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읽기] 미안하다,사랑한다 13회 - 1 |
1. # 거리
넋이 나가서 죽어라고 열심히 달리고 있는 은채, 귓가에 가시처럼 번갈아 박히는.
무혁(E) 내가 살려주께. 윤이 내가 살려 주께.
대천(E) 무혁이는 아무것도 없어! 그냥 손 놓구 있다 죽는 거 밖엔 방법이 없대! 무혁인!!
무혁(E) 내 심장 떼서 윤이 줄테니까, 너, 나한테 올래?
대천(E) 무혁이 그냥 놔 둬....남은 생이라두 외롭지 않게...서럽지 않게 살다 가게 해 주자, 제발.
무혁(E) 내가 살아 있는 시간까지만 나한테 올래?!!
뛰다가 숨이 차고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길바닥에 넘어지며 나동그라지는 은채.
...아예, 길바닥에 드러 누워 버린다. 지나가던 사람들, 의아하게 보고 가고.
은채(E) 윤이만 살려준다면....뭔들 못하겠어?....온 몸을 바쳐 충성하지, 내가! 잠두 같이 자 주께.
2. # 플래시백(11회 #45. 모텔방 안)
은채 (눈물이 그렁해서 위악적으로 웃으며) 아저씨가 제대루 봤어. 난 윤이를 위해선 뭐 든지 다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머리 잘 썼어, 아저씨.
무혁 ......(속으로 이를 앙물지만...웃는)
은채 윤이를 위해 죽을 수도 있는데, 이깟 몸뚱이, 하나두 아깝지 않어!
무혁 (표정이 서늘해지는...방안으로 들어선다.)
은채 꼭 죽어, 아저씨! 윤일 위해서 꼭 죽어줘, 아저씨!!
무혁 (점점 더 서늘해지는 표정)
은채 우리 윤이...
무혁 (O.L. 낮지만, 서늘하게) 윤이 얘기 하지 말라 그랬지!
은채 우리 윤이!!
무혁 (분노에 찬 눈빛으로 은채의 어깨를 꽉 잡는다) 하지 말라 그랬지!!!
은채 (고집스럽게) 우리 윤이도 이해 할거야....널 살리기 위해....어쩔 수 없었다구....거래 를 했기 땜에 어쩔 수 없었다구....이해 할거야, 우리 윤이.
무혁 (눈빛이 파르르 떨리며 은채의 외투를 거칠게 벗기고 블라우스를 벗기려 하는데)
은채 (무혁의 손을 거칠게 쳐 내며) 더러운 손, 치워! 내가 벗어!!
무혁 (당황하는)
은채 (손으로 블라우스를 꼭 잡더니..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단추 하나를 푼다.)..고마워, 아저씨.
무혁 (부르르 떨리는 눈빛.....은채를 야속하게 보는)
은채 (다시 다른 단추 하나를 푼다...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우리 윤이 살려 준 거...
무혁 .......(원망스럽다)
은채 ...이 은혜, 평생 안 잊으께....(바들 바들 떨리는 손으로 다시 하나를 푸는데)
무혁 (원망스럽게 보다가....휙 돌아서 나가 버린다)
은채 (철퍼덕 방바닥에 주저 앉아 버린다.) .......
3. # 거리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그대로 드러누워 있는 은채, 먹먹한 표 정으로 하늘을 보는.....
4. # 서경 마당 (12회의)
무혁, 서경, 갈치와 함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하고 있다.
서경이 술래를 하다가...“앗, 외삼촌 움직였어요” 하고.....무혁이 걸린다.
무혁 아...못 봤는데, 분명히...(꿍얼대며 마루 기둥 있는 곳으로 가 선다...눈을 가리고) 무 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빠르게 말하고, 휙 돌아보는)
서경과 갈치, 아예 움직이지를 않는다....무혁을 향해 약오르지? 혀 쏙 내밀고.
무혁 (저것들...하는 표정으로 씨익 웃고 다시 등을 돌리고 눈을 가리고, 천천히 말하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하고 휙 돌아서다가 당황하는 표정)
무혁의 눈 앞에 은채가 서 있다.
무혁 (당황한다...눈 앞에 은채가 믿어지지 않는 듯한 표정)
은채 (아무 말도 않고 주먹으로 무혁의 가슴팍을 힘껏 때린다...비로소 참아 왔던 울음 이 폭포수처럼 터져 나온다.)
무혁 (어이없는 표정으로 한동안 맞고만 있다가....은채의 두 팔을 잡는다....갑자기 왜 이 러냐는 표정)
은채 (원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눈물 흘리며 무혁을 노려본다.)
무혁 ...왜?...왜 이래, 은채야?...무슨...무슨 일 있어?
은채 (꾹 다문 입술이 사정없이 떨린다....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무혁 (은채의 어깨를 달래듯 잡고) 무슨 일인데?...무슨 일이야? 응?
은채 .......(고개를 젓는다)
무혁 은채야.
은채 (무혁을 야속하게 보다가....무슨 말도 못하고....천천히 발걸음을 돌려 휘청휘청 걸어 간다)
무혁 은채야!!
은채 (그대로 천천히...걸어가는)
무혁 .......은채야.
서경과 갈치, “은채야!”“은채 누나!” 부르지만, 은채, 힘겹게 걸어 대문 밖으로 나간 다.
무혁 (.....혹시....다 알았나?......흠칫...표정)
이때, 은채의 짧은 비명 소리, 철퍼덕 땅에 부딪히는 소리 들린다. (은채가 계단에 서 떨어지는)
무혁, 그 소리에 얼른 밖으로 뛰어 나간다.
5. # 서경집 계단
은채, 계단 밑에 쓰러져 넘어져 있다.
무혁, “은채야!” 소리치며 놀라서 뛰어내려 가 넘어져 있는 은채를 일 으켜 안는다. 은채, 얼굴을 찧었다. 이마에서 피가 흐른다.
무혁 은채야....(당황해서 옷 소매로 은채 이마의 피를 닦으며) 들어가자. 들어가서 약 바 르자....다른 덴? 다른 덴 다친 데 없어?...조심 좀 하지, 바보야!! (은채를 일으켜 안 으려 하는데)
은채 놔!! (무혁의 손길을 거부하며 힘껏 밀어버린다.)
무혁 (바닥에 주저 앉으며 당황하는)
은채 괜찮아요....괜찮아.
무혁 은채야.
은채 괜찮다구요!!...아무렇지도 않아!!
무혁 (당황하는)
은채 (손바닥으로 이마의 피를 닦으며) 이까짓 거 하나두 안 아퍼....괜찮아요. (힘겹게 몸 을 일으킨다)
무혁 (바닥에 주저 앉은 채 어쩌지 못하고...지켜만 보는데)
은채 (무혁을 쳐다 보지도 않고...그대로 돌아서서 절룩거리며 간다. 다리를 삐었다.)
무혁 (혹시....알았나....설마...믿고 싶지 않다)
어느새 계단을 뛰어 내려 온 서경과 갈치, 무슨 일인가 당황해서...눈이 동그래서 은 채를 보고.
갈치 (울상) 은채 누나 다쳤나부다....많이 다쳤나봐요...
서경 (같이 울상되어) 어뜩해....어뜩해, 외삼춘.....
무혁 (은채가 알았나....설마...그럴 리가 없다....믿고 싶지 않다......힘겹게 절룩거리며 가는 은채를 그저 보는)
은채 (이 앙물고 있지만...터져 나오는 울음....다리를 절룩거리며 가는...)
무혁 ........(은채가 넘어졌던 자리...은채의 머리핀이 떨어져 있다...주워 들어 보는)
6. # 거리
은채, 흘러 내리는 눈물을 연신 닦으며 절뚝이며 걸어가고 있다....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자꾸만 쏟아진다. 이마엔 어느새 피딱지가 앉았다.
7. # 서경 마루
무혁, 은채의 머리 핀을 손바닥에 놓고 보고 있다.
서경과 갈치, 한쪽에 서서 잔뜩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 눈빛 부딪히며 무혁의 눈 치만 보고 있다.
무혁, 벌떡 일어나더니 대문 밖으로 뛰어 나간다.
8. # 거리
은채가 좀 전까지 걸었던 거리....무혁, 숨가쁘게 뛰어 와 선다. 두리번거리며 은채를 찾지만...은채의 모습 보이지 않는다....허탈해지는 무혁.
카메라, 무혁 앞 건물을 비추면, 건물 모퉁이 담벼락(또는 도로 옆 복권파는 간이 점포. 무혁은 볼 수 없는 위치)에 쪼그리고 앉은 채 터져 나오는 울음을 손바닥으 로 가리고 울고 있는 은채의 모습 보인다.
힘이 쑥 빠진 무혁....천천히 걸음을 되돌려 가고...은채는 흐느껴 울고 있고...
그렇게 어긋나는 애틋한 두 사람의 모습.
9. # 병원 주차장/오들희 차안
오들희 차, 와서 멎는다.
오들희 정말 오해야, 오빠....내 진심은 그게 아니라니까.....
대천 (그대로 말없이 운전석 문을 열고 나가 뒷 좌석문을 열어준다)
오들희 (내리며...대천 눈치 살피며) 그게 아니라구....난 정말 순수하게...걔들한테 정이 가구, 잘 해주구 싶어서...
대천 (대꾸도 않고 저 앞으로 가는 택시를 잡는다) 택시!! (하며 그쪽으로 가는)
오들희 이제 내 꼴두 보기 싫다 이거야? (답답한 마음에 중얼거리는)....달란다구 그게 함부 루 줄 수 있는 거야?....준다구 함부루 받을 수가 있는 거야, 그게?...어젠 내가 눈이 뒤집혀서 앞뒤 분간두 못하구 잠깐 돌았다니까.....난 정말 진심으루 걔들한테 잘해 주구 싶었단 말야, 오빠.!
대천 (택시 잡아 타고 가 버린다)
오들희 (속이 상한다...스스로가 원망스럽다...억울한 표정으로 한숨 뱉는)
10. # 오들희 대문 앞
넋이 나간 은채, 절룩거리며 걸어오다가 바닥에 널려 있는 깨진 쥬스병과 두부, 파 등을 본다. ...은채, 멍하게 보다가....몸을 굽혀 유리 조각을 봉지에 담는다.
대천, 택시에서 내려 걸어오다가 그런 은채를 본다.
대천 은채야!
은채 (대천에게 잠깐 힘없는 시선 주다가 외면하고 유리 조각을 줍는데)
대천 ....은채야!
은채 (유리병 주워서 담으며 담담하게) 무혁이 아저씨 아픈 거 ....왜 숨기셨어요?
대천 ......(흠칫 당황하는)
은채 내가 윤이 버리구 갈까봐....윤이 버리구 아저씨한테 갈까봐....그러셨어요?
대천 .......(괴롭다)
은채 (이를 앙물고 감정을 누르며 무서울 정도로 담담하게) 아줌마가 부탁하셨어요? 나, 윤이 곁에 붙잡아 두려구....아줌마가 숨겨 달라구 부탁했어요?
대천 (표정 굳어지며) 들어 가자. 집에 들어 가! (은채를 일으킨다)
은채 (일어나며...) 그래두, 말 좀 해주지, 아빠.
대천 .....
은채 (결국 격앙돼서) 말을 쫌 해주지!!....내가 무혁이 아저씨한테 무슨 짓을 했는데...무 슨 짓을 했는데에!!
대천 (은채 이마의 상처며...몰골에...가슴이 찢어진다.) 얼굴이 왜 이래? 어디서 다쳤어?
은채 좀만 일찍 말을 해 주지!....내가 무혁이 아저씨한테 얼마나 독하게 굴었는데....얼 마나 잔인하게 굴었는지 알아요, 아빠!!
대천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지더니...뭔가 결심한 듯 은채의 손목을 잡는다) 들어 가자!
은채 윤이한테 갈래요.
대천 은채야!
은채 가서 말할래!.....이제라두 나, 무혁이 아저씨한테 가야 겠다구 윤이한테 말할래요!!
대천 (가슴이 무너진다)
은채 무혁이 아저씨한테 보내달라구....윤이한테 무릎 꿇구 사정이라두 할래, 아빠!!
대천 (그대로 우왁스럽게 은채의 손목을 집으로 끌고 간다)
은채 놔요, 아빠! 이거 놔요...이거 놔 주세요!! (대천의 완력에 다리를 절룩거리며 끌려 가고)
대천 (굳은 표정으로 은채를 끌고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은채 놔요, 아빠!! 이것 좀 놔 주세요, 제발..이거 놔줘요오오!!
대문, 쾅 닫히고.
카메라, 길 아래쪽을 비추면....옆집 담벼락에 몸을 숨긴 채 무혁이 서 있다.
무혁, 두 사람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역시 알았구나...그래서, 그랬구나...은채가 느 꼈을 충격에 자신도 깊은 충격을 느낀다. 굳은 표정...무혁의 손에 약봉지 들려 있 다....무혁, 약 봉지 안의 내용물을 꺼내 본다...소독약과 연고, 일회용 밴드 들어있다.
11. # 은채 거실
숙채와 민채, 콩나물 다듬고 있다. 혜숙, 주방에 있다가 나오며.
혜숙 (걱정스런) 은채 이 년, 왜 이렇게 안 들어와? 두부 사러 나간 지가 언젠데?
숙채 내 말이...콩밭에 가서 두부를 만들어 올라 그러나?
혜숙 혹시 길가던 사람이 쬐끄맣구 귀엽다구 호주머니에 덥석 넣어 가버린 건 아니겠지?
민채 내 말이....(하다가) 건 아니지, 엄마...당신 자식에 대해 너무 꿈이 크시네....은채가 귀엽긴 한데, 그 정도는 아냐, 엄마....나라면 모를까.
혜숙 아우, 걱정 돼 죽겠네....숙채, 나가서 은채 좀 찾아봐.
숙채 (민채 보며) 니가 나가봐.
민채 너보두 나가라 그랬잖아, 엄마가....싫어, 추워.
숙채 이게 그냥 확!
민채 말 막히면 폭력이냐?
혜숙 징그러, 징그러....(밥풀 묻은 주걱으로 숙채와 민채를 한 대씩 패고) 니들 같은 것들 을 언니라구 동생이라구 둔 은채가 불쌍하다, 이것들아!...에라이! 은채가 죽어 나 자빠져두 눈 하나 깜짝 안 할 년들!
이때, 현관문 열리고, 대천, 은채의 손을 끌고 들어온다. 은채, “이것 좀 놔줘요, 아 빠!!” 계속 소리치며 절룩이며 끌려 들어오고.
혜숙, 숙채, 민채, “은채야!” “언니야!” 부르며 보고.
혜숙 (놀라며) 은채야! 얼굴이 왜 그...(하는데)
대천 (절룩거리는 은채를 거칠게 끌고 오더니 은채 방문 열고 끌고 들어간다)
은채 아빠...이것 좀 놔...이것 좀 놔주세요, 제발.....(소리치고 있고)
혜숙, 숙채, 민채, 무슨 일인가....벙한 표정.
12. # 은채방
대천, 방안으로 은채를 끌고 와...그제서야 손을 놓는다.
혜숙, 숙채, 민채, 방문 사이로 고개 내밀고 무슨 일인가...눈이 동그래서 보고.
은채 (야속하게 대천을 보는)
대천 (노기 서린) 지금부터 이 방에서 한 발자욱도 나가지 마!!
은채 ....아빠.
대천 윤이한테두 무혁이한테두....누구한테두 안 보낼거다, 너!!
은채 .....(당황하는) 아빠.
대천 (화장대에 얹힌 은채 핸드폰의 밧데리를 빼더니 자기가 갖고 방문 닫고 나간다)
은채 (멍하게 서 있다가....침대에 털석 주저 앉는데...)
이때, 밖에서 쾅쾅 못질하는 소리 들린다.
은채 (기가 막히다)
13. # 은채 거실
대천, 은채 방 문에 못질해서 자물쇠 고리를 단다.
혜숙, 숙채, 민채...기함한 표정으로 보는데.
14. # 오들희 대문앞
무혁, 아직 대문 앞을 떠나지 못하고 서 있다.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는데, 핸드폰 이 꺼져 있어 받을 수 없다는 안내음만 들린다.
무혁, 핸드폰을 내리고, 계속 기다릴 작정으로 담벼락에 등을 대고 선다.
무혁의 약봉지를 호주머니에 넣는다.
15. # 은채방
침대에 앉아 있던 은채...밧데리를 뗀 화장대 위의 핸드폰을 보다가....벌떡 일어서더 니 다리를 절룩이며 방문 앞으로 가 문을 두드린다.
은채 문 열어줘요....문 좀 열어주세요, 아빠....문 좀 열어줘요, 제발!!
16. # 은채 거실
대천, 자물쇠를 걸어 열쇠를 채우고 있다. 은채, 안에서 계속 문 열어 달라고 두드 리고 있고.
혜숙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며) 다..당신...어..어쩔려구 이래요?
대천 (돌아서며 혜숙과 숙채, 민채를 무섭게 보며) 니들 중 누구라두 은채 방 문 열어주 는 사람 있음, 내가 가만 안 둘 줄 알어!!
17. # 은채방
문을 두드리는 은채, 결국 문 두드리는 것을 멈추고, 방문에 등을 댄 채 암담한 표정으로 서 있다.
혜숙(E) 아니...아까 보니까...은채 얼굴 피딱지두 앉았구....다리두 절룩거리구, 다친 거 같던 데...약이라두 발라줘야..(하는데)
대천(E) (말자르며) 숙채, 민채! 오늘부터 엄마 아버지 방에서 자!! 아버진 거실에서 잘 테니 까 니들은 거기서 자!!
은채 (절망하는...)
18. # 은채 거실
숙채 (한번도 본 적 없었던 대천의 무서운 표정에 떨며) 저기 아빠...내 지갑이랑 옷이 랑...다 저 안에 있는데....내일 면접두 보러 가야 되는데...
민채 (떨며) 내 가방두 저 안에 있어요....숙제두 해야 되구...내일 학교 가야 되는데....
대천 (O.L.)가지 마!!
혜숙, 숙채, 민채, 어이없어서 보고.
대천 면접이구 학교구 다 가지 마!!
혜숙, 숙채, 민채, 쫄아서 더 이상 말 못하는.
혜숙 (눈치 보며) 밥은...은채 그럼 밥은 어떡해?....죄수처럼 저렇게 가둬 놓구 밥두 굶겨 요?
대천 굶겨!!!
19. # 은채방
은채, 절망적인 표정으로 주르르 미끄러지듯 방바닥에 주저 앉는다.
혜숙(E) 이 양반이 지금 제 정신이야?....저러다 우리 은채 죽으면 어떡할래? 우리 은채 죽일 라구 그래, 당신? 우리 은채...(하는데)
대천(E) (버럭) 안 죽어!...걱정 마!!
은채 (괴로움에 눈을 감는)
20. # 은채 거실
세 모녀, 대천의 강압적인 모습에 어쩌할 바를 몰라하며 당황해 하고 있다.
대천 당신, 지금부터 짐싸! 이사 갈 준비해!!
혜숙 (더욱 기함하며) 이사라니?....아니...난데 없이 어디루?
대천 어디든!!....당장 민채 전학 수속도 밟아!!
민채 (울상이 되어) 아빠!....아무 예고도 없이 갑자기 이러시면...(하다가 대천의 무서운 얼굴에 입을 닫는)
대천 나가서 이사갈 집 알아 볼테니까....당장 짐 싸!!...(나가려다가 다시 돌아보고 무섭 게) 다시 한번 말하는데, 은채 방문 열어주면, 당신은 그날루 이혼이구, 니들 둘은 그날루 호적에서 파 버린다. 알아서 해!! (하고는 나가다가 다시 돌아보고) 윤이네 서 전화오면....은채, 시골에 보냈다구...언제 올지 모른다구 그렇게 말해. (나간다)
대천이 나가자 마자, 세 모녀, 다리에 힘이 풀려 다 함께 철퍼덕 주저 앉는다.
민채 엄마...저 분 우리 아빠 맞어?
혜숙 아닌 밤에 홍두깨두 유분수지, 갑자기 벼락을 맞은 것도 아니구.....진짜 벼락 맞았 나, 저 양반?!
숙채 내가 딱 지금 벼락 맞은 거 같다!
혜숙 (문득 은채 생각하고 자물쇠를 열려 하는) 은채야...잠깐만 기다려...엄마가 문 열어 주께...민채야! 망치! 망치 좀 갖구 와.
숙채 이혼 당하구 싶어, 엄마?
혜숙 (그제야 흠칫)
숙채 아빠, 한다면 하는 분이잖아!...뒷감당 자신 있어?
혜숙 ....(고개 젓는다...방문 톡톡 두드리며) 은채야...괜찮아?....(눈물이 그렁해지며 목이 메인다) 다친 거 같던데....안 아퍼? 약두 못 바르구 어뜩하니?
21. # 은채방
눈물이 그렁해서 방문에 기댄채 주저 앉아 있는 은채.
혜숙(E) 어딜 얼만큼 다친거야, 응? 밥두 못 먹었을 텐데....배 고프지?.
숙채(E) 무슨 죽을 죌 진건데?...무슨 죽을 죌 졌길래, 아빠가 저려서? 응?
은채 (눈을 감아버린다)
22. # 오들희 집 대문앞
대천, 대문을 닫고 나오다 뭔가 발견하고 멈칫 멈춰 선다.
무혁, 담벼락에 눈 감은 채 기대 서 있다가...인기척 소리에 눈을 뜬다.
무혁 (인사도 않고 서늘하게 대천을 보는)
대천 ....무슨 일루 왔나?
무혁 은채...만나러 왔습니다.
대천 은채, 시골에 보냈네. 집에 없어. 돌아 가게.
무혁 만나게 해 주세요.
대천 집에 없다구 했잖나?
무혁 만나게 해주세요.
대천 돌아 가...(보다가 걸음을 옮겨 간다.....가슴이 아프다....)
무혁 (은채집 쪽을 보다가 계속 기다리겠다는 듯 팔짱을 끼고 담벼락에 등을 댄다.)
23. # 은채방
은채, 새우처럼 몸을 오무린 채 누워 있다.
24. # 윤 병실
윤, 어이없는 표정으로 오들희가 핸드폰하는 것을 듣고 있다.
오들희 무슨 소리야, 그게?.....은채가 어딜 가?.....시골엘 갑자기, 왜 가?....언제 돌아올지 모른다구?....아니, 오빠 그게 지금....(하다가 윤 눈치 보고 밖으로 나간다)
윤 (무슨 일인가....긴장하는 표정)
25. # 윤 병실 앞
오들희, 한쪽으로 가서 전화한다.
오들희 오빠...잠깐만....나한테 화난 걸 이런 식으루 우리 아픈 윤이한테 풀면 안되지....우리 윤이 이제 은채 없음 안돼! 안되는 거 알잖아....유치하게 이러지 말구, 은채 보내줘, 오빠.....오빠! 오빠!! (핸드폰 끊어지자 어이없어 폴더를 닫는다...기가 막힌다...송은채 이름을 찾아서 통화 버튼 누르는데, 핸드폰이 꺼져 있다는 안내음 들린다....어이없음에 열받았다.) 은채 너까지 왜 이래?
26. # 윤 병실 안
윤, 서늘한 표정으로 생각하다가...갑자기 호흡이 힘들어 지는 것 느끼고...가슴을 누르며 안정을 찾으려 애쓰는....
27. # 오들희집 대문앞 (해질녘)
무혁, 여전히 그 자세로 담벼락에 기대 서 있다.
잠시후, 대문 열리고, 민채와 숙채, 나오며 대화하는.
민채 연수네 집에 가서 책 빌려서 숙제하구 와야지...넌 엄마 옷 입구 면접가라.
숙채 (부츠 껴 신으며) 우리야 뭐 대충 이리저리 해결하면 되는데, 은챈 어뜩하냐, 저렇 게 갇혀서?...야, 부츠 자크 좀 올려줘 봐.
무혁 (자매의 대화 들으며 표정이 굳어지는....은채가....갇혔나?)
민채 (숙채 부츠 신는 것 도와 주며) 내 말이...화장실은 어뜩하냐?.....하기야 뭐 먹은 게 있어야 싸지....아빠 정말 은채 언닐 죽여버....(하다가 자기도 끔찍하다) 죽이지는 않 겠지, 설마? (하다가 숙채의 표정을 보는데)
숙채 (무혁을 발견하고 긴장한)
민채 (숙채의 표정 보다가 고개 돌려 본다....무혁이 서 있다)
무혁 ....은채, 방에 갇혀 있냐?
숙채 (엉겁결에)...네.
민채 (동시에) 아뇨...(숙채를 째려 보는)
무혁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민채 (쪼그린 자세에서 대문을 가리고 막으며) 안돼요...못 들어 가...우리 언니 없어요. 우 리 언니 시골 갔어요.
무혁 (민채를 밀어내고 가려는데)
민채 (무혁의 다리를 꽉 잡는) 안돼요....오빠가 이럼 우리 언니 진짜 죽어요. 우리 엄만 이혼 당하구요, 우린 호적에서 짤린다구요!.....(숙채에게 대문 닫으라 눈치주는)
숙채 (얼떨결에 얼른 대문을 닫아버리고...안에서 철컥 잠기는)
무혁 .......
민채 살려 주세요, 오빠...살려주세요.
무혁 (돌 것 같다)
28. # 은채방
은채, 새우처럼 움츠린 채 여전히 그 자세로 있다...방안이 점점 어두워져 간다.
29. # 오들희 집 대문앞(밤)
무혁, 담벼락에 여전히 꿈쩍도 않고 서 있다.
30. # 윤 병실
윤, 굳은 표정으로 천장을 보고 있다. 오들희, 괴로운 표정으로 윤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오들희 은챈....급한 일이 있어 시골에 심부름 보냈대....며칠 있다가 온다 그랬어....온다 그랬다니까...
윤 (그대로)
오들희 ....엄마가 그럼 잠깐 집에 갔다 오께....시골 어디에 가서 정확히 얼마나 있다가 올 건지 자세히 물어보구 올께....(한쪽에 있던 외투 들고 나가려는데)
윤 엄마.
오들희 (보는) 어.
윤 가지 마.
오들희 .....
윤 집에 가지 마....여기 있어요, 그냥. (손을 잡아 달라고 내민다)
오들희 (윤의 손을 잡는다)
윤 그래...오겠지 뭐...올 때 되면 오겠지....(하며 오들희의 손을 꼭 잡고 눈을 감는다)
오들희 (윤이 안쓰럽고...대천과 은채가 괘씸하다.)
이때, 밖에서 후두둑 빗소리가 난다.
오들희 ....밖에 비오나 부다, 윤아. 우리 윤이 좋아하는 비 오나 부다...(윤의 머리를 쓰다듬는)
31. # 오들희 집 일각
무혁, 그대로 비를 맞으며...전혀 표정의 동요 없이...담벼락에 기대 서 있다.
저 앞으로 숙채와 민채, 호빵 먹으며 함께 우산 쓰고 오고 있다. “그래서, 숙제는 다 했냐?”“면접때 입구 나갈 옷은 빌렸냐?” 서로 얘기하며 오다가 무혁 발견하고 당황한 표정으로 함께 딱 발걸음을 멈춘다.
숙채 (놀라며) 아직두 안 갔어요, 오빠?
무혁 .....은채 좀 만나게 해줘.
민채 어우, 안된대니까요....우리집 줄 초상 나요, 진짜.
무혁 (고집스레) 은채 좀 만나게 해줘.
숙채 (불쌍하고, 안스럽고...멋지다.)
민채 (기가 막히는)
무혁 (은채를 만날 때까지 언제까지라도 기다리겠다는 듯 결연한 표정이다.)
32. # 은채방
빗소리 들리고 있고.
은채, 여전히 새우처럼 오무린 채 누워 있다.....어두운 방안, 바깥에서 희미한 불빛 만 흘러 들어오고 있다.
혜숙(E) 괜찮어, 은채야?....조금만 참어...조금만 참어, 응?
33. # 은채 거실
혜숙, 은채 방문 앞에 붙어 앉아 애가 타서 은채에게 말하고 있다.
혜숙 아버지 오시면 열쇠 열구 밥 주께...니 아버지가 설마 자식을 죽이기야 하겠어?
욱하는 마음에 괜히 겁만 주는 거지...조금만 참어....조금만 참어. 응?!!!
이때, 문 열리고 숙채와 민채, 들어온다.
민채 어뜩하냐, 엄마?....집 앞에 윤이 오빠 매니저 와 있어.
혜숙 엉?
숙채 아, 가슴 찢어진다, 진짜...날두 대따 추운데 비를 아주 쫄딱 맞구 서 있어...멋지긴 겁나 멋지더라.
34. # 은채방
은채, 그 소리에 벌떡 몸을 일으켜 앉는다.
민채(E) 언니 만나겠다구 아까 낮에서부터 계속 서 있었어....어뜩하냐? 저러다 아이스케키 되겠던데, 딱.
혜숙(E) 그 놈이 우리 은챌 왜 만나?
은채 (눈빛이 흔들린다....문을 다시 힘껏 쿵쿵 두드린다) 문 열어...문 좀 열어 줘, 엄마.... 문 좀 열어줘요!!...엄마! 언니! 민채야!! 이 문 좀 열어줘, 제발!!
35. # 은채 거실
방안에서 은채가 문 두드려대는 소리 들리고, 혜숙, 숙채, 민채, 난감한 표정으로 어 쩔 줄 몰라하며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은채(E) 부탁이야! 이 문 좀 열어 줘!! 언니야! 민채야!! 엄마!!! 제발!! 제발! 응?!!
36. # 은채방
은채, 눈물이 그렁해서 힘껏 방문 두드려 대고 있다.
은채 아저씨 집에만 보내구 오께....정말이야! 집에만 보내구 올거야.....저 아저씨 저러구 있음 안돼....저러구 있음 정말 죽는단 말야, 저 아저씬.....약속하께!! 집에만 보내구 오께....1분만...1분만 나갔다 오께...집에만 보내구 오께, 응?!!...(하다가 안되겠는지 머 리로 쿵쿵 방문을 들이 박는다)
37. # 은채 거실
쿵쿵 머리를 부딪히는 소리 고스란히 들려온다.
숙채 엄마...은채 방문에다 머리 박치기 하나봐..
민채 어뜩해......어뜩해애....
혜숙 이 기집앤 또 왜 이래? 은채야! 안돼!! 하지 마! 하지 마!! 안돼, 은채야.......하지 마...하지 마....은채야!!
넋이 나가서 죽어라고 열심히 달리고 있는 은채, 귓가에 가시처럼 번갈아 박히는.
무혁(E) 내가 살려주께. 윤이 내가 살려 주께.
대천(E) 무혁이는 아무것도 없어! 그냥 손 놓구 있다 죽는 거 밖엔 방법이 없대! 무혁인!!
무혁(E) 내 심장 떼서 윤이 줄테니까, 너, 나한테 올래?
대천(E) 무혁이 그냥 놔 둬....남은 생이라두 외롭지 않게...서럽지 않게 살다 가게 해 주자, 제발.
무혁(E) 내가 살아 있는 시간까지만 나한테 올래?!!
뛰다가 숨이 차고 다리에 힘이 풀려 다시 길바닥에 넘어지며 나동그라지는 은채.
...아예, 길바닥에 드러 누워 버린다. 지나가던 사람들, 의아하게 보고 가고.
은채(E) 윤이만 살려준다면....뭔들 못하겠어?....온 몸을 바쳐 충성하지, 내가! 잠두 같이 자 주께.
2. # 플래시백(11회 #45. 모텔방 안)
은채 (눈물이 그렁해서 위악적으로 웃으며) 아저씨가 제대루 봤어. 난 윤이를 위해선 뭐 든지 다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어!...머리 잘 썼어, 아저씨.
무혁 ......(속으로 이를 앙물지만...웃는)
은채 윤이를 위해 죽을 수도 있는데, 이깟 몸뚱이, 하나두 아깝지 않어!
무혁 (표정이 서늘해지는...방안으로 들어선다.)
은채 꼭 죽어, 아저씨! 윤일 위해서 꼭 죽어줘, 아저씨!!
무혁 (점점 더 서늘해지는 표정)
은채 우리 윤이...
무혁 (O.L. 낮지만, 서늘하게) 윤이 얘기 하지 말라 그랬지!
은채 우리 윤이!!
무혁 (분노에 찬 눈빛으로 은채의 어깨를 꽉 잡는다) 하지 말라 그랬지!!!
은채 (고집스럽게) 우리 윤이도 이해 할거야....널 살리기 위해....어쩔 수 없었다구....거래 를 했기 땜에 어쩔 수 없었다구....이해 할거야, 우리 윤이.
무혁 (눈빛이 파르르 떨리며 은채의 외투를 거칠게 벗기고 블라우스를 벗기려 하는데)
은채 (무혁의 손을 거칠게 쳐 내며) 더러운 손, 치워! 내가 벗어!!
무혁 (당황하는)
은채 (손으로 블라우스를 꼭 잡더니..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단추 하나를 푼다.)..고마워, 아저씨.
무혁 (부르르 떨리는 눈빛.....은채를 야속하게 보는)
은채 (다시 다른 단추 하나를 푼다...눈물이 주르르 흐른다.) 우리 윤이 살려 준 거...
무혁 .......(원망스럽다)
은채 ...이 은혜, 평생 안 잊으께....(바들 바들 떨리는 손으로 다시 하나를 푸는데)
무혁 (원망스럽게 보다가....휙 돌아서 나가 버린다)
은채 (철퍼덕 방바닥에 주저 앉아 버린다.) .......
3. # 거리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않고 그대로 드러누워 있는 은채, 먹먹한 표 정으로 하늘을 보는.....
4. # 서경 마당 (12회의)
무혁, 서경, 갈치와 함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하고 있다.
서경이 술래를 하다가...“앗, 외삼촌 움직였어요” 하고.....무혁이 걸린다.
무혁 아...못 봤는데, 분명히...(꿍얼대며 마루 기둥 있는 곳으로 가 선다...눈을 가리고) 무 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빠르게 말하고, 휙 돌아보는)
서경과 갈치, 아예 움직이지를 않는다....무혁을 향해 약오르지? 혀 쏙 내밀고.
무혁 (저것들...하는 표정으로 씨익 웃고 다시 등을 돌리고 눈을 가리고, 천천히 말하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하고 휙 돌아서다가 당황하는 표정)
무혁의 눈 앞에 은채가 서 있다.
무혁 (당황한다...눈 앞에 은채가 믿어지지 않는 듯한 표정)
은채 (아무 말도 않고 주먹으로 무혁의 가슴팍을 힘껏 때린다...비로소 참아 왔던 울음 이 폭포수처럼 터져 나온다.)
무혁 (어이없는 표정으로 한동안 맞고만 있다가....은채의 두 팔을 잡는다....갑자기 왜 이 러냐는 표정)
은채 (원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눈물 흘리며 무혁을 노려본다.)
무혁 ...왜?...왜 이래, 은채야?...무슨...무슨 일 있어?
은채 (꾹 다문 입술이 사정없이 떨린다....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
무혁 (은채의 어깨를 달래듯 잡고) 무슨 일인데?...무슨 일이야? 응?
은채 .......(고개를 젓는다)
무혁 은채야.
은채 (무혁을 야속하게 보다가....무슨 말도 못하고....천천히 발걸음을 돌려 휘청휘청 걸어 간다)
무혁 은채야!!
은채 (그대로 천천히...걸어가는)
무혁 .......은채야.
서경과 갈치, “은채야!”“은채 누나!” 부르지만, 은채, 힘겹게 걸어 대문 밖으로 나간 다.
무혁 (.....혹시....다 알았나?......흠칫...표정)
이때, 은채의 짧은 비명 소리, 철퍼덕 땅에 부딪히는 소리 들린다. (은채가 계단에 서 떨어지는)
무혁, 그 소리에 얼른 밖으로 뛰어 나간다.
5. # 서경집 계단
은채, 계단 밑에 쓰러져 넘어져 있다.
무혁, “은채야!” 소리치며 놀라서 뛰어내려 가 넘어져 있는 은채를 일 으켜 안는다. 은채, 얼굴을 찧었다. 이마에서 피가 흐른다.
무혁 은채야....(당황해서 옷 소매로 은채 이마의 피를 닦으며) 들어가자. 들어가서 약 바 르자....다른 덴? 다른 덴 다친 데 없어?...조심 좀 하지, 바보야!! (은채를 일으켜 안 으려 하는데)
은채 놔!! (무혁의 손길을 거부하며 힘껏 밀어버린다.)
무혁 (바닥에 주저 앉으며 당황하는)
은채 괜찮아요....괜찮아.
무혁 은채야.
은채 괜찮다구요!!...아무렇지도 않아!!
무혁 (당황하는)
은채 (손바닥으로 이마의 피를 닦으며) 이까짓 거 하나두 안 아퍼....괜찮아요. (힘겹게 몸 을 일으킨다)
무혁 (바닥에 주저 앉은 채 어쩌지 못하고...지켜만 보는데)
은채 (무혁을 쳐다 보지도 않고...그대로 돌아서서 절룩거리며 간다. 다리를 삐었다.)
무혁 (혹시....알았나....설마...믿고 싶지 않다)
어느새 계단을 뛰어 내려 온 서경과 갈치, 무슨 일인가 당황해서...눈이 동그래서 은 채를 보고.
갈치 (울상) 은채 누나 다쳤나부다....많이 다쳤나봐요...
서경 (같이 울상되어) 어뜩해....어뜩해, 외삼춘.....
무혁 (은채가 알았나....설마...그럴 리가 없다....믿고 싶지 않다......힘겹게 절룩거리며 가는 은채를 그저 보는)
은채 (이 앙물고 있지만...터져 나오는 울음....다리를 절룩거리며 가는...)
무혁 ........(은채가 넘어졌던 자리...은채의 머리핀이 떨어져 있다...주워 들어 보는)
6. # 거리
은채, 흘러 내리는 눈물을 연신 닦으며 절뚝이며 걸어가고 있다....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자꾸만 쏟아진다. 이마엔 어느새 피딱지가 앉았다.
7. # 서경 마루
무혁, 은채의 머리 핀을 손바닥에 놓고 보고 있다.
서경과 갈치, 한쪽에 서서 잔뜩 당황한 표정으로 서로 눈빛 부딪히며 무혁의 눈 치만 보고 있다.
무혁, 벌떡 일어나더니 대문 밖으로 뛰어 나간다.
8. # 거리
은채가 좀 전까지 걸었던 거리....무혁, 숨가쁘게 뛰어 와 선다. 두리번거리며 은채를 찾지만...은채의 모습 보이지 않는다....허탈해지는 무혁.
카메라, 무혁 앞 건물을 비추면, 건물 모퉁이 담벼락(또는 도로 옆 복권파는 간이 점포. 무혁은 볼 수 없는 위치)에 쪼그리고 앉은 채 터져 나오는 울음을 손바닥으 로 가리고 울고 있는 은채의 모습 보인다.
힘이 쑥 빠진 무혁....천천히 걸음을 되돌려 가고...은채는 흐느껴 울고 있고...
그렇게 어긋나는 애틋한 두 사람의 모습.
9. # 병원 주차장/오들희 차안
오들희 차, 와서 멎는다.
오들희 정말 오해야, 오빠....내 진심은 그게 아니라니까.....
대천 (그대로 말없이 운전석 문을 열고 나가 뒷 좌석문을 열어준다)
오들희 (내리며...대천 눈치 살피며) 그게 아니라구....난 정말 순수하게...걔들한테 정이 가구, 잘 해주구 싶어서...
대천 (대꾸도 않고 저 앞으로 가는 택시를 잡는다) 택시!! (하며 그쪽으로 가는)
오들희 이제 내 꼴두 보기 싫다 이거야? (답답한 마음에 중얼거리는)....달란다구 그게 함부 루 줄 수 있는 거야?....준다구 함부루 받을 수가 있는 거야, 그게?...어젠 내가 눈이 뒤집혀서 앞뒤 분간두 못하구 잠깐 돌았다니까.....난 정말 진심으루 걔들한테 잘해 주구 싶었단 말야, 오빠.!
대천 (택시 잡아 타고 가 버린다)
오들희 (속이 상한다...스스로가 원망스럽다...억울한 표정으로 한숨 뱉는)
10. # 오들희 대문 앞
넋이 나간 은채, 절룩거리며 걸어오다가 바닥에 널려 있는 깨진 쥬스병과 두부, 파 등을 본다. ...은채, 멍하게 보다가....몸을 굽혀 유리 조각을 봉지에 담는다.
대천, 택시에서 내려 걸어오다가 그런 은채를 본다.
대천 은채야!
은채 (대천에게 잠깐 힘없는 시선 주다가 외면하고 유리 조각을 줍는데)
대천 ....은채야!
은채 (유리병 주워서 담으며 담담하게) 무혁이 아저씨 아픈 거 ....왜 숨기셨어요?
대천 ......(흠칫 당황하는)
은채 내가 윤이 버리구 갈까봐....윤이 버리구 아저씨한테 갈까봐....그러셨어요?
대천 .......(괴롭다)
은채 (이를 앙물고 감정을 누르며 무서울 정도로 담담하게) 아줌마가 부탁하셨어요? 나, 윤이 곁에 붙잡아 두려구....아줌마가 숨겨 달라구 부탁했어요?
대천 (표정 굳어지며) 들어 가자. 집에 들어 가! (은채를 일으킨다)
은채 (일어나며...) 그래두, 말 좀 해주지, 아빠.
대천 .....
은채 (결국 격앙돼서) 말을 쫌 해주지!!....내가 무혁이 아저씨한테 무슨 짓을 했는데...무 슨 짓을 했는데에!!
대천 (은채 이마의 상처며...몰골에...가슴이 찢어진다.) 얼굴이 왜 이래? 어디서 다쳤어?
은채 좀만 일찍 말을 해 주지!....내가 무혁이 아저씨한테 얼마나 독하게 굴었는데....얼 마나 잔인하게 굴었는지 알아요, 아빠!!
대천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지더니...뭔가 결심한 듯 은채의 손목을 잡는다) 들어 가자!
은채 윤이한테 갈래요.
대천 은채야!
은채 가서 말할래!.....이제라두 나, 무혁이 아저씨한테 가야 겠다구 윤이한테 말할래요!!
대천 (가슴이 무너진다)
은채 무혁이 아저씨한테 보내달라구....윤이한테 무릎 꿇구 사정이라두 할래, 아빠!!
대천 (그대로 우왁스럽게 은채의 손목을 집으로 끌고 간다)
은채 놔요, 아빠! 이거 놔요...이거 놔 주세요!! (대천의 완력에 다리를 절룩거리며 끌려 가고)
대천 (굳은 표정으로 은채를 끌고 대문 안으로 들어간다)
은채 놔요, 아빠!! 이것 좀 놔 주세요, 제발..이거 놔줘요오오!!
대문, 쾅 닫히고.
카메라, 길 아래쪽을 비추면....옆집 담벼락에 몸을 숨긴 채 무혁이 서 있다.
무혁, 두 사람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역시 알았구나...그래서, 그랬구나...은채가 느 꼈을 충격에 자신도 깊은 충격을 느낀다. 굳은 표정...무혁의 손에 약봉지 들려 있 다....무혁, 약 봉지 안의 내용물을 꺼내 본다...소독약과 연고, 일회용 밴드 들어있다.
11. # 은채 거실
숙채와 민채, 콩나물 다듬고 있다. 혜숙, 주방에 있다가 나오며.
혜숙 (걱정스런) 은채 이 년, 왜 이렇게 안 들어와? 두부 사러 나간 지가 언젠데?
숙채 내 말이...콩밭에 가서 두부를 만들어 올라 그러나?
혜숙 혹시 길가던 사람이 쬐끄맣구 귀엽다구 호주머니에 덥석 넣어 가버린 건 아니겠지?
민채 내 말이....(하다가) 건 아니지, 엄마...당신 자식에 대해 너무 꿈이 크시네....은채가 귀엽긴 한데, 그 정도는 아냐, 엄마....나라면 모를까.
혜숙 아우, 걱정 돼 죽겠네....숙채, 나가서 은채 좀 찾아봐.
숙채 (민채 보며) 니가 나가봐.
민채 너보두 나가라 그랬잖아, 엄마가....싫어, 추워.
숙채 이게 그냥 확!
민채 말 막히면 폭력이냐?
혜숙 징그러, 징그러....(밥풀 묻은 주걱으로 숙채와 민채를 한 대씩 패고) 니들 같은 것들 을 언니라구 동생이라구 둔 은채가 불쌍하다, 이것들아!...에라이! 은채가 죽어 나 자빠져두 눈 하나 깜짝 안 할 년들!
이때, 현관문 열리고, 대천, 은채의 손을 끌고 들어온다. 은채, “이것 좀 놔줘요, 아 빠!!” 계속 소리치며 절룩이며 끌려 들어오고.
혜숙, 숙채, 민채, “은채야!” “언니야!” 부르며 보고.
혜숙 (놀라며) 은채야! 얼굴이 왜 그...(하는데)
대천 (절룩거리는 은채를 거칠게 끌고 오더니 은채 방문 열고 끌고 들어간다)
은채 아빠...이것 좀 놔...이것 좀 놔주세요, 제발.....(소리치고 있고)
혜숙, 숙채, 민채, 무슨 일인가....벙한 표정.
12. # 은채방
대천, 방안으로 은채를 끌고 와...그제서야 손을 놓는다.
혜숙, 숙채, 민채, 방문 사이로 고개 내밀고 무슨 일인가...눈이 동그래서 보고.
은채 (야속하게 대천을 보는)
대천 (노기 서린) 지금부터 이 방에서 한 발자욱도 나가지 마!!
은채 ....아빠.
대천 윤이한테두 무혁이한테두....누구한테두 안 보낼거다, 너!!
은채 .....(당황하는) 아빠.
대천 (화장대에 얹힌 은채 핸드폰의 밧데리를 빼더니 자기가 갖고 방문 닫고 나간다)
은채 (멍하게 서 있다가....침대에 털석 주저 앉는데...)
이때, 밖에서 쾅쾅 못질하는 소리 들린다.
은채 (기가 막히다)
13. # 은채 거실
대천, 은채 방 문에 못질해서 자물쇠 고리를 단다.
혜숙, 숙채, 민채...기함한 표정으로 보는데.
14. # 오들희 대문앞
무혁, 아직 대문 앞을 떠나지 못하고 서 있다.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는데, 핸드폰 이 꺼져 있어 받을 수 없다는 안내음만 들린다.
무혁, 핸드폰을 내리고, 계속 기다릴 작정으로 담벼락에 등을 대고 선다.
무혁의 약봉지를 호주머니에 넣는다.
15. # 은채방
침대에 앉아 있던 은채...밧데리를 뗀 화장대 위의 핸드폰을 보다가....벌떡 일어서더 니 다리를 절룩이며 방문 앞으로 가 문을 두드린다.
은채 문 열어줘요....문 좀 열어주세요, 아빠....문 좀 열어줘요, 제발!!
16. # 은채 거실
대천, 자물쇠를 걸어 열쇠를 채우고 있다. 은채, 안에서 계속 문 열어 달라고 두드 리고 있고.
혜숙 (놀라서 어쩔 줄 몰라하며) 다..당신...어..어쩔려구 이래요?
대천 (돌아서며 혜숙과 숙채, 민채를 무섭게 보며) 니들 중 누구라두 은채 방 문 열어주 는 사람 있음, 내가 가만 안 둘 줄 알어!!
17. # 은채방
문을 두드리는 은채, 결국 문 두드리는 것을 멈추고, 방문에 등을 댄 채 암담한 표정으로 서 있다.
혜숙(E) 아니...아까 보니까...은채 얼굴 피딱지두 앉았구....다리두 절룩거리구, 다친 거 같던 데...약이라두 발라줘야..(하는데)
대천(E) (말자르며) 숙채, 민채! 오늘부터 엄마 아버지 방에서 자!! 아버진 거실에서 잘 테니 까 니들은 거기서 자!!
은채 (절망하는...)
18. # 은채 거실
숙채 (한번도 본 적 없었던 대천의 무서운 표정에 떨며) 저기 아빠...내 지갑이랑 옷이 랑...다 저 안에 있는데....내일 면접두 보러 가야 되는데...
민채 (떨며) 내 가방두 저 안에 있어요....숙제두 해야 되구...내일 학교 가야 되는데....
대천 (O.L.)가지 마!!
혜숙, 숙채, 민채, 어이없어서 보고.
대천 면접이구 학교구 다 가지 마!!
혜숙, 숙채, 민채, 쫄아서 더 이상 말 못하는.
혜숙 (눈치 보며) 밥은...은채 그럼 밥은 어떡해?....죄수처럼 저렇게 가둬 놓구 밥두 굶겨 요?
대천 굶겨!!!
19. # 은채방
은채, 절망적인 표정으로 주르르 미끄러지듯 방바닥에 주저 앉는다.
혜숙(E) 이 양반이 지금 제 정신이야?....저러다 우리 은채 죽으면 어떡할래? 우리 은채 죽일 라구 그래, 당신? 우리 은채...(하는데)
대천(E) (버럭) 안 죽어!...걱정 마!!
은채 (괴로움에 눈을 감는)
20. # 은채 거실
세 모녀, 대천의 강압적인 모습에 어쩌할 바를 몰라하며 당황해 하고 있다.
대천 당신, 지금부터 짐싸! 이사 갈 준비해!!
혜숙 (더욱 기함하며) 이사라니?....아니...난데 없이 어디루?
대천 어디든!!....당장 민채 전학 수속도 밟아!!
민채 (울상이 되어) 아빠!....아무 예고도 없이 갑자기 이러시면...(하다가 대천의 무서운 얼굴에 입을 닫는)
대천 나가서 이사갈 집 알아 볼테니까....당장 짐 싸!!...(나가려다가 다시 돌아보고 무섭 게) 다시 한번 말하는데, 은채 방문 열어주면, 당신은 그날루 이혼이구, 니들 둘은 그날루 호적에서 파 버린다. 알아서 해!! (하고는 나가다가 다시 돌아보고) 윤이네 서 전화오면....은채, 시골에 보냈다구...언제 올지 모른다구 그렇게 말해. (나간다)
대천이 나가자 마자, 세 모녀, 다리에 힘이 풀려 다 함께 철퍼덕 주저 앉는다.
민채 엄마...저 분 우리 아빠 맞어?
혜숙 아닌 밤에 홍두깨두 유분수지, 갑자기 벼락을 맞은 것도 아니구.....진짜 벼락 맞았 나, 저 양반?!
숙채 내가 딱 지금 벼락 맞은 거 같다!
혜숙 (문득 은채 생각하고 자물쇠를 열려 하는) 은채야...잠깐만 기다려...엄마가 문 열어 주께...민채야! 망치! 망치 좀 갖구 와.
숙채 이혼 당하구 싶어, 엄마?
혜숙 (그제야 흠칫)
숙채 아빠, 한다면 하는 분이잖아!...뒷감당 자신 있어?
혜숙 ....(고개 젓는다...방문 톡톡 두드리며) 은채야...괜찮아?....(눈물이 그렁해지며 목이 메인다) 다친 거 같던데....안 아퍼? 약두 못 바르구 어뜩하니?
21. # 은채방
눈물이 그렁해서 방문에 기댄채 주저 앉아 있는 은채.
혜숙(E) 어딜 얼만큼 다친거야, 응? 밥두 못 먹었을 텐데....배 고프지?.
숙채(E) 무슨 죽을 죌 진건데?...무슨 죽을 죌 졌길래, 아빠가 저려서? 응?
은채 (눈을 감아버린다)
22. # 오들희 집 대문앞
대천, 대문을 닫고 나오다 뭔가 발견하고 멈칫 멈춰 선다.
무혁, 담벼락에 눈 감은 채 기대 서 있다가...인기척 소리에 눈을 뜬다.
무혁 (인사도 않고 서늘하게 대천을 보는)
대천 ....무슨 일루 왔나?
무혁 은채...만나러 왔습니다.
대천 은채, 시골에 보냈네. 집에 없어. 돌아 가게.
무혁 만나게 해 주세요.
대천 집에 없다구 했잖나?
무혁 만나게 해주세요.
대천 돌아 가...(보다가 걸음을 옮겨 간다.....가슴이 아프다....)
무혁 (은채집 쪽을 보다가 계속 기다리겠다는 듯 팔짱을 끼고 담벼락에 등을 댄다.)
23. # 은채방
은채, 새우처럼 몸을 오무린 채 누워 있다.
24. # 윤 병실
윤, 어이없는 표정으로 오들희가 핸드폰하는 것을 듣고 있다.
오들희 무슨 소리야, 그게?.....은채가 어딜 가?.....시골엘 갑자기, 왜 가?....언제 돌아올지 모른다구?....아니, 오빠 그게 지금....(하다가 윤 눈치 보고 밖으로 나간다)
윤 (무슨 일인가....긴장하는 표정)
25. # 윤 병실 앞
오들희, 한쪽으로 가서 전화한다.
오들희 오빠...잠깐만....나한테 화난 걸 이런 식으루 우리 아픈 윤이한테 풀면 안되지....우리 윤이 이제 은채 없음 안돼! 안되는 거 알잖아....유치하게 이러지 말구, 은채 보내줘, 오빠.....오빠! 오빠!! (핸드폰 끊어지자 어이없어 폴더를 닫는다...기가 막힌다...송은채 이름을 찾아서 통화 버튼 누르는데, 핸드폰이 꺼져 있다는 안내음 들린다....어이없음에 열받았다.) 은채 너까지 왜 이래?
26. # 윤 병실 안
윤, 서늘한 표정으로 생각하다가...갑자기 호흡이 힘들어 지는 것 느끼고...가슴을 누르며 안정을 찾으려 애쓰는....
27. # 오들희집 대문앞 (해질녘)
무혁, 여전히 그 자세로 담벼락에 기대 서 있다.
잠시후, 대문 열리고, 민채와 숙채, 나오며 대화하는.
민채 연수네 집에 가서 책 빌려서 숙제하구 와야지...넌 엄마 옷 입구 면접가라.
숙채 (부츠 껴 신으며) 우리야 뭐 대충 이리저리 해결하면 되는데, 은챈 어뜩하냐, 저렇 게 갇혀서?...야, 부츠 자크 좀 올려줘 봐.
무혁 (자매의 대화 들으며 표정이 굳어지는....은채가....갇혔나?)
민채 (숙채 부츠 신는 것 도와 주며) 내 말이...화장실은 어뜩하냐?.....하기야 뭐 먹은 게 있어야 싸지....아빠 정말 은채 언닐 죽여버....(하다가 자기도 끔찍하다) 죽이지는 않 겠지, 설마? (하다가 숙채의 표정을 보는데)
숙채 (무혁을 발견하고 긴장한)
민채 (숙채의 표정 보다가 고개 돌려 본다....무혁이 서 있다)
무혁 ....은채, 방에 갇혀 있냐?
숙채 (엉겁결에)...네.
민채 (동시에) 아뇨...(숙채를 째려 보는)
무혁 (집 안으로 들어가려 하는데)
민채 (쪼그린 자세에서 대문을 가리고 막으며) 안돼요...못 들어 가...우리 언니 없어요. 우 리 언니 시골 갔어요.
무혁 (민채를 밀어내고 가려는데)
민채 (무혁의 다리를 꽉 잡는) 안돼요....오빠가 이럼 우리 언니 진짜 죽어요. 우리 엄만 이혼 당하구요, 우린 호적에서 짤린다구요!.....(숙채에게 대문 닫으라 눈치주는)
숙채 (얼떨결에 얼른 대문을 닫아버리고...안에서 철컥 잠기는)
무혁 .......
민채 살려 주세요, 오빠...살려주세요.
무혁 (돌 것 같다)
28. # 은채방
은채, 새우처럼 움츠린 채 여전히 그 자세로 있다...방안이 점점 어두워져 간다.
29. # 오들희 집 대문앞(밤)
무혁, 담벼락에 여전히 꿈쩍도 않고 서 있다.
30. # 윤 병실
윤, 굳은 표정으로 천장을 보고 있다. 오들희, 괴로운 표정으로 윤의 눈치를 살피고 있다.
오들희 은챈....급한 일이 있어 시골에 심부름 보냈대....며칠 있다가 온다 그랬어....온다 그랬다니까...
윤 (그대로)
오들희 ....엄마가 그럼 잠깐 집에 갔다 오께....시골 어디에 가서 정확히 얼마나 있다가 올 건지 자세히 물어보구 올께....(한쪽에 있던 외투 들고 나가려는데)
윤 엄마.
오들희 (보는) 어.
윤 가지 마.
오들희 .....
윤 집에 가지 마....여기 있어요, 그냥. (손을 잡아 달라고 내민다)
오들희 (윤의 손을 잡는다)
윤 그래...오겠지 뭐...올 때 되면 오겠지....(하며 오들희의 손을 꼭 잡고 눈을 감는다)
오들희 (윤이 안쓰럽고...대천과 은채가 괘씸하다.)
이때, 밖에서 후두둑 빗소리가 난다.
오들희 ....밖에 비오나 부다, 윤아. 우리 윤이 좋아하는 비 오나 부다...(윤의 머리를 쓰다듬는)
31. # 오들희 집 일각
무혁, 그대로 비를 맞으며...전혀 표정의 동요 없이...담벼락에 기대 서 있다.
저 앞으로 숙채와 민채, 호빵 먹으며 함께 우산 쓰고 오고 있다. “그래서, 숙제는 다 했냐?”“면접때 입구 나갈 옷은 빌렸냐?” 서로 얘기하며 오다가 무혁 발견하고 당황한 표정으로 함께 딱 발걸음을 멈춘다.
숙채 (놀라며) 아직두 안 갔어요, 오빠?
무혁 .....은채 좀 만나게 해줘.
민채 어우, 안된대니까요....우리집 줄 초상 나요, 진짜.
무혁 (고집스레) 은채 좀 만나게 해줘.
숙채 (불쌍하고, 안스럽고...멋지다.)
민채 (기가 막히는)
무혁 (은채를 만날 때까지 언제까지라도 기다리겠다는 듯 결연한 표정이다.)
32. # 은채방
빗소리 들리고 있고.
은채, 여전히 새우처럼 오무린 채 누워 있다.....어두운 방안, 바깥에서 희미한 불빛 만 흘러 들어오고 있다.
혜숙(E) 괜찮어, 은채야?....조금만 참어...조금만 참어, 응?
33. # 은채 거실
혜숙, 은채 방문 앞에 붙어 앉아 애가 타서 은채에게 말하고 있다.
혜숙 아버지 오시면 열쇠 열구 밥 주께...니 아버지가 설마 자식을 죽이기야 하겠어?
욱하는 마음에 괜히 겁만 주는 거지...조금만 참어....조금만 참어. 응?!!!
이때, 문 열리고 숙채와 민채, 들어온다.
민채 어뜩하냐, 엄마?....집 앞에 윤이 오빠 매니저 와 있어.
혜숙 엉?
숙채 아, 가슴 찢어진다, 진짜...날두 대따 추운데 비를 아주 쫄딱 맞구 서 있어...멋지긴 겁나 멋지더라.
34. # 은채방
은채, 그 소리에 벌떡 몸을 일으켜 앉는다.
민채(E) 언니 만나겠다구 아까 낮에서부터 계속 서 있었어....어뜩하냐? 저러다 아이스케키 되겠던데, 딱.
혜숙(E) 그 놈이 우리 은챌 왜 만나?
은채 (눈빛이 흔들린다....문을 다시 힘껏 쿵쿵 두드린다) 문 열어...문 좀 열어 줘, 엄마.... 문 좀 열어줘요!!...엄마! 언니! 민채야!! 이 문 좀 열어줘, 제발!!
35. # 은채 거실
방안에서 은채가 문 두드려대는 소리 들리고, 혜숙, 숙채, 민채, 난감한 표정으로 어 쩔 줄 몰라하며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은채(E) 부탁이야! 이 문 좀 열어 줘!! 언니야! 민채야!! 엄마!!! 제발!! 제발! 응?!!
36. # 은채방
은채, 눈물이 그렁해서 힘껏 방문 두드려 대고 있다.
은채 아저씨 집에만 보내구 오께....정말이야! 집에만 보내구 올거야.....저 아저씨 저러구 있음 안돼....저러구 있음 정말 죽는단 말야, 저 아저씬.....약속하께!! 집에만 보내구 오께....1분만...1분만 나갔다 오께...집에만 보내구 오께, 응?!!...(하다가 안되겠는지 머 리로 쿵쿵 방문을 들이 박는다)
37. # 은채 거실
쿵쿵 머리를 부딪히는 소리 고스란히 들려온다.
숙채 엄마...은채 방문에다 머리 박치기 하나봐..
민채 어뜩해......어뜩해애....
혜숙 이 기집앤 또 왜 이래? 은채야! 안돼!! 하지 마! 하지 마!! 안돼, 은채야.......하지 마...하지 마....은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