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읽기] 미안하다,사랑한다 10회 - 1
old/old_column 2004. 12. 15. 00:30
        10회

                    



1. # 서경 마당(9회의)



    무혁, 심난한 표정으로 나와 서서 까만 밤 하늘을 올려다 보고 있다.



2. # 서경집 앞(9회의)

    

    은채, 숨이 차게 뛰어 와서 선다....애틋한 눈빛으로 서경 집 쪽을 보는.



3. # 서경 마당(9회 마지막씬 연결된)



    하늘을 보던 무혁, 약간의 현기증을 느끼는데, 무혁의 코에서 코피가 흐른다.

    무혁, 당황해 하며 코를 막는데.

  

은채(E) 아저씨!

무혁    (흠칫 그대로 굳은 채)

은채    (대문 안으로 들어서 무혁의 등을 본다)...아저씨.

무혁    (차마 돌아보지 못한다...멈추지 않고 쏟아지는 코피를 두 손바닥으로 당혹스럽게    막고 있는데)    

은채    ....(왜 돌아보지 않지? 마음이 많이 상했나?.....안타깝게 다시 부르는) 아저씨!

무혁    (코피가 주르르 흘러 입고 있던 흰 티까지 적신다...은채가 놀랄까봐 이 모습을 보   여줄 순 없다.)

은채    (그래도 여기 까지 달려왔는데....내심 무혁이 서운하다)...아저씨이....

무혁    .......

    

    이때, 은채의 핸드폰이 울린다.

        

은채    (눈빛은 서운하게 무혁을 보며....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받는) 어, 민채야....(놀라는)  뭐? 윤이가 쓰러져?

무혁    .......(흠칫)

은채    왜? 뭐가 잘못됐는데?.......알았어.....알았어, 지금 가께.

무혁    .......

은채    그래, 가, 지금....(핸드폰 끊고....당황한 표정 짓고 있다가....그래도 다시 무혁의 등을    보며 마지막으로 부르는) 아저씨.

무혁    (기어이 돌아보지 않는다)

은채    (착잡한 표정으로 보다가....돌아서 대문쪽으로 간다...가다가 미련이 남아 다시 되돌    아보는)

무혁    (여전히 등을 보이고 선)

은채    (힘이 쑥 빠져 대문을 나간다)

무혁    (또각...또각....은채의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 들으며 그제야 돌아선다...먹먹한 눈빛)



4. # 서경집 앞길(밤)

    

    은채, 씁쓸한 표정으로 터벅터벅 걸어가다가....이럴 때가 아니지...뛰기 시작한다.



5. # 서경 마당



    무혁, 수돗가에서 코피를 씻어낸다....고개를 뒤로 젖히며 일어서다가......은채를   그대로 윤에게 돌려 보낸 상황에 갑자기 화가 치민다.

    수돗가에 놓인 세수대야를 사정없이 걷어차 버린다.

    애써 화를 달래고...집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데....갑자기 시야가 뿌옇게 흐려진다.

    정신을 차리려 애쓰다가...결국 픽 쓰러져 버리는.



6. # 윤방



    핸드폰을 든 민채, 난처한 표정으로 윤을 보고 있다.

    윤, 신경질적으로 방안에 있는 드럼을 두드려 대더니 갑자기 딱 멈추고.



윤  (화는 누르며) 민채야! 다시 한번 핸드폰 해봐.

민채    온다 그랬으니까 곧 올 거예요.

윤  벌써 30분이나 지났다....어딨대? 어디서 오는 길인데?

민채    안 물어 봤는데....

윤  아우....증말...왜 이렇게 속을 썩여, 이 기집앤 진짜.(머리를 거칠게 부비며 침대쪽으   로 오다가...심장쪽 가벼운 통증-숨이 가쁜- 잠깐 느끼고)

민채    (조심스럽게) 오빠.

윤  ....어.

민채    어떡하실려구 이러세요?

윤  응?

민채    제가 노파심에서 드리는 말씀인데요....우리 언니 그만 헷갈리게 하셨음 좋겠거든요.

    가뜩이나 별루 좋은 머리두 아닌데, 송 은채양이.

윤  .......(통증이 잦아 든다. 무슨 말인지 안다) 헷갈리게 안해, 인제.

민채    ......

윤  헷갈리게 안해, 걱정 마....(웃고는 스프레이를 땀처럼 보이게 얼굴에다 뿌린다.)

    나 많이 아퍼 보이냐, 민채야?



7. # 오들희 집앞



    은채, 부지런히 뛰어오며 핸드폰하고 있다.



은채    어, 민채야.....지금 집 앞이야. 금방 들어 가....윤인 괜찮어?

    은채, 핸드폰 닫고, 대문앞으로 와 선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려다 발걸음 멈추고, 문득 고개를 돌려 돌아본다.

    무정한 무혁이 못내 서운하다.



8. # 서경 마당



    무혁, 식은 땀이 가득해 의식을 잃고 바닥에 쓰러져 있다.

    

9. # 윤방



    윤, 식은 땀(스프레이를 뿌린)이 가득해 침대에 눈 감고 누워 있다.  

    은채, 당혹스럽고 걱정스런 표정으로 윤을 본다.



민채    (거짓말 하는 게 찜찜하긴 하다) 언니, 오빠한테 뭐 심하게 했어?

은채    .......

민채    언니 땜에 속상해 갖구 충격 받았나봐, 윤이 오빠.

은채    ......

민채    그때 교통 사고 땜에 심장이 많이 나빠졌다며?...조심을 좀 해 주지, 언니가.

은채    .....(난감하게 보다가....가방에서 손수건 꺼내서 윤의 얼굴에 땀을 닦아준다)

윤  .......

민채    엄마한텐 알아서 잘 말씀 드리께....(합리화하는)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 아자! (은 채의 어깨 두드려 주고 방을 나간다.)

은채    (먹먹하게 윤을 바라보고 서 있는)



10. # 서경 마당



    무혁, 여전히 의식을 잃은 채 바닥에 쓰러져 있다.

    이때, 서경, 자다가 일어났는지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오다 무혁을 발견한다.



서경    (갸웃) 외삼촌?....(무혁에게 다가간다)

무혁    ......

서경    (흔들며) 외삼촌, 왜 여기서 자요?...추워요....일어나요, 외삼촌.

무혁    ......

갈치    (밖으로 나오며) 엄마! 우리 호떡 사 먹자. (하는데)

서경    (갈치 돌아보고) 갈치야! 외삼촌 땅 바닥에서 잔다?

갈치    (의아한 표정 짓다가 맨발 차림으로 얼른 뛰어 와 무혁에게 온다.) 어?

무혁    .....

갈치    (무혁의 몸을 앞으로 돌리고, 비로소 무혁의 얼굴이 드러난다. 얼굴과 옷에 묻은 피  를 보며 놀라는)

서경    어? 피다.

갈치    (겁 먹고 놀라서) 삼촌...삼촌.....(무혁을 흔들지만 깨나지 않는다.) 삼촌...

서경    (같이 무혁을 흔들며) 삼촌....삼촌....

갈치    (갑자기 겁먹고 울상이 되어) 클났다, 엄마....외삼촌 아픈 가봐...아파서 피두 나구     기절했나봐.....어뜩해애....노랑 할아버지두 없는데...어뜩해애... (울음을 터뜨리는) 삼    초온.

서경    (갈치가 울자 같이 우와앙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리는) 삼초온.

무혁    ........



11. # 서경방



    이웃집 아저씨, 의식 잃은 무혁을 업어 와서 눕힌다.

    서경은 아이처럼 울고 있고, 갈치는 애써 어른스럽게 진정하고 눈물을 닦으며 “감   사합니다.” 인사한다.

    갈치, 무혁에게 이불을 다독여 덮어준다.  

    서경은 여전히 아이처럼 울고 있다.

    무혁의 안색이 창백하다.



12. # 윤방



    은채, 윤의 침대 옆에 서서 허허롭게 윤을 지켜 보고 있다.



13. # 서경방



    갈치, 그 사이 물수건으로 무혁의 얼굴을 말끔하게 닦았다. 다시 한번 꼼꼼히 더 닦  고.

    눈물 자욱이 얼굴에 말라 붙은 서경, 아무렇게나 뒹굴어져 자고 있다.

    갈치, 잠깐 생각하다가 무혁의 호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낸다.

    전화 번호 검색해서 ‘송은체’ 찾아내고.....통화 버튼을 누른다.



14. # 윤방



    한쪽에 둔 은채의 가방에서 핸드폰이 진동으로 울린다.

    은채, 핸드폰 받으려고 돌아서는데, 윤, 갑자기 은채의 팔을 잡는다.

    

은채    (당황해서 윤을 보는데)

윤  .....(눈을 감은 채) 받지 마.

은채    윤아.

윤  꼼짝두 하지 말구 내 옆에만 있어.

은채    .....깨....있었어?

윤  (눈을 뜨고) 그래, 첨부터 깨 있었어....너 오게 할려구 민채랑 짜구 거짓말 했다.

은채    (기가 막힌)

윤  나 미쳤나봐, 은채야....니가 내 옆에 없는 시간을 견딜 수가 없다, 인제.

은채    ......

윤  니 말대루 아직두 철이 안 든건지...갓난쟁이가 된 거 같애...엄마 떨어지면 불안해서    울구 칭얼대는 애기가 된 거 같다, 내가.

은채    .....(어이없는 듯 보다가 잡고 있는 손을 떼내려는데)

윤  (다시 꽉 잡으며) 오래 있으라 안 그래....잠들 때까지만...나 잠들 때까지만 있어...    응?

은채    ......(암담하게 보는)



    이때, 울리던 핸드폰 진동이 멈춘다.



은채    (가방이 있는 쪽을 돌아보는)



15. #서경방



    갈치, 힘없이 핸드폰 폴더를 닫고, 다시 얼굴에 식은 땀이 가득해진 무혁을 본다.

    옷 소매로 무혁의 땀을 닦아주는 갈치.

    창백한 무혁의 얼굴.         F.O.



16. # 은채방(아침)



    은채, 이불을 머리 끝까지 뒤집어 쓰고 있다. 갑자기 이불을 걷으며 벌떡 일어나 앉  는 은채.    



은채    (푸후우......한숨을 쉰다.....이제 내 마음은 무혁을 향하기 시작했는데......혼란스럽다....    머리를 거칠게 부비다가 다시 이불 뒤집어 쓰고 눕는다)



17. # 오들희 집 앞



    혜숙과 숙채, 은채의 차(윤이 사 준)를 “아유, 이뻐라...무슨 놈의 차가 이렇게 이쁘    냐?” “이게 정말 우리 은채 차 맞어?” 하며 열심히 광 내며 닦고 있다.

    좋아서 히히닥 거리는 두 모녀....책가방 메고 심난한 표정으로 차를 보고 있는 민   채.

    

혜숙    입이 근질거려 죽갓네, 기냥...우리 보사모 회원들이 이 사실을 알면 나 대하는 태도 가 180도로 달라질텐데...그동안 나 개 무시했던 것들, 코가 납작해질텐데.

숙채    보사모가 뭐야?

민채    (심드렁) 보톡스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혜숙    아우, 나불거리구 싶어 미치겠다, 진짜....최 윤이가 내 사위가 된다 그럼 배 아퍼서     죽을 년들도 한 다스는 될거다, 아마...(낄낄거리고 웃는)

숙채    내 말이...그동안 나 우습게 봤던 영숙이, 미자, 명숙이....최윤이가 내 제부가 된다     그럼 약 올라서 이민 갈거다, 고 기집애들.

민채    (한심하게 두 사람 보며) 저것도 재주겠다...떡 줄 사람은 생각두 않는데 김치국부터     마시는 거...모녀가 환상의 복식조다.

혜숙    (민채를 꽁 쥐어박고) 이 년이 뭐라구 중얼대는 거야?...학교 안 가!!

숙채    학교 가!!!

민채    알았다, 간다, 가!! 으...속물들...(쯧쯧 혀 차고 가며 중얼거리는) 이게 근데 최대 다   수의 최대 행복 맞나?...송은채는 과연 행복한가? (아닌거 같다....갸웃하는)

혜숙    저 년이 뭐라구 중얼대는 거야, 쥐방울만한 게....(민채 가는 거 흘겨 보다가) 이건...   너한테만 하는 말인데...(주위를 휘 둘러보고 숙채 귀를 잡아 끌어 얘기하는) 윤이   ,지난 번 교통사고 났을 때 심장 쪽이 아니라...뇌를 좀 다친 거 같지 않냐?

숙채    내 말이!!.....엄마두 나랑 똑 같은 생각 했었구나? (혜숙의 팔을 살짝 꼬집으며) 찌 찌뽕!

혜숙    맞어, 그지? 머릴 다치지 않고서야 윤이 같은 애가 우리 은채 같은 거 한테 오매     불망 저럴 수가 없지 않냐? 아무리 내 딸이지만...우리가 또 그런 건 지나치게 솔직  하구 객관적이잖냐?

숙채    내 말이.

혜숙    (소리 낮춰) 강민주는 인제 거들떠도 안 본다며?

숙채    (고개 끄덕이고) 어......근데, 저러다가 나아버리면 어떡하지, 엄마?

혜숙    엉? 뭐가 나아?

숙채    머리...다친 뇌....제 정신 돌아와서 이 차두 도로 내 놓으라 그러구....은채한테 씌인   콩꺼풀 벗겨지면....우리 은챈 뭐야? 완전 황 되는 거 아냐?

혜숙    내 말이....그 전에 약혼식이라두 올리자구 배째라 그럴까, 그냥? (그렇게 말해놓    고도 어떻게 감히...싶다)...야! 우리 인간적으루 너무 얍삽하구 나쁘다. 그지?

숙채    내 말이.



18. #윤 방



    쟁반에 물컵을 받쳐 들고 있던 오들희, 어이없는 표정으로 윤을 본다.



오들희  뭐? 뭐를 어떡하구 싶다구, 아들?

윤  (약봉지 뜯으며) 결혼...은채랑 결혼하구 싶다구...(약봉지를 털어 입에 넣는다) 물!

오들희  (기가 막힌 표정...일단 물은 주며) 윤아....너 뭐 잘못 먹었니?

윤  불안해...은채가...예전의 은채가 아냐....뭔가 이상해...달아날 거 같애, 저대루 두면.

오들희  아들!

윤  나 인제 은채 없음 안될 거 같애, 엄마...아니, 안돼, 엄마!

오들희  (어처구니가 없다...윤의 머리에 손을 얹어 본다) 열두 없는데, 얘가...

윤  (오들희 손 잡으며) 은채 때문에 내가 살았어...그때, 사고 났을 때....이걸 어떻게 설   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는데....은채가 날 살렸어.

오들희  (허.....)

윤  은채 잡아야 겠어, 엄마....무슨 수를 써서든 잡아야 겠어.....도와줘.

오들희  (할 말을 잃는다)

윤  (단호한 결심 한 듯한) 엄마가 좀 도와줘요...응?

19. # 서경방  



    방 한쪽 끝에 새우처럼 구부리고 잠든 서경, 슬픈 꿈을 꾸는지 훌쩍거리며 “외삼    촌...외삼촌...”중얼거리고 있다.

    밤 사이 병색으로 핼쓱해진 무혁, 잠들어 있다. 무혁을 간호하다 무혁의 배 위에 머  리를 두고 잠든 갈치(손에는 무혁의 얼굴을 닦았던 피가 묻은 수건이 쥐어져 있다).

    잠시 후, 무혁, 힘겹게 눈을 뜬다.

        기운없는 눈빛으로 천장을 보다가 자기 배 위에 머리를 두고 잠든 갈치를 보고, 방   한 구석에서 “외삼촌...”하며 흐느끼며 잠꼬대하고 있는 서경을 본다.

    무혁, 가슴이 먹먹해 온다. 갈치가 안 깨게 천천히 몸을 빼서 일으켜 앉는다.

    피 묻은 수건을 손에 쥔 채 밤새 자신을 간호한 듯한 갈치...무혁, 갈치를 일으켜 아 기처럼 품안에 꼭 끌어안는다.

    그리고, 눈으로는 자신 때문에 슬픈 꿈을 꾸고 있는 서경을 본다.

    눈가가 붉어져 온다.



20. # 은채 욕실



    푸파푸파 세수하던 은채, 갑자기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욕실에서 뛰어 나간다.



21. # 은채방



    은채, 뛰어 들어와 어제 들었던 가방을 찾는다. 가방을 열어서 핸드폰을 꺼낸다.

    부재 수신을 확인하는.

    ‘변태 아찌’라는 이름을 보고는 환한 미소가 돈다...그래도 전활 해줬구나...



22. # 은채 거실

    

    은채, 외출복 차림으로 나오는데,  대천, 신문을 보고 있다.



은채    다녀오겠습니다. (하고 나가려는데)

대천    어디 가냐?  

은채    예?

대천    윤이 오늘 스케줄 없는 모양이던데...어디 가?

은채    예에....그냥...저기....

대천    무혁이 만나러 가냐?

은채    .....(대답 못하는)

대천    (신문을 접고 은채 보며) 아빠랑 술 한 잔 할래?

은채    에? 지금요?

대천    그래, 지금.

은채    아직 대낮인데요, 아빠.

대천    우리가 언제 낮 밤 가리며 술 마셨냐? (일어서며) 잠깐 기다려. 준비하고 나오께.

은채    (뭐라고 말은 못하고.....당혹스런)  



23. # 서경집 일각 골목



    무혁, 털레털레 걸어 내려 가고 있다. 표정에 두려움이 있다.



24. # 병원 앞



    무혁, 병원 앞으로 와 걸음을 멈춘다. 심호흡하는.



25. # 선술집



    대천, 은채의 소주잔에 소주를 따라 준다.

    은채, 소주병을 받아 대천의 소주잔에 따른다.

    빈 소주병, 세 병 정도 놓여 있다.



대천    원샷!

은채    네!



    대천, 은채, 소주 한잔을 단 숨에 마시고 놓는다.

    대천, 다시 은채의 잔과 자신의 잔에 술을 따르는데.



은채    아빠!

대천    왜?

은채    저 쫌 취하는데, 지금.

대천    이제 겨우 네 병 짼데 취해?...많이 약해졌다, 우리 딸?

은채    하고 싶은 이야기 하세요, 이제.

대천    (잠깐 생각하고 소주잔 들이키고 놓으며) 무혁이 말이다.

은채    .......

대천    그만 둬라. 더 깊어지기 전에.

은채    아빠.

대천    깊을만큼 깊어졌대두 안돼. 그만 둬.

은채    ...(피식 웃고) 왜요? 윤이 땜에요?  

대천    (은채를 보다가 소주잔에 소주를 따른다)

은채    (자신의 소주잔에도 소주를 따른다) 이제 저 윤이 아니예요, 아빠....가라 그럼 가구,    오라 그럼 오구....은채, 길바닥에 똥 강아지 아니거든요. (돌아앉아 원샷하고)

대천    이사 가자. 집 알아보마....코디네이터두 그만 둬.

은채    ......

대천    공부 더 할래? 유학 보내 줄까?

은채    (다시 소주 따라서 원샷으로 마시고 놓으며) 아빠.

대천    ......

은채    (히죽 웃고) 죄송한데요....무혁이 아저씨요....그만 둘 수가 없어요.

대천    은채야.

은채    윤일 좋아할땐요, 되게 외롭구 서럽구 그랬거든요....근데, 무혁이 아저씬 안 그래요.

    되게 고맙구 따뜻해요....무혁이 아저씨가 나 땜에 외로워할까봐...서러워 할까봐...그   게 너무 걱정 돼요.

대천    (불안하게 보는)...은채야.

은채    (테이블에 뺨을 대고 엎드린다) 그만 둘 수 없어요, 이제....    

대천    ......

은채    그만 둘 수가 없어요, 아빠....(눈을 감는다)



26. #  M.R.I. 촬영실    



    무혁, M.R.I. 촬영하고 있다.

    

27. # 선술집



    은채, 엎드려 잠들어 있고, 대천, 넋이 나간 표정으로 은채를 보고 있다.

    문득 민현석의 말이 생각 난다.



민현석(E) 사필 귀정! 인과 응보! 선조들 참 똑똑해! 그렇게 기가 찬 말을 어떻게 만들었을   까?



    대천, 무너질 것 같은 표정이 된다....내 업보를 은채, 이 아이가 받고 있는 건가...

    소주잔에 소주를 다시 따라서 원샷한다.  



28. # 의사 진료실  



    무혁, 호주머니에 손 찌르고 껌을 씹으며 뇌 단층 촬영 필름을 보고 있다.(그다지    놀랍지도 대수롭지도 않은 표정) 두개골 숨골 근처에 박힌 총알이 또렷하게 보인 다.

    오히려 의사가 당황한 표정 역력해서 필름과 무혁을 번갈아 본다.



무혁    아아...저게 저렇게 박혔구나? (자신의 머리를 만지는)

의사    (할 말을 잃는다)

무혁    (의사 보며) 신기하지?...요?

의사    (푸 한숨 쉬고) 이리로 앉으시죠.

무혁    (의사 앞 의자로 와 앉는다)

의사    많이 힘드시죠?

무혁    (필름에 시선을 주며) 오늘 첨 봤네, 나두...신기하다, 진짜.  

의사    총알이 숨골 부근 혈관에 박혀서 점점 혈관을 자극하고 있어요.....그래서, 혈관이 점    점 얇아지구 팽창하구 있구...(하는데)

무혁    (O.L.) 그런 소리 들을라구 온 게 아니구...약 좀 줘...요.

의사    차...(차트 보는데)

무혁    무혁!

의사    차 무혁씨!

무혁    아픈 거는 어떻게 견디겠는데....코피 나구 어지럽구....그래서 갑자기 암데서나 막      쓰러지구 그러거든요, 내가. 지금....쪽팔리게.

의사    (안스럽게 보는)

무혁    그거만 좀 안하게 해줘요....그거 땜에 사회 생활에 굉장히 지장이 많아요.

의사    (난감하게 보는)...힘드시죠?

무혁    사는 날까지 코피 흘리구 토하구 쓰러지구 구질구질하게 이런 거 하지 말구, 멋지    게 살다가 죽게 해달라, 그거예요, 내 말은....약 좀 줘요.

의사    ......(마음이 아프다)

무혁    약!...medicine! You know?

의사    .....(가엾다는 듯 보는) 많이 힘드시죠?

무혁    (짜증나서 소리지르며 반말하는) 아니, 안 힘들어! 힘들어서 온 거 아니라니까....쪽     팔려서 왔다니까!!!



29. # 병원 복도



    무혁, 필름 봉투와 처방전 들고 터덜터덜 걸어간다. 여전히 껌은 씹으며...

    이때, 저 앞으로 응급 침대가 오고 있다. 응급 침대 위에 누운 사람의 머리 끝까지   시트가 덮혀 있고(팔이 시트 밖으로 나와 있다), 젊은 여자 하나가 침대를 붙들며    울고 온다.

    무혁, 담담하려 애쓰며 걸어간다.

    무혁을 스쳐가는 응급 침대....이때, 시트 밖으로 늘어져 있던 팔이 무혁의 손을 스  치고 간다.

    깜짝 놀라 당황하는 무혁....걸음을 멈추고 선다.

    마치 자신의 운명에 대한 예감 같아 두렵고, 무섭다.



30. # 의사 진료실



    의사, 무혁의 필름을 심난하게 보고 있는데....벌컥 병실 문이 열린다.

    무혁, 들어오지도 않고 병실 문 밖에 선 채 의사에게 불쑥 묻는다.



무혁    이건 그냥 한번 물어보는 건데.....

의사    ......

무혁    혹시....날 한번 살려 볼 능력이...안 되나? 닥터?

의사    ......

무혁    아니 그냥...호주 뚱땡이보다...당신이 좀 더 똑똑해 보이는 거 같애서.

의사    (착잡하게 본다)

무혁    (의사 표정 읽고) 안되면 말구....(문닫고 나가려다가 다시 고개 들이밀고) 혹시 자꾸    통증이 심해지구, 코피두 나구 이러는 게....이제 살 날이 얼마 안 남았다. 죽을 날이    가까워왔다...그런 뜻인가?

의사    ........(난처한 표정 짓는)

무혁    (쿨하게 내뱉은 말이지만, 의사의 반응에....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다....무슨 말이라    도 해야 할 것 같은데....입이 안 떨어진다...감정 다스리며) 이건 정말 그냥 한번 물    어보는 건데....

의사    .......

무혁    .....나.....죽는 거 밖엔....방법이....없나? 도저히?

의사    (난감한 표정으로 안경을 벗고 얼굴을 부빈다)

무혁    (감정의 흔들림 들키지 않으려는...무표정한...)

    

31. # 병원 앞 로비



    무혁, 껌으로 풍선을 푸 불며 터벅터벅 걸어간다. 자꾸만 눈물이 날 것 같아 눈을    힘주어 뜬다.

    무혁의 앞으로 한 아주머니, 남편으로 보이는 남자를 부축해 가는데.    



무혁    아줌마! 이 병원 의사, 돌팔이야!....가지 마!!



32. # 선술집



    은채와 대천, 테이블에 엎드려 잠들어 있다. 빈 소주병 일곱병 정도 놓여 있다.

    

주인여  (파 썰다가) ...대낮부터 아부지 딸이 차암...그림이네...어쩜 하나 같이 정상이다 싶은  사람이 없으까, 저 집 사람들은. (쯧쯧 혀를 찬다)



    이때, 은채의 호주머니에서 진동으로 해 두었던 핸드폰이 울린다.

    은채, 눈도 채 뜨지 못하고 잠이 묻은 얼굴로 핸드폰 폴더 열어 귀에 댄다.



은채    (딸국질 한번 하고) 네에....

무혁(F) 돌딩아.

은채    (무혁의 목소리에....서서히 번쩍 뜬다....딸국...딸국질하는....)



33. # 거리



    무혁, 빙긋이 웃으며 핸드폰 귀에 대고 있다.



은채(F) 딸국...딸국....(말은 않고 딸꾹질하는 소리만 들려온다)

무혁    (피시식 웃는)



34. # 선술집

    핸드폰 손에 꼭 쥔 은채, 일어서서 딸국질하며 잠든 대천을 본다.



은채    (술이 취해 발음이 엉긴다) 저기요, 아줌마...저희 아버지 일어나시면요...(딸꾹) 저 급한 일이 있어 먼저 갔다구 전해 주세요....부탁 드립니다. (꾸벅 주인 여자에게    인사하다가 휘청한다)

주인여  괜찮겠어? 술이 많이 취한 거 같은데?

은채    (시익 웃으며) 괜찮아요....안녕히 계세요...(다시 꾸벅 인사하며 넘어질 뻔하다가 휘    청휘청 걸으며 선술집을 나간다)

주인여  (걱정스럽게 보고)

대천    (그대로 잠들어 있는)



35. # 선술집 앞



    은채, 정신을 차리려 애쓰며 아슬아슬 휘청휘청 걸어간다. 딸국질도 여전히 하고     있지만, 표정엔 미소가 흐른다.

    

36. # 거리(횡단보도 신호등 있는)



    택시 와서 멎고, 무혁이 내린다.

    무혁, 택시 문을 닫고, 길 반대쪽을 본다.

    반대편 횡단 보도 쪽으로 은채가 오고 있다.

    술에 취한 티가 역력히 나는 은채, 정신을 차리려 애쓰며 눈을 비비고 뺨을 연신     때려 대지만, 딸꾹질까지 하며 걸음이 한쪽으로 계속 쏠리며 휘청휘청 불안하다.

    무혁, 피식 웃으며 은채의 모습을 눈길로 쫓는다.

    마침 파란 불이 켜져 있고, 은채, 횡단 보도를 건넌다.

    깜박이는 파란 불.

    이때, 가방을 맨 남학생 하나 은채를 스쳐 급하게 뛰어가다가 툭 은채를 건드리고    간다.

    그 바람에 은채, 길 중간쯤에서 쿵 넘어지고 만다.

    무혁, 놀라서 얼른 은채에게 뛰어가 은채를 일으킨다.

    은채, 무혁을 알아보고는 “아저씨...”  눈물이 그렁해지며 웃는다.

    무혁도 은채를 향해 찡긋 윙크해 보이며 웃고.

    이때, 신호등 불, 빨간 불로 바뀐다.

    멈춰 있던 차들, 달리기 시작한다.

    무혁, 은채를 자신의 잠바 속에 넣으며 꼭 끌어 안는다.

    은채, 미소를 짓는다. 참 따뜻하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어떤 고난도 무섭지 않겠다.

    무혁도 미소를 짓는다. 이 여자와 함께라면 죽음 따윈 두렵지 않겠다.

    차들, 쌩쌩 거리며 매섭게 지나가지만,

    무혁과 은채, 길 중간에서 꼭 끌어 안고 그렇게 행복하게...오래 서 있다.



37. # 녹음실

    윤, 노래 녹음을 하고 있다. ‘한 사람’...

    은채와 함께 했던 순간이...은채에게 준 상처들이 아프게 되살아 난다.

    

38. # 플래시백



1. 호주거리(1회 #22)

    거칠게 달려 온 무혁의 차...윤을 감싸안고 넘어지던 은채. “괜찮아, 윤아” 자신의     안부 부터 묻던.



2. 윤집 욕실(1회 #11.)

윤  민주....강 민주 하나만 딱! 내 꺼 되게 해 주라. 응? 니가 좀 도와줘, 응? 민준

    니 말이라면 꿈뻑 죽잖아, 응?

은채    ....(서글프게 보다가...어쩔 수 없이 고개 끄덕이는) 어....



39. # 녹음실



    노래를 부르고 있는 윤의 눈에 눈물이 맺힌다.



40. # 플래시백



3. 민주 집앞(2회 #47)

    조영우에게 맞아 넘어져 있는 윤...달려와서 신발까지 벗어들며 조영우를 때리던 은  채...땅바닥으로 나뒹굴던 은채.



4. 민주 거실(4회 #22)

윤  (버럭) 뭐하는 짓이야, 이게!! 조폭이야, 너!!

은채    (당황하는)

윤  엇다대고 누굴 때려, 지금!! 민주, 털끝이라두 건드리랬지, 내가!!

은채    (충격받았다....)

윤  앞으로 내 일에....우리 일에 간섭마, 송 은채!

은채    .....(이를 앙물고 눈물 참는)

윤  오바하지 말라구!! 알았어?!!

은채    .......



41. # 녹음실



    눈물이 그렁한 윤...노래를 부르다 목이 메인다.



42. # 플래시백

5. 윤방 (6회 #43)

은채    뭘 째려보냐? 아니면 그만이지....니가 사랑하는 여잔 강민주 밖에 없는 거 하늘이   알구 땅이 아는데....너하구 난, 그냥 친구! 이상두 이하두 아닌 거 하느님이 알구   부처님이 아는데....

윤  (울먹) 민주랑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씨이...민주가 다 때려치자 그럼 어떡하냐?  죽어버릴거야, 그럼....(침대에 머리를 콩콩 박치기 하며) 죽어버릴거야, 씨이....

은채    (착잡하게 보다가).....죽어.

윤  (예상치 못했던 은채의 말에 당황해서 울음 뚝 멈추고 보는)

은채    죽으라구, 그럼.



6. 오들희 정원 (7회 #24.)

윤  너, 나 좋아한다며? 사랑하구 있다며?

윤  (은채의 손을 탁 잡으며) 안된다, 은채야! 말이 되냐, 너하구 내가?!!

은채    (면도칼 같은 상처가 온다)

윤  우린 가족이잖아. 너하구 난 형제야, 형제! 근친 상간 같은거야, 우린! 알어?!!

은채    (잔인하다).....윤아!

윤  (은채 뺨을 양 손으로 토닥여주며) 정신 차려, 송 은채! 헷갈리면 안돼! 니가 내 앞  에서 홀딱 벗구 있어두 난 아무렇지도 않어.

은채    .......

윤  너하구 난 남자와 여자가 될 수가 없는 사이야! 알지?!!

은채    (가슴이 먹먹해 온다)



43. # 녹음실



    눈물로 얼굴이 온통 범벅된 윤, 결국 노래를 멈추고 만다.

    녹음실 밖 엔지니어들, 의아한 표정으로 윤을 보는.  

    감정을 다스리며 가슴을 누르며 참던 윤.....다시 심장에 통증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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