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주니어스의 辨明] C : Chatting or Conversation or Communication
old/old_column 2003. 11. 27. 02:28
출장관계로 일주일 놀았습니다. 약속한대로 이번주엔 두개... (아 빡시다)

오늘 이야기는 Chatting 입니다. 수다떨기.

소개팅 나가서 난생 처음 만나는 사람이랑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냐...
이것도 소개팅에서 상당히 중요한 주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리 멋진 상대가 나왔더라도
말한마디 못하고 두시간동안 얼굴만 서로 쳐다 보고 있어야만 한다면 그것처럼 고역이 없겠죠.
역시 인간이란 사회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서로 Communication 이 불가능하다는 걸 확인하면
관계는 더 이상 진척되기 어렵습니다.

특히 상대방이 맘에 확 드는 상대가 나왔다면
버버버~~
그러다 돌아오기 일수입니다.

오늘은 처음만나는 사람(특히 이성)과 대화하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도록 하죠.

1. 일단 내가 편해야 된다.

즐겁게 대화를 나누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나의 기분이 편안해야 합니다.
이것이 '내가 별로 안좋아하는 사람'이랑은 정말 기분좋게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정작 '정말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버버버~ 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몸가짐도 조심, 말조심, 이것 저것 신경쓰이는게 많아서
절대 편안한 느낌이 들지 않기 때문이죠.

그러면 어떻게 하면 편안한 기분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느냐.

대답은 식상할지도 모르겠지만 '솔직' 입니다.
현재 버버버~ 하고 있다거나 불편한 것이 있다면
(회사일을 잔뜩 미루고 달려왔다거나, 점심에 이상한 것을 먹어서 컨디션이 상당히 안 좋다면)
지금 상황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를 합니다.
괜히 '평소에는 안 그러는데~', '오늘 이상하네~' 이런 말들은 쓰지 않도록 합시다.

상대방에게 지금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서 차분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상대방이 충분히 그런 상황을 이해해 줄수 있다면 (이해를 못한다면 ㅡ.ㅡ 과감하게 집에 갑시다.)
분명히 좀더 편한 느낌으로 즐겁게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2. 상대방이 무엇에 관심 있는지 관찰하자.

남자들이 특히 이 부분에 취약합니다.
정말 말 그대로 앞에 앉은 여자가 무슨 생각하는지도 모르고
제 기분에 들떠서 무작정 떠들 때가 수두룩 합니다.
돌아오면서 '나 오늘 정말 말 많이했어' 하며 뿌듯해 하고 있지만
왠지 그 만남이 계속 이어질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군요 ^^

물론 남자들이 엄청난 말빨로 떠드는 거 상당히 도움이 됩니다.
낯선 사람이랑 만나서 어쨋건 두세시간 때워야 하는데,
남자가 무지 과묵한 사람이다 그럼 화내는 (물론 그자리에선 안그러겠지만) 여성 동지들도 많습니다.
그 만큼 대화를 계속 이끌어 가는게 스트레스 이기 때문이겠죠?

여하간 영화, 음악, 학창시절, 친구들 이야기, 종교, 연예인들 이야기 같은 부분에서
대충 서로 비슷비슷한 공감대를 찾을 수 있을 겝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최악의 이야기 거리는
스포츠(여자가 스포츠를 좋아하는 경우는 예외), 정치, 경제, 종교(이종교 간에 논쟁), 진로 상담(극악)...
여튼 논쟁거리로 발전 할 수 있는 이야기는 피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왠만하면 즐겁고 가벼운 얘기들로 자기생각이 슬쩍슬쩍 드러날 정도로 떠드는 것이
적당하다고 생각되는군요.

자리가 자리니 만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세련되게 이끌어 갈수 있다면 개인적으로 강추입니다.
(But, 구체적인 옛날 여자친구나 연애 얘기는 -.- 절대 금물이고)

어쨋건 이 얘기 저 얘기 하면서 공통의 관심사를 빠른시간내에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겠죠.
낯선 상대와 즐겁게 대화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상대에게 '관심'을 갖는 것입니다.

상대를 보면서 자기 기준으로 '판단' 하거나 '미루어 짐작' 하는 경우
상대방에 대한 호기심이 생길 여유는 사라집니다.
앞에 앉아 있는 상대에 대한 '판단'은 내일로 미루기로 합시다.


3. [고급] 대화의 주도권을 넘겨주자.

자 이제 고급편입니다.
처음만나는 사람이랑 떠들다가 대화의 주도권을 넘겨줍시다.

아싸.. 이거 힘듭니다.

이거 힘들지만 앞에 있는 사람이 썩 맘에 든다면, 특히 여자면 효과 만빵입니다.
1번과 2번 코스를 무난하게 거쳐 오신 분이라면 3번 코스도 그리 어렵지 않게 도달할 수 있을 겁니다.

"모두 요구만 했었지." 라는 김창완 아저씨의 노랫말이 생각 나는군요.

저는 항상 이런 생각합니다.   "세상엔 말이 너무 많아"
이거해라 저거해라. 이건 하지마라 저건 하지마라.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 그래서 이래저래 하다.

정작 내가 무엇에 관심있고 무슨일을 하고 싶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선 다들 관심이 없습니다.
머 울적한 기분에 그런말 한마디 했다가는 잔소리나 싫컷 듣고 말겠죠.

현대인들은 자기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갈구하고 있습니다.
(Really? Believe or Not~)

Good Listener 가 되라는 이야기를 귀 따갑게 (정말) 들었지만,
진정한 Listener 가 어떤 것인지 생각해 본 적은 별로 없는 거 같습니다.
단지 앞에서 수다떠는걸 그대로 들어주는 것이 Good Listener 가 아니란 것만은 틀림 없습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며 상대방이 이야기를 올바르게(?!) 풀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을 Good Listener 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Good Listener 라는 말은 아니지만 (ㅡ.ㅡ) 저도 노력하고 있는 중이니,
나름대로 연습? 노력하는 거 몇 가지 나열하겟습니다.

- 상대방이 이야기 할땐 눈을 쳐다보세요. 입에서 나오는 것만 말이 아닙니다...
  구라칠땐 눈을 쳐다보지 마세요...

- '그건 아니다.', '아직 뭘 몰라서 그래', '그것도 몰라?' 같은 말들이 입에서 나올라 치면...
   그냥 혀 깨무십시오...

 - 나만의 스타일을 가지기 위해서 노력하세요...
   자기 생각없이 휘둘리기만 하는 사람들 역시 좋은 대화상대가 되기 어렵습니다.


4. [고급] 소개팅이 별거냐.

그렇습니다. 이런 마음가짐이 있으면 낯선 사람이랑도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습니다.
한 동안은 소개팅 하는 날 영화보러 다니고, 놀이공원 다니고, 시장도 다니고 -.-
별짓 다 했었습니다. 어잿건 뭔가 이벤트가 있으면 훨 자연스럽고, 친밀감도 더 쉽게 생기니까...

하지만 경험상 그날 하루 즐겁게 보내기는 어쩔지 모르겠지만
'소개팅'에서 남자친구/여자친구를 사귀겠다면 절대 저런 짓은 삼가해야져 -.-

그 동안 소개팅하면서 불만이 뭐냐면 우리나라 소개팅은 시간이 너무 길다.
이겁니다 --+

수다의 달인이 되었더라도 첨으로 소개받은 자리는 서로 불편 할 수 밖에 없죠.
그 시간이 2~3시간 길면 4~5시간도 같이 보내게 되는데...
이러다가 서로 진 다 빠지고 말그대로 지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소개팅은 1시간 반에서 2시간.
쌈빡하게 만나서 취향이나, 서로의 호감도 정도만 확인하고 빠빠이 하는게 젤 좋을듯 합니다.

정말 맘에 드는 친구가 나타났다고 해도 그날 끝장 보겠다는 생각으로 덤비는것 보다는
기분좋은 여운을 가지고 헤어지는 것이 훨씬 훌륭한 소개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쉬움이 있어야 기다리는 시간이 즐거워지는 법이죠..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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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쓰다보니 완전 교과서 같은 말들 뿐이군요. 냠~
* 다음편 'D' 는 'Drink' 편 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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