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Speaker
old/old_favoriates 2003. 10. 27. 03:05
여기 오는 몇몇 사람들은 기억하고 있겠지만,
그리고 여기 가끔 들르는 한 사람은 절대로 잊을 수 없겠지만...
나도 잊지 못하는 연극이다
나 이거 상당히 좋아했거든...
그래서 이 대본도 다운받아서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어딨는지 모른다 --;)


우리과 친구들이 직접 만들어서 무대에 올린 거구,
등장인물들이 거의 다 나의 동기들이어서 훨씬 더 의미가 있는 듯...^^


그중 내가 진짜 좋아했던 부분....
허딸, 이때 엄청 멋졌어!!!!




(무대는 어둡고 막 뒤의 무대만이 밝게 비춘다. 막의 한쪽에서 이아의
모습이 나온다)
    

이아 :  난  알았어요!  내가 여러 사람과 살아가고있는 사람이란 걸요.
       그 사람의 얘길 듣고, 그사람의 마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
       어요. 처음으로 누구의 얘길 들을까요. 누구의 목소릴 들을까요.
       누구의 마음을 들을까요 이젠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수도
       있어요. 그 사람에게 말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사람과의 만남에서 없어도 그만인, 그런 말소리가  아니
       라 마주보고 있는 사람과 나를  연결시켜 주는, 나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요!!! 혼자서는  힘들겠지요..하지만 이야기할 사람은 내
       주위에  너무나도 많아요...오늘을 살아가는 누구와도 다름없던
       나도 이걸 깨달을  수 있었어요...물론 깨달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던 분이 있지요...그래요. 나도 도와주겠어요...사람들이...
       서로와 같이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게 하기 위해서 도와주겠어요.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이런 내 마음을...내감정을...어떻게 알
       려줄까요..나를...음악...그래요.  음악이에요...음악...예전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음악을 단지  적막을 막는 장치로만 사람들은
       듣겠지요...하지만...나는..지금의 나는...음악에서 마음을 볼 수
       있어요...언젠가는...사람들도 내가 만든  음악에서 내 목소릴 들
       을수 있을 거에요...언젠가는 모두가 같이 살아갈 수 있을 거에요...
  

(관객 쪽으로 몸을 향하고)


이아 :   그래요. 난 지금 내가 살던 방을  나왔어요. 그 방에는 내가 틀지
        않은  음악이 끊임없이 나오는 스피커가 있었지요. 난 그 방을 내
        발로 지금 나왔어요. 난 이제 알았거든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설레설레)
(다시 한번 관객을 향하며)


이아 :   아마 거의 모든 사람이 그럴  거에요...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시
        대의 사람들...같이 있는 사람과 이야기를 해요...하지만  그 사람
        이 하는 그  이야기가 나에겐 아무런 상관이  없지요...이 사람은
        이런 얘기를  열심히 하고 있고. 나는 머릿속으로 딴  생각을 해요.
        이 사람이 이 말을 통해서 나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는지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모두가 이러니까 말하는 사람도 굳이 자기
        마음을  이야기하려 하지 않아요...어차피 귀기울이지도 않으니까요.
        그래요...모두가 서로와는 상관없는 말소리만을 내고.. (3~5초 정도
        침묵)


이아 :  엇갈림이지요...


(다시 침묵)


이아 :  이건 우리 시대에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에요... 너무나 당연해서
       대부분이 깨닫지 못하고 있지요...나는 이제야 조금 알게 된  것이구
       요... 지금 제 목소릴 듣고 있는 당신들은 어떤 가요? 서로의 이야기
       를 귀담아 듣고 있나요...? 서로의 맘을 열어놓고 있나요...?


(무대 뒤 조명이 꺼지고, 전체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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