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두야! 학교가자 14
old/old_scrapbook 2003. 11. 1. 13:28
1. #병원 앞길 (노을녘) (13회 마지막씬에서 연결된)


상두, 당혹해 있는데, 이때, 저 앞으로 넋나간 사람처럼 휘적휘적 걸어오는 은환 이 보인다.


상두 (눈빛이 심하게 흔들린다)
수희 자기야!!
은환 (걸어오다가 상두를 발견한다....눈물이 그렁해진다.)
수희 안 탈래?
상두 (은환을 보다가 표정을 가리기 위해 선글라스 꺼내 쓰며 수희의 차에 오른다)
은환 (상두를 부르려 하지만, 차마 목이 메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상두 (선글라스 속의 눈빛....무섭게 일렁이고 있다)


상두를 태운 수희의 차, 출발하며 은환을 스쳐 지나가는데....눈물을 가득 머금은 은 환.
은환, 멀어지는 상두의 차를 보며 그 자리에 주저 앉아 버린다.


2. #호텔 욕실


상두, 옷을 그대로 입은 채 와이셔츠 차림으로 샤워기의 물을 맞고 있다.


3. #병원 앞길
은환, 그 자리에서 일어날 줄 모르고, 바위처럼 앉아 있다.


4. #호텔 욕실앞


수희, 벨보이를 데려와 욕실문을 열려 한다.


수희 들어간 지 한 시간이나 지났는데, 암만 문을 두드려두 기척이 없어요.


딸그락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리고, 욕실안 상두의 모습 보인다.
옷을 그대로 입은 채 흠뻑 물에 젖어 있는 상두, 넋나간 사람처럼 욕실벽에 기댄채 쪼그리고 앉아 있다.


수희 (놀라며) 자기야!
벨보이 (목례하고 나가고)


5. #욕실


상두, 여전히 넋나간 사람처럼 앉아 있다. 젖은 와이셔츠와 머리칼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수희, 안으로 들어서며.


수희 자기야....왜 이래?....이게 무슨 꼴이야, 지금?....(상두를 부축하려 상두의 몸에 손을 대는데)
상두 (수희의 손을 순하게 밀어낸다)
수희 자기야!
상두 .....(담담하게) 자기, 돈 많다 그랬지? 너무 돈이 많이 감당이 안된다 그랬지?
수희 (당혹스러워하다가 다시 상두를 부축하려 하며) 일어나. 감기 들어...일어 나.
상두 (수희 손을 거칠게 쳐 낸다)
수희 (당황하며) 자기야!
상두 (얼굴엔 미소를 띤 채) 내가 좀 비싸, 자기야.
수희 (점점 더 기가 막히고)
상두 넥타이 푸는 데 한 장, 와이셔츠 벗는데 한 장....손 잡는데 두 장...입 맞추는데 두 장.
수희 (흐응 웃으며) 우리 자기 안 본새 되게 귀여워졌다....장난 그만 하구, 일어나. (상두 의 몸에 손을 대는데)
상두 (웃고 있지만 눈빛은 얼음처럼 차갑다) 장난, 아냐.....장난 아냐, 아줌마.
수희 (당황하다가 얼굴에 미소가 어리며)....내가 돈 주면....자기 영원히 내 옆에 있을래, 그럼?
상두 (눈을 감으며 벽에 털석 머리를 기댄다)


6. #병원 앞길(밤)


다른 옷으로 갈아 입은 상두, 허탈한 표정으로 털레털레 걸어 오고 있다.
땅만 보고 걷던 상두, 문득 고개를 들다가 멈칫 걸음을 멈춘다.
은환, 여전히 그 자리에서 꿈쩍도 않고 주저 앉아 있다...사람들, 은환을 의아하게 보고 지나간다.
상두, 기가 막힌 표정으로 보다가 은환앞으로 다가간다.


상두 은환아.
은환 (그제서야 떨구고 있던 고개를 든다.) 상두야.
상두 ....(기가 막혀 잠깐 말을 잃었다가) 그때부터 계속 이러구 앉아 있었어?
은환 그랬나?.....그랬나봐.
상두 일어나....(은환을 부축해 일으켜 주려는데)
은환 (일어나려다 다시 주저 앉아 버린다....너무 오래 앉아 있었던 탓이다.)
상두 은환아. (다시 은환을 잡는데)
은환 우리 술 마실래?
7. #심란 족발집앞


택시, 서 있고, 세라, 택시에서 예닐곱개 정도 되는 쇼핑 봉투와 과일 바구니를 내 린다. 택시 문을 탁 닫으며 “고맙습니다, 아저씨” 인사하고, 심란 가게를 보는데.
심란, 손님이 먹고 간 테이블을 치우고 있고, 지환, 한쪽 테이블에서 족발 먹으며 만화책 보며 낄낄거리고 있다.
세라, 두 사람을 애틋하게 본다.


세라 나 담달에 상두랑 결혼해, 엄마....상두 말대루 나 이 집이랑 엄마랑 인연 끊을래, 이제.


8. #심란 족발집안


지환, 쇼핑 봉투 풀어서 보며 우와아하며 입이 헤벌레져 옷도 입어보고 신발도 신 어 본다. 지환의 옷과 신발, 심란과 은환의 옷과 화장품, 핸드백이 줄줄이 쏟아져 나온다.


세라 이건 엄마꺼구, 이건 지환이꺼구, 이건 은환이 꺼야.
심란 (테이블 치우다 말고 행주 들고, 어이없다는 듯 보는) 이 년이 지금 정신이 있는 년 이야, 없는 년이야?
세라 이건 엄마 주름 크림이구, 이건 은환이 미백 크림이니까 헷갈리지 마!
심란 돈이 없어 월세방에서도 쫓겨났다는 년이....보리 병원비도 없어 쩔쩔매는 판에 이게 뭐야, 이게 다! 갖다 줘! 당장 도루 못 갖다 줘!
세라 그냥 암말 말구, 받어 좀! 나두 이거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선물하는 거야!
심란 처음이자 마지막 좋아하시네........(지환이 새 옷 입고 있는 것 보고) 지환이 너 그 옷 당장 못 벗어, 이눔아! 도루 넣어, 어서!!
지환 하 참, 엄마...우리의 슈퍼 싸가지가 오랜만에 사람같은 짓 한번 했는데, 그냥 좀 냅 두지.
심란 저 눔이 저....(한쪽에 놓인 족발을 집어 들며) 너 에미한테 뒤지게 한번 맞아볼래, 오늘?
지환 그래, 때려! 패애! 돼지 앞다리에 맞아두 좋구, 소 뒷다리에 맞아두 좋으니까....난 이 옷 입구, 이 신발 신을거야!
심란 이 눔이 정말! (지환을 때릴 듯 하는데)
세라 (심란을 껴안아 말리며) 그냥 받어, 제발! 마지막이란 말야! 내 동생한테 마지막으 로 누나가 사주는 거란 말야!!
심란 (의아한 표정으로 세라를 보며) 마지막이라니 그게 뭔 소리야?
세라 ....(심란에게 행주를 받아들며) 내가 다 치우께. 엄만 쉬어. (행주들고 테이블을 치 우며) 지환이 너 약국에 가서 엄마 청심환 하나만 사와.
심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보다가) 저 년이 갑자기 왜 저래? (지환을 보며) 약 먹었나?
지환 (심란을 보며 심란과 동시에 똑같이) 약 먹었나?
세라 (열심히 테이블을 치우고 있는)
9. #육교 위


육교 난간에 기대서 앞을 보고 있는 상두, 입안에 든 맥주를 푸후 내뿜는다.
은환, 육교위에 퍼질러 앉아 있다. 옆에 둔 봉지에 캔맥주 가득 담겨 있고, 빈 맥주 캔도 열 대여섯개 놓여 있다. 은환, 제법 많이 취했다.


은환 (대뜸) 부모님은 다 건강하시지?
상두 (맥주 마시다가 흘끗 보고) ....그럼, 건강하시지.
은환 .....(울컥하는 것 누르고) 한번 뵙구 싶다. 나 언제 한번 뵙게 해줘, 응?
상두 (맥주 마시며 앞을 보고) 니가 우리 부모님을 뭐하러 만나?
은환 만나서 할 이야기가 있거든.
상두 ...(은환의 옆으로 와서 앉는다) 무슨 얘기?
은환 (갑자기 상두의 멱살을 잡고) 이렇게 멱살이라두 잡구 할 이야기가 있거든...에이, 나쁜 사람들...비정한 사람들....천벌을 받을 사람들....
상두 (무슨 얘기라도 들은건가...눈빛이 심하게 떨리며 표정이 굳는)
은환 (히죽 웃고 상두의 멱살을 다시 놓더니) 못할 거 같지?....이 예절바른 채 티쳐가 감 히 어른한테 어떻게...못할 거 같지?....나, 해! 그보다 더 심한 말두 할 수 있어, 나.
상두 (가슴이 철렁한다..혹시...)....무슨....얘기 들었어?....누구한테 무슨 얘기 들었어?
은환 아니...듣긴 무슨 얘길 들어, 내가?...나 아무것도 몰라.
상두 (긴장한 표정으로 보는데)
은환 내가 모르는 게 얼마나 많은데....나, 차 상두가 소년원에 다녀왔다는 것도 몰라.
상두 (흠칫)
은환 차 상두가 어떤 남잘 뇌사 상태에 빠뜨려 갖구 학교에서 짤린 것도 몰라, 난.
상두 (숨이 멎어 버릴 것 같다)
은환 그래서 지 양부모님한테까지 버림 받았다는 것두....전혀 몰라.
상두 (멍해 있다)
은환 채 은환이라는 별 볼 일 없는 기집애 때문에 전도 유망하던 차 상두 인생이 완전히 황 되구 망가져 버린 것도....죽어도 몰라, 난.
상두 (떨리는 손으로 맥주를 들이킨다)
은환 (벌떡 일어서더니 육교 난간 아래를 내려다 본다) 여기서 떨어지면 죽을래나?....죽 겠지, 차들이 저렇게 씽씽 달리는데.
상두 (표정이 굳어 은환을 본다)
은환 상두야! 우리 죽을래?
상두 ......
은환 우리 그냥 여기서 떨어져서 죽어버릴래?
상두 (벌떡 일어나며) 취했어. 너.....(은환을 잡으며) 집에 가자...많이 취했어, 채은환!
은환 (상두의 손을 밀어내며) 안 취했어. 나 말짱해! 안 취했어!....죽자, 상두야! 안 죽을 래?....그럼 나만 죽을까? (정말 뛰어내리기라도 할 듯 몸을 굽히는데)
상두 (은환을 잡아 난간에서 거칠게 떼내며, 버럭) 너 왜 이래, 정말!! ....돌았니? 미쳤 어?!!
은환 안 돌았어...안 미쳤어....차라리 미치기라두 했음 좋겠는데, 나 지금 너무 말짱해! 신 경질이 날 만큼 말짱해!
상두 가! 집에 가자!! (은환을 끌어가려는데)
은환 (상두를 힘껏 밀쳐내며 귀엽게) 죽자, 상두야아! 나 여기서 사는 거 너무 힘들어!... 우리 여기 말구 (하늘을 가리키며) 저기 가서....보리도 없구, 세라 언니두 없구, 울 엄마두 없구...가슴 아픈 것도 없구,...미안한 것도 없구....그렇게 아무것도 없는 데 가서 우리 둘이 살자! 응?
상두 (서늘하게 보는)
은환 (웃음까지 머금고) 상두야, 응?...사실은 나 혼자만 죽음되는데....죽어야 될 사람은 나 혼잔데...나만 죽으면 니가 너무 너무 슬퍼할거니까....같이 죽자! 응?
상두 싫어! 난 안 죽어! 안 죽어, 난!!
은환 .....
상두 우리 보리 병두 고쳐야 되구, 너 제대루 사는 것도 봐야 되구.....아직 나 할 일 많 어...안 죽어!!
은환 (어이없다는 소리 내어 웃으며) 끝까지 잘났구나! 끝까지 잘났어, 차상두!....(하다가 울컥하며 갑자기 상두의 가슴을 때린다)
상두 .......
은환 (눈물이 그렁해 말없이 상두의 가슴을 계속 때리다가 취기를 못이겨 주저 앉는다)
상두 ......
은환 ....난 이렇게 세상에서 젤 나쁜 기집애루 만들어놓구...니 앞에서 얼굴도 못 들게 만들어 놓구.....넌 끝까지 잘났구나, 나쁜 자식!
상두 ......미안해.... 미안하다.
은환 그래, 미안해야 돼, 넌...죽을때까지 넌 나한테 미안해야 돼.....미안해야 돼....(취기를 못이겨 홱 꼬구라지며 바닥으로 쓰러진다)
상두 .......


10. #거리


상두, 멍한 표정으로 술에 취해 잠든 은환을 업고 털레털레 걸어가고 있다.
은환, 갑자기 흐느껴 울기 시작한다.


상두 ......(멍한)


11. #심란 족발집 (방)


심란, 충격받은 표정으로 부르르 떨고 있다.


심란 뭐...뭐라구? 너 방금 뭐라구 그랬냐?
세라 (심란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우리....인연... 끊자구...다신 나 이 집에 안 올거 야.
심란 (휘청하며 옆으로 넘어질뻔 하는데)
지환 (옆에서 심란을 부축하며) 엄마, 정신 차려...정신 차려, 엄마.
세라 청심환! 엄마 청심환 드려, 지환아!
지환 병 주구 약 주냐?....엄마! 청심환 줄까?
심란 (이를 앙물고 세라를 보며) 왜? 왜 뭐 땜에 인연을 끊어?....에미랑 니가 어떻게 만 났는데...이제 겨우 이렇게 만났는데.....인연을 끊자구?
세라 죄송해요...미안해.
심란 누가 너보구 뭐라 그러디? 은환이가 뭐라 그래? (지환을 탁 때리며) 지환이 이 염 병할 눔이 너한테 또 뭐라 그러디?
지환 아, 또 날 갖구 왜 이래?....난 이 아줌마, 30분후부터 누나라 부르구 깍듯이 모실라 그랬어.
세라 나 보리 아빠랑 곧 결혼 할거야!
심란 그런데?....그게 왜?!!
세라 엄마두 생각을 해봐!....앞으로 내가 어떻게 은환일 봐? 은환이가 어떻게 날 보구 우 리 보리 아빨 봐? 보리 아빤 어떻게 엄말보구 은환일 보구 지환일 봐?...보리 아빠 랑 은환이 계속 만나구 사는 거, 나 죽어도 못봐.
심란 (......할 말을 잃는다...)
지환 맞어, 그렇긴 하다, 정말....서로 모르는 처지도 아니구, 무지 껄끄럽긴 하겠네.
세라 그냥 그렇게 치자구, 엄마....나두 엄말 못 찾구, 엄마두 날 못 찾은 거야....다시 지환 이랑 은환이랑 엄마랑 그렇게 세 사람만 살던 때로 돌아갔다구...그렇게 쳐!
심란 그렇게 치긴 뭘 그렇게 쳐, 이 년아! 남자 때문에 에미를 버리겠다구! 남자 때문에 혈육이구 뭐구 다 끊구 살겠다구!....(세라를 때리며) 에라이! 미친 년! 에라이! 정신 나간 년!!...상두 그 놈이 뭐야! 상두 그 놈이 대체 뭐야?!! 대체 전생에 나랑 무슨 웬술 진거야, 그 놈은!!
지환 (심란을 말리며) 엄마...진정해! 혈압 올라! 진정해!
세라 (심란에게 맞다가 울컥하며 밖으로 뛰어 나가 버린다)


12. #족발집 앞


세라, 훌쩍거리며 눈물을 닦다가 문득 고개 돌리는데,
이때, 저 앞으로 잠든 은환을 업은 상두가 걸어오고 있다....상두, 다른 생각으로 멍 해서 세라를 보지 못했다.
세라, 눈가에 경련이 파르르 인다. 이때, 지환이 나온다.


지환 가서 엄마 좀 달래, 아줌마....요즘 그냥 우리 엄마 눈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네.
세라 (이를 앙물고 저편에서 걸어오고 있는 상두를 본다)
지환 (세라의 시선 눈치 못 채고) 누나들 땜에 우리 엄마 병나서 죽으면 누나구 뭐구 가 만 안 둘거야, 내가! 채 은환! 공팔란! 둘 다 내가....(하다가 세라의 시선이 계속 어 딘가를 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돌아본다)


상두, 걸어오다가 세라와 지환을 발견한다.
세라와 지환, 모두 상두를 원망스럽게 노려본다.


상두 (걸어와 담담하게 지환을 보며) 누나 좀 받을래?
세라 (상두를 노려보고 있는)
지환 (상두 노려 보다가 ) 갈수록 태산이구만, 갈수록 태산이야....인 줘요...(은환을 받으 며).....으이, 술 냄새...무슨 술을 이렇게 많이 먹였어? (은환을 업는다)
상두 (보다가 세라에겐 시선 주지 않고 뒤돌아서 간다)
세라 (눈물이 그렁해서) 상두야!
상두 (그대로 걸어간다)
세라 상두야!
상두 (그대로 무표정하게 걸어간다)


걸어가고 있는 상두뒤로 점점 멀어지는 은환을 업은 지환, 그리고 눈물이 그렁해 원망스럽게 상두를 보고 있는 세라.


F.O.


13. #은환집 외경 (아침)


14. #은환방


침대에 누워 잠든 은환, 창백한 얼굴, 식은 땀 가득해서 끙끙 앓고 있다
이때. 수건으로 은환 얼굴의 땀을 닦아주는 손....세라다.
세라, 은환을 씁쓸하게 보다가 트렁크 가방 들고 밖으로 나간다.


은환 (계속 앓고 있는)


15. #심란 족발집앞 (아침)


세라, 트렁크 가방을 끌고 가다가 족발집 안을 본다.
심란, 양배추와 파등 야채 다듬고 있다.....넋 나간 사람처럼 기운이 쑥 빠져 있는 심 란.
세라, 심란을 먹먹하게 보다가....냉정해지자....이를 앙물고 발걸음 돌려서 간다.


16. # 병원 정원


상두, 보리와 희진, 보리 병실 친구 3명을 세워놓고 골목 대장처럼 앞에 나와 서 있 다. 상두, 어제와는 다르게 다시 명랑해졌다.


상두 병실에만 답답하게 있으니까 힘들죠? 아프고 힘들수록 자꾸 몸을 씩씩하게 움직여 줘야 튼튼한 어린이가 되는 거예요.....지금부터 아저씨랑 같이 체조를 시작해요.


상두, 휴대용 카세트를 튼다. TV유치원에 나오는 체조 동요 나온다.


상두 (반주에선 허리에 손을 얹고 무릎 굽히는 동작하다가) 짤랑짤랑 짤랑짤랑 으쓱으 쓱....


보리와 희진, 보리 친구, 상두를 따라한다.
정원으로 들어서던 민석, 그런 상두를 안스럽게....보리에 대한 진실을 차마 얘기 못 한 죄책감으로 바라본다.


17. #병원 정원


아이들 다 들어가고.
상두, 저 앞을 보며 온 몸이 뻐근한 듯 어깨 주무르며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데, 종 이컵을 뺏는 손.
상두, 돌아보면 민석이다.


민석 커피 많이 마시면 몸에 안 좋아....(빨대까지 꽂힌 팩 약봉지 하나 주며) 녹용 엑기 슨지 뭔지 몸에 좋은 거래더라....먹어.
상두 ....우리 이렇게 친하게 지내두 되냐?
민석 왜?
상두 그냥...너랑 나랑두 이제 뭔가 정리를 해야 될 거 같애서.
민석 우리가 뭐 불륜이냐? 정리하게?......(팩 봉지 내밀며) 먹어. 보리 병실에 한 박스 갖 다 뒀으니까 식후 30분 후에 꼭 챙겨 먹어.
상두 (피식) 어쭈구리, 승자의 관용이라 이거지?
민석 토 달지 말구, 먹으라면 그냥 처 먹어, 임마....(상두가 마시던 커피 마시며 벤치로 와 앉는다)
상두 암만 내가 사랑에 실패하구 불쌍한 놈이지만...너 이거 오바야.
민석 오바 아냐.....너한테 난 이거보다 백배쯤 잘해줘두 돼. 아니다. 만배쯤 잘해줘도 된 다.
상두 (민석을 물끄러미 보고)....너 뭐 나한테 죄 지은 거 있냐?
민석 ....이브가 선악과를 따 먹던 순간부터 인간이 원래 죄 많은 동물 아니냐?
상두 (어이없다는 듯 보며) 아, 이거 정말 저작권료를 받든지 해야지....쪽팔리지도 않 냐? 내가 한 말 고대루 따라 하는 거?....내가 그래두 니 적이라면 적인데.
민석 안 쪽팔려....나, 자꾸 니가 좋아진다? 은환이보다 니가 더 좋아져, 이상하게?
상두 (민석을 뚫어지게 보다가) 여자보다 자꾸 남자가 좋아지냐?....(민석의 눈위에다 대 고 제 정신인지 손을 흔들어 보고) 정확히 언제부터 그런 증세가 생겼는데?
민석 우리 같이 목욕 할래?


18. #찜질방


상두와 민석, 나란히 찜질방에 앉아 있다. 아줌마들처럼 머리에 타올도 감았다.


민석 (조심스럽게) 보린... 너한테 뭐냐?
상두 (몰라서 물어보냐는 듯) 딸!
민석 얼만큼의 존재야, 너한테?
상두 넌 잘 나가다가 꼭 한번씩 그렇게 재수가 없더라?....다시 풀어서 내 수준에서 알아 듣기 쉽게 질문해봐.
민석 .....만약에 은환이랑 보리랑 둘 중에 하날 택하라면 누굴 택할래?
상두 됐어. 질문 안 받어.
민석 누굴 택할래?...대답하면 팥빙수 사주께.
상두 (어이없다는 듯 보는)
민석 나가서 갈비도 사주께.
상두 (잠깐 생각하다가) 보리!
민석 (보는)
상두 우린 보린 내가 아니면 안되지만....은환인 내가 아니어두....솔직히 내가 아닐수록 좋 은 거 아니냐? 걔 인생을 위해선?
민석 이제 질문 안해야지....니가 자꾸 좋아질라 그래서 안되겠다....열등감 느껴서 안되겠 어.
상두 (어이없다는 듯) 의사 선생이 제비한테 열등감 느낀다 그럼 지나가던 개가 다 웃 어요.
민석 (혼자서 중얼거리는) 보리만 없으면....은환이랑 너 다시 시작해 볼 수도 있는 거지? 그럴수도 있는 거지?
상두 너 내가 얼마나 하질인지 모르는구나?....직접 안 봤으니 하긴 심각성을 모를수도 있 겠다.
민석 (일어나며) 팥빙수 사오께..
상두 (민석을 잡으며) 그걸 왜 우리 돈으로 사 먹냐? (턱짓으로 가리키며) 눈앞에 돈줄 들이 앉아 계시는데?
민석 (의아한 표정으로 상두가 가리키는 곳을 보면 저 앞으로 부유해 보이는 30대 중반 의 여자, 팥빙수 먹으며 앉아 있다.)
상두 (웃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잘 봐라....내가 얼마나 후지구 드럽게 사는지.....너하곤 비 교 자체가 불가능한 인간 쓰레긴지....
민석 차 상두!


상두, 머리에 감은 타올을 풀며 일어서더니 30대 여자 앞으로 다가간다.


상두 (반갑게) 싸인 좀 해주세요, 누님!
여자 (상두를 돌아보고)
상두 영화배우 송은하씨죠? 안녕하세요, 은하 누님 제가 열혈 팬이거든요.
여자 저....영화배우 아닌데요...(기분은 몹시 좋다)
상두 (뚫어지게 보더니)....아...그러구 보니까 송은하씨보다 천배는 더 이쁘네.....아, 이거 사람 헷갈리게 일반인이 영화배우보다 더 이쁘면 어떡해요?
여자 (좋아서 몸둘 바를 몰라하며)....아우, 고맙습니다.
민석 (기가 막힌 듯 보는)
상두 (여자옆으로 눙치고 앉으며 한쪽에 있는 삶은 달걀 까서 먹으며) 누님이 충무로 에 뜨면 송은하씬 밥 먹고 살기 힘들겠다아?...근데, 이 동네 사시나, 누님은?
민석 (어이가 없던 마음....상두에 대한 연민으로 바뀐다...)


19. # 은환집 마당 (늦은 오후)


지환, 오징어를 뜯어 먹으며 “학교 다녀왔습니다.” 하며 들어선다.


20. #은환방


입술이 바싹 마른 은환, 여전히 앓고 있고, 기운이 쭉 빠진 심란, 은환의 이마에 물 수건 얹어주고는 옆에 있는 지갑 열어 어린 시절 팔란의 사진을 본다.
어떻게 손 쓸수도 없이 꼬여버린 운명에 가슴이 찢어지는 것만 같다....세라가 나가 고 난 후의 쓸쓸한 방을 휘 둘러보는데.
이때, 벌컥 문 열리며 지환, 들어온다.


심란 (깜짝 놀라며) 놀래라, 이눔아....넌 노크도 할 줄 모르냐?
지환 왜? 누나 꼬집구 있었어?
심란 뭐 이눔아!
지환 (아무 생각이 없다) 채 티쳐가 얼마나 밉겠어, 엄마 입장에선?....간신히 찾은 혈육까 지 생이별하게 만들구....따지구 보면 피 한방울 안 섞인 남인데, 누나는.
심란 저 눔이 어디 터진 입이라구.
지환 우리 엄마 인생이 너무 불쌍해서 하는 말이지, 나는.
심란 너 은환이 누나 듣는덴 아무 소리도 하지 마.
지환 글쎄, 터진 입이 그게 밥 먹으라구만 터진 입이 아니잖어?
심란 가자...가서 재봉틀로 쫑쫑 꿰매주께....가자.
지환 아우 참....(심란의 손을 쳐내며) 근데, 우리 슈퍼 싸가지, 보면 이갈리더니 안 보니 까 보구 싶네, 또.....그치, 엄마?
심란 (착잡해지는데)
은환 (힘겹게 천천히 눈을 뜬다) 엄마....
심란 은환아, 정신이 좀 들어?
지환 누나!
은환 ...학교....나 학교 가야 되는데...
지환 학교는 내가 벌써 다 다녀왔어.
심란 잠깐만 있어...미음 끓인 거 가져 오께....잠깐만 있어. (밖으로 나간다)
은환 (잠깐 멍해 있다가) 근데, 내가 왜 여기 있어, 지환아....(몸을 힘겹게 일으키며) 내 자리는 저기 바닥인데.
지환 슈퍼 싸가지 떠났어!
은환 (흠칫)
지환 상두 형이 우리 식구들이랑 정리하라 그랬나봐....누나를 처제라구 부르고 살기 쉽겠 냐, 솔직히?
은환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지는)...무슨....말이야?
지환 슈퍼 싸가지랑 상두 형이랑 곧 결혼할거래.
은환 (아득한 현기증을 느끼며 손바닥으로 이마와 눈을 누른다)
지환 누나!!
은환 안돼...(고개 젓더니 화장대 앞으로 휘적휘적 걸어와 앉더니 립스틱 꺼내서 입술에 바른다)
지환 그 몸으루 어디 갈려구?
은환 (머리도 다시 곱게 빗는다)
지환 누나가 포기해!....게임은 벌써 끝났다니까!
은환 (아무 말없이 핀도 찌른다)


21. #병원 앞길


목욕을 마친 상두와 민석, 아이스크림 하나씩 입에 물고 걸어오고 있다.
상두는 수희와 핸드폰 중이다.


상두 (느끼하게 시를 읊어주고 있는) 나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 서
민석 (어이없다는 듯 보며 아이스크림을 베어문다)
상두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하다가) 왜? 그래두 잠이 안 와, 자기야?
민석 (기가 막히다)
상두 엉? 노래?.....노래 불러 달라구?.....내가 지금 성대 결절이 와 가지구 목이 좀 안 좋 은데.....(수희가 계속 칭얼대자) 그래, 알았어. 해주께. 해주께....(짜증스런 표정으로 핸드폰 내리고 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는다)
민석 (상두의 핸드폰을 뺏어서 자기 귀에 대고 감미로운 노래를 부른다)
상두 (어이없다는 듯 보는)
민석 (마치 제비처럼 노래를 부르는데)
상두 (핸드폰을 홱 채서 뺏어들어 통화하며) 어, 자기야...핸드폰이 좀 혼선이 된 거 같거 든....좀 있다 내가 다시 하께....그래, 사랑해, 자기야....(핸드폰을 탁 닫으며 민석을 노려 본다) 니가 제비냐?
민석 니가 목이 아픈 거 같애서 도와 줄려구 그랬지.
상두 앞으론 너, 나랑 놀지 마.
민석 왜?
상두 까마귀 노는 곳에 백로야 가지 마라. 너 나한테 괜히 나쁜 물만 들어, 안돼.
민석 나쁘다는 건 아냐?
상두 ......(앞서 걸음을 옮긴다)
민석 (따라 붙으며) 너 지금 막 살지?
상두 ......(흘끗 보다가 다시 앞을 보며 가는)
민석 (상두를 잡으며 걸음 멈추고) 적한테 온갖 추악한 꼴 다 보여주면서.....그래, 될대로 되라, 자학하면서 막 살지, 지금?
상두 (피식 웃으며) 어떻게든 안 죽구 숨쉬구 살면 되는 거 아니냐? (민석의 손을 뿌리 치고 걸어 간다)
민석 .......(갑갑하다)


22. #병원 로비


만도, 감동한 듯 눈물을 찔끔찔끔 닦으며 핸드폰 들고 서성이고 있다.
상두, 들어오고, 민석, 뒤이어 들어온다.


상두 (만도를 발견하고) 삼촌!
만도 야 임마! 왜 핸드폰이 계속 통화중이야?
상두 (철렁) 왜? 보리한테 무슨 일 있어?
만도 너무 애절하구 불쌍해서 눈물없이 못 보겠다, 정말....예전에 남정임이랑 문희 주연 한 영화보다두 훨씬 더 가슴 아프구....
상두 (O.L.) 무슨 얘길 하는 거야, 지금?
만도 (뒤에 서 있는 민석 눈치 슬쩍 보고) 채 은환샘이 세라앞에 무릎꿇고 빌고 있어, 지 금!
상두 (어이없는) 뭐?
민석 .....(표정)


23. #병원 정원


초췌한 은환, 세라앞에 무릎 꿇고 앉아 있고, 세라, 어이없고 황당한 표정으로 팔짱 끼고 보고 있다.


은환 포기 해줘.....제발 상두 포기 해줘.
세라 (어이없어 콧방귀 뀌는) 안 일어설래, 너 진짜?
은환 상두 놔줘, 응?....이렇게 빌께.....상두 그만 놔 줘!
세라 꼴값 떨지 말구 어서 일어서라잖아, 기집애야!
은환 상두랑 너 안돼....둘 다 불행해져....니들 안돼.
세라 불행할지 행복할지 니가 어떻게 알어? 니가 어떻게 알어?!!
은환 알아....알아.


이때, 상두와 민석, 저 편으로 나타난다. 상두, 서늘한 표정으로 무릎꿇고 앉은 은환 을 본다.


세라 니 사랑만 사랑이구, 내 사랑은 사랑두 아닌 줄 알아? 잘나구 대단한 인간들 사 랑만 사랑이구, 나같이 무식하구 하찮은 년 사랑은 사랑두 아닌 줄 알어?!!
은환 태어나서 한번도 지 의지대로, 절 위해서 살아본 적이 없는 애야....늘 남 때문에 피해입구, 남 때문에 손해 보구....남 때문에 지 인생이 다 망가져두....그래두 원망조 차 한마디 안하구....가엾게 살아온 애야.
세라 그래서? 내가 지금 상두 인생을 망가뜨리기라도 한다는 거야, 뭐야?
은환 상두 놔줘...누구 때문이 아니구, 절 위해서, 지가 원하는대로 살게 해줘! 그렇게 해줘, 제발.
상두 (서늘하게 보다가 은환쪽으로 다가간다)
민석 (착잡하게 보는)
은환 (강건한 표정되며) 돌을 던져도 좋아, 뭐라구 비난해도 좋아....난 너한테 상두, 보낼 수 없어.
상두 (은환옆으로 다가와 서며) 보내구 말구를 니가 결정할 문젠 아니지.
은환 (흠칫하며 상두를 돌아보는.....흔들리는 눈빛)
상두 (느물거리는 말투) 뭔가 착각하구 있는 거 같은데, 채은환! 난 물건도 아니구, 더더 욱 무생물도 아니거든.
은환 .....(안타깝게 보는)
상두 내 스스로 생각도 할 줄 알구, 판단도 할 줄 아는....만물의 영장, 인간이거든.
은환 ....상두야!
상두 내가 살자 그랬어....(세라의 어깨위에 손 척 올리며) 보리랑 보리엄마랑 우리 셋이 가정이란 거 한번 이뤄보구 살자구, 내가 원하구 고집 부렸어......(세라를 보며) 넌 왜 그런 얘길 빨리 안 해주구, 억울하게 덤탱일 쓰구 그냐?
은환 거짓말 하지 마! 왜 그런 거짓말을 해!.....(버럭) 내가 믿을거라구 생각해!
상두 (위악적인) 그리구, 앞으론 날 불쌍하게 여긴다거나 마음 아프게 여긴다거나 그런 거 좀 하지 말아줄래?.....기집애한테 그런 취급 받는 거 세상에서 제일 재수 없 거든!
은환 ....상두야!
상두 찾아와서 다시 이런 유치한 짓두 하지 마!...이 사람은 니 언니구, 난 니 형부잖어... (위악적인 미소) 너 지금 이거 패륜이야.
은환 (눈빛이 무섭게 떨리는데)
민석 (버럭) 그만해, 차 상두!
상두 (민석을 보는)
민석 (다가오며) 어디까지 갈래? 어디까지 가보자는 거야, 지금!!
상두 (피식 웃으며 계속 위악적으로 은환에게 말하는) 꺼지라구, 그러니까!....너 만나고부 턴 되는 일이 없어, 내가! 너란 기집애 재수 없다구!!
은환 (숨이 멎는 것 같은 통증 느낀다)
민석 그만 못 해, 이 자식아....(하며 상두의 멱살을 잡는다)
세라 (당황해서 눈이 동그래지고)
상두 (뺀질거리고 웃으며) 빙신같은 놈....여자 하날 어쩌지 못해서 맨날 등만 보구 앉아 갖구...그게 뭐냐?....그냥 우리처럼 애라두 하나 만들어 버려!
민석 이 자식이....(하며 상두에게 주먹을 날린다)
세라 (비명지르고)
은환 (그대로 멍하니 있다)
상두 (휘청하다가 민석을 다시 보며 씨익 웃는다) 애만 있음 꿈쩍 못해! 게임 끝난다니 까! 나뭇꾼과 선녀의 교훈 몰라, 너?
민석 (주먹을 꾹 쥐고 있는)
상두 (약 올리듯 민석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대고) 너 혹시 생산 활동에 문제가 있 는 건 아니지?
민석 (주먹을 부르르 떠는데)
은환 (그런 민석의 손을 잡는다)
민석 은환아. (보면)
은환 (민석의 손을 붙들고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상두 (표정없이 보고 있다)
은환 .....그래, 알았어....무슨 말인지 알아 듣겠어.
상두 알긴 니가 뭘 알아? 바보 같은 게.
은환 알아! 안다구! 아니까 민석씨한테까지 그러지 마.
상두 싫어! 이 바보같은 자식 갖구 노는 거 얼마나 재밌는데 ....얼레리 꼴레리....
민석 (어이없이 보고 있는)
상두 (놀리는) 누구누구는 여자하나두 어쩌지 못하구 빙신같이 얼레리 꼴레리....
은환 (버럭) 민석씨한테 그러지 말랬잖아!!.....민석씨한테 그러지 마! 내가 잘못했어! (버 럭) 그래, 내가 착각했어! 착각했다구!!
민석 (은환을 보는)
상두 (위악적인 미소 띠고 은환을 보는)
은환 민석씨....내가 지금 몸이 좀 힘들어서 그러는데....미안하지만, 손 좀 잡아 줄래?
민석 (아무말 없이 은환의 손을 잡는다)
은환 고마워. (상두를 보다가 힘없이 시선을 돌린다)
상두 ......


민석, 은환의 손을 잡고 간다...은환, 휘청하며 넘어지려 하자 민석이 부축해서 간 다.


상두 (위악적인 미소가 허허로워진다.)
세라 ....차, 결론이 뭐야, 그래서?....결국 강민석씨랑 편 먹을거면서 그렇게 쌩쑈를 하구 그러냐?
상두 (허허로운)
세라 (눈치 보다가 상두의 팔짱을 끼며 상두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다) 편들어 줘서 고마 워, 상두야.
상두 (멍한)


24. #분식집


은환, 김밥, 쫄면, 라면, 비빔밥, 떡볶기등 테이블 가득 차려놓고 열심히 먹고 있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듯 불안해 보인다.....터지려는 울음과 음식을 함께 삼키고 있는 것 같다.
민석, 그런 은환을 불안하게 바라본다.


은환 .....(애써 명랑하게) 왜 안 먹어? 먹어, 민석씨두.
민석 남자 하나 소개 시켜주까?
은환 (픽 웃고 고개 젓는)
민석 진짜 괜찮은 놈 하나 있어....사람한테 입은 상처는 사람으로 치료해야 젤 약발이 잘 듣는 법이거든.
은환 (계속 먹는)
민석 차상두보다 눈도 훨씬 더 작은데, 그 자식은.
은환 (먹으며 고개 젓는)
민석 싫어?.....더 괜찮은 놈도 있는데....이 자식은 눈을 뜬거랑 감은 거랑 눈 크기가 똑같 다?
은환 (그제야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민석 (음식을 먹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나 쌍꺼풀 풀까? 성형 외과가서 (눈을 게슴츠레 뜨고) 이렇게.....눈 좀 줄여 달라 그래보까?
은환 ......(푸하핫 웃는다.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민석 (손으로 눈을 찝어 작게 만들고) 어때? 이 정도 크기가 제일 낫나?
은환 나 큰 눈 좋아해, 민석씨.
민석 ......(손을 내린다)
은환 내가 첨에 민석씰 왜 좋아했는데....아이처럼 맑구 순수하구 큰 눈이 좋아서....그래서 민석씨 좋아했는데.....
민석 (피식 웃는) 그랬어?....큰일 날뻔 했네....니가 그런 말 안했음 오늘 가서 성형수술 할라 그랬지.
은환 (미안하게 보는) 민석씬 내가 그렇게 좋아?
민석 어....(하다가 ) 아니.
은환 민석씨도 참 불쌍하다...나 같은 왕재술 만나갖구 민석씨 인생까지 이게 뭐냐?
민석 ...그러게...(음식을 먹는다)
은환 (물끄러미 민석을 미안하고 고맙게 본다)
민석 뭘 봐? 안 먹어?
은환 (먹다가).....내가 엎드려서 무릎꿇고 사정하면....나 받아주나?
민석 (보는)
은환 내가 엎드려서 무릎꿇고 사정하면....과거를 묻지 않구....나 받아주나?
민석 (피식 씁쓸하게 웃으며)...왜?...너두 이제 막 살게?
은환 (피식 웃으며 음식을 먹는다)


25. #보리 병실


상두, 눈을 있는 힘껏 크게 뜨고 보리 얼굴(울고 있었던 듯 눈물방울 맺혀 있다) 옆 에다 자신의 얼굴을 댄다. 상두, 다시 명랑해졌다.


상두 어때? 비슷하지?....보리랑 아저씨 눈이랑 똑같지?


희진과 친구(같이 체조했던), 고개를 저으며 동시에 “아니요!” 말한다.


보리 (다시 입을 비죽이며 울 듯이 하는데)
상두 (황당한 표정 지으며) 아니, 대체 누가 그따위 말뼉다구 같은....(하다가 아차하며) 그런 말도 안되는 소문을 퍼뜨린거야?....(희진과 친구를 향해 손 저어 보이며) 아냐, 아저씨 보리 다리 밑에서 안 주워왔어! (보리 보며 답답하게) 차 보리! 너 아빠랑 엄마 딸이야! 진짜야!!
보리 애들이 아빠랑 나랑 하나두 안 닮았대.
상두 안 닮기는 왜 안 닮어?....너 애기때는 사람들이 아빠랑 붕어빵이라 그랬어.


이때, 병실밖 복도에서 물을 들고 오던 세라, 얼핏 굳어 병실 안을 보고 있다.


보리 (울던 표정 씩씩해지며) 나 애기때 사람들이 붕어빵이라 그랬대.
희진 (고집스럽게) 붕어빵 아니예요. 보리랑 아저씨랑 눈이 하나도 안 닮았는데!
친구 맞아요.
보리 (다시 비죽이는 표정되고)
상두 하...콩알만한 것들이 정말....사람 환장하게 만드네.....(무서운 표정 지으며) 니들 왜 죄 없는 남의 눈은 갖구 물구 늘어지냐, 치사하게? 니들이 아저씨 눈 이렇게 된 데 보태준 거 있냐?!! (소매 걷고 희진과 친구 앞으로 다가가며 버럭) 아저씨랑 한번 해보자는 거야, 엉!!


희진과 친구, 상두의 험악한 표정에 잔뜩 겁을 먹고 울 듯이 비죽인다.


보리 (상두가 친구들을 협박하는 것 보고 비죽이던 것 잊어버리고 눈이 동그래져서) 아 빠!
상두 (아이들이 울려고 하자 아차하며 금새 히죽 웃으며) 아니, 그러니까 아저씨 말은... 암만 막가는 일이 있어도 치사하게 남의 약점을 갖고 상대방한테 상처를 주면 안된 다, 그 얘기지....희진인 똑똑하니까 아저씨 말 알아 듣지? (히죽 눈이 안보이게 웃 는다)
희진 아저씨 눈이 하나도 안 보여요....보리는 눈 되게 큰데.
상두 (웃던 것 멈추며 애써 눈을 크게 뜬다...패지도 못하고....어이없다는 듯 웃다가) 그 래, 인정! 인정!...보리가 사실은 눈은 지 엄말 닮구 눈만 빼고 다른 건 다 아저씰 닮았지.... 우리가 얼마나 붕어빵인지 볼래?
세라 (가슴이 사정없이 방망이질 친다)
상두 (보리앞으로 다가가며) 너 접때 아빠랑 했던 얼굴 놀이 알지? 희진이한테 그거 한 번 해주자.
보리 응...(고개 끄덕이는)


상두와 보리, 희진과 친구를 향해 똑같은 얼굴 표정을 지어보인다. (혀를 쏙 내밀 고, 돼지코를 만들고, 입을 비틀어 보이고...등등 똑같은 모션하는)
희진과 친구, 신기하게 보다가.


희진 와, 똑같다! 똑 같애!
친구 진짜 똑같애요, 아저씨!
상두 (그제야 히죽 웃으며) 것봐, 붕어빵 같지? 보린 아저씨 딸 틀림없다니까! (보리를 향해 윙크하고)
보리 (좋아서 웃는다)


26. # 병실복도


병실안을 엿보고 있던 세라, 자기도 모르는 새 얼굴에 식은땀이 맺혀 있다....숨이 멎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벽에 털석 등을 기대는 세라.


27. #거리(밤)


은환, 혼자서 털레털레 걸어가다가 웨딩드레스 샵 앞에서 걸음을 멈춘다.
쇼윈도우에 걸린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허허롭게 보는.


28. #심란 족발집앞 (밤)


은환, 걸어와서 족발집 안을 본다. 심란, 보자기에 싼 아이 털모자와 쉐타 (보리 줄 려고 사 놓았지만 미처 전해 주지 못한...)를 꺼내서 보며 눈물을 짓고 있다.
은환, 그런 심란을 안스럽고 착잡하게 본다.
지환, 배달하고 오다가 가게문 앞에 서 있는 은환을 발견하고, “누나!” 부른다.


은환 (돌아보며) 어, 지환아.
지환 갔노라, 싸웠노라, 이겼노라....이겼어? 슈퍼 싸가지가 상두 형 내놓겠대?
은환 (웃으며 말돌리는) 우리 지환이 철들었네....쪽 팔린다구 배달은 죽어도 안가겠다 그 러더니.
지환 누나들이 하두 속을 썩이니까 나라두 제대루 살아야지, 어떡해? 누나두 그러는 거 아냐! 엄마가 누날 어떻게 키웠는데....은혜는 못 갚아두 가슴에 못은 안 박아야지!!
은환 (지환의 뺨을 톡톡 때리며) 이쁘다, 우리 지환이....그래, 알았어. 누나가 잘하께, 앞 으루.
지환 (금새 헤벌쭉해지며) 근데...정신적인 것보단 물질적으로 잘하는 게 좋더라구, 난 ... (하다가 가게 안을 보며) 누나! 엄마, 운다!
은환 (돌아본다)


심란, 보리의 옷을 붙들고 꺼이꺼이 통곡같은 울음을 쏟아내고 있다.


29. #족발집 안


보리 옷을 껴안고 몸을 앞으로 숙인 채 결국 통곡을 쏟아내는 심란.
은환과 지환, 들어선다. 은환, 안타깝게 보고, 지환, 같이 비죽인다.


은환 (심란옆으로 와서 앉으며 심란을 가만히 껴안는다)
심란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깜짝 놀라서 고개를 든다) 은환아.
은환 (밝게) 울 엄마, 애기처럼 이렇게 엉엉 우는 거 첨보네....엄마두 이렇게 울 줄 아는 사람이었구나?
심란 (얼른 눈물을 닦으며) 울긴 누가 뭘 울었다구, 그래, 이 년아!...니들은 왔으면 왔다 구 기척을 하지, 노크도 할 줄 몰라!!
지환 (찔끔 흘러내린 눈물 닦으며) 족발집에 들어오면서 노크하는 사람두 있냐?
심란 저눔이 그냥...(옆에 있는 것 집어 던질 듯 폼 잡는데)
은환 이거, 애기 옷이네, 엄마?.....보리 줄려구 사놓구 못 전해 줬구나 .....(모자를 들어서 보며) 이건 엄마가 직접 뜬거 같은데?
심란 (홱 채서 뺏으며) 아냐, 옆집에 누가 맡겨 놓고 간거야.
은환 (지환을 돌아보며) 지환이 너 보리 한번도 못 봤지?
지환 왜 못 봐? 보리두 보구 쌀두 보구, 콩두 보구 다 봤지.
은환 (피식 웃으며) 우리 보리 얼마나 이쁜데.....지환이 너 이제 삼촌이다? 우리 보리 하 나밖에 없는 외삼촌!
지환 외삼촌?....(외삼촌이란 단어...가슴 한쪽이 웬지 찡해온다. 갸웃하며) 외삼촌?
심란 외삼촌같은 소리 하구 있네...보리가 누구야? 걔가 우리랑 뭔 상관인데, 이제?
(옷들을 보자기에 다시 묶으려는데)
은환 (심란의 손을 잡으며) 이거 내일 보리한테 전해 주러 가자.....지환아, 낼 학교 마치 고 우리 보리 보러 가자.
심란 니가 거길 왜 가? 팔란이 년, 너 피해서 에미두 혈육이구 무 자르듯 자르구 도망갔 는데....니가 거길 왜 가!!
은환 언니가 잘랐다구 우리까지 자를 거야?....이모랑 외삼촌이 조카두 못 보러 가나?
심란 (이모?....눈빛이 흔들리는)
은환 민석씨가 고맙게두 나 다시 받아주겠대, 엄마.
심란 (당황하는) 은환아.
은환 (명랑함 잃지 않고) 나 언니한테 좋은 동생되구, 보리한테 좋은 이모되구, 형부한테 좋은 처제...될 수 있을 거 같애.
심란 ...(눈물이 다시 그렁해지며) 은환아.
은환 정말이야. 그럴 수 있을 거 같애, 이제.
심란 (보다가....은환을 꼭 껴안는다)
지환 (박수치며) 야, 역시 살인 성인에 빛나는 우리의 채 티쳐! 진작 그렇게 하지! 누나 한 몸 희생하니까, 여러 사람이 편해지잖아! 멋져! 채 티쳐! 나이스! 원더풀! 아자!!
은환 (아픔 감추고 흐흐흐 웃는다....)


30. #은환방


깜깜하게 불이 꺼진 방. 은환, 불도 켜지 않고 침대로 와서 쓰러지듯 눕는다.
달빛만 교교히 비춰들고 있다. 은환의 멍한 동공.


상두(E) 이 사람은 니 언니구, 난 니 형부잖어...너 지금 이거 패륜이야.
민석(E) ...왜?...너두 이제 막 살게?
지환(E) 진작 그렇게 하지! 누나 한몸 희생하니까, 여러 사람이 편해지잖아!


은환, 눈을 감는다...한 줄기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른다. F.O.


31. #민석 병원 외경(낮)


상두(E) (섬아기 노래 부르는)


32. #보리 병실


상두, 보리와 한 침대에 누워서 노래 불러주며 보리를 재우고 있다. 보리, 다시 머 리가 아픈 듯 징징거리며 운다.


보리 아빠...아퍼....아퍼어....
상두 알았어. 아빠가 그럼 우리 보리 안 아프게 주문을 외워주께....안 아프다...안 아프 다....우리 보리 안 아프다....안 아프다...
보리 아퍼어...아빠아...아퍼어...아퍼어....
상두 그럼 우리 보리 수호천사님한테 빌어보자...수호 천사님....우리 보리 좀 안 아프게 해주세요...보리 아픈 거 그냥 다 저 한테 주세요....보리 아픈 거 전부 다 저한테 주 시구, 우리 보리는 안 아프게 해주세요.
보리 (천천히 다시 잠으로 빠져 든다)
상두 (보리를 꼭 끌어안는다)


33. #남자 화장실


상두, 거울앞에서 넥타이 고쳐매고 있다.
이때, 변기 물 내리는 소리 들리고, 화장실에서 민석 나온다...민석도 양복을 깔끔하 게 차려 입었다.
민석, 상두옆으로 와서 주머니에서 넥타이를 꺼내 매려고 한다.


민석 사모님 만나러 가냐?
상두 (당당하게) 응....넌 어디 가냐?
민석 세미나.
상두 넥타이 촌발이 장난이 아니구만.
민석 알어....이거 하나 밖에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했어.
상두 (자기 넥타이를 풀더니 민석에게 준다) 이거 해.
민석 됐어.
상두 (민석의 넥타이를 홱 채서 뺏고 민석을 돌려 세우더니 민석에게 자신의 넥타이를 매준다)
민석 많이 아팠냐?
상두 뭐가?
민석 어제 나한테 맞은 데.
상두 그깟 솜방망이 맞아서 아프겠냐? 간지러울 따름이었지.
민석 (피식) 미안하다.
상두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맞을 짓 했는데 뭐 .....(거울을 보고 민석의 넥타이를 맨 다) 한 다섯대 맞을 생각하구 있었는데, 너 잘 참더라, 그래두?
민석 미안해.
상두 고마해...짜증날라 그래.
민석 (거울을 통해 상두를 뚫어질 듯 바라보고 있다)
상두 (민석의 시선이 부담스럽다) 같은 방향이면 나 좀 태워다 줄래? 한푼이라도 아껴야 지.
민석 어딘데?
상두 **호텔.
민석 잘됐네. 나두 그 호텔서 세미나 해.
상두 (피식)


34. #호텔앞


민석의 차, 와서 멎고, 조수석에서 상두, 내린다.


상두 고맙다...내가 나중에 초코파이 사주께.
민석 (착잡하게 웃는)


이때, 저 앞으로 수희도 호텔로 들어서다가 상두를 발견하고 “자기야!” 하며 손을 흔든다.
상두, 수희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어 보이며 수희쪽으로 다가간다.
상두와 수희, 팔짱을 끼고 나란히 호텔로 들어간다.
민석, 서늘한 표정으로 지켜보다가 괴롭게 얼굴을 부빈다.


35. #미장원


세라, 의자에 앉아 있다. 원장, 다가온다.


원장 어떻게 해주까, 세라씨?.....이번엔 보라색으로 염색 한번 해볼래?
세라 아니요....그냥 얌전하게...현모양처 스타일루 해주세요.
원장 엉?
세라 훌륭한 엄마, 좋은 아내 스타일요....섹시하구 이쁘구 이런 건 다 필요없구요, 무조건 착해 보이게 해주세요.


36. #팬시점


은환, 팬시점을 두리번거리다 헤어 팬시류 앞으로 온다. 작은 소쿠리에 어린이용 핀 과 고무줄 등을 담던 은환, 아차...보린 머리가 없지....씁쓸한 미소 지으며 핀을 다시 쏟아 내고 다른 코너로 발걸음을 옮긴다.
잠시후, 커다란 바구니를 든 지환과 희서가 헤어 팬시류 앞으로 나타난다.
지환, 희서가 든 바구니에 핀과 고무줄과 머리띠등을 손에 잡히는 대로 한웅큼씩 집어 넣는다.


희서 야, 뭘 그렇게 많이 집어 넣어?
지환 내가 외삼촌이래, 외삼촌....외삼촌이 이 정도도 못해 주겠냐?
희서 이래두 이건 너무 심했다....이거 다 해 볼려면 중학교 다닐때까지 해야 되겠다.
지환 (아랑곳 않고 휘파람 불며 핀을 집어 넣는다)
희서 너 근데 이거 다 살 돈은 있어?
지환 니가 빌려주면 되지.
희서 (어이없다는 듯 보는데)
지환 어이, 모델!


희서, 지환을 보면, 지환, 희서의 머리에 핀을 찔러 보며 이쁜가...갸웃거려 본다.
다른쪽의 은환, 보리에게 줄 인형을 고르다 다시 멍해진다....결국 이렇게 밖에 될 수 없는 건가....망연자실해진다.
팬시점안....보리에게 줄 인형을 고르다 멍하게 서 있는 은환과 핀을 고르는 지환과 희서의 밝은 모습이 함께 보인다.


37. #호텔앞 (늦은 오후)


서류 봉투를 든 민석, 동료 의사로 보이는 남자들과 “담에 언제 술 한잔 하시죠, 선 배님....안녕히 가세요” 악수 나누며 자기 차쪽으로 와 차에 오른다.


38. #민석 차안/호텔앞


민석, 차를 출발시켜 가는데, 이때, 호텔 안에서 급작스레 뛰어나오는 상두. (와이셔 츠도 제대로 못 입고, 양복 저고린 한 손에 들고)
상두, 정신없이 도망쳐 온다는 게 민석의 차 앞으로 오고, 민석, 놀라서 급브레이를 밟는다.
민석, 고개 들어 보면,
민석 차 앞으로 상두, 차에 살짝 받힌 듯 팔꿈치와 다리를 잡고 고통스런 표정짓고 있다.


민석 (차문을 열어) 차 상두!!
상두 (민석이라는 것 알고 눈이 동그래지더니 다시 호텔쪽을 보다가 얼른 일어나 다리를 절며 온다. 민석의 차 뒷 좌석에 오르는)
민석 야! 너 뭐야, 지금!!
상두 (뒷좌석 밑으로 몸을 숨기고 누우며) 어서 출발해!
민석 야!
상두 어서 출발하라구, 임마!!


이때, 호텔 로비문 열리고, 수희와 수희 남편, 나온다....수희 남편, 눈이 벌개져 “이 자식! 어디 갔어!!” 하며 상두를 열심히 찾고 있는 표정이고, 수희, 남편을 잡으며 “당신이 뭔데 이래! 우린 이제 남남이잖아!”소리 지르며 항변하고 있다.
민석, 그제서야 모든 정황을 파악하고 차를 출발시켜 간다.
온 얼굴과 몸이 땀으로 가득한 상두, 죽을 것처럼 가픈 숨을 몰아쉬고 있다.


39. # 민석 현관앞


택시 와서 멎고, 인형과 쇼핑 봉투를 든 은환, 내린다.
은환, 잠깐 심호흡하고...병원으로 들어간다.
은환의 모습 사라지고 나서 잠시후, 민석의 차, 도착한다.
민석, 운전석에서 내려 뒷좌석 문을 열어주면, 상두, 다리를 절룩이며 내린다.
민석, 상두를 부축해주고, 와이셔츠 팔꿈치에서 피가 베어 나오고 있다.


민석 야, 피 많이 난다....많이 다친 거 아냐?
상두 (한쪽 가슴팍이 아프지만 참고) 괜찮아....아, 쪽 팔려....
민석 (어이없는 듯 보는)
상두 뭘 보냐? 쪽팔려서 어쩔 줄 몰라하는 놈 첨 보냐?


40. #보리 병실


머리를 얌전하게 매만진 세라, 수건으로 보리의 얼굴과 손을 닦아주고 있다.....보리 (두건을 썼다), 힘없이 눈을 뜨고 있다.
이때, 복도밖 유리 문으로 와 서는 은환.


41. #보리 병실


은환,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선다.


은환 (심호흡하고) 언니!
세라 (돌아보다가 놀라는) 야!
은환 엄마가 보리 옷이랑 모자랑 샀는데....미처 전해주질 못했다구....
세라 (O.L.) 인연 끊기루 안했어, 우리? 다 끝내기루 안 했어?
은환 어떻게 끝을 내? 핏줄이란 게 끊는다구 끊어지는 건가?
보리 (힘없이 은환을 보는) 어? 이모네?
은환 (환하게 웃으며) 그래, 이모야, 보리야...은환이 이모....보리 그동안 잘 지냈어?
세라 (흠칫해서 보는)
은환 인연을 끊자면 내가 엄말 떠나야지 언니가 왜 떠나?
세라 .....
은환 어젠 내가 제 정신이 아니었어....그래, 난 언니 동생이구, 보리 이모구, 형부의 처 제야....그거 뿐이야.
세라 .....
은환 제발 엄마 옆에 있어 줘...그동안 엄마가 언니 때문에 어떻게 살았는데....떠나야 한 다면 내가 떠나께.....언닌 엄마 옆에 있어.
세라 .......(할 말을 잃는다)


이때, 병실문 열리며 선물 바구니든 지환, 쭈볏거리며 들어선다.


지환 누나!.....(세라를 보며) 아줌....(하다가) 누나!
세라 (당혹스럽다)
은환 (웃으며) 지환아....얘가 보리야! 니 조카 차 보리!
지환 (긴장한 표정으로 보리를 보는)
은환 보리야! 외삼촌이셔!....외삼촌한테 인사 안해?
보리 ......안녕하세요. 외삼촌.
지환 (눈에 눈물이 그렁해져 손을 흔들며) 안녕...보리야.
세라 (눈물이 그렁해진다)
은환 보리는 좋겠다. 이렇게 갑자기 외삼촌도 생기구, 이모두 생기구, 할머니두 생기구.... 그치?
보리 (웃으며 고개 끄덕인다)
은환 (보리를 향해 웃어주다가 세라를 잠깐 보고 다시 보리 보며) 보리야, 삼촌이 보리 줄려고 선물두 사왔네?


42. #병실 복도


대충 구급 치료만 마친 상두, 아픈 듯 한쪽 가슴을 부여잡고 절룩거리며 걸어오는 데, 민석, 와서 잡는다.


민석 엑스레이라두 좀 찍어봐.
상두 괜찮아....내가 괜찮다는데 왜 그래?
민석 의사가 보긴 안 괜찮아!! 십분이면 돼. 십분도 안 걸려.
상두 나 지금 십분, 아니 오분이라도 니 얼굴 보구 있기 굉장히 괴롭거든.
민석 왜? 쪽팔려서?
상두 (씨이하며 가려는데....한쪽 가슴이 몹시 아프다.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는데)
민석 쪽팔린 거는 쪽팔린거구, 엑스레이는 엑스레이지!
상두 아, 이거 좀 놔아....


이때, 보리 병실쪽에서 지환의 엉엉 우는 울음 소리 들린다.
상두와 민석, 소리나는 곳을 보는.


43. #보리 병실


두건을 푼 보리, 멀뚱하게 지환을 보고 있다.
지환, 핀과 고무줄, 머리띠가 담긴 바구니를 안고 주저앉아서 엉엉 울고 있다.


지환 몰랐단 말야...보리가 빡빡머린 거 몰랐단 말야....저렇게 아픈 줄 몰랐단 말야...(은환 을 보고 소리치는) 얘기 좀 해 주지! 다른 거 사 오게 얘기 좀 해주지이!!
은환 (눈물이 그렁하다)
세라 (눈물이 그렁하다)
지환 우리 조카 불쌍해서 어떡해애...우리 보리 불쌍해서 어뜩해애애......
세라 울지마, 지환아....울지 마....
지환 누나아....누나아....(세라를 껴안고 운다)
세라 지환아.....(지환을 껴안고 운다)
은환 (눈물을 훔치며 돌아서다가 복도에 서 있는 상두와 민석을 본다)
상두 (표정이 얼핏 굳어 있는)
민석 (당혹스런)


44. #병실 복도


은환, 병실 문 열고 나와 상두를 본다. 상두, 은환의 시선을 외면한 채 병실안을 보 고 있다. 민석, 은환을 본다.


은환 민석씨랑 저 결혼할거예요, 형부.
상두 (흠칫하며 은환을 보는)
민석 (다시 병실안으로 시선을 준다)
은환 빠른 시일내에 할거예요....형부네보다 먼저 할지도 몰라요.
상두 (잠깐 멍해졌다가 민석을 보는)
민석 (표정없이 병실만 보고 있다)
은환 그리구, 제가 떠날거예요.
민석 (흠칫 보는...자기는 몰랐던 말이다.)
상두 .......(다쳤던 가슴 팍이 심하게 아파온다, 이를 앙물고 참는)
은환 세라 언니한테서 엄마랑 지환이 떼어놓지 마세요...얼마나 힘들게 만난 사람들인데... 저렇게 애틋한데...그러지 마세요.
상두 (식은땀이 흐른다)
은환 저 보는 거 힘들겠지만 조금만 참아주세요...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거예요.
상두 .......(가슴팍을 꼭 부여잡고 이를 앙물고 버티고 있다)
은환 (꾸벅 인사하고 간다)
상두 (얼굴이 창백해진다)
민석 (상두 안 보고) 결혼하기루 한 거 나하구 합의 된 거 아냐....나야 너무 좋지만.
상두 (사색이 되는)
민석 은환이두 너처럼 막 살기루 한 거 같애.....나야 너무 좋지만.
상두 ......(이를 앙물고 참고 있다)
민석 미친 척 하구 나....은환이랑 살까? 그래두....돼? (하며 상두를 돌아보는데)
상두 (통증을 못 참고 꼬꾸라지며 쓰러진다)
민석 차상두!
상두 (힘겨운 표정 짓는)


45. #응급실앞


민석, 상두를 들춰업고 응급실로 와 응급 침대에 눕힌다.
상두, 식은땀 가득해서 고통스런 표정 짓고 있다.


민석 (옆에 있는 간호사에게 소리치는) 김 간호사! 이 환자, 안에 블리딩이 있는 거 같 애....피 검사 준비 좀 해줘요!
상두 ......(힘겨워하는)


시간경과.
링거 주사액이 떨어지고 있다.
상두, 창백한 표정으로 잠이 들어 있다.
민석, 이불을 다독여 덮어준다.


46. #응급실 일각 로비(밤)


민석, 힘겨운 듯 푸후 한숨 내쉬고 털레털레 걸어나오다 보면 통유리 창밖 벤치에 은환이 혼자 등을 보이고 허탈하게 앉아 있는 모습 보인다.
민석, 착잡하다.
F.O.


47. #민석 병원 외경(아침)


48. #보리 병실


민석, 간호사와 함께 희진의 혈압과 맥박을 체크하고 돌아서는데, 만도와 세라, 병 원비 영수증 들고 얘기하고 있다.
보리는 침대에 누워 만도와 세라를 보고 있다.


만도 야, 이게 도대체 공이 몇 개냐?....주사 몇방에 약 몇봉지가 돈이 이게 얼마야? 칼만 안 들었지 강도가 따로 없어요!
민석 (피식 웃고)
세라 (민석이 보고 있는 것 알고 만도를 툭 찌르고)
만도 왜, 내가 틀린 말 했....(하다가 민석과 시선을 부딪히고) 네....그렇게 밤잠 안자고 고 생해서 우리 병을 고쳐주시는데 당연히 이 정도 돈은 청구해야지, 그럼....그렇죠, 샘?
민석 병원비가 많긴 많죠?
만도 (세라에게 청구서 주며) 소고기 한근 끊어서 니네 엄마한테 갔다 와, 어서.
세라 우리 엄마한테 십원짜리 하나라도 받아오면 상두가 저 죽인댔어요.
만도 하, 그 자식....얼어죽을 자존심은 있어갖구....이 자식 어디갔냐, 근데?
세라 돈 꾸러 갔을 거예요. 보리 병원비 마련하러 간다던데요?
민석 (이 자식이...흠칫하며 밖으로 나간다)


49. #응급실
민석, 달려와 보면, 상두가 누웠던 자리, 비어있다.


50. #화장실 거울앞


병색이 완연한 상두, 양복으로 갈아 입고 무스를 머리에 바른다.
문 벌컥 열리며 들어오는 민석.


민석 (어이없다는 듯 보며) 뭐하는 짓이야?
상두 (웃으며 명랑하게) 살려줘서 고맙다, 어젠.
민석 어딜 가, 그몸으루?
상두 스쿼시 치러....우리 싸모님이 아침부터 호출을 하시네...(나가려는데)
민석 (상두를 가로 막으며) 너 지금 정상아냐....일주일은 가만 누워서 쉬어야 돼.
상두 알았어, 갔다 와서 쉬께.
민석 (문을 막아서며) 안돼, 못 가!
상두 오늘이 수금하는 날이란 말야....비켜!
민석 차 상두!
상두 (갑자기 놀란 눈으로 어딘가를 가리키며) 으악! 쥐다! 니 뒤에 고양이 만한 쥐 있 어!!
민석 어디? (깜짝 놀라며 문에서 비켜난다)
상두 (그 틈을 이용해 잽싸게 도망친다)
민석 차상두!!


51. #병원로비


민석, 뛰어와 보면, 상두, 택시 잡고 있다.


상두 아저씨! 서울 스포츠 센타!


상두, 택시를 타고 떠난다.
민석,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다가 갑자기 눈빛이 서늘해 진다.


52. # 보리병실


민석, 병실문 열고 들어와 보면, 세라, 만도에게 웨딩드레스 실린 웨딩 잡지 보여주 고 있다.


세라 삼촌은 어떤 게 제일 이뻐요?
만도 요거!
세라 상두는요? 상두는 어떤 스타일을 제일 좋아할 거 같애요?
만도 상두가 좋아하는 건 상두한테 물어봐....왜 나한테 물어보구 지랄이야?
세라 (삐죽거리는데)
민석, 기가 막힌 듯 보다가 다짜고짜 세라의 손목을 잡는다.


세라 선생님!
민석 저랑 좀 갈데가 있어요, 세라씨.
세라 어디요? (당혹스럽게 보는데)


53. #병원앞 주차장


세라, 당혹스런 표정으로 민석차 조수석에 앉아 있다.


세라 어딜 가는데요?
민석 (조수석앞에 서 있다가) 차상두한테요! (문을 탁 닫더니 운전석쪽으로 온다)
세라 (어리둥절한)


54. # 스쿼시장 (스포츠 센터 내)


상두, 수희와 스쿼시 치고 있다....몸이 많이 안 좋지만, 수희를 향해 애써 웃어보인 다.
그러다....공을 치며 너무 힘겨워...가슴을 움켜잡고 바닥에 드러누워 버리는 상두.


55. # 문화센터내


민석, 굳은 표정으로 세라의 손을 끌고 들어온다.
세라, 계속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56. # 문화센터내 레스트랑


상두, 수희와 토스트 먹고 있다.


수희 자기, 몸이 많이 안 좋아 보여.....아침부터 괜히 나온 거 아냐?
상두 아냐...자길 위해서라면 이 자리에서 죽는다 그래두 나오지, 난!
수희 (감동적인 표정) 어젠 정말 미안했어, 자기야... 그래두 난 자기밖에 없는 거 알지?
상두 알지, 그럼....
수희 자기 근데 몸이 진짜 많이 안 좋은 거 같애.....어머, 이 땀 좀 봐...(하며 손수건으로 상두 이마의 땀을 닦아준다)


이때, 상두의 수희를 지켜보고 있는 시선....민석과 세라다.
세라, 상두의 모습에 기함한 표정으로 바들바들 떨며 서 있다.


민석 윤 세라 당신이 한 남잘 어떻게 망가뜨렸는지 똑똑히 봐!
세라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다)
민석 저렇게 살았어, 차상두.....보리라는 지 딸도 아닌 여자 애 때문에 저렇게 마음에도 없는 아줌마들한테 웃음을 팔구, 몸을 팔구.....인생에 가장 빛나는 20대를....그리고 운이 나쁘면 30대를....어쩌면 인생의 절반을 저렇게 살아가게 될지도 몰라!
세라 (눈물이 그렁해진다)
민석 어떡할까요? 나 입 닫구 당신 입 닫구....어떡해서든 속여서 우리 끝까지 한번 가볼 까요? 차 상두 하나만 희생해주면 나두 좋구, 당신도 좋구, 보리두 좋구....다 좋은 데...그냥 침묵하구 열중쉬어 하구 이대로 그냥 가볼까요, 윤세라씨?
세라 (스르르 무너지며 울음이 터져 나오는 입을 손으로 가리고 흐느껴 운다)


57. # 문화 센터앞


상두, 수희를 배웅하고 있다. 수희의 차가 떠나면 상두, 웃으며 손을 흔들다가
표정이 힘겨워진다..
상두, 아픈 몸을 추스리며 걸어가는데.


민석(E) 차상두!


상두, 돌아보면, 민석, 상두를 향해 손을 들어 보인다.
상두, 아, 지겨운 자식....표정 짓는.


58. #일각 놀이터


상두, 한심한 표정으로 팔짱끼고 웅크리고 앉아 민석을 보고 있다.
민석, 골대에 농구공을 던져 넣는다.


상두 뭐하냐, 지금?....의사 때려치구 농구 선수 할려구?
민석 (계속 공만 넣고 있다)
상두 환자데꾸 지금 뭐하자는 거야?
민석 (계속 공만 넣고 있다)
상두 나 빨리 가서 주사 맞아야 돼.
민석 .......
상두 나 지금 너랑 놀 시간이 없어요....빨리 가서 보리 병원비도 내야 되구요....화장실도 가구 싶구요.
민석 ......
상두 (벌떡 일어서며) 다신 너랑 안 놀아. (돌아서서 가려는데)
민석 차상두!
상두 (삐진 듯 걸어가는) 됐어, 안 놀아!
민석 차 상두!
상두 ....하늘이 무너져봐! 내가 널 돌아 보는지!
민석 보리 말이야.....니 딸이 아냐!
상두 (피식 비웃고 가는)
민석 니가 속았어. 윤세라한테 철저히 속았어.....차 보리, 니 자식 아냐!!


상두, 그럼 내가 돌아볼 줄 아냐? 또 뭔 헷소리야? 비웃고 걸어가다가 점점 걸음이 느려지며, 그 자리에 딱 멈춰선다.
재밌다는 듯 껄껄껄 웃는 상두의 표정에서.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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