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읽기] 미안하다,사랑한다 5회 - 2
old/old_column 2004. 12. 2. 18:02
33. #국밥집



    촬영장 근처의 허름하고 조악하고 몹시 지저분한 국밥집이다.

    오들희와 윤, 뭐 이런 집이 다 있어?....인상 일그러뜨리고 잔뜩 찜찜한 표정으로    앉아 있다. (일곱명 정도의 스텝, 식당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거칠고 우락부락하게 생긴 거구의 주인 아줌마(50대 중반 정도된), 곱창을 뚝뚝 썰   고 있다. 그 모습에 오들희, 비위가 확 상했다.    

    국밥집 유리창 밖에 윤의 팬으로 보이는 중고생들, 다닥다닥 붙어서 윤을 보고 있    다.



스텝    근처에 문 연 집이 여기 밖에 없네요, 선생님....일단 요기만 하기구요, 서울 가서 맛    있는 거 대접하겠습니다.

오들희  (떨떠름하게)....네.

스텝    (인사하고 자기 자리로 간다)



    이때, 식당 안으로 무혁과 은채, 들어선다.

    

윤  여기야, 형!! (무혁을 향해 밝게 웃고, 은채를 향해선 여전히 퉁명스런 시선 주고)

오들희  (찜찜하게 보는)

무혁    (밝은 표정으로 씩씩하게 인사하며 윤의 테이블로 와 앉는다.)

은채    (윤의 눈치를 받아내며 무혁을 따라와서 앉는다)

주인여  (거친 경상도 사투리, 사람들에게) 머 무끼고?

오들희  난 갈비탕 줘요.

윤  난 곰국이요!

주인여  우리집은 해장국뿌기 엄따! 열 한그릇 주모 되나?

스텝    예, 그렇게 주십시오.

오들희  (궁시렁) 묻기는 왜 물어, 그럼?

윤  아우, 갑자기 왜 배가 아프냐?....(일어나며) 화장실 좀 갔다 올게.

무혁    (유리창에 붙어 있는 제법 많은 중고생들을 보고 따라 일어선다.)

윤  (주인여자 가까이로 가) 아줌마! 여기 화장실이 어디예요?

주인여  (식칼을 휘두르며 위치 설명하는) 요쭈로 쭉 가다가 저짜로 쭉 가서 그쭈로 확 돌    아서 이쭈로 쭉 가몬 댄다.

윤  (무섭게 식칼을 보다가) ....네....



34. # 국밥집앞



    윤, 무혁의 호위를 받으며 달려드는 중고생 무리를 헤치며 나온다.



윤  형, 아줌마가 뭐라 그런거야?

무혁    (피식 웃으며 고개 젓는) 몰라.

윤  차암...(고개 절래절래 저으며 어이없는 듯 웃고)

무혁    (같이 웃는)



35. #국밥집



    오들희와 은채앞으로 탁탁 놓여지는 국밥 그릇.  



오들희  (기함하며 호들갑) 어머, 아줌마! 손가락이 국밥 그릇에 들어 갔어!

주인여  (대꾸도 않고 다른 사람들 앞으로 국밥 놓아주고...다리를 절룩인다.)

오들희  (어이없다는 듯 주인여를 노려보는)

은채    (오들희 달래는) 그냥...드세요, 아줌마....(국밥 한 술 뜨고)어우...캡 맛있어요.

오들희  (숟가락으로 국밥 그릇 휘휘 저으며) 어우, 드러..어우, 지저분해...이게 뭐야....이거   소 피지? 이런 걸 어떻게 먹어?....나 이런 거 못 먹어...

주인여  (오들희를 휙 노려보는)

은채    (눈치보며) 그냥 확 드셔 보세요...선지가 얼마나 맛있는데.....

오들희  (주인여자가 노려 본다는 거 눈치 못 채고) 싫어, 싫어...안 먹어, 나....어우, 비위 상  해...이런 건 얘, 야만인이나 먹는 거지...저리 치워. 너 다 먹어. (하며 은채쪽으로     국밥 그릇 미는데)

주인여  (어느새 와서 국밥 그릇을 확 채더니 오들희의 얼굴에 확 부어버린다)

오들희  (순간적으로 일어난 상황에 악! 비명 지르고)

은채    (주인여자에게 소리치는) 아줌마!!

스텝들  (놀라서 벌떡 일어나고...당황해서 보는)

주인여  그래, 이거는 사람 묵는 기 아이고, 몸에다 들이 부우라꼬 만든기다...니 오늘 국밥  갖고 목욕 한번 해바라....(하더니 끓고 있는 커다란 들통에서 바가지에 국밥을 가득     떠서 오들희에게 오는데)

오들희  엄마야....(얼른 일어나 쪼그리고 숨는)

은채    (오들희를 가리고 서며, 주인 여자에게 항의하는) 아줌마! 진정하세요! 왜 이러세    요! 진정하세요!!



    남자 스텝 둘, “진정하세요! 아주머니!” 하며 주인 여자를 잡아 말리고.

    주인여자, “놔라! 이거 몬 놓나!!” 하며 소리치고.



오들희  (은채 뒤에 숨어서 소리치는) 윤아...윤아...누구 우리 윤이한테 전화 좀 해요! 전화 해서 어서 오라 그래!! 어서어어!!

은채    (주인 여자는 계속 고함 질러 대고...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36. #화장실 밖

    무혁, 화장실 밖에서 윤을 기다리고 있다.

    주위로 중고생들 사인지와 핸드폰 들고 모여들어 있다.  

    무혁, 이름표 달고 있는 학생들의 이름을 큰소리로 읽어본다...틀리는 글자가 반이   다.

    이때, 핸드폰(윤의) 벨 울린다.  



37. #화장실 안(시골의 지저분한 화장실)

    

    윤, 코를 막고 변기에 앉아 핸드폰 받고 있다.



윤  에? 울 엄마가 뭐 어떻게 됐다구요?



38. #국밥집



    오들희(얼굴에 콩나물과 시래기, 파 그대로 남아 있다), 분하고 자존심 상해 부르르  떨고 있고, 은채, 물수건으로 오들희를 닦아주려는데.



오들희  (은채 손 쳐내며) 하지마, 은채야....윤이 오면 이거 다 보여줘야 돼.

은채    아줌마...참으세요...아줌마가 참으세요.  

오들희  싫어! 못 참어!!....(주인 여자 보며) 당신! 오늘 사람 잘못 건드렸어!....국밥 장사, 오 늘로써 끝인 줄 알어, 아줌마! 우리 아들보구 이 집 확 밀어버리구, 여기다 빌딩 올  리라 그럴거야, 내가!!

주인여 (스텝들한테 붙잡힌 채) 머라꼬 씨부리쌌노, 저기....놔라, 이거 몬 놓나, 진짜!!!

  

    이때,  윤, 허겁지겁 뛰어오고, 뒤따라 무혁, 들어온다.



윤  엄마!!

오들희  윤아아.....(울음이 터질듯한 표정)

윤  왜? 무슨 일이야?...얼굴에 뭐야, 그게?

오들희  (울먹거리며) 저 여자가....엄마한테 펄펄 끓는 국밥 부었다, 윤아?...엄마 얼굴 디었    어어어....

무혁    (무표정하게 보는)

윤  (푸후 한숨 뱉고, 주인여자 보고 오들희 보며) 왜애? 엄마가 어떻게 했는데?

오들희  어떡하긴 뭘 어떡해? 취향이 안 맞아서 선지국 못 먹는다 그랬다구...사람을 이꼴로  만들었단 말야! 아우, 분해! 아우, 아우, 분해...저거 봐, 저거...저 뜨건 국물을 또     나한테 부을려구 지금 저러구 있는거야, 지그음....

무혁    .......

주인여  암 짓도 안하께...놔라...이거 쫌 놔라.

스텝들  (그제야 주인 여자를 놓는다)

오들희  (울컥 울음 터뜨리며) 살다 살다 이런 모욕은 첨이야....엄마 너무 너무 분해서 딱   죽구 싶다, 윤아...

주인여  저 문디가 저....안죽도 입이 살아서 쫑쫑거리고 있네, 저기...(바가지에 든 해장국을    오들희에게 퍼부으려 하는데)    



    이때, 갑자기 무혁, 불위에서 끓고 있는 국밥 들통을 발로 걷어 차 버린다.

    국밥, 그대로 바닥으로 쏟아지고.

    은채와 오들희, 윤을 비롯한 사람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놀라서 무혁을 본다.

    표정이 전혀 없는 무혁, 당황해서 서 있는 주인여자에게서 바가지를 확 채서 뺏으    며 벽을 향해 휙 던져 버린다.



윤  형!!

주인여  야, 이 놈아...니 지금 머하는 짓이고, 이기!! (하며 무혁의 멱살을 잡는데)

무혁    (주인 여자를 한 손으로 확 거칠게 밀어 버린다)

주인여  (의자에 부딪히며 비명 지르며 바닥으로 나동그라지고)

은채    아줌마아...(하며 주인여자에게 달려 가 부축한다)

오들희  (놀라서 눈물이 쏙 들어갔다. 눈이 동그래져서 보는)

무혁    (눈빛 하나 변하지 않고 무표정한 얼굴로 선반 위에 엎어놓은 국밥 그릇을 손으로 쓸어내린다. 그릇들 바닥으로 와장창 깨지고...발 아래 걸리는 것들 발로 차 버린다.)

은채    (버럭) 아저씨!

주인여  (허리를 다쳤는지 괴로워하는...기가 막혀 할 말을 잃는)  

윤  형!

오들희  (그저 눈이 동그래져서 보고 있는)



    당황하고 놀란 스텝들, 누구 하나 말릴 생각을 못한다.



무혁    (주방에 있던 물건들을 하나하나 밖으로 집어 던져버리고, 깨버린다)

은채    (벌떡 일어나더니 가서 무혁의 몸을 꽉 안는다) 미쳤어요, 아저씨! 왜 이래요, 왜 이래!!....돌았어, 아저씨!! 그만 해요! 그만 해애!!!

무혁    (그제서야 식식 가픈 숨 몰아쉬며 부수는 걸 멈춘다)

오들희  (그런 무혁의 모습이....머리 속 깊숙이 각인된다)



39. #밴 앞/화보 촬영장 근처 (노을녘)



    무혁, 밴에 기대어 선 채 껌 껍질 까서 껌을 씹는다.

    윤, 오들희(국밥 흔적을 깨끗히 씻었다)를 부축하다시피 껴안고 밴 쪽으로 온다. 그  뒤로 은채가 따라온다.

    무혁, 밴 문을 열어준다.

    오들희, 그런 무혁을 보다가(무혁을 보는 눈빛이 훨씬 부드러워졌다), 윤의 부축을   받아 밴에 오른다.

    윤, 무혁을 당혹스럽게 보고 밴에 오른다.

    무혁, 껌을 씹으며 표정이 없다.

    잠시후, 은채 와서 서더니...자신을 보는 무혁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오들희와   윤을 본다.



은채    먼저 올라 가세요, 아줌마.

오들희  왜? 넌?

은채    전 좀 들를 데가 있어요.

윤  어딜 들러? 니가 여기 아는 데가 어딨어?

은채    친구 집이 있어, 여기...먼저 올라 가.

윤  무슨 친구? 내가 모르는 니 친구가 어딨냐?

은채    있어....서울에 가서 봬요, 아줌마...안녕히 올라가세요. (하고는 윤이 “은채야” 부르지    만, 차 문을 닫아버린다)

무혁    (은채를 보는데)

은채    (눈길도 주지 않는다)



40. # 밴안 (달리는)



    무혁, 운전하고 있다.



윤  (당혹스런 표정으로 무혁 보며) 그렇게까지 안해두 됐잖아, 형.

무혁    .....(대답 않는)

윤  형이 심했어...그렇게까지 할 일은 아니었다구.

무혁    .....(대답 않는)

오들희  ....충분히 보상하구 왔잖아, 그래서.

윤  돈이 단 가 뭐.

무혁    (표정이 없이 운전해 가는)

윤  (잠깐 생각하다가) 알았다. 은채가 왜 남았는지.

오들희  왜?

윤  그 국밥집 아줌마한테 갔을거야.

오들희  엉?

무혁    ......

윤  거기 갔을 거야...틀림없어.

무혁    ......(눈빛이 짧게 흔들린다)

오들희  (그런 무혁을 유심히 보는)

        

41. #국밥집앞



    은채, 국밥집 앞으로 걸어온다.

    엉망이 된 국밥집 안, 주인 여자, 청소를 하다 허리가 아픈 듯 고통스런 표정 짓 는다. 테이블 위엔 10만원권 수표 10장 정도 놓여 있다.

    은채, 몹시 미안하게 보다가 어디론가 간다.



42. #국밥집안



    주인여자, 깨진 그릇들을 담고 청소하고 있는데, 누군가 주인여자를 부축한다...은   채다.



은채    앉아 계세요...제가 깨끗이 다 치울테니까 쉬구 계세요.

주인여  (은채를 보는...적의와 의아함이 뒤섞인)

은채    (주머니에서 파스 꺼내며) 엎드려     보세요. 아까 허리 다치신 거 같던데, 파스 붙여   드릴께요....아니다, 저랑 아예 병원으루 가실래요?



43. #밴안(달리는)



    무혁, 표정없이 운전하고 있다.



윤  (푸 한숨 쉬고) 아, 피곤하다...(오들희의 무릎 위에 눕는다.) 나 잘래, 엄마....자장가  불러 줘.

오들희  그래, 자....많이 놀랬겠다, 우리 아들....미안해, 괜히 엄마 땜에...

윤  괜찮아....(오들희의 손을 꼭 잡는다)  

오들희  (자장가를 불러준다)

무혁    ......(백미러를 통해 두 사람의 모습을 본다.)

윤  (눈을 떴다 감았다하며 스르르 잠이 든다)

무혁    (오들희의 자장가를 들으며.....뼈가 시리다.)



44. #오들희집 대문앞(밤)



    민주, 차 세워 놓고 핸드폰 하고 있다.

    

민주    예, 어머니....전 집 앞에 와 있어요, 지금.

        

45. #밴안/오들희 집 근처길



      윤은 여전히 오들희의 무릎에서 잠들어 있고, 오들희가 윤의 핸드폰을 받는다.



오들희  우리두 금방 도착해....윤인 피곤한지 자네?

무혁    (운전하며 통화 내용을 유심히 듣는)

오들희  그래, 좀 있다 보자...(핸드폰 끊고 윤을 깨우는) 윤아...일어나...다 왔어....아들!

무혁    (모자를 더 푹 눌러 쓴다)



46. #오들희 집앞



    민주, 서성거리고 있는데, 저 앞으로 라이트 켜고 윤의 밴이 오고 있다.

    민주, 밴을 향해 손을 흔든다.

    밴, 민주 가까이로 와서 멎고, 운전석 문 열리고, 무혁, 내린다.

    무혁, 민주를 보더니 꾸벅 인사한다. 민주도 무혁을 향해 인사하고. (어둡기도 하고  차마 박인우와 동일 인물이라곤 생각 못한다.)

    무혁, 밴 문을 열어주면...오들희와 윤(잠에서 깨어 눈을 비비며), 내린다.



민주    (인사하는) 안녕히 다녀오셨어요?

윤  민주야....(하며 민주를 안는다) 보구 싶어 죽는 줄 알았어.

민주    (웃으며 윤의 등을 다독여주며) 나두....잘 갔다 왔어?  

오들희  (두 사람 보고 흐뭇하게 웃으며, 무혁을 보며) 그만 퇴근해요. 수고 했어요.

무혁    (꾸벅 인사하는)

윤  (민주에게서 떨어지며, 약간 표정 굳어) 전화하께, 형...들어가자...들어가, 엄마...



    윤, 양팔로 오들희와 민주를 감싸고 집으로 들어간다.

    오들희, 가다가 무혁을 흘끗 돌아본다.

    무혁, 꾸벅 인사한다.

        

47. #오들희 정원



    오들희, 윤, 민주, 세 사람, 다정하게 걸어온다.

    

민주    새루 온 매니저야?

윤  (고개 끄덕이고) 근데, 낼부터 그만 두라 그럴라구.

오들희  ....안 그래두 되겠다, 윤아.

윤  엉? (오들희 보는)

오들희  조금만 더 두구 보자..니 말대루 괜찮은 녀석일지두 모르잖아...은채는 내가 설득할  께.

윤  (의아한)

오들희  아, 배고프다...맛있는 거 해줘, 아들.

                

48. # 거리

    무혁, 털레털레 걸어가고 있다. 문득 윤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윤(E)   그 국밥집 아줌마한테 갔을거야. 거기 갔을 거야...틀림없어.



    무혁, 걸음을 멈추고, 잠깐 생각에 잠긴다. 그러다 결심한 듯 택시를 잡는다.



무혁    택시! 택시!!



49. #국밥집



    아수라장이 되었던 국밥집이 제법 깨끗해졌다. 은채(병색이 완전하다), 소매 걷고    열심히 걸레질하고 있다.

    이마엔 식은 땀이 송송 맺혔다...끓어오르는 열 때문에 한기가 난다...은채, 아픈 걸     떨치려고 세차게 고개를 흔든다.

    물에다 열심히 걸레를 빨아 다시 바닥을 힘껏 닦는다.



50. #국밥집 앞



    무혁, 걸어와 선다. 창 밖에 몸을 숨긴 채 은채를 지켜본다.

    송 은채....점점 묘하고 진한 느낌으로 그에게 다가온다.



51. #국밥집



    원래의 모습보다 훨씬 윤이 나고 깨끗해진 국밥집 안.

    은채, 병색이 훨씬 더 뚜렷해졌다.....은채, 시계를 본다.



52. #시외 버스 정류장(손님도 없고 한산한)



    은채, 매표구 앞에 서 있다.



은채    서울행 마지막 버스 떠났어요?          

  

53. # 시외버스 정류장앞



    은채, 안색이 완전히 창백해져 간신히 걸어 나온다. 온 몸에 힘이 쫙 빠졌다.

    은채, 암담한 표정으로 쪼그리고 앉는다.

    무혁, 한쪽에서 그런 은채를 지켜보고 있다.



54. #일각 거리



    은채, 어떻게 해야 하나....이마에선 식은 땀이 줄줄 흐르고, 막막한 표정으로 간신히    걸음을 떼고 있다....무혁, 은채의 뒤를 쫓는다.

    저 앞으로 허름한 여인숙 간판이 보인다.



55. #여인숙안



    은채, 할머니의 안내를 받아 방으로 기다시피 힘겹게 들어간다.

    잠시후 할머니, 마당쪽으로 오는데, 무혁이 들어선다.



무혁    (대뜸 묻는) 내 와이프, 어느 방으루 갔어?



56. # 여인숙방



    불도 켜지 않은 방...조악한 창문으로 바깥의 불빛만 흘러 들어온다.

    은채, 방바닥에 아무렇게나 쓰러진 채 열에 들떠 끙끙 앓고 있다.

    잠시후, 무혁, 안으로 들어와 그런 은채를 안쓰럽게 본다.



    시간 경과.

    은채, 요 위에서 이불 덮고 누워 있다.

    무혁, 물수건을 만들어 은채의 머리에 올려준다.

    은채, 계속 열에 들떠 앓는 소리 내고.

    무혁, 안타깝게 본다.



57. # 약국(동네의)



    지나가는 사람 하나 없는 시골 동네의 약국앞.

    늦은 시간이라 이미 문은 잠겨 있다.

    무혁, 주먹으로 힘껏 약국 문을 두드린다.



무혁    문 열어!....문 열어!....문 열어!!



58. # 윤방



    윤, 잠도 못 들고 뒤척거리고 있다.

    시계, 새벽1시 30분을 넘어서고 있다.

    윤, 핸드폰 1번을 꾹 눌러 본다. “송은채” 뜨고 신호가 가나 싶더니 핸드폰이 꺼져     있어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안내 멘트가 들린다.



윤  아, 씨....어떻게 된거야, 이 기집애....(벌떡 일어나 앉으며 걱정스런 표정 되는)

    

59. # 여인숙방



    은채 머리 위로 약봉지 놓여 있다.

    무혁, 캡슐약을 가루만 빼내 숟가락에 담아 물로 희석시켜 의식이 없는 은채의 입    에 천천히 넣어준다. (은채가 깰까봐 불은 켜지 않았다)

    은채, 힘겹게 눈을 떴다가 다시 눈을 감아버린다.



    시간경과.

    무혁, 은채의 머리에 새 수건을 갈아 얹어준다.

    앓고 있던 은채의 호흡 소리가 훨씬 순해지고, 깊은 잠에 빠진 것 같다.

    무혁, 앉은 자세로 벽에 머리를 툭 기댄다.

      

    조악한 여인숙 창문으로 새벽의 푸른 빛이 스며들고 있다.

    물수건을 얹은 채 곤히 잠든 은채, 벽에 기대어 잠든 무혁의 풍경...새벽이 다가오며     서서히 무혁의 모습만 없어진다.



60. # 일각 시골 거리(아침)



    무혁, 걸어가고 있다.



61. # 여인숙방



    아침의 눈부신 햇살이 은채의 얼굴 위로 쏟아진다.

    훨씬 안색이 좋아진 은채, 천천히 눈을 뜨더니...주위를 휘 둘러보고는...일어나 앉는    다. 뜯어진 약봉지와 숟가락, 생수병, 세수대야, 젖은 물수건이 놓여 있다.

    누가 밤새 나를 간호했나?....의아한 표정 짓는.

    

62. # 유료 주차장안 (서울)



    주차된 여러 차들 사이로 무혁(박인우)의 차가 보인다.



63. # 무혁 차안        



    어느새, 럭셔리한 옷으로 갈아입고 수염까지 완벽하게 그린 무혁, 룸미러 보며 휴대  용 드라이어로 머리를 만지고 있다.

    머리 정돈이 끝나자 안경을 꺼내 쓰는 무혁.

    

64. # 민주 아파트 주차장



    무혁, 차를 몰아와 주차시키고, 내린다. 바게트빵이 든 봉지를 차에서 꺼내 든다.

    저 앞으로 외출복 차림의 민주가 차에 오르기 위해 걸어온다.

    민주, 무혁을 보고는 멈칫 선다. 무혁, 민주를 본체만체 철저히 무시하고 민주를 스  쳐가 버린다.

    민주, 뭐 저 딴 자식이 다 있지?...자존심 상해서 노려 보는.



65. # 무혁집 거실



    무혁, 거실로 들어선다....잠깐 생각하다가 갈치방쪽으로 간다.

    

66. # 갈치방



    무혁, 문을 열고 들어 선다.

    텅 비어 있는 갈치방, 아무도 없다.



67. #서경방



    무혁, 문을 열고 들어선다.

    텅 비어 있는 서경방...역시, 아무도 없다.

    무혁, 허탈해진다.

    

68. # 보육원 벤치



    무혁과 서경의 사진(아기때 찍은 사진)이 붙은 파일을 보고 있는 대천.

    대천의 눈동자에 심한 격랑이 인다.      

    대천, 회한에 젖은 그렁한 눈으로 뛰노는 아이들을 바라본다.



69. #서경집 마당



    민현석, 수돗가에서 고등어를 도막내 자르고 있다.

    

대천(E) 실례합니다.



    민현석, 돌아보면 대천이 서 있다.    

    민현석, 대천을 알아보고, 잠깐 멈칫 하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민현석  무슨 일이십니까?

대천    (꾸벅 정중하게 인사하고)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어르신....여기 혹시 윤 서경이라는    아가씨 살고 있나요?

민현석  윤 서경?

대천    네, 윤 서경.

민현석  ...아, 그 처녀....몇달 전까지 여기 살았는데, 이사 갔어요.

대천    (맥이 풀린) 이사요?

민현석  ...왜 무슨 일루 찾으시는지?

대천    .....아닙니다...실례했습니다. (꾸벅 인사하고 돌아서 나간다)

    대천이 나가자 마자, 서경방 문 열리며 서경이 갈치와 장난치며 나온다.



서경    할아버지! 짱구하구요, 오징어하구요 뭐가 다르게요?

민현석  (태연한) 짱구하구, 오징어하구 글쎄...뭐가 다르나?...수수께끼야, 서경아?

서경    네. 음...짱구는요...음...짱구는요...(생각이 안 난다)

갈치    짱구는 못 말리구요, 오징어는 말려요, 할아버지.

민현석  (허허 웃으며) 그래, 그러네, 정말...그러네.....허허.....    



70. #서경집 일각 길



    대천, 심난한 표정으로 털레털레 걸어오는데, 저 앞으로 무혁(박인우 모습을 한)이   오고 있다. 대천과 무혁, 서로 스쳐 지나는데....이때, 대천이 들고 있던 서류 봉투가    툭 떨어진다.

    무혁, 몸을 굽혀 서류 봉투를 집어 대천에게 준다.



대천    고마워요.

무혁    (씨익 웃는데)



E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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