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읽기] 미안하다,사랑한다 1회 |
1. #인서트(5년전)
입양아들의 인터뷰 화면(영화 필름 느낌의), 아직 편집이 덜 된 거친 컷들이다.
비디오 화면 위에 날짜가 적혀 있다. (1999년 9월 25일)
입양1 (영어로, 자막에 앨리 잭슨, 18세라고 뜬다.) 다섯 살 때 여기로 왔어요....
힘들어서 죽을 생각도 수 없이 했지만, 그래도 버텼어요...왜냐하면...(이를 앙물며) 날 쓰레기처럼 내버린 내 부모한테 복수해야 하니까.
입양2 (영어로, 자막에 션 캘리(한국명: 김 석), 17세라고 뜬다.) 고아원에 있다가 아홉 살때 입양이 됐어요. 한국 말, 알지만...안 써요. 한국이란 나라 생각도 하기 싫어 요...날 버린 엄마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하고 싶냐구요? (갑자기 뻑큐 모션 취하며 싸늘한 눈빛이 되어) 지옥에나 떨어져 버려!!
뒤이어 무혁의 모습이 나온다. 레게머리에, 귀걸이를 하고, 눈썹에 피어싱도 한 전형적인 히피 스타일의 무혁. 한 눈에 보기에도 불량기가 줄줄 흐른다. 자막에 대니 앤더슨(한국명 차 무혁), 22세라고 쓰여 있다.
무혁 (불량스럽게 껌을 짹짹 씹으며) 난 기억이 잘 안 나는데....두 살때 입양이 됐대요..아, 한국 말요?...열라 잘하죠...내 걸프랜드가 가르쳐 줬거든요. ‘짱나!’ ‘골 때린다!’ ‘앗싸아!’이런 말도 알아요. (갑자기 옆에 있던 지영의 어깨를 안아-화면에는 보이 지 않다가-화면안으로 끌어 들인다.) 얘가 내 걸프랜드 지영이예요. 얘가 내 이 름도 지어줬어요. 차 무혁이라구.
지영 (활짝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브이자를 그려 보인다. )
무혁 (지영의 어깨를 다정하게 감싼 채) 얜 다 늙어서 열 세살 때 입양됐대요....(앞에서 카메라를 든 감독이 계속 질문하고 있는 느낌).....예?...(고개 젓고) 아뇨...난 우리 엄 마 원망 안하는데? 이해, 하는데, 난.....사정이 있었겠지 뭐. 오죽 했음 제 속으로 난 새끼를 버렸겠어요?...왜, 그랬을수 있잖아요? 우유도 못 사먹일 정도로 너무 너무 가난해서 너만이라두 부잣집에 가서 잘 먹고 잘 살아라....
이때, 지영, “토미!” 부르며 강아지를 쫓느라 화면밖으로 사라진다. 카메라, 지영을 잠깐 비추다 다시 무혁을 비춘다.
무혁 돈 많이 벌어가지구요, 꼭 한국에 돌아 갈라구요....불쌍한 우리 엄마 만나서 좋은 옷도 사주고, 갈비도 사주구, 이쁜 집도 사주구 그럴거예요.....(입안의 껌을 빼고 화 면을 향해 맑게 웃으며, 약간 쑥스러운듯) ...기다려 엄마! 내가 가서 엄마 호강 시 켜 줄테니까....5년만 기다려! (손가락 다섯 개 펴 보이며) Just five years!! o.k?!!
이때, 무혁의 얼굴에서 포즈되는 화면.
감독(E) 스으....좋기는 한데....이 친구 컷은 우리 컨셉하군 안 맞지 않나?
편집(E) 좀 그렇죠?...편집 하겠습니다, 감독님.
무혁이 나온 화면들 다시 지워지며 편집이 된다.
카메라 빠지면 드러나는 영화 편집실 모습, 모니터 화면 주위로 등을 보이고 있는 감독과 편집자, 스텝들의 모습 보인다.
진행으로 보이는 스텝, 열린 편집실 문을 닫는다.
편집실 문에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2’ 편집중>이라고 씌여진 A4용지가 붙어 있다.
2. # 시드니 어느 길
풍광이 아름다운 한적한 어떤 길.
승용차 한 대가 달리고 있다. 칠이 벗겨지고 본넷이 심하게 일그러져 덜컹거리기까지하는 거의 폐차 직전인 낡은 차다. 카세트에선 힙합 음악이 흐르고.
<그렇게 5년후> 자막이 뜬다.
3. #무혁 차안
무혁이 운전하고 있다. 5년의 세월동안 더 불량스러워졌다. 선글라스와 두건을 쓰고, 수염도 기르고, 더 터프해지고 거친 사내가 됐다. 껌은 여전히 불량스럽게 씹고 있다.
이때, 길 앞으로 배낭 여행중인 듯 보이는 한 동양인 여대생이 지도를 보며 길 을 찾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다.
선글라스속의 무혁의 눈빛이 번득인다.
4. #거리/무혁 차안
무혁, 여대생 앞으로 끼익 차를 멈춘다.
지도를 보던 여대생,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고.
무혁 (선글라스 머리위로 올리고, 음악 끄고, 여대생 보며, 영어로) 안녕하세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여대생 (얼떨떨한 표정으로 보는)
무혁 (영어) 어느 나라에서 오셨어요?
여대생 ...재팬...
무혁 (차창밖으로 손을 내밀며 몹시 오바해서, 일어) 그래요? 반가워요. 저도 일본 사람인데.
여대생 (환해지며, 반가와서 손을 잡는다, 일어) 그러세요? 반갑습니다.
무혁 (일어로) 타세요...어디까지 가시는 지 태워다 드릴께요.
5. #무혁 차안
무혁의 차, 달리고 있다. 조수석엔 일본인 여대생이 앉아 있다.
여대생, 타국에서 동포를 만났다는 반가움과 무혁의 친절에 안도하며 기분이 몹시 좋아 있다.
무혁에게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연신 고개를 숙여 보인다.
무혁, 씨익 살인 미소 날리며 매너있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일본인 여대생, 일본말로 “전 배낭 여행을 왔는데요, 영어가 서툴러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같은 일본 분을 뵙게 돼 얼마나 기쁜 지 모르겠어요.” 하며 계속 쫑알거린다.
이때, 뒷좌석에서 존(무혁의 같은 패거리 흑인), 벌떡 일어나더니 한 팔로 여대생의 목을 조르듯 감는다.
여대생, 기함을 하며 놀라고.
존 (여대생 얼굴옆으로 자기 얼굴 붙이고, 영어로) 가방만 두고, 조용히 내릴래?
여대생 (바들바들 떨며 믿었던 무혁을 본다...)
무혁 (눈빛하나 변하지 않고, 마치 자기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안 보인다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껌으로 풍선까지 불며 앞만 보며 운전하고 있다.)
6. #다른 거리.
무혁의 차, 달리고 있다. 힙합 음악이 다시 흐른다.
7. #무혁 차안(달리는)
무혁, 껌을 씹으며 운전하고 있고, 조수석의 존, “돈도 별로 없네” 꿍얼거리며 지갑에서 돈을 꺼내 반으로 나눠 무혁에게 준다. (이들의 대화는 영어로 진행된다.)
무혁 (시선은 앞을 보며) 두장 덜 왔어.
존 (흠칫)
무혁 제대로 나눠...손목을 잘라버리기 전에.
존 (무서운 놈이다...자신의 죄를 무마하려 애교스럽게 웃으며 자신의 몫에서 두장의 달러를 무혁 몫에 보태서 준다)
무혁 (돈을 받아서 주머니에 넣는다)
존 이 돈으로 클럽 가서 술이나 마시자.
무혁 (고개 젓는) 쓸 데가 있어.
존 (어디 쓸 건데? 하는 표정으로 보면)
무혁 (피식 웃으며) 지영이 선물....내일이 내 와이프 생일이야. (지영을 떠올리며 환하게 웃는)
8. #승용차안 (서울 한강 고수부지-혹은 공원-에 정차된)
새까맣게 썬팅이 된 차...키스하려는 두 남녀.....민주와 K군(재벌가 2세)이다.
이때, 차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민주와 K군, 흠칫하며 떨어지고, 민주, 갸웃하며 차 창문을 내린다.
차 창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터지는 카메라 후레쉬,
민주와 K군, 놀라서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카메라 내려지면, 은채의 얼굴이 드러난다. (폼을 잡느라 칼라 안경도 썼다)
은채 안녕하세요, 강민주씨! ‘비하인드 코리아’의 송 은자 기잡니다..(목소리에 떨림이 있 다)
민주, 난감한 표정으로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있고, K군, 까만 선글라스 꺼내 쓰며 차를 출발시키려고 시동을 건다.
은채 (차창문을 팔꿈치로 누르고) 두 분, 결혼이 임박하셨다던 소문이 사실이었군요...축하드립니다.
민주 (결심한 듯 뻔뻔하게 은채보며) 고맙습니다. ‘비하인드 코리아’ 정보력이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왕이면 내일 신문 톱기사로 실어주세요.
K군 (어이없다는 듯 민주를 보다가 은채에게 버럭 화를 내며) 결혼은 누가 결혼을 합니까? 당신, 기자면 기자지 이딴 식으로 사생활 침해하면...(하는데)
민주 (천진한 표정으로 K군 보고) 우리, 결혼할 사이 아니었어요?
K군 (당황) 뭐?
민주 결혼 할 사이....아니었어요?
K군 (당황) 야아....결혼은 무슨...
민주 (싸늘해지며) 너....나, 갖구 논 거였니, 그럼?
은채 (마른 침 삼키는 소리가 꼴깍 들린다)
9. #일각 한적한 장소
은채, 도둑질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바들바들 떨고 있다. 한 대 치면 울듯한 표정이다. 손에 든 커피 캔이 떨린다. 민주, 청심환 뚜껑을 따며 그런 은채가 귀여워 죽겠 다는 듯 웃는다.
민주 자! 청심환!
은채 (받아서 꿀꺽꿀꺽 마신다...그래도 가슴이 사정없이 울렁거린다..)
민주 아우, 간신히 떼냈다...고마워, 은채야!
은채 (민주를 원망스럽게 노려 보며) 나...다신 이런 짓 안해.
민주 (씨익 웃으며 고개 끄덕인다)
은채 정말이야....한번만 더 이런 짓 시키면 너랑 절교야.
민주 그래...(은채 손에서 캔 커피 채서 마신다)
은채 너도 그만 정신차려.
민주 (계속 커피 마시는)
은채 한 사람만 사랑하구, 한 사람에게만 사랑 받구....그렇게 살면 좋잖아. 이 바람둥이 똥강아지야.
민주 (빙그레 웃으며 계속 커피 마시는)
은채 (커피 캔 뺏으며) 강 민주!!
민주 (빙긋 웃으며) 사랑이 뭐라구 생각하니, 송 은채?
은채 ......
민주 나한테 사랑은...그냥 게임이야. 스타크레프트 같은 거.
은채 (어이없다는 듯 보는)
이때, 핸드폰 벨이 두 개가 동시에 울린다.
민주, 핸드백을 쏟아보면 핸드폰 세 개 나오고, 그 중 두 개가 울리고 있다.
민주 (그 중 하나를 애교스럽게 받으며) 어, 오빠...잘 지냈어?...어제 봤는데 또 보구 싶어?...나두우.
은채 (기가 막혀 보는데)
민주 알았어...거기서 만나자...오빠, 내가 지금 촬영중이라 나중에 전화하께...(핸드폰 끊고, 다른 핸드폰 받는다) 자기야....아냐, 괜찮아. 안 바뻐.
은채, 더욱 기가 막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보는데, “메세지 왔다” 하는 핸드폰 신호음 들린다.
은채, 메시지 확인해보면, 다음과 같은 문구가 핸드폰 창에 뜬다.
<나 살고 싶지 않다, 은채야...발신자 “우리 스타”>
은채 (무슨 일인가...표정이 금방 불안해진다.)
10. #거리
은채, 택시를 잡고 있다가 어딘가로 시선을 돌린다.
빌딩 사이에 걸린 커다란 광고판이 눈에 뜨인다.
윤과 민주를 모델로 찍은 핸드폰 광고다.
<슈퍼스타 최 윤, 강 민주가 선택한 단 하나의 핸드폰 ***>
11. #윤집 욕실
슈퍼스타의 집답게 욕실조차도 으리으리하다. 호텔 스위트룸의 욕실같다. 럭셔리한 대리석 욕조에 거품 비누풀어 놓고 들어가 앉은 윤, 한손엔 핸드폰 들려 있고,
심난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브라운관을 응시하고 있다.
(욕조 맞은 편에 커다란 벽걸이 TV도 있다)
민주가 주연으로 출연한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다.
민주와 주연 남자 배우가 고수부지를 뛰어다니며 춤도 추고 즐겁게 데이트하는 장면이다.
윤, 곰곰이 생각할수록 환장하겠는지 손으로 얼굴을 거칠게 부빈다.
은채(E) 윤아!! 최 윤!!
윤 (리모콘으로 볼륨 낮추고) 들어와! 욕실에 있어!!
잠시후, 욕실 문이 빼꼼히 열리고 은채, 문틈 사이로 고개만 살짝 디밀다가 윤의 벗은 모습에 흠칫 시선을 내리는데.
윤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은채 (겨우 시선만 들며 주춤거리고 있는데)
윤 들어와! 춰!!
은채 (그제야 할 수 없이 들어서며...긴장했지만 애써 당당하게)...무슨...무슨 일인데?
왜...왜 살구 싶지가 않어?
윤 (TV만 뚫어질 듯 응시하고 있다)
은채 (윤의 시선을 따라 티브이를 응시한다...너도 민주냐?..기가 막힌다.)
윤 (TV에 시선 둔 채) 나...쟤한테 문자 씹혔다?
은채 (어이가 없어) 엉?
윤 두 번이나 보냈는데...(핸드폰 열었다 닫았다 하며) 고장두 안 났는데.
은채 ...(힘이 빠지고 맥이 풀리지만...) ....뭐라구 보냈는데?
윤 너와 함께 할 여행이 기대된다....(눈치 살피며 조심스럽게) 유치하냐?
은채 ......(맥이 풀린다.)
윤 나, 너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유치하지?
은채 (이 일을 어떡하면 좋나?)
윤 (눈치보며) 느끼하지?
은채 (난감한 표정 짓고 있는데)
윤 송 은채!
은채 (어렵게 얘기하는).....민주는...안돼
윤 (표정이 갑자기 싸늘해졌다가) ....왜?
은채 그냥...그냥...너하곤 쫌 안 어울리는 거 같애서.
윤 내가 민주 상대로 모자란다 그거냐?
은채 ...아니이...그게 아니구....
윤 아, 쪽팔려....쪽팔려서 되지겠다, 진짜...
윤, 그대로 욕조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 버린다.
은채, 망연자실해서 보고 있는데.
한참을 지나도 윤이 나오지 않는다.
은채 윤아!...최 윤!!
윤 .......(그대로 욕조속에 들어가 있다)
은채 (당황해서) 윤아....윤아....(하며 몸을 굽혀 욕조속에 팔을 집어넣고 윤을 꺼내려하는데)
윤 (갑자기 장난치며 은채의 팔을 당겨 욕조속으로 은채를 끌어들인다)
은채 어어...(그대로 미끄러지며 빠져 버린다.)
윤 (쑥 물위로 솟아올라 은채의 양 어깨를 두 손으로 꽉 누르며) 너만 믿는다, 송은채.
은채 (물을 먹어 정신을 못 차린다.)
윤 민주....강 민주 하나만 딱! 내 꺼 되게 해 주라. 응? 니가 좀 도와줘, 응? 민준 니 말이라면 꿈뻑 죽잖아, 응?
은채 ....(서글프게 보다가...어쩔 수 없이 고개 끄덕이는) 어....
윤 (그제야 씨익 웃고 벌떡 일어선다)
은채 (엄마야!!하며 두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윤 (어이없다는 듯 웃고) 짜식...넌 내가 남자루 보이냐?....(변기에 가서 뚜껑을 올린다.)
은채 (바들바들 떨며 손바닥으로 두 눈을 꾹 누르고 있다...윤의 쉬 소리 명료하게 들려오고...잠시후 물 내리는 소리도 들려온다.)
윤 (타올을 몸에 두르며) 들어간 김에 씻구 나와, 너두...(밖으로 나간다)
은채 (윤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천천히 손바닥을 뗀다. 두 눈 가득 눈물이 고였다...
슬프고, 참담하고, 죽고 싶다.)
시간경과.
은채, 그대로 욕조에 몸을 담근 채 앉아 있다.
밖에서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부르는 윤의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짝사랑하는 사람의 애절함을 담은 노래)
12. #윤 거실
윤과 오들희가 함께 찍은 대형 사진(드레스와 턱시도 차림), 윤의 브로마이드
(열창 하는 무대에서 찍은) 가 한쪽 벽면을 거의 장식하고 있다. 장식장엔 윤이 각종 시상식에서 받은 트로피들이 진열되어 있다.
역시 호텔 스위트룸같은 럭셔리한 거실이다.
한쪽에 놓인 하얀색 그랜드 피아노 앞에서 윤이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욕실에서 나온 그대로 아랫도리에 수건만 감았다.
13. #윤집 욕실
윤의 노랫소리 계속 들려오고.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던 은채, 그대로 욕조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 버린다.
거품만 가득 떠 있는 욕조....은채, 그대로 욕조속에 있다. 암전. F.O.
14. # 패스트푸드 가게 안 (호주)
무혁, 불량스러운 폼으로 서성거리며 백인 여자 둘이 햄버그와 감자 스틱, 콜라등을 쌓아놓고 먹는 것을 뚫어질 듯(먹는 사람이 무안하게) 보고 있다.
백인여자들, 무혁의 눈길이 부담스러워 햄버그를 반쯤 남기고 버리려고 하는데, 무혁, 잽싸게 다가간다.
무혁 (씨익 웃으며, 영어로) 내가 버려줄께.
15. #명품 옷 가게(영어로 대사하는)
무혁, 백인 여자가 먹던 햄버그(이빨 자국과 립스틱 자국이 그대로 남은)를 맛나게 먹으며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콜라도 쪽쪽 맛있게 빨아먹고.
이때, 무혁의 눈에 꽤 럭셔리해 보이는 여성용 원피스가 눈에 띈다. 마음에 든다. 흡족한 표정.
무혁 (손가락으로 원피스 가리키며 매장 여직원에게) 저 옷, 이쁘게 포장해 주세요.
여직원 (초라한 무혁이 아까부터 못마땅했다.) 저 옷은 꽤 비싼데요.
무혁 (밝았던 표정이 금새 싸늘하게 바뀌며 여직원앞으로 걸어가더니 여직원의 손을 덥석 잡아 손바닥이 보이게 한다.)
여직원 (당황하는데)
무혁 (호주머니에서 꼬질꼬질한 달러를 꺼내더니 여직원의 손바닥에 수북히 올려놓는다.) 이거면 충분하지? (하는데)
제이슨(E) 저 원피스 좀 보여줘요.
무혁, 문득 돌아서는데, 무혁의 바로 앞으로 지영과 제이슨이 서 있다.
두 사람,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다. (지영, 5년전과는 판이하게 차림새가 세련됐고, 고급스러워졌다.)
무혁, 안색이 창백해지며 당황하는데.
지영, 역시 당황하다가...이내 담담해지며 제이슨의 팔짱을 더 꽉 끼며 미소까지 짓는다.
16. # 일각 가게 근처
무혁,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마냥 멍하게 지영을 보고 있다. 시선에 촛점을 잃었다.
저 앞으로 제이슨의 세단이 서 있다.
지영 미안해.
무혁 (멍한)
지영 이해....해줘.
무혁 (멍한)
지영 제이슨을 너무 많이 기다리게 했다 ...가보께.(돌아서 가는데)
무혁 (지영의 팔목을 탁 잡는다)
지영 (보는)
무혁 알럽 유.
지영 (웃는)
무혁 사랑해, 지영아.
지영 나두....나두 너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차 무혁.
무혁 (그런데?....야속해서 보는)
지영 너보단....근데...제이슨의 돈이 더 좋다, 나...
무혁 (허탈해진다....)
지영 (담담한 표정으로 무혁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춘다) 내 결혼식에 꼭 와줘. (돌아서서 간다)
무혁 (다시 멍해진다)
제이슨, 내려서 지영이 탈 수 있게 조수석 문을 열어준다.
지영이 탄 제이슨의 차, 출발해가고.
무혁,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절망감과 허탈감에...한동안 그대로 서 있다.
17. # 시드니 외곽 도로
윤과 은채가 탄 오픈 카, 달리고 있다.
매니저가 운전을 하고, 윤이 조수석에 타고, 은채가 뒷자리에 탔다.
매니저 “오늘 씨에프 찍고 나면 저녁에 한인회 주최 만찬이 있구, 티브이 인텨뷰는 컨디션 봐가며 결정하기도 했어.” 하며 스케줄 설명한다.
윤, 고개 끄덕이며 수려하게 펼쳐진 경치에 감탄을 내지르고, 은채도 좋아하는 윤을 보며 기분이 좋아 환하게 웃는다.
제이슨과 지영이 탄 세단, 은채와 윤의 오픈 카를 스쳐간다.
18. #CF촬영장/윤의 차 안
윤의 차, 촬영장 안으로 들어선다.
촬영장 세팅되고 있고, 스텝들, 분주하다.
윤의 표정이 한껏 상기된다.
은채, 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본다.
저 앞으로 그리스 여신같은 차림을 한 민주가 분장을 받고 있다.
19. #촬영장
분장을 받던 민주, 문득 고개 돌리다 도착한 윤의 차를 본다.
은채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은채야!!” 부르고.
윤에게는 눈인사만 한다.
은채, 민주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이고.
윤, 뚫어질 듯 민주를 보다가...다가온 감독과 스텝들에게 인사를 한다.
20. #촬영장
윤의 옷을 든 은채, 쓸쓸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윤과 민주가 다정한 모습으로 CF를 찍고 있다. 물장난도 하고, 술래잡기 게임도 하고, 포옹도 하고, 윤이 민주를 업어주기도 한다.
그런 모습들을 애써 담담하게...씩씩하게 지켜보는 은채.
21. #촬영장 일각(밴 안-혹은 간이 천막)
촬영 마치고 수고하셨다고 외치는 스텝들의 소리 들린다.
은채, 윤이 옷 갈아 입는 것을 도와 주고 있다.
이때, 차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은채, “잠깐만요!” 하다가 윤이 대충 옷을 다 입고 눈짓을 주자 문을 열어준다. 민주가 서 있다.
은채 민주야. (차에서 내려온다)
윤 (돌아서서 셔츠 단추 잠그다가 표정이 상기된다)
민주 (와인 두 병을 들어보인다) 짠!!
은채 뭐야, 이게?
민주 와인....나폴레옹이 즐겨 먹었다던 그 전설의 와인....팬 한테 선물 받았어.
은채 우와아.
민주 저녁에 우리 호텔루 올래? 같이 먹자.
은채 그래. 좋지.
윤 (O.L.) 나는 껴주면 안돼?
은채, 돌아보면, 윤이 차에서 내려온다.
윤 (민주를 빨아들일듯한 시선으로 보며) 나두...껴주면 안되나?
은채 (좀 당혹스럽고)
민주 (고혹적 미소를 흘리며) 최 윤씨가 껴주시면 가문의 영광이죠....은채야! 윤이랑 같이 와.
은채 (어쩔수 없이)...응
윤 (환하게 민주를 향해 웃고)
민주 (윤을 향해 윙크를 귀엽게 한다)
은채 (두 사람을 불안하게 보는)
22. #일각 거리
윤, 휘파람을 불며 가고 있다. 입가에 미소가 가실 줄 모른다.(차도로 걷고 있고)
은채, 표정이 약간 불안하다. 민주가 또 윤에게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길 가장자리로 걷고 있다)
은채 ....(망설이다..어렵게) 너두...사랑이 스타크레프트니?
윤 엉?
은채 사랑이 게임이야, 너두?
윤 (픽 웃고) 누가 사랑이 스타크레프트래? 민주가 그래?
은채 아니이...내가 쫌 아는 사람이.
윤 (피식) 너 그 사람이랑 놀지 마...우리 순진한 은채, 경끼 안 했냐?
은채 ...너두 사랑을 그냥...게임으로 생각하면 안되나?
윤 (보는)
은채 나중에 니가 사랑하는 사람이 널 배신하거나, 아프게 해두...똥 밟았다 치구, 마음 크게 먹구, 상처 받지 말구, 원망하지두 말고, 가볍게, 게임처럼...스타 크레프트처럼 (하는데)
윤 (O.L.) 넌 그게 되냐?
은채 엉?
윤 사랑을 게임처럼?...그게 돼?
은채 ....(대답 못하다가...애써 단호하게) 돼!!
이때, 빠앙하고 크락션 소리 들린다.
은채, 뒤를 돌아보면, 무혁의 낡은 차, 속력을 높여 달려오고 있다.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듯 난폭하게 달려온다.
이대로 오다간 윤이 차에 반드시 받칠 것만 같다.
은채, 재빨리 윤을 밀어내며 같이 윤을 안고 도로 반대편으로 뒹군다.
동시에 간발의 차로 아슬아슬하게 두 사람을 스쳐가는 무혁의 차.
은채, 고통스럽게 얼굴을 찡그리고 신음소리를 낸다. 긁히고 찢어진 뺨에서, 팔뚝에서 피가 흐른다.
윤, 놀라서 은채를 본다.
윤 은채야....
은채 (그 와중에서도 윤이 염려되어 힘겹게 눈을 뜨고) 괜찮어? 안 다쳤어, 윤아?
23. #무혁 차안/도로
무혁, 정신 나간 사람처럼 거칠게 차를 몰고 가다가....끼익 급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멈춘다.
핸들에 한동안 머리를 박고 있던 무혁, 벌떡 일어서 차 문 열고 밖으로 나간다.
24. #도로(바닷가 일각)
무혁, 바닷가 앞에 식식거리며 서 있다가...호주머니에 든 달러들을 한웅큼 집어 꺼내더니 내던지듯 하늘과 바다를 향해 뿌려버린다.
25. #바닷가
무혁, 모래 사장에 주저앉아 보드카를 병째 들어 마시고 있다.
노을이 내리고 있다.
다 마신 보드카병 한 병이 모래 사장에 뒹굴고 있다. 무혁, 새로운 보드카를 병째 마시다가...결국 털석 모래 사장에 드러눕는다.
허탈하고 멍한 동공.
26. #호텔 외경(밤, 시드니)
27. #호텔 은채방
윤, 은채 팔뚝에 피나고 긁힌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있다.
얼굴도 핏물이 고이고 생채기가 나고 엉망이다.
윤 많이 아프지?...되게 따갑지?...운전을 어떻게 그 따위로 하냐!! 내 손에 잡히기만 해 봐, 그 새끼.
은채 (자신의 상처에 마음 아파하는 윤 때문에 마음이 시리다)...괜찮어.
윤 괜찮기는?...병원에 가봐야 되는 거 아닌가?
은채 괜찮다니까, 진짜.
윤 (버럭) 괜찮기는 자꾸 뭐가 괜찮아!! 시집도 안 간 처녀 얼굴이 이 모양이 됐는데, 괜찮은 거냐, 이게?!!
은채 .....(머쓱한....)
윤 얼굴 대봐, 일루!!
은채 (윤 앞으로 얼굴을 대 준다)
윤 (은채 얼굴 가까이에 입술을 대고 상처를 후후 불며 약을 바른다) 여긴 흉질 거 같다...아우, 이 예쁜 얼굴, 흉지면 어떡하냐?
은채 (한마디 한마디가 짜릿짜릿하다)
윤 아우, 속상해...속상해 되지겠네, 진짜....
은채 (윤의 입김이 와 닿을때마다 온 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다....감정 조절이 안된다...이래선 안되지...얼른 윤에게서 떨어지며) 저기..윤아.
윤 왜?...화장실 갈래? 델다 주까?
은채 아니이....민주 기다리겠다.
윤 (사실은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
은채 난 이래갖구 못 갈 거 같은데...너 혼자라두 갈래?
윤 ...니가 이러구 있는 데 어떻게 나 혼자 가?
은채 가! 가고 싶잖아!!
윤 널 두고 어딜 가, 임마?!! (고개 젓고) 옷 벗어봐...등에도 피멍이 등 거 같은데, 찜질해주께.
은채 (도저히 심장이 요동쳐서 안되겠다.) 그만 나가봐...사람들이 의심해.
윤 의심 하라 그래! 스캔들 나면 결혼하면 되지...까짓 거.
은채 (숨이 잠깐 턱 막힌다)....나 졸려...잘래.
윤 자장가 불러주까?
은채 (난처한 표정으로 보다가 절룩이며 침대쪽으로 걸어간다)
윤, 얼른 잽싸게 은채를 부축해 침대에 눕혀주고, 베개도 정리해 주고, 이불도 덮어준다.
은채, 윤의 친절들이 불편하고 힘이 든다.
윤 (아이를 다독이듯 은채 다독여주며 자장가를 부른다.)
은채 (난처해서 어쩔 줄 몰라하며) 야아...하지 마.
윤 그냥 들어. 대한 민국 최고 가수가 자장가 불러주는데...(계속 태연하게 자장가를 부른다)
은채 (이불을 뒤집어 쓴다)
시간경과.
은채, 여전히 이불 뒤집어 쓰고, 이불 안에서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다. 윤의 자장가 소리가 아직도 들린다.
은채, 입가에 절로 미소가 흐른다.
윤, 시계를 보며 다른 자장가를 부르고 있다.
윤 (잠깐 자장가 그치고, 나즈막히) 자냐?
은채 .....
윤 자? 송 은채?
은채 ......
윤 (됐다 싶어 조명등만 켜놓고 살금살금 발소리 죽여 나간다)
윤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은채, 이불을 끌어 내린다. 표정이 쓸쓸하다.
28. #호텔 로비
윤, 자신의 객실 문 앞에 서서 핸드폰하고 있다.
윤 민주야...나 윤인데...지금 가께...늦은 거 아니지?.....그리구, 너, 내일 좀 남아라. (걸어간다) 남어, 암튼! 코디랑 매니저랑 적당한 핑계대구 먼저 올려보내구, 넌 남어!
윤의 모습이 사라지고,
카메라, 은채의 객실 앞을 비추면, 은채, 문을 열고 몸을 숨긴 채 윤의 얘기를 다 듣고 있다....표정이 참 쓸쓸하고 슬프다.
29. #호텔 외경(새벽)
푸르스름한 여명의 새벽.
은채, 가방을 들고 트렁크 끌고 걸어나오고 있다. 어제 다친 거 때문에 다리를 약간 절룩인다.
30. #일각 길(완연한 아침)
은채, 막막한 표정으로 걷고 있다.
마침 택시 한 대가 은채 앞을 지나고, 은채, 손을 들어보이지만, 그대로 지나가 버린다.
시간경과.
은채, 힘겹게 걷고 있다.
이때, 크락션 소리, 빠앙 울린다.
은채, 돌아보면, 무혁의 차가 서 있다.
무혁의 차, 창문이 열리면 존이 은채를 본다.
존 (영어로) 안녕하세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은채 (고개 끄덕이며, 존 쪽으로 간다, 상당히 어설픈 영어) 에어포트...그러니까...아임 고 투 에어포트!
존 Airport?....(고개 끄덕이며, 타라고 손짓하며)
은채 고맙습니다. 땡큐 베리 마치...
은채,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사람 마냥 기뻐하며 존의 차에 오른다.
31. #은채방
노크소리 들린다. “은채야!” 부르는 윤의 목소리도 들린다.
잠시후, 윤, 벨보이에게 부탁해서 문을 열고 들어온다.
깨끗이 정리되어 비어 있는 은채방.
윤, 어리둥절한 표정 짓다가 침대 위에 쪽지가 하나 올려져 있는 것을 본다.
쪽지를 펼쳐서 보는 윤...은채가 쓰고 간 쪽지다.
은채(E) 급한 일이 있어 나 먼저 서울로 간다. 서울에서 보자.
윤 (어이없는)....말두 안하구 가냐?
32. #길
은채, 기가 막히고 분통이 터져 어쩔 줄 몰라하며 떠나고 있는 존(무혁)의 차, 뒷 꽁무니를 보고 있다.
은채 도둑이야! 강도야!!......야, 이 나쁜 놈들아!!
발을 동동 굴러보지만, 이미 떠난 차고, 뺏긴 가방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막막한 표정.
33. #다른 길
은채, 몹시 힘겹고 지친 표정으로 털레털레 걸어가고 있다.
34. #공중전화
은채, 공중전화앞으로 와 서지만, 막상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수화기 들고 있다가...버튼 한 번 누르지 못하고, 그대로 수화기를 내린다.
35. #호텔로비
선글라스를 쓴 윤, 난감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데, 민주, 팀들과 함께 온다.
민주 은채, 아침에 떠났다며?
윤 (고개 끄덕이는)
민주 무슨 급한 일인데, 갑자기?
윤 (고개 젓는)
민주 기집애...같이 놀다 가기루 해놓구...나두 올라가야 겠다, 그럼. (저 앞에 서 있는 매니저 보며) 매니저 오빠, 내 비행기 티켓 오늘 꺼루 바꿔...(하며 가려는데)
윤 (누가 들을까 낮지만, 강하게) 남으라 그랬잖아!
민주 (멈춰서는)
윤 (민주의 등뒤에 얼굴이 있는 자세다) 니 눈에 난 안 보이니?
민주 (피식 웃는)
윤 (민주를 보며) 난 안 보여?
민주 ....(돌아서 윤을 본다)
윤 (원망스럽게 본다)
민주 (고혹적으로 웃어 보인다) ...보여.
윤 (선글라스 속에 흔들리는 눈빛이 보인다.)
36. #사창가 뒷골목(늦은 오후)
무혁,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고 털레털레 걸어온다.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은 듯 탈 진한 표정이다.
무혁, 문득 호주머니 속에서 손을 빼는데...50센트짜리 동전이 하나 잡혀 나온다.걸음을 멈추고, 뚫어지게 동전을 본다.
지영이 가슴에 박고 간 말이 생각난다.
지영(E) 너보단....근데...제이슨의 돈이 더 좋다, 나...
무혁, 50센트를 부서질 것처럼 주먹으로 꾹 쥔다. 맥이 풀려 있던 눈빛에 갑자기 힘이 불끈 주어진다.
무혁, 시선을 돌리는데, 저 앞으로 쪼그리고 앉은 은채의 모습이 보인다.
은채, 배가 고픈지 바로 앞에서 와플을 먹는 아이들을 처연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간간히 군침도 삼킨다.
무혁, 은채쪽으로 천천히 다가간다.
무혁 쓰미마?.
은채 (무혁을 본다. 표정에 힘이라곤 없다)
무혁 (일어) 혹시 일본인이신가요? 저도 일본인 인데..(하다가 표정을 보니 아닌 것 같다)
은채 (얼떨떨하게 보고 있다)
무혁 (중국어로) 중국 분이시죠?...저도 차이나 타운에 사는..(하다가 표정을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은채 (맹하게 보고 있다)
무혁 (잠깐 생각하다가 혹시...) 혹시 한국 분이신가요?
은채 (그 말에 갑자기 표정이 환해진다) 한국 사람이세요?
무혁 (씨익 웃으며 고개 끄덕인다)
은채 아, 살았다....살았다. (하는데 금새 눈물이 그렁해지더니 입술을 비죽이더니 우왕 울음을 터뜨린다)
무혁 (어리둥절해지고)
은채 죄송합니다...영어도 못하구, 아는 사람두 없구...너무너무 막막했는데, 갑자기 한국말 하는 사람을 만나니까 너무너무 반갑구...너무너무 기쁘구...(연신 손등으론 눈물을 닦으며 무혁을 향해 웃는다) 죄송합니다.
무혁 ......(참 정신이 없는 애구나...떨떠름하게 보는)
37. #카페 (지하에 있는)
느릿한 재즈음악이 흐르는 퀘퀘하고 음침한 분위기의 카페. 작은 무대도 하나 있다.
포카를 치는 사람들, 잡담을 나누는 사람들, 술을 마시는 사람들...북적대고 있다.
손님들이 대체로 불량스럽다.
은채, 몹시 배가 고팠는지 샌드위치와 소시지를 우걱우걱 참 맛나게 먹는다. 손가락 도 쪽쪽 빨면서.
무혁, 병 맥주 두 개를 들고 와 하나는 은채를 준다.
은채, 고맙다고 고개 숙이고, 맥주를 원샷으로 그대로 꿀꺽 꿀꺽 마신다.
무혁, 어이없다는 듯 보고.
은채, 쭉 다 마시고 빈 병을 탁 놓는다.
시간경과.
테이블에 빈 맥주병 6병 정도 놓여 있고, 은채, 취기가 오르는 듯 엎드려 있다.
윤의 생각으로 눈자위가 촉촉하게 젖어 있다.
은채 (중얼거리는) 괜찮다...괜찮다...괜찮다...
무혁 (맞은 편에 앉아 그런 은채를 멀건히 보고 있다)
은채 나한테 사랑은....그냥...게임이야...스타 크레프트 같은 거. 스타 크레프트 같은 거.
무혁 (병 맥주 하나 들고 일어난다) 잠깐만 있어요. 금방 갔다 올게.
은채 (일어나 앉으며 맑은 표정으로 고개 끄덕이며) 네! 다녀오세요!
38. #카페 입구
무혁,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앞치마한 뚱뚱한 백인)에게 한 웅큼의 달러를 받고 있다. “10달러만 더 쓰지.” 무혁이 말하면, 주인남, 못마땅한 표정으로 하는 수 없이 10달러를 더 보태서 준다.
무혁, 호주머니에 달러를 쑤셔 넣고는 문득 은채쪽으로 고개 돌려본다. (주인남, 무혁에게 돈을 건네며 은채를 음흉한 눈길로 바라본다)
은채, 테이블에 엎드려 여전히 혼자서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다.
39. #카페 밖(사창가에 있는)
무혁, 나와서 병맥주를 마시며 걸어가다가....걸음 멈추고 뒤를 다시 돌아본다...웬지 찜찜하지만...어쩔 수 없다...다시 걸어가는.
40. # 일각 골목(야외 카페나 계단)
무혁, 털레털레 걸어가는데, 존과 빌(또 다른 패거리, 백인)이 캔맥주 마시며 은채의 가방을 뒤집어 놓고 헤집어 보고 있다.. 갖가지 옷가지와 속옷, 화장품, 드라이기등 이 보인다. 지갑과 일기장등을 꺼내서 보고, 붉은 악마 티셔츠도 꺼내서 입어보고 있다.
무혁, 무표정하게 그들을 본다.
41. #카페
은채, 엎드려서 “게임이다...스타 크레프트다...”하며 중얼거리고 있는데, 누군가 테이블을 툭툭 두드린다.
은채, 고개 들어서 보면, 카페 주인 남자, 느끼한 미소를 흘린다.
은채, 천진스런 눈을 꿈벅거리며 맑게 보는.
42. #바닷가( 혹은 경치 좋은곳) 몽타쥬.
윤과 민주,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씨 워킹이나 보트 놀이등)
윤, 민주를 보는 눈빛이 점점 깊어지고, 민주도 윤의 눈빛을 거부하지 않고 받는다.
43. #카페 일각 골목
무혁, 존과 빌 옆에 앉아 그들이 먹다만 캔 맥주를 마신다. 그들이 뒤지는 가방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무혁, 문득 시선을 떨구는데, 발 아래로 뭔가 보인다.
들어서보면 은채의 여권이다. 펼쳐서 보면 ‘대한 민국’ 직인이 선명하게 찍혔고,
환하게 웃고 있는 은채의 여권사진이 보인다.
무혁의 표정이 굳어진다. 아이처럼 순진하게 환하게 웃는 여자아이....대.한.민.국....송은채.
44. #카페
카페 주인, 은채를 번쩍 들어 무대에 올려 놓는다.
영문도 모르고 새파랗게 질려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은채.
손님들, 환호하고 박수 치고 난리가 아니다.
카페 주인, 무대로 올라 은채를 꽉 잡은 채 사람들에게 외친다.
주인남 이 예쁘고 귀여운 동양 아가씨가 멋지고 돈 많은 신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손님들, 손을 들며 마치 경매하듯 “80달러!”100달러“”150달러!“ 돈을 불러댄다.
주인남 150달러까지 나왔습니다...더 멋지고 잘 생기고 돈 많은 신사 분 안 계십니까?
남자 손님 하나, 200달러를 부른다.
은채, 도망가려고 몸부림치지만, 우락 부락한 카페 주인에게 잡혀 꿈쩍도 할 수가 없다.
주인남 200달러 나왔습니다...더 쓰실 근사한 남자 분 안 계십니까? (하는데)
무혁(E) 300달러!!
은채와 주인남, 소리 나는 곳을 보면, 어느새 무혁이 들어서서 손을 번쩍 들고 있다.
무혁을 발견한 은채, 반가움에 어쩔 줄 모르고, 주인남, 표정이 굳어진다. 저 자식이...
무혁, 풀석 무대로 뛰어오르더니 50센트 동전을 주인남의 앞치마 호주머니에 퐁당 넣어주고, 은채를 잡은 주인 남의 손을 정중하게 떼내고 은채의 손목을 자기가 잡고 무대를 내려 온다.
주인남, 무혁의 뒷통수에 소리 지르며 욕을 하고, 무혁, 은채의 손을 잡고 입구쪽으로 걸어간다.
주인 남, 기도로 보이는 남자들에게 “어서 잡아!!” 소리치고.
그 소리에 동시에 걸어가던 무혁, 은채의 손을 잡고 뛰기 시작한다.
45. #카페밖(노을녘)
무혁, 은채의 손을 잡고 도망가기 시작한다.
뒤이어 카페에서 기도로 보이는 남자 둘, 쫓아 나온다.
46. #거리
무혁, 은채와 함께 달린다. 은채, 무혁을 본다...반갑고 고맙고, 감동적이다.
저 멀리서 기도들 쫓아오고 있다.
47. #골목 어귀
더 이상 따라오는 사람이 없는 것 같자, 무혁과 은채, 가픈 숨을 고르며 멈춰선다.
무혁, 꼭 잡은 은채 손을 놓지 않고 있다.
은채 어디 갔었어요? 난 나 버리고 도망 간 줄 알구, 무서워서...(하는데)
무혁 (은채의 손을 잡았던 손을 놓는다)
은채 (보는)
무혁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대로 휭 돌아서 걸어간다)
은채 (어이없다) 이봐요...
무혁 (걸어가 버리는)
은채 (뒤따라 오는) 아저씨...
무혁 .....
은채 ....오빠.
무혁 (성큼 성큼 걸어가는데)
은채 (걸음을 빨리 해 부지런히 뒤쫓아 간다) 이봐요오...
48. #바닷가(노을녘)
윤과 민주, 나란히 앉아 노을이 장관을 이룬 바다를 보고 있다.
민주 아...아름답다...그림 같다, 증말.
윤 (어렵게 얘기하는) ...우리...사귀자.
민주 (바다를 보며, 윤의 말 무시하고) 다 때려치구 여기 와서 살까?
윤 (민주를 보며) 지난 3년 동안 너만 보구 살았어...널...좋아해.
민주 (바다를 보며, 여전히 무시하고) 나중에...죽을 때....여기 와서 죽어야지.
윤 (갑자기 민주에게 달려들어 입 맞추려 하는데)
민주 (윤을 막는다)
윤 (당황하는)
민주 넌 안돼.
윤 뭐?
민주 넌 내 친구 은채가 제일 아끼는 사람이니까...넌 안돼.
윤 (기분 나쁜) 무슨...뜻이야?
민주 더 오면 니가 다쳐...너한텐...너한테만은 상처 주구 싶지가 않다....넌 내 친구 은채가 지 분신처럼 여기는 사람이니까.
윤 (어이없다는 듯 보는데)
민주 (벌떡 일어선다) 나 같은 날라리 말구, 정말 좋은 여자 만나. (돌아서 숙소쪽으로 가는데)
윤(E) 확 죽어버린다!!
민주 (잠깐 걸음 멈추다가...피식 웃고 그대로 가는)
윤 (협박하듯 떼쓰는) 여기서 그냥 확 죽어버린다!! (모멸감으로 이를 앙무는데)
민주 (그대로 걸어가고 있다.)
민주, 얼마 동안을 걷다가 윤의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자,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다.
윤, 바다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다.
민주, 어이없는 듯 피식 웃는다...설마 죽을 거라고는 생각 못한다.
윤, 바닷물로 점점 더 성큼성큼 걸어간다. 거의 허리만큼 들어갔다.
귀엽다는 듯 웃고 있던 민주의 표정이 점점 굳어진다.
윤, 점점 바다를 향해 멈추지 않고 걸어간다.
민주, 윤이 있는 쪽을 향해 뛰어간다.
민주 야! 최윤!! 최 윤!!!
윤 (그대로 바다로 걸어간다)
민주 .....잠깐만....잠깐만 거기 서! 거기 서!!
윤의 모습, 이미 바다속으로 사라졌다.
민주 (절규하는) 최 윤!!
49. # 뒷골목(밤)
지저분하고 음침한 뉴욕 할렘가같은 뒷골목.
은채, 약간 겁먹은 표정으로 무혁의 뒤를 졸졸 따라가고 있다.
양주를 병째 마시며 가던 무혁, 은채가 따라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적당한 곳을 물색하더니 대충 쓰레기들을 치워내고, 널려있는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덜렁 드러 눕는다.
은채, 설마 여기서 잘려고?.....의심하는데, 무혁, 잘 모양으로 몸을 웅크리고 눈을 감는다.
은채, 기함을 한다.
무혁 주변으로 열명 남짓한 부랑아들이 술도 마시고, 장난도 치고, 드러눕기도 하고...가관이 아니다.
은채, 무혁의 옆으로 다가온다.
은채 .....여기서 잘거예요?
무혁 (눈을 뜨고 은채를 약간 귀찮은 표정으로 본다.)
은채 집...없어요?
무혁 ......(무시하고...눈을 감더니 돌아 눕는다)
은채 (허어 참...어처구니가 없어 할 말을 잃는다)
무혁 .....(이내 코를 곤다)
은채 ....(어이없음에 한동안을 그렇게 보다가...그래도 여기서 잘 순 없지...돌아서 걸어가는데)
이때, 저편에서 험상궂게 생긴 부랑아 서너명이 주머니 칼을 돌리며 위스키를 나눠 마시며 오고 있다.
은채를 발견하고는 재밌다는 듯 눈길 주고 받으며 히히닥거리며 “Hey! baby! Come on!!" 깐죽거리며 마치 먹이를 발견한 맹수들처럼 다가온다.
은채, 당황해서 뒷걸음질쳐 오다가 그만 무혁을 밟으며 엉덩방아 찧으며 뒤로 벌렁 넘어져 버린다.
무혁, 아파서 비명 지르며 일어나 앉으며 은채를 째려본다.(한쪽 눈만 뜬 채).
갱들, 은채의 모습에 웃음 터뜨리다가 무혁을 아는 듯 “대니!” 반갑게 부르고.
무혁, 그대로 한쪽 눈만 뜬 채 갱들에게 쉬! 조용히 하고 빨리 지나가라고 손짓하고는 다시 몸을 오므리고 눕더니 눈을 감고 잔다.
은채, 겁에 잔뜩 질려서 몸을 낮춰 드러누운 엉거주춤한 자세로 갱들이 혹시 해꼬지나 할까 무혁의 곁으로 바짝 다가간다. 무혁의 몸으로 자신을 가리려 하는.
시간이 갈수록 부랑아로 보이는 사람들, 여기저기 몰려든다.
드러누운 은채, 꼼짝도 못하고 추워서 이빨도 딱딱 부딪히며 덜덜덜 떠는데...그 떨림이 무혁에게도 전해진다.
무혁, 다시 한쪽 눈만 뜨고 은채를 본다.
은채, 그런 무혁의 시선을 잔뜩 불쌍한 눈길로 받는다.
무혁, 갑자기 은채를 품안에 꽉 끌어안는다.
은채, 놀라서 헉! 자기도 모르게 소리 내고.
은채 저...저기요...나 남편 있어요. 유부녀예요...(벗어나려 하며) 애두 있어...(하는데)
무혁 (눈감으며 O.L.) 그냥 자....얼어죽고 싶지 않으면.....
은채 (끽 소리도 못하겠다)
이내 무혁의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어떠한 저항도 못하고 멍하니 떨고 있던 은채....한동안 그렇게 꼼짝 않고 있다가...호주머니를 더듬어 핸드폰을 꺼내 펼쳐본다.
은채와 윤이 함께 찍은 사진(동영상 화면)이 바탕 화면으로 저장되어 있다. 바탕 화면을 들여다 보던 은채, 서러움에 눈물이 핑 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 릴 듯 울먹거리는.
은채 (흐느끼며 우는) 윤아...윤아아....
50. # 바닷가(밤)
윤, 가픈 숨을 헐떡이며 눈 감고 모래사장에 누워 있다.
민주, 온 몸이 물에 젖은 채 윤을 보고 있다.
잠시후, 윤, 천천히 눈을 뜬다.
민주 (어이가 없다는 듯 본다)...정신이 들어?
윤 (차츰 정신이 들자...비장한 표정 짓다가....휙 돌아눕는다) 아, 쪽팔려...
민주 (자꾸만 윤이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윤 (다시 앞으로 눕더니..다시 가오 세우고) 좀 있다가 다시 죽어버려야지.
민주 (물끄러미 보는)
윤 (자기 딴엔 몹시 진지하다) 모래 사장에 혀 박고 죽어버려야지.
민주 (픽 웃음이 나오는 입을 막는다.)
윤 이 바닷물 다 마시고 배 터져서 죽어 버려야지.
민주 (허..하더니 갤갤 웃기 시작한다.)
윤 (웃어어?....기분 나쁘게 흘겨보는)
민주 (배를 잡고 웃는다)
윤 (기분 나쁘게 보는데)
민주 (윤에게 기습 입맞춤을 한다.)
윤 (놀라고 당황하는데)
민주 (잠시후 떨어지며) 난 분명히 경고했다?....분명히 경고했어, 난!!
윤 (민주를 끌어 당겨 뜨거운 키스를 한다)
은채의 흐느끼는 울음 소리 O.L.으로 들린다.
51. # 뒷골목
얼떨결에 무혁의 품에 안겨 누운 은채, 쏟아져 나오는 서러움과 오열을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고 간신히 참고 있다.
무혁, 은채의 흐느낌에 잠깐 눈을 떴다가...다시 눈을 감는다.
시간경과.
은채, 꺽꺽거리며 까만 하늘을 올려다 본다.
은채, 꿈벅꿈벅 눈을 감았다 떴다 하다가 스르르 잠이 든다.
52. # 뒷골목(새벽)
여명의 새벽.
은채, 새우처럼 오므린 채 잠들어 있고, 무혁, 일어나 앉아 멍하니 쓸쓸하게 생각에 잠겨 있다....
53. # 뒷골목(아침)
은채, 감았던 눈을 뜬다...찬란한 아침 햇살이 눈을 찌르며 들어온다.
은채, 인상을 찌푸리다가 벌떡 일어난다. 얼굴에 검정도 묻고 하루 밤새 꼴이 아주 엉망이 됐다.
어제 저녁의 그 살벌하고 흉악했던 부랑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문득 무혁이 누웠던 자리를 본다....무혁은 없고, 은채가 뺏겼던 트렁크와 가방이 놓여 있다.
은채 어, 내 가방이네...
그때, 은채의 눈에 가방위에 놓인 종이(노트를 아무렇게나 북 찢은)가 들어온다.
은채, 종이를 들어서 본다. 한글로 삐뚤빼뚤 철자법도 틀린 채 쓰여진 글귀.
<정씬 독빠루 채리고 다녀라. 기집에야.>
은채, 벌떡 일어서 혹시 무혁이 주변에 있나 두리번거린다...무혁은 없다.
54. #무혁집앞(뒷골목)
하층민들이 몰려 사는 오래되고 낡고 지저분한 주택가.
무표정한 무혁, 툭툭 걸어 집 앞으로 와 서면 문 앞에 커다랗고 고급스런 상자가 놓여있다.
선물 상자 열어보면 럭셔리한 양복과 와이셔츠, 넥타이, 구두가 풀세트로 들어있다. 무혁, 선물 상자옆에 놓인 카드를 집어서 읽는다.
지영의 결혼식 초대장이다. (지영과 제이슨의 사진이 있는>
무혁, 표정없이 다시 양복을 들어서 본다.
무혁 (무표정하게 중얼거리는) 색깔...후지다.
55. #무혁 거실
거실과 베란다의 구별도 없는 좁고 지저분한 원룸 아파트.
낡은 침대에 베개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고, 벽걸이엔 여자 잠옷도 걸려 있고, 지영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동거의 흔적이 여실히 느껴지는.
베란다 빨래줄엔 무혁의 옷들과 함께 지영의 속옷과 원피스가 문틈 사이로 들어온 바람에 펄럭인다.
무혁, 여전히 표정없이 본다.
56. #무혁 화장실안
물 때가 덕지덕지 끼어 있고 약간 금도 가고 한쪽 모퉁이도 떨어져 나간 화장실 거울앞. 런닝 차림의 무혁, 면도를 하고 있다.
면도가 익숙치가 않은 듯 면도기를 잡은 손길이 무척 서툴다.
지영(E) 인줘 봐! 면도도 못하냐, 남자가!
무혁, 흠칫하며 돌아보는데, 누군가의 손이 무혁의 면도기를 뺏는다.
57. #플래시백-회상 (화장실안)
지영, 무혁의 수염을 정성껏 면도 해주고 있다. (헤어스타일과 옷이 지금과 다르다)
지영 (철제 의자 위에 걸터앉아) 이렇게 결을 따라서 천천히 부드럽게 밀어줘야지.
무혁 알았어. 내가 하께. 줘.
지영 됐어. 내가 다 해줄거야...넌 가만 있어. 머리두 내가 빗겨주구, 옷도 내가 입혀주구, 내가 다 해주께, 베이비.....가만 있어 봐아...비겠다.
58. #화장실안
무혁, 흠칫 표정을 찡그린다. 면도칼에 베었다. 거품 비누사이로 핏방울이 비친다.
59. #거실 (원룸형의 낡고 좁은 아파트)
면도칼에 베었던 상처에 반창고가 붙었다.
무혁, 거울앞에 서서 빗질을 하며 무스도 발라가며 헤어스타일을 만드는데 쉽지가 않다. 휙 헝클어버리는.
무혁, 이번엔 거울앞에 서서 넥타이를 메는데 쉽지가 않다.
넥타이를 휙 집어 던진다.
60. #주방
무혁, 냉장고 문을 열어보면 물 한병과 맥주캔 서너개, 오래된 바게트, 말라 비틀어진 반찬이 담긴 접시가 서너개 정도 지저분하게 널려 있다.
무혁, 냉장고 한쪽에 놓인 밥그릇(랩도 덮지 않고 사흘정도 된 밥이라 말라 비틀어져 있다)과 커다란 김치통을 식탁위에 올려 놓는다.
숟가락으로 밥을 한웅큼 떠서 볼이 미어지게 입안 가득 넣고 김치를 먹으려고 김치통을 여는데, 김치 국물과 양념 건더기만 조금 남았다.
젓가락으로 김치통을 휘휘 젓던 무혁, 눈매와 입술이 뒤틀린다.
61. #무혁 차안
무혁, 식식거리며 운전하고 있다. 넥타이는 매지 않고 와이셔츠도 입는 둥 마는 둥 걸치고 나왔다.
62. #지영 남편집 일각
규모를 짐작할 수 없게 으리으리하고 고급스러운 대저택의 정원.
단상과 테이블을 놓고, 꽃을 장식하고, 케?을 놓고, 음식을 준비하는 등 결혼식 준비로 부산하다.
무혁의 낡은 차, 거칠게 달려와 급브레이크를 밟고 멈춰선다.
63. #무혁 차안
무혁의 시선에 5단 케? 위에 얹힌 신랑 신부의 인형 장식이 따갑게 와 박힌다.
64. #저택안
무혁, 대리석 계단을 뛰어 올라간다. 가정부로 보이는 백인 여자에게 신부가 어딨냐고 묻는.
65. #신부 대기실 안
무혁,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선다.
안에 있던 하녀 셋, 무혁을 깜짝 놀라서 보고.
무혁 (영어로) 여기 신부 없어?....(하녀들 아무런 대꾸도 없이 무혁을 의아하게 보고만 있자, 영어로) 신부 없냐구!....여기 있다 그랬는데!!
이때, 방 한쪽 커튼이 쳐져 있는 곳에서 지영의 목소리 들려온다.
지영(E) 무혁이니?
무혁, 그제야 흠칫 커튼 쪽을 본다. 드레스를 입고 있는 듯 망사커튼 사이로 지영과 도우미의 실루엣만 보인다. (하녀들은 무혁과 지영이 한국말을 쓰자 못 알아듣고 의아한 표정들만 짓고 있다)
무혁 (영어) 김치....다 먹었다!!
지영 (커튼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뭐?
무혁 (영어로)김치이...왜 새루 안 담궈놨어?
지영 (영어로) 아아..정신이 없어서 못 담궜다.
무혁 집에 가자.
지영 ...왜?
무혁 김치 담그러.
지영 뭐?
무혁 김치 담궈주구 와서 결혼해. 이리 나와!
지영 사 먹어. 한인 슈퍼 가서.
무혁 (버럭) 니가 담근 김치 아니면 안 먹어!!
이때, 커튼이 젖혀지며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곱게 차려 입은 지영의 모습이 드러난다. 무혁의 표정이 순식간에 묘해진다.......지영이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답다.
지영 (무혁을 향해 눈부신 미소를 짓는다. 쿨하다.) 나 어때, 무혁아?....이뻐?
무혁 ....(눈이 부셔 표정 관리가 안된다.)
지영 옷 모양이 그게 뭐야? 내가 양복 사서 보냈는데, 안 갔어? (하는데)
눈빛이 흔들리던 무혁, 갑자기 지영의 손목을 홱 틀어 잡더니 끌고 나간다.
지영, 당황해서, “무혁아!” 부르지만, 무혁, 그대로 방을 나가버린다.
하녀들, 당황하는.
66. #정원
하객들, 도착하기 시작한다.
무혁, 지영의 손목을 부러질 듯 꼭 틀어쥐고 나온다.
지영, 당황해서 무혁을 부르지만, 무혁, 그대로 표정 굳어 자기 차쪽을 향해 걸어간다.
사람들, 지영과 무혁쪽을 본다. 그들 속에 제이슨의 모습도 있다. 제이슨, 서늘한 표정으로 그저 지켜만 본다.
67. #일각
무혁, 지영을 자신의 차 조수석에 밀어 넣고, 자신도 운전석에 오른다.
68. #무혁 차안(달리는)
지영, 어이없는 표정으로 무혁을 본다.
무혁, 골난 아이처럼 앞만 보며 운전하고 있다.
69. #외곽
무혁의 차, 외곽 도로를 달리고 있다. 도로 한쪽으론 아득한 절벽이 펼쳐졌다.
70. #무혁 차안
지영 (무혁의 하는 양을 지켜보다가 협박하듯) 우리 남편, 제이슨 아저씨 되게 무섭다? 사람을 수도 없이 죽인 갱인 거...얘기 안 했나, 내가?
무혁 (그대로 앞만 보고 가는...)
이때, 무혁 반대 차선에서 달려오고 있는 차, 조수석에 앉은 선글라스를 낀 남자,
(대머린데 이마에 독특한 문신을 했다) 권총을 만지작거리며 보고 있는 모습이 무혁의 시선에 잡힌다.
그러나, 별 생각없이 그렇게 스쳐가고.
지영 차 돌려, 빨리!.....장난 그만 하자.
무혁 ...우리 나라 가자.
지영 뭐?
무혁 한국, 가자....거기 가서 살자.
지영 (어이없는)
무혁 거기 가면 방법이 있을거야....잘 살 수 있을거야, 거기 가면, 우리두.....거기 가면.. (하는데)
지영 (말자르며) 차 돌려어! 결혼식 늦었단 말야!
무혁 ......(다시 고집스럽게) 우리 나라 가자.
지영 (짜증나서 목소리 높아지며) 우리나란 여기야!
무혁 (같이 목소리 높여) 우리 나라 가자!!!
지영 (갑갑한 표정으로 무혁 보다가 영어로 말하는) 미안해, 내 실수야...너한테 한국두 한국 말두 가르쳐 주는 게 아니었는데....실수했어, 내가. 잘못했어.!!
무혁, 갑자기 핸들을 확 꺽어 차를 절벽쪽으로 몰아가더니 브레이크를 밟는다.
지영 놀라서 비명을 지른다.
71. #도로
무혁의 차, 깍아지른 절벽 부근에 바퀴를 멈춘 채 아슬아슬하게 섰다.
72. #무혁 차안
무혁, 핸들을 꼭 잡은 채 무표정 짓고 있고, 지영, 새파래져서 무혁을 본다.
무혁 죽자, 그럼!!
지영 (창백해지는)
무혁 ...같이 못 살 거면....같이 죽자!!
지영 무..무혁아.
무혁 (터프하게 큰소리 치는) 다시 태어나면....꼭 부자로 태어나께...제이슨보다 훨씬 큰 부자루 태어나서 너 진짜 행복하게 해주께에!!
지영 (하얗게 질려서 보는)
무혁 ...기도같은 거 하구 싶음 해. 마지막으루. (굳은 결심을 한 표정이다)
지영 (겁에 질려서) 무혁아...무혁아....왜 이래? 진정해애....
무혁 간다, 그럼...저승에서 보자.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리는데)
지영 (울컥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엄마....엄마....
무혁 (흠칫 한 대 맞은 표정으로 보는)
지영 엄마....엄마...엄마.....
무혁 (눈빛이 떨리며 표정이 멍해지는.....)
73. #도로
무혁의 차 바퀴, 아슬아슬하게 벼랑 가까이로 다가간다. 벼랑 끝 흙덩이가 툭 떨어진다.
74. #공항 매표소
은채, 비행기표 티켓팅을 하고 있다.
75. #공항 대기실
은채, 비행기표를 사서 들고 앉아 있다가 호주머니에서 무혁이 써 놓고 간 쪽지를 꺼내서 다시 본다.
은채 ...이름이나 물어볼 걸....
은채, 심난한 표정 지으며 쪽지를 보고 있는데, “야, 강민주다!” 하는 사람들의 웅성거림 들린다. 문득 고개 드는데 바로 앞으로 민주가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민주와 몇걸음 떨어져서 누군지 알아볼 수 없게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쓴 윤이 보인다.
은채는 윤을 알아 본다. 은채, 얼른 엎드리며 몸을 숨긴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
76. #지영 결혼식장 일각
하객들 모두 도착하고, 신부의 실종에 술렁대고 있는 결혼식장...제이슨의 표정이 굳어있다.
이때, 사람들의 시선이 어딘가로 향한다.
저 앞으로 무혁의 차 달려오더니 제이슨 가까이로 와 멎는다.
운전석문 열리고 무혁이 내린다.
무혁, 제이슨과 시선이 마주치고 머쓱한 표정짓더니 조수석의 문을 열어준다.
웨딩드레스의 지영이 내린다.
지영, 무혁을 원망스럽게 보다가 불안한 표정으로 제이슨을 본다.
굳어있던 제이슨, 이내 표정에 미소를 머금고는 지영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다.
지영, 그제야 제이슨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짓는다.
제이슨, 지영의 손을 이끌고 결혼식 단상쪽으로 간다.
무혁, 호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무표정하게 그들을 바라본다.
77. #결혼식장 일각
무혁, 접시에 음식을 가득 담아 우걱우걱 먹고 있다.
무혁의 등 뒤로는 지영과 제이슨의 결혼식이 치러지고 있다.
음식을 준비하던 직원들, 무혁을 못마땅하게 보며 눈치를 준다.
무혁 (뒤통수에 박히는 시선 의식하지만...뻔뻔하게 계속 먹으며) 느끼하다, 진짜...김치 먹구 싶다.
무혁, 쿨해지려 하지만, 도저히 쉽지가 않다...목이 메인다.
무혁, 접시를 직원에게 척 안기고, 돌아서가다가 발걸음 멈추고 지영쪽을 돌아본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자세히 보고 싶다.
지영쪽으로 발걸음을 돌려서 가는.
78. # 결혼식장
지영과 제이슨, 키스하고 있다. 무혁(작은 바게트빵 하나를 버릇처럼 씹고 있다), 하객들 사이에 섞여 그 모습을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다가 차마 볼 수 없어 시선을 돌 린다.
이때, 무혁의 시선에 한 남자의 모습이 들어온다.
저쪽 한편에 선글라스를 낀 대머리의 남자(이마에 독특한 문신을 한), 승용차 지붕위게 걸터앉아 결혼식을 보고 있다.
무혁, 무심하게 보다가 시선을 돌린다...그러다 어디서 본 듯한 느낌에 다시 남자를 본다. 분명히 안면이 있다.
남자의 한 손이 양복저고리 안에 들어있다.
79. #플래시백
무혁이 지영을 납치해 도망치던 길에 스쳤던 남자의 모습.
조수석에 앉아 선글라스를 끼고, 권총을 만지작거리며 보고 있던 모습.
80. #결혼식장
무혁, 바게트 씹으며 의아한 표정으로 눈을 떼지 않고 본다.
결혼식 다 마치고 지영과 제이슨, 다정하게 웃으며 귓속말을 주고 받고 있다.
대머리의 남자, 양복 주머니안에서 권총을 빼내 손으로 감추고, 제이슨과 지영쪽을 보고 있다.
무혁, 빵을 그대로 문 채 긴장된 표정으로 지영과 제이슨쪽을 보다가 다시 대머리의 남자에게 시선을 돌리는데..
대머리의 남자, 그대로 권총 든 손을 뻗어 지영과 제이슨쪽을 향해 총을 쏜다.
제이슨, 어깨를 잡고 주저 앉는다. 총알이 제이슨의 어깨를 스쳤다.
지영, “제이슨!” 소리치며 제이슨을 잡고 같이 주저 앉고.
사람들, 비명을 지르며 아수라장이 된다.
대머리의 남자, 다시 지영과 제이슨쪽을 향해 총을 겨누는데.
어느새 달려온 무혁, 온 몸을 날려 지영을 감싸 안는다.
탕! 탕! 탕! 탕! 네 발의 총소리.
81. #공항 대기실
민주와 윤, 보딩을 마치고 트랩안으로 들어간다. (사람들 눈치 안 채게 간격두고)
숨어 있던 은채, 그제서야 사람들을 따라 들어가려고 줄을 선다..그러다, 문득
어떤 느낌에 뒤를 돌아보는.
82. # 지영 결혼식장
무혁의 머리를 타고 뺨을 타고 핏줄기가 흘러내린다.
무혁의 눈이 자꾸만 감긴다. 무혁, 정신을 차리려고 애써 힘주어 눈을 부릅뜬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절규하는 지영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인다.
지영의 비명소리도 점점 아득해진다.
무혁의 거친 호흡소리.
무혁의 머리, 바닥에 텅 부딪힌다....무혁, 결국 눈을 감는데.
입양아들의 인터뷰 화면(영화 필름 느낌의), 아직 편집이 덜 된 거친 컷들이다.
비디오 화면 위에 날짜가 적혀 있다. (1999년 9월 25일)
입양1 (영어로, 자막에 앨리 잭슨, 18세라고 뜬다.) 다섯 살 때 여기로 왔어요....
힘들어서 죽을 생각도 수 없이 했지만, 그래도 버텼어요...왜냐하면...(이를 앙물며) 날 쓰레기처럼 내버린 내 부모한테 복수해야 하니까.
입양2 (영어로, 자막에 션 캘리(한국명: 김 석), 17세라고 뜬다.) 고아원에 있다가 아홉 살때 입양이 됐어요. 한국 말, 알지만...안 써요. 한국이란 나라 생각도 하기 싫어 요...날 버린 엄마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하고 싶냐구요? (갑자기 뻑큐 모션 취하며 싸늘한 눈빛이 되어) 지옥에나 떨어져 버려!!
뒤이어 무혁의 모습이 나온다. 레게머리에, 귀걸이를 하고, 눈썹에 피어싱도 한 전형적인 히피 스타일의 무혁. 한 눈에 보기에도 불량기가 줄줄 흐른다. 자막에 대니 앤더슨(한국명 차 무혁), 22세라고 쓰여 있다.
무혁 (불량스럽게 껌을 짹짹 씹으며) 난 기억이 잘 안 나는데....두 살때 입양이 됐대요..아, 한국 말요?...열라 잘하죠...내 걸프랜드가 가르쳐 줬거든요. ‘짱나!’ ‘골 때린다!’ ‘앗싸아!’이런 말도 알아요. (갑자기 옆에 있던 지영의 어깨를 안아-화면에는 보이 지 않다가-화면안으로 끌어 들인다.) 얘가 내 걸프랜드 지영이예요. 얘가 내 이 름도 지어줬어요. 차 무혁이라구.
지영 (활짝 웃으며 카메라를 향해 브이자를 그려 보인다. )
무혁 (지영의 어깨를 다정하게 감싼 채) 얜 다 늙어서 열 세살 때 입양됐대요....(앞에서 카메라를 든 감독이 계속 질문하고 있는 느낌).....예?...(고개 젓고) 아뇨...난 우리 엄 마 원망 안하는데? 이해, 하는데, 난.....사정이 있었겠지 뭐. 오죽 했음 제 속으로 난 새끼를 버렸겠어요?...왜, 그랬을수 있잖아요? 우유도 못 사먹일 정도로 너무 너무 가난해서 너만이라두 부잣집에 가서 잘 먹고 잘 살아라....
이때, 지영, “토미!” 부르며 강아지를 쫓느라 화면밖으로 사라진다. 카메라, 지영을 잠깐 비추다 다시 무혁을 비춘다.
무혁 돈 많이 벌어가지구요, 꼭 한국에 돌아 갈라구요....불쌍한 우리 엄마 만나서 좋은 옷도 사주고, 갈비도 사주구, 이쁜 집도 사주구 그럴거예요.....(입안의 껌을 빼고 화 면을 향해 맑게 웃으며, 약간 쑥스러운듯) ...기다려 엄마! 내가 가서 엄마 호강 시 켜 줄테니까....5년만 기다려! (손가락 다섯 개 펴 보이며) Just five years!! o.k?!!
이때, 무혁의 얼굴에서 포즈되는 화면.
감독(E) 스으....좋기는 한데....이 친구 컷은 우리 컨셉하군 안 맞지 않나?
편집(E) 좀 그렇죠?...편집 하겠습니다, 감독님.
무혁이 나온 화면들 다시 지워지며 편집이 된다.
카메라 빠지면 드러나는 영화 편집실 모습, 모니터 화면 주위로 등을 보이고 있는 감독과 편집자, 스텝들의 모습 보인다.
진행으로 보이는 스텝, 열린 편집실 문을 닫는다.
편집실 문에 <‘수잔 브링크의 아리랑2’ 편집중>이라고 씌여진 A4용지가 붙어 있다.
2. # 시드니 어느 길
풍광이 아름다운 한적한 어떤 길.
승용차 한 대가 달리고 있다. 칠이 벗겨지고 본넷이 심하게 일그러져 덜컹거리기까지하는 거의 폐차 직전인 낡은 차다. 카세트에선 힙합 음악이 흐르고.
<그렇게 5년후> 자막이 뜬다.
3. #무혁 차안
무혁이 운전하고 있다. 5년의 세월동안 더 불량스러워졌다. 선글라스와 두건을 쓰고, 수염도 기르고, 더 터프해지고 거친 사내가 됐다. 껌은 여전히 불량스럽게 씹고 있다.
이때, 길 앞으로 배낭 여행중인 듯 보이는 한 동양인 여대생이 지도를 보며 길 을 찾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다.
선글라스속의 무혁의 눈빛이 번득인다.
4. #거리/무혁 차안
무혁, 여대생 앞으로 끼익 차를 멈춘다.
지도를 보던 여대생, 깜짝 놀라 뒤로 물러나고.
무혁 (선글라스 머리위로 올리고, 음악 끄고, 여대생 보며, 영어로) 안녕하세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여대생 (얼떨떨한 표정으로 보는)
무혁 (영어) 어느 나라에서 오셨어요?
여대생 ...재팬...
무혁 (차창밖으로 손을 내밀며 몹시 오바해서, 일어) 그래요? 반가워요. 저도 일본 사람인데.
여대생 (환해지며, 반가와서 손을 잡는다, 일어) 그러세요? 반갑습니다.
무혁 (일어로) 타세요...어디까지 가시는 지 태워다 드릴께요.
5. #무혁 차안
무혁의 차, 달리고 있다. 조수석엔 일본인 여대생이 앉아 있다.
여대생, 타국에서 동포를 만났다는 반가움과 무혁의 친절에 안도하며 기분이 몹시 좋아 있다.
무혁에게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연신 고개를 숙여 보인다.
무혁, 씨익 살인 미소 날리며 매너있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다.
일본인 여대생, 일본말로 “전 배낭 여행을 왔는데요, 영어가 서툴러 걱정을 많이 했는데, 같은 일본 분을 뵙게 돼 얼마나 기쁜 지 모르겠어요.” 하며 계속 쫑알거린다.
이때, 뒷좌석에서 존(무혁의 같은 패거리 흑인), 벌떡 일어나더니 한 팔로 여대생의 목을 조르듯 감는다.
여대생, 기함을 하며 놀라고.
존 (여대생 얼굴옆으로 자기 얼굴 붙이고, 영어로) 가방만 두고, 조용히 내릴래?
여대생 (바들바들 떨며 믿었던 무혁을 본다...)
무혁 (눈빛하나 변하지 않고, 마치 자기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안 보인다는 듯 태연한 표정으로 껌으로 풍선까지 불며 앞만 보며 운전하고 있다.)
6. #다른 거리.
무혁의 차, 달리고 있다. 힙합 음악이 다시 흐른다.
7. #무혁 차안(달리는)
무혁, 껌을 씹으며 운전하고 있고, 조수석의 존, “돈도 별로 없네” 꿍얼거리며 지갑에서 돈을 꺼내 반으로 나눠 무혁에게 준다. (이들의 대화는 영어로 진행된다.)
무혁 (시선은 앞을 보며) 두장 덜 왔어.
존 (흠칫)
무혁 제대로 나눠...손목을 잘라버리기 전에.
존 (무서운 놈이다...자신의 죄를 무마하려 애교스럽게 웃으며 자신의 몫에서 두장의 달러를 무혁 몫에 보태서 준다)
무혁 (돈을 받아서 주머니에 넣는다)
존 이 돈으로 클럽 가서 술이나 마시자.
무혁 (고개 젓는) 쓸 데가 있어.
존 (어디 쓸 건데? 하는 표정으로 보면)
무혁 (피식 웃으며) 지영이 선물....내일이 내 와이프 생일이야. (지영을 떠올리며 환하게 웃는)
8. #승용차안 (서울 한강 고수부지-혹은 공원-에 정차된)
새까맣게 썬팅이 된 차...키스하려는 두 남녀.....민주와 K군(재벌가 2세)이다.
이때, 차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민주와 K군, 흠칫하며 떨어지고, 민주, 갸웃하며 차 창문을 내린다.
차 창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터지는 카메라 후레쉬,
민주와 K군, 놀라서 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카메라 내려지면, 은채의 얼굴이 드러난다. (폼을 잡느라 칼라 안경도 썼다)
은채 안녕하세요, 강민주씨! ‘비하인드 코리아’의 송 은자 기잡니다..(목소리에 떨림이 있 다)
민주, 난감한 표정으로 얼굴을 두 손으로 가리고 있고, K군, 까만 선글라스 꺼내 쓰며 차를 출발시키려고 시동을 건다.
은채 (차창문을 팔꿈치로 누르고) 두 분, 결혼이 임박하셨다던 소문이 사실이었군요...축하드립니다.
민주 (결심한 듯 뻔뻔하게 은채보며) 고맙습니다. ‘비하인드 코리아’ 정보력이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왕이면 내일 신문 톱기사로 실어주세요.
K군 (어이없다는 듯 민주를 보다가 은채에게 버럭 화를 내며) 결혼은 누가 결혼을 합니까? 당신, 기자면 기자지 이딴 식으로 사생활 침해하면...(하는데)
민주 (천진한 표정으로 K군 보고) 우리, 결혼할 사이 아니었어요?
K군 (당황) 뭐?
민주 결혼 할 사이....아니었어요?
K군 (당황) 야아....결혼은 무슨...
민주 (싸늘해지며) 너....나, 갖구 논 거였니, 그럼?
은채 (마른 침 삼키는 소리가 꼴깍 들린다)
9. #일각 한적한 장소
은채, 도둑질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바들바들 떨고 있다. 한 대 치면 울듯한 표정이다. 손에 든 커피 캔이 떨린다. 민주, 청심환 뚜껑을 따며 그런 은채가 귀여워 죽겠 다는 듯 웃는다.
민주 자! 청심환!
은채 (받아서 꿀꺽꿀꺽 마신다...그래도 가슴이 사정없이 울렁거린다..)
민주 아우, 간신히 떼냈다...고마워, 은채야!
은채 (민주를 원망스럽게 노려 보며) 나...다신 이런 짓 안해.
민주 (씨익 웃으며 고개 끄덕인다)
은채 정말이야....한번만 더 이런 짓 시키면 너랑 절교야.
민주 그래...(은채 손에서 캔 커피 채서 마신다)
은채 너도 그만 정신차려.
민주 (계속 커피 마시는)
은채 한 사람만 사랑하구, 한 사람에게만 사랑 받구....그렇게 살면 좋잖아. 이 바람둥이 똥강아지야.
민주 (빙그레 웃으며 계속 커피 마시는)
은채 (커피 캔 뺏으며) 강 민주!!
민주 (빙긋 웃으며) 사랑이 뭐라구 생각하니, 송 은채?
은채 ......
민주 나한테 사랑은...그냥 게임이야. 스타크레프트 같은 거.
은채 (어이없다는 듯 보는)
이때, 핸드폰 벨이 두 개가 동시에 울린다.
민주, 핸드백을 쏟아보면 핸드폰 세 개 나오고, 그 중 두 개가 울리고 있다.
민주 (그 중 하나를 애교스럽게 받으며) 어, 오빠...잘 지냈어?...어제 봤는데 또 보구 싶어?...나두우.
은채 (기가 막혀 보는데)
민주 알았어...거기서 만나자...오빠, 내가 지금 촬영중이라 나중에 전화하께...(핸드폰 끊고, 다른 핸드폰 받는다) 자기야....아냐, 괜찮아. 안 바뻐.
은채, 더욱 기가 막혀 입을 다물지 못하고 보는데, “메세지 왔다” 하는 핸드폰 신호음 들린다.
은채, 메시지 확인해보면, 다음과 같은 문구가 핸드폰 창에 뜬다.
<나 살고 싶지 않다, 은채야...발신자 “우리 스타”>
은채 (무슨 일인가...표정이 금방 불안해진다.)
10. #거리
은채, 택시를 잡고 있다가 어딘가로 시선을 돌린다.
빌딩 사이에 걸린 커다란 광고판이 눈에 뜨인다.
윤과 민주를 모델로 찍은 핸드폰 광고다.
<슈퍼스타 최 윤, 강 민주가 선택한 단 하나의 핸드폰 ***>
11. #윤집 욕실
슈퍼스타의 집답게 욕실조차도 으리으리하다. 호텔 스위트룸의 욕실같다. 럭셔리한 대리석 욕조에 거품 비누풀어 놓고 들어가 앉은 윤, 한손엔 핸드폰 들려 있고,
심난한 표정으로 턱을 괴고 브라운관을 응시하고 있다.
(욕조 맞은 편에 커다란 벽걸이 TV도 있다)
민주가 주연으로 출연한 드라마가 방송되고 있다.
민주와 주연 남자 배우가 고수부지를 뛰어다니며 춤도 추고 즐겁게 데이트하는 장면이다.
윤, 곰곰이 생각할수록 환장하겠는지 손으로 얼굴을 거칠게 부빈다.
은채(E) 윤아!! 최 윤!!
윤 (리모콘으로 볼륨 낮추고) 들어와! 욕실에 있어!!
잠시후, 욕실 문이 빼꼼히 열리고 은채, 문틈 사이로 고개만 살짝 디밀다가 윤의 벗은 모습에 흠칫 시선을 내리는데.
윤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오라고 손짓하는)
은채 (겨우 시선만 들며 주춤거리고 있는데)
윤 들어와! 춰!!
은채 (그제야 할 수 없이 들어서며...긴장했지만 애써 당당하게)...무슨...무슨 일인데?
왜...왜 살구 싶지가 않어?
윤 (TV만 뚫어질 듯 응시하고 있다)
은채 (윤의 시선을 따라 티브이를 응시한다...너도 민주냐?..기가 막힌다.)
윤 (TV에 시선 둔 채) 나...쟤한테 문자 씹혔다?
은채 (어이가 없어) 엉?
윤 두 번이나 보냈는데...(핸드폰 열었다 닫았다 하며) 고장두 안 났는데.
은채 ...(힘이 빠지고 맥이 풀리지만...) ....뭐라구 보냈는데?
윤 너와 함께 할 여행이 기대된다....(눈치 살피며 조심스럽게) 유치하냐?
은채 ......(맥이 풀린다.)
윤 나, 너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 싶다...유치하지?
은채 (이 일을 어떡하면 좋나?)
윤 (눈치보며) 느끼하지?
은채 (난감한 표정 짓고 있는데)
윤 송 은채!
은채 (어렵게 얘기하는).....민주는...안돼
윤 (표정이 갑자기 싸늘해졌다가) ....왜?
은채 그냥...그냥...너하곤 쫌 안 어울리는 거 같애서.
윤 내가 민주 상대로 모자란다 그거냐?
은채 ...아니이...그게 아니구....
윤 아, 쪽팔려....쪽팔려서 되지겠다, 진짜...
윤, 그대로 욕조속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 버린다.
은채, 망연자실해서 보고 있는데.
한참을 지나도 윤이 나오지 않는다.
은채 윤아!...최 윤!!
윤 .......(그대로 욕조속에 들어가 있다)
은채 (당황해서) 윤아....윤아....(하며 몸을 굽혀 욕조속에 팔을 집어넣고 윤을 꺼내려하는데)
윤 (갑자기 장난치며 은채의 팔을 당겨 욕조속으로 은채를 끌어들인다)
은채 어어...(그대로 미끄러지며 빠져 버린다.)
윤 (쑥 물위로 솟아올라 은채의 양 어깨를 두 손으로 꽉 누르며) 너만 믿는다, 송은채.
은채 (물을 먹어 정신을 못 차린다.)
윤 민주....강 민주 하나만 딱! 내 꺼 되게 해 주라. 응? 니가 좀 도와줘, 응? 민준 니 말이라면 꿈뻑 죽잖아, 응?
은채 ....(서글프게 보다가...어쩔 수 없이 고개 끄덕이는) 어....
윤 (그제야 씨익 웃고 벌떡 일어선다)
은채 (엄마야!!하며 두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윤 (어이없다는 듯 웃고) 짜식...넌 내가 남자루 보이냐?....(변기에 가서 뚜껑을 올린다.)
은채 (바들바들 떨며 손바닥으로 두 눈을 꾹 누르고 있다...윤의 쉬 소리 명료하게 들려오고...잠시후 물 내리는 소리도 들려온다.)
윤 (타올을 몸에 두르며) 들어간 김에 씻구 나와, 너두...(밖으로 나간다)
은채 (윤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천천히 손바닥을 뗀다. 두 눈 가득 눈물이 고였다...
슬프고, 참담하고, 죽고 싶다.)
시간경과.
은채, 그대로 욕조에 몸을 담근 채 앉아 있다.
밖에서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부르는 윤의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짝사랑하는 사람의 애절함을 담은 노래)
12. #윤 거실
윤과 오들희가 함께 찍은 대형 사진(드레스와 턱시도 차림), 윤의 브로마이드
(열창 하는 무대에서 찍은) 가 한쪽 벽면을 거의 장식하고 있다. 장식장엔 윤이 각종 시상식에서 받은 트로피들이 진열되어 있다.
역시 호텔 스위트룸같은 럭셔리한 거실이다.
한쪽에 놓인 하얀색 그랜드 피아노 앞에서 윤이 피아노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욕실에서 나온 그대로 아랫도리에 수건만 감았다.
13. #윤집 욕실
윤의 노랫소리 계속 들려오고.
망연자실하게 앉아 있던 은채, 그대로 욕조안으로 미끄러지듯 들어가 버린다.
거품만 가득 떠 있는 욕조....은채, 그대로 욕조속에 있다. 암전. F.O.
14. # 패스트푸드 가게 안 (호주)
무혁, 불량스러운 폼으로 서성거리며 백인 여자 둘이 햄버그와 감자 스틱, 콜라등을 쌓아놓고 먹는 것을 뚫어질 듯(먹는 사람이 무안하게) 보고 있다.
백인여자들, 무혁의 눈길이 부담스러워 햄버그를 반쯤 남기고 버리려고 하는데, 무혁, 잽싸게 다가간다.
무혁 (씨익 웃으며, 영어로) 내가 버려줄께.
15. #명품 옷 가게(영어로 대사하는)
무혁, 백인 여자가 먹던 햄버그(이빨 자국과 립스틱 자국이 그대로 남은)를 맛나게 먹으며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콜라도 쪽쪽 맛있게 빨아먹고.
이때, 무혁의 눈에 꽤 럭셔리해 보이는 여성용 원피스가 눈에 띈다. 마음에 든다. 흡족한 표정.
무혁 (손가락으로 원피스 가리키며 매장 여직원에게) 저 옷, 이쁘게 포장해 주세요.
여직원 (초라한 무혁이 아까부터 못마땅했다.) 저 옷은 꽤 비싼데요.
무혁 (밝았던 표정이 금새 싸늘하게 바뀌며 여직원앞으로 걸어가더니 여직원의 손을 덥석 잡아 손바닥이 보이게 한다.)
여직원 (당황하는데)
무혁 (호주머니에서 꼬질꼬질한 달러를 꺼내더니 여직원의 손바닥에 수북히 올려놓는다.) 이거면 충분하지? (하는데)
제이슨(E) 저 원피스 좀 보여줘요.
무혁, 문득 돌아서는데, 무혁의 바로 앞으로 지영과 제이슨이 서 있다.
두 사람,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있다. (지영, 5년전과는 판이하게 차림새가 세련됐고, 고급스러워졌다.)
무혁, 안색이 창백해지며 당황하는데.
지영, 역시 당황하다가...이내 담담해지며 제이슨의 팔짱을 더 꽉 끼며 미소까지 짓는다.
16. # 일각 가게 근처
무혁, 벼락이라도 맞은 사람마냥 멍하게 지영을 보고 있다. 시선에 촛점을 잃었다.
저 앞으로 제이슨의 세단이 서 있다.
지영 미안해.
무혁 (멍한)
지영 이해....해줘.
무혁 (멍한)
지영 제이슨을 너무 많이 기다리게 했다 ...가보께.(돌아서 가는데)
무혁 (지영의 팔목을 탁 잡는다)
지영 (보는)
무혁 알럽 유.
지영 (웃는)
무혁 사랑해, 지영아.
지영 나두....나두 너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 차 무혁.
무혁 (그런데?....야속해서 보는)
지영 너보단....근데...제이슨의 돈이 더 좋다, 나...
무혁 (허탈해진다....)
지영 (담담한 표정으로 무혁의 입술에 가볍게 입맞춘다) 내 결혼식에 꼭 와줘. (돌아서서 간다)
무혁 (다시 멍해진다)
제이슨, 내려서 지영이 탈 수 있게 조수석 문을 열어준다.
지영이 탄 제이슨의 차, 출발해가고.
무혁,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절망감과 허탈감에...한동안 그대로 서 있다.
17. # 시드니 외곽 도로
윤과 은채가 탄 오픈 카, 달리고 있다.
매니저가 운전을 하고, 윤이 조수석에 타고, 은채가 뒷자리에 탔다.
매니저 “오늘 씨에프 찍고 나면 저녁에 한인회 주최 만찬이 있구, 티브이 인텨뷰는 컨디션 봐가며 결정하기도 했어.” 하며 스케줄 설명한다.
윤, 고개 끄덕이며 수려하게 펼쳐진 경치에 감탄을 내지르고, 은채도 좋아하는 윤을 보며 기분이 좋아 환하게 웃는다.
제이슨과 지영이 탄 세단, 은채와 윤의 오픈 카를 스쳐간다.
18. #CF촬영장/윤의 차 안
윤의 차, 촬영장 안으로 들어선다.
촬영장 세팅되고 있고, 스텝들, 분주하다.
윤의 표정이 한껏 상기된다.
은채, 윤의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본다.
저 앞으로 그리스 여신같은 차림을 한 민주가 분장을 받고 있다.
19. #촬영장
분장을 받던 민주, 문득 고개 돌리다 도착한 윤의 차를 본다.
은채를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며“ 은채야!!” 부르고.
윤에게는 눈인사만 한다.
은채, 민주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이고.
윤, 뚫어질 듯 민주를 보다가...다가온 감독과 스텝들에게 인사를 한다.
20. #촬영장
윤의 옷을 든 은채, 쓸쓸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응시하고 있다.
윤과 민주가 다정한 모습으로 CF를 찍고 있다. 물장난도 하고, 술래잡기 게임도 하고, 포옹도 하고, 윤이 민주를 업어주기도 한다.
그런 모습들을 애써 담담하게...씩씩하게 지켜보는 은채.
21. #촬영장 일각(밴 안-혹은 간이 천막)
촬영 마치고 수고하셨다고 외치는 스텝들의 소리 들린다.
은채, 윤이 옷 갈아 입는 것을 도와 주고 있다.
이때, 차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은채, “잠깐만요!” 하다가 윤이 대충 옷을 다 입고 눈짓을 주자 문을 열어준다. 민주가 서 있다.
은채 민주야. (차에서 내려온다)
윤 (돌아서서 셔츠 단추 잠그다가 표정이 상기된다)
민주 (와인 두 병을 들어보인다) 짠!!
은채 뭐야, 이게?
민주 와인....나폴레옹이 즐겨 먹었다던 그 전설의 와인....팬 한테 선물 받았어.
은채 우와아.
민주 저녁에 우리 호텔루 올래? 같이 먹자.
은채 그래. 좋지.
윤 (O.L.) 나는 껴주면 안돼?
은채, 돌아보면, 윤이 차에서 내려온다.
윤 (민주를 빨아들일듯한 시선으로 보며) 나두...껴주면 안되나?
은채 (좀 당혹스럽고)
민주 (고혹적 미소를 흘리며) 최 윤씨가 껴주시면 가문의 영광이죠....은채야! 윤이랑 같이 와.
은채 (어쩔수 없이)...응
윤 (환하게 민주를 향해 웃고)
민주 (윤을 향해 윙크를 귀엽게 한다)
은채 (두 사람을 불안하게 보는)
22. #일각 거리
윤, 휘파람을 불며 가고 있다. 입가에 미소가 가실 줄 모른다.(차도로 걷고 있고)
은채, 표정이 약간 불안하다. 민주가 또 윤에게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길 가장자리로 걷고 있다)
은채 ....(망설이다..어렵게) 너두...사랑이 스타크레프트니?
윤 엉?
은채 사랑이 게임이야, 너두?
윤 (픽 웃고) 누가 사랑이 스타크레프트래? 민주가 그래?
은채 아니이...내가 쫌 아는 사람이.
윤 (피식) 너 그 사람이랑 놀지 마...우리 순진한 은채, 경끼 안 했냐?
은채 ...너두 사랑을 그냥...게임으로 생각하면 안되나?
윤 (보는)
은채 나중에 니가 사랑하는 사람이 널 배신하거나, 아프게 해두...똥 밟았다 치구, 마음 크게 먹구, 상처 받지 말구, 원망하지두 말고, 가볍게, 게임처럼...스타 크레프트처럼 (하는데)
윤 (O.L.) 넌 그게 되냐?
은채 엉?
윤 사랑을 게임처럼?...그게 돼?
은채 ....(대답 못하다가...애써 단호하게) 돼!!
이때, 빠앙하고 크락션 소리 들린다.
은채, 뒤를 돌아보면, 무혁의 낡은 차, 속력을 높여 달려오고 있다.
앞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는 듯 난폭하게 달려온다.
이대로 오다간 윤이 차에 반드시 받칠 것만 같다.
은채, 재빨리 윤을 밀어내며 같이 윤을 안고 도로 반대편으로 뒹군다.
동시에 간발의 차로 아슬아슬하게 두 사람을 스쳐가는 무혁의 차.
은채, 고통스럽게 얼굴을 찡그리고 신음소리를 낸다. 긁히고 찢어진 뺨에서, 팔뚝에서 피가 흐른다.
윤, 놀라서 은채를 본다.
윤 은채야....
은채 (그 와중에서도 윤이 염려되어 힘겹게 눈을 뜨고) 괜찮어? 안 다쳤어, 윤아?
23. #무혁 차안/도로
무혁, 정신 나간 사람처럼 거칠게 차를 몰고 가다가....끼익 급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멈춘다.
핸들에 한동안 머리를 박고 있던 무혁, 벌떡 일어서 차 문 열고 밖으로 나간다.
24. #도로(바닷가 일각)
무혁, 바닷가 앞에 식식거리며 서 있다가...호주머니에 든 달러들을 한웅큼 집어 꺼내더니 내던지듯 하늘과 바다를 향해 뿌려버린다.
25. #바닷가
무혁, 모래 사장에 주저앉아 보드카를 병째 들어 마시고 있다.
노을이 내리고 있다.
다 마신 보드카병 한 병이 모래 사장에 뒹굴고 있다. 무혁, 새로운 보드카를 병째 마시다가...결국 털석 모래 사장에 드러눕는다.
허탈하고 멍한 동공.
26. #호텔 외경(밤, 시드니)
27. #호텔 은채방
윤, 은채 팔뚝에 피나고 긁힌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있다.
얼굴도 핏물이 고이고 생채기가 나고 엉망이다.
윤 많이 아프지?...되게 따갑지?...운전을 어떻게 그 따위로 하냐!! 내 손에 잡히기만 해 봐, 그 새끼.
은채 (자신의 상처에 마음 아파하는 윤 때문에 마음이 시리다)...괜찮어.
윤 괜찮기는?...병원에 가봐야 되는 거 아닌가?
은채 괜찮다니까, 진짜.
윤 (버럭) 괜찮기는 자꾸 뭐가 괜찮아!! 시집도 안 간 처녀 얼굴이 이 모양이 됐는데, 괜찮은 거냐, 이게?!!
은채 .....(머쓱한....)
윤 얼굴 대봐, 일루!!
은채 (윤 앞으로 얼굴을 대 준다)
윤 (은채 얼굴 가까이에 입술을 대고 상처를 후후 불며 약을 바른다) 여긴 흉질 거 같다...아우, 이 예쁜 얼굴, 흉지면 어떡하냐?
은채 (한마디 한마디가 짜릿짜릿하다)
윤 아우, 속상해...속상해 되지겠네, 진짜....
은채 (윤의 입김이 와 닿을때마다 온 몸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다....감정 조절이 안된다...이래선 안되지...얼른 윤에게서 떨어지며) 저기..윤아.
윤 왜?...화장실 갈래? 델다 주까?
은채 아니이....민주 기다리겠다.
윤 (사실은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
은채 난 이래갖구 못 갈 거 같은데...너 혼자라두 갈래?
윤 ...니가 이러구 있는 데 어떻게 나 혼자 가?
은채 가! 가고 싶잖아!!
윤 널 두고 어딜 가, 임마?!! (고개 젓고) 옷 벗어봐...등에도 피멍이 등 거 같은데, 찜질해주께.
은채 (도저히 심장이 요동쳐서 안되겠다.) 그만 나가봐...사람들이 의심해.
윤 의심 하라 그래! 스캔들 나면 결혼하면 되지...까짓 거.
은채 (숨이 잠깐 턱 막힌다)....나 졸려...잘래.
윤 자장가 불러주까?
은채 (난처한 표정으로 보다가 절룩이며 침대쪽으로 걸어간다)
윤, 얼른 잽싸게 은채를 부축해 침대에 눕혀주고, 베개도 정리해 주고, 이불도 덮어준다.
은채, 윤의 친절들이 불편하고 힘이 든다.
윤 (아이를 다독이듯 은채 다독여주며 자장가를 부른다.)
은채 (난처해서 어쩔 줄 몰라하며) 야아...하지 마.
윤 그냥 들어. 대한 민국 최고 가수가 자장가 불러주는데...(계속 태연하게 자장가를 부른다)
은채 (이불을 뒤집어 쓴다)
시간경과.
은채, 여전히 이불 뒤집어 쓰고, 이불 안에서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다. 윤의 자장가 소리가 아직도 들린다.
은채, 입가에 절로 미소가 흐른다.
윤, 시계를 보며 다른 자장가를 부르고 있다.
윤 (잠깐 자장가 그치고, 나즈막히) 자냐?
은채 .....
윤 자? 송 은채?
은채 ......
윤 (됐다 싶어 조명등만 켜놓고 살금살금 발소리 죽여 나간다)
윤의 발소리가 멀어지자, 은채, 이불을 끌어 내린다. 표정이 쓸쓸하다.
28. #호텔 로비
윤, 자신의 객실 문 앞에 서서 핸드폰하고 있다.
윤 민주야...나 윤인데...지금 가께...늦은 거 아니지?.....그리구, 너, 내일 좀 남아라. (걸어간다) 남어, 암튼! 코디랑 매니저랑 적당한 핑계대구 먼저 올려보내구, 넌 남어!
윤의 모습이 사라지고,
카메라, 은채의 객실 앞을 비추면, 은채, 문을 열고 몸을 숨긴 채 윤의 얘기를 다 듣고 있다....표정이 참 쓸쓸하고 슬프다.
29. #호텔 외경(새벽)
푸르스름한 여명의 새벽.
은채, 가방을 들고 트렁크 끌고 걸어나오고 있다. 어제 다친 거 때문에 다리를 약간 절룩인다.
30. #일각 길(완연한 아침)
은채, 막막한 표정으로 걷고 있다.
마침 택시 한 대가 은채 앞을 지나고, 은채, 손을 들어보이지만, 그대로 지나가 버린다.
시간경과.
은채, 힘겹게 걷고 있다.
이때, 크락션 소리, 빠앙 울린다.
은채, 돌아보면, 무혁의 차가 서 있다.
무혁의 차, 창문이 열리면 존이 은채를 본다.
존 (영어로) 안녕하세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신가요?
은채 (고개 끄덕이며, 존 쪽으로 간다, 상당히 어설픈 영어) 에어포트...그러니까...아임 고 투 에어포트!
존 Airport?....(고개 끄덕이며, 타라고 손짓하며)
은채 고맙습니다. 땡큐 베리 마치...
은채,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사람 마냥 기뻐하며 존의 차에 오른다.
31. #은채방
노크소리 들린다. “은채야!” 부르는 윤의 목소리도 들린다.
잠시후, 윤, 벨보이에게 부탁해서 문을 열고 들어온다.
깨끗이 정리되어 비어 있는 은채방.
윤, 어리둥절한 표정 짓다가 침대 위에 쪽지가 하나 올려져 있는 것을 본다.
쪽지를 펼쳐서 보는 윤...은채가 쓰고 간 쪽지다.
은채(E) 급한 일이 있어 나 먼저 서울로 간다. 서울에서 보자.
윤 (어이없는)....말두 안하구 가냐?
32. #길
은채, 기가 막히고 분통이 터져 어쩔 줄 몰라하며 떠나고 있는 존(무혁)의 차, 뒷 꽁무니를 보고 있다.
은채 도둑이야! 강도야!!......야, 이 나쁜 놈들아!!
발을 동동 굴러보지만, 이미 떠난 차고, 뺏긴 가방이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막막한 표정.
33. #다른 길
은채, 몹시 힘겹고 지친 표정으로 털레털레 걸어가고 있다.
34. #공중전화
은채, 공중전화앞으로 와 서지만, 막상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다.
수화기 들고 있다가...버튼 한 번 누르지 못하고, 그대로 수화기를 내린다.
35. #호텔로비
선글라스를 쓴 윤, 난감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데, 민주, 팀들과 함께 온다.
민주 은채, 아침에 떠났다며?
윤 (고개 끄덕이는)
민주 무슨 급한 일인데, 갑자기?
윤 (고개 젓는)
민주 기집애...같이 놀다 가기루 해놓구...나두 올라가야 겠다, 그럼. (저 앞에 서 있는 매니저 보며) 매니저 오빠, 내 비행기 티켓 오늘 꺼루 바꿔...(하며 가려는데)
윤 (누가 들을까 낮지만, 강하게) 남으라 그랬잖아!
민주 (멈춰서는)
윤 (민주의 등뒤에 얼굴이 있는 자세다) 니 눈에 난 안 보이니?
민주 (피식 웃는)
윤 (민주를 보며) 난 안 보여?
민주 ....(돌아서 윤을 본다)
윤 (원망스럽게 본다)
민주 (고혹적으로 웃어 보인다) ...보여.
윤 (선글라스 속에 흔들리는 눈빛이 보인다.)
36. #사창가 뒷골목(늦은 오후)
무혁, 바지 주머니에 손을 꽂고 털레털레 걸어온다. 삶의 의욕을 완전히 잃은 듯 탈 진한 표정이다.
무혁, 문득 호주머니 속에서 손을 빼는데...50센트짜리 동전이 하나 잡혀 나온다.걸음을 멈추고, 뚫어지게 동전을 본다.
지영이 가슴에 박고 간 말이 생각난다.
지영(E) 너보단....근데...제이슨의 돈이 더 좋다, 나...
무혁, 50센트를 부서질 것처럼 주먹으로 꾹 쥔다. 맥이 풀려 있던 눈빛에 갑자기 힘이 불끈 주어진다.
무혁, 시선을 돌리는데, 저 앞으로 쪼그리고 앉은 은채의 모습이 보인다.
은채, 배가 고픈지 바로 앞에서 와플을 먹는 아이들을 처연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간간히 군침도 삼킨다.
무혁, 은채쪽으로 천천히 다가간다.
무혁 쓰미마?.
은채 (무혁을 본다. 표정에 힘이라곤 없다)
무혁 (일어) 혹시 일본인이신가요? 저도 일본인 인데..(하다가 표정을 보니 아닌 것 같다)
은채 (얼떨떨하게 보고 있다)
무혁 (중국어로) 중국 분이시죠?...저도 차이나 타운에 사는..(하다가 표정을 보니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은채 (맹하게 보고 있다)
무혁 (잠깐 생각하다가 혹시...) 혹시 한국 분이신가요?
은채 (그 말에 갑자기 표정이 환해진다) 한국 사람이세요?
무혁 (씨익 웃으며 고개 끄덕인다)
은채 아, 살았다....살았다. (하는데 금새 눈물이 그렁해지더니 입술을 비죽이더니 우왕 울음을 터뜨린다)
무혁 (어리둥절해지고)
은채 죄송합니다...영어도 못하구, 아는 사람두 없구...너무너무 막막했는데, 갑자기 한국말 하는 사람을 만나니까 너무너무 반갑구...너무너무 기쁘구...(연신 손등으론 눈물을 닦으며 무혁을 향해 웃는다) 죄송합니다.
무혁 ......(참 정신이 없는 애구나...떨떠름하게 보는)
37. #카페 (지하에 있는)
느릿한 재즈음악이 흐르는 퀘퀘하고 음침한 분위기의 카페. 작은 무대도 하나 있다.
포카를 치는 사람들, 잡담을 나누는 사람들, 술을 마시는 사람들...북적대고 있다.
손님들이 대체로 불량스럽다.
은채, 몹시 배가 고팠는지 샌드위치와 소시지를 우걱우걱 참 맛나게 먹는다. 손가락 도 쪽쪽 빨면서.
무혁, 병 맥주 두 개를 들고 와 하나는 은채를 준다.
은채, 고맙다고 고개 숙이고, 맥주를 원샷으로 그대로 꿀꺽 꿀꺽 마신다.
무혁, 어이없다는 듯 보고.
은채, 쭉 다 마시고 빈 병을 탁 놓는다.
시간경과.
테이블에 빈 맥주병 6병 정도 놓여 있고, 은채, 취기가 오르는 듯 엎드려 있다.
윤의 생각으로 눈자위가 촉촉하게 젖어 있다.
은채 (중얼거리는) 괜찮다...괜찮다...괜찮다...
무혁 (맞은 편에 앉아 그런 은채를 멀건히 보고 있다)
은채 나한테 사랑은....그냥...게임이야...스타 크레프트 같은 거. 스타 크레프트 같은 거.
무혁 (병 맥주 하나 들고 일어난다) 잠깐만 있어요. 금방 갔다 올게.
은채 (일어나 앉으며 맑은 표정으로 고개 끄덕이며) 네! 다녀오세요!
38. #카페 입구
무혁, 주인으로 보이는 남자(앞치마한 뚱뚱한 백인)에게 한 웅큼의 달러를 받고 있다. “10달러만 더 쓰지.” 무혁이 말하면, 주인남, 못마땅한 표정으로 하는 수 없이 10달러를 더 보태서 준다.
무혁, 호주머니에 달러를 쑤셔 넣고는 문득 은채쪽으로 고개 돌려본다. (주인남, 무혁에게 돈을 건네며 은채를 음흉한 눈길로 바라본다)
은채, 테이블에 엎드려 여전히 혼자서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다.
39. #카페 밖(사창가에 있는)
무혁, 나와서 병맥주를 마시며 걸어가다가....걸음 멈추고 뒤를 다시 돌아본다...웬지 찜찜하지만...어쩔 수 없다...다시 걸어가는.
40. # 일각 골목(야외 카페나 계단)
무혁, 털레털레 걸어가는데, 존과 빌(또 다른 패거리, 백인)이 캔맥주 마시며 은채의 가방을 뒤집어 놓고 헤집어 보고 있다.. 갖가지 옷가지와 속옷, 화장품, 드라이기등 이 보인다. 지갑과 일기장등을 꺼내서 보고, 붉은 악마 티셔츠도 꺼내서 입어보고 있다.
무혁, 무표정하게 그들을 본다.
41. #카페
은채, 엎드려서 “게임이다...스타 크레프트다...”하며 중얼거리고 있는데, 누군가 테이블을 툭툭 두드린다.
은채, 고개 들어서 보면, 카페 주인 남자, 느끼한 미소를 흘린다.
은채, 천진스런 눈을 꿈벅거리며 맑게 보는.
42. #바닷가( 혹은 경치 좋은곳) 몽타쥬.
윤과 민주, 데이트를 즐기고 있다. (씨 워킹이나 보트 놀이등)
윤, 민주를 보는 눈빛이 점점 깊어지고, 민주도 윤의 눈빛을 거부하지 않고 받는다.
43. #카페 일각 골목
무혁, 존과 빌 옆에 앉아 그들이 먹다만 캔 맥주를 마신다. 그들이 뒤지는 가방에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무혁, 문득 시선을 떨구는데, 발 아래로 뭔가 보인다.
들어서보면 은채의 여권이다. 펼쳐서 보면 ‘대한 민국’ 직인이 선명하게 찍혔고,
환하게 웃고 있는 은채의 여권사진이 보인다.
무혁의 표정이 굳어진다. 아이처럼 순진하게 환하게 웃는 여자아이....대.한.민.국....송은채.
44. #카페
카페 주인, 은채를 번쩍 들어 무대에 올려 놓는다.
영문도 모르고 새파랗게 질려서 바들바들 떨고 있는 은채.
손님들, 환호하고 박수 치고 난리가 아니다.
카페 주인, 무대로 올라 은채를 꽉 잡은 채 사람들에게 외친다.
주인남 이 예쁘고 귀여운 동양 아가씨가 멋지고 돈 많은 신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손님들, 손을 들며 마치 경매하듯 “80달러!”100달러“”150달러!“ 돈을 불러댄다.
주인남 150달러까지 나왔습니다...더 멋지고 잘 생기고 돈 많은 신사 분 안 계십니까?
남자 손님 하나, 200달러를 부른다.
은채, 도망가려고 몸부림치지만, 우락 부락한 카페 주인에게 잡혀 꿈쩍도 할 수가 없다.
주인남 200달러 나왔습니다...더 쓰실 근사한 남자 분 안 계십니까? (하는데)
무혁(E) 300달러!!
은채와 주인남, 소리 나는 곳을 보면, 어느새 무혁이 들어서서 손을 번쩍 들고 있다.
무혁을 발견한 은채, 반가움에 어쩔 줄 모르고, 주인남, 표정이 굳어진다. 저 자식이...
무혁, 풀석 무대로 뛰어오르더니 50센트 동전을 주인남의 앞치마 호주머니에 퐁당 넣어주고, 은채를 잡은 주인 남의 손을 정중하게 떼내고 은채의 손목을 자기가 잡고 무대를 내려 온다.
주인남, 무혁의 뒷통수에 소리 지르며 욕을 하고, 무혁, 은채의 손을 잡고 입구쪽으로 걸어간다.
주인 남, 기도로 보이는 남자들에게 “어서 잡아!!” 소리치고.
그 소리에 동시에 걸어가던 무혁, 은채의 손을 잡고 뛰기 시작한다.
45. #카페밖(노을녘)
무혁, 은채의 손을 잡고 도망가기 시작한다.
뒤이어 카페에서 기도로 보이는 남자 둘, 쫓아 나온다.
46. #거리
무혁, 은채와 함께 달린다. 은채, 무혁을 본다...반갑고 고맙고, 감동적이다.
저 멀리서 기도들 쫓아오고 있다.
47. #골목 어귀
더 이상 따라오는 사람이 없는 것 같자, 무혁과 은채, 가픈 숨을 고르며 멈춰선다.
무혁, 꼭 잡은 은채 손을 놓지 않고 있다.
은채 어디 갔었어요? 난 나 버리고 도망 간 줄 알구, 무서워서...(하는데)
무혁 (은채의 손을 잡았던 손을 놓는다)
은채 (보는)
무혁 (무뚝뚝한 표정으로 그대로 휭 돌아서 걸어간다)
은채 (어이없다) 이봐요...
무혁 (걸어가 버리는)
은채 (뒤따라 오는) 아저씨...
무혁 .....
은채 ....오빠.
무혁 (성큼 성큼 걸어가는데)
은채 (걸음을 빨리 해 부지런히 뒤쫓아 간다) 이봐요오...
48. #바닷가(노을녘)
윤과 민주, 나란히 앉아 노을이 장관을 이룬 바다를 보고 있다.
민주 아...아름답다...그림 같다, 증말.
윤 (어렵게 얘기하는) ...우리...사귀자.
민주 (바다를 보며, 윤의 말 무시하고) 다 때려치구 여기 와서 살까?
윤 (민주를 보며) 지난 3년 동안 너만 보구 살았어...널...좋아해.
민주 (바다를 보며, 여전히 무시하고) 나중에...죽을 때....여기 와서 죽어야지.
윤 (갑자기 민주에게 달려들어 입 맞추려 하는데)
민주 (윤을 막는다)
윤 (당황하는)
민주 넌 안돼.
윤 뭐?
민주 넌 내 친구 은채가 제일 아끼는 사람이니까...넌 안돼.
윤 (기분 나쁜) 무슨...뜻이야?
민주 더 오면 니가 다쳐...너한텐...너한테만은 상처 주구 싶지가 않다....넌 내 친구 은채가 지 분신처럼 여기는 사람이니까.
윤 (어이없다는 듯 보는데)
민주 (벌떡 일어선다) 나 같은 날라리 말구, 정말 좋은 여자 만나. (돌아서 숙소쪽으로 가는데)
윤(E) 확 죽어버린다!!
민주 (잠깐 걸음 멈추다가...피식 웃고 그대로 가는)
윤 (협박하듯 떼쓰는) 여기서 그냥 확 죽어버린다!! (모멸감으로 이를 앙무는데)
민주 (그대로 걸어가고 있다.)
민주, 얼마 동안을 걷다가 윤의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자, 걸음을 멈추고 돌아본다.
윤, 바다쪽으로 성큼성큼 걸어가고 있다.
민주, 어이없는 듯 피식 웃는다...설마 죽을 거라고는 생각 못한다.
윤, 바닷물로 점점 더 성큼성큼 걸어간다. 거의 허리만큼 들어갔다.
귀엽다는 듯 웃고 있던 민주의 표정이 점점 굳어진다.
윤, 점점 바다를 향해 멈추지 않고 걸어간다.
민주, 윤이 있는 쪽을 향해 뛰어간다.
민주 야! 최윤!! 최 윤!!!
윤 (그대로 바다로 걸어간다)
민주 .....잠깐만....잠깐만 거기 서! 거기 서!!
윤의 모습, 이미 바다속으로 사라졌다.
민주 (절규하는) 최 윤!!
49. # 뒷골목(밤)
지저분하고 음침한 뉴욕 할렘가같은 뒷골목.
은채, 약간 겁먹은 표정으로 무혁의 뒤를 졸졸 따라가고 있다.
양주를 병째 마시며 가던 무혁, 은채가 따라오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적당한 곳을 물색하더니 대충 쓰레기들을 치워내고, 널려있는 신문지를 바닥에 깔고 덜렁 드러 눕는다.
은채, 설마 여기서 잘려고?.....의심하는데, 무혁, 잘 모양으로 몸을 웅크리고 눈을 감는다.
은채, 기함을 한다.
무혁 주변으로 열명 남짓한 부랑아들이 술도 마시고, 장난도 치고, 드러눕기도 하고...가관이 아니다.
은채, 무혁의 옆으로 다가온다.
은채 .....여기서 잘거예요?
무혁 (눈을 뜨고 은채를 약간 귀찮은 표정으로 본다.)
은채 집...없어요?
무혁 ......(무시하고...눈을 감더니 돌아 눕는다)
은채 (허어 참...어처구니가 없어 할 말을 잃는다)
무혁 .....(이내 코를 곤다)
은채 ....(어이없음에 한동안을 그렇게 보다가...그래도 여기서 잘 순 없지...돌아서 걸어가는데)
이때, 저편에서 험상궂게 생긴 부랑아 서너명이 주머니 칼을 돌리며 위스키를 나눠 마시며 오고 있다.
은채를 발견하고는 재밌다는 듯 눈길 주고 받으며 히히닥거리며 “Hey! baby! Come on!!" 깐죽거리며 마치 먹이를 발견한 맹수들처럼 다가온다.
은채, 당황해서 뒷걸음질쳐 오다가 그만 무혁을 밟으며 엉덩방아 찧으며 뒤로 벌렁 넘어져 버린다.
무혁, 아파서 비명 지르며 일어나 앉으며 은채를 째려본다.(한쪽 눈만 뜬 채).
갱들, 은채의 모습에 웃음 터뜨리다가 무혁을 아는 듯 “대니!” 반갑게 부르고.
무혁, 그대로 한쪽 눈만 뜬 채 갱들에게 쉬! 조용히 하고 빨리 지나가라고 손짓하고는 다시 몸을 오므리고 눕더니 눈을 감고 잔다.
은채, 겁에 잔뜩 질려서 몸을 낮춰 드러누운 엉거주춤한 자세로 갱들이 혹시 해꼬지나 할까 무혁의 곁으로 바짝 다가간다. 무혁의 몸으로 자신을 가리려 하는.
시간이 갈수록 부랑아로 보이는 사람들, 여기저기 몰려든다.
드러누운 은채, 꼼짝도 못하고 추워서 이빨도 딱딱 부딪히며 덜덜덜 떠는데...그 떨림이 무혁에게도 전해진다.
무혁, 다시 한쪽 눈만 뜨고 은채를 본다.
은채, 그런 무혁의 시선을 잔뜩 불쌍한 눈길로 받는다.
무혁, 갑자기 은채를 품안에 꽉 끌어안는다.
은채, 놀라서 헉! 자기도 모르게 소리 내고.
은채 저...저기요...나 남편 있어요. 유부녀예요...(벗어나려 하며) 애두 있어...(하는데)
무혁 (눈감으며 O.L.) 그냥 자....얼어죽고 싶지 않으면.....
은채 (끽 소리도 못하겠다)
이내 무혁의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어떠한 저항도 못하고 멍하니 떨고 있던 은채....한동안 그렇게 꼼짝 않고 있다가...호주머니를 더듬어 핸드폰을 꺼내 펼쳐본다.
은채와 윤이 함께 찍은 사진(동영상 화면)이 바탕 화면으로 저장되어 있다. 바탕 화면을 들여다 보던 은채, 서러움에 눈물이 핑 돈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 릴 듯 울먹거리는.
은채 (흐느끼며 우는) 윤아...윤아아....
50. # 바닷가(밤)
윤, 가픈 숨을 헐떡이며 눈 감고 모래사장에 누워 있다.
민주, 온 몸이 물에 젖은 채 윤을 보고 있다.
잠시후, 윤, 천천히 눈을 뜬다.
민주 (어이가 없다는 듯 본다)...정신이 들어?
윤 (차츰 정신이 들자...비장한 표정 짓다가....휙 돌아눕는다) 아, 쪽팔려...
민주 (자꾸만 윤이 귀엽다는 생각이 든다.)
윤 (다시 앞으로 눕더니..다시 가오 세우고) 좀 있다가 다시 죽어버려야지.
민주 (물끄러미 보는)
윤 (자기 딴엔 몹시 진지하다) 모래 사장에 혀 박고 죽어버려야지.
민주 (픽 웃음이 나오는 입을 막는다.)
윤 이 바닷물 다 마시고 배 터져서 죽어 버려야지.
민주 (허..하더니 갤갤 웃기 시작한다.)
윤 (웃어어?....기분 나쁘게 흘겨보는)
민주 (배를 잡고 웃는다)
윤 (기분 나쁘게 보는데)
민주 (윤에게 기습 입맞춤을 한다.)
윤 (놀라고 당황하는데)
민주 (잠시후 떨어지며) 난 분명히 경고했다?....분명히 경고했어, 난!!
윤 (민주를 끌어 당겨 뜨거운 키스를 한다)
은채의 흐느끼는 울음 소리 O.L.으로 들린다.
51. # 뒷골목
얼떨결에 무혁의 품에 안겨 누운 은채, 쏟아져 나오는 서러움과 오열을 손바닥으로 입을 가리고 간신히 참고 있다.
무혁, 은채의 흐느낌에 잠깐 눈을 떴다가...다시 눈을 감는다.
시간경과.
은채, 꺽꺽거리며 까만 하늘을 올려다 본다.
은채, 꿈벅꿈벅 눈을 감았다 떴다 하다가 스르르 잠이 든다.
52. # 뒷골목(새벽)
여명의 새벽.
은채, 새우처럼 오므린 채 잠들어 있고, 무혁, 일어나 앉아 멍하니 쓸쓸하게 생각에 잠겨 있다....
53. # 뒷골목(아침)
은채, 감았던 눈을 뜬다...찬란한 아침 햇살이 눈을 찌르며 들어온다.
은채, 인상을 찌푸리다가 벌떡 일어난다. 얼굴에 검정도 묻고 하루 밤새 꼴이 아주 엉망이 됐다.
어제 저녁의 그 살벌하고 흉악했던 부랑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문득 무혁이 누웠던 자리를 본다....무혁은 없고, 은채가 뺏겼던 트렁크와 가방이 놓여 있다.
은채 어, 내 가방이네...
그때, 은채의 눈에 가방위에 놓인 종이(노트를 아무렇게나 북 찢은)가 들어온다.
은채, 종이를 들어서 본다. 한글로 삐뚤빼뚤 철자법도 틀린 채 쓰여진 글귀.
<정씬 독빠루 채리고 다녀라. 기집에야.>
은채, 벌떡 일어서 혹시 무혁이 주변에 있나 두리번거린다...무혁은 없다.
54. #무혁집앞(뒷골목)
하층민들이 몰려 사는 오래되고 낡고 지저분한 주택가.
무표정한 무혁, 툭툭 걸어 집 앞으로 와 서면 문 앞에 커다랗고 고급스런 상자가 놓여있다.
선물 상자 열어보면 럭셔리한 양복과 와이셔츠, 넥타이, 구두가 풀세트로 들어있다. 무혁, 선물 상자옆에 놓인 카드를 집어서 읽는다.
지영의 결혼식 초대장이다. (지영과 제이슨의 사진이 있는>
무혁, 표정없이 다시 양복을 들어서 본다.
무혁 (무표정하게 중얼거리는) 색깔...후지다.
55. #무혁 거실
거실과 베란다의 구별도 없는 좁고 지저분한 원룸 아파트.
낡은 침대에 베개 두 개가 나란히 놓여 있고, 벽걸이엔 여자 잠옷도 걸려 있고, 지영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여기저기 놓여 있다. 동거의 흔적이 여실히 느껴지는.
베란다 빨래줄엔 무혁의 옷들과 함께 지영의 속옷과 원피스가 문틈 사이로 들어온 바람에 펄럭인다.
무혁, 여전히 표정없이 본다.
56. #무혁 화장실안
물 때가 덕지덕지 끼어 있고 약간 금도 가고 한쪽 모퉁이도 떨어져 나간 화장실 거울앞. 런닝 차림의 무혁, 면도를 하고 있다.
면도가 익숙치가 않은 듯 면도기를 잡은 손길이 무척 서툴다.
지영(E) 인줘 봐! 면도도 못하냐, 남자가!
무혁, 흠칫하며 돌아보는데, 누군가의 손이 무혁의 면도기를 뺏는다.
57. #플래시백-회상 (화장실안)
지영, 무혁의 수염을 정성껏 면도 해주고 있다. (헤어스타일과 옷이 지금과 다르다)
지영 (철제 의자 위에 걸터앉아) 이렇게 결을 따라서 천천히 부드럽게 밀어줘야지.
무혁 알았어. 내가 하께. 줘.
지영 됐어. 내가 다 해줄거야...넌 가만 있어. 머리두 내가 빗겨주구, 옷도 내가 입혀주구, 내가 다 해주께, 베이비.....가만 있어 봐아...비겠다.
58. #화장실안
무혁, 흠칫 표정을 찡그린다. 면도칼에 베었다. 거품 비누사이로 핏방울이 비친다.
59. #거실 (원룸형의 낡고 좁은 아파트)
면도칼에 베었던 상처에 반창고가 붙었다.
무혁, 거울앞에 서서 빗질을 하며 무스도 발라가며 헤어스타일을 만드는데 쉽지가 않다. 휙 헝클어버리는.
무혁, 이번엔 거울앞에 서서 넥타이를 메는데 쉽지가 않다.
넥타이를 휙 집어 던진다.
60. #주방
무혁, 냉장고 문을 열어보면 물 한병과 맥주캔 서너개, 오래된 바게트, 말라 비틀어진 반찬이 담긴 접시가 서너개 정도 지저분하게 널려 있다.
무혁, 냉장고 한쪽에 놓인 밥그릇(랩도 덮지 않고 사흘정도 된 밥이라 말라 비틀어져 있다)과 커다란 김치통을 식탁위에 올려 놓는다.
숟가락으로 밥을 한웅큼 떠서 볼이 미어지게 입안 가득 넣고 김치를 먹으려고 김치통을 여는데, 김치 국물과 양념 건더기만 조금 남았다.
젓가락으로 김치통을 휘휘 젓던 무혁, 눈매와 입술이 뒤틀린다.
61. #무혁 차안
무혁, 식식거리며 운전하고 있다. 넥타이는 매지 않고 와이셔츠도 입는 둥 마는 둥 걸치고 나왔다.
62. #지영 남편집 일각
규모를 짐작할 수 없게 으리으리하고 고급스러운 대저택의 정원.
단상과 테이블을 놓고, 꽃을 장식하고, 케?을 놓고, 음식을 준비하는 등 결혼식 준비로 부산하다.
무혁의 낡은 차, 거칠게 달려와 급브레이크를 밟고 멈춰선다.
63. #무혁 차안
무혁의 시선에 5단 케? 위에 얹힌 신랑 신부의 인형 장식이 따갑게 와 박힌다.
64. #저택안
무혁, 대리석 계단을 뛰어 올라간다. 가정부로 보이는 백인 여자에게 신부가 어딨냐고 묻는.
65. #신부 대기실 안
무혁,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선다.
안에 있던 하녀 셋, 무혁을 깜짝 놀라서 보고.
무혁 (영어로) 여기 신부 없어?....(하녀들 아무런 대꾸도 없이 무혁을 의아하게 보고만 있자, 영어로) 신부 없냐구!....여기 있다 그랬는데!!
이때, 방 한쪽 커튼이 쳐져 있는 곳에서 지영의 목소리 들려온다.
지영(E) 무혁이니?
무혁, 그제야 흠칫 커튼 쪽을 본다. 드레스를 입고 있는 듯 망사커튼 사이로 지영과 도우미의 실루엣만 보인다. (하녀들은 무혁과 지영이 한국말을 쓰자 못 알아듣고 의아한 표정들만 짓고 있다)
무혁 (영어) 김치....다 먹었다!!
지영 (커튼안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뭐?
무혁 (영어로)김치이...왜 새루 안 담궈놨어?
지영 (영어로) 아아..정신이 없어서 못 담궜다.
무혁 집에 가자.
지영 ...왜?
무혁 김치 담그러.
지영 뭐?
무혁 김치 담궈주구 와서 결혼해. 이리 나와!
지영 사 먹어. 한인 슈퍼 가서.
무혁 (버럭) 니가 담근 김치 아니면 안 먹어!!
이때, 커튼이 젖혀지며 새하얀 웨딩드레스를 곱게 차려 입은 지영의 모습이 드러난다. 무혁의 표정이 순식간에 묘해진다.......지영이 숨이 막힐 만큼 아름답다.
지영 (무혁을 향해 눈부신 미소를 짓는다. 쿨하다.) 나 어때, 무혁아?....이뻐?
무혁 ....(눈이 부셔 표정 관리가 안된다.)
지영 옷 모양이 그게 뭐야? 내가 양복 사서 보냈는데, 안 갔어? (하는데)
눈빛이 흔들리던 무혁, 갑자기 지영의 손목을 홱 틀어 잡더니 끌고 나간다.
지영, 당황해서, “무혁아!” 부르지만, 무혁, 그대로 방을 나가버린다.
하녀들, 당황하는.
66. #정원
하객들, 도착하기 시작한다.
무혁, 지영의 손목을 부러질 듯 꼭 틀어쥐고 나온다.
지영, 당황해서 무혁을 부르지만, 무혁, 그대로 표정 굳어 자기 차쪽을 향해 걸어간다.
사람들, 지영과 무혁쪽을 본다. 그들 속에 제이슨의 모습도 있다. 제이슨, 서늘한 표정으로 그저 지켜만 본다.
67. #일각
무혁, 지영을 자신의 차 조수석에 밀어 넣고, 자신도 운전석에 오른다.
68. #무혁 차안(달리는)
지영, 어이없는 표정으로 무혁을 본다.
무혁, 골난 아이처럼 앞만 보며 운전하고 있다.
69. #외곽
무혁의 차, 외곽 도로를 달리고 있다. 도로 한쪽으론 아득한 절벽이 펼쳐졌다.
70. #무혁 차안
지영 (무혁의 하는 양을 지켜보다가 협박하듯) 우리 남편, 제이슨 아저씨 되게 무섭다? 사람을 수도 없이 죽인 갱인 거...얘기 안 했나, 내가?
무혁 (그대로 앞만 보고 가는...)
이때, 무혁 반대 차선에서 달려오고 있는 차, 조수석에 앉은 선글라스를 낀 남자,
(대머린데 이마에 독특한 문신을 했다) 권총을 만지작거리며 보고 있는 모습이 무혁의 시선에 잡힌다.
그러나, 별 생각없이 그렇게 스쳐가고.
지영 차 돌려, 빨리!.....장난 그만 하자.
무혁 ...우리 나라 가자.
지영 뭐?
무혁 한국, 가자....거기 가서 살자.
지영 (어이없는)
무혁 거기 가면 방법이 있을거야....잘 살 수 있을거야, 거기 가면, 우리두.....거기 가면.. (하는데)
지영 (말자르며) 차 돌려어! 결혼식 늦었단 말야!
무혁 ......(다시 고집스럽게) 우리 나라 가자.
지영 (짜증나서 목소리 높아지며) 우리나란 여기야!
무혁 (같이 목소리 높여) 우리 나라 가자!!!
지영 (갑갑한 표정으로 무혁 보다가 영어로 말하는) 미안해, 내 실수야...너한테 한국두 한국 말두 가르쳐 주는 게 아니었는데....실수했어, 내가. 잘못했어.!!
무혁, 갑자기 핸들을 확 꺽어 차를 절벽쪽으로 몰아가더니 브레이크를 밟는다.
지영 놀라서 비명을 지른다.
71. #도로
무혁의 차, 깍아지른 절벽 부근에 바퀴를 멈춘 채 아슬아슬하게 섰다.
72. #무혁 차안
무혁, 핸들을 꼭 잡은 채 무표정 짓고 있고, 지영, 새파래져서 무혁을 본다.
무혁 죽자, 그럼!!
지영 (창백해지는)
무혁 ...같이 못 살 거면....같이 죽자!!
지영 무..무혁아.
무혁 (터프하게 큰소리 치는) 다시 태어나면....꼭 부자로 태어나께...제이슨보다 훨씬 큰 부자루 태어나서 너 진짜 행복하게 해주께에!!
지영 (하얗게 질려서 보는)
무혁 ...기도같은 거 하구 싶음 해. 마지막으루. (굳은 결심을 한 표정이다)
지영 (겁에 질려서) 무혁아...무혁아....왜 이래? 진정해애....
무혁 간다, 그럼...저승에서 보자. (사이드 브레이크를 내리는데)
지영 (울컥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엄마....엄마....
무혁 (흠칫 한 대 맞은 표정으로 보는)
지영 엄마....엄마...엄마.....
무혁 (눈빛이 떨리며 표정이 멍해지는.....)
73. #도로
무혁의 차 바퀴, 아슬아슬하게 벼랑 가까이로 다가간다. 벼랑 끝 흙덩이가 툭 떨어진다.
74. #공항 매표소
은채, 비행기표 티켓팅을 하고 있다.
75. #공항 대기실
은채, 비행기표를 사서 들고 앉아 있다가 호주머니에서 무혁이 써 놓고 간 쪽지를 꺼내서 다시 본다.
은채 ...이름이나 물어볼 걸....
은채, 심난한 표정 지으며 쪽지를 보고 있는데, “야, 강민주다!” 하는 사람들의 웅성거림 들린다. 문득 고개 드는데 바로 앞으로 민주가 걸어오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민주와 몇걸음 떨어져서 누군지 알아볼 수 없게 야구 모자를 푹 눌러쓴 윤이 보인다.
은채는 윤을 알아 본다. 은채, 얼른 엎드리며 몸을 숨긴다. 당황해서 어쩔 줄 모르는 표정.
76. #지영 결혼식장 일각
하객들 모두 도착하고, 신부의 실종에 술렁대고 있는 결혼식장...제이슨의 표정이 굳어있다.
이때, 사람들의 시선이 어딘가로 향한다.
저 앞으로 무혁의 차 달려오더니 제이슨 가까이로 와 멎는다.
운전석문 열리고 무혁이 내린다.
무혁, 제이슨과 시선이 마주치고 머쓱한 표정짓더니 조수석의 문을 열어준다.
웨딩드레스의 지영이 내린다.
지영, 무혁을 원망스럽게 보다가 불안한 표정으로 제이슨을 본다.
굳어있던 제이슨, 이내 표정에 미소를 머금고는 지영에게 다가가 손을 내민다.
지영, 그제야 제이슨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짓는다.
제이슨, 지영의 손을 이끌고 결혼식 단상쪽으로 간다.
무혁, 호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무표정하게 그들을 바라본다.
77. #결혼식장 일각
무혁, 접시에 음식을 가득 담아 우걱우걱 먹고 있다.
무혁의 등 뒤로는 지영과 제이슨의 결혼식이 치러지고 있다.
음식을 준비하던 직원들, 무혁을 못마땅하게 보며 눈치를 준다.
무혁 (뒤통수에 박히는 시선 의식하지만...뻔뻔하게 계속 먹으며) 느끼하다, 진짜...김치 먹구 싶다.
무혁, 쿨해지려 하지만, 도저히 쉽지가 않다...목이 메인다.
무혁, 접시를 직원에게 척 안기고, 돌아서가다가 발걸음 멈추고 지영쪽을 돌아본다.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자세히 보고 싶다.
지영쪽으로 발걸음을 돌려서 가는.
78. # 결혼식장
지영과 제이슨, 키스하고 있다. 무혁(작은 바게트빵 하나를 버릇처럼 씹고 있다), 하객들 사이에 섞여 그 모습을 흔들리는 눈빛으로 보다가 차마 볼 수 없어 시선을 돌 린다.
이때, 무혁의 시선에 한 남자의 모습이 들어온다.
저쪽 한편에 선글라스를 낀 대머리의 남자(이마에 독특한 문신을 한), 승용차 지붕위게 걸터앉아 결혼식을 보고 있다.
무혁, 무심하게 보다가 시선을 돌린다...그러다 어디서 본 듯한 느낌에 다시 남자를 본다. 분명히 안면이 있다.
남자의 한 손이 양복저고리 안에 들어있다.
79. #플래시백
무혁이 지영을 납치해 도망치던 길에 스쳤던 남자의 모습.
조수석에 앉아 선글라스를 끼고, 권총을 만지작거리며 보고 있던 모습.
80. #결혼식장
무혁, 바게트 씹으며 의아한 표정으로 눈을 떼지 않고 본다.
결혼식 다 마치고 지영과 제이슨, 다정하게 웃으며 귓속말을 주고 받고 있다.
대머리의 남자, 양복 주머니안에서 권총을 빼내 손으로 감추고, 제이슨과 지영쪽을 보고 있다.
무혁, 빵을 그대로 문 채 긴장된 표정으로 지영과 제이슨쪽을 보다가 다시 대머리의 남자에게 시선을 돌리는데..
대머리의 남자, 그대로 권총 든 손을 뻗어 지영과 제이슨쪽을 향해 총을 쏜다.
제이슨, 어깨를 잡고 주저 앉는다. 총알이 제이슨의 어깨를 스쳤다.
지영, “제이슨!” 소리치며 제이슨을 잡고 같이 주저 앉고.
사람들, 비명을 지르며 아수라장이 된다.
대머리의 남자, 다시 지영과 제이슨쪽을 향해 총을 겨누는데.
어느새 달려온 무혁, 온 몸을 날려 지영을 감싸 안는다.
탕! 탕! 탕! 탕! 네 발의 총소리.
81. #공항 대기실
민주와 윤, 보딩을 마치고 트랩안으로 들어간다. (사람들 눈치 안 채게 간격두고)
숨어 있던 은채, 그제서야 사람들을 따라 들어가려고 줄을 선다..그러다, 문득
어떤 느낌에 뒤를 돌아보는.
82. # 지영 결혼식장
무혁의 머리를 타고 뺨을 타고 핏줄기가 흘러내린다.
무혁의 눈이 자꾸만 감긴다. 무혁, 정신을 차리려고 애써 힘주어 눈을 부릅뜬다.
자신의 이름을 부르짖으며 절규하는 지영의 얼굴이 흐릿하게 보인다.
지영의 비명소리도 점점 아득해진다.
무혁의 거친 호흡소리.
무혁의 머리, 바닥에 텅 부딪힌다....무혁, 결국 눈을 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