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읽기] 미안하다,사랑한다 13회 - 2
old/old_column 2004. 12. 23. 14:53
38. # 오들희집 대문앞



    무혁, 그 자세로 꼼짝 않고 비를 맞고 있다....한치의 흔들림도 없다....그러다 다시     극심한 두통을 느낀다...자신도 모르게 짧은 신음 소리 뱉고, 머리를 감싸쥐고, 고개 를 숙이는....무혁, 이를 앙물고 참는다....그렇게 얼마간을 견디고....고통이 점차 사그 라든다.

    이때, 무혁의 머리 위로 씌워지는 우산.

    무혁, 고개 들어 보면....은채가 우산을 자신에게 받쳐주고 서 있다.



무혁    (힘겹지만...반가운 표정으로 환하게 웃는다)

은채    (눈물이 그렁해서 안타깝게 보는)

무혁    약...발랐냐?....

은채    .....

무혁    이마 다친 데....약 발랐어?

은채    (고개 젓는)

무혁    (힘겹게 웃으며) 그럴 줄 알았지.....그럴 줄 알았다...(고개를 약간 돌리는데, 통증 끝  물이 남아 이를 잠깐 악물지만...금새 밝은 미소 지으며 주머니에서 소독약과    연고    꺼낸다) 아저씨가 우리 돌팅이 약 발라 주러 왔다, 그래서.

은채    (가슴이 콱 메인다....웃는....눈물이 툭 떨어진다)

        

39. # 모텔 욕실(밤)



    밖에선 여전히 빗소리 들리고.

    은채, 물에 젖은 무혁의 윗 옷을 힘껏 손으로 비틀어 짠다. 욕조에 무혁의 젖은 바   지도 있다.



40. # 모텔 방안 (온돌방)



    안온한 조명등이 켜진 모텔방.

    온 몸에 담요를 두르고 벽에 기대어 앉은 무혁...흐뭇한 미소로 어딘가를 본다.

    모텔방을 가로 질러 간이 빨래 줄 쳐져 있다.

    은채, 세수대야 딛고 올라 가 돋움발을 하고 무혁의 윗옷을 넌다.



    시간 경과.

    간이 빨래줄에 걸린 무혁의 바지와 윗옷에서 물이 뚝뚝 흘러 내린다. 그 밑으로 수   건(혹은 세수대야나 바가지) 받쳐 놓았다.

    무혁(몸을 담요로 싸고)과 은채, 서로 마주 보고 앉아 있다.

    무혁, 은채의 앞머리를 위로 올려 핀(은채가 흘리고 간)을 꽂아준다.

    은채, 씁쓸한 미소 짓는.



무혁    (소독약 뚜껑 열며) 좀 따가울 거야. 참어.

은채    (울컥하지만...애써 미소 짓는)

무혁    (은채의 이마에 소독약 발라주며...후후 불어 주며) 따갑지?

은채    아니요.

무혁    (연고를 다시 은채의 이마에 후후 불며 발라주고...일회용 밴드를 붙여준다.)

은채    (눈물이 그렁한)

무혁    (은채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가만히 감싸 안고 본다)

은채    (눈물이 툭 흐른다)

무혁    우리 돌팅이 진짜 못 생겼다....이마는 깨지구, 볼따구엔 시퍼런 멍까지 들구...너무     못 생겨서 차마 눈을 뜨구 볼 수가 없다. (장난처럼 두 눈을 각각 번갈아 떴다 감    았다 하는)

은채    ......(씁쓸하게 웃는)

무혁    그래, 웃어...웃으니까 좀 낫네....웃으니까 훨 이쁘다.....예전에 내가 사겼던 미스 호  주보단 많이 딸리는데...그래두 슈렉보다는 낫다.

은채    (그 말에 풋 웃다가....애틋하게 보는)

무혁    (같이 활짝 웃으며...애틋하게 보는)



41. # 은채 거실



    대천, 서늘한 표정으로 자물쇠 고리가 뜯겨 나간 은채 방문을 보고 있다.

    혜숙, 숙채, 민채....나란히 줄줄이 무릎 꿇고 앉아 있다.



혜숙    이혼 해요! 이혼 하자구!!.....차라리 이혼하구 말지, 내 새끼 죽는 건 못 봐, 난.

숙채    엄만 죄 없어요. 절 호적에서 빼주세요....제가 망치루 자물쇠 깼어요, 아부지.

민채    너 혼자 깼냐? 나두 같이 깼지....저두 호적에서 빼주세요, 아빠.

대천    (굳어서 아무 말 않는)

혜숙    (갑자기 울컥해서) 대체 뭔데?...뭔데에?....나한테두 설명을 좀 해줘 봐요, 응?.... 당신이 왜 갑자기 벼락 맞은 사람처럼 이러는지....윤이 매니전 왜 은채 땜에 비까지     쫄딱 맞구 저러는지....은채 기집앤 왜 지 머릴 들이박으며 그렇게 윤이 매니저 만   날라구...   (하는데)

대천    (돌아서서 자기 방으로 휭 가버린다)

혜숙    (대천의 등 뒤에 대고 소리치는) 말을 좀 해봐요!! 나두 은채 엄마잖아!...우리 새끼 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나두 좀 알자구!! 우리 은채한테 뭔 일이 생긴거야,  대체?!!



42. # 모텔방 안



    빨래줄에 널린 무혁의 옷에선 더 이상 물이 흐르지 않는다.

    무혁(벗은 윗 몸은 담요로 감고, 추리닝 바지 입었다. 손에 보리차 쥐고), 흐뭇한 미 소로 은채를 보고 있다.

    은채, 빌려온 다리미로 열심히 무혁의 런닝을 다리고 있다.



은채    (무혁 보지 않고) 여기 주인 아저씨 되게 고맙다....빨랫줄두 주시구...추리닝두 빌려    주시구....복 받으실거야.

무혁    (피식 웃는)

은채    (어색함에 수다 떠는) 내가 코디네이터 5년 차 잖어요....젖은 옷 말리는 건 도가 텄 어요, 그래서...박사 학위 받어두 될 걸, 아마? (무혁에게 주며) 자, 입어요.

무혁    (은채에게 받아서 입고...피식 웃는)

은채    (무혁의 윗 옷도 다림질하려고 빨래줄에서 내리려는데)

무혁    겁나냐?

은채    (흠칫)

무혁    내 얘기 듣는 게 겁나서 자꾸 나한테 등만 보여주구 있는거야?

은채    (그렇다. 듣기가 겁난다...무혁의 웃옷을 쥔 손에 불끈 힘이 쥐어진다...돌아보고) 아    니요.

    무혁(런닝과 추리닝 입은)과 은채, 나란히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아 빨랫줄에 널   린 무혁의 옷을 본다. (물컵에 따뜻한 보리차 담아 각각 들고)



무혁    (남의 일처럼 담담하게 말하는) 와이프 결혼식장에서....총을 맞았어.

은채    (흠칫....무혁을 보는)

무혁    유탄이 너무 위험한 데 박혀서 수술을 못했다더군....(자리 머리를 가리키며) 여기   있어, 그래서. 총알이.

은채    (가슴 아프게 보는)

무혁    (아무렇지도 않게 은채 보고 빙긋 웃으며) 무섭지?

은채    (고개 젓는)

무혁    (물 마시고)....그래, 무서워할 거 없어...죽는 것도 그래...그게 뭐 무서운 건가?...그냥    정상적인 거지....사람은 원래 한번은 다 죽는 건데.

은채    (울컥한다....눈물 참기 위해 떨리는 손으로 보리차 마시고)

무혁    심각하게 생각할 거 없다구....불쌍하게 여길 것도 없고.

은채    .......

무혁    아, 이런 말 하면 내가 손핸가?......취소!...방금 한 말 취소!!

은채    .....

무혁    나 불쌍해....열라 불쌍해...나처럼 불쌍한 인생은 찾는 것도 일일 거다...나 굉장히 가  엾은 놈이야... 니가 그러니까 나 많이 동정 해주구, 구박하지 말구, 어쨌든 불쌍하  게 여겨 주구, 안됐게 생각하구...(하는데)

은채    .......(말하는 무혁의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댄다...입맞춤하는)

무혁    (당황하는데)

은채    ......(떨어지며, 따뜻하고 서글프게 웃는) 아저씨 하나두 불쌍하지 않아...배신한 와이  프 대신해서 총까지 맞을 만큼...그렇게 가슴에 사랑이 많은데...그렇게 가진 게 많은    데....뭐가 불쌍해?

무혁    ......

은채    나...아저씨 동정 안해....한번도 동정한 적 없었어...앞으루두 동정, 안 할 거예요.

무혁    ......(보다가 은채에게 다시 따뜻하게 키스한다)



    유리창에 떨어져 내리는 빗방울.

    두 아이, 이불 위로 부드럽게 스러진다...무혁, 은채의 이마와 뺨에 부드럽게 입맞   춘다. 은채, 조용히 눈을 감으며 거부 하지 않는다.

    두 아이의 꼭 잡은 손.

    무혁, 은채 옷의 단추 하나를 푸는데....갑자기 지독한 두통이 다시 엄습한다.

    윽! 저도 모르게 비명 소리를 내며 은채의 가슴 위로 툭 머리를 대는 무혁.

    은채, 당황하며 눈을 뜬다.

    무혁, 고통을 참으려고 이를 앙물지만...참아지질 않는다...두통으로 인해 오바이트  끼 마저 느끼는.....  

    무혁, 벌떡 일어나더니 화장실로 달려 간다.

    창백한 은채, 그대로 꿈쩍도 않는다.



43. # 모텔 화장실



    무혁, 변기 문을 잠그고, 변기로 가더니 괴롭게 토한다...몹시 고통스런 표정.



44. # 모텔방    

    

    머리와 옷을 추스린 은채, 화장실 문 앞으로 간다. 무혁의 토하는 소리, 고스란히    들려온다.  

    은채, 문을 열려고 하는데...문이 잠겨 있다.



은채    많이 아파요?....많이 힘들어, 아저씨? (안타까움으로 눈물이 그렁해지는)



45. # 모텔 화장실

    

    기진맥진해서 화장실 벽에 머리를 대고 있는 무혁, 죽을 힘을 다해 씩씩하게 소리    친다.



무혁    ...괜찮아....괜찮아...걱정 하지마....괜찮아.



46. # 모텔방



은채    (화장실 문을 두드리며) 문 좀 열어봐요, 그럼.....내가 들어가께...내가 들어 가께, 아  저씨.



47. # 모텔 화장실



무혁    (힘겹지만)....쪽팔리게 어딜 들어 와?!.....금방 나간다!.....금방 나가...(하다가 다시 괴  롭게 토하는)



48. # 모텔방



    은채, 화장실 문에 등을 댄채 무너지듯 주저 앉는다....무혁의 괴로움이 자신에게도  고스란히 전해 지는 것 같다.



49. # 윤 병실



    오들희, 윤의 침대에 엎드려 잠들어 있다. 윤, 눈을 뜨고 천장을 보고 있다.

    빗소리는 여전히 들린다.



50. # 모텔방 안



    은채, 여전히 그 자세로 화장실 문에 등을 댄채 앉아 있다.



무혁(E) 집에 가라, 은채야.

은채    (흠칫)



51. # 화장실 안

    

    무혁, 창백한 안색으로 화장실 문에 등을 댄 채 힘겹게 앉아 있다.



무혁    (힘겹지만 씩씩하게)...집에 가....니네 식구들 줄 초상 나면 어뜩하냐?...집에 가.



52. # 모텔 방안



은채    ......(화장실 문쪽으로 몸을 돌리고 서며) 얼굴 보구 가께요, 그럼...아저씨 얼굴만 보  구....가께.



53. # 화장실 안



무혁    (씩씩하게).....싫다....너무 못 생겨져서 보여 주기 싫어, 임마!....가아.



54. # 모텔 방안



은채    (눈물이 그렁해지며 화장실 문에 가만히 뺨을 댄다)...아저씨.



55. # 화장실 안



무혁    가아....어서 가아...가아.



56. # 모텔 방안  

        

은채    .....(힘겹게) 가면....다시 오기 힘들거야, 아저씨.



57. # 화장실 안



무혁    ........(흠칫...당황하는)



58. # 모텔 방안



은채    윤일 외면할 수가 없어요.....그럴 수가 없어요. 이제 와서 다시 윤일 떠날 수가 없어    요.



59. # 화장실 안



무혁    (다시 상처다...눈빛이 흔들리는.)



60. # 모텔 방안



은채    .....내가 윤이 저렇게 만들었어요.....아저씨한테 가구 싶다구....아저씨 손 잡구 싶다  구....윤이 가슴에 못을 박았어요, 내가.....아저씨한테 오구 싶어서 윤일 저렇게 만들   었어요, 내가.



61. # 화장실 안



무혁    (결국 윤이도 내가 저렇게 만든 게 아닌가....내가 판 함정에 내가 빠졌구나...괴롭게    눈을 감는)



62. # 모텔 방안



은채    (눈물이 툭 떨어진다) 미안해요....아저씨한테 주구 싶은 게 참 많았는데....아저씨  가 받은 건 상처밖에 없네....상처밖엔 줄 게 없네요, 내가...미안해요, 아저씨.



63. # 화장실안



무혁    .......(그대로 눈 감은 채)



64. # 모텔앞



    비는 어느새 그쳤다.

    은채, 약간 다리를 절룩거리며 모텔을 걸어나온다.

    은채, 오열이 터져 나올 것만 같아 손바닥으로 입을 힘껏 가린다. 은채, 울지 않으   려 애쓰며...그렇게 견디며 절룩절룩 걸어간다.



65. # 화장실 안



    무혁, 천천히 눈을 뜬다...멍해서 넋나간 듯 앉아 있는....쓰디 쓴 웃음이 흐른다.



66. # 은채 거실



    은채, 집 안으로 들어선다. 대천, 거실에 혼자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있다. 은채의     기척을 듣지만 돌아보지 않는다.



은채    (대천 앞으로 걸어간다.) ...아빠.

대천    (그대로 술만 마시는)

은채    .....아빠가 걱정하시는 거 뭔지 알아요....저 때문에 다른 식구들까지 힘들게 하지 마   세요....알아서 잘 할께요, 제가.....주무세요. (인사하고 돌아서서 방쪽으로 가는데)

대천    (은채 보지 않고) 아빠가 죄가 많다.

은채    ........

대천    (은채 보지 않고 술 마시며) 미안하다, 은채야.

은채    (씁쓸하게 웃고 절룩이며 방쪽으로 가는)



67. # 은채방



    은채, 들어서면, 숙채와 민채는 벌써 잠들어 있다.

    은채, 조용히 자신의 자리로 가 눕는다.....멍하니 천장을 보다가 이불을 끌어올려 머    리 끝까지 덮는다.  

    조금씩 들썩이기 시작하는 이불....비로소 은채, 흐느껴 운다.



68. # 모텔방



    무혁, 문 열고 나와보면.....무혁의 윗 옷과 바지, 잘 말리고 다려서 반듯하게 개어  져 있다. 옆으로 양말도 잘 말려서 반듯하게 놓여 있다.

    무혁....허탈하고 쓸쓸하다. F.O.



69. # 윤 병원 외경(아침)



70. # 검사실



    무혁, 검사를 받고 있다. (흉부외과에서 심장 조직 적합성 검사와 혈액 정밀 검사를  받는....혈액도 체취하고)

    유리창 밖에서 윤의 주치의, 보고 있다.



71. # 윤 병실



    윤, 밤 사이 훨씬 핼쓱해져 있다.

    윤 주치의, 윤의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오들희, 옆에서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다.

    

주치의  잠깐 저 좀 보실까요? (밖으로 나가자고 눈짓 주는)

오들희  (불안하게 은채와 주치의를 번갈아 보는)

윤  (핼쓱한 표정으로 천장만 보고 있다)



72. # 의사 진료실



    오들희, 주치의 앞에 앉는다.

주치의  윤 군의 상태가 전혀 호전이 없습니다.

오들희  (철렁하는)

주치의  그리구, 얼마전에 말씀 드렸던 장기 공여자 문제 있지요. 대전에서 뇌사 판정 받은   스물 세 살 청년이 있다구...

오들희  (번쩍)....네...네, 선생님.

주치의  가족들이 기증 의사를 밝혀서 적합 여부 검사까지 했었는데....오늘 거절 의사를     밝혔습니다.

오들희  (실망하는)

주치의  그래두 희망을 잃지 말구, 다시 기다려 봅시다.

오들희  (암담해지는)



73. # 진료실 앞 복도



    오들희, 온 몸에 기운이 빠져 휘청휘청 걸어오다가 현기증으로 넘어질 뻔 하는데,    오들희를 부축하며 잡아 주는 손.

    오들희, 당황해서 보면....무혁이 자신을 부축하고 있다. (무혁의 손에 서류 봉투 하 나 들려 있다)



오들희  (죄책감에 당황하는데)

무혁    (태연한 표정으로 미소 짓는)



74. # 병원 휴게실



    오들희, 스스로 찔려서 자책감으로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무혁, 비타민 음료를 하  나 들고 온다. 들고 있던 서류 봉투는 테이블에 두고, 비타민 음료의 뚜껑을 따서    오들희에게 내민다.



오들희  ....고...고마워...고마워요...(무혁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

무혁    지난 번에 갖다 줬던 선물들...

오들희  (찔려서...돌겠다)

무혁    누나 옷이랑 갈비랑 연탄이랑 과일이랑....고맙게 잘 입고 잘 쓰고 잘 먹고 있습니   다.

오들희  ........

무혁    영양제랑 비타민도 잘 먹고 있고.....그 약두...(잠깐 말을 끊는)

오들희  (불안하게 보는)

무혁    심장에 좋다는 그 약두....잘 먹고 있어요.

오들희  (들고 있던 비타민 병을 떨어뜨릴 뻔 한다)

무혁    (남의 일처럼 편안하게 말하는) 근데, 검사를 받아봤는데...제 심장이 워낙 건강해   서...그런 약까지 먹을 필욘 없다더군요.

오들희  (뭔가 알고 있나? 눈치를 챈건가...피가 마른다)....저기...내가 잠깐 실수를 했어요...우    리 윤이 먹일라구 했던 건데....내가 모르구 그걸 미스타 차 집에....

무혁    (O.L. 웃음띠고 말하는) 사실은....제가....얼마 살지 못할 거 같아요.  

오들희  (창백해지는)

무혁    오늘 당장 길을 가다가 죽을 수도 있구....내일 아침에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고...

    운이 좋으면 이 삼 개월쯤 더 버틸수도 있구요.

오들희  ....미스타 차....

무혁    그래서, 오늘 (서류 봉투를 오들희에게 내밀며) 장기 이식 센터에 대상자 등록을 했  습니다.

오들희  (흠칫)

무혁    윤이랑 혈액형도 일치하구, 조직 적합성 검산가 뭔가....그것도 꽤 훌륭하게 잘 맞   다구 하더군요.

오들희  미....미스차...지...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무혁    ....만약에 제가 먼저 죽게 되면....제 심장을 윤이에게 주고 가고 싶어요.  

오들희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기쁘기보단 당황스럽고, 갑자기 무섭다. 눈물이 그   렁해지는)...왜 이래? 미스타 차?.....어디서 무슨 소릴 어떻게 들었는지 모르겠는데...  오해한 거야...오해라니까....

무혁    (피식 씁쓸하게 웃는)

오들희  (무혁의 표정 보다가...) 그래, 내가 미쳤었어....자식 때문에 내가...이성을 잃구 돌았  었어, 잠시......싫어요. 안 받어...안 되면 차라리 내 심장을 떼서 줬음 줬지....안 받어.   싫어어...(울음 터뜨리며) 싫어어... 싫어어...

무혁    (연하게 웃으며 일어선다) 사다 주신 누나 옷....진짜 이뻤습니다.

오들희  ....미..미스타 차....



    무혁, 씨익 웃으며 인사하고 돌아서 가는...웃던 표정이 서늘해 진다.

    오들희,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울기 시작한다. 그 위로 들리는.



무혁Na  어머니! 제발 울지 마세요.



75. # 병원 복도



     무혁, 껌을 꺼내 씹으며 서늘한 표정으로 걸어간다.



무혁Na  내가 원한 건 지금 당신의 가증스런 눈물이 아닌데....제발 울지 마세요.



76. # 윤 병실



    오들희, 훌쩍 거리고 울며 병실 문 열고 들어선다. 침대에 앉아 책보고 있던 윤,     “왜 그래? 왜 울어, 엄마? ” 놀라서 묻고, 오들희, 윤에게 다가오더니 윤을 와락 껴    안으며 울컥 눈물을 쏟는다.



무혁Na   당신의 눈물이 나를 위해 흘리는 눈물이라면....더더욱 지금은 울지 말아주세요.



77. # 병실 복도

    

    무혁, 걸어 오는데, 다시 코피가 흐른다. 아무렇지도 않게 손등으로 닦으며 덤덤하   게 받아들이는 무혁.



무혁Na  앞으로 당신이 흘릴 숱한 눈물을 위해....



78. # 병원 화장실



    무혁, 수돗가에서 덤덤한 표정으로 코피를 씻어내고, 덤덤한 표정으로 거울을 보다   가 서늘한 웃음 씨익 웃는....뭔가 다른 계획을 준비하고 있는 듯한....  



무혁Na  나로 하여 당신이 흘릴 피 눈물을 위해...



79. # 윤 병실

  

    윤, 기가 막힌 표정으로 서류 봉투에 든 내용물을 꺼내 보고 있다. 무혁의 검사 결   과와 장기 기증 의사를 밝힌 서류들.

    윤, 안색이 창백해져 이게 어떻게 된 거냐는 표정으로 오들희를 본다. 오들희, 연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고 있다.



무혁Na  지금은 제발 눈물을 아껴두세요, 어머니.



80. # 병원 로비



    무혁, 털레털레 걸어나오다가 뭔가 발견하고 걸음을 멈춰 선다.

    저 앞으로 은채가 오고 있다. (보온병 같은 가방 들고) 멍하니 넋이 빠져 나간 사람  같다.

    무혁, 한쪽으로 몸을 숨긴다.

    로비로 들어서려던 은채, 갑자기 걸음을 딱 멈추더니....휙 걸음을 돌려 어디론가 부 지런히 간다.

    무혁, 허허로운 표정으로 눈 앞에서 사라지고 있는 은채를 보는.



81. # 서경집 골목



    무혁, 몸을 움츠린 채 걸어오고 있다.



82. # 서경집 앞 일각



    걸어오던 무혁, 뭔가 발견하고 기운 빠졌던 표정에 화색이 돈다.

    눈 앞에 은채가 와 있다. 은채, 애틋한 표정으로 서경집 쪽을 바라보고 있다.

    표정에 무혁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이 묻어난다.

    무혁, 다시 몸을 숨기고...은채를 지켜본다...무혁의 입가에도 애틋한 미소가 흐른다.

    그렇게 얼마를 서경의 집을 바라보고 있던 은채.....시선을 떨구고 힘없이 발걸음 돌 린다.

    남의 집 담벼락에 몸을 숨기고 있는 무혁을 보지 못하고, 무혁을 스쳐서 지나는 은   채....바로 눈 앞에서 그런 은채를 지켜보는 무혁.

    무혁, 은채의 뒷 모습을 다시 눈 속에 담고 있다.



83. # 윤 병실



    윤,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보고 있다. 예전에 무혁과 즐거웠던 시절에 찍은 동영상.

    화면 테스트 용으로 찍은 무혁의 얼굴이 핸드폰 화면에 나온다. (무혁, 모자를 이리  저리 돌려서 써보고, 이런 저런 표정 다 짓고 있다.)



84. # 인서트 동영상 (밴 안에서 함께 얼굴을 맞대고 찍은듯한)



무혁    (핸드폰을 향해 장난스럽게 손 흔들며) 안녕! 나는 인기 가수 최윤의 막강 매니저    차무혁이다!

윤  (무혁의 얼굴을 밀고 들어오며) 나는 무혁이 형의 영원한 밥 최윤이다!

무혁    (피식 웃고) 니가 왜 내 밥이냐?

윤  형 없으면 못 사니까 형 밥이지....화장실두 못가구, 밥도 못 먹구.

무혁    (활짝 웃으며) 그래, 그럼 배도 고픈데 밥 한번 먹어보까?......(입을 앙 벌려 윤을 먹   을 듯이 하며 장난하는)

윤  아, 형...왜 그래애? (그 바람에 흔들리다가...끝나는 화면.)



85. # 윤 병실



    윤, 그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 나는 듯 저도 모르게 입가에 웃음을 떠올리다가...씁쓸 해진다.

    윤, 다음 동영상을 클릭한다. 은채의 모습이 나타난다.

    밴 뒷자리에서 잠들어 있는 은채.



86. # 인서트 동영상



    화면은 잠든 은채를 비추고 있고, 무혁과 윤의 음성이 들려온다. 함께 장난치며 은   채를 촬영 하고 있는 듯한...은채, 자면서 뭔가를 먹는 듯 입도 다시고, 뺨도 긁고,  히익 웃기도 하고 하는 위로.



윤(E)   지금 화면에 비치고 있는 이 여자분은....저 여자 분이 누구시죠, 차무혁씨?

무혁(E) 글쎄요....어디서 많이 본 얼굴 같은데....맛있는 걸 혼자서만 얌체같이 먹구 있는 거    같죠?

윤(E)   아유, 좋다구 칠뜨기처럼 막 웃네요...야! 칠뜨기! 송 은채!!

은채    (부시시 눈을 뜬다....전혀 상황 파악 못하고 있는 표정)

무.윤(E)     (낄낄대는 웃음 소리)

은채    (그제야 정신 차리며) 아, 뭐야...찍지 마...핸드폰 치워어...찍지 마아...(손을 내저으며 얼굴을 가리는)



87. # 윤 병실 앞



    은채, 차마 들어가지 못하고 멍하니 벽에 기대 서 있다...마음은 무혁에게 두고 껍질 만 와 있다.

    오들희, 세수하고 수건으로 얼굴을 닦으며 오다가 은채를 발견한다.



오들희  (반가운) 은채야!!

은채    (멍하니 오들희를 보는)

오들희  은채야아....(하며 달려 가 은채를 꼭 끌어 안는다)

은채    ....죄송해요, 아줌마...걱정 많이 하셨죠?

오들희  아냐...걱정 안했어....은채 넌 분명히 와 줄 줄 알았어....걱정 안했어, 아줌만.

은채    (멍한)



    이때, 병실 복도쪽에서 나타나는 대천...두 사람의 모습을 씁쓸하게 본다.

    은채, 대천과 시선을 마주친다....제가 알아서 할께요...하는 표정.



88. # 윤 병실



    은채, 애써 미소 지으며 윤의 손을 가만히 잡아 준다.

    윤, 눈물이 그렁해서 은채를 본다.



윤  시골엔 잘 갔다 왔니?  

은채    응...

윤  오래 걸릴 줄 알았는데....

은채    (눈물이 그렁해져...그래도 웃어주며) 나두 그럴 줄 알았는데....그냥 빨리 왔어.

윤  (가만히 은채를 안는다)

은채    (눈물이 툭 떨어진다)



89. # 서경방



    무혁, 팔베개를 하고 누워 천장을 보고 있다.

    이때, 막대 사탕 문 서경, 문 열고 들어온다.



서경    외삼촌!

무혁    (보는)

서경    노랑 할아버지가요, 외삼촌하구 나하구 사진 찍어 준다구 밖으로 나오래요.

무혁    .......



90. # 서경 마당



    서경, 갈치와 나란히 마루에 앉아 사진 찍을 포즈 잡고 있다.

    민현석, 수동 카메라를 조절하며 각도를 잡고 있고....무혁, 한쪽에 서 있다.



민현석  (무혁 보고) 뭐해? 누나랑 갈치 옆에 어서 가 앉어.

무혁    .......(여전히 서서 서경과 갈치만 보며...생각하는)

서.갈   어서 일루 와요! 일루 와!! (하며 손을 흔들어 댄다)

민현석  뭐해? 귓구녕에 말뚝 박았어?!!

무혁    ....갑자기 사진을 왜 찍는 건데요?

민현석  쓸데가 있으니까 찍지....가, 앉어.....이래봬두 사진 기자 경력이 5년이야, 내가...믿구     맡겨 봐.

무혁    사진을 왜 찍는 건데요?

민현석  하, 거 참....책에다 넣을라구. 왜?

무혁    ......(의아한)

민현석  내가 지금 거의 마무리 중인 책이 있는데.....거기다 넣을거야.

무혁    ...무슨 책인데요?

민현석  (앵글을 다시 조절해 보며) 비운의 여배우 오들희, 그녀의 세 아이 이야기.

무혁    (흠칫 눈빛이 떨린다)

민현석  안 찍을래? 니들 각각 몰래 찍은 사진은 있는데....함께 정면으루 찍은 사진이 없어  서 그래.

무혁    .......

민현석  안 찍을래? 찍기 싫어?

무혁    ......(서늘하게 시익 웃고) 찍으께요.



    무혁, 서경과 갈치의 옆으로 가 앉는다.

    민현석, 무혁의 반응에 내심 놀라며 렌즈를 통해 세 사람의 모습을 본다.

    무혁과 서경, 갈치,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고 있다.

    

서경    브이 자 같은 거 해두 돼요?

민현석  맘대루....

서경    (브이자 그리고)

갈치    (따라 하고)

무혁    (카메라를 향해 알 듯 모를 듯 묘한 미소만 머금고 있다)

민현석  자! 그럼! 찍는다....하나...둘....



    무혁과 서경, 갈치의 다양한 모습, 사진으로 찍힌다. (서경과 갈치는 장난도 치고,   갖가지 포즈를 다 취하지만, 무혁, 그저 환하게 웃고만 있다)

    그 위로 들리는.



무혁Na  어머니! 지금은 제발 눈물을 아껴 두세요....앞으로 당신이 흘릴 숱한 눈물을 위해....   나로 하여 당신이 흘릴 피 눈물을 위해...

    

91. # 윤 병실



    은채, 멍하게 넋나간 사람처럼 앉아 있다.

    윤, 그런 은채를 허허롭게 보고 있다가.



윤  은채야.

은채    (듣지 못하고 멍한)

윤  은채야.

은채    (여전히 듣지 못한 채 멍한)

윤  (큰소리로) 은채야!!

은채    (흠칫하며 윤을 보는)....어, 윤아.

윤  집에 가.

은채    응?

윤  (밝은 표정으로) 그냥 오늘은 혼자 좀 있구 싶어. 집에 가.

은채    ....윤아.

윤  오늘만 좀 혼자 있게 해주라....음악두 좀 듣구 혼자 있구 싶어. 그렇게 해줘.

은채    ......



92. # 거리(밤)

    

    은채, 털레털레 걸어 와 길 건너기 위해 신호등 앞으로 와 선다.

    빨간 불의 신호등...은채, 고개를 떨구고 있다.



무혁(E) 돌팅아!!!  



    은채, 그 소리에 흠칫 고개를 든다.

    길 맞은 편에서 무혁이 활짝 웃으며 두 팔을 힘껏 흔들어 대고 있다.

    은채, 반가움에 활짝 웃으며 “아저씨!!”하며 같이 손을 흔들어 대다가 표정이 서서 히 굳어진다.

    길 반대편에 무혁은 없다. 은채의 환청이고, 착시다.

    은채, 흔들던 손을 힘없이 내리며....다시 멍한 표정이 된다.



93. #  레스트랑



    웨이터, 민주의 잔에 와인을 따르고 있다. 민주, “감사합니다!” 목례하고, 잔을 부딪   히기 위해 “자! 건배!” 하며 잔을 들다가 황당한 표정 짓는다.

    맞은 편에 앉은 무혁....건배도 하지 않고 원샷으로 와인을 다 마셔 버린다.

    (테이블엔 스테이크 접시 놓여 있다)  



민주    (피식 씁쓸하게 웃고 와인잔을 내려 놓는데)

무혁    (와인잔에 와인을 따르다가...아예 병 째 와인을 들고 마신다...주변에 앉아 있던 사 람들, 어이없다는 듯 보지만, 모든 시선 무시했다.)

민주    이봐요! 차 무혁씨!

무혁    (계속 마시고 있는)

민주    (기가 막혀서 보고 있는)

무혁    (계속 와인을 들고 물처럼 꿀꺽꿀꺽 마시는)



94. # 서경집 앞길



    무혁, 털레털레 걸어오고 있다. 민주, 거리를 두고 무혁을 뒤 따라온다.



민주    차무혁씨!

무혁    (그대로 앞만 보고 걸어가는)

민주    이봐요!

무혁    ......

민주    야!!!

무혁    .......

민주    (걸음 멈추고 서며) 그래...한번 해보자, 차무혁!....강민주가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    는지.....어디까지 구질구질해 질 수 있는지...내 바닥이 어디까진지...나두 궁금해....  한번 해 보자, 차무혁!! (씁쓸하게 웃다가 서늘하게 굳어지는)

무혁    .......  



95. # 서경 마당



    무혁, 대문 열고 마당으로 들어서다가.....뭔가 발견하고 걸음을 멈춘다.

    윤이 마루에 앉아 있다.



윤  (무혁을 발견하고 환하게 웃는다) 형!

무혁    (당혹스럽다)

윤  10분만 더 기다리다 안 오면 갈려구 했었어.

무혁    .....이렇게 나다녀두 되냐?

윤  안되지....병원에선 나 찾아서 뒤집어졌을 거야, 지금.

무혁    .....어서 돌아 가, 그럼...데려다 줘?



96. # 서경집 대문밖 계단

    

    민주, 잠깐 망설이다가 계단을 올라온다. 그러다 윤의 목소리에 멈칫 걸음을 멈추고  선다.



윤(E)   하고 싶은 얘기가 있어서 왔어.

무혁(E))    ....난 들을 얘기 없는데?

윤(E)   엄마한테 얘기 들었어...나한테 심장을 주고 싶다....그랬다구?

민주    (놀라는)



97. # 서경집 마당



무혁    ....(피식 웃고) 고맙단 말 같은 거 안해두 돼....그건 주는 사람에 대한 예의가 아냐.

    ......가자, 데려 가 주께.

윤  (이를 앙무는 느낌) 나한테 지금 무슨 짓을 시키는 거야?

무혁    (보는)

윤  형을 죽이구, 내가 살라구?.....(버럭) 나한테 무슨 짓을 시키는 거야, 지금?!!!

무혁    .......

윤  싫어! 안 받어! 나 그냥 죽을래! 안 받어!!..그 말 하러 왔어.(일어나더니 무혁을 스 쳐 밖으로 나가려는데 )

무혁    (윤을 잡으며) 왜 싫어?....널 위해 일부러 죽겠다는 것도 아니구, 너도 알다시피 어 차피 죽을 목숨이니까...좋은 일 하나 하구 천당가구 싶어 그러는데?....왜? 것두 배     아퍼?

윤  차라리 그럼 다른 사람 주구 가!...왜 나야?...왜 하필 나야?!!

무혁    내가 니 형이니까!!!

윤  (흠칫)

무혁    넌 내 동생이구, 난 니 형이니까!!

    

    무혁의 빙긋 웃는 표정에서.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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