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읽기] 미안하다,사랑한다 10회 - 2
old/old_column 2004. 12. 15. 00:31
44. # 공원



    박스 같은 것 깔고 마주 앉아 있는 무혁과 은채.

    바닥에 소주 2병과 꼬마 김치 놓여 있다. 은채, 호주머니에서 소주 한 병 더 꺼내서  바닥에 탁 놓는다.



무혁    (의아한 표정으로 소주를 보는데)

은채    (술 기운이 아직도 많이 남았다)....진도를 맞추자구요, 그니까.

무혁    엉?

은채    내가 지금 술이 너무 취해 갖구 맛이 갔잖아....그럼 아저씨두 같이 맛이 가 줘야지.

    그래야 공평하지.

무혁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고)

은채    내가요,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단어가 평등이잖아요. (이빨로 소주병을 힘껏 따려  하지만, 쉽지 않다)  

무혁    뭔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냐?...대낮 부터?

은채    (다시 낑낑거리며 따는) 그럴 일이 쫌 있었죠....왜 맨 정신 갖구 견디기 힘든 날 있 잖아요.

무혁    (고개를 끄덕이더니) 나두 맨 정신으루 견디기 힘든 날인데, 오늘.

은채    (드디어 소주병 따고 헤 웃으며) 이야, 우리 너무 잘 맞다. 잘 됐네..(소주병 내민다)

무혁    (....소주병을 받아서 쭉 마신다)

은채    (김치 하나를 손으로 집어서 주며) 자! 안주!

무혁    (받아서 먹는다)

은채    (양념 묻은 손을 쪽쪽 빨아 먹으며) 정말 보면 볼수록 착한 아저씨야...말두 잘 듣구     이뻐 죽겠어. (무혁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는데)

무혁    (씨익 웃으며 엄마에게 칭찬 받은 아이처럼 으쓱해서 소주병 좔좔 들이키고 다른     소주병 가리키며) 저것도 따!  

은채    (고개 끄덕이며 다른 소주병도 이빨로 낑낑...딴다)



45. # 공원 (노을녘)

            

    무혁, 박스 위에 그대로 꼬꾸라져서 잠들어 있다.

    은채, 무혁 옆에 쪼그리고 앉아 무혁을 미소로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취기는 아직  도 남았다)

    

은채    진짜 술 약하네, 이 아저씨...소주 반병에 저렇게 가버리시나?....술 왕창 멕여갖    구 고   백 할 말이 있었는데....할 얘기가 있었는데, 씨이....(남은 소주를 병째 들어 마신다.   소주 두 병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이때, 무혁, “엄마...엄마....”하며 잠꼬대 한다.

    은채, 안쓰럽게 보다가 무혁의 옆에 가만히 눕더니 꼬옥 끌어 안아 준다.

    그 위로 겹쳐지는.



46. # 플래시백 (1회 #49 호주 뒷 골목)



    “엄마...”하고 부르는 은채를 무혁이 꽉 끌어 안아 주던.



47. # 공원 (노을녘)



    무혁을 꼭 끌어 안은 은채, 피식 웃으며 중얼거린다.



은채    나, 은혜 갚았다, 아저씨?



    은채, 무혁을 더욱 꼭 끌어 안아 준다.



48. # 녹음실 앞 (밤)



    모자를 푹 눌러쓴 윤, 걸어 나온다. 누군가를 찾는 듯 두리번거리는데, 빠앙하고     크락션 소리 들린다.

    윤, 소리 나는 곳을 돌아 본다.  민주, 운전석에서 내려 윤을 본다. (미안함에 제대  로 시선은 못 마주친다)

    윤, 민주를 향해 씨익 웃는다.

  

49. # 민주 차안



    윤과 민주, 나란히 차에 탄 채 앞을 보고 있다.



윤  (씨익 웃으며, 민주 보며) 잘 지냈니?

민주    (앞만 보며) 아니.

윤  왜애?

민주    (너무 미안하다) 열심히 너 버린 벌 받구 있어.

윤  (피식 웃으며) 그럴 거 없어.....사랑이 의리루 하는 거냐, 뭐?

민주    (의외의 대답에....그제야...보는)

윤  (따뜻하게 웃어주며) 죄책감 갖지 마....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소쩍새가 울었 나보다...그렇게 생각하자, 우리.

민주    ......(피식 서글프게 웃는)

윤  (손을 내밀며) 앞으루두....좋은 친구루 지내 줄거지?

민주    (잠깐 망설이다가 윤의 손을 잡는다) 멋져졌다, 최윤?

윤  (피식) 그래서, 아깝냐?

민주    (피식) ...쫌.

윤  (웃으며) 은채 엄마가 잘 하시는 말씀이 있는데...디어봐야 정신을 차린다구....디어보   니까 정신을 차린 거지 뭐.

민주    (피식 웃고) 은채랑은 잘 되가?

윤  넌?....그 남자랑 잘 되가?

민주    (피식 쓰게 웃고) 운전 못하지, 너? 집에 까지 데려다 주께...(윤의 안전벨트 해준   다)

윤  (민주를 편안하게 본다)



50. # 공원



    무혁과 은채 위로 누군가 신문지를 덮어놓고 갔다.

    이때, 노숙자로 보이는 사람, 걸어와 주변에 놓인 소주병과 먹던 김치를 챙겨 들더   니, 신문지도 확 걷어서 가 버린다.

    고스란히 드러나는 무혁과 은채.

    추위 때문인지 꼭 끌어 안고 잠들어 있다.

    잠시후, 무혁, 천천히 눈을 뜬다....자신을 꼭 끌어 안고 잠든 은채를 미소로 보다   가....은채의 이마에 따뜻하게 입을 맞춘다.



51. # 민주 차안/ 오들희집 일각 길

    

    민주, 윤을 옆자리에 태우고, 차를 몰아온다.



민주    너 근데, 무리하게 활동 계속 해두 돼? 심장 쪽이 많이 안 좋다며?

윤  괜찮어. 괜히 겁 억수로 주잖아, 의사들. (하는데)



    이때, 저 앞으로 은채를 등에 업고 가고 있는 무혁의 모습이 보인다.

    무혁, 문득 고개를 돌려 뒤쪽을 보는데.



윤  (먼저 발견했다....흠칫 표정이 굳는)

민주    (동시에 무혁과 은채임을 알아본다....)

윤  ...천천히 가자.

민주    (자신도 한 대 맞은 듯 멍해져서...속력을 줄인다...)

  

52. # 오들희 집 앞 일각길



    무혁, 잠든 은채를 업고 휘파람을 불며 걸어가고 있다.

    그들 뒤를 조용히 따라오고 있는 민주의 차.



무혁    돌딩아...

은채    (잠들어 있는)

무혁    은채야....

은채    ......

무혁    그냥 밤새 너만 업구 이렇게 다녔음 좋겠다.

은채    ......

무혁    아저씨 따라 갈래?

은채    ......

무혁    니가 같이 가 주면 진짜루 좋을텐데...

은채    .......

무혁    너만 같이 가 주면 진짜루...내가....(하다가 무슨 부질 없는 소린가...피식 웃음 흘린   다)

은채    ......

무혁    아, 씨...그냥...우리 돌딩이 업구...이렇게 다니다 죽었음 좋겠다.

은채    .......



    무혁, 어느새 대문 앞에 다다른다. 민주의 차도 약간의 간격을 두고 쫓아왔다.



무혁    (막상 대문앞에 다다르자...이렇게 들여 보내기가 아쉽다. 운동화 발로 괜히 땅만 틱 틱 걷어차며 망설이다가....)동네 한 바퀴 더 돌아야지....(하며 발걸음을 돌리는    데)



    이때, 뒤따라왔던 민주의 차 문 열리며, 윤, 내린다.

    민주는 차안에서 기가 막힌 표정으로 무혁과 은채를 보고 있다.



무혁    (당황해서 윤을 보는)

은채    (세상 모르고 잠들어 있고)

윤  (잠깐 표정 굳었다가 애써 온화한 미소 짓고) 은채, 이리 줘, 형.

무혁    (그대로 표정 굳은 채)

윤  이리 줘, 형....내가 업으께.

무혁    (고집스럽게 그대로)

민주    (긴장해서 보고)

은채    (세상 모르고 잠든)

윤  (웃음기가 싹 가신다) 이리 줘, 은채.

무혁    ........(미동도 않는)

윤  (표정 일그러지는)

무혁    (그대로 윤을 스쳐 가려는데)

윤  (버럭) 은채야!...송 은채!!!

무혁    (흠칫 보고)

은채    (그 소리에 천천히 눈을 뜬다...잠이 묻어 아직 상황 판단 못하고)

윤  (언성 높여) 일어나! 일어나, 송 은채!!

무혁    (표정이 서늘해지는)

은채    (그제야 완전히 일어나서...자신을 업고 있는 무혁의 등과 눈앞의 윤을 본다. 깜짝   놀라 당황하며) 내려 주세요, 아저씨...(하며 무혁의 등에서 내려 온다)...윤아.

무혁    (서늘하게 윤을 보고 있다)

민주    (차 안에서 기가 막힌 표정으로 보고 있고)

윤  (무혁 시선 외면하고 은채의 팔을 잡는다) 집에 가자.

은채    (무혁 눈치 보고) 놔, 이거.

윤  (억지로 은채의 손을 끌고 대문쪽으로 간다)

무혁    (눈빛이 무섭게 떨린다)

은채    (안 끌려 가려하며) 왜 이래?.....놔, 윤아...놔, 이거!

윤  (그래도 사정 안 봐주고 가려는데)

무혁    (갑자기 버럭) 놔! 그 손! 은채가 놓으라 그러잖아, 새꺄!!

윤  (탁 걸음 멈추고 무혁을 매섭게 보고)

은채    (당혹스럽게 무혁을 보는)

무혁    (걸어오더니 은채의 팔을 잡은 윤의 손을 거칠게 떼 놓는다) 은채한테...함부루 굴지     마.

윤  (어이가 없고)

은채    (당혹스럽고)

무혁    (매섭게 보다가...그대로 발걸음 돌려서 길을 내려 간다)

은채    (당혹스런 눈길로 무혁을 쫓는다)

윤  따라 와. (안으로 들어간다)

은채    (멀어져 가는 무혁을 보다가 잠깐 생각하고 결심한 표정으로 집 안으로 들어간다)

민주    (멀어져 가는 무혁을 백미러로 보며...황당한 표정 짓고....이제 은채까지 건드리나?)    

53. # 일각길

    

    무혁, 껌 껍질을 까서 입에 넣으며 걸어가고 있다.

    이때, 길 반대편에서 오던 대천, 무혁을 발견한다. 은채랑 같이 있었나...흠칫하는 표    정.

    무혁, 대천이 자신을 보고 있는 지도 모르고, 노기를 껌으로 달래며 뚜벅뚜벅 걸어   간다.



54. # 오들희 정원



    윤, 감정을 다스리려 애쓰며 서 있다. 은채, 윤의 앞으로 걸어 와 선다.



윤  ...무혁이 형이랑 사귀냐?

은채    아니.

윤  (그제야 안도한 듯 웃고) 됐어, 그럼....(은채의 어깨를 꾹 눌러 주고) 들어 가라.

    좋은 꿈 꾸구. (현관문 쪽으로 가려는데)

은채    나, 무혁이 아저씨 손 잡아 주구 싶어.

윤  (흠칫 돌아보는)

은채    넌 내가 아니어두 되잖어. 굳이 내가 아니어두 잘 살아 왔구, 잘 살아 갈 수 있잖    아!....근데, 무혁인 아저씬...(하는데)

윤  (말자르며) 은채야!!

은채    니가 내 손 놔줘.

윤  .......

은채    그래 줘, 윤아.

윤  (숨이 콱 막히는 것 같다...원망스럽게 보는)

은채    미안해.....미안하다.

윤  (휙 돌아서더니 현관문 열고 들어가 버린다)



55. # 거리 펀치 머신앞



    무혁,  털레털레 걸어오다 펀치 머신을 발견한다.

    분노를 토해 내듯 펀치 머신을 향해 힘껏 주먹을 날리는 무혁.



56. # 오들희 정원



    은채, 윤에 대한 미안함에 바위처럼 서 있다.



57. # 윤 방



    윤, 방으로 들어서더니 드럼을 신경질적으로 두드려 댄다. 갑자기 숨이 차고, 호흡   이 가파진다....어지럽다....안색이 창백해지고, 식은 땀이 난다.  

    이때, 오들희, 귀를 막으며 들어선다.



오들희  아들! 시끄러! 한 밤중에 무슨 짓이야, 이게?!!

윤  (이를 앙물며 힘겨운 것 참으며 그대로 계속 드럼을 두드려 대는데)

오들희  아우, 아들!! 이웃 사람들 항의...(해! 하려는데)  

윤  (힘껏 채를 휘두르다가 그대로 의식을 잃으며 쿵 쓰러진다)

오들희  (놀라서 차마 비명 소리도 못 내는)

  

58. # 오들희 정원



    은채, 자기 집쪽으로 걸음을 옮기는데, 오들희의 비명 소리 들린다.



오들희(E)윤아!!!

은채    (흠칫 뒤돌아보는)



59. # 거리 펀치 머신앞



    무혁, 너무 심하게 때린 탓에 고장나 망가져 버린 펀치 머신을 황당하게 본다.

    이때, 무혁의 뒤로 엠브란스 사이렌을 울리며 지나가고 있다. F.O.



60. # 병원 로비 (다른 날, 아침)



    무혁, 급하게 뛰어 들어가고 있다.



61. # 병실 앞



    무혁, 달려와 보면, 은채, 병실 앞에 넋나간 사람처럼 퍼질러 앉아 있다.



무혁    은채야.

은채    (멍한 표정으로 고개 들어 보는)



    이때, 안에서 오들희의 울부짖는 소리 들려 온다.



오들희(E) 오진이야! 오진이야, 이건!!....다시 검사 해요! 다시 검사해!!  

은채    (안색이 창백해져 병실쪽을 보는)

무혁    (무슨 일인가 병실쪽을 보는)



62. # 병실안



    윤, 산소 마스크 쓰고, 의식 잃고 누워 있고, 오들희, 의사를 잡고 격앙돼서 소리치  고 있다.

              

오들희  다시 검사하라구요.....말이 안돼! 말이 안돼죠, 이건, 선생님!

의사    (곤혹스러운 표정 짓고) 그래서, 절대 무리하지 말구 안정하라구, 수 차례 주의를    드렸잖습니까?!!



    무혁과 은채, 함께 들어선다.

    은채, 안색이 창백해져 오들희를 보고, 무혁, 서늘하게 본다.



오들희  멀쩡했다구요! 멀쩡했단 말예요!! 우리 윤이 티브이에 나온 거 안 보셨어요?

    너무너무 건강하구 멀쩡했다구요!!

무혁    .......

의사    이렇게 급격하게 나빠질 줄은 사실 저희도 예상 못했습니다.....그리구, DCMP는 증   세 자체가......(하다가) 설명드렸잖습니까? 윤군의 상태는 당장 겉으로 드러나는 게     아니니까 한 시도 방심하지 마시구...  

오들희  (말자르며, 도도하게) 나 납득할 수 없어요! 다시 검사 해 줘! 저렇게 멀쩡했던 애   가 죽을 병에 걸렸다는 게....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은채    (표정이 창백해지고)

무혁    (쿵!)

오들희  말이 안돼....다른 병원으로 옮길래...당장 다른 병원으로 옮기겠어요, 우리 윤이!!

의사    (푸 한숨 뱉고) 일단 진정하시구, 좀 있다 다시 뵙죠....(하고 나가려는데)

오들희  (갑자기 의사를 가로 막더니...무릎 꿇고 사정한다. 도도하게 우기던 모습은 어느새  무너져 버렸다) 살려 주세요, 선생님! 살려 주세요!! 우리 윤이 저한텐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핏줄이예요.  

무혁    ......

오들희  내 인생 전부란 말예요, 저 자식은....제 재산 다 드리께요...저한테 있는 거 모조리     다 내 놓으께요. 우리 윤이만 우리 윤이만....고쳐주세요...우리 윤이만 살려 주세요!!!

무혁    ......

은채    .....(넋이 나갔다)

의사    최선을 다해 봅시다....현재로선 가장 좋은 방법이 이식이지만...그게 그렇게 간 단한    문제도 아니구....

오들희  이식이라뇨? 심장 이식...말씀인가요?

은채    (흠칫)

오들희  그럼, 제 심장...제 심장이라도 떼 주께요, 선생님....제 심장이라두 떼서 주면 되잖아   요, 선생님!!!

무혁    (눈빛이 무섭게 일렁인다)

의사    (안타깝게 보며 한숨 뱉는)

오들희  (울부짖는) 그렇게 해주세요! 우리 윤이만 살릴 수 있다면 뭐든...뭐든 다 하께요,   선생님!...전 살만큼 살았어요....괜찮아요. 살만큼 살았어요, 전!!

의사    오 여사님!

오들희  윤이가 없음 저두 죽어요...어차피 저도 죽어요......저도 죽어요오!!....(부르짖다가 혼 절해 버린다)

은채    아줌마아!!!

무혁    .......

    

63. # 병실 복도



    무혁, 실신한 오들희를 업고 응급실로 뛰고 있다.

    의사 무혁의 뒤를 쫓아오고 있다.

    무혁의 서늘한 표정위로 오들희의 음성이 면도칼처럼 꽂힌다.

  

오들희(E) 살려 주세요, 선생님! 살려 주세요!! 우리 윤이 저한텐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핏    줄이예요. 내 인생 전부란 말예요, 저 자식은....      

무혁    ......

오들희(E) 윤이가 없음 저두 죽어요...어차피 저도 죽어요......저도 죽어요오!!

무혁    ......



64. # 윤 병실



    은채, 넋이 나간 듯 먹먹한 표정으로 윤을 바라본다....약간 거리 두고 떨어져서 서  있는....

    

65. # 플래시백 (9회 #84. 은채 차안)

    

윤  (꽉 잡으며) 니 손이 날 살렸다?

은채    .....

윤  그때, 사고 날때....이제 죽는 구나...여기서 다 끝나는구나.....그런 생각을 하는데...니    목소리가 들렸어.

은채    ......

윤  괜찮아, 윤아...별 일 아니야.....다른 어떤 데도 가지 말구, 어떤 소리도 듣지 말구,    내 손만 꼭 잡아....괜찮아. 별 일 아니야....



66. # 윤 병실  



    은채, 주먹을 꼭 움켜 쥔다. 여전히 거리를 두고 서서 윤을 바라본다.

    두렵고...무섭다. 꼼짝도 않고 그렇게 먹먹하게 서 있는.



67. # 응급실



    실신한 오들희, 링거 꽂고...혈압과 맥박 재고....응급 조치 받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 보고 있는 무혁.

    오들희, "윤아...윤아...." 눈물을 흘리며 헛소리 하고 있다.

    무혁, 그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어 돌아서 응급실을 나온다.



68. # 윤 병실



    은채, 여전히 거리 두고 윤을 바라보고 있다. 산소 호흡기를 쓴 윤의 모습이 아프게  가슴을 찌른다.

    천천히 한걸음씩 한걸음씩....윤의 곁으로 다가가는 은채.

    은채, 잠깐 망설이다가.....천천히 손을 뻗어 윤의 손을 꼬옥 잡는다.

    이때, 조용히 열리는 병실 문....무혁이 서 있다.

    

은채    (나즈막히 얘기하는) 괜찮아, 윤아...별 일 아니야.

윤  ......

은채    (눈물이 그렁해지는) 어떤 데두 가지 말구....어떤 소리두 듣지 말구....내 손만     꼭 잡   아.

무혁    (허탈하게 보는)

은채    괜찮아. 별 일 아니야, 윤아. (두 손으로 꼭 윤의 손을 쥐는)

무혁    (온 몸에 힘이 다 빠져 나간 듯 먹먹한 표정으로 보다가 조용히 문을 닫는다)          

69. # 윤 병실 앞



    무혁, 병실앞 벽에 턱 머리를 기댄다. 껌을 꺼내려 씹으려는데, 껌이 바닥으로 툭    떨어진다.

        멍하니 껌을 내려보고 있는 무혁.....한동안 그렇게 있다가...껌을 주우려고 몸을 굽히   는데, 누군가의 손이 껌을 줍는다.

    무혁, 고개 들어 보면....대천이다.



대천    (굳은 표정으로 주운 껌을 무혁에게 내미는)

무혁    (표정 없이 보며...받는)



70. # 병원 로비 휴게실 (혹은 병원 일각 정원)



    대천, 자판기 커피를 무혁에게 준다. 무혁, 커피를 받아든다.



대천    (무혁 보지 않고 커피를 마시며) 호주에서 살았었다구?

무혁    ....야(YES)....(하다가) 네.

대천    키워주신 부모님은 어떤 분들이셨나?

무혁    기억..안 납니다.

대천    (보는)

무혁    (고개 저으며) 기억...하고 싶지 않아요.

대천    (마음이 아프다)...힘들게...살았었나?

무혁    (고개 저으며) 아니요....한국으로 다시 돌아갈 거라구 생각했기 때문에....날 낳아준    엄마두 찾구....가난 때문에 자식을 버린 불쌍한 엄마한테....좋은 집두 사주구....맛있  는 것도 사주구...   (애써 힘겹게 웃으며) 희망이 있었기 때문에.....힘들지 않았어요.   조금두.

대천    (울컥한다....눈물이 날 것 같아 손바닥으로 눈을 가린다)

무혁    (커피를 마신다)

대천    (감정 힘껏 누르며 무혁의 옆 모습을 본다)

무혁    (앞을 보며 커피만 마시고 있다)

대천    .....어머닌 찾았나? 그래서?

무혁    (컵을 쥔 손이 가늘게 떨린다.....커피를 쭉 다 마시고 컵을 일그러뜨리며) 아니요!

대천    (마음이 무너진다)

무혁    (대천에게 꾸벅 인사하고 걸어간다.)

대천    .......



71. # 응급실



    오들희, 링거 꽂고 잠들어 있다. 대천, 와서 오들희를 본다. 가슴이 메인다.



72. # 거리



    무혁, 걸어가며 껌을 꺼내 씹는다...다시 한 대를 더 까서 넣고...다시 하나를 더 까 서 입에 넣고...입안 가득 불룩하게 껌을 넣고 씹으며 간다.



73. # 병원 외경(밤)



74. # 윤 병실



    핼슥한 윤, 눈을 뜬다(산소 호흡기는 뗐다)....천천히 고개 돌리면 은채가 자신을 보 고 있다.  

    시선 내리면 자신의 손을 꼭 잡은 은채의 손이 보인다.

    윤의 눈에 눈물이 그렁해 진다.



은채    (윤을 향해 애써 웃어주며) 잘 잤어?

윤  응.....(같이 웃는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내린다)

은채    (윤의 눈물을 손등으로 가만히 닦아준다)

윤  (은채를 향해 미소 짓는)

은채    ......



75. # 서경방(밤)



    무혁, 팔베개를 하고 누워 천장을 보고 있다.

    서경과 갈치, 무혁의 뇌 단층 촬영 필름을 ‘이게 뭐야?’ 하며 히히닥거리며 보고 있    다.

    은채를 만나 사랑했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76. # 플래시백



1. 1회 #36. 호주거리

    무혁을 보고 “한국 사람이세요?” 물으며 “살았다...살았다...”팔짝 팔짝 뛰던 은채.



2. 1회 #47. 호주 골목 어귀

    기도들을 피해 쓰레기통 옆에 손 꼭 붙잡고 숨어 있던 무혁과 은채.

    “아저씨가 좀만 늦었으면 나...” 울먹이면 말하던 은채.



3. 3회 #33. 오들희집 대문앞

은채    내가 그렇게 좋았어요?

은채    어디가 그렇게 좋아서...호주에서...그 먼데서 여기가 어디라구....(감격스러워 목이 멘  다)

무혁    ......(빤히 표정없이 보는)

은채    ....우리...말 한번 제대루 안 나눠 본 거 같은데...내가 첫눈에 반할 타입은 아닌데.

은채    ...어쨋든 고맙습니다. 나 같은 걸 좋아해주셔서.  

  

4. 4회 #30. 신호등앞



은채    우리 나라 수도는 어디예요?

무혁    .....서울.

은채    미친 사람은 아니구나.

은채    좋아요! 우리, 사겨요!



5. 4회 #33 포장마차

    

은채    내성적이구나, 아저씨?.....(소주 쪽 빨아먹고) ....무대뽄 줄 알았는데, 내성적이구나....   (안주 하나 집어서 자기 입에 넣고, 하나를 집어 무혁에게 내민다) 아.

무혁    (점점 더 힘들어 진다...식은 땀이 물처럼 한방울 툭 흘러내린다)

은채    수줍어 하지 마요. 사귈땐 이렇게 하는 거예요....이렇게 자아꾸 정을 붙여야지요. 아    아.



    잠든 은채에게 거칠게 입맞춤하던 무혁.



6. 5회 #38. 국밥집



    난동을 부리던 무혁의 허리를 안고, “왜 이래요? 미쳤어요?!” 소리치던 은채.

7. 5회 #59. 여인숙방



    앓아 누운 은채에게 약을 먹여 주며 간호하던 무혁.



8. 7회 #78. 노래방 앞

은채    어디 가요, 아저씨?

은채    호주루...돌아 갈려구요?

은채    그냥 여기서 누나랑 식구들이랑 살지....호주엔 아무두 없다면서요? 와이프두 결혼하 구...

은채    아저씨...한번 안아 주구 싶은데.

은채    접때 못 안아 준 거....지금 안아주께요. 그래두 돼요?

은채    (무혁을 안으며).......따뜻해요?....외롭지 않죠, 이제?



    은채에게 입맞춤하던 무혁.



8.. 10회 #36. 거리

    횡단보도 한 가운데 서서 은채와 꼭 끌어안고 있던 무혁.



77. # 서경방



    무혁, 벌떡 일어나 앉는다.

    서경과 갈치는 어느새 잠이 들었고, 한쪽에 뇌 단층 촬영 필름 놓여 있다.

    필름을 들어서 뚫어지게 보는 무혁....그 위로 다시 들리는 오들희의 음성.



오들희(E) 다시 검사 해 줘! 저렇게 멀쩡했던 애가 죽을 병에 걸렸다는 게....그게 말이 되는     소리야!



    무혁, 필름에 가만히 손은 댄다. (박혀 있는 총알에)



오들희(E) 살려 주세요, 선생님! 살려 주세요!! 우리 윤이 저한텐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핏  줄이예요. 내 인생 전부란 말예요, 저 자식은.



    무혁, 필름을 가만히 품 속에 끌어 안으며 눈을 감는다.



오들희(E) 그럼, 제 심장...제 심장이라도 떼 주께요, 선생님....제 심장이라두 떼서 주면 되잖   아요, 선생님!!!

    

    다시 눈을 뜨는 무혁, 눈가가 빨갛다....표정이 쓸쓸하다.



78. # 병원 정원(낮)



    은채, 윤(어깨에 담요 덮고, 안색이 창백한)을 휠체어에 태우고 산책하고 있다.



은채    (힘이 없고, 쓸쓸한 표정) 안돼....심장두 안 좋은 애가 무슨 귀신 얘길 해달래?

윤  괜찮아, 해봐...나 인제 그딴 거 겁 안나. (그래도 몹시 힘들어 보이는 눈치다)

은채    갑자기 생각 나는 게 없네....(윤의 어깨를 담요로 정성스럽게 여며주며) 엘리베이터     귀신 얘기 알어?

윤  몰라...(힘든 거 참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지켜 보는 어떤 시선....무혁, 멀찍이서 팔짱 끼고 은채와 윤을 지켜  보고 있다.



은채    음...어떤 애가 야자를 마치구 집으루 오는데...

윤  (결국 못 참고....가픈 숨 몰아쉬는)

은채    윤아..왜 그래?....왜 그래, 윤아?!!...(몹시 놀라 눈물이 그렁해 윤을 끌어 안으며) 미  안해, 미안해...미안해, 윤아....

무혁    (표정없이 보고 있다)



79. # 윤 병실



    의사, 힘겹게 숨을 몰아쉬는 윤의 얼굴에 다시 산소 마스크를 씌운다.

    은채, 윤의 손을 꼭 잡고 눈물이 그렁해서 바들바들 떨고 있다.



80. # 윤 병실앞



    은채, 병실 문을 닫고 나온다. 눈물이 그렁해 쭈욱 미끄러지듯 주저 앉으며 두 손으  로 얼굴을 가리고 엉엉 운다.

    그 모습을 멀찍이서 바라보는 무혁....천천히 은채 앞으로 걸어간다.

    은채 앞으로 다다라 은채가 우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은채 앞에 바짝 무릎을 대고

    무릎 굽혀 앉는다.

    은채, 누군가 앞에 와 있는 느낌에 고개를 들어 무혁을 본다.

      

무혁    (씨익 웃으며) 나랑 놀자, 돌딩아.

은채    (어이없다는 듯 보는데)

무혁    (은채의 손을 잡으며) 나랑 놀자, 일분만.

은채    ......



81. # 병원 휴게실



    무혁, 샌드위치와 우유를 우걱우걱 맛있게 먹고 있다.

    운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는 은채, 어이없는 표정으로 무혁을 본다.



무혁    (너도 먹을래? 하는 표정으로 샌드위치를 은채에게 내미는데)

은채    (고개 젓고) 윤이한테 가봐야 돼요.

무혁    (들은 체도 않고 열심히 샌드위치만 먹는)

은채    아저씨.

무혁    (하나를 다 먹고 테이블 위에 있는 새 샌드위치를 뜯어서 먹다가...다시 너도 먹을   래? 권하고)

은채    (어이없는 듯 보다가  벌떡 일어선다)

무혁    내가 살려주께.

은채    (흠칫 보는)

무혁    (샌드위치 맛있게 먹으며) 윤이 내가 살려 주께.  

은채    아저씨.

무혁    그니까, 울지 마. 앞으론.....너 우는 꼴, 눈을 뜨고 봐 줄 수가 없다. 못 생겨서. 슈렉  같애.

은채    (어이없다는 듯 보다가 가려는데)

무혁    (은채의 팔을 잡는다) 내 심장, 윤이 준다. 됐냐?

은채    아저씨!!

무혁    내 심장 떼서 윤이 줄테니까, 너, 나한테 올래?

은채    (어처구니가 없다 무혁의 손을 뿌리치고 가려는데)

무혁    (더 세게 팔을 잡으며) 내가 살아 있는 시간까지만 나한테 올래?!!

은채    (기 막힌 얼굴로 노려 보고)

무혁    (씨익 웃는 표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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