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읽기] 미안하다,사랑한다 3회 - 1
old/old_column 2004. 12. 2. 17:49
1. #오들희집 대문앞 (2회 마지막 씬에서 연결된)

        

   무혁, 대문앞에 서 있다. 대문 창살 너머로 은채의 모습이 보인다. (실루엣만)



무혁    화장실 좀 쓰자!



2. # 대문앞 (안쪽)



은채    누구신데요?



3. #대문앞



무혁    (부탁이 아니라 강짜다) 화장시일!! 화장실 좀 쓰자!!



4. #대문앞(안쪽)



은채    (어이 없는) 여기 공중 화장실 아닌데요!!



5. #대문앞



무혁    나 이러다 오줌 싼다, 진짜!! 화장실 좀 쓰자!!



6. #대문앞 (안쪽)



은채    (점점 기가 막혀) 싸라! 말리냐?!!....별 미친 놈을 다 보겠네....(휙 돌아서 자기 집    으로 가려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본다)



7. #대문앞



    은채, 빼꼼히 대문을 열고 나가다 기함을 한다.

    무혁, 담벼락에다 대고 오줌을 누고 있다....표정은 서늘하게 굳어 있다.

    은채, 당황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다가...안면이 있는 얼굴인데...부끄러움도 잊 고 손을 떼고 무혁을 본다.

    무혁도 은채를 본다...안면이 있는 얼굴이다.

    은채, 무혁을 기억해낸다. 무혁도 은채를 기억해 낸다.

    멍하니 마주보고 선 두 사람.



은채    (무혁을 뚫어지게 보다가...문득 시선을 내린다. 무혁이 용변중이라는 것을 깨닫고   화들짝 얼른 돌아선다)

무혁    (부끄러움도 모르고 뚫어지게 본다....저 기집애가 왜 여기 있지?)

은채    (돌아선 채 곰곰이 생각하며 중얼거리는) ....호주....호주....(휙 돌아서며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호주...맞죠?

무혁    (멍하니 본다....)

은채    (음성이 들떠서) 맞죠?...그쵸?!!...호주! 맬버르은!!!

무혁    (표정없이 바지 자크를 올린다.)

은채    (조심스럽게 손가락 벌려서 훔쳐보다가 바지 올린 것 알고 손바닥 떼며....검지 손가 락으로 자기를 가리키며) ....혹시 나...기억 안 나요?

무혁    (무뚝뚝) 안 나!!

은채    (무안한 표정이다가...그래도 확인하려는 듯 뚫어지게 보며...갸웃하는) 맞는 거 같은    데?    

무혁    (무시하는) 여기 사냐?

은채    .....네....(다시 갸웃) 아닌가아?

무혁    니네 집이냐, 여기가?

은채    ....(화내는 거 잊어버리고, 친절하고 착하게 대답하는) 아니요...우리 집은 아니구요... 우린 이 집 지하방에서 세들어 살..(하는데)

무혁    (O.L.) 이 집...부잣집이지?

은채    ...뭐.....(고개 끄덕이는) 네.

무혁    (서늘한 눈빛으로 집을 휘 훑는다..) 그러니까...(적당한 단어를 생각한다) ....열라...부    잣집이냐?

은채    (무혁을 다시 뚫어지게 보다가 문득 무혁의 소변 자국이 그대로 남은 담벼락에 시    선이 간다...참! 내가 화를 내야 할 때지!! 매섭게 인상 팍 구기고) 근데요, 왜 남의     집 담벼락에 오줌을 눠요?

무혁    (서늘한 눈빛으로으로 집만 뚫어질 듯 응시하고 있다)

은채    (버럭 소리치는) 남의 집 담벼락에다 왜 오줌을 싸냐구!!

무혁    (서늘한 눈빛 그대로 은채를 보는)

은채    (그 눈빛에 움찔하지만 당당하게 큰소리) 오줌!! 오주움!!!

무혁    ....내 구역 표시했다, 왜!

은채    에?

무혁    (껄렁한) 개새끼들은 자기 구역 표시를 이렇게 해!

은채    (허! 어이가 없다.) 여기가 어떻게 아이씨(아저씨) 구역이예요?

무혁    또 보자...낼 또 오줌 싸러 오께...(하며 뒤돌아서 간다...)    

은채    (기가 막혀 중얼거리는) 뭐야, 지금?....그래서, 지가 개새...(하다가 말이 격한 것 같   아) 개라는 소리야, 뭐야?

무혁    (걸어가며 은채 들으라는 듯 말하는) 그래! 난 개새끼다!! 사람 새끼가 아니구, 개   새끼다, 난!! (말은 장난처럼 가볍게 흘리지만, 표정에 서슬 퍼런 분노가 묻었다)

은채    (어이가 없다....)

  

8. #거리



    무혁, 멍해져서 걷고 있다.....꿋꿋이 발걸음을 떼려하지만, 다리가 자꾸만 후들거린 다. 횡단보도 근처로 와 서는데...버스 한 대가 신호를 받고 무혁의 눈앞에서 급브레 이크를 밟고 멈춰선다.

    윤과 오들희가 함께 찍은 광고 사진(아들과 함께 마시는 건강 음료정도)이 버스에    커다랗게 붙어 있다.

    무혁, 호주머니에서 신문지 쪼가리를 꺼낸다. 윤과 오들희가 함께 찍은 기사용 사진  이다. (신문에 실린)



민현석(E) 니 엄마는 옛날에 유명한 여배우였구, 니 동생은 우리나라 최고 톱가수야...죽이   지?



    무혁, 신문지 쪼가리를 한손으로 구겨버린다. 신호등에 파란 불이 들어오지만, 건너  지 않고, 뚫어지게 광고판만 본다.

    잠시후, 다시 불이 바뀌고 버스 출발해 간다.

    그대로 굳은 듯 멈춰서 있는 무혁, 입가에 황당한 미소가 스친다.



무혁    (중얼거리는) 말이 되나?.....말이 되나, 이게, 근데?



9. #오들희집 앞



    은채, 물 호스로 무혁의 소변 자국이 있던 담벼락을 청소하고 있다.            

    

은채   나 원 참.....살다살다 별 희안한 놈을 다 보네....으이.....드러....(물 호스를 담벼락에    거칠게 뿌려대는데 섬광처럼 머릿속을 스치는 기억)



10. #플래시백(1회 #49)



    길바닥에 드러누워 있던 무혁.

    은채, 부랑아를 피하려다가 무혁의 몸에 걸려 넘어지고.....꿈쩍도 못하고 무혁옆에  드러누워 있던.

    무혁, 바들바들 떠는 은채를 꼭 끌어안던.



은채    저...저기요...나 남편 있어요. 유부녀예요...(벗어나려 하며) 애두 있어...(하는데)

무혁    (눈감으며 O.L.) 그냥 자....얼어죽고 싶지 않으면.....



11. #오들희집앞



    분명히 호주에서 봤던 그 얼굴임을 확신한다. 은채, 호스를 버려두고, 길 아래쪽으   로 부지런히 빠르게 뛰어 내려간다.



12. #거리



    은채, 가픈 숨을 쉬며 달려와서 두리번거린다....무혁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  는다.



은채    (포기하고...중얼거리는) 호주에서 나 찾아서 온 건가, 그럼?.....(놀랍다) 내가 사는    덴 어떻게 알았지?.....(곰곰이 생각하다가 덜컥 겁이 난다) 미친 놈인가?

    이때, 은채의 핸드폰 울린다. 발신자 확인하면, 윤이다.



은채    (잠깐 망설이다 받는다) 어, 윤아....돼지고기?



13. #오들희 주방



    귀여운 앞치마 두른 윤, 얼굴에 밀가루를 잔뜩 묻히고 밀가루 반죽으로 수타면을     만들고 있다.

    폼과 솜씨가 프로급이다. (와이어리스 모양의 전화기로 전화하고 있다)

    민주, 식탁에 턱을 괴고 윤이 하는 양을 미소 띤 얼굴로 신기하게 지켜보고 있다.



윤  짜장면 소스에 넣을거야.....니네 냉장고에 없어?.....(시선은 민주를 보며 웃고 있다)   사다 줄래?....옆구리살.....어 그래....(전화 끊고) 나 음식 되게 잘해....탕수육, 팔보채,  갈비찜, 신선로, 파스타....빨래랑 청소랑 설거지두 되게 잘한다?  

민주    (연한 미소로 윤을 보고)

윤  정말루 난 못하는 게 없다, 진짜? 나중에 애 낳으면 애두 되게 잘 볼걸? 니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게 할거야, 내가.......겪어볼수록 알겠지만, 나 상당히 열라 대따     괜찮은 남편 감이다?

민주    (피식 웃고) 내가 그렇게 좋니?

윤  (옆에 놓인 당근 두 개를 귀엽게 양손으로 들어보이며) 당!근!

민주    (피식 웃고 일어서며 윤의 뒤로 가 윤의 허리를 껴안으며 등에 머리를 댄다)...니 일 두 참 큰일이다, 최 윤....여자 보는 눈이 그렇게 없냐?

윤  (미소가 흐른다.....밀가루가 묻은 손으로 민주의 얼굴을 감싼다)

민주    ......(웃는)

윤  속 썩이지 마라, 인제?

민주    (말없이 웃는)

윤  너 또 속썩이면 나 진짜 죽는다?

민주    (대답없이 웃는)

윤  (따뜻하게 민주를 꼭 끌어안으며...사랑 고백 노래 나지막히 부른다.)



    민주, 눈을 꼭 감고 그 노래를 즐기는데, 주머니안의 핸드폰이 진동으로 울린다...윤     몰래 꺼내서 보는...

    조영우에게 온 문자 메시지다. <니네 집 앞에서 기다릴께, 나올때까지 기다린다....  너의 영우>

    민주, 묘한 미소로 문자 메시지를 본다.



14. # 거리



    은채, 차마 발걸음 옮길 생각 못하고 망연자실하게 서 있다. 누군가 지나가다 실수   로 은채를 툭 치고, 은채, 그제야 정신을 수습한다.  



은채    (천천히 발걸음을 떼며 간다...잊어   버릴까 중얼거리는...쓸쓸하게) 돼지고기...돼지 고    기 앞다리살이라 그랬나?.....(잠깐 걸음 멈추고) 뒷다리살이라 그랬나?.......옆구리살  이라 그랬나? 아, 이 돌딩이!...죽어야 돼...죽어야 돼...(자신의 나쁜 머리를 콩콩  쥐어박으며 비참해 하며 걸어간다)

    

    은채가 걸어가고 난 길거리, 사람들 틈에 섞여 아직도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있    는 무혁의 모습이 있다.

    무혁, 넋 나간 사람 같다...그러다 어느 순간 매섭게 빛나는 눈빛....주먹에 불끈 힘이   주어진다.



15. #서경집 마당



    무혁, 민현석의 멱살을 무섭게 조르고 있다. (민현석이 평상에 눕고 무혁이 올라 탄  자세) 민현석, 얼굴이 새빨개져 숨을 헐떡이고, 살기 어린 무혁, 정말 죽이기라도    할 기세다.



무혁    너...제이슨이....보냈지?...날 죽여버리라구.....제이슨이....보냈지?

민현석  (숨을 헐떡이는, 변명 않는다.)

무혁    내가 속을 줄 알았어?! 속을 줄 알았어, 영감탱이?!! 그 여자가 어떻게 내 엄마야?!!     어떻게 그 여자가 내 엄마야?!!!

민현석  니 엄마야....그 여자가....니 엄마야...

무혁    (O.L.) 거짓말 하지마!! 그렇게 대단하게 잘 사는 사람이 날 왜 버려? 그 돈이면 우  유 백 트럭도 살 수 있겠더라! 자식 새끼 천 명도 키우겠더라!!

민현석  .....

무혁    먹고 살 게 없는 것도 아니구, 굶어 죽는 것도 아닌데...어떻게 하나두 아니구 둘씩  이나!! 지가 낳은 새끼를 왜 버려어!!!

민현석  (버럭 독하게 내뱉는) 니 엄만! 그런 여자야!!!

무혁    .......(흠칫, 눈빛이 무섭게 떨린다.)

민현석  앞길에 방해가 된다면 자식이든 뭐든 얼마든지 버릴 수 있는 여자야! 지 목적    을 위   해선 다른 사람 인생쯤은 얼마든지 짓밟을 수 있는 그런 여자야, 니 엄만!!

무혁    입 닥쳐!!!! 죽여버릴거야, 영감탱이! 죽여버릴거야!!! (정말 죽이기라도 할 듯 더욱     힘을 주어 목을 조른다)

민현석  (더이상 아무런 변명 않고 눈을 감는다)

무혁    (눈빛이 분노로 무섭게 떨린다)



    이때, 우와앙 큰 소리로 우는 갈치의 울음 소리가 들린다.

    무혁, 갈치를 돌아본다. 민현석의 멱살을 조르던 무혁의 손아귀 힘이 스르르 풀린    다. 민현석, 깊은 한숨을 푸후 내쉰다.

    

갈치    (서럽게 울며) 나 죽구 싶어요....죽구 싶어요, 노랑 할아버지이이이....

무혁    .......

민현석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왜애 또? (벌건 목을 문지르며, 늘 있어왔던 일이다. 태연   하게) 느 엄마 뭔 사고 쳤냐, 또?

갈치    나 엄마랑 안 살래요!...엄마 때매 못 살겠어요...못 살겠어요, 할아버지이이.....(  목청    높여 서럽게 운다)

무혁    ......(또....뭔가....암담하다.)



16. #파출소



    아동용 티셔츠를 품안에 꼭 안은 서경, 조사용 의자에 앉아 바들바들 떨고 있다.

    옷 가게 주인 여자, 서경의 머리를 사정없이 쥐어 박는다.

    

주인    빵에다 집어 넣고 콩밥을 멕여야 정신을 차려, 이 년은!!

순경    모자라 그런 건데 아주머니가 이해를 하세요.....이깟 애 옷 한벌 훔친 거 가지구...

주인    (O.L.) 이깟 애 옷 한 벌?!!...이 옷 한 벌 값이면 우리 다섯 식구 한끼 밥 값이야!!...  가뜩이나 손님도 없구 굶어 죽을 판인데...



    무혁, 파출소로 들어서려다 서경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춘다.



순경    (서경을 보며) 옷은 왜 훔쳤어? 옷 훔치는 거 이거 나쁜 짓인 거 갈치가 말 안   해줬어?

서경    (울먹이며 기어 들어가는 소리) 돈...줬어요....

순경    돈...줬어? (아주머니를 보는)

주인    (꼬깃꼬깃 접은 천원 짜리 하나를     주머니에서 꺼낸다) 그래, 이 천원짜리 한 장 낼   름 놓구 이만 팔 천원짜리 옷을 가져 가버린거야, 저 년이!!

순경    그럼 절도도 아니네, 아주머니!!

주인    (O.L.) 박 순경도 이 년한테 관심 있어? 우리집 남자부터 이 동네 뭣 달렸다는 사    내놈들, 이 가시나한테 침 흘리는 놈들이 한 둘이 아니던데, 순경 아저씨도 흑심 있  어, 이년한테?    

순경    아주머니!!!

주인    이 년, 오늘 못 집어 넣으면 법무부 장관한테다 투서 쓸거야, 내가!! 모가지 떨어지  기 싫음 알아서 해, 박 순경!!

순경    (어이없는...더 이상 대꾸 못하고)

서경    (훌쩍거리며 울고 있다)



    서늘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무혁의 눈빛이 멍해진다.

    조사 받는 서경 뒤에 놓인 텔레비전에서 오들희의 셀프카메라가 방송되고 있다.  (2회에서 윤과 함께 찍은)

    주인여자, “울긴 뭘 잘했다구 울어, 이 도둑 년아!!” 하며 서경의 머리채를 잡고 흔    들고, 서경, 차마 무서워 울지도 못하고, 죽을 힘을 다해 울음을 꺽꺽 삼키고 있다.

    자신의 눈 앞에 있는 서경의 비참한 모습과 텔레비전속의 행복한 오들희와 윤의 모   습이 한꺼번에 무혁의 시선에 박힌다.

    호주머니에 손을 푹 찌른 채 파출소 문에 기대어 선 무혁의 눈빛이 서늘해진다..

    주인여자, 서경을 계속 쥐어박으며 “어서 이 년 못 집어 넣어!!” 하며 어깃장을 부 리고 있다.  

    어느 순간 무혁의 귓가에 서경을 질책하는 주인여자의 악다구니도 행복해하는 오들   희의 웃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때, 그 위로 들리는.  



오들희(E) 내 아이를 평탄하고 안이한 길로 인도하지 마시고,



17. #라디오 스튜디오



    오들희, 스튜디오 안에 앉아 방송하고 있다. 오들희 옆으로 이금희 아나운서 앉아    있다.



오들희  (원고를 읽고 있다. 맥아더의 ‘아버지의 기도’) 고난과 도전에 직면하여 분투 항거할   줄 알도록 도와주소서.

    

18. #동 스튜디오 밖



    대천, 팔짱을 끼고 오들희를 지켜보고 있다. 마음 한켠에 품은 오들희를 향한 동경   ....그 마음이 표정에 얼핏 묻어난다.



오들희(E) 그리하여 폭풍우 속에서도 용감히 싸울 줄 알고 패자를 관용할 줄 알도록 가르쳐   주소서.

    

    피디, 음악을 서서히 올린다. 윤의 노래 전주가 흐른다. (발라드)



19. #라디오 스튜디오        



오들희  (모습이 고상 그 자체다) 그리하여 먼훗날 나 아버지는 인생을 헛되이 살지 않   았노라고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이금희를 본다)

이금희  (수고하셨다고 목례하고) 네, 오들희씨가 맥아더의 ‘아버지의 기도’를 낭송해 주셨습   니다....지금 흐르고 있는 곡은 노소를 막론하고 우리 나라 모든 여성 분들께 폭발   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인기가수 최 윤의 ‘***’입니다. 최윤씬 오들희씨의 아드  님이기도 하죠.

오들희  (뿌듯하게 웃는다)

이금희  ‘이금희의  ****’ 이 시간 끝 곡으로 보내드리며 전 이만 물러 가겠습니다.

오들희  (스튜디오 밖의 스텝들에게 고상하게 고개 숙여 보이고 나 어땠냐는 표정으로 대천   을 본다.)



    스튜디오 밖의 대천, 잘했다고 웃으며 오들희에게 작은 박수 모션해 보인다.



20. #스튜디오 복도

    오들희와 피디, 이금희, 대천, 함께 나온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어요.” 서로    덕담을 나누고.

    

이금희  진행자로 나서셔도 되겠던데요, 오 여사님?

오들희  (수줍어 어쩔 줄 몰라하며) 아니예요....제가 무슨....

피디    내년 봄 개편 때 국장님께 말씀 드려봐야겠어요.....섭외 가면 거절하지 마세요?

오들희  아우, 참....몸둘 바를 모르겠네요, 이거....(속으로 좋아하는 게 훤히 보인다)

대천    (오들희가 피디와 이야기하며 가는 것 보다가 이금희에게 어렵게) 저기요.....

이금희  네.

대천    (앞서가는 오들희 눈치 살피며) 잠깐 얘기 좀....(걸음 멈추고)

이금희  (걸음 멈추고) 무슨....

대천    얼마전 아침 마당 시간에 해외 입양아 특집으로 방송한 날 있었잖습니까? 그때 출    연했던 사람중에...(오들희의 눈치 살피려 오들희쪽을 보다가 문득 표정이 굳는다)



    오들희, 복도에서 마주친 유모차에 탄 쌍둥이 아기들 보며 이뻐서 괴성을 지르고     있다. 천진한 아이같다.



오들희  어머! 쌍둥인가봐....세상에....이뻐라....아우, 신기해...(아기 엄마에게 물어보는) 얘들    이름이 뭐예요? 방송국에 출연하러 온 거예요?

대천    (저 앞으로 보이는 오들희 모습에 긴장하다가...이금희보며) 죄송합니다...담번에 다 시 연락드리겠습니다. (인사하고 오들희쪽으로 간다)

이금희  (어리둥절)

오들희  죄송하지만, 나 이 애기 잠깐만 안아봐도 돼요?...(아기 엄마가 허락하자 아이 하나  를 안아 어른다) 아우, 이뻐라....안녕 아가야!!....(다른 아기 보고 손을 흔들며) 너도  안녕 아가야!!

대천    (긴장한다)

오들희  (아기에게 우유 병 물리는 아기 엄마보며) 죄송하지만....제가 우유 좀 먹여봐도 돼  요?

대천    (가슴 한켠이 서늘해 옴을 느낀다...)

오들희  (아이를 너무나 이뻐하며 아이를 안고 어르며 우유를 먹인다, 대천보며) 오빠! 쌍둥  이들 너무 이쁘지? 나두 이런 쌍둥이 키우구 싶다....너무 좋겠다, 애기 엄마느은.

대천    (미소는 짓지만....가슴이 무너진다)

오들희  (아이들을 어르며 이뻐서 어쩔 줄 몰라한다)



21. #파출소 안 (밤)



    라디오에서 틀었던 윤의 노래가 흐르고 있다.

    무혁의 등 뒤 쪽에서 서경, 소파에 엎드려 아이처럼 입맛을 쩝쩝 다시며 침을 질질   흘리며 자고 있다. (무혁은 주인 여자와 마주 서 있다)

    술 취한 취객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다 서경을 음흉한 눈길로 보며 쿡 건드려 보    기도 하고, 치마를 들춰 보기도 하고, 순경은 말리고.....한바탕 아수라장이다.

    무혁, 들려오는 소리들 고스란히 듣지만 그 모습을 애써 돌아보지 않는다.

    주인여자, 침 묻혀가며 오십만원 정도 되는 돈을 좋아라 세고는 무혁에게 고맙다고   넙죽 인사한다.

    무혁, 주인 여자를 무표정하게 보다가 소파쪽으로 가 서경의 침을 옷소매로 닦고는   서경을 조용히 들춰 업는다.



22. # 서경집 앞길



    무혁, 잠든 서경을 업고 걸어가고 있다.

    가로등 불빛이 을씨년스럽다.

    무혁,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마냥 무표정하다.



23. #윤집 욕실



    오들희, 윤의 등에 비누칠을 해주며 장난치고 있다. 두 모자의 모습이 몹시 정답다.



24. # 서경 방



    갈치,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잠들어 있다.

    방안엔 먹다만 컵라면과 말라 비틀어진 김치 종지가 놓여 있다. 몹시 지저분하다.

    무혁, 서경을 갈치 옆에다 눕히고....이불을 꺼내 덮어주고, 무표정하게 그들을 본다.    의아할만큼 무서울만큼 무혁의 눈빛이 순하다.



25. #오들희 거실



    목욕을 마친 윤, 오들희 무릎에 누워 있고, 오들희, 송방망이로 윤의 귀 안을 닦아   준다.

    윤, 눈을 감았다 떴다 꾸무럭 꾸무럭 하다가 결국 잠이 든다.      

    오들희, 그런 윤을 자애로운 미소로 보며 뺨에 입을 맞춘다.



26. #아동복 가게앞  



    주인여자(서경을 고발했던), 불을 끄고 나와 가게 문을 잠그고 집으로 간다. 무혁에  게 받은 돈 다시 꺼내 보며 이게 웬 횡재냐 기분이 좋아 노래를 흥얼거리며 간다.

    길 건너편에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의 실루엣....무혁이다.

    무혁, 불 꺼진 가게 앞으로 와서 선다.....한손에 각목을 들었다.

    무혁, 갑자기 각목을 힘껏 휘둘러 쇼윈도우 유리창을 깨버린다.

    무혁, 서슬이 서퍼렇다. 부릅뜬 눈이 매섭다.          F.O.  



27. #오들희집 외경(아침)



혜숙(E) 삼채야! 인나!! 해가 하늘 뱃구녕에 걸렸어, 이것들아!!

        

28. #은채방



    숙채, 이불 칭칭 감고 침대 위에서 우스꽝스런 자세로 잠들어 있고, 민채, 바닥에    엎드려 자고 있다.

    혜숙, 벌떡 문 열고 들어온다.



혜숙    어이그, 징그러! 징그러! 죄다 뱃속으로 도로 집어 넣었음 좋것다, 이것들 그냥...(통    과 의례처럼 숙채와 민채의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린다) 숙채야! 인나! (숙채, 찡그   리며 깨고)....민채야! 인나!(힘겹게 눈을 뜨고)...은채야, 인...(은채 엉덩이 때리려는데    은채가 없다) 은채, 어디 갔어?...(숙채와 민채보며) 은채, 어디 갔냐?!!(하며 이불도    들춰 보고 침대 밑도 살펴 본다.)

숙채    (짜증스런 표정으로 고개만 처 들고) 걔가 암만 쪼끄매두 침대 밑에는 못 들어가지,  엄마...(입 크게 쩍 벌려 하품하며) 윤이 또라이짓 하는데, 장난 맞춰주러 갔어.

민채    (잽싸게 되받아치는) 또라이짓이 아니구, 천재의 객기!!....무식이 담벼락을 뚫는다,     뚫어!!

숙채    저..저게 정말...(베개를 휙 집어 던지는데, 정확히 혜숙에게 턱 맞는다)

혜숙    아야!!....저 년이 저게...에미도 몰라보구...

민채    내 말이이...



29. #찜질방



    윤(머리를 수건으로 쌌다), 삶은 계란과 팥빙수 놓고 맛나게 먹고 있다.

    은채, 보디가드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혹시 윤을 알아보는 사람이 없나 살피고    있다.



은채    (은밀한 목소리) 조오기 입술 두꺼운 여자가 너 알아보는 거 같애. (정말로 여고생   으로 보이는 여자 세명, 윤쪽을 흘끗 거리며 소곤거리고 있다)

윤  비슷한 놈이라구 생각하겠지 뭐! (자기가 먹던 반 베어문 계란을 은채에게 주며)     어! 먹어어! 난 찜질방에서 먹는 삶은 계란이 세상에서 젤 맛있더라.

은채    차라리 다른 날 오지, 하필이면 일요일날....(주위를 두리번거리면 학생으로 보이는  여자들 우르르 눈에 띈다. 심각하다.) 들키는 날엔 바로 깔려 죽겠다, 오늘.

윤  아, 쫌 먹어어!!!

은채    (윤이 소리 지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윤이 먹던 계란을 입 안 가득 받아 먹는 데)

    

    이때, 여고생 무리(은채가 찜찜해 했던 입술 두꺼운 여고생), 윤쪽을 보며 소곤거리  고 있다.



윤  (어딘가를 보며 환하게 웃으며 손을 들어 보인다.)

은채    (윤의 시선이 향하는 곳으로 고개 돌린다)

    

    수건으로 알아볼 수 없게 얼굴을 가린 민주가 들어선다. 민주, 은채를 향해 반갑게   윙크해 보인다.

    은채, 눈이 동그래져서 습관적으로 사람들을 휘 둘러본다. 입술 두꺼운 여학생 무리  에 자꾸만 신경이 쓰인다. (여학생 무리, 자기들끼리 “최윤 같다!” “설마?”“최윤이  라니까!”하며 소곤거리고 있다)

    민주, 두 사람 옆으로 와 철퍼덕 앉는다.



윤  잘 찾아 왔네?

민주    찜질방이 이런데구나?....재밌다!

윤  그치?

민주    스릴 있다아, 진짜!

윤  그렇다니까!!

은채    (목소리 최대한 낮춰, 시선은 사람들을 계속 살피며) 너까지 왜 이래애? 너 또 스캔  들 터지면 끝장인 거 몰라?

민주    알았어, 조심하께....(윤이 먹던 팥빙수를 먹으며 은채가 계속 걱정스런 표정 하고   있자) 화장 지우면 잘 몰라봐. 괜찮다니까?....어우, 팥빙수 죽음이다, 여기!

윤  (철도 없고 귀엽고) 그치이? 우리 맨날맨날 여기 와서 놀래?

은채    (두 사람이 답답하고 사람들의 시선이 불안한데)



    이때, 여고생 무리, “맞어, 최윤!” “맞어!” “저 옆에 여잔 누구야? 연예인 같애.”  “뭐? 연예인?” 하며 소곤거리고...옆에 사람들, “최윤이라구요?” 물으면, “네, 최윤     맞는거 같애요!” “옆에 앉은 여자두 연예인 같애요!!” “강민주 닮았다..”“설마..”"둘이    사귀나봐!“하며 흥분한다.

    이들의 대화, 삽시간에 퍼지며 찜질방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하고, 찜질방 모든 사람  이 윤과 민주쪽을 본다. 핸드폰과 싸인 용지 챙기러 가는 사람, 핸드폰을 들어 사진  을 찍어대는 사람...“최윤 오빠!”“윤이 오빠!” 부르는 여학생들...점점 분위기가 들끓    기 시작한다.

    그제야 윤과 민주도 심상치 않은 사태를 느끼고 긴장한다. 그렇다고 벌떡 일어나지   도 못하고, 엉거주춤 쪼그리고 앉아 고개만 푹 숙인다.  



윤  어떡하냐?.....어떡해, 송은채?

민주    (푸후 한숨 뱉고 수건으로 얼굴 가리며 고개를 푹 숙인다.) 역시 장난이 아니구나,   최윤의 인기는!

은채    (난감한 표정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내가 사람들 주의를 끌어 볼테니까....니    들은 알아서 잽싸 도망쳐!!    



    은채, 잠깐 생각하다가 벌떡 일어선다. 윤과 민주에게서 떨어져 몇걸음 가다가 입    술을 실룩거리더니 갑자기 큰소리로 엉엉 울기 시작한다.

    사람들, 일제히 은채를 쳐다보고, 여학생 무리도 은채를 본다.

    은채에게 사람들 시선이 집중된다.

    윤과 민주, 은채의 엽기에 기막혀하다가 피식 웃고.

    은채, 철퍼덕 주저앉더니 대성 통곡을 한다. 할머니 한사람, 은채에게 다가와 “왜   그래? 왜 울어, 아가씨?” 묻고, 은채, 할머니를 껴안으며 “할머니이이...어뜩해요오    오”하고 큰소리로 운다. 주변에 있던 꼬마 아기둘도 은채를 따라 운다.

    은채의 울음소리와 꼬마 아기들의 울음 소리에 찜질방,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윤과 민주, 그 틈을 틈 다 슬금슬금 뒷걸음쳐서 각각 남탕과 여탕으로 빠져나간다.

    은채, 두 사람의 무사(?)를 확인하며 서서히 울음을 그치는데.



할머니  (은채를 다독여주며) 왜? 무슨 일이야, 아가씨? 누가 때렸어?

은채    아뇨오...(미처 이유를 생각하지 못했다....잠시 생각하다가....이유를 생각해 낸다는    것이) 엉덩이가 뜨거워서요.....찜질방이 되게 뜨겁네요, 할무니?



30. #찜질방 앞



    은채, 목욕 바구니 들고 “아우, 쪽팔려” 손으로 벌개진 얼굴 가리고 나온다. 뒤따라    오던 사람들, 킥킥 웃고 지나간다.  이때, 핸드폰 벨이 울린다. 발신자 확인하면 윤  이다.



은채    어, 윤아...어딨어? (주위를 두리번 거리는데)

윤(F)   올림픽 도로.

은채    (어이없는) 올림픽 도로?

윤(F)   민주, 집에다 데려다 주고 들어가께....(민주에게 얘기하는 소리 고스란히 들리는) 어    우, 피 난다...많이 따갑겠다? 후후...불어줘, 자꾸......(은채에게) 나오다가 넘어져서  무릎 까졌다, 민주?  

은채    (씁쓸하게) 조심 좀 하지...(애써 밝게) 괜찮아, 마을 버스타구 가면 돼, 난...응....(기 운없이 핸드폰을 닫는다)



    찜질방에서 나오는 사람들, 은채를 보며 킥킥대고 웃고 간다. 돈 여자라는 모션도    자기들끼리 하며.

    할머니(찜질방에서 은채가 안겨 울었던)도 며느리로 보이는 여자와 함께 쭈쭈바 먹   으며 나온다.

    

할머니  쯧쯧쯧쯧...멀쩡하게 생겨갖구 안됐어.....자...(하며 먹던 쭈쭈바를 은채에게 준다)

은채    (얼떨결에 받아 들며 감사합니다 인사까지 하고)

    

    할머니, 혀를 끌끌차고, 며느리도 “인물두 참 이쁘네요, 어머니...”“부모가 얼마나 속 이 상하까?” 하며 은채를 몹시 가엾게 보며 간다.

    은채, 비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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