚으면 지환이 새끼, 지환이 손자까지 다 갚으라구 내가 유언하구 죽을거야.
상두 .....(쓰게 웃으며 밥을 먹는)
심란 (웃으며) 자! 우리 상두! 아줌마가 주는 술 한잔 받어....(언더락 잔을 내미는데)
상두 (자기도 모르게 두 손으로 받으려고 하며 호주머니에 찌른 수갑찬 손을 빼서 내밀 다가 아차하며 다시 집어 넣으려는데)
지환 (잽싸게 그 손을 잡는다....바들바들 떨며) 이...이게 뭐예요, 형?
상두 (당황해서 손을 빼려하지만, 지환이 꼭 붙들고 있다)
심란 (충격받는) 사...상두야....
지환 형! 이게 뭐냐구요!!
상두 조용히 해....(심란 보며) 은환이한텐 비밀로 해주세요....(지환의 손을 떼어내고 다시 호주머니에 넣고, 아무렇지도 않게 밥을 먹는다.)
지환 (충격받아서 멍해 있고)
심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한)
상두 음식 솜씨가 정말 장난이 아니시네요, 아줌마...(꾸역꾸역 밥을 먹는)
21. #은환방
은환, 눈을 꾸무럭 꾸무럭 떴다 감았다 하다가 잠이 든다.
22. #은환 주방
지환, 고개를 푹 떨구고 어깨를 들썩이며 소리 없이 울고 있다.
심란, 멍하게 넋나간 사람처럼 앉아 있다....볼을 타고 눈물을 흘러내린다.
담담한 표정의 상두, 밥을 마지막 한톨까지 깨끗하게 쓸어 먹고 숟가락을 놓는다.
상두 (웃으며) 이렇게 맛있는 밥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봐요, 아줌마....정말 맛있게 잘 먹 었습니다....(일어나며) 그만 가보께요, 저.
심란 자구 가, 상두야.
상두 .....
심란 우리 집에서 자구, 내일 아침에 가.
상두 (빙긋 웃으며) 아니예요, 가봐야죠.
심란 내일 아침에 가...아줌마가 새벽 시장 봐다가 내일 아침 밥두 해줄테니까, 아침 밥두 먹구 점심밥두 먹구 가....니가 오늘 갑자기 오는 바람에 제대로 맛있는 것도 못해줬 단 말야.
상두 맛있게 잘 먹었다니까요, 정말....보리한테두 가봐야 되구요...가께요, 아줌마.
심란 상두야아.
지환 (갑자기 상두의 허리를 안으며, 울먹이며) 내일 가면 되잖아요. 뭐가 그렇게 급해 요? 내일 아침밥 먹구 가요, 형.....우리 집에서 자구 내일 아침밥만 먹구 가요!
상두 (가슴이 먹먹해 온다....눈물이 나올 것 같아 눈을 힘주어 뜬다) ...죄송합니다, 나중 에 오께요.
심란 안돼. 아줌마 절대루 너 이렇게 못 보내, 상두야....아침 밥만 먹구 가....더 안 잡으 께....아침 밥만 먹구 가. 응?!!
상두 ......
23. #은환집 외경 (밤)
24. #지환방
달빛만 교교히 비춰드는 방.
지환, 잠들어 있고, 바닥엔 상두가 팔베게를 하고 누워 있다.
담담한 표정으로 상념에 잠겨 있는 상두.
25. #은환방
은환, 곤히 잠들어 있다.
이때, 조용히 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방안으로 들어서는 사람...상두다.
상두, 먹먹한 표정으로 은환을 본다.....상두의 한쪽 손에 채워진 수갑이 눈에 따갑게 들어온다.
시간경과.
상두, 방한쪽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그렇게 은환만 바라보고 있는.
시간경과.
커튼 사이로 새벽의 푸른 기운이 스며 들고 있다.
상두, 눈물이 그렁해서 은환의 옆으로 와 서 있다.....은환에게 짧은 입맞춤을 한다.
눈물이 흘러내린다.
26. #은환집 마당 (아침)
상두, 은환집을 걸어나온다. 은환방쪽을 아쉽게 돌아보다가 발걸음 떼서 가는.
27. #은환집 앞
상두, 걸어내려 가고 나면, 잠시후, 골목을 꺽어 시장 바구니를 양손에 무겁게 든 심란이 나타난다.
28. #지환방
심란, 문을 열어보면 지환, 몸부림을 치며 잠들어 있고, 상두가 누웠던 자리는 이불 이 곱게 개어져 있다.
29. #은환방
심란, 은환방 문을 열고 들어와 본다. 은환, 곤하게 잠에 빠져 있다.
심란, 상두가 갔구나....힘없이 바닥에 털석 주저앉고 만다.
은환, 아무것도 모르고 잠들어 있다.
30. # 보리 병실
잠들어 있던 보리, 천천히 눈을 뜨다가 뭔가를 발견하고 환하게 웃는다.
보리 아빠!
상두, 보리 눈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상두 굿모닝, 보리 차!
보리 굿모닝, 아빠!.....(본능적으로 상두의 옷 소매를 다시 불끈 잡는다) 아빠 어제 어디 갔었어?
상두 (자신의 옷 소매를 꼭 잡은 보리의 고사리 손 착잡하게 보다가) 음...일이 좀 있어서 어디 좀 갔다 왔어....너 또 아빠 없다구 할아버지한테 땡깡 부렸지?
보리 응....인제 어디 가지 마, 아빠...보리 옆에만 있어.
상두 ...딸!
보리 응?
상두 아빠가 보리한테 진짜 미안한 일이 있는데....급한 일이 생겨서 아빠 어디 좀 또 가 봐야 되거든.
보리 (인상이 일그러지며) 그럼 보리두 같이 가! 보리두 데려 가, 아빠!
상두 보리는 못 가! 너무 멀어서 못 가...거기 가면 드라큐라두 있는데, 보린 무서워서 못 가.
보리 (상두의 옷을 쥔 손에 더 힘을 꽉 준다, 고집스럽게) 아빠두 가지 마, 그럼.
상두 (난감한 표정 짓다가) 좋아! 그럼 공평하게 아빠랑 쿵쿵따 해가지구 지는 사람이 이기는 사람 소원 다 들어주기!
보리 (고민하다가) 좋아.
상두 아빠 먼저 한다? 대머리 쿵쿵따!
보리 (이번엔 안 당한다) 이발소 쿵쿵따!
상두 소머리 쿵쿵따!
보리 이쑤시개 쿵쿵따!
상두 아쭈....개머리 쿵쿵따!
보리 또 리?....(막힌다...짜증난 표정) 씨이....
상두 니가 졌지?....졌으면 깨끗이 승복해야 되는 거 알지?
보리 (하는 수 없이 고개 끄덕인다)
상두 그럼 아빠 소원 말한다? 첫째, 아빠가 없어두 밥도 잘 먹구, 주사두 잘 맞는다.
보리 (고개 끄덕이는) 응.
상두 둘째, 무슨 일이 있어도 꼭 건강해진다.
보리 (고개 끄덕이는) 응.
상두 셋째, 자꾸 애기처럼 아빠 보구 싶다 그러구 아빠한테 가자 떼쓰구 울지 않는다.
보리 (그건 자신 없다) 몰라.
상두 아빠가 저기 위에 몰래 카메라 설치해 뒀거든...보리가 아빠하구 약속 잘 지키는지 맨날맨날 감시해 가지구, 하나라두 어기면 아빠 보리 두고 도망 가 버릴거야.
보리 (비죽거리다가) 약속 잘 지킬거야.
상두 정말이지? (웃으며 새끼 손가락을 내민다)
보리 (상두의 옷을 잡고 있던 손을 떼며 새끼 손가락을 걸다가 세라를 발견하고) ....엄 마!
상두, 돌아보면, 주전자를 든 세라, 죄인처럼 고개도 못 들고 서 있다.
31. #병원 휴게실
상두, 앉아 있고, 세라, 상두와 떨어져서 죄인처럼 앉아 있다.
상두 새삼스럽게 내외하냐?.....가까이 좀 와봐.
세라 ....가까이 가면 때릴거지?
상두 (픽 웃고) 내가 너 인간 취급두 안하구 무시하구 구박해두 때린 적은 없었던 거 같 은데?
세라 ....그래....때린 적은 없었어.
상두 가까이 와봐, 그럼.
세라 (엉덩이를 밀며 상두옆으로 다가가며 울음이 터진다) ...잘못했어....내가 잘못했어.... 난 니가 보리 다시 데려올 줄 몰랐어....엄마란 사람두 힘들어서 버린 앨 니가 데려 올 줄 몰랐어. (흐느껴 운다) 사실대루 말할려구 몇번을 마음 먹었는데....나중엔 니 가 정말 보리 아빤 줄 알았어...정말이야. 나중엔 니가 진짜 보리 아빠 같앴어.
상두 아, 이 기집애 진짜.....넌 암 걸린 애 엄마야. 그렇게 아무데나 쉽게 울면 안되는 사 람이야! 몰라?!!
세라 (계속 훌쩍거리고 운다)
상두 돌겠네, 진짜....이래갖구 너한테 보리 맡기구 편히 가겠냐, 내가?
세라 (흠칫) 너...어디 가? 어디 가는데?
상두 니들 보기 싫어서 도망 간다, 왜?
세라 상두야.
상두 (벌떡 일어나며) 이만큼 했으면 내 할 일은 다 한 거 아닌가? 더 이상 똥 바가지 쓸 이유 없잖아.
세라 ....(고개 끄덕이며 꺽꺽거린다) 그래, 그래, 맞어...니 갈 길 가야지, 너두....니 갈 길 가야지, 인제.
상두 보리 가방안에 보리 이름으로 된 통장 하나 들었어....혹시 수술이라두 하게 되면 그 돈두 보태 써.
세라 상두야아...(울음이 터지려하자 입을 막는다)
상두 무슨 일이 있어두 보리 포기 하지마!
세라 (고개 끄덕이는)
상두 무슨 일이 있어두 보리 니가 지켜....저승 사자가 와도 못 데꾸 가게 잠두 자지 말구 니가 지켜!...약속 할 수 있지?
세라 (고개 끄덕이는)
상두 세라야.
세라 (고개 못 들고 꺽꺽 거리는)
상두 고맙다.
세라 (그 말에 흠칫 상두를 보는)
상두 보리 낳아줘서....보리 나한테 보내줘서....고마워.
세라 .....(울컥 눈물이 쏟아진다)
상두 보리가 없었음 참 지루했을 인생이었는데...저 자식 키우느라구 어떻게 7년이란 세 월이 금방 가 버렸네. 보리 덕분이야. 고마워.
세라 상두야....(눈물이 쏟아진다)
상두 ......(웃는)
32. #화장실
화장실 문 열리고, 만도, 냄비 하나를 들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오더니 세면대쪽 에 놓고는 화장실 문을 잠근다.
냄비 열어보면, 삼계탕이 들어 있다.
만도, 쩝쩝 입맛을 다시다가 “아우 맛있다. 아무 맛있어!” 하며 닭다리를 뜯어 먹 기 시작한다.
이때, 화장실 안에서 한 남자의 흐느끼는 울음 소리가 들려온다.
만도 (갸웃하다가 다시 맛있게 닭을 쪽쪽 먹는다.)
화장실에서 흘러나오는 흐느끼는 울음소리 점점 커진다.
만도 아우 씨...고기 맛 떨어지게 정말....어떤 새끼가 똥 싸면서 울구 지랄이야!.....(맛있게 닭을 뜯어 먹는다)
33. #화장실안
화장실안에서 울고 있는 사람.....한쪽 손에 수갑을 찬 상두다. 상두, 덮혀진 변기위 에 앉아 서러운 울음을 울고 있다. 그동안 참고 참아왔던 설움과 아픔들....다시 은 환을 보리를 두고 떠나야 하는 안타까움....세상에 대한 분노가 울음으로 쏟아진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큰 소리를 밖으로 엉엉 꺼억꺼억 토해내며 소 울음을 우는 상두.
34. #은환방
초췌한 은환, 화장대앞에서 머리 빗고 있다가 놀란 표정이 되며.
은환 뭐? 뭐라구?....다시 한번 말해봐, 지환아....상두가 뭘 어쨌다구?
지환 (은환 뒤에서 훌쩍거리고 서 있는) 엄마가 아침 밥이라두 먹이구 보낼라 그랬는 데....엉엉....
은환 (창백한 표정, 바르르 떨린다)
35. #은환 주방
은환, 뛰어와 보면, 심란, 시장 봐 온 것들을 테이블 위에 펼쳐 놓고 넋나간 사람처 럼 앉아 있다.
은환, 기절할 것 같은 표정 되어 그대로 뛰어 나간다.
36. # 은환마당
미친 듯 뛰어나오는 은환, 대문 밖으로 달려 나간다.
37. # 은환집 앞 거리
은환, 넋나간 사람처럼 “상두야, 안돼!.....안돼, 상두야! ”부르며 신발이 벗겨지는 지 도 모르고 뛰어 간다.
38. # 병원앞 일각
어느새 한결 담담해진 상두, 걸어나온다.
저 앞으로 승용차 한 대가 서 있다. 상두 집앞으로 상두를 연행하러 왔던 형사들의 차다. 차에서 형사 두 사람(상두를 연행하러 왔던) 내려 상두를 본다.
상두, 전혀 놀라거나 당황하는 기색없이 형사들 앞으로 걸어간다.
상두 (담담하게 미소까지 머금고) 어젠 정말 죄송했습니다.....다친 덴 없으시죠?
형사1 (상두를 날카롭게 노려보며 수갑을 꺼내는데)
상두 (주머니에 꽂은 수갑 찬 손을 내밀며 나머지 손도 함께 내민다)
형사1 (상두의 양손에 수갑을 채운다)
상두 (표정의 흔들림 없이 담담하다)
39. #택시안 (은환이 탄)
은환이 탄 택시, 병원 앞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때, 은환의 시선에 수갑을 찬 채 경찰차 안으로 오르고 있는 상두의 모습이 보인 다.
은환 상두야....상두야.....(기사 보고) 세워 주세요! 차 좀 세워 주세요, 아저씨!
40. #병원앞 일각/경찰차안
상두, 경찰차 안으로 오르고, 형사1, 옆으로 타며 문을 닫는다.
상두가 탄 차, 출발하는데, 이때, 택시에서 내려 경찰차 앞으로 달려오는 은환.
경찰차, 끼익 브레이크를 밟는다.
고개 떨구고 있던 상두, 문득 고개를 들다가 은환을 발견하고는 당황한다.
은환(한쪽 다리엔 신발이 벗겨져 양말만 신었다), 경찰차 앞으로 오더니 상두쪽 창 문앞으로 간다.
은환 (차 문을 두드린다) 상두야...상두야....
상두 (애틋하게 보고)
은환 (계속 거칠게 차 문을 두드리며) 상두야...상두야.....
상두 ......
운전석에 앉아 있던 형사2, 내려서 “아가씨! 이러면 안돼요.” 하며 은환을 떼내려 하는데.
은환 (형사2를 뿌리치며) 잠깐만요, 아저씨...나 상두한테 할 말이 있어요. 못한 말이 있다 구요!! (다시 차문을 두드리며) 상두야! 상두야!! (차문을 열려고 하지만 꿈쩍도 않 는다)
상두 (보고 있기가 힘들어 눈을 감고 시트에 머리를 댄다) 쪽팔려 죽겠는데, 빨리 가시 죠, 형사님.
형사1 (형사1에게 눈짓을 준다)
형사2 (갑갑한 표정으로 은환을 보다가 운전석에 오른다)
은환 (미친 듯이 상두쪽 유리문을 두드린다) 내가 거짓말 했어! 나 안 지쳤어, 상두야! 하나두 피곤하지도 않아! 내가 얼마나 씩씩한데! 힘이 넘쳐 나!
상두 (눈을 꼭 감는다)
상두를 실은 경찰차, 서서히 출발하기 시작한다.
은환 (다급하다, 차를 따라오며) 우리 헤어지지 말자!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루 헤어지지
말자! 죽어두 헤어지지 말자!!
상두 (그제야 눈을 뜨고 눈물이 그렁해 은환을 본다)
상두를 실은 경찰차, 은환을 뒤로 하고 병원앞을 떠나기 시작한다.
은환, 그 자리에 허탈한 표정으로 털석 주저 앉아 버린다.
상두, 안타까운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며 멀어지는 은환을 바라본다.
그렇게 멀어지는 두 사람의 모습....부감으로 보여지며...... F.O.
41. #상두집 옥상
걷지 못한 빨래가 널려 있다.....그 위로 비가 쏟아진다.
고스란히 비를 다 맞고 있는 빨래들.
시간 경과.
햇볕이 쨍쨍 비치고 있다....비에 젖었던 빨래들, 그렇게 다시 마른다.
상두가 없는 집.....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른다.
42. # 은환 학교 운동장
핼쓱한 은환, 수업 마치고 걸어오다 보면.
운동장에 헌혈차 서 있고, 수창, 택구, 성길과 진진, 진창, 미영등 차따리 회원등 피킷을 들고 지나가던 학생들에게 홍보하고 있다.
헌혈차 뒤로 학생들 30명 정도 줄을 서서 밝은 표정으로 준비 운동하고 있다.
택구와 성길, 수창은 “보리를 살립시다” “골수 이식은 백혈병 어린이를 살리는 유 일한 희망입니다” 라고 씌여진 피킷을 들고 있고. 차따리 모자를 쓴 진진, 진창, 미 영은 율동을 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 사이에 차따리 모자쓴 순애도 끼어 있다.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정도의 노래)
창호(E) 안돼, 난....난 몸두 약하구....주사 바늘이 무서워서 뇌염 주사두 안 맞구 살았는데....
은환, 돌아보면 지환과 희서, 창호의 팔짱을 끼고 헌혈차 쪽으로 끌고 오고 있다.
희서 어제 우리 반 여학생들이 남자 선생님들 인기 투표했는데요, 박영철 선생님이 1등 하시구, 선생님이 2표차로 아깝게 2등 한 거 모르시죠?
창호 (좋아서) 2등? 내가 2등을 했어?.....(하다가 갑자기 기분 나쁜 듯) 근데 내가 왜 2등 밖에 못해? 박영철 선생보다 내가 어디가 뭐가 부족해서 2등밖에 못해?
지환 이런 식으루 나오니까 2등밖에 못하시죠!...박영철 선생님은 이런 좋은 일은 내가 모범을 보여야 된다면서 일등으로 끊어서 혈액 채취하구 가셨어요.
창호 일등...으루?
희서 뭐 정 그렇게 주사 바늘이 무섭구 안 내키시면 (창호 팔을 놓으며) 관두세요, 그럼.
혹시 담번 인기투표에서 순위밖으로 밀려나두 너무 상심 마시구요.
지환 (같이 팔 놓으며) 제가 이 뚫린 입이 밥만 먹으라구 뚫린 입이 아니라서요, 오늘 선생님의 이 소심한 행동에 대해 뭐라구 떠벌리구 다닐지 저도 잘 모르겠거든요.
창호 (희서와 지환의 팔짱을 끼며) 누가 뭐라 그랬냐?....가자....좋은 일 하는 데 당연히 동참을 해야지.
은환, 피식 미소 지으며 지환과 희서, 학생들을 대견스럽게 보며 자기도 헌혈차쪽 으로 걸어간다.
43. # 헌혈차안
은환, 누워서 혈액을 채취한다....고개 돌려 보면, 순애도 혈액을 채취하고 있다.
순애, 은환을 향해 쑥스러운듯 웃는다. 은환도 순애를 향해 미소를 보낸다.
은환(NA) 좋은 소식이 있어, 상두야.
44. # 보리병실
마스크를 한 보리, 무균실로 옮기기 위해 이동 침대로 옮겨지고 있다.
세라, 보리의 손을 꼭 잡아주며, “보리 힘내! 파이팅!” 하며 보리에게 씩씩한 모습으 로 환하게 웃어준다.
은환(NA) 정말 기적처럼 보리에게 딱 맞는 골수 공여자가 나타났거든.
45. #골수 채취실
지환, 인상을 있는대로 쓰고 있다(마치 자기가 혈액 채취라도 하듯). 카메라 지환을 PAN하면 침대위에 엎드려 있는 평온한 표정의 희서(환자복 입은), 보인다.
희서, 엉덩이 뼈에 주사를 꽂아 골수를 채취하고 있는 중이다.
지환, 안타까움에 눈물이 그렁해서 희서의 손을 꼭 잡고 있다.
희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씩씩하게 웃어준다.
은환(NA) 희서...니 짝꿍 윤희서가 차상두가 아닌 차보리의 수호천사가 되었어.
46. #수술실앞
심란, 십자가 목걸이 들고 기도하듯 두 손 모으고 있고, 만도, 심란의 옆에 나란히 앉아 염주를 굴리며 기도하고 있다.
세라, 창백한 표정으로 바들바들 떨고 있는데, 그런 세라의 손을 누군가 잡아준다.
....은환이다.
세라, 눈물이 그렁해서 은환을 보고, 은환, 따뜻하게 웃으며 걱정 말라는 듯 세라 옆에 와 앉으며 세라의 손을 꼭 잡고 손등을 두드려 준다.
세라 다른쪽 옆으로 순철과 봉상두도 걱정스럽게 앉아 두 손 모으고 기도하고 있다.
은환(NA) 니가 같이 있었음 좋았을텐데....니가 얼마나 바래왔던 순간이었니?
잠시후, 수술실 문 열리고 의사, 나온다.
누구랄것도 없이 벌떡 일어서며 의사를 두려운 표정으로 보는데, 의사, 환하게 웃으 며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얘기하고.
만도와 심란, 세라와 은환, 순철과 봉상두, 서로 얼싸안고 방방 뛰며 기뻐서 어쩔 줄 모른다.
은환(NA) 니가 같이 있었음 정말 좋았을텐데.
47. #병원앞
은환, 추운 듯 웅크리고 걸어나오는데, 은환 앞으로 다정한 연인들, 추운 듯 다정하 게 껴안고 지나간다.
은환, 피식 웃으며 그들을 부럽게 본다.
이때, 은환의 얼굴위로 눈발이 떨어진다.....은환, 하늘을 보면 첫 눈이 내리고 있다.
은환(NA) 상두야....오늘 첫 눈이 왔어.
48. #면회실
은환,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수의를 입은 상두, 나온다.
은환, 눈물이 그렁해서 상두를 향해 웃고, 상두도 씩씩하게 웃어준다.
은환 잘 지냈어?
상두 (웃으며 고개 끄덕인다)
은환 나두...나두 잘 지냈어. (웃는)
상두 다들...잘 지내시지?
은환 그럼....삼촌도 잘 지내시구, 우리 엄마두 잘 지내시구, 세라 언니두, 보리두, 지환이 두 희서두.....차 따리 회원들두 다 잘 지내.
상두 (고개 끄덕이며 웃는)
은환 (웃는)
상두 밥 먹었어?
은환 (고개 끄덕이며) 넌?
상두 나두 먹었어.
은환 무슨 반찬 먹었어?
상두 콩나물, 두부...깍두기.
은환 맛있었겠다.....
상두 (고개 끄덕이는) 응.
은환 (다시 할 말을 잃고 웃는)
상두 (웃다가) 은환아.
은환 응?
상두 난...내가 불행하다구 생각했던 적 한번도 없었어.
은환 ......
상두 그게 걱정이 돼...내가 불행했다구 니가 생각할까봐.
은환 (눈물이 그렁해지는) 행복....했었니, 그럼?
상두 (피식) 행복이 어떤 건진 잘 모르겠는데....아침에 일어나서 눈을 뜨면....은환이 니가 내귀에다 대고 이렇게 속삭이는 거야....상두야! 안녕! 좋은 아침이야!
은환 .......
상두 그러군 언제나 좋은 아침이었어....점심때랑 저녁땐 좀 힘든 일도 있었는데....다시 내 일은 좋은 아침이 될거니까....점심때랑 저녁때 힘든 것쯤은 얼마든지 참을 수 가 있 었어.
은환 .......
상두 내 걱정 하지마.....세상 누구보다두 차상둔 행복하구 씩씩하니까.
은환 걱정 안해.....은환이가 있는데, 세상에서 차상두만큼 행복한 사람 있음 나와 보라 그 래.
상두 (웃는) ....은환아.
은환 응.
상두 나 기다리지 마.
은환 (당황하는)...상두야.
상두 넌 이렇게 나한테 해준 게 많은데...난 너한테 해준 게 너무 없네. 상처주구 울린 일 밖엔....아 무것도 없는 거 같애.
은환 그렇게 생각하지마.
상두 쪽 팔려....사실은 나 지금 죽구 싶을만큼 쪽팔려, 너한테.
은환 보리 때문에 어쩔 수 없었잖아. 너처럼 그런 상황이었으면 누구나...
상두 (O.L.) 누구나! 그렇게 살진 않어!!
은환 .......
상두 난 추억만 껴안고도 살 수 있어....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충분히 행복할 수 있 어....니가 걱정돼서 그렇지.
은환 .......
상두 (피식 웃으며) 끝까지 이기적이구, 끝까지 잘났지, 차상두?
은환 ....숙자가 그러는데, 정말루 지독하게 사랑하는 사람들한텐 고난이 많대....이래두 안 지칠래? 이래두 안 꺾일래? 그렇게 시기를 한대.
상두 ......
은환 조금만 사랑하자, 그럼.
상두 ......
은환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아무도 시기하지 못하게.....어차피 이제 나이두 있구, 힘두 드는데...조금만 사랑하자, 우리.....응?
상두 (서글프게 보는)
은환 (안타깝게 보는)
서로 그렇게 먹먹하게 바라보고 있는 상두와 은환. F.O.
49. # 공항 출국장(1년후)
‘1년 후’ 라는 자막이 뜨고.
출국객들 게이트를 빠져 나오고 있다. 그들 사이에 민석의 모습이 보인다.
1년전 모범생 같던 민석의 모습, 180도로 달라졌다. 머리에 브릿지도 넣고, 선글라 스도 끼고, 옷도 약간 날티나게 입고....몹시 자유 분방해진듯한 모습.
선글라스를 빼며, 상두의 모션(침 발라서 머리에 바르는) 을 잠깐 흉내내다가 씨익 웃으며 걸어간다.
50. #교도소앞
교도소문 열리고, 사람들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들 사이에 상두의 모습도 보인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두건을 쓴....주위를 훑어보다가 선글라스를 꺼내 폼발나게 쓴다.
이때, 상두의 시선에 저편에서 두부를 들고 떼어 먹으며 핸드폰 하고 있는 만도의 모습 보인다.
만도 어, 박 여사.....응, 나 어디 좀 와 있어...홍콩에서 바이어들이 와 갖구 접대한다구 필 드에 좀 나왔지.....야, 여긴 정말 경치가 예술이야. 나중에 박 여사랑두 같이 한번 와야겠네.
상두, 씨익 웃으며 만도뒤로 다가가더니 손가락으로 만도의 등을 겨누는 시늉하며.
상두 (가성) 경찰입니다. 차 만도씨 맞습니까?
만도 (헉! 깜짝 놀라며 얼어서 핸드폰 얼른 내리고)
상두 차만도씨를 공갈, 사기 혐의로 현장에서 긴급 체포하겠습니다.
만도 (두 손들고 달달 떨며) 사..살려주세요....살려주세요, 형사샘....저...그냥 마..말로만 뻥 친 거구요, 십원 한푼도 안 받았어요. 지...진짜예요....저 개과천선 한지가 언젠데요, 형사샘?
상두 (킥킥거리며 웃는다)
만도 (흠칫하며 돌아보다가 상두임을 알고는 놀라며) 상두야!!
상두 (하하 웃으며 만도를 와락 껴안는다) 삼촌!
만도 (울음을 터뜨리며) 상두야....상두야....이 새끼야......
상두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변하지 않는 건 우리 삼촌 밖에 없을거야, 응?
만도 내가 잘못했다, 내가 잘못했어....어떤 놈은 피 한방울 안 섞인 자식을 위해서 온갖 못할 짓 다해가며 훌륭하게 사는데...난 삼촌이란 놈이 이게 뭐냐, 이게 뭐냐, 나 는....
상두 삼촌이 왜? 삼촌도 나 잘 키워줬잖아.
만도 내가 키웠냐, 니가 컸지, 임마....삼촌이란 놈이 조카를 제대로 된 길로 인돈 못할망 정....나쁜 거 뻔히 알면서도 시궁창에다 밀어넣구....난 사람두 아냐....사람도 아냐.... 죽일 놈이야. 죽일 놈!!
상두 그건 맞어. 삼촌이 죽일 놈은 죽일 놈이야.
만도 (울음 뚝 그치고 상두에게서 떨어지며) 뭐 임마!.....이 자식이 진짜.....(하며 상두를 때리려는데)
상두 (낄낄 웃으며 도망간다)
만도 거기 서, 임마! 거기 서, 차상두!! (두부를 던지며 상두를 쫓아간다)
51. #거리 건널목
6차선 대로의 길.
건강해진 보리 손을 꼭 잡은 은환, 건널목쪽으로 와 선다.
은환 (무릎 굽히고 보리앞에 앉아 보리의 모자를 바로 씌워준다) 오늘 누구 만나러 간다 그랬어, 차보리?
보리 아빠.
은환 아빠 얼굴 기억 나?
보리 응.
은환 아빠보면 알아볼 수 있겠어?
보리 응...맨날맨날 보리 꿈속에 나타나가지구 알아볼 수 있어.
은환 (웃고) 아빠 보면 제일 먼저 무슨 말 할거야?
보리 아빠! 보리 병을 낫게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은환 (씨익 웃으며) 그래, 보리야...아빠가 보리 건강하게 만들려고 얼마나 애를 쓰구 힘 들게 살았는데....그렇게 좋은 아빨 둬서 보린 정말 좋겠다.
보리 (좋아서 웃는다)
이때, 은환 앞으로 모범 택시 한 대 지나가다가 멈춘다.
은환, 보리와 웃으며 장난하고 있는데, 택시 문 열리고, 선글라스 쓴 민석, 갸웃하며 내려 은환쪽으로 온다.
민석 은환아! 은환이 맞지?
은환 (누군가 갸웃하며)
민석 (선글라스 벗는다)
은환 (놀랍고 반가운) 민석씨!...언제 왔어?
보리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보고)
민석 좀전에 도착했어....넌 하나두 안 변했네?
은환 민석씬 진짜 많이 변했다.
민석 차 상두 마중 나온 길이야?
은환 (고개 끄덕이고) 민석씬?
민석 나두, 내 친구 마중 나왔지....(하다가 자기를 멀뚱히 보고 있는 보리를 보고) 하이! 보리 차!
보리 (멀뚱하게 보는)
은환 보리야, 선생님이잖아. 예전에 보리 치료해 주셨던 강민석 선생님....몰라.
보리 (갸우뚱하다가 그제야 알아보겠다는 듯) 선생님!
민석 (보리를 안아서 든다) 우리 보리 병 다 나아서 건강해졌단 얘긴 들었지, 선생님이.
보리 (씨익 웃으며 홀린 시선으로 보는....되게 멋있어졌네)
민석 선생님이 우리 보리 병 나은 기념으로 축하 키스나 한번 해줄까, 그럼?
(보리의 볼에 쪽 입맞추는데)
보리 (얼굴이 벌개져서 수줍어 어쩔 줄 몰라한다)
은환 (하하 웃으며) 어머, 보리가 부끄러운가 보다.....수줍음 타는 거 좀 봐, 얘
민석 (하하 웃고)
은환 (옆에서 환하게 웃고)
만도(E) 그림 조옿다!!
52. #맞은 편 건널목 앞
상두와 만도, 사람들 틈에 섞여 서서 맞은 편에 마치 다정한 가족처럼 서 있는 은 환과 민석과 보리를 보고 있다. (은환, 민석, 보리는 상두가 보고 있는지도 모르고 다정하게 서로 치기도 하며 얘기 나누고 있다.)
그들을 애틋한 미소로 바라보고 있는 상두.
만도 저러구 있으니까 한쌍의 다정한 바퀴 벌레 같지 않냐? 진짜 잘 어울리지? 그치?
상두 ....(피식 웃는)
만도 (잠깐 생각하다가) 상두야! 너 출소 기념으로 우리도 간만에 사람 같은 짓 한번 해 보자.
상두 (보는)
만도 나 그동안 우리 심란이 언니한테 인생 공부 많이 했다?....채은환 샘이 세라랑 너 놓 구 싸울때두 지 속으로 난 자식 편 안 들구, 채 은환샘 편 들어줬지...채 은환 샘이 강민석이랑 결혼할거라구 쌩쇼를 할 때두 펄펄 뛰면서 너랑 살라구 난리쳤지!....
감동의 도가니탕이지 않냐?
상두 신호등 고장 났나봐, 삼촌.
만도 (상두를 툭 치며) 우리라구 가만 있을 수 있냐, 그럼? 가오가 있고 양심이 있지.
상두 (보는)
만도 우리가 또 국어는 못해도 주제는 알잖냐?.....니 주제에 채은환 샘이 가당키나 하 냐구, 솔직히? 별 두 개짜리가 일반 사무직도 아니구, 선생님하구...말도 안되지. 수 업하다가 흥부네 집 지붕에 제비 얘기만 나와도 간이 철렁할텐데...학생들 못 가르 치지.
상두 ......(표정이 얼핏 굳어지는)
만도 (상두에게 어깨 동무하며) 니가 먼저 선수치구 멋지게 돌아서는 거야, 차 상두! 지 들만 멋지냐? 우리도 양심이 살아 있다는 걸, 우리도 감동의 도가니탕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저들에게 보여 주는거야!
상두 (피식 허탈하고 씁쓸하게 웃는)
53. #건널목 은환쪽
서 있던 사람들, “고장인가봐” 궁시렁 거리며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사람도 있고, 아직 남아 있는 사람도 있다.
민석 (신호등을 보며) 고장인 가봐, 신호등.
은환 그러게....
보리 어, 아빠다....아빠!!!
은환과 민석, 보리가 가리키는 곳을 본다.
상두와 만도가 사람들 사이에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은환, 눈빛이 심하게 떨린다.
저 편에 상두도 은환을 보고 있다.
민석, “차상두! ”부르며 손을 흔드는데, 상두, 만도에게 등이 밀려 돌아서고 있다.
보리 아빠!
은환 (어이없어 삼켜지는 소리) 상두야....(하다가) 상두야!! (부르며 자기도 모르게 차도 로 뛰어든다)
54. #건널목 상두쪽
만도와 함께 돌아서 가던 상두, 은환과 민석의 소리를 듣는다.
은환(E) 상두야!!
민석(E) 안돼, 은환아!!
상두, 멈칫 돌아선다.
은환이 차들이 씽씽 달리는 도로를 가로 질러 상두에게 오고 있다.
민석, 보리의 손을 잡은 채 달려오는 차 때문에 어쩌지도 못하고 동동 구르고 있는 모습 보인다.
만도, “아니 저 샘이...”하며 기가 막힌 표정 짓는데, 상두, 얼른 뒤돌아 차도가 있는 쪽으로 간다.
55. #차도
눈물이 그렁한 은환, 상두만을 보며 ‘왜 도망 가, 바보야!’ 하는 표정으로 그대로 걸어 오는데.
이때, 저편에서 속력을 높여 달려오는 트럭 보인다.
상두, 크락션을 누르며 달려오는 트럭을 놀란 표정으로 본다.
트럭, 날카로운 마찰음 내며 급브레이크를 밟고, 상두, 그대로 도로로 뛰어들어 은 환을 감싸 안는다. (SLOW)
그 위로 들리는.
은환(E) 상두야! 우리 조금만 사랑하자.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아무도 시기하지 못하 게....조금만 사랑하자, 우리.
민석, 보리가 보지 못하게 눈을 가리며 꼭 껴안는다.
만도, 충격으로 눈이 동그래지고....주위의 사람들도 눈을 가린다.
그들의 표정 위로 날카로운 급브레이크음과 텅!하며 받쳐서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 들린다.
차도위.
트럭, 브레이크를 밟고 서 있고, 그 아래, 상두와 은환, 꼭 껴안은 자세로 기절해 쓰 러져 있다....두 사람 주변으로 두 사람의 피가 흥건하게 흐른다.
저편 인도엔 만도, 넋이 나간 표정으로 바닥에 주저 앉아 있는 모습 보인다.
민석, 사람들과 함께 뛰어와서 두 사람을 본다.
민석, 두 사람을 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상두(E) 내 걱정 말구 니 걱정이나 해, 임마....어떡하든 살겠지, 죽기야 하겠냐?
은환(E) 상둔 내 인생이야, 민석씨....이젠 상두가 없음 내가 죽어.
꼭 껴안고 있는 상두와 은환의 모습...절규하며 우는 민석의 모습...부감으로 보여지 며. W.O.
은환(E) 상두야! 학교 가자!!
56. # 상두집앞 (시골, 상두가 입양된)-3회 회상 느낌과 똑같이.
교복을 입고 가방을 든 17살의 은환, 눈물이 그렁해서 상두를 부르고 있다.
은환 상두야! 학교 가자! 상두야! 학교 가자!
대문이 약간 열려진 집안에선 아무 반응이 없다.
은환 (마음이 조급하다, 더 큰소리로) 상두야! 학교 가자!
집안에선 여전히 아무 반응이 없다.
은환 (눈동자에 눈물이 흥건해져서) 상두야....(목이 메인다) 상두야...학교 가자! 상두야! 학교 가자!! (눈물이 흐른다)
이때, 대문 열리고, 교복을 입은 밝은 표정의 상두가 나온다.
상두 은환아.
은환 (놀랍고 반가와서) 상두야....(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상두 왜 그래? 왜 울어?
은환 (비죽이는)....니가 안 나오는 줄 알구....(꺽꺽)...혼자 가 버린 줄 알구....
상두 (장난기 어린 표정) 가긴 내가 어딜 가냐?...(손등으로 은환의 눈물을 닦아주며 웃 는) 너 두구 내가 혼자서 어딜 가?
은환 (울음끝이 남아 꺽꺽 댄다)
상두 (피식 웃고) 으이....애 같기는...(은환의 손을 꼭 잡는다.) 은환아, 학교 가자.
은환 (그제야 웃으며 고개 끄덕인다.)
상두와 은환, 시선을 마주치며 웃고, 다정하게 손을 잡고 걸어간다.
57. #시골길
다정하게 까르르 웃으며 걸어가는 상두와 은환의 모습....점점 멀리 사라지고....
58. #상두집 옥상
2년후의 어느날.
빈 빨랫줄....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이때, 구두 하나 걸어와 평상에 가 앉는다....민석이다.
민석, 평상에 앉아 허허로운 눈길로 앞을 보다가 한쪽에 놓인 장난감차 (마모되고 부서진)를 이리저리 밀어보는데.
보리(E) 선생님!
민석, 돌아보면, 보리가 서있다. (머리가 제법 길어 예쁘게 묶고 초등학교에 입학한 듯 학생용 가방을 매고 있다. 이름표엔 “차보리”라고 씌여 있다.)
민석 (환하게 웃으며) 보리야!
보리 (꾸벅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민석 보리, 이번엔 시험 쳐서 니네 반에서 일등했다며?
보리 (웃으며) 네.
민석 (보리앞으로 와 무릎을 굽히고 앉으며) 야, 우리 보리 정말 대단하다....선생님이 보 리 일등만 기념으로 뽀뽀 한번 해주까?
보리 (수줍게 얼굴을 붉힌다)
민석 (귀엽다는 듯 보는)
보리 선생님 근데 우리 할아버지집엔 왜 오셨어요?
민석 음....그냥....차상두 아빠가 보구 싶어서.
보리 ....우리 아빠 인제 여기 없는데?
민석 (허허롭게 앞을 보며) 그래, 니네 아빠 인제 여기 없는데....여기 오면 꼭 니네 아빠 가 있을 것만 같애서....그래서 왔어.
보리 (갸웃한다)
보리(NA) (편지를 읽듯이) 아빠! 안녕하세요.....저는 보리 차입니다.
59. #심란 족발집
심란(헤어스타일 바뀐), 갓난 아이를 어르며 우유를 먹이고 있다.
심란 아이구, 우리 유리 어쩜 이렇게 이쁠까?....엄마가 없어두 우유도 잘 먹구, 외할머니 말씀도 잘 듣구....아이구, 우리 유리 이쁘다.
이때, 철가방을 든 만도, 막대 사탕 하나 입에 물고 핸드폰하며 들어온다.
만도 글쎄, 나두 당장 달려 가고 싶은데....홍콩 바이어들 접댈 좀 해야 돼서...으응.. 미 안해, 도 여사....내일 전화 하께...쏘롱.
만도, 핸드폰 끊고, 호주머니에서 막대 사탕 꺼내며.
만도 유리야...할아버지가 막대 사탕 사왔다....(심란이 안은 아기에게로 가는데)
심란 (만도 손을 탁 쳐내며) 인제 백일 지난 갓난쟁이한테 무슨 사탕을 멕여?
만도 이상하네? 우리 상두랑 보린 백일 전에도 내가 그냥 멕였는데...
심란 (어이없다는 듯 보며) 우리 보리가 아프고 병났던 게 너 때문이었구나, 그러니까?!!
만도 하, 이 언니! 맨날 나만 갖구 그래, 나만....(심란 얼굴 가까이 얼굴을 대고) 내가 만만하니까 만두로 보여? 가만 있으니까 가마니로 보여?!!
심란 아, 드러! 침 튀어!!
만도 언니! 우리 고스톱 한판 치자!
심란 고스톱은 무슨 고스톱이야?....안 그래두 장사가 안돼 죽겠는데.
만도 그러니까, 부업 하시라구....내가 요즘 이리저리 용돈을 많이 받다 보니 돈이 많아 감당이 안되네. (지갑 꺼내 지폐들 보여주고)
심란 (그렇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점 백! 광박 피박 멍박 다 있구, 오 쌍피!
만도 오케이!
심란, 유리를 요람에 눕혀 놓고, 만도, 한쪽에 둔 화투판을 가져 와 편다.
두 사람, 결전 태세로 마주 앉고.
카메라, 요람안의 아기를 비춘다.
보리(NA) 아빠! 보리한테도 이쁜 여자 동생이 생겼습니다. 이름은 유리입니다.
심란과 만도, 화투패를 나누며 맞고를 치고.
이때, 세라(부잣집 안주인 같은 느낌), 쇼핑 봉투 들고 들어서다가 기가 막힌 듯 보 며.
세라 (버럭) 엄마! 삼촌!!
두 사람, 깜짝 놀라 얼른 화투판을 뒤엎고 심란은 눈치 보며 얼른 요람속의 유리 를 어르고, 만도는 괜히 핸드폰 하는 척 한다.
세라 내가 못 살아, 진짜....이래 갖구 엄마한테 맘 놓구 애 맡겨 놓구 다니겠어? ....비 켜!.(하며 유리를 안아든다)
심란 아니....난 안 칠라 그랬는데....저 양반이 자꾸 꼬셔가지구...
만도 만만한 게 나지, 만만한 게....(하다가 들어서는 누군가 보고 환하게 웃으며) 아이구, 우리 상두 왔냐?
들어서는 사람, 순철과 봉 상두다(순철, 손에 커다란 사진 액자 들었다). 두 사람, 심란과 만도에게 깍듯하게 인사하고.
심란 어서 와, 봉 서방.
순철 죄송합니다, 어머님...힘드실텐데 자꾸 애만 맡기구....
만도 그냥 맡기는 것도 아니구, 돈 주고 맡기는 건데 뭐.
심란 (만도를 노려보고)
순철 지난 번 유리 백일 때 가족 사진 찍은 거 나왔더라구요.
심란 그래?
만도 (자기가 더 좋아하며) 어디 봐...어디 봐.
만도, 순철에게서 사진 액자 채듯이 뺏아 포장지를 벗겨 본다.
보리(NA) 할아버지는
만도(E) 보리 너 치사하게 새 아빠 생겼다구 이제 아빠 생각은 안 하지?
보리(NA) 이렇게 야단을 치셨습니다.
세라와 유리를 안은 순철, 심란, 만도, 지환, 봉상두, 보리가 함께 찍은 가족 사진이 나온다. (순철이 다정하게 보리를 안고 있다)
심란과 만도, 세라, 함께 내가 더 잘 나왔니 니가 더 잘 나왔니 한마디씩 하고, 순 철과 만도도 참 친근해 보인다.
보리(NA) 아빠, 정말 미안합니다.
60. #남해 분교 (낙도)
시골 초등학교 아이 셋, 머리 위로 무 하나씩들 들고 꽥꽥 하며 오리 걸음 하고 있 다. 아이들, 게으름 피우며 느릿느릿 걷는데.
상두(E) 어허, 동작봐라, 동작 봐라...
아이들 앞으로 다가오는 사람, 상두다....수염을 까칠하게 길러 제법 나이도 느껴진 다.
작업복(학교 소사들 입는) 입은 상두, 무를 베어 먹으며 아이들 앞으로 걸어온다.
상두 자꾸 요령 피우면 운동장 두 바퀴 더 돌린다.
아이들, 어우우....하며 표정 일그러져 항의하고.
아이1 (5학년 정도의 뚱뚱한 남자 아이다) 씨이...아저씨가 뭔데 우리한테 벌을 줘요? 선생 님두 벌 안 주는데...
상두 그럼 니들도 소사해....꼬우면 니들도 소사 하라니까!!...제자리 못 앉어, 너!!
아이1 (피이...하며 다시 앉는다)
상두 콩알만한 것들이 어디 할 짓이 없어 남의 밭 무나 훔쳐 먹구....커서 뭐가 될라 그 래, 니들! 엉?!....자! 지금부터 운동장 한 바퀴 다시 돈다.
상두, 앞서 걸어가며 “오리!”하면 아이들 “꽥꽥” 하며 어미 오리 뒤를 따르는 새끼 오리들처럼 걸어간다. 계속 구호 바꾸는...참!새!하면 짹짹하고, 제!비!하다가 아차하 며 다시 오리!하며 걸어간다.
보리(NA) 아빠는 보리 병을 고쳐주기 위해서 애를 쓰셨는데, 보리는 아빠를 자꾸 잊어버려 서 미안합니다.
아이들을 인솔해 가던 상두, 누군가를 발견하고 환한 미소를 짓는다.
바로 앞으로 은환이 황당한 표정으로 서 있다. (임신을 한 듯 배가 남산만 하다)
아이들, 억울한 듯 일러주듯 “선생님!” 부른다.
은환, 힘겹게 걸어오더니.
은환 저희반 애들은 제가 알아서 할테니까 좀 들여보내 주시죠?
상두 이 자식들은 손을 좀 봐야 돼요....지난번 덕구네 집 소두 얘들이 자꾸 똥침을 놔갖 구 미친 소로 만들어 버렸잖아요.
은환 알았어요, 내가 나중에 잘 타이르께요.
상두 타일러서 될 문제가 아니라니까요....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말 못 들으셨어요?
은환 타일러도 알아 들어요!
상두 못 알아들어요!
은환 알아 들어요!
상두 소 귀에 경읽기라니까요!
상두와 은환, 실랑이 하며 싸우는 위로.
보리(NA) 그리고 자꾸 아빠 얼굴도 잊어버려서 미안합니다.
상두와 싸우던 은환, 갑자기 산기를 느끼는 듯 비명 지르며 주저 앉는다.
아이들 놀라서 은환을 보고.
상두 은환아....은환아.....
은환 어떡해...애기가...애기가....나올라 그러나봐......어떡해......상두야.....
상두 (자기도 어쩔 줄 몰라한다) 야아...어떡해....어떡해야 되는데, 그럼?
은환 (상두의 머리를 잡아 당기며 꽥 비명을 지른다)
61. #경치 좋은 곳 (노을녘)
상두, 포대기에 싼 아기를 신기한 듯 보고 있다. 은환, 같이 아기를 보며 어른다.
상두, 은환에게 “사랑해, 은환아” 하고 이야기하고, 은환, 환한 미소를 지으며 상두 의 어깨에 편안하게 머리를 기댄다.
카메라, 그들의 따뜻하고 평온한 모습을 비추며 높이 높이 떠오른다.
보리(NA) 오늘 밤엔 꼭 아빠 꿈을 꾸도록 노력하겠습니다....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11월 4 일 차 보리 올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