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appiest Days of Our Lives - 네멋대로 해라
old/old_scrapbook 2003. 11. 1. 04:22
* 이 글을 읽기전 '네멋대로 해라'의 전반부에 관한 리뷰인 'Shinny Happy People'을 읽어보시는게 좋습니다.



OST의 표기를 따르자면, MBC '네멋대로 해라'의 영어제목은 'Ruler of Their Own
World'이다. 그리고 필자는 이것이 '네멋대로 해라'라는 한글제목이 미처 표현해주지 못한 이 드라마의 또다른 반쪽을 소개시켜준다고 한다. 이 드라마는 지금 젊은이들의 일상을 '트랜드'로 잡아내면서 그것을 '네멋'이라고 한 드라마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세상 사람들이 모두 자기 삶의 'Ruler'임을 얘기하는 '거대한' 드라마이기도 하다. 자기 삶의 주인공은 자신이라고 이야기하는 드라마는 수없이 많았지만, 그것은 결국 '드라마 주인공'의 삶이었지 모든 사람들의 삶은 아니었다. 그러나 '네멋대로 해라'는 정말 모든 사람들에게 각자의 삶이 있고, 그들은 그들만의 세계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음악이 다 음악인 것처럼 경(이나영)과 복수(양동근)의 삶도 삶이고, 정달(김명국)의 삶도 삶이다. 그들은 각자의 '내멋'을 가지고 그 원칙에 따라 이 넓고 끝없는 세상 한 곳에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고 살아간다. 우리가 길을 걸으며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은 바로 우리 자신들처럼 자신의 세상속에서 주인공이 되어 희노애락을 느끼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Ruler of Their Own World



그래서 '네멋대로 해라'의 후반부는 전반부에서 애써 만들어놓은 그들의 '착한 세계'를 다시 해체하는 과정으로부터 시작된다. 경과 미래사이에서 고민하던 복수가 미래에게 위악적으로 "네가 싫다"고 말하는 순간, 착한 사람들이 자신의 욕망을 타인에 대한 배려로 감싸안던 '네멋대로 해라'의 세계는 서서히 그들의 '내 멋'이 착한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가며 그들 나름대로 각자의 해결책을 내놓기 시작한다. 아무리 '네멋대로 해라'속의 사람들이 착하다해도 복수가 소매치기였고 뇌종양에 걸린 상태라는 것, 복수가 경과 미래중 어느 한명을 택해야한다는 것, 그리고 경과 미래와 중섭이 복수의 병을 알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변치 않는다.



복수가 소매치기였다는 사실을 안 유순(윤여정)은 그 충격을 어떻게 감당할 것이며, 복수의 병을 알게된 중섭과 경은 그것을 어떻게 대처해나갈 것인가. '네멋대로 해라'속의 사람들이 착하면 착할수록 그것은 비극적이다. 그렇게 서로를 배려하고 사랑하며 살아가던 사람들이 그것만으로는 넘어설 수 없는 현실의 거대한 벽을 만났을 때, 그들은 어떻게 해야하는가. 그래서 17회 이전의 '네멋대로 해라'의 후반부는 지극히 비극적이다. '내 멋'대로 솔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었던 가치관, 즉 착한 마음이 두드러지면 두드러질수록 그 세계의 해체는 더할 수 없이 잔인하다. 중섭의 죽음이 '네멋대로 해라'의 팬들을 가슴치게 만들었던 것은 죽음이라는 사건의 크기보다는 오히려 중섭이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상황, 복수없으면 살지 못하는 중섭의 착한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착하기 때문에 잘 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착하기 때문에, 그래서 그 비극을 냉정하게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에 비극은 점점 커지게 되는 것이다.



드라마밖의 현실



그렇다면 과연 그 비극을 어떻게 해결해야할 것인가. 여기서부터 '네멋대로 해라'라는 드라마는 삶의 자세를 얘기하던 것에서 벗어나 삶 자체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착하기 때문에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던 삶의 무게를 벗어나려했던 중섭과 달리, 경이 선택한 방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삶을 함께 살아가는 것, 일상의 무게를 고스란히 짊어지고 그 삶을 최대한 성실하고 아름답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었다. '네멋대로 해라'의 전반부가 일상의 고단함을 '착한 마음'으로 돌파하면서 현실을 바탕에둔 환타지가 되었다면, 후반부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부딪히지 않는, 심지어 죽음이 그 앞에 닥치더라도 포기하지는 않는 삶에 대한 의지로 그것을 돌파하면서 또 하나의 환타지를 만들어낸다. 착하다는 이유로 그 삶을 그저 좋은 것, 아름다운 것만 알고 사는 것이 아니라 삶의 더럽고 힘든 것까지 다 받아들일 때 그들의 삶은 '죽음뒤의 삶'까지도 살아갈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후반으로 갈수록 보다 더 등장인물들의 '드라마밖'의 현실로서의 일상을 다루기 시작한다. 이 드라마에서 가장 독특한 에피소드로 평가될 17-18회는 그 해석에 있어서도 매우 흥미로운 에피소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드라마'의 주인공들에게 온전히 그들의 일상을 돌려줬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고, '네멋대로 해라'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함축적으로 담아낸 에피소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여행을 떠나면서 그동안 서로 알 수 없었던 더럽고 치사한면(^^;)을 알게 된다. "좋아해도 되나요?"를 수줍게 말하던 경은 어느덧 미래의 이름을 언급하는 복수에게 대책없이 삐지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자신이 먹고 싶은 것을 먹겠다며 복수를 끌고 다니기도 하며, 복수는 그런 경에게 "여행와서 점수 깎였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손이 아닌 발을 사랑하는 삶



그들은 서로의 속되고 추한면들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각자의 일상에 침입하기 시작하고, 그럼으로서 오히려 더 각자의 삶에 강한 애착을 가지게 된다. 그래서 일상의 존재는 위대한 것이다. 복수가 경에게 '야한 남자'가 되고 싶기 때문에 수술을 거부하는 것은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이지만, 그것은 바로 그들을 가로막고 있는 현실적인 벽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이 '야한 남자'가 되지 못했을 때 조차도 함께 살아가는 것이 더 가치있다고 이야기할 때 그것은 그들의 생을 이어갈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이다. 사람의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볼수록 더럽고 혐오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 삶마저 껴안을 때 사람들은 각자의 삶이 아닌 함께 사는 삶이 가능한 것이다. 왜 복수와 경은 자꾸 손이 아닌 발을 만지고 씻어주는가. 그것은 깨끗한 손이 아닌 더러운 발마저도 사랑할 수 있을 때 그 사람의 모든 일상, 더럽고 추할수도 있는 일상을 함께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섭은 복수를 사랑했으되 복수가 자신의 이상에 맞춰 살아가기를 바랬고(공부해서 대학을가는), 자신이 사랑하는 자식의 죽음을 더 이상 버티지 못했지만 경은 복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멋대로' 복수와 함께 하겠다는 결심을 하면서 그들의 절망적인 상황에 희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 더럽고 구질구질하며 절대

로 해피엔딩일수만은 없는 그 삶에 대한 애정이 그들을 살아가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힘인 것이다.



그래서 18회에서 포항으로 내려간 경과 복수를 맞이하는 다양한 사람들은 복수와 경의 인생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인물들이면서, 동시에 자신이 살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세계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고, 그들은 각자 자기 삶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네멋대로 해라'라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복수와 경의 이야기를 보지만, 그것은 복수와 경의 이야기일뿐만 아니라 모든이의 이야기일수도 있는 것이다. 주인공들이 기본적인 스토리를 무시하고 갑자기 여행을 갈 수 있다는 사실은 곧 이 드라마가 드라마의 만들어진 현실이 아니라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삶 전체를 조명하는 작품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복수와 경이 활동하던 '네멋대로 해라'의 세계속에서는 복수와 경같은 인물이 오직 그들뿐이지만, 넓은 세상에는 그들과 비슷한 모습을 가지고 자신이 주인공이 되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복수처럼 소매치기를 하는 사람도 있고, 복수와 경의 미래를 연상시키듯 싸우는 부부들이 존재하며, 복수처럼 자신을 떠나가버린 아내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진사를 만나기도 한다. 비록 우리가 TV를 통해 보는 그들의 인생은 복수와 경이라는 주인공을 스쳐지나가는 인물들일뿐이지만, 그들에게는 그들 각자의 삶이 있고, 카메라가 그들을 벗어난 순간에도 그들의 삶은 포항에서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와중에 그 구불구불한 미로같은 길들에서 겨우 만난 복수와 경은 그렇게 함께 삶을 살아가는 것이고 말이다.



모두에겐 각자의 삶이 있다



또한 그들이 돌아온 이후의 모습을 보여주는 19-20회의 에피소드는 철저하게 그들의 일상 하나하나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네멋대로 해라'의 각 인물들이 어느덧 '네멋'의 세계를 떠나 각자의 삶을 살게 되었음을 보여준다. 17회부터 점점 복수와 경에 초점을 맞추던 '네멋대로 해라'는 19회와 20회에 이르러 복수와 경에게 그들만의 삶을 부여하면서 그밖의 인물들을 점점 그들 세계밖의 '주변인'으로 만들어나간다. 그렇게 복수의 삶에 영향을 끼쳤던 미래는 어느덧 복수와 옛날일을 이야기하는 인물이 되고, 복수와 경의 관계이전부터 경을 알았던 동진은 새로운 애인을 만나 경에게 도움을 주는 존재가 되며, 액션스쿨 사람들은 복수가 떠난 후에도 자신들의 삶을 계속 살아간다. 버스에서 고복수의 노래를 함께 부르는 사람들, 지하철에서 경에게 립스틱을 발라주는 복수의 모습을 보며 웃는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보는 복수와 경의 모습은 그 세상사람들중 하나를 뽑아서 좀더 가깝게 들여다본것일 뿐이다. 이 드라마가 갑자기 이전의 형식을 무시하고 마지막회에 각 인물들의 나레이션을 집어넣은 것은 이 드라마가 특정 주인공을 만들고 보여주는 드라마라기 보다는 수많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중 한명을 관찰하는 것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결과를 통해 이 드라마는 한국 드라마에서 거의 처음으로 '마지막'의 개념이 불분명한 열린구조를 가진 드라마로서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일상은 끝없이 계속되고, 각자에게는 각자의 삶이 있다. 만약 복수가 죽었다하더라도 전경은 복수가 그러했듯 그 죽음을 이겨내고(그것이 비록 담배만 피는 삶이라 할지라도) 세상을 살아갈 것이고, 다른 인물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이미 '네멋대로 해라'가 작품안에서 그렇게 각자의 삶을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20회라는 시간이 흐르는동안 '네멋대로 해라'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관계를 맺어나가다가 어느시점에서부터 다시 각자의 삶을 살게 되면서 또다른 관계를 맺어나가게 되었고, 동시에 그 나름의 변화를 겪게 되었다. 유순은 가게를 정리하고 야쿠르트를 팔게 되었고, 강의 아내는 강과 헤어지고 자신의 어머니를 혼자 모시고 사는 독립적인 여성이 되었으며, 미래와 그녀의 동생 현지는 과외학원에서, 그리고 미팅에서 다시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유순과 미래, 현지와 동진은 서로를 보아도 알지 못한다. 복수와 경을 통해 연결되었던 각자의 삶은 복수와 경이라는 공통분모를 제외하면 결국 다시 분리되는 각자의 삶이며, 동시에 그 세계에서는 그들 스스로가 주인공인 삶을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들은 '네멋대로 해라'라는 세계속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인물들이었지만, 동시에 자신의 삶에서 또다른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사람들이었던 것이다.



보는이와 소통한 드라마



그렇기 때문에 이 드라마의 마지막회는 '끝'이 아니라 오히려 카메라가 비켜선 후 계속 이어질 이들의 삶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며, 동시에 시작과 끝이 분명한 스토리가 아닌 개개인의 끝없이 이어지는 일상에 중심을 맞춘 드라마로의 변화를 보여주게 된다. 이는 한국의 드라마보다는 오히려 미국의 시즌제 드라마에 어울리는 형식으로, 실제로 17-18회의 에피소드는 드라마의 중심 스토리를 따라가는 한국 드라마의 현실에서는 매우 엉뚱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매회 하나의 에피소드를 등장시키는 미국의 드라마에서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에피소드이다. 이것은 일종의 외전으로, 복수와 경의 또다른 일면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네멋대로 해라'는 20회라는 짧다면 짧은 시간동안 트랜디 드라마의 외양을 하면서 삶을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동시에 한국 드라마에서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여러 시도들을 하는 작품이 될 수 있었다. 과연 한국의 어떤 드라마가 그 끝에 등장인물들의 인생에 대한 명확한 답도주지 않은채 오직 희망적일 수도 있는 미소 하나만으로 드라마를 끝맺음하고, 모든 이의 삶 하나하나에 각자의 세계를 부여할 수 있었는가.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삶의 주인공이라는 '네멋대로 해라'의 세계관은 결국 드라마의 정형성을 탈피하는 요소로 작용하면서 이 드라마를 작품성이 가장 뛰어난 드라마는 아닐지몰라도 개념상에서 역사상 가장 독특한 드라마로 남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진정한 의미는 이 모든 것들이 바로 일반 시청자가 아닌 '네멋대로 해라'의 '매니아'들과의 소통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점일 것이다. '네멋대로 해라'의 후반 에피소드가 이런식으로 진행이 가능했던 것은 제작진의 역량보다는 오히려 그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더 큰 역할을 했다고 해야할 것이다. '네멋대로 해라'에 대한 절대적인 성원이 제작진들로 하여금 보다 대담한 시도를 할 수 있게 만든 것이다.



  17회부터의 에피소드는 제작진들이 이 드라마의 매니아 시청자들을 염두에 두고 만든 것에 가깝다. 17-18회에 들어있는 수많은 상징들, 이를테면 복수의 삶과 죽음을 환상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나 마치 복수와 경의 모습들을 조금씩 나눠놓은듯한 포항의 인물들에 얽힌 에피소드등은 이 드라마를 초반부터 보아온 사람들이 아니라면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에피소드이다. 이 드라마의 제작진들은 TV라는 불특정다수가 보는 드라마를 소수의 사람들이 열광적으로 보는 작품을 만드는듯한 자세로 자체 패러디와 상징을 과감하게 넣어 작품을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끌고나간 것이다. 또 19-20회, 특히 20회의 에피소드에서 서로를 모르는 '네멋 세계'속의 사람들이 함께 만나고, 경과 복수의 부부로서의 일상이 담담하게 비춰짐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즐겁고 행복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드라마의 열성적인 팬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등장인물들의 후일담을 다루는듯한 마지막회의 에피소드는 드라마를 보다 안보다 하는 일반적인 드라마 시청자들에게는 매우 낯선 것임에 틀림없지만, '네멋대로 해라'를 열성적으로 보아왔던 매니아들은 오히려 동진과 현지가 만나는 것에 대해, 유순과 미래가 만난다는 것에 열광하며 그것의 의미를 알아내려한다. 그중에는 제작진의 의도와 부합하는 것도 있고 그렇지 못한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해석의 맞고 틀림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그렇게 능동적인 자세로 드라마를 보고, 그것이 다시 제작진에게 영향을 끼쳐 제작진들이 팬의 사전지식을 바탕으로 드라마에 대사와 스토리뿐만 아니라 여러 영상의 이미지나 등장인물들의 관계속에 여러 상징적인 요소들, 그리고 팬서비스적인 부분들을 과감하게 넣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 그 자체다. 18회의 수수께끼같은 모든 요소들, 그리고 20회에서 보여주는 각 등장인물들의 '후일담'이 주는 편안한 느낌은 이 드라마의 팬들만이 느낄 수 있는, 그리고 제작진들이 그 팬들을 위해 마련한 선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네멋대로 해라'는 제작진이 시청자가 아닌 '팬'을 '믿고' 자신들이 해보고 싶었던 모든 것들을 해본 거의 유일한 드라마이자, 만든 사람과 보는 사람들이 서로 적극적인 소통을 이룬 유일한 드라마로 남게될지도 모른다. 마지막회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뒤 등장하는 "그동안 함께 마음을 나누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행복하세요!!"라는 문구는 이 드라마의 제작진들이 과연 누구를 위해 이 드라마를 만들었는지, 그리고 어떤 자세를 가지고 이 드라마를 만들었는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드라마가 기존의 형식을 깨고 모든 사람들의 삶을 따뜻한 시선으로 다루고, 그것을 보는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마음을 나눌 때, 이 드라마는 어느새 그들만의 '거대한' 세계를 만든 작품이 된 것이다. 이제 '네멋대로 해라'는 종영되었고, '네멋대로 해라'를 통해 모인 수많은 '네멋 폐인'들은 다시 각자의 삶을 살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네멋대로 해라'속의 인물들이 그러하듯, 그들이 결코 잊을 수 없는 시간으로서 그들의 삶을 새롭게 살아가도록 만드는 또 하나의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행복한 삶의 한순간은 끝났다. 그러나 그 감동은 계속되어 우리의 삶을 조금은 변화시킬지도 모른다.



ps. 아마도 18회의 에피소드에 대한 해석을 기대하신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에 대해 어떤 확정된 해석을 내린다는 것은 매우 의미없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그저 보고 자기 나름대로 해석해서 그걸 즐기면 그걸로 족할 뿐이고, 그렇기 때문에 본문에서는 그에 관한 해석은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18회 에피소드의 여러 등장인물들은 결국 복수의 과거 - 현재 - 미래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면서 복수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의미를 가졌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소매치기나 사진사가 서울말을 쓰는 것, 즉 복수와 같은 곳에서 온 사람이라는 것은 이들이 곧 복수와 같은 일면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생각되구요. 또 이점에서 본다면 복수앞에서는 서울말을 쓰는 호텔 지배인은 복수 자신은 아니지만 복수와 가장 가까웠던 사람,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다른' 사람(혹은 다른 삶의 방식)일 수 밖에 없었던 복수의 아버지를 뜻하는 것 같기도 하네요. 하지만 이런 부분보다 더 인상적이었던 것은 "왜 내뜻대로 되는게 없지?" "세상이 다 그래요"라는 복수와 경의 대화였습니다. 정말 세상은 뜻대로 되는게 없지만 그래도 뭐 어떻겠어요. 둘은 그래도 함께 같이 사는데. 이거야말로 이 드라마의 주제를 집약시킨걸지도 모르겠네요.



글 : 강명석(LENNON@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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