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황산벌
old/old_favoriates 2003. 10. 20. 21:51
꽤 오랫만의 한국영화인듯..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아니란 생각이 문득 --;
내가 그렇지 머


황산벌은 내가 전혀 볼 마음이 없었던 영화 중 하나다
박중훈도 별루고, 정진영은 좀 좋지만...(사실 이 둘 나오는 것밖에 몰랐다)
그냥 요즘 한국영화가 인간적으로 너무 별루라 보고 싶은 생각도 없었고
이제는 기대도 안 되고...
또 박중훈에, 그것도 박중훈의 코미디라니... 너무 식상하기도 하고
그랬는데 정말 2년만에 만나는 회사 동기가 보고 싶다고 해서
뭐 접대용 영화라는 것도 있으니깐..하는 마음으로 보러 갔다


그래서 찾아간 곳은 정말 오랫만의 명보극장!!
나 명보 극장 정말 좋아했는데 한동안 못 가봤거든
정말 많이 변했다
내가 젤 싫어하던 이상하게 생긴 화장실 문도 바뀌었고,
2층에는 휴게실 같은 게 생겼더라~
역시 모든 것은 인간에게 더욱 편리한 쪽으로 바뀌게 마련이다


암튼 다른 건 인제 그만 얘기하고 영화얘기를 하자
음, 상당히 웃긴다
진짜 근엄하게 막 갑옷입고 막사로 들어서서는 사투리로 얘기하는데
정말 확~ 깬다
그 시절엔 텔레비전 같은 걸루 사투리가 전국적으로 알려진 게 아니기 때문에
정말 암호를 해독해야 했을지도 모르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머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장면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장군과 병사들의 핏발선 눈동자


그리고 보성 벌교(???) 아이들을 불러모아서 펼친
그 현란한 육두문자의 퍼레이드~
첨엔 너무 웃겼는데 진짜 나중엔 무섭더라 ㅠㅠ
정말 우리가 쓰는 "갈아마셔버려"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고
그 사람들은 갈아마셔서 ***** 해버려 머 이런 정도로까지 말을 진행시킨다
역시 대단하다!
그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 지성으로 논거다


꽤 잔인한 장면도 많이 나오고
나름 슬픈 장면도 나오고
아 정말 저랬을까..싶게 코믹하게 만들어 놓은 장면들도 나오는데


보면서 내내
우리가 국사책에서 본 "나당 연합군은 백제를 공격해 승리하고"라는 한 문장이
너무나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담고 있는 거구나..라는 게 너무나 와 닿아서
진짜...미치는 줄 알았다
물론 "나라를 위해서"라는 대의가 있었지만
그들한테 그 대의라는 게 대체 무슨 의미가 있었겠어
어차피 누가 임금이든, 어느 나라에 살든 봄에 씨뿌리고 가을에 추수하는 게 그들 인생인데


그 사람들 눈에 맺힌 핏발을 보면서(정말 눈이 빨갛다)
아 전쟁이 진짜로 무서운 거구나
내 평생 전쟁이 없다는 것이 정말로 축복이구나..라는 생각조차 들었다
물론 지금 전쟁을 한다면 아 내가 죽는구나 라는 생각도 안 드는 짧은 순간에
내 존재라는게 없어질 수도 있지만...


대체나라란게무엇이고사상이란게무엇이길래이렇게많은사람들을고통스럽게하는걸까몇백년아니천년이넘게지난지금까지똑같이살아가고있는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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