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주니어스의 辨明] E : Egoist
old/old_column 2003. 12. 8. 01:59
오늘은 할 이야기는 Egoist 입니다.
어려운 주제군요.
제목 써놓고 한시간째 모니터만 째려보고 있습니다.
(... 술도 한잔 했습니다...)
이제 한시간 반이네요 -.-

주변에 보면 괜찮은 인간인데 연애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제 얘기져 ㅡ_ㅡ 스스로 괜찮다고 말하는 거 부터가 ㅡ_ㅡ;;;)
(한시간 반동안 멍하니 있었던 것도...)
(아직 남들 보는 게시판에 냉정하게 자아비판 할 정도 내공은 아직 아니였나봅니다.)

누군가가 저에게 소개팅을 시켜준다면서
"정말 정말 괜찮은 친구다. 한번 만나봐라." 라는 얘길 하면
저는 항상 되묻는 말이 있습니다.

"그렇게 괜찮은 사람이 왜 아직 혼잔데?"

궁금하지 않습니까?
소개시켜주는 사람 말 그대로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왜 아직 짝이 없을까요?

흔히 '눈이 높다' 그러져 사람들은...
움... 제가 딴소리 들으면 별로 뭐라고 안하지만
'눈이 높다'는 말은 매우 인정하기 싫은 말입니다.
아니 '인정하기 싫다'기 보다 아예 그런말은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이 더 맞는 말 같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데 조건 따져 좋아하게 됩니까?
한번 빠지기 시작하면 오만 사람들이 다 말려도,
동네 양아치랑도, 술집 작부랑도 빠져 허부적 거리는게 '사랑' 이라는 놈의 다른 얼굴입니다.

그렇게 소개팅 나오는 친구들...
제가 볼땐 다 저같은 부류지요...

연못위에 비친 자기 모습을 사랑하는 Narcissus 같은 인간들...
자기를 너무 사랑해서 남을 사랑해 줄 여유가 없습니다.
아닌가요? ㅎㅎ

우리의 훌륭하신 프로이트 선생님에 말씀에 의하면 남을 '사랑하지 못하는 것(동성애 포함)'은
결국 '자기와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미성숙의 증거' 라는 말씀 하셨습니다.
(저한테 직접하신 말씀은 아니지만서도)
냠... 듣는 순간 쪼금 기분 상했지만 틀린 말이라고는 못 하겠더라구요 ^^

저랑 친한 인간들중에 저 같은 친구들이 꽤 많은거 같습니다.
유유상종이라고 머 많이 다르겠습니까? ㅋㅋ
아니라고요? ㅎㅎ



어차피 계속 떠들어 봐야 횡설수설 할거 같으니
엊그제 인터넷 뒤지다 오랫만에 발견한 노희경님의 글로 대책없는 마무리를 하겠습니다.
워낙 유명한 글이라 대부분 읽었던 글이겠지만, 오랫만에 읽으니 기분이 새록새록 하더군요.

약 4년 전 저에게 유죄 선고를 내린 글입니다 ㅜ.ㅜ
그렇다면 저는 아직도 징역중인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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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 노희경

지금 사랑 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나는 한때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보호본능에 시달렸다.
사랑을 할 땐 더 더욱이 그랬다.
사랑을 하면서도 나 자신이 빠져나갈 틈을
여지없이 만들었던 것이다.
가령, 죽도록 사랑한다거나, 영원히 사랑한다거 나,
미치도록 그립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내게 사랑은 쉽게 변질되는 방부제를 넣지 않은 빵과같고,
계절처럼 반드시 퇴색하며,
늙은 노인의 하루처럼 지루했다.

책임질 수 없는 말은 하지 말자.
내가 한 말에 대한 책임 때문에 올가미를 쓸 수도 있다.
가볍게 하자, 가볍게.
보고는 싶지 라고 말하고,
지금은 사랑해라고 말하고, 변할 수도 있다고
끊임없이 상대와 내게 주입 시키자.
그래서 헤어질 땐 울고불고 말고 깔끔하게, 안녕.
나는 그게 옳은 줄 알았다.
그것이 상처받지 않고 상처주지 않는 일이라고 진정 믿었다.
그런 데, 어느 날 문득 드는 생각.
너, 그리 살아 정말 행복하느냐?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죽도록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살 만큼만 사랑했고,
영원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나 당장 끝이 났다.
내가 미치도록 그리워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도 나를 미치게 보고싶어 하지 않았고,
그래서,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사랑은 내가 먼저 다 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버리지 않으면 채워지지 않는 물잔과 같았다.
내가 아는 한 여자,
그 여잔 매번 사랑 할 때마다 목숨을 걸었다.
처음엔 자신의 시간을 온통 그에게 내어주고,
그 다음엔 웃음을, 미래를, 몸을, 정신을 주었다.
나는 무모하다 생각했다.
그녀가 그렇게 모든 걸 내어주고 어찌 버틸까,
염려스러웠다.

그런데, 그렇 게 저를 다 주고도 그녀는 쓰러지지 않고,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연애를 한다.
나보다 충만하게.
그리고 내게 하는 말,
나를 버리니, 그가 오더라.

그녀는 자신을 버리고 사랑을 얻었는데,
나는 나를 지키느라 나이만 먹었다.
사랑하지 않는 자는 모두 유죄다.
자신에게 사랑받을 대상 하나를 유기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다.
속죄하는 기분으로 이번 겨울도 난 감옥같은 방에 갇혀,
반성문 같은 글이나 쓰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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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광복절" 까지는 너무 길고
     어떻게 "성탄절 특사" 라도 안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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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 편은 'Figaro' 입니다. 이번보다는 보다 흥겨운 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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