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읽기] 미안하다,사랑한다 12회 - 1 |
1. # 서경집 외경 (아침)
갈치(E) 쫌 살살해, 살살...외삼촌 깬단 말이야.
#2. 서경방
무혁, 눈 감고 누워 있다. 유리를 쳤던 한쪽 손에 붕대를 감고 있다.
서경, 몸을 엎드린 채 붕대를 감은 손을 호호 하며 함께 불어주고 있고, 갈치, 손톱 깍기로 다른 쪽 손 손톱을 깍아주고 있다.
서경 (조심스럽게) 정말루 우리 땜에 외삼촌이 화난거야?
갈치 어.....우리가 호주 가지 말라구 자꾸 자꾸 조르니까 귀찮아서 열받은 거야, 삼촌이.
무혁 .......
서경 (뿌우) 우리가 귀찮대?
갈치 엄마 같음 안 귀찮겠냐? 맨날 속만 썩이는데?
서경 나 인제 속 안 썩여....(하다가) 속 안 썩일거야, 앞으루. (다시 붕대 감은 손을 다시 호 불어주고)
무혁 .....
갈치 그래, 엄마만 잘하면 돼! 엄마만!!
서경 (삐져서 약간 언성 높아져) 너나 잘해라! 바보야!!
갈치 쉿! 삼촌 깨겠다! (못마땅한 듯 노려보고)
서경 (그 말에 얼른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고)
갈치 (노려보다가) 삼촌 도망가면 다 엄마 탓이야!
서경 (금방 기 죽어서)....미안해....잘못했어.
갈치 아, 짱나 진짜...(하며 손톱을 다시 깍아준다)
서경 내가 잘하께....외삼촌 호주 안 가게 내가 진짜진짜.....(아부라는 말이 잠깐 생각 안 났다가) 아부 잘하께...
갈치 (못마땅한 듯 보다가 한숨 쉬는)
서경 (갈치 눈치 살피며 무혁의 붕대 감은 손을 호호 불어주는)
무혁 (미간이 흔들린다....깨어 있다.)
2. # 윤 병실
윤(안색이 많이 좋아졌다), 잠들어 있고, 윤 침대 옆에 엎드려 있던 은채, 고열에 들 떠 끙끙 앓고 있다.
오들희, 한쪽 옆 소파에서 간이 담요 덮고, 안대하고 잠들어 있다.
은채, 입술이 하얗게 부르트고, 온 얼굴에 식은 땀이 가득하다...끙끙...앓는 소리 내 지만, 누구도 듣지 못한다.
3. # 윤 병원 로비
무혁, 털레털레 걸어와 선다.....잠깐 망설이다가 로비 안으로 들어가는.
4. #윤 병실 앞 복도/윤 병실 앞
무혁, 걸어오는데, 병실 앞에 한 남자(새 매니저, 덩치가 있지만, 어려 보이는)가 서 있다. 무혁, 잠깐 흠칫하다가 남자에게 걸어간다.
무혁 너....누구야?
남자 (대뜸 반말 기분 나빠 흘끗 보고)
무혁 (언성 높여) 너, 누구냐구, 새꺄?!!
남자 (무혁의 기세에 금방 움찔하며) 최윤씨 매니전데요.
무혁 (잠깐 어이없어 하다가) 최윤이 매니전...난데?
남자 (약간 당황하며) 강 실장님이....저한테 오늘부터 출근하라구 하셨는데....
무혁 (벌써 조치를 취했구나...착잡해진다)
남자 (조심스레) 뭐가 잘못됐습니까?
무혁 (서늘한 시선으로 윤의 병실을 뚫어져라 본다)
5. # 윤 병실
거의 사색이 되어 끙끙 앓고 있는 은채...오한이 오는지 바들바들 몸까지 떤다.
윤과 오들희,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6. # 윤 병실앞
병실을 뚫어지게 보고 있던 무혁, 천천히 발걸음 돌린다....서글프고 씁쓸하다.
새 매니저, 무혁이 등을 보이자 인상 확 구기며 궁시렁거리고.
몇 발자욱을 가던 무혁, 갑자기 걸음을 딱 멈추더니...휙 돌아서 윤의 병실쪽으로 다 시 온다. 인상 구겼던 매니저, 얼른 인상 펴고.
무혁 작별 인산 하구 가야지.
7. # 윤 병실안
무혁, 병실 안으로 들어선다. 소파에 잠들어 있는 오들희, 침대에 잠들어 있는 윤, 침대에 엎드려 있는 은채의 뒷모습을 차례로...쓸쓸한 눈길로 본다.
오들희, 추운지 이불을 끌어 올리며 등을 보이며 돌아눕기까지 한다.
무혁, 피식 씁쓸하게 웃고 걸음을 돌리는데.
이때, 등을 돌리며 돌아서는 무혁의 귓가에 은채의 가는 신음 소리가 날카롭게 꽂 힌다.
무혁 (흠칫하며 돌아서서 은채에게 간다.)
은채 (식은 땀이 범벅이 돼 오한으로 바들바들 떨며 끙끙 앓고 있다)
무혁 (놀라며 은채의 머리에 손을 대 본다. 열이 펄펄 끓는다...당황하다가...) 은채야....은 채야....은채야 (은채를 흔든다)
은채 (팔이 힘없이 침대 밖으로 툭 떨어진다)
무혁 은채야!!
오들희 (무혁의 소리에 표정 찌푸리며 눈을 뜬다)
무혁 (놀라서 은채를 번쩍 안고 병실을 나가려고 돌아서는데)
오들희 (잠에서 깨서 일어나 앉는다. 기가 막혀) 얘...은채 얘 왜 이래?...미스타 차! 은채 왜 이래? (벌떡 일어나는데)
무혁 (서늘한) ....잘 모르겠는데요.
오들희 (어이 없는) 뭐어?
무혁 애가 이렇게 다 죽어가는데...뭐하구 있었어요?
오들희 뭐?
무혁 당신 자식의 인생이 소중하면 다른 사람의 인생두 소중한 거 아닌가요?
오들희 (허....기가 너무 막힌 나머지 말이 안 나온다)
무혁 ......(문 열고 나간다)
8. # 병실 밖
무혁, 은채를 안고 응급실쪽으로 뛰기 시작한다.
새 매니저, 당혹스런 표정으로 무혁을 보고.
9. # 윤방
오들희, 허!허!....기가 막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윤은 여전히 잠들어 있다.
10. # 응급실
은채를 안고 달려온 무혁, 대뜸 소리부터 지른다.
무혁 의사 어딨어?....어딨어?! 의사?!!
진료하던 의사와 간호사들, 고함소리에 놀라 돌아보고.
시간경과.
은채, 침대에 누워 있고, 무혁, 잔뜩 걱정스런 표정으로 은채를 지켜보고 있다.
의사, 진료하고 있다.
의사 과로로 인한 극심한 몸살 같습니다....(간호사에게) 열이 심하니까, 이 환자, 해열부 터 일단 해.
무혁 .......
11. # 윤 병실
윤, 눈을 뜨고 있다. 병실 밖에 있는 오들희의 흥분된 목소리, 고스란히 다 들려온 다.
오들희(E) 저 자식, 여긴 왜 또 나타난거야, 오빠?
대천(E) 누구...말씀 입니까?
오들희(E)미스타 차! 차 무혁인가 뭔가 하는 자식!!
윤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12. # 병실 앞
오들희, 화를 못 이겨 파닥거리고 있고, 대천, 괴로운 표정으로 오들희를 보고 있다.
새 매니저는 저만치 떨어져 서 있다.
오들희 강실장이 통보 안했어?....무슨 일 처리를 이따위로 해?
대천 (마음이 괴롭다)....본인한텐 미처 전달이...
오들희 (말자르며 O.L.)당장 전달해, 그럼!....(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뭐 어쩌고 저째?...나 하구 해보자는 거야, 그 자식?
대천 ....어딨습니까, 차군?
오들희 응급...(막상 말하자니 은채 땜에 미안하다)....응급실에.....은채랑 있어.
대천 (당황하는)
오들희 (눈치 살피며).....은채가....아퍼, 오빠.
대천 네?
오들희 (그래도 뻔뻔하게)...미안해....정말 미안해, 오빠....내가 집에 들어가랬는데...지가 우겼 었어. 윤이 곁에 있겠다구 지가 우겼다니까!!
대천 .......(마음이 복잡하다...)
13. # 윤 병실
윤, 눈을 뜬 채 미동도 않고 천장만 보고 있다.
오들희(E) 근데, 오빠...은채랑 차 무혁이랑 둘이 뭐 있어?
윤 .....(눈빛이 흔들리는)
오들희(E) 뭔가 느낌이 이상해.....차 무혁이가 은채, 짝사랑하구 있는 거 아냐?....맞지?
윤 ......(눈빛이 싸늘해진다)
14. # 응급실
은채, 링거 맞고 잠들어 있고.
무혁, 은채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아 기도하듯 이마에 대고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있다.
응급실 안으로 들어서는 대천....그 모습을 철렁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다가가려는 데. 이때, 대천을 뒤이어 힘겹게 들어서는 윤....그 모습에 서늘한 시선 주다가.
윤 은채한텐 형 얘기 하지 마세요.
대천 (흠칫 놀라 윤을 본다...윤이 와 있는 것 몰랐다.)
윤 은채한텐....무혁이 형 죽어가고 있단 얘기....절대 하지 말아 주세요, 아저씨.
대천 (당혹스럽다)
윤 (저벅저벅 걸어 무혁 앞으로 간다)
무혁 (윤이 오는지도 모르고, 그대로 은채의 손을 잡고 기도하듯 눈 감고 있는)
윤 형!
무혁 (흠칫 눈을 뜨며 고개를 들어 윤을 본다...그다지 놀라지 않는다)
윤 (무혁이 잡고 있는 은채의 손을 보다가....) 나 줌 볼래?
무혁 (뒤에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서 있는 대천을 보다가...그대로 다시 은채의 손을 잡은 손을 이마에 대고 눈을 감는다)
윤 (어이가 없다)
대천 (이 복잡한 운명에....돌아버릴 것만 같다)
윤 형!!
무혁 ......(꼼짝 않는)
윤 형!!
무혁 ......
윤 혀엉! (하다가...갑자기 호흡 곤란을 느낀다...헉..헉....가슴을 잡고 숨을 가프게 쉬는 데)
무혁 (그 자세에서 미동도 않는다)
대천 (놀라서 윤에게 달려온다...부축하며) 윤아...윤아....윤아...괜찮아?
무혁 (미동도 않는다)
윤 (헉헉....안색이 창백해지며 죽을 듯이 점점 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주저앉고)
대천 (당황하며) 윤아....윤아...
무혁 (얼굴 빛 하나 변하지 않은 채...그대로)
15. # 윤 병실
숨을 힘겹게 몰아쉬는 윤에게 의사, 다시 산소 마스크 씌우고 있다.
오들희, 새파래져서 바들바들 떨며 윤을 보고..
16. # 윤 병실 앞
대천, 넋이 나간 사람 마냥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다.
17. # 응급실
여전히 그 자세로 은채의 손을 잡은 채 꼼짝도 않고 있는 무혁.
18. #윤 병실
의료진들 나가고.
윤, 기절한 듯 잠들어 있고, 호흡은 순해졌다.
오들희, 십년 감수한 사람처럼 멍하게 윤을 보고 있다가...눈빛이 부르르 매섭게 떨 린다.
19. # 윤 병실 앞
오들희, 병실 문을 열고 나오더니 응급실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대천, 오들희의 팔 목을 탁 잡는다.
오들희 놔! 이거 놔!! 나 오늘 그 자식 죽여 버릴거야!!
대천 진정해!
오들희 죽여 버릴거라니까, 그 자식! 나, 말리지 마!! 말리지 마아!! 반드시 내가 죽여 버릴 거야, 오늘! (손을 쳐 내고 가려는데)
대천 (울컥하는 마음에) 니가 안 죽여두, 곧 죽을 친구야!!
오들희 (흠칫 보는)
대천 니가 안 죽여두 죽어가구 있는 아이야! 그러지 마!!
오들희 (어처구니가 없다) 무슨 말...하는 거야, 오빠?!!
20. # 병원 외경(밤)
21. # 응급실
무혁, 여전히 그 자세로 꼼짝도 않고 앉아 있다.
열도 내리고, 안색이 많이 좋아진 은채, 천천히 눈을 뜬다....눈앞에 있는 무혁의 모 습에 놀라고 당황하다가...무혁의 두 손에 잡혀 있는 자신의 손을 거칠게 빼 버린다.
무혁, 그제야 고개를 들어 은채를 보는.
은채 (무혁을 노려 보는)
무혁 (씨익 웃어준다) 놀랬잖아, 임마! 죽는 줄 알구.
은채 (무혁을 노려보다가....꽂혀 있는 링거 바늘을 거칠게 뽑아 버린다)
무혁 은채야!!
은채 (말 한마디 없이 시선도 안 주고 일어나더니 침대에서 내려 선다)
무혁 은채야!!
은채 (들은 체도 않고 응급실을 휘청휘청 나간다)
무혁 (허탈하게 보는)
22. #병실 복도
맨발의 은채, 아직도 아픈 기운이 남아 약간 몸을 휘청거리며 간다...가다가...힘들면 벽에 기대서고....다시 힘들게....무혁에게서 도망치듯 간다.
23. # 응급실
무혁, 허탈하게 앉아 있다....피식 쓰디 쓴 웃음이 흐른다.
24. # 윤 병실 안
안온한 조명등만 켜진 병실.
은채, 병실 문 열고 들어선다. 윤, 잠들어 있다. (산소 마스크는 뗀)
은채, 힘겹게 걸어와 침대 옆 의자에 앉는다..무혁에게서 도망쳐 간신히 윤에게 왔 다. 가쁜 숨을 쉬며 윤을 보다가 윤의 침대에 털석 엎드린다....가슴이 심하게 요동 치고 있다.
25. # 병원 로비(밤)
무혁, 허탈하게 걸어나온다. 입가에 쓴 웃음이 돈다....이때, 저 앞으로 자판기 커피 들고 허허롭게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는 대천의 모습 보인다.
무혁, 대천에게 다가간다.
무혁 (대천의 옆으로 와서 서며) 그게, 아저씨 사는 방식...인가요?
대천 (흠칫하며 무혁을 보는...)
무혁 (대천 보지 않고) 윤이를 위해선 아저씨 딸 은챈 어떻게 돼두 상관 없다....그렇게 생각합니까?
대천 ......
무혁 힘들어하는 은채 신음 소리.....안 들리나요?
대천 말이 지나친 거 같네, 차군.
무혁 (지지 않고 O.L.) 늘 그런 식으로 충성해 왔습니까?
대천 ......(흠칫...자신의 원죄를 알고 찌르는 것 같아 숨이 막히는 것 같다....할 말 잃는)
무혁 (대천 보며 원망스럽게) 제 눈엔 아저씨가....주인을 위해선 무슨 짓이라두 하는 새 퍼트...같아요.
대천 (표정이 굳어지는데)
무혁 (꾸벅 고개 숙이고, 걸어 간다)
대천 (가슴에 칼을 찔린 듯한 통증 느끼는)
26. # 윤 병실안
은채, 잠든 윤의 침대에 그대로 엎드린 채 힘겨운 숨 몰아쉬고 있다.
27. # 오들희 차안(달리는)
오들희, 깊은 생각에 잠겨 뒷 좌석에 기대 앉아 있고, 대천, 운전하고 있다.
대천 옷만 갈아 입고 다시 오실 겁니까?
오들희 (고개 끄덕이고.....힘겹게)....오빠!
대천 네.
오들희 (차마 입 밖으로 내뱉기가 두려워 망설이다가) 지금부터...내 말...오해하지 말구 들 어.
대천 ....네.
오들희 아냐, 오해 해두 돼....돌은 던져도 괜찮아. 칼을 들이대두 기꺼이 맞을 거야.
대천 (백미러 통해 오들희 보는)
오들희 (자기도 감당하기 힘든 말이라....푸 한숨 뱉고....마음 다스리며) 미스타 차..말이야...
대천 ......
오들희 도저히...손 쓸 방법이 없는 거야? 그냥...죽을 날만 기다리구 있는 거야?
대천 (눈빛이 잠깐 흔들리다가..힘겹게)......그렇게...들었습니다.
오들희 (다시 푸후 한숨 뱉고) 그럼....그렇다면.....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다시 심호흡하 고) 우리 윤이 좀 살려 주구 가면 안될까?
대천 ....(무슨 소린지 바로 못 알아듣고) 네?
오들희 정말 천벌을 받을 소린 거 아는데....아까 강 실장한테 부탁해서 미스타 차 신상 명 세서 봤어....다행히 우리 윤이랑 혈액형두 같구...
대천 ....그게....무슨 말씀...(하다가 흠칫 굳는다. 그제야 오들희 말뜻 알아채고 충격받는)
오들희 우리 윤이만 살려주면....걔가 원하는 거 다 해줄 수가 있는데, 내가....내 전 재산이 라두 다 내놓을 수 있는데.....어차피 죽으면 썩을 몸뚱인데...(하는데)
대천 (놀라서 끼익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오들희 (놀라는)
대천의 차, 갑자기 서 버리는 바람에 뒤에 오던 차들도 끼익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급정거 한다. “운전 똑바루 해! 이 자식아!!” 악다구니 소리, 시끄런 경적소리, 들리 고.
대천 (그대로 핸들에 머리를 박고 있고)
오들희 (자기도 부들부들 떨고 있다...) 돌을 던져도 다 맞는 댔잖아, 그러니까...이 천하에 죽일 년! 칼을 찔러두.....기꺼이 맞겠대잖아, 그러니까...
대천 (그래...이게 사필귀정이구나...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오들희 (자기도 스스로의 모습이 몹시 당혹스럽다....울상이 되는) 무슨 천벌을 줘도...다 받 겠다잖아, 그러니까.
28. # 서경집 앞 골목(밤)
가로등 불빛 아래 무혁, 고통스럽게 토하고 있다....다 토하고 나서 철퍼덕 주저 앉 는....자기도 모르게..“엄마...엄마....” 소리가 신음처럼 새어나온다. F.O.
29. # 서경집 외경(아침)
30. #서경 욕실
무혁(혈색이 다시 좋아진), 욕실 거울(새로 갈았다) 앞에 서 있다. 물을 발라 머리 를 만지며 멋지게 다듬는.
무혁 갈치야!!
갈치 (변기에 앉아 꾸벅 꾸벅 졸고 있다)
무혁 김 갈치!
갈치 (흠칫 눈을 뜨며) 네?
무혁 삼촌 어때? 멋지냐?
갈치 (고개 끄덕이는) 네.
무혁 (피식 웃고) 가수 최 윤 보다 멋지냐?
갈치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무혁 (정색하고) 최 윤이가 더 멋지냐?
갈치 (거짓말은 못한다. 괜히 끄응 힘을 주는..)
무혁 (김새는 표정으로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뚫어져라 보다가....빙긋이 웃으며) 돌딩 아! 굿모닝?....나두...변태 아저씨두 굿 모닝!
31. # 윤 병원내 화장실
화색을 찾은 은채, 세수 하다가 물기 묻은 얼굴로 거울을 보고 있다...힘이 쑥 빠진 얼굴로 허허롭게 거울을 보다가.
은채 괜찮다.....괜찮다.....괜찮다......(거울 속에 자신의 모습을 안쓰럽게 만져 보는)...괜찮 지? 은채야?
32. # 백화점 보석 가게
오들희, 반지 하나를 고르고 있다. 흡족한 듯 들어서 이리저리 보며, “아우, 이쁘다” 감탄사 연발하고.
오들희 이걸루 포장해 주세요....우리 아들 청혼할 반지니까 이쁘게 포장해주세요....(하다가 문득 서경을 생각하고) 저기 저 반지두 좀 보여주세요.
33. # 윤 병실
윤, 핸드폰하고 있다.
윤 (푸훗 웃고) 아이스크림에다 넣구 같이 얼려달라 그랬어?.....야, 우리 엄마, 영화 많 이 봤구나?....참...엄마두 영화배우지?...알았어. 알았어요....고마워, 엄마...사랑해 요. (핸드폰 끊고 흡족한 듯 미소 짓는데)
이때, 문 열리고, 은채, 식판에 밥을 들고 들어온다.
은채 많이 기다렸지? 배 고프겠다.
윤 은채야.
은채 (보는)
윤 나, 맛있는 거 먹구 싶어.
은채 병원 밥두 잘 생각하구 먹으면 나름대로 맛있어.
윤 (식판을 뺏어 한쪽에 놓고) 밖에 나가자. 바람 좀 쐬구 오자.
은채 함부루 돌아다니면 안돼, 너.
윤 답답한 병실에서 줄창 이러구 있는 게 더 병 나겠다...(손가락 하나 들어보이며....한 번만! 애교 부리며 조르는)
은채 (난감하게 보는)
34. # 병원 로비
무혁, 들어서고 있다.
35. # 윤 병실 앞
무혁, 병실 앞으로 걸어오는데, 병실문 열리고, 남자(새 매니저), 윤의 정장 가방을 들고 나온다.
남자 (핸드폰 하며) 예, 다 챙겼어요.....네...지금 내려...(하다가 무혁을 보며 두려운 듯 잠 깐 흠칫하고 핸드폰 대고) 지금 내려 가요. (하고 핸드폰 닫고 무혁 눈치 살피는데)
무혁 (피식 서늘하게 웃고) 너, 아직두 여깃냐?
남자 (우물우물) ...강 실장님이....계속 출근...(하는데)
무혁 (남자의 뒷통수를 탁 때리고 남자가 든 정장 가방을 뺏는다) 이건 형한테 주구......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구 와라, 애기야.
36. # 병원 주차장/윤 차안
윤, 은채에게 기대어 뒷자리에 타고 있다.
은채 (윤을 감싸듯 안고) 정말 괜찮겠어?
윤 괜찮다니까....너만 옆에 있음 난 다 괜찮다니까.
이때, 운전석 문 열리고, 무혁, 운전석에 오른다. 들고 왔던 정장 가방은 조수석에 던져 두고.
은채와 윤, 무혁의 모습에 당황한 표정 역력해 지고.
무혁 (백미러를 자기에 맞게 만지며 백미러를 보고 씨익 웃으며) 새로운 매니전가 그 젖 비린내 나는 놈은 지네 엄마 젖 먹으러 갔어.
은채 (기가 막히고)
윤 (당혹스럽다)
무혁 ....(의자두 조절하며) 그 자식 엄마 젖 다 떼고 오면....그때, 내가 비켜 주께.
윤 (어이가 없다)
은채 (뒷통수를 노려보는)
무혁 (돌아보며) 어디 갈건데? 두 사람?
37. # 윤 차안(달리는)
무혁, 풍선 껌 푸 불며 여유로운 표정으로 운전하고 있고, 은채와 윤, 기가 막히고 불편한 표정으로 무혁의 뒤통수를 보고 있다.
무혁,랩 음악 같은 거 틀어 놓고 박자 음정 가사 무시하고 혼자서 신이 나서 불러 재끼는.
은채, 뭐 저딴 놈이 다 있나?....점점 어이가 없다.
38. # 백화점 여성복 가게
오들희, 값비싸 보이는 밍크 코트(숙녀용으로 나오는) 하나를 들어서 살펴보고 있 다. 여직원, 오들희가 골라놓은 대 여섯벌 정도 되는 숙녀복을 들고 오들희를 따라 다닌다.
이때, 대천, 오들희가 있는 곳으로 와 선다.
오들희 오빠! 이거 어때?.....걔한테 잘 맞을까?
대천 (어리둥절)...걔...라뇨?
오들희 무혁이 누나...그 모자란 애 말야....걔한테 어울릴 거 같애?
대천 (다시 안색이 굳어지며 창백해지는)
오들희 (대천의 표정에 궁색하게 변명하는)....아니....뭐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구...지난 번 에 내가 오해해서....큰 실수 했었잖아....너무 미안해서...어뜩해든 사과를 해야겠다 생각하구 있었거든, 내가.
대천 (신이여...대체 어디까지 잔인해 질 참입니까?...표정)
오들희 (대천의 눈치 보다가 직원에게) 이것까지 해서 다 포장해줘요.
직원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며 밍크 코트와 옷들 들고 포장하기 위해 가고)
오들희 식품 코너에 굴비랑 갈비랑 과일두 사뒀어....그거 차에다 좀 실어 줄래?
대천 (넋나간 사람처럼 멍한...아무리 인과 응보라 해도 이건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요?)
오들희 정말 다른 뜻 없어, 오빠....순수하게 그냥....지난 번에 일, 사과하러 가겠다는 거야!
사과! 사과! 애플말구, 사과 알지?
39. # 고급 레스토랑 앞/ 윤의 차 안
무혁이 운전하는 윤의 차, 와서 멎는다.
무혁, 운전석에서 내려 얼른 차 뒷문을 열어준다.
은채,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무혁을 여전히 노려보고 있고, 무혁, 마치 놀리듯 싱 글싱글 웃으며 껌을 씹으며 보다가...은채의 노려 보는 눈이 따갑다는 듯 시선을 레 스토랑을 향해 돌린다.
윤 (서늘한 표정으로 잠깐 생각하다가 은채 다정하게 보며) 화장실에 잠깐 들렀다 갈 테니까, 너 먼저 들어 가 있을래?
은채 ...어...그래...(애써 웃는)
무혁 (뻔뻔한 표정으로 풍선을 푸 불며 손으로 장난하는)
40. # 레스토랑 화장실
무혁, 세면대 앞에 서서 수돗물로 장난하고 있고, 윤, 변기 앞에 서 있다.
화장실 문에 정장이 든 가방 걸려 있다.
윤 (툭) 은챌 위해 뭘 해줄 수 있어?
무혁 (시선 돌려 보는)
윤 형이 은채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게 뭐냐구?
무혁 (다시 수돗물로 장난하고)
윤 난 말야. 만약에 내 여잘 위해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단 생각이 들면.
무혁 (무표정하게 여전히 수돗물로 장난하고)
윤 내 스스로 알아서 정리한다.
무혁 (태연한 표정으로 옆 변기로 와서 선다.)
윤 그게 남자라구 생각해, 난. (바지 자크 올린다)
무혁 (태연한 표정으로 휘파람 불며 볼 일 보고)
41. # 레스토랑안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레스토랑....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은채, 심난한 표정 으로 앉아 있다.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웨이터가 와서 물을 따른다.
42. # 화장실
윤 (거울 앞에 서서 와이셔츠에 넥타이 매며) 오늘 은채한테 청혼할거야.
무혁 (옆에서 윤이 벗은 옷 들고 있다...잔인한 새끼...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돈다.)
윤 (넥타이가 잘 안 매진다) 어우...왜 이렇게 안돼?....형...이것 좀 해 줄래?
무혁 (정말...잔인한 새끼....그러나 여유로운 표정으로...윤의 목에 넥타이를 매준다)
윤 (서늘한 눈빛으로 무혁을 보는)
무혁 (어찌하다 매듭 줄을 힘껏 당기는데)
윤 (쿡! 기침하고..) 왜? 날 죽이구 싶어?
무혁 (피식 웃고 넥타이 줄을 다시 느슨하게 푸는)
윤 (피식 웃으며 신경전) 이딴 걸루 쉽게 죽을 사람이었음 예전에 죽었었겠지.
무혁 (넥타이를 반듯하게 매주고) 넥타이 색깔, 참 후지다. 열라..후지다.
43. # 레스토랑안
은채, 괴로운 마음에 테이블에 뺨을 댄 채 엎드려 있다.
44. # 주방
샤벳안에 얼린 반지가 들어 있다. 주방장, 익숙한 솜씨로 접시에 담는다.
45. # 레스토랑 한쪽 벽 뒤쪽
무혁, 껌을 씹으며 벽 뒤쪽으로 몸을 숨기고 팔짱을 끼고 서 있다...서늘한 표정...이 때, 들리는 노래 소리.
윤(E) (김건모 ‘미안해요’ 부르는) 그대의 생일 날 따뜻한 밥 한번 못 사주고,
46. # 레스토랑 안
은채, 여전히 뺨을 테이블에 대고 있다가...윤의 노래 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소 리가 나는 곳을 본다.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 입은 윤, 피아노 치며 은채를 향해 미소 지으며 노래를 부르 고 있다.
윤 그대가 좋아한 장미꽃 한 송이조차 건네지 못했던 나를 용서할 수 있나요...미안해 요
은채 (심난한 마음에 굳어 있다가....웃고 있는 윤을 향해 애써 미소 짓는다...마음이 쓸쓸 하다.)
이때, 웨이터, 웨건에 스테이크 접시와 와인, 샤벳이 담긴 비밀 접시, 장미꽃 한다 발, 밀고 와 테이블에 세팅한다.
은채 (무혁이 목에 가시처럼 걸려 있다...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려 무혁을 찾다가...이러지 말자...다시 윤에게 집중한다.)
47. # 레스토랑 한쪽 벽 뒤쪽
윤의 노래 흐르고 있고.
무혁, 껌을 손으로 길게 돌돌 말아...자신의 손가락에 동그랗게 붙인다...반지 모양이 된 껌...씁쓸하게 본다.
이때, 노래를 부르는 윤의 음성이 점점 힘들어 진다.
무혁, 서늘해지는 표정.
48. # 레스토랑
노래를 부르고 있던 윤의 얼굴 갑자기 사색이 되어 간다. 숨이 가프고...식은 땀이 난다. 그래도....노래를 끝마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하지만...이미 노래가 아니라 힘겨 운 신음 소리 같다.
은채, 당황한 표정으로 윤을 본다. 웨이터도 당황한 듯 윤을 본다.
윤, 결국 피아노 위로 덮어지며 죽을 상을 하고 가쁜 숨을 헐떡인다.
은채, 벌떡 일어나 “윤아!!” 하며 달려가고.
49. # 레스토랑 한쪽 벽 뒤쪽
무혁, 그제야 등을 돌리고 돌아서 윤을 본다. 은채, 달려 가 숨을 헐떡거리는 윤을 끌어 안으며 어쩔 줄 몰라한다....무혁, 별로 놀라지도 않고 표정이 없다.
무혁의 손에 끼워진 껌 반지가 눈에 따갑다.
갈치(E) 쫌 살살해, 살살...외삼촌 깬단 말이야.
#2. 서경방
무혁, 눈 감고 누워 있다. 유리를 쳤던 한쪽 손에 붕대를 감고 있다.
서경, 몸을 엎드린 채 붕대를 감은 손을 호호 하며 함께 불어주고 있고, 갈치, 손톱 깍기로 다른 쪽 손 손톱을 깍아주고 있다.
서경 (조심스럽게) 정말루 우리 땜에 외삼촌이 화난거야?
갈치 어.....우리가 호주 가지 말라구 자꾸 자꾸 조르니까 귀찮아서 열받은 거야, 삼촌이.
무혁 .......
서경 (뿌우) 우리가 귀찮대?
갈치 엄마 같음 안 귀찮겠냐? 맨날 속만 썩이는데?
서경 나 인제 속 안 썩여....(하다가) 속 안 썩일거야, 앞으루. (다시 붕대 감은 손을 다시 호 불어주고)
무혁 .....
갈치 그래, 엄마만 잘하면 돼! 엄마만!!
서경 (삐져서 약간 언성 높아져) 너나 잘해라! 바보야!!
갈치 쉿! 삼촌 깨겠다! (못마땅한 듯 노려보고)
서경 (그 말에 얼른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고)
갈치 (노려보다가) 삼촌 도망가면 다 엄마 탓이야!
서경 (금방 기 죽어서)....미안해....잘못했어.
갈치 아, 짱나 진짜...(하며 손톱을 다시 깍아준다)
서경 내가 잘하께....외삼촌 호주 안 가게 내가 진짜진짜.....(아부라는 말이 잠깐 생각 안 났다가) 아부 잘하께...
갈치 (못마땅한 듯 보다가 한숨 쉬는)
서경 (갈치 눈치 살피며 무혁의 붕대 감은 손을 호호 불어주는)
무혁 (미간이 흔들린다....깨어 있다.)
2. # 윤 병실
윤(안색이 많이 좋아졌다), 잠들어 있고, 윤 침대 옆에 엎드려 있던 은채, 고열에 들 떠 끙끙 앓고 있다.
오들희, 한쪽 옆 소파에서 간이 담요 덮고, 안대하고 잠들어 있다.
은채, 입술이 하얗게 부르트고, 온 얼굴에 식은 땀이 가득하다...끙끙...앓는 소리 내 지만, 누구도 듣지 못한다.
3. # 윤 병원 로비
무혁, 털레털레 걸어와 선다.....잠깐 망설이다가 로비 안으로 들어가는.
4. #윤 병실 앞 복도/윤 병실 앞
무혁, 걸어오는데, 병실 앞에 한 남자(새 매니저, 덩치가 있지만, 어려 보이는)가 서 있다. 무혁, 잠깐 흠칫하다가 남자에게 걸어간다.
무혁 너....누구야?
남자 (대뜸 반말 기분 나빠 흘끗 보고)
무혁 (언성 높여) 너, 누구냐구, 새꺄?!!
남자 (무혁의 기세에 금방 움찔하며) 최윤씨 매니전데요.
무혁 (잠깐 어이없어 하다가) 최윤이 매니전...난데?
남자 (약간 당황하며) 강 실장님이....저한테 오늘부터 출근하라구 하셨는데....
무혁 (벌써 조치를 취했구나...착잡해진다)
남자 (조심스레) 뭐가 잘못됐습니까?
무혁 (서늘한 시선으로 윤의 병실을 뚫어져라 본다)
5. # 윤 병실
거의 사색이 되어 끙끙 앓고 있는 은채...오한이 오는지 바들바들 몸까지 떤다.
윤과 오들희, 전혀 눈치채지 못한다.
6. # 윤 병실앞
병실을 뚫어지게 보고 있던 무혁, 천천히 발걸음 돌린다....서글프고 씁쓸하다.
새 매니저, 무혁이 등을 보이자 인상 확 구기며 궁시렁거리고.
몇 발자욱을 가던 무혁, 갑자기 걸음을 딱 멈추더니...휙 돌아서 윤의 병실쪽으로 다 시 온다. 인상 구겼던 매니저, 얼른 인상 펴고.
무혁 작별 인산 하구 가야지.
7. # 윤 병실안
무혁, 병실 안으로 들어선다. 소파에 잠들어 있는 오들희, 침대에 잠들어 있는 윤, 침대에 엎드려 있는 은채의 뒷모습을 차례로...쓸쓸한 눈길로 본다.
오들희, 추운지 이불을 끌어 올리며 등을 보이며 돌아눕기까지 한다.
무혁, 피식 씁쓸하게 웃고 걸음을 돌리는데.
이때, 등을 돌리며 돌아서는 무혁의 귓가에 은채의 가는 신음 소리가 날카롭게 꽂 힌다.
무혁 (흠칫하며 돌아서서 은채에게 간다.)
은채 (식은 땀이 범벅이 돼 오한으로 바들바들 떨며 끙끙 앓고 있다)
무혁 (놀라며 은채의 머리에 손을 대 본다. 열이 펄펄 끓는다...당황하다가...) 은채야....은 채야....은채야 (은채를 흔든다)
은채 (팔이 힘없이 침대 밖으로 툭 떨어진다)
무혁 은채야!!
오들희 (무혁의 소리에 표정 찌푸리며 눈을 뜬다)
무혁 (놀라서 은채를 번쩍 안고 병실을 나가려고 돌아서는데)
오들희 (잠에서 깨서 일어나 앉는다. 기가 막혀) 얘...은채 얘 왜 이래?...미스타 차! 은채 왜 이래? (벌떡 일어나는데)
무혁 (서늘한) ....잘 모르겠는데요.
오들희 (어이 없는) 뭐어?
무혁 애가 이렇게 다 죽어가는데...뭐하구 있었어요?
오들희 뭐?
무혁 당신 자식의 인생이 소중하면 다른 사람의 인생두 소중한 거 아닌가요?
오들희 (허....기가 너무 막힌 나머지 말이 안 나온다)
무혁 ......(문 열고 나간다)
8. # 병실 밖
무혁, 은채를 안고 응급실쪽으로 뛰기 시작한다.
새 매니저, 당혹스런 표정으로 무혁을 보고.
9. # 윤방
오들희, 허!허!....기가 막혀 어찌할 바를 모르는.
윤은 여전히 잠들어 있다.
10. # 응급실
은채를 안고 달려온 무혁, 대뜸 소리부터 지른다.
무혁 의사 어딨어?....어딨어?! 의사?!!
진료하던 의사와 간호사들, 고함소리에 놀라 돌아보고.
시간경과.
은채, 침대에 누워 있고, 무혁, 잔뜩 걱정스런 표정으로 은채를 지켜보고 있다.
의사, 진료하고 있다.
의사 과로로 인한 극심한 몸살 같습니다....(간호사에게) 열이 심하니까, 이 환자, 해열부 터 일단 해.
무혁 .......
11. # 윤 병실
윤, 눈을 뜨고 있다. 병실 밖에 있는 오들희의 흥분된 목소리, 고스란히 다 들려온 다.
오들희(E) 저 자식, 여긴 왜 또 나타난거야, 오빠?
대천(E) 누구...말씀 입니까?
오들희(E)미스타 차! 차 무혁인가 뭔가 하는 자식!!
윤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12. # 병실 앞
오들희, 화를 못 이겨 파닥거리고 있고, 대천, 괴로운 표정으로 오들희를 보고 있다.
새 매니저는 저만치 떨어져 서 있다.
오들희 강실장이 통보 안했어?....무슨 일 처리를 이따위로 해?
대천 (마음이 괴롭다)....본인한텐 미처 전달이...
오들희 (말자르며 O.L.)당장 전달해, 그럼!....(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뭐 어쩌고 저째?...나 하구 해보자는 거야, 그 자식?
대천 ....어딨습니까, 차군?
오들희 응급...(막상 말하자니 은채 땜에 미안하다)....응급실에.....은채랑 있어.
대천 (당황하는)
오들희 (눈치 살피며).....은채가....아퍼, 오빠.
대천 네?
오들희 (그래도 뻔뻔하게)...미안해....정말 미안해, 오빠....내가 집에 들어가랬는데...지가 우겼 었어. 윤이 곁에 있겠다구 지가 우겼다니까!!
대천 .......(마음이 복잡하다...)
13. # 윤 병실
윤, 눈을 뜬 채 미동도 않고 천장만 보고 있다.
오들희(E) 근데, 오빠...은채랑 차 무혁이랑 둘이 뭐 있어?
윤 .....(눈빛이 흔들리는)
오들희(E) 뭔가 느낌이 이상해.....차 무혁이가 은채, 짝사랑하구 있는 거 아냐?....맞지?
윤 ......(눈빛이 싸늘해진다)
14. # 응급실
은채, 링거 맞고 잠들어 있고.
무혁, 은채의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아 기도하듯 이마에 대고 고개를 숙이고 눈을 감고 있다.
응급실 안으로 들어서는 대천....그 모습을 철렁하는 표정으로 보다가 다가가려는 데. 이때, 대천을 뒤이어 힘겹게 들어서는 윤....그 모습에 서늘한 시선 주다가.
윤 은채한텐 형 얘기 하지 마세요.
대천 (흠칫 놀라 윤을 본다...윤이 와 있는 것 몰랐다.)
윤 은채한텐....무혁이 형 죽어가고 있단 얘기....절대 하지 말아 주세요, 아저씨.
대천 (당혹스럽다)
윤 (저벅저벅 걸어 무혁 앞으로 간다)
무혁 (윤이 오는지도 모르고, 그대로 은채의 손을 잡고 기도하듯 눈 감고 있는)
윤 형!
무혁 (흠칫 눈을 뜨며 고개를 들어 윤을 본다...그다지 놀라지 않는다)
윤 (무혁이 잡고 있는 은채의 손을 보다가....) 나 줌 볼래?
무혁 (뒤에서 안타까운 표정으로 서 있는 대천을 보다가...그대로 다시 은채의 손을 잡은 손을 이마에 대고 눈을 감는다)
윤 (어이가 없다)
대천 (이 복잡한 운명에....돌아버릴 것만 같다)
윤 형!!
무혁 ......(꼼짝 않는)
윤 형!!
무혁 ......
윤 혀엉! (하다가...갑자기 호흡 곤란을 느낀다...헉..헉....가슴을 잡고 숨을 가프게 쉬는 데)
무혁 (그 자세에서 미동도 않는다)
대천 (놀라서 윤에게 달려온다...부축하며) 윤아...윤아....윤아...괜찮아?
무혁 (미동도 않는다)
윤 (헉헉....안색이 창백해지며 죽을 듯이 점점 더 숨을 가쁘게 몰아쉬며 주저앉고)
대천 (당황하며) 윤아....윤아...
무혁 (얼굴 빛 하나 변하지 않은 채...그대로)
15. # 윤 병실
숨을 힘겹게 몰아쉬는 윤에게 의사, 다시 산소 마스크 씌우고 있다.
오들희, 새파래져서 바들바들 떨며 윤을 보고..
16. # 윤 병실 앞
대천, 넋이 나간 사람 마냥 벽에 등을 기대고 서 있다.
17. # 응급실
여전히 그 자세로 은채의 손을 잡은 채 꼼짝도 않고 있는 무혁.
18. #윤 병실
의료진들 나가고.
윤, 기절한 듯 잠들어 있고, 호흡은 순해졌다.
오들희, 십년 감수한 사람처럼 멍하게 윤을 보고 있다가...눈빛이 부르르 매섭게 떨 린다.
19. # 윤 병실 앞
오들희, 병실 문을 열고 나오더니 응급실쪽으로 가려고 하는데, 대천, 오들희의 팔 목을 탁 잡는다.
오들희 놔! 이거 놔!! 나 오늘 그 자식 죽여 버릴거야!!
대천 진정해!
오들희 죽여 버릴거라니까, 그 자식! 나, 말리지 마!! 말리지 마아!! 반드시 내가 죽여 버릴 거야, 오늘! (손을 쳐 내고 가려는데)
대천 (울컥하는 마음에) 니가 안 죽여두, 곧 죽을 친구야!!
오들희 (흠칫 보는)
대천 니가 안 죽여두 죽어가구 있는 아이야! 그러지 마!!
오들희 (어처구니가 없다) 무슨 말...하는 거야, 오빠?!!
20. # 병원 외경(밤)
21. # 응급실
무혁, 여전히 그 자세로 꼼짝도 않고 앉아 있다.
열도 내리고, 안색이 많이 좋아진 은채, 천천히 눈을 뜬다....눈앞에 있는 무혁의 모 습에 놀라고 당황하다가...무혁의 두 손에 잡혀 있는 자신의 손을 거칠게 빼 버린다.
무혁, 그제야 고개를 들어 은채를 보는.
은채 (무혁을 노려 보는)
무혁 (씨익 웃어준다) 놀랬잖아, 임마! 죽는 줄 알구.
은채 (무혁을 노려보다가....꽂혀 있는 링거 바늘을 거칠게 뽑아 버린다)
무혁 은채야!!
은채 (말 한마디 없이 시선도 안 주고 일어나더니 침대에서 내려 선다)
무혁 은채야!!
은채 (들은 체도 않고 응급실을 휘청휘청 나간다)
무혁 (허탈하게 보는)
22. #병실 복도
맨발의 은채, 아직도 아픈 기운이 남아 약간 몸을 휘청거리며 간다...가다가...힘들면 벽에 기대서고....다시 힘들게....무혁에게서 도망치듯 간다.
23. # 응급실
무혁, 허탈하게 앉아 있다....피식 쓰디 쓴 웃음이 흐른다.
24. # 윤 병실 안
안온한 조명등만 켜진 병실.
은채, 병실 문 열고 들어선다. 윤, 잠들어 있다. (산소 마스크는 뗀)
은채, 힘겹게 걸어와 침대 옆 의자에 앉는다..무혁에게서 도망쳐 간신히 윤에게 왔 다. 가쁜 숨을 쉬며 윤을 보다가 윤의 침대에 털석 엎드린다....가슴이 심하게 요동 치고 있다.
25. # 병원 로비(밤)
무혁, 허탈하게 걸어나온다. 입가에 쓴 웃음이 돈다....이때, 저 앞으로 자판기 커피 들고 허허롭게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는 대천의 모습 보인다.
무혁, 대천에게 다가간다.
무혁 (대천의 옆으로 와서 서며) 그게, 아저씨 사는 방식...인가요?
대천 (흠칫하며 무혁을 보는...)
무혁 (대천 보지 않고) 윤이를 위해선 아저씨 딸 은챈 어떻게 돼두 상관 없다....그렇게 생각합니까?
대천 ......
무혁 힘들어하는 은채 신음 소리.....안 들리나요?
대천 말이 지나친 거 같네, 차군.
무혁 (지지 않고 O.L.) 늘 그런 식으로 충성해 왔습니까?
대천 ......(흠칫...자신의 원죄를 알고 찌르는 것 같아 숨이 막히는 것 같다....할 말 잃는)
무혁 (대천 보며 원망스럽게) 제 눈엔 아저씨가....주인을 위해선 무슨 짓이라두 하는 새 퍼트...같아요.
대천 (표정이 굳어지는데)
무혁 (꾸벅 고개 숙이고, 걸어 간다)
대천 (가슴에 칼을 찔린 듯한 통증 느끼는)
26. # 윤 병실안
은채, 잠든 윤의 침대에 그대로 엎드린 채 힘겨운 숨 몰아쉬고 있다.
27. # 오들희 차안(달리는)
오들희, 깊은 생각에 잠겨 뒷 좌석에 기대 앉아 있고, 대천, 운전하고 있다.
대천 옷만 갈아 입고 다시 오실 겁니까?
오들희 (고개 끄덕이고.....힘겹게)....오빠!
대천 네.
오들희 (차마 입 밖으로 내뱉기가 두려워 망설이다가) 지금부터...내 말...오해하지 말구 들 어.
대천 ....네.
오들희 아냐, 오해 해두 돼....돌은 던져도 괜찮아. 칼을 들이대두 기꺼이 맞을 거야.
대천 (백미러 통해 오들희 보는)
오들희 (자기도 감당하기 힘든 말이라....푸 한숨 뱉고....마음 다스리며) 미스타 차..말이야...
대천 ......
오들희 도저히...손 쓸 방법이 없는 거야? 그냥...죽을 날만 기다리구 있는 거야?
대천 (눈빛이 잠깐 흔들리다가..힘겹게)......그렇게...들었습니다.
오들희 (다시 푸후 한숨 뱉고) 그럼....그렇다면.....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다시 심호흡하 고) 우리 윤이 좀 살려 주구 가면 안될까?
대천 ....(무슨 소린지 바로 못 알아듣고) 네?
오들희 정말 천벌을 받을 소린 거 아는데....아까 강 실장한테 부탁해서 미스타 차 신상 명 세서 봤어....다행히 우리 윤이랑 혈액형두 같구...
대천 ....그게....무슨 말씀...(하다가 흠칫 굳는다. 그제야 오들희 말뜻 알아채고 충격받는)
오들희 우리 윤이만 살려주면....걔가 원하는 거 다 해줄 수가 있는데, 내가....내 전 재산이 라두 다 내놓을 수 있는데.....어차피 죽으면 썩을 몸뚱인데...(하는데)
대천 (놀라서 끼익 급브레이크를 밟는다)
오들희 (놀라는)
대천의 차, 갑자기 서 버리는 바람에 뒤에 오던 차들도 끼익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급정거 한다. “운전 똑바루 해! 이 자식아!!” 악다구니 소리, 시끄런 경적소리, 들리 고.
대천 (그대로 핸들에 머리를 박고 있고)
오들희 (자기도 부들부들 떨고 있다...) 돌을 던져도 다 맞는 댔잖아, 그러니까...이 천하에 죽일 년! 칼을 찔러두.....기꺼이 맞겠대잖아, 그러니까...
대천 (그래...이게 사필귀정이구나...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오들희 (자기도 스스로의 모습이 몹시 당혹스럽다....울상이 되는) 무슨 천벌을 줘도...다 받 겠다잖아, 그러니까.
28. # 서경집 앞 골목(밤)
가로등 불빛 아래 무혁, 고통스럽게 토하고 있다....다 토하고 나서 철퍼덕 주저 앉 는....자기도 모르게..“엄마...엄마....” 소리가 신음처럼 새어나온다. F.O.
29. # 서경집 외경(아침)
30. #서경 욕실
무혁(혈색이 다시 좋아진), 욕실 거울(새로 갈았다) 앞에 서 있다. 물을 발라 머리 를 만지며 멋지게 다듬는.
무혁 갈치야!!
갈치 (변기에 앉아 꾸벅 꾸벅 졸고 있다)
무혁 김 갈치!
갈치 (흠칫 눈을 뜨며) 네?
무혁 삼촌 어때? 멋지냐?
갈치 (고개 끄덕이는) 네.
무혁 (피식 웃고) 가수 최 윤 보다 멋지냐?
갈치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무혁 (정색하고) 최 윤이가 더 멋지냐?
갈치 (거짓말은 못한다. 괜히 끄응 힘을 주는..)
무혁 (김새는 표정으로 거울 속의 자신의 모습을 뚫어져라 보다가....빙긋이 웃으며) 돌딩 아! 굿모닝?....나두...변태 아저씨두 굿 모닝!
31. # 윤 병원내 화장실
화색을 찾은 은채, 세수 하다가 물기 묻은 얼굴로 거울을 보고 있다...힘이 쑥 빠진 얼굴로 허허롭게 거울을 보다가.
은채 괜찮다.....괜찮다.....괜찮다......(거울 속에 자신의 모습을 안쓰럽게 만져 보는)...괜찮 지? 은채야?
32. # 백화점 보석 가게
오들희, 반지 하나를 고르고 있다. 흡족한 듯 들어서 이리저리 보며, “아우, 이쁘다” 감탄사 연발하고.
오들희 이걸루 포장해 주세요....우리 아들 청혼할 반지니까 이쁘게 포장해주세요....(하다가 문득 서경을 생각하고) 저기 저 반지두 좀 보여주세요.
33. # 윤 병실
윤, 핸드폰하고 있다.
윤 (푸훗 웃고) 아이스크림에다 넣구 같이 얼려달라 그랬어?.....야, 우리 엄마, 영화 많 이 봤구나?....참...엄마두 영화배우지?...알았어. 알았어요....고마워, 엄마...사랑해 요. (핸드폰 끊고 흡족한 듯 미소 짓는데)
이때, 문 열리고, 은채, 식판에 밥을 들고 들어온다.
은채 많이 기다렸지? 배 고프겠다.
윤 은채야.
은채 (보는)
윤 나, 맛있는 거 먹구 싶어.
은채 병원 밥두 잘 생각하구 먹으면 나름대로 맛있어.
윤 (식판을 뺏어 한쪽에 놓고) 밖에 나가자. 바람 좀 쐬구 오자.
은채 함부루 돌아다니면 안돼, 너.
윤 답답한 병실에서 줄창 이러구 있는 게 더 병 나겠다...(손가락 하나 들어보이며....한 번만! 애교 부리며 조르는)
은채 (난감하게 보는)
34. # 병원 로비
무혁, 들어서고 있다.
35. # 윤 병실 앞
무혁, 병실 앞으로 걸어오는데, 병실문 열리고, 남자(새 매니저), 윤의 정장 가방을 들고 나온다.
남자 (핸드폰 하며) 예, 다 챙겼어요.....네...지금 내려...(하다가 무혁을 보며 두려운 듯 잠 깐 흠칫하고 핸드폰 대고) 지금 내려 가요. (하고 핸드폰 닫고 무혁 눈치 살피는데)
무혁 (피식 서늘하게 웃고) 너, 아직두 여깃냐?
남자 (우물우물) ...강 실장님이....계속 출근...(하는데)
무혁 (남자의 뒷통수를 탁 때리고 남자가 든 정장 가방을 뺏는다) 이건 형한테 주구......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구 와라, 애기야.
36. # 병원 주차장/윤 차안
윤, 은채에게 기대어 뒷자리에 타고 있다.
은채 (윤을 감싸듯 안고) 정말 괜찮겠어?
윤 괜찮다니까....너만 옆에 있음 난 다 괜찮다니까.
이때, 운전석 문 열리고, 무혁, 운전석에 오른다. 들고 왔던 정장 가방은 조수석에 던져 두고.
은채와 윤, 무혁의 모습에 당황한 표정 역력해 지고.
무혁 (백미러를 자기에 맞게 만지며 백미러를 보고 씨익 웃으며) 새로운 매니전가 그 젖 비린내 나는 놈은 지네 엄마 젖 먹으러 갔어.
은채 (기가 막히고)
윤 (당혹스럽다)
무혁 ....(의자두 조절하며) 그 자식 엄마 젖 다 떼고 오면....그때, 내가 비켜 주께.
윤 (어이가 없다)
은채 (뒷통수를 노려보는)
무혁 (돌아보며) 어디 갈건데? 두 사람?
37. # 윤 차안(달리는)
무혁, 풍선 껌 푸 불며 여유로운 표정으로 운전하고 있고, 은채와 윤, 기가 막히고 불편한 표정으로 무혁의 뒤통수를 보고 있다.
무혁,랩 음악 같은 거 틀어 놓고 박자 음정 가사 무시하고 혼자서 신이 나서 불러 재끼는.
은채, 뭐 저딴 놈이 다 있나?....점점 어이가 없다.
38. # 백화점 여성복 가게
오들희, 값비싸 보이는 밍크 코트(숙녀용으로 나오는) 하나를 들어서 살펴보고 있 다. 여직원, 오들희가 골라놓은 대 여섯벌 정도 되는 숙녀복을 들고 오들희를 따라 다닌다.
이때, 대천, 오들희가 있는 곳으로 와 선다.
오들희 오빠! 이거 어때?.....걔한테 잘 맞을까?
대천 (어리둥절)...걔...라뇨?
오들희 무혁이 누나...그 모자란 애 말야....걔한테 어울릴 거 같애?
대천 (다시 안색이 굳어지며 창백해지는)
오들희 (대천의 표정에 궁색하게 변명하는)....아니....뭐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구...지난 번 에 내가 오해해서....큰 실수 했었잖아....너무 미안해서...어뜩해든 사과를 해야겠다 생각하구 있었거든, 내가.
대천 (신이여...대체 어디까지 잔인해 질 참입니까?...표정)
오들희 (대천의 눈치 보다가 직원에게) 이것까지 해서 다 포장해줘요.
직원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하며 밍크 코트와 옷들 들고 포장하기 위해 가고)
오들희 식품 코너에 굴비랑 갈비랑 과일두 사뒀어....그거 차에다 좀 실어 줄래?
대천 (넋나간 사람처럼 멍한...아무리 인과 응보라 해도 이건 너무 잔인한 거 아닌가요?)
오들희 정말 다른 뜻 없어, 오빠....순수하게 그냥....지난 번에 일, 사과하러 가겠다는 거야!
사과! 사과! 애플말구, 사과 알지?
39. # 고급 레스토랑 앞/ 윤의 차 안
무혁이 운전하는 윤의 차, 와서 멎는다.
무혁, 운전석에서 내려 얼른 차 뒷문을 열어준다.
은채, 어처구니 없는 표정으로 무혁을 여전히 노려보고 있고, 무혁, 마치 놀리듯 싱 글싱글 웃으며 껌을 씹으며 보다가...은채의 노려 보는 눈이 따갑다는 듯 시선을 레 스토랑을 향해 돌린다.
윤 (서늘한 표정으로 잠깐 생각하다가 은채 다정하게 보며) 화장실에 잠깐 들렀다 갈 테니까, 너 먼저 들어 가 있을래?
은채 ...어...그래...(애써 웃는)
무혁 (뻔뻔한 표정으로 풍선을 푸 불며 손으로 장난하는)
40. # 레스토랑 화장실
무혁, 세면대 앞에 서서 수돗물로 장난하고 있고, 윤, 변기 앞에 서 있다.
화장실 문에 정장이 든 가방 걸려 있다.
윤 (툭) 은챌 위해 뭘 해줄 수 있어?
무혁 (시선 돌려 보는)
윤 형이 은채 위해서 해 줄 수 있는 게 뭐냐구?
무혁 (다시 수돗물로 장난하고)
윤 난 말야. 만약에 내 여잘 위해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단 생각이 들면.
무혁 (무표정하게 여전히 수돗물로 장난하고)
윤 내 스스로 알아서 정리한다.
무혁 (태연한 표정으로 옆 변기로 와서 선다.)
윤 그게 남자라구 생각해, 난. (바지 자크 올린다)
무혁 (태연한 표정으로 휘파람 불며 볼 일 보고)
41. # 레스토랑안
고급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레스토랑....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은채, 심난한 표정 으로 앉아 있다. 머리가 너무 복잡하다. 웨이터가 와서 물을 따른다.
42. # 화장실
윤 (거울 앞에 서서 와이셔츠에 넥타이 매며) 오늘 은채한테 청혼할거야.
무혁 (옆에서 윤이 벗은 옷 들고 있다...잔인한 새끼...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돈다.)
윤 (넥타이가 잘 안 매진다) 어우...왜 이렇게 안돼?....형...이것 좀 해 줄래?
무혁 (정말...잔인한 새끼....그러나 여유로운 표정으로...윤의 목에 넥타이를 매준다)
윤 (서늘한 눈빛으로 무혁을 보는)
무혁 (어찌하다 매듭 줄을 힘껏 당기는데)
윤 (쿡! 기침하고..) 왜? 날 죽이구 싶어?
무혁 (피식 웃고 넥타이 줄을 다시 느슨하게 푸는)
윤 (피식 웃으며 신경전) 이딴 걸루 쉽게 죽을 사람이었음 예전에 죽었었겠지.
무혁 (넥타이를 반듯하게 매주고) 넥타이 색깔, 참 후지다. 열라..후지다.
43. # 레스토랑안
은채, 괴로운 마음에 테이블에 뺨을 댄 채 엎드려 있다.
44. # 주방
샤벳안에 얼린 반지가 들어 있다. 주방장, 익숙한 솜씨로 접시에 담는다.
45. # 레스토랑 한쪽 벽 뒤쪽
무혁, 껌을 씹으며 벽 뒤쪽으로 몸을 숨기고 팔짱을 끼고 서 있다...서늘한 표정...이 때, 들리는 노래 소리.
윤(E) (김건모 ‘미안해요’ 부르는) 그대의 생일 날 따뜻한 밥 한번 못 사주고,
46. # 레스토랑 안
은채, 여전히 뺨을 테이블에 대고 있다가...윤의 노래 소리에 천천히 고개를 들어 소 리가 나는 곳을 본다.
정장을 깔끔하게 차려 입은 윤, 피아노 치며 은채를 향해 미소 지으며 노래를 부르 고 있다.
윤 그대가 좋아한 장미꽃 한 송이조차 건네지 못했던 나를 용서할 수 있나요...미안해 요
은채 (심난한 마음에 굳어 있다가....웃고 있는 윤을 향해 애써 미소 짓는다...마음이 쓸쓸 하다.)
이때, 웨이터, 웨건에 스테이크 접시와 와인, 샤벳이 담긴 비밀 접시, 장미꽃 한다 발, 밀고 와 테이블에 세팅한다.
은채 (무혁이 목에 가시처럼 걸려 있다...저도 모르게 시선을 돌려 무혁을 찾다가...이러지 말자...다시 윤에게 집중한다.)
47. # 레스토랑 한쪽 벽 뒤쪽
윤의 노래 흐르고 있고.
무혁, 껌을 손으로 길게 돌돌 말아...자신의 손가락에 동그랗게 붙인다...반지 모양이 된 껌...씁쓸하게 본다.
이때, 노래를 부르는 윤의 음성이 점점 힘들어 진다.
무혁, 서늘해지는 표정.
48. # 레스토랑
노래를 부르고 있던 윤의 얼굴 갑자기 사색이 되어 간다. 숨이 가프고...식은 땀이 난다. 그래도....노래를 끝마치기 위해 있는 힘을 다하지만...이미 노래가 아니라 힘겨 운 신음 소리 같다.
은채, 당황한 표정으로 윤을 본다. 웨이터도 당황한 듯 윤을 본다.
윤, 결국 피아노 위로 덮어지며 죽을 상을 하고 가쁜 숨을 헐떡인다.
은채, 벌떡 일어나 “윤아!!” 하며 달려가고.
49. # 레스토랑 한쪽 벽 뒤쪽
무혁, 그제야 등을 돌리고 돌아서 윤을 본다. 은채, 달려 가 숨을 헐떡거리는 윤을 끌어 안으며 어쩔 줄 몰라한다....무혁, 별로 놀라지도 않고 표정이 없다.
무혁의 손에 끼워진 껌 반지가 눈에 따갑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