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읽기] 미안하다,사랑한다 7회 - 2 |
44. # 거리/ 무혁 차안
무혁 차, 신호를 받고 정지해 있다.
카메라 무혁 차안을 비추면, 무혁, 완전히 박현우의 모습을 떨쳐내고 본래 무혁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다.
옷을 갈아 입지 않고 옷 단추를 채우는 무혁, 핸드폰으로 은채에게 전화를 한다. 핸드폰을 받지 않는다.
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간다는 멘트 들린다.
45. # 오들희집 대문 앞
대문 열리고, 짐 가방을 든 은채, 나온다.
은채, 애틋한 눈길로 집을 휘 한번 훑어보고는 힘든 발걸음, 천천히 떼서 간다.
은채의 모습이 사라지자 반대편 언덕에서 올라오고 있는 무혁의 모습이 보인다.
무혁, 핸드폰을 계속하며 걸어오고 있다. 신호가 계속 가고 있다.
숙채(F) 여보세요.
무혁 (반가와서) 돌딩아.
숙채(F) 저, 돌딩이 아닌데요.
무혁 (은채의 목소리가 아니다, 갸웃하다가) 너, 누구야?...(하다가) 너, 누구예요?
이때, 대문 열리고, 숙채, 쓰레기 봉지 들고 나온다. 은채의 핸드폰을 들고 있다.
숙채 송 은채 언니 송 숙챈데요. (하다가 무혁과 시선을 마주친다)
무혁 (핸드폰에 대고) 왜 니가 핸드폰을 갖구 있어...요?
숙채 (떨린다. 침이 꿀꺽 넘어간다. 핸드폰에 대고) 은채가 버리구 갔어요, 오빠.
무혁 은채...어디 갔어?
숙채 그냥 아프리카 가기 전에 여행 좀 하구 오겠다구 그랬어요, 오빠.
무혁 (어이 없는) 아프리카?
숙채 예. 아프리카요, 오빠.
무혁 (기가 막히다)
46. # 고속 터미널
무혁,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은채를 찾는다. 서 있는 아무 버스나 올라 타고, 사람들 사이를 헤집어 다니기도 하지만, 은채의 모습 보이지 않는다.
젠장....암담해지는 무혁.
47. # 서경집 일각 길
기운이 쭈욱 빠진 무혁, 털레털레 걸어오고 있다.
48. # 서경집 앞
무혁, 걸어오다가 뭔가 발견한 듯 걸음을 멈춘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가 환하게 떠오르는 미소.
서경집 앞에 은채가 쪼그리고 앉아 있다. 추위 때문에 고개를 푹 떨구고 있어 무혁 이 온 것을 알아보지 못한다.
무혁 돌딩아!
은채 (그제야 고개를 든다) 아저씨....
무혁 (반갑게 웃는)
은채 실장님한테 물어서 아저씨 주소 알았어요.
무혁 (미소 짓는)
은채 작별 인사하러 왔어요. 나 어디 멀리 좀 가거든요.
무혁 (입가에 어렸던 웃음이 멈춘다)
은채 가면 언제 돌아올 지 몰라서...인사는 하구 가야 될 거 같애서요.
무혁 (표정 얼핏 굳어지는)
은채 참....(가방에서 외투 하나를 꺼낸다. -호주에서 무혁이 입었던. 은채에게 덮어줬던 그 옷이다-) 진작 돌려줄려구 그랬는데....고마웠어요, 아저씨.
무혁 (받아 든다...)
은채 .......(미안하다) 전 아저씨 안 잊으께요...아저씬 나 빨리 잊어 버려요...정말루 좋은 사람 만나요, 그리구.
무혁 ......
은채 (꾸벅 인사하고 가려하는데)
무혁 (은채를 막아선다) 김치 담궈 주구 가.
은채 (의아한 표정)
무혁 우리 누나가....김밥은 잘 싸는데, 김치는 못 담궈.....김치 담궈주구 가.
은채 ...(어리둥절하긴 하지만) 나두...김치 못 담그는데....
무혁 (실망스런 표정)
은채 죄송합니다. (꾸벅 인사하고 내려 간다)
무혁 (어떻게 잡지도 못하고 안타깝고 머쓱하게 서 있는데)
은채 (걸어내려 가다가....무혁이 뒤통수에 걸린다...돌아본다) 저기요...깍두기는 담글 줄 아는데...
무혁 (웃는)
49. # 슈퍼
무혁과 은채, 함께 장을 보고 있다. 무혁, 카트를 밀고, 은채, 무와 생각, 마늘, 고추 가루등을 카트에 집어 넣는다.
은채 (눈이 동그래져서 무혁 보며) 호주루 입양 됐던 거예요, 그럼?
무혁 (시식용 음식 집어먹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 끄덕이는)
은채 (불쌍하다)...누난 이번에 찾은 거예요?
무혁 (고개 끄덕이는)
은채 부모님은요?...부모님은 못 찾았어요?
무혁 (씨익 웃고 시식 음식만 집어 먹는다)
은채 나쁘다...자식을 어떻게... 하나두 아니구, 둘씩이나 왜 버렸을까?
무혁 (밝게) 사정이 있었겠지 뭐....우유도 못 사 먹일 정도로 너무너무 가난해서 니들 만이라두 부잣집에 가서 잘 먹고 잘 살아라....그랬겠지 뭐. (다시 다른 시식 음식 집어먹고)
은채 (무혁을 안쓰럽게 본다...) 잠깐만요! (하고는 음료 코너쪽으로 뛰어간다)
무혁 (의아하게 보다가 다시 시식 음식 집어 먹다가 목이 막히는데...이때, 무혁앞으로 내 밀어지는 우유....고개 돌려 보면)
은채 (우유 들고 웃으며 서 있다....입구를 따서 준다)
무혁 (가슴 속에서 뭔가 울컥 올라오는 것 같다...받아서 마신다)
은채 그래두 착하네, 아저씨....한국 말두 배우구, 김치두 좋아하구....(무혁의 엉덩이를 툭툭 두드려주며) 어이구, 기특하다, 우리 아저씨.
무혁 (푸...먹던 우유를 쏟을 뻔 한다)
50. # 서경 부엌(밤)
은채, 앞치마 하고 열심히 무를 깍둑썰기 하고 있다. 모양도 크기도 제 각각 엉망 이지만, 은채의 표정, 몹시 진지하다.
무혁, 옆에서 마늘 껍질 벗지며 그런 은채를 지켜본다.
은채, 무에 고추 가루를 뿌리고..먹어보고....너무 맵다...혀를 쑥 내밀고 부채질을 한다. 무혁, 컵에 물을 따라 은채에게 주고....벌컥벌컥 물을 마셔대는 은채....그런 은 채를 보며 미소 짓는.
은채, 깍두기에 소금을 뿌리다가....먹어보고는...너무 짜서 뱉지도 못하고 인상 일그러지고....무혁, 은채의 표정이 너무 귀여워 푸훗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린다.
완성된 깍두기가 놓여 있다. 짜서 물을 얼마나 부었던지 깍두기가 아니라 거의 물김치다.
무혁 이게 깍두기야?
은채 (무안한) 그러게요....어떡하다 얘가 이렇게 됐냐?
무혁 (숟가락으로 떠서 맛을 본다.)
은채 (마른 침 꼴깍 삼키며 불안하게 보고 있다.)
무혁 (도저히 참아내기가 힘든 맛이다...잠깐 곤혹스런 표정 짓다가 죽인다고 엄지 손가락 세워 보이는)
은채 (그제야 안도한 듯 활짝 웃는다)
무혁 (고개 돌리며 죽을 상 짓는)
윤(E) 은채 데려와! 은채 어딨어!!!
51. # 오들희 거실(밤)
윤, 거실 바닥에 주저 앉은 채 어거지 쓰고 있다. 혜숙, 걸레질 하다가 짜증난 표정으로 윤을 본다.
혜숙 아, 비켜! 걸레질 해야 돼....
윤 은채 어딨냐구, 아줌마아아아.
혜숙 어딨는지 내가 어떻게 알어? 작정하구 핸드폰두 두구 나갔다는데? (다른 곳 닦으려고 일어서는데)
윤 (혜숙의 치마를 잡으며) 무슨 엄마가 그래요? 딸이 어디 갔는지두 모르구?
혜숙 (답답한 표정으로 보다가) 오들희! 오들희!!...말복아! 조말복!! (하는데)
이때, 오들희, 샤워 가운 입고 캡 쓰고 욕실쪽에서 나온다.
오들희 (버럭) 언니이!!...그 이름 부르지 말랬지, 내가!!
혜숙 니가 뭐 밖에서나 오들희지, 여기서까지 오들희야?
오들희 난 밖에서도 안에서도 살아서도 죽어서도 오들희야!
윤 (혜숙을 잡고 흔들며) 아줌마아아아.
혜숙 으이그, 징그러, 증말....니 아들이 젖 달랜다. 젖 좀 줘라.
오들희 왜? 왜 그래, 아들?
윤 은채가 없어졌어, 엄마...실장님한테 내 코디네이터 그만 두겠다 그랬대.
오들희 (혜숙 보며) 이건 뭔 소리야? 은채, 무슨 일 있어?
혜숙 (걸레질 하며) 몰라, 나두....아프리카 간다 그랬대.
오들희 엉? 웬 아프리카?
윤 그럼 난? 난 어떡하구?!...(혜숙을 잡고 흔들며) 난 어떡하구, 아줌마아아!!
혜숙 (버럭) 어떡하긴 뭘 어떡해? 내가 정말 이 말은 존심이 상해서 안할라 그랬는데...민 채한테 들으니까, 윤이 너한테 부담 안 줄려구,
민주랑 둘이서 잘 먹구 잘 살라구 그래서 떠났단다.
윤 (어이 없어) 에?
혜숙 불쌍한 년...에미, 애비 잘 못 만나갖구....전세금만 있었음 우리두 이 집 그냥 확 떠 버리는 건데....
(걸레 거칠게 집어 던지며) 오늘 이 기분으론 나 청소 못하겠다. (오들희 보며) 니가 해, 청소!
오들희 (혜숙이 무섭다. 얼떨결에 고개 끄덕이는) 어....어....
혜숙 (집 밖으로 나가버리고)
윤 (황당해서 있는데)
오들희 근데....지금까지 은채 엄마가 한 말이 무슨 소리니?
윤 .....은채가 날 정말 사랑했나봐, 엄마. (좀 멍해지는)...미쳤나봐, 그 기집애.
52. # 서경집 마당(밤)
은채, 짐가방을 들고 나와 부츠를 신고 있다.
53. # 서경 욕실
무혁, 변기에 힘들게 토하다가....탈진해서 바닥에 그대로 드러누워 버린다.
또다시 괴롭게 두통이 엄습하고 있다.
54. # 서경집 마당
은채, 짐가방을 챙겨 들고 서경집 쪽을 본다.
은채 아저씨 똥 다 싸기 전에 빨리 가야지....(꾸벅 인사하고) 안녕히 계세요, 아저씨....
(그래도 애잔한 미련이 남아 잠깐 눈길주다가 돌아서는데)
마당 안으로 서경이 울면서 어기적거리며 들어서고(바지에 오줌을 쌌다), 갈치, 달래고 있다.
갈치 뚝! 뚝! 그만 울어, 엄마! 뚝!!...(옷 소매로 눈물을 닦아준다)
서경 (그래도 엉엉 우는...바들바들 떨기까지 한다.)
갈치 괜찮아...무서워서 그랬잖아...나두 엄마처럼 미친 개가 쫓아오면, 엄마처럼 그렇게 바지에다 오줌 쌌을거야, 괜찮아.
서경 (그래도 서럽게 우는)
은채 (특이한(?) 모자의 모습을 의아하게 눈을 동그래서 보는데)
갈치 (문득 고개 돌리다 은채를 발견한다.) 누구세요?
서경 (그 소리에 훌쩍이며 은채를 보는)
은채 (당황하며) 저기...난 그러니까 이 집에 사는 아저씨랑 아는 사람....(하는데)
갈치 외삼촌!
서경 (흠칫 놀라며 얼른 갈치 등 뒤로 숨으며 훌쩍이며 울고)
은채 (돌아본다)
무혁 (어느새 창백한 안색으로 나와 은채의 등 뒤에 서 있다....가방을 든 은채를 서운하 게 잠깐 보다가 서경을 보며) 니네 엄마, 왜 또 울어?
갈치 바지에 오줌 쌌어요...미친 개가 쫓아와 가지구 무서워 가지구...(하는데)
서경 야! 김 갈치! (소리 지르고 퍼지고 앉아 얼굴을 가리고 큰 소리로 운다)
갈치 (아차하며) 아 참...외삼촌한테 오줌 싼 거 말하지 말라 그랬는데...(자기 입을 몇 대 때리다가) 미안해, 잘못했어....잘못했어,
엄마. 다신 안 그러께.
무혁 (기가 차다 못해 암담하다...)
은채 (저 사람이 누나구나....어이가 없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무혁과 번갈아 본다)
무혁 (속이 상한다, 비아냥) 잘했다. 참 자알했어!!....우리 누나, 멋지다!!
서경 (더욱 서럽게 큰 소리로 운다)
무혁 (버럭) 뭘 잘했다구 큰 소리로 울어?!!...조용히 못해?!!
갈치 (무혁의 눈치를 살피며 서경의 입을 가린다)
서경 (울음을 그치려 하지만, 쉽게 멈춰지지 않는)
무혁 윤 서경!!
은채 (갑자기 서 있는 무혁의 다리를 사정없이 때리며) 이 아저씨, 진짜 못 됐네! 누나한 테 무슨 말버릇이야, 이게?!!
무혁 (표정)
은채 너나 조용히 해! 너나!!....그렇게 가르쳐줘도 정신을 못 차렸냐? 못됐어, 진짜...(하며 서경에게 다가간다)
무혁 ......
은채 (서경 옆에 쪼그리고 앉으며 서경의 입을 막고 있는 갈치의 손을 떼낸다. 그리고 옷 소매로 서경의 눈물을 닦아주는)
나두요 바지에 오줌 잘 싸요, 언니...그저께두 쌌어요, 난.
서경 (꺽꺽이며 보는)
무혁 ......
은채 바지에만 싸나....이불에두 가끔 싸지....언니두 이불에다 오줌 싸요?
서경 (그건 자신 있다) 아니요...난....난...이불에다 오줌 안 싸요.
은채 (씨익 웃으며) 언닌 나보다 낫네, 그럼....소문이 안 나서 그렇지, 다 커 가지구 바지 에 오줌싸는 사람 되게 많아요....
신문에두 났는데, 몰랐죠?
서경 (그제야 울음 잦아 들며 고개 끄덕인다....그러다 무혁의 눈치를 본다.)
무혁 (가슴이 꽉 막혀 와 시선을 돌린다)
은채 (서경의 떨고 있는 손을 꼬옥 잡아주며) 내가 망 봐줄테니까 얼른 씻어요....아니다, 나랑 같이 씻을래요?
무혁 (송은채....저 여자.....저 여자.....)
55. # 서경집 마당
갈치, 마당에서 로봇 가지고 혼자 중얼거리며 놀고 있다.
무혁, 마루 기둥에 기대어 앉아 그런 갈치를 보다가 마루 한켠에 놓인 은채의 가방 과 댓돌에 놓인 은채의 신발을 본다.
안색은 여전히 창백하다.
56. # 서경방
말끔하게 씻고 옷을 갈아 입은 서경의 머리를 은채(머리칼 젖어 수건 감고)가 빗겨 주고 있다.
은채 언니, 진짜 머릿결 좋다....파마 같은 거 해두 이쁘겠다....파마 안 해 봤죠?
서경 (수줍게 고개 끄덕이는)
은채 참, 우리 아직 로션 안 발랐죠?...이상하게 얼굴이 땡긴다 했다...로션 좀 주세요.
서경 (고개 젓는다) 로션...없어요.
은채 로션이...없어요?
서경 (고개 끄덕이는)
은채 로션, 한번도 안 발라 봤어요?
서경 (고개 끄덕이는)
은채 (황당하고, 불쌍하다...가만히 서경의 얼굴을 만져 본다...)
57. # 서경 마당
갈치가 가지고 놀던 로봇, 마루위에 있고, 무혁은 마루에 드러누워 있다.
(다리는 바닥에 놓고 몸 반만 마루에 둔 상태)
58. # 서경방
갈치, 잠들어 있고, 서경도 잠들어 있다. 은채, 가방에서 자기 로션 꺼내서 서경의 얼굴에 발라주고 손에도 발라준다. 갈치에게도 발라준다.
59. # 서경 마당
무혁, 팔베개를 한 채 눈을 감고 있다. 이때, 발걸음 소리 들리며 은채, 가방 들고 나온다.
은채, 무혁이 잠든 줄 알고 살금살금 발걸음 떼서 나오다가 한켠에 있는 무혁의 옷 (호주때 은채에게 덮어줬던)을 무혁에게 덮어주고는 무혁을 스쳐 마루를 내려온다.
조심조심 부츠를 신는 은채.
무혁,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
부츠를 다 신은 은채, 가방을 들고 조심 걸음을 옮기려 하는데,
무혁, 갑자기 벌떡 눈 뜨고 일어나더니 두 팔로 은채의 허리를 꽉 끌어 안는다.
은채, 깜짝 놀라 비명 지를 뻔하다 손으로 입을 간신히 가린다.
무혁, 은채의 등에 머리를 깊게 댄다.
은채 ......(긴장하는)
무혁 가지 마라.
은채 ......(당황하는)
무혁 가지 마라, 은채야.
은채 ......
무혁 힘들게 안할께....가지 마라.
은채 .....(가방을 쥔 손이 가늘게 떨린다)
60. # 은채방
조명등만 안온하게 켜진방.
숙채, 민채, 잠들어 있다. 방문 열리고, 대천, 들어온다.
대천, 몸부림 친 딸들의 이불을 다독여 덮어주다가 은채의 빈 자리를 본다.
마음이 얼마나 상했을까....맘이 쓰리다.
61. # 윤방
윤, 심난한 표정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있다. 민주와 혜숙의 말들이 어지럽게 귓가를 괴롭힌다.
62. #플래시백
1. #13. 오들희 정원
민주 은채, 너 좋아해. 윤아....널 사랑하구 있어, 은채. (#13)
2. #24. 오들희 정원
윤 안된다, 은채야! 말이 되냐, 너하구 내가?!!
윤 우린 가족이잖아. 너하구 난 형제야, 형제! 근친 상간 같은거야, 우린! 알어?!!
3. #26. 오들희 거실
은채 나, 결혼 약속한 남자 있어!
은채 안 그래두 너한테 소개시켜 줄라 그랬는데....민주랑 넷이서 언제 밥 한번 먹자.
4. #51 오들희 거실
혜숙 내가 정말 이 말은 존심이 상해서 안할라 그랬는데...민채한테 들으니까, 윤이 너한테 부담 안 줄려구,
민주랑 둘이서 잘 먹구 잘 살라구 그래서 떠났단다.
63. # 윤방
윤, 혼란스럽다...자책도 들고...황당하기도 하고...괴롭게 머리를 흐트린다.
윤 날 죽여라! 날 죽여!! 송 은채, 이 망할 기집애!! (침대에 벌렁 드러 눕는다)
64. # 서경 마당
댓돌에 무혁과 은채, 서경, 갈치의 신발이 놓여 있다.
65. # 서경방
스텐드 불빛만 안온한 방.
은채, 곤히 잠들어 있다. 은채 옆으로는 서경이 색색거리며 자고 있고, 서경 옆으로 갈치가 자고 있다.
갈치 옆으로 무혁이 벽에 기대 앉아 있다. 무혁, 잠든 세 사람의 모습을 휘 훑어보다가 은채에게 눈길을 멈춘다....애틋한 눈길로 오래토록 은채만을 본다.
66. # 서경집 앞 거리
무혁, 털레털레 길을 걸어 내려가고 있다. 바람이 스산하다.
67. # 서경방
은채, 서경의 몸부림에 흠칫 눈을 뜬다. 일어나 앉으면, 무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왠지 마음이 허전하다. F.O.
68. # 오들희 집 앞/밴안 (아침)
무혁, 껌을 씹으며 운전석에 앉아 있다.
수미(E) 응, 언니...나 오늘부터 최 윤 코디네이터 해.
무혁 (뒷좌석을 돌아본다)
뒷 좌석에 화려해보이는 수미(새 코디네이터), 손톱을 다듬으며 친구와 통화하고 있다.
수미 송은채가 그만 뒀대....알았어, 알았어...싸인 받아주께....
무혁 (대문쪽을 본다)
윤 (선글라스 쓰고, 대문 열고 털레털레 나오고 있다)
무혁 (운전석에서 내려 밴 뒤쪽 문을 열어준다)
윤 (심난한 표정으로 털레털레 걸어와 선다. 새 코디를 보는)
수미 언니, 내가 나중에 핸드폰 때리께...(핸드폰 닫고 윤에게 인사하는) 안녕하세요. 장수밉니다.
윤 (누구냐는 표정으로 무혁을 보는)
무혁 새로 온 코디네이터!
윤 (심난한 표정으로 보다가 조수석에 오른다)
수미 (뭐야? 인사도 안 받고....윤의 표정이 기분 나쁜데)
무혁 (밴 뒷문을 닫고, 운전석 쪽으로 온다)
69. # 지하철 역 일각
출근길 샐러리맨들 분주하게 오가는데.
갈치(E) 김밥 사세요!
서경(E) 떡도 사세요!
은채(E) 방금 만들어 온 따뜻한 김밥 있습니다!!
갈치와 서경, 은채가 함께 신나게 김밥을 팔고 있다.
은채 (앞섶에 전대도 차고, 활기차게 김밥을 판다) 아저씨! 우리 김밥 한번 드셔 보세요. 짱 맛있어요! 캡 죽여요!! (자기도 먹어 보고 진심으로) 진짜 맛있다, 김밥!
70. # 분장실
윤, 수미의 도움을 받아 옷을 갈아 입고 있다.(새 신랑 한복) 윤, 수미의 손길이 몹시 불편하고 낯설다.
무혁, 한쪽에서 팔짱을 낀 채 그런 윤을 표정없이 지켜보고 있다.
이때, 분장실 문 열리고, 한복을 입은 민주, 들어선다.
윤 (예상치 못했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민주야!!!
민주 (활짝 웃으며) 놀랬지?
무혁 (모자를 눌러 쓴다)
윤 내 상대 모델이 너 였어?
민주 컨셉이 설날 특집 가족 화보라며?...내가 빠지면 되냐?
윤 (좋아서 활짝 웃고)
민주 너 놀래게 해 줄려구 비밀루 해달라 그랬지.
윤 (활짝 웃으며) 야아...너어무 이쁘다. 우리 색시.
민주 어머닌 안 오셨어?
윤 미용실 들렀다 오실거야.
무혁 (밖으로 나간다)
민주 (수미를 흘끗 보고) 은채는?
윤 몰라....배애신자....앞으루 내 앞에서 그 기집애 이름 꺼내지두 마.
71. # 미용실
은채, 파마하고 있는 서경 뒤에 서 있다. 서경, 처음 해 보는 파마에 몹시 흥분해 있다. 갈치도 은채옆에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서 있다.
은채, 미용사에게 이렇게 저렇게 해 달라고 주문한다.
서경, 부끄럽게 고개 숙이며 잡지책을 본다. 예전에 오들희와 윤이 함께 인터뷰 했던 기사가 실려 있다.
서경, 전면에 걸쳐 실린 오들희와 윤의 사진을 본다.
서경 와...이쁘다.
은채 (그 말에 잡지책으로 시선을 준다...윤의 사진을 보는 순간, 착잡해진다)
72. # 포토 스튜디오
오들희, 윤, 민주, 함께 한복 화보 찍고 있다....세 사람의 모습, 완벽한 하나의 가족 같다.
무혁, 한쪽 구석에서 세 사람의 모습을 담담하게 지켜보고 있다.
73. # 거리/ 웨딩숍앞
은채, 서경(예쁘게 파마했다, 몹시 기분이 좋다), 갈치와 함께 핫바 하나씩 물고 걸어간다. “갈치야, 니네 엄마 너무 이쁘지?” “네” “어우, 이렇게 이쁜 걸...”등의 대 화 주고 받으며.
서경, 문득 걸어가다가 웨딩 숍앞에 걸음을 멈춘다.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은 마네킹 인형을 부럽게 본다.
은채 언니두 이쁜 드레스 입구 결혼하구 싶죠?
서경 (수줍게....고개 끄덕이는)
은채 혹시...좋아하는 남자 있어요?
서경 (수줍게...고개 끄덕이는)
은채 누구요?
서경 (말 못한다)
은채 누군데요? 나한테만 살짝 말해 봐요.
서경 ...외삼촌.
은채 에?
서경 (수줍게 손가락을 깨무는데)
갈치 아, 돌겠다, 진짜...외삼촌이랑 어떻게 결혼을 하냐?
서경 (삐죽 갈치 흘겨보는)
은채 (무슨 소린가 벙해서 보는)
갈치 외삼촌은 그냥 외삼촌이지, 결혼은 못하는 거야...(은채를 보며) 그쵸, 누나?
은채 .....(당황하는) 무혁이 아저씨...말하는 거야?
갈치 네!
서경 아냐, 결혼할 수 있어. 결혼 할거야.
갈치 결혼하는 거 아니라니까, 외삼촌은!! 아, 진짜! 왜 이렇게 바보냐, 우리 엄마!! 아, 짱나!!
서경 (비죽거리다가 우왕 울음을 터뜨린다)
은채 (할 말을 잃는다...)
74. # 갈비집(통유리 있는 룸)
오들희, 윤, 민주, 함께 갈비 먹고 있다. 오들희, 상추에 갈비를 싸서 윤과 민주에게 먹여주고...화기 애애한 모습이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어떤 시선.
75. # 밴안/갈비집 건너편
무혁, 밴 안에서 통유리를 통해 보이는 세 사람의 모습을 담담하게 지켜보고 있다.
이때, 무혁의 핸드폰 울린다.
무혁 (핸드폰 귀에 대는)
갈치(F) 외삼촌! 끝날려면 아직 멀었어요? (시끄러운 노래방 소리 들린다)
무혁 왜?....어딘데 이렇게 시끄러?
갈치(F) 노래방요! 노랑 할아버지랑 은채 누나랑 엄마랑 같이 왔어요.
무혁 .......
76. # 노래방
서경, 동요 부른다. 은채와 민현석, 갈치, 박수 쳐 주고.
갈치, 가요 부른다. 서경, 대견하게 보며 박수치고, 은채, 그런 서경이 자꾸만 안쓰 럽다.
민현석, 트로트 부른다. 서경과 갈치, 몹시 지루한 표정으로 딴 짓한다. 은채, 피식 웃고.
은채 차례다. 은채, 잠깐 망설이다가 윤의 노래를 입력한다. <한사람..노래 최윤>이 라는 글귀가 뜨고, 은채,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은채, 눈물이 그렁해져 애틋한 표정으로 화면을 보며 노래 부르는데, 그때 갑자기 노래를 정지시키고 마이크를 뺏는 손.
은채, 놀라서 돌아보면 무혁이다.
얼핏 굳은 표정의 무혁, 노래책을 보고 번호를 누른다.
은채, 황당하게 보는.
무혁, 락 계열의 팝송을 부른다. 머리에 화장지로 띠도 만들고 테이블 위에 오르내리고, 마치 락커처럼 신명나게 불러 제낀다.
갈치와 서경, 처음보는 무혁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
은채,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민현석은 아예 소파에 길게 드러 누워 잔다.
은채, 문득 서경과 무혁을 번갈아 본다.
무혁을 연모하는 서경의 애틋한 눈빛....마치 누구에겐가 항의하듯 소리 지르며 노래를 부르는 무혁....부모에게 버려져 고단하게 살아온 두 사람의 삶이 한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은채, 가슴이 먹먹해 오며 눈물이 그렁해진다....무혁이 가엾다.
77. #노래방 앞 계단
무혁, 계단에 앉아 있다. 열기와 땀을 식히려고 생수를 머리 위에 붓는다.
은채, 무혁의 옆으로 와서 앉는다.
은채 감기 들어요.
무혁 ....은채야.
은채 (보는)
무혁 부탁 하나만 하자.
은채 뭐요?
무혁 아프리카 가지 말구.
은채 (보는)
무혁 우리 누나랑.....갈치....니가 좀 보살펴 줘라, 나중에....내가 없으면.
은채 (의아하게 보는) 어디 가요, 아저씨?
무혁 (껌을 꺼내 씹는다)
은채 호주루...돌아 갈려구요?
무혁 (껌만 씹는다)
은채 그냥 여기서 누나랑 식구들이랑 살지....호주엔 아무두 없다면서요? 와이프두 결혼하구...
무혁 (벌떡 일어선다) 가자, 춥다.
은채 (무혁의 손을 잡는다)
무혁 (보는)
은채 아저씨...한번 안아 주구 싶은데.
무혁 (흠칫 눈빛이 흔들린다)
은채 접때 못 안아 준 거....지금 안아주께요. 그래두 돼요?
무혁 .....
은채 (무혁을 따뜻하게 꼬옥 끌어 안아 준다)
무혁 ......(가슴이 콱 막힌다)
은채 .......따뜻해요?....외롭지 않죠, 이제?
무혁, 은채에게서 떨어진다. 눈물이 그렁해 있다.
무혁, 은채를 흔들리는 표정으로 보다가 은채에게 입맞춤을 한다.
은채, 거부하지 않는다.
무혁의 볼을 타고 한줄기 눈물이 흐르는데.....
ENDING
무혁 차, 신호를 받고 정지해 있다.
카메라 무혁 차안을 비추면, 무혁, 완전히 박현우의 모습을 떨쳐내고 본래 무혁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다.
옷을 갈아 입지 않고 옷 단추를 채우는 무혁, 핸드폰으로 은채에게 전화를 한다. 핸드폰을 받지 않는다.
고객이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간다는 멘트 들린다.
45. # 오들희집 대문 앞
대문 열리고, 짐 가방을 든 은채, 나온다.
은채, 애틋한 눈길로 집을 휘 한번 훑어보고는 힘든 발걸음, 천천히 떼서 간다.
은채의 모습이 사라지자 반대편 언덕에서 올라오고 있는 무혁의 모습이 보인다.
무혁, 핸드폰을 계속하며 걸어오고 있다. 신호가 계속 가고 있다.
숙채(F) 여보세요.
무혁 (반가와서) 돌딩아.
숙채(F) 저, 돌딩이 아닌데요.
무혁 (은채의 목소리가 아니다, 갸웃하다가) 너, 누구야?...(하다가) 너, 누구예요?
이때, 대문 열리고, 숙채, 쓰레기 봉지 들고 나온다. 은채의 핸드폰을 들고 있다.
숙채 송 은채 언니 송 숙챈데요. (하다가 무혁과 시선을 마주친다)
무혁 (핸드폰에 대고) 왜 니가 핸드폰을 갖구 있어...요?
숙채 (떨린다. 침이 꿀꺽 넘어간다. 핸드폰에 대고) 은채가 버리구 갔어요, 오빠.
무혁 은채...어디 갔어?
숙채 그냥 아프리카 가기 전에 여행 좀 하구 오겠다구 그랬어요, 오빠.
무혁 (어이 없는) 아프리카?
숙채 예. 아프리카요, 오빠.
무혁 (기가 막히다)
46. # 고속 터미널
무혁,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은채를 찾는다. 서 있는 아무 버스나 올라 타고, 사람들 사이를 헤집어 다니기도 하지만, 은채의 모습 보이지 않는다.
젠장....암담해지는 무혁.
47. # 서경집 일각 길
기운이 쭈욱 빠진 무혁, 털레털레 걸어오고 있다.
48. # 서경집 앞
무혁, 걸어오다가 뭔가 발견한 듯 걸음을 멈춘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다가 환하게 떠오르는 미소.
서경집 앞에 은채가 쪼그리고 앉아 있다. 추위 때문에 고개를 푹 떨구고 있어 무혁 이 온 것을 알아보지 못한다.
무혁 돌딩아!
은채 (그제야 고개를 든다) 아저씨....
무혁 (반갑게 웃는)
은채 실장님한테 물어서 아저씨 주소 알았어요.
무혁 (미소 짓는)
은채 작별 인사하러 왔어요. 나 어디 멀리 좀 가거든요.
무혁 (입가에 어렸던 웃음이 멈춘다)
은채 가면 언제 돌아올 지 몰라서...인사는 하구 가야 될 거 같애서요.
무혁 (표정 얼핏 굳어지는)
은채 참....(가방에서 외투 하나를 꺼낸다. -호주에서 무혁이 입었던. 은채에게 덮어줬던 그 옷이다-) 진작 돌려줄려구 그랬는데....고마웠어요, 아저씨.
무혁 (받아 든다...)
은채 .......(미안하다) 전 아저씨 안 잊으께요...아저씬 나 빨리 잊어 버려요...정말루 좋은 사람 만나요, 그리구.
무혁 ......
은채 (꾸벅 인사하고 가려하는데)
무혁 (은채를 막아선다) 김치 담궈 주구 가.
은채 (의아한 표정)
무혁 우리 누나가....김밥은 잘 싸는데, 김치는 못 담궈.....김치 담궈주구 가.
은채 ...(어리둥절하긴 하지만) 나두...김치 못 담그는데....
무혁 (실망스런 표정)
은채 죄송합니다. (꾸벅 인사하고 내려 간다)
무혁 (어떻게 잡지도 못하고 안타깝고 머쓱하게 서 있는데)
은채 (걸어내려 가다가....무혁이 뒤통수에 걸린다...돌아본다) 저기요...깍두기는 담글 줄 아는데...
무혁 (웃는)
49. # 슈퍼
무혁과 은채, 함께 장을 보고 있다. 무혁, 카트를 밀고, 은채, 무와 생각, 마늘, 고추 가루등을 카트에 집어 넣는다.
은채 (눈이 동그래져서 무혁 보며) 호주루 입양 됐던 거예요, 그럼?
무혁 (시식용 음식 집어먹으며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 끄덕이는)
은채 (불쌍하다)...누난 이번에 찾은 거예요?
무혁 (고개 끄덕이는)
은채 부모님은요?...부모님은 못 찾았어요?
무혁 (씨익 웃고 시식 음식만 집어 먹는다)
은채 나쁘다...자식을 어떻게... 하나두 아니구, 둘씩이나 왜 버렸을까?
무혁 (밝게) 사정이 있었겠지 뭐....우유도 못 사 먹일 정도로 너무너무 가난해서 니들 만이라두 부잣집에 가서 잘 먹고 잘 살아라....그랬겠지 뭐. (다시 다른 시식 음식 집어먹고)
은채 (무혁을 안쓰럽게 본다...) 잠깐만요! (하고는 음료 코너쪽으로 뛰어간다)
무혁 (의아하게 보다가 다시 시식 음식 집어 먹다가 목이 막히는데...이때, 무혁앞으로 내 밀어지는 우유....고개 돌려 보면)
은채 (우유 들고 웃으며 서 있다....입구를 따서 준다)
무혁 (가슴 속에서 뭔가 울컥 올라오는 것 같다...받아서 마신다)
은채 그래두 착하네, 아저씨....한국 말두 배우구, 김치두 좋아하구....(무혁의 엉덩이를 툭툭 두드려주며) 어이구, 기특하다, 우리 아저씨.
무혁 (푸...먹던 우유를 쏟을 뻔 한다)
50. # 서경 부엌(밤)
은채, 앞치마 하고 열심히 무를 깍둑썰기 하고 있다. 모양도 크기도 제 각각 엉망 이지만, 은채의 표정, 몹시 진지하다.
무혁, 옆에서 마늘 껍질 벗지며 그런 은채를 지켜본다.
은채, 무에 고추 가루를 뿌리고..먹어보고....너무 맵다...혀를 쑥 내밀고 부채질을 한다. 무혁, 컵에 물을 따라 은채에게 주고....벌컥벌컥 물을 마셔대는 은채....그런 은 채를 보며 미소 짓는.
은채, 깍두기에 소금을 뿌리다가....먹어보고는...너무 짜서 뱉지도 못하고 인상 일그러지고....무혁, 은채의 표정이 너무 귀여워 푸훗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린다.
완성된 깍두기가 놓여 있다. 짜서 물을 얼마나 부었던지 깍두기가 아니라 거의 물김치다.
무혁 이게 깍두기야?
은채 (무안한) 그러게요....어떡하다 얘가 이렇게 됐냐?
무혁 (숟가락으로 떠서 맛을 본다.)
은채 (마른 침 꼴깍 삼키며 불안하게 보고 있다.)
무혁 (도저히 참아내기가 힘든 맛이다...잠깐 곤혹스런 표정 짓다가 죽인다고 엄지 손가락 세워 보이는)
은채 (그제야 안도한 듯 활짝 웃는다)
무혁 (고개 돌리며 죽을 상 짓는)
윤(E) 은채 데려와! 은채 어딨어!!!
51. # 오들희 거실(밤)
윤, 거실 바닥에 주저 앉은 채 어거지 쓰고 있다. 혜숙, 걸레질 하다가 짜증난 표정으로 윤을 본다.
혜숙 아, 비켜! 걸레질 해야 돼....
윤 은채 어딨냐구, 아줌마아아아.
혜숙 어딨는지 내가 어떻게 알어? 작정하구 핸드폰두 두구 나갔다는데? (다른 곳 닦으려고 일어서는데)
윤 (혜숙의 치마를 잡으며) 무슨 엄마가 그래요? 딸이 어디 갔는지두 모르구?
혜숙 (답답한 표정으로 보다가) 오들희! 오들희!!...말복아! 조말복!! (하는데)
이때, 오들희, 샤워 가운 입고 캡 쓰고 욕실쪽에서 나온다.
오들희 (버럭) 언니이!!...그 이름 부르지 말랬지, 내가!!
혜숙 니가 뭐 밖에서나 오들희지, 여기서까지 오들희야?
오들희 난 밖에서도 안에서도 살아서도 죽어서도 오들희야!
윤 (혜숙을 잡고 흔들며) 아줌마아아아.
혜숙 으이그, 징그러, 증말....니 아들이 젖 달랜다. 젖 좀 줘라.
오들희 왜? 왜 그래, 아들?
윤 은채가 없어졌어, 엄마...실장님한테 내 코디네이터 그만 두겠다 그랬대.
오들희 (혜숙 보며) 이건 뭔 소리야? 은채, 무슨 일 있어?
혜숙 (걸레질 하며) 몰라, 나두....아프리카 간다 그랬대.
오들희 엉? 웬 아프리카?
윤 그럼 난? 난 어떡하구?!...(혜숙을 잡고 흔들며) 난 어떡하구, 아줌마아아!!
혜숙 (버럭) 어떡하긴 뭘 어떡해? 내가 정말 이 말은 존심이 상해서 안할라 그랬는데...민 채한테 들으니까, 윤이 너한테 부담 안 줄려구,
민주랑 둘이서 잘 먹구 잘 살라구 그래서 떠났단다.
윤 (어이 없어) 에?
혜숙 불쌍한 년...에미, 애비 잘 못 만나갖구....전세금만 있었음 우리두 이 집 그냥 확 떠 버리는 건데....
(걸레 거칠게 집어 던지며) 오늘 이 기분으론 나 청소 못하겠다. (오들희 보며) 니가 해, 청소!
오들희 (혜숙이 무섭다. 얼떨결에 고개 끄덕이는) 어....어....
혜숙 (집 밖으로 나가버리고)
윤 (황당해서 있는데)
오들희 근데....지금까지 은채 엄마가 한 말이 무슨 소리니?
윤 .....은채가 날 정말 사랑했나봐, 엄마. (좀 멍해지는)...미쳤나봐, 그 기집애.
52. # 서경집 마당(밤)
은채, 짐가방을 들고 나와 부츠를 신고 있다.
53. # 서경 욕실
무혁, 변기에 힘들게 토하다가....탈진해서 바닥에 그대로 드러누워 버린다.
또다시 괴롭게 두통이 엄습하고 있다.
54. # 서경집 마당
은채, 짐가방을 챙겨 들고 서경집 쪽을 본다.
은채 아저씨 똥 다 싸기 전에 빨리 가야지....(꾸벅 인사하고) 안녕히 계세요, 아저씨....
(그래도 애잔한 미련이 남아 잠깐 눈길주다가 돌아서는데)
마당 안으로 서경이 울면서 어기적거리며 들어서고(바지에 오줌을 쌌다), 갈치, 달래고 있다.
갈치 뚝! 뚝! 그만 울어, 엄마! 뚝!!...(옷 소매로 눈물을 닦아준다)
서경 (그래도 엉엉 우는...바들바들 떨기까지 한다.)
갈치 괜찮아...무서워서 그랬잖아...나두 엄마처럼 미친 개가 쫓아오면, 엄마처럼 그렇게 바지에다 오줌 쌌을거야, 괜찮아.
서경 (그래도 서럽게 우는)
은채 (특이한(?) 모자의 모습을 의아하게 눈을 동그래서 보는데)
갈치 (문득 고개 돌리다 은채를 발견한다.) 누구세요?
서경 (그 소리에 훌쩍이며 은채를 보는)
은채 (당황하며) 저기...난 그러니까 이 집에 사는 아저씨랑 아는 사람....(하는데)
갈치 외삼촌!
서경 (흠칫 놀라며 얼른 갈치 등 뒤로 숨으며 훌쩍이며 울고)
은채 (돌아본다)
무혁 (어느새 창백한 안색으로 나와 은채의 등 뒤에 서 있다....가방을 든 은채를 서운하 게 잠깐 보다가 서경을 보며) 니네 엄마, 왜 또 울어?
갈치 바지에 오줌 쌌어요...미친 개가 쫓아와 가지구 무서워 가지구...(하는데)
서경 야! 김 갈치! (소리 지르고 퍼지고 앉아 얼굴을 가리고 큰 소리로 운다)
갈치 (아차하며) 아 참...외삼촌한테 오줌 싼 거 말하지 말라 그랬는데...(자기 입을 몇 대 때리다가) 미안해, 잘못했어....잘못했어,
엄마. 다신 안 그러께.
무혁 (기가 차다 못해 암담하다...)
은채 (저 사람이 누나구나....어이가 없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무혁과 번갈아 본다)
무혁 (속이 상한다, 비아냥) 잘했다. 참 자알했어!!....우리 누나, 멋지다!!
서경 (더욱 서럽게 큰 소리로 운다)
무혁 (버럭) 뭘 잘했다구 큰 소리로 울어?!!...조용히 못해?!!
갈치 (무혁의 눈치를 살피며 서경의 입을 가린다)
서경 (울음을 그치려 하지만, 쉽게 멈춰지지 않는)
무혁 윤 서경!!
은채 (갑자기 서 있는 무혁의 다리를 사정없이 때리며) 이 아저씨, 진짜 못 됐네! 누나한 테 무슨 말버릇이야, 이게?!!
무혁 (표정)
은채 너나 조용히 해! 너나!!....그렇게 가르쳐줘도 정신을 못 차렸냐? 못됐어, 진짜...(하며 서경에게 다가간다)
무혁 ......
은채 (서경 옆에 쪼그리고 앉으며 서경의 입을 막고 있는 갈치의 손을 떼낸다. 그리고 옷 소매로 서경의 눈물을 닦아주는)
나두요 바지에 오줌 잘 싸요, 언니...그저께두 쌌어요, 난.
서경 (꺽꺽이며 보는)
무혁 ......
은채 바지에만 싸나....이불에두 가끔 싸지....언니두 이불에다 오줌 싸요?
서경 (그건 자신 있다) 아니요...난....난...이불에다 오줌 안 싸요.
은채 (씨익 웃으며) 언닌 나보다 낫네, 그럼....소문이 안 나서 그렇지, 다 커 가지구 바지 에 오줌싸는 사람 되게 많아요....
신문에두 났는데, 몰랐죠?
서경 (그제야 울음 잦아 들며 고개 끄덕인다....그러다 무혁의 눈치를 본다.)
무혁 (가슴이 꽉 막혀 와 시선을 돌린다)
은채 (서경의 떨고 있는 손을 꼬옥 잡아주며) 내가 망 봐줄테니까 얼른 씻어요....아니다, 나랑 같이 씻을래요?
무혁 (송은채....저 여자.....저 여자.....)
55. # 서경집 마당
갈치, 마당에서 로봇 가지고 혼자 중얼거리며 놀고 있다.
무혁, 마루 기둥에 기대어 앉아 그런 갈치를 보다가 마루 한켠에 놓인 은채의 가방 과 댓돌에 놓인 은채의 신발을 본다.
안색은 여전히 창백하다.
56. # 서경방
말끔하게 씻고 옷을 갈아 입은 서경의 머리를 은채(머리칼 젖어 수건 감고)가 빗겨 주고 있다.
은채 언니, 진짜 머릿결 좋다....파마 같은 거 해두 이쁘겠다....파마 안 해 봤죠?
서경 (수줍게 고개 끄덕이는)
은채 참, 우리 아직 로션 안 발랐죠?...이상하게 얼굴이 땡긴다 했다...로션 좀 주세요.
서경 (고개 젓는다) 로션...없어요.
은채 로션이...없어요?
서경 (고개 끄덕이는)
은채 로션, 한번도 안 발라 봤어요?
서경 (고개 끄덕이는)
은채 (황당하고, 불쌍하다...가만히 서경의 얼굴을 만져 본다...)
57. # 서경 마당
갈치가 가지고 놀던 로봇, 마루위에 있고, 무혁은 마루에 드러누워 있다.
(다리는 바닥에 놓고 몸 반만 마루에 둔 상태)
58. # 서경방
갈치, 잠들어 있고, 서경도 잠들어 있다. 은채, 가방에서 자기 로션 꺼내서 서경의 얼굴에 발라주고 손에도 발라준다. 갈치에게도 발라준다.
59. # 서경 마당
무혁, 팔베개를 한 채 눈을 감고 있다. 이때, 발걸음 소리 들리며 은채, 가방 들고 나온다.
은채, 무혁이 잠든 줄 알고 살금살금 발걸음 떼서 나오다가 한켠에 있는 무혁의 옷 (호주때 은채에게 덮어줬던)을 무혁에게 덮어주고는 무혁을 스쳐 마루를 내려온다.
조심조심 부츠를 신는 은채.
무혁, 여전히 눈을 감고 있다.
부츠를 다 신은 은채, 가방을 들고 조심 걸음을 옮기려 하는데,
무혁, 갑자기 벌떡 눈 뜨고 일어나더니 두 팔로 은채의 허리를 꽉 끌어 안는다.
은채, 깜짝 놀라 비명 지를 뻔하다 손으로 입을 간신히 가린다.
무혁, 은채의 등에 머리를 깊게 댄다.
은채 ......(긴장하는)
무혁 가지 마라.
은채 ......(당황하는)
무혁 가지 마라, 은채야.
은채 ......
무혁 힘들게 안할께....가지 마라.
은채 .....(가방을 쥔 손이 가늘게 떨린다)
60. # 은채방
조명등만 안온하게 켜진방.
숙채, 민채, 잠들어 있다. 방문 열리고, 대천, 들어온다.
대천, 몸부림 친 딸들의 이불을 다독여 덮어주다가 은채의 빈 자리를 본다.
마음이 얼마나 상했을까....맘이 쓰리다.
61. # 윤방
윤, 심난한 표정으로 침대에 걸터앉아 있다. 민주와 혜숙의 말들이 어지럽게 귓가를 괴롭힌다.
62. #플래시백
1. #13. 오들희 정원
민주 은채, 너 좋아해. 윤아....널 사랑하구 있어, 은채. (#13)
2. #24. 오들희 정원
윤 안된다, 은채야! 말이 되냐, 너하구 내가?!!
윤 우린 가족이잖아. 너하구 난 형제야, 형제! 근친 상간 같은거야, 우린! 알어?!!
3. #26. 오들희 거실
은채 나, 결혼 약속한 남자 있어!
은채 안 그래두 너한테 소개시켜 줄라 그랬는데....민주랑 넷이서 언제 밥 한번 먹자.
4. #51 오들희 거실
혜숙 내가 정말 이 말은 존심이 상해서 안할라 그랬는데...민채한테 들으니까, 윤이 너한테 부담 안 줄려구,
민주랑 둘이서 잘 먹구 잘 살라구 그래서 떠났단다.
63. # 윤방
윤, 혼란스럽다...자책도 들고...황당하기도 하고...괴롭게 머리를 흐트린다.
윤 날 죽여라! 날 죽여!! 송 은채, 이 망할 기집애!! (침대에 벌렁 드러 눕는다)
64. # 서경 마당
댓돌에 무혁과 은채, 서경, 갈치의 신발이 놓여 있다.
65. # 서경방
스텐드 불빛만 안온한 방.
은채, 곤히 잠들어 있다. 은채 옆으로는 서경이 색색거리며 자고 있고, 서경 옆으로 갈치가 자고 있다.
갈치 옆으로 무혁이 벽에 기대 앉아 있다. 무혁, 잠든 세 사람의 모습을 휘 훑어보다가 은채에게 눈길을 멈춘다....애틋한 눈길로 오래토록 은채만을 본다.
66. # 서경집 앞 거리
무혁, 털레털레 길을 걸어 내려가고 있다. 바람이 스산하다.
67. # 서경방
은채, 서경의 몸부림에 흠칫 눈을 뜬다. 일어나 앉으면, 무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왠지 마음이 허전하다. F.O.
68. # 오들희 집 앞/밴안 (아침)
무혁, 껌을 씹으며 운전석에 앉아 있다.
수미(E) 응, 언니...나 오늘부터 최 윤 코디네이터 해.
무혁 (뒷좌석을 돌아본다)
뒷 좌석에 화려해보이는 수미(새 코디네이터), 손톱을 다듬으며 친구와 통화하고 있다.
수미 송은채가 그만 뒀대....알았어, 알았어...싸인 받아주께....
무혁 (대문쪽을 본다)
윤 (선글라스 쓰고, 대문 열고 털레털레 나오고 있다)
무혁 (운전석에서 내려 밴 뒤쪽 문을 열어준다)
윤 (심난한 표정으로 털레털레 걸어와 선다. 새 코디를 보는)
수미 언니, 내가 나중에 핸드폰 때리께...(핸드폰 닫고 윤에게 인사하는) 안녕하세요. 장수밉니다.
윤 (누구냐는 표정으로 무혁을 보는)
무혁 새로 온 코디네이터!
윤 (심난한 표정으로 보다가 조수석에 오른다)
수미 (뭐야? 인사도 안 받고....윤의 표정이 기분 나쁜데)
무혁 (밴 뒷문을 닫고, 운전석 쪽으로 온다)
69. # 지하철 역 일각
출근길 샐러리맨들 분주하게 오가는데.
갈치(E) 김밥 사세요!
서경(E) 떡도 사세요!
은채(E) 방금 만들어 온 따뜻한 김밥 있습니다!!
갈치와 서경, 은채가 함께 신나게 김밥을 팔고 있다.
은채 (앞섶에 전대도 차고, 활기차게 김밥을 판다) 아저씨! 우리 김밥 한번 드셔 보세요. 짱 맛있어요! 캡 죽여요!! (자기도 먹어 보고 진심으로) 진짜 맛있다, 김밥!
70. # 분장실
윤, 수미의 도움을 받아 옷을 갈아 입고 있다.(새 신랑 한복) 윤, 수미의 손길이 몹시 불편하고 낯설다.
무혁, 한쪽에서 팔짱을 낀 채 그런 윤을 표정없이 지켜보고 있다.
이때, 분장실 문 열리고, 한복을 입은 민주, 들어선다.
윤 (예상치 못했다, 믿기지 않는다는 듯) 민주야!!!
민주 (활짝 웃으며) 놀랬지?
무혁 (모자를 눌러 쓴다)
윤 내 상대 모델이 너 였어?
민주 컨셉이 설날 특집 가족 화보라며?...내가 빠지면 되냐?
윤 (좋아서 활짝 웃고)
민주 너 놀래게 해 줄려구 비밀루 해달라 그랬지.
윤 (활짝 웃으며) 야아...너어무 이쁘다. 우리 색시.
민주 어머닌 안 오셨어?
윤 미용실 들렀다 오실거야.
무혁 (밖으로 나간다)
민주 (수미를 흘끗 보고) 은채는?
윤 몰라....배애신자....앞으루 내 앞에서 그 기집애 이름 꺼내지두 마.
71. # 미용실
은채, 파마하고 있는 서경 뒤에 서 있다. 서경, 처음 해 보는 파마에 몹시 흥분해 있다. 갈치도 은채옆에 잔뜩 기대하는 표정으로 서 있다.
은채, 미용사에게 이렇게 저렇게 해 달라고 주문한다.
서경, 부끄럽게 고개 숙이며 잡지책을 본다. 예전에 오들희와 윤이 함께 인터뷰 했던 기사가 실려 있다.
서경, 전면에 걸쳐 실린 오들희와 윤의 사진을 본다.
서경 와...이쁘다.
은채 (그 말에 잡지책으로 시선을 준다...윤의 사진을 보는 순간, 착잡해진다)
72. # 포토 스튜디오
오들희, 윤, 민주, 함께 한복 화보 찍고 있다....세 사람의 모습, 완벽한 하나의 가족 같다.
무혁, 한쪽 구석에서 세 사람의 모습을 담담하게 지켜보고 있다.
73. # 거리/ 웨딩숍앞
은채, 서경(예쁘게 파마했다, 몹시 기분이 좋다), 갈치와 함께 핫바 하나씩 물고 걸어간다. “갈치야, 니네 엄마 너무 이쁘지?” “네” “어우, 이렇게 이쁜 걸...”등의 대 화 주고 받으며.
서경, 문득 걸어가다가 웨딩 숍앞에 걸음을 멈춘다. 턱시도와 웨딩드레스를 입은 마네킹 인형을 부럽게 본다.
은채 언니두 이쁜 드레스 입구 결혼하구 싶죠?
서경 (수줍게....고개 끄덕이는)
은채 혹시...좋아하는 남자 있어요?
서경 (수줍게...고개 끄덕이는)
은채 누구요?
서경 (말 못한다)
은채 누군데요? 나한테만 살짝 말해 봐요.
서경 ...외삼촌.
은채 에?
서경 (수줍게 손가락을 깨무는데)
갈치 아, 돌겠다, 진짜...외삼촌이랑 어떻게 결혼을 하냐?
서경 (삐죽 갈치 흘겨보는)
은채 (무슨 소린가 벙해서 보는)
갈치 외삼촌은 그냥 외삼촌이지, 결혼은 못하는 거야...(은채를 보며) 그쵸, 누나?
은채 .....(당황하는) 무혁이 아저씨...말하는 거야?
갈치 네!
서경 아냐, 결혼할 수 있어. 결혼 할거야.
갈치 결혼하는 거 아니라니까, 외삼촌은!! 아, 진짜! 왜 이렇게 바보냐, 우리 엄마!! 아, 짱나!!
서경 (비죽거리다가 우왕 울음을 터뜨린다)
은채 (할 말을 잃는다...)
74. # 갈비집(통유리 있는 룸)
오들희, 윤, 민주, 함께 갈비 먹고 있다. 오들희, 상추에 갈비를 싸서 윤과 민주에게 먹여주고...화기 애애한 모습이다.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어떤 시선.
75. # 밴안/갈비집 건너편
무혁, 밴 안에서 통유리를 통해 보이는 세 사람의 모습을 담담하게 지켜보고 있다.
이때, 무혁의 핸드폰 울린다.
무혁 (핸드폰 귀에 대는)
갈치(F) 외삼촌! 끝날려면 아직 멀었어요? (시끄러운 노래방 소리 들린다)
무혁 왜?....어딘데 이렇게 시끄러?
갈치(F) 노래방요! 노랑 할아버지랑 은채 누나랑 엄마랑 같이 왔어요.
무혁 .......
76. # 노래방
서경, 동요 부른다. 은채와 민현석, 갈치, 박수 쳐 주고.
갈치, 가요 부른다. 서경, 대견하게 보며 박수치고, 은채, 그런 서경이 자꾸만 안쓰 럽다.
민현석, 트로트 부른다. 서경과 갈치, 몹시 지루한 표정으로 딴 짓한다. 은채, 피식 웃고.
은채 차례다. 은채, 잠깐 망설이다가 윤의 노래를 입력한다. <한사람..노래 최윤>이 라는 글귀가 뜨고, 은채,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은채, 눈물이 그렁해져 애틋한 표정으로 화면을 보며 노래 부르는데, 그때 갑자기 노래를 정지시키고 마이크를 뺏는 손.
은채, 놀라서 돌아보면 무혁이다.
얼핏 굳은 표정의 무혁, 노래책을 보고 번호를 누른다.
은채, 황당하게 보는.
무혁, 락 계열의 팝송을 부른다. 머리에 화장지로 띠도 만들고 테이블 위에 오르내리고, 마치 락커처럼 신명나게 불러 제낀다.
갈치와 서경, 처음보는 무혁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좋기도 하다.
은채,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민현석은 아예 소파에 길게 드러 누워 잔다.
은채, 문득 서경과 무혁을 번갈아 본다.
무혁을 연모하는 서경의 애틋한 눈빛....마치 누구에겐가 항의하듯 소리 지르며 노래를 부르는 무혁....부모에게 버려져 고단하게 살아온 두 사람의 삶이 한 눈에 보이는 것 같다.
은채, 가슴이 먹먹해 오며 눈물이 그렁해진다....무혁이 가엾다.
77. #노래방 앞 계단
무혁, 계단에 앉아 있다. 열기와 땀을 식히려고 생수를 머리 위에 붓는다.
은채, 무혁의 옆으로 와서 앉는다.
은채 감기 들어요.
무혁 ....은채야.
은채 (보는)
무혁 부탁 하나만 하자.
은채 뭐요?
무혁 아프리카 가지 말구.
은채 (보는)
무혁 우리 누나랑.....갈치....니가 좀 보살펴 줘라, 나중에....내가 없으면.
은채 (의아하게 보는) 어디 가요, 아저씨?
무혁 (껌을 꺼내 씹는다)
은채 호주루...돌아 갈려구요?
무혁 (껌만 씹는다)
은채 그냥 여기서 누나랑 식구들이랑 살지....호주엔 아무두 없다면서요? 와이프두 결혼하구...
무혁 (벌떡 일어선다) 가자, 춥다.
은채 (무혁의 손을 잡는다)
무혁 (보는)
은채 아저씨...한번 안아 주구 싶은데.
무혁 (흠칫 눈빛이 흔들린다)
은채 접때 못 안아 준 거....지금 안아주께요. 그래두 돼요?
무혁 .....
은채 (무혁을 따뜻하게 꼬옥 끌어 안아 준다)
무혁 ......(가슴이 콱 막힌다)
은채 .......따뜻해요?....외롭지 않죠, 이제?
무혁, 은채에게서 떨어진다. 눈물이 그렁해 있다.
무혁, 은채를 흔들리는 표정으로 보다가 은채에게 입맞춤을 한다.
은채, 거부하지 않는다.
무혁의 볼을 타고 한줄기 눈물이 흐르는데.....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