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읽기] 미안하다,사랑한다 2회 - 2 |
38. #녹음실(밤)
은채, 잔뜩 불안한 표정으로 녹음실 문에 등을 댄 채 서 있다.
윤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잘 부르나 싶더니 삑사리가 나고....다시 부르는가 싶 더니 삑사리가 난다.
은채, 듣고 있기가 괴로워 귀를 막는다.
39. #녹음실안
노래를 녹음하던 윤의 목이 갈라져 다시 삑사리가 난다.
윤, 이어폰을 신경질적으로 벗는다.
40. #녹음실
윤, 밖으로 나온다. 은채, 윤이 문을 열자 넘어질 뻔하고.
윤 은채야! 집에 가서 매운 떡볶이 해 먹자.
은채 (눈치 보며 고개 끄덕이는)
41. #윤 차안(밤)
윤, 운전하고 있고, 은채, 조수석에 탄 채 불안한 표정으로 앞을 보고 있다.
윤 (씩씩하게) 잊어버리께.
은채 (보는)
윤 민주....지금 이 시간부터 깨끗이 잊어버리께
은채 ......
윤 먼지 하나 안 남기구 다 지워버릴거다.
은채 .......
윤 안녕 강 민주! 영원히 굿바이다!...나쁜 년!
은채 (안스럽게 보다가)....윤아.
윤 어.
은채 ...(조심스럽게) 뻥 까지 마아.
윤 (보는)
은채 (서글픈 표정으로 앞을 보는)
윤 (씩씩하던 표정에 힘이 빠진다. 은채앞에선 감정을 속일 수가 없다....씨이...하더니 갑자기 핸들을 확 꺾어 차를 돌린다)
은채 (보는)
42. #민주 집앞(밤)
윤의 차, 민주의 집 앞으로 와 멎는다.
43. #윤의 차안/ 민주 집 앞
윤, 멍하니 앞을 응시하고 있다. 은채, 씁쓸하게 윤을 본다.
윤 택시 타구 집에 가라, 넌.
은채 (참...야속하다)
윤 민주한테 하구 싶은 말이 있어. 그거 하나만 하구 가께. 너 먼저 집에 가.
은채 (서글프게 보다가 내리려는데)
윤 택시비 있어?
은채 있어. (문고리 잡다가 문득 생각들어 윤 보며) 나, 소주 한병만 먹구 올테니까 좀 기다릴래?
윤 ?
은채 쏘주 한 팩 딱 원샷하구 민주 내가 손 봐주께.
윤 (어이없는)
은채 윤이 속 좀 썩이지 말라구 내가 머리채라두 잡구 확 흔들어 버릴게.
윤 (어이없는)
은채 아무두 못 만나구 다니게 다리 몽뎅이를 확 분질러 버릴게.
윤 (기가 막히다)
은채 그래! 맞을 때가 됐어, 그 기집애....잠깐만 있어! 금방 갔다 오께...(내리려는데)
윤 민주, 털끝이라두 건드려!!
은채 (보는)
윤 민주 잘못 아냐...첨부터 경고했었어, 걘.....미친 놈은 나야....(하며 어딘가를 응시하 는데, 표정이 서늘해진다)
은채 ......(가슴이 또 무너진다....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본다.)
민주 집 앞으로 고급 외제차 한 대가 와 멈춘다.
잠시후, 운전석에서 조영우 내려서 조수석 문을 열어주면, 민주가 내린다.
민주와 조영우, 마주보며 정답게 웃고, 조영우, 민주를 다정하게 끌어안는다.
윤, 그 모습을 보며 이를 앙물더니 갑자기 차 문을 열고 내린다.
은채, 하얘져서 보는.
윤, “강 민주!” 소리치고, 민주와 조영우, 윤을 보고...당혹스런 표정 지으며 떨어진 다.
44. #윤 차안
은채, 불안하게 지켜보는.
45. #민주 집앞
윤, 호흡을 가다듬고 조영우는 본 척도 않고 민주 앞으로 다가간다.
윤 기다리께...저 자식...정리하구 와.
조영우 야!!!
윤 (들은 체도 않고) 정리가 안되면 안된대루 와도 괜찮아. 내가 정리 해주께.
민주 (피식 웃는)...꽤 오래 기다려야 될텐데....이 사람하구 시작한 지 일주일밖에 안됐어.
조영우 (어이없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보고)
윤 기다릴 수 있어....한달이면 충분하지 않나?
조영우 최 윤!! 이 자식이....(멱살을 잡더니 주먹으로 윤을 퍽 갈긴다)
윤 (휘청하며 넘어질 뻔 하다가 중심 잡으며 그대로 조영우를 향해 주먹을 날린다)
조영우도 윤을 향해 주먹을 날리고, 윤, 주먹을 날리고...두 사람, 급기야 엉겨붙어 주먹질을 하며 싸운다.
민주,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팔짱을 끼고 관람하듯 두 사람을 지켜 본다.
조영우와 치고 맞고 싸우는 윤의 시야에 마치 관람하듯 지켜보는 민주가 깊게 아프 게 들어온다.
46. #윤 차안
눈이 동그래져서 기함을 하고 보는 은채.
윤이 바닥에 구르고 있고, 조영우, 윤 위에 올라타 주먹으로 무차별 가격을 하고 있다. 민주는 여전히 구경만 하고 있다.
은채, “우 쒸!”하며 급기야 문을 열고 뛰어 나간다.
47. #민주 집앞
은채, “야!!” 소리 지르며 어깨에 매고 있던 가방으로 조영우의 뒷통수를 힘껏 가격 한다.
조영우가 충격으로 휘청하자, “너 죽었어, 씨이!!”하며 신발까지 벗어들어 후려치 고, 귓불이며 팔뚝도 앙 물어버린다.
멍이 들고 입가가 터진 윤, 얼떨떨하게 황당하게 보고 있고...민주도 어이없다는 듯 보고 있다.
조영우, 우왁스런 힘으로 은채를 힘껏 밀쳐내고...은채, 가뿐하게 내동댕이쳐져 쿵 바닥에 그대로 볼을 찧는다. 아파서 기절할 듯 인상을 찌푸리는 은채.
민주, 당황해서 “은채야!” 부르며 은채를 일으키려 하고.
윤, 은채가 당하는 것을 보고 이 자식이...하며 다시 조영우에게 달려들어 죽을 힘을 다해 복부에 힘껏 한방을 날려버리고, 조영우, 떼굴떼굴 구르며 좀처럼 일어나지를 못한다.
윤, 은채를 부축하던 민주의 손을 탁 떼어내고는...자기가 안 듯이 부축한다.
윤 (민주를 보지 않고) 집에 가자, 은채야.
은채 (당혹스럽게 보는)
민주 (역시 좀 당황스럽다)
윤, “괜찮어? 어디 부러진 거 아냐?” 은채를 부축해 자기 차로 데려 간다.
은채, 민주를 돌아보고, 민주, 피식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서 자신을 차에 태우고 있는 윤을 은채, 먹먹하게 본다.
48. #무혁 호텔 화장실
무혁, 입가에 묻은 떡꼬지 양념을 물로 씻어내고 있다. (이 씬까지 계속 묻히고 있었다).
49. #호텔방
무혁, 창가에 서서 한강과 도로를 내려다 보고 있다. 껌 껍질을 까서 천천히 생각하 듯 씹는다. 무혁의 목에는 목걸이가 걸려 있다. 침대 한켠엔 서경이 벗어놓고 간 무 혁의 옷이 놓여있다.
무혁 (되뇌이듯 중얼거리는) 영원히....함께....영원히....함께....(다시 두통이 엄습한다. 머리 를 감싸쥐는)
엄습했던 두통이 좀 가시자 무혁, 힘겹게 실 눈을 뜨고 차창 밖을 본다.
무혁이 응시하는 올림픽 도로...차량들이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다.
50. #윤의 차안
올림픽 도로를 달리고 있는 윤의 차.
은채, 예상치 못했던 윤의 행동에 자신이 더 당황스러워 시선 둘 데를 모르고 표정 관리도 못하고 있다.
은채, 눈가가 어느새 멍이 들고 퍼렇게 부어 올라 있다.
윤 (코에 솜을 하나 틀어 막았다. 은채를 흘끗흘끗 가슴 아프게 본다) 다 큰 처녀 얼굴 이 성할 날이 없네! 성할 날이 없어!!....상처에 딱지 떨어지기가 무섭다!!
은채 (멍 주위를 가리며) 괜찮아. 안 아퍼!
윤 (버럭) 괜찮다는 소리 한번만 더 하면 길바닥에다 확 내려 버린다?
은채 (움찔....윤에게 들릴락 말락 꿍얼거리는) 괜찮으니까...괜찮다 그러구...안 아프니까... 안 아프다 그러지....
윤 (또 괜히 고함 버럭) 괜찮은 거 좋아하네!! 안 아픈 거 좋아하네! 니가 무쇠야!! 마 징가 제트야, 니가?!! 거기서 왜 튀어나와, 거기서?!! 119야, 니가?
은채 (모기만한 소리로)....진짜...안 아픈데...
윤 (용케 또 듣고 씨이하며 오만상을 찌푸리고 은채를 보는...) 내려, 너.
은채 (하는 수 없어서) 그래, 아퍼...아퍼....아퍼 죽겠다....안 괜찮어...절대루 안 괜찮어...죽 어두 안 괜찮어.
윤 (그제야 찌푸린 상 펴고) 아...속상해...속상해 되지겠다, 진짜.......어뜩하면 좋냐, 널?
은채 (차창밖으로 고개 돌린다....무안하다....가슴이 또 두 방망이질 친다....서글프고...행복 하고...서글프다.) F.O.
51. #호텔 근처 공원 길(아침)
무혁, 바게트빵 하나 들고 어슬렁거리며 걷는데(보이는 글자들, 닥치는대로 엉터리 로 어설프게 읽으며), 저 앞으로 PD(아침마당)가 무혁을 보고 손을 번쩍 들어보인 다.
52. #일각 벤치
PD, 빛바랜 사진 하나를 무혁에게 내민다.
포대기 위에 나란히 누운 갓난 아기 둘의 사진...팔목에 팔찌처럼 감은 목걸이가 눈 에 따갑게 들어온다. 무혁과 서경이 걸고 있었던 바로 그 반지 목걸이다.
무혁, 뚫어지게 보며 계속 바게트를 먹는다.
PD 차 무혁씨와 윤 서경씨가 지냈던 고아원을 알아봤습니다...차무혁씨와 윤 서경씨, 이 란성 쌍둥이더군요.
무혁 (눈빛이 얼핏 흔들린다....)...쌍.둥.이?
PD 목걸이는 두 사람이 처음 고아원앞에 발견됐을 때부터 지니고 있었답니다. 제가 알 아낸 건 여기 까집니다.
무혁 (사진을 뚫어지게 보며 바게트를 와구와구 씹어먹고 있다....화풀이 하듯)
53. #지하철 계단 중간
출근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김밥과 떡 좌판을 벌려놓은 행상들 모습 보인다. 대부분 할머니들인데 그들 사이에 서경과 갈치도 끼어 있다.
서경, 쪼그리고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고, 갈치, 손님에게 김밥을 팔고 있다.
갈치 여기 젓가락하구 물요!...고맙습니다!!
갈치, 돈을 받아 주머니에 넣고, 힘드는 듯 다시 쪼그리고 앉는다. 앞으로 넘어질 듯 꾸벅거리던 서경, 갈치의 어깨에 머리를 턱 기대고 잔다.
서경의 치마가 말려 올라가고, 남자들 흘끗거리며 보고 간다. 갈치, 얼른 치마를 끄 집어 내리고는 다시 호객을 한다.
갈치 김밥 있습니다...김밥 사세요....아침 굶지 마시구, 든든한 김밥 사세요....떡도 사세 요!!
54. #일각
무혁, 계단 입구에 서서 서경과 갈치를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고 있다. 가슴이 뻐근 하다.
55. #지하철 중간 계단
손님 하나가 “김밥 얼마야?” 하고 묻고, 갈치, “2000원인데요.” 하고, 손님, 달라고 얘기하고, 갈치, “고맙습니다.” 하며 김밥을 봉지에 넣어 주려는데.
이때, 옆에서 같이 좌판을 벌이던 아줌마(40대 정도된), “잘 생긴 총각! 우리 김밥은 1500원에 주께.”하고 손님을 유혹한다.
손님, 웬 횡재냐하며 1500원짜리 김밥을 산다.
손님을 뺏긴 갈치, 식식거리며 아줌마를 노려본다.
갈치 왜 맨날 반칙해요, 아줌마?
아줌마 (손님에게 고마워요, 또 와요 인사하고, 갈치보며) 반칙은 무슨 반칙을 해!!
갈치 맨날 맨날 반칙했잖아요! 왜 남의 손님을 뺏어가요?
아줌마 니 손님 내 손님이 어딨냐, 이 놈아!! 내 꺼 사가면 내 손님이구, 니 꺼 사가면 니 손님이지!!
갈치 그런 게 어딨어요!! (고함 지르며 노려 보는데)
아줌마 콩만한 놈이 어디서 어른한테 도끼 눈을 뜨구..여기 있다 이눔아!! (갈치의 머리를 꽁 쥐어 박는다)
갈치 (식식거리며 눈물이 그렁해서 노려 보고)
서경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계속 졸고 있고)
아줌마 이 눔이 그래두...(쥐어 박으려 하는데)
이때, 아줌마의 손을 탁 잡는 손...무혁이다.
아줌마, 당황하고, 갈치, 무혁을 알아보고 눈이 동그래서 본다.
무혁, 불량스런 표정으로 아줌마 손을 거칠게 탁 놓아버리고, 갈치보며.
무혁 여깃는 거 다 얼마야?
갈치 (당황해서 미처 말을 못하는)
무혁 (주머니에서 만원짜리 한 묶음-100만원 정도-을 꺼내 갈치에게 던져주고) 이거면 돼?
갈치 (어안이 벙벙)
아줌마 (자기가 입이 더 헤 벌어져) 이거...이거 사가요...나는 딱 반값에 전부 다 50만 원에 주께.
무혁 (들은 체도 않고) 니네 엄만 왜 저렇게 자냐?
갈치 (조금씩 진정하고) ...밤에 잠 안자구 김밥 싸서 그래요.
무혁 ....(착잡하게 서경을 보는데)
아줌마 (무혁의 바지 가랑이 잡고 애걸하는) 사장님...이거 다 30만원, 아니 20만원에 드릴 께요.
무혁 (아줌마 보는) 아줌마!
아줌마 예! 사장님!
무혁 (부드럽게 묻는) 아까 반칙했지?
아줌마 (당혹) 예?
무혁 아까...반칙했지?
아줌마 안했어요...반칙은 무슨....
무혁 반칙했다 그럼, 아줌마 김밥 사주께.
아줌마 .....(눈치 보며 곤혹스러워하다 어쩔 수 없이) 했어요, 그래...내가 반칙...했어요...(갈 치 눈치도 보고)
갈치 (시이...아줌마를 흘겨보는...천군마마를 얻었다.)
무혁,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며 아줌마의 다라이를 뻥 차 버린다. 그 바람에 김밥과 떡, 계단에 다 쏟아지고.
아줌마와 갈치, 기함을 하고...지나가던 사람들도 무슨 일인가 본다.
무혁 한번만 더 이 꼬마한테 반칙하면...(차갑고 서늘해지는) 가만 안둬, 아줌마!!
56. #은채방
은채, 숙채, 민채, 세 자매가 함께 쓰는 앙증맞은 방이다.
공주풍의 침대에 숙채가 대자로 누워 잠들어 있고, 은채와 민채, 바닥에서 엎드려 자고 있다.
혜숙(E) 삼채야!! 어서 인나!! 해가 하늘 똥구멍에 걸렸어, 이것들아!! 삼채야!!
은채, 숙채, 민채, 꿈쩍도 않고 잠들어 있다.
이때, 문 벌컥 열리고, 혜숙 들어와 잠든 세 자매의 모습을 어이없는 듯 보다가 세 자매를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리며 깨운다.
혜숙 민채야! 인나!!...은채야! 인나!...숙채야! 인나!....(다 때리고 나서) 삼채야! 인나!!
은채만 힘겹게 눈을 뜨고 일어나고, 민채와 숙채는 더 이불속으로 파고 든다.
은채, 일어나면 눈밑 보라색 상처가 드러난다.
혜숙 며칠 잠잠하다 했더니 또 시작이네....어쩌다 또 눈탱이가 밤탱이가 됐어?
은채 (눈 가리며) 길가다가 넘어졌어...이틀만 지나면 멀쩡해져. 괜찮아.
혜숙 너 윤이 코디 안하구, 조폭들 똘마니 하구 다니니?
은채 (머쓱한 듯 웃는데)
이때, “삼채 엄마!” 부르는 대천의 목소리 들린다.
은채, 얼른 후다닥 화장대위에 있는 선글라스를 찾아 쓰고, 혜숙에게는 모른 척 하라고 손가락을 입술에 대 보인다.
혜숙, “삼채방에 있어요!” 하고 바깥을 향해 소리치자, 잠시후, 문 열리고, 대천, 고개 디민다.
대천 시장 간다며?
혜숙 어, 지금 나가.
대천 (은채보고) 방안에서 웬 선글라스야?
은채 (씨익 웃으며) 어, 그냥...개성...아빠.
대천 쌍꺼풀 수술했냐?
은채 아뇨오.
대천 (혜숙 보고) 빨리 나와....좀 있다 아가씨 모시구 방송국 가야 돼. (문 닫고 나간다)
혜숙 (꿍얼) 아가씨 같은 소리하구 앉았네...내가 저 소리 듣기 싫어서 전세금만 모이면 바루 이 집 나간다. (일어나며) 엄마, 아부지랑 시장 갔다올테니까 윗 집에 올라가 서 양파 좀 까...애가 들어설라 그러나. 양파 냄샐 못 맡겠네.
은채 (선글라스 벗으며) 윤이네 오늘 손님 오셔?
혜숙 윤이 엄마 셀프 카메란가 뭔가 찍는다구 아침 댓바람부터 쌩쑈를 한다, 지금...톱가수 아들 잘 둔 덕에 별 호사를 다 누려요, 한 물간 배우 주제에.
은채 고만 좀 씹어, 아줌마.....(하다가) 엄마! 또 보톡스 맞았어?
57. #오들희집 정원
은채, 하품이 나오는 입을 손바닥으로 툭툭 때리며 계단을 올라와 정원에 선다.
우아하게 차려입고, 커피를 마시며 셀프 카메라를 찍고 있는 오들희와 윤이 보인다.
윤이 카메라를 잡고 있다.
은채, 오들희를 향해 아는 체하며 고개 숙여 보인다. (윤은 등을 보이고 있다)
윤 (은채를 향해 웃어보이고 오들희 향해) 자, 카메라 간다, 엄마....떨지 말구, 하나, 두 울!
오들희 (카메라를 향해 고혹적으로 웃으며) 이렇게 아들과 함께 마시는 커피 한잔이 제 삶의 기쁨이구 활력소죠...(하다가 윤 보고) 다시 찍자...립스틱 색깔이 맘에 안 들어, 암만 생각해두.
58. #오들희집 주방
은채, 식탁에 앉아 양파를 까고 있다. 눈이 따가워 어찌할 바를 모른다.
오들희(E) 자! 이제 우리 소중한 아들의 모습을 여러분께 보여 드리겠습니다.
59. #오들희집 거실
오들희, 카메라를 들고 윤의 모습을 찍고 있다. 얘기하라고 모션하며.
윤, 카메라를 향해 매혹적인 미소를 짓고 있다.
윤 안녕하세요, 최 윤입니다....저희 어머니가 셀프 카메라를 찍는다구 하셔서 저도 잠 깐 낑겼습니다...엄마한테 하구 싶은 얘기 해두 돼요?
오들희 뭐? 해봐...해보세요.
윤 음...난 있죠...우리 엄마 생각만 하면 참 고맙구 눈물이 나요....날 이 세상에 있게 해주구....이렇게 멋진 인간으로 키워주시구....끝없는 사랑으로 언제나 날 감동 시 키시 구....엄만 나의 태양이구, 우주라는 거 아시죠?
오들희 (감동 받아 눈물이 글썽해지는)
윤 (오들희가 든 카메라 보며 머리 위로 하트 그려 보이며) 사랑해, 엄마...아이 러브 유!!
60. #서경집 앞길(달동네)
무혁, 잠든 서경을 업고 언덕길을 올라오고, 갈치, 옆에서 같이 걸어간다.
갈치 (무혁에게 충고하고 있는 중이다) 어른한테 그럼 안돼요, 아저씨.
무혁 (흘끗 보는)
갈치 아까 그 아줌마두 불쌍한 아줌만데...나중에 가서 잘못했다 그래요. 예?
무혁 (무표정)
갈치 잘못했다 그래요! 예?
무혁 싫어!!
갈치 (흘겨보고) 깡패예요, 아저씨?
무혁 응....(걸어간다)
갈치 (표정이 약간 쫄았다)
무혁 너, 이름이 뭐야?
갈치 갈치요. 갈치 조림할 때 갈치.
무혁 그게 니 이름이야?
갈치 예.
무혁 몇 학년인데?
갈치 학교 안 다녀요.
무혁 (보는)
갈치 학교는 안 다녀두 한글도 다 알구, 구구셈도 다 하구, 영어도 쫌 알구...되게 똑똑해요.
무혁 니네 아빠는?
갈치 없어요, 그런 거.
무혁 .....
61. #서경집 마당
그 사이 두 사람, 집 대문 안까지 다다라 마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갈치 (무언가를 발견하고) 어, 노랑 할아버지!
무혁 (갈치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본다)
노란 잠바를 입은 민현석, 마당 평상에 앉아 소주를 놓고 삼겹살을 구워 먹고 있다.
민현석 (술이 얼근하게 취했다. 입안 가득 삼겹살 오물거리며) 이리 와, 갈치야! 삼겹살 먹자!...(하다가 서경을 업은 무혁을 멀뚱하게 본다)
갈치 어제 제가 말한 아침마당 아저씨예요....엄마랑 같은 목걸이 갖구 있는 아저씨요...호주에서 온 아저씨...
민현석 (삼겹살 먹던 게 목에 걸려 캑캑거린다. 소주를 꿀꺽꿀꺽 마시고 간신히 기침을 달랜 후에 뚫어질 듯 무혁을 보고...무혁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본다.)
무혁 (의아한 표정)
민현석 (중얼거리듯) 눈매가 니 엄마랑 많이 닮았다....제대루 컸네, 자식.
무혁 (흠칫)
민현석 삼겹살 먹어 봤어?
무혁 (천천히 고개 젓는)
민현석 소주는 먹어 봤어?
무혁 (고개 젓는)
민현석 니 누나 눕혀놓고 이리 와. 소주랑 삼겹살 먹는 거 가르쳐 주께.
무혁 .......
62. #오들희집 주방
주방 한쪽에 걸린 오들희와 윤의 사진.
은채, 눈물 콧물 흘리며 양파를 까고 있는데, 등 뒤에서 손을 뻗어 은채의 눈물을 닦아주는 손. (보라색 멍이 든 눈자위 근처다.)
은채, 놀라서 돌아보려는데, 윤, 은채의 어깨를 뒤에서 꼬옥 감싸 안는다.
은채, 숨이 멎는 것만 같다.
윤 미안하다...미안하다, 은채야.
은채 .....(정말 숨을 쉴 수가 없다)
윤 너 혹시 얼굴에 흉져서 남자들이 싫다 그러구 아무두 안 데려가면 나한테 와.
은채 ......(호흡 곤란을 느낀다.)
윤 내가 데꾸 살께. 나한테 와.
은채 .....(점점 숨이 가프고...급기야 얼굴이 벌개진다.)
윤 .....정말이야...내가 너 책임지께.
은채 (결국 푸후...숨을 터뜨리고...죽을 듯 가픈 숨을 색색거린다)
윤 (놀라서 떨어지며) 왜...왜 그래, 은채야? 왜 그래?!!!
은채 (가픈 숨을 헐떡이며) 무..무...물....
윤 (놀라서 냉장고로 달려가 물을 꺼내 은채에게 준다)
은채 (물통째 벌컥벌컥 마신다)
윤 (겁먹고 당황한 표정으로 보는)
은채 (푸 귀엽게 딸꾹질하고 안도의 한숨 내뱉고)
윤 송은채...왜 그래애....
은채 (씨익 멋쩍게 웃으며) 별 일 아냐...괜찮아...괜찮아...(쪽 팔린다)
윤 (그래도 걱정이 된다.)
이때, 윤의 핸드폰이 울린다. 발신자 확인하는 윤....핸드폰을 받지 않는다.
은채 왜 안 받어?
윤 민주야....(밧데리를 빼 버린다)
은채 ......(마음이 아프다)
이때, 화려한 의상을 입은 오들희, 주방으로 들어온다.
오들희 아들! 어때? 엄마 이뻐?
윤 (씨익 웃으며 엄지 손가락 들어 보인다)
오들희 은채는? 송 코디가 보기두 이뻐?
은채 예...아름다우세요, 아줌마.
오들희 (좋아서 활짝 웃고 귀걸이 몇 개 들어보이며) 이 옷엔 어떤 귀걸이가 어울려?...다이 아? 루비? 사파이어?
63. #서경 마당
무혁, 소주잔의 소주를 쭉 삐운다...쓴맛에 인상을 귀엽게 찌푸리고.
민현석, 씨익 웃으며 삼겹살 한점을 집어 무혁에게 준다.
무혁, 받아 먹는다.
민현석 베이컨보다 맛있지?
무혁 (고개 끄덕이는)
민현석 니가 한국 놈이라 그래....(자작해서 소주 마시고)
무혁 ....우리 엄마...알어?
민현석 응. (삼겹살 집어 먹고)
무혁 이 동네 살어? 우리 엄마두?
민현석 아니...니네 엄마같은 여자가 이런 후진 동네에서 왜 살어?
무혁 (의아한)
민현석 사필귀정...인과응보....선조들 참 똑똑해...그런 기가 찬 말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무혁 .....우리 엄마...만나게 해줘.
민현석 그래...만나게 해줘야지....이제 만날 때가 됐지, 니네 식구들.
무혁 .......
민현석 (되풀이하는) 사필귀정...인과응보....선조들 참 똑똑해...그런 기가 찬 말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소주를 마시는)
무혁 (무슨 말인지 모르고....보는)
64. #오들희집 앞
대천, 차를 닦고 있다. 잠시 후, 오들희가 연신 거울을 보며 대문 열고 나온다.
오들희 목걸이가 영 맘에 안 드네....오빠! 이 목걸이랑 옷이랑 안 어울리지?
대천 (피식 웃으며) 이쁜데요, 왜?
오들희 아냐...싸구려는 확실히 표가 나....이 비싼 옷까지 싸구려로 보이는 거 아냐?
대천 그 목걸이 백화점에서 꽤 비싸게 주구 산 거 아녜요?
오들희 비싼 거 아냐...100만원 짜리야.
대천 (피식) 100만원이면 우리 집 한달 생활비네....그냥 해. 니가 보석보다 훨씬 멋져서 괜찮아.
오들희 (그 말에 기분 좋아 씨익 웃는다) 그런가?
대천 (뒷 좌석문 열어주며) 타시죠, 아가씨...방송국까지 가려면 벌써 많이 늦었습니다.
오들희 네에..(웃으며 차에 오른다)
대천, 운전석에 오르고 차, 출발해서 집 앞을 떠난다.
집 앞을 비추던 카메라, 오들희집 대각선 쪽을 비춘다.
무혁이 서 있다...무혁, 한 대 맞은 듯 멍한 표정으로 오들희 집을 보고 있다.
외형상으로만 봐도 으리으리한 집...저 집이 날 버린 내 어미의 집이라구?....자신을 지탱해왔던 끈 하나가 끊어진 느낌이다.
이때, 다시 오들희 집앞으로 와서 멎는 외제차...운전석에서 내리는 사람, 민주다.
민주, 잠깐 망설이다가 초인종을 누른다.
무혁은 그대로 망부석처럼 서 있다.
65. #은채 거실 (오들희 집의 지하에 있는 방이다. 거실과 방 두 개, 욕실 구조)
은채, 어이없는 표정으로 거실에 놓인 물건들을 본다.
밥풀이 그대로 묻은 윤의 밥그릇, 숟가락, 타올 (한번 닦고 난), 칫솔, 티셔츠( 입었 던 옷이라 얼룩이 있는) 들이 놓여 있다.
민채(E) 니가 스토커니? 스토커야?
은채 (고개 돌려 본다)
숙채, 무릎 꿇고 앉아 벌 서고 있고, 민채, 옆에서 깐죽대고 있다.
숙채 저 콩알만한 게 확 그냥...(민채를 치기라고 할 듯 손을 쳐드는데)
민채 엄마아! 숙채가 나 때릴라 그래!
숙채 이게 진짜...내가 니 친구야?
혜숙 (옆에서 무 껍질 벗기다가 무로 숙채를 탁 치며) 손 제대로 못 들어? 언니가 오죽 언니값을 못하면!!
숙채 아우, 씨...요즘은 초등학교 애들도 이런 벌 안 서...내 나이가 몇인데.(하는데)
혜숙 (O.L.) 니 나이가 몇이야, 그래?! 이 눔의 기집애야! (다시 한 대 탁 때리고) 스물 여덟이나 처 먹은 게 어디 할 짓이 없어 남의 남자 물건 도둑질이나 하구.
민채 내 말이.
혜숙 윤이 엄마가 알기라도 하면 우리 식구 이 집에서 다 쫓겨나, 이 년아!!
민채 내 말이이.
숙채 (민채를 흘기고) 윤이는 외간 남자가 아니구, 스타야, 스타! 걔는 공인이기 때문에
이 물건들도 사실은 다 지 게 아니구, 최윤을 사랑하는 팬들의 것이라구 할 수 있...(하는데)
은채 (O.L.) 이게 다 얼마야? 얼마나 받아 먹니, 대체?
숙채 니가 사게? 니가 사면 한 개당 삼만원씩 삼육 십팔, 십팔만원인데...삼만원 디씨해서 십오만원 해주께.
혜숙 (신기해서) 어머머, 이깟 게 삼만원씩이나 해?
숙채 지난 번에 윤이가 콘서트때 땀 닦았던 손수건 있잖아요. 그거 오만원에 현장에서 팔았답니다.
혜숙 (히익) 오만원?
숙채 해외 토픽 같은 거 보면 다 나와...유명 스타들이 쓰던 물건들 경매 붙여 가지구....엘비스 프레슬리 오빠가 쓰던 물건 같은 건 거의 억대야, 억대.
혜숙 (어느새 죽이 맞다) 세상에...저 집에 가면 널린 게 윤이 땀 닦구 얼굴 닦던 수건인 데...빨면 안되겠다, 그럼.
숙채 그니까! 나한테 넘기라니까요 그걸! 새 수건이랑 교환도 해주구, 10% 띠어주께. 엄마한테.
혜숙 (관심 있다) 밥그릇이랑 숟가락은 얼마씩이나 받는데, 그럼?
숙채 만약에 우리으 최 윤이가요 현 시점에서 제임스 딘이처럼 딱 요절해 버리잖아요...그럼 이거 적어두 백만원은 족히...
은채 경찰에 전화해, 민채야!...여기 모녀 절도범이 살인까지 모의하고 있다구, 와서 잡아 가라 그래!
혜숙 야!
숙채 송 은채!
은채 (정색하고) 전화 안해!!
민채 해!! (하며 수화기 들고 112 누르려는데)
혜숙과 숙채, 민채야! 하며 동시에 달려들어 민채의 허리를 껴안고, 팔을 붙들며 말리느라 한바탕 난리가 난다.
은채, 세 사람을 한심하게 보며 가방에 윤의 물건을 챙겨 넣는다.
66. #오들희집 정원 계단
은채, 윤의 물건이 든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다가 멈칫 걸음을 멈춘다.
민주가 정원에 서 있고, 윤이 서늘한 표정으로 정원으로 나오고 있다.
은채, 얼른 몸을 숨긴다.
67. #오들희집 정원
민주, 윤을 향해 웃는데, 윤,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
민주 정리하구 왔어....생각보다 좀 빨랐지?
윤 (굳어 있는)
민주 하루 밤새 많이 야위었다...(윤의 얼굴을 만지려는데)
윤 (탁 뿌리쳐 버린다)
민주 (피식 웃고...좀 당황했다.) 나...안 받아 줄래?
윤 .......
민주 안 받아줄래?
윤 (그대로 굳어있는)
민주 미안하다...헷갈리게 해서...(휙 돌아서서 가는데)
윤 (민주를 가로 막고 선다)
민주 .....
윤 (민주를 뚫어지게 보다가 와락 껴안아 버린다)...짜장면 해줄테니까 먹을래?
민주 ......(웃는)
68. #오들희집 정원 계단/ 대문앞 (안쪽)
은채, 멍하니 넋나간 사람처럼 서 있다.
이때, 초인종 소리 들린다.
은채, 얼른 정신을 수습하고 대문 앞으로 간다.
은채 누구세요? (대문 창살 너머로 한 남자가 서 있다.)
69. #오들희집 대문앞
무혁, 대문앞에 서 있다. 대문 창살 너머로 은채의 모습이 보인다. (실루엣만)
무혁 화장실 좀 쓰자!
70. # 대문앞 (안쪽)
은채 누구신데요?
71. #대문앞
무혁 (부탁이 아니라 강짜다) 화장시일!! 화장실 좀 쓰자!!
72. #대문앞(안쪽)
은채 (어이 없는) 여기 공중 화장실 아닌데요!!
73. #대문앞
무혁 나 이러다 오줌 싼다, 진짜!! 화장실 좀 쓰자!!
74. #대문앞 (안쪽)
은채 (점점 기가 막혀) 싸라! 말리냐?!!....별 미친 놈을 다 보겠네....(휙 돌아서 자기 집으로 가려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본다)
75. #대문앞
은채, 빼꼼히 대문을 열고 나가다 기함을 한다.
무혁, 담벼락에다 대고 오줌을 누고 있다....표정은 서늘하게 굳어 있다.
은채, 당황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다가...안면이 있는 얼굴인데...
부끄러움도 잊고 손을 떼고 무혁을 본다.
무혁도 은채를 본다...안면이 있는 얼굴이다.
은채, 무혁을 기억해낸다. 무혁도 은채를 기억해 낸다.
멍하니 마주보고 선 두 사람의 표정에서.
ENDING
은채, 잔뜩 불안한 표정으로 녹음실 문에 등을 댄 채 서 있다.
윤의 노랫소리가 들려온다...잘 부르나 싶더니 삑사리가 나고....다시 부르는가 싶 더니 삑사리가 난다.
은채, 듣고 있기가 괴로워 귀를 막는다.
39. #녹음실안
노래를 녹음하던 윤의 목이 갈라져 다시 삑사리가 난다.
윤, 이어폰을 신경질적으로 벗는다.
40. #녹음실
윤, 밖으로 나온다. 은채, 윤이 문을 열자 넘어질 뻔하고.
윤 은채야! 집에 가서 매운 떡볶이 해 먹자.
은채 (눈치 보며 고개 끄덕이는)
41. #윤 차안(밤)
윤, 운전하고 있고, 은채, 조수석에 탄 채 불안한 표정으로 앞을 보고 있다.
윤 (씩씩하게) 잊어버리께.
은채 (보는)
윤 민주....지금 이 시간부터 깨끗이 잊어버리께
은채 ......
윤 먼지 하나 안 남기구 다 지워버릴거다.
은채 .......
윤 안녕 강 민주! 영원히 굿바이다!...나쁜 년!
은채 (안스럽게 보다가)....윤아.
윤 어.
은채 ...(조심스럽게) 뻥 까지 마아.
윤 (보는)
은채 (서글픈 표정으로 앞을 보는)
윤 (씩씩하던 표정에 힘이 빠진다. 은채앞에선 감정을 속일 수가 없다....씨이...하더니 갑자기 핸들을 확 꺾어 차를 돌린다)
은채 (보는)
42. #민주 집앞(밤)
윤의 차, 민주의 집 앞으로 와 멎는다.
43. #윤의 차안/ 민주 집 앞
윤, 멍하니 앞을 응시하고 있다. 은채, 씁쓸하게 윤을 본다.
윤 택시 타구 집에 가라, 넌.
은채 (참...야속하다)
윤 민주한테 하구 싶은 말이 있어. 그거 하나만 하구 가께. 너 먼저 집에 가.
은채 (서글프게 보다가 내리려는데)
윤 택시비 있어?
은채 있어. (문고리 잡다가 문득 생각들어 윤 보며) 나, 소주 한병만 먹구 올테니까 좀 기다릴래?
윤 ?
은채 쏘주 한 팩 딱 원샷하구 민주 내가 손 봐주께.
윤 (어이없는)
은채 윤이 속 좀 썩이지 말라구 내가 머리채라두 잡구 확 흔들어 버릴게.
윤 (어이없는)
은채 아무두 못 만나구 다니게 다리 몽뎅이를 확 분질러 버릴게.
윤 (기가 막히다)
은채 그래! 맞을 때가 됐어, 그 기집애....잠깐만 있어! 금방 갔다 오께...(내리려는데)
윤 민주, 털끝이라두 건드려!!
은채 (보는)
윤 민주 잘못 아냐...첨부터 경고했었어, 걘.....미친 놈은 나야....(하며 어딘가를 응시하 는데, 표정이 서늘해진다)
은채 ......(가슴이 또 무너진다....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본다.)
민주 집 앞으로 고급 외제차 한 대가 와 멈춘다.
잠시후, 운전석에서 조영우 내려서 조수석 문을 열어주면, 민주가 내린다.
민주와 조영우, 마주보며 정답게 웃고, 조영우, 민주를 다정하게 끌어안는다.
윤, 그 모습을 보며 이를 앙물더니 갑자기 차 문을 열고 내린다.
은채, 하얘져서 보는.
윤, “강 민주!” 소리치고, 민주와 조영우, 윤을 보고...당혹스런 표정 지으며 떨어진 다.
44. #윤 차안
은채, 불안하게 지켜보는.
45. #민주 집앞
윤, 호흡을 가다듬고 조영우는 본 척도 않고 민주 앞으로 다가간다.
윤 기다리께...저 자식...정리하구 와.
조영우 야!!!
윤 (들은 체도 않고) 정리가 안되면 안된대루 와도 괜찮아. 내가 정리 해주께.
민주 (피식 웃는)...꽤 오래 기다려야 될텐데....이 사람하구 시작한 지 일주일밖에 안됐어.
조영우 (어이없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보고)
윤 기다릴 수 있어....한달이면 충분하지 않나?
조영우 최 윤!! 이 자식이....(멱살을 잡더니 주먹으로 윤을 퍽 갈긴다)
윤 (휘청하며 넘어질 뻔 하다가 중심 잡으며 그대로 조영우를 향해 주먹을 날린다)
조영우도 윤을 향해 주먹을 날리고, 윤, 주먹을 날리고...두 사람, 급기야 엉겨붙어 주먹질을 하며 싸운다.
민주, 표정하나 변하지 않고 팔짱을 끼고 관람하듯 두 사람을 지켜 본다.
조영우와 치고 맞고 싸우는 윤의 시야에 마치 관람하듯 지켜보는 민주가 깊게 아프 게 들어온다.
46. #윤 차안
눈이 동그래져서 기함을 하고 보는 은채.
윤이 바닥에 구르고 있고, 조영우, 윤 위에 올라타 주먹으로 무차별 가격을 하고 있다. 민주는 여전히 구경만 하고 있다.
은채, “우 쒸!”하며 급기야 문을 열고 뛰어 나간다.
47. #민주 집앞
은채, “야!!” 소리 지르며 어깨에 매고 있던 가방으로 조영우의 뒷통수를 힘껏 가격 한다.
조영우가 충격으로 휘청하자, “너 죽었어, 씨이!!”하며 신발까지 벗어들어 후려치 고, 귓불이며 팔뚝도 앙 물어버린다.
멍이 들고 입가가 터진 윤, 얼떨떨하게 황당하게 보고 있고...민주도 어이없다는 듯 보고 있다.
조영우, 우왁스런 힘으로 은채를 힘껏 밀쳐내고...은채, 가뿐하게 내동댕이쳐져 쿵 바닥에 그대로 볼을 찧는다. 아파서 기절할 듯 인상을 찌푸리는 은채.
민주, 당황해서 “은채야!” 부르며 은채를 일으키려 하고.
윤, 은채가 당하는 것을 보고 이 자식이...하며 다시 조영우에게 달려들어 죽을 힘을 다해 복부에 힘껏 한방을 날려버리고, 조영우, 떼굴떼굴 구르며 좀처럼 일어나지를 못한다.
윤, 은채를 부축하던 민주의 손을 탁 떼어내고는...자기가 안 듯이 부축한다.
윤 (민주를 보지 않고) 집에 가자, 은채야.
은채 (당혹스럽게 보는)
민주 (역시 좀 당황스럽다)
윤, “괜찮어? 어디 부러진 거 아냐?” 은채를 부축해 자기 차로 데려 간다.
은채, 민주를 돌아보고, 민주, 피식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표정이 싸늘하게 굳어서 자신을 차에 태우고 있는 윤을 은채, 먹먹하게 본다.
48. #무혁 호텔 화장실
무혁, 입가에 묻은 떡꼬지 양념을 물로 씻어내고 있다. (이 씬까지 계속 묻히고 있었다).
49. #호텔방
무혁, 창가에 서서 한강과 도로를 내려다 보고 있다. 껌 껍질을 까서 천천히 생각하 듯 씹는다. 무혁의 목에는 목걸이가 걸려 있다. 침대 한켠엔 서경이 벗어놓고 간 무 혁의 옷이 놓여있다.
무혁 (되뇌이듯 중얼거리는) 영원히....함께....영원히....함께....(다시 두통이 엄습한다. 머리 를 감싸쥐는)
엄습했던 두통이 좀 가시자 무혁, 힘겹게 실 눈을 뜨고 차창 밖을 본다.
무혁이 응시하는 올림픽 도로...차량들이 끊임없이 흘러가고 있다.
50. #윤의 차안
올림픽 도로를 달리고 있는 윤의 차.
은채, 예상치 못했던 윤의 행동에 자신이 더 당황스러워 시선 둘 데를 모르고 표정 관리도 못하고 있다.
은채, 눈가가 어느새 멍이 들고 퍼렇게 부어 올라 있다.
윤 (코에 솜을 하나 틀어 막았다. 은채를 흘끗흘끗 가슴 아프게 본다) 다 큰 처녀 얼굴 이 성할 날이 없네! 성할 날이 없어!!....상처에 딱지 떨어지기가 무섭다!!
은채 (멍 주위를 가리며) 괜찮아. 안 아퍼!
윤 (버럭) 괜찮다는 소리 한번만 더 하면 길바닥에다 확 내려 버린다?
은채 (움찔....윤에게 들릴락 말락 꿍얼거리는) 괜찮으니까...괜찮다 그러구...안 아프니까... 안 아프다 그러지....
윤 (또 괜히 고함 버럭) 괜찮은 거 좋아하네!! 안 아픈 거 좋아하네! 니가 무쇠야!! 마 징가 제트야, 니가?!! 거기서 왜 튀어나와, 거기서?!! 119야, 니가?
은채 (모기만한 소리로)....진짜...안 아픈데...
윤 (용케 또 듣고 씨이하며 오만상을 찌푸리고 은채를 보는...) 내려, 너.
은채 (하는 수 없어서) 그래, 아퍼...아퍼....아퍼 죽겠다....안 괜찮어...절대루 안 괜찮어...죽 어두 안 괜찮어.
윤 (그제야 찌푸린 상 펴고) 아...속상해...속상해 되지겠다, 진짜.......어뜩하면 좋냐, 널?
은채 (차창밖으로 고개 돌린다....무안하다....가슴이 또 두 방망이질 친다....서글프고...행복 하고...서글프다.) F.O.
51. #호텔 근처 공원 길(아침)
무혁, 바게트빵 하나 들고 어슬렁거리며 걷는데(보이는 글자들, 닥치는대로 엉터리 로 어설프게 읽으며), 저 앞으로 PD(아침마당)가 무혁을 보고 손을 번쩍 들어보인 다.
52. #일각 벤치
PD, 빛바랜 사진 하나를 무혁에게 내민다.
포대기 위에 나란히 누운 갓난 아기 둘의 사진...팔목에 팔찌처럼 감은 목걸이가 눈 에 따갑게 들어온다. 무혁과 서경이 걸고 있었던 바로 그 반지 목걸이다.
무혁, 뚫어지게 보며 계속 바게트를 먹는다.
PD 차 무혁씨와 윤 서경씨가 지냈던 고아원을 알아봤습니다...차무혁씨와 윤 서경씨, 이 란성 쌍둥이더군요.
무혁 (눈빛이 얼핏 흔들린다....)...쌍.둥.이?
PD 목걸이는 두 사람이 처음 고아원앞에 발견됐을 때부터 지니고 있었답니다. 제가 알 아낸 건 여기 까집니다.
무혁 (사진을 뚫어지게 보며 바게트를 와구와구 씹어먹고 있다....화풀이 하듯)
53. #지하철 계단 중간
출근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김밥과 떡 좌판을 벌려놓은 행상들 모습 보인다. 대부분 할머니들인데 그들 사이에 서경과 갈치도 끼어 있다.
서경, 쪼그리고 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고, 갈치, 손님에게 김밥을 팔고 있다.
갈치 여기 젓가락하구 물요!...고맙습니다!!
갈치, 돈을 받아 주머니에 넣고, 힘드는 듯 다시 쪼그리고 앉는다. 앞으로 넘어질 듯 꾸벅거리던 서경, 갈치의 어깨에 머리를 턱 기대고 잔다.
서경의 치마가 말려 올라가고, 남자들 흘끗거리며 보고 간다. 갈치, 얼른 치마를 끄 집어 내리고는 다시 호객을 한다.
갈치 김밥 있습니다...김밥 사세요....아침 굶지 마시구, 든든한 김밥 사세요....떡도 사세 요!!
54. #일각
무혁, 계단 입구에 서서 서경과 갈치를 어이없는 표정으로 보고 있다. 가슴이 뻐근 하다.
55. #지하철 중간 계단
손님 하나가 “김밥 얼마야?” 하고 묻고, 갈치, “2000원인데요.” 하고, 손님, 달라고 얘기하고, 갈치, “고맙습니다.” 하며 김밥을 봉지에 넣어 주려는데.
이때, 옆에서 같이 좌판을 벌이던 아줌마(40대 정도된), “잘 생긴 총각! 우리 김밥은 1500원에 주께.”하고 손님을 유혹한다.
손님, 웬 횡재냐하며 1500원짜리 김밥을 산다.
손님을 뺏긴 갈치, 식식거리며 아줌마를 노려본다.
갈치 왜 맨날 반칙해요, 아줌마?
아줌마 (손님에게 고마워요, 또 와요 인사하고, 갈치보며) 반칙은 무슨 반칙을 해!!
갈치 맨날 맨날 반칙했잖아요! 왜 남의 손님을 뺏어가요?
아줌마 니 손님 내 손님이 어딨냐, 이 놈아!! 내 꺼 사가면 내 손님이구, 니 꺼 사가면 니 손님이지!!
갈치 그런 게 어딨어요!! (고함 지르며 노려 보는데)
아줌마 콩만한 놈이 어디서 어른한테 도끼 눈을 뜨구..여기 있다 이눔아!! (갈치의 머리를 꽁 쥐어 박는다)
갈치 (식식거리며 눈물이 그렁해서 노려 보고)
서경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르고 계속 졸고 있고)
아줌마 이 눔이 그래두...(쥐어 박으려 하는데)
이때, 아줌마의 손을 탁 잡는 손...무혁이다.
아줌마, 당황하고, 갈치, 무혁을 알아보고 눈이 동그래서 본다.
무혁, 불량스런 표정으로 아줌마 손을 거칠게 탁 놓아버리고, 갈치보며.
무혁 여깃는 거 다 얼마야?
갈치 (당황해서 미처 말을 못하는)
무혁 (주머니에서 만원짜리 한 묶음-100만원 정도-을 꺼내 갈치에게 던져주고) 이거면 돼?
갈치 (어안이 벙벙)
아줌마 (자기가 입이 더 헤 벌어져) 이거...이거 사가요...나는 딱 반값에 전부 다 50만 원에 주께.
무혁 (들은 체도 않고) 니네 엄만 왜 저렇게 자냐?
갈치 (조금씩 진정하고) ...밤에 잠 안자구 김밥 싸서 그래요.
무혁 ....(착잡하게 서경을 보는데)
아줌마 (무혁의 바지 가랑이 잡고 애걸하는) 사장님...이거 다 30만원, 아니 20만원에 드릴 께요.
무혁 (아줌마 보는) 아줌마!
아줌마 예! 사장님!
무혁 (부드럽게 묻는) 아까 반칙했지?
아줌마 (당혹) 예?
무혁 아까...반칙했지?
아줌마 안했어요...반칙은 무슨....
무혁 반칙했다 그럼, 아줌마 김밥 사주께.
아줌마 .....(눈치 보며 곤혹스러워하다 어쩔 수 없이) 했어요, 그래...내가 반칙...했어요...(갈 치 눈치도 보고)
갈치 (시이...아줌마를 흘겨보는...천군마마를 얻었다.)
무혁,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며 아줌마의 다라이를 뻥 차 버린다. 그 바람에 김밥과 떡, 계단에 다 쏟아지고.
아줌마와 갈치, 기함을 하고...지나가던 사람들도 무슨 일인가 본다.
무혁 한번만 더 이 꼬마한테 반칙하면...(차갑고 서늘해지는) 가만 안둬, 아줌마!!
56. #은채방
은채, 숙채, 민채, 세 자매가 함께 쓰는 앙증맞은 방이다.
공주풍의 침대에 숙채가 대자로 누워 잠들어 있고, 은채와 민채, 바닥에서 엎드려 자고 있다.
혜숙(E) 삼채야!! 어서 인나!! 해가 하늘 똥구멍에 걸렸어, 이것들아!! 삼채야!!
은채, 숙채, 민채, 꿈쩍도 않고 잠들어 있다.
이때, 문 벌컥 열리고, 혜숙 들어와 잠든 세 자매의 모습을 어이없는 듯 보다가 세 자매를 엉덩이를 찰싹찰싹 때리며 깨운다.
혜숙 민채야! 인나!!...은채야! 인나!...숙채야! 인나!....(다 때리고 나서) 삼채야! 인나!!
은채만 힘겹게 눈을 뜨고 일어나고, 민채와 숙채는 더 이불속으로 파고 든다.
은채, 일어나면 눈밑 보라색 상처가 드러난다.
혜숙 며칠 잠잠하다 했더니 또 시작이네....어쩌다 또 눈탱이가 밤탱이가 됐어?
은채 (눈 가리며) 길가다가 넘어졌어...이틀만 지나면 멀쩡해져. 괜찮아.
혜숙 너 윤이 코디 안하구, 조폭들 똘마니 하구 다니니?
은채 (머쓱한 듯 웃는데)
이때, “삼채 엄마!” 부르는 대천의 목소리 들린다.
은채, 얼른 후다닥 화장대위에 있는 선글라스를 찾아 쓰고, 혜숙에게는 모른 척 하라고 손가락을 입술에 대 보인다.
혜숙, “삼채방에 있어요!” 하고 바깥을 향해 소리치자, 잠시후, 문 열리고, 대천, 고개 디민다.
대천 시장 간다며?
혜숙 어, 지금 나가.
대천 (은채보고) 방안에서 웬 선글라스야?
은채 (씨익 웃으며) 어, 그냥...개성...아빠.
대천 쌍꺼풀 수술했냐?
은채 아뇨오.
대천 (혜숙 보고) 빨리 나와....좀 있다 아가씨 모시구 방송국 가야 돼. (문 닫고 나간다)
혜숙 (꿍얼) 아가씨 같은 소리하구 앉았네...내가 저 소리 듣기 싫어서 전세금만 모이면 바루 이 집 나간다. (일어나며) 엄마, 아부지랑 시장 갔다올테니까 윗 집에 올라가 서 양파 좀 까...애가 들어설라 그러나. 양파 냄샐 못 맡겠네.
은채 (선글라스 벗으며) 윤이네 오늘 손님 오셔?
혜숙 윤이 엄마 셀프 카메란가 뭔가 찍는다구 아침 댓바람부터 쌩쑈를 한다, 지금...톱가수 아들 잘 둔 덕에 별 호사를 다 누려요, 한 물간 배우 주제에.
은채 고만 좀 씹어, 아줌마.....(하다가) 엄마! 또 보톡스 맞았어?
57. #오들희집 정원
은채, 하품이 나오는 입을 손바닥으로 툭툭 때리며 계단을 올라와 정원에 선다.
우아하게 차려입고, 커피를 마시며 셀프 카메라를 찍고 있는 오들희와 윤이 보인다.
윤이 카메라를 잡고 있다.
은채, 오들희를 향해 아는 체하며 고개 숙여 보인다. (윤은 등을 보이고 있다)
윤 (은채를 향해 웃어보이고 오들희 향해) 자, 카메라 간다, 엄마....떨지 말구, 하나, 두 울!
오들희 (카메라를 향해 고혹적으로 웃으며) 이렇게 아들과 함께 마시는 커피 한잔이 제 삶의 기쁨이구 활력소죠...(하다가 윤 보고) 다시 찍자...립스틱 색깔이 맘에 안 들어, 암만 생각해두.
58. #오들희집 주방
은채, 식탁에 앉아 양파를 까고 있다. 눈이 따가워 어찌할 바를 모른다.
오들희(E) 자! 이제 우리 소중한 아들의 모습을 여러분께 보여 드리겠습니다.
59. #오들희집 거실
오들희, 카메라를 들고 윤의 모습을 찍고 있다. 얘기하라고 모션하며.
윤, 카메라를 향해 매혹적인 미소를 짓고 있다.
윤 안녕하세요, 최 윤입니다....저희 어머니가 셀프 카메라를 찍는다구 하셔서 저도 잠 깐 낑겼습니다...엄마한테 하구 싶은 얘기 해두 돼요?
오들희 뭐? 해봐...해보세요.
윤 음...난 있죠...우리 엄마 생각만 하면 참 고맙구 눈물이 나요....날 이 세상에 있게 해주구....이렇게 멋진 인간으로 키워주시구....끝없는 사랑으로 언제나 날 감동 시 키시 구....엄만 나의 태양이구, 우주라는 거 아시죠?
오들희 (감동 받아 눈물이 글썽해지는)
윤 (오들희가 든 카메라 보며 머리 위로 하트 그려 보이며) 사랑해, 엄마...아이 러브 유!!
60. #서경집 앞길(달동네)
무혁, 잠든 서경을 업고 언덕길을 올라오고, 갈치, 옆에서 같이 걸어간다.
갈치 (무혁에게 충고하고 있는 중이다) 어른한테 그럼 안돼요, 아저씨.
무혁 (흘끗 보는)
갈치 아까 그 아줌마두 불쌍한 아줌만데...나중에 가서 잘못했다 그래요. 예?
무혁 (무표정)
갈치 잘못했다 그래요! 예?
무혁 싫어!!
갈치 (흘겨보고) 깡패예요, 아저씨?
무혁 응....(걸어간다)
갈치 (표정이 약간 쫄았다)
무혁 너, 이름이 뭐야?
갈치 갈치요. 갈치 조림할 때 갈치.
무혁 그게 니 이름이야?
갈치 예.
무혁 몇 학년인데?
갈치 학교 안 다녀요.
무혁 (보는)
갈치 학교는 안 다녀두 한글도 다 알구, 구구셈도 다 하구, 영어도 쫌 알구...되게 똑똑해요.
무혁 니네 아빠는?
갈치 없어요, 그런 거.
무혁 .....
61. #서경집 마당
그 사이 두 사람, 집 대문 안까지 다다라 마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갈치 (무언가를 발견하고) 어, 노랑 할아버지!
무혁 (갈치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본다)
노란 잠바를 입은 민현석, 마당 평상에 앉아 소주를 놓고 삼겹살을 구워 먹고 있다.
민현석 (술이 얼근하게 취했다. 입안 가득 삼겹살 오물거리며) 이리 와, 갈치야! 삼겹살 먹자!...(하다가 서경을 업은 무혁을 멀뚱하게 본다)
갈치 어제 제가 말한 아침마당 아저씨예요....엄마랑 같은 목걸이 갖구 있는 아저씨요...호주에서 온 아저씨...
민현석 (삼겹살 먹던 게 목에 걸려 캑캑거린다. 소주를 꿀꺽꿀꺽 마시고 간신히 기침을 달랜 후에 뚫어질 듯 무혁을 보고...무혁의 목에 걸린 목걸이를 본다.)
무혁 (의아한 표정)
민현석 (중얼거리듯) 눈매가 니 엄마랑 많이 닮았다....제대루 컸네, 자식.
무혁 (흠칫)
민현석 삼겹살 먹어 봤어?
무혁 (천천히 고개 젓는)
민현석 소주는 먹어 봤어?
무혁 (고개 젓는)
민현석 니 누나 눕혀놓고 이리 와. 소주랑 삼겹살 먹는 거 가르쳐 주께.
무혁 .......
62. #오들희집 주방
주방 한쪽에 걸린 오들희와 윤의 사진.
은채, 눈물 콧물 흘리며 양파를 까고 있는데, 등 뒤에서 손을 뻗어 은채의 눈물을 닦아주는 손. (보라색 멍이 든 눈자위 근처다.)
은채, 놀라서 돌아보려는데, 윤, 은채의 어깨를 뒤에서 꼬옥 감싸 안는다.
은채, 숨이 멎는 것만 같다.
윤 미안하다...미안하다, 은채야.
은채 .....(정말 숨을 쉴 수가 없다)
윤 너 혹시 얼굴에 흉져서 남자들이 싫다 그러구 아무두 안 데려가면 나한테 와.
은채 ......(호흡 곤란을 느낀다.)
윤 내가 데꾸 살께. 나한테 와.
은채 .....(점점 숨이 가프고...급기야 얼굴이 벌개진다.)
윤 .....정말이야...내가 너 책임지께.
은채 (결국 푸후...숨을 터뜨리고...죽을 듯 가픈 숨을 색색거린다)
윤 (놀라서 떨어지며) 왜...왜 그래, 은채야? 왜 그래?!!!
은채 (가픈 숨을 헐떡이며) 무..무...물....
윤 (놀라서 냉장고로 달려가 물을 꺼내 은채에게 준다)
은채 (물통째 벌컥벌컥 마신다)
윤 (겁먹고 당황한 표정으로 보는)
은채 (푸 귀엽게 딸꾹질하고 안도의 한숨 내뱉고)
윤 송은채...왜 그래애....
은채 (씨익 멋쩍게 웃으며) 별 일 아냐...괜찮아...괜찮아...(쪽 팔린다)
윤 (그래도 걱정이 된다.)
이때, 윤의 핸드폰이 울린다. 발신자 확인하는 윤....핸드폰을 받지 않는다.
은채 왜 안 받어?
윤 민주야....(밧데리를 빼 버린다)
은채 ......(마음이 아프다)
이때, 화려한 의상을 입은 오들희, 주방으로 들어온다.
오들희 아들! 어때? 엄마 이뻐?
윤 (씨익 웃으며 엄지 손가락 들어 보인다)
오들희 은채는? 송 코디가 보기두 이뻐?
은채 예...아름다우세요, 아줌마.
오들희 (좋아서 활짝 웃고 귀걸이 몇 개 들어보이며) 이 옷엔 어떤 귀걸이가 어울려?...다이 아? 루비? 사파이어?
63. #서경 마당
무혁, 소주잔의 소주를 쭉 삐운다...쓴맛에 인상을 귀엽게 찌푸리고.
민현석, 씨익 웃으며 삼겹살 한점을 집어 무혁에게 준다.
무혁, 받아 먹는다.
민현석 베이컨보다 맛있지?
무혁 (고개 끄덕이는)
민현석 니가 한국 놈이라 그래....(자작해서 소주 마시고)
무혁 ....우리 엄마...알어?
민현석 응. (삼겹살 집어 먹고)
무혁 이 동네 살어? 우리 엄마두?
민현석 아니...니네 엄마같은 여자가 이런 후진 동네에서 왜 살어?
무혁 (의아한)
민현석 사필귀정...인과응보....선조들 참 똑똑해...그런 기가 찬 말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무혁 .....우리 엄마...만나게 해줘.
민현석 그래...만나게 해줘야지....이제 만날 때가 됐지, 니네 식구들.
무혁 .......
민현석 (되풀이하는) 사필귀정...인과응보....선조들 참 똑똑해...그런 기가 찬 말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소주를 마시는)
무혁 (무슨 말인지 모르고....보는)
64. #오들희집 앞
대천, 차를 닦고 있다. 잠시 후, 오들희가 연신 거울을 보며 대문 열고 나온다.
오들희 목걸이가 영 맘에 안 드네....오빠! 이 목걸이랑 옷이랑 안 어울리지?
대천 (피식 웃으며) 이쁜데요, 왜?
오들희 아냐...싸구려는 확실히 표가 나....이 비싼 옷까지 싸구려로 보이는 거 아냐?
대천 그 목걸이 백화점에서 꽤 비싸게 주구 산 거 아녜요?
오들희 비싼 거 아냐...100만원 짜리야.
대천 (피식) 100만원이면 우리 집 한달 생활비네....그냥 해. 니가 보석보다 훨씬 멋져서 괜찮아.
오들희 (그 말에 기분 좋아 씨익 웃는다) 그런가?
대천 (뒷 좌석문 열어주며) 타시죠, 아가씨...방송국까지 가려면 벌써 많이 늦었습니다.
오들희 네에..(웃으며 차에 오른다)
대천, 운전석에 오르고 차, 출발해서 집 앞을 떠난다.
집 앞을 비추던 카메라, 오들희집 대각선 쪽을 비춘다.
무혁이 서 있다...무혁, 한 대 맞은 듯 멍한 표정으로 오들희 집을 보고 있다.
외형상으로만 봐도 으리으리한 집...저 집이 날 버린 내 어미의 집이라구?....자신을 지탱해왔던 끈 하나가 끊어진 느낌이다.
이때, 다시 오들희 집앞으로 와서 멎는 외제차...운전석에서 내리는 사람, 민주다.
민주, 잠깐 망설이다가 초인종을 누른다.
무혁은 그대로 망부석처럼 서 있다.
65. #은채 거실 (오들희 집의 지하에 있는 방이다. 거실과 방 두 개, 욕실 구조)
은채, 어이없는 표정으로 거실에 놓인 물건들을 본다.
밥풀이 그대로 묻은 윤의 밥그릇, 숟가락, 타올 (한번 닦고 난), 칫솔, 티셔츠( 입었 던 옷이라 얼룩이 있는) 들이 놓여 있다.
민채(E) 니가 스토커니? 스토커야?
은채 (고개 돌려 본다)
숙채, 무릎 꿇고 앉아 벌 서고 있고, 민채, 옆에서 깐죽대고 있다.
숙채 저 콩알만한 게 확 그냥...(민채를 치기라고 할 듯 손을 쳐드는데)
민채 엄마아! 숙채가 나 때릴라 그래!
숙채 이게 진짜...내가 니 친구야?
혜숙 (옆에서 무 껍질 벗기다가 무로 숙채를 탁 치며) 손 제대로 못 들어? 언니가 오죽 언니값을 못하면!!
숙채 아우, 씨...요즘은 초등학교 애들도 이런 벌 안 서...내 나이가 몇인데.(하는데)
혜숙 (O.L.) 니 나이가 몇이야, 그래?! 이 눔의 기집애야! (다시 한 대 탁 때리고) 스물 여덟이나 처 먹은 게 어디 할 짓이 없어 남의 남자 물건 도둑질이나 하구.
민채 내 말이.
혜숙 윤이 엄마가 알기라도 하면 우리 식구 이 집에서 다 쫓겨나, 이 년아!!
민채 내 말이이.
숙채 (민채를 흘기고) 윤이는 외간 남자가 아니구, 스타야, 스타! 걔는 공인이기 때문에
이 물건들도 사실은 다 지 게 아니구, 최윤을 사랑하는 팬들의 것이라구 할 수 있...(하는데)
은채 (O.L.) 이게 다 얼마야? 얼마나 받아 먹니, 대체?
숙채 니가 사게? 니가 사면 한 개당 삼만원씩 삼육 십팔, 십팔만원인데...삼만원 디씨해서 십오만원 해주께.
혜숙 (신기해서) 어머머, 이깟 게 삼만원씩이나 해?
숙채 지난 번에 윤이가 콘서트때 땀 닦았던 손수건 있잖아요. 그거 오만원에 현장에서 팔았답니다.
혜숙 (히익) 오만원?
숙채 해외 토픽 같은 거 보면 다 나와...유명 스타들이 쓰던 물건들 경매 붙여 가지구....엘비스 프레슬리 오빠가 쓰던 물건 같은 건 거의 억대야, 억대.
혜숙 (어느새 죽이 맞다) 세상에...저 집에 가면 널린 게 윤이 땀 닦구 얼굴 닦던 수건인 데...빨면 안되겠다, 그럼.
숙채 그니까! 나한테 넘기라니까요 그걸! 새 수건이랑 교환도 해주구, 10% 띠어주께. 엄마한테.
혜숙 (관심 있다) 밥그릇이랑 숟가락은 얼마씩이나 받는데, 그럼?
숙채 만약에 우리으 최 윤이가요 현 시점에서 제임스 딘이처럼 딱 요절해 버리잖아요...그럼 이거 적어두 백만원은 족히...
은채 경찰에 전화해, 민채야!...여기 모녀 절도범이 살인까지 모의하고 있다구, 와서 잡아 가라 그래!
혜숙 야!
숙채 송 은채!
은채 (정색하고) 전화 안해!!
민채 해!! (하며 수화기 들고 112 누르려는데)
혜숙과 숙채, 민채야! 하며 동시에 달려들어 민채의 허리를 껴안고, 팔을 붙들며 말리느라 한바탕 난리가 난다.
은채, 세 사람을 한심하게 보며 가방에 윤의 물건을 챙겨 넣는다.
66. #오들희집 정원 계단
은채, 윤의 물건이 든 가방을 들고 계단을 올라가다가 멈칫 걸음을 멈춘다.
민주가 정원에 서 있고, 윤이 서늘한 표정으로 정원으로 나오고 있다.
은채, 얼른 몸을 숨긴다.
67. #오들희집 정원
민주, 윤을 향해 웃는데, 윤,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
민주 정리하구 왔어....생각보다 좀 빨랐지?
윤 (굳어 있는)
민주 하루 밤새 많이 야위었다...(윤의 얼굴을 만지려는데)
윤 (탁 뿌리쳐 버린다)
민주 (피식 웃고...좀 당황했다.) 나...안 받아 줄래?
윤 .......
민주 안 받아줄래?
윤 (그대로 굳어있는)
민주 미안하다...헷갈리게 해서...(휙 돌아서서 가는데)
윤 (민주를 가로 막고 선다)
민주 .....
윤 (민주를 뚫어지게 보다가 와락 껴안아 버린다)...짜장면 해줄테니까 먹을래?
민주 ......(웃는)
68. #오들희집 정원 계단/ 대문앞 (안쪽)
은채, 멍하니 넋나간 사람처럼 서 있다.
이때, 초인종 소리 들린다.
은채, 얼른 정신을 수습하고 대문 앞으로 간다.
은채 누구세요? (대문 창살 너머로 한 남자가 서 있다.)
69. #오들희집 대문앞
무혁, 대문앞에 서 있다. 대문 창살 너머로 은채의 모습이 보인다. (실루엣만)
무혁 화장실 좀 쓰자!
70. # 대문앞 (안쪽)
은채 누구신데요?
71. #대문앞
무혁 (부탁이 아니라 강짜다) 화장시일!! 화장실 좀 쓰자!!
72. #대문앞(안쪽)
은채 (어이 없는) 여기 공중 화장실 아닌데요!!
73. #대문앞
무혁 나 이러다 오줌 싼다, 진짜!! 화장실 좀 쓰자!!
74. #대문앞 (안쪽)
은채 (점점 기가 막혀) 싸라! 말리냐?!!....별 미친 놈을 다 보겠네....(휙 돌아서 자기 집으로 가려다가 문득 이상한 느낌에 뒤를 돌아본다)
75. #대문앞
은채, 빼꼼히 대문을 열고 나가다 기함을 한다.
무혁, 담벼락에다 대고 오줌을 누고 있다....표정은 서늘하게 굳어 있다.
은채, 당황해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다가...안면이 있는 얼굴인데...
부끄러움도 잊고 손을 떼고 무혁을 본다.
무혁도 은채를 본다...안면이 있는 얼굴이다.
은채, 무혁을 기억해낸다. 무혁도 은채를 기억해 낸다.
멍하니 마주보고 선 두 사람의 표정에서.
EN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